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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국제형사재판소

    [씨줄날줄] 국제형사재판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눈엣가시로 여겨 온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해체를 공언하고 나섰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최근 “우리는 동맹국과 협력해 벽돌 하나하나 떼어내듯 ICC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1기 행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ICC와의 갈등이 기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단계로 치닫는 모양새다. ICC는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 1998년 로마 규정 채택을 거쳐 2002년 정식 출범했다. 개별 국가의 사법 체계가 반인도적 범죄를 처리하지 못하거나 처벌 의지가 없는 경우 국제사회가 최후의 안전장치로 나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ICC 창설의 취지다. ICC의 관할권은 원칙적으로 로마 규정을 비준한 당사국에 한정된다. 출범 당시 60개국이던 회원국은 현재 125개국으로 늘었다. 그러나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등 주요국들은 여전히 로마 규정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의 영토에서 벌어진 참상이나 군인들이 개입된 범죄에 대해서는 ICC가 재판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ICC는 2023년 3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024년 11월에는 가자지구 전쟁 책임을 물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ICC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도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결정과 연관돼 있다. 지난해 2월 트럼프는 ICC 수석검사와 판사 다수를 제재 대상에 올려 미국 내 자산 거래를 차단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단행했다. 루비오 장관은 ICC를 “국가 위에 군림하며 미국인을 위협하는 정치화된 기구”로 규정했다. 하지만 일련의 조치가 향후 트럼프를 겨냥한 전쟁범죄 수사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와 사법의 경계를 흔드는 건 누구인가.
  • [홍기빈의 미래완료] 지분 50%를 나눠 갖자는 국민 69%

    [홍기빈의 미래완료] 지분 50%를 나눠 갖자는 국민 69%

    미국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대담한 인공지능(AI) 국부펀드의 구상을 내보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 중에서 AI 관련 사업으로 연간 2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에 지분의 50%를 1회의 기부로 국가가 거둬들인다. 이렇게 조성된 7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7인 위원회가 운영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을 연간 5%로 잡아 매년 모든 미국인들에게 1인당 1000달러를 지급하며, 주식가치 상승에서 생겨나는 이익은 각종 사회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한다. 실로 과감한 구상이다. AI 전환에서 발생하는 극소수 대기업의 엄청난 이윤을 사회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사실 미국 전체의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을 필두로 앤스로픽 등에서도 자신들의 지분과 이윤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비쳐 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 형식으로 대략 5%의 지분을 거두어 AI 국부펀드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샌더스의 구상은 지분 규모에 있어서 훨씬 파격적이다. 흥미롭게도 정치적으로 상극의 위치에 있는 스티브 배넌 같은 우파 쪽 인물 또한 똑같이 50% 지분을 국가가 가져가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샌더스의 구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렇게 조성된 국부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분을 소유한 기업들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즉 단순한 (재)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AI 전환을 둘러싼 사회적 권력의 문제가 이 구상의 핵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구상은 1970년대 스웨덴의 노동운동과 좌파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내놓았던 ‘임노동자 기금’과 정확히 맥을 같이한다. 당시 스웨덴 노동자들은 연대임금제에서 발생한 초과 이윤을 생산에 재투자해 생산성을 올리면서도 완전고용을 이루도록 하는 목표에 골몰하고 있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을 지배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 확보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매년 기업들의 이윤에서 일정한 부분을 현금이 아닌 주식 지분으로 받아 차분히 적립하는 것이 이 임노동자 기금이었다. 이 기금은 그리하여 장기적으로 스웨덴의 주요 기업들을 실질적인 주주로서 지배하여 기업 운영의 방향을 결정할 권력을 자본으로부터 빼앗아올 것을 꾀했던 것이다. 샌더스의 구상에 대해 미국인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에 대한 지지율은 놀랍게도 69%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 지분의 절반을 빼앗아 배당금을 뜯어내고 경영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이 급진적인 생각에 3분의2가 넘는 미국인들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 AI 산업 전환이 미국인들에게 가져오고 있는 엄청난 불안감과 박탈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대량 해고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이러한 전환이 극소수의 투자자들에게만 성과를 안겨 줄 뿐 많은 이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는 공포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70년대 스웨덴과 오늘날의 상황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산업의 성장이 불평등을 극대화하고 대다수의 사람을 소외시킬 것이라는 불안감,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산업의 조직과 확대에 있어서 그 방향타를 거머쥐는 실질적인 권력을 대다수의 일하는 사람들에게 쥐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 임노동자 기금과 샌더스 의원의 국부펀드 구상을 연결하는 공통의 테마라 할 것이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69%의 지지율이다. 10년 전만 해도 터무니없는 급진 사회주의로 치부되었을 만한 구상에 다수의 대중이 환호하고 있다. 비상한 상황이 되었으므로 비상한 정책들이 제안되고 논의되는 것이다. 어제의 상식과 기준이 흔들리는 시대다. 지금의 세상을 둘러봐야 무언가가 잡히는 상황도 아닌지라 결국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거꾸로 현재를 규정하고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69%는 큰 숫자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기고] 제헌절, 헌법을 다시 기억하는 날

    [기고] 제헌절, 헌법을 다시 기억하는 날

    제헌절이 2008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18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돼 제자리를 찾았다. 많은 이들에게는 달력에 빨간날이 하나 늘어난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제헌절의 공휴일 재지정은 휴식일이 하루 늘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에 밀려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던 대한민국 헌법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민주공화국의 근본 가치를 국민의 일상에서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948년 7월 17일의 제헌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같은 해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출범에 앞서 헌법이 먼저 제정・공포됐다는 사실은 통치 권력이 먼저 성립하고 헌법이 이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권적 결단으로 헌법을 제정하고 그 규범적 틀 안에서 통치 기구를 구성했음을 보여 준다. 법률의 제정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입법 활동이라면, 헌법의 제정은 국가의 기본 질서를 창설하는 국민의 주권적 행위다. 제헌이 일반적인 입법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제헌절은 이러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다. 공휴일은 다양한 목적에서 지정할 수 있겠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휴일은 공동체가 역사적 경험과 핵심 가치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 가기 위한 사회적 장치로 기능한다. 3·1절이 독립 정신을, 광복절이 국권 회복을 기념한다면 제헌절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기본권의 보장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을 기억하는 날이다. 제헌절의 공휴일 재지정은 단순히 하루의 휴식을 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공동체의 기억 속에 다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동체의 기억은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국가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힘이 되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정신적 토대가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심화하는 갈등과 대립을 포용과 화합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자유와 평등, 법치주의, 권력분립, 국민주권과 같은 헌법의 기본 원리를 함께 확인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헌법은 모든 갈등의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을 제시한다.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자유롭고 책임 있는 시민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의 약속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을 존중한다는 것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헌법의 틀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제헌절은 대한민국이 어떠한 헌법적 토대 위에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그 토대가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 제헌절이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있는 헌법을 확인하며 그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날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김수연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피지컬 AI 동맹’ 늘리는 젠슨 황… 日서는 ‘꼬치회동’

    ‘피지컬 AI 동맹’ 늘리는 젠슨 황… 日서는 ‘꼬치회동’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내년 상반기 인공지능(AI) 탑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5일 일본을 방문해 현지 AI 기업들과 기술 협력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일본 산업계는 ‘피지컬 AI’ 생태계 선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황 CEO의 방일은 ‘세가’(SEGA)와 엔비디아의 협력 30주년 기념행사 참석이 이유다. 이에 더해 국가 단위의 AI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황 CEO의 방일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노에트라와 엔비디아 간 제휴가 주목받는다. 16일 일본 경제산업상 주최 행사에 황 CEO와 노에트라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로봇의 뇌’를 만드는 노에트라가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를 채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 경제산업성 등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소버린 AI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나 수출 규제로 최첨단 AI 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엔비디아로서는 자사 반도체 칩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기회다. 일본의 전통 제조 대기업들도 전면에 나섰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9일 자사가 지분을 투자한 로봇 스타트업 ‘하이랜더스’와 합작해 내년 상반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사 공장에서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의 도요타연구소(TRI)는 최근 미국 MIT와 협력해 로봇 가상 훈련용 AI 시스템 ‘씬스미스’를 개발해 피지컬 AI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이 압도적인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AI 칩 설계 능력을 쥐고 있다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인 일본은 로봇 ‘근육과 관절’에서 독보적이다. 이에 로봇 완제품 시장이나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핵심 파트너 지위 면에서는 한일 간 경합이 심화될 수 있고, 반도체 소부장 공급망 등에서는 상호 보완·협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황 CEO는 이날 저녁 세가 기념행사가 끝난 뒤 일본 기업 관계자들과 도쿄 간다역 인근의 돼지고기 꼬치구이 전문점에서 ‘꼬치회동’을 가졌다. 고급 식당이 아닌 일본식 꼬치 요리 ‘야키톤’을 주로 판매하는 대중 이자카야로 한국에서의 ‘깐부 회동’과 마찬가지로 서민적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이날 황 CEO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라고 호평했다.
  • [박성원의 직설대담] “제조업 강점 살려 ‘AI 1등 국가’로 간다면 경제 또 한번 도약”

    [박성원의 직설대담] “제조업 강점 살려 ‘AI 1등 국가’로 간다면 경제 또 한번 도약”

    “우리 땅에 팹 증설로 초격차 확보서남권 반도체, 규제 원샷 해결 기회AI 생태계에서 협상 능력 갖춰야”“대기업·중기·스타트업 공존 모색‘국민역량 기본계좌제’ 도입 필요국회 의석 30%는 청년에게 줘야”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놓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은 양극화 성장일 뿐이라는 해석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성장전략의 효과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김성식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과거 보수 정당에 몸담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경제발전 방향과 전략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그를 만나 현재의 경제 상황과 향후 정책기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안에 들어와 겪어 본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해 본다면. “이재명 정부는 제조업이 중국에 추격당하고, 윤석열 정부의 거친 정책으로 경제가 추락하던 상황에서 출범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이 저지른 불법 계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이란 전쟁까지 대응해야 하는 1년이었다. 노동을 중시하면서도 대기업들과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 같은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의 경제대전환을 추구해 왔다. 서민들의 소비 기반을 확대하고 기술환경 시대에 맞는 전환 역량을 만들어 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고 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수출과 성장률이 좋아졌지만 양극화 성장의 그늘도 나타나는데.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을 맞으면서 공급가격도 뛰고 많은 성과를 올리는데 주식시장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의존도가 커졌다. 산업 간 계층 간 성장의 양극화, 소득과 일자리의 양극화 문제가 도드라졌다. 각 정부 부처가 집중해야 할 과제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관련해 환경론, 친노조 성향의 국정 기조와 지지층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AI 경제 시대의 바탕이 되는 반도체 메모리에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내고, 이를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는 전략을 외국이 아닌 우리 땅에서 펴게 된 것이다. 서남권만이 아니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지부진했던 건설도 7년 가까이 앞당기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규제 완화 문제도 해결해 나가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가 아니라 이런 프로젝트를 계기로 모든 숙제를 한꺼번에 풀어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불가능할 게 없다.” -이 대통령은 “차별의 설움을 견뎌 온 호남에 대한 역사적·국민적 보상”이라 했지만,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야 할 투자를 권력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밀어붙였다는 지적도 있다. “영남권엔 여러 차례 공장과 산단이 지어졌다. 서남권 팹 증설뿐만 아니라 용인, 평택의 반도체 산단 조기 완공과 충청권의 후공정 시설 확보까지, 이렇게 크게 하나의 축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를 통한 지능생산 역량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피지컬 AI는 제조 기반이 강한 영남권이 중심이다.” -AI 대전환기에 우리에게 중요한 생존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메모리 중심의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격차를 벌려 나가고 이것을 협상력으로 해서 차기 칩이나 AI 생태계의 설계단계부터 우리 기업과 함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부품만 파는 게 아니라 지식재산권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부품공급자에 머무르는 대만과 우리는 달라야 한다. AI 생태계 전체에서의 협상 능력을 갖춰야 한다.” 김 부의장은 “우리는 제조 AI, 피지컬 AI가 폭발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제조 AI의 독자적 업그레이드를 우리의 파운데이션 모델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제조업 강점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 시대가 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전닉스, 현대차, 스타트업, 여러 소부장 업체 경영진을 쫙 만나고 간 것도 그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기사를 모아서 보여 주는 지금까지의 AI 수준에서 앞으로는 제조 공정에서의 데이터, 숙련공들의 암묵지, 이런 게 중요해지는 시대다. 우리는 반도체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제조능력을 잘 발전시키고 유지해 온 나라다. 숙련공들이 다 은퇴하기 전에 그것을 데이터화해서 인공지능을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은 어디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 제조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걸 바탕으로 피지컬 AI를 하려는 것이다. 제조 강점을 살려 AI 1등 국가로 간다면 또 한 번 경제가 도약할 수 있다.” -인공지능 전환, AX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이 나타나고 청년들의 취업문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스타트업들의 혁신성과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능력을 많이 가진 기업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데이터를 잘 쓸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기술, 데이터 간 링크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들도 스타트업, 중소기업과 AX에서 협업을 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자신들의 역량도 점프업을 할 수 있다. 지금 인공지능 때문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바람에 청년 일자리에 약 5년간 일종의 죽음의 계곡이 닥쳐오고 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오히려 사람이 부족한 시대가 올 것이다. 아무리 AI가 들어가도 꼭 인간이 챙겨 봐야 할 부분에 인력들이 필요하다. 정부가 과감한 교육과 소득 지원을 해서 인공지능 공존형 일자리에 청년들이 대거 투입될 수 있도록 대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고통을 넘겨준 세대가 책임 있게 이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지난 4월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회의에서 ‘성장다운 성장, 포용다운 포용’이라는 화두를 던졌는데, ‘성장다운 성장’이란 뭘 말하는 건가. “5년간 150조원을 운용하기로 한 국민성장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처음에는 대기업들의 저리 대출 중심으로 설계가 됐는데, 50조원 정도는 혁신벤처의 스케일업 투자에 쓸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미 몇 개의 주요 유망 스타트업들에 국민성장펀드에서 지분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단기 부양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인적 자원의 육성,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제도들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성장다운 성장이다.” -AI 3대 강국 목표 실현을 위한 인재 육성 방안은 뭐라고 보나. “기존 교육을 완전 혁파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학교 이후 교육, 평생교육이 지금처럼 중요해진 적이 없다. ‘국민역량 기본계좌제’가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인출권이라는 게 시행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내일배움카드제가 있는데, 새로운 전직훈련을 할 때 교육비를 대주는 것이다. 이걸 발전시켜서 기본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재교육을 해주고 소득보장과도 결합시키자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종의 시민권처럼 1, 2년 정도는 먹고살 걱정 없이 재교육을 받게 해 주자는 제도다.” -AI는 생산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시장 집중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이룰 수 있으려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세 가지다. 첫째, 앞서 말한 국민역량 기본계좌제를 시행하고 둘째, 컴퓨팅 접근권도 보장해야 한다. 토큰(인공지능 사용단위) 경제 시대에는 AI의 연산능력에 대한 접근권에서부터 차등이 생겨난다. 당장 내년부터는 대학 학점이 학생들이 얼마나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부모로부터 많은 걸 물려받은 친구들은 AI 에이전트 몇 개씩 돌려 가며 토큰 사용에 아무런 부담을 안 느끼면서 쓸 거고 그렇지 않은 친구는 월정 유료 버전도 못 쓰는 일이 생길 거다. 마지막 세 번째는 대기업만의 인공지능 전환이 아니라 중소기업 AX를 정부가 지원해서 말단까지 우리 제조업의 강점을 확실히 살려 나가도록 하는 일이다.” -청년 신규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기득권 노조의 권리보호 위주에서 벗어나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기업들이 고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경기가 나빠졌을 때 해고를 못 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 도입했던 정리해고제가 지금 법에도 있지만 작동을 안 하고 있다. 이걸 사회적 논의에 부쳐 봐야 한다. AI 시대에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더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직무급·성과급으로 전환하지 않는 기업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사용자성 인정과 교섭 대상 여부를 놓고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근로조건의 격차를 원·하청 문제로 전가해 온 결과가 노란봉투법에 투영돼 있다. 이 문제를 사용자성에 대한 판정과 교섭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건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 노봉법이 완벽한 처방인가에 대해 여야 모두 같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동시에 왜 그런 극단적 처방으로 해결하자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영자도 돌아봐야 한다. 노봉법이 작동하려면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이 교섭에 함께 들어와서 단일교섭을 해야 한다. 그게 원래 취지였는데, 분리교섭 길을 열어 버렸다.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연대 의식을 발휘해야 노봉법의 정신도 산다. 지금은 다 빠져 있다. 심지어 하청노동자들에게 잘해 주면 우리 거 빼앗기는 거 아니냐고 하는 상황이다.” -2030세대는 지금 취업난으로 자산 축적 기회가 막혀 있다. 집을 사려면 대출도 막혀 있고, 치솟는 전월세 가격에 전세 매물까지 부족해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청년들에게 의자를 내줄 생각을 해야 한다. 청년이 인구의 30%를 넘는데 지금 국회에는 청년들의 발언권, 대표성이 3% 정도밖에 반영돼 있지 않다. 경제대국을 논하면서 청년 대표성이 민주국가 중 꼴찌권에 있다.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는 586세대들이 주름잡고, 국민의힘도 극우의 틀에서 청년들을 동원이나 하려고 한다. 청년들 위한다는 소리 그만하고 청년들의 대표성이 확연해지도록 국회 의석, 주요 의사결정 포스트에 의자를 내줘야 한다. 10개 중 3개는 내줘야 한다.” ■김성식 부의장은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민주화운동으로 두 차례 구속됐으나 1987년 이후 사면복권됐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부장, 나라정책연구원 정책기획실장을 거쳤다. 몸담았던 통합민주당이 신한국당과 합당한 뒤 18대 총선(2008년)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 관악갑에서 당선됐다. 2011년 당 혁신을 요구하며 탈당한 뒤 20대 총선(2016년)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재선됐다. 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 위원장을 지낸 보수·중도 성향의 경제정책통이다. 의원 시절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추구했다. 2025년 12월 이재명 대통령 직속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기용됐다. 박성원 논설위원
  • 신규 양수발전소 2곳 누가 품을까

    신규 양수발전소 2곳 누가 품을까

    정부가 올 하반기 신규 양수발전소 2곳 선정에 나서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총사업비 1조원이 넘는 대형 국책사업인 데다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커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농산촌 지역들이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15일 지자체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신규 양수발전소 사업자 공모를 진행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고자 1.25GW 규모의 양수발전 물량을 반영했다. 민간 기업에도 문이 열려 있지만 사업 특성상 공공기관 중심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경남에서는 하동·거창·합천·산청 4곳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하동군은 한국남부발전과 손잡고 옥종면 일원에 700㎿ 규모의 양수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김현수 군수는 최근 사업 예정지를 찾아 “하동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핵심 국가사업인 만큼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거창군은 가북면 우혜·용산리 일원을 후보지로 내세웠다. 군은 600㎿ 규모 양수발전소 유치를 공식화한 뒤 한국남부발전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범군민 유치운동, 주민설명회 등을 진행했다. 합천군은 봉산면 일원에 900㎿ 규모 오도산 양수발전소를 유치해 기존 두무산 양수발전소와 시설을 공동 활용하는 ‘쌍둥이 양수발전소’ 구상을 추진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협력하고 있다. 산청군은 700㎿급 양수발전소를 20여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축적된 기술력과 인프라, 주민 수용성을 바탕으로 유치에 나섰으며 한국남동발전과 상생협력 자매결연도 맺었다. 전북에서는 진안군이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진안군은 한국동서발전과 협력해 ‘수몰가구 제로’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민 이주와 보상 문제에 따른 갈등 요인이 없고 수년간 주민설명회와 동의 절차를 거치며 수용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 춘천, 옛 ‘MT 성지’ 강촌 250억 들여 재건

    강원 춘천시가 한때 ‘대학생 MT 성지’로 불리다가 20~30년 전부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강촌 재건에 착수했다. 시는 지난달 국토교통부 공모에 선정된 지역특화 도시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2030년까지 국비 150억원을 포함 총 250억원을 투입해 강촌을 생태와 감성, 문화가 어우러진 체류형 관광거점으로 조성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강촌의 관문인 옛 강촌역 일대에는 디지털 아트정원과 스카이워크로 이뤄진 상상정원 스테이션, 정원광장, 방문자지원센터가 만들어진다. 강촌 거리에는 가든스트리트, 강촌천에는 생태공원이 조성된다. 구곡폭포와 문배마을 일원에는 트리탑 탐방로와 전망휴게소, 생태정원 등이 들어선다. 또 국가철도공단 철도 유휴부지 활용 사업을 통해 옛 강촌역부터 신백양리역까지 이어지는 4㎞ 구간이 관광명소로 탈바꿈한다.
  • 엔비디아 AI칩 H200 중국 출하 시작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 H200이 미국 당국의 지난해 12월 승인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5월 방중 끝에 중국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제프리 케슬러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14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출하가 시작됐다며 “대중 수출은 최소한에 그쳤다. 수량은 매우 적다”고 밝혔다. 케슬러 차관은 청문회에서 중국으로 H200 수출 현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우리는 국가안보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상업적 거래에 대해서만 엄격한 요건을 전제로 면밀히 검토해 승인하고 있다”며 “중국으로 유입되는 고성능 칩의 양과 기술 수준을 철저하게 제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수출량이나 어떤 중국 기업이 구매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은 채 “미국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H200 및 유사 제품의 출하량이 매우 적다는 점”이라며 “칩의 양도 극히 소량이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 5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제이디닷컴 등 중국 주요 기술 기업 10곳을 대상으로 H200 구매를 허가한 바 있으나, 실제 통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수출이 확인된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4.3% 상승했다. 엔비디아의 칩은 전임 바이든 정부부터 도널드 트럼프 2기까지 미중 무역전쟁의 최전선에서 중국 수출을 두고 갈등의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미중 정상회담 직후 양국의 승인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 기조 때문에 엔비디아 H200 칩의 대중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확인한 바 있다. 
  • ‘세계유산 등재 1년’ 반구천 암각화,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뜬다

    ‘세계유산 등재 1년’ 반구천 암각화,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뜬다

    방문객 급증·외국인 관광객 신기록‘과학적 거점’ 세계암각화센터 건립관광 연결 ‘역사 문화 탐방로’ 조성XR 망원경 설치… 셔틀버스 운행1주년 기념 전시회·학술대회 개최암각화 문양 담은 ‘영원 우표’ 발행울산 울주군 대곡리 일원 반구천(행정 지명 대곡천) 3㎞ 구간에 자리한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고래, 고래사냥, 사슴, 호랑이, 사람 등의 모습이 새겨져 있어 지난해 7월 국내 석기시대 유산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울산시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와 ‘오래 머무르는 체류형 관광’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마스터플랜 및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반구천 일대는 세계유산 등재 직후 관광객 급증으로 기록적인 특수를 누렸다. 15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암각화박물관 방문객은 전년 대비 42.6% 증가한 11만 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관광객도 1051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런 흥행은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했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외곽 공영주차장을 신설하고 진입로를 정비했으며 교통 혼잡 해소를 위해 올해 4월부터 무료 순환버스를 도입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행정력을 쏟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방문객은 다소 줄었다. 올해 1~6월 누적 관람객 수를 집계한 결과 등재 전인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1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시는 최근의 관람객 감소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단기적 흥행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핵심은 ‘세계암각화센터’ 건립과 ‘체류형 역사 문화 탐방로’ 조성이다. 현재 국가유산청 주도로 건립 적정성 검토 용역이 진행 중인 세계암각화센터는 반구천의 가치를 연구하고 전시·관람·교육을 수행할 컨트롤타워다. 시는 이 센터를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2030년까지 암각화 보존 상태를 정밀하게 살피는 과학적 거점이자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적 상징물로 탄생시킬 계획이다. 동시에 반구천 일원 30만㎡ 부지를 활용해 기존의 일회성 관광을 체류형 관광으로 바꾸는 마스터플랜을 추진한다. 시는 2030년까지 총 17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주요 거점들을 촘촘하게 잇는 총연장 11.6㎞의 ‘역사 문화 탐방로’를 조성, 관람객들이 대자연 속에서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현재 반구천을 찾는 방문객들을 위한 관람 환경 개선 사업도 활발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도입이다. 시는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 1억 3000만원을 들여 인공지능(AI) 기반 확장현실(XR) 망원경 4대를 설치했다. XR 망원경은 육안으로 보기 어려웠던 바위그림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특정 그림을 조준하면 상세한 해설 화면을 실시간 제공한다. 또 스마트폰 ‘QR 코드 해설 안내 체계’를 도입해 문화관광해설사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고질적인 접근성 문제도 해결책을 찾았다.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7월 19~29일)를 전후해 주차난 해소와 편의 증진을 위한 ‘반구천 암각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순환 셔틀버스는 암각화 주차장을 시작으로 암각화박물관, 반구대 입구, 구량천전, 울산대곡박물관, 천전리 암각화 입구 등 핵심 정류소를 연결한다.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5일, 하루 총 8회 운행된다. 이 외에도 동매산 습지 경관 개선 사업을 통해 수변 마루와 수생식물 군락지를 조성했고 탐방로 구간에 공중화장실을 신설해 도보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울산 전역에서 다채로운 축제가 열린다. 우선 16일 울산시청 로비에서 시민 참여형 기념식을 개최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한다. 문화·전시 행사도 이어진다. 울산도서관에서는 8월 말까지 암각화 모형 및 관련 자료 전시회가 열린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지난 7일부터 내년 4월 25일까지 일정으로 기획전 ‘시간 저장소: 그날의 데이터’를 개최 중이다. 기획전은 1부(바위, 기록을 저장하다), 2부(기록, 시간을 풀어내다), 3부(시간, 다시 연결되다)로 나누어 암각화의 문양, 신라시대 명문, 1970년대 발견부터 세계유산 등재까지의 과정을 조명한다.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반구대포럼 주관의 ‘1박 2일 암각화 체험 프로그램’이 9월에 2차 행사를 진행하고, 10월에는 바위그림 그리기 대회와 플리마켓 등이 어우러진 ‘암각화 문화제’가 열린다. 9월 초순에는 대규모 탐방 행사가, 중순에는 국가유산청 주관의 ‘국가유산 미디어아트’가 대곡천 밤하늘을 수놓는다. 9월 중에는 프랑스 중학생들과 울산 지역 청소년들의 온라인 화상 교류 수업이 열려 청소년들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며 세계유산 공식 표지석 제막식도 거행된다. 행사의 대미는 11월 유에코(UECO)에서 열리는 ‘등재 1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장식할 예정이다. 이번 1주년 행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연계돼 시너지를 낸다. 시는 벡스코 행사장에 단독 전시 부스를 설치해 전 세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특히 17일에는 울산 유에코와 반구천 일원에서 전 세계 유산 관리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하는 ‘제8차 세계 현장관리자 포럼’이 열린다. 이들은 토론 후 직접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 현장을 답사할 예정이어서 울산의 독보적 문화 지형을 세계에 각인시킬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일상 속 기념을 위한 특별 굿즈도 출시됐다. 시는 남울산우체국과 협력해 반구천 암각화의 대표 문양과 전경 등 총 14종의 이미지가 담긴 ‘맞춤형 기념 우표’를 제작했다. 앞으로 우편요금이 인상돼도 계속 쓸 수 있는 ‘영원 우표’ 형태로 발행됐고, 가격은 전지 1장(14매) 기준 1만 800원이다. 시 관계자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기술적·기반적 관람 환경을 크게 개선했고 세계에 알릴 다채로운 장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일시적인 관람객 증감에 연연하지 않고 반구천 암각화를 누구나 깊이 즐길 수 있는 ‘열린 세계유산’이자 글로벌 문화관광 도시 울산의 핵심 축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 임금님처럼 더위 피해볼까

    임금님처럼 더위 피해볼까

    16일 무더위 쉼터로 개방된 서울 종로구 창덕궁 약방에서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과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는 이날부터 한달 동안 창덕궁 약방을 개방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합뉴스
  • 용산 나진상가, AI·ICT 거점 ‘환골탈태’

    용산 나진상가, AI·ICT 거점 ‘환골탈태’

    서울 용산전자상가 나진상가 17·18동 일대가 신산업 업무시설과 시민 개방공간, 입체보행 네트워크를 갖춘 복합거점으로 탈바꿈한다. 2027년 착공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15일 서울시는 전날 열린 제11차 건축위원회에서 ‘용산전자상가지구 특별계획구역8 신축공사’의 건축심의를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용산구 한강로2가 15-2번지 일대에 지하 9층~지상 26층, 연면적 약 15만 5000㎡ 규모의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 운동시설 등을 조성하게 된다. 대상지는 1969년 사용승인을 받은 나진상가 17·18동과 1988년 사용승인을 받은 용산주차빌딩 부지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통해 기존 전자상가의 산업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신산업 업무공간을 조성해 용산국제업무지구와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저층부에는 근린생활시설과 개방형 라운지 등 시민과 입주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고, 상부에는 신산업 업무공간을 조성한다. 또 청파로와 용산역을 잇는 공중보행로와 건물 내부를 연결하는 브리지를 설치해 보행 동선을 개선할 계획이다. 공공기여시설로는 공영주차장과 서울시 보훈회관이 들어선다. 연면적 약 2만㎡ 규모의 공영주차장에는 400면 규모의 주차공간과 자전거 관련 시설, 장애인콜택시 차고지 등이 조성된다. 서울시 보훈회관은 분산돼 있던 국가유공자와 보훈 단체를 한곳에 모아 공공서비스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명노준 시 주택실장은 “노후한 전자상가 일대가 보행·녹지공간과 미래산업 기반을 갖춘 새로운 도시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또다시 민간 인프라 겁박… 통항료는 하루 만에 철회

    트럼프, 또다시 민간 인프라 겁박… 통항료는 하루 만에 철회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국제 사회의 큰 혼란을 야기했던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는 하루 만에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에는 상황이 정말 심각해질 것이다. 이란의 발전소와 다리가 공격받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란 대표자들과 통화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이런 경고를 하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위협했는데, 3개월 만에 당시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재개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박살내야 한다”고 했다. 이란 원유 수출량의 90%를 처리하는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에 지상군을 투입해 점령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란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전쟁 초기와 같은 호전적인 태도를 다시 취하며 지상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양측이 전면전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는 최신 사례”라며 “발전소와 교량 파괴는 전쟁범죄로 간주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벼랑 끝 전술’로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며 “그는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더라도 강경한 위협을 협상 수단으로 자주 활용해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이날도 대화를 진행했다고 밝혀 물밑 협상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오고가는 선박들로부터 선적 화물 20%에 해당하는 통항료를 징수하겠다는 결정을 하루 만에 번복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중동지도자들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며 “미국의 20% 보상 수수료를 다양한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 체결할 무역 및 투자 협정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 번복으로 국제 해양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일단 사그라졌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은 이날 예고한 대로 대이란 해상 봉쇄도 단행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엑스에서 “중동 전역에 20척 이상의 전함과 수백 대의 군용기가 (봉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채 언제든지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장윤기, 범행 전 여고생 알았던 정황… 檢 “사실관계 확인되면 공소장 변경”

    장윤기, 범행 전 여고생 알았던 정황… 檢 “사실관계 확인되면 공소장 변경”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범행 전부터 피해자를 알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을 경찰이 발견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와 일면식 없다’고 했던 장윤기의 주장이 뒤집히는 근거가 나오면 공소장을 변경할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5일 광주경찰청에서 진행한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가 범행 훨씬 이전부터 피해자인 고 이채원(16)양을 일방적으로 알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을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런 정황은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공기계)에서 발견됐다. 다만 특별수사단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이양은 장윤기를 알지 못했지만, 장윤기가 이양을 계획적으로 노린 흔적으로 볼 만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살인 사건을 담당한 광산경찰서 수사팀도 이런 정황을 초기에 인지했지만 수사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특별수사단은 수사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 수사 과정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온 장윤기는 13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성범죄 목적의 범행을 인정했다. 한편 광주지검은 이날 기자단 간담회에서 “피해자와 일면식 없는 관계라던 장윤기의 주장이 뒤집히는 근거가 있다면 공소장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피해자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양형 요소의 중요한 자료 중 하나가 된다”며 “재판에 당연히 반영해야 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지검은 이날 광주경찰청 청장실과 부장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경찰 수뇌부로 수사를 전면 확대했다.
  • ‘일시 귀국’ 강경화 주미대사 “쿠팡, 생각보다 훨씬 오래가는 이슈”

    ‘일시 귀국’ 강경화 주미대사 “쿠팡, 생각보다 훨씬 오래가는 이슈”

    한미간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일시 귀국한 강경화 주미대사가 최근 쿠팡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과 관련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가는 이슈”라고 밝혔다. 쿠팡 문제가 한미 관계의 부담 요인으로 장기간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 대사는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그 이슈는 이슈대로 관리하면서 또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양 정상께서 합의한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좀 진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레벨에서 다양한 이슈들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강 대사는 이날 조 장관의 지시에 따라 일시 귀국했다. 강 대사는 19일까지 한미 관계 전반의 현안과 관련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업통상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과 만나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쿠팡 문제의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일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어 백악관 당국자도 “이재명 정부는 쿠팡을 콕 찍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미 의회와 행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3500억 달러(약 52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측은 한국의 투자 약속 이행이 더디다는 불만을 여러 차례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만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막판 조율을 위해 귀국했을 가능성도 있다. 강 대사는 “우리 산업부와 미 상무부가 계속 협의를 이어 나가고 있다”며 “저희는 아무래도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하는 프로젝트를 발굴하려고 하다 보니까 조금 더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강 대사는 “한미 간에는 워낙 관계가 촘촘해 이슈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 세계 1등 한국 반도체? 살얼음판 위 성과일 뿐… 혁신을 육성·보호하라 [창간 인터뷰]

    세계 1등 한국 반도체? 살얼음판 위 성과일 뿐… 혁신을 육성·보호하라 [창간 인터뷰]

    지금, 위기임을 모르는 것도 ‘위기’한국, 경쟁력 밑천인 소부장 약해미·일·유럽 없인 반도체 제조 멈춰정부가 혁신기업 육성 적극 나서야반도체 패러다임 바꿀 새 기술 선봬건설에 비유하면 주택 아닌 ‘아파트’ 유리·플라스틱 위에도 올릴 수 있어에너지 수요 대비 태양광 연구 박차혁신, 지옥·천당행 몰라도 나아가는 것기득권·경력직만으론 이룰 수 없어신입을 기술자로 키우며 함께 나가야R&D, 비중 재지 않고 ‘매출보다 더’황철주(66) 주성엔지니어링(이하 주성) 회장은 인터뷰 내내 통념을 뒤집었다. ‘세계 최고’ 찬사 속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사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이 취약한 ‘살얼음판 위 1등’이라고 했다. 이를 타개할 길은 ‘혁신’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찾은 대표 혁신기업인 주성의 용인 연구·개발(R&D)센터 건물 곳곳에는 ‘혁신·1등·성공은 먼저 더 잘한 결과’, ‘먼저 하면 혁신, 늦게 하면 고생’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황 회장은 기득권의 힘과 경력직 전문가만으로 혁신은 힘들다고 강조했다. 혁신 기업은 신입사원을 기술자로 키우며 길게는 수십 년의 실적 정체를 참아내 열매를 얻는다고 했다. 정부가 미래를 위해 혁신 기업을 육성·보호하길 제언했다. “혁신이란 한 발 앞이 지옥인지 천당인지 모른 채 내딛는 것”이라고 정의한 황 회장에게 반도체 산업의 미래, 소부장 경쟁력, 세계 최초 기술, 정책의 역할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위치는. “한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은 세계 1등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반도체 제조 기술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소부장은 경쟁국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어느 나라가 반도체 선진국인가. “장비 회사로만 본다면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이다. 유럽은 ASML이 있고 미국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이 있다. 일본은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에만 집중돼 있다. 반대로 보면 이들 국가가 소부장 분야에서 수출을 1%라도 끊으면 한국 반도체 제조는 올스톱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살얼음판을 걷는 세계 1등이다. 우리에게 시장이, 원천 기술이, 힘이 있는가. 히든카드도 없다. 이 위기를 심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위기다.” -정부든 기업이든 대응할 때를 놓쳤다는 의미인가.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00% 원자재를 수입하고, 그중 하나라도 수입을 못하면 반도체 제조 시설이 위태롭다. 재료가 없다면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뭘 할 수 있겠나.” -회사 벽 곳곳에 붙은 문구들이 혁신을 강조한다. “혁신이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기능과 기술과 혁신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지식과 기술도, 기술과 과학도 구분이 안 된다. 어렴풋이 ‘혁신이 중요하니 혁신하자’고 얘기하는 상황이다. 혁신을 정의한 사람도 없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과학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 과학은 새로운 기준과 법칙을 만든다. 기술은 이를 바탕으로 상품과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기술이다. 과학자가 기술자를 보며 답답해하고, 기술자는 과학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바라보곤 한다. 과학과 기술이 힘을 합쳐 새로운 상품과 제품을 만들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지 서로 대립해선 안 된다. 러시아의 경우 과학은 세계 1등이지만 기술 산업 국가는 아니다. 러시아의 수출 품목은 대부분 천연자원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자원이 하나도 없지만 수출은 상위권이다. 기술 인프라가 있어서다. 기술과 과학이 협력하는 시스템이 돼야 우리나라가 기술 강국이 된다.” -기술 얘기가 나왔으니 주성의 원자층박막성장(ALG)이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반도체 기술은 건설에 빗댈 수 있다. 80여 년간 반도체 기술은 같았다. 처음에는 100평 땅에 단독주택 집을 하나 지어서 1억에 파는 식이었다. 그러다 집값이 5000만원으로 떨어지니 100평 땅에 집을 2채 지어서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에 팔았다. 또 집값이 떨어지면 4채, 그다음 8채, 16채를 지었다. 이게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주기적으로 배가된다)이다. 나중에는 100평 땅에 단독주택을 수천 채를 지어야 하니 집이 매우 좁아졌고, 나노(10억분의 1m) 단위까지 작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해졌다. 이건 개선이지 혁신은 아니다. 사실 100평에다가 100층짜리 아파트를 지어서 (큰 집) 100채를 공급하면 훨씬 큰 이익을 얻지 않겠나. 주성의 ALG는 단독주택 100채가 아니라 아파트 한 동을 짓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단결정 실리콘 위에서만 트랜지스터 채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5족 화합물 반도체 ALG 기술은 실리콘 위에서 채널 형성을 하여 집 지을 수 있고 유리, 플라스틱 등 위에서도 채널을 형성해 집을 지을 수 있다.” -ALG 상용화는 언제쯤인가. “아마 3~5년 걸리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메모리가 서울에 있는데 로직(연산 칩)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격이다. 서로를 연결하려면 서울에서 LA까지 가야 한다. ALG 기술을 적용하면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지 않고, 엘리베이터와 같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면 된다.(현재는 메모리 칩과 연산 칩이 분리돼 있어 별도의 연결 구조가 필요하나 ALG 기술을 통하면 연산 칩 위에 바로 메모리 칩을 쌓을 수 있어 지연시간과 전력소모가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 -주성은 태양광 기술에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다. 그러나 에너지가 없으면 인류는 꼼짝 못한다. AI 데이터센터 등이 확산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데, 가장 빨리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는 태양광이다. 피지컬 AI 시대에는 새로운 태양광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태양전지 부문에서 양산성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효율을 지속적으로 경신하고 있다. 향후 융복합 기술을 바탕으로 35% 이상 효율 구현이 가능한 차세대 태양전지 탠덤 HJT와 페로브스카이트 장비와 3-5족 태양광 기술을 시장에 최초로 선보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이런 혁신이 가능하려면 R&D 투자 비중은 얼마나 되나. “우리는 R&D 비중을 정하지 않는다. 매출액보다 더 많은 연구비를 투자할 수도 있다. 그래야 세계에서 1등을 할 수 있다. 계획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이 시장이 언제 열릴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하면 혁신이고, 늦게 하면 고생일 뿐이다. 고생이 아니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는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투자도 혁신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엔비디아는 우리 회사와 같은 해(1993년)에 시작됐다. 그리고 성장 정체구간을 견뎌 혁신기업이 됐다. 그 사이 국가는 혁신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혁신기업 보호·육성책은 어떤가. “우리는 한 정권 내에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또 인재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현장, 즉 어렵고 힘든 일이나 리스크가 큰 일을 피하는 듯하다. 그러니 기술자보다 기능인이 많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전문 경영인(CEO)은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하니 혁신이 쉽지 않다. 능력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 문제다. 주성은 학력과 전공을 불문하고 신입사원만 뽑는다. 이들을 기술자로 육성해 세계 1등을 하고자 한다. 혁신을 위해 경력직원보다 (신입사원을 잘 육성한)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기업을 이끄는데도 벤처기업인 같은 느낌이 든다. “혁신은 목표는 있어도 시간적 계획을 세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장은 혁신의 크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만드는 것이고 (신기술을 사회가 원할 때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혁신의 성공은 시장이 만들지만 그 시장이 언제 올지 예측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한 발짝 앞이 지옥인지 천당인지 모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것을 만든다. 이런 혁신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우리는 혁신에 (목표를 꼭 이뤄내야 한다는) 신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요구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인내가 따르고 혁신은 언제 올지 모른다.” -‘AI 거품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AI 거품론은 과장된 것 같다. AI는 배우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하지만 쓰이는 분야와 양도 엄청 많아진다. AI가 스스로 배우는 만큼 쓰임새도 많아지니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수준의 90%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쫓아올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이후 99%까지는 생각보다 추격 속도가 떨어질 것이다. 사회주의의 거버넌스와 자본주의의 거버넌스에는 차이가 있어서다.” ■ 황철주 회장은 ▲1959년 경북 고령 출생 ▲인하대 공과대학 졸업, 인하대 명예 공학박사 ▲네덜란드 ASM 근무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설립 ▲제9·10대 벤처기업협회 회장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초대·3대 이사장 ▲제20대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일운과학기술재단 이사장 ▲대한민국기술대상 금탑산업훈장, 벤처기업대상 철탑·은탑산업훈장, 무역의날 산업자원부장관 표창, 벤처기업대상 과학기술부장관상, 특허기술상 대상 충무공상 등 수상
  • 주민 일상 든든히 챙긴 중구…서울 자치구 중 지자체 합동평가 ‘1등급’

    주민 일상 든든히 챙긴 중구…서울 자치구 중 지자체 합동평가 ‘1등급’

    서울 중구가 ‘2026년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47개 지표의 달성률을 2024년보다 2%포인트 끌어올리고 노력도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합동평가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국가 위임사무와 국고보조사업, 국가 주요시책 등의 추진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행안부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목표달성도와 노력도에 따라 25개 자치구를 1~4등급으로 나눠 평가한다. 지난해 동안 추진한 성과를 기준으로 이뤄진 평가에서 구는 총점 95.17점을 얻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고 등급을 기록했다. 정량지표 달성도는 85점 만점에 80.97점, 정성기여도는 5점 만점에 4.20점이 나왔다. 47개 정량지표 달성률은 91.50%로 전년 89.50%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구는 안전·복지·일자리·환경·보건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체계 구축·운영 ▲노인일자리 운영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주민 1인당 재활용가능자원 분리배출 ▲온실가스 감축 ▲결핵·치매 관리사업 등 여러 지표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구의 정책 2건은 시 우수사례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표 축제인 ‘정동야행’에서 방문객에게 다회용기를 제공해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이다. 구는 부서 간 협업과 체계적 실적 관리도 1등급 달성에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구는 부구청장 주재 보고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추진 상황을 살피고 합동평가 추진계획 수립부터 부서별 실적 점검, 담당자 교육까지 이어가며 평가 대응 역량을 높였다. 이런 노력은 노력도 부문 10점 만점으로 이어졌다. 구는 내년에도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표별 추진 상황과 실적을 촘촘히 관리할 계획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1등급 달성은 모든 부서가 한마음으로 주민을 중심에 두고 행정을 펼친 결과”라며 “앞으로도 주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 추진해 더욱 살기 좋은 중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 李대통령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제적 대비할 것”…오송 참사 3주기 추모사

    李대통령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제적 대비할 것”…오송 참사 3주기 추모사

    이재명 대통령은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3주기인 15일 “국가의 제1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임을 잊지 않겠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북도청에서 열린 3주기 추모식에서 전성환 경청통합수석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3년 전 오늘, 우리는 너무도 소중한 열네 분의 생명을 떠나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감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그날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계신 유가족과 피해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 위기는 일상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미리 막는 예방 중심의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제적인 대비를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지하차도와 하천 주변, 산사태와 침수 위험지역을 비롯한 재난 취약지역을 철저히 점검하고 위험이 감지되는 즉시 통제와 대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빈틈없이 갖추겠다”고 했다. 이어 “현장의 작은 이상 징후 하나도 가벼이 넘기지 않고 관계기관이 책임 있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또 “국가의 제1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임을 잊지 않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평범한 일상을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실 수 있도록, 아침에 집을 나선 이들이 저녁이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송참사는 집중호우가 내린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물로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지난해까지 추모식은 유가족·생존자협의회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가 올해부터는 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했다.
  • 종합특검, 양평 고속도로 변경 의혹 원희룡 전 장관 압수수색

    종합특검, 양평 고속도로 변경 의혹 원희룡 전 장관 압수수색

    3대 특검의 잔여 의혹을 수사하는 종합특별검사(특별검사 권창영)팀이 15일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과 관련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이날 원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특검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출석요구서를 전달했고, 현재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도 했다. 원 전 장관은 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는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일가를 위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윗선이 개입해 사업 자체를 백지화했다고 보고 있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2023년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며 종점 노선을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옮겼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대안 노선 등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최종 노선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원 전 장관은 그해 7월 6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마친 뒤 그동안 추진하던 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어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한다”며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했던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양평고속도로 변경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김모 국토부 서기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원 전 장관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못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은 국가재정법과 도로법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법조문을 살펴보면 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저는 이러한 무리한 수사와 부당한 법 적용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전 부서 들고 일어난 인권위…궁지에 몰린 안창호 위원장

    전 부서 들고 일어난 인권위…궁지에 몰린 안창호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처 전체 부서가 일제히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간부들의 집단 보직 사퇴로 촉발된 내부 반발이 결국 전체 부서로 번지면서, 안 위원장은 조직 내부로부터 사상 초유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인권위 인권교육운영과 직원 8명은 15일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위원장님께서 조직 내 신뢰를 잃으셨다는 사실은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며 “위원장님이 계셔야 할 자리는 더 이상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가 인권교육에서 이야기하는 그 자리에 서 있습니까”라며 “직원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노력과 신뢰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위원장님의 용퇴야말로 무너진 국가인권위원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위원회를 다시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지난달부터 안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7월 인사를 앞두고 지난달 김재석 군인권보호총괄과장, 박광우 차별시정총괄과장 등 고위급 간부 6명이 보직 반납을 선언한 것에 이어 지난 8일부터는 부서 차원의 첫 사퇴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인권교육운영과 명의의 게시글이 내부망에 게재되며 6개 지역사무소를 포함한 인권위 전체 30개 부서가 안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전원위원회에서 벌어진 ‘윤석열 방어권’ 안건 처리 논란 이후 이같은 움직임은 더 거세졌다. 이숙진·오영근 등 5명의 위원은 지난 10일 해당 방어권 권고를 백지화하고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안건을 냈지만, 13일 회의에서 위원들 간 거센 공방전이 이어진 끝에 안건 상정은 끝내 무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도 이날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편파적으로 인권위를 운영해 온 안창호 위원장은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노조는 “안 위원장은 ‘모든 사람의 인권 보호’를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특정 내란 세력만 특별 대우하고자 했다”며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로 인권위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반인권적 업무 지시로 국가인권기구로서의 대내외 신뢰를 실추시킨 안 위원장이 인권위 정상화를 위해 결자해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 K9 자주포 ‘대수술’ 요구하는 스페인…“다 뜯어고치란 얘기” 지적 나온 이유 [밀리터리+]

    K9 자주포 ‘대수술’ 요구하는 스페인…“다 뜯어고치란 얘기” 지적 나온 이유 [밀리터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가 스페인 현지 생산 추진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났다. 스페인 안보 전문 매체 에스쿠도 디히탈은 14일(현지시간) “K9을 ‘스페인식으로’ 만들라는 정치적 요구가 한화에어로에 기술적인 도전 과제를 안겨줬고 한국 업체는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스페인 최대 방위산업 기업 인드라와 K9 자주포 현지 생산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해당 계약에 스페인 중기계 전문기업인 사파 플라센시아(이하 사파)가 합류했고 사파는 K9 생산 과정에서 중대형 변속기를 핵심 부품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에스쿠도 디히탈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서 ▲한화에어로는 K9 모델의 핵심 기술과 궤도형 장갑차 플랫폼 이전 ▲인드라는 국내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최신 디지털 시스템, 지휘통제 소프트웨어, 첨단 사격 통제 시스템을 통합 ▲사파는 K9 자주포의 핵심 부품인 중대형 변속기의 독점 공급을 맡을 예정이다. 문제는 K9 자주포가 이미 전장에서 ‘실력’을 입증한 미국 앨리슨의 변속기를 장착한 상태라는 사실이다. K9 자주포는 독일 MTU의 MT881 Ka-500 디젤엔진과 미국 앨리슨의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고 해당 조합은 국내는 물론 핀란드와 노르웨이, 폴란드, 호주 등 여러 수출국에서도 신뢰성을 입증했다. “사파의 요구, 정치적 동기 강하다”만약 스페인이 변속기의 국산화와 사파 독점 공급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K9 자주포는 ‘대수술’에 버금가는 재설계에 직면할 수 있다. 에스쿠도 디히탈은 “변속기 교체는 엔진 관리 시스템(동력 흐름), 차체 내부 구조, 냉각 시스템,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의 전면적인 재설계를 수반한다”면서 “사파의 요구는 기술적이기보다는 정치적 동기가 더 강하다는 의혹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파의 소유주인 호킨 아페리바이는 한화에어로의 파트너사인 인드라의 지분 약 8%를 보유한 이사회 주주다. 사파가 인드라를 자극해 자사의 변속기를 K9 자주포에 탑재하도록 압박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에 스페인 국방부의 정책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 정부는 대규모 방산 사업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이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가기보다 자국 기업과 산업 생태계에 돌아가야 한다는 ‘산업 주권’과 ‘국방 자립’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업계에서는 변속기의 성능과 신뢰성, 개발 위험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기술적 판단보다, 지역 정치와 자국 산업 육성이라는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 군인들도 불만 터뜨린 사파 변속기K9 자주포에 사파 변속기를 장착할 경우 현지 군인들의 불만을 살 가능성도 있다. 에스쿠도 디히탈에 따르면 사파 변속기를 장착한 스페인군의 차세대 ‘드라곤 장갑차’와 ‘카스트로 공병장갑차’는 심각한 성능 미달과 지속적인 고장을 일으켰다. 특히 드라곤 장갑차의 경우 많은 군인이 ‘몬드라곤’(MONDragón)이라고 조롱할 정도다. ‘몬드라곤’은 드라곤 장갑차와 괴물·원숭이 등의 단어 약자인 ‘MON’을 합성한 것이다. 스페인 국방부는 2024년 당시 드라곤 장갑차 개발·생산 컨소시엄에 참여한 인드라·사파 등의 경영진을 불러 사파 변속기 문제 등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최전선 작전 지휘관은 매체에 “알메리아 지역에는 21억 유로 상당의 드라곤 장갑차 수십 대가 서 있지만 차체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변속기가 오작동한다는 이유로 어떤 임무에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난감한 한화에어로의 대안은?미국 방산업계도 혼란스러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파 변속기가 공급될 경우 시장을 잃게 될 앨리슨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폴란드와 노르웨이, 인도, 이집트, 호주 등에 “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100% 성능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수출해 온 한화에어로는 K9의 명성이 훼손될 수 있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에스쿠도 디히탈은 “현재 한화에어로는 운용 신뢰성과 고장 없이 달릴 수 있는 평균 거리(MDBF) 핵심 신뢰성 지표를 면밀히 살펴볼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화에어로는 스페인 시장에 진출하고 나아가 인드라와 협력해 중남미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지 조건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초기 시제품에서 사파 변속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스페인 컨소시엄 측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9 자주포는 1990년대 초 북한의 장사정포 전력에 대응하고 노후화된 K55 자주포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이 시작됐으며 차체와 포탑, 사격통제장치, 현수장치 등 대부분의 핵심 기술은 국내에서 개발됐다. 미국 유력 군사 전문지인 19포티파이브는 지난 9일 “한국의 K9 자주포가 포병 분야에서 미국과 독일을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K9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된 궤도형 곡사포로 11개국에서 운용 중이거나 주문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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