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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국가채무 60% 적절… 코로나 피해 선별 지원을”

    “한국 국가채무 60% 적절… 코로나 피해 선별 지원을”

    “(국가채무비율은) 60% 정도가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측면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보인다.” 나랏빚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지는 많은 연구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논쟁 대상이다.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인 ‘GDP 대비 채무비율’을 주로 보는데, 이 비율이 어느 정도가 괜찮은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40%를 마지노선으로 여겼으나 지난해 무너졌다. 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 미션단’은 ‘60%’를 제시했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아태국 부국장보 겸 한국 미션단장은 28일 국내 취재진과 가진 화상 기자회견에서 “한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도 최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국가채무 수준은 없다”면서도 “한국의 재정준칙 안에 포함돼 있는 GDP 대비 60% 정도가 적절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韓 재정준칙 지지… 지금은 돈 더 풀 때”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국가채무는 GDP의 60% 이내, 재정 적자 비율은 GDP 대비 -3%(통합재정수지 기준) 이내’로 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IMF도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에 재정준칙을 명문화하는 입법예고까지 마쳤지만, 여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GDP 대비 채무비율은 4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60%까진 아직 여유가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 몇 년간 급격하게 이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기 위해 당분간 적자 재정을 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기재부의 ‘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GDP 대비 채무비율은 올해 43.9%로 상승한 뒤 2022년(50.9%) 50%를 돌파하고 2024년 58.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IMF는 “지금은 돈을 더 풀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발표문을 통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적인 지원을 늘리고,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공공투자 계획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향후 몇 년간 점진적인 재정건전화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추가 완화 여지 IMF는 통화정책도 추가 완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바우어 단장은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리스크보다 크다고 본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낮추고 8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대신 IMF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같은 보편적인 지원엔 선을 그었다. 바우어 단장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 중이긴 하나 불균등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직에서 많은 실직이 발생하고 대면 서비스업 피해가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정은 회복이 더디거나 피해가 심각한 부분을 선택적이고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홍남기 “곳간지기, 국민이 요청한 의무”…정치권과 힘겨루기 계속될 듯

    홍남기 “곳간지기, 국민이 요청한 의무”…정치권과 힘겨루기 계속될 듯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과도한 국가채무는 모두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이다.” “나라 곳간지기 역할은 기재부의 권리, 권한이 아닌 국민이 요청한 준엄한 의무, 소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평소보다 강한 어조로 재정당국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의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질타에 우회적으로 반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손실보상 법제화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정치권과 재정당국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평소보다 장문의 글을 페북에 올린 홍 부총리는 상당 부분을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에 대해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지난해 적자국채 발행이 104조원, 올해 93조 5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채무 총액 역시 내년 사상 첫 1000조원(2019년 결산 기준 699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보다 낮은 건 사실이지만, 증가 속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의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2024년 GDP 대비 채무비율은 59%(지난해 43.9% 전망) 내외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입법적 제도화와 관련해 재정당국으로서 어려움이 있는 부분, 한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국민에게) 알려드리고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수준의 손실보상 제도 도입엔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전국민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선별 지급이 옳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홍 부총리는 “4차 지원금 지급 문제에 대해선 향후 방역상황, 피해상황, 경기상황, 재원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지급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국제금융기구나 연구기관 분석대로 선별지급이 보다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홍남기 “자영업자 손실보상, 가보지 않은 길…깊이 검토”

    홍남기 “자영업자 손실보상, 가보지 않은 길…깊이 검토”

    “가능한 한 도움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재정은 최후의 보루지만 화수분 아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 영업제한 손실보상 제도화에 대해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22일 페이스북에 글린 글에서 “혹여나 입법적 제도화와 관련해 재정당국으로서 어려움이 있는 부분, 한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고 조율하는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손실보상 제도화를 언급했으나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해외에선 법제화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이에 정 총리가 기재부에 제도화 검토를 공식 지시한 뒤 나온 홍 부총리의 첫 언급이다.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해 손실보상 법제화 검토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로 김 차관의 발언 이후 일어난 논란에 대한 일종의 ‘수습’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영업제한 손실보상에 대한 입법적 제도화 문제와 관련해 이미 몇몇 의원이 입법 초안을 제시한 상태이기도 해 기재부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점검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았다”며 “제도화 방법은 무엇인지, 외국의 벤치마킹할 입법사례는 있는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하면 되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소요 재원은 어느 정도 되고 감당 가능한지 등을 짚어보는 것은 재정당국으로서 의당 해야 할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손실보상 법제화와 관련한 재정 당국의 어려움으로 재정 부담 문제를 짚었다. 그는 “재정이 국가적 위기 시 최후의 보루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라며 내년 국가채무 총액이 1000조원을 돌파하는 것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의 아픔을 최대한 헤아려 영업제한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이 바람직” 한편 홍 부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에 대해 “3차 피해지원대책 집행이 지난주부터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일단 이 지원대책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후 4차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방역상황, 피해상황, 경기상황, 재원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지급이 불가피하더라도 국제금융기구나 연구기관 분석대로 선별지급이 보다 효율적이고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코로나로 멍든 2020 경제 성적표 받아 보니…

    코로나로 멍든 2020 경제 성적표 받아 보니…

    ●추경 4번에… 나랏빚 826조 정부, 총지출 57조 늘어나 501조원코로나 충격에 법인세·부가세 급감작년 11월까지 재정적자 100조 육박코로나19로 재정 지출이 크게 늘었지만 세금은 덜 걷히면서 지난해에만 11월까지 나라 살림이 100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나랏빚도 한 달 새 13조원 넘게 불어나며 820조원을 넘어섰다. 12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1월호)을 보면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은 267조 8000억원에 그쳐 1년 전보다 8조 8000억원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큰 충격을 입으면서 법인세(-16조 4000억원) 감소폭이 특히 컸다. 부가가치세(-4조 1000억원)와 관세(-1조원), 교통세(-6000억원) 등도 덜 걷혔다. 다만 소득세(8조 5000억원)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 등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 실적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은 95.7%로 전년(94.3%)에 비해 1.4%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은 501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조 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11월에만 전년 같은 달 대비 6조 9000억원 늘어난 32조 6000억원이 지출됐다. 영유아 보육료 지원과 구직급여 등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보통교부세 등이 집행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1~11월 누계)는 63조 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조 9000억원 적자)보다 무려 9배 가까이 적자 규모가 커졌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8조 3000억원 적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면서 11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한 달 전보다 13조 4000억원 늘어난 826조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한 이후에도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2019년 말(699조원)과 비교하면 11개월 만에 127조 2000억원 증가했다.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은 12월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연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당초 전망한 수준 내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4차 추경 당시 재정전망을 통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118조 6000억원 적자, 연말 기준 국가채무는 846조 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연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오는 4월 회계연도 결산 때 발표된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韓 수출 선방에… GNI, 伊 제칠 듯 1인당 국민소득 줄었지만 순위 상승관광대국 이탈리아 코로나 충격 큰 탓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주요 7개국(G7,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중 하나인 이탈리아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1000달러 수준으로 줄었지만 코로나19 피해를 크게 입은 이탈리아의 경제지표가 더 많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목 GNI는 전년(3만 2115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3만 1000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질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다 명목 성장률마저 0% 초반대로 낮아지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당 GNI 순위는 올라갈 것으로 관측됐다. 세계은행(WB)이 직전 3년간 평균 환율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이탈리아의 1인당 GNI는 3만 4530달러로 같은 해 한국(3만 3790달러)을 근소하게 앞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이탈리아의 명목 성장률을 한국(0.1%)보다 크게 낮은 -7.9%로 전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탈리아의 1인당 GNI는 한국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는 경제에서 관광을 비롯해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수출 중심의 한국보다 코로나19 타격을 더 크게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는 지난해 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로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전망”이라며 “1인당 국민소득 또한 사상 처음으로 G7 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아직 지표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런 예측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1인당 GNI가 G7으로 불리는 주요 선진국 중 하나를 넘어서는 첫 사례가 된다. 한국의 경제 규모 순위도 올라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는 1조 5868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10번째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12위)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전년도에 한국보다 앞섰던 브라질과 러시아는 각각 12위와 11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연말 도로 공사 예산, 달리 쓰일 순 없나/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연말 도로 공사 예산, 달리 쓰일 순 없나/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평소 제2자유로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보통은 광역버스가 출발할 때 눈을 감았다가 도착하면 뜬다. 간혹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버스가 급정지, 급회전을 하거나 평소와 달리 밀릴 때 눈이 떠진다. 지난 연말에 이런 일들이 잦았다. 사고가 났나 싶어 눈을 뜨면 대개는 공사 중이었다. 이런 현상은 출장 길에도 이어졌다. 서울을 빠져나갈 때부터 시작된 공사는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로 이어졌다. 공사 중이라 차선이 줄어들기 일쑤였고, 거북이걸음을 해야 하는 시간도 그만큼 늘었다. “연말 예산낭비 1순위” 운운할 생각 없다. 새해 벽두부터 ‘지적질’에 나설 생각도 없다. 다만 시대가 변한 만큼 예산 운용에 대한 접근을 좀 달리 해 보자고 제안하는 거다. 지난해는 정말 특별했다. 코로나19 탓이다. 국가채무가 사상 최대라는 식의 보도가 나와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성 빈혈에 빠진 민간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양은 당연해 보였으니까. 그래도 불요불급한 공사였나 하는 의구심은 들었다. 대개의 공사들은 멀쩡한 곳을 뜯거나, 시급하지 않은 보수 수준에 머문 것들로 보였다. 이런 식이라면 다른 공공 분야에 돈을 풀었어도 경기 회복의 마중물 노릇을 하는 건 마찬가지였을 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선은 항상 최선을 향해 있어야 한다. 지역관광활성화가 그중 하나다. 코로나의 습격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여행 업체와 기관, 단체들마다 우리가 관광 대국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지역관광활성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은 그런 말을 듣기 어렵다. 여행업계는 빈사 상태고 당국은 이들을 추스르는 것만으로도 허덕대는 실정이다. 이상론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지금이 지역관광활성화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내국인의 국외여행 수치가 ‘제로’로 수렴되면서 국내 여행에 관심을 갖는 국민들이 늘었다.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이 빚어낸 현실이긴 해도 국민들의 시선이 국내 여행지에 쏠려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더 오래, 더 강하게 붙잡아 둘 방안들을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 코로나19 이후 국민 대다수의 시선이 해외로 옮겨 갈 걸 예상한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숙소를 예로 들자. 우리 주변엔 적은 투자로도 위험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설비들이 있다. 완강기, 제세동기 등이 그렇다. 숙소에 완강기만 제대로 갖춰져도 화재로 인명을 잃는 일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런 장비들이 온전히 갖춰진 숙소는 그리 흔하지 않다. 낡은 구명조끼를 새것으로 바꾸고 수납공간을 눈에 잘 띄도록 여객선을 개조하는 일, 장애인 등 관광 약자를 위해 시설물을 개선하는 일, 문화재청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벌이고 있는 문화재 안내판 교체 사업 등도 비슷하다. 불요불급한 도로 공사에 쓰일 예산을 조금만 줄여 이런 곳에 투자하면 지역관광 기반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문제는 결국 동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예산은 약 6조 8000억원이다. 7조원(2008년 예산 7조 8132억원 및 국회 ‘2021년도 국토교통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총지출 규모’ 자료 중 도로 부문을 참조한 추정치)을 훌쩍 넘기는 한국도로공사의 1년 예산에도 못 미친다. 이 돈으로 지난해 대비 11.2%나 증가한 약 1조 5000억원을 관광 분야에 편성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올해도 코로나19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정부의 수혈도 연중 이어질 텐데 이전과는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봐야 하지 않나 싶다. 부처 간 경계가 엄연한 상황에서 예산 전용이란 이상이나 관념에 불과하다는 거 잘 안다. 그래도 한번쯤 시도는 해 봤으면 좋겠다. 국무총리 산하 생활SOC추진단도 있고 국무조정실도 있지 않나. 방법을 찾자면 전혀 없지는 않다. angler@seoul.co.kr
  • 나랏빚 813조 ‘최대’… 10월 세수 늘어 재정적자는 소폭 감소

    코로나19로 미뤄지던 세금 납부가 올 10월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100조원이 넘던 관리재정수지(정부의 실질 재정 상황을 보여 주는 지표) 적자 규모가 90조원대로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파로 나랏빚이 사상 최대인 813조원에 육박했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12월호’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우리나라 총수입은 55조 2000억원으로, 국세·세외·기금수입이 모두 늘면서 전년 동월 대비 8조 5000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국세 수입은 39조 1000억원으로 법인세(-4000억원)를 제외하고 소득세·부가가치세·교통세·관세 등 모든 항목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세만 놓고 보면 코로나19에 대응한 세정 지원으로 이월됐던 세금이 납부되고 근로자 명목 임금이 상승하면서 지난해보다 4조 1000억원이 더 걷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10월 누계 총수입은 3조 3000억원 늘어난 409조 5000억원을 기록했다. 10월 한 달 총지출은 33조 7000억원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4차 추경 집행으로 전년보다 2조 1000억원이 늘었다. 1~10월 누계 총지출은 50조 9000억원 증가한 468조 5000억원을 기록해 여전히 누계 총수입보다 누계 총지출이 많은 적자 상황이 이어졌다. 다만 10월 국세 수입 증가의 영향으로 누계 관리재정수지는 전월(-108조 4000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90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 10월 말 기준 국가채무 역시 4차 추경 여파로 9월 말 기준보다 12조 6000억원 증가한 812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나랏빚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앞서 정부는 4차 추경까지 포함한 올 한 해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규모는 118조 6000억원, 국가채무는 846조 9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558조원이라는 슈퍼 예산이 편성된 탓에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확정안에 따른 내년도 국가채무는 956조원으로 전망됐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코로나 예산에 끼워넣은 SOC 5000억… 또 반복된 ‘지역구 챙기기’

    코로나 예산에 끼워넣은 SOC 5000억… 또 반복된 ‘지역구 챙기기’

    쪽지예산 여전… 100여건 사업비 증액‘뉴딜삭감’ 외친 국민의힘 수십억 챙겨3차 재난지원금은 ‘3조+α’ 책정될 듯나랏빚 3조 5000억원을 추가로 더 낸 내년도 ‘슈퍼예산’(558조원)에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와 관련된 쪽지예산도 수두룩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만 당초 정부안보다 5000억원 늘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때마다 국가채무가 늘어난다고 질타하면서도 본인들 지역구 챙길 땐 입 닫는 이중적 태도가 이번에도 드러난 것이다. 3일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안보다 예산이 증액된 지역 도로와 철도 사업이 총 100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지역구 의원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찔러 넣은 쪽지예산 정황이 다수 보였다. 우선 함양~울산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3155억원에서 3327억원으로 172억원 증액됐다.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사업도 예산 112억원이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세종을) 의원은 이날 블로그에 ‘세종시민 여러분에게 드렸던 약속이, 이를 지키고자 들였던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로 나타나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홍보했다. 월곶~판교 복선전철 사업 예산 역시 정부안(660억원)보다 18.2%(120억원) 늘어난 780억원으로 증액됐다. 국민의힘 김은혜(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은 “기존 정부안은 분당·판교 주민들의 시급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증액이 자신의 공임을 내비쳤다.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도 눈에 띄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민주당 정성호(경기 양주) 의원 지역구에서 시행되는 양주 장흥~광적 지방도로(국가 지원) 건설사업은 6억원이 증액됐다. 원내수석부대표인 국민의힘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의 지역구 사업인 동두천~연천 전철화도 22억원 늘었다. 한편 3차 긴급재난지원금은 국회에서 의결한 3조원에 정부가 일부 재원을 보태 ‘3조원+α’로 책정될 전망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3조원에 플러스알파로, 추가 재원을 보태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초에 재난지원금의 최종 규모와 시기, 지급 방법 등이 결정된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내년 SOC 예산 어디서 늘렸나 봤더니…‘쪽지예산’ 수두룩

    내년 SOC 예산 어디서 늘렸나 봤더니…‘쪽지예산’ 수두룩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확정SOC 5000억 증액…상당수 ‘쪽지예산’ 정황3차 재난지원금은 3조원+알파 규모로 편성 나랏빚 3조 5000억원을 추가로 더 낸 내년도 ‘슈퍼예산’(558조원)에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와 관련된 쪽지예산도 수두룩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만 당초 정부안보다 5000억원 늘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때마다 국가채무가 늘어난다고 질타하면서도 본인들 지역구 챙길 땐 입 닫는 이중적 태도가 이번에도 드러난 것이다.3일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안보다 예산이 증액된 지역 도로와 철도 사업이 총 100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지역구 의원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찔러넣은 쪽지예산 정황이 다수 보였다. 우선 함양~울산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3155억원에서 3327억원으로 172억원 증액됐다.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사업도 예산 112억원이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세종을)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세종시민 여러분에게 드렸던 약속이, 이를 지키고자 들였던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로 나타나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홍보했다. 월곶~판교 복선전철 사업 예산 역시 정부안(660억원)보다 18.1%(120억원) 늘어난 780억원으로 증액됐다. 국민의힘 김은혜(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은 “기존 정부안은 분당·판교 주민들의 시급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증액이 자신의 공임을 내비쳤다.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사업 예산을 130억 증액한 더불어민주당 소병훈(경기 광주갑)도 이날 “광주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도 눈에 띄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민주당 정성호(경기 양주) 의원 지역구에서 시행되는 양주 장흥~광적 지방도로(국가 지원) 건설사업은 6억원이 증액됐다. 원내수석부대표인 국민의힘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의 지역구 사업인 동두천~연천 전철화도 22억원 늘었다.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예산도 정부안 41억원에서 30억원이 증액됐다.정부안에 없던 사업 예산이 새로 편성되기도 했다. 제천~영원 고속도로 사업엔 9억원, 계양~강화 고속도로 사업엔 10억원, 김제~삼례 고속도로 사업엔 3억원, 영일만 횡단구간 고속도로 사업엔 20억원, 동광주~광산 고속도로 사업엔 10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사업단지 진입도로 사업도 창원(4억원), 의령 부림(5억원), 첨단3지구(15억원), 김제 백구(5억원), 청주 하이테크(13억원) 등에서 새롭게 생겨났다. ‘금배지’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3차 긴급재난지원금은 국회에서 의결한 3조원에 정부가 일부 재원을 보태 ‘3조원+α’로 책정될 전망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3조원에 플러스 알파로, 추가 재원을 보태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초에 재난지원금의 최종 규모와 시기, 지급 방법 등이 결정된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홍남기 “코로나19 백신, 의료진·취약계층 등 우선 접종 검토”

    홍남기 “코로나19 백신, 의료진·취약계층 등 우선 접종 검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어떻게 접종할 것인지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홍 부총리는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코로나19 백신 예산으로 9000억원을 추가 배정한 것을 언급하며 “정부로선 조기에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확보된 후 실시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접종 우선 순위자로 의료진, 만성 질환자, 취약계층을 꼽았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내년) 1월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해 2월 설 연휴 전까지는 지급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급 대상에 대해서는 “3차 확산에 따라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과 업종에 대해 타게팅해서 맞춤형으로 지원되므로 지난번 사례가 상당히 참조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2조2000억이 증액되며 국가채무 부담이 높아진 것에 대해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 당분간 재정이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판단하지만, 아무리 국가 채무 감당 능력이 되더라도 최근에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상당히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재정 투입을 통해 경제가 회복과 반등을 이루면 선순환구조가 가능하다고 보고 이미 높아진 국가 채무 수준과 재정적자는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탈루소득 과세 강화,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지출구조조정 노력을 언급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정부가 늘린 토목·건설 국회가 더 늘려… 26조 5000억 ‘슈퍼 SOC’

    정부가 늘린 토목·건설 국회가 더 늘려… 26조 5000억 ‘슈퍼 SOC’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558조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제출한 안(555조 8000억원)보다 2조 2000억원 늘렸다. 올해(512조 3000억원)와 비교해선 8.9%(45조 7000억원) 증가한 ‘슈퍼 예산’이다. 정부가 대폭 늘려 편성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국회에서 추가로 증액되며 사상 최대인 26조 5000억원이 배정됐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지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3조원이 마련됐고, 국민 44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 확보 예산도 편성됐다.정부안이 국회에서 순증돼 처리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말에 처리한 2010년도 예산안 이래 11년 만이다. 정부안에서 7조 5000억원을 늘리고 5조 2000억원을 깎았다. 증액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추가 국채발행분은 3조 5000억원에 달한다. 국회 관계자는 “일반회계에서 증·감액을 하느냐, 기금에서 하느냐에 따라 국채발행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순증보다 추가 국채발행 규모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올해 846조 9000억원(4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에서 내년 956조원으로 109조 1000억원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3.9%에서 47.3%로 악화된다. 내년 총수입은 정부안(483조원)보다 4000억원 감소한 482조 6000억원으로 잡았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5조 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분야별로 보면 SOC 예산이 5000억원이나 늘어난 게 눈에 띈다. 정부는 올해 23조 2000억원인 SOC 예산을 26조원으로 대폭 늘렸는데, 국회에서 26조 5000억원으로 증액된 것이다. 올해와 비교하면 무려 14.2%나 증가한 규모다. 이에 대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SOC 예산 증가 폭이 너무 크다”며 “집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 부동산에 재원을 투입하는 건 어쩔 수 없으나 토목 등에 대한 과도한 예산 배정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공공질서·안전 예산도 정부안(21조 8000억원)보다 5000억원 늘어난 22조 3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농림·수산·식품은 3000억원(22조 4000억원→22조 7000억원) 증액됐다. 반면 일반·지방행정은 1조 8000억원(86조 5000억원→84조 7000억원)이나 감액됐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5000억원)와 보건·복지·고용(-2000억원), 국방(-1000억원) 등에서도 ‘칼질’이 있었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은 전날 여야가 합의한 것처럼 3조원이 책정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초 구체적인 지급 방안이 만들어져 가능한 한 설 연휴 전에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9000억원을 추가 배정한 것도 전날 여야 합의와 같다. 정부는 내년에 전체 세출예산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배정해 경제 활력 조기 회복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이 법정 시한(12월 2일) 이내에 처리된 것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내년 예산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담았고, 민생경제 회복과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 중점을 뒀다”며 “한국판 뉴딜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새해 ‘슈퍼예산’ 558조 본회의 통과…역대 최대 규모

    새해 ‘슈퍼예산’ 558조 본회의 통과…역대 최대 규모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정부안(555조 8000억원)에서 2조 2000억원이 순증된 558조원(총 지출 기준)예산안을 의결했다. 법정 시한(12월 2일) 이내로 예산안이 처리된 것은 국회 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이날 통과한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이다. 국회 심사에서 8조1천억원을 늘리고 5조 9000억원을 깎은 결과다.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뒤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 요인 등으로 6000억원씩의 증액·감액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3조원을 목적예비비로 새로 반영한 것이다. 설 연휴 전 지급이 목표다. 또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분량을 확보하기 위해 9000억원을 편성했다. 또 가덕도 신공항의 적정성 검토 연구 용역비로 20억원이 증액했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설계비 147억원도 반영했다. 다만 여야의 합의에 따라 관련 법안이 마련되면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자동차 배출가스 관리 예산으로 286억원을, 에너지절약시설 설치 융자 예산으로 200억원을 각각 증액했다. 영유아 보육료와 지원 예산을 각각 264억원, 2621억원 추가했다. 국민의힘이 50% 이상 감액을 요구했던 21조 3000억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예산은 약 5000억원 감액됐다. 원안 사수를 요구한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이 관철된 셈이다. 한편 감액 요구가 있었던 지역사랑상품권 사업(15조원)은 정부안을 유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슈퍼예산’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안 대비 3조 5000억원 규모로 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956조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가 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예산안 통과 뒤 “정부는 국회가 의결해준 예산을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며 “코로나19 재확산 위기를 맞아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국민의 삶을 든든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쓸 곳 많은데 세수 ‘뚝’… 나랏빚 첫 800조

    쓸 곳 많은데 세수 ‘뚝’… 나랏빚 첫 800조

    코로나 4차 추경 등 지출 48.8조 늘었는데 실적 악화에 법인세 등 세수 13.4조 줄어재정 건전성 경고등에… 정부 “감당 수준”코로나19 극복을 위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집행한 여파로 올 9월 말 기준 나랏빚이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었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돈 쓸 곳이 많아진 탓에 올 9월까지의 누적 재정적자 규모도 108조원을 웃돌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 극복 이후엔 씀씀이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정부의 1~9월 누계 총수입은 354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조 1000억원 감소했다. 국세 수입이 214조 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조 4000억원 줄어든 탓이 크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9월까지의 법인세 수입은 전년 대비 15조 8000억원 줄었고 소비 위축 등으로 부가가치세 수입도 4조 3000억원 줄었다. 반면 정부 총지출은 434조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조 8000억원 증가했다. 4차례에 걸쳐 총 67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1~9월 통합재정수지는 80조 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같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실질 나라 살림살이를 뜻하는 관리재정수지는 108조 4000억원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57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9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사상 최고인 800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699조원)보다 100조원 이상 불었다. 국가채무 800조 3000억원은 올 전망치(846조 9000억원)의 94.5%에 해당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9월에 4차 추경의 아동 양육과 소상공인 지원 지출이 늘었지만 연말까지 국가채무는 846조 9000억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 성장률 전망치(0.1%)를 반영하면 국내총생산(GDP·1930조원 예상)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9%로 지난해(37.7%)보다 6.2% 포인트 높아진다. 한국은행 전망치(-1.3%)를 적용하면 이 비율은 44.5%로 더 올라간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8.9%)보다 낮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2024년 나랏빚이 1300조원을 넘고 GDP 대비 비율도 58.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 국가채무 비율은 46%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며 “채무가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늘고 공공부문 부채까지 합하면 향후 10년 내 채무 비율이 100%를 넘어 코로나19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 예산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국가 채무 800조 넘어섰다…홍남기 “우리 재정 감당할 수 있어”

    국가 채무 800조 넘어섰다…홍남기 “우리 재정 감당할 수 있어”

    기재부, ‘월간 재정동향 11월호’ 발표세수는 줄고 지출은 많아져 적자 확대홍남기 “선진국은 우리보다 채무비율 높아”국가채무가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섰다. 나라살림 적자도 108조원에 이르렀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월간 재정동향 11월호’를 10일 발표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정부 총수입은 354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조 1000억원 감소했다. 세수가 214조 7000억원으로 13조 4000억원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세(-15조 8000억원)와 부가가치세(-4조 3000억원) 감소가 컸다. 반면 기금수입이 7조 4000억원, 세외수입이 9000억원 늘었지만 세수 감소분을 메우지 못했다. ●1~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 108조원 정부 총지출은 434조 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조 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추경을 4차례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월 통합재정수지는 80조 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8조 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매년 1~9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1~9월 적자(57조원)의 거의 2배 수준이다. 이 여파로 9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800조 3000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말 699조원보다 100조원 넘게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고치다.9월 총지출(46조 1000억원)은 총수입(36조 6000억원)보다 훨씬 컸다. 9월 한 달에 통합재정수지가 9조 6000억원 적자, 관리재정수지가 12조 4000억원 적자를 냈다. 9월은 소득세(5·11월), 법인세(3·8월), 부가가치세가(1·4·7·10월) 납부 시기에 해당하지 않아 수입이 적다. 여기에 정부가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등 4차 추경을 집행하면서 지출이 급증했다. ●“작년보다 올해, 내년 채무 늘어난 것 우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내년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지는데, 어느 수준부터는 재정 위기로 보느냐’는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몇 퍼센트부터 재정위기인지에는 답이 없다”면서도 “우리 재정이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4차례에 걸친 추경으로 국가 채무 비율이 (GDP 대비) 올해는 44%, 내년엔 47%까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선진국들도 우리나라보다 채무 비율이 더 높아질 정도로 재정이 역할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년보다 올해, 그리고 내년에 채무 증가 속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며 “재정 건전성 측면을 고려하기 위해 재정 준칙도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홍남기 “한국형 재정준칙, 느슨함보다 엄격함에 가깝다”

    홍남기 “한국형 재정준칙, 느슨함보다 엄격함에 가깝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이른바 ‘한국형 재정준칙’과 관련, “느슨함보다는 엄격함에 가깝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맹탕이라거나 더 엄격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앞서 기재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 준칙을 발표했다. 국가채무 비율을 60%로 나눈 수치와 통합재정수지를 -3%로 나눈 수치를 서로 곱한 값이 1.0 이하가 되도록 ‘산식’을 만들어, 두 개의 기준선을 넘나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홍 부총리는 이 산식과 관련 “느슨하다고 하는 것은 이 산식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도해 보이지 않는데도 ‘슈퍼예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김한정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정부가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재정 역할을 최대한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재명, 매주 2000원 매점 화폐 소개하며…‘기본소득 강조’

    이재명, 매주 2000원 매점 화폐 소개하며…‘기본소득 강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충북 판동초등학교의 ‘매점 화폐’ 지급을 소개하면서 “가난한 어린 시절이 생각나 울컥한 마음마저 든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 지사는 25일 오전 자신의 SNS에 올린 <판동초등학교의 ‘기본소득’…뭉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충북 판동초가 ‘기본소득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모든 학생에게 매주 2000원어치의 교내 매점 화폐를 지급해 간식이나 학용품 구매를 할 수 있다고 한다”며 “가정형편 때문에 용돈을 받지 못해 매점 사용조차 언감생심이었던 학생들에게는 큰 힘이 되겠지요. 가난했던 제 어린 시절 생각도 나서 울컥한 마음마저 든다”고 전했다. 이어 “판동초 사례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기본소득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있어 유용하다는 점, 기본소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고른 기회를 제공해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경제정책으로서도 매우 유용하다는 점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이미 확인됐다”고 단언했다. 또 이 지사는 “일각에서는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기본소득을 두고 무리다, 때 이른 실험이다, 퍼주기다 라고 비판하지만 저는 판동초 사례에서 보듯 충분히 의미 있는 정책이고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며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지사는 글을 마치며 “경기도는 이미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농민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도 추진 중”이라며 “코로나19로 기본소득의 가능성이 확인되고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K방역을 이끈 대한민국이 기본소득으로 다시 한 번 세계 경제의 모범으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정 부담↑, 올해 국가채무 846조9000억원 정부는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는 현 추세대로 가더라도 확장적 재정지출에 따라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면서 올해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GDP 대비 43.9%)으로 증가했다. 기재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국가채무는 1070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660조2000억원)보다 5년 새 410조원 넘게 급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나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 논의조차 가로막는 기재부”라며 “정책을 대하는 기재부의 눈높이가 참 아쉽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세계경제는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과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며 “일자리 감소와 노동력 가치 상실, 그로 인한 소비절벽과 경제 막힘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전략이자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이주열 “빠른 고령화로 지출 급증… 엄격한 재정준칙 필요”

    이주열 “빠른 고령화로 지출 급증… 엄격한 재정준칙 필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저출산과 고령화 진전으로 연금, 의료비 등 의무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위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 실효성과 기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국가 재정 운용에 요구되는 ‘셀프 디시플린’(자기 규율)을 마련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효과적인 재정준칙의 세 가지 기준인 ‘단순성·강제성·유연성’을 언급했다. 재정총량 지표 목표가 단순하고 명쾌하게 제시돼야 하고, 재정준칙 시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나 투명한 감시기구를 둬야 하며, 위기 땐 재정정책을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 총재는 “정부 재정준칙에 대해 이런 각도에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며 “앞으로 국회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 재정준칙 기준을 토대로 정부의 재정준칙 기준이 미흡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이 총재는 “늘어나는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되면 추가적인 금융 불균형 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며 “가계부채 억제나 자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광장] 화투판 경제/김상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화투판 경제/김상연 논설위원

    고매하신 경제학자들한테는 불경스럽게 들리겠지만 경제는 화투판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투판에서 실력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은 사람이 돈을 모두 땄다고 하자.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돈을 챙겨 집으로 가는 것과 개평을 나눠 주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전자를 택하면 화투판은 종료되고, 후자를 택하면 화투판은 계속 돌아간다. 현실 경제에서도 능력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은 사람이 많은 돈을 번다. 그렇게 부자가 된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이 안 나오면 경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거부는 이런 속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게이츠는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기부한다. 그럼에도 그의 부는 갈수록 늘어난다. 버핏은 자신 같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으라고 정부에 촉구한다. 토마 피케티의 역작 ‘21세기 자본’을 한 줄로 요약하면, 역사적으로 전쟁(1, 2차 세계대전)이 났을 때만 빼고 빈부격차는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쟁에 따른 파괴, 누진적 소득세 도입, 연평균 3%의 고성장 등으로 1914~1945년에 불평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으니 정부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런데 1914~1945년의 예에서 보듯 고소득층 중과세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경제성장이 병행돼야 빈부격차를 제대로 줄일 수 있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수익률이 성장률보다 높으면 자본을 많이 가진 부자들의 부는 가만히 있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이 거의 멈춘 시대에 살고 있다. 성장이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금은 중앙권력이 슈퍼맨처럼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성장을 자극하는 정책이 대세가 됐다. 심지어 수십년을 반목해 온 케인스주의(정부의 재정지출)와 통화주의(중앙은행의 통화정책)가 의기투합해 쌍끌이에 나서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판돈 자체가 줄면 외부에서 돈을 수혈해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소신을 세 차례의 양적완화로 실천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연준이 2014년까지 양적완화로 시장에 푼 돈은 무려 4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올해 3월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하자 현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 역시 “우리는 빚을 창출할 수 있다”며 ‘무제한 양적완화’ 카드를 거침없이 꺼냈다. 국민들에게 일정액의 돈을 나눠 주는 개념의 ‘기본소득’도 성장이 멈춘 시대에 판돈을 외부에서 투입하는 고육지책이다. “사회주의 아니냐”고 지적해도 반박할 도리가 없어 보이는 이 개념에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동의를 표한 건 현실성 여부를 떠나 지금 시대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보여 준다. 대표적 자본주의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도 기본소득에 찬성할 정도다. 이렇게 보면 극렬한 정쟁의 와중에도 4차 추경을 여야 합의로 기한 내에 처리한 것은 대한민국의 저력을 느끼게 한다. 그 과정에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줄 것이냐(경기부양 개념) 취약계층에게만 줄 것이냐(복지 개념), 통신비로 줄 것이냐 다른 방식으로 줄 것이냐의 논쟁이 일어난 건 모처럼 수준 높은 정치였다. 반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놓고 ‘베네수엘라식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거나 통신비 2만원씩을 코 묻은 돈처럼 나눠 줄 바에는 국고에 아껴 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지금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르는 시대착오적 사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100%대)보다 한참 낮은 한국(40%대)이 베네수엘라라면 다른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에 베네수엘라가 됐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돈을 나눠 주면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알코올중독과 노름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도 국민을 단세포 수준으로 얕잡아 보는 오만한 발상이다. 특히 취약계층 대상 복지가 게으름을 유발한다는 우려는 기우라는 사실이 멕시코의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인 ‘프로그레사’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속속 입증되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 돈을 뿌리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역으로, 써야 할 돈을 쓰면 안 된다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동하는 것도 포퓰리즘이다. carlos@seoul.co.kr
  • [오늘의 눈] 두 OB들의 활약이 반갑지만은 않았던 이유/임주형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두 OB들의 활약이 반갑지만은 않았던 이유/임주형 경제부 기자

    지난 7~8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야당인 국민의힘에선 두 OB(올드보이·퇴직자)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류성걸·추경호 의원이다. 류 의원은 행정고시 23회, 추 의원은 25회다. 각각 2차관과 1차관을 지냈다. 29회인 홍 부총리보다 6년, 4년 선배다. 홍 부총리에게 날 선 비판을 가하는 의원은 기재부 ‘감시견’ 역할을 하고픈 출입기자에게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이날 두 OB의 ‘활약’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거나 ‘곳간지기’로서 기재부 역할을 지나치게 깔아뭉개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류 의원은 홍 부총리가 국감 이틀 전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집중 공격했다. 2025년부터 법령으로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는 GDP 대비 -3%(적자) 이내로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비율 중 하나가 기준치를 넘더라도 다른 하나가 그만큼 밑돌면 된다. 대신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비율을 -3%로 나눈 수치를 서로 곱한 값이 1.0 이하’라는 복잡한 산식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산식은 사실 다른 나라엔 없는 독특한 것인데, 어느 한쪽이 무작정 기준을 넘지 말라는 제어장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류 의원은 이 산식을 ‘해괴망측한 괴물’로 규정했다. 산식대로라면 국가채무비율이 120%가 돼도 통합재정수지가 -1.5% 이하만 유지되면 된다고 했다. 이론상으론 류 의원 말이 맞다. 하지만 올해 43.9%로 전망되는 국가채무비율이 120%로 치솟는다는 건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GDP가 2000조원(지난해 1919조원)이라면 국가채무가 2400조원(120%)이라는 건데, 현재(연말 전망치 847조원)보다 1550조원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민 5000만명에게 1인당 3100만원씩 나눠 줄 수 있는 돈이다. 만에 하나 이 정도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데,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1.5% 이하가 될 리 없다. 올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통합재정수지는 84조원 적자를 낼 전망인데, GDP 대비 -4.4%다. 홍 부총리는 “산식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1시간도 토론할 수 있다”고 맞섰다. 추 의원은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걸 유예하자면서 “여당과 오랜만에 의견이 같다. 법은 국회에서 제정한다. 기재부 의견(원안대로 추진)은 참고하겠다”고 했다. 기재부를 ‘패싱’하겠다는 게 전체적인 뉘앙스였다. 대주주 기준 강화를 유예하는 건 예정된 세수를 줄이는 것이니 ‘나라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와 심도 깊은 논의를 하는 게 맞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늘릴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고, 여기서 정부는 기재부를 말한다. 나라곳간을 열 때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하라는 의미다. hermes@seoul.co.kr
  • 재정적자 96조 ‘사상 최대’… 4차례 추경, 나라살림 경고등

    재정적자 96조 ‘사상 최대’… 4차례 추경, 나라살림 경고등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인 96조원이나 됐다. 지난 8월 말 기준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도 80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기업 실적 부진으로 국세 수입이 감소한 탓이다. 1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 1~8월 정부 총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 8000억원 감소한 317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총지출은 39조 8000억원이 증가한 388조 700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0조 9000억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실질적 나라살림을 뜻하는 관리재정수지도 96조원 적자였다. 1~8월 기준으로만 보면 통합·관리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다. 중앙정부 채무도 8월 말 기준 794조 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였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국고채 잔액 증가 등이 영향을 줬다. 중앙정부 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699조원이었지만 불과 8개월 사이 100조원 가까이 늘었고 전월(781조원) 대비로는 13조 1000억원 급증한 것이다. 정부가 4차 추경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연말 기준 관리목표치(846조 9000억원)의 93.7%에 해당된다. 1~8월 총수입 가운데 국세 수입은 192조 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조원 감소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수입도 각각 14조 6000억원, 4조원 줄었고 소득세는 2000억원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정지원 납부 효과에 따른 총수입 증가로 8월 한 달 재정수지는 흑자”라면서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연말까지 4차 추경 당시 전망했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대주주 3억 근거 뭐냐” 추궁에 폭발한 홍남기

    “대주주 3억 근거 뭐냐” 추궁에 폭발한 홍남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주식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대주주의 기준을 보유 주식액 3억원으로 정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여당 의원의 추궁에 “법인세 최고세율은 왜 25%로 올렸냐”고 받아쳤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꾸 부총리께서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근거가 무엇이냐”고 캐물었다. 홍 부총리는 이에 “제 고집이 아니라 2018년도에 법과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결정된 것”이라고 답했다. 양 의원은 “그럼 왜 5억원은 안되고 3억원이냐”라며 “3억원 주식 가진 사람이 전체 주식투자자의 1.5% 밖에 안된다고 했는데 그 사람들만 과세하겠다는 근거가 뭐냐”고 재차 추궁했다. 같은 질문이 계속되자 홍 부총리는 “그럼 법인세 최고세율은 왜 25%로 올렸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부총리는 이어 “공식적인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법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양 의원은 “국민적 시각에서 안 맞고 정당에서도 요구하는데 누가 하자고 하는 것이냐”며 “부총리냐, 기재부 공무원, 청와대냐”고 물었다. 홍 부총리는 이에 한숨을 쉰 뒤 “국회와 2년 전 협의한 것”이라고 같은 답을 내놨다. 민주당은 재정준칙을 놓고도 홍 부총리를 압박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에서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거나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이 -3%를 밑돌지 않도록 제한한 ‘한국형 재정준칙’은 시기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을 담고 있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연말에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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