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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법원 “회개 않는 성폭력 와인스틴에 징역 23년형”

    미국 법원 “회개 않는 성폭력 와인스틴에 징역 23년형”

    성추행과 성폭행 혐의로 ‘미투’(MeToo) 운동을 촉발한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67)이 23년형을 선고받았다. 뉴욕 맨해튼의 1심 법원은 11일(현지시간) 선고 공판을 열어 법정 구속된 상태의 와인스틴에게 종신형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형량을 확정했다. 제임스 버크 판사는 “회개가 부족하다”며 1급 범죄적 성폭행 혐의로 20년형, 3급 강간 혐의로 3년형을 각각 주문했다. 검찰이 구형한 29년형보다 낮지만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종신형이나 다름 없다고 CNBC 방송은 평가했다. 앞서 배심원들은 1급 범죄적 성폭행과 3급 강간 등 두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지만 종신형이 가능한 약탈적(predatory) 성폭행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평결했다. 이날 선고는 TV 프로덕션 보조원인 미리엄 헤일리, 배우 지망생이었던 제시카 만 등 두 여성에 대한 성폭행 혐의 등을 적용한 것이다. 헤일리는 지난 2006년 와인스틴이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오럴섹스를 강제로 했다고 주장했다. 만은 2013년 맨해튼의 한 호텔 방에서 와인스틴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며 무죄를 주장해 온 와인스틴은 “깊이 회개하고 있다”며 자신과 남성들은 미투 운동에 의해 과거 행동이 저울질당하는 것에 대해 “완전히 혼란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변호인은 항소할 방침이다. 앞서 와인스틴은 2017년 10월 뉴욕 타임스(NYT) 보도를 통해 30여년간 유명 여배우는 물론 회사 여직원 등을 상대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해온 것이 드러나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로 쌓아 온 명성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피해를 주장한 여성만 80명이 넘었으며, 이들 중에는 앤젤리나 졸리, 셀마 헤이엑, 애슐리 저드 등 유명 여배우도 있었다. 와인스틴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별도로 기소된 상태라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탈리아 모델이자 여배우로 알려진 여성은 와인스틴이 2013년 2월 베벌리힐스의 한 호텔에서 자신을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은 같은 달 LA의 한 호텔에서 와인스틴이 자신을 강제 추행했다고 고발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친동생 살해한 로또 1등 당첨자의 비극…검찰, 징역 15년 구형

    친동생 살해한 로또 1등 당첨자의 비극…검찰, 징역 15년 구형

    친동생을 홧김에 찔러 살해한 50대 로또 1등 당첨자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하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친동생을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A(58)씨에 대한 결심공판이 11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 강동원) 심리로 열렸다. 이 사건은 친형제 간의 다툼이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점 외에도 피고인이 과거 로또 1등 당첨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하고, 20년간의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명령도 청구했다. 구형과 함께 검찰은 “이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면서 검사로서 가슴이 아팠다”면서도 “하지만 피고인은 잔인하게 친동생을 살해했다. 친동생의 배우자에게도 용서받지 못한 상태인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은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 당시를 기억 못할 정도로 당시 이성을 잃은 흥분 상태였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속죄하고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전에는 우애가 깊었던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변론에서 “큰 죄를 져서 죄송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4시쯤 전북 전주시 태평동의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50)의 목과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장에서 체포됐고, 동생은 병원 이송 중 과다출혈로 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대출금 이자 문제로 동생과 다투다가 “완전 양아치네”라는 동생의 말에 화가 나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통화 뒤 혈중알코올농도 0.16% 상태에서 차를 운전해 정읍에서 전주까지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됐다. 세금을 제외하고 총 12억원 정도를 수령한 A씨는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당첨금을 나눠 줬다. 누이와 남동생에게 각각 1억 5000만원씩 줬고,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동생은 형 A씨가 준 돈을 보태 집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A씨는 베푸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형제 간 우애도 깊었다. A씨는 나머지 7억원 중 일부를 투자해 정읍에서 정육식당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남에게 베푸는 데 아낌이 없었던 A씨의 성품이 불행의 씨앗이 됐다.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에 7억원 중 상당 금액을 친구들에게 빌려 줬지만 제대로 돌려받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을 부인에게도 말을 못 하고 전전긍긍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A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됐으면서도 전셋집에서 살아왔다. 살인 사건의 발단이 된 동생 집 담보 대출 문제도 단순히 사업이 어려워져서 생긴 문제가 아니었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가 벌어진 사단이었다. A씨는 동생 집을 담보로 받은 4700만원 중 4600만원을 친구에게 빌려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4600만원을 빌려 간 친구는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리면서 난리가 났다. 친구의 잠적에다가 형편이 어려워진 A씨는 담보대출 이자(월 25만원)를 2~3개월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은행의 대출금 상환 독촉은 A씨뿐만 아니라 동생에게까지 들어왔다. 검찰은 결국 A씨가 동생과 말다툼 끝에 전화로 욕설을 듣게 됐고 홧김에 동생을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전주지검은 기소 시점을 늦추면서까지 피해자 유족들의 심리와 정서, 당시 상황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참작할 만한 사안이 많은 사건이다. 합리적인 구형량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5일 열린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물은 태양계 초기부터 있었다…독일에 떨어진 운석서 ‘증거’ 발견

    물은 태양계 초기부터 있었다…독일에 떨어진 운석서 ‘증거’ 발견

    지난해 9월 중순 독일 북부 항구도시 플렌스부르크에 떨어진 한 작은 운석에서 태양계 초기부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왔다. 독일 뮌스터대 행성학연구소 연구진은 몇십억 년 전 형성된 이 운석에서 규산염과 탄산염이 함유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광물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때만 형성돼 우리 지구가 어떻게 바다를 얻게 됐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이들 연구자는 설명했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되는 이 운석은 당시 ‘쾅 소리를 동반한 하늘의 불덩어리’로 묘사된 한 유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다 폭발하면서 떨어진 운석 파편 중 하나로 추정된다. 폭 2.5㎝, 무게 24.5g의 이 검은색 운석은 며칠쯤 뒤 한 주민이 자택 정원의 잔디밭에서 발견한 것으로, 추락한 도시의 이름을 따서 플렌스부르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후 운석 플렌스부르크는 연구를 위해 뮌스터대로 보내졌는데 분석 결과, 이 운석은 극히 희소한 형태의 탄소질 콘드라이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뮌스터대 연구진은 전자현미경 분석을 통해 이 운석에서 규산염과 탄산염이 함유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광물은 태양계 초기 지구형 행성들의 모체인 작은 미행성들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을 때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를 주도한 애디 비쇼프 교수는 “플렌스부르크 운석은 45억6000만 년 전 초기 태양계에 액체 상태의 물을 지닌 미행성체들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아마 이런 천체는 지구에도 물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연구진은 “이런 운석을 연구하면 최초의 고체 물질 형성 과정과 작은 미행성체나 행성의 강착과 진화에 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 운석협회가 발표하는 전문 학술지 ‘운석 회보 데이터베이스 저널(journal Meteoritical Bulletin Database)에 실렸다. 사진=뮌스터대(WWU)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애플, 구형 아이폰 속도 하향 의혹 소송 합의…이용자 1인당 25달러

    애플, 구형 아이폰 속도 하향 의혹 소송 합의…이용자 1인당 25달러

    미국 내 아이폰6·7 이용자들 대상…약 5955억원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느리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소송에서 최대 5억 달러(약 5955억원)를 물기로 합의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과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 측은 최근 이 같은 내용으로 잠정 합의했다. 이 합의안은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의 구형 아이폰 소비자들에게 1인당 25달러씩 지불해야 한다. 다만 이 금액은 얼마나 많은 아이폰이 지불 대상이냐에 따라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될 수 있고, 애플은 총액으로 최소한 3억 1000만 달러를 내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 10.2.1 또는 그 이후 버전의 iOS를 이용하는 아이폰6, 6플러스, 6s, 6s플러스, 아이폰7, 7플러스, 아이폰SE 사용자들이 합의금 지급 대상이다. 또 iOS 11.2나 그 이후 버전을 사용하는 아이폰7, 7플러스 이용자도 이번 합의의 구제 대상이다.애플은 의도적으로 속도를 낮췄다는 과실을 부인하면서도 소송에 따른 부담과 비용을 피하기 위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iOS) 업데이트를 설치한 뒤 구형 아이폰의 속도가 느려지는 일을 겪었다고 주장해왔다. 그 결과 스마트폰의 수명이 거의 다했다고 잘못 생각하게 돼 스마트폰을 교체하거나 배터리를 새 것으로 바꾸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런 문제를 다른 원인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주로 온도 변화나 과도한 사용 등에 따라 때때로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애플이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에 대해 사과를 하고 배터리 교체 비용을 79달러에서 29달러로 낮춘 점이 참작됐다. 소비자 측 변호인들은 이번 합의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합의는 미국 내 아이폰 사용자들만 적용 대상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단독]모의배심원단 “오토바이 사고, 정식재판서 다퉜다면 일부 무죄”

    [단독]모의배심원단 “오토바이 사고, 정식재판서 다퉜다면 일부 무죄”

    [2020 서울신문 탐사기획-法에 가려진 사람들] 2부:형벌 불평등 사회 ④ 시민배심원단의 모의재판 평결어떤 판결을 내리겠습니까? 감자 다섯 개를 훔쳐 지명수배된 80대 폐지 줍는 노인과 오토바이 접촉사고의 합의금을 변제하지 못해 처벌받은 30대 중증 장애인이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마련한 모의재판의 피고인석에 섰습니다. 법은 이들을 ‘유죄’로 단죄했지만 시민 배심원단이 평의한 모의재판에서 그 결과는 어떨까요. 탐사기획부가 모의재판을 통해 묻고자 했던 건 우리 사법제도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죄보다 더 무거운 죄의 무게를 지게 하는 ‘고장난 저울’인가 하는 점입니다.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우리의 질문에 답변했습니다. 대법원 청사에는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왼손에 법전을 든 정의의 여신 ‘디케’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재력과 지위에 따라 ‘저울의 기울기’가 달라진다면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가혹할 일일 겁니다. 탐사기획부는 모의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가 관용할 수 있는 죄의 무게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안동환 탐사기획부장 ipsofacto@seoul.co.kr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지난달 7일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윤경백(31·가명)씨가 피고인으로 출석한 모의재판을 열고 시민배심원단의 평결을 구했다. 배심원단은 윤씨에 대해 기존 약식명령 판단을 뒤집고 일부 “무죄”로 전원 합의 평결했다. 윤씨는 지난해 5월 오토바이 접촉사고의 합의금 50만원을 변제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서울신문 2월 18일자 1·3면>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윤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해 교통사고 과실 책임을 다퉜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은 무죄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동차 의무보험 미가입에 따른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은 약식명령대로 유죄로 봤다. 배심원단은 “약식명령 제도가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에 중점을 둬 윤씨의 사례처럼 교통사고 과실 책임이라는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며 “법의 진실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배심원단과 피고인 윤씨 질의 이수원 배심원장 “피고인 윤경백에 대한 평의를 진행한다. 질의에 앞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 윤경백(이하 피고인) “잘못을 인정한다. 하지만 합의금을 갚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은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가혹한 벌금을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이종언 배심원 “사고 당시 상대방과 합의해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후 변제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어떻게 밝혔나.” 피고인 “접촉사고 후 당뇨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해도 바로 수입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변제 기일을 늦춰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상대도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고소했다.” 이 배심원장 “경찰 조사는 몇 번 받았나.” 피고인 “퇴원하고 지난해 8월 중순 1차례 받고 약식명령 통지서가 왔다.” 심정현 배심원 “현재 건강상태는 어떤가.” 피고인 “지금도 조금씩 안 좋아지고 있다.” 심 배심원 “100개월에 걸쳐서라도 벌금을 갚을 생각이 있나.” 피고인 “시간을 주신다면 반드시 갚겠다.” 이 배심원장 “통상 약식명령은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검찰이 구형해 법원으로 올린다. 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 죄의 형벌을 판단하는 사람이 동일한 일종의 ‘사또 재판’이다. 피고인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피고인 “아프지 않을 때 부정기적으로 배달 일을 한다.” 이 배심원장 “현재는 보험에 가입했나.” 피고인 “그렇다.” 이 배심원장 “다른 일은 하기 어렵나.” 피고인 “배달 일은 제 상황에 맞춰 할 수 있지만 일반 회사는 정해진 시간, 근무 요일이 있어 나 같은 사람은 쓰지 않는다. 양쪽 발가락 절단뿐 아니라 만성신부전증으로 일주일에 3번 투석하는데 그런 날은 아예 일을 할 수가 없다.” 황규관 배심원 “접촉사고가 100% 본인 과실이었나.” 피고인 “신호가 없는 곳이어서 100%까지 아닌 것 같다. 조그마한 도로였는데 제가 좌우를 잘 살피지 못했지만 중앙선을 넘지 않았다.” 심 배심원 “신호 없는 비보호 좌회전 구간이었나.” 피고인 “그렇다.” 황 배심원 “상대방 차는 범퍼 앞이 부서진 것인가.” 피고인 “제 오토바이 옆면과 상대방은 거의 정면 앞 범퍼가 부딪쳤다.” 황 배심원 “그렇다면 상황상 직진하던 차가 피고인의 오토바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상대 운전자한테 피해를 보상받은 것은 없나.” 피고인 “전혀 없다. 제가 자동차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과실을 따져 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이 배심원장 “전방 좌우 주시 의무는 쌍방에 다 있다. 본인 100% 과실은 아닌 것 같다. 오토바이와 직진 차량 앞범퍼가 충돌했다면 상대 차량이 전방 주시 의무를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황 배심원 “경찰은 사건 상황을 묻거나 조사하지 않았나.” 피고인 “접촉 사고 자체는 묻지 않았고 ‘합의금을 왜 변제하지 않았냐’만 따졌다.”■배심원단 평의 이 배심원장 “윤씨는 오토바이 배달을 안 하면 생계가 어렵기 때문에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접촉사고는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 과실 부분에 따질 여지가 있는데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친 것 같다.” 황 배심원 “이런 경우 정식재판을 청구해야만 과실을 확인할 수 있는 건가.” 이 배심원장 “약식명령문을 받고 일주일 안에 정식재판 청구를 안 하면 벌금형이 확정된다. 약식명령 선고 전에 피고인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 구속영장 제도도 과거에는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서류만 보고 결정했지만 19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생긴 이후 영장기각률(2018년 26.5%)이 매우 높다. 윤씨가 선고받은 약식명령 또한 검사가 청구한 그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현서 배심원 “우리 약식명령 제도의 단점을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효율성만 따지고 진실한 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식재판 청구의 진행 방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약식명령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폐지되면서 정식재판에서 더 많은 벌금액을 구형받을 가능성 때문에 재판 자체를 기피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약식명령이 허술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 이 배심원장 “벌금액이 올라갈 수 있을 뿐더러 벌금을 그냥 내는 게 변호사를 선임해 정식재판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사실상 피고인들에게 약식명령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 배심원 “현재 약식명령은 처벌의 목적과 교화의 목적, 어떤 것도 달성하지 못하는 것 같다. 피고인은 충분히 잘못을 인지하고 있고 상황이 나아지면 갚겠다고 하고 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이 소득 활동을 할 수 없고, 본인 소득도 일정치 않다. 100만원 수입인 사람에게 100만원 벌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배심원 “피고인이 가해자가 정말 맞는지 혼란스럽다. 만약 윤씨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잘못을 따지고 싸웠다면 어느 정도의 돈만 물고 해결될까.” 이 배심원장 “그 부분을 다퉜다면 자동차손배법 위반은 처벌받고, 도로교통법의 재물 손괴 부분은 해당 안 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 피해액를 모두 물어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 배심원 “슬프기도 하고 울적하다. 윤씨가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 의무보험을 가입하지 않아서 지레 겁을 먹었다. 법은 저 위에 있는 것 같고,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영역처럼 느낄 때가 많다. 이 사건의 시작부터가 잘못된 것 같다.” 이 배심원장 “유무죄를 다퉜다면 수리비를 물어 줄 의무가 안 생겼을 수 있다. 우리가 들었던 내용을 고려하면 벌금형 집행유예를 주고 싶다.” 심 배심원 “우려스러운 건 윤씨에게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또다시 벌금을 내고 가중처벌될 수 있다.” 민유리 배심원 “마음이 무겁다. 생계를 포기하지 않고,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도 일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벌금형 선고유예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이 배심원 “교통사고는 100% 과실이 없다고 으레 얘기한다. 약식명령 전 피고인의 앞뒤 상황을 알 수 있었다면 도로교통법상은 무죄가 맞을 것 같다. ” 최 배심원 “저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번 사건은 도로교통법상 누구의 과실인지 명확하지 않다. 자동차손배법 위반은 잘못했다. 자동차손배법 위반만으로는 벌금 100만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정식재판이었다면 벌금이 안 나왔을 수 있다. 윤씨는 법 제도에 기인한 피해자라고 본다. ” 심 배심원 “경찰 조사도 ‘합의금 준다고 했나, 왜 안 줬나’ 등 경찰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경찰의 직무태만 같다. 배심원장 말씀대로 교통사고 과실 따져서 선고유예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죄로도 볼 수 있을 거 같다.” 황 배심원 “죄는 우리가 짓는 게 아니고 법이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배심원단 평의 결과 발표 이 배심원장 “정식재판에서 과실을 다퉈 봤다면 죄가 없다고 판결 나왔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평의 결과는 좌회전 중 차량 충격한 부분을 고려했을 때 도로교통법 위반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봐 무죄로 결정했다. 자동차손배법 의무 가입하지 않은 부분은 유죄로 결정한다.” 정리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박재홍·송수연 조용철·고혜지·이태권 기자
  • [단독] 벌금 분납제 문턱 낮추고 檢독점 풀어야…방어권 보장 위해 간이공판제 활용을

    [단독] 벌금 분납제 문턱 낮추고 檢독점 풀어야…방어권 보장 위해 간이공판제 활용을

    사법저울의 균형 맞추려면우리 사법 시스템은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죄보다 더 무거운 죄의 무게를 짊어지게 하는 ‘고장 난 저울’이다. 감자 5개를 훔쳐 지명수배된 80세 폐지노인<서울신문 2월 17일 자 1·2면>과 성착취 피해자이지만 성매매범으로 처벌받은 중증지적장애 여성<2월 25일 자 1·3면>이 이를 방증한다. 사법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서 엄벌주의 형사 절차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사법 사각지대의 약자들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납 조건 까다로워 차상위계층엔 ‘별따기 ‘3만 5320명.’ 지난해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돈이 없어 감옥으로 간 환형유치자 규모다. 특히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벌금형만으로 생계 위기에 빠지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삶을 구제할 현실적 제도는 ‘벌금분납제’다. 하지만 까다로우 허가 조건으로 실효성이 낮다. 벌금 분납을 허가할지 말지는 개별 검사가 기소 단계에서 판단한다.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 제12조에 따르면 벌금 분납 조건으로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장애인 등에 한정된다. 하지만 검찰청마다 20~30%의 선납 조건이나 차상위 계층에게는 문턱이 높다.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사람’ 조항에 대한 검사의 판단도 천차만별이다.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다 비접촉 사고로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대호(31·가명)씨는 “벌금 분납을 신청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만 가능하다는 사실에 좌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벌금 분납 집행 건수는 4353건, 납부 연기는 123건으로 전체 벌금집행 건수 대비 각각 0.7%, 0.02%로 미미하다. 약식명령의 벌금형 선고자 상당수가 법적 대응력이 약한 저소득 취약 계층이지만 분납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기소단계의 검사에게 한정돼 있는 벌금형 분납 허가를 판사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다면 분납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속전속결 ‘약식명령’… 소명 기회 바늘구멍 현 약식명령 처벌 프로세스에는 피의자의 경제적 상황이 반영되기 어렵게 설계돼 있다.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조사 이후 검찰의 약식기소 서류만으로 절차가 완성되고 사후 고지된다. 검찰 구형대로 선고돼 사실상 재판 형식을 검찰이 결정하는 구조다. 검찰의 약식기소 통보 이후 최종 약식명령이 선고되기 전 피의자가 법원에 의견을 소명할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경찰 단계부터 약식절차에 대한 설명과 피의자의 재판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 국선변호인은 “판사들이 많게는 하루 100건씩 약식사건을 처리해 신속 처리도 어렵지만 꼼꼼한 기록 검토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약식명령 집행유예도 유효한 방안이다. 현재 집행유예는 정식재판만 가능하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판사들이 경미한 범죄에 대한 벌금형 집행유예를 통해 취약 계층 구제가 가능해진다. 이미 제도화돼 있는 간이공판제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법의 절차적 효율성을 위해 피고인이 유죄를 자백했을 경우에 한해 시행 중인 간이공판 절차를 활용하면 약식명령 사건에서도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된다. 이수원 변호사는 “법원이 약식기소 사건을 모두 재판으로 따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간이공판제를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며 “1회 공판기일에 증거조사까지 마칠 수 있는 간이공판제도를 적극 활용해 검사의 약식명령 청구에 기계적으로 명령을 발부하는 현 제도를 보완하면서 효율성과 합리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과속’ 노키아 부사장에 벌금1억여원 ‘일수(日收)벌금제’는 현행 벌금제도의 맹점을 개선할 방안으로 꼽힌다. 우리 벌금제는 총액제다. 개인의 소득·경제력과 상관없이 같은 범죄에 대해 같은 벌금이 매겨진다. 동일한 수백만원의 벌금형이라도 부유층에게는 손쉽게 죄값을 치를 수 있는 형벌이 되지만 빈곤층에게는 징역형보다 더 무거운 형벌로 작용한다. 일수벌금제는 피의자의 소득이나 재산에 비례해 하루 벌금 액수를 산정해 기간으로 벌금을 선고한다. 같은 범죄라도 소득에 따라 벌금액이 차등 부여된다. 이 제도를 시행 중인 핀란드에서는 2004년 노키아 부사장인 안시 반 요키가 과속으로 11만 6000유로(약 1억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재산비례벌금제’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 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료 납부를 소득에 따라 달리 내는 만큼 이 기준만으로도 개개인의 소득 측정이 가능하다”면서 “독일에서도 의료보험료와 직업, 과세증명서, 지방세 납부 실적 등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수준의 자료를 토대로 소득을 측정한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반영할 공공변호인제 도입 약식명령 제도는 유죄 추정주의가 강하게 작동한다. 경찰 조사 내용이 검찰의 약식기소를 거쳐 그대로 법원에 확정되기 때문이다. 법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방어권이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피의자 심문조서 단계부터 변호인을 지원하는 ‘형사공공변호제도’도 거론되는 이유다. 현재 국선변호인은 기소된 피고인 신분만 지원받을 수 있다. 앞서 경찰 단계에서 잘못된 조사나 진술이 이뤄져도 방어권을 검찰과 법원에서 행사하기 어렵다. 성매매 착취 피해자인 장수희(가명)씨가 공공변호인제도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사회적 연령 7~8세에 불과한 중증지적장애인 장씨는 사실상 ‘포주’인 서류상 남편과 그의 애인에 의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것처럼 꾸며져 처벌받았다. 공공변호인제도를 통해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를 받았다면 검찰의 깜깜이 기소나 법원의 유죄 오판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우리 형사사법절차에서 검찰과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내용에 따라 유무죄를 가를 만큼 중요하다”면서 “수사단계 초기부터 취약 계층에 대한 변호인 조력의 실질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단독] 벌금 대신 직장 도전 장발장의 ‘홀로 서기’…“정상적 생활로 복귀”

    [단독] 벌금 대신 직장 도전 장발장의 ‘홀로 서기’…“정상적 생활로 복귀”

    전주지검 ‘취업성공’ 기소유예 실시 가난·범죄·생계 곤란 ‘악순환’ 끊기 60대 참여자 “깨진 가정 회복 원해”“일자리가 없어 하루 한 끼도 겨우 먹었는데, 노역장까지 갔다면 이후엔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겠죠.” 지난 1월 21일 임시로 머물고 있던 전주의 한 고물상에서 만난 곽종인(62·가명)씨는 담담히 말했지만 상황은 절망적으로 보였다. 덤프트럭 운전기사였던 곽씨는 지난해 무보험 운전(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로 벌금 250만원 기소를 앞두고 있었다. 곽씨는 동생의 사업에 선 보증 빚 3억원을 떠안으면서 보험료를 연체했다.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다 아내와 이혼하고 두 딸과도 연을 끊었다. 그나마 지인 고모(60)씨가 운영하는 고물상 사무실을 거처로 제공해 숙식만 겨우 해결했다. 고씨는 “(곽씨는) 보증 빚만 아니었어도 착실하게 잘 살았을 사람”이라면서 “주변에 피해를 줄까 도움을 청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전주지검은 노역을 피하기 어려웠던 곽씨에게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 기소유예 제도를 제안했다. 절망적 삶에 단비 같은 기회였다. 그는 취성패 3단계까지 이수해 운전이나 경비직 업종 복귀를 준비 중이다. 곽씨는 “꼭 재활해 깨진 가정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생계형 범죄자들은 벌금을 내지 못해 유치된 강제 노역으로 생계가 끊기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 가난→범죄→형벌로 인한 생계 단절→가난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죄를 용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삶의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19년형을 살고 나와 다시 은식기를 훔쳤던 장발장이 될 수밖에 없다. 핵심은 ‘홀로 서기’다.‘취성패’ 프로그램은 전주지검이 지난해 9월부터 생계형 범죄자들에게 시범 실시하고 있는 기소유예 제도다. 고용노동부가 2009년 저소득층 구직자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취업성공패키지와 연계한 제도다. 생계형 초범자에 한해 재활 기회를 부여한다. 취성패는 면담을 통해 참여자의 적성에 맞는 직종을 찾는 1단계, 해당 업종의 직무 연수를 받는 2단계,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3단계로 구성됐다. 다문화 가정 자녀인 최우영(20·여·가명)씨는 고교 3학년이었던 지난해 8월 편의점에 두고 간 지갑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갑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검찰이 기소했을 때 지갑 속 현금이 사라졌다며 피해자가 5만원을 합의금으로 요구했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경찰이 자백을 하지 않으면 ‘거짓말 탐지기나 최면 조사를 하면 더 큰 처벌을 받는다’고 겁을 줘 합의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주지검은 최씨가 학생이고 동종 전과가 없는 만큼 취성패 프로그램으로 계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취성패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라는 검사의 권유에 벌금형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의 벌을 면하자고 시작한 취성패는 삶에 대한 최씨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극심한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최씨는 상담사 면담과 직업 훈련을 거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홀로 서기’ 희망을 갖게 됐다. 최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진학보다는 취성패로 취업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한 것을 보면 (내가) 철이 든 것 같다”며 “얼른 취업해서 돈도 모아 자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드 관련 자격증도 딴 그는 현재 2단계를 이수 중이며 조만간 인테리어 관련 국가훈련기관에 입소할 예정이다. 이연숙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취업지원팀장은 “전주지검에서 기소유예 조건으로 넘어오는 청년 대부분이 가정환경의 어려움 등으로 자신이 사회적으로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관심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이런 친구들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취성패 기소유예를 담당하는 박동주 전주지검 검사는 “(취성패 기소유예를 하려면) 피의자 중 가능한 대상자를 찾아 직접 불러 면담하고 계도 가능성도 판단해야 한다”면서 “약식기소로 넘기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지만 ‘사람을 죽이는(벌하는) 검사’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검사’라는 보람을 느끼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전주지검 의 취성패 기소유예 제도는 아직 한계도 분명하다. 이 같은 제도 운영을 위한 검찰의 인력과 인프라 부족, 편견 등이 큰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박 검사도 “사건을 하나하나 다시 살핀 뒤 피의자와 직접 면담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하려면 더 많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해 시행한 당시 전주지검장이었던 권순범 현 부산지검장은 “경미한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해 기계적으로 벌금을 구형하면 다시 벌금을 마련하려고 또 어려운 처지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검찰이 이들을 조건 없이 기소유예하는 것보다는 사회 적응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 제도 안착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재기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전주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벌보다 새 삶 주는 檢 취·성·패 실험…스무살, 방황의 끝에서 ‘자립의 꿈’꾸다

    벌보다 새 삶 주는 檢 취·성·패 실험…스무살, 방황의 끝에서 ‘자립의 꿈’꾸다

    다문화 가정 자녀인 최우영(20·여·가명)씨는 고교 3학년이었던 지난해 8월 편의점에 두고 간 지갑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갑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검찰이 기소했을 때 지갑 속 현금이 사라졌다며 피해자가 5만원을 합의금으로 요구했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경찰이 자백을 하지 않으면 ‘거짓말 탐지기나 최면 조사를 하면 더 큰 처벌을 받는다’고 겁을 줘 합의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주지검은 최씨가 학생이고 동종 전과가 없는 만큼 취성패 프로그램으로 계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취성패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라는 검사의 권유에 벌금형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의 벌을 면하자고 시작한 취성패는 삶에 대한 최씨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극심한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최씨는 상담사 면담과 직업 훈련을 거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홀로 서기’ 희망을 갖게 됐다. 최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진학보다는 취성패로 취업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한 것을 보면 (내가) 철이 든 것 같다”며 “얼른 취업해서 돈도 모아 자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드 관련 자격증도 딴 그는 현재 2단계를 이수 중이며 조만간 인테리어 관련 국가훈련기관에 입소할 예정이다.이연숙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취업지원팀장은 “전주지검에서 기소유예 조건으로 넘어오는 청년 대부분이 가정환경의 어려움 등으로 자신이 사회적으로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관심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이런 친구들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취성패 기소유예를 담당하는 박동주 전주지검 검사는 “(취성패 기소유예를 하려면) 피의자 중 가능한 대상자를 찾아 직접 불러 면담하고 계도 가능성도 판단해야 한다”면서 “약식기소로 넘기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지만 ‘사람을 죽이는(벌하는) 검사’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검사’라는 보람을 느끼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전주지검 의 취성패 기소유예 제도는 아직 한계도 분명하다. 이 같은 제도 운영을 위한 검찰의 인력과 인프라 부족, 편견 등이 큰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박 검사도 “사건을 하나하나 다시 살핀 뒤 피의자와 직접 면담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하려면 더 많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해 시행한 당시 전주지검장이었던 권순범 현 부산지검장은 “경미한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해 기계적으로 벌금을 구형하면 다시 벌금을 마련하려고 또 어려운 처지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검찰이 이들을 조건 없이 기소유예하는 것보다는 사회 적응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 제도 안착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재기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전주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검찰, ‘오피스텔 성매매’ 현직 검사 벌금형 약식기소 처리

    검찰, ‘오피스텔 성매매’ 현직 검사 벌금형 약식기소 처리

    지난달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경찰에 적발된 현직 검사가 약식기소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0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현직 검사 A씨를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A 검사는 지난달 22일 오후 7시쯤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검사는 채팅앱 등에 올라온 성매매 광고 글 등을 추적한 경찰관들에 의해 성매매 여성과 함께 현장에서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형 범위 내에서 사건을 처리했다”며 “청구한 벌금 액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에 따르면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약식기소란 검찰이 공판 대신 서면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판사는 검찰 청구대로 약식명령을 내리거나 당사자를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약식명령의 형량은 검찰 구형량보다 낮아질 수도, 높아질 수도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검찰 고유정 1심 재판 무기징역 선고에 불복 항소

    검찰 고유정 1심 재판 무기징역 선고에 불복 항소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7)에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데 대해 검찰이 불복해 항소했다. 제주지검은 24일 제주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무기징역이 선고된 전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양형부당을, 무죄가 선고된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0일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씨의 전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대부분의 증거를 모두 인정했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의붓아들의 사망 추정 시각이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 등 검찰이 제시한 대부분의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전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로 기소됐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5)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고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2·8독립선언서 국내 반입, 3·1만세 시위… 평생 독립 위해 싸운 ‘열사’

    2·8독립선언서 국내 반입, 3·1만세 시위… 평생 독립 위해 싸운 ‘열사’

    “너희들은 왜 죄 없는 사람을 핍박하느냐.” 취조관의 질문에 김마리아는 되받아쳤다. 왜경은 가죽 채찍과 대나무봉을 휘두르고, 양팔을 엇갈리게 결박해 천장에 매달아 놓고 팽이처럼 돌리며 때렸다. 옷을 벗기고 쇠갈퀴로 가슴을 찌르고 불로 지졌다. 살이 터지고 온몸이 피로 물들었다. 일본에 유학 중이던 마리아는 2·8독립선언서를 허리띠에 숨기고 국내로 들어와 고향 황해도로 자금을 모으러 갔다가 3·1운동 소식을 들었다. “여학생들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마리아는 황에스터, 나혜석 등 11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3월 5일 서울역광장 등에서 대규모 만세 시위가 벌어졌고 마리아와 모교인 정신여학교 학생들도 목청껏 만세를 불렀다. 다음날 학교에 왜경이 들이닥쳐 마리아를 포승줄로 묶어 끌고 갔다. “선생님!” 학생들은 울부짖었다. 마리아는 고문으로 코와 귀에 고름이 고이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지옥 같은 서대문형무소로 옮겨졌다가 그해 7월 24일 증거 부족으로 석방됐다.김마리아는 1892년 7월 11일 황해도 장연군 대구면 송천리에서 태어났다. 13살 때 어머니마저 여읜 마리아는 1906년 6월 서울로 가 서울 연동여학교(정신여학교로 개명)에 입학했다. 마리아의 작은언니 미렴과 오현관·오현주 자매 등은 누룽지를 함께 먹으며 공부했다고 해서 ‘누룽지방 형제’라고 불렸다. 1910년 6월 졸업한 마리아는 모교 교단에 섰다. 정신적 지주였던 교장 루이스는 마리아에게 유학을 권했다. 1915년 5월 마리아는 일본 도쿄여자학원에 입학했다. 졸업이 다가올 즈음 민족자결론이 무르익었다. 1919년 1월 모임에서 황에스터는 “국가의 대사를 남자들만이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열변을 토했다. 2·8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사람은 남학생 11명이었지만 도쿄 조선기독교청년회관에는 마리아와 황에스터 등 여학생들도 참석했다. “최후의 일인까지 자유를 위하는 열혈을 유(流)할지니….”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자 일본 경찰이 습격해 회관은 아수라장이 됐다. 마리아도 끌려갔다가 풀려났다. ●애국부인회 결사부 만들어 직접 독립운동 3·1만세 시위 주도로 악랄한 고문을 받은 몸에서는 고름이 흘렀다. 그사이 숙부 필순이 이역만리에서 일본인 의사가 준 우유를 마시고 숨졌다. 틀림없는 독살이었다. 마리아는 분루를 삼키며 또 다른 길을 모색했다. 몸도 성치 않은 마리아의 의지는 놀라웠다. 석방된 지 석 달도 안 된 1919년 10월 19일 뜻을 같이하는 여성 16명이 모여 대한애국부인회를 결성했다. “부녀들도 남자들처럼 혁혁한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고 마리아는 말했다. 마리아는 회장이 되고 시도 지부장을 뽑는 한편 결사부를 만들어 직접 독립전쟁에 참여하고자 했다. 한 달 만에 회원이 2000여명으로 늘어나고 현재 가치로 수억원인 6000원을 상하이 임시정부에 보냈다. 그러던 11월 어느 날 ‘누룽지방 형제’ 오현주가 불쑥 찾아왔다. 오의 안내로 임정 밀사를 자칭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부인회의 활동을 캐묻는 것이었다. 10여일 후 마리아가 수업을 하고 있을 때 종로경찰서 왜경들이 들이닥쳤다. 마리아는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 오현주의 배신이었다. 마리아는 붙잡힌 동지들에게 “어떤 고통을 당해도 비밀을 알려 주지 말자”고 당부했다. 간부들은 포승줄에 묶여 서울역으로 끌려갔다. 그 밀사는 대구경찰서 소속 경찰이었다. 군중은 “여성독립단이여, 용기를 내시오. 대한독립 만세!”라고 외쳤다. 대구로 붙잡혀 간 간부는 52명이었다. 끔찍한 고문이 자행됐고 회장인 마리아에게 더 혹독한 고문이 가해졌다. 장작개비를 두 무릎 사이에, 쪼개진 대나무를 두 팔 사이에 끼우고 몸을 빨래 짜듯이 비틀어 댔다. 마리아는 신음도 내지 않고 고통을 견뎌 냈다. 그러자 고무 호수를 코에 끼우고 물을 넣었다. 마리아의 얼굴과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대구 검사국에 송치된 마리아는 깜짝 놀랐다. 만세 시위 때 심문한 가와무라 검사가 자진 전근을 해온 것이었다. 가와무라가 생년월일을 묻자 마리아는 “서력 1892년…”이라고 했다. “어째서 대일본제국의 연호를 쓰지 않는가”라고 하자 마리아는 “일본 연호를 배운 적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고문에 고문이 더해져 마리아는 몸이 퉁퉁 부었고 정신 이상 증세도 보였다. 일제는 마지못해 병보석을 허가했다. 가와무라는 ‘일본의 국적(國賊)’이라며 징역 5년을 구형했고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임시의정원 의원 임명… 中서도 항일운동 마리아는 중국 망명을 결심했다. 몰래 병원에서 빠져나와 배를 타고 서해를 건너 1921년 7월 21일 중국 땅을 밟았다. 고문 후유증은 여전해 몇 달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마리아는 1922년 임시의정원 황해도 의원에 임명됐고 대한여자청년회를 조직하는 등 항일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창조·개조·옹호파로 분열돼 있었다. 1년에 가까운 통합 노력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실망스러운 상황에서 마리아는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 1923년 7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지만 건강은 계속 나빠 병석에 눕는 날이 많았다. 힘들게 미주리주 파크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대학 연구학생을 거쳐 뉴욕 컬럼비아대 사범대학원에 진학, 1929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리아는 뉴욕에서 황에스터 등 옛 동지를 만나 근화회를 조직했다. 혈혈단신 마리아의 유학 생활은 몹시 고달펐다. 점원, 행상, 보모 등을 전전하며 학비를 벌었다. 연민과 애정을 느끼고 혼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미 대한의 독립과 결혼했다”며 거절했다.1932년 7월 마리아는 11년의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 땅을 밟았다. 일제는 감시와 협박을 계속하면서 거주지와 직업을 제한했다. 마리아는 다음해 함남 원산 마르타윌슨 여자신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해 탄압을 받았고 신학원도 폐교당했다. 악독한 고문의 후유증은 전신을 짓눌렀다. 마리아는 쓰러졌고 1944년 3월 13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제와 맞섰던 52년 인생을 마감했다. 언니 미렴은 유골을 대동강에 뿌렸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열사의 모교 정신여학교는 정신여중고로 바뀌어 1978년 서울 송파구 잠실동으로 이전했다. 종로구 연지동에는 옛 교사(校舍)와 수령 550여년의 교목(校木) 회화나무가 그대로 남아 있다. 교정 한쪽에는 서울보증보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서울보증보험과 종로구청의 노력으로 지난해 회화나무 옆에 열사의 흉상을 건립하고 탐방로를 조성했다.●유품은 치마저고리·수저 한 벌이 전부 잠실종합운동장 옆 정신여중고 교정에 들어서면 또 다른 흉상과 ‘김마리아관’(대강당)이 눈에 들어온다. 교장실에서 만난 최성이 정신여고 교장은 “열사는 평생 독립운동을 했고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원”이라면서 “사단법인 김마리아기념사업회 주도로 추모 사업을 펴고 있는데 업적에 비해 낮은 훈격을 높이려는 노력이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한평생 외롭게 살다 간 열사의 유품은 치마저고리와 수저 한 벌이 전부다. 그런데 치마저고리를 자세히 보면 오른쪽 섶 길이가 짧다고 한다. 최 교장은 “고문으로 열사의 한쪽 가슴이 없어져 양녀 배학복이 한쪽 섶을 짧게 해서 손수 만들어 드린 한복”이라고 설명했다. 몇 안 되는 유품은 강당 1층의 작은 공간과 동창회 사무실에 전시돼 있다. 숙원 사업인 기념관 건립은 진척이 없다. 그래도 올해 두세 교과서에 열사의 이야기가 실린 것은 성과라면 성과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판사 “옷 벗고싶나”vs 대리기사 “누가 신고했나”… 같은 공무집행방해죄, 법의 기울기는 달랐다

    판사 “옷 벗고싶나”vs 대리기사 “누가 신고했나”… 같은 공무집행방해죄, 법의 기울기는 달랐다

    벌금 같다고 형벌의 무게 같을까법의 저울 은 동일한 죄에도 기울기가 달랐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받은 김정환(56·가명)씨는 판사, 최명식(57·가명)씨는 대리 운전기사다. 24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동년배인 두 사람은 공무집행방해로 각각 벌금형을 받았지만, 이들이 겪은 법 집행 과정과 형벌의 무게는 판이하게 달랐다. ●있는 자에게 유리한…기울어진 법의 관용 김씨는 2014년 3월 새벽 1시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술집에서 술값으로 실랑이를 벌이다 종업원을 폭행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얼굴을 때렸다. 김씨는 당시 경찰에게 판사라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너 옷 벗게 해줄까”라는 위협도 가했다. 김씨는 공무집행방해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폭행 피해자였던 종업원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김씨의 혐의에서 제외됐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벌할 수 없다. 3월에 사건이 벌어졌지만 기소가 된 시점은 9월, 공판은 10월이었다. 재판이 열리기까지 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법조계는 공무집행방해처럼 사안이 명백한 사건의 경우 기소와 공판까지 걸리는 시간을 통상 3개월 안팎으로 본다. 이수원 변호사는 “기소 시점과 공판 기일이 지연될수록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공판 시점을 늦춰 시간을 버는 일은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피해 경찰관과 합의를 했다. 해당 경찰관은 서울신문과 만나 “김씨가 전화로 수차례 사과를 해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써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다른 경찰은 “공무집행방해건의 경우 일반 폭행건과 달리 공적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통상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은 재판에서 피해 경찰관이 선처를 바란다는 점을 감안해 벌금 500만원 판결을 내렸다. 검찰 구형은 징역 10개월이었다. 최씨는 2017년 3월 오후 9시쯤 식당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팔을 내리치고 배로 밀쳤다. “누가 신고한거냐”고 따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폭행이었다.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최씨에 대한 법 집행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사건 3개월 만인 6월 재판이 열렸고, 다음달인 7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경찰의 합의서는 존재하지 않았고 “본인이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국선변호인의 의견이 전부였다. 다수의 공무집행방해건을 처리했던 한 변호사는 “출동한 경찰에게 현직 판사가 ‘옷을 벗고 싶으냐’고 위협하는 것과 일반인이 ‘누가 신고한 거냐’고 따진 행위는 같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라도 수위가 다르다”면서 “김씨와 최씨가 같은 형량을 받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사 된 판사, 자신 사건 인터넷 검색 제한 동일한 500만원 벌금형이었지만 두 사람이 짊어진 형벌의 무게는 달랐다. 김씨는 10월 30일 벌금형이 확정되자마자 벌금을 납부한 뒤 그해 바로 사무실을 열었다. 공판이 열리기 한 달 전 법원이 “김씨의 범죄행위가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가 아니다”라며 파면이나 해임 등의 강제면직이 아닌 의원면직 처분을 내린 덕분이다.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강제면직을 받았다면 판사 퇴직 후 변호사 활동은 불가능하다. 검찰의 구형인 징역이 아닌 벌금형을 받은 점도 김씨가 변호사 곧바로 개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각각 5년·2년이 지나야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다. 현재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는 김씨는 변호사 개업 후인 2015년 1월 법원에 자신의 판결문을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없도록 열람·복사제한 신청을 했다. 김씨의 판결문은 사건번호만 알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찾을 수 있는 다른 이들의 판결문과 달리 직접 법원에 방문해 열람을 신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볼 수 있다. 반면 사업 실패 후 빚더미에 앉은 최씨는 벌금을 내지 못해 강제 노역의 기로에 섰다. 대리운전을 하며 한 달 15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최씨의 가족에게 벌금 500만원은 수개월치 생활비와 맞먹었다. 그는 장발장은행에서 대출받은 300만원 등으로 노역을 면하고 정상적인 생계 활동에 나섰다. 최씨는 거치기간 6개월 후 매달 25만원씩 장발장은행에 상환해 1년 6개월 만에 벌금형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탐사기획부 안동환 부장,박재홍·송수연·조용철·고혜지·이태권 기자
  • [판깨스트]‘타다’ 무죄가 남긴 것...검찰이 무리했다?

    [판깨스트]‘타다’ 무죄가 남긴 것...검찰이 무리했다?

    1심 “초단기 승합차 렌트”‘불법 콜택시’ 오명 벗어3개월 기소 늦췄던 검찰정부 정책 대응 아쉬워지난 19일 불법 콜택시 논란으로 주목 받아온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에 대한 법원의 1차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은 재판 전부터 ‘직관’(직접 관람)하려는 방청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선고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었지만 이미 한 시간 전부터 방청객들이 길게 줄 지어 서서 재판을 기다렸습니다. 법원 관계자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방청객들 소지품을 검사하고 몸 수색을 하는 등 보안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법정 문이 열리자 순식간에 방청객 150석이 꽉 찼습니다. 그때 누군가 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4차 산업은 무슨, 법을 어기면서 그게 무슨 4차 산업이야?” 1심 재판을 맡은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가 입장하고 타다의 실질적 경영진인 이재웅(52) 쏘카 대표와 박재욱(35) VCNC 대표가 피고인석에 섰습니다. 법정 안에는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파장이 클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재판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 등에 대한 선고에 앞서 죄형법정주의에 대해 길게 설명을 했습니다.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은 미리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재판부가 죄형법정주의를 들고 나온 것은 법 규정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법 위반을 놓고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상황에서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은 피고인에 유리해보였습니다. 특히나 이 사건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1심 “법 규정 확대 해석 안 돼” 예상대로 재판부는 면허 없는 다인승 콜택시 영업만이 아니라 타다와 같이 운전자 알선이 허용되는 승합차 임대차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상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종 결론은 무죄. 이 대표, 박 대표 뿐 아니라 양벌 규정에 따라 기소된 쏘카와 VCNC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를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렌트) 계약으로 판단했습니다. 타다 이용자는 렌터카 임차인이지, ‘여객’이 아니기 때문에 여객자동차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여객자동차법은 임차한 사업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국토교통부의 면허를 받지 않은 타다가 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10월 이 대표 등을 재판에 넘겼고, 이 대표 등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해 달라고 했는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재판부가 무죄 선고를 하자 방청석에서는 “왜 이게 무죄냐”는 항의와 함께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초단기계약이 말이 되느냐”,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냐”며 울분을 토해내는 방청객들도 있었습니다. 반면 박 대표는 무죄 판결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옆에 있던 이 대표는 말을 아꼈지만 표정을 숨기지는 못했습니다.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이 사건은 그대로 확정이 됩니다. 하지만 검찰은 선고 직후 “관련 법리와 제반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소를 제기했다”며 기소 정당성을 주장한 만큼 항소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타다 서비스를 섣불리 합법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타다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법의 맹점이 있다면 입법적으로 풀 수도 있는데 검찰이 중간에 개입하면서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타다 사건을 기소했을 때 검찰 출신 변호사조차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할 수 있었는데 형식적인 법규 위반 측면만 보고 접근했다”고 비판을 했습니다. 검찰 기소, 사회적 공론화 계기 하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명백히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건을 시간을 끌며 놔둘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기소를 결정한 검찰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대검찰청은 이런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허가 사업에서 면허·허가를 받지 않은 무면허·무허가사업자가 면허·허가 대상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정부는 법령에 따른 단속 및 규제를 할 의무가 있고 이는 면허 또는 허가 사업의 본질입니다.” 오히려 기소를 안 했다면 법원의 판단도 받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계기가 다시 한 번 마련됐습니다. 재판부가 선고 이후 이례적으로 당부의 말을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박 부장판사는 “‘꼼수다’, ‘법을 해킹했다’는 논란이 있는 타다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했다”면서 “아무쪼록 택시 등 이동교통사업이나 모빌리티 사업 주체들 그리고 규제당국이 함께 고민해서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일이 앞으로 계속될 ‘재판의 학습효과’랄까, 의미 있는 출구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이제 ‘공’은 정치권과 정부에 넘어 갔습니다. 정부는 검찰이 타다 사건 기소를 3개월이나 늦추는 동안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지금도 부처 간 다른 목소리가 들립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법과 제도가 기술의 발달이나 시대 변화를 쫒아가지 못하는 비판이 늘 있어 왔다. 오늘 판결은 그런 비판을 보완하는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반면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의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업계는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유불리만을 계산하고, 정부가 뒷짐을 지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한테 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교통수단 소비자들 중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더라도 혼자라도 호출하는 타다 이용자의 증가는 시장의 선택”이라고 꼬집은 재판부의 지적을 모두 곱씹어 봐야 할 것 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트럼프 최측근 스톤에 징역 40개월, 법무부 줄인 구형과 일치

    트럼프 최측근 스톤에 징역 40개월, 법무부 줄인 구형과 일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를 통해 기소된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에게 20일(현지시간) 징역 3년 4개월이 선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검찰이 스톤에게 지난 10일 징역 7∼9년의 중형을 구형하자 이튿날 트윗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법무부가 구형량 축소를 시도하자 담당 검사 4명 전원이 사임해 논란이 벌어졌다. 스톤은 2016년 대선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선될 수 있다고 확신을 심어준 비선 참모 가운데 핵심 인물이었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에이미 버먼 잭슨 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스톤의 7개 혐의에 유죄를 인정, 40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날 형량은 법무부가 당초 구형한 징역 7∼9년을 철회하고 새로 낸 의견서에서 제시한 징역 3∼4년 범위에 들어간다. 다만 검사 4명이 사임한 후 새로 투입된 검사 둘 가운데 한 명은 이날 법정에서 당초 의견을 지지한다며 스톤이 상당한 기간 수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CNN은 전했다. 이에 대해 잭슨 판사는 스톤이 저지른 범죄들은 상당한 시간 수감돼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법무부가 처음 권고했던 7∼9년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스톤의 변호사들은 67세의 나이, 건강,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보호관찰 처분을 내려줄 것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잭슨 판사는 이번 기소는 정치적 동기에 따라 이뤄졌다는 스톤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사실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실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는 로저 스톤의 주장, 그의 호전성, 자신의 거짓말에 대한 자만심은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제도,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에 대한 위협“이라고 질타했다. 스톤은 2016년 대선 기간 트럼프의 ‘비선 참모’로 활동했다.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유착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은 허위 진술과 증인 매수, 공무집행 방해 등 7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고 연방대배심은 지난해 11월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잭슨 판사는 대배심 평결에 따라 혐의별 형량을 산정, 의회 위증을 포함한 5개 허위진술에 징역 12개월, 공무집행방해에 징역 40개월, 증인 매수에 징역 18개월을 각각 책정하고 7개 죄목의 형량을 조정 합산해 40개월 복역을 명령했다. 2만달러의 벌금형과 지역사회 봉사활동 명령도 함께 부과됐다. 하지만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잭슨 판사는 스톤이 항소하고 다른 법적 선택을 추구하는 동안 자유롭게 지내도록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 특검 수사로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은 트럼프 측근 6명의 유죄가 모두 인정됐다고 CNN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탄핵 벗어난 트럼프, 정보라인 장악 움직임

    반대파 경질… ‘무소불위’ 인사권 휘둘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 등 미국 내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에 대표적 충성파인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반대파의 잇단 경질과 함께 소위 복심의 귀환이 전망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기각 이후 이른바 ‘무소불위 인사’를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그리넬은) 훌륭하게 미국을 대표해 왔고, 함께 일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DNI 국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댄 코츠 전 국장이 이란·북한·러시아 관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반목하다 사임한 지난해 8월 이후, 그리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로 임명한 국장대행이다. 국장과 달리 국장대행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견제 없이 정보라인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행의 임기는 6개월이다. 다음달 12일 임기가 끝나는 현재 조지프 매과이어 국장대행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국면에서 내부고발을 한 CIA 요원에 대해 ‘옳은 일을 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와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그리넬 대사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로저 스톤의 구형을 낮추라는) 트윗이 일을 힘들게 한다”는 비판적인 인터뷰를 하자 “대통령의 트윗은 내 일을 더 쉽게 한다”는 트윗을 올렸을 정도로 충성파다. 미 언론들은 그가 정보기관 경험이 전무한 국장대행이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과 정보 당국의 묵은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존 루드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의 경질도 트윗으로 알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탄핵 청문회 때 불리한 증언을 한 데 대한 보복성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같은 이유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대사 등 4명을 경질한 바 있다. 트럼프의 젊은 최측근들은 귀환이 예상된다. USA투데이는 이날 “호프 힉스(31)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선임보좌관으로, 존 매켄티(29) 전 보좌관은 백악관 인사실을 이끄는 자리로 복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어산지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사면 제안”… 백악관 “완전 조작”

    어산지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사면 제안”… 백악관 “완전 조작”

    어산지 변호인, 英법정서 ‘대가성 거래 제안’ 주장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이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8)에게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힐러리 클린턴(72)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을 해킹하는데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히면 사면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가 측근 로저 스톤(67)에 대한 구형과 법무부 및 검사들과 관련해 갈등을 빚는 와중에 불거진 ‘대가성 거래 제안’이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어산지 변호사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행정법원에서 열린 예비 심리에서 이같은 밝혔다고 로이터통신과 CNBC 등이 보도했다. 그는 2017년 8월 어산지를 방문한 공화당 소속 데이나 로러바커(72) 전 하원 의원이 이런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어산지의 미국 송환과 관련한 재판의 예심 판사 바네사 바라이서는 이날 ‘거래 제안’은 증거로서 인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美공화의원 “어산지와 힐러리 이메일 3시간 논의”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과 외교 문서 등의 자료 무더기가 위키리크스에 무차별적으로 폭로됐고, 클린턴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로러바커가 만났을 당시 어산지는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대사관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로러바커는 “우리는 3시간 동안 만나 지난 대선에서 위키리크스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폭로를 포함한 여러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한 것으로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2017년 8월 보도했다.이 보도에서 로러바커는 “러시아가 이런 메일의 해킹이나 폭로에는 관련되지 않았다고 어산지가 강조해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어산지 변호인의 발언 공개 직후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한 적이 없다”며 “그에게 실제로 ‘DNC 이메일을 제공한 사람의 정보와 증거를 제공하면, 트럼프에게 그를 사면하라고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대통령에 의한 거래 제안이 아니었고, 대통령을 대신하는 것도 아니었다”며 트럼프와 거리를 두었다. “트럼프 몰라”… 트럼프, 백악관 초대도또 로러바커는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존 켈리(69)를 만나 어산지는 사면의 대가로 DNC 해킹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켈리는 이를 트럼프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로러바커는 또 백악관의 누구도 그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면서도 “어산지는 ‘진정한 내부고발자’여서 사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67)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많이 냈다. 이에 미연방수사국(FBI)은 그에게 러시아 정보요원이 그를 ‘영향력 있는 요원(agent of influence)’으로 영입하려 한다고 경고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2018년 선거에서 떨어졌다. 이와 관련, 백악관 대변인 스테퍼니 그리셤(43)은 “대통령은 로러바커가 전직 의원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며 “그와 이 문제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건 완전한 조작이자 거짓말”이라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대변인의 해명과는 달리 트럼프는 2017년 4월 로러바커를 백악관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는 2018년 11월 트윗에서 “훌륭한 의원”, “열심히 일하며 모두에게 존경받는다”고 추켜세웠다. 위키리크스 “‘러 출처 아냐’ 발언 10개월 후 제의”위키리크스도 어산지에 대해 대통령 사면 제의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해 줬지만 시기가 다르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트윗에서 “만남과 제안은 어산지가 기소되기 이전”이라며 “그런 제안은 어산지가 러시아가 DNC 이메일의 출처가 아니라고 언급 한지 10개월이 지난 시점”이라고 밝혔다. 호주 출신의 어산지는 2010년 미국의 외교·군사와 관련된 기밀문서를 인터넷에 공개했다가 기밀 정보유출 등 18가지 혐의로 미국 당국에 쫓기고 있다.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17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지내다 지난해 추방된 이후 영국에 구금된 상태다. 미국 당국이 송환하려는 것에 맞서 그는 “미국으로 송환되어서는 안 된다”며 망명 재판을 하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선배 약혼녀 성폭행하려다 살해…2심도 무기징역

    선배 약혼녀 성폭행하려다 살해…2심도 무기징역

    전자발찌를 찬 채 직장 선배의 약혼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3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김태호 양영희 홍기만 고법판사)는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38)씨의 항소심에서 검찰과 정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신상 공개 등 명령도 그대로 유지했다. 정씨는 지난해 5월 27일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직장 선배의 약혼녀인 A(사망 당시 43세)씨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씨는 안면이 있던 A씨의 집에 찾아가 강간을 시도했고, A씨는 정씨의 범행에 저항하다가 아파트 6층에서 화단으로 추락했다. 심지어 정씨는 화단에 떨어졌을 때 살아 있던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다시 집으로 옮긴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당초 아파트에 찾아갈 때부터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옷을 한 차례 갈아 입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씨는 두 차례 성범죄로 총 10년을 복역하고 2018년 출소했다. 이번 범행 당시에는 전자발찌를 찬 채 자신의 집과 가까운 거리의 피해자 아파트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정씨는 범행이 흉악하고 반인륜적인 데다가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빼앗는 형벌로, 문명국가의 이상적인 사법제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심의 무기징역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정씨를 기소하며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형을 구형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타다’ 1심 무죄, 혁신과 미래를 위한 첫발

    불법 논란에 휘말렸던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가 합법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어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쏘카의 자회사인 VCNC 박재욱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택시업계는 지난해 2월 타다가 면허 없이 여객 운송을 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10일 타다가 불법 콜택시라며 이 대표와 박 대표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이용자와 쏘카 사이에 초단기 임대계약이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적법한 렌터카 서비스로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적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혁신적인 서비스로 주목받은 사업이 법정으로 넘어갈 때까지 정부나 국회가 방치한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다. 타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승합차를 호출하는 서비스다. VCNC가 차량 공유업체인 쏘카로부터 차량을 빌린 뒤 운전기사와 함께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비스를 출시할 때부터 택시업계의 반발은 물론 정치권의 이해까지 맞물리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눈치를 보다가 가까스로 내놓은 중재안마저 퇴짜를 맞는 등 갈등 조정 능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 대표는 어제 이번 판결에 대해 “혁신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간이 왔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다양한 혁신기업들이 앞다퉈 등장할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소모적인 공방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국회도 관련법을 전향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법과 제도를 손보는 한편 새로운 사업의 등장으로 피해를 입는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 방안들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타다 금지법’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 합법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을 입법부가 불법으로 다시 뒤집어서는 안 된다.
  • 트럼프 대놓고 직권남용?… 보좌진 만류에도 측근 11명 사면·감형

    트럼프 대놓고 직권남용?… 보좌진 만류에도 측근 11명 사면·감형

    민주당 “또 다른 국가적 스캔들” 맹비난 WP “재선 염두에 둔 사면권 행사” 지적 美법관협회는 ‘법란’ 관련 긴급회의 소집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보좌진의 반대에도 자신의 지인과 측근이 대거 포함된 11명에 대해 사면·감형을 단행했다. 사면권을 정치적 보상 수단으로 사용하며 법치주의를 위배하는 노골적 권력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자신의 대선 캠프를 비선으로 이끌었던 로저 스톤의 검찰 구형에 개입하면서 소위 ‘법란’(法亂)이 불거진 데 이어 점입가경 형국이다. 탄핵을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사기와 위증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던 버나드 케릭 전 뉴욕시 경찰국장 등 7명에게 특별 사면을,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주 전 주지사 등 4명에게 특별 감형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블라고예비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진행자였을 때 출연자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부 지역 유세를 떠나기 전 메릴랜드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에게 “블라고예비치는 교도소에서 8년 동안 복역했다. 그것은 긴 시간”이라며 “잠시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매우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블라고예비치는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후임자 지명권을 매관매직하려 한 혐의를 포함해 18건의 공직자 비리 혐의로 2011년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사기도박 스캔들에 휘말렸던 샌프란시스코 프로풋볼팀 포티나이너스(49ers)의 전 구단주 에디 드바르톨로도 사면됐다. 그간 유명 작곡가 폴 앵카 등이 사면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에 사면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의 오랜 돈줄인 디바르톨로는 오하이오의 기반이 탄탄하고, 포티나이너스는 샌프란시스코에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다분히 재선이라는 정치적 이익을 염두에 둔 사면권 행사”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 특별 사면을 받은 케릭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비선이었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측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사면에 대해 빌 패스크렐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 불명예스러운 인물들을 사면한 것은 법을 지키지 않는 행정부의 또 다른 국가적 스캔들로 다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에게 블라고예비치의 특별 감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구들에게 보답하고 중범죄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사면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거세다”고 전했다. 한편 미 연방법관협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로저 스톤 구형 개입 논란과 관련해 19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신시아 루페 연방법관협회장은 “판사들은 개별 재판에 대한 공격을 염려하고 있다”면서 “주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낡은 경로당을 청년 주택으로… 동작의 융합 복지

    낡은 경로당을 청년 주택으로… 동작의 융합 복지

    서울 동작구가 자치구 최초로 경로당과 청년주택이 결합된 복합시설을 건립했다고 19일 밝혔다. 구는 2018년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협약을 체결해 기존 공공시설의 면적과 용도를 유지하면서 여분의 연면적을 행복주택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구에서 부지를 제공하면 공사가 복합시설을 신축해 별도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노인과 청년 모두를 위한 복합시설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사당3동에 있던 학수경로당이 세대융합형 행복주택으로 재탄생했다. 학수경로당은 30년 넘은 낡은 건물이지만 예산 문제로 신축이 쉽지 않았다.건물 1층에는 노인들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구립 학수경로당이 들어섰다. 2~4층에는 청년 행복주택 7가구가 조성됐다. 구는 앞으로 노인과 청년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구는 2015년부터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공주거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부모가정·홀몸노인·청년 등을 위한 임대주택 총 210가구를 공급했다.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안정적인 주거는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며 “앞으로도 동작구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주민들의 보편적 주거 복지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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