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예상했던 일… 후련하다”/6·18 기업퇴출각계 반응
◎청와대 “시장경제원리 충실… 최선 다했다”/금융권 연쇄부도 우려속 대책마련 분주
부실기업의 퇴출명단이 발표된 18일 관련부처와 정치권,금융권,재계는 ‘잘 된 일’‘시장경제에 위배되는 조치’‘예상됐던 것’등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정치권◁
○…청와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며 5대 그룹 계열사가 대상에 무려 20개나 포함되어 있음을 유난히 강조. 특히 “은행이 빌려준 돈을 받을 가능성이 없게 돼 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며 한결같이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했다고 설명.
康奉均 경제수석은 “11개 협조융자 대상 계열사를 이번 기회에 정리해 의미가 크다”며 “이로 인해 경제의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 康수석은 또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5대 그룹 부실계열사를 퇴출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은행이 구태를 버리고 신(新)사고를 가져달라는 의미”라며 상호지급 보증과 내부 금융거래 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를 표출.
○…국민회의 辛基南 대변인은 “화급한 과제인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려진 불가피한 조치”라고 규정. 辛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은 총체적 개혁을 위해 근로자 기업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못박고 “그러나 파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실효성있는 실업대책을 강구하라”고 정부측에 촉구.
한나라당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기업의 자울성과 창의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크게 우려. 李祥羲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퇴출기업을 임의로 선정한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
▷금융권◁
○…퇴출 대상기업의 선정작업을 벌였던 각 은행 실무담당자들은 “후련하다”고 말하면서도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에 대해 은행 여신을 중단할 것이란 정부 방침에 “더 큰 불똥이 떨어졌다“며 우려하는 분위기.
시중은행 한 임원은 “말로는 자산매각이나 제 3자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하지만 당장 명단이 발표되면 종금사 등의 2금융권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종금사들이 어음을 돌려 부도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 제 2금융권은 담보가 없어 은행보다 불리한 입장.
○…주거래은행 별로 퇴출대상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한일은행으로 55개 중 14개를 차지했으며 제일 12개, 조흥 10개, 외환 9개 등의 순. 또 서울 4개, 산업 2개, 상업 2개, 대동과 신한이 각 1개 씩으로, 이번 부실판정의 간사역을 맡은 상업은행이 2개에 그쳐 눈길
○…퇴출대상 부실기업 가운데 현대리바트 등 10개 상장사의 주가는 대한중석만 빼고 일제히 제한 폭까지 곤두박질. 그러나 이들 기업의 주가는 이미 증시에 반영돼 지난 5월11일부터 6월18일 사이 평균 56.96%나 하락. 특히 거평그룹 계열사인 대한중석은 같은 기간 3,205원에서 380원으로 88.14%나 떨어졌고 대한모방은 1,665원에서 345원으로,현대리바트는 960원에서 265원으로 급락.
○…퇴출 판정을 받은 양영제지는 전남 담양에 있는 업체로 한국종합금융으로부터 1,500억원 이상의 여신을 받은 것으로 판명. 그러나 지난 달 부도가 났으며 종합기술금융에 제공한 담보에 하자가 있어 광주지검으로부터 대출과정에서의 자금수수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흥은행은 해태제과가 퇴출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이를 곧 매각되는 것으로 단정지으면 안된다”고 말해 종금사 등과 대출금의 출자전환 문제 등을 추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 한편 해태그룹이 유통과 함께 매각 대상으로 정한 음료는 막판 퇴출 대상에 ‘회생가능’으로 바뀌었다고.
▷해당 그룹◁
○…현대그룹은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며 담담한 반응. 특히 그동안 퇴출 대상에 올랐던 대한알루미늄이 막판에 대상에서 제외되자 느긋한 분위기. 대우그룹도 퇴출 대상 5개사가 대부분 그룹 경영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군소 계열사라는 점에서 안도.
반면 삼성그룹은 선정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정부의 강력한 빅딜 의지와 5대 그룹 내부거래 조사방침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LG그룹도 은행들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간과한 채 부채 등 수치로 나타난 부분만 중시한 흔적이 짙다며 볼멘 표정.
▷재경부◁
○…부실기업 퇴출 조치를 경제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앞으로 금융권이 지속적으로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퇴출 결정을 내릴 경우 추락한 대외 신인도를 다시 높여 외국인의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으로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