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 ‘지구제국’ 펴낸 조정환씨
노동해방문학 이론가로 활동중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간부로 몰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까지 최후의 수배자로 남아 탄원운동의 대상이 됐던 조정환(46)씨가새저서 ‘지구제국’(갈무리,1만2000원)을 들고 대중 앞에 다시 섰다.도피생활 시작과 함께 낸 ‘노동해방문학의 논리’(90년) 이후 12년만,자유를 누리게 된지 2년여 만이다.조씨는 “그동안 문학에서 철학으로 사유범위를 넓혀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모색해 왔는데 94년 사유에 커다란 전환점이 있었고 이제 그 변화된 생각에 체계가 잡혔다는 확신이 들어 다섯권의 책으로 정리하게 됐다”고 말했다.이번책은 그 첫권이다.
▲변화된 생각이란.
80년대엔 모든 문학활동은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경직된사회를 무너뜨리는 당건설과 결부돼 당파성을 띠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당’이라는 소수적 전위활동에 문학을 종속시키는 것 보다는 다수대중(다중,multitude)의 삶 속에 더불어 살아나가는 데서 중요한 작품 나올 수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정치적으로도 노동자가 국가권력을장악해 해방을 이룰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현실에 적합치 않다.다중의 자율적 결집, 노동자,여성,학생,이민,실업자, 동성애자등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힘을 통해 사회변혁이뤄야한다고 생각한다.이런 ‘다중의 자율’ 개념은 94년멕시코 사파티스타 봉기에서 확신을 갖게 됐고 역사적으로는 68혁명, 소비에트·이탈리아 등의 평의회, 파리코뮨 등에서 이미 그 실천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구제국’이란.
세계화(지구화)시대 지구사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이전의 세계는 제국주의론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거대한 국민국가가 식민지를 구축하고 세계패권을 행사했으므로 대항전선도 제국주의와 식민지 민중 사이에 형성됐다.그러나‘세계화’이후 권력은 특정 국민국가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다. UN,IMF,WTO 등 초국가적인 기구, 초국가적 자본들이지구사회 전체에 주권을 행사한다.따라서 대항방식도 지구적(국제적) 다중의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지구제국’의압제를 봉쇄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사이버공간을 통한 저항주체구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2000년 9월에 만든 다중문화공간 왑(WAB,‘제국 속에서,제국에 대항하고, 제국을 넘어선다.’의 뜻, www.wab.or.kr)도그 한 시도다.
신연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