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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아태 지역 최대 외교의 장 ‘APEC’

    [기고] 아태 지역 최대 외교의 장 ‘APEC’

    오는 27일부터 경주에서 2025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된다. APEC 회원들은 정상회의에 앞서 1~3차 고위관리회의를 비롯해 수백 회의 회의를 열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다. APEC 정상회의는 그 성과를 최종 확정하고, 아태지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 APEC은 순탄치 않은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아태 지역의 협력 가능성을 보여 줬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는 자유무역과 다자무역체제 등 그간 APEC이 주창해 온 원칙과 가치에 도전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APEC은 컨센서스 원칙 등을 토대로 ‘아이디어의 인큐베이터’라는 별칭에 걸맞게 회원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장을 제공했다. 그 결과 통상, 디지털·인공지능(AI), 문화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장관회의에서 합의문서를 채택하는 결실을 거뒀다. 우리나라는 회원들 사이 건설적 대화를 이끌어 내는 등 의장국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왔으며 이제 정상 간 합의를 이끌어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올해 APEC은 한국만의 차별화된 기여를 선보일 기회가 될 것이다. AI 전환과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는 아태 지역이 직면한 도전과제다. 우리나라는 APEC 사상 최초로 이를 핵심 의제로 선정하고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AI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인 한국은 AI가 역내 혁신을 촉진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아태 지역의 AI 전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 인구구조 변화가 역내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건강 및 돌봄 서비스 강화, 인적자원 이동성 강화 등 협력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은 또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서 APEC 최초로 문화를 의제화해 경제성장 동력으로서의 문화창조산업 관련 논의를 주도했다. 그러나 복잡하고 역동적인 오늘날 세계에서 혁신과 성장은 정부 정책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의 비전과 민간의 창의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APEC의 다양한 성과들 역시 민간의 참여와 협력이 뒷받침될 때 실현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APEC의 전통 ‘민관 협력’이 빛을 발한다. APEC은 1995년부터 민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를 운영해 왔다. ABAC는 연중 네 차례 회의를 거쳐 정상회의 주간에 ‘ABAC-정상과의 대화’에서 기업인들의 정책제안을 정상들에게 전달한다. CEO 서밋, 퓨처·테크 포럼, K테크 쇼케이스 등의 행사도 개최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신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국제행사다. APEC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 교역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우리나라 10대 교역국 중 9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외교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무대다. 우리나라는 정상들과 폭넓은 양자회담을 추진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실현해 나갈 것이다. 또 다양한 문화행사로 각 대표단에 K컬처의 진수를 선보이며, 우리 문화의 매력을 깊이 인식시키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최근 국제통상 환경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의 관심이 경주에 모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모든 회원들이 원활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의전 등 모든 분야에서 만전을 기하고, 이번 정상회의가 역내 협력과 상생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외교의 장(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윤성미 APEC고위관리회의 의장
  • 입시 개혁이 교육 개혁··· 임태희 “공정한 평가체제가 시작”

    입시 개혁이 교육 개혁··· 임태희 “공정한 평가체제가 시작”

    입시 아닌 배움이 중심 되도록공평하게 수행평가 손질 최선“교육의 중심은 언제나 학생이어야 합니다. 입시가 아니라 배움이 중심이 되는 학교, 경쟁이 아니라 성장이 중심이 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경기교육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체제를 구축하겠다. 경기교육의 변화가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취임 이후 수행평가 재구조화와 인공지능(AI) 교육 시스템 도입이라는 두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음은 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지난 3년의 성과는. “교육의 본질은 학생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도록 키우는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자기 삶을 설계하고 미래 사회를 살아갈 기본 인성과 기초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게 교육의 책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교육은 입시 도구로 전락했고, 학생들은 끝없는 경쟁 속에 내몰리며 삶의 성장은 외면당해 왔다. 교육감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경기교육은 교육의 본질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다. 경기교육은 ‘자율, 균형, 미래’를 기조로 학생 중심 교육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학생의 꿈 실현을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공교육의 영역을 학교 밖과 디지털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했다. 지역사회 교육자원을 활용해 학교 안팎의 배움을 연결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경기공유학교’를 통해 학생의 배움을 확장하기도 했다. 지역의 한계를 넘어 모든 학생과 청소년의 교육 기회 보장을 위한 ‘경기온라인학교’도 개교했다. 사교육비 경감, 교육 격차 해소와 대학입시 제도 개편의 중요한 도구로 AI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도 보급했다. 아울러 지난해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개최한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을 통해 경기교육의 다양한 미래 교육 정책을 세계에 알렸다. 경기교육은 학교를 중심으로 배움의 범위와 깊이를 넓히고 세계 각국과 미래교육을 논의하며 글로벌 교육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경기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이 되겠다.” -대입 제도 개편의 구체적 방향은. “우리 교육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대학입시다. 입시가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고 교실을 시험 준비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입시가 달라져야 교육이 변하고 공교육이 회복된다. 그동안 대학입시는 모두 24번 이상 개편됐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교육의 3분의1을 책임지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2032 대학입시 개편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2032 대학입시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내신 평가 개선’, ‘수능 시험 개편’, ‘대입 전형 대(大)강화’다. 전형 방식도 단순화하려 한다. 지금처럼 복잡한 수시·정시 구분을 없애고, 내신·학생부·수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통합전형’으로 개편하려 한다. 현재 시도교육감협의회와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이미 제안 설명을 마쳤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도 협의 중이다. 앞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와 새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통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수행평가 제도 개선은 대입 제도 개편과 연결되는가. “수행평가는 원래 학생의 학습 과정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지금은 입시 경쟁 때문에 본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암기식, 학원 찬스식이 늘면서 학생들은 ‘수행 지옥’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힘들어한다. 고등학생 기준 학기당 열 과목을 배우면 과목당 두세 번씩 수행평가를 봐야 하니까 연간 50회 이상 평가를 치르는 셈이다. 지필고사(중간・기말고사) 시기와 겹치면 부담은 더 커지고, 교사는 채점 부담에 시달린다. 평가 공정성 시비도 계속 제기돼 왔다.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은 수행평가 제도를 구조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남은 임기 중점 추진할 정책은. “교육은 단기 성과보다 방향과 완성이 중요하다. 남은 임기 동안 ‘교육의 본질 회복’과 ‘미래교육 기반 완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3년 동안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면 앞으로는 학교 현장이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 우선 경기공유학교, 경기온라인학교, 하이러닝을 통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이고, 학생의 여건과 상관없이 공정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겠다.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 정책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교사가 수업과 학생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부담을 줄이고, 문제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 체계를 더욱 구체화하겠다. 대학입시 개혁은 반드시 제도화하겠다. 새 정부, 대학, 교육 관련 기관과 협력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2032 대입 제도를 완성할 계획이다.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 확대, 미래형 과학고 설립, 직업계고 재구조화, 예술·체육 교육 강화 등도 추진 중이다. 교육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 학생이 중심이 되고, 교사가 존중받으며,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려고 한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배움을 누릴 수 있는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 환경, 그것이 경기교육의 모습이다.”
  • 전남, 보건의료 R&D 예산 배정 최하위권

    최근 5년간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이 수도권에 집중됐고 전남지역은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보건의료 연구개발비는 모두 3조 2332억원이며 이 가운데 수도권이 약 71%를 차지했고, 서울이 49.2%, 경기가 19.2%, 인천이 2.7%를 기록했다. 반면, 전남은 190억원으로 0.6%에 불과해 지역 간 예산 편차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이는 지역 의료역량과 산업기반의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의료수요가 높은 전남이 국가 연구개발 투자에서 배제돼 있다”며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기조와 건강형평성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 걷기 좋은 ‘남산 하늘숲길’… 한강·관악산도 조망

    오는 25일부터 서울 용산구 후암동 체력단련장에서 남산도서관까지 이어지는 무장애 산책로 ‘남산 하늘숲길’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23일 “남산 하늘숲길은 1.45㎞ 구간으로 울창한 숲을 관통하고 확 트인 도심 경관부터 멀리는 한강과 관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면서 “기존 가파른 경사와 협소한 보행로를 개선해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 6월 개방된 남측순환로 연결 안전데크와 7월 조성된 북측숲길에 이어 남산 하늘숲길이 완성되면서 시민과 관광객들의 남산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남산 하늘숲길 곳곳에는 유리펜스 형태의 ‘노을전망대’ 등 8개 조망 지점과 ‘소나무쉼터’ 등 8개 매력 지점을 설치해 생태·치유·문화 공간을 즐길 수 있다. 남산도서관 진출입로에 있는 김소월 시비 주변에는 ‘소월정원’이 새로 조성됐다. 진출입로 주변도 정비됐다. 남산체력단련장에는 비·바람을 막고 차양이 가능한 야외 헬스기구가 설치됐다. 친환경 공법으로 산림 훼손을 최소화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데크 노선은 나무가 없는 빈터를 중심으로 최대한 지형을 유지하고, 나무가 있는 곳은 구조물로 보호하거나 노선을 우회하는 식으로 조성했다. 산책로 하부에는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확보했다. 위해 덩굴식물 등으로 훼손된 구간에는 남산 자생종 수목 등을 심었다. 이수연 시 정원도시국장은 “앞으로도 서울을 대표하는 남산을 시민에게 오롯이 돌려드릴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 무심결에, 악의 없이 행해진… 그 불편을 마주하다

    무심결에, 악의 없이 행해진… 그 불편을 마주하다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의 신작교수 갑질·가부장제·방임과 폭력…사회적 권력 속 인간소외 파고들어“내 안과 밖의 모순·욕망 들여다봐” ‘낭만적 사랑과 사회’, ‘달콤한 나의 도시’로 2000년대 초반 발칙한 도시 여성의 군상을 만들며 새로운 여성 문법의 가능성을 증명했던 정이현(53) 작가가 새로운 매듭을 만들어 나간다. 신간 소설집 ‘노 피플 존’을 통해서다. 소설집에는 2017년 발표작 ‘언니’부터 올해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린 ‘실패담 크루’까지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렸다. 작가는 특별 소책자를 통해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사회구조와 인간소외의 관계라는 보다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물음을 좇았다”고 밝히며 ‘무심결에’, ‘악의 없이’라는 말로 행해지는 불편한 순간을 직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작가는 ‘실패담 크루’에 사회적 위치가 확고한, 흘러넘치도록 많이 가진 인생을 사는 중년 모임에서 가장 젊은 30대 변호사 ‘나’를 등장시킨다. 실패담 크루는 살아오면서 겪은 실패의 경험을 고백하는 모임으로, ‘나’는 그들의 인정을 받는 근사한 실패담을 발표하고자 하지만 진짜 크루가 되는 데 실패한다. 오랜 훈련으로 단련된 상류층의 감각을 뚫지 못한 나는 페이스트리 부스러기처럼 바깥으로 바스스 쏟아져 버린다. ‘언니’는 교수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대학원생 인회 언니를 바라보는 이십 대 초반 대학생인 ‘나’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딱히 악의는 없지만 선의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말들에 대한 불편함을 건드린다. 나는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며 교수의 부당 행동에 시위를 벌이는 인회의 곁에 나란히 서기를 택한다. ‘빛의 한가운데’에서는 딥페이크 사건 가해자의 엄마이자 피해자 친구인 안희가 등장한다. 안희는 “그 여자는 연예인이라고. 원래 그런 거야. 그럴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며 아들을 두둔하기만 하는 남편에게 반기를 들며 가부장제로 상징되는 남성 지배의 질긴 결속을 끊어 내려고 한다. ‘단 하나의 아이’에서는 방임과 폭력 속에 놓인 아이를 비정규직으로 돌보는 놀이 가정교사인 이십 대 여성 ‘한나’의 시선을 따른다. 이 작품은 고용주와 근로자 외에 어른과 아이라는 또 다른 권력 구조를 보여 준다. 보호자의 방임과 폭력에 놓인 아이는 ‘가정사’라는 프레임에 갇혀 은폐된다. ‘사는 사람’에서는 사교육과 부동산이라는 현대사회의 문제적 이슈를 포착해 낼 수 있는 자리에 주인공 ‘다미’를 앞세운다. 소설은 ‘돈도 없이 남의 집’ 부동산 탐방을 하는 남자친구의 이야기와 함께 학군지 최상위 수학학원 상담실장으로 일하며 사전 문제 유출을 청탁받는 이야기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책 제목으로 쓰인 ‘노 피플 존’은 ‘단 하나의 아이’에서 언급된 말로, 모순적인 현대인의 심리를 포착한 단어다. “노 키즈 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다. 지나치게 소란스러워서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얼마나 어리든 또는 얼마나 늙었든 자신이 있는 곳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157쪽) 작가는 “혼자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지만 또 완전히 혼자이고 싶지만은 않은, 선택적 고립의 욕망도 거기 속할 것”이라며 “제 안과 밖의 모순과 욕망들을 오래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멈추지 않고 썼다”고 말한다.
  • [책꽂이]

    [책꽂이]

    중앙유럽 왕국사(마틴 래디 지음, 박수철 옮김, 까치)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에서 합스부르크 가문 통사를 짚은 저자가 이번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중앙유럽의 방대한 역사를 집대성했다. 끊임없이 국경을 새로 그으며 다양한 민족이 상호작용한 중앙유럽에서 왕국들은 특유의 민주주의 전통과 귀족 문화를 공유했고, 각 민족은 정체성을 품은 문명을 만들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전체주의, 인종 청소 등 어두운 역사의 중심지가 됐다. 과거의 유럽으로 인해 전쟁을 겪는 현재 유럽을 이해하고, 유럽 정세 변화를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736쪽, 3만 8000원.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희정 지음, 김희지 사진, 북트리거) 학교는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교육공무원, 비정규직 강사, 학교 보안관, 조리실무사 등 100여개 직종이 얽혀 움직이는 노동 현장이다. 학교 보안관은 자리 비우기가 조심스러워 화장실조차 급히 다녀오고 조리실무사는 1인당 100인분의 음식을 만든다. 영양사는 음식을 담기까지 서류 작업, 예산 책정, 재료 검수 등 여러 단계 일을 해야 한다. 저자는 교실 안팎에 있는 다양한 노동자의 일과 삶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노동과 헌신으로 돌아가는 ‘모두의 학교’를 재구성했다. 300쪽, 1만 8500원. 빛을 먹는 존재들(조이 슐랭거 지음, 정지인 옮김, 생각의힘) 식물을 ‘느리고 수동적인 존재’로 본 인식은 지난 10여년간 첨단 영상 기술과 생리학, 신경생물학, 분자생물학 등이 발전하면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식물만의 감각 체계 비밀을 파헤치면서 식물이 생각하고 소리를 감지하고 선택하며 계략까지 꾸미는 존재라는 것이 밝혀졌다. 책은 이런 최신 연구 성과를 모아 ‘식물 지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한다. 지능의 개념을 생명체 전반으로 확장하면서 생태학적·철학적·윤리적 사고로 녹색 생명체를 바라보게 만든다. 464쪽, 2만 3800원. 우리는 왜 음악을 듣는가(전기홍 지음, 상상출판) 음악의 역사·문화·철학부터 음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며 음악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뤘다. 음악이 감정과 맺는 관계를 탐구하고 음악의 형식과 구조, 오케스트라의 조화, 인공지능(AI)의 음악 등을 살핀다. 나라와 문화, 종교와 역사, 천재의 고통, 예술과 권력 등을 조명하며 음악의 힘도 돌아본다. 음악 지식, 클래식 명곡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책은 음악을 듣는 인간과 그 삶을 본질로 삼아 음악의 길로 안내한다. 328쪽, 1만 8800원.
  • AI는 생각한다… 고로 마음이 존재한다?

    AI는 생각한다… 고로 마음이 존재한다?

    인간 모방하는 AI 통해 인간 탐구AI가 위로한다? 사용자 해석 문제결국 AI의 미래도 사람에게 달려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개봉 당시 흥행에 참패했지만, 이후 ‘SF영화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SF 거장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탈출한 인간형 로봇 ‘레플리칸트’와 그를 쫓아 제거하려는 현상금 사냥꾼을 통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영화 속에서 레플리칸트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지금처럼 인공지능(AI)이 익숙한 게 아니던 40년 전이니 관객들의 당혹스러움은 상당했을 것이다. 생성형 AI, 음성 인식 스피커, 자율주행차 등 이제 우리 삶에서 AI를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게 됐다. 심지어 챗GPT를 친구나 심리 상담사처럼 생각하면서 대화하고 고민을 상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보다 더 위로해 주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하는 사람까지 생기고 있다. 정말 AI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일까. 인지심리학자인 정수근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AI라는 도구로 인간의 인지 기능과 마음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고 거꾸로 사람 뇌의 구조적·기능적 특징을 통해 AI도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인간을 뛰어넘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등 11가지 질문을 던진다. AI 신경망은 사람의 뇌를 모방해 만들었고 인간이 만든 수많은 자료를 학습했다. 그래서 저자는 AI 연구가 단순히 AI 기술 자체 발전에 그치지 않고 사람 뇌의 발달과 진화 과정을 탐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됐다고 말한다. AI가 사람의 뇌와 닮았다면, 성격이나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AI도 ‘성격’을 갖는다. 인간과 같은 심리적 특성은 아니지만, 학습한 데이터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AI의 성격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말 챗GPT가 게으름을 피운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전보다 짧게 대답하거나 사용자에게 알아서 답을 찾아보라고 떠넘기는 식이었다. 알고 보니 사람들이 많이 쉬는 연말에 일을 미루는 행동 패턴을 학습했기 때문에 인간처럼 행동한 것이었다. 정 교수는 또 사람들이 AI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 이유는 AI의 대화 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사용자 자신의 해석 덕분이라고 지적한다. AI의 모호한 질문과 답변에 사용자가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에게 맞는 맥락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사람은 사물을 의인화하고 정서적 애착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런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자기 자동차에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오래 타던 차를 팔거나 폐차하게 됐을 때 친구와 헤어지는 것처럼 슬픔을 느끼는 것이 흔한 일인 것처럼, 대화를 나눈 AI에 대해 느끼는 애착으로 신뢰를 갖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정 교수는 설명한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AI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정 교수는 “AI가 언제 마음을 가질지 정확하게 답하기는 어렵다”면서 “‘AI가 언제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언제 인간이 AI에게 마음을 부여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AI의 미래도 결국 사람 하기에 달려 있다는 말이 아닐까.
  • 정권 바뀌면 리셋… 공무원들 “반대하던 정책, 홍보하려니 민망”

    정권 바뀌면 리셋… 공무원들 “반대하던 정책, 홍보하려니 민망”

    “정책은 선출직 뜻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죠. 같은 사안을 다른 논리로 설명해야 할 땐 참 난감합니다.”(행정안전부 공무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급변하면서 일선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짙어지고 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핵심 사업이 불과 몇 달 만에 ‘재검토’나 ‘중단’으로 돌아서면 실무자들은 ‘영혼을 갈아끼우듯’ 정반대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 23일 한국행정연구원이 정권 교체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한 중앙부처 공무원 129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4%가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변화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전체 정책 중 3분의1(34.6%)은 정권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변화가 반복되면서 행정 일선의 혼란과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기후대응댐’ 사업이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7월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이라며 전국 14곳에 댐 건설 계획을 내놨지만 정권 교체 이후 7개 사업이 멈췄다. 화살은 실무자들을 향했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불과 1년 만에 입장을 뒤집은 데 대해 “정밀한 대안 없이 추진했다”며 ‘자기반성’에 가까운 해명을 해야 했다. 노동 정책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12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냈지만 1년 6개월 만에 같은 법안을 다시 추진하게 됐다. 당시 반대 보도자료를 작성했던 공무원이 이번엔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맡는 일도 벌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권 기조에 따라 기계적으로 일을 할 뿐인데,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재정·보건·에너지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을 기조로 지출을 억제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확장재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과장은 “정책 방향이 상전벽해처럼 달라지다 보니 내 정신이 똑바로 있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산업통상부는 이전 정부에서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수립했지만 정권 교체 후 원전 사업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사실상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필요성이 없거나 (원전 유치를) 신청하는 곳이 없으면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의료급여 외래 진료비 본인 부담 방식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하려 했으나 정권 교체로 계획이 철회됐다. 사회부처의 한 관계자는 “정책이 매번 번복되면 실무자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장관이 과거 발언을 번복하며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현 정부에서 유임된 송미령 장관은 전 정부 시절 양곡관리법 등을 두고 “농업을 망치는 법”이라고 비판했지만 유임 확정 후 입장을 바꿔 “표현이 거칠었다”며 공개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정권마다 정책이 급변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방향이 수시로 바뀌면 사업 추진이 어렵고 공무원들이 적극행정을 펼치기도 힘들다”며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무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회문제 해결… 상생금융 ‘진화’ [제3회 서울상생금융대상]

    사회문제 해결… 상생금융 ‘진화’ [제3회 서울상생금융대상]

    올해 금융권의 상생금융 흐름은 생활 밀착 지원과 사회구조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소상공인·청년·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육아·채무 조정 등 생활 문제를 다루는 사례가 늘었다. 서울신문은 이를 조명하기 위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 번째 서울상생금융대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범기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비롯해 수상 단체 대표자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로 3년째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회차 때는 상생 사례가 많지 않았고 2회차 때는 조금 늘어났는데, 올해는 그 내용이 풍부하고 다양해졌다”면서 “각자 특색 있는 상생금융 전략을 현장에서 실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소상공인 혜택 주는 신용카드 출시 [제3회 서울상생금융대상]

    KB국민카드는 소상공인을 위한 전용 신용·체크 카드 상품인 ‘사장님든든 카드’로 23일 서울상생금융대상에서 금상을 받았다. 지난 5월 선보인 이 카드는 개인사업자 가맹점주를 위한 전용 상품으로, 전월 이용 금액이 200만원 이상일 경우 가맹점에서 발생한 KB국민카드 매출 금액의 0.2%를 캐시백으로 제공한다. 소비자가 해당 가맹점에서 KB카드를 사용하면 그 매출액의 일부가 점주에게 환급되는 구조로 소비자-가맹점주 간 상생 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출시 직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상생협력 금융 우수사례’로 지정되기도 했다. KB국민카드는 또 ‘KB이숍우화 캠페인’을 통해 따뜻한 선행을 이어 오고 있는 전국 소상공인을 소개하며 지역 상권의 지속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 이창용 “집값 상승, 성장률 갉아먹어… 주가 버블 수준 아니다”

    이창용 “집값 상승, 성장률 갉아먹어… 주가 버블 수준 아니다”

    이 총재 “수도권 다시 과열 조짐”7·8월 이어 세 차례 연속 금리 묶어관세 불확실성·환율도 동결 배경한은 새달 금리 인하 여지는 남겨“미중 협상 등 11월 많은 변수 예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올해 하반기 7·8월에 이어 이번까지 3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6·27 대책 이후에도 집값 폭등이 이어져 10·15 대책까지 나온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춰 ‘영끌’ 불씨를 되살리고 정책 엇박자를 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금리 인하 기조는 여전히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이내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직전 금통위에서는 5명이 금리 인하를 전망했으나 이번에 1명이 줄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8월 이후로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시장에선) 인하 사이클에는 있지만 (한은이) 인하 속도와 인하 폭을 천천히 가져가겠구나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가격이 높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경기 상황을 봐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도 경기가 급락하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총재가 다음 달엔 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주택 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더 줄이는 이 정부 세번째 부동산 대책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면서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을 고려하거나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에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주가에 대해선 “국제 비교로 보면 아직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면서 “버블을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섹터는 전 세계적으로 버블이다 아니다 논란이 많아서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수출 증가세, 미국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 등에 따른 환율 불안정성 등도 금리 동결 배경이다. 최근 들어 환율은 1420~143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기준금리까지 낮아지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430원대 고환율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의 올해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11월 27일 한 차례 남았다. 시장에선 연내 인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총재는 “11월엔 굉장히 많은 (경제적) 변수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하고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진행 양상)도 전 세계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했다.
  • 전력 끊겨도 열리는 터널 천장… 다스코 ‘K방재’ 새 역사 쓴다

    전력 끊겨도 열리는 터널 천장… 다스코 ‘K방재’ 새 역사 쓴다

    화재 3초 내 공기압으로 자동 개방유독가스·열기 배출해 참사 예방설치비 31%, 유지비 49%까지 절감“혁신 넘어 재난 대응 인프라 국산화”말레이시아·태국 등 해외 진출 박차 2022년 12월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불보다 치명적이었던 것은 순식간에 터널 내부를 뒤덮은 유독가스와 열기, 그리고 단전으로 멈춰 버린 배연 장치였다. 이 참사는 터널 안전 시스템이 전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전기가 끊기면 환기·배연·경보 설비가 모두 멈춰 버리는 구조였다. 그로부터 3년, 그 비극의 교훈이 새로운 기술로 되살아났다. 도로안전 전문기업 다스코㈜가 개발한 ‘공압식 자동배연창 시스템’(A.O.S·Automatic Open System)이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신기술(제2025-23호)로 지정됐다. 전력 공급이 끊겨도 작동하는 국내 최초의 ‘무전력 자율 개방형’ 방재 기술이다. A.O.S는 전기 대신 공기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공기를 압축해 저장해 뒀다가 화재 감지 즉시 실린더가 이를 밀어 1~3초 내에 배연창을 완전 개방한다. 전력이 끊겨도 작동이 멈추지 않는다. 덕분에 단전·누전 등으로 배연이 불가능했던 기존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핵심은 ‘페일 세이프’(Fail Safe) 설계다. 전원이 차단되면 전자석이 풀리면서 자동으로 창이 열린다. “전기가 끊기면 열린다”는 역발상 구조다. 주 구동부인 실린더는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 내열성과 내구성이 높고,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 터널은 대부분 전동식이나 유압식 시스템으로, 개방까지 30초 이상이 걸렸다. 화염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많았다. 단전 시에는 작동 불능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A.O.S는 전력이 없어도 움직이고 화재가 감지되면 즉시 열린다. 불길과 유독가스를 빠르게 배출해 대피 시간을 늘리고, 구조대 진입도 쉽게 만든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기존 터널은 천장에 제트팬(고속 송풍기)을 달아 연기를 강제로 밀어내는 방식이었지만 설치비가 높고 유지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A.O.S는 이런 제트팬 방식보다 설치비는 최대 31%, 유지관리비는 최대 49% 낮다. 이 기술은 2019년 개발에 착수해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 실증사업을 통해 성능을 검증받았다. 이후 부산 기장 삼성1지하차도, 광주 제2순환도로, 수도권 제2경인고속도로 등 주요 현장에서 실증을 완료했다. 다스코 관계자는 “현장 테스트에서 개폐 속도·내열성·유지관리 효율성 모두 목표치를 웃돌았다”며 “전력 의존형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실질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스코는 40년간 도로안전시설 분야를 선도해 온 기업으로, 2024년 기준 방음시설 매출은 470억원, 시장점유율은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번 신기술 지정으로 ‘K방재 기술’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 다스코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 법인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국에 A.O.S 시스템 수출을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고온 현상이 잦아지면서 터널 화재 위험은 세계적 과제가 됐다. 특히 전력 인프라가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공압식 시스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스코 관계자는 “전력이 끊겨도 작동하는 공압식 배연 시스템은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일수록 실효성이 높다”며 “K방재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를 목표로 시장을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과천 화재 이후 정부는 한국도로공사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터널의 화재안전 설비를 전면 점검했지만 대부분이 여전히 전력 의존형 구조였다. A.O.S는 이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한 자율형 방재 시스템(Self-Activated Safety)이다. 사람이 조작하지 않아도 불길이 감지되는 즉시 스스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노후 터널의 안전관리 기준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정부도 신기술 인증을 계기로 민자도로와 지자체 터널의 화재안전 기준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한남철 다스코 대표는 “이번 지정은 단순한 기술 인증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키는 재난 대응 인프라의 국산화 성과”라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품질 혁신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아베 넘어선 다카이치 내각… 첫 지지율 71%로 ‘역대 5위’

    아베 넘어선 다카이치 내각… 첫 지지율 71%로 ‘역대 5위’

    성별 차이 없이 젊은층 지지 급증‘사나에노믹스’ 경기 활황 기대감하토야마·스가 등 단명 사례 경계 ‘강한 일본’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출범 직후 71%의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다. 2006년 아베 신조 1차 내각(70%)을 넘어 역대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1~22일 유권자 10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고 23일 전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는 신문이 1978년 오하라 마사요시 내각 이후 실시해온 지지율 설문 조사 가운데 5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임인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51%, 직전의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56%였다. 역대 내각 출범 시 지지율 1위는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87%)이었다. 이어 2009년 9월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 (75%), 2020년 9월 스가 요시히데 내각(74%), 1993년 8월 호소카와 모리히로 내각(72%) 순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전임 이시바 내각과 비교해 젊은층의 지지세가 크게 뛰었다. 18~39세 지지율이 80%로 전임 이시바 내각(15%)을 압도했다. 40~59세도 전임 29%에서 75%로 대폭 상승했다. 첫 여성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젊은층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성별 차이도 거의 없었다. 다카이치를 지지한다는 남성은 71%, 여성은 72%로 당초 여성 유권자에게 인기가 없다는 기존 평가가 뒤집힌 모양새다. 지지 이유로는 ‘정책에 기대할 수 있다’가 41%로 가장 많았다. 과감한 확장 재정과 금융 완화로 장기 침체를 극복한 아베 전 총리의 대표 정책 ‘아베노믹스’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사나에노믹스’로 경기 활황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발표된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64.4%로 이시바 내각(50.7%)과 기시다 내각(55.7%)을 모두 웃돌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높은 출범 지지율을 발판으로 ‘강한 일본’ 구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는 24일 소신 표명 연설에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끌어올리는 시점을 올해 안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사회보장 급여와 부담 구조 개편을 논의할 국민회의 설치, 최첨단 산업을 통한 성장 실현을 위한 ‘일본성장전략회의’ 신설도 추진한다. 다만 높은 지지율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전망할 수 없다. 요미우리신문은 “하토야마 내각이나 스가 내각 등 출범 초 지지율이 높던 내각도 단명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짚었다. 출범 지지율 3위를 기록했던 스가 내각 역시 출범 한 달 만에 10% 포인트 가까이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초기 기대감이 빠르게 식은 전례도 있었다.
  • 월 800만원 벌어야… ‘N수생’ 뒷바라지

    월 800만원 벌어야… ‘N수생’ 뒷바라지

    “매달 교육비로만 500만원 지출”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364만원’학생 68% 진학 대학·전공 불만족 경기도의 한 기숙학원에서 자녀가 ‘N수’를 준비하는 학부모 이모씨는 매달 500만원가량을 교육비로 쓴다. 학원비 약 350만원과 각종 교재비, 인터넷 강의 수강료 등을 합친 금액이다. 이씨는 2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다가올수록 모의고사비가 점점 더 들어가 비용이 감당이 안된다”고 말했다. 대입에 여러 차례 응시하는 ‘N수생’ 급증과 함께 사교육비도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N수생 4명 중 1명은 가구 소득이 월 800만원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364만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사실상 ‘돈 있는 집 아이들’이 대입 재도전 기회를 여러 번 얻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N수생 사교육비 조사 모델 개발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N수생 중 가장 많은 가구 소득 구간은 월평균 800만원 이상(23.4%)이었다. 이어 ▲500만원 이상~600만원 미만(8.6%)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7.6%) ▲4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7.1%) 순이었다. 이는 17개 일반대의 2024학년도 신입생 가운데 N수생 1753명을 조사한 결과다. N수생 사교육 관련 실태가 정부 시범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N수생이 이용하는 사교육 유형은 ▲인터넷 강의(70.5%·복수응답) ▲대입 종합반 학원(35.6%) ▲단과 학원(34.1%) 순서로 많았다. N수 끝에 지난해 대학에 입학했지만, 희망 대학과 전공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학생은 68.1%에 달했다. 또 학생 4명 중 1명(23.4%)은 “또 N수를 준비한다”고 했다. 이 학생들이 준비하는 대입 전형은 정시(68.8%), 수시(21.8%) 였다. 연구진은 N수생 규모와 재수 종합학원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약 200만원인 점을 감안해 2023학년도 기준 N수생이 지출한 사교육비를 3조원 규모로 추정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N수를 통해 경제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되물림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 [사설] 우경화, 서해 도발… APEC 앞서 대일·대중 전략 다듬어야

    [사설] 우경화, 서해 도발… APEC 앞서 대일·대중 전략 다듬어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강경 보수파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연정 상대로 극우 일본유신회와 손잡으면서 한일 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또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해상 구조물에서 군사적 목적 가능성의 인력이 처음 식별되면서 비례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지난 21일 극비 방일해 아소 다로 등 전직 총리들과 다카이치 총리의 측근들을 만나 한일 관계 강화를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비 증액과 방위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군사 위협 등을 앞세워 군사 대국화를 위한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 방침을 밝혔다. 연정 상대를 유신회로 바꿔 더욱 우클릭하면서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 국가’로의 전환을 꾀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유신회 대표는 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서해 도발도 심상찮은 수준이다.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 내 중국 구조물 사진을 보면 중국이 양식장이라고 주장한 ‘선란 2호’ 구조물 등에서 5명의 인력이 확인됐다. 일반적 양식 조업으로 보이지 않아 중국이 남중국해처럼 서해를 내해화해 구조물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국의 불법 구조물에 비례 대응하자며 책정된 예산 75억원은 예결위 심의에서 몽땅 삭감됐다. 해양주권 수호를 위한 비례적 조치 등 정부의 적극적 맞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일·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한반도 안보가 한 치도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대일·대중 전략부터 정교하게 점검해야 한다.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현금 복지론 한계… 주거·일자리·문화 모여야 청년 유치

    1만원 임대주택·결혼 장려금 시행청년창업공간, 복합문화시설 조성“민간 기반 통합 플랫폼 구축 고려”청년층의 인구 유출과 결혼·출산 기피가 심화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 붙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한 현금 복지 대신 주거·일자리·문화가 결합된 정착형 정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전남 화순군은 전국 최초로 ‘월세 1만원 임대주택’ 사업을 시행 중이다. 민간 아파트를 임대해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월 1만원에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보증금 4600만원은 전액 군이 부담한다. 지난해 100가구 모집에 657명이 몰렸고 이 중 절반이 외지 거주자였다. 29세 이하 신청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으며, 청년층의 귀향·귀촌 수요를 확인했다. 전북도는 공공임대주택 보증금 지원 대상을 신혼부부에서 청년층으로 확대했다. 올해 250가구에 50억원을 투입하고 지원 한도를 최대 5000만원으로 늘렸다. 자녀가 있는 가구는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거주할 수 있다. 충북도는 결혼 장려형 지원금을 운영한다. 1200만원 이하의 소규모 결혼식에는 200만원, 인구감소지역에 사는 청년부부에게는 100만원을 지원한다. 도 관계자는 “평균 2500만원 안팎이나 되는 예식장 비용으로 인해 결혼 포기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일자리·문화 함께 돌아야 청년 정착” 지자체들은 이제 ‘집’보다 ‘일과 문화’를 강조한다. 광주 북구는 13년 연속 ‘일자리정책 우수 지자체’로 꼽혔다. 노후 상가를 리모델링해 청년창업공간으로 내주고, 경력단절여성을 돌봄 전문가로 재교육했다. 융합형 일자리 모델로만 지난해 1만 92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목표를 114% 초과 달성했다. 경북 의성군의 ‘이웃사촌마을’은 대표적 정착형 모델로 꼽힌다.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청년 97명이 이주해 스마트팜 창업 등 농업기반에 뿌리내렸다. 마을에는 공유오피스, 영화관, 미술관이 함께 들어서 청년들의 생활·문화 복합공간으로 기능한다. 경남 거창군은 ‘청년기본조례 시행규칙’과 ‘청년친화도시 조성조례’를 제정했다. 또 청년 100명에게 20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도약금 사업’을 2023년부터 운영 중이다. 단순한 지원이 아닌 제도화된 정책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단발성 사업 넘어 구조적 설계 필요” 청년정책이 생활·주거·일자리를 아우르는 통합형으로 진화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유사 사업이 중복되고 실효성 검증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예산 의존도가 높고 장기적 성과 관리가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전히 단발성이나 유행형 정책이 많다”며 “분야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나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 중심의 안정 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마케터 등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 ‘채용·정착·성장·생활’이 이어지는 패키지형 설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실장은 “중소도시에도 청년거점공간을 만들어 외지 청년과 지역 청년이 섞일 수 있는 네트워크를 조성해야 한다”며 “역량개발과 연계된 디딤돌 일자리, 지자체 인증 청년적합기업 같은 민간 연계 모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청년 창업도 지역 온도차… “지방선 돈도 사람도 구하기 어려워”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청년 창업도 지역 온도차… “지방선 돈도 사람도 구하기 어려워”

    #사람 구하러 수도권행 라이브커머스 기술 스타트업 KCI고급 인재 필요했지만 구인난 겪어운영비 줄이려 ‘AI 쇼호스트’ 제작비용 구조 바꿔 작년부터 흑자 전환 “경북도 지원 덕분에 재기 가능해”#투자도 수도권 쏠림경주 식물 편집숍 ‘딥인투네이처’재료도 서울 편중… “비효율 감수”청년 폐업률, 전체 평균의 2배 넘어기술 창업펀드 수도권이 ‘4분의3’ “지방벤처에 공공투자 더 늘려야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에 뿌리내리며 새로운 삶을 일궈내려는 청년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서울신문과 삼성은 ‘청년, 지역의 내일을 만들다’ 공동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청년들의 삶과 꿈을 조명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지방에서 기술 창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람을 구하는 일입니다.” 경북 포항에서 인공지능(AI) 쇼호스트를 기반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운영 중인 기술 스타트업 ‘KCI’의 김규식(32) 대표는 창업 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채용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한다. 현재 직원 6명은 모두 포항 출신이 아니며 대부분 대구·부산·경기 등 외지에서 어렵게 채용한 인력들이다. “포항공대 같은 지역 명문대가 있지만 졸업생 대부분은 수도권으로 떠나는 게 현실”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기술 창업은 AI, 소프트웨어,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화하는 형태로, 고급 인재 확보가 성패를 가른다. 하지만 지방에는 그런 인재들이 없다. ●수도권 위주로 돌아가는 창업 생태계 김 대표는 2018년 첫 창업 실패 후 경북도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에 선정돼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 대구 출신인 그는 포항으로 내려와 2019년 법인을 세웠다. 그러나 사업 기반은 수도권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쇼호스트 섭외만 해도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태계 속에서 교통비와 숙박비가 부담됐다. 김 대표는 “초기 몇 년간은 수익이 나도 운영비에 묻혔다”고 말했다. 결국 AI로 쇼호스트를 직접 제작해 비용 구조를 전환했다. 그렇게 지난해 8월부터 약 1년간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방 창업은 채용뿐 아니라 조달, 유통, 네트워크, 투자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수도권에 의존한다. 경북 경주에서 식물 편집숍을 운영하는 김해리(39) ‘딥인투네이처’ 대표는 “일부 식물 품종은 서울에서만 구할 수 있어 직접 올라가야 한다”며 “지방 창업은 시작 단계부터 ‘비효율’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술 창업, 지방에서는 ‘더 위험한 도전’ 기술 창업은 단순 판매형 창업과 달리 고위험·고수익 구조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시제품 제작, 기술 검증, 투자 유치까지 거쳐야 하지만, 지방에는 이를 버텨낼 시스템이 없다. 청년 창업자의 현실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30세 미만 개인사업자 41만 8855명 중 20.8%(8만 7077명)가 폐업했다. 이는 전 연령 평균 폐업률(9.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청년 폐업률은 3년 연속 증가해 2021년 18.4%에서 지난해에는 20.8%까지 올랐다. 기술 창업에 필요한 자금도 수도권에 집중된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 창업을 위한 모태펀드 총투자금 12조 8939억원 중 9조 5235억원(73.8%)이 서울·인천·경기권에 집중됐다. 결국 청년들은 수도권에서만 창업 자금과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고, 지방에서 시도할 경우 인력도 없고 자본도 없다. ●“실패 극복하게 도와줄 시스템이 없다” 김규식 대표는 “첫 창업 실패 당시 통장 잔고가 27만원이었다”며 “경북도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 KCI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재도전의 기회가 지방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창업 지원은 ‘첫 창업’ 위주로 짜여 있으며 실패 후 재도전을 위한 멘토링, 네트워크, 자금 등은 제도화되지 않았다. 또한 지역 내 창업자 간 교류도 미미해 실패의 경험을 자산으로 바꾸는 생태계 자체가 없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 청년 창업은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핵심 수단이지만 정책은 여전히 단기성과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턱대고 창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상시적으로 정보와 정책을 제공받을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 창업은 생존 전략이 돼야 한다”며 지방 벤처펀드에 대한 공공 투자 확대와 지역 기반의 인재 육성·재도전 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 ‘21년 차’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마지막 4년 연임…부총재에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

    ‘21년 차’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마지막 4년 연임…부총재에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

    21년 동안 세계태권도연맹(WT)을 이끌어온 조정원(77) 총재가 4년 더 임기를 연장한다.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연임이다.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은 부총재로 선출됐다. WT는 23일 중국 장쑤성 우시의 월드호텔 그랜드 주나에서 총회를 열고 집행부 선거를 치렀다. 이 자리에서 총재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조 총재가 4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춘천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마지막 연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날 현장과 온라인 등으로 진행된 WT 집행위원과 회원국 협회의 비밀 전자투표 결과 조 총재는 총 149표 중 143표의 찬성표를 얻었다. 반대가 5표, 기권이 1표였다. 이로써 조 총재는 2025 우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종료 다음 날인 오는 31일부터 2029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까지 총재직을 수행한다. 현재 하계올림픽 종목 국제연맹 수장 중 한국인은 조 총재가 유일하다. 그는 2004년 고(故) 김운용 전 총재를 대신해 잔여 임기를 맡았다. 조 총재 재임 동안 태권도는 경기 규칙과 채점 방식 등 구조 개혁을 통해 공정성과 대중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총재는 “스스로 2021년 WT 총회에서 총재와 부총재, 집행위원 모두 만 80세가 넘는 인사는 선거에 입후보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계속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태권도가 외면받지 않도록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선 복장부터 경기 방식, 규정까지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세 명을 뽑은 부총재 선거에선 양진방 태권도협회장이 6명 중 가장 많은 98표를 받았다. 아타나시오스 프라갈로스(그리스) 유럽태권도연맹 회장이자 현 WT 부총재가 96표로 2위, 드리스 엘 힐라리(모로코) 모로코태권도협회장 겸 WT 집행위원이 81표로 3위였다. 2017년 우리나라 무주에서 열린 총회 이후 WT는 선출직 부총재 제도를 없애고 5개 대륙연맹 회장을 당연직 부총재로 임명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굿거버넌스 권고에 따라 부총재를 투표로 직접 선출하는 방식으로 회귀했다. 게다가 조 총재가 4년 뒤 물러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 이번 부총재 선거는 총재 예비 선거로 주목받았다.
  • ‘캄’ 다녀온 송언석, 조현 ‘거취’ 압박…與 ‘ODA’ 주장에는 “시선 돌리기”

    ‘캄’ 다녀온 송언석, 조현 ‘거취’ 압박…與 ‘ODA’ 주장에는 “시선 돌리기”

    캄보디아에서 귀국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고문 당한 후 살해된 한국인 대학생 사건과 관련해 “이미 두 달 전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첫 보고에 고문·사망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을 향해서는 ‘거취 표명’을 촉구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송 원내대표는 이날 캄보디아 현장 국정감사 후 귀국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 달이 지나도록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금도 사태를 관망만 하는 무능한 조 장관은 이 사태에 책임지고 본인의 거취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조 장관의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3일 외교부 국감에서의 조 장관 답변과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국감)에서 확인한 내용 사이에 심각한 차이가 확인됐다”며 “조 장관은 ‘사안의 심각성을 언제 인식했느냐’는 질문에 ‘지난주 정도’라고만 답했고, ‘그전에는 일반 사고로 전문 보고가 있다가 이런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건 최근’이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송 원내대표가 확인한 지난 8월 11일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외교부 본부에 대한 첫 전문에는 ‘사체의 상태, 수집된 정보, 의사의 검안 소견에 따르면 피해자는 고문에 의한 심한 통증을 겪은 후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감에서 위증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 장관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발 계획에 대해선 “남은 기간 동안 위원회 차원에서 더 정리를 하자고 얘기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외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 장관의 위증 의혹 문제에 공감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같은 생각일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한다면 또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조금 더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캄보디아 정부 고위층과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대통령실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범죄 건수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 범죄 조직이 피라미드 구조인 점, 접경 지역 이동 가능성 등으로 인해 ‘일망타진’을 위해서는 실무층에만 맡겨선 어렵다고 강조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접수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등 신고는 2023년 20명이 채 안 됐으나 지난해 220명, 올해 8월 말 기준 330명으로 폭증했다. 송 원내대표는 “현지 경찰 쪽에도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무자 선에서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한다.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오지 않으면 근본적인 대책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캄보디아 정부의 책임 있는 최고 당직자와 직접 소통을 하는 것이 감금되거나, 고문을 받고 있거나 큰 피해 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구해낼 수 있는 가장 첩경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윤석열 정권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를 늘리고 범죄 대응에는 소홀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현 정부의 외교 당국과 일선 대사관 대응의 미흡한 부분이 있어 ‘시선 돌리기’를 위한 이슈 제기가 아닌가 한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사건에 대해 전 정권을 탓하는 식으로 정권별로 굳이 이걸 나누는 사고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캄보디아 대사관의 부실 대응 논란과 관련해서는 “실무자들의 문제가 심각한 것이 매뉴얼 대로 했다고 하는데 납치·감금된 장소가 어딘지 신고할 때 (신고자가) 입증해야 된다고 돼 있다”며 “매뉴얼 자체도 문제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경각에 달린 상태에서 신고가 들어오는데 모두 본인 책임으로 돌리는 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 성평등부 장관 “남성 역차별, 병역 문제가 제일 크다”

    성평등부 장관 “남성 역차별, 병역 문제가 제일 크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남성 역차별 사례로 ‘병역 문제’를 꼽았다. 청년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을 발굴해 정책화하기 위해 신설된 ‘성형평성기획과’에 대한 우려는 불식하겠다고 했으며, 임신 중지 약물의 국내 도입이 법 미비로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원 장관은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남성 역차별 사례를 묻는 말에 “남성들이 차별로 느끼는 분야는 다 알고 계시듯 병역과 관련한 부분이 아마 제일 클 것”이라며 “(병역) 부분을 포함해 (남성들이) 어떤 지점에서 차별, 불이익을 느끼는지 이야기하는 공론의 장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평등부는 오는 29일부터 5회에 걸쳐 파일럿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2030 청년 소통 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원 장관에게 “여성들의 차별감, 차별 느낌은 이해한다”며 “남성들이 구체적으로 차별 받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정할 수 있을지 알아봐 달라”는 등 남성 차별 사례를 발굴해 개선하라는 내용을 여러 차례 지시한 바 있다. 최근 신설된 ‘성형평성기획과’에 대해서는 “많은 분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성형평성기획과는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되는 과정에서 청년 남성이 느끼는 차별을 조사해 정책 과제로 발굴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다. 원 장관은 “역차별 담론에만 집중하며 구조적 성차별 해소에 역량을 집중 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은 전체 부처의 업무와 배치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것”이라며 “청년 남성들의 어려움, 불이익을 문제를 다루는 척만 하고 제대로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제대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신 중지 약물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원 장관은 “임신 중지 약물이 계속 유통되고 있음에도 아직 법적 미비를 이유로 정부가 적극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법 개정 전이라도 적극적인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률이 정비돼야 심사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임신 중지 약 허가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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