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률·예산 파열음… 농어촌 기본소득 시작도 전에 ‘삐걱’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둘러싸고 지방 재정 부담과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예산 삭감 움직임도 있어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7곳을 이 사업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달에는 충북 옥천, 전북 장수, 전남 곡성 3곳을 추가했다.
이곳 주민은 내년부터 2년간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받는다. 일부 지역은 시범사업 선정 이후 전입자가 늘어나는 등 이 사업이 지역 소멸 대응에 긍정적이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문제는 재정이다. 애초 이 사업은 국비 40%, 지방비 60%로 설계됐다. 이 중 지방비는 도비와 군비를 합쳐 충당하도록 했는데, 도비 분담률이 경기 30%, 전북·경북·경남 18%, 강원 12% 등으로 달라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자치단체는 지방소멸 대응기금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등 재원 마련에 나섰고, 국비 분담률을 80%까지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거셌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국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를 적정 분담 구조로 제시했다. 강제성은 없지만 ‘도비가 최소 30% 이상 반영되지 않으면 국비 지원을 보류할 수 있다’는 부대 의견에 혼란이 커졌다.
이 여파로 곳곳에서 갈등이 터지고 있다. 국민의힘 도의원이 대다수인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최근 관련 도비 126억여원을 전액 삭감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기며 “남해군만 혜택받는 선심성 정책에 도비 부담이 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장충남 남해군수는 “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국가 시범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게 해 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전북 순창군에서는 기존 농민수당 예산을 기본소득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에 농민단체가 반발하고, 강원 정선군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도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도비 분담률을 12%로 결정했다”며 30% 수준의 집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이 지방 간 이해관계, 사업 설계 방식, 정책 지속성 검증 등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분담률 차이가 유지되면 지역별 사업 실행 가능성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정책 설계 단계부터 지역의 행정·재정적 수용 능력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