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유엔 다국적군 파견 합의
레바논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해법이 유엔 주도의 다국적군을 파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2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 아랍 외무장관 회의는 유엔 주도 아래 다국적 보안군을 레바논 남부에 배치한다는 데 합의하고 마무리됐다. 참가자 대부분 유혈사태의 종식을 위한 개입의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교전을 중단시킬 실질적 계획을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앞서 레바논 남부의 유엔 감시단 건물을 이스라엘 전투기가 폭격, 요원 4명이 숨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가중되자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나서 ‘오폭’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로마 외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이스라엘이 벌인 계산된 군사작전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라이스 즉각적 휴전 압박엔 난색 로마 회의가 끝난 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유엔 권한을 위임받은 강력한 다국적군을 레바논에 배치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면서 “구체적 파병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수일 내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즉각적인 휴전을 압박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어떤 휴전도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하며 결코 과거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다음주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레바논 사태의 평화적 종결방안을 논의한다고 순번제 의장국인 핀란드가 26일 밝혔다. 회의에서는 로마에서 합의된 유엔주도 다국적군의 배치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이스라엘, 유엔감시단 폭격 4명사망 레바논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의 밀로스 스트루거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남부 키암시에 폭격을 퍼붓는 과정에서 감시단 건물이 파괴돼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스트루거 대변인은 “구조작업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폭격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은 중국, 오스트리아, 캐나다, 핀란드 요원들로 알려졌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요원 1명이 희생된 중국은 “감시단 캠프에 분명한 식별 표시가 있는데다 이스라엘 무기의 정확성이 높아 오폭 가능성이 낮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비극적인 죽음을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은 유엔 요원들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을 뿐 아니라 평화유지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스라엘군 ‘인간방패’활용 의혹도 한편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 인권단체와 가자지구 주민의 증언을 인용, 이스라엘군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막기 위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쪽 베이트 아눈에 사는 통신사 엔지니어인 하젬 알리는 지난주 이스라엘군이 무장세력과 총격전을 벌이는 사이 12시간 넘게 인간방패 역할을 강요받았다. 하젬은 “집에 들이닥친 이스라엘 병사들이 3형제의 눈을 가린 뒤 손을 뒤에서 묶고 3층 현관 앞에 세워두었다.”면서 “그 사이 병사들은 거실과 침실에 구멍을 뚫고 무장조직원들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고등법원은 2002년 요르단강 서안 예닌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건에 대해 “비인도적이고 용인될 수 없는 불법행위”라고 판결한 바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