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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 주차장 밑서 아스테카 문명 신전 발견

    인간을 제물로 바치던 아스테카 문명 신전이 멕시코에서 발견됐다. 멕시코 고고학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발견된 아스테카 문명 유적으로는 가장 뛰어나고 값진 것”이라고 밝혔다. 신전은 멕시코시티 중심부의 한 호텔 주차장 밑에서 건설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호텔을 확장하기 위해 주차장 밑을 팠는데 덜컥 신전 유적이 나왔다. 멕시코 언론은 고고학자들의 설명을 인용해 “신전은 아스테카 문명 때 바람의 신인 에에카틀에 바쳐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람의 신 에에카틀은 비의 신이라는 틀랄로크와 틀랄오케스를 도와 구름을 움직여 필요한 곳에 비를 내리게 하는 신으로 섬김을 받았었다. 신전은 아스테카 고대도시인 테노치티틀란의 일부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전은 폭 32m 규모로 중앙에는 지름 14m짜리 원뿔형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멕시코 고고학자는 “둥그런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돼 있는 건 신전이 바람의 신에게 바치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바람이 원을 그리면서 돈다는 당시의 우주관을 반영하는 건축학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신전은 1486-1502년에 건설된 것으로 보이는 기초부분과 1502-1521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2차 건축물로 구성돼 있다. 발굴에 참여한 한 고고학자는 “기록을 보면 신전에선 인간을 신에게 제물으로 바쳤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발견된 신전에선 아직 이를 입증할 벽면 그림 등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신전의 일부분은 인근한 건물 밑에 깔려 있다. 멕시코시티가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한 이 건물은 스페인이 중남미를 지배하고 있을 때 지어진 것으로 현재 스페인이 문화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멕시코 언론은 “스페인이 중남미를 식민지로 다스릴 때 역사적 상징성이 큰 곳을 터로 골라 건물을 대거 지었다.”면서 “오래된 역사적 건축물 밑에 고대 문명의 유적이 많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모닝 브리핑] 칠레에 200만달러어치 구호품 지원

    정부는 지진 피해를 입은 칠레에 200만달러어치의 천막과 발전기, 정수제 등 구호품을 지원키로 했다. 2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구호품목은 칠레 정부가 요청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추가로 구조물 안전진단 전문가나 의료진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자녀와 ‘미래’나들이 명소 부상 안산 탄도항

    자녀와 ‘미래’나들이 명소 부상 안산 탄도항

    경기도 안산시 탄도항 앞바다에 지난달 30일 3기의 풍력발전기가 들어섰습니다. 비록 작은 변화였지만, 평범했던 어촌 풍경이 한순간에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풍경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부터는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연은 늘 ‘스스로 그러한’ 모습이어야 아름답지요. 하지만 풍력발전기가 들어선 풍경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자연과 과학기술이 그렇게 어우러진 세상에서 살아야 할 테니 말입니다. 봄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탄도항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둘 수만은 없는 현실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일러주기 적당한 여행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탄도항을 찾았다면 반드시 해넘이까지 보고 오시길 권합니다. 풍력발전기와 붉은 노을이 어우러지며 매우 독특한 풍경을 그려내지요. 적당한 표현을 찾기 어려우니 그저 ‘미래적인 풍경’이라고 해둘까요. ●국내 최초로 바다 위에 들어선 풍력발전기 짭조름한 갯내음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이방인을 맞는다. 경기도 안산과 시흥의 바다를 가르고 선 거대한 구조물, 시화방조제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불도와 자월도 등 섬들도 하나, 둘 속살을 드러내며 제 존재를 알린다. 시화공단으로 인해 공장도시, 혹은 공해도시로만 인식됐던 안산의 또다른 면모다. 시화방조제에서 좀 더 내려가면 탄도(炭島)다. 도회지의 끝자락이지만 아직도 갯마을 풍경을 적잖이 담고 있는 곳. 탄도는 시화방조제가 들어서기 전엔 화성시 마산포에서 배를 타야 닿았던 섬이다. 수원 남양군도에 속했던 탄도는 1911년 부천시로, 다시 인천시 옹진군으로, 1996년에는 안산시로 편입되는 등 이리저리 ‘팔려가는’ 곡절 많은 삶을 살았다. 그러다 매립공사가 이어지며 섬으로서의 삶에 종지부를 찍고 뭍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탄도항만 남아 예전 섬의 명맥을 근근이 잇고 있다. 탄도는 ‘숯을 팔아서 먹고 사는 섬’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오래전 탄도에는 참나무가 무척 많았다. 섬사람들이 밤새 참나무를 태워 숯을 만든 뒤, 아침이면 탄도포구에서 전곡항으로 건너가 화성 송산면 장터에 숯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는 것. 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아직도 탄도를 ‘숯무루’란 정겨운 옛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평범한 갯마을이었던 탄도의 모습을 확 바꾼 것은 국산 풍력발전기다.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이어지는 1.1㎞의 물길 가운데에 높이 100m짜리 거대한 풍력발전기 3기가 들어서며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 낸 것. 홍현선 단원구청 행정지원담당은 “67억 5000만원을 들여 세운 750㎾급 풍력발전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이 연간 3969㎿에 달한다.”며 “이는 1300여가구가 한 달 쓸 수 있는 양으로, 연간 1920t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물길따라 걸으며 갯벌 체험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는 하루 두 차례 6시간마다 물길이 열린다. 예전엔 갯벌로 연결됐지만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시멘트로 포장했다. 대부도나 제부도 등의 물길과는 달리 승용차는 진입할 수 없다.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차량통행을 막을 바에야 시멘트보다는 얇고 넓은 박석 등으로 조성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탄도와 누에섬 사이에 솟은 ‘부부바위’에는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안개 짙게 낀 어느날, 고깃배를 타고 나간 부부가 돌아오지 않았다. 섬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다리던 아들 삼형제는 며칠 밤을 지새우다 돌로 굳어졌고, 부부도 육신 대신 혼백만 돌아와 바위가 됐단다. 이제는 가뭇없이 사라진 옛 포구를 떠올리며 갯벌 사이 열린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누에섬이다. 멀리서 보면 누에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 물길이 열려야 갈 수 있는 작은 무인도로, 17m 높이의 등대와 함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전망대 1층(길라잡이의 빛)은 누에섬과 바다, 등대를 소개하는 전시실.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마련됐다. 2층(풍경과 빛)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등대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3층 전망대에서는 누에섬을 둘러싼 대부도, 제부도 등 주변의 아름다운 섬들과 조업을 마치고 뱃고동 길게 울리며 귀항하는 어선, 그리고 아름다운 해넘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유료로 운영되다 최근 무료로 전환됐다. ●독특한 풍경을 갈무리한 구봉도 시화방조제를 지나 탄도항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구봉도가 나온다. 아홉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섬으로, 곶부리처럼 대부도 북단 끝머리에서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다. 소박하고 독특한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는 곳. 구봉도에 들어서면 진입로에 차를 두고 걸어 가도 좋겠다. 바다를 왼쪽에 끼고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걷는 맛이 각별하다. 오른쪽 야트막한 산 중턱엔 조선시대 인조가 들렀다가 물맛에 반했다는 천영물 약수터도 있다. 구봉도 해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지인들이 ‘구봉이 선돌’이라 부르는 두 개의 큰 바위다. 작은 바위는 할머니, 큰 바위는 할아버지를 닮았다 해서 ‘할매할배바위’라고도 불린다. 구봉이 선돌 오른쪽은 ‘개미허리 해안’이다. 여인네의 잘록한 허리를 닮았다. 밀물 때는 배가 오가지만, 썰물 때는 걸어서 지날 수도 있다. 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2) →가는 길: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월곶 나들목(좌회전)→77번국도 시화공단방향→옥구고가도로→오이도(좌회전)→시화방조제→탄도항, 서해안고속도로 비봉 나들목(우회전)→비봉면→마도면→구봉터널→전곡항→탄도항. 썰물 시간을 알고 가야 누에섬까지 둘러볼 수 있다. 누에섬 등대전망대(010-3038-2331)와 탄도항 가운데 있는 어촌민속박물관(886-2912) 등에서 물때를 알려준다. →주변 볼거리: 종현어촌체험마을은 바다와 낮은 산들이 어우러진 소박한 어촌마을. 조선시대 이괄의 난을 피해 이 마을을 찾은 인조가 숲속의 우물에서 시원하게 물을 마신 뒤, 물맛에 탄복한 나머지 종을 하사했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 동주염전은 1953년 조성된 이후 옛날 방식대로 천일염을 만들고 있다. 두 곳 모두 대부도에 있다. 갈대습지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시화호 상류에 조성된 생태인공습지로 각종 조경시설과 자연학습시설이 구비돼 있어 어린이들의 생태학습공간으로 좋다. →맛집: 명동회관(886-5702)은 푸짐한 양이 자랑인 횟집. 우리밀칼국수(884-9084)는 시원한 바지락칼국수로 입소문 났다. 모두 대부북동에 있다. →잘 곳: 걸리버여행기펜션(885-4333), 노을펜션(882-1176) 등이 독특한 인테리어와 깔끔한 시설로 많이 알려져 있다.
  • 빌 클린턴 심장수술…관상동맥에 스텐트 삽입

    빌 클린턴(63) 전 미국 대통령이 긴급히 심장 수술을 받았다. 비교적 가벼운 수술로 경과가 매우 좋다고 담당 의사는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아이티 구호 관련 회의를 하던 중 가슴에 통증을 느껴 뉴욕 프레스비테리언 병원에 입원한 뒤 관상 동맥에 스텐트 2개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스텐트는 혈관이 좁아지지 않도록 지지하는 그물망 형태의 구조물을 말한다. 수술 후 이 병원 심장학과 책임자인 앨런 슈워츠는 “수술 후 상태가 아주 좋다. 심장 마비 징후나 다른 심장 이상은 없다.”면서 “내일(12일)쯤 퇴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클린턴의 보좌관인 더글러스 밴드는 “아이티 구호와 장기적 재건을 위한 작업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관상동맥이 막혔을 때 우회로를 만들거나 다른 혈관을 이식하는 ‘바이패스’ 수술을 받았다. 당시 급성 심장마비의 위험에 처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으며 2005년 재수술을 받는 등 심장에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스텐트 삽입은 통상 마취를 하지 않고 진정제만 투여한 뒤 할 정도로 가벼운 수술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100만명이 받을 정도로 흔히 이뤄지는 수술이다. 아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당초 이날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뒤 12일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순방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수술 소식에 뉴욕으로 발길을 돌렸으며 중동 국가 방문을 위한 출국은 하루 연기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씨줄날줄] 바람길/이춘규 논설위원

    바람도 지나가는 길이 있다. 바람길(風道)이다. 바람이 대도시에 들어오면 높은 건물에 가로막힌다. 높은 건물이나 인공 구조물로 인해 도시에서는 풍향과 풍속이 많이 변한다. 풍속을 30% 이상 감소시켜 스모그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건물들이 무분별하게 지어져 불규칙하게 있으면 바람이 잘 통하지 않게 된다. 건물의 높이와 방향을 적절히 조정, 바람길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 도쿄의 경우 도쿄만 연안지대에 30층 안팎의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며 바람길이 막혀 버려 여름철 도심에 열섬이 많이 나타난다. 도쿄처럼 바람길이 막히면 여름철 온도가 1~3도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열대야를 유발하게 된다. 바람길이 차단되면 오염물질이 도시 외부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도시의 대기오염을 심화시킨다. 식물들도 바람길이 있어야 튼실하게 자란다. 세계적으로도 바람길 연구와 조성이 한창이다. 도시의 지형과 기후에 맞추어 조성된 바람길은 공기 순환을 용이하게 한다. 바람길은 도시 또는 대규모 건물단지 외곽의 숲이나 수변공간 등에서 생성된 신선한 바람의 진입을 원활하게 만든다. 바람길이 녹지와 만나면 도시 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열은 흡수해 무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으로 변하게 된다. 실례로 서울 청계천 복원공사는 부수적으로 바람길 조성 효과도 가져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에서도 바람길이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서울과 유사한 분지형 도시다. 1970년대 대기오염이 심각, 시민 건강이 위협받았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구릉지엔 건물 신축을 제한하고 건물 간격을 3m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중앙부에 폭 150m의 숲과 바람길을 조성한 결과 공기가 맑아져 청정도시로 각광받게 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본 후쿠오카 등도 바람길을 조성해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대기 질도 개선했다. 서울시가 바람길 확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니 반갑다. 서울은 최근들어 바람길 조성 논의가 활발했다. 분지형 지역이기 때문에 바람길을 만들어 공기를 순환시켜야 한다. 서울시는 기상청이 개발한 ‘도심 바람길 확보 프로그램’을 지원받아 도심의 아파트 단지와 고층건물을 신축할 때 건물 사이 바람길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계획이 집행되면 수년 내에 서울의 공기가 더 맑아질 것이다. 공기가 신선해질 서울의 미래를 생각만 해도 상쾌하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화마가 할퀸지 2년… 숭례문 전통방식 복원

    화마가 할퀸지 2년… 숭례문 전통방식 복원

    부슬부슬 비가 내린 9일, 서울 한복판의 숭례문은 여전히 스산했다. 국보 1호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화마(火魔)에 무너져 내린 지 10일로 꼭 2년. 덧집으로 가려진 숭례문 복구 현장에는 그날의 고통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2층 대부분이 무너져 내린 문루(門樓·성문 위에 지은 집)에는 불탄 목재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다. 복구작업을 위해 얼마 전 기와까지 철거돼 적심, 서까래 등 부재(部材)마저 앙상한 뼈대처럼 드러나 있다. 1층 문루는 90%가량 살아 남았지만 고온으로 뒤틀린 처마 모습이 당시의 고통을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현장에 대장간 설치… 못 등 직접 주물 이 고통을 뒤로하고 숭례문이 새로운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준비작업을 끝내고 오늘부터 본격 복원공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복구현장에서 착공식을 가진 뒤 첫 작업인 문루를 해체한다. 복원공사의 핵심 키워드는 ‘전통’. 도편수인 신응수(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을 비롯해 단청·석공·기와를 책임지는 제와, 기와를 덮는 번와 등 총 6명의 장인이 참여한다. 작업방식도 옛 조상들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다. 건물을 짓는 대목 분야만 하더라도 처음 나무를 옮겨와 다듬는 과정에서부터 구조물을 조립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옛 방식대로 진행한다. 전기톱 대신 도끼나 내림톱을 쓰고, 대패·대자귀 등으로 목재를 다듬는다. 운반도 재래식 기계인 거중기를 이용한다. 공사 현장에는 대장간도 들어선다. 이곳에서 복구작업에 쓰일 못 등을 직접 주물한다. 작업복은 한복이다. 장인들은 물론 인부들도 모두 한복을 입고 일한다. ●인부들도 한복 입고 작업 2012년 말 완공 예정인 숭례문(조감도)은 1961~1963년 복원 공사 직후의 모습을 그대로 되살리는 게 목표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때 변형된 양측 성곽까지 복원한다. 동쪽으로는 남산자락으로 약 88m, 서쪽으로는 대한상공회의소 방면으로 약 16m 복원된다. 궂은 날씨에도 착공식 준비에 분주한 조상순 문화재청 숭례문복구팀 학예연구사는 “올해는 문루를 해체하고 동쪽 성곽 일부를 복원하는 데까지 공사가 진행된다.”면서 “이후 문루 조립, 기와 올리기, 단청 입히기, 현판 걸기 순으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불길에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돼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현판은 이미 수리를 마친 상태다. 이날 문화재청 주최로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숭례문 복구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숭례문 복구작업은 국민의 구멍 난 가슴을 보듬고 실추된 국가 자존심까지 살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화재 행정 공개, 시민 참여 보장, 문화유산 보존관리 옴부즈맨 도입 등을 제안했다. ‘전통 기법으로 다시 태어나는 숭례문’ 특별 전시회도 오는 21일까지 고궁박물관 로비에서 열린다. 복구공사에 참여하는 장인들의 이력과 공사에 사용될 전통 도구들, 숭례문 단청 변천사, 복원작업이 끝난 뒤의 숭례문 모형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우리지역 명물] 세계의 포경역사 한눈에… 생태체험 관광지로 각광

    [우리지역 명물] 세계의 포경역사 한눈에… 생태체험 관광지로 각광

    1899년 포경(고래잡이) 전진기지가 들어선 울산 장생포항. 20세기를 맞아 고래잡이로 명성과 부를 얻었으나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최근 고래생태체험 관광지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덕이다. 두 곳은 짧은 기간에도 전국적인 관심을 끌면서 울산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개관이후 전국서 113만명이 찾아 고래박물관은 2005년 5월31일 장생포 해양공원 바닷가에 지상 4층(부지 6610㎡)으로 문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상업포경 금지 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경 전진기지였던 장생포항의 역사적 의미를 살려 건립된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이다. 1층 어린이 학습관은 영상·복제물 등을 이용해 고래의 생태와 진화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2층 포경역사관으로 발길을 옮기면 길이 12m가 넘는 브라이드고래와 범고래의 뼈를 원형대로 복원한 표본이 눈길을 끈다. 고래를 잡고 해체하던 다양한 도구 등이 전시돼 세계 포경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3층에는 귀신고래전시관과 포경 당시 작업장과 시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고래 해체장 복원관이 흥미롭다. 당시 먼바다를 누비며 고래를 잡았던 포경선 2척이 전시됐다. 한 척은 박물관 옆 광장에 원래 장비와 모습으로 복원돼 고래를 잡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한 척은 박물관 안에 건물구조물 일부로 인테리어 시설을 겸해 있다. 고래박물관은 개관 이후 전국적인 관심을 끌면서 5일 현재 방문객 수만 113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고래 수족관 등 다양한 볼거리 인기 장생포 고래관광은 박물관 개관 4년 만에 들어선 고래생태체험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고래 생태체험관은 박물관 옆에 지상 3층(부지 6542㎡)으로 건립돼 지난해 11월24일 개관했다. 1~2층에 설치된 고래수족관에는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들여온 돌고래 3마리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1층의 연안바다 전시실에는 울산 연안에 서식하는 40여종의 물고기와 해초 등이 있다. 2층에는 32석으로 3차원 입체영상에다 진동과 바람, 물방울을 느낄 수 있는 4D영상관이 마련됐다. 고래류 가운데 유일하게 3000m 심해까지 갈 수 있는 향고래와 가장 큰 연체동물로 알려진 대왕오징어의 심해 결투를 담은 8분짜리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옛 고래잡이 모습이 담긴 장생포 마을의 축소 모형 등 다양한 볼거리도 조성됐다. 고래생태체험관은 박물관과 연계해 개관 2개월여 만에 10만명을 돌파, 고래 관광객 유치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고래박물관 옆 부두에서 262t급 고래 바다여행선도 운영되고 있다. 이 여행선은 세미나실과 영화관, 공연장, 휴게실 등을 갖췄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덕수궁 석조전 구조물 100년전 원형 그대로

    덕수궁 석조전 구조물 100년전 원형 그대로

    서울 정동 덕수궁 석조전(사적 제124호) 건물 벽체에서 1909년 건립 당시의 구조물들이 그대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2일 덕수궁 석조전 본관 복원공사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내부 원형 복원공사 중 건립 당시의 아치형 개구부(開口部·창문처럼 뚫려 있는 부분) 및 벽난로, 연도(煙道·굴뚝 통로), 욕실 흔적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석조전 본관은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할 수 있게 됐다. 서양식 근대건축물 양식을 띤 석조전은 고종황제의 처소와 집무실로 1909년 완공된 이후 1919년까지 대한제국의 정궁으로 사용됐다. 문화재청은 전문가 의견 수렴과 자료 고증 등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석조전 원형 복원공사에 착수했다. 2012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3층 내부 철거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고궁박물관 및 창덕궁 유물을 참고해 내부 인테리어까지 당시 모습으로 재현할 것”이라면서 “복원된 석조전은 대한제국의 역사를 알리는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장군, 건강을 살피소서!

    장군, 건강을 살피소서!

    서울시는 2일 정오부터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이 최첨단 산업내시경 검사를 받는다고 1일 밝혔다. 청동 동상 내시경 검사는 국내 최초다. 40여년전(1968년 4월27일)에 제작된 이순신 장군상은 건립 당시의 열악한 경제 사정으로 재료가 부실해 부식이 진행되는 등 크고 작은 문제에 시달려 왔다. 시는 이번 검사를 계기로 시내 곳곳에 위치한 동상들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보존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시경 검사는 6㎜ 굵기, 8m 길이의 산업용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해 5시간여에 걸쳐 동상의 내외부 균열과 부식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40만픽셀의 카메라는 의료용 내시경과 같은 원리이며 비행기 엔진, 탱크, 열교환기, 발전기 등 각종 기계 구조물 등을 해체, 분해, 절단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이다. 시는 검사결과를 토대로 3월 중순쯤 본격적인 동상 보수작업을 시작, 충무공탄신일인 4월28일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과정에 ‘이순신장군 동상 보존관리 자문위원회’의 조각분야 및 금속재료공학분야 전문가를 참여시켜 혹시 모를 손상에 대비하기로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내진설계 강화 어떻게

    정부가 25일 모든 건물에 내진설계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아이티 지진 참사를 계기로 지진에 대한 대비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진발생 시 피해의 대부분은 3층 이하의 저층 건물에서 발생하지만, 국내 3층 이하 건물의 상당수는 지진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문제는 여기에 드는 예산과 참여의 유도다. 우선 학교나 교도소 등 공공건물의 내진보강을 위한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특히 돈이 들어가는 내진보강에 민간 건물주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일각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진설계를 모든 건물로 확대하면서 유인책도 동시에 마련했다. 민간건물의 내진보강 시 지방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기 위해 행안부와 협의 중이다. 기존 건물은 재산세를, 신규건물은 취득·등록세를 감면해줄 계획이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내진 구조물로 건축하게 되면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데 실제 내진설계 의무화에 따른 비용상승은 5% 내외”라면서 “내진 기준을 철저하게 지켜서 건축을 하는 게 건축물 유지관리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방재청 관계자는 “민간 건물의 내진 보강은 강제조항으로 할지 아니면 권고사항으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밖에 국민과 지진 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등 신속 대응체제를 확립하고, 부처별 추진 상황을 국가정책조정회의에 보고해 실적을 관리하기로 했다. 박 청장은 “1995년 일본 고베 지진 때 붕괴된 건물 4만 9000여개 동의 94%인 4만 6000여개 동이 3층 이하 건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건물의 내진설계는 아직 낙제점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670만여동의 건물 중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1988년 이후 지어진 3층 이상 건물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67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소방방재청의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다.<서울신문 1월18일자 4면> 한편 우리나라 지진발생 횟수는 1978년 지진 관측 이후 1996년까지 연평균 18회에 불과했으나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2회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는 역대 최대인 총 60회의 지진이 발생해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성북구 종암복합청사 건립

    성북구가 옛 종암2동 주민센터에 주민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청사를 건립한다. 종암1·2동 통합으로 여유공간이 된 종암2동 주민센터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구는 종암동 16의8 일대에 주민사랑방과 문화교실을 갖춘 복합청사를 짓는다고 20일 밝혔다. 21일 기공식이 열리는 종암동 복합청사는 대지면적 724㎡에 지하 1, 지상 5층이다. 연면적 2033㎡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건립된다. 이곳에는 종암동 주민센터(1층), 주민대화방(2층) 외에 문화교실로 활용될 대강당(3층), 도서관(4∼5층), 주차장(지하1층) 등이 갖춰진다. 4층에는 324㎡로 13세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열람실과 정보검색실, 유아실 등이 들어선다. 구는 건축공사비 43억원과 토지매입비 29억원 등 모두 72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8월까지 공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의 절반은 서울시가 지원한다. 준공 뒤 현재 옛 종암1동 주민센터에 있는 종암동 주민센터가 복합청사로 이전하면 옛 종암1동 주민센터는 구립 종암어린이집으로 탈바꿈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대구 환경도시 변신 가속페달

    대구시가 지속적인 녹화사업으로 에코(환경)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시는 지난 한 해 도심 곳곳에 300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18일 밝혔다. 새로 나무를 심은 곳은 중구 태평로 소공원 등 도심 가로 51곳 3만 3158㎡, 대구고등법원과 달구벌종합복지관 등 20개 건물의 옥상, 계산성당을 비롯한 담 허물기 사업 공간 1만 40㎡ 등이다. 비산초등학교, 삼덕초등학교 등 60개교에는 7만 9000그루의 나무를, 축대와 벽 등 콘크리트 구조물 316곳에는 담쟁이덩굴 43만그루를 심었다. 수성교와 동대구역 광장, 상동교 등 13곳에 이뤄진 꽃 거리 조성사업은 시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시는 1996년부터 나무심기 사업을 펼쳤다. 지난 14년 동안 모두 1778만여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이다. 사업비도 5355억원이 투입됐다. 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1년 앞두고 올해도 대구스타디움, 달구벌대로, 신천 등 시가지 중심축 노선과 경부선철도, 고속도로 등 관문지역 21곳에 녹화사업을 펴나갈 예정이다. 또 경북대, 서대구세무서 등 5곳에는 담 허물기 사업을 벌이고 비산염색공단, 원대동 공한지 등 주택밀집지역 내 20곳에도 녹지나 휴식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대구 나무심기 사업이 다른 지자체의 벤처마크 사례가 되고 있다.”며 “녹색 환경도시 조성을 목표로 나무심기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삼척 해양레일바이크 새달 첫선 보인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 새달 첫선 보인다

    강원 삼척시가 추진하고 있는 해양레일바이크가 다음달부터 일부 구간에서 시범운행한다. 18일 삼척시에 따르면 근덕면 궁촌∼용화리 사이 해안 절경지대 5.37㎞ 구간에 개설되는 삼척 해양레일바이크가 지난해 10월 착공 이후 5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공사가 순조롭게 추진되면서 다음달 말부터 궁촌역∼원평마을까지 700m 구간과 초곡휴게소∼초곡1터널 사이 1㎞ 구간에 레일바이크 2∼3대를 투입해 시범운행을 하고,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보완할 계획이다. 시범운행을 거쳐 5월부터 모두 130대의 레일바이크를 왕복 10.7㎞ 구간에 투입, 대금굴·환선굴과 연계되는 삼척지역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총 347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해양레일바이크는 현재 노반공사와 토공작업이 95%, 옹벽과 배수로 등 구조물 공사가 85%의 공정률을 보이면서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터널 내 노반포장 및 도상 자갈공사 등 궤도공사도 30%가량 진행됐다. 출발역인 궁촌역사와 도착역인 용화역사도 파도 치는 형상(궁촌역)과 조개 모습(용화역) 디자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초곡1·2터널과 용화터널 등 해양레일바이크 운행구간 내 3개 터널에 대해서는 레이저그래픽과 조명, 디오라마, 비눗방울 등 특수 효과를 이용해 해저도시를 통과하는 것 같은 신비감을 연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레일바이크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해안 절경과 울창한 소나무 숲, 이색터널을 감상하는 해양레일바이크 여행이 기존 삼척의 관광 명품인 대금굴·환선굴 등과 연계돼 관광객 흡인력을 높이고, 해안과 산악관광이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차별화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삼척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성남시 새청사 고드름제거 전쟁

    경기 성남시가 신청사 9층 구조물에 얼어붙은 고드름을 떼기 위해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는 의회와 시청사본관을 연결하는 9층 높이의 장식용 대형 철제봉에서 폭설로 얼어붙은 얼음 덩어리가 지난 4일부터 지상으로 곤두박질(서울신문 1월7일자 14면)치면서 직원과 민원인들의 안전에 위협을 주자 8일부터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시청 청사관리팀 합동으로 장비를 동원, 대대적인 얼음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시는 현재까지 철제봉에 얼어붙은 얼음과 고드름 80% 이상을 떼어내 일단 공포의 대상이 됐던 일정크기 이상의 장애물을 제거했다. 그러나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뿌린 물이 또다시 얼어붙어 잔 고드름이 생성됐고 3층 야외휴게실과 1층 인도가 빙판으로 변해 민원인들은 여전히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게다가 시와 현대건설 측은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얼음을 떼어내는 방식 외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우리고장 최고] 소양강 처녀상·노래비

    [우리고장 최고] 소양강 처녀상·노래비

    신년 기획으로 이번 주부터 매주 토요일자에 ‘우리고장 최고’가 신설됩니다. 지역마다 향기 품은 문화와 역사가 담긴 명물·명품, 향토의 자랑거리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첫 순서로 춘천 의암호수가에 있는 ‘소양강 처녀상’과 노래비를 소개합니다. 국민 애창곡이 된 노래 ‘소양강 처녀’의 발상지인 이곳은 노래비가 세워진 지 5년만에 전국 명소로 떠올라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열여덟 딸기같은 어린 내 순정/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아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세월을 잊고 국민 애창가요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소양강 처녀’가 동상과 노래비로 만들어져 전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춘천 의암호수변을 따라 만들어진 순환도로 끝자락, 아치로 장식된 소양2교 인근에 처녀상과 노래비가 세워져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다. 청동으로 만든 소양강 처녀상은 높이 12m, 국내 최대 크기로 만들어져 호수변에 우뚝하다. 지난 2005년 11월 춘천시민의 날을 기념해 의암호수의 아름다운 수변 공간을 배경으로 세워져 춘천의 명물이 됐다. 밤에는 소양2교의 오색 조명과 처녀상을 비추는 서치라이트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한다.동상 앞에는 노래비가 세워져 있고 버튼을 누르면 애절한 소양강 처녀 노래를 들려주는 음향시설까지 생겼다. 노래에 얽힌 뒷얘기도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해 관광객들에게 들려주며 인기를 더한다. 노랫말은 춘천이 고향인 가수 지망생 윤기순(58·당시 18세)씨가 반야월(94) 선생을 만나면서 생겨났다. 당시 반야월씨가 가수협회 사람들과 소양강가에 있는 윤씨의 고향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소양강 처녀’의 역사가 시작된다. 강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린 윤씨의 순수한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반야월 선생이 즉흥적으로 시를 메모해 두었고 여기에 곡을 붙여 비로소 ‘소양강 처녀’가 탄생된 것이다. 1969년에 작곡된 이 노래는 가수 지망생 중에서 김태희씨가 불렀다. 1970년부터 공전의 히트를 치기 시작한 ‘소양강 처녀’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로 우리 정서에 딱 맞아떨어지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처녀상을 뒤로한 호수 중간쯤에는 화천댐 건설때 자재운반용 케이블카 지주로 사용했던 구조물에 쏘가리 조각상이 만들어져 또다른 명물이 되고 있다. 지금은 강물이 꽁꽁 얼어 운영이 안되고 있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관광객들에게 오리배를 이용해 호수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배터도 인근에 있다. 시는 코레일과 연계해 매주 화·목·토요일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며 소양강 처녀상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더구나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를 알리는 벤치도 노래비와 나란히 있어 일본, 중국 등 동남아 한류관광객들의 단골 코스로도 자리잡았다. 이 노래를 만든 작사가 반야월 선생은 “40년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애창곡으로)불러줘 감사한다.”면서 “그때 춘천에 놀러갔다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비 개인 저녁 놀을 보면서 노랫말을 완성했다.”고 회고했다. 또 소양강처녀가 누구냐고 하자 “그야 춘천의 아가씨들이지”라고 대답했다. 노래 속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윤씨는 “고향에서 소양강 처녀상과 노래비를 만들어 관광명소로 만들어준데 대해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국민 가요인 소양강처녀 주인공으로 명성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조용히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후 윤미라로 이름을 바꾸어 서울에서 가수생활을 하다 최근 어머니가 있는 고향 춘천 지암리에 내려와 닭·오리 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다. 글 사진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북극항로 개척 (상)] 울산~로테르담 바닷길 5294㎞ 줄였다

    독일 벨루가시핑 소속의 9611t 급 화물선 프래터니티(Fraternity)호와 포사이트(Foresight)호는 지난해 7월23일과 29일 건설 구조물을 싣고 울산항을 출발했다. 두 배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동안 대기하다 러시아 당국의 운항허가를 받고 8월21일 북극해로 나섰다. ●러시아 핵추진 쇄빙선 호위받아 두 배는 러시아의 핵추진 쇄빙선의 호위를 각각 받으며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해협을 거치는 북극항로를 통과하여 9월7일 러시아 얌부르크 항에 들어섰다. 이후 러시아의 아르칸젤 항을 거쳐 유럽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최종 목적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 9월18일 입항했다. 상선으로는 처음으로 북극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 시험항해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벨루가시핑이 북극 북동항로의 출항지로 울산을 택한 것은 이 항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물동량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울산 이전에 프래터니티호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중국을, 포사이트호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중국에 기항했다. 벨루가시핑에 따르면 부산과 울산, 마산 등 한국의 동남지역 항구에서 인도양과 수에즈운하를 거쳐 로테르담까지 거리는 약 2만 100㎞이다. 하지만 프래터니티호와 포사이트호의 북극항로 시험항해의 운항거리는 1만 4806㎞로 나타났다. 유빙을 피하여 안전지대로 항해하느라 당초 기대보다 다소 길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5294㎞나 줄어든 셈이다. ●울산 출항지 선택 1년반 준비끝에 성공 벨루가시핑의 북극항로 시험항해는 1년 반 가량의 사전준비 끝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상선의 시험항해를 허가한 것은 물론 핵추진 쇄빙선을 투입하는 등 국가적으로 지원한 것도 북극항로의 활성화가 갖는 의미를 너무나도 잘 인식했기 때문이다. 벨루가시핑은 시험항해 결과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목적 화물선 60여척의 상당수가 여름철 북극항로를 운항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당장 올해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선박을 투입해 이 항로의 본격 개척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북극항로가 열리는 기간이 아직은 여름철 몇 주일에 불과한데다 쇄빙선의 도움을 받을 경우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만큼 이같은 문제도 조만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국제 해운업계는 보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2010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질문하는 소설, 경험하는 콜라주’-김중혁론

    고대 그리스의 부타데스(Butades of Sicyon)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림 그리기의 기원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한 여인이 연인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불빛에 비친 연인의 그림자를 따라 벽에 그린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옹기장이였던 여인의 아버지 부타데스가 딸의 그림을 본떠 빚은 점토 형상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실제 대상-그림자-회화-조소’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 속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그림 그리기, 나아가 예술적 표현과 관련하여 두 가지 중요한 전제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예술적 표현은 사적 욕망의 구체화라는 것,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욕망의 대상에 다가가고자 하면 할수록 그 대상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간의 퇴적 속에서 예술적 표현의 방식이 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이제 우리는 시원(始原)의 욕망과 대상을 그저 희미한 화석으로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적 영역(oikos)과 공적 영역(polis)의 경계가 깨지면서 발생한 것이 ‘사회’라는 아렌트의 지적대로라면, 이제 우리의 사회는 개인의 욕망조차 자아를 충족시키는 내밀함에서 벗어나 공적 담론의 장 속에서 공익적 측면을 수용하기를 요구한다. 역사의 진행을 개인 욕망의 발현 과정으로 본다면,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영역 속에서 욕망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가 중요시된 것이다. 이 속에서 우리의 개인적 욕망은 때로 성적(性的)인 원죄의식에 사로잡히거나, 집단적 도덕성으로 재단되기도 한다. 결국, 계량화가 가능해지고 공적 가치를 따질 수 있는 것만이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순수하고 개인적인 욕망의 발현은 유아기적 망상으로 치부되기에 이른다. 더구나, 매스 미디어의 균질적 정보처리 과정을 거친 다양한 욕망들은 서열화 속에서 재배치된다. 이제 욕망은 비교우위 없는 순수한 발현을 억압당한 채 잘못된 대상에 고착되거나 인터넷의 작은 화면 속에서 일쑤 신경질적으로 해소된다. 마치, 떠나고 없는 연인의 그림자를 향해 말없음을 타박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말이다. 욕망조차 계열화된 현실에서 소설 행위(쓰기/읽기)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욕망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있다. 다양한 욕망이 부딪치는 공간이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야민은 소설이 이야기와 달리, 이전 시대의 경험들과 분리되어서 후대의 경험으로 확장되거나 조언을 포함하지 않는 고립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게다가 현대 사회의 소설은 정보가 그랬듯이 상품으로서 자본주의적 유통의 과정으로 포획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소설행위의 의미 역시 정보가 소비되는 방식처럼 한 순간 안에서만 소비되고, 우리의 욕망은 자본주의적 만화경 속에 갇히고 만다. 이 글이 김중혁의 소설(‘펭귄뉴스’(2006), ‘악기들의 도서관’(2008). 두 권의 단편집을 제외한 작품으로는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창작과 비평, 2009년 봄), ‘C1+y=:[8]:’(문학과 사회, 2009년 여름), ‘유리의 도시’(현대문학, 2009년 8월), ‘1F/B1’(문학동네, 2009년 가을) 등이 있다. 단편집에서 작품을 인용할 때에는 작품의 제목과 면수만 밝히기로 한다.)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일관되게 자신의 소설 안에서 무한대의 욕망과 경험들을 반복·중첩시켜 가며 소설 공간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소설은 종국에 이르러 개인의 순수한 욕망을 만날 수 있도록 가벼워지고, 이 가벼움은 다시 무한대의 욕망과 경험들을 가로지른다. 김중혁의 이러한 작업은 부타데스 이후 멀어져 가고만 있는 개인의 욕망을 직접 대면케 하는 동시에 소설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여겨진다. 김중혁 소설의 근저에는 공통 취향을 가진 두 인물들의 반복과 변주가 배치되어 있다. 이 배치가 그의 소설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소설적 긴장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공통 취향의 공간은 독자들을 무리없이 공감하게 만든다. 이 두 명의 중심인물들은 때로 쉽게 의기투합하기도 하지만(‘무용지물 박물관’), 결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거나 협력의 지점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두 인물들은 만나지도 않거나(‘자동 피아노’), 아니면 아예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비닐광 시대’). 반면에 이럴 때조차 이들은 서로 여전히 “작고 가냘픈”(‘자동 피아노’, 29쪽)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데, 말하자면 두 인물들은 매개물을 통해 가까워진 두 개의 항이 아니라 매개물을 통해 반복되고 변주되는 하나의 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인물들은 ‘여성들의 서사적 비중이 축소된 남성적 유대관계’(신수정)나, ‘전형적인 남성 버디(buddy)소설의 면모’(심진경)로도 파악된다. 하지만 소설적 공간의 의미를 구축하는 이들의 역할에 주목하여 살펴본다면 성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우리는 다만 반복적 이형태(異形態)가 만들어내는 변화에 동참하게 될 뿐이다. 소설 속에서 상대자로 ‘나’와 같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영어 이니셜이나 별명으로만 나타나는 경우 이러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는데, 고유명사를 부여받지 않은 대상은 독립적 역할보다는 ‘나-나’로의 반복과 변화를 이끈다. 가령, ‘나와 B’에서 ‘나’는 ‘B’와 음악으로 인해 ‘핵융합’을 한 것처럼 금방 친해진다. 하지만 실제 이 둘의 관계는 ‘B’에 대한 ‘나’의 일방적인 행위로 시작되고, 전개된다. 음반 가게 점원인 ‘나’가 음반을 훔치려던 ‘B’를 처음 만난 뒤, 몇 번의 이직을 겪는 ‘나’와 무명 기타리스트에서 주목받는 신인 기타리스트가 되는 ‘B’의 사이를 ‘하나로 합쳐’졌다고 보기에 둘 사이는 느슨하다. 음악이라는 공통 취향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B’는 ‘음반을 두 번 정도 듣고 난 다음엔 음반과 거의 똑같이 기타를 연주’(195쪽)하는 전문가이고, ‘나’는 심장에 무리가 가서 아예 전기기타를 배우기도 힘든 인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나는 동영상을 보다가 내 습관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화면 속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그를 볼 때마다 왼쪽 엄지로 나머지 왼손 손가락들의 끝을 비비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의 등을 어루만지듯 매끄러운 손가락 끝을 비비고 있었다. ‘내가 손가락 끝을 비비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고 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그런 행동이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대리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의 손가락 끝을 그리워했던 것일까. 아니면 굳은살 하나 박여 있지 않은 내 손가락 끝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중략…) 한 달 전 기타를 한 대 샀다. 다시 기타를 배우고 싶어졌다. (…중략…) 아직 내 손가락 끝은 너무 무르다. -‘나와 B’, 210~211쪽. 결국, 소설의 마지막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은 ‘나’ 스스로의 재발견이다. ‘나’는 ‘B’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전에는 억압되어 있던 자신 내면의 어떤 지점을 발견하고 다시 이를 통해 내면에 감추어졌던 순수한 욕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잡게 된다. 갑자기 음악(기타)을 위해 생업을 내팽개치거나 하는 등의 결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무른 손가락 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 순간은 우리가 전망을 가지고 억압과 대결을 펼치든, 현실을 비틀어 냉소적 거리를 두든 오히려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현실적 억압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망이나 목표는 그 자체로 억압되고 조작된 욕망에 노출되어 뒤틀린 결과물이 될 위험성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결말이 보여주는 의미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그리거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과는 구별된다. 이제 우리는 조작된 욕망에서 벗어나 본래의 욕망, 즉 시원(始原)의 욕망을 대면할 수 있게 된다. 김중혁은 이러한 반복과 변주가 주는 새로운 의미의 발견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가 자신의 작업에 붙이는 이름(제목)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첫 번째 소설집 ‘펭귄뉴스’에서 우리는 ‘무용지물/ 박물관’, ‘사백 미터/ 마라톤’이라는 제목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내기 힘들 것 같은 두 단어가 하나의 단어로 사용되면서 묘한 호기심과 낯섦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방식의 명명은 두 번째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더욱 늘어난다. ‘자동/피아노’, ‘악기들의/도서관’, ‘유리/방패’, ‘무방향/버스’(제목의 /부호는 인용자) 등이 그것이다. 지적한 제목들은 모두 이질적인 두 단어가 A+B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품을 읽은 뒤 우리는 소설의 내용이 A나 B 어느 한쪽과 관련된 이야기거나, A가 B(혹은 B가 A)를 특별한 방식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소설이 전달하는 의미들은 사실, A∩B를 통해 파생되며 이를 통해 A나 B가 기존의 의미에서 벗어나고 그것들의 공통점에 기반하되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A‘(또는 B’)가 무한대로 풀려 나오게 되는 것이다. 교집합적 운동이라고 새롭게 불러도 좋을 이와 같은 김중혁의 소설적 전략은, ‘반복(repetition)’과 ‘이접(離接.disjunction)’을 통해 모든 ‘토대’를 집요하게 해체하고자 했던 일련의 운동이 문학적 테두리 안에서 갖는 성과이다. ‘엇박자 D’의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이 성과를 분명하게 만날 수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두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세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고, 네 사람, 다섯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합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합창이라고 하기에는 서로의 음이 맞질 않았다. 박자도 일치하지 않았다. (…중략…) 노래는 아름다웠다. 서로의 음이 달랐지만 잘못 부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화음 같았다. (…중략…) 22명의 노래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유는, 아마도 엇박자 D의 리믹스 덕분일 것이다. 22명의 노랫소리를 절묘하게 배치했다. 목소리가 겹치지만 절대 서로의 소리를 해치지 않았다. 노래를 망치지 않았다. -‘엇박자 D’, 280~281쪽. 공연기획자인 ‘나’가 20여년 만에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합창단 친구 ‘엇박자 D’를 만나 같이 공연을 기획하게 된다. 그 공연에서 ‘나’ 몰래 친구가 준비한 앙코르 장면은 소설속의 ‘나’가 그랬듯 예기치 못한 감동을 준다. 공연을 기획한 ‘엇박자 D’는 합창단 시절, 자발적으로 단장까지 맡을 정도로 유일하게 열성적이었던 친구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의 박치이자 음치’(255쪽)여서 실제 공연 때는 선생님에게 립싱크만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엇박자 D’는 결국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망친 장본인이 된다. 그 뒤 의도적으로 음악을 듣지 않던 ‘엇박자 D’는 전공으로 무성영화를 선택한다. 무성영화를 통해서, 영상과의 필연성에 얽매이지 않는 소리의 자유로움을 깨닫고 위에 언급한 장면을 연출하기까지의 소설적 과정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엇박자 D’의 의도를 알게 된다. 실상, 음치라는 것은 ‘자신이 알아낸 게 아니고 들어서 아는 것’이며 ‘평생 그렇게 세뇌’(270쪽) 당해서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개인의 욕망이 자유롭게 표현된 것이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억압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기준이 음치를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억압이 작용하지 않는 시원의 욕망을 만남으로써 주체들이 자유롭게 해방되고 나아가 ‘서로의 소리’를 억압하지 않는 ‘화음’을 꿈꾸는 것, 그것이 바로 김중혁이 보여주는 교집합적 운동의 힘이다. 교집합적 운동 속에서 억압되/하지 않는 욕망을 만날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교집합의 상태 그대로 남아 있기이다. 운동성을 상실한 모든 것은 결국 그 힘을 잃고 다시 계열화 속으로 수렴될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 이러한 위험은 계시적인 교훈이나 전망으로 구체화되면서, 문학작품이 운동성을 상실한 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아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김중혁은 자신의 소설이 처할 수 있는 이 비극적 운명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여 표준으로 작동하는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의 전략이 지속적 운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억압적 현실⇒구체적 전망의 필연성’으로 이어지는 고정적 틀 그 자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전망이 다시 억압으로 작동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의 비트(beat)를 억압하기 위한 진압군과 이에 맞선 저항군이 전쟁 중인 현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현실을 각각 배경으로 삼은 ‘펭귄뉴스’와 ‘유리방패’처럼 비교적 억압의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에서 이러한 의도는 더욱 잘 드러난다. 이는 억압의 체계에 포획되지 않기 위해 경계하는 작가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으로 읽힌다. ‘전쟁 중인 현실→무감각한 나→저항군인 그녀→그녀와의 우연한 만남→그녀를 따라 저항군이 되는 나’로 이어지는 ‘펭귄뉴스’의 이야기 전개는 전형적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다소 의외로 ‘그녀’의 죽음을 확인한다. 전쟁 중인 현실조차 ‘지루하고 재미없’(263쪽)는 ‘나’에게 ‘그녀’는 ‘모든 살갗이 곤두서’(274쪽)게 하는 유일한 자극이었기 때문에 그 의외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게다가 ‘나’는 ‘그녀’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제 곁에 있던 그녀는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비극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굳이 감상을 말해야 한다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야겠군요. 어쨌든 극히, 자연스럽게 그녀는 죽었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 ‘펭귄뉴스’, 357쪽. ‘비트’를 매개로 ‘나’와 ‘그녀’ 사이에서 이루어진 교집합적 상태는 필연적으로 ‘나’에게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지만, 이것 자체가 지속가능한 운동으로의 전환은 아니다. 교집합적 만남을 통해 변화된 주체는 다른 주체와 거리를 가질 때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자유의 공간 즉, 운동성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의 죽음 뒤에야 비로소 ‘나’는 그 어디에도 ‘반납’할 수 없는 ‘정말 사적인 비트’(357쪽)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순간, 그 ‘비트’는 ‘그녀’와 ‘나’만의 매개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엇박자 D’의 마지막 장면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쿵쾅’(358쪽)거릴 수 있는 운동으로 변환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지속적인 운동성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파리의 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공원은 설계단계에서부터 문학·철학·영화 등의 다양한 비건축적 개념을 적극 끌어들인 것으로 유명한데, 이를 통해 오히려 건축의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공원은, 점·선·면의 세 체계를 따라 설계된 각각의 공간이 한 공간 안에서 중첩되고, 분열되고, 해체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게 되어 있다. 설계의도에 따르면, 응집력 있는 구조들을 중첩시켰을 때 하나의 초응집적 거대구조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정될 수 없는 것, 즉 전체성에 반대하는 것이 생겨난다. 결국 이 공간은 반-맥락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실제 공원 내 기능들의 중첩은 고정된 시설물로서의 기능성과 편의성에서 벗어나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공간을 탄생시킨다. 일상 언어학에서 말하는 관습적인 절차나 효과로서의 ‘맥락(context)’을 파괴하는 이 공간은 2000년대 우리 소설이 새롭게 만들어 낸 소설적 공간, 이른바 ‘무중력 공간’(이광호)과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소설들은 종래의 작품들에서 기피해 온 이질적인 소재나 인물군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 공간에 낯섦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소설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 자체가, 중력으로 작용하는 어떠한 억압적 기준 없이 자유로운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단절적인 대화나 전통적 서사 구성을 거부하는 듯한 문체, 현실과 이질감 없이 섞여 있는 환상적 비현실 또한 그 결과물이자 원동력임은 물론이다. 김중혁의 소설 역시 이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그러나 현실과 냉소적인 거리를 두거나 이질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현실들과 겹치면서 동시에 거리를 두는 변별성을 통해 보다 많은 욕망들을 해방시킨다. 따라서 비교적 전통 서사에 충실하게 진행되던 김중혁의 소설은 언제나 결말에 이르러 모든 것을 툭툭 털어버리고 ‘마음이 편안해’(‘자동피아노’, 35쪽)지는 경험을 안겨준다. 이때의 ‘가벼움’이 바로 단순한 현실과의 거리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김중혁만의 ‘거리두기’에서 오는 결과이다. 이 ‘거리두기’ 역시, 앞서 언급한 빌레트 공원에서 폴리(folie)라는 인상적인 개념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프랑스어로 광기, 무분별한 짓이나 말, 정열 등의 의미를 가진 폴리는 이 공원의 설계 단계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점 체계 속의 폴리는 실제 빨간색 철골 구조물들로 형상화되었는데 공원 내에서 쉽게 눈에 뜨이기 때문에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기준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진 이 폴리는 전체 공간을 나누고 분리시키는 동시에 면과 선 체계의 폴리들과는 상호충돌하고 왜곡되어, 애초 설계자의 의도대로 공원전체가 탈통합적인 공간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결국 모든 억압에서 벗어난 공간을 만드는 것은 기준점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모든 것들과의 반복과 중첩, 그리고 다시 그것과의 거리두기에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M의 옆모습을 보는 순간, 어쩌면 M과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순간 얘기를 했지만 그사이 M과 나는 어딘가를 지나온 것 같았다. 어떤 갈림길을 지나온 것 같았다. 그는 왼쪽 길을, 나는 오른쪽 길을 선택했고, 발목에 묶여 있던 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풀어져 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유리방패’, 180쪽. 위의 장면 속 ‘나’와 ‘M’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지내면서 취업을 위한 면접시험조차 같이 치른다. 심지어 한 명만 뽑는 회사의 면접시험도 ‘막무가내’로 같이 치르는 이 둘은 전형적인 김중혁 소설의 인물들이다. 이들이 면접시험을 위해 준비했던 일종의 퍼포먼스가 우연히 인터넷 신문에 예술적 시도로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순식간에 이들은 면접관으로 불려다니는 유명인사가 된다. 서른 번의 입사시험을 치르는 동안 ‘한때 실패에 중독된 인간들’이었던 주인공들이 ‘실패중독자들을 위로해 주는 입장’(178쪽)이 된 것이다. ‘점수를 받는 사람’에서 ‘점수를 주는 사람’(176쪽)으로바뀌게 된 이 발랄한 치환은 현실의 체계를 뒤엎는 듯 보인다. 자본주의적 서열구조의 확대·재생산 방식으로 작동하는 공개취업의 기준에 함몰되어온 인물들이 그 틀을 자신들의 힘으로 벗어난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본 경우보다 오히려 짧은 시간 내-‘스무 번째였는지 스물한 번째였는지의 면접관 일을 마치고 나올 때’(178쪽)-에 ‘피곤’을 느끼고 만다. 애초부터 이들의 ‘자리바꿈’은 사실 무분별하게 정보를 생산해 내는 매스미디어 시스템이 만들어낸 ‘이벤트’였을 뿐이다. 자신들의 변화가 억압이 작동하는 체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그 체계 안에 다시 포획되고 말았음을 느낀 순간, ‘나’는 ‘M’과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의 교집합적 운동이 다시 체계 내에 갇히고 말 때, 김중혁의 ‘거리두기’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지속적인 운동성을 확보한다. 교집합적 반복과 변주, 그리고 거리두기까지 포괄한 김중혁 소설의 운동성은 작가 특유의 소재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 공간과 교직(交織)된다. ‘마니아적인 열정과 감수성’(박진), ‘사물들을 해방시키는 수집광’(김형중), ‘등장인물들의 마니아적 취향과 취미를 개성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물-예술’(심진경) 등으로 평가되는 김중혁의 사물에 대한 애착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 속 소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공업적’ 성격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등장한 ‘정보’의 유통은 후대로 전달되는 경험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따라서 사실이 아닌 이야기에도 진실이 포함되어 있던 시대에서, 진실과 관련 없이 사건만 난무하는 시대로의 변모를 지적한 벤야민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실시간적 확산이 가능한 정보만이 중요시되고, 전생애에 걸쳐 축적된 개인의 경험들이 획득하는 의미와 그 깊이가 외면되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때, 수많은 경험들이 구전적인 방식으로 축적되어 있는 이야기를 벤야민은 수공업적 형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의 특성을 빗대서 말한 ‘옹기그릇에 남아있는 손흔적’은 현대사회에서 하나의 가치가 아닌 시스템의 오류로 취급될 뿐이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김중혁은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는 동시에 새로운 경험들을 환기시키는 소재들을 사용한다. 마치 벤야민의 ‘이야기’처럼 그의 소재에는 다양한 욕망과 경험들이 공존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다음에서 작가가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먼저 살펴보자. “잠수함 설명하기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제가 집에 있는 잠수함 모형을 하나 가지고 왔어요. 비틀스의 영화 ‘Yellow Submarine’에 등장했던 잠수함이에요. 청취자 여러분들이 이걸 직접 만져볼 수 있다면 좀더 이해가 쉬울 텐데 아쉽네요. 전체적인 모습은 입이 툭 튀어나온, 심술 맞은 물고기 같아요. 심술난 것처럼 입을 삐죽 내밀고 한번 만져보세요. 잠수함 앞모습이 바로 그래요. 그리고 몸통은 비늘을 다 긁어낸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미끈하죠. 창문은 왼쪽에 여덟 개, 오른쪽에도 여덟 개가 있어요. 이 창문을 통해서 바닷속 풍경을 보는 거죠. 그리고 꼬리 쪽에는 방향을 조종하는 지느러미 같은 게 달려 있어요. 지느러미 아래쪽에는 잠수함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프로펠러가 두 개 달려 있어요. 프로펠러는 바람개비를 생각하면 될 거예요. 그리고 위쪽에는 네 개의 잠망경이 올라와 있는데요, 잠망경은 잠수함이 물 위로 올라오지 않고도 바깥을 볼 수 있도록 기역자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굽힐 수 있게 만든 스트로 아세요? 그걸 잠망경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음, 그리고…….” (…중략…) “자, 이제 우리가 잠수함이 한번 돼 볼까요? 제가 자주 하는 놀이인데요. 욕조에 물을 받은 다음 스트로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우리에겐 그 스트로가 잠망경인 셈입니다.” -‘무용지물 박물관’, 33~34쪽. 대상과 직접적 연관없는 “물고기, 바람개비, 스트로” 등을 동원하여 잠수함을 설명하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감각과 경험을 총동원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감각과 경험들 역시 대상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우리에게 ‘잠수함’을 경험적 실체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대상을 보편화시키는 정의(定義)는 ‘무용지물’이 되고, 나아가 감각 주체가 스스로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식방법은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과 달리 “통조림”처럼 압축되지 않고 수많은 감각과 경험들이 중첩되면서 위의 긴 인용문에서처럼 필연적으로 비경제적이 된다. 김중혁이 선택한 소재들의 수공업적 성격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즉, 계열화된 체계 안에서 박제된 상태의 사물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는 사물이 바로 작가의 탐구 대상이다. 먼저,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의 지도가 그것이다. 나무를 깎아 만든 이 지도는 에스키모들이 ‘기억과 소리’로 만들고 촉각을 동원하여 ‘상상하는 지도’이다. 일반적인 ‘지도’의 제작과 활용에서 벗어나, 사용자들의 반복적인 경험 안에서 유용한 이 지도는 그 자체로 수공업적 소재라 할 수 있다. 이 지도로 인해 ‘나’는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78쪽)던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게 된다. 사물에 축적된 수많은 경험들이 ‘나’와 중첩되어 나만의 경험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사물 역시 갇혀있던 가치판단의 틀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다. 이와 같은 탐구는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심화되어 나타난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109쪽)는 생각이 든 ‘나’가 우여곡절 끝에 취직하게 된 악기점에서 만든 이 ‘도서관’은 연주가 아니라 ‘그냥 악기 소리만’ 있는 곳이다. 악기는 애초에 인류가 감정표현과 전달의 도구인 신체를 보충하는 보조수단이었다. 여기에 악기를 사용해온 수많은 사용자들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하나의 도구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악기가 분류되고 체계화되면서 점점 경험의 세계에서 분리되어 전문연주자를 필요로 하기에 이른다. 체계 내로 편입되지 않은 개별적 경험들이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차단당한 것이다. 사실상 처음부터 박물관에 전시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시되기 직전까지도 사물들은 오직 사용자들의 경험과 경험사이에서만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본주의적 체제의 강제성을 보편타당성으로 받아들여 사물들을 분류하고 서열화해 왔던 것이다. 이제 자본주의적 질서로 재편된 박물관 안에서 사물들은 더 이상의 경험을 용납하지 않은 채 개별성을 상실하고, 인간마저 전시물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김중혁의 수공업적 사물에 대한 탐구는 이와 같은 운명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노력은 ‘박물관’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체계에서 소외된 모든 것들을 ‘악기도서관’으로 이끈다. 여기서 우리는 ‘긁거나 할퀴거나 두드리거나 뜯거나 쓰다듬거나 꼬집으면서’(127쪽) 억압되/하지 않는 개별적 경험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지 않냐? 그보다 더 처음으로, 더 처음” -‘유리방패’, 178~179쪽(인용자 재구성). 시원의 욕망을 꿈꾼다는 것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전도되고 억압된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기억을 통해 더듬어 가는 ‘처음’은 언제나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경계하는 데리다는 기원을 아예 결정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부타데스의 딸이 기억에 의존하여 그림을 그리던 순간부터 실제 대상은 무시될 수밖에 없고, 차라리 현존(presence)과 부재 사이의 ‘놀이’ 그 자체가 의미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자본주의는 모든 차이의 진폭과 오류마저 자신의 안으로 포획하는 강력한 보편타당성을 지향하는 체계이다. 자본주의적 금융시스템이 자체 내의 심각한 오류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자본주의적 처방만이 유효하게 거론되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김중혁의 소설은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모든 욕망들을 중첩시키면서 멈추지 않고 차이들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는 그 전략으로 모든 경험과 욕망들의 ‘흔적(trace)’이 새겨진 사물을 사용한다. ‘자신만의 생각과 리듬’을 가지고 있는 ‘살아 있는 괴물에 가까’운 ‘타자기’(‘회색괴물’), 그 어떤 외부조건에도 얽매이지 않고 연주되는 순간마다 ‘자신의 몸을 통째로’ 빌려주는 ‘투명’한 ‘피아노’(‘자동피아노’), ‘수많은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이것이 다시 ‘또다른 사람의 밑그림’이 되는 작업을 하는 디제이들의 ‘비닐레코드’(‘비닐광시대’)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차이들이 결국 무한대의 욕망들에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통해 우리들은 ‘처음’으로 이끌린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최근작인 ‘C1+y=:[8]:’에서 ‘보드빈터’라는 공간으로 구체화된다. 정글의 특성을 도시에 연결시켜 보다 쾌적한 도심을 만들고자 하는 도시 연구가 ‘나’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도심을 다니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 공간은 목숨을 걸고 정글을 탐사하면서까지 만들고 싶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이는 목적지로 충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도심 속 길들의 일부분이며, 수많은 익명의 스케이트 보더들이 ‘단 한 번도 신호등을 만나’거나,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도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는 길의 연결일 뿐이다. 이 ‘길’이야말로 도시가 생성되기 이전 개인의 욕망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던 ‘첫 길’이며, 그 ‘처음’은 억압 자체가 무화되고 인류전체의 경험과 개인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원의 욕망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 길 위로 부지런하게 걸음걸이를 옮기고 있는 작가의 행보에 시선을 고정시킨 이유는 그의 소설행위가 하나의 답변이 아니라 ‘처음’을 향한 지속적인 질문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끝>
  • 영동군에 세계최대 인공빙벽장

    영동군에 세계최대 인공빙벽장

    충북 영동군은 인공 빙벽장 가운데 세계 최대규모인 영동빙벽장이 오는 1월2일 개장한다고 28일 밝혔다. 군이 영동군 용산면 율리 금강변의 송천산악레포츠단지 내 자연암벽에 조성한 이 빙벽장은 전체 폭이 100여m로, 40m 초·중급자 코스(사과봉·배봉), 90m 상급자 코스(포도봉), 60m 중·상급자 코스(곶감봉), 사계절 등벽을 즐길 수 있는 25m 인공빙탑(철제 구조물) 등을 갖추고 있다. 빙벽장 주변에는 2000㎡ 규모의 썰매장, 얼음동산, 뗏목체험장, 징검다리, 전망대, 등산로(1.5㎞) 등이 조성돼 있어 빙벽동호인은 물론 가족이 함께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군은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5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확보하고, 포도숙성 삼겹살 구이, 포도와인 등의 먹거리장터와 곶감 등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를 운영해 주민소득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3년 전부터 해마다 금강 지류인 초강천 물을 수중모터로 끌어올려 만들고 있는 영동빙벽장은 경부고속도로 영동IC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송천교 아래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다. 지난해까지는 무료였지만 이번에는 1만원 상당의 ‘영동사랑상품권’을 구매해야 빙벽장을 이용할 수 있다. 관리운영은 빙벽등반 전문가들로 구성된 영동빙벽장운영위원회가 위탁 받았다. 영동군 관계자는 “세계 최대규모의 인공빙벽장이라는 사실을 대한산악연맹을 통해 확인했다.”면서 “동호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해 10만 3000여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빙벽장 이용 문의는 영동빙벽장(043-744-8848)으로 하면 된다. 이곳에선 1월23일과 24일 이틀간 ‘제3회 충북도지사배 전국 빙벽등반 경기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영동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여행가방]

    ●비발디 파크 고급 리조트 ‘소노펠리체’ 개관 강원도 홍천 비발디 파크에 고급 리조트 ‘소노펠리체’가 문을 열었다. 대명리조트가 운영하는 소노펠리체는 2007년 양양의 리조트 호텔 ‘쏠비치’의 성공적 론칭에 이은 두 번째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쌓은 프랑스 건축가 데이비드 피에르 잘 리콩이 설계했다. 면적은 12만 9144㎡(약 4만평). 365일 별장처럼 이용하는 전용객실 테라스하우스와 펜트하우스형 레지던스 객실(76실), 노블리언 객실(428실) 등으로 꾸며졌다. 특급호텔 수준의 컨시어지 서비스는 물론 골프장(18홀)과 휘트니스센터, 수영장, 회원전용 라운지, 유럽피언 스타일 스파 등 다양한 시설도 갖췄다. www.daemyungresort.com, 1588-4888. ●스노보더들이여, ‘X파크’를 준비하라 강원도 횡성의 현대성우리조트(www.hdsungwoo.co.kr)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보더들을 위해 보드 크로스코스인 ‘X파크’를 신설했다. U탱크와 웨이브, 뱅크, 업·다운스테어, 힙 점프 등 다양한 구조물로 가득찼다. 터레인파크인 ‘익스트림 챌린지(Extreme Challenge) 슬로프’도 강화했다. 3~12m 초·중급의 ‘키커’(눈 점프대)와 ‘미드와이드 스트레이트 박스’ 등 신규시설을 도입하고 이대로 프로 등 7명의 ‘파크레인저’가 운영을 맡는다. ●뉴칼레도니아 ‘얼리버드’ 상품 출시 에어칼린은 2010년 봄 고객을 위한 ‘얼리버드’ 상품을 내놨다. 본격적인 웨딩 시즌이 시작되는 새해 3월1일~5월31일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 뉴칼레도니아와 서울을 직접 연결하는 항공편을 예약할 경우 왕복 54만원(항공세 및 유류할증료 별도)에 구매할 수 있다. 비수기 요금 72만원에 견줘도 약 20만원 가량 싸다. 얼리버드 항공권 예약은 새해 1월31일까지 에어칼린 홈페이지(www.aircalin.co.kr)와 여행사에서 할 수 있다. ●카타르항공권 인터넷 예약 최대 7% 할인 카타르항공은 새해 1월15일까지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예약하는 고객에게 일정 구간에 한해 최대 7%까지 할인해준다. 유럽 노선의 경우 63만 2400원(세금 및 유류 할증료 별도), 아프리카는 80만원대. www.qatarairways.com/kr, (02)3708-8571~3.
  • ‘안양·중랑천 뱃길조성’ 논란 가열

    ‘안양·중랑천 뱃길조성’ 논란 가열

    서울시가 2440억원을 들여 안양천과 중랑천에 뱃길을 조성하기로 한 ‘한강지천 뱃길 조성계획’이 다시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시가 이달 말 발표를 앞둔 사업타당성 보고서가 ‘사업성 높음’쪽으로 기울면서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21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최근 외부용역을 맡긴 ‘한강지천 뱃길 조성을 위한 타당성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자문위원들로부터 막바지 검토를 받고 있다. 보고서는 강바닥을 파내 뱃길을 조성, 수상버스와 택시를 한강과 연결해 운행하고 하천변에 레저·문화시설을 만드는 계획에 대해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지수 1.4).’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지수가 1.0 이상이면 사업시행이 요구되는데 1.4는 상당히 높은 점수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벌써 “뱃길 교통수단의 수요부재를 간과한 채 인근 개발수익까지 효과(편익)에 포함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수상교통수단의 편익평가와 관련, 환경련 측은 “시는 한강 수상택시의 이용객을 하루 2만명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130여명에 그친다.”면서 “누가 전철, 버스, 셔틀버스, 수상교통으로 이어지는 환승과 40여배 비싼 요금을 감내하고 (지천 수상교통을) 이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150인승 수상버스와 8인승 수상택시를 운행하기 위해 하천 바닥을 어느 정도 긁어내느냐도 관건이다. 수상버스가 한강에서 지천으로 드나들기 위해선 수위를 한강에 맞춰야 하는데 중랑천의 경우 0.4~5.7m까지 바닥을 굴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성동교 하천 밑으로 관통할 분당선 지하철은 하천바닥과 불과 20여㎝를 남겨놓게 된다. 시 관계자는 “지하철 구조물을 건드리지 않고 굴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기본설계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막대한 추가비용 가능성이 환경련 측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철새보호지역 등 생태계 파괴와 문화재 훼손, 수질악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경단체들은 하천바닥 준설과 콘크리트축대 설치에 따라 서울의 대표적 철새보호지역인 중랑천과 안양천 하류가 파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곳에선 멸종위기의 흰꼬리수리, 매, 말똥가리 등이 관찰된다. 또 사적 160호인 살곶이 다리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상교통은 교통기능보다 수상도시로서 브랜드 가치와 관광측면을 더 고려했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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