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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의 벽’을 오르다

    ‘처음의 벽’을 오르다

    ‘볼더링·리드·스피드’ 합산해 순위 결정다른 경기장과 달리 신나는 음악 나와‘세계랭킹 1위’ 서채현 메달 기대감 커3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예선. 신나는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스파이더맨’들이 순식간에 맨손으로 인공 암벽을 오르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한국 대표팀의 천종원(25·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이 인공 암벽에 오르자 여자 아나운서는 한국인의 대표 응원 구호인 “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그는 아쉽게도 10위를 기록해 8명까지 진출하는 결선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는 “더 성장하는 선수로 돌아오겠다”며 3년 후 파리올림픽에서의 활약을 기약했다. 체력과 유연성, 순발력을 모두 필요로 하는 스포츠클라이밍은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종목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채택됐다. 도쿄올림픽에는 유독 젊은층 취향의 종목이 대거 포함됐다. 스포츠클라이밍을 포함해 스케이트보드, 서핑, BMX 프리스타일, 3대3 농구 등이 그렇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를 끄는 스포츠로 인공 암벽과 안전 장구만 갖추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이 종목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정식 종목으로 처음 선을 보였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이 주관하는 스포츠클라이밍은 볼더링, 리드, 스피드 3종목으로 치러지는데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3종목을 모두 치러 합산 점수로 순위를 결정하는 콤바인 종목을 치른다. 도쿄올림픽에는 남녀 콤바인 각각 1개씩 모두 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3년 뒤 파리올림픽에서는 스피드 종목이 분리되면서 스피드, 콤바인(리드·볼더링) 2종목을 치를 예정이다. 경기 방식을 보면 볼더링은 4.5m 높이의 암벽에 설치된 다양한 인공 구조물을 로프 없이 4분 이내에 통과해야 한다. 마지막 홀드(돌출부)를 양손으로 잡으면 경기가 끝난다. 리드는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15m 높이의 인공 암벽을 6분 안에 가장 높이 오르면 이기게 된다. 볼더링과 리드의 코스는 미리 연습을 할 수 없다. 스피드는 말 그대로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15m 높이에 95도 경사면의 인공 암벽을 가장 빠르게 올라간 사람이 이기는 종목이다. 스릴 넘치는 종목이다 보니 스포츠클라이밍에는 패기 가득한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가 대거 출전한 게 눈에 띈다.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 참가자는 2003년 12월 10일생인 미국의 콜린 더피다. 2003년 11월 1일생인 한국의 서채현(18·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은 여자 선수 중 가장 어린데 세계랭킹 1위로 메달이 기대되는 선수다.
  • 결승행 ‘인간거미’ 서채현 “여자배구 보고 좋은 기운 받아…김연경 너무 멋져”

    결승행 ‘인간거미’ 서채현 “여자배구 보고 좋은 기운 받아…김연경 너무 멋져”

    스포츠클라이밍 최종 예선 2위로 결승리드 종목 압도적 1위…6일 메달 결정김자인 잇는 유망주…리드 세계 랭킹 1위 ‘제2의 김자인’으로 불리는 10대 유망주 서채현(18·신정고)이 올림픽 신규 종목인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최종 예선 순위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는 예선 상위 8명이 메달 경쟁을 벌인다. 서채현은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뒤 “아침에 일어나 여자배구 경기를 봤어요. 김연경 선수 너무 멋있어요”라면서 “엄마랑 통화하면서 (배구가 이겨서)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농담도 했어요”라고 활짝 웃었다. 그는 “결승에 가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터키를 꺾고 4강행을 확정 지은 실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세계가 인정하는 ‘배구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의 선한 영향력이 서채현의 경기력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승가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듯” 서채현은 4일 자신의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서채현은 이날 일본 도쿄의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예선에서 스피드 17위, 볼더링 5위, 리드 1위로 세 개 순위를 곱한 합계 85점으로 최종 순위 2위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15m 높이 암벽을 성큼성큼 오르던 ‘인간 거미’ 서채현은 지상에 내려오자 영락없는 10대로 돌아왔다. 이번 대회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 경기는 스피드, 볼더링, 리드 세 종목의 종합 성적으로 순위를 정한다. 각 종목의 순위를 곱한 점수가 낮은 순서대로 최종 순위가 결정되므로, 세 가지 종목에서 가능한 상위권을 기록해야 유리하다.서채현은 첫 번째 종목 스피드(15m 높이의 경사벽을 빠르게 오르는 종목)는 20명 중 17위(10.01초)로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서채현은 “제 예상 성적이 18등이었는데, (개인) 최고 기록이어서 좋다”며 오히려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경기 전 많이 긴장했다면서 “스피드가 ‘부정 출발’이 나오면 바로 20등이라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스피드가 잘 나와줘서 그 뒤에는 긴장을 덜 했다”면서 “볼더링 종목도 상상보다 잘해서 리드 때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이날 두 번째 종목인 볼더링에서 5위를 기록한 데 이어 자신의 주 종목인 세 번째 리드 종목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그 결과 예선 최종 순위도 2위로 껑충 뛰었다. 볼더링은 4.5m 높이의 암벽에 다양한 인공 구조물로 구성된 4개의 코스를 로프 없이 통과하는 종목이다. 각 코스당 5분의 시간이 주어진다.주종목 리드서 2위와 압도적 실력차 1위 서채현은 자신의 주 종목이자 마지막 종목인 리드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며 결선에 안착했다. 리드는 로프를 묶고, 15m 높이의 암벽에 설치된 암벽을 6분 이내에 누가 더 높이 오르는 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오를 때마다 터치하는 홀드 개수로 점수가 매겨진다.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퀵드로에 로프를 걸면 ‘완등’이다. 서채현은 완등 지점 바로 턱밑인 홀드 40개를 오르며 리드 1위를 기록, 최종 순위가 17→10→1위로 단숨에 뛰었다. 리드 2위 예시카 필츠(25·오스트리아)의 홀드 기록이 33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뽐낸 셈이다. 서채현은 오는 6일 오후 열리는 결선에서 다른 7명의 결선 진출자와 함께 메달 경쟁에 나선다. 김자인의 뒤를 잇는 유망주로 꼽힌 서채현은 2019년 IFSC 월드컵 시리즈를 통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 2019시즌 4개의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월드컵 리드 종목 랭킹 1위에 올라 무서운 신인으로 인정받았다.
  • “댐 운영 미흡 등 총체적 부실” vs “인재를 구조적 문제로 돌려”

    “댐 운영 미흡 등 총체적 부실” vs “인재를 구조적 문제로 돌려”

    8356가구 3725억 피해… 후속조치 마련댐 관리 규정 등 이상 기후 변화 반영 못해섬진강댐 홍수조절용량 6.5%에 불과해방류 때 하류 주민에 규정보다 늦게 통보 범람 피해 전남북·경남 7개 시군 큰 반발“추가 조사 요구… 손해 배상·재발 방지를”지난해 섬진강댐, 용담·대청댐, 합천·남강댐 하류지역 수해는 댐 운영과 하천 정비 미흡 등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었다. 정부가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아무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환경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피해가 발생한 댐 하류 158개 지구(섬진강댐 78개, 용담·대청댐 53개, 합천·남강댐 27개)의 수해 원인 및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피해가 발생한 지 1년 만이다. 피해 규모만 8356가구, 총 3725억원에 달했다. 섬진강댐이 8개 시군, 5905가구에서 2950억원으로 피해가 가장 컸다. 용담·대청댐은 6개 시군, 1626가구에서 565억원, 합천·남강댐은 3개 시군, 825가구에서 21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설계기준을 초과한 강우가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댐의 구조적 문제, 관리 미흡, 법·제도의 한계, 댐·하천 연계 홍수 관리 부재, 하천의 예방투자 및 정보 부족 등의 부실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댐 관리 규정과 지침·매뉴얼 등이 댐 준공 당시의 계획방류량을 현재까지 유지하는 등 이상 기후에 따른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섬진강댐은 총저수량 대비 홍수조절용량(6.5%)이 전국 평균(17.2%)의 약 40% 수준에 불과해 홍수 대응능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했다. 홍수방어계획은 국가하천은 100∼200년, 지방하천은 50∼100년 빈도 수준에 머물러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증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확인됐다. 댐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는 홍수기(6월 21~9월 20일) 초기 수위를 높게 유지했고 일부 댐은 제한 수위를 넘겨 집중호우에 정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댐 방류 정보가 하류 주민에게 통보된 시간이 규정보다 늦어졌다는 사실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하천 정비가 지연되거나 하천 유지 관리도 미흡해 구조물 주변 제방이 유실됐는가 하면 홍수 제한 수위보다 낮게 설치된 교량·도로 등에서는 월류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배수펌프장과 배수문 등 시설물 설치 및 정비 소홀 등으로 본류의 물이 농경지 등 저지대로 역류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 곳도 있었다. 조사단은 다목적댐 재평가로 홍수조절용량 확대 및 댐의 저수증력 증대 등을 제시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된 지방하천정비사업의 국고 전환 등 기후변화에 대비한 후속 조치 마련을 강조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 피해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섬진강댐 범람으로 피해를 본 전남북·경남 지역 7개 시군은 홍수기 댐 수량관리 규정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임에도 환경부가 댐의 구조적 한계 등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손해 배상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용담댐 하류 주민들은 “과다한 방류가 원인인데 지방하천 부실 정비 및 관리를 끼워 넣었다”며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 주민들이 일상으로 조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재해복구사업과 관련 지원 절차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기후위기에 따라 증가하는 홍수량을 반영한 댐·하천 관리운영체계 개선과 홍수예보 고도화 등 제시된 개선 방안들을 적극 반영해 항구 대책 및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 은평 물푸레골, 치유의 정원으로 재탄생

    은평 물푸레골, 치유의 정원으로 재탄생

    썩은 물과 쓰레기 악취가 가득했던 서울 은평구의 물푸레골이 치유의 정원으로 재탄생했다. 은평구는 도시미관을 저해하던 물푸레골 부지 공간을 ‘물푸레골 치유정원’으로 바꾸는 공사를 마쳤다고 2일 밝혔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인근의 물푸레골은 평상시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특히 깊이가 4m 이상의 높낮이 차이가 있고 바닥에는 오물과 침전물이 쌓여 도시 경관을 해치고 안전사고 위험도 컸다. 이에 구는 지난해 7월 은평성모병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물푸레골 환경개선사업’을 사업비 공동부담 방식으로 추진했다. 물푸레골 통일로 방면 하부에 우수가 흐를 수 있도록 박스 구조물을 설치하고, 상부에는 공원을 만들어 주민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게 했다. 특히 공원 진입부에 물푸레골의 옛 물길을 형상화한 계절화목원을 만들고, 내부에는 다양한 이벤트 진행이 가능한 부스와 커뮤니티 공간도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은 “물푸레골 치유정원이 지역 주민과 병원 이용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미경 구청장도 “앞으로도 지역 내 도시경관을 저해하는 요소를 꾸준히 개선하여 지역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속해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취중생]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길…” 끝내 광화문에서 사라진 세월호

    [취중생]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길…” 끝내 광화문에서 사라진 세월호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30일 오후 2시쯤 방문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1층. 로비 한 구석에 있는 노란색의 플라스틱 상자 5개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이 상자들 안에는 203명의 얼굴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입니다(참사 전체 희생자는 304명). 이곳으로 옮겨진 지 3일이 지났지만 로비 벽면에 사진을 전시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갖춰지지 않아 희생자들의 사진은 아직 상자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희생자 유족들이 결성한 사단법인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인 4·16연대, 서울시의회 일부 의원은 서울시의회 본관 1층 내 일부 공간과 서울시의회가 소유한 공터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전시환경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첫 실무 회의를 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측을 지키던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이하 ‘세월호 기억공간’ 또는 ‘기억공간’)의 철거작업이 지난 27일 시작됐습니다. 세월호 기억공간이 지난 2019년 4월 12일 문을 연 이래로 약 2년 만의 일입니다.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해인 지난 2014년 7월부터 광화문광장에 설치·운영돼 왔던 세월호 천막 14개동을 철거한 자리에 조성된 약 24평(79.98㎡) 크기의 목조 건물입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로 광화문광장에 남아있던 세월호 참사의 흔적은 7년 만에 사라지게 됐습니다. 30일 광화문광장에 갔더니 세월호 기억공간은 목조 골격을 제외한 나머지 구조물의 철거가 거의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광화문광장 서쪽 도로를 없애 광장 면적을 기존 1만 8840㎡에서 6만 9300㎡로 3.7배 확장하는 사업) 일정을 고려해 2019년 12월 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재구조화 사업기간이 연장되면서 세월호 기억공간의 운영기간도 지난해 12월 31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고, 그 뒤에 올해 4월 18일까지로 운영기간이 재연장됐습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1인 기자회견에서 “공사기간 중 기억공간 철거는 (서울시와) 굳이 합의·약속을 할 사안이 아니었다. 공사기간 중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박 전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광화문광장 공사를 마친 후 세월호 참사로 모두의 염원이 된 ‘안전한 나라’는 물론 시민들이 피와 땀, 눈물을 흘리며 지킨 민주주의의 역사와 그 의미를 광화문광장에 담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공사기간 중 기억공간을 철거하더라도 세월호 참사 지우기가 아니라고 믿었다”고 말했습니다.유족들 “일방적 철거 통보” 서울시 “예정된 절차” 유족들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지난해 7월 이후 서울시와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와 관련한 논의를 7차례 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기억공간 문제는 우리 같은 직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새 시장과 직접 만나 의논하시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직후 오 시장에게 면담을 계속 요청했으나 지난 17일 비공개 면담 전까지 오 시장을 만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유족들과 오 시장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는 동안 서울시는 지난 5일 유족들에게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일정을 통보했습니다. 이달 26일에 철거를 할테니 그 전에 세월호 기억공간 안에 있는 기록물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는 안내였습니다. 유족들은 대안 없는 철거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재구조화 공사 종료 후 새롭게 조성되는 광화문광장에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의미가 지속될 수 있도록 협의하자’는 유족들의 요구는 오 시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어떤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면서 “전임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시 관계자들이 상자와 포장지를 들고 세월호 기억공간을 방문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유족들은 바로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유족들과 4·16연대는 “서울시가 애초에 약속했던 기간을 어기고 불시에 철거를 집행하려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철거 예정일인 26일 전에 기억공간 안에 있는 물품을 정리해달라고 분명히 유족 측에 안내했다”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족들은 “서울시가 언제 다시 기습적으로 철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지난 23일부터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그리고 최근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 출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이 지금도 거리에서 농성을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그 후로 서울시와 유족들 간의 대화는 이어졌지만 ‘기억공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서울시의 입장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유족들의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가 임박하자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하나둘씩 모였습니다. 시민들은 기억공간 주변에서 서로 2m 간격을 유지하며 1인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25일 ‘세월호 기억관 철거를 중단하라’는 글자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하모(51)씨는 “아직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모두 규명되지 않았는데 철거를 강행하려는 서울시 행태에 화가 나서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철거 임박하자 유튜버들 몰려 행패 유족들을 괴롭힌 것은 기억공간 철거만이 아니었습니다. 유튜버들이 기억공간 주변에 몰려들어 행패를 부렸습니다. 유튜버들은 지난 유족들이 노숙농성을 시작한 이튿날인 지난 24일 오후부터 모여들어 휴대전화를 유족들에게 들이밀며 “빨리 철거해라”, “세월호가 국민 세금을 뜯어먹고 있다”와 같은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광화문광장 공사 때문에 전기가 끊겨 노숙농성을 하는 동안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던 화장실도 이용하지 못할 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억공간을 지키고 있던 유족들은 유튜버들의 모욕적인 말들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족들은 “저녁에 유튜브 생중계를 하면 슈퍼챗을 통해 후원을 더 많이 받으니까 오후에 많이들 찾아온다”면서 유튜버들의 난동에 익숙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경찰은 결국 유튜버들이 기억공간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질서유지선을 설치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시 관계자들이 기억공간 내부 기록물 정리를 포기하고 돌아갔을 때 시민들과 취재진이 기억공간 현장으로 밀려들자 한 유족이 “거리두기 간격 유지 등 방역지침을 잘 지켜달라. 또 그걸 이유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외쳤습니다. ‘또’라는 말이 뇌리에 박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을 위로하고 이들이 참사 피해로 인한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용기를 주지는 못할 망정 ‘세금 도둑’이라고 매도하며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유족들이 평소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서울시가 예고한 철거일인 지난 26일. 구체적으로 몇시부터 철거가 진행될지 알 수 없던 상황에서 기억공간 현장 주변에는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서울시가 철거를 강행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거 협조 공문을 들고 이날 오전 두 차례 세월호 기억공간을 방문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철거할 예정”이라면서 “철거 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족들께 이해를 구하고 유족들을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강제철거가 진행될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습니다. 이후 여야 국회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유족들은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세월호 기억공간에 있는 물품들을 서울시의회 본관으로 임시 이전해 설치하는 방안에 합의하였습니다. 서울시가 이날 오후 5시 넘어 “유족들의 요청으로 철거를 27일 오전까지 일시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우려됐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유족들 “왜 참사 기억 지우려 하는지…” 유족들은 지난 27일 오전 10시 세월호 기억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공간 내 추모 물품과 전시물을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에 임시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말입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지난해 7월부터 이달 철거 통보를 받기 전까지 1년 동안 서울시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광화문광장 공사를 위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당연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난 후에 세월호 참사가 일깨운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의 의미와 가치를 새로 조성된 광화문광장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를 협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약속이 전제돼야 철거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일관되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기 않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통보했습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취지가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라면, 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민들의 기억까지 지우려고 하는 것입니까. 광화문광장 공사가 끝난 뒤에 민주주의의 역사, 촛불의 역사를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오세훈 시장이 고민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날 오전 10시 37분쯤부터 유족들이 기억공간 안에 있는 물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벽에 걸려있던 희생자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에어캡 포장지로 감싼 뒤 노란색 플라스틱 상자에 담았습니다. 세월호 선체 모양을 한 모형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그림들이 하나둘씩 기억공간 밖으로 나와 유족들이 주변에 미리 주차한 봉고차 4대에 실렸습니다. 물품을 정리하던 한 유가족은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어젯밤에 (기억공간에) 누워서 밤하늘을 보는데, 깜깜한 밤하늘에 별이 하나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 별 하나였어요. 아들 생각이 나더라고요. 마치 하늘에 있는 우리 아들이 날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시민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아이들이 더 좋은 공간에서 다시 시민들 품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오 시장은 서울시장 당선 직후인 지난 4월 27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며 새로 조성되는 광화문광장에 과거 조선시대의 ‘월대’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는 월대 복원에 대해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이후 오랜 세월 역사 속에 잠들어 있었던 경복궁 앞 월대의 복원은 조선시대 왕과 백성이 소통하고 화합하던 상징적 공간의 복원으로 그 역사적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과정을 취재하면서 광화문광장에서 목격한 것은 화합과 소통보다는 불통의 그늘이었습니다.
  • ‘땅밀림’ 발생 위험지 전국에 2만여곳

    ‘땅밀림’ 발생 위험지 전국에 2만여곳

    위험성 최고 A등급 39곳, B등급은 38곳인명·재산 피해 우려 지역엔 구조물 설치2024년까지 ‘위험지도’ 작성, 지자체 제공국내 ‘땅밀림’ 발생 위험지가 전국에 2만곳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땅밀림이란 땅속에 물이 차올라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많은 비가 내려 한 번에 무너지는 산사태와 달리 서서히 무너져 대형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처럼 54일에 걸쳐 장마가 이어지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림청이 28일 발표한 ‘땅밀림 예방·대응 추진사항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과거와 비교해 5m 이상 표고 변화가 발생한 땅밀림 우려지는 19만곳, 이 중에서도 위험성이 높은 곳은 2만곳에 이른다.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2028년까지 실태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2019∼2020년까지 4000곳을 실태 조사한 결과 땅밀림 발생 의심이나 위험성이 가장 높은 A등급은 39곳, 땅밀림 발생이 우려되는 B등급은 38곳으로 판별됐다. A~B등급지 중 산지 속 균열이나 단차 등 땅밀림 징후가 발생해 인명·재산 피해 위험성이 높은 지역은 구조물 대책을 추진한다. 구조물 설치가 어려운 지역은 무인 원격감시시스템을 설치하고 땅밀림을 조기 감지해 주민 대피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초·실태 조사 후 위험지는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관리할 방침이다. 또 2024년까지 전국 땅밀림 위험지도를 개발하고 세부적인 땅밀림 우려지 관리 지침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 등에 제공하기로 했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땅밀림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없도록 빈틈없는 관리를 추진하겠다”며 “산지나 일상에서 땅밀림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해 이상 발견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 갈등 불씨 남기고… ‘기억공간’ 광화문 떠나 서울시의회로

    갈등 불씨 남기고… ‘기억공간’ 광화문 떠나 서울시의회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세월호 기억공간’을 7년 만에 자진철거했다. 유족들은 광화문광장 공사가 끝날 때까지 서울시의회가 제공한 공간에 새로운 기억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광화문광장 공사가 끝난 이후 기억공간의 재설치 문제를 두고 여전히 유족과 서울시의 이견이 남아 있어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27일 기억공간 해체 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공간 내 물품 등을 현재의 위치에서 800여m 떨어진 서소문동의 서울시의회로 옮겨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유경근 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억공간 내 추모 물품과 전시물을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에 임시로 옮기기로 했다”며 “서울시장에게 광화문광장 공사가 끝난 뒤 어떻게 다시 민주주의와 촛불의 역사를 이 광장에 담아낼지 고민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공사를 위해 기억공간 철거를 하겠다며 수차례 기억공간을 방문했지만 유족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유족 측은 현 위치가 아니더라도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공간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서울시는 재설치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대치가 지속됐다. 서울시가 철거를 예정했던 지난 26일 유족 측이 광화문광장 공사 기간에 기억공간 내 물품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는 중재안에 따르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타협점을 찾았다. 기억공간의 외부 구조물은 폐기하는 대신 경기 안산시 가족협의회로 옮기기로 했다. 이날 유족들은 물품을 옮기기 전 묵념을 하고 희생자 학생들의 사진과 기념촬영을 하는 등 기억공간에서의 ‘마지막 추모’를 이어 갔다. 고 안주현군의 어머니 김정해(51)씨는 “광화문광장이 시민들의 공간으로 꾸려지는 것이니 우리의 의견만 주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나중에라도 아이들이 더 좋은 공간에서 시민들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 공사가 끝난 이후 기억공간 재설치 문제에 대해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 위원장은 “서울시는 여전히 재설치는 물론이고 협의 자체를 안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에는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며 “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유가족의 아픔을 기리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박기열 서울시의원, 사당동 도로민원 무더운 현장에서 시원하게 해결

    박기열 서울시의원, 사당동 도로민원 무더운 현장에서 시원하게 해결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박기열 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3)이 지난 26일 도로 일부구간이 협소하여 주민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사당동 남성중학교 인근 남부순환로257길 현장에서 민원인 주민대표, 동작구청 관계자와 함께 불편사항을 점검하고 빠른 시일 내에 불편사항을 해결 할 것을 구청 관계자측에 요구했다. 이날 민원을 제기한 주민대표는 “도로가 협소한 반면 지형적인 특성으로 많은 차량이 이 도로를 이용하고 있는데 화이트빌라 주변 일부 구간에서는 도로 폭이 1.8m에 불과하여 차량이 돌출 구조물과 부딪히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이 지점은 교행이 곤란한 도로가 삼거리 형상을 하고 있어 차량이 서로 마주하게 되면 보행주민은 각각의 차량들이 조금씩 움직여 빠져나갈 때까지 이동을 할 수 없어 많은 불편과 위험이 있고 특히 인근 남성중학교로 통학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위험이 되고 있다”고 덧 붙였다. 박 의원은 “세 개의 도로가 만나는 지점이 기하학적으로 평평하지 않고 각각의 도로가 경사를 가지고 있어서 도로 폭 조정이 어렵겠지만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차량과 보행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확폭해 달라”고 동작구청 도로관리과장에게 주문했다. 이어 박 의원은 바로 옆 화이트빌라 쪽으로 이동해서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통신주를 지적하며 “과거 빌라건축 당시 이전을 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현재 도로를 점유하고 있어서 안전한 차량통행과 주민보행 안전을 위해서는 이전이 필요하다”고 이전 검토 또한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동작구청 도로관리과장은 “도로 폭 협소구간은 도로 접합부의 기하구조로 대폭 넓히는 것은 어렵지만 기존 돌출 구조물을 절단·제거하여 8월 말까지는 최대한 도로 폭을 확보하겠으며, 빌라 앞 통신주는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므로 주변 주민들의 의견과 통신주 관리주체와의 협의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민원이 제기된 남부순환로257길은 7호선 남성역이 있는 사당로에서 2호선 통과구간인 남부순환로를 연결하는 자치구 도로이다.
  • [올림픽 1열] 측정불가 ‘내돈내산’ 온도계도 못 버틴 도쿄 폭염

    [올림픽 1열] 측정불가 ‘내돈내산’ 온도계도 못 버틴 도쿄 폭염

    [중계화면 그 이상의 소식, 올림픽을 1열에서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도쿄의 녹아 있는 아이스크림 무더위가 절정을 찌르는 계절입니다. 지구 곳곳에 벌어지는 온난화 현상은 도쿄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땡볕이 내리쬐는 야외 경기는 너무 더워서 그늘이 없으면 직관하기가 힘듭니다. 도쿄는 정말 너무너무 덥습니다. 덥다고 말하면 더 덥다는데 그 말을 안 할 수가 없는 날씨입니다. 이번 시리즈는 도쿄의 무더위에 관한 것입니다. 외신들은 이번 도쿄올림픽이 역대 가장 더운 올림픽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이나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여름이 아닌 가을에 열렸던 이유 역시 날씨 때문인데 그때보다 지구 온난화가 훨씬 심각해져 지구촌 곳곳에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마당에 여름에 올림픽을 개최한 건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입니다. 날씨가 덥다 보니 러시아 양궁 선수는 더위에 쓰러졌고,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는 24일 첫 경기를 치르고 “너무 덥고 습하다”며 경기 시간을 저녁으로 바꿔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다른 기후대에 사는 선수들에겐 아무래도 도쿄의 여름은 적응하기 어려운 날씨일 것 같습니다.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이 있습니다. 날씨가 더우니까 하루는 물과 아이스크림을 샀습니다. 숙소까지 돌아오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만져보니 물컹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눌러봤지만 까보니 역시 녹아 있습니다. 녹은 아이스크림을 까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까는 순간 곳곳에 참사가 벌어져 있습니다. 양심을 걸고 일부러 연출하기 위해 녹인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온도계를 사기로 결심했습니다.양궁장에서 한도 초과한 온도계 숙소 근처에 돈키호테(일본의 잡화상점)가 있어 온도계를 구하러 들렀습니다. 40도까지가 한계인 온도계는 1600엔, 50도까지가 한계인 온도계는 2000엔 정도 해서 성능 좋은 걸 사봤습니다. 협찬 없는 진정한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온도계입니다. 한국의 첫 금메달이 나온 24일 오전 경기가 끝나고 오후 경기가 시작되기 전 한가한 양궁장에 잠시 들렀습니다. 중계화면으로도 보였겠지만 유메노시마 양궁장은 태양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곳입니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뒤편에 서서 온도계를 들고 실험을 해봤습니다. 혹시라도 경기에 방해되지 않게 경기를 시작하기 1시간 전쯤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고 선수들이 밟는 곳은 발을 들이지 않았음을 알려 드립니다. 백신은 진작에 맞았고 마스크도 KF94로 단단히 썼습니다.일단 온도계를 켜보니 35.7도에 습도는 53%라고 나옵니다. 주머니에서 막 꺼낸 상태라 측정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소심하게 끝에 살짝 걸쳐봤습니다. 온도가 오르기 시작합니다.시간이 조금 지나자 온도계 오르는 게 심상치 않습니다. 40도를 넘어간 온도계는 끝을 모르고 치솟더니 결국 HH.H라는 문자를 내보냅니다. 추정하기로는 HOT이나 HEAT가 아닐까 합니다. 일본 제품의 성능을 믿었기에 50도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한국돈 2만원을 넘게 주고 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요. 아무래도 햇빛을 직접 받게 눕혀둔 것이 잘못인가 싶어 잽싸게 미디어센터 안 에어컨으로 온도계를 식히고 다시 양궁장에 나왔습니다.에어컨 효과로 32.8도까지 낮아진 온도계를 이번엔 세워서 재봤습니다. 그런데 온도가 또 마구 올라서 첫 번째 사진(49.2도)에서 실험을 멈췄습니다. 선수들도 취재진도 더위와의 전쟁 물론 온도계의 성능이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설에서 켜봤는데 체감온도와 온도계의 온도가 얼추 비슷한 걸 봐서 정상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도쿄가 더운 것은 체감으로도 온도계로도 확인됐으니 다른 걸 알아볼 일은 없을까 고민해봤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시작할 때 온도계를 들고 나가 경기가 끝날 때 온도가 얼마나 오를지 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선수들이 경기하면서 얼마나 더운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시작할 때 32.8도, 끝날 때 43.1도였습니다. 실험을 두 번 해봤는데 두 번 다 수치는 비슷했습니다. 보통 온도를 말할 땐 태양이 내리쬐는 상황을 배제하고 전체 공기의 온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지만 직사광선을 받으며 경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 온도가 더 체감온도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양궁 선수들도 도쿄에 와서 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선수들도 고생하지만 야외에서 촬영하는 취재진의 고생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무거운 장비를 들고 있어야 하니 더 고생일 것 같습니다.경기장 옆에는 GOP 같은 구조물이 있는데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를 떠올리며 자세히 살펴봤습니다.취재진이 더위를 피해 숨어 있네요.밤이 오면 달라지지만 이번엔 심지어 태풍 경기가 끝나고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중에 자원봉사자에게 도쿄가 원래 이렇게 더운지 물어봤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체감상 한 5년 전부터 이렇게 더워진 것 같다”고 답해줬습니다. 너무 덥다고 하니 자기도 덥다네요. 그리고 도쿄와 서울은 시차는 없지만 해가 뜨는 시간은 다릅니다. 도쿄는 서울보다 약 50분 정도 해가 빨리 움직인다고 하는데요. 이는 곧 취재진의 활동이 본격 시작되는 8~9시 사이에 이미 많이 더워져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숙소에서 이동해 메인 교통 센터에 내리면 더운 날씨에 인상부터 쓰게 됩니다.그런데 도쿄는 의외로 밤에 무덥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은 낮에 더운 게 밤에도 이어져 열대야가 고통스러운데 아직 밤에 다니면서 숨 막히게 더운 적은 없었습니다. 숙소가 바다에서 멀지 않아 그럴 수도 있고, 저녁엔 실내경기만 있으니 더위를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현지 자원봉사자에게 ‘저녁이 바람도 불고 시원한 것 같다’고 하니 “원래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영어도 일본어도 짧아 더 물어보진 않았지만 현지인이 그렇다고 하니 믿어보기로 합니다.지금까지 무더위가 올림픽의 적이었다면 이제부턴 태풍이 올림픽의 적이 될 것 같습니다. 조직위원회는 27일 긴급 공지를 통해 “태풍 때문에 조정 및 양궁 경기 일정을 변경했고, 파도 상황을 고려해 서핑 결승전을 28일에서 27일로 앞당기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여름은 태풍이 지나가는 시기인데 왜 여름에 올림픽을 굳이 개최했는지 역시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네요. 태풍의 직격탄을 맞는 도쿄올림픽이 어떤 모습인지 혹시 전할 수 있으면 후속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 올림픽 시상대의 세 메달리스트 평균 나이가 14세 191일

    올림픽 시상대의 세 메달리스트 평균 나이가 14세 191일

    이렇게 앳된 얼굴들로만 올림픽 개인전 시상대가 채워진 적이 없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처음 정식종목이 된 스케이팅보드 여자 스트리트 결선이 치러진 26일 도쿄 아리아케 어반 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시상대에 초대 챔피언 니시야 모미지(13세 330일, 일본)와 은메달리스트 레알 하이사(13세 203일, 브라질), 동메달리스트 나카야마 후나(16세, 일본)가 나란히 올라섰다. 니시야가 15.26점, 하이사가 14.64점, 나카야마가 14.49점을 얻었다.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세 선수의 평균 나이가 14세 191일 밖에 안됐다. 셋의 평균 연령은 역대 올림픽 개인전 시상식 주인공들의 평균 연령 가운데 가장 어리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젊은이들의 올림픽 참여 문호를 넓히기 위해 스케이팅보드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는데 첫 대회부터 그 효과를 적나라하게 과시한 셈이다. 지금까지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는 1936년 베를린 대회 수영 다이빙 스프링보드 우승을 차지한 마조리 게스트링(13세 267일, 미국)이다. 니시야보다 63일 어렸다. 레알이 우승했더라면 역대 올림픽 개인전 최연소 챔피언 기록이 새로 쓰일 뻔했다. 하지만 게스트링의 기록이 이번 대회에서 경신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영국과 일본 이중 국적의 스카이 브라운이 다음달 4일 스케이팅보드 여자 파크 종목에 출전할 예정인데 나이가 13세 28일이 된다. 그녀가 출전만 해도 영국 최연소 올림피안으로 기록되며 같은 종목의 히라키 코코나(12세 343일, 일본)도 역대 최연소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일본은 스케이팅보드 초대 남녀 챔피언을 모두 배출했다. 전날 호리고메 유토(일본)가 남자 스트리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트리트 종목은 계단과 난간 등 길거리에 있는 구조물 위에서 경기하며 파크 종목은 움푹한 경기장에서 창의적인 연기를 펼친다.
  • 그날의 기억은 오늘까지만?…‘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강행

    그날의 기억은 오늘까지만?…‘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강행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이하 기억공간)을 더는 둘 수는 없다는 서울시와 계속 기억할 수 있게 다른 공간이라도 마련해 달라는 유가족 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광장에 특정 구조물을 조성·운영하는 것은 열린 광장이자 보행 광장으로 탄생할 새로운 광장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전임 (박원순)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4·16연대는 “기억공간 존치나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라며 “광화문광장이 아니더라도 서울 시내에 시민들이 오가며 볼 수 있는 곳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완공 후 바뀐 광화문광장 구조에 맞게 위치를 협의할 수 있다”며 “서울시는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이날 기억공간 철거에 들어가기로 하고 현장에서 세월호 단체 관계자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유족 측은 기억공간에서 농성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 총무과 관계자는 이날 오전 공간을 찾아 “유가족을 설득하려고 철거 공문도 보냈지만 모두 거부했다”면서도 “강압적으로 철거할 계획은 없으니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철거에 앞서 서울시는 내부에 있는 사진과 물품부터 정리할 계획이었으나, 유족 측 반대로 실행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 23일 유족과 대치 끝에 1시간 20여분 만에 철수했으며 24일에도 두 차례 방문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사진과 물품은 서울기록원에 임시 보관한 뒤 2024년 5월 경기도 안산시 화랑공원에 추모시설이 완성되면 이전할 계획이다.유족 측은 지금과 같은 기억공간 자리가 아니더라도 적당한 위치에 크기를 줄여서라도 계속 운영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가 답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방침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기억공간 철거 중단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천막분향소를 대신해 2019년 4월 문을 열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이유로 설치 기한이 2019년 12월 31일까지 정해졌으나 재구조화 사업의 연기되면서 기억공간 운영도 지금까지 연장됐다.
  • 똥파리·퇴물 취급…‘지옥의 묵시록’ 그 헬기 다시 날았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똥파리·퇴물 취급…‘지옥의 묵시록’ 그 헬기 다시 날았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2012년부터 순차 퇴역한 ‘500MD’재사용 가능성 검증…“1만시간 가능”창 정비 통해 모든 노후 부품 교체새 비행제어시스템·통신장비 장착개발 5년 만에 ‘제자리 비행’ 성공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항공기. 바람이 강하게 불면 흔들리고 높은 고도에선 비행성능이 떨어져 ‘똥파리’, ‘잠자리’로 불리기도 했던 그 헬기. 바로 500MD입니다. 1976년부터 국내에서 면허 생산되기 시작해 길게는 40년을 비행해 안정적인 운용능력을 보여줬지만, 한편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았던 기체입니다. 이 군용기의 맏형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퇴출되기 시작해 일부는 전시관으로, 일부는 격납고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1979년에 개봉한 ‘지옥의 묵시록’부터 2001년 ‘블랙호크다운’까지 수많은 전쟁 영화속에서 활약했던 그 헬기는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500MD를 생산했던 대한항공이 7년 전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500MD의 운용 가능 시간은 2만 시간인데, 폐기되는 기체의 실제 운용 시간은 7000시간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퇴역했지만…1만 시간 더 쓸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노후화한 기체를 계속 운용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체를 재정비해 ‘무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500MD 무인화 사업의 첫 성과로 ‘제자리 비행’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정비를 제대로 하면 ‘1만 시간’ 가량을 더 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대한항공 연구진은 이 무인 헬기 개발 과정을 최근 한국항공우주학회지에 논문으로 냈습니다.무인화 연구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감항성’이라고 하는데, 이미 퇴역해 격납고에 들어가 있던 500MD는 감항성 인증이 불가능했습니다.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감항성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아예 핵심 부품을 다 뜯어 새 기체처럼 만드는 ‘창 정비’부터 시작했습니다. 엔진 부품 중 유효기간이 지난 일부를 교체하고 조종사가 탑승해 5.2시간의 기능점검비행을 했습니다. 엔진, 연료, 전기, 계기 계통의 작동 상태, 회전날개 균형을 점검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최종 확인한 다음 유인기 감항성을 확보했습니다. 일단 조종사가 탄 상황에선 문제없이 날 수 있도록 기능을 회복한 겁니다. 연구팀은 그렇게 어렵게 조립한 기체를 다시 뜯어냈습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조종간과 관련 부품, 통신장비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무인화를 위한 비행제어시스템 장비, 데이터통신 장비, 추진계통 제어 장비, 비상용 배터리와 외부 안테나를 장착했습니다. 탑승자가 없어 유리창 대신 덮개를 장착했습니다. ●유무인겸용기 건너뛰어 개발과정 단축 비행체의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조종사석과 부조종사석엔 ‘무게추’를 달았습니다. 원격 조종장치를 통해 각종 기기들이 명령에 따라 제대로 움직이는지 검사했습니다. 이렇게 기본 장비 세팅이 마무리됐습니다. 특별히 설계한 지상 구조물 위에 헬기를 올려놓고 회전날개 추력도 점검했습니다. 이렇게 긴 과정을 거치고도 헬기는 아직 지상에 있었습니다.더 큰 문제는 연구 1단계 과정인 ‘제자리 비행’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인 기체의 무인화는 ‘유무인겸용기’(OPV) 과정을 거칩니다. 유명한 미국의 ‘MQ 프레데터’ 시리즈도 첫 개발 당시엔 비슷한 형태의 유인기를 만들어 조종 안정성을 검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한항공 연구팀은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OPV 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OPV를 이용하면 개발이 완료된 뒤에도 불필요한 조종장치가 그대로 남아있어 공간활용에 불리하고, 심지어 장치들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종장치를 완전히 뜯어낸 겁니다. 따라서 조종사가 탑승한 형태의 OPV 시험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무게가 1t이나 되는 무인 헬기를 작은 드론처럼 무작정 날려볼 순 없었습니다. 그러다 헬기가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너무 위험했습니다.이에 연구팀은 기상천외한 기술을 동원했습니다. 회전날개 위에 ‘안전줄’을 연결시켜 크레인으로 공중으로 띄운 다음, 날개를 회전시켜보기로 한 겁니다. 무게 200㎏인 소형 헬기에 이런 방식을 적용한 적은 있어도 1t급 헬기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심지어 무인기 동체가 아닌 회전 날개 위에 줄을 매단 방식은 사실상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조종사는 5m 가량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헬기를 외부에서 조종하면서 비행제어시스템을 점검했습니다. 그 뒤엔 바닥에 있는 헬기를 띄웠다가 다시 착륙시키는 연구를 수차례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가 끝난 뒤에야 무인기 개발을 위한 ‘특별감항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30분 가량의 ‘제자리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2014년 무인기 개발을 시작한 지 불과 5년 만이었습니다. 연구 기체엔 ‘KUS-VH’라는 새 이름이 붙었습니다. ●1t 헬기로 안전줄 시험…‘제자리 비행’도 성공 왜 이미 개발된 무인 헬기를 사용하지 않느냐는 물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격 헬기 도입 예산도 빠듯한 상황에서 무인 헬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미국 해군이 도입하는 무인 헬기 ‘MQ-8C’는 순수 기체만 1대당 가격이 120억~150억원 규모로, 무장과 훈련, 연구개발비를 합하면 1대당 예산이 3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반면 500MD 무인기는 기동비행과 임무비행 등 여러 과정이 남아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이미 능력이 검증된 기체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될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해상 경계 등에 활용할 경우 조종사 피로도는 낮추고, 향후 본격적으로 무인 헬기를 개발할 때 필요한 운항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개발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퇴역한 헬기가 다시 하늘을 날았다는 점만으로도 첫 발은 성공적으로 내디딘 것으로 봐야 할 겁니다.
  • 코로나 속 ‘연결+함께’ 강조한 도쿄올림픽 개회식…‘낫 얼론’

    코로나 속 ‘연결+함께’ 강조한 도쿄올림픽 개회식…‘낫 얼론’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다. 개회식 전반에 걸쳐 팬데믹을 뛰어넘어 서로 연결하고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연대 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지지를 거듭 드러낸 것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8시 일본 도쿄 신주쿠 신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시작된 도쿄올림픽 개회식은 ‘전진’(Moving Forward)이라는 올림픽·패럴림픽 공통 주제 아래 ‘이야기가 시작하는 곳’(WHERE THE STORIES BEGIN), ‘떨어져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APART BUT NOT ALONE), ‘개최국 환영 인사’(A WELCOME FROM THE HOST), ‘지속되는 유산’(A LASTING LEGACY), ‘여기 우리 함께’(HERE TOGETHER), ‘스포츠를 통한 평화’(PEACE THROUGH SPORT). ‘게임의 시작’(LET THE GAMES BEGIN), ‘반짝일 시간’(TIME TO SHINE), ‘우리 길을 밝히는 희망’(HOPE LIGHTS OUR WAY) 등 모두 9개 장으로 진행됐다.일본이 올림픽 유치를 확정한 2013년부터 지난해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되는 등 멈춰버린 세상에서 다시 대회를 준비해가는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개회식은 경기장 지붕이 제로(0)로 표현되는 순간 화려한 폭죽을 쏘아올리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어 공연 형식으로 각자 따로 떨어져 홀로 훈련을 거듭하는 선수들이 서로 연결되어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공연이 진지하고 엄숙하게 이어졌다. 그나마 가장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 ‘지속되는 유산’에 이르러서는 일본 에도 시대 장인들이 1964년 도쿄올림픽 때 세계 곳곳에서 전달된 씨앗으로부터 자라난 나무를 재료로 올림픽의 상징 오륜을 만들어내며 눈길을 끌었다. 패전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1964년 대회와 현재 2021년 대회를 연결해 표현한 것이다.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부터 주어진 올림픽 월계관 상의 수상자로 방글라데시 출신 경제학자이자 사회운동가로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 빈곤퇴치에 압장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를 소개한 직후 카운트다운 38분 만에 ‘개회식의 꽃’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올림픽의 고향 그리스와 난민팀을 선두로 205개국 행렬이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등 일본 유명 게임 음악을 배경으로 이어졌다. 나라 이름 팻말을 망가(만화) 말풍선 모습으로 꾸며 눈길을 끌었다. 일본어 기준으로 선수단이 들어선 가운데 대한민국 선수단 30여명은 김연경(배구)과 황선우(수영)를 공동 기수로 앞세워 103번째 입장했다. 개회식 시작 101분, 선수단 입장 63분 만이었다. 1만 명이 넘는 출전 선수 중 극히 일부만 참석했지만 마지막 일본까지 선수단 입장에만 2시간가까이 시간이 소요됐다. 새로운 올림픽 모토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다 함께‘(Faster, Higher, Stronger, Together)가 경기장 바닥에 떠오른 뒤 선수 선서가 이어졌다. 또 1824대의 드론이 경기장 상공에 떠올라 도쿄올림픽 엠블럼을 만들어내다가 다시 지구의 모습을 빚어내자 존 레전드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영상 속에서 이어 부르는 ‘이매진’(IMAGINE)이 울려퍼졌다. 비틀스의 존 레넌이 1971년 인류애를 주제로 발표한 노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바흐 IOC 위원장과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환영사에 이어 나루히토 일왕이 개회 선언이 이어졌다.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성화 점화식이었다. 최종 주자는 일본이 배출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였다. 지난해 그리스 헤라 신전에서 채화되어 일본에 왔던 성화는 올림픽이 미뤄지며 그대로 머물러 왔다. 그러다 지난 3월 25일 다시 봉송을 시작해 일본 전역 2000㎞ 이상을 달려 이날 경기장에 들어섰다. 나가시마 시게오, 오 사다하루, 마츠이 히데키 등 일본 야구를 상징하는 강타자, 코로나19 의료진, 일본 패럴림픽 선수 와카와 츠치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출신 초등학생 운동 선수를 거친 성화는 오사카의 손에 넘겨졌다. 오사카는 후지산 모양의 구조물에 올라 해 모양에서 꽃잎 모양으로 변한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성화는 다음달 8일 폐막 때까지 17일간 타오른다.코로나19 때문에 1년 늦게 막을 올린 도쿄올림픽은 인류가 코로나19 극복을 선언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나서도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려 이날 수용 정원 6만 8000석의 경기장에서는 나루히토 일왕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미국 질 바이든 영부인 등 내외빈 900명 정도와 각국 선수단 일부만 개회식을 지켜봤다. 주요국 정상으로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국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참관했다. 올림픽을 유치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날 개막식에 각국 선수단 6000여명, 내외빈 900명, 언론 미디어 관계자 35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 [거리 미술관]9.무한놀이(Play of Infinity 201407)

    [거리 미술관]9.무한놀이(Play of Infinity 201407)

    앞면은 붉은 색이고, 뒷면은 푸른 색인 종이의 양 끝을 같은 방향으로 붙이면 원기둥이 된다. 그런데 이를 반대 방향으로 붙이면 붉은 색과 파란 색이 연결되면서 안과 밖의 구별이 없어지는 도형이 된다. 1858년에 독일의 수학자 A.F.뫼비우스가 발견한 ‘뫼비우스의 띠’다. 뫼비우스의 띠는 어느 지점에서 이동하든 출발한 곳과 정반대의 면에 도달할 수 있고 계속 나아가면 처음의 위치로 돌아오는 무한대의 형태를 지닌다. 사물을 앞과 뒤, 안과 밖으로 구분하는 인간의 고정관념을 허무는 무한 공간이다. 이러한 무한공간의 개념을 시각화한 뫼비우스의 띠를 곡선이 아닌 직선으로 표현한 조각작품이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1번 출구를 나오면 보이는 타워8 앞 인도변에는 8자 모양의 하얀색 조각물이 있다. 칼로 자른듯한 평면 구조물들이 맞닿아 묘한 입체감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사람이 보는 방향이나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자아내는 기하학적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타원형 받침대에 꼭짓점 하나로 우뚝 선 모습은 신기롭다.박선기(55) 조각가의 ‘무한 놀이(Play of Infinity 201407)’이다. 높이 8m의 이 조각품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으며 강철 재질이 주는 질감을 없애기위해 흰색으로 우레탄 도장을 해 표면은 매끄럽다. 작가는 직선으로 된 뫼비우스의 띠를 밑그림으로 그린 뒤, 모조품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철공장에서 실제 작품으로 만들었다.무한 놀이의 당초 위치는 지금의 위치보다 타워8 건물 쪽으로 더 가까웠다고 한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백성들이 고관대작들의 행차를 피해 다니던 골목인 피맛길과 피맛2길이 만나는 자리였다. 그런데 종로 도시환경 정비과정에서 한양의 식수원인 우물터와 배수로가 발견되면서 종로대로변 인도쪽으로 좀 더 나오게 됐다고 한다. 박 작가는 이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도로 건너편에서 바라보는게 좋다”고 귀띔한다. 경북 선산이 고향인 박 작가는 나무가 열과 시간을 거쳐 숯으로 바뀌고 이 숯이 바람의 영향을 받아 흔들리는 모습을 공중에 매단 조형물로 표현한 숯과 바람의 설치작가로 유명세를 탔다. 숯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서울 신라호텔 등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거울을 통해 빛이 일으키는 변화에 관심이 많아 빛을 활용한 작품 활동에 한창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서울 용산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빌딩 로비에는 이러한 빛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다.박 작가는 “미술인이 좋다는 게 작품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라면서 “무한놀이를 통해 각자 나름의 해석을 해보시라”고 말했다. 무한 놀이는 좌와 우, 안과 밖으로 도식화된 우리의 고정관념에 대한 재해석을 요구한다. 세상살이는 음지도 시간이 지나면 양지가 되고, 없는 사람도 부자되고, 부자도 빈털터리가 될 수 있듯 변화무상하기 마련이다. 삶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삶의 활기를 되찾을 열린 사고력은 펼쳐보자.
  • [나우뉴스] 1900m 절벽서 그네 타다가 줄이 뚝…러 여성 추락

    [나우뉴스] 1900m 절벽서 그네 타다가 줄이 뚝…러 여성 추락

    1900m 높이 절벽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성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13일 현지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다게스탄공화국 술락 협곡에서 그네를 타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여성 관광객 2명이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 ‘러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술락 협곡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절벽 끄트머리에 설치된 그네의 쇠사슬이 끊어지면서, 그네에 타고 있던 여성 2명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관련 영상에는 차례를 기다렸다가 그네에 오른 여성 관광객과, 뒤에서 그네를 밀어주는 일행의 모습이 담겨 있다.남성 일행이 뒤에서 힘껏 그네를 밀어주는 동안, 여성들은 높은 곳에서 코카서스산맥 경치를 감상했다. 공중에서 바라본 협곡의 풍경은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여성들이 타고 있던 그네 쇠사슬이 뚝 하고 끊어졌다. 여성들이 그네에 오른지 불괴 30초 만에 벌어진 사고였다. 다섯 차례 절벽과 공중을 왔다갔다 하던 그네 쇠사슬이 끊어지면서 여성들은 비명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란 관광객들은 일제히 사진 촬영을 멈추고 절벽 쪽으로 다가갔다. 되돌아오는 그네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그네를 밀어줄 타이밍을 점치고 있던 남성 일행도 황급히 달려갔다. 최고 높이 1900m 절벽에서 벌어진 추락 사고로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순간이었다.다행히 추락한 여성들은 경미한 타박상 외에 별다른 부상 없이 멀쩡하게 절벽 위로 끌려올라왔다. 현지언론은 여성들이 절벽 아래에 설치된 작은 나무 구조물로 떨어지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한 소식통은 “그네가 최대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쇠사슬이 끊어졌으면 아마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네가 절벽 쪽으로 되돌아는 길이 아니라 공중으로 솟구치는 길에 사고가 났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거란 설명이다. 사고 이후 다게스탄 관광청은 문제의 그네는 물론 절벽에 설치된 모든 그네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관광청 관계자는 “문제의 그네가 안전띠 설치 등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다시 한 번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의회는 관광객 안전이 우려된다며 모든 그네의 철수를 요구했다. 술락 협곡은 유럽에서 가장 깊고도 가파른 협곡으로 꼽힌다. 길이는 53㎞, 깊이는 최대 1920m가 넘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열린세상] 공학적 측면에서 살핀 새것의 가치/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열린세상] 공학적 측면에서 살핀 새것의 가치/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해외에 나가 보는 것이었다. 그간 책과 영화를 통해 접했던 외국은 어떤 곳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 가 본 나라는 독일이었는데, 당시 처음 본 그곳의 오래된 건축물과 자동차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건축물은 수백 년 전 그것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고, 자동차는 수십 년 전 그것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험이 많지 않았던 당시 나의 눈에는 그렇게 오래된 것을 사용하는 유럽인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오래된 것을 보존하고 사용하고 있기에 오랜 기간 선진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의 시각은 꼭 오래된 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쪽으로 변화해 나갔다. 그렇게 시각이 바뀌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공학을 습득하며 기술의 발달을 체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인류 기술의 발달 속도는 생각보다 상당히 가파르다. 가장 첨단을 달리는 컴퓨터의 예를 들어 보자. 최초의 컴퓨터라 하는 에니악의 전력 소모량은 무려 17만W나 됐고, 무게는 30톤에 달했다. 이것이 2009년 인텔 CPU를 장착한 iMac에서는 약 215W로 줄어들었으며, 2021년 M1 칩을 장착한 iMac의 경우는 약 80W로 줄어들었다. 새로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화석연료 사용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는 어떨까. 유럽에 적용된 배기가스 규제 표준에 따르면 디젤 엔진 기준 1992년 유로1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8.0g/kWh 이하였던 것에 반해 2014년부터 적용된 유로6의 경우 0.4g/kWh 이하, 즉 20분의1로 줄어들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오래된 차량을 운행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오히려 제한돼야 한다. 건설의 경우는 어떠할까. 콘크리트 및 철근의 강도 기준 역시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하게 발전해 왔다. 콘크리트 강도는 1960년 이전의 압축설계강도는 14~21MPa 수준이었으나, 1980년대 21~24MPa 수준을 거쳐 1990년대 이후 최대 45MPa 수준으로 향상됐다. 철근도 1980년 이전에는 항복강도 240MPa 수준이 사용됐으나, 1980년대 이후 최대 500MPa 수준까지로 기준이 향상됐다. 1960년대 건축물보다는 1980년대 건축물이 낫고, 1980년대 건축물보다는 21세기 건축물이 튼튼하다는 말이다. 건축물이 꾸준히 새로 재건축돼야 한다고 주장하면 로마시대나 유럽, 미국의 오래된 건축물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공학의 영역에서 구조물의 수명은 확률론적 개념이라 소수의 남아 있는 건축물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은 확증 편향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선진국의 건축물 역시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 챔플레인타워나 2018년 프랑스 마르세유 건물 붕괴 사고와 같이 건물 수명이 짧거나 부실한 사례도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의 작품 역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자 보수의 역사’와 다를 바 없다. 르 코르뷔지에의 역작인 빌라사보아는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겨울엔 너무 추워 건물주가 폐렴에 걸렸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은 지나친 캔틸레버 보의 확장으로 인해 무너질 위험에 처했고, 2001년에 이르러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실시해 현재 모습을 이루게 됐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역작 판스워스 하우스 역시 홍수 때마다 유리창이 깨지고 가구들이 떠내려가 대규모 보수 공사를 피할 수 없었다. 선진 유럽에서 유명 건축가가 잘 지었겠지 하는 건물들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사대주의에 갇힐 수밖에 없다. 최근 리모델링과 재건축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데, 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오래된 건물보다는 리모델링이 낫고,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이 더 나은 사회 안전성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재정이 투입되는 것도 아니고 민간 스스로 안전성과 사용성을 높이는 시도라 한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장려해야 할 것이지 막아서 될 것은 아니다. 부디 기술의 발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금 더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를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
  • 남한산성 국청사지서 조선시대 사찰 건축부재 출토

    남한산성 국청사지서 조선시대 사찰 건축부재 출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 내 승영사찰 국청사 옛터에서 조선시대 목부재(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나무로 만든 재료)가 출토됐다. 경기도는 국청사 누각 월영루 축대 아래에서 장여(長舌·도리 밑에서 도리를 받치는 부재),인방(引枋·기둥과 기둥 사이 또는 문이나 창의 아래나 위로 가로지르는 부재),화반(花盤·인방 위에 장여를 받치기 위해 끼우는 부재) 등 건축부재를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경기도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는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과 지난해 9월부터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 일원에서 문화재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해 왔다. 남한산성 발굴조사에서 조선시대 건축부재가 출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은선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소장은 “출토된 목부재가 국청사를 비롯한 남한산성 승영사찰의 누각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영사찰이란 승군이 산성에 주둔하면서 세운 사찰로, 금당·승방 등 일반적인 사찰 공간 외에도 무기고·화약고 같은 군사적 공간이 함께 있다. 조선 인조 2년(1624년)에 축성된 남한산성에는 산성 축성 및 관리,수비를 위해 승영사찰 10개가 세워졌다. 승영사찰 10개 중 국청사는 한흥사와 함께 1624년 가장 먼저 세워졌으나 1905년 일본이 의병 무기 창고로 사용된 남한산성의 모든 사찰을 폭파하면서 폐사됐다. 경기도는 국청사지 발굴조사가 마무리되면 출토 문화재 활용 방안 등 정비사업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발굴조사는 2017년 10월~2018년 9월 1차 발굴조사에 이은 2차 조사다. 당시 조사를 통해 국청사가 중정(中庭 마당)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는 승려 방이, 남쪽에는 누각이, 북쪽에는 금당(본존불 안치 건물)이 들어선 산지중정형의 사찰임을 확인했다. 이 중 누각지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2층 건물인 것도 밝혀졌다. 이 외에도 여러 동의 건물지, 우물, 백자, 기와 등의 유물과 함께 철화살촉, 철환 등의 무기류 유물이 출토돼 승영사찰임을 증명했다.
  • 가라테 경기 첫선… 박희준, 종주국 하늘에 태극기 올릴까

    가라테 경기 첫선… 박희준, 종주국 하늘에 태극기 올릴까

    올림픽 종목은 시대의 흐름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개최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바뀐다. 2020 도쿄올림픽 역시 몇몇 종목이 새로 합류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야구·소프트볼, 가라테, 스포츠 클라이밍, 서핑, 스케이트 보딩이 신규 종목으로 합류했다. 일본의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일본 무술인 가라테가 개최국의 이해관계가 달린 종목이라면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 스포츠 클라이밍, 서핑, 스케이트 보딩은 IOC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올림픽 관심 확대를 위해 선택한 것이라는 평가다. 손과 발을 이용한 타격 무술인 가라테는 오키나와 류큐 왕조에서 기원한 무술로 2차 세계 대전 후 전 세계로 확산했다. 가타(품새)와 구미테(대련)로 나뉜다. 가타는 102가지 가타 중 자신이 선보일 가타를 선택해 표현하는 종목이고 구미테는 3분 안에 상대보다 8점을 더 얻거나 상대보다 많은 점수를 얻으면 승리하는 종목이다. 박희준(27)이 가타에 출전한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가파른 경사면 등반을 경쟁하는 종목이다.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홀드를 이용해 경사면을 오른다. 누가 빠른지 다투는 스피드, 정해진 시간 안에 다양한 루트로 올라가는 볼더링,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겨루는 리드 점수를 합산해 메달을 가른다. 천종원(25), 서채현(18)이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한다. 서핑은 롱보드(보드 길이 약 2.7m)와 숏보드(약 1.8m)로 나뉘는데 이번에는 숏보드가 채택됐다. 매번 다른 파도가 오는 것이 큰 변수로 서퍼의 난이도, 기술의 조화와 다양성 같은 요소로 평가한다. 미국, 호주, 브라질이 강국이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경쟁하는 스케이트 보딩은 스트리트와 파크로 나뉜다. 스트리트는 계단, 난간 등 구조물이 배치된 쭉 뻗은 거리에서 기술을 선보이고 파크는 움푹 파인 공간에 설치된 코스를 타고 공중에 높이 올랐을 때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큰 틀에서의 기존 종목은 있되 세부 종목으로 첫선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 3대3 농구, BMX 프리스타일(사이클), 수영·육상·트라이애슬론·유도·양궁·사격 등에서 혼성 종목이 새로 편성됐다.
  • 3D 프린팅 기술로 탄생한 세계 최초의 다리, 암스테르담서 개통

    3D 프린팅 기술로 탄생한 세계 최초의 다리, 암스테르담서 개통

    3D 프린팅 기술로 탄생한 세계 최초의 다리가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마침내 개통했다. 현지 기술 기업 ‘MX3D’가 3D 프린팅 로봇을 사용해 만든 보도교는 암스테르담 홍등가에 있는 아우데제잇스 아흐데르부르흐발 운하 위에 지난 15일(현지시간) 설치됐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4년 넘게 제작과 안전성 시험을 거친 이 S자형 운하교는 길이 12m 정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암스테르담 시민이 직접 건너보며 실증 시험에 참여하는 ‘일상의 실험실’(Living Laboratory) 역할을 할 예정이다. 실증 시험에 참여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연구진은 3D 프링팅 운하교로 시민들이 건널 때 다리 곳곳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내구성 등의 성능을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전문가는 센서로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통행인 수에 따라 다리 제작에 사용된 스테인리스강의 수명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살피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통행하는지 등의 상호 작용을 측정한다.이에 대해 리로이 가드너 ICL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보행자들의 통행량을 감당할 만큼 크고 튼튼한 3D 프린팅 금속 구조물은 이전까지 건설된 사례가 없다”면서 “우리는 이 다리 구조물과 구성품을 인쇄 과정 전반에 걸쳐 시험하고 모의시험해 왔는데 마침내 완성된 다리가 일반인에게 공개된 모습을 보니 정말 멋지다”고 말했다. 다리 곳곳에 설치된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는 실제 다리를 모방한 컴퓨터판 다리 ‘디지털 트윈’에도 기록된다. 이를 통해 실제 교량의 성능을 비교 시험해 3D 프린팅 철강의 적합성에 관한 의문에 답하고 앞으로 진행할 3D 프린팅 건설 프로젝트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3차원 디자인을 만든 뒤 3D 프린팅 로봇으로 인쇄하는 것이다. 이때 로봇의 팔 끝에는 인쇄 물질을 방출하는 노즐이 장착돼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철강을 층층이 용접하는 것이다.개발 업체는 약 4.5t의 스테인리스강을 사용해 3D 프린팅 운하교를 정교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선의 디자인으로 인쇄했다. 다리는 4개의 주요 부품과 4개의 소용돌이 같은 모퉁이로 각각 인쇄해 수작업으로 용접해 붙여 만든 것이다. 업체 측에 따르면, 결과물은 단순히 대중을 위한 기능적 목적 이상의 것으로 예술적인 설치와 기술을 기념한다. 3D 프린팅 운하교의 인쇄 작업은 2017년 3월부터 약 6개월 동안에 걸쳐 진행됐으며 완성된 다리는 2018년 10월 네덜란드 디자인 위크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하지만 다리의 설치는 이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최근까지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가드너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은 건설업계에 엄청난 기회를 주므로 재료의 특성과 형태 면에서 훨씬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이런 자유는 또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해 구조물 기술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CL 연구진은 운하교에서의 통행 검사와 컴퓨터 모형화, 실증 시험 등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뷰캐넌 ICL 박사는 “우리는 4년 넘게 마이크로미터 규모로 인쇄한 미세 구조물을 연구해 완성된 다리에서의 하중 시험을 시행해왔다”고 말했다. 이 도전적인 작업은 ICL의 실험실과 암스테르맘과 인셰데의 실제 3D 프린팅 다리의 건설 과정에서 이뤄졌다. 한편 3D 프린팅 운하교의 건설과 검증시험 중에 연구논문 3편이 발표됐다. 이 중 두 논문은 지난해 ‘건설 철강 연구 저널’(Journal of Constructural Steel Research)과 ‘재료·설계’(Materials & Design), 나머지 한 논문은 2019년 ‘공학적 구조’(Engineering Structures)에 실렸다. 사진=임페리얼칼리지런던 제공
  • [영상] 1900m 절벽서 그네 타다가 줄이 뚝…러 여성 추락

    [영상] 1900m 절벽서 그네 타다가 줄이 뚝…러 여성 추락

    1900m 높이 절벽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성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13일 현지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다게스탄공화국 술락 협곡에서 그네를 타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여성 관광객 2명이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 ‘러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술락 협곡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절벽 끄트머리에 설치된 그네의 쇠사슬이 끊어지면서, 그네에 타고 있던 여성 2명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관련 영상에는 차례를 기다렸다가 그네에 오른 여성 관광객과, 뒤에서 그네를 밀어주는 일행의 모습이 담겨 있다.남성 일행이 뒤에서 힘껏 그네를 밀어주는 동안, 여성들은 높은 곳에서 코카서스산맥 경치를 감상했다. 공중에서 바라본 협곡의 풍경은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여성들이 타고 있던 그네 쇠사슬이 뚝 하고 끊어졌다. 여성들이 그네에 오른지 불괴 30초 만에 벌어진 사고였다. 다섯 차례 절벽과 공중을 왔다갔다 하던 그네 쇠사슬이 끊어지면서 여성들은 비명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란 관광객들은 일제히 사진 촬영을 멈추고 절벽 쪽으로 다가갔다. 되돌아오는 그네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그네를 밀어줄 타이밍을 점치고 있던 남성 일행도 황급히 달려갔다. 최고 높이 1900m 절벽에서 벌어진 추락 사고로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순간이었다.다행히 추락한 여성들은 경미한 타박상 외에 별다른 부상 없이 멀쩡하게 절벽 위로 끌려올라왔다. 현지언론은 여성들이 절벽 아래에 설치된 작은 나무 구조물로 떨어지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한 소식통은 “그네가 최대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쇠사슬이 끊어졌으면 아마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네가 절벽 쪽으로 되돌아는 길이 아니라 공중으로 솟구치는 길에 사고가 났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거란 설명이다. 사고 이후 다게스탄 관광청은 문제의 그네는 물론 절벽에 설치된 모든 그네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관광청 관계자는 “문제의 그네가 안전띠 설치 등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다시 한 번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의회는 관광객 안전이 우려된다며 모든 그네의 철수를 요구했다. 술락 협곡은 유럽에서 가장 깊고도 가파른 협곡으로 꼽힌다. 길이는 53㎞, 깊이는 최대 1920m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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