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理學 봉사대/崔弘運 논설위원(외언내언)
올 상반기에 1백50만명,연말까지는 2백만명 이상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민간 경제연구소의 예측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는 이미 고실업(高失業) 사태의 격랑(激浪)에 허우적거리고 있다.하루 1만명 이상의 직장인들이 청천벽력(靑天霹靂)과도 같은 해고통고를 받고 거리로 내몰리는 이 혹독한 현실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직장을 잃고 가정에서마저 찬밥 신세가 된 실직자들은 가족들을 친척집에 맡겨둔 채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거나 지하도에서 잠을 자며 거리를 헤매고 있다.그들의 방황하는 모습이 우리의 가슴을 찢는다.
가장(家長)이 실직한 집은 일시적인 방황으로 끝나지 않고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자주 목격하게 된다.청소년 가출과 자살,범죄증가에서부터 이혼과 가정내 폭력,일가족 집단자살 등 생각지도 못하던 비극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발생하고 있다.IMF 한파가 시작된 지난 해 11월 부터올 1월까지 재판에 회부된 청소년 사건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한 2천390건이나 된다는 서울가정법원의집계는 우리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잘 나타내 준다.서울 강남경찰서의 경우 지난 1∼2월에 12건의 자살사건을 처리해 월평균 2건이던 지난 해보다 3배나 늘었으며 서울 영등포 수상구조대가 관할하는 한강지역에서 투신자살하는 사례도 1월 5건,2월 8건으로 지난 해의 월 2∼3건에 비해 급증했다.대공황(大恐慌)이 있었던 미국의 1930년대를 연상케 하는 현상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7조9천억원의 실업대책 재원을 조성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으나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경제적 측면의 대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신적인 공황이다.갑자기 해고되면서 사회적인 지위도 함께 상실한데서 오는 좌절감과 분노는 가정의 와해로 이어지고 결국 치유할 수 없는 사회병리현상으로 누적되는 것이다.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 등의 교수·전문가 300여명이 ‘심리학 자원봉사대’를 결성,실직자들과 1대 1 상담에 나섰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실직자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이성적이며 건설적인 사고(思考)로 재기의 길을찾아주기 위해서다.실업 그 자체보다 삶의 의욕을 포기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불행을 자초한다는 사실을 심리학도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