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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가구 244명 생사몰라 ‘발동동’

    “야, 이놈들아, 헬기라도 띄워줘야지….” 17일 강원도 인제군청 앞에서 초췌한 모습의 연제국(52)씨가 절규하듯 소리치고 있었다. 교통·통신 두절로 완전히 고립된 인제군 덕적리에 남아 있을 형님 가족 걱정 때문이다. 지난 14일 이후 덕적리는 지금까지 빠져나온 사람도 들어간 사람도 없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다.●연씨의 분노 “산 사람을 죽어가게 하다니…” 연씨 역시 지난 14일 인제군내 최대 피해지역인 덕산리에서 겨우 몸만 빠져 나왔다. 집과 가재도구가 시뻘건 황토물에 쓸려가는 것을 보면서 자기가 가장 큰 피해를 본 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덕산리보다 더 안쪽으로 7∼10㎞ 들어가 있는 덕적리는 주민들의 생사 여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덕적리에는 연씨의 형님 제진(63)씨와 형수 등 111가구 244명이 살고 있다. 오전 10시 119특수구조대원 26명이 덕적리 진입을 시도했지만 밤 늦게까지 구조대원조차 연락이 안 되고 있다. 이곳은 평소에도 버스가 하루 4∼5차례 밖에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다. 연씨는 “‘덕적리에서 누가 죽었다더라.’는 소문만 무성해 살아나온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면서 “도대체 언제쯤 상황파악이 가능한 것인지 화가 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가 방문한다기에 모든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전씨의 체념,“햄(HAM)안테나 하나 놓아 줬어도…” 덕적리에 아내 김옥수(44)씨를 두고 나온 전현수(49·인제군청 공무원)씨도 초조한듯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14일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와 걱정이 돼 출근 뒤 바로 아내에게 전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면서 울먹이듯 말했다.아마추어 무선통신동호회(햄·HAM) 회원인 그는 “덕적리처럼 외진 곳은 반드시 재난 상황에 대비한 통신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이런 부분에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햄은 평소엔 통신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하게 되지만 지금처럼 재난 상황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그는 주장했다.전씨는 “몇년 전 동네 뒤에 있는 한석산에 재난에 대비한 안테나 설치를 군에 건의한 적이 있었다.”면서 “결국 1000만∼1500만원 정도 드는 예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인제 특별취재팀
  • 에위니아 이어 폭우까지 11일째 3교대 24시간 긴장

    에위니아 이어 폭우까지 11일째 3교대 24시간 긴장

    “영월 동강의 물이 불어나 주민들이 위험합니다.”“조그마한 구멍이 큰 재해로 번질 수 있어요.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주민 대피도 준비하세요.” 한강수계에 엄청난 ‘물벼락’이 떨어진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3층에 마련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 문원경 소방방재청장이 장인석 재해복구지원팀장의 긴급상황 보고에 즉석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이때 수행비서가 “위급상황”이라며 휴대전화를 들고 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여태껏 그런 보고는 없었잖아요.” 문 청장은 놀라 되물었다. 강원도에서 전해진 급보였다. 인제지역 종교시설과 마을이 통째로 떠내려간 것 같은데 주민 400여명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물론 주민들의 신고는 전혀 없었고, 군부대에서 연락이 와 알게 됐다고 했다. 교통이 모두 끊긴 데다 유·무선 전화마저 두절돼 상황파악을 할 수 없다는 긴급보고였다. 상황실은 순간 얼어붙었다. 순간의 정적 끝에 119구조대와 경찰을 현장에 급파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오후 늦게서야 “끊긴 도로와 산길을 7시간 걸어 현장에 가보니 마을은 물에 휩쓸려 갔지만 주민 424명은 군부대와 숙박업소 등에 대피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긴박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엄청난 피해가 생겼는데 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원 지역의 빗줄기는 가늘어져 고비를 넘기는가 싶더니 서울 양평동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직원들은 “통신이 연결되고 모든 상황이 파악되면 피해 규모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텔레비전 화면에 피해 현장과 이재민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비칠 때면 분위기는 더욱 착잡했다. 한 직원은 “집이 침수됐다.”는 부인의 전화에 한숨만 내쉬었다. 오후 9시20분. 강원과 경기지역에 내려졌던 호우경보와 서울지역에 내려진 호우주의보가 해제됐다는 소식이다. 한숨은 돌렸지만, 북쪽에서 발달한 비구름이 다시 남하하고 있다는 예보에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인다. 근무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전날 밤 31명으로 집계됐던 사망·실종자는 밤새 40명을 넘겼다. 직원들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한 사람 늘어날 때마다 더욱 말수가 줄어들었다.17일 오전 실종자로 처리된 3명이 살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잠시나마 활기를 띠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은 평소엔 소방방재청 상황실. 평시엔 소방방재청 직원 20명이 3교대로 24시간씩 근무한다. 하지만 국가적 재해가 일어나면 범정부 차원에서 58명으로 이루어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로 전환한다. 전국에서 올라온 상황보고를 토대로 인력을 투입하고, 급하면 대피령을 내리는 등 대책을 총괄한다. 이번에 중앙재난 상황실이 꾸려진 것은 태풍 에위니아가 북상하던 지난 7일. 파견 직원이나 일반 직원은 오전 9시에 교대근무를 하지만 상황실장과 일부 간부들은 17일로 11일째 ‘붙박이 근무’를 하고 있다. 서종진 상황실장은 “지속적인 상황관리 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열흘 넘게 새우잠을 자며 근무하고 있다.”면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인데, 누구에게 우리 직원들의 고생을 알아 달라고 하소연할 수 있겠느냐.”며 말을 흐렸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폭우 남하…충북·경북 피해 속출

    서울·경기·강원 등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가 남하하면서 16일 밤 충북과 경북지역에도 피해가 잇따랐다. 17일까지 이 지역에 80∼160㎜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보여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날 경북지역에는 호우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지역에 따라 시간당 30㎜ 이상의 장대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울진군 온정면에는 196㎜가 내려 농경지 30여㏊가 침수됐고,15일 오후 9시쯤 후포면과 온정면 저지대 주택 21채가 한때 물에 잠겼다. 또 울진과 영양에서는 주택 3채가 무너져내려 이재민 4명이 발생했고,16일 오전 9시30분쯤에는 봉화군 석포면 석포3리 지방도 2㎞가 물에 잠겨 차량 통행이 막히는 등 곳곳에서 교통 두절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도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대공공업 앞 지하차도 100여m를 비롯해 도로 8곳이 물에 잠겨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1시30분쯤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던 호모(52)씨 등 4명이 집중 호우로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됐다 2시간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이어 오후 4시28분쯤에는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 청룡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던 등산객 10여명이 폭우로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바람에 고립돼 119구조대가 출동해 구조작업을 펴고 있다. 충북지역의 피해도 잇따랐다.이날 오후 3시59분쯤 제천시 한수면 송계계곡 고무서리 산장 부근에 위치한 간이다리를 건너던 50대 남성이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또 오후 3시30분쯤에도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하리 주민 8명이 불어난 강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마을 식당 옥상에서 고립됐다. 앞서 낮 12시30분쯤에는 단양군 단양읍 단양유람선 선착장에 머물러 있던 유람선 2대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갔고,단양군 영춘면에 있는 온달동굴은 15일부터 계속되는 비로 일부 구간이 침수되는 등 재산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 대전 이천열기자 cghan@seoul.co.kr
  • 강원 관광객등 1000명 고립

    강원 산간의 집중폭우로 이틀째 고립된 행락객 1000여명이 오도가도 못한 채 악몽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원도 평창, 인제, 설악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간지역 곳곳에는 16일에도 500㎜ 안팎의 기습폭우로 외부와 단절되며 ‘육지속 섬’으로 고립됐다. 평창지역에는 진부와 봉평, 도암, 용평면 일대 오대천 지류가 넘치면서 시가지가 침수됐으며, 외곽을 연결하는 도로들도 산사태와 침수로 모두 끊겨 오도가도 못한 채 외부와 고립됐다. 진부면 일대와 용평면 장평 시가지, 대화면 등도 침수돼 이재민들이 가재도구도 챙기지 못하고 인근 속사초교와 마을회관에 임시 거처하는 등 평창지역에서만 13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도로공사와 행정당국은 밤낮으로 도로 응급복구에 나서고 있으나 계속되는 폭우로 다시 끊기는 등 영동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14개 노선 22곳이 두절돼 횡성과 영월 등 어느 방향에서든 진·출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들은 통신은 물론 진부와 봉평 등 일부지역에 정전이 되고 식수마저 끊기는 등 최악의 상황이 이어져 복구 및 지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피해가 가장 큰 인제지역도 북면 한계 2·3리 주민들과 민박촌에 머물던 관광객, 옥녀탕 휴게소 직원 등 200여명이 이틀째 고립됐다. 특히 양양∼인제를 잇는 국도 44호선 한계령 산악길 곳곳이 끊겨 설악산 장수대, 한계령휴게소, 오색지구 등에 1000여명에 이르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고립됐다. 이틀째 고립된 사람들은 당장 전기·통신이 끊기고 먹을 것이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으며 특히 장수대 쪽에 고립된 110여명은 도로 위에서 고스란히 구조대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다. 인제군 한계리에서 도로가 침수되고 장수대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인제 방면에서 한계령 진입이 차단됐다.또 양양군 서면 오색 1,2리 지역에서도 도로 곳곳이 유실돼 양양 쪽에서 한계령 진입도 차단됐다. 더구나 이들 고립지역은 도로 유실로 전주가 쓰러지며 전기가 끊어진 데다 유·무선 통신마저 두절돼 현지상황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 끝없이 쏟아지는 비로 헬기도 뜰 수 없어 구호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설악산사무소는 산악구조대를 동원, 로프 하나에 의지해 계곡물을 건너 비상식량 공급작전을 펼치는 등 비가 그칠 때까지 고립지역의 어려움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평창·인제 조한종기자bell21@seoul.co.kr
  • 폭우 남하… 충북·경북 피해 속출

    서울·경기·강원 등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가 남하하면서 16일 밤 충북과 경북지역에도 피해가 잇따랐다. 17일까지 이 지역에 80∼1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이날 경북지역에는 호우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지역에 따라 시간당 30㎜ 이상의 장대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울진군 온정면에는 196㎜가 내려 농경지 30여㏊가 침수됐고,15일 오후 9시쯤 후포면과 온정면 저지대 주택 21채가 한때 물에 잠겼다. 또 울진과 영양에서는 주택 3채가 무너져내려 이재민 4명이 발생했고,16일 오전 9시 30분쯤에는 봉화군 석포면 석포3리 지방도 2㎞가 물에 잠겨 차량 통행이 막히는 등 곳곳에서 교통 두절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도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대공공업 앞 지하차도 100여m를 비롯해 도로 8곳이 물에 잠겨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던 호모(52)씨 등 4명이 집중 호우로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됐다 2시간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이어 오후 4시 30분쯤에는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 청룡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던 등산객 10여명이 폭우로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바람에 고립돼 119구조대가 출동해 구조작업을 펴고 있다. 충북지역의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4시쯤 제천시 한수면 송계계곡 고무서리 산장 부근에서 간이다리를 건너던 청주 모 고교 행정실장 강모(55)씨가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또 이날 오전 11시 40분쯤에는 단양군 영춘면과 가곡면 일대 350여 가구 880명이 긴급 대피했다. 낮 12시 30분쯤에는 단양군 단양읍 단양유람선 선착장에 머물러 있던 유람선 2대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갔고, 단양군 영춘면에 있는 온달동굴과 인근 농경지 113㏊가 침수됐다.대구 한찬규 대전 이천열기자 cghan@seoul.co.kr
  • 산사태가 마을 통째 삼켜 폐허로

    마을이 사라졌다.15일 새벽부터 뚫린 하늘 아래서 단 너댓시간만에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 1,2반은 벌건 흙언덕으로 변했다. 마을 주민 1명이 숨졌고 1명은 실종됐다. 다행히 화를 면한 60여명은 가족과 이웃 그리고 평생 뿌리박아온 삶의 터전을 잃은 슬픔에 장맛비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고립 주민 구조 안하고 총리만 오면 뭐하냐” 비는 잦아들었지만 산사태가 휩쓸고 간 흔적은 처참했다. 마을 앞 20m 폭의 개천은 두 배 이상 커져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거의 끊어진 허리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물 먹은 논밭과 산이 토해놓은 흙더미로 가득한 도로는 늪처럼 한발 딛기조차 힘들 정도다. 하지만 목숨을 건진 주민들은 날이 밝자 집에 흔적이라도 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종종걸음을 했다. 뿌리째 뽑힌 나무와 전신주를 넘고 넘어 계곡으로 변해버린 도랑을 건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다. “저 산 아래 양봉 치는데 가봐야 해. 아이고 몇 억이 한 순간에 날아갔어.” 우산도 받치지 않은 한 주민은 성큼성큼 산으로 향해 간다. 말릴 틈도 없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미 흙이 삼켜버린 집보다 인근 마을에 고립된 친척과 친구들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른다. 구조대원도 죽어 나가는 판이라 마음만 산을 오를 뿐 몸은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주민 손봉월(47·여)씨는 “산 바로 아래 사는 시동생이랑 어제부터 통화가 전혀 안된다.”면서 “거긴 여기보다 가구 수도 많은데 큰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병수(54)씨는 “국무총리가 여기만 슬쩍 둘러보고 갔다. 고립지역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단 몇분만에 휩쓸려” 인제군청으로 대피한 덕전리 주민들은 악몽 같은 기억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15일 오전 인제군에는 시간당 20㎜ 안팎으로 비가 내렸다. 하지만 마을이 풍비박산 나는 데 걸린 시간은 아주 짧았다. 산사태가 나면서 거대한 물길이 만들어졌고 이곳을 따라 거대한 물폭포가 쏟아져 10여가구를 산산조각냈다. 박병삼(61)씨는 “사고 30분 전만 해도 물이 발목까지밖에 안 차 넘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면서 “산이 무너져내려 마을을 덮친 것은 채 3분도 안된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고립 지역은 접근이 불가능해 정확한 피해상황 조차 파악되지 못했다. 날씨 탓에 헬리콥터를 단거리 외에는 띄울 수 없었다. 마을별로 탈출한 한 두 사람의 입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만 전해들을 뿐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참다 못한 일부 주민들은 실종된 가족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공진학(48)씨는 “친구가 금요일 이후에 전화가 끊겨 가족들이 직접 산으로 찾으러 갔다.”면서 “이러다 또 사고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전기가 끊긴 터라 식료품을 전달한다고 해도 냉장고 가동이 안돼 고립 기간이 길어질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원래 사고 없는 곳” 재해 대비 없이 방치 이번 비로 인제군에는 258가구 55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7명으로 실종자 20명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곳은 비 피해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몇년 전 400㎜ 이상의 비가 왔을 때도 수해는 인제군을 비켜갔다. 이곳에서 태어난 덕산리 토박이 최옥순(78)씨는 “평생 덕산리에서 살았지만 물난리 한번 난 적이 없어 복받은 동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에 사고난 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방비 상태에 있었던 게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덕산리에서 사망한 김모(88)씨의 경우 밭고랑을 정리하다 미처 피하지 못해 화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폭우를 겪어 본 적이 없는 주민들이 대피할 생각을 못해 피해를 키웠다.”면서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라 빨리 대처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인제 나길회 윤설영기자 kkirina@seoul.co.kr
  • 청계천 300㎜ 폭우에도 “이상무”

    ‘청계천, 비 피해 이상무.’ 서울에 15∼16일 이틀간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비피해가 잇따랐지만 도심을 관통하는 청계천에는 다행히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개통 이래 청계천에 가장 많은 비가 쏟아져 시민들의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산책로가 통제된 데다 청계천이 시간당 118㎜의 폭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비피해와 안전사고는 없었다.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청계천은 지난 15일 오후 3시 청계광장에서 하류인 고산자교까지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됐고, 현재 산책로 등이 완전 침수됐다. 삼일교 수위는 오후 1시 1.2m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청계천 양안 둑의 높이가 6∼7m에 달해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청계천이 피해가 없었던 것은 2001년 7월의 교훈 덕분이다.당시 시간당 평균 60㎜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청계천 복개구간의 하수관이 넘쳐 주변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던 ‘악몽’ 탓에 복원과정에서 철저한 수방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폭우가 내려 하수로에 빗물이 가득 차면 복개구조물과 청계천을 가로막고 있는 석벽의 수문이 열리면서 빗물이 청계천으로 흘러들도록 설계돼 하수 범람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은 200년 만의 집중호우인 시간당 118㎜의 강수량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어지간한 장마나 호우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서울시와 청계천관리센터측은 직원 30여명을 동원, 시민들의 청계천 진입을 통제했고 종로와 중부, 동대문, 성동소방서와 소방 특수구조대 소속 구조대원 50여명도 청계천 곳곳에 밧줄과 튜브 등 구조장비를 설치하고 실족 등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한라산 출금구역 발길 마세요”

    “한라산 등반객 주의하세요.”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는 한라산 출입금지구역 무단 입산자에 대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공원사무소는 그동안 출입금지구역 무단 입산자에 대해 현장에서 계도활동에 그쳤으나 무단 입산자 조난사고 등이 잇따르고 있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히 단속키로 했다. 이에 따라 공원사무소는 지난 8일 출입금지구역인 한라산 정상 남벽 등산로를 따라 입산했다가 조난을 당해 21시간 만에 구조된 이모(49)씨 등 2명에게 각각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한라산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백록담 정상까지는 생태계 보호 등을 위해 등산객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일부 등산객들이 무단 입산을 일삼고 있다. 관계자는 “금지구역 무단 입산 등으로 조난자는 물론 악천후 등으로 구조에 나선 구조대원까지 인명사고 위험이 높다.”면서 “무단 입산자 적발시 모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엄정 대처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라산에는 연간 75만여명의 국·내외 등산객이 몰려들고 있으며 올들어 6월 말 현재 36만 9000여명의 등산객이 찾았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영동고속도 회차로 설치 절실

    영동고속도로 강릉 톨게이트와 횡계 톨게이트 사이 구간에 회차로가 없어 위급상황시 대처하기가 어렵고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대관령 5터널내에서 강릉소방서와 강릉경찰서, 도로공사 대관령지사, 합동소방훈련이 실시됐다. 이날 훈련은 터널내 추돌사고로 인한 차량 화재를 가상한 것으로 사고 발생 직후 사고차량 탑승자가 터널내 비상전화로 사고상황을 알리자 20여분만에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이 완전히 종료됐다. 그러나 부상자를 구조한 119구조대는 10여㎞ 떨어진 평창군 횡계TG로 나갔다가 다시 차를 돌려 톨게이트로 진입, 고속도로 하행선을 타고 강릉으로 돌아가야 했다. 도로공사가 지난달말 강릉TG∼횡계TG 구간의 회차로 4곳을 모두 폐쇄했기 때문이다. 시간상으로는 왕복 15분가량이 더 걸렸지만 부상자가 위급한 상태였다면 큰 화를 부를 뻔한 상황이었다.로공사 관계자는 “비상시에 대비해 대관령구간 중간지점인 제설작업 성산분소에 설치된 지하통로를 개방했다.”고 밝혔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美 울린 한인 고교생 ‘살신성인’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의사를 꿈꾸며 대학 진학을 앞둔 한인 고교생이 바닷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사실이 알려져 미국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북동쪽 클레어몬트 고등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로스앤젤레스 인근 헌팅턴 스테이트 비치에서 물놀이하던 이 학교 졸업반 이태호(18)군이 같은 학교 친구인 클리프 위앤(17)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익사했다. 고교 재학 중 마지막 여행이라며 같은 학교 친구 12명과 놀러 갔던 이군은 물가에 있다 바다쪽 10m 떨어진 곳에서 중국계인 위앤군이 ‘살려 달라.’고 외치며 허우적대자 물에 뛰어들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박진석(18)군은 “갑자기 수심이 깊어져 태호에게 ‘911 구조를 요청하자.’고 했지만 태호가 ‘시간이 지체된다.’며 물에 들어갔다.”면서 “나중에 911로 전화를 해 10분 만에 구조대가 왔지만, 이미 태호는 사라졌고 클리프는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구조대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수색에 나섰으며, 이군의 시신은 사고 발생후 약 1시간 만에 인근 해역에서 다이버들에 의해 발견됐다. 이군은 15일 열린 졸업식에서 미 전국 SAT 성적 상위 1만명에게 주는 우수성적상과 사회과목상을 수상할 예정이었다. 10살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군은 어머니와 둘이 생활해 왔고, 어머니는 충격이 너무 커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올 가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에 입학할 예정이던 이군은 축구와 농구,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매주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 왔다. 그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클레어몬트 고교측은 교내 체육관 옆에 영정을 걸어 놓았으며, 재학생들은 헌화와 함께 게시판에 그를 그리는 글들을 적고 있다. 학교측은 15일 졸업식 때 이군 추모 행사를 가졌다. 이 학교 캐리 앨런(62) 교장은 “숨진 태호군은 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열심히 교회 활동에 참가하는 등 모범이 되는 학생이었다.”며 “너무나 아까운 인재를 잃어 교직원 모두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군은 “대학에서 함께 의사가 되자고 기숙사 룸메이트까지 약속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구조된 클리프와 그의 가족들도 어쩔 줄 몰라하며 눈물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dawn@seoul.co.kr
  • [World cup] ‘12번째 선수들’ 부상 막자

    [World cup] ‘12번째 선수들’ 부상 막자

    ‘길거리 응원의 옥에 티, 부상은 퇴장!’ 수백만명이 운집했던 4년 전 한·일 월드컵 길거리 응원현장에서 800명에 가까운 응급환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응원전을 펼치려면 날씨가 덥더라도 노출이 심한 옷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한림대 의대 응급의학교실 등이 대한응급학회지에 발표한 ‘2002 월드컵 축구대회기간 중 서울시내 길거리 응원장에서의 환자발생 양상’에 따르면 당시 7차례의 한국경기 응원전에서 모두 796명의 응급환자가 나왔다. 이 중 병원 이송환자는 168명이었다. 서울 116개 장소에 모여 응원을 한 연 인원 891만명을 대상으로 구조대 출동기록과 진단결과 등을 분석한 결과다. 성별로는 남성 48.2%, 여성 51.8%였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3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스페인전에서 응급환자가 227명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전 208명, 터키전 145명, 이탈리아전 96명, 포르투갈전 84명, 폴란드전 19명, 미국전 17명 순이었다. 스페인전에서는 연장까지 가는 긴 경기시간과 불볕더위로 두통과 탈진환자가 많았다. 반면 미국전 역시 낮에 벌어졌지만 경기시간이 짧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 환자가 적었다.1000명당 환자발생 빈도는 우리나라가 패배했던 터키전이 0.126명으로 가장 높았다. 경기 승패가 응원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두통·복통·탈진 등 질환자가 220명이었고, 찰과상·화상·염좌·타박상 등 손상자가 461명이었다. 가장 많은 187명이 찰과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또 경기시작 전의 부상자가 354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분석결과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4차례의 평가전 거리응원에서도 3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세네갈전 1건, 보스니아전 9건, 노르웨이전 10건, 가나전 14건 등 갈수록 사고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월드컵에서는 한밤중과 새벽에 우리나라 경기가 진행돼 햇볕에 의한 화상 등의 환자는 거의 없겠지만 사전행사 등으로 전체 응원시간이 오히려 길어지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에 참여한 서울소방학교 최영아씨는 “너무 얇거나 노출이 심한 옷은 피부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응원도구나 마찰 등에 의해 찰과상이나 열상이 생길 수 있으니 가벼운 긴팔 옷을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중 흥분해서 지나치게 큰 몸짓을 하다가 다칠 수도 있으므로 최소한의 주변공간을 확보해 놓는 것도 좋다.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수분 손실이 크기 때문에 이온음료 등을 미리 챙겨둬야 한다. 13일 열리는 토고전 때에는 서울광장, 청계광장, 상암월드컵공원을 비롯해 서울숲,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등 서울시 13곳에서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진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차량 35대, 소방대원 199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구급상비약품은 물론 심장 정지에 대비한 장비와 전문인력이 배치된다.”면서 “응원현장에 가면 우선 구급대의 위치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서해안 경계망 ‘구멍’

    중국어선과 북한선박이 잇따라 해군과 해경의 감시망을 뚫고 인천시 옹진군 섬까지 접근해 해안 경계체제에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달 30일 0시10분쯤 옹진군 연평도 북쪽에서 불법으로 꽃게잡이를 하던 중국어선 ‘요동어 558호(8t)’가 연평도에 접근, 선장 쑨톄핑(38)이 부상당한 선원 창징핑(36)을 들쳐업고 섬에 들어와 구조요청을 해 주민들이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부상 선원은 북방한계선(NLL) 북쪽에서 꽃게잡이를 하던 중 전날 오후 7시쯤 다른 중국선원과 술을 마시며 채무관계로 말다툼을 하다 흉기에 배를 찔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선원은 인천으로 긴급후송돼 인하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중국어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연평도에 상륙하기까지 3시간가량 걸렸지만 군경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더욱이 군과 행정기관이 경비정과 어업지도선을 집중투입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시기여서 경계망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오후 1시30분쯤 북한 주민 A(42)씨와 부인(39), 아들 2명(16,13세) 등 일가족 4명이 목선을 타고 옹진군 울도 인근 해상까지 들어왔다. 이 목선은 어선들이 발견해 해경에 신고하는 바람에 관계당국에 적발됐다. 인천 남서쪽 72㎞에 있는 울도는 북방한계선에서 깊숙이 내려온 지점임에도 군과 해경은 어선이 신고하기 전까지 목선의 이동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 해경은 “중국 어선과 북한 목선은 작아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데다 안개가 끼는 등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새벽에 덮친 대재앙…건물 80% ‘폭삭’

    새벽에 덮친 대재앙…건물 80% ‘폭삭’

    27일 새벽(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를 강타한 지진의 피해규모는 시신수습이 본격화하면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년 12월의 쓰나미(지진해일) 이후 1년5개월만에 엎친 데 덮친 격의 대참사가 이어져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현지 구호당국은 이번 지진 피해지역의 돌무더기와 빌딩 잔해 아래 더 많은 사람들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앙지 대도시 가까워 피해 커 유슈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1만∼2만명이 이번 재난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현재 사망자는 37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를 지진의 진앙지가 대도시와 지나치게 가까웠던 점에서 찾고 있다. 실제 이번 지진은 인구 150만명의 대도시인 족자카르타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게다가 이 지역의 가옥들이 대부분 내진설계가 안된 오래된 구조물이어서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특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반툴지역의 경우 가옥의 80% 이상이 완파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구호인력·의료진 태부족 부상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족자카르타의 병원들은 아비규환이다.AP통신은 “선혈이 낭자한 사르디지토 병원 복도에는 지혈과 치료에 사용된 붕대와 의료 폐기물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고 전했다. 병실은 이미 수용인원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수백명의 환자들이 플라스틱 판자나 거적, 신문지 위에 눕혀져 건물 밖에 방치되고 있다. 병원들은 의료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의사 알렉산더는 “중상을 입은 많은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면서 “외과의사가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적십자사는 신속대응팀을 현지로 급파,21개의 임시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앰뷸런스 등 수송수단이 부족해 환자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화물차와 버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부상자들은 도로가 끊긴 일부 지역에서는 수시간씩 걸어서 병원을 찾고 있다. ●족자카르타 공항 등 폐쇄 불안과 공포 속에 밤을 지샌 주민들은 식량과 옷가지를 찾아 필사적으로 폐허더미를 뒤지고 있다. 여진(餘震)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거리와 공터, 농경지 등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에선 전기와 통신시설까지 파괴돼 구호노력이 지체되고 있다. 족자카르타 공항도 폐쇄됐다. 하타라드 자사 인도네시아 교통장관은 “건물에 대한 정밀진단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공항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족자카르타에서 반경 30㎞ 안에 있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힌두성지인 프람바난 사원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근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의 피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메라피 화산 폭발 가능성도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서부를 강타한 쓰나미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는 탓인지 지진 직후 주민 사이에서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란 괴소문이 퍼지면서 수천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하지만 지진발생 24시간이 지난 28일까지 쓰나미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지진과 메라피산 화산활동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 밤방 두아얀토 에너지광업부 장관은 “지진이 화산활동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지만 더 큰 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 구호노력 가속화 국제사회의 구호노력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2000동의 텐트와 9000벌의 방수복 등 긴급구호품을 현지로 급파했다. 국제적십자사는 1000만달러(약 100억원) 규모의 구호기금 모금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지진 사실이 알려진 직후 수색대와 의약품을 긴급수송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진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뒤 신속한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300만달러의 구호금과 함께 25개 회원국에 구조대파견을 요청키로 했다. 이세영기자 외신종합 sylee@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6)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명문대 교육혁명] (6)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팔레조(프랑스) 함혜리특파원|자비에 뒤샤텔(22)은 에콜 폴리테크니크 2학년생이다. 어려서부터 수재 소리를 들었다. 특히 수학과 물리에 뛰어났던 그는 명문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의 준비학교를 거쳐 프랑스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에콜 폴리테크니크에 2004년 가을 입학했다. 자비에는 1학년 때의 인성교육 및 리더십 실습과정을 거치면서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말했다.1학년 때 6개월 동안 해외 파병군이 배속된 육군에서 부지휘관으로서 장교경험을 했다. 그는 “정확한 판단력을 지닌 리더가 있을 때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배웠고,1000명이나 되는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입학전 7개월간 軍·사회단체 등 활동의무화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최고의 명문 그랑제콜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교육은 이렇게 삶의 현장에서 시작된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철저한 이론 교육과 함께 4년 교육과정 중 15개월을 현장 실습에 할애한다.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시각, 현장감각을 지닌 전문 엘리트를 만들기 위해서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매년 5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중 400명은 프랑스 국적이고,100명은 외국인 학생이다. 올해 프랑스 국적 400명 선발에 5000여명이 응시했다. 지난 10∼15일 필기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은 구두시험(6월14일∼7월11일)과 체력테스트까지 거쳐야 한다. 엄격한 선발과정을 통과한 학생들이 입학과 함께 시작하는 것은 학교공부가 아니다. 학생들은 9월에 입학하면 1개월 동안 알프스의 산악지대에 있는 군 훈련소에서 합숙하면서 체력단련과 지도와 나침반 등으로 길을 찾는 오리엔티어링 등 훈련을 받는다. 팀워크가 무엇인지를 배우는 게 합숙훈련의 주요 목적이다. 팀별로 과제를 달성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것을 배운다.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돕는 것도 익힌다. 이후 7개월 동안 학생들은 군대에서 지휘관 훈련을 받거나 사회단체나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 일을 한다.70% 정도가 육·해·공군의 군사훈련에 지원해 지휘관의 역할을 익힌다. 나머지 30%는 변두리 지역의 학교나 경찰서, 적십자, 응급구조대, 재활병원 등에서 팀의 리더를 맡아 일한다. 첫 실습이 끝나면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의 본격적인 학교수업이 시작된다.1학년 말 4개월 동안 고등수학, 물리학, 기계학, 컴퓨터공학 등 수업을 받은 뒤 2학년에 올라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이공계 학문과 함께 경제학, 철학, 상식, 외국어 등을 익힌다. 교환학생으로 에콜 폴리테크니크 3학년에 재학중인 박진형(카이스트 수학과 4학년)씨는 “한국에서 대학 1∼3학년 때 배우는 내용을 이미 준비학교에서 입학시험 준비를 하면서 완벽하게 익혔기 때문에 수학과 물리에서 학생들의 기초가 매우 탄탄하다.”면서 “이곳 2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수준이 한국의 대학원 수준 정도로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일반 군인이나 사회단체의 조직을 리드하는 경험을 한 학생들은 3학년에 올라가기 직전 방학 때 1개월 동안 또 다른 삶의 현장을 체험한다. 개인별 전공분야(복수전공)를 선택하는 것은 기초과목을 모두 섭렵한 뒤인 3학년(영·미식 석사과정)에 올라가면서다. 전공분야를 늦게 선택하도록 하면서 모든 과학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나,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6개월의 전공 심화 수업을 받으면 학교 수업은 모두 끝난다.3학년의 나머지 3개월 동안 학생들은 자기 전공분야와 관련 있는 기업체나 연구소에서 현장 실무교육을 받는다. 다른 이공계 그랑제콜들의 경우 보통 3년 과정이지만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는 1년간의 전문화 과정이 추가된다. 학생들은 6개월 동안 다른 이공계 그랑제콜이나 외국의 대학에서 연수를 받고,6개월 동안 국내외 기업현장에서 실습을 해야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4년과정 중 15개월 실습… 전문화과정도 1년 길어 그랑제콜 출신들은 해당 학교를 졸업하면 곧 관리직이나 관료집단에 들어간다. 어린 나이에 사회 저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관리자가 되기 때문에 현실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철저한 이론 교육과 현장실습 위주의 교육으로 이런 결함을 극복하고 있다. 크레퐁 부총장은 “최고의 엘리트 공학도가 되려면 이공분야에서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지식을 갖는 것뿐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에콜 폴리테크니크 졸업생들이 정부 조직이나 각 기업체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탄탄한 전문지식과 현장감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소속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국가공무원의 신분이 된다. 무상 교육 외에 국가로부터 매달 700∼750유로(약 84만∼90만원)의 봉급을 받는다. 일정기간 공무원 생활을 해야 하지만 기업에 취직해 산업현장이나 금융계로 가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졸업생들의 진로는 산업체 30%, 행정부처 25%, 연구소 15%, 금융분야 13%, 엔지니어링 서비스 분야 9% 등이다. 현재 프랑스 증시에 상장된 5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의 최고경영자가 에콜 폴리테크니크 출신이다. lotus@seoul.co.kr ●프랑스 그랑제콜이란 프랑스는 자유와 평등사상에 투철하지만 교육에서는 평준화에 치우치지 않고 수월성을 중시한다. 모든 국민들에게 대학까지 무료로 다닐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서도 분야별 전문 엘리트들을 배출하는 그랑제콜(Grandes Ecoles)을 육성하는 이유다. 그랑제콜은 18세기 말과 19세기에 국가의 다양한 필요에 맞는 엔지니어와 기술관료들의 교육을 담당하려고 세워진 특수학교들이다. 이공, 인문, 경영, 예술 등 각 분야에 걸쳐 전국에 300여개가 국립, 관립, 사립 등의 체제로 운영된다. 그랑제콜은 바칼로레아(대입자격시험)를 통과한 학생이면 누구든 진학할 수 있는 대학과는 다르다.2∼3년의 준비학교 과정을 거친 뒤 입학시험(콩쿠르)을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다. 그랑제콜 1학년은 미국대학 3학년에 해당한다. 준비학교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80만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중 과학 바칼로레아를 통과해 고등교육 기관으로 진학하는 학생은 13만명 정도. 이 가운데 상위 8∼10%(약 1만∼1만 3000명)의 학생들만이 전국 480개 고교가 개설한 그랑제콜 준비학교에 들어가 실력을 쌓은 뒤 원하는 학교에 복수 지원한다. 상위 50위내에 들어가는 명문 국립 그랑제콜에 입학하기 위해 재수하는 학생들도 많다. 아예 포기하고 대학에 편입하는 학생들도 있다. 재불과학자 최경일(유텔삿 근무) 박사는 “정부나 기업체의 요직을 그랑제콜 출신들이 독식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병폐라고 지적될 수 있지만 대다수 프랑스 국민들은 그랑제콜 출신들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 우수 인재·기업과 ‘두뇌교류’ 활발 |팔레조(프랑스) 함혜리특파원|프랑스인들은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X’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수학문제가 X라는 기호에 담긴 비밀을 풀어내야 하듯이 기술장교를 배출하려고 특수사관학교에서 출발한 이 학교는 1794년 개교 이래 프랑스가 풀어야 했던 많은 문제들의 해답을 제공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15㎞ 떨어진 팔레조에 있다. 녹색의 잔디와 쭉쭉 뻗은 플라타너스, 잔잔한 호수가 어우러진 캠퍼스를 둘러보면 이 학교의 학생들에게 프랑스가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알 수 있다. 8개의 대강당과 50여개의 소강의실, 학생 식당 등이 있는 본관 건물 외에 연구단지,1000명의 학생들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 도서관, 보건소 등이 갖춰져 있다. 특히 조정, 승마, 축구, 럭비, 수영 등 16가지의 스포츠 시설은 완벽에 가깝다. 규모와 시설면에서 프랑스에 있는 일반 대학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학교의 총장인 자비에 미셸 장군은 “지난 200여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탄탄한 전문지식과 진취적인 세계관을 지닌 미래의 지도자를 배출한다는 설립취지는 변하지 않았다.”면서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입학한 프랑스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전문 엘리트가 되도록 최고의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국제사회에서 세계 명문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 최근 외국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외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2년 전부터 20개 분야에 마스터클래스(석사과정)를 개설했다. 박사과정도 운용 중이다. 외국의 이공계 명문대학과 교환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산학협동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특정 주제에 대해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부터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lotus@seoul.co.kr ■ 외국학생 전액장학금… 생활비도 제공 |파리 함혜리특파원|진예진(26)씨는 ‘X2001’이다. 프랑스에서도 가장 들어가기 힘들다는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2001년도 입학생이다. 이 학교의 학부과정에 한국국적으로 정식 입학해 ‘엥제니외르(매니징 엔지니어)’ 학위를 획득한 사람은 진씨가 유일하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 형과 함께 프랑스에 조기유학을 왔다. 고등학교와 준비학교 2년을 마치고,1년의 재수 끝에 이 학교에 입학했다. 지난 3월 졸업과 동시에 유럽 최대의 종합건설자재회사인 생고뱅의 자동차 유리제조 파트 ‘생고뱅 세퀴리트’에 입사,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수업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수업내용은 다른 그랑제콜과 비슷하지만 실습과 운동이 많은 것이 특이하다. 실습을 매 학년마다 한번씩 가야 한다. 운동시간은 일주일에 6시간이나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현장 감각을 갖게 된다. 팀워크도 기르게 되는 것 같다. ▶학비문제는. -프랑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군 공무원 자격을 얻어 학비도 면제되고 봉급도 받는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학비(3년에 2만 1000유로)를 내라고 하지만 형식적인 주문에 불과하다. 사실은 ‘에콜 폴리테크니크 기금’에서 장학금을 지원해 학비와 숙식을 제공해 준다. 생활비도 학교에서 받았다.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불이익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취업할 때엔 한국인이라는 점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한국을 거점삼아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생고뱅에서는 한국말과 프랑스어를 하면서도 프랑스의 문화를 이해하는 엔지니어를 찾았다.(그래서)적임자로 뽑혔다. lotus@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주5일근무 이후 산악사고 급증

    [세이프 코리아] 주5일근무 이후 산악사고 급증

    “포천소방서입니다.”(상황실) “여기 운악산인데요. 다리를 찍혔어요.”(신고자) “다리를 찍히다니요?”(상황실) “일행이 발등을 접질려 움직일 수 없어요. 급히 좀 와 주세요.”(신고자) 일요일인 14일 오후 2시24분. 경기도 포천소방서 119상황실에 한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산행을 하던 일행이 다쳐 꼼짝을 못한다며 긴급 구조요청을 한 것이다. 신고를 접수한 포천소방서는 바로 구조대와 구급대에 출동 지령을 내리고 경기도 소방본부에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부상자의 위치가 경기도 가평 운악산 정상부근이어서 구조대가 걸어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헬기는 1시간가량 지난 오후 3시20분쯤 현장에 도착, 환자를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했다. 지난 13일 오후 3시33분쯤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 칼바위 부근에서 A(50)씨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A씨는 부상정도가 심해 더 이상 걷지 못하자 119구조대에 긴급구조를 요청, 가까스로 헬기의 도움을 받아 내려왔다. 이에 앞선 11일 오후 4시48분쯤에는 경남 남해군 남해읍 과읍산 7부 능선에서 산행을 하던 B(56·여)씨가 7m 아래로 굴러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주 5일제 근무가 시행되면서 주말을 이용해 여가활동을 즐기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와 함께 등산 중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국의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한 해 평균 2309만명에 이른다. 전체 국민의 절반이 국립공원을 한 번씩 찾은 셈이다. 특히 날씨가 좋은 4∼5월, 휴가철인 8월, 단풍철인 10∼11월에는 탐방객들이 많이 몰린다. 4월에는 평균 227만명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5월에는 242만명, 휴가철인 8월엔 303만명이, 단풍철인 10월에는 397만명이 각각 산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립공원만으로 관악산이나 수락산 등 입장료를 내지 않는 산까지 포함하면 등산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와 같이 산행인구가 몰리는 4∼5월과 10월엔 사고도 큰 폭으로 증가해 탐방객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사고는 입장료를 내는 국립공원 같은 유명산보다 가까운 생활주변의 산에서 오히려 많이 발생한다. 소방방재청이 2003년부터 3년간 산악 사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모두 1만 2915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7명이 숨지고,768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119구조대가 출동한 횟수도 1만 112건이나 된다. 사고는 주말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4월의 경우 2003년에는 206건이었으나 지난해엔 42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10월의 경우도 2003년 538건에서 773건으로 235건이나 증가했다. 등반사고가 가장 많았던 산은 서울의 관악산으로 꼽혔다. 이어 북한산, 설악산 순이었다. 험한 산보다 주변 가까운 데 있으면서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 곳에서 의외로 사고가 많았다. 관악산은 서울 관악구, 금천구, 경기 과천시, 안양시 등 여러 방면에서 올라 갈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 주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을 즐기는 곳이다. 게다가 입장료 부담도 없어서 직장모임이나 동창회 등 산행모임 장소로 선호하는 산이다. 별다른 준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에 나서다 보니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관악산에서는 2004년 한 해 5명이나 목숨을 잃고,205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에도 1명이 숨지고 287명이 다쳤다.119구조대 출동도 서울과 경기도 소방본부를 합쳐 320건이나 됐다. 북한산도 사고 다발지역으로 꼽힌다.2004년에 3명이 숨지고 180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도 1명이 숨지고 221명이 다쳤다. 설악산에서도 지난해 1명이 숨지고 222명이나 부상을 입어 각각 등산사고 다발지역 1,2,3위를 차지했다. 입장료를 받지 않아 서울 동북부 주민들이 즐겨 찾는 수락산도 2004년에 1명이 숨지고 132명이 부상을 입었고, 지난해에도 1명 사망과 113명이 부상을 당했다. 도봉산 역시 지난해 1명이 숨지고 86명이나 부상을 입었다. 소방방재청 서종진 재난종합상황실장은 “등산객이 많은 요즘 주말엔 전국에서 평균 20∼30건의 구조요청이 접수된다.”면서 “이중 상당수는 등산객의 부주의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신체여건을 고려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산악 안전사고 유형은 등산길에 가장 많은 사고가 실족이다. 이어 등산로 이탈사고다. 소방방재청이 최근 3년 동안 5월에 발생한 산악사고 1330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실족사고가 30.7%로 가장 많았다. 거친 등산로에서 발을 접질리거나 헛디디면서 발생한 것이다. 실족하면 단순히 걷지 못하기도 하지만 낭떠러지나 계곡으로 굴러 사망 등 참사로 이어지곤 한다. 실족에 이어 26.7%가 ‘등산로 이탈 및 실종사고’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 하산을 하거나 깊은 산에 들어갔다 조난을 당하는 사례가 해당된다.‘탈진·호흡곤란·마비’ 등 신체적 이상도 22.9%에 이른다. 등반하다 탈진하거나 호흡 곤란증상이 생기면 빠른 조치가 어려워 종종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 청수동 암문 부근에서는 김모(60)씨가 갑자기 쓰러진 것을 지나가던 등산객이 구조를 요청해 119구조대가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등산사고는 주말과 공휴일에 집중된다. 지난해 5월 발생한 591건의 사고를 요일별로 분석한 결과 평일에는 보통 30∼50여건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토요일엔 79건, 일요일엔 303건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산을 오르는 시간대보다 하산할때 사고가 잦다. 산을 오를 때인 오전 9∼10시는 20∼30건의 사고가 나지만 하산할 때인 오후 3∼5시엔 45∼50건에 이른다. 산을 오를 때는 바짝 긴장을 하지만, 내려올 때는 긴장이 풀어지는 데다 힘이 빠진 상태여서 사고를 당하기 쉽다. 사고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안전불감증이다. 출입이 금지된 곳을 오르다 사고를 당하곤 한다. 지난 14일 북한산 향로봉과 비봉 사이에서도 진입이 금지된 곳을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는 등산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관악산은 바위가 많은 돌산이어서 눈·비가 올 때 미끄러지는 사고가 많다. 연주암, 마당바위 등에서 사고가 집중되고 있다. 북한산은 산세가 험한 백운대, 포대능선, 칼바위, 향로봉, 비봉 등지가 위험지역이다. 수락산에선 철모바위, 코끼리바위, 깔딱고개 주변에서 사고가 많고, 도봉산은 만장봉, 보문능선, 원통사 지역이 사고다발지역으로 꼽힌다.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의 와이어 계곡 주변에서는 암벽사고가 많다. 산행 중 음주도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사고 처리를 위해 현장에 출동해 보면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가 음주상태”라면서 “음주 산행은 안전사고의 또 다른 ‘복병’”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소방본부가 분석한 결과 2001년에 출동한 543건 가운데 87건이 음주로 인한 사고이고,2002년에도 508건 가운데 89건이 음주사고였다. 특히 등산 중 음주로 인한 사고는 국립공원인 북한산이나 도봉산보다 관악산과 수락산, 청계산 등지에 많다. 등산로 곳곳에서 불법으로 술을 팔기 때문으로 당국은 마땅한 단속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아르메니아機 추락 113명 사망

    아르메니아 여객기가 3일 새벽(현지시간) 수도 예레반에서 흑해 휴양지인 러시아 소치로 가다가 흑해상에 추락했다. 탑승자 113명이 모두 숨진 것 같다고 러시아 비상대책부가 밝혔다. 러시아 관계자들은 “아르마비아 항공 소속의 사고 여객기는 에어버스 A320 기종”으로 “어린이 6명과 승무원 8명을 포함해 113명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적별로는 러시아 26명, 그루지야 1명, 우크라이나 1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아르메니아인으로 탑승자 명단에 기록돼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는 승객들의 짐과 구명조끼, 항공기 잔해가 널려 있었다. 흑해 해저 450m 지점에서 사고기 동체도 찾아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해 줄 블랙박스는 찾지 못하고 있다. 비상대책부 구조대원들은 이날 오후 46구의 시신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이들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고 구조대측은 전했다. 빅토르 벨초프 비상대책부 대변인은 이날 새벽 2시15분쯤 소치 해변에서 6㎞ 되지 않는 흑해상에서 항공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르마비아 항공 관계자들은 “폭풍우를 동반한 기상 악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객기는 소치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회항하다가 얼마 뒤 다시 날씨가 좋아졌다는 통보를 받고 기수를 돌려 아들러 공항에 착륙을 시도했으나 추락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해상에는 구름이 겨우 100m 높이로 낮게 깔려 있었다고 러시아측은 전했다. 러시아 검찰은 테러에 의한 추락이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오래된 항공기에 기술적 문제가 있었는지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80m 상공서 노래한 ‘침착한 시민들’

    80m 상공에 매달린 케이블카에 몇 시간째 갇힌 승객에게서 노래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면. 구조될 수 있다는 믿음과 질서를 유지하는 시민의식이 없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런 일이 미국 뉴욕에서 18일(현지시간) 일어났다. 맨해튼과 루스벨트섬을 오가는 케이블카 두 대가 이날 오후 5시15분(한국시간 19일 오전 6시15분) 전기 공급이 중단돼 승객 125명이 갇혔다가 11시간만인 19일 새벽 4시15분(한국시간 오후 5시15분)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고 WNBC-TV가 보도했다. 두 대의 케이블카 안에는 퇴근길 직장인과 관광객, 젖먹이 어린이 등이 타고 있었다. 케이블카가 멈춰선 곳은 맨해튼 동쪽을 흐르는 이스트 리버 바로 위였다. 뉴욕시는 신고를 받고 곧바로 구조에 들어가 두 명이 디젤 엔진 곤돌라를 타고 케이블카에 접근,60㎝ 벌어진 틈으로 한 사람씩 끌어올려 상대편에서 잡아주는 식으로 아슬아슬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곤돌라에는 10명밖에 탈 수 없었고 아주 천천히 구조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구조 요원들은 음식과 물, 기저귀를 계속 전달하면서 사정을 설명하고 침착하게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구조대원 손에 의해 먼저 케이블카에서 빠져나온 닥스 마이어(12)는 “구조되는 내내 아래를 쳐다보지 말자고 되뇌었다.”며 “케이블카 안의 분위기가 거의 흥겨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일부 승객은 노래를 부르고 농담까지 했다는 것이다. 닥스는 “뉴욕 사람들, 참 대단하지요.”라고 말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소방직 노조’ 결성 움직임

    현행법으로는 금지된 ‘소방관 노조’를 만드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일고 있어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소방직 공무원 K씨는 “현행 공무원노조특별법이 소방직 공무원의 단체행동권과 단결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17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K씨의 대리인인 나라종합법률사무소 김경규 변호사는 “소방직 공무원들의 근로 3권 제한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단체행동권뿐만 아니라 단결권조차 박탈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그는 “소방직만 노조결성을 못하도록 막는 것은 평등의 원칙이나 근로자의 행복추구권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는 별도로 경기도 등 지역의 소방직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은숙 언론홍보국장은 “소방관 노조 설립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행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서 소방직은 검·경직, 교정직 등과 함께 노동조합의 결성·가입이 금지돼 있다. 직장협의회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일종의 사용자인 정부에 목소리를 낼 창구가 아예 봉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방직 노조는 다른 특정직과 형평성 문제가 걸림돌이다. 조성혜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 소원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소방직에 단결권을 부여하면 경찰과 군인 등 모든 6급 이하 공무원에게 노조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현재 소방직 공무원의 1인당 담당 인구는 평균 1700여명으로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600∼1000여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구조대원의 한달 평균 근무시간은 336시간, 실제 초과근무시간은 162시간에 이른다.하지만 수당이 지급되는 인정 초과근무시간은 평균 75시간에 그친다. 소방 파출소 근무자들은 “통계상으로도 최근 5년 동안 소방직 순직자가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56명으로 나타났다.”면서 “열악한 근무여건 등을 개선요구 등을 할 수 있는 노조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도 지난달 우리 정부에 ‘소방관이 스스로 선택에 따라 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주말탐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선 지금

    [주말탐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선 지금

    당신이 갈겨 쓴 메모 한 줄만 가지고 언제 쓴 것인지 맞힐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무심코 레이저 컬러프린터로 출력한 종이 한 장으로 당신의 프린터 종류와 출력한 시간까지 알아낼 수 있다면, 섬뜩하지 않은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층 화학분석과에서는 ‘시간을 되돌리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험관 안에 흩어져 있는 깨알 같은 점들은 바로 글씨가 씌어진 종이에서 떼어낸 시료. 연구실에서는 직경 0.5㎜의 시료 20여개를 가지고 글씨가 씌어진 시기를 알아내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펜의 잉크를 만들 때 넣는 용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휘발돼 씌어진 지 오래된 글씨일수록 적게 검출된다는 것. 하지만 시료를 초, 분 단위로 분석하는 정밀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고분자연구실의 홍성욱 실장 한 사람뿐이다.2003년부터 이 기법을 개발하기 시작해 2004년 첫 감정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200건에 대해 작성 시기를 판별해냈다. ●복사기에도 ‘지문´… 범인 딱 걸렸어 필적조사·위조지폐 감별·문서감정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국과수 문서영상과에서는 ‘복사기 지문(指紋)’을 통해 진급 관련 ‘괴문서’를 유포한 예비역 장교를 적발해 냈다. 지난해 10월 충남 계룡대 군인아파트 근처에 현역 대령이 장군으로 승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괴문서가 뿌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공조해 수사를 벌였다. 검경수사단은 용의자를 압축할 수 있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괴문서가 용의자의 복사기에서 복사됐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지 국과수에 의뢰해 왔다. 복사기를 통째로 들고 왔다. 문서영상과 나기현(32) 박사는 “복사기의 핵심 부품인 드럼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특정 복사기에서 복사된 종이는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모양의 점(흠점)을 갖게 된다.”면서 “괴문서에 나타난 몇 개의 점이 해당 복사기에서 사용된 것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나 박사의 결정적 분석으로 괴문서는 진급 예정자에 대해 평소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예비역 대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 성분으로 ‘식품 산지´ 콕 짚고 약독물 분석과 식품연구담당실에서는 성분 분석을 통해 가짜 양주와 가짜 참기름 등을 가려내고, 혈중 알코올 농도를 분석한다. 감정 건수는 보통 한 달에 20∼30건 수준이지만 수사기관의 기획 수사로 가짜 상품들이 무더기로 적발될 때는 한꺼번에 300건씩 감정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단골 의뢰 상품은 참기름. 옥수수 기름 등과 섞어 놓으면 향이나 맛에서는 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판가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참기름에는 참깨과 식물에만 들어있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분석을 통해 진위를 가려낼 수 있다. 현재 식품연구담당실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중국산 식품을 가려내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정상식품의 경우 원산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식품연구담당실은 지역마다 토양과 물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물을 구성하고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 함량비를 통해 식품의 산지를 알아내는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뺑소니범 피해자 봤나 못봤나도 알수있어 뺑소니 사고를 담당하는 교통공학과 분석연구실에서는 ‘마디모(MADYMO)’라는 프로그램을 교통사고에 적용해, 교통사고 상황을 3차원으로 재현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마디모’는 원래 자동차 범퍼에 가해지는 충격 등을 측정하기 위해 외국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분석연구실 박성기(41) 박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통사고 상황 재현에 적용하도록 개선했다. 이 프로그램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부상 정도와 사고 차량의 정보를 입력하면, 교통사고 상황이 3차원으로 파악된다. 교통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최초 사고 발생지점 등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분석연구실 손성건 실장은 “이 프로그램을 좀더 개발하면 운전자가 사고 당시 보행자를 인지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기용 유지혜기자 kiyong@seoul.co.kr ■ 아동11명 ‘얼굴없는 성폭행범’ 최면요법 검거 지난 2003년 평택과 아산에서 초등·중학생 11명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피해 아동들이 기억하는 것은 무서운 아저씨가 파란 트럭으로 끌고 갔다는 사실 뿐, 동일범이 분명한데도 사건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수사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과수 범죄심리과를 찾아 최면을 실시했다. “지금 당신의 손에는 상상의 리모컨이 있습니다. 범인은 당신을 보지 못하고 당신이 범인을 통제합니다.1,2,3까지 세다 범인의 얼굴과 주변의 물건이 가장 잘 보이는 순간에 멈춤버튼을 누르세요. 이제 그 장면을 기억의 카메라에 저장합니다.” 놀랍게도 피해 아동 중 2명이 최면요법을 통해 “끝자리에 둥근 모양의 숫자가 두 개 반복된다.”며 트럭의 차량번호를 거의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차량 안에 바퀴 하나가 빠진 빨간 자동차 모양의 방향제가 있었고, 범인의 신체 특정 부위에 점이 있었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수사진은 당장 비슷한 번호의 트럭으로 대상을 좁혔고 며칠 지나지 않아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국과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머리카락 한 올도, 감쪽같이 조작한 사진도 국과수에 오면 ‘딱’ 걸리기 마련이다. 국과수의 사건 해결담과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고성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육군 모 부대에서 발생한 K-2소총 2정과 실탄 700발, 수류탄 6발 도난 사고도 국과수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범인은 사건 발생 4∼6개월 전인 6월과 8월 각각 이 부대에서 복무하다 전역한 장모(23·예비역 병장)씨와 정모(26·예비역 중사)씨였다. 누구보다도 부대를 잘 아는 사람들이 저지른 ‘완전범죄’였지만, 무기고 주변 철조망에 남아있던 머리카락 한 올이 해결의 열쇠가 됐다. 국과수 분석 결과 밝혀진 범인의 혈액형은 A형. 이때부터 수사는 급진전돼 혈액형이 A형인 전역자들을 면밀히 검토하던 중 장씨와 정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육군 장성진급 비리사건도 국과수가 해결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진급 심사 비리를 폭로하는 문건이 뿌려진 데서 출발한 수사는 결국 2004년 10월5일부터 8일까지 진급 심사가 있었던 회의실의 CC(폐쇄회로)TV 검증으로 이어졌다. 군검찰은 육군본부에서 증거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나, 육군본부는 진급심사 장면을 녹화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난처한 상황에 몰린 군검찰은 결국 CCTV 전체를 국과수로 보내 조작 여부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 문서영상과에서는 “여러 차례 실험 결과 ‘육군장성진급 심사’가 있었던 당시 CCTV에는 녹화가 됐고 하드디스크(녹화저장자료)도 바뀌었다.”는 소견을 발표했다. 문서영상과 이중(37) 박사는 법정 증언에서 “해당 CCTV 시스템은 기계가 작동해 녹화를 할 때 항상 시스템 로그 파일이 생기는 동시에 디버그 로그 파일도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육군의 CCTV에는 시스템 로그파일은 존재하나 디버그 로그 파일은 없었다.”면서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 약독물 분석과 식품연구담당실에서는 가장 먼저 2000년대 초반에 가짜로 의심된다고 의뢰가 들어온 동충하초를 분석하다 난데없이 본드 성분이 나와 당황했던 일화를 떠올렸다. 알고 보니 곰팡이를 누에에 접종해 동충하초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 그냥 누에에 곰팡이를 본드로 붙인 것. 비슷한 시기에 당뇨에 좋다고 인기를 끌었던 누에 가루에 뽕잎 가루를 섞어 양을 늘리고 속여 팔았던 일당도 연구팀 분석으로 꼬리가 잡혔다. 연구팀은 숯가루를 넣은 칡냉면, 공업용 알코올과 캐러멜 색소를 섞어 만든 가짜 양주 등도 밝혀냈다. 유지혜 김기용기자 wisepen@seoul.co.kr ■ 한국 과학수사 CSI도 깜짝? “현장을 철저히 보존하라. 과학수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경찰의 과학수사 요원들은 한결같이 이 부분을 강조한다.119구조대 대원이나 경황이 없는 가족들이 현장을 흐트려 놓으면 현장에서 대부분 단서를 취득하는 과학수사가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한 과학수사 요원은 “현장이 흐트러져 있으면 ‘김이 샌다.’”고 했다. 경찰이 구조대원을 교육시킬 때 ‘지혈한다고 커튼을 찢지 말라.’‘현장에 놓여있는 물을 먹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과학수사의 핵심은 지문과 유전자(DNA) 분석. 요즘은 지문채취 기법이 발달해 썩은 피부도 뜨거운 물에 3초 동안 담갔다가 한꺼풀 벗기면 뜰 수 있다고 한다. 단백질이 굳어져 지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쓰나미사건 때 시체 신원확인에 유용하게 쓰였다. 분말이 많이 쓰이지만 액체시약을 이용해 종이에서 지문을 뜨는 법도 개발됐다. 고운 섬유에서도 마찬가지다. 산화철을 이용해 스티로폼에서 지문을 뜨는 기법도 개발돼 있다. 지문채취법의 압권은 피살자 피부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 미국에서 개발돼 국내에서도 시험하고 있다. DNA 감식은 정액은 물론 침, 머리카락, 혈액에서 모두 가능하다. 뼈나 땀에서도 DNA가 나오고 있다. 대전 ‘원조발바리’도 그의 아들이 버린 담배꽁초에 묻은 침의 DNA를 분석한 뒤 피해 여성에게서 검출한 것과 대조해 검거했다. 몸속의 정액은 72시간 동안 남는다. 올해 초 발생한 천안 연쇄살인사건의 한 피해자에게서 정액이 검출됐으나 범인의 것인지, 사망 전 관계한 다른 남자의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경찰관들이 주로 사용하는 과학수사 장비는 음모를 빗을 때 쓰는 빗, 면봉, 가위 등이 들어있는 현장종합감정세트와 잘 안 보이는 신발자국이나 차바퀴 흔적을 뜨는 족·윤적감정시스템, 얼굴 샘플이 수없이 들어가 몽타주 그릴 때 참조하는 몽타주 그래픽 등이 있다. 과학수사 요원들은 시장에 틈나면 가서 새로 나온 신발 바닥을 찍어오고 있다. 과학수사기법은 지문채취에서 유전자분석으로 옮겨가고 있고 구더기와 알 등 곤충을 활용하는 법도 늘고 있다. 경찰은 CCTV에 찍힌 얼굴과 주민등록 사진의 일치 여부를 판독하는 ‘얼굴인식시스템’ 개발이 끝나면 과학수사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CSI’ 등 드라마에서 과학수사 요원이 범인검거에 나서거나 지문이 겹치는 등의 내용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장비도 뒤지지 않지만 범인검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과학수사요원 선발·양성은전문적인 과학수사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말고도 경찰과 경찰도 자체 과학수사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경찰은 과학수사 요원을 경찰관 중에서 선발하고 있다. 보통 지원을 받지만 ‘일방적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에서는 혼자 맡는 경우가 많아 힘들기 때문에 과학수사 요원이 되길 꺼린다. 그래서 신참 경찰을 뽑아 보내는 경우가 흔하다.”고 귀띔했다. 선발된 과학수사 요원은 3단계(초중고급) 교육을 받는다. 초급과정은 국과수에서 감식과정을 견학하고 2∼3일간 지방청을 돌면서 교육을 받는다. 중급은 2주 정도씩 서울에 있는 수사보안연구소에서 지문채취 등 종합적인 과학수사 기법을 배우게 된다. 고급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운다. 분야는 지문채취, 화재감식, 거짓말탐지기 등 10여개로 교육기간이 짧게는 2∼3주에서 3개월까지 있다. 거짓말탐지기 다루는 기법처럼 자격증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이후 한국가스공사 등 전문분야 관련 기관에 1주일 정도씩 위탁교육을 시킨 뒤 실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특채하는 분야도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분석 프로파일링 요원을, 간호사 등을 상대로 현장에서 시체를 검시하는 요원을 선발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석·박사 학위자를 뽑는다. 연구직 공무원이다. 현재 240명이 이 연구소의 법의학 및 법과학 분야에서 감식 업무를 맡고 있다. 법의학은 부검, 유전자분석, 문서감정,CCTV분석 등이 있고 법과학은 마약과 전기(화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전문의를 비롯, 유전자 및 화학·전기공학도가 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으나 의사들은 낮은 보수와 과중한 업무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실정이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일부 대학에 과학수사 관련 전공이 있고 경찰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요원을 뽑고 있다. 이동주 충남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요원을 채용하는 시책이 필요하며 인력을 확충하고 장비도 더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샌프란시스코 지진은 끝나지 않았다

    ‘자연 재앙의 테마 파크’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가 오는 18일이면 1906년 대지진을 겪은 지 100년이 된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는 17일자 최신호에서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진도 7.8의 지진으로 3000∼5000명이 사망한 지 10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예방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1906년 4월18일 오전 5시12분 샌프란시스코를 덮친 지진으로 40만명의 주민 가운데 22만 5000명이 집을 잃었다. 유진 슈미츠 시장은 경찰과 군대에 “약탈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렸다. 실제 약탈 사례는 일어나지 않았다. 흑인과 중국 남자들이 보석을 훔치기 위해 여성의 손가락을 자른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횡행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직후의 뉴올리언스와 다를 바 없는 지옥이었다. 지진 직후 도시의 절반을 태운 3일간의 화재는 서풍으로 잠잠해졌고, 비가 오면서 마침내 사그라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1915년 ‘파나마-태평양 국제 엑스포’를 치르면서 재건에 성공했음을 과시한다. 과학자와 지질학자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하여 재난을 연구하고, 내진 설계 상수도를 위한 채권도 발행한다. 화재진압용 수조도 주요 거리 모퉁이마다 설치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얻은 교훈은 부족했다.1989년 진도 6.9의 지진으로 67명이 사망했다. 오클랜드 고속도로의 고가가 무너지고,2층 해변다리도 붕괴됐다. 부러진 송수관은 샌프란시스코의 자랑스러운 상수도를 마비시켰다. 미국 지질학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 2032년까지 진도 6.7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62%나 된다. 금문교, 케이블카와 함께 도시의 상징인 해안가의 지반 취약 지대에 세워진 아이스크림 색깔의 주택은 지진이 일어나면 모두 붕괴되고 말 것이다. 해안가 주택지대를 받치고 있는 모래 또는 탄탄하지 않은 지반층은 지진이 발생하면 흐르는 젤리처럼 변하고, 도로와 집들이 빨려들어 사라진다는 것이 지진학자들의 예측이다.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캘리포니아주 주민 2200만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델타 제방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1989년 지진으로 무너진 해변 다리는 아직 재건되지 않았다. 지진학자들은 지진이 일어나면 금이 간다고 경고한 지하철 터널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래도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재난에 대비한 긴급 시민 구조대 9000명을 조직하는 등 스스로 살아남을 길을 준비하고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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