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질량 팩스=모사 교대=대거리/남북한 산업·경제용어 크게 달라
◎교역 관계자 의사소통 혼란 잦아
분단 반세기에 걸쳐 남북한 주민들의 언어생활의 이질감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즉,북한에서 도시락을 「곽밥」으로,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로 지칭하는 것등은 이미 구문에 속하는 것이다.
특히 근래에 들어서는 일상 생활용어 뿐만 아니라 경제·산업 용어의 차이도 두드러지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교역과 대북 투자타당성 조사등 남북경협 과정에서 남북 양측 관계자들이 의사소통에 혼란을 경험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남북간의 경제용어의 차이를 몇가지 유형별로 소개한다.
우선 남한말이 전통적인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고 있는 반면 북한은 평양말을 이른바 문화어로 삼는데 기인하는 산업용어의 격차다.이를테면 남한에서 쓰는 품질,선적,서류,(작업)교대등을 북한에선 질량,적선,문건,대거리등으로 지칭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우리측의 냉장고,잔돈,서명(하다) 따위를 북측에서는 냉동고,부스럭돈,수표(하다)로 통용되고 있다.
둘째,우리측이 영어로된상품명이나 경제용어를 많이 쓰고 있는 반면 북한측은 우리에겐 다소 생경한 「북한식」 순 우리말 산업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우리측이 봉제라인,바이어,체크무늬로 부르는 것을 북한에선 흐름선,주문자,격자무늬 등으로 통칭하고 있다.남한에서 보편적인 주스,싱크대,도넛,원피스등이 북쪽에선 과일단물,가시대,가락지빵,나리옷 등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과일주,필터담배,볼펜,팩스등도 북한에선 우림술,려과담배,원주필,모사 등으로 바꿔불러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셋째,구소련과의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에서 러시아어나 그 영향을 받은 경제·산업용어가 많다는 점도 이질감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북한에선 컨테이너가 그룹이 그루빠로,꼰떼나로,트랙터가 뜨락또르로 불리고 있다.
따라서 남북간에 경제용어의 통일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계약서 작성시 경우에 따라서 별도의 용어 정의 조항을 마련해 법률용어는 물론 일반 경제용어의 차이로 인한 투자리스크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