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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미·러 헬싱키 정상회담/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러 헬싱키 정상회담/이순녀 논설위원

    지난 6월 12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만에 또 한번 정상회담 빅이벤트를 갖는다. 16일(현지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다. 지난해 7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따로 만남을 가지긴 했지만 공식적인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정보원들과 내통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의 조사가 진행 중인 데다 시리아 사태, 우크라이나 내전, 핵무기 감축,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첨예한 난제들이 많은 만큼 이번 회담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한때 ‘트럼푸틴’이라고 불릴 정도로 남다른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트럼프와 푸틴은 러시아 게이트와 시리아 사태 이견 등으로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 3월 푸틴이 4선 연임에 성공했을 때 트럼프가 축하 메시지를 보내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관계 진전의 실마리가 풀렸다. 회담은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열린다. 28년 전인 1990년 9월 조지 H W 부시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비에트연방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논의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중립국인 핀란드는 여러 차례 미국과 러시아(구소련) 정상 간 만남의 장소로 활용돼 왔다. 1975년에는 제럴드 포드 미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회동해 각국의 영토·주권 존중과 무력 사용 자제 등을 담은 헬싱키 협약을 이끌어 냈다. 1997년 3월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이곳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을 논의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회의적이었던 미국 정계는 이번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푸틴은 잘 훈련된 KGB 요원으로 잘 대비해서 회담에 참석할 것”이라며 “일대일 접촉을 자제하고 고위급 인사들이 배석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즉흥적인 트럼프가 배석자 없는 단독 회담에서 치밀한 푸틴에게 당할 위험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는 같은 날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친구냐, 적이냐 묻는데 지금은 경쟁자”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떠들썩한 만남 이후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비핵화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는 트럼프가 푸틴과의 회동에선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中 항모굴기 발목잡는 ‘짝퉁 리스크’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中 항모굴기 발목잡는 ‘짝퉁 리스크’

    미국이 글로벌 헤게모니를 쥐고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고 있는 원동력은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그 군사력의 핵심은 누가뭐라해도 항공모함 전단이다. 10만 톤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의 군함에 60~80여 대에 달하는 고성능 전투기가 가득 실려있고, 이러한 항모를 최첨단 이지스함 4~6척과 핵잠수함이 호위한다.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항모전단이 갖는 절대적 위력 때문에 중국도 항모굴기에 한창이다. 미국에게 패권 경쟁 도전장을 낸 중국은 태평양 지역에서의 미 해군력을 따라잡기 위해 항모전단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제 고철 항모를 개조한 랴오닝함에 이어 자체 개발한 Type 001A형 항공모함을 최근 진수시켰고, 현재 건조 중인 Type 002와 Type 003 항모는 미국 최신 항모와 동일한 전자식 항공기 사출장치(EMALS : 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를 탑재한 85,000톤급 이상의 대형 항모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적어도 4척의 항모를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호위세력도 착착 준비되고 있다. ‘중국판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Type 052D 구축함은 불과 5년 사이에 13척이나 진수됐고, 13,000톤이 넘는 차세대 대형 구축함 Type 055는 2년만에 4척이 진수됐다. 이보다 작은 4,000~5,000톤급 호위함은 현재까지 30척이 넘는 수량이 취역했거나 진수됐고 앞으로 몇 척이 건조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건조되고 있다. 항모와 호위전력은 착실히 준비되고 있지만 문제는 함재기다. 항공모함의 전투력은 대부분 함재기에서 나온다. 함재기 없는 항모는 단지 떠다니는 비행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별 가치가 없다. 지금 중국 항모들이 그렇게 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항모 탑재용 전투기 J-15가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양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중국인민해방군 공군 부사령원 장홍허(张洪贺) 중장의 발언을 인용, 중국해군이 J-15 프로그램을 사실상 중단하고 대체기로 FC-31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J-15 사업을 중단한 것은 이 전투기가 사실상 실패작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된 J-15 전투기 추락 사고는 2건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4대 이상 추락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생산된 J-15의 20%에 달하는 수량이다. 시험평가 기체가 아닌 양산형 기체의 사고 손실율이 이 정도라면 사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놀라운 것은 J-15가 신규 개발된 중국 고유의 모델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항모 취역을 준비하면서 러시아제 Su-33 도입을 추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구소련 시절 Su-33을 설계했던 우크라이나 소재 연구소에 접근해 Su-33의 프로토타입 T-10K-3 설계도를 빼돌렸다. T-10K-3 설계에 중국이 Su-27SK를 불법복제하면서 만들어낸 부품을 조합해 개발한 것이 바로 J-15였다. 중국은 J-15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뼈대가 된 Su-33은 항공모함용 공중전 전투기 가운데 최강으로 평가받는 기종이었고, 항공전자장비는 마찬가지로 최강의 공중전 전투기 중 하나인 Su-27의 시스템을 모방했기 때문이었다. 미 해군의 F/A-18을 능가하는 최강의 함재 전투기를 기대했던 중국해군의 꿈은 얼마 안가 깨졌다. J-15는 배치 초기 단계부터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엔진이었다. 러시아제 엔진을 베낀 중국산 엔진은 추력 자체도 오리지널의 70% 수준에 불과했을뿐더러 신뢰성이 형편없었다. 비행 중 심한 진동이 발생했고 수시로 시동이 꺼지기도 했다. 중국은 실전배치된 기체의 엔진을 중국산 대신 러시아제 오리지널인 AL-31 계열로 바꿨다. 그러나 사고는 계속됐다. 지난 2016년 4월 또 한 대의 J-15가 추락했고, 이 전투기를 몰았던 젊은 비행장교 장차오(张超) 상위가 사망하고, 연이어 베테랑 조종사 차오시엔지엔(曹先建) 상교(上校·대령급)가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차오 상교는 두 차례의 대수술을 이겨내고 419일만에 퇴원해 부대로 복귀한뒤 불과 70일 만에 J-15 조종간을 다시 잡고 사고 원인 분석에 나섰다. 얼마 뒤 차오 상교는 J-15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차오 상교는 카나드(Canard)가 있는 Su-33과 그렇지 않은 Su-27의 조종계통은 완전히 다른데 J-15는 Su-33의 설계를 가지고 만든 기체에 Su-27을 모방한 J-11B의 비행제어 시스템을 결합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즉, 애초에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지적에 따라 중국은 J-15 추가 양산을 중단하고 대체기 개발에 나섰다. 결함투성이 J-15를 대체할 차세대 함재기는 센양항공기제작공사(沈飛航空博覽園)가 개발한 FC-31의 함재형으로 결정됐다. 중국해군은 J-15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존 FC-31의 설계를 완전히 변경해 항공모함 운용에 최적화된 기체로 함재형 FC-31을 개발하고 있다. 함재형 FC-31은 원형에 비해 주익과 수직미익이 더 커졌고, 이에 따라 기체 크기도 1m 이상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식 사출장치를 이용한 이함과 강제착함장치를 이용한 착함을 위해 랜딩기어와 어레스팅 후크 등도 갖춰질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이미 진수시킨 2척의 항공모함은 전자식 사출장치가 아닌 스키점프대를 이용하므로 이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는 파생형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완성기 판매 및 기술이전 거부로 개발 전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을 겪다가 결국 실패로 끝난 J-15와 달리 FC-31 함재형의 미래는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다. 전투기 개발에 있어 중국이 가장 취약한 엔진 문제를 러시아가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FC-31 탑재용으로 RD-93 엔진을 중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카피한 WS-13 엔진의 개발도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 향후 대량 수출이 예상되는 FC-31의 부품 일부를 공급해 이익을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FC-31의 함재형이 이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조기 전력화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J-15가 Su-33을 잘못 베꼈다가 실패했듯 FC-31 역시 미국 기술을 빼돌려 개발한 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부품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어 개발이 성공할지 여부도 불투명할뿐더러, 이미 비행 중인 시제기에서 몇 가지 심각한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항공전문가 루벤 F. 존슨(Reuben F. Johnson)은 FC-31의 데모 비행 영상을 분석해 이 기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슨은 “FC-31은 기체 설계 결함으로 추력 손실이 심각해 고도를 유지하며 수평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기체 내부에 연료와 무장을 싣게 되면 이 같은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함재형 전투기로 FC-31을 사실상 재설계해 완전히 새로운 형상으로 만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중국은 이미 2척의 항모를 바다에 띄웠고, 2척을 더 건조 중이다. 과거 중국 전투기 개발 사례를 보면 개조개발에 3~5년 이상, 신규 개발에 10~15년 이상이 소요됐다. FC-31 함재형은 빨라도 2020년대 초반, 늦으면 2020년대 후반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4척이 등장할 중국 항모들은 함재기 없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외국 기술을 베껴 개발한 함재기들은 온갖 결함에 시달리며 양산과 개발이 지연되고 있고, 외국 항모를 고철로 사다가 개조한 항모와 이를 개량해 건조한 항모는 설계 오류와 자재 불량 등의 문제로 배치 초기부터 내구성과 안전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중국은 이러한 ‘짝퉁 리스크’를 극복하고 미국에 대적할 항모굴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자주국방네트워크 ) finmil@nate.com
  • 스타워즈 현실화?…中 ‘레이저 소총’ 테스트 영상 공개

    스타워즈 현실화?…中 ‘레이저 소총’ 테스트 영상 공개

    최근 국내에서도 보도돼 화제가 된 레이저 소총의 실제 테스트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레이저 소총 'ZKZM-500'의 제작사가 관련 테스트 영상을 공개하며 의혹을 일축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구소련의 대표적인 AK-47 소총과 모양이 비슷한 이 총의 이름은 ZKZM-500. 이 레이저 소총은 최대 1㎞ 거리에 있는 물체를 타격할 수 있어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레이저총의 현실판으로도 보인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사람에게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피부 조직을 태워 큰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SCMP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로 작동되는 이 레이저 소총은 15㎜ 구경으로, 무게는 3㎏, 조준 사거리는 800m다. 레이저 소총의 개발사는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성 소재 ‘중국 과학아케데미 광학·정밀기계 연구소’로 향후 인질범 구출 작전 등 대테러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소식이 SCMP에 처음 보도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으나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레이저 총의 성능이 매우 과장됐다는 것. 이에 연구소 측은 지난 5월 실시된 테스트 영상을 공개하며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실제 공개된 영상을 보면 소리나 육안으로는 레이저가 발사되는 것을 알 수 없으나 타깃이 불에 타는 것은 확인된다.  연구소 측은 "이 총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레이저 소총"이라면서 "향후 레이저 대포와 드론용으로도 개발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 소총과 같은 위력을 갖고 있지 않아 비살상용 무기지만 당국에 엄격한 통제 하에 생산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씨줄날줄] 난민 포비아/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난민 포비아/이두걸 논설위원

    “그 사람들(예멘 난민) 중에서 이슬람국가(IS)나 극렬 이슬람주의자 테러리스트가 없다는 걸 누가 보증합니까.”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인권국가로 최선의 지원을 해 줘야 합니다.”(이상 청와대 국민청원 글)요즘 제주도는 지금까지 없었던 이슈로 뉴스의 중심에 섰다. 바로 난민 문제다. 5월 말 기준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519명이다. 42명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벌써 12배가 넘었다. 지난달 2일에는 말레이시아로부터 예멘인 76명이 한꺼번에 입국하기도 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로 탈출한 뒤 90일 체류 만료 시점에 제주행 항공기에 몸을 싣는다. 제주도 역시 3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고, 이후에는 난민 신청을 한다. 국내 난민법은 난민자가 난민 신청을 하면 인정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국내 체류를 허용한다. 예멘 난민자가 느는 것은 불안정한 자국 정세 때문이다. 산유국이자 아덴이라는 세계적인 항구를 보유한 국가임에도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처럼 남북으로 분단돼 있던 예멘은 1990년 무혈 통일을 이뤘지만 ‘화학적 통합’과는 거리가 멀었다. 1994년 다시 내전에 돌입해 북예멘 중심으로 통일을 이룬 뒤에도 수니파와 시아파 이슬람 종파 간 분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주변국의 대리전으로 2015년 내전이 재발하면서 지금까지 1만여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이 부상을 입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예멘 난민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은 어제 참여자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자는 “난민 신청을 받아 그들의 생계를 지원해 주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무사증을 이용해 난민 신청을 하려는 이들이 많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브로커까지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난민에 우호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1994년 이후 공식적으로 한국에 온 난민은 3만 2000명이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는 800명에 그친다. 한때 우리는 난민 수출국이었다. 중국과 일본, 구소련에 머문 380만 우리 동포는 구한말부터 시작해 일제강점기 등에 이주했다. 요즘으로 치면 ‘난민’이다. 때론 합법적이면서 강제적이었고, 때론 불법적이며 자발적이었다. ‘우리 모두 난민의 후예’라는 표현이 문학적 수사에만 그치지 않는 까닭이다.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douzirl@seoul.co.kr
  • [오늘의 경제 Talk 톡]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북한, 폴란드 등 구소련 체제의 사회주의 국가 및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철도협력기구로, 서유럽 중심의 제철도수송정부간기구(OTIF)와 함께 세계 양대 국제철도협약으로 꼽힌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잇는 대륙 철도 운행에 참여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한국은 최근 북한의 찬성에 힘입어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화성 탐사가 풀어줄 궁금증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화성 탐사가 풀어줄 궁금증

    2015년 개봉돼 큰 화제를 모은 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 중 낙오한 우주인이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지구에서 5784만㎞ 떨어진 행성에 고립된 주인공의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황량한 풍광을 배경으로 실감나게 묘사됐다.수성, 금성과 더불어 지구형 행성 중 하나로 꼽히는 화성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지름 6800㎞로 지구 절반에 해당하는 크기를 갖고 있고, 지구 중력의 38%에 불과한 화성의 내부 구조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화성에 대한 인류의 탐사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 미국 매리너 4호가 근접 촬영한 화성 사진이 지구로 전송되면서 화성의 모습이 인류에게 처음 공개됐다. 이후 구소련, 유럽연합, 미국에서 발사한 탐사선들이 다양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탐사선 ‘큐리오시티’는 카메라 17대와 2.1m의 로봇팔을 갖추고 초속 4㎝로 움직이며 여러 조사를 수행했다. 약 1년 동안 화성 표면을 이동하며 찍은 총 2만 6700여장의 사진이 지구로 전송됐다. 또 5㎝가량의 지표 굴착을 통해 암석과 토양의 광물화학적 특성도 분석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5월 5일 새로운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를 발사했다. 인사이트는 오는 11월 말 화성 적도 지역 평원에 착륙할 예정이다. 이번 화성 탐사선은 그간의 탐사 목적과는 달리 새로운 장비들을 갖춘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전 탐사선이 물과 생명체 흔적을 찾는 조사에 역점을 두었다면 인사이트는 지진학, 측지학, 열류량 연구를 통한 지구형 행성의 성장과 진화에 관한 이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사이트에 탑재된 지진계는 화성 표면에 설치돼 화성에서 발생하는 지진 정보를 기록하게 된다. 이 지진계는 화성 표면과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충격을 기록할 것이다. 지구와 같은 판구조 운동 여부와 운석 충돌 빈도에 관한 정보는 기본이다. 관측된 지진파를 통해 행성 내부 구조도 이해할 수 있다. 지구에 비해 대기 밀도가 훨씬 작은 화성에서 일어나는 기상 현상에 대한 실마리도 지진파 배경 잡음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로봇팔 형태의 탐지기를 지표 하부 5m 지점까지 넣어 지표로 전달되는 시간당 열 전달량을 측정할 예정이다. 이 열류량을 통해 화성 핵 내에 존재하는 방사성동위원소의 구성 비율과 화성 생성 초기에 축적된 열 에너지양을 추론할 수 있다. 이것은 화성을 포함한 태양계의 생성 초기 환경을 알려 주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성 내부의 열류량 분포를 통해 지구와 같은 맨틀 대류나 판구조 운동의 존재 유무도 함께 알아낼 수 있다. 인사이트 외관에 설치된 라디오 안테나는 지구와 교신하며 화성 표면의 변형 정도를 측정한다. 이 측지 기술은 수㎝의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다. 액체 상태의 핵이 존재하는 경우 공전 궤도상 위치 변화에 따라 액체 핵과 외곽의 고체 암석권 운동량의 차이가 발생하고 화성 북극축의 흔들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북극축 흔들림의 크기를 통해 액체 핵의 크기를 추론하고 화성의 약한 자기장 형성 원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사이트 탐사를 통해 행성으로서 화성의 진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화성 탐사의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행성으로서 화성이 겪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관측해 우리 지구가 맞이하게 될 미래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 내부 구조는 우리 지구가 겪어야 할 미래일 수 있다. 인사이트의 활동 기간은 화성력 1년, 지구력 2년가량으로 보고 있다. 화성 탐사를 통해 화성뿐만 아니라 행성으로서 지구의 생성, 성장, 진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 시대를 열고 있는 인간의 활동 영역이 우주로 확대되고 있다.
  • 트럼프-김정은, ‘세기의 협상’ 위해 오늘 싱가포르 입성

    트럼프-김정은, ‘세기의 협상’ 위해 오늘 싱가포르 입성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싱가포르에 도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캐나다 퀘벡에서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께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싱가포르로 출발했다. 싱가포르 현지시간 오후 8시쯤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시간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김 위원장도 이날 오전 평양에서 싱가포르로 출발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시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일정 계획에 관여하고 있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번 일요일(10일) 싱가포르 창이(樟宜) 국제공항에 도착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북미정상회담 실무조율을 위해 방북했던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도 앞서 전날 귀국길에 들른 경유지 베이징에서 중국 CCTV에 “두 정상이 24시간 뒤에 차례로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김 위원장이 어떤 항공편을 이용해 싱가포르로 이동할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구소련산 ‘일류신(IL)-62M’을 개조한 참매 1호는 도입 한 지 30년이 넘은 노후 항공기라는 점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를 임차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 그렇게 될 경우, 김 위원장의 항공기는 전날 평양을 출발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에어차이나 소속 CA60편의 항로와 거의 비슷한 경로로 운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실무 대표단을 이끄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선발대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 CA60편은 평양에서 중국 상공을 가로질러 경유없이 10시간을 직항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차례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두 정상 모두 정상회담 날짜보다 이틀 먼저 싱가포르에 도착한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 접촉을 진행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당초 싱가포르에 체류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G7 회의 참석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4시간 정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머무를 숙소도 지근 거리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각각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유력시 되고 있는 세인트레지스호텔과 샹그릴라 호텔은 직선거리로 불과 570m 떨어져 있다. 양 정상 일정과 별도로 최 부상 등 북측 실무대표단은 이날 싱가포르 모처에서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끄는 미측 대표단과 막바지 의제 조율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를부탁해]남북정상의 진한 인사는 ‘형제의 포옹’이었다

    [뉴스를부탁해]남북정상의 진한 인사는 ‘형제의 포옹’이었다

    스위스 유학파라서 볼 뽀뽀 ‘비쥬’?동지애·우정 상징하는 ‘형제의 포옹’김정은, 2번 만난 시진핑과는 포옹 안 해김정일은 2000년 남북회담 때 DJ와 포옹‘40년 우정’ 김일성과 덩샤오핑도…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26일 토요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습니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핫라인(직통전화) 통화도 건너뛰고 한 달 만에 다시 성사된 남북 정상의 만남에 전 세계가 놀라워했습니다.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2시간가량 회담이 끝난 뒤 남측으로 돌아가는 문 대통령을 환송했습니다. 온 얼굴에 환한 웃음을 피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가 그것만으론 안 되겠다는 듯 와락 문 대통령을 안았습니다.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번갈아가며 3번을 포옹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처 예상치 못한 김 위원장의 인사에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따뜻한 포옹을 나눴습니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프랑스에서 유래한 인사법인 비쥬(Bisous·볼 뽀뽀)로 문 대통령에 친근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비쥬는 상대방과 양쪽 볼을 번갈아 맞대는 인사법입니다. 뺨에다 입을 맞추진 않고 입으로만 ‘쪽’ 소리를 내는 것이 예의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 비쥬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혈연관계나 친한 친구 사이에서 주로 하는 친밀함의 표현입니다. 남자들끼리는 비쥬를 거의 하지 않지만, 격의 없이 친한 사이에서는 하기도 한답니다.오른쪽 볼부터 시작해 왼쪽 볼까지 각 1번씩 2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비쥬이지만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3번 이상 볼 키스를 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3번 포옹하는 비쥬 인사를 한 것은 김 위원장이 어릴 때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공부한 유학파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 기사와 사진, 동영상 자료를 뒤적여봤습니다. 그 결과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파여서 포옹 인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하나씩 차근히 설명해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베일에 싸인 은둔의 지도자였습니다. 2012년 공식 집권 이후 6년간 북한 밖을 벗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가 만난 외국 정상은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명뿐입니다.올 들어 2번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공식석상에서 악수만 했을 뿐 포옹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3월 26일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그리고 지난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2차 북·중 회담을 가졌을 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이 공개한 편집 영상에서 두 정상은 여러 차례 만나 3~5초간 양손을 포개어 잡고 있긴 했지만 그 이상의 스킨십은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떠날 때에도 담백하게 악수만 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일 방북했을 때,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두 차례 평양을 찾았을 때에도 악수로 맞이하고 배웅한 바 있습니다. 볼 키스나 포옹 등의 친밀한 표현은 조선중앙TV 영상 속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그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잇달아 세 번 껴안았으니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지나친 해석은 아닐 겁니다. 일부에서는 남북 정상의 별명을 들어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 삼촌’과 ‘으니(김 위원장을 지칭) 조카’의 애정표현이라고 하더군요. 실제 삼촌과 조카뻘만큼 나이 차(31세)가 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비쥬식 포옹을 나눴습니다. 판문점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기념 촬영을 위해 잡은 손을 위로 들어 올렸던 남북 정상은 문 대통령의 제의로 2번 연달아 포옹했습니다.역대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포옹 인사는 자주 있었던 일입니다.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조부인 김일성 국가주석도 동맹국가 정상들과 만날 때 진한 포옹으로 우정을 과시했습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을 먼저 예로 들어볼까요. 2000년 6월 13일,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정일 전 위원장이 직접 맞이했습니다. 붉은색 꽃 장식을 흔드는 평양시민들과 도열한 북한군 의장대를 배경으로 두 정상이 환한 얼굴로 손을 마주 잡고 오랫동안 흔들었던 장면이 아마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2박 3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김 전 대통령이 서울로 돌아갈 때, 두 남북 정상은 세 번 연속 포옹 했습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은 “또 만납시다”라며 김 전 대통령을 떠나 보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세 번 껴안으며 뺨을 맞대는 인사로 친밀함을 과시했고,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은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중국 최고지도자와 교류했는데 역시 진한 세 번 포옹으로 우정을 쌓았습니다. 특히 김 전 주석과 덩샤오핑 전 주석과의 관계는 조선중앙TV가 제작한 기록영화를 보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1953년 이후 1991년까지 수십 차례 만날 때마다 포옹 인사를 나눴습니다. 김 전 주석은 41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덩 전 주석은 5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했습니다.중국의 시사주간지 ‘세계지식’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은 1991년 10월 5일이었는데 구순을 앞두고 공직을 떠난 덩 전 주석은 만나자마자 김 전 주석을 뜨겁게 포옹하며 오랜 친구를 반갑게 맞이했다고 합니다. 특히 두 사람은 그냥 포옹만 하지 않고 뺨과 뺨을 맞대는 비쥬식 인사도 했습니다. 김 전 주석이 1994년 7월 사망하고 덩 전 주석이 2년 뒤인 1997년 2월 세상을 떠나면서 두 사람의 각별한 우정도 끝을 맺었습니다. 이전에도 북한 지도자들이 포옹이라는 외교적 인사를 통해 다른 국가 정상과 우애를 표현한 점에 미뤄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껴안은 것은 스위스 유학파여서라기보다는 선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한 장의 그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동쪽에 있는 벽화 말입니다. 중년의 서양남성 두 사람이 진하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그래피티로 표현한 ‘신이시여, 이 치명적인 사랑에서 저를 구원하소서’(My God, Help Me to Survive This Deadly Love)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79년 10월 초 동독 정권 수립 30주년을 맞아 동독을 방문한 뒤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 반가운 나머지 키스로 인사한 장면을 그린 것이지요. 볼 키스와 포옹은 사회주의 국가권의 독특한 인사입니다. ‘형제의 키스’(fraternal kiss) 또는 ‘형제의 포옹’(fraternal embrace)이라고 부릅니다. 공산주의 국가 정상들이 특별한 유대관계를 드러내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동지애를 표현할 때 쓰는 인사법입니다. 형제의 키스는 양쪽 뺨을 번갈아가며 3번 맞대는 행동입니다. 볼에 입을 맞추지는 않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정말 가까운 사이라면 볼에 입을 맞추기도 한답니다. 형제의 포옹은 3번의 진한 포옹을 뜻하는데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하되 볼을 맞대지는 않습니다. 이 방법은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 정상들이 주로 쓰는 인사법입니다. 냉전기간 중국, 북한 등 아시아 사회주의권 국가 정상들이 유럽, 쿠바처럼 스킨십 문화가 있는 정상들과 교류하면서 형제의 포옹은 받아들이되 볼 키스는 뺐다는 게 대체적인 추측입니다. 1990년대 들어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하면서 형제의 키스 문화는 사라졌지만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에는 이런 풍습이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형제의 키스 또는 형제의 포옹은 19세기 중반 노동자 계급의 투쟁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공산주의자들이 유산계급을 상대로 벌인 험난하고 외로운 투쟁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동지애를 표현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인사였던 것입니다. 평등과 형제애, 연대와 결속의 상징을 뜻하는 형제의 포옹은 유럽식 인사법인 비쥬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김 위원장이 ‘형제의 포옹’을 문 대통령과 나눴다는 것은 남북이 그만큼 이념을 뛰어넘을 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어쩌면 ‘혈맹’ 관계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보다 더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담화가 ‘형제의 포옹’으로 한껏 더 와 닿습니다. 우리는 세계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인 만남을 앞두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인사를 나누게 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파죽의 4연승…‘대어’ 러시아도 잡았다

    파죽의 4연승…‘대어’ 러시아도 잡았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 10위)이 중국(1위)에 이어 ‘두 번째 대어’ 러시아(5위)를 낚았다.대표팀은 23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주차 러시아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9 25-14 25-17)으로 완파했다. ‘천적’ 러시아를 3-0으로 꺾은 것은 1978년 구소련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이후 40년 만이다. 1패 뒤 4연승을 달린 한국은 1·2주차 합계 4승1패(승점 11)로 목표인 8승의 절반을 달성해 남은 경기에서 한층 여유를 갖게 됐다. 평균 신장 186㎝로 한국(180㎝)보다 6㎝나 큰 ‘장신 군단’ 러시아를 상대로 힘든 경기가 예상됐지만 안정된 서브 리시브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격을 펼쳐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에이스 김연경이 양팀 통틀어 최다인 21점을 쓸어 담으며 공격을 주도했다. 이재영(10점)과 김희진(9점)도 제 몫을 다했다. 김희진은 “(개인적으로) 어제 부진을 만회해 기분이 좋다”며 “강팀 러시아를 이겨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1세트에서 6-6까지 팽팽한 흐름을 이어 가다가 김연경의 연타, 센터 김수지의 속공과 블로킹, 이재영의 후위 공격으로 단숨에 10-6으로 달아났다. 날카로운 서브로 러시아의 예봉을 봉쇄한 한국은 김연경, 김희진, 이재영이 득점에 가세해 20-13으로 더욱 벌렸다. 이재영의 서브 에이스로 21-13을 만든 뒤, 서로 점수를 주고받았지만 결국 25-19로 귀중한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는 더 수월했다. 한국은 김연경과 강소휘의 서브 타임 때 대량 득점에 성공하며 23-12로 멀찍이 달아났다. 세터 이효희의 노련한 볼 배급을 바탕으로 상대 코트를 맹폭했다. 3세트도 일방적이었다. 김연경의 밀어넣기와 오픈 공격으로 16-11을 만들었고 속공마저 내리꽂히자 러시아는 더욱 당황했다. 여기에 장신 군단 러시아를 상대로 김수지의 블로킹 2개가 득점으로 이어지자 사실상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효진의 속공이 24-17 매치 포인트로 이끌었고 이효희의 서브 득점으로 경기를 매조졌다. 한국은 24일 이탈리아전을 끝으로 2주차 경기를 마무리한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北 재래병력 감축 우선 돼야 DMZ 실질적 비무장화 가능”

    “北 재래병력 감축 우선 돼야 DMZ 실질적 비무장화 가능”

    폴 울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거론되는 최전방 경계초소(GP) 철수를 비롯한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 비무장화에 대해 “북한이 재래 병력에 대해서 동등한 수준의 감축을 먼저 하고 난 다음에 동일한 선상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北 포병대 배치… 동등한 수준 아니다” 미국 신보수주의자 그룹인 ‘네오콘’의 핵심 인사인 울포위츠 전 부장관은 2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18’을 계기로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DMZ에 포병대를 배치해 놨기 때문에 지금 현재도 동등한 수준이 아니라 북한 쪽이 더 우위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단 DMZ가 말 그대로 ‘비무장지대’로 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전 구소련 연방과의 협상 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도입했던 동등한 수준의 감축을 먼저 이뤄내야 된다는 개념을 재래 병력 감축과 관련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이번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발표는 일종의 ‘(핵)동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기존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핵개발 프로그램이 완료가 된 상태이고 다음 단계로 진행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걸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북한이 궁극적으로 모든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강조했다. ●北과 협상서 인권 문제 등 제기 필요 그러면서도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협상을 하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나와버리겠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다”며 “이번 회담들을 통해서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 국면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울포위츠 전 부장관은 “핵무기에만 집중되고 있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재래식 무기나 기본적인 인권 침해 문제 등 지난 25년 동안 제기됐던 이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첨언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빅터 차 “비핵화 선언은 최소한의 결과물… 그 이상 나올 것”

    빅터 차 “비핵화 선언은 최소한의 결과물… 그 이상 나올 것”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나 평화와 관련한 성명서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 이상이 나올 수 있다.”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비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주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18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 누구를 만나도 북 정상(김정은 북 국무위원장)만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다”며 “따라서 실패를 원하지 않을 것이며, 과거 (북핵 문제가) 실패 전력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오후 2시 50분부터 50분가량 진행됐다. 차 석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대해 “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했었다. 같은 맥락에서 이날도 경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차 석좌는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선언은 환영받을 수 있지만 2000년 정상회담(김대중 전 대통령·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비슷한 양상이었다”며 “따라서 북한이 실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것을 지킬 수 있을지는 충분히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오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설렘, 흥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미국 정가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차 석좌는 지난해 트럼프 정부의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지만 올해 초 낙마했다. 원인으로는 대북 강경파의 코피작전(Bloody Nose·제한적 선제타격론)을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는 “인사는 백악관 마음이니 답을 않겠다”며 “코피작전은 전략(종합적 준비)이 아닌 전술(전투실시 방식)이고 정상회담은 성공·실패와 관계없이 전략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앞선 오후 1시부터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만일 북한이 추가 (핵실험) 도발을 한다면 얻는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잃을 것”이라며 “북이 실제로 풍계리 핵실험장 가동을 중단했는지에 대해서 실질적인 검증 과정을 받아들이겠다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전례가 없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1991년 부시 전 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이 만나 장거리 핵무기를 줄이기로 했던 회담에 빗댔다. 그는 “북·미 정상 모두 예측 불가능한 경향이 있으며 이런 세팅(북 비핵화)에 경험이 없다”며 “전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예측하기 힘들며, 모든 교착 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고, 반대로 결론이 실망스러워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국민의 기업] 한국전력공사, 다문화 청소년들 모국 방문 돕고 인재 교육

    [국민의 기업] 한국전력공사, 다문화 청소년들 모국 방문 돕고 인재 교육

    한국전력공사가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에서 자립 기반을 갖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17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고려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민족 역사 찾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광주에 위치한 고려인 자녀 전문학교인 새날학교 학생 24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항일독립운동 현장인 안중근 의사 단지 동맹비, 러시아 최초의 한인 마을인 ‘지신허’ 등 강제이주 현장, 러시아 사할린의 고려인 문화센터 등을 방문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1937년 강제이주된 아픔을 체험하며, 구소련과 일제의 핍박에 굴하지 않은 한인들의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도 되새겼다. 이어 현지 고등학교를 찾아 러시아 학생들과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한전은 5년째 다문화 가정의 모국 방문 행사를 진행해 지금까지 총 347명의 이주 여성과 자녀의 모국 방문을 도왔다. 다문화 가정 100만명 시대를 맞아 단순한 모국 방문을 넘어 다문화 자녀의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청소년 교류 행사와 명문대학 방문, 문화·역사 특강 등 인재 교육에 특화된 행사로 추진하고 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씨줄날줄] 시진핑·푸틴의 브로맨스/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시진핑·푸틴의 브로맨스/최광숙 논설위원

    마오쩌둥이 공산당을 창당하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소련 스탈린 덕이 컸다. 마오쩌둥이 의심 많은 스탈린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통을 감내했던 스탈린의 ‘순종적인 학생’이자 ‘충실한 추종자’였던 이유다. 하지만 스탈린 사후 1950년대 말부터 중·소 간에는 공산주의 이념의 정통성과 헤게모니를 놓고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급기야 1969년 중·소 국경 지대에서 양국 간 군사 충돌이 일어났다. 양국은 전면전까지 염두에 두었으나 소련의 군사적 패권을 우려한 미국의 개입으로 확전은 피했다. 마오쩌둥은 이를 계기로 소련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섰다. 기존의 ‘반(反)서방’ 태도에서 벗어나 서방과 새로운 제휴를 맺고자 했다. 1972년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을 베이징으로 초대해 마오·닉슨 정상회담을 한 배경이다. 냉전시대 적과 적이 손을 잡는 순간이었다. 마오쩌둥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소련을 견제하려고 했고, 닉슨은 중·소 간의 분열을 틈타 소련의 힘을 빼고자 했다. 두 나라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중국은 미국에 문호를 개방하기에 이른다. 과거 소련의 지원에 힘입어 경제발전을 했던 중국이 소련을 버리고 미국으로 말을 갈아탄 것이다. 소원했던 중·러시아가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케미(궁합)가 너무 잘 맞아 두 사람의 브로맨스(남성들 간의 친밀한 관계)가 화제가 될 정도다. 최근 4선 도전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과 국가주석 3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는 개헌안을 통과시킨 시 주석은 서로 전화와 축전을 보내며 각자의 장기 집권을 축하했다. 이들은 지난해 5번 회동 등 지금까지 20번 넘게 만나며 우의를 다지고 있다. “중·러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 “성격이 서로 닮았다”는 덕담도 나눴다고 한다. 실제 두 사람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적 제거를 서슴지 않고 후계자를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까지 닮았다.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패권욕’도 막상막하다. ‘중국몽’과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는 이들의 끈끈한 연대에는 서방국가의 침략에 대한 공포와 설욕도 깔려 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으로부터 시작해 구소련 붕괴까지 겪은 러시아는 서구의 침략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중국 역시 아편전쟁 이후 서방에 대해 강한 공포가 있다. 중·러 스트롱맨의 의기 투합은 결국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신냉전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북핵으로 골머리를 앓는 한반도 문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 [우주를 보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한 달 간의 ‘달의 자전’

    [우주를 보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한 달 간의 ‘달의 자전’

    우리의 밤 하늘을 휘영청 밝혀주는 달. 인류의 오랜 삶과 역사와 문화 속에 달은 밝게 떠있지만 잘 알려진대로 지상에서 우리는 한쪽 얼굴만 볼 수 있다. 인류가 처음 달의 뒷면을 보게된 것은 지난 1959년으로 구소련이 발사한 루나(Luna) 3호 덕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오늘의 천체사진(APOD) 사이트에 흥미로운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바로 달의 자전 모습이다. 우리에게 항상 한쪽 얼굴만 보여주는 달이 지만 다른 위성과 마찬가지로 달도 자전을 한다. 우리가 달의 한쪽 면만 볼 수 있는 이유는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다르다. NASA의 달 정찰 궤도탐사선 LRO(Lunar Reconnaissance Orbiter)가 촬영해 지난 2013년 처음 공개한 이 영상에는 달이 자전하는 생생한 모습이 담겼다. NASA 측은 LRO가 촬영한 사진을 합쳐 달의 한달을 24초 영상에 담아냈다.      영상= LRO, Arizona State U., NASA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지진과 북ㆍ미 정상회담 성공의 상관관계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지진과 북ㆍ미 정상회담 성공의 상관관계

    지난해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은 규모 면에서 역대 북한 핵실험 가운데 가장 컸다. 당시 핵실험의 크기는 미국지질조사소에서 발표한 실체파 규모값으로는 6.3에 이른다.만탑산 일대에 있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산허리에 수평형 갱도를 뚫고 만들어져 내부에서 핵실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소련이 카자흐스탄 데겔렌 산악 지대에서 실시한 핵실험 방식과 유사하다.하지만 북한의 지난 6차 핵실험은 데겔렌 핵실험과 비교해도 규모가 컸다. 산악지대에서 진행한 전례없이 큰 핵실험은 여러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6차 핵실험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파는 핵실험장뿐 아니라 인근 지역 지반도 크게 흔들었다. 핵실험장에서 북쪽으로 약 170㎞ 떨어진 중국 옌지시까지 강한 지진동이 느껴져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강한 지진동으로 핵실험장과 인근의 지반은 크게 약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6차 핵실험 이후 핵실험장 인근에서는 지금까지 발생한 규모 2 이상 지진만 10차례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지진은 6차 핵실험 8분 후에 발생한 규모 4.1 지진이다. 지난해 9월 23일에는 규모 3.2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월 7일에는 규모 2.7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와 인근 국가에 설치된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형 분석을 통해 이 지진들이 지하 750m 내외에서 발생한 함몰지진임이 확인되고 있다. 자연 지진은 단층 운동의 결과로 발생한 것인데 반해 함몰지진은 수직 방향으로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이다. 함몰지진은 6차 핵실험 발생 지점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5㎞ 이내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함몰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은 핵실험 직후 인공위성 자료 분석을 통해 2m가량 지표 함몰이 관찰된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이 지역들이 1~5차 핵실험이 실시된 장소를 포함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핵실험 직후 8분여 만에 발생한 함몰 지진은 6차 핵실험이 이 지진들을 유발한 주요한 원인임을 뒷받침한다. 최근까지 이어지는 함몰지진은 갱도 손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함몰지진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로부터 붕괴된 갱도 길이도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23일 규모 3.2 함몰지진이 발생하려면 지표에서부터 갱도 천장에 이르기까지 750m 두께의 지반이 함몰되고, 또 적어도 수백여m의 갱도가 붕괴됐어야 한다. 보통 갱도 위 수십m 지반이 갱도 붕괴로 함몰된 경우 수천m에 이르는 갱도가 붕괴됐을 것으로 본다. 함몰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 일대의 수평갱도가 연쇄적으로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6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갱도의 상당 부분이 붕괴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진동의 크기가 가장 컸을 6차 핵실험이 실시된 갱도의 경우 핵실험 실시와 함께 큰 손상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표 함몰이 관측되고 함몰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1~5차 핵실험 지역의 갱도 붕괴 가능성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갱도 상부 지반 전체가 함몰될 경우 핵실험으로 갱도 내에 갇혀 있던 방사능 물질이 지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방사능 물질 누출은 해당 지역 지하수와 토양 오염뿐 아니라 대기, 지표수, 바다를 통해 광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방사능 물질 유출 여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 북한 핵실험에 따라 백두산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평가도 필요하다. 한반도는 우리 민족의 터전이며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는 곳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 유지는 남북 모두의 의무다. 최근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함께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핵실험 중단은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풍계리 핵실험장의 상황 악화를 막는다는 점에서 꼭 지켜져야 한다. 다가올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 ‘현대판 차르’ 푸틴, 2024년까지 러시아 통치

    ‘현대판 차르’ 푸틴, 2024년까지 러시아 통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 출구조사에서 73%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해 4선이 사실상 확정됐다.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전러시아여론연구센터의 출구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73.9%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절반을 개표한 결과 푸틴 대통령이 75%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모스크바 시내 마네슈 광장에서 열린 크림병합 4주년 기념 콘서트 집회에 참석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푸틴 선거운동본부는 푸틴의 4선과 관련해 “현재 러시아에 가해지고 있는 서방의 압박에 대한 단합된 대답”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미국과는 미 대선 개입의혹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최근에는 영국과 스파이 암살시도 사건으로 첨예하게 대립해 있다. 푸틴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구소련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러시아 현대사의 두번째 장기 집권자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5월 제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2004년 재선에 성공해 2008년 4월까지 대통령을 역임했다. 3연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 2008년 5월 대통령에서 퇴임해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5월 대선에서 승리해 제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푸틴 총리 시절 대통령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총리로 임명돼, 현재 푸틴-메드베데프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당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개헌을 실시해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에서 6년 중임으로 바꿨다. 대선 승리로 푸틴 대통령은 모두 20년간 크렘린 궁에 머물게 되고 오는 2024년까지 러시아를 통치하게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진핑 임기 폐기, 푸틴 6년 더 집권… 중·러 ‘절대 권력시대’

    시진핑 임기 폐기, 푸틴 6년 더 집권… 중·러 ‘절대 권력시대’

    중국과 러시아의 ‘스트롱맨’들이 나란히 장기 집권의 문을 열고 ‘절대권력’으로 거듭났다. 중국은 최근 개헌을 통해 3연임 금지 조항을 폐기하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기정사실화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8일 대선에서 네 번째 임기를 확정 지었다. 이오시프 스탈린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후 최장기 집권자에 오른 것이다.이날 러시아는 오전 8시(현지시간) 극동 지역인 캄차카주에서 대선 투표를 시작했다. 영내 9만 7000곳, 영외 400여곳에서 실시된 투표는 가장 서쪽에 있는 칼리닌그라드에서 오후 8시에 마감되면서 종료됐다. 대선 후보에는 무소속인 푸틴 대통령 외에 자유민주당(LDPR) 대표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기업인 출신인 연방공산당(DPRF)의 파벨 그루디닌 등 7명이 입후보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푸틴 대통령은 지지율 5% 안팎인 후보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확정했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은 스탈린 전 서기장 이후 최장수 지도자가 됐다. 1952년생인 그는 20년 가까이 러시아를 통치하며 생애 4분의1 이상을 국가지도자 신분으로 살고 있다. 이미 ‘차르’(황제)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2000년 5월 제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2004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08년 헌법상의 3연임 제한 규정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제6대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2008~2012년에는 현재 총리직을 맡고 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했으나 실권은 사실상 푸틴에게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 미 대선 개입 혐의와 영국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으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떠오르며 러시아 최대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도 지지자들에게 투표 불참을 촉구했으나 안정을 원하는 대다수 유권자들은 푸틴을 선택했다. 이날 투표를 마친 모스크바 시민 타마라 주라블료바(80)는 “우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만족한다. 그는 똑똑한 지도자”라며 “푸틴 대통령이 18년 동안(총리 재직 기간 포함) 권력을 잡고 있어 장기 집권을 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우리는 더 잘살게 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애국주의 마케팅으로 ‘강한 러시아’를 그리워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냉전시대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자웅을 겨뤘던 강대국의 영광을 되찾자는 데 러시아 국민들은 열광했다. 특히 20, 30대 젊은층은 ‘푸틴 세대’라고 불릴 만큼 기성세대보다 지지가 높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포위당했다는 러시아 국민들의 전통적 피해 의식을 푸틴이 영리하게 자극해 강력한 지도자상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이름이 명기된 사상을 헌법에 삽입하고, 국가주석직 연임 제한 규정도 철폐함에 따라 마오쩌둥에 이어 중국 근현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인 권력으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반대 0표로 국가주석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에 재임명됐다. 중국 안에서도 그동안 시 주석의 애칭이었던 ‘시다다’(習大大) 대신 시황제란 별칭이 오고 갈 정도다. 시 주석은 그동안 2인자 왕치산이 칼을 잡고 휘두른 중앙기율위의 반부패 사정 작업을 통해 정적을 쳐내면서 권력을 다졌다. 부패 호랑이란 오명으로 사라진 차기 지도자 후보들은 보시라이, 저우융캉, 쉬차이허우, 궈보슝, 링지화, 쑨정차이 등이 있다. 시 주석의 권력욕은 본능적이란 분석이다. 그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은 중국 건국에 참여한 혁명 열사로 부총리직까지 올랐지만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절 당내 권력 암투로 10년 가까이 고초를 겪었다. 아버지를 통해 시 주석은 정치의 ‘마스터클래스’를 통달하고, 생존법뿐 아니라 승리법까지 익혔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불같은 성격의 마오와 달리 합리적이고 차분한 성품에다 중국 및 세계 역사에 밝으며 확실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국에는 그의 장기 집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게다가 아버지 시중쉰이 88세까지 장수했으며, 아직 91세인 어머니가 살아 있는 장수 집안이란 점도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중국 공산당은 공산당이 집권하지 않으면 중국이 분열되고 혼란한 국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선택했다”며 “집단지도가 아닌 개인 권력 체제는 북핵 문제, 남중국해, 부채 등과 같은 중국의 산적한 현안 해결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착오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보그는 “중국은 독재자와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기관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중국은 정책적 지향이란 측면에서 ‘엄격한 권위주의’로 표현할 수 있으며 정치제도는 ‘네오전체주의’로 기울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갑자기 거꾸로 돈 리프트…임신부 포함 10여명 부상

    갑자기 거꾸로 돈 리프트…임신부 포함 10여명 부상

    구소련에서 독립한 국가 중 하나인 조지아에서 스키장 리프트가 오작동하면서 탑승객 10여 명이 크게 다쳤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조지아 구다리브드 스키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스키 리프트가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면서 거꾸로 돌며 발생했다. 리프트에 타고 있던 탑승객들은 내동댕이쳐졌고, 순식간에 리프트들이 겹겹이 쌓이며 스키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로 탑승객 8명이 다쳤고, 이중 임신부 등 중상자들은 헬기로 이송됐다. 스키장 이용객들은 이 리프트가 일주일째 수리 중이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당국은 스키장 측이 안전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국가수반 김영남의 상석 권유 사양한 ‘백두혈통’…조 장관 “北측 귀한 손님 오니 날씨도 따뜻해져”

    국가수반 김영남의 상석 권유 사양한 ‘백두혈통’…조 장관 “北측 귀한 손님 오니 날씨도 따뜻해져”

    ‘백두혈통’(김일성 직계)으로 통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31)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은 전용기 ‘참매 2호’를 타고 9일 오후 1시 47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헌법상 국가수반인 90세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상석에 먼저 앉으라고 권할 정도로 높은 지위를 보여 주었다. 김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10일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한다.조명균 통일부 장관, 천해성 차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오후 2시쯤 북측 대표단을 맞았다. 조 장관이 게이트에서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고 김 상임위원장이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공항 3층 ‘3무궁화’ 접견실로 자리를 옮겨 조 장관이 김 상임위원장에게 자신과 마주 보는 상석을 가리키며 권하자, 오히려 김 상임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에게 그 자리를 권했다. 김 제1부부장은 웃으며 사양했다. 조 장관은 “며칠 전까지 꽤 추웠는데 북측에서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하니 따뜻하게 변한 것 같다”고 하고, 김 상임위원장은 “예전에 우리가 동양예의지국으로 알려진 그런 나라였는데 이것도 우리 민족의 긍지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화답했다. 김 제1부부장은 20분간 진행된 환담 내내 미소를 지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목과 손목 부분에 털 달린 검은 롱코트에 검은 부츠를 신고 검은색 가방을 직접 들고 있었다. 북측 대표단은 KTX를 타고 평창 진부역으로 향했다. 김 제1부부장과 김 상임위원장은 개회식에서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었다. 북한 대표단은 10일 문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11일 돌아간다. 청와대 접견·오찬에는 김 제1부부장과 김 상임위원장은 물론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참석한다. 우리 측에선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 조 통일부 장관 등이 배석한다. 한편 북한 대표단이 이용한 전용기 ‘참매 2호’는 구소련에서 1980년대에 들여온 ‘일류신(IL)62’ 기종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실세 3인방(황병서·최룡해·김양건)이 타고 왔던 참매 1호와 동일 기종이다. 편명 ‘PRK615’에서 ‘615’는 2000년 6월 15일 1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인 6·15공동선언을 뜻한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으로 서해 직항로가 처음 열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국명 분쟁/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명 분쟁/이순녀 논설위원

    흑해 연안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는 조지아의 역사는 기원전 4세기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있어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받은 조지아는 1008년 통일 왕국을 세운 뒤 현재의 아제르바이잔 서부와 터키 동부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황금기를 잠깐 누리기도 했으나 몽골의 침입으로 쇠퇴하기 시작해 분열의 길을 걷게 됐다. 러시아 제국이 멸망한 1918년 조지아공화국을 세웠지만 4년 뒤 소비에트연방에 흡수됐고, 구소련이 붕괴한 1991년에서야 비로소 독립국이 됐다.그러나 조지아란 국명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다. 미국 조지아주(州)와 혼동하기 일쑤다. 조지아는 독립 당시 영어식 표기인 조지아(Georgia)로 불리길 원했으나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러시아식 명칭인 그루지야를 계속 사용한 탓이 크다. 2010년 조지아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어 국명 표기가 공식적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두 개의 이름이 혼용되는 실정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늦은 2015년에 조지아로 공식 변경했다.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동구권 붕괴에 따라 199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마케도니아가 국명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마케도니아 국명 사용에 반대하는 그리스인들은 지난달 21일 북부 최대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시위를 연 데 이어 지난 4일 수도 아테네에서 14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세를 과시했다. ‘마케도니아공화국’이란 이름으로 출범할 때부터 27년간 쌓인 양측의 앙금이 폭발 직전까지 다다른 모습이다. 논란의 핵심은 알렉산더 대왕(기원전 356~323)이 다스리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적통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마케도니아는 자국 영토의 상당 부분이 옛 왕국에 속해 있기 때문에 국명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그리스는 북부에 마케도니아주(州)가 있는 데다 현재 마케도니아인들은 그리스나 알렉산더 대왕과는 상관없는 슬라브계 민족일 뿐이라며 “우리 역사를 빼앗아 갔다”고 분노한다. 그리스의 반대 때문에 마케도니아는 나토와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 마케도니아의 조란 자에브 총리와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전향적으로 국명 분쟁 해소에 나서기로 해 희망이 엿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유엔이 제시한 중재안에 ‘뉴 마케도니아’, ‘모던 마케도니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리스 국민들이 격렬히 저항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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