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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서울의 봄/황비웅 논설위원

    [씨줄날줄] 서울의 봄/황비웅 논설위원

    ‘실패하면 반역, 승리하면 혁명이라구요?’ 지난 12일 부산 남구 부경대 게시판에 이런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부경대 패션디자인학과 4학년 왕모씨가 만든 이 대자보는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쓴 것이다. 그는 군사독재 시기의 모습을 2023년 현재로 투영하며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자”고 말했다. 국립 부산대에 붙은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며’라는 제목의 대자보 내용도 비슷하다. 대학가에 난데없는 대자보가 붙을 정도로 이 영화가 2030세대의 분노를 유발했다는 것은 인정하자. 문제는 이 영화가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버무려 엮어 낸 창조물이라는 것이다. ‘12·12 군사 쿠데타’를 처음으로 영화화했다는 슬로건을 달고 개봉했지만, 영화 속 내용은 상당 부분이 왜곡이다. 이름도 모두 가명이다. 신군부 리더는 ‘전두광’(황정민 분), 신군부에 맞서는 수도경비사령관은 ‘이태신’(정우성 분)이다. 전두광과 이태신은 바로 전두환과 장태완이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 ‘악인’과 ‘정의의 사도’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태신이 전두광과 대치하며 포격을 지시하는 장면 등은 완전한 허구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황정민과 정우성 등의 연기력과 완성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빠르게 흥행가도를 달렸다. 입소문은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번졌다. 영화가 끝난 직후 치솟은 심박수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심박수 챌린지는 2030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황정민이 납치돼 고통받는 영화인 ‘인질’을 되돌려 보는 사람들도 늘었다. ‘서울의 봄’ 포스터 속 전두광 얼굴에 구멍을 낸 사진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24일 ‘서울의 봄’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 번째로 1000만 관객 타이틀을 획득했다. 죽어 가는 극장가를 심폐소생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2030세대가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12·12 사태 44년째인 지난 12일 광주와 전남, 경남 김해 등에선 신군부 세력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정선엽 병장과 김오랑 중령의 추모 행사가 열렸는데, 올해 참여 인원이 대폭 늘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역사를 바로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 [양희철의 新해양시대론-바다를 읽는 코드] 해상항로가 세계 패권 좌우… 韓, 무임승차 아닌 우리만의 길 확보해야/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양희철의 新해양시대론-바다를 읽는 코드] 해상항로가 세계 패권 좌우… 韓, 무임승차 아닌 우리만의 길 확보해야/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핵심항로 ‘글로벌 공급망’ 장악 수단동맹국 연대·국제규범 변경 시도美·이란 호르무즈 해협 두고 갈등양국 협약 비준 안 해 관습법 적용한국 해상교통망은 ‘절대적 생명선’수출입 물동량의 99% 해상 운반영원한 동맹·적 없고 국익만 영원5000해리 이상 항로 안전 확보를 균열과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난 세기에나 있을 법한 전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실 종교와 민족, 정치, 문화적 대립은 항시 우리 곁에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충돌은 세력 간 질서의 재편이나 조정이라는 국지적 현상을 뛰어넘는다. 지역 갈등이 전 세계 에너지 안전과 해상교통로, 국제 공급망을 마비시키는 힘으로 작동한다. 이쯤 되면 글로벌 전쟁이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일상을 요동치게 하는 가장 위협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최근 국제적 화두였던 대만해협, 호르무즈해협, 흑해의 보스포러스해협 등 역시 같은 문제다. 도대체 바다는 어떻게 우리나라의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는가.●세계 패권을 바꾼 바닷길 통제 바다를 통제하려는 제국의 시도는 국제정치사에 끊임없이 등장한다. 강대국이 특히 주목한 것은 국제항행과 해상운송에 활용되는 길목(Choke Point)이다. 대부분 공존보다는 이익 독점을 위한 일방적 통제였고 성공의 대가는 세계 패권국가로의 성장이었다. 핵심항로는 현재도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적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각국은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해 동맹국과 연대하거나 국제규범의 변경을 시도하기도 한다. 자국의 지위를 위협하거나 군사전략적 수요가 있을 경우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래 사례는 핵심항로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의 대표적 모습이다. 이들의 결과는 이미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고 있다. [사례 1] 수에즈 운하는 1869년 프랑스 자금과 기술로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한 최초의 인공 해상로다. 영국은 1875년 이집트로부터 수에즈 운하 지분 44%를 매입하면서 프랑스와 공동으로 소유했다. 이로써 영국은 동방항로를 확보하고 인도와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집트는 1956년 운하를 국유화하는 조치를 취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즉각 군사적 대응으로 운하를 점령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핵사용 위협과 미국의 압력으로 운하는 이집트에 귀속됐다. 수에즈 운하는 현재 전 세계 무역량의 약 12%를 담당하고 이 중 60%가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향한다. 2021년 3월 23일 이 운하에서 대만 국적의 상선 에버 기븐호(길이 399.94m, 폭 58.8m)가 강한 폭풍으로 좌초돼 6일 동안 통항이 마비된 바 있다. 국제 유가는 6% 급등했고 그 피해액은 천문학적 규모로 추산된다. [사례 2] 티란해협은 이집트 시나이반도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5~6㎞ 폭의 해협으로 홍해와 아카바만을 연결한다. 이스라엘은 아카바만에 약 11㎞ 해안선을 접하고 있다. 내륙국가였던 요르단은 1965년 해상 진출권 확보를 위해 서울시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사막 유전지대(6000㎢)를 사우디에 내주고, 아카바만에 접한 26㎞의 해안선을 확보했다. 분쟁은 이스라엘의 티란해협 항행권을 두고 발생했다. 아랍 제국들은 아카바만이 자국들만의 영해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통항을 억제하려 했다. 미국은 전통적 동맹인 이스라엘 입장을 지지했다. 이에 1958년 ‘영해 및 접속수역 협약’을 성안하면서 미국은 당시 국제해협에 대한 유일한 근거였던 국제사법재판소 코르프해협 사건(1949년)의 판결(공해와 공해를 연결)과는 다른 정의, 즉 “공해의 두 부분 사이” 외에 “공해와 타국 영해 사이”라는 지리적 조건을 추가했다. 티란해협은 홍해라는 공해와 아카바만이라는 영해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이를 완벽하게 만족한다. 티란해협을 둘러싼 갈등은 1956년과 1967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전쟁의 원인이 됐다. [사례 3] 호르무즈해협은 전세계 원유의 30%가 운송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원유 공급의 70%가 통과하는 항로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갈등 주체는 미국과 이란이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이 국제항행용 해협으로 통과통항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선박과 항공기의 항행과 비행이 가능하다. 이란은 통과통항권은 국제관습법화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전투기 및 군함 출몰을 배제하려는 의도다. 재미있는 것은 두 국가 모두 유엔해양법협약(1994년 발효)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라는 점이다. 따라서 국제항행에 관한 상세 규정을 두고 있는 유엔해양법협약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유일하게 적용 가능한 것은 국제관습법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미 코르푸해협 사건에서 “공해의 두 부분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건”과 “국제항행에 사용됐다는 기능적 요건”을 갖춘 해협에서 무해통항권은 국제관습법으로 판결한 바 있다. 무해통항권이 적용될 경우 모든 국가의 선박은 연안국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항행할 수 있다. 항공기 항행은 배제된다. 미국과 이란의 주장 모두 정확한 해석은 아닌 셈이다.●바닷길, 우리 해상교통망은 안전한가 해상교통로(SLOC·Sea Lanes of Communication)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생존과 전쟁 수행상 필히 확보해야 할 해상연락교통망”으로 정의된다. 현대적 의미의 해상교통로가 경제, 자원, 산업적 영역의 포괄적 안전망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입지는 매우 취약하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해상교통망은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절대적 생명선이다. 국가 총생산량의 84%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고 수출입 물동량의 99%가 해상을 통해 운반된다. 식량의 75%, 원유 100%가 해외로부터 수입되며 특히 원유 수입의 80%는 중동에 집중돼 있다. 이는 해상교통로의 안전문제가 단순히 운송의 의미를 뛰어넘는 국가 생존의 문제임을 의미한다. 국제항행용 해협을 규정한 국제법은 명료해지고 있으나, 각국의 실행과 해석은 여전히 자의적이고 충동적으로 표출된다. 지난 몇 년간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법적 지위를 둘러싸고 발생한 미중 갈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이들 해협에서 자유로운 항행을 주장하고 중국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해당 해협을 내수화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 그렇다고 논쟁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양국의 해양통제력 강화는 분명 실체가 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미사일과 군함을 동원했고 해상 군사통제구역을 설정하기도 한다. 최근 10여년 동안 국제적 대립 환경을 묘사하는 용어로 쓰이는 ‘회색지대’가 바로 이곳이다.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모호한 긴장 상태다. 해상교통로를 통제하려는 각국의 태도가 꼭 회색지대의 확장을 의도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영국 총리(1855~1865)를 지낸 비스카운트 파머스턴은 “우리에겐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敵)도 없다. 우리의 국익만이 영원할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극히 빅토리아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이 현실주의적인 냉철함은 21세기 한국의 국제관계를 일갈하는 듯하다. 남중국해와 말라카, 인도양, 호르무즈해협이 갑자기 폐쇄됐을 때 우리는 대체항로를 확보하고 있는가. 바다는 우리의 인후지지(咽喉之地·목구멍과 같은 곳)다. 작은 병목현상으로도 모든 것이 고사될 수 있다. 미국 주도의 해상교통로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 대양과 북극항로를 주목하고 있는 국가가 아닌가. 적어도 5000해리 이상(약 1만㎞)의 해상교통 안전망이 확보돼야 한다.
  • 서울 청약 더 좁아진 ‘바늘구멍’

    서울 청약 더 좁아진 ‘바늘구멍’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려면 적어도 무주택 10년(22점) 이상, 부양가족 3명(20점) 이상, 청약통장 가입 9년(11점) 이상의 조건(53점)을 갖춰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최저 당첨 가점은 53.0점이었다. 과거 서울 평균 최저 당첨 가점은 2019년 50.7점·2020년 58.4점·2021년 62.6점으로, 올해 가점은 부동산 시장 호황기와 비교하면 그리 높지 않지만 지난해 40.9점에 비하면 12.1점이나 오른 수치다.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으로, 무주택 기간(최고 32점)과 부양가족(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인기 지역 아파트의 청약 가점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 송파구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의 당첨 가점 최저는 64점이었으며 용산구 ‘호반써밋 에이디션’의 최저점은 63점이었다. 청약 당첨선이 올라간 데는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가 폐지되고 무순위 청약의 경우 주택 공급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도 청약이 가능해지는 등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8억 595만원)보다 28.4% 오른 10억 3481만원이었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올해 청약 아파트 분양가는 평균 6억 8159만원으로 지난해(5억 9158만원)보다 15.2% 상승했다. 올해 서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58.0대1로 지난해 10.2대1의 6배 수준으로 뛰었다. 수도권도 8.1대1에서 14.3대1로 경쟁률이 뛰었다. 다만 5대 광역시는 9.1대1에서 6.3대1로 하락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청약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청약 당첨이 바늘구멍 통과하는 수준이 되면서 청약 통장 해지도 나날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713만 6195명으로 1월 2773만 9232명에 견줘 60만명 이상이 청약통장을 포기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앞서 국토교통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집을 사기 위해서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2년을 모아야 하고 수도권의 경우 9.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스라엘, 대피령 내린 곳에 907㎏ 폭탄 208차례…말리는 미국의 위선

    이스라엘, 대피령 내린 곳에 907㎏ 폭탄 208차례…말리는 미국의 위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발발 후 6주 동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 2000파운드(약 907㎏) 무게의 초대형 폭탄을 208차례나 투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인에게 ‘안전지대’라고 안내해놓고 일상적으로 초대형 폭탄으로 폭격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위성과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사진들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이 미군이 파괴력이 커 인구 밀집 지역에 더는 사용하지 않는 ‘MK 84’ 등 초대형 폭탄을 사용했다고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아파트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2000파운드 크기의 초대형 폭탄을 인구가 밀집된 도심지에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이스라엘군이 대피지역으로 설정한 곳의 위성과 드론 사진을 입수해 2000파운드급 폭탄의 투하 흔적으로 추정되는 지름 12m 이상의 패인 구멍을 AI 분석 도구 등을 활용해 탐색했다. 그 결과 2000파운드급 폭탄 투하 흔적으로 보이는 지점을 208곳 찾아낸 것이다. 다만, 위성 사진의 한계와 다양한 피폭 형태를 고려하면 실제 투하 횟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안전 지역으로 설정한 가자지구 남부 일대에 전쟁 초기부터 폭격을 가해온 사실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려졌지만, 초대형 폭탄의 사용 횟수까지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가자지구 남부에서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공습을 감행하는 비인간적인, 국제 인권법을 깡그리 무시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전쟁 초기 이스라엘 극우 내각의 일부 각료는 “인간이 아닌 짐승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고 공언하는 등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하마스를 섬멸하겠다는 적의에 불타 있었다. 한 중년 여성 피란민은 NYT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우리에게 남쪽으로 가라고 해서 남쪽으로 왔다. 아직 안전한 곳을 찾지 못했다. 안전한 곳이 어디 있느냐”며 울먹였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이스라엘군이 2000파운드 폭탄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미국은 또 최근 2000파운드 폭탄보다 도심지 사용에 적합하다고 평가되는 250파운드(113㎏) 크기의 ‘GBU-39’ 폭탄 지원량을 늘렸다. 가자 남부 지역 폭격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NYT에 “이스라엘의 우선순위는 하마스의 파괴이고 그 같은 질문은 나중 단계에서 살펴볼 사안”이라며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뻔뻔스럽게 밝혔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미국 관리들의 경고와 우려는 사뭇 위선적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10월 이후 이스라엘에 2000파운드급 폭탄 ‘MK-84’를 5000발 이상 이스라엘에 공급한 것으로 NYT는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마음껏 쓰도록 폭탄을 제공해놓고 이제 와서 국제사회의 눈총이 따가우니 조금 살살 쓰라고 달래고 있는 것이 미국이다.
  • 노원, 매년 ‘빈 구멍’ 조사… 지반 침하 예방 총력전

    노원, 매년 ‘빈 구멍’ 조사… 지반 침하 예방 총력전

    서울 노원구가 보도와 차도 지반 침하 사고를 막기 위해 매년 공동(빈 구멍) 조사를 한다고 20일 밝혔다. 지하안전법에 따르면 지하 시설물과 주변 지반에 공동이 있는지 5년에 1회 이상 지표 투과 레이더(GRP) 탐사를 통해 확인하게 돼 있다. 그러나 구는 수시로 발생하는 지반 침하에 대응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역별로 차례로 매년 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부터 조사 범위를 차도에서 보도까지로 확대했다. 올해 구는 1권역인 중계 지역의 보도와 차도 구간 총연장 114㎞를 대상으로 공동 조사를 진행했다. 구는 인공지능(AI) 분석과 사람을 통한 분석을 동시에 실시해 복구가 필요한 38곳을 확정했다. 이 중 36곳은 구멍이 비교적 작아 채움재를 주입하는 등 현장에서 바로 복구했다. 나머지 2곳은 추가 굴착 조사를 통해 공동 발생 원인을 규명한 후 복구할 계획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지반 침하 사고는장마와 집중호우 등 최근 달라진 기후 양상에 따라 사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매년 공동 조사 용역을 통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 [황성기 칼럼] 소악에도 거악에도 강해야 한다/논설위원

    [황성기 칼럼] 소악에도 거악에도 강해야 한다/논설위원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범죄자, 법이 재단하지 못하는 불의를 개인이 사적으로 벌을 주고 처단하는 영화, 드라마가 부쩍 늘었다. 덴젤 위싱턴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는 3탄까지 나왔다. 다른 할리우드 영화는 “정의를 찾아가지 않으면 정의가 찾아오게 하겠다”는 명대사를 남겼다. 할리우드식 린치(사적 복수)가 K드라마에도 확장 중이다. 대한민국 법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일까. 정의가 집행되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에 울분을 느끼는 대중의 심리가 드라마에 투영됐다고 하겠다. 상황도 묘사도 리얼하다.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분명한데도 혐의를 부정하며 설치는 저질 정치인이 일상적으로 등장한다. 부정을 저지르고 판결까지 나왔는데도 승복하지 않고 돌이라도 들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전직 법무장관에겐 경악을 넘어 공포를 느낀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니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며 방어하는 것까진 법 테두리 안의 일이라 치자. 하지만 그들이 대중 앞에서 벌이는 역겨운 국민 기만 ‘정치쇼’에는 분통이 터진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일본 최대의 정치 파벌 아베파에 메스를 들었다. 파벌의 정치자금을 모으는 파티에서 목표를 넘는 돈을 보고하지 않고 나눠 가졌다는 게 핵심 혐의다. 아베파가 어떤 집단인가. 국회의원을 100명 가까이 거느린 자민당 최대 파벌이다.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둘렀다. 자신에게 제기된 ‘모리카케’ 부정 의혹과 ‘사쿠라를 보는 모임’ 사건을 아베는 불기소로 눌렀다.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을 누렸던 아베가 지난해 사망하자 일본 검찰의 ‘아베 리벤지’가 시작됐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독사’ 도쿄지검 특수부가 난다 긴다 하는 아베파의 거물들을 하나둘씩 치고 있다. 뇌물 수사로 총리까지 무릎 꿇린 것이 1988년 ‘리쿠르트 사건’이다. 대기업 리쿠르트가 계열사 미공개 주식을 정관계 유력 인사에게 싸게 양도하고 부당 이익을 보게 했다. 현직 총리 다케시다 노보루의 퇴진을 이끌어 낸 수사였다. 사퇴 선인 지지율 20% 밑으로 떨어진 기시다 총리에게 일본 검찰이 KO 펀치를 날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움직이면 정계가 벌벌 떤다. 1976년 록히드 사건 이후 반세기간 정치인 수사로 무죄 판결을 한 건도 내지 않은 최강의 도쿄지검 특수부다. 아베파 수사에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응원한다. 새 대법원장의 사법부 개혁이 시작됐다. 부정, 불법, 범죄를 제대로 제때 법으로 응징하지 못하면 정의가 아니다. 신속한 재판을 체감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법원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세상이 거꾸로 가는지 범죄를 저지르고도 활개 치는 정치인들이 늘었다. 고문치사에 가담한 운동권 출신의 공천·철회는 86세대의 마비되고 뒤틀린 단면이다. 힘없는 ‘가붕개’ 국민들만 지켜야 하는 예외적 법치주의여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이 범죄를 저질러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무법천지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거기서 끝이다. 전 정권이 왜 검찰의 손발을 묶는 ‘검수완박’에 매달렸는지 그 이유를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패 정치인 수사가 느리다. 지연된 수사도 정의가 아니다. 정의의 최후 보루는 경찰과 검찰, 법원이다. 상대에 따라 수사 결과나 판결이 달라지면 법치가 아니다. 소악(小惡)에도, 거악(巨惡)에도 강해야 한다.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른다는 상식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역사 짧은 법치주의가 견고해진다. “영장을 기각시키겠다”며 ‘사법 신(神)’을 자처한 86 정치인이 어제 구속됐다. 법원이 그새 제정신을 차리고 구멍 난 법망을 수리했나 보다. 법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들이 드라마처럼 넘치는 우울한 현실이다. 법의 지배를 무너뜨리는 사적 복수가 불쑥 찾아올지도 모른다. 도쿄지검 특수부에도, 그리고 우리 법원과 검경에도 박수를 보낼 날이 와야 할 텐데.
  • 中, 심해 1만m 구멍뚫는 시추선 시운전…영유권 갈등 ↑

    中, 심해 1만m 구멍뚫는 시추선 시운전…영유권 갈등 ↑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첫번째 초심해용 시추선이 시운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중국 당국이 초심해 연구 및 시추 능력을 갖춘 중국 최초의 시추선 '멍샹'에 대한 해상시험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어로 '꿈'을 뜻하는 멍샹호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설계 및 건조한 초심해용 시추선이다. 길이 179.8m, 폭 32.8m의 멍샹은 무게 3만3000톤으로 항속거리는 1만5000해리에 달해 세계 어디서나 항해할 수 있다. 특히 해수면 기준 1만1000m 깊이까지 굴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중국의 석유 및 가스 탐사 능력을 한차원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중국 관영 CCTV는 이에대해 "해양 강국 건설을 지탱하는 나라의 보배"라며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로이터 통신은 자원이 풍부한 남중국해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멍샹이 넓은 탐사 범위와 기술로 중국 해역을 넘어서며 이웃국가들과의 영유권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 특히 최근들어 중국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물리적 충돌까지 빚은 바 있다. 여기에 지난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2세 필리핀 대통령은 서필리핀해(남중국해의 필리핀명)에서 새로운 에너지 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필리핀을 비롯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부분을 포함해 연간 3조 달러 이상의 선박 무역이 이루어지는 남중국해의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 “4·3, 5·18 증언들 복원·전승… 아픈 역사 반복되지 않기를…”

    “4·3, 5·18 증언들 복원·전승… 아픈 역사 반복되지 않기를…”

    제주 4·3사건, 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등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아픔이 사람들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증언들이, 기억하는 사람들이 돌아가시면 다 묻히게 될텐데 누군가가 증언과 증언 사이의 공백, 시대적 증언이 어떤 맥락 속에서 증언된 건지 촘촘히 짜여져서 복원됐으면 좋겠어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빈 여백이 복원돼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래요.”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시한번 12·12사태와 5·18광주 민주화운동이 소환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4·3사건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그림책 작가 권윤덕(63)씨가 제주 주정공장 4·3역사관에서 첫 기획전시를 하면서 19일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제주도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지난 3월 개관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의 첫 기획전시로 권 작가의 ‘나무 도장, 씩스틴 전(展), 기리는 마음, 바라는 마음’을 지난 15일부터 한 달간 개최하고 있다. 도는 제주4·3을 목격하고, 증언하고, 기억하는 장소인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의 첫 번째 기획전시가 갖는 의미를 더욱 많은 관객과 나누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제주4·3을 다룬 최초의 그림책인 ‘나무 도장’(2016)과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그림책 ‘씩스틴’(2019)의 그림 20여 점을 통해 역사의 의미를 되살리는 것을 넘어 생명, 인권, 연대, 평화에 대한 감성을 일깨우도록 기획했다. 희생자와 목격자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며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는지 상상해보고, 그 꿈을 현재의 우리도 함께 꾸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 주제를 표현해냈다. # 해결되지 않은 아픔의 기억을 복원 전승 의미있는 일…세상을 바꾸는 계기되길 권 작가는 1995년 첫 그림책 ‘만희네 집’을 펴낸 이후 한국적인 색채와 독창적인 시선으로 그림책을 완성하고 있다. 권 작가에게 그림 작업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사회문제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이다. 2010년 일본 위안부 할머니의 일생을 그린 ‘꽃 할머니’를 시작으로 제주 4·3이야기 ‘나무도장’과 5·18 광장을 되살린 ‘씩스틴’ 등의 작품들은 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4·3사건때 민간인 수용소로 쓰였던 주정공장 이야기를 2016년 펴낸 그림책 ‘나무도장’ 속에 넣었다는 권 작가는 “주정공장 역사관 개관하면서 첫 기획전시로 국가폭력 성격을 같이하는 4·3사건과 광주 5·18 그림을 함께 전시하고 싶다는 제안이 와서 직접 와보니 4·3을 잘 담아낸 공간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수락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주해녀 이야기를 담은 ‘시리동동 거미동동’ 책을 펴냈던 그는 “2010년쯤 한국아동문학 연구자 나카무라 오사무(일본 출신)를 만났을때 제주 조천읍 북촌 ‘너븐숭이’ 아이들 무덤에서 이 책이 놓여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비에 젖으면서 그 내용이 무덤 속에 아이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다는 말에 4·3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했다. ‘꽃 할머니’라는 일본군 위안부 얘기를 그리면서 우리사회에 아픈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는 그는 “광주 가면 광주 이야기, 제주에선 4·3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는 등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아픔이 사람들 가슴 속에 있다”면서 “누군가 대신 그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 이튿날인 16일 토크쇼를 진행한 뒤 1인극을 직접 하며 ‘꽃 할머니’의 아픈 이야기를 표현했다. 마음 아픈 이야기를 몸짓으로 표현하니 공연을 본 사람들이 숙연해지면서 여기 저기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는 특히 “유족회 사람들이 공연을 보면서 수용소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를 전해줬으며 이런 이야기들이 역사 속의 사건으로 한두줄 건조하게 남는 것 보다 어떤 삶이 그 시대를 견디고 살아냈는지, 한사람 한사람의 삶을 기억하고 전승하는 게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의 뜻깊은 첫 기획전시를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함께 진행하게 돼 무척 기대가 크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며 어우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3때 민간인 수용소로 쓰인 주정공장… 수형인 명부, 추모의방 등 역사관으로 변신 한편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은 1943년 일제가 설립한 동양척식주식회사 제주주정공장이 위치했던 제주시 건입동 940-13에 조성됐다. 주정공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제주도민을 수탈했던 장소였다. 또 공장 부속창고는 4·3 당시 민간인 수용소로 쓰였는데 당시 수용자들은 혹독한 고문과 열악한 수용환경으로 사망하거나 대다수는 전국 각지 형무소로 이송된 뒤 6·25전쟁 직후에는 행방불명됐다. 이에 따라 제주4·3과 주정공장 옛터를 기억하는 역사교육의 장과 위로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형인명부 등이 전시된 상설전시실과 추모의 방 등으로 역사관을 지난 3월 개관했고, 외부에는 위령 조형물과 도시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옆 4·3동굴유적지에는 학살된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는 빛이 발하고 있다.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첫 기획전시하는 입구 유리창에는 권 작가의 ‘나무도장’의 한 내용이 전시회의 주제를 압축하는 듯 하다. ‘어머니, 그럼 나도 빨갱이에요? 빨갱이가 뭐예요?” “글쎄… 나도 모르겠다. 바다 건너 들어온 말이지…”
  • 오인 사살 인질들과 함께 있었던 태국 노동자 “제가 운 좋다고요?”

    오인 사살 인질들과 함께 있었던 태국 노동자 “제가 운 좋다고요?”

    “제가 운이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아, 여기 있으니, 살아 있으니 운이 좋은 거겠죠.” 태국 남성 위치안 템쏭(37)은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집단농장) 크파르 아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에게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다 지난달 풀려나 고국에 돌아온 태국 일꾼 23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수도 방콕 외곽 산업단지의 한 조금만 방에서 부인 말라이와 함께 영국 BBC 기자를 18일 만나 앞의 질문을 던진 뒤 스스로 답을 내렸다. 그는 풀려나 귀국했고, 아내와 함께 있지만, 인질로 붙들려 있을 때 만난 적이 있는 이스라엘 청년 셋(알론 룰루 샴리즈, 요탐 하임, 사메르 탈랄카)은 자국군 병사들 오인 사격에 목숨을 잃고 말았으니 그는 운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가 이스라엘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사정, 인질로 억류됐던 50일, 귀국한 뒤 세 대목 모두 불운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위치안이 이스라엘 땅에 발을 디딘 것은 9월 말이었다. 다른 태국인 인질들처럼 가난한 태국 북동부 출신으로 나은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농장에 취업하기 위해 그곳에 갔다. 입국 아흐레 뒤 크파르 아자의 아보카도 농장에로 옮겼다.그곳에서 첫날 아침, 하마스 대원들의 총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동료 태국 일꾼들은 늘 있는 일이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정오가 가까워지지 총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일꾼들은 건물 하나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갔다. 하마스 대원들이 부수고 들어와 소총 개머리판으로 태국인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웅크린 채 ‘태국, 태국, 태국’이라고 외쳤더니 그는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취한 뒤 계속해 나를 때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개를 처박는 것뿐이었다. 한 녀석이 나를 발로 짓이기더라. 나는 숨으려고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 끌려갈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이 내 다리를 잡아당겨 끌려나왔다.” 위치안은 끝내 가자지구 지하 깊숙한 터널로 끌려가 51일을 억류당했다. 영어를 못하는 그는 고립무원 상태였다. 태국인 동료가 있었다면 조금 나았을텐데 아무도 없었다. 하마스 대원들과는 그림으로나 손짓으로 소통했다. 하루 한 끼만 챙겼다. 빵 한 조각과 말린 대추야자 한 알이 고작이었다. “그들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면 스트레스가 극심해졌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였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유일한 길은 아이들, 아내,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할 일이 없어 가만히 벽만 바라보고 앉아 있기도 했다. 살아남자는 생각만 계속 붙들었다.” BBC 기자들이 막 도착했을 때 뉴스를 통해 요탐, 새미, 알론이 지난 15일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것을 알았다고 했다. “매일 아침 외국 친구들은 서로를 다독이려고 노력했다. 악수를 하거나 주먹을 맞부딪쳤다. 그들은 나를 껴안아주거나 어깨를 두드려줬다. 손을 써야만 소통이 가능했다.” 그는 요탐이 드러머였다는 사실, 새미가 오토바이를 즐기며 양계장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간단한 태국 말을 알려주려고 했다. 두 친구는 터널 안의 첫날부터 함께 있었다. 알론은 10월 9일 합류했다. 그는 너그러운 대우를 받는 편이었는데 두 이스라엘 인질은 첫 주에 때때로 전선으로 두들겨 맞았다고 했다. 늘 굶주렸고, 물은 한 모금 홀짝거릴 뿐이었다. 큰 물병이라고 해야 나흘이나 닷새면 바닥이 드러났다. 작은 것들은 이틀이면 바닥이었다. 씻지 못하는 것이 정말 힘겨웠던 일이었다. 낮에 잠자야 한다고 했다. 터널 안에서는 늘 젖은 채로 지냈다. 주위에 말라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는 주변을 깨끗이 하려고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하마스 간수들이 폭탄으로 구멍난 곳을 메우겠다고 하면 그는 함께 자갈을 날랐다. 이렇게 한 달을 함께 지낸 뒤 네 사람은 새로운 터널로 옮겨졌다. “저녁 7시쯤 우리를 위로 올려 보냈다. 그런데 올라가 바깥 풍경을 보자마자 터널 아래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늘에서 교전을 벌이는 것이 어디에서나 보였다. 사방에서 드론이 날아다니는 소리와 총성이 들렸다. 드론을 피해 20분이나 달리기도 했다.”위치안은 납치한 이들이 달력에 날 수를 표시하라고 권하기도 했고, 심지어 시계를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했다. 자신이 자꾸 시간을 물어보니 귀찮아서 그런 것이었다. 이 시련은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끝날 때도 갑작스러웠다. “그들이 딱 나를 지목하더니 ‘너, 집에 가, 태국으로’라고 말하더라.” 51일 만에 처음 낮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적십자사에 인도된 다음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과했다. “그곳에 있는 내내 눈물 한 번 떨구지 않았는데 밖으로 나와 다른 풀려난 두 태국인이 눈에 들어오자 껴안고 울고 말았다. 얼싸안은 채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은 거냐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귀국 후 ‘생존자’, “운 좋은 아저씨’ 같은, 약간은 어이없는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절대 운 좋지 않다는 것은 이스라엘까지 여행하는 데 들어간 23만 바트(약 860만원)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그런데 이스라엘 농장에서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부부는 공장 일자리를 얻었다고 했다. 일당이 800바트(3만원)가 채 되지 않는다. 이 돈으로는 빚 갚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두 아이는 고향 부리람주의 조부모에게 보내 맡겼다. 위치안은 때때로 잠을 이룰 수 없어 힘들다고 했다. 일어나면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치가 떨릴 것 같은 이스라엘에 다시 가겠느냐고 BBC 기자가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임금이 주어지는 그곳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 여러분의 최종 답은 무엇인가? 위치안은 운 좋은 사람인가, 운 나쁜 사람인가?
  • 짠맛에 커피·술·담배 즐기는 부장님, 그러다 뼈에 구멍 숭숭 나요

    짠맛에 커피·술·담배 즐기는 부장님, 그러다 뼈에 구멍 숭숭 나요

    칼슘 권장량 섭취 남 69%·여 60%카페인은 칼슘 흡수 방해하고니코틴은 칼슘 배출 촉진하고알코올은 비타민D 대사 막아증상 없는 ‘침묵의 질환’ 예방과 치료내버려두면 신체 변형·무기력증 하루 20분 햇볕 쫴 비타민D 흡수칼슘, 영양제보다 식품 섭취 좋아 50대 김모씨는 얼마 전 눈길에 미끄러져 손목과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 골밀도 검사 결과 골다공증 전 단계인 골감소증이 발견됐다. 의사는 뼈가 약해진 원인으로 평소 마라탕 등 짠 음식을 즐기고 술과 담배를 낙으로 삼던 김씨의 생활 습관을 지목했다.골다공증은 ‘바람 든 무’처럼 뼈에 구멍이 나는 질환이다. 부실공사로 지은 건물에 금이 가듯 골다공증이 진행돼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보통 폐경기 이후의 여성, 남녀 통틀어 70세 이상 노인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만성적인 칼슘 부족, 무리한 체중 감량, 짠 음식 섭취, 음주·흡연 등의 영향으로 비교적 젊은 50대 남성에게서도 적지 않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8일 “우리나라 50세 이상 남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7.5%, 골감소증 유병률은 46.8%에 이르고 남성도 매년 1% 전후로 골소실이 일어나 골다공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골다공증 발병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칼슘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다.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칼슘 섭취 수준은 각각 하루 권장섭취량(성인 700㎎)의 69%, 60%에 그친다. 칼슘을 적게 섭취하는 사람이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커피, 담배, 술까지 즐기면 노인이 되기도 전에 뼈가 엉성해질 수 있다. 강현주 중앙대병원 영양관리팀장은 “커피 등에 든 카페인은 칼슘 흡수를 저해하고 담배의 니코틴은 칼슘 배출을 촉진하며, 알코올은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 대사를 방해한다”고 말했다. 짜게 먹거나 술을 많이 마시면 우리 몸이 체내 전해질 농도의 균형을 맞추려고 나트륨과 알코올을 배출하는데, 이때 칼슘까지 같이 빠져나간다. 뼈는 일생 지속적으로 생성과 흡수 과정을 반복하며 변하는 장기다.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가 오래된 뼈를 녹여 방출하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새로운 뼈를 만들어 골격을 재건한다. 1년마다 10%의 뼈가 교체되고 10년이 지나면 우리 몸의 뼈가 모두 새로운 뼈로 교체된다. 이 과정에서 칼슘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면 벽돌 없이 지은 집처럼 뼈가 얼기설기해질 수 있다. 여성이 커피와 담배, 술, 짠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을 지녔다면 남성보다 더 위험하다. 2022년 골다공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118만여명 중 여성 환자가 111만여명이다. 여성에게서 골다공증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폐경기 이후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어서다. 여성호르몬은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를 보호해 없어지는 뼈만큼 새로운 뼈가 생성될 수 있도록 한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이 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남성도 테스토스테론이 줄면 골다공증이 오기 쉽지만, 여성은 폐경을 기점으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해 더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게다가 흡연하는 여성은 여성호르몬 농도가 옅어져 일찍 폐경이 올 수 있다. 골다공증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요통, 허리가 구부러지는 신체 변형, 신장 감소, 쇠약, 무기력증을 겪게 된다. 골절이 생기면 보조기구를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간호, 보호를 받아야 하는 등 활동에 많은 지장이 생긴다.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대퇴골(넓적다리뼈) 골절 환자의 80%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을 혼자 하기 어렵고 수술 전으로 회복하는 사람도 50% 미만”이라며 “특히 거동이 어려워 누워지내다 보면 합병증이 생겨 대퇴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이 15~20%에 이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다공증 자체만으로는 증상이 없어 골절상을 입은 다음에야 골밀도 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골다공증을 ‘침묵의 질환’, ‘소리 없는 도둑’이라고 부른다. 골다공증 골절 환자는 뼈가 붙기를 기다리며 또 부러지지 않도록 골다공증을 개선하는 약을 쓰는 것 외에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다. 회복 기간도 3~6개월로 매우 길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최선인 셈이다. 우선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고 칼슘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려면 혈액 내 비타민D를 적절한 농도로 유지해야 한다. 비타민D는 음식으로도 얻을 수 있지만 대개 햇볕을 쬘 때 피부에서 만들어져 ‘선샤인 비타민’이라고 불린다. 햇빛이 직접 피부에 닿아야 합성되기 때문에 선크림을 바르거나 옷으로 피부를 모두 가리고 다니면 만들어질 수 없다. 닫힌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도 비타민D를 만들지 못한다. 김 교수는 “아무리 야외 활동을 해도 선크림을 바르면 비타민D를 충분히 만들 수 없어 비타민D가 결핍되기 쉽다”며 “혈액 검사로 비타민D 농도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비타민D 영양제를 복용해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20분 정도 햇볕을 쬐면 비타민D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비타민D는 계란, 버섯류, 고등어나 연어 요리에도 많이 함유돼 있다. 칼슘은 영양제보다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안화영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칼슘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지 않으나, 보충제로 고용량을 복용하면 심혈관 질환, 특히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위험성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칼슘보충제는 유당 불내성(우유에 함유된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때문에 우유나 유제품으로 칼슘 섭취가 어려운 사람이 먹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칼슘은 우유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우유에 든 유당과 카제인 단백질이 칼슘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잔멸치, 물미역 등 칼슘 함량이 높은 생선이나 해조류도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는 걷기 운동이 좋다. 수영은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잘 걷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운동은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며, 하루에 30~60분 이상, 1주일이 3~5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골다공증 환자가 허리를 과도하게 구부리는 운동을 하면 척추 골절 위험이 커서 요가와 같은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 “하마스의 최대 규모 터널 발견, 차량도 지나가”…이스라엘, 증거 영상 공개[포착]

    “하마스의 최대 규모 터널 발견, 차량도 지나가”…이스라엘, 증거 영상 공개[포착]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정파 하마스 축출을 위해 공습 강도를 높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길이 4㎞의 대규모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17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발표에 따르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발견한 해당 터널은 길이가 4㎞에 달하며, 최대 깊이는 지하 50m로 확인됐다.해당 터널 내부에는 통신과 전력 설비를 비롯해 공조‧어수 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폭이 3m 정도로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차량도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여서,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시작한 이래 발견한 것 중 최대 규모의 지하터널로 꼽힌다. 또 터널 안에서는 이스라엘 군에 발각됐을 경우를 대비해 곳곳에 방폭문을 단 은신처도 확인됐다. 터널 내부는 철제 원형 구조물로 이어져 견고함을 자랑했다.이스라엘군은 “베이트 하눈(에레즈) 국경 검문소에서 200~400m 떨어진 담장 인근에서 테러범(하마스 대원들)이 나오는 것을 목격한 뒤 터널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에레즈 검문소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매일 이스라엘로 출근하기 위해 통과하거나 병원 치료를 위해 드나드는 곳”이라면서 가자지구 주민의 일상적인 동선 가까이에 하마스의 대규모 지하 터널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이 터널 내부를 수색해 발견한 여러 자료 중 하나에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화르의 동생이자 하마스의 칸 유니스 지역 사령관인 무하마드 신와르가 자동차를 타고 해당 터널을 통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있었다.또 다른 영상에서는 하마스가 터널을 뚫는데 사용하는 장비(보링 머신, 구멍을 둥글게 깎아 넓히는 기계) 등을 사용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러한 증거들을 토대로 하마스가 터널을 만드는 데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터널을 조만간 폭파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대규모 공세를 염두하고 국경 검문소와 가까운 곳에 이 터널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지하터널에 바닷물 주입” vs 하마스 “그것까지 예상해 건설” 앞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파괴하기 위해 바닷물을 투입하는 ‘침수 작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하에 약 500㎞에 걸쳐 설치된 터널에 바닷물을 채움으로써 터널을 침수시켜 지하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와 대원, 인질을 지상으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작전에 필요한 바닷물을 끌어오기 위해 이미 지난달 펌프 5대를 설치했으며, 최근 펌프 2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스라엘군은 인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 지하 터널에만 침수 작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는 자신들의 지하터널이 바닷물 주입과 같은 공격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돼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4일 미국 CNN에 따르면, 하마스의 오사마 함단 대변인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터널은 침수를 비롯해 점령지의 모든 공격을 고려한 숙련 기술자들이 만들었다. 설계 과정에서부터 예측 가능한 모든 공격을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인질석방 열려있지만 방식 이견”…4㎞ 최대 터널 발견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인질석방 열려있지만 방식 이견”…4㎞ 최대 터널 발견

    이스라엘군의 인질 오인사살을 계기로 하마스와 휴전 논의 재개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휴전 및 인질석방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이집트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 모두 휴전과 인질 석방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인다. 하마스는 석방 대상 인질 명단을 일방적으로 정해 발표하고, 이스라엘군이 사전에 정해진 경계선 뒤로 물러나 있기를 원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측의 일방적인 석방 대상자 선정에 동의하지만, 휴전 기간을 정하기 위해 구체적인 일정표와 석방 대상 인질 명단을 미리 보기를 원한다. 하마스는 지난 10월 7일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시켜 학살을 자행하고 24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을 인질로 잡아갔다. 이 가운데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 이어진 일시 휴전 기간 등에 105명이 풀려났고, 8명은 주검으로 돌아왔다.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129명가량의 인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 중 20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달 초 하마스와 휴전 추가 연장 결렬을 선언하고 가자지구 지상전을 재개했지만, 지난 15일 하마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하면서 전투를 중단하고 다시 협상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를 받은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이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중재역을 맡아온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면담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바르니아 국장이 인질 문제를 담당하는 정보담당 예비역 장성을 대동하고 며칠 안에 알사니 총리를 만나기 위해 다시 유럽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국경 검문소 근처에서 길이가 4㎞에 이르는 대형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고 이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터널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이 시작된 이후 발견한 것 중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하마스의 터널이 발견된 지점은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으로, 터널 내부는 철제 원형 구조물로 이어져 있고 폭 3m 정도로 넓어 오토바이는 물론 차도 이동할 수 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최대 깊이가 지하 50m인 이 터널에는 통신·전력 설비는 물론 공조, 오수 처리 시설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곳곳에 이스라엘군에 발각됐을 경우에 대비한 방폭문을 단 은신처도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에레즈(베이트 하눈) 국경검문소에서 200∼400m 떨어진 담장 인근에서 테러범들이 나오는 것을 목격하면서 터널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그전에는 남부사령부의 정보 부대도 이 터널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에레즈 검문소는 가자 주민이 매일 이스라엘로 일하려고 통과하거나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드나드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주민의 일상적인 동선과 가까운 곳에까지 하마스의 지하 터널이 뻗어 있다는 것이다. 터널 내부에서 확인된 정보에 따르면 이 터널은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동생이자 하마스의 칸 유니스 지역 사령관인 무함마드 신와르의 책임 아래 건설됐으며 그가 이 터널 내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영상도 발견됐다. 또 다른 영상에는 하마스가 보링 머신(boring machine, 구멍을 둥글게 깎아 넓히는 기계) 등 특수장비를 사용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터널 구축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터널을 외신에 공개하면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겨냥한 대규모 공세를 염두에 두고 국경 검문소와 가까운 곳에 이 터널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조만간 이 터널을 폭파할 예정이다.
  • 대전 연구소 “펑” 폭발 후 크레인 붕괴…협력업체 직원 1명 숨져

    대전 연구소 “펑” 폭발 후 크레인 붕괴…협력업체 직원 1명 숨져

    15일 오후 4시 39분쯤 대전시 유성구 장동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안전방재시험동에서 크레인이 붕괴됐다. 이 사고는 협력업체 직원 박모(47)씨가 크레인에 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고는 시험동에서 수중내압시험을 하는 과정에서 연결된 전기시설이 폭발해 옆에 있던 몇m 높이 크레인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크레인이 붕괴하면서 연구소 지붕도 일부 구멍이 뚫려 무너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장 목격자와 연구소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모델 가슴에 ‘총상’…이스라엘 런웨이서 무슨 일?

    모델 가슴에 ‘총상’…이스라엘 런웨이서 무슨 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분쟁 중인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색 패션쇼가 열렸다. 모델들은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희생자의 가족들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올드 자파에선 하마스 습격에서 살아남은 12명의 모델이 런웨이에 올랐다. 이들 모두 지난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당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일부 모델의 의상에는 소름 끼치는 총상과 잔혹 행위로 생긴 자국들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새햐안 드레스를 입은 그의 가슴에는 선명하게 총알이 박혀 있다. 드레스 앞쪽에는 칼 모형이 장식돼 있다.영국과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제시카 엘터는 약혼자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그가 하마스의 총에 맞아 숨지는 순간을 수화기 너머로 직접 들었다. 그는 “매일 매 순간 그를 그리워 한다”며 “그를 그리워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것은 벤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고 그의 이야기를 전세계에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요벨 샤비트 트라벨시 역시 남편을 잃었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불과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신혼부부였다. 그는 결혼할 당시 입었던 것과 거의 똑같은 웨딩드레스를 입었지만 머리에는 총알 구멍을 재현했다. 트라벨시는 하마스 공격 당시 죽은 척하면서 목격한 하마스 대원들의 강간 장면을 표현했다. 드레스에는 가슴과 은밀한 부분을 더듬는 손을 표현했다. 하마스가 들이닥친 음악축제 현장에서 붉은색 스카프를 둘러메고 현장을 도망쳤던 파타포브도 무대에 올랐다. 파타포브는 파란색 옷에 다윗의 별 모양으로 장식한 옷과 평화를 상징하는 두마리 비둘기가 있는 머리 장식을 하고 런웨이를 했다. 이번 패션쇼에서 선보여진 의상들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하마스의 강간은 ‘전쟁 도구’”…뒤늦게 쏟아진 참혹한 증거들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할 당시 하마스가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저질렀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와 충격을 안겼다. 이스라엘 경찰이 영국 BBC에 공개한 영상에서 한 생존자는 음악 축제 현장에서 벌어졌던 집단 강간과 살인의 참상을 전했다. 한 목격자는 “하마스 대원들이 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했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절단한 후 강간하는 동안 여성의 머리에 총을 쐈다”고 했다. BBC는 이스라엘 경찰이 하마스의 성범죄 관련 목격자와 의료진 증언 1500여 건을 수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부 증언은 신뢰성을 의심받기도 했지만, 성범죄가 자행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하마스는 성범죄 등 잔혹 행위는 하마스 공격 이후 침입한 다른 무장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진흙 구덩이서 찾은 ‘국보 중의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

    진흙 구덩이서 찾은 ‘국보 중의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

    1993년 12월 12일.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 사이 절터 서쪽의 한 구덩이에서 진흙에 파묻힌 유물 하나가 발견됐다. 높이 61.8㎝, 무게 11.8㎏이나 되는 대형 향로는 흙더미 속에서도 존재감을 뽐냈고 이 유물이 얼굴을 드러내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1500여년 전의 백제 예술의 정수가 담긴 백제금동대향로는 그렇게 뜻밖의 방식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듬해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 이 향로를 보기 위해 2주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6만 8000여명이 찾았을 정도로 관심이 남달랐다. 당시 명칭은 백제 금동용봉봉래산향로. 지금은 사라진 국보 지정번호로는 제287호였던 이 유물은 백제 미술사와 고고학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12일 발굴 30주년을 맞은 금동대향로는 ‘국보 중의 국보’로 평가받는 유물이다. 오랜 세월에도 옛 자태를 잃지 않은 모습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줬고 들여다볼수록 감탄하게 되는 세밀함은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창적인 매력을 뽐냈다. 금동대향로는 유려한 동작을 보여주는 용이 받침을 이뤄 무거운 향로를 짊어지고 있다. 그 위로는 활짝 피어난 연꽃을 떠올리게 하는 몸체가 있고 23개의 산이 4~5겹으로 된 뚜껑과 그 위에 봉황이 배치됐다. 향로 정상의 봉황은 막 비상하려는 듯 날개와 꼬리를 거의 50도 가량으로 펼친 모습이다.향로에 표현된 86개 얼굴은 목을 앞으로 길게 빼고 있는 모습의 새, 무예의 한 동작을 묘사하는 듯한 사람, 세로줄 무늬가 돋보이는 호랑이, 날개 달린 상상 속 동물 등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신나현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연꽃잎 한 장, 산봉우리 하나마다 생생하게 담긴 86개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백제인이 꿈꾼 이상세계의 평온함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동대향로는 당대 백제 문화를 보여주는 집약체로 여겨진다. 벌집과 소기름을 섞은 밀랍 덩어리를 녹여 여러 도상을 새기거나 붙이는 방식인 밀랍 주조법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늘날에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구멍 5개와 연기를 뿜어내는 구멍 7개 등 총 12개의 연기 구멍 가운데 일부 크기를 수정한 점에서는 당시 백제인들의 정교한 공예 기술도 엿볼 수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은 발굴 30주년을 맞아 기획전시실에서 향로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전 ‘백제 금동대향로 3.0-향을 사르다’를 내년 2월 12일까지 전시한다.발굴 30주년을 맞아 박물관은 이날 고유제(어떤 일에 대한 사유를 신령에게 고하는 제사)를 봉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30년 전 백제금동대향로 발굴의 주역들인 신광섭 전 백제문화제재단 대표이사(당시 국립부여박물관장 겸 조사단장), 김정완 전 국립대구박물관장(당시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겸 책임조사원), 김성명 전 국립제주박물관장(당시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사 겸 조사원), 김종만 충청문화재연구원장(당시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사 겸 조사원), 진성섭 세종문화재연구원 부원장(당시 국립부여박물관 연구원 겸 보조원) 등이 참석해 30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 [책으로 정책읽기]‘지당하신 말씀’만으로 굴러가는 정부는 없다

    [책으로 정책읽기]‘지당하신 말씀’만으로 굴러가는 정부는 없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강력대응”이니 “원점재검토”니 하는 말이 붙곤 한다. 그리고 그런 강력한 발언이 붙는 정책치고 제대로 뒷수습이 되는 모습을 못본지 꽤 됐다. 강력한 정책을 내놓으면 얼마 안가서 피해갈 방법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 뒤엔 “엄청 강력한 대책”이 나오고 또 얼마 뒤에는 “진짜 겁나게 강력한 대책”이 나온다. 그리고 잊을 만 하면 도돌이표다. 마약대책에 저출산대책에 균형발전정책에 킬러문항 대책까지.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은 강력대책과 용두사미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면 항상 떠오르는 말이 두가지가 있다. 중국에서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하나겠고, 다른 하나는 미국 대통령 트루먼이 후임 대통령으로 아이젠하워가 당선된 뒤 했다는 말이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명령하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불쌍한 아이크.” 단순히 무능력해서 그런 거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부는 없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에 현혹될 필요도 없다. 다만 왜 그렇게 됐는지 정확하게 이해는 하고 있어야 정부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데 필요한 통찰력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선시대, 불법이지만 모두가 즐겨 먹었던 쇠고기 21세기 한국에서 개고기가 차지하는 지위를 조선시대엔 쇠고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농업에 꼭 필요할 뿐 아니라 무기를 만드는 데 쓰는 소의 뿔과 힘줄, 가죽, 뼈, 거기다 각종 생활용품 재료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를 잡아먹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였다. 위반하면 곤장 100대라는 무시무시한 형벌을 각오해야 했다. 적어도 조선시대 법조항만 놓고보면 그랬다. 소를 도축하거나 판매하는 것은 물론 쇠고기를 먹는 사람도 처벌을 받았다. 물론 이런 ‘강력한 대책’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에게 정책이 있으면 아랫것들에겐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법이다. 병들어 죽거나 사고로 다쳐 죽은 소를 도축한 “저절로 죽은 쇠고기”는 100% 합법이었다. 21세기판 “저절로 죽은 고래고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모범을 보여야 할 지배계급부터 쇠고기를 먹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고기 사랑에 진심이었던 걸로 유명한 세종은 1434년 연회에 쇠고기를 쓴 승지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사헌부에서 주장하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쇠고기를 쓰는 것은 사람마다 범하는 바이다. 예전에 허지(許遲)가 대사헌이었을 때 아뢰기를 ‘신은 항상 형장 100대에 해당하는 죄를 범합니다’하였으니 이 말이 매우 곧다(33~34쪽).” 도축과 식용이 불법인데 어떻게 소를 도축하고 쇠고기를 사고 팔았을까. 놀랍게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판매하는 상점이 버젓이 영업을 했다. 왕실 친척이나 권세가, 심지어 돈 좀 있는 양반님네도 노비들을 시키거나 도축업자와 결탁해서 소를 잡았다. 이걸 단속해야 하는 치안기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축을 금지하는 주체가 도축을 비호하는 세력이었다. 그러다보니 18세기에는 해마다 도축하는 소가 20만마리가 넘었다. 조선은 말 그대로 ‘쇠고기 국가’였다.방대한 한문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책을 여럿 저술한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강명관이 쓴 <노비와 쇠고기>는 불법이지만 모두가 즐겨 먹던 쇠고기, 그리고 그 쇠고기 도축과 판매 독점영업권을 갖고 있던 반인(泮人)들에 대한 이야기다. ‘반인’이란 조선시대 최고 국립교육기관인 성균관이 소유한 공노비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판매하는 독점영업권을 가진 상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목이 ‘노비와 쇠고기’다. 생활사 책으로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겠지만 이 책은 노비와 쇠고기를 통해 “조선 후기 국가 정책 결정과정과 행정이 실제 작동하는 모습(8쪽)”을 살펴보는 용도로도 아주 훌륭하다. 저자가 보기에 “조선 최고의 거룩한 교육기관과 근엄한 사법기관들은 성균관의 노비를 수탈함으로써 존립(8쪽)”했다. 물론 전근대사회에 지금과 같은 기준의 약자보호대책이나 복지정책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다. 하지만 “너무나도 과도하고 무자비(8쪽)”한 수탈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수탈로 인해, 성균관을 비롯한 국가교육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책이 드러내는 바 입만 열면 공자왈 맹자왈을 읊조리며 교육과 교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위정자들은 정작 국가 최고 교육기관이 예산이 부족해 학생들 밥을 못 줄 지경까지 되도록 상황을 방치하고 또 방치했다. 불법이라며 내는 벌금이 사실상 쇠고기 판매 영업세 노릇 불법은 불법인데 아무도 지키지 않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정부는 성균관을 유지하기 위한 특수노비집단인 ‘반인’들의 생계수단으로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판매하는 ‘현방’에 독점경영권을 부여했다. 서울에서 도를 도축해 판매할 수 있는 전매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 도축과 고기 판매는 엄연히 불법이니까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벌금을 속전(贖錢)이라고 했다. 반인들이 쇠고기 불법 도축 단속기관인 형조, 한성부, 사헌부 등 이른바 삼법사(三法司)에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속전은 해마다 2만냥이 훨씬 넘었다. 반인들로선 어마어마한 부담이었다. 이 벌금 혹은 세금이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현방이란 게 원래 성균관 운영을 위한 재원마련을 명분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벌금 혹은 영업세를 내고 사시사철 운영을 했다. 삼법사는 이 벌금을 기관운영비로 썼다. 이 운영비는 원래대로라면 국가가 지급해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조선 후기 지배체제는 “법 혹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방치(39쪽)”해 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국가는 그럴 재정적 여유와 의도가 전혀 없었다. 보다 냉정히 말한다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143쪽).” 조선 전기만 해도 상황이 이렇진 않았다. 당시엔 국가 차원에서 성균관 운영을 위한 재정확충에 노력했다. “적어도 임진왜란 전까지 성균관은 재정 부족에 시달리지는 않았다(150쪽).” 하지만 조선 후기가 되자 성균관은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재정의 붕괴(150쪽)” 때문이었다. 조선 후기 성균관이 보유한 토지는 조선 전기에 비해 20%도 채 되지 않았다(166쪽). 재정이 부족해지자 교육여건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결국 조선 후기 들어 서울에 사는 있는 집 자제들은 성균관에 있는 걸 창피한 일로 여길 정도가 됐다. 당위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국가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최고의 교육기관(145쪽)”인 “성균관의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국가가 담당해야 마땅(145쪽)”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왕과 고위 정책결정자의 집합인 조정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199쪽).” 결국 모자라는 비용은 반인과 현방을 수탈해서 메꾸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조선 후기 국가체계가 얼마나 무능력했고 무신경했는지 세세하게 묘사한다. 먼저, 조선시대 정부기관들은 기관별로 자기 소유 재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기관별로 재정운용을 제각각 했다.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조선의 관료제에는 서리 이하의 노동에 대한 삭료를 따로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는 곳이 있었다. 예컨데 지방의 서리 곧 향리의 행정노동은 일종의 신역(身役)으로 파악되었고 그들의 노동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급부는 없었다… 육조의 경우… 유독 형조만 요포(각 관청의 하급관리에게 월급으로 지급하는 무명)를 지급하지 않았다(201쪽).” 세금을 적게 걷는 국가는, 무책임한 국가 그러다보니 정부부처끼리 한정된 예산을 두고 경쟁이 벌어졌다. “성균관과 삼법사의 부족한 재정은 어디선가 채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반인의 현방에서 바치는 속전이었다. 속전이 없으면 성균관과 삼법사는 존립이 불가능하였다(227쪽).” 소를 도축하는 건 불법이다. 사헌부와 한성부, 형조 하급직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예(吏隸)들은 불법도축을 단속, 이른바 금란(禁亂)에 나선다. 하지만 이게 부정부패의 온상이 돼 버렸다. 월급을 못 받으니 먹고 살려면 뇌물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대안은 하나밖에 없었다. 국가가 하급직 공무원들 인건비를 지급하고 성균관 운영비를 확보해줘야 했다. “하지만 왕을 위시해 어떤 관료도 이예의 삭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하지 않았다. 관료들은 삼법사의 직임을 맡았을 때 극히 드물게, 예외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었고, 다른 관서의 직임으로 옮길 경우, 그 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다. 문제의 존재는 공지의 사실이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의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다(226쪽).” 무능력과 무책임 구조의 정점은 당연히 임금이었다. 1724년 반인들 생계곤란 문제를 거론하며 삼법사가 걷는 속전을 반감하자는 건의가 나왔다. 당시 임금이었던 경종은 건의사항을 모두 재가했다. 이 조치를 시행하면 자체 세입이 대폭 깎이는 해당 기관이 반발했다. 그러자 경종은 기관들의 의견을 모두 수용했다. 속전 문제는 없던 일이 됐다(293쪽). 1733년에 동일한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당시 임금인 영조는 이 문제를 제기한 대사상 조명익의 요청을 모두 재가했다. 그리고 동일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한성부가 재정 악화를 호소했다. “무책임한 왕은 이미 재가했던 조명익의 요청은 까맣게 잊고 한성부의 요청을 재가했다(315쪽).” 계속 이런 식이었다. 때로는 정책건의가 제기되고 임금이 실태파악과 추가보고를 지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뒤 추가보고가 제대로 이뤄진 적도 없고, 추가보고 뒤 대책발표가 제대로 된 적도 없었다. 대책발표 뒤 제대로 집행된 적은 더더구나 없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19세기엔 결국 성균관 유생들에게 밥을 제대로 차려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부담을 반인들에게 전가하다보니 결국 자살하는 노비가 속출했다(311쪽). “날마다 도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법을 합리적으로 바꿔야만 했다. 어떤 수준에서 도축을 통제할 것인지, 또 세금을 거둘 것인지를 고민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도 법의 개정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538쪽)” 결국 문제의 핵심은 재정 확보였다. 정부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함께 일정 수준 이상 조세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조선시대 주류담론은 ‘감세’였다. 세금을 많이 거두는 건 가렴주구이자 ‘반서민 정책’인양 취급됐다. 하지만 납세자인 서민들 입장에선 꼭 그렇지도 않았다. 당장 내는 세금이 적지만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각종 부담이 존재했다. 복지제도인 ‘환곡’이 사실상 조세, 더 나아가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고리대금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문제에서 기인했다. 재정이 부족한 국가는 곧 국민에게 무책임한 국가다. 세금을 덜 걷는만큼 책임도 덜 질 수밖에 없다. 독재국가일수록 조세수준이 낮고 민주국가일수록 조세수준이 높은 건 다 이유가 있다. 북한은 ‘세금없는 지상낙원’을 자랑으로 여기고 스웨덴 같은 나라는 평균적으로 월급 절반을 소득세로 원천징수한다. 조선 후기는 이런 이분법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다시 원래 고민으로 돌아가보자. 왜 아름다운 뜻을 가진 지도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패하는가. 영화 ‘사도’에서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임금이 공부 모자라고, 대님 하나만 삐딱해도 멸시하는 것이 신하다. 이 나라는 공부가 국시고, 예법이 국시야.”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입만 열면 ‘지당하신 말씀’을 늘어놓은 조선 후기는 결국 쇠고기 불법도축에 대한 벌금으로 굴러갔다. 어떤 이들에겐 조선 후기의 이런 모습이 ‘조선은 역시 망해야 하는 나라였어’라는 결론을 위한 논리처럼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정부실패 사례는 동서고금에 차고도 넘친다. 게다가 21세기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과연 얼마나 다를지도 의문이다. 당장 의대 정원 확대나 저출산문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 연금·교육·노동개혁, 심지어 이념을 바로 세우는 문제까지도 ‘지당하신 말씀’과 ‘강력한 대책’ 그리고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떡볶이 먹방’ 뒤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 강서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 마련 힘 쏟는다

    강서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 마련 힘 쏟는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결정문을 받았는데 그걸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은행 대출 받으러 가니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피해 확인서를 받아 오라고 하고 HUG에서는 비정상 전세계약이라 안 된다고 합니다.” 지난 5일 늦은 오후 100여명의 시민이 서울 강서구청 대회의실을 채웠다. 화곡동 빌라왕, 양심 없는 공인중개사, 구멍 숭숭 뚫린 전세 제도에 수억원대 보증금을 날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었다. 화곡동에 사는 젊은 여성이 마이크를 들고 정부 지원대책의 허점을 지적하자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내내 참았던 감정을 토로했다. “정부가 피해자 결정을 통지했으면 은행이든 HUG이든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데 다른 서류를 요구해요? 그것 참 답답한 노릇이네요.” 강서구는 이날 전국 처음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전수조사를 한 결과를 공개하는 보고회를 열었다. 현재까지 강서구에서만 337건의 전세사기가 터졌다. 피해 금액이 833억원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피해가 가장 크다. 구는 전수조사로 취합한 피해자 사례와 이날 보고회에서 제시된 10명 넘는 피해자 의견을 종합한 결과 전세사기 피해를 법과 제도 미비로 발생한 사회적·경제적 재난이라고 진단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있지만 피해자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 구청장은 “실효성 있고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정부의 피해자 지원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특별법을 개정해 피해자 결정 요건을 개선하는 등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며 전수조사 결과와 피해자 의견을 토대로 국회와 정부에 대책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살던 전셋집을 우선 매입할 때 길면 1년 이상 걸리는 경매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전세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 주고, 불법 건축물인 전셋집을 낙찰받게 되면 이를 한시적으로 합법 주택으로 해 줘야 한다는 게 구의 입장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저리 대출도 부부 합산 소득, 신청 시기의 제한 조건이 붙고, 불법 건축물과 근린생활시설 임차인은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실제적으로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구는 지적했다. 구는 행정력을 동원해 즉시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조례 개정을 통해 오는 14일부터는 전세보증금 반환청구소송 등 법적 절차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진 구청장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1억원을 확보하고 내년에도 10억원 이상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지만 기초 지자체 대책만으로 근원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피해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사지도 않으면서 처물어보기는”…소래포구 간 유튜버 봉변

    “사지도 않으면서 처물어보기는”…소래포구 간 유튜버 봉변

    터무니없는 가격과 ‘꽃게 다리 실종’ 등의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던 인천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이번엔 가격을 묻는 손님에게 한 상인이 내뱉은 막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6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지난달 30일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이 빠르게 공유됐다. 유튜브 채널 ‘오지산’은 최근 아내와 함께 소래포구를 방문했을 당시 겪었던 상황을 ‘이게 소래포구 어시장의 현실이다. #사지도 않으면서 처물어보기는’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담았다. 오지산은 “도심 속에 이런 포구가 있는 게 아름답다”면서도 “그런데 일부 시장 상인은 막말로 손님을 기분 나쁘게 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산물 가격에 대해 “함부로 물어보지 마시라. 옆에서 눈치껏 가격을 알아보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바로 가격 문의에 대한 시장 상인의 반응 때문이었다. 오지산은 “다른 포구에서 당한 일이 있어서 재래시장은 안 가려고 했는데 (소래포구에서) 꽃게가 워낙 싸다는 소문에 또 와봤는데 역시나 기분이 나빴다”라고 했다. 시장을 둘러보는 오지산의 카메라에는 “5000원 1㎏”, “떨이 1만원이다” 등 상인들의 외침이 담겨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상인의 핀잔이 들려왔다. 문제의 상인은 옆에 있던 상인에게 “자리 바꿔. 네가 말해”라고 말한 뒤 “사지도 않으면서 처물어보기는”이라고 막말을 내뱉은 것이었다. 이를 들은 오지산의 아내는 “사지도 않으면서 처물어본다고 하네”라며 자리를 피했다. 오지산은 “저런 상인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화가 났지만 손님이 참아야 하는 시장, 기가 막힌다. 저런 상인 소래포구에서 퇴출시켜야 하는데”라며 “나름 친절한 분도 많은데 아까 그 상인은 문제가 좀 많다”라고 불쾌해했다.이를 본 누리꾼들은 “지금 세상에 그런 짓을! 몰지각한 일부 상인들 때문에 전통시장 물 흐려진다. 이런 상인들은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 “절대 변하지 않는 곳”, “잊을 만하면 하나씩 터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꽤 오래전부터 가격을 너무 비싸게 받는다든지 불친절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소래포구는 올해 여러 차례 논란이 터진 바 있다.지난 5~6월에는 ‘소래포구에서 암게 2㎏을 6만원에 사왔는데 꽃게 다리가 2~5개씩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라든지 ‘소래포구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구매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는 등의 주장이 나왔다. 이러한 논란이 이어지자 소래포구 상인들은 자정대회를 열고 “호객 행위, 섞어 팔기, 물치기, 바가지 등을 척결하겠다”며 “자정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캠페인을 벌였고, 관할 지자체인 인천 남동구도 소래포구 상인들을 대상으로 위법 행위 근절 교육을 실시했다.물치기란 꽃게를 건져내면서 비닐봉지에 넣는 과정에서 일부러 봉지에 구멍을 내고, 봉지를 물에 담가 봉지에 물이 들어가도록 만들어 봉지채 무게를 잴 때 더 많은 무게가 나오도록 하는 수법이다. 그 밖에도 꽃게를 봉지에 담으면서 살아 있는 꽃게 사이에 죽은 꽃게 등을 슬쩍 섞어 파는 수법 등이 있다. 지난 6월 소래포구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지자 한 상인은 언론에 “소래포구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상권이 형성돼 있다”면서 “개중에 한 점포라도 논란을 빚으면 전체 상인이 욕을 먹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 강서구 “전세사기 피해는 사회적 재난…특별법 개정해야”

    강서구 “전세사기 피해는 사회적 재난…특별법 개정해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결정문을 받았는데 그걸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은행 대출 받으러 가니 허그(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피해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하고, 허그에서는 비정상 전세계약이라 안 된다고 합니다.” 지난 5일 늦은 오후 100여명의 시민이 서울 강서구청 대회의실을 채웠다. 화곡동 빌라왕, 양심 없는 공인중개사, 구멍 숭숭 뚫린 전세 제도에 수억원대 보증금을 날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었다. 화곡동에 사는 젊은 여성이 마이크를 들고 정부 지원대책의 허점을 지적하자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내내 참았던 감정을 토로했다. “정부가 피해자 결정을 통지했으면 은행이든 허그이든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데 다른 서류를 요구해요? 그것참 답답한 노릇이네요.”강서구는 이날 전국 처음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전수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는 보고회를 열었다. 현재까지 강서구에서만 337건의 전세사기가 터졌다. 피해 금액이 833억원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피해가 가장 크다. 구는 전수조사로 취합한 피해자 사례와 이날 보고회에서 제시된 10명 넘는 피해자 의견을 종합한 결과, 전세사기 피해를 법과 제도 미비로 발생한 사회적·경제적 재난이라고 진단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있지만 피해자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 구청장은 “실효성 있고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정부의 피해자 지원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특별법을 개정해 피해자 결정 요건을 개선하는 등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며 전수조사 결과와 피해자 의견을 토대로 국회와 정부에 대책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밝혔다.피해자가 살던 전셋집을 우선 매입할 때 길면 1년 이상 걸리는 경매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전세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고, 불법건축물인 전셋집을 낙찰받게 되면 이를 한시적으로 합법주택으로 해줘야 한다는 게 구의 입장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저리 대출도 부부 합산 소득, 신청 시기의 제한 조건이 붙고, 불법건축물과 근린생활시설 임차인은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실제적으로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구는 지적했다. 구는 행정력을 동원해 즉시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조례 개정을 통해 오는 14일부터는 전세보증금 반환청구소송 등 법적 절차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진 구청장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1억원을 확보하고 내년에도 10억원 이상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지만 기초 지자체 대책만으로 근원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피해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미국 외교·정보 ‘구멍 뻥’…스파이 놀음 중 대사 중책까지

    미국 외교·정보 ‘구멍 뻥’…스파이 놀음 중 대사 중책까지

    최고위 외교관인 대사 직책까지 맡았던 미국의 전직 외교관이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42년이나 쿠바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했다는 간첩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져 충격을 주고 있다. 원래 쿠바 총첩보국(DGI) 정보요원인데 미국 외교정책 심장부에 위장해 침투한 것이라는 역분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 연방검찰은 빅토르 마누엘 로차(73) 전 볼리비에 주재 미국대사를 지난 1일 체포해 이날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1981년부터 현재까지 쿠바 정보당국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한 정보 수집 임무와 쿠바 정부를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로차 전 대사는 1981년부터 2002년까지 국무부 직원으로 대사관·영사관에서 비공개 정보 접근권을 가지며 도미니카공화국, 이탈리아, 쿠바를 포함한 외교정책분야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1989~1991년 멕시코 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을 지냈다. 이어 2000~2002년 볼리비아 주둔 대사를 역임했다. 1994~1995년엔 미국 안보 정책을 총지휘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미주 담당 국장 등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로차 전 대사가 국무부에서 일하는 동안 미국 외교 정책과 관련한 기밀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퇴직한 뒤인 2006~2012년에도 쿠바를 관할 구역으로 하는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쿠바 정보기관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감쪽같이 이중생활을 한 40여년 동안 한결같이 미국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력한 직책을 유지한 배경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의문이 증폭됐다. 로차 전 대사는 비밀요원 신분을 감추기 위해 미국 정부에 거짓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쿠바 정보 요원을 만나기 위해 해외로 출국한 뒤 거짓 보고를 하는 식이다. 로차 전 대사의 이중생활은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는 쿠바 요원으로 위장한 FBI 요원과 올해 2월과 6월에 두 차례 만남에서 쿠바 정보기관을 위해 일했다고 잇달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차 전 대사는 이 요원과의 만남에서 미국을 “적국”으로, 쿠바와 자신을 “우리”, 쿠바 정보기관에 있는 지인들을 “동지”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6~2017년쯤 도미니카 여권을 이용해 파나마에서 쿠바에 갔던 것이 쿠바 총첩보국과의 ‘마지막 접촉’이었다며 “이번에 연락해줘서 매우 고맙다는 것을 내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쿠바 정보기관으로부터 ‘평범한 삶을 살아가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우익 인사로서의 새 인격(legend)을 창조했다”고 뽐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로차 전 대사가 국무부를 떠난 지 20년 이상이라면서도 “향후 정보당국 파트너들과 이 문제와 관련한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지칭했으며 쿠바 정보기관에 있는 지인들을 동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레이(57) FBI 국장은 “미국 외교관이 적대적인 외국 세력인 쿠바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로치 전 대사는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해 뉴욕에서 자랐으며 28세 때인 1978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예일, 하버드, 조지타운 등 명문대 학위를 바탕으로 국무부에 입성할 수 있었다. 미 연방검찰은 쿠바 정부가 로차 전 대사를 포함해 미국 핵심 정보수집을 도울 수 있는 인사들을 포섭하려고 수년째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차 전 대사는 검찰에서 외국 요원들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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