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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곡진 佛道 끝에 만나는 자비

    굴곡진 佛道 끝에 만나는 자비

    그리 너른 숲은 아닙니다. 작정하고 찾을 만큼 빼어나지도 않습니다. 외려 볼품없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경북 의성의 법계도림 이야기입니다. 신라시대의 고승 의상이 남긴 법계도를 토대로 만든 미로 숲입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한 좁은 미로가 말하려는 건 세상을 사는 이치입니다. 늘 되뇌면서도 번번이 실천하지 못했던 그런 이치들 말입니다. 미로 숲 위는 고운사입니다. 시대와 반목했던 ‘비운의 천재’ 최치원의 흔적이 여태 남아 있는 절집입니다. 와가들이 밀집한 사촌마을도 예서 멀지 않지요. 의성엔 이처럼 느릿느릿 걸으며 기웃댈 만한 풍경들이 꽤 많습니다. 법계도림은 의상(625~702)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엄일승법계도(華巖一乘法界圖, 이하 법계도)를 토대로 만든 숲이다. 화엄사상의 요체를 210개의 글자를 이용해 간결한 시로 축약한 뒤 이를 54개 굽이(角)의 사각형 미로로 만들었다. 쉽게 말해 국내 화엄종의 개조(開祖)로 추앙받는 의상의 화엄세계를 현실 속에 구현한 숲이 바로 법계도림이다. ●의상이 설계한 법계도… 여래의 一音 나타내 법계도는 ‘법’(法) 자에서 시작해 ‘불’(佛) 자에서 끝난다. 한데 의상은 왜 이 같은 미로 형태의 그림시를 그렸을까. 그는 자신이 남긴 몇 가지 책을 통해 자문자답했는데, 이를 요약하면 이렇다. 글이 하나의 길을 이룬 건 여래의 일음(一音)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굴곡진 까닭은 가르침을 받을 중생의 능력과 욕망이 같지 않기 때문이고, 시작과 끝이 있는 건 수행에 원인과 결과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사면사각의 형태를 띤 것은 자비를 발현하고 불도(佛道)에 드는 방법을 사섭사무량(四攝四無量)으로 표현한 것이다. 법계도림을 설계한 이는 고운사 주지인 호성 스님이다. 그는 법계도림을 활용해 살아 있는 목탑을 만들려 했다. 법계도림의 중심부에 큰 은행나무를 하나 세우고 주변에 키 작은 단풍나무들을 심어 놓으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자연스레 탑 형태의 숲이 될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법계도림에 들어서면 머리를 숙여야 하는 일이 잦다. 단풍나무가 옆으로 가지를 펼쳐 놓았기 때문이다. 찾는 이 드문 탓에 거미줄이 얼굴에 달라붙는 일도 흔하다. 이처럼 걷기에 불편하다 보니 개선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현재의 나무는 죄다 뽑고 내년쯤 다른 나무를 심을 예정이란다. 향나무처럼 위로 곧추 자라 길을 쉽게 낼 수 있는 수종이 대체재로 꼽힌다. 한데 불현듯 딴생각이 든다. 이처럼 좁고 불편한 길은 절집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잘 정돈된 미로는 놀이공원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길이 다소 불편한들 무엇이 문제일까. 이를 하심(下心)을 종용하는 심모원려라 볼 수는 없을까. 작은 티끌 안에도 우주가 들어 있다고 했다. 좁고 불편한 길을 성찰의 자세로 돌아보는 게 외려 법계도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싶다. 어쨌든 계획대로라면 붉고 푸른 단풍나무가 노란 민들레꽃과 어우러진 소박한 길은 내년 이후엔 볼 수 없다. ●신라 문장가 최치원의 흔적 남은 ‘고운사’ 법계도림 위는 고운사다. 신라의 문장가 고운(孤雲) 최치원의 호를 딴 절집이다. 60여 말사를 거느린 큰 절집이지만 여느 곳과 달리 주차료나 입장료 한 푼 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진입로가 인상적이다. 금강송과 굴참나무 등이 어우러진 숲길이 1㎞쯤 이어진다. 이를 ‘천년숲길’이라 부른다.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족할 길은 그러나 심연으로 들어가는 소로처럼 깊다. 늙은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엔 천년간 봉인된 고운의 체취가 서린 듯하다. 천년숲길을 나와 일주문, 사천왕문 등을 거푸 지나면 가운루(駕雲樓)에 닿는다. 최치원이 건축에 힘을 보탰다는 건축물로, 고운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문화재 중 하나다. 최치원이 원래 지었던 이름은 가허루(駕虛樓)다. 멍에를 쓰듯, 평생 불성(虛)을 짊어지고(駕) 가라는 뜻이란다. 이를 현재의 현판으로 바꿔 쓴 이는 고려 공민왕이다. 사랑하던 노국공주가 죽자 실의에 빠진 공민왕이 전국을 유람하다 고운사에 들러 어필을 남겼다고 한다. 고운사에는 유교와 도교의 색채가 많이 남아 있다. 우화루 뒤편의 ‘만세문’은 솟을대문 모양이다. 절집 건물치고는 독특한 형태다. 만세문 뒤는 연수전이다. 조선 왕실 계보를 적은 어첩을 봉안하던 건물이다. 안내판은 ‘불교를 억누르고 유교를 떠받들던 시대에 사찰 안에 이렇듯 왕실과 관련되는 건물이 지어졌다는 사실이 이채롭다’고 적고 있다. 식당 건물엔 호랑이 벽화가 보관돼 있다. 어느 방향에서 보든 호랑이 눈과 마주하게 된다는 벽화다. 제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가르침을 담지 않았을까 싶다. ●‘경북팔승일경’… 빙계계곡의 웅숭깊은 풍경 고운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사촌가로숲(천연기념물 제405호)이 있다. 1390년께 기와집들이 숲을 이루던 사촌마을 주변에 조성된 비보림(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의 기가 약한 곳에 조성한 숲)이다. 현지 주민들은 흔히 ‘가리쑤’라 부른다. 바람을 가리는 ‘쑤’(숲)란 뜻이다. 한실천 제방을 따라 800m 정도 이어져 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밀집돼 있어 찬찬히 둘러보기 좋다. 가로숲 안쪽의 사촌마을에선 1582년 지은 만취당(보물 1825호) 등의 고택과 만날 수 있다. 의성 남쪽의 빙계계곡은 오래전부터 의성에서 가장 빼어난 경승지로 꼽혔던 곳이다. 계곡에 들면 ‘경북팔승일경’(慶北八勝一景)이라는 표지판을 흔히 본다. 경북의 여덟 가지 빼어난 경치 가운데 첫째가는 곳이란 뜻이다. 자신감과 도도함이 글자 곳곳에서 느껴진다. 누가 언제 어떤 근거로 이런 도저한 표현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거무튀튀한 절벽이 2㎞가량 돌아가며 만든 풍경만큼은 제법 웅숭깊다. 빙계계곡의 자랑거리는 대략 세 가지다.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나온다는 얼음 구멍 빙혈(氷穴, 천연기념물 제527호)과 풍혈(風穴), 그리고 빙산사지 오층석탑(보물 제327호)이다. 셋 모두 계곡 왼쪽 마을에 몰려 있다. 얼음동굴에 들면 서늘한 기운이 뒷목을 스친다. 실제로 한여름에도 고드름이 열린다고 한다. 빙혈 바로 위의 풍혈에서도 에어컨 같은 바람이 나온다. ‘삼복더위에 얼음이 얼고, 엄동설한에 따뜻한 김이 솟는다’더니, 그리 과장 섞인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빙산사지 오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 말기에서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석탑이다.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국보 제77호)을 본뜬 것으로 알려졌는데, 빙계계곡 등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자태가 한결 돋보인다. 인근의 금성산 고분군도 둘러보는 게 좋겠다. 조문국(召文國)의 경덕왕릉 등 고분 몇 기가 남아 있다. 조문국은 신라보다 앞선 기원전 1세기 무렵, 지금의 금성면을 중심으로 융성했던 고대 부족국가다. 왕릉 주변으로 산책로가 나 있다. 고분군 끝자락의 조문국 박물관에서 조문국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초여름의 명물로 꼽히는 금성산 고분군 앞 작약꽃밭은 5월 말~6월께 만개한다. 글 사진 의성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고운사는 안동과 경계인 의성 동북쪽에 있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나들목으로 나와 의성 방면 5번 국도로 갈아탄 뒤 망호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점곡 방면 79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8㎞쯤 가면 된다. 사촌마을과 사촌가로숲, 의성 소계당 등 볼만한 풍경들이 지척에 널렸다. 천천히 둘러보면서 남쪽 방향으로 내려가길 권한다. 빙계계곡은 의성의 동남쪽 끝에 있다. 조문국의 흔적이 남은 금성산 고분군, 조문국 박물관, 산수유 마을 등을 묶어 돌아보는 게 좋다. 여느 여행지와 달리 고운사, 조문국 박물관 등 관광지들이 죄다 무료다. 입장료 걱정 없이 다녀도 좋겠다. →맛집:의성 하면 마늘 먹인 소가 대표 먹거리다. 군청 인근 의성마늘목장(830-6283)과 안계면의 마늘목장한우타운(862-8592) 등이 이름났다. 탑산약수온천이 있는 봉양면에도 의성마늘소먹거리타운이 조성돼 있다. 의성마늘이야기(834-8843)는 마늘로 맛을 낸 백반, 묵은지찜 등을 내는 집이다. 의성읍내에 있다. →잘 곳:군청에서 운영하는 금봉산 자연휴양림(833-0123)이 깨끗하다. 금성면 산운마을의 운초당, 의성소우당, 점곡면 사촌마을의 초해고택, 후산정사, 안동김씨 종택 등에서 한옥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성군청 문화관광과 830-6549.
  • [오늘의 눈] 힘내라 청춘!/강주리 경제정책부 기자

    [오늘의 눈] 힘내라 청춘!/강주리 경제정책부 기자

    “아무 준비도 없이 날갯짓을 하는 새처럼 우리도 연습하는 거야. 때론 힘에 부쳐 쓰러져 괜한 투정도 부리겠지”, “픽미 픽미 픽미업(나를 뽑아줘)” 최근 인기리에 방송된 걸그룹을 만드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01명의 연습생들이 따라 부른 가사의 일부다. ‘악마의 편집’에도 절대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는 불공정 약관 속에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습하는 소녀들을 보며 때론 가슴이 먹먹했고 다른 한편으론 ‘열정’에 자극도 받았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프로그램 사업자인 CJ E&M에 약관 시정 명령을 내렸다. 시간을 거슬러 2006년 신문사 입사 당시 토론시험 주제로 나왔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아들과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아버지 중에 회사가 한 명만 선택한다면’이라는 초난감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걸그룹을 꿈꾸는 연습생이든, 직장인이 되고픈 취업준비생이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직업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 보겠다는 열정에는 변함이 없는데 들어가는 바늘구멍은 더 작아졌다. 청년 실업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월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 4000명이 늘어난 52만명으로 실업률 11.8%, 1999년 통계치 작성 이래 3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에 증가한 실업자(7만 9000명)의 81%가 청년층이다. 2월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12.5%를 찍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3월 취업자 증가폭이 30만명 수준으로 회복돼 고용시장 개선에 방점을 찍은 데 대해 “취업자 증가폭이 작년 연평균에 미달하고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전반적인 고용 여건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청년 실업의 위기는 지난 총선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약으로 투영됐다.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대기업의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고,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맞춰 모든 정책과 재정 방향을 수정하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청년 취업은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제는 자식도, 집안 가장도 일자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선업계에서만 2~3년에 걸쳐 5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평생 생계를 책임져 온 가장의 위기는 제 밥벌이를 해야 할 나이가 된 청년들의 어깨를 더 짓누를 것이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 없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어려워도 언제나 희망은 있다. 도전하면 기회는 생기고 경제는 돌고 돈다. 다만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끊어져야 한다. 청년들이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경제 전반의 구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경기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총체적 부실의 단면을 보여 준 조선·해운사 구조조정, 그 안에서 본 오너의 이기주의와 무책임,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관리감독 기관의 방만 경영과 봐주기식 부실 감독 및 무능, 낙하산 인사,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 정쟁에 정신 팔린 식물국회 등 위기관리 실패의 전철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jurik@seoul.co.kr
  • [사설] ‘옥시 국회 청문회’ 늦은 만큼 제대로 파헤쳐야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그제 당정협의회에서 새누리당은 국회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다.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와 관련법 개정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도 하겠다고 했다. 피해 대책의 컨트롤타워도 국무총리실로 정했다. 환경부에 계속 맡겨서는 일사불란한 사태 수습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폐 이외 다른 장기 손상에도 살균제가 영향을 미쳤는지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정협의회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작정하고 질책했다. “살균제의 유해성을 진작 확인했으면서 그동안 왜 정부는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조사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 한마디로 ‘옥시 청문회’까지 열어야 하는 상황이 되도록 정부는 뭐 했느냐는 추궁이다. 일을 이 지경으로 키운 환경부야 백번 매를 맞아 억울할 게 없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뒤늦게 호들갑 떨어 대는 여당도 가관이다. 늑장 검찰 수사에 온갖 의혹들이 터져도 뒷짐 지던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주문하고서야 가까스로 움직였다. 겨 묻었다며 정부 탓만 하는 정치권은 국민 원성이 안 들리는 모양이다. 버스가 한참 지나간 뒤에 뒷북을 치니 국민들은 “그 정부에 그 국회, 도긴개긴”이라고 혀를 찬다. 여야 없이 청문회를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이유가 빤히 읽힌다. 연일 악화되는 여론을 모른 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엉터리 생활용품에 사망자가 속출한 사건은 누가 봐도 후진국형 참사다. 입 아픈 얘기지만 피해 발생 초기에 관계 당국이 기민하게 대처했다면 이런 난리는 겪지도 않았다. 2006년 일선 의료기관들이 살균제 피해의 심각성을 질병관리본부에 처음 알렸을 때 곧바로 역학조사라도 했다면 140명이 넘는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살균제의 위해성을 뒤늦게 인정하고서도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수백 명의 피해자와 유가족, 시민단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여당은 모르쇠였고, 관련 법안 몇 개를 내놓은 야당도 그런 여당을 핑계 삼아 시간만 보냈다. 이번 파동을 국민들은 ‘안방의 세월호 참사’라 부른다. 그 참담한 심정을 여야 따지지 말고 새기고 또 새겨볼 일이다. 청문회로 뒤늦게 책임자를 가려내 호통이나 치는 일이 국회의 본령일 수 없다. 병 주고 약 준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거든 이제라도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에 발벗고 나서라. 참사 10년이 지나도록 피해자 구제 관련 법안 하나가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체면이라는 게 있다면 국회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할 판이다. 소비자의 생명과 권익을 지켜 줄 법안들을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중대한 직무 유기다. 이런저런 이유로 밀쳐 둔 소비자 보호 장치들을 법으로 정비할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20년 넘게 논의만 반복했던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부터 당장 검토하길 바란다. 기업 위축이 걱정된다지만 국민 생명 안전보다 더 급한 일은 없다. 새 국회가 진심으로 민생정치를 할 요량인지 아닌지 국민 눈에는 훤히 다 보인다.
  • 구멍 뚫린 필름… 검은 동그라미 사진… 감춰진 진실은

    구멍 뚫린 필름… 검은 동그라미 사진… 감춰진 진실은

    한 여인이 의자에 앉아 있다.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은 검은 동그라미로 한쪽 눈이 가려져 있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검은 동그라미의 정체가 궁금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저항주의 예술가 벤 샨이 1936년 아칸소의 재정착민 가정에서 촬영한 이 사진의 필름은 펀치로 구멍을 뚫어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왜, 누가 이런 행위를 가했을까? ‘검은 목요일’인 1929년 10월 24일 이후 미국은 대공황의 시대를 맞았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시작했고, 신설된 농업안정국(FSA)은 농촌 지원사업에 나선다. FSA에서 정보수집을 담당하는 부서 책임자로 임명된 경제학자 로이 스트라이커는 두 가지 임무를 맡았다. 대공황 여파로 미국 농촌에 불어닥친 빈곤의 실상을 기록해 정부관계자와 국민들에게 알리고, 뉴딜의 일환인 FSA 정책 실시로 농촌의 빈곤이 어떻게 개선돼 가는지를 기록하고 홍보하는 것이었다. 스트라이커는 숫자나 자료보다는 이미지를 선호했다. 워커 에번스, 도로시어 랭, 아서 로드스타인, 벤 샨, 칼 마이던스, 러셀 리, 티어도어 정 등 당대 유명 사진 작가들을 고용해 농촌 마을의 모습을 찍도록 주문했다. 사진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붙었다. 마을 중심가에 대한 전체 장면을 담고 주요 건물을 담을 것, 거리의 사람들을 담되 전형적인 인물을 담아야 하며 얼굴, 옷, 활동이 드러나야 할 것 등이다. 사진가들이 농촌 현지에서 보내온 사진 중에서 스트라이커는 FSA의 이념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사진 원본(필름)에 펀치로 구멍을 뚫어 배제했다. 여러 번 반복된 컷이나 기술적으로 실패한 컷, 너무 예술적인 사진도 배제됐다. 흑인과 멕시코인이 들어간 사진도 가차 없이 잘렸다. 전체 17만 네거티브 사진 중에서 펀치된 컷은 10만여개에 이른다. 펀치된 사진은 FSA의 공식 사진 아카이브와는 다른 ‘죽은’(killed)파일로 분류돼 미 의회도서관 홈페이지(www.loc.gov/pictures/collection/fsa)에 남았다. 아카이브는 2011년부터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리고 있는 ‘폐기된 사진의 귀환: FSA 펀치 사진전’은 거대한 사진 아카이브 중에서 펀치로 구멍이 뚫린 250여장의 사진으로 구성된다. 상업 갤러리에서 하기 어려운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전시다. 이 전시를 기획한 사진이론가 박상우 중부대 교수는 “펀치된 사진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담론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요소를 지녔다”면서 “다큐멘터리 사진도 실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배제라는 행위를 통해 구축된 역사일 수 있으며 사진 자체에 따라붙는 객관성, 사실성, 진실성이 얼마나 신화적이고 허구적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이커는 사진의 취사선택뿐 아니라 미디어를 통한 배포에도 개입했다. 그는 정부가 발간하는 다양한 보고서를 꼼꼼히 읽고 미디어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정부와 미디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파악한 뒤 고용된 사진가들에게 주문했다. 도로시어 랭의 유명한 사진 ‘이주 어머니’(1936년)는 스트라이커가 선택해 미디어에 실리고 수많은 대중에 노출된 케이스다. 박 교수는 “롤랑 바르트는 사진에서 찍는 자, 찍히는 자, 보는 자에 주목했지만 펀치 사진은 또 다른 주체, 즉 선택하는 자의 존재와 선택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갤러리 룩스는 전시와 연계해 오는 13일 오후 2시부터 갤러리 지하에서 ‘이미지 파괴와 새로운 사진이론’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박상우, 이영준, 박평종이 발제자로 나선다. 전시는 6월 4일까지. (02)720-8488.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사설] 수능 덮친 프라임 사업 후폭풍에 손놓은 교육부

    말도 탈도 많았던 교육부의 프라임(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에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3일 첫 선정 대학 21곳을 발표하자 탈락한 대학들은 이만저만 혼돈이 아니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곳들은 앞으로 3년간 해마다 50억~150억원씩 지원받는다. 이 사업의 취지는 인문사회·자연·예체능계 정원을 줄이는 대신 공학계열 정원을 늘리는 것이다. 온갖 무리수를 둬 가며 학과 개혁안을 내놨다가 탈락한 대학들은 줄줄이 계획 백지화 선언을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는 구조조정안대로 꾸려 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난리통이 또 없다. 취지가 어떻든 나라 안의 대학들이 한꺼번에 벌집 쑤셔진 모양새는 딱하다. 백번 접어 대학들이야 마음의 준비라도 해 왔다고 하자. 프라임 사업의 영향을 당장 올해 수능부터 적용받게 된 고3 수험생들은 자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들은 공대 신입생을 4429명 늘리고 인문·자연과학·예체능 계열 신입생은 그만큼 줄일 계획이다. 대학 입시 문·이과 정원의 변동 규모가 하루아침에 수천 명이 넘었으니 고3 교실은 지금 ‘멘붕’이다. 문과 학생들에게는 수능시험을 불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입시가 바늘구멍이 된 셈이다. 갑자기 이과로 옮길 수도 없으니 발만 구른다. 지난해 4월 발표된 2017학년도 대학별 입시안을 기준으로 진학 계획을 세운 학생과 학부모들이 얼마나 기가 막힐지 교육부는 상상이나 해 보고 있는가. 정원 조정은 물론이고 프라임 사업의 개편안을 내년도 입시부터 적용하겠다는 예고 한마디가 없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숨이 턱에 차는 대입 수험생들이다. 졸속 입시안을 이달 말에 다시 발표하겠다니 어처구니없다. 학생들은 진로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교육이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번갯불에 콩 튀기기다. 현 정부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셈법인지 일언반구 없이 불구경하고 앉은 교육부는 대체 뭐하는 곳인가. 교육부가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조직인지 의심스럽다. 곳곳에서 교육부 폐지론이 괜히 불거지고 있는 게 아니다. 국민, 더군다나 힘겨운 수험생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보호 원칙을 지켜 주는 것은 정책의 기본 중 기본이다. 말도 안 되는 이 혼란을 지금에라도 교육부는 수습하라. 그러지 않으면 용납할 수 없는 직무 유기다.
  • [책꽂이]

    [책꽂이]

    고장난 자본주의에서 행복을 작당하는 법(유병선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을 뜻하는 ‘사회적 경제’의 기본 원리와 새로운 대안을 살펴본다. 332쪽. 1만 5000원. 내 몸속의 우주(롭 나이트·브렌던 불러 지음, 강병철 옮김, 문학동네 펴냄) 우리 몸속에 사는 100조개의 미생물이 인간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왜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탐구한 과학교양서. 184쪽. 1만 2800원. 괴짜 물리학(렛 얼레인 지음, 정훈직 옮김, 북라이프 펴냄) ‘슈퍼맨은 정말 펀치 한 방으로 사람을 우주로 날려버릴 수 있을까’와 같은 엉뚱한 질문에 대한 물리학적 답변. 388쪽. 1만 6800원. 신여성, 개념과 역사(김경일 지음, 푸른역사 펴냄) 1920년대 신여성의 출현은 한국사회가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은 커다란 변화 중 하나다. 이들을 세대와 이념 등에 따라 집중 조명했다. 336쪽. 2만원. 학생에게 임금을(구리하라 야스시 지음, 서영인 옮김, 서유재 펴냄) 왜 대학 등록금이 공짜여야 하는지부터 교육의 기회균등이 갖는 철학적 의미, 실현 가능성을 특유의 유머와 재기로 들려준다. 312쪽. 1만 6000원. 나는 자라요(김희경 지음, 염혜원 그림, 창비 펴냄) 단춧구멍을 끼우고 양말을 신는 사소한 순간에도, 동생 대신 혼나 우는 억울한 순간에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자란다. 당연하지만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잔잔한 수채 그림에 아름답게 담겼다. 44쪽. 1만 2000원.
  • 옛것과 현대가 함께 숨 쉬네, 울산 너른 품에서

    옛것과 현대가 함께 숨 쉬네, 울산 너른 품에서

    울산 하면 각종 공업단지와 조선소 등의 산업 시설을 퍼뜩 떠올리기 마련이다. 물론 울산 쪽만 보면 그렇다. 한데 울산시의 70%를 차지하는 울주는 조금 다르다. 예부터 이어져 오던 독 짓는 방식을 여태 고수하는 옹기마을이 있고, 비구니 스님들의 오래된 도량에선 청아한 풍경 소리가 울려 나온다. 반구대 암각화 등 그보다 더 오래된 선인들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말쑥한 현대와 푸석거리는 옛것이 함께 숨을 쉰다고 할까. ‘숨을 쉬는 그릇’ 옹기. 우리의 독특한 음식 저장 용기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이야 김치냉장고 등 현대 기술에 밀리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몇 가지 불편함만 해결된다면 사실 냉장고 대신 선택하고 싶은 것이 옹기다. 표면의 구멍을 통해 ‘숨을 쉬는’ 옹기 특유의 장점은 현대 기술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옹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얼추 보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물레와 흙을 다루는 옹기장이의 정교한 손기술이 필수적이다. 표면을 다듬는 것에만 ‘아씨부채질’과 ‘두번부채질’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전통 가마에서 1200도가 넘는 뜨거운 불에 9일 밤낮을 구운 뒤 4일 동안 식힌다. 요즘엔 고온의 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굽는 과정이 예전보다 꽤 단축됐다. 바로 이 과정에서 옹기의 생명이라 할 공기구멍, 이른바 ‘기공’이 표면에 만들어진다. 깨끗한 공기는 들여보내고, 빗물 등의 침투는 막는다. 김치 등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불순물이나 소금쩍(소금기가 허옇게 엉긴 것) 등은 숨구멍을 통해 옹기 밖으로 배출시킨다. 어디 최첨단 원단으로 만든 아웃도어 의류의 기능이 이만 할까. 우리 선조들은 이미 1000년 전에 이 같은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시키고 있었던 셈이다. 외고산 옹기마을이 처음 형성된 건 50여년 전이다. 1950년대 후반 경북 영덕에서 옹기공장을 운영하던 고 허덕만 장인이 한국전쟁 이후 이 지역으로 옮겨 오면서 옹기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운도 따랐다. 이웃한 부산에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옹기 수요가 급증했다. 원료 확보가 쉽고 유통은 원활했으니 마을이 불길처럼 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후 외고산 옹기마을은 한국 옹기시장의 50%를 책임지는 최대 공급처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왜 하필 울주였을까. 허덕만 장인의 제자인 배영화 장인은 “따뜻한 기온과 옹기의 재료가 되는 흙, 땔감으로 쓸 나무가 풍족한 것”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옹기는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흙반죽으로 모양을 만들 때 기온이 영상 3도 아래로 내려가면 형태가 깨진다. 서울 경기 등 겨울이 길고 혹독한 곳에선 겨우내 작업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 울주는 다르다. 겨울에도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날이 많지 않다. 게다가 운송수단이 발달하면서 옹기 제작의 원료인 흙이나 땔감으로 쓸 나무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사실 오래전엔 ‘옹기마을’이란 것이 없었다. 땔나무와 흙이 소진되면 다른 곳을 찾아 이동해야 했다. 그게 옹기장이들의 숙명이었다. 이젠 달라졌다. ‘명성’을 좇아 흙과 땔감이 몰려드니 말이다. 요즘도 7명의 외고산 옹기장인들은 전통 방식으로 옹기를 만든다. 숙련된 이라도 오랜 시간 땀을 쏟아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그 과정을 옹기마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옹기부터 작은 장식용 옹기까지, 그야말로 옹기의 모든 것과 마주할 수 있다. 그 덕에 마을 전체가 거대한 장독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을 뒤엔 옹기박물관이 들어섰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옹기 등 전국의 재래식 옹기와 세계 각국의 옹기를 만날 수 있다. 8일까지 마을 곳곳에서 ‘울산옹기축제’도 열린다. 옹기 제작 과정에 참여하거나 직접 옹기를 만드는 등 다양한 체험 위주로 진행된다. 울주까지 와서 간월재(900m)를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간월재는 이른바 ‘영남알프스’의 하나다. 신불산(1159m)과 간월산(1068m)의 능선이 내려와 만난 자리다. 원래 억새 명소로 명자깨나 날리는 곳인데, 진달래 피는 봄 풍경도 제법 빼어나다. 특히 기온차가 큰 간절기엔 구름이 파도치듯 언양 읍내를 휘감아 도는 장관과 종종 마주할 수 있다. 간월재는 우리나라에도 빙하기가 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신생대 홍적세(12만 5000년 전) 동안 간월산과 신불산을 덮고 있던 빙하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거대한 돌들과 함께 산 아래로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V’자 형태의 급경사의 계곡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빙하와 함께 내려온 큰 바위들은 미아석(표이석), 이른바 ‘집 잃은 돌’을 남긴다. 신불산과 간월산에서 작천정에 이르는 동안 유난히 자갈더미와 미아석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간월재 아래로 내려오면 곧 석남사다. 비구니 도량으로 이름 높은 절집이다. 일주문에서 절집까지는 숲길이 펼쳐져 있다. 숲은 깊다. 굴참나무, 소나무 등 노거수들이 우거졌다. 거리는 700m 정도. 늙은 나무들 사이를 자박자박 걷다보면 산소 알갱이가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든다. 대웅전 앞의 3층 석탑이 웅장하다. 임진왜란 때 무너진 대석탑 자리에 1973년 스리랑카에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 오면서 개축한 것이다. 강선당 뒤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부도가 나온다. 예서 가람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지산을 짓쳐올라가는 신록과 절집 지붕의 진회색 기와들이 그럴싸하게 어우러진다. 이제 바다를 둘러볼 차례다. 방어진항 끝자락의 슬도(瑟島)를 찾아간다. 모래가 굳은 사암으로 형성된 작은 섬이다. 원래 무인도였으나 최근 도로가 놓이면서 뭍이 됐다. 슬도라는 이름의 유래가 재밌다. 섬 주변 바위마다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데, 이 위로 파도가 칠 때면 촤르륵 촤르륵~ 거문고 뜯는 소리가 난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이를 슬도명파(瑟島鳴波)라 부른다. 슬도는 최근까지도 옛 풍경이 많이 남아 있던 곳이다. 거대 도시의 외곽 치고 뜻밖에 소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투박한 돌을 쌓아 만든 예전 방파제며, 슬도 뒤편 성끝마을 언덕 위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그랬다. 마을 앞바다는 현대미포조선소의 거대한 선박들로 막혀 있지만, 되레 그 탓에 더 안온한 느낌을 받곤 했다. 도로가 놓인 뒤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조형물이 들어서고, 낡은 집들은 깔끔한 건물로 빠르게 대체되는 중이다. 깔끔하고 번듯해졌지만, 그게 나은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낚시를 즐기는 이라면 낚싯대 한 대 챙겨 가시길. 방파제 뒤에 놓인 데크 위에서 바람 한 점 맞지 않고 편안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글 사진 울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52) → 가는 길: 울주와 울산으로 나눠 돌아보는 게 효율적이다. 울주 쪽 간월재는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나들목으로 나와 울산 방면 24번 국도로 갈아탄 뒤 금곡교차로에서 우회전, 아불삼거리에서 우회전, 이어 배내사거리에서 좌회전해 파래소 유스호스텔 앞까지 가면 된다. 석남사와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등을 돌아보는 것으로 동선을 짠다. 석남사 264-8900. 외고산옹기마을은 부산울산고속도로 청량나들목으로 나와 14번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간월재와 서생포왜성, 간절곶 등의 명소를 함께 돌아본다. 울산옹기박물관 229-7961. 슬도와 방어진, 대왕암공원, 장생포고래박물관 등은 울산 동쪽에 있다. → 맛집:간월재가 있는 언양은 불고기로 이름났다. 언양 읍내 외곽에 맛집들이 몰려 있다. 다만 유명한 만큼 지갑 털릴 각오는 해야 한다. 공중파 방송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는 한 식당의 경우 3인분 이상만 팔기도 한다. 울산 쪽도 비슷하다. 국내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지역이어선지 음식값이 녹록지 않다. 슬도의 한 식당의 경우 회와 각종 코스 요리를 포함해 1인 3만 5000원이다. 2인 이상만 판매하니 7만원이 기본인 셈이다. → 잘 곳: 석남사, 등억리 온천단지 등에 깔끔한 숙소가 많다. 가격도 ‘착한’ 편이다.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 단위 여행객은 간월재 입구의 펜션을 찾는 게 좋겠다. 주중 5만~7만원 선이다.
  • 부모가 한달 내 출생신고… 누락·허위 등 ‘구멍’

    아동학대, 불법 입양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 선진국들은 출생신고 의무를 의료기관에 직접 부여해 신고 누락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출생신고 기간도 10일 이내로 짧아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는 점을 보여줬다. 6일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생신고 개선, 아동보호 첫걸음’ 보고서에서 “줄 이은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시행된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 결과, 출생신고가 아예 누락되거나 허위 출생신고된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되면서 어이없는 차질을 빚곤 한다”며 “예방접종 등 의료 혜택 및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아동이 없도록 출생신고체계의 취약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호주·뉴질랜드·영국·미국·캐나다 등은 출생신고 의무를 의료기관에 둬 신고 누락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신고 기간도 10일 이내다. 독일은 부모와 의료기관 모두에 출생신고 의무를 지웠다. 반면 한국은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 의무자를 부모로 규정했다. 출생 사실 통보 기한도 1개월 이내로 다른 국가에 비해 뚜렷하게 길다. 또 출생신고서 없이도 2명이 보증하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인우보증제’를 시행 중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이 출생하는 즉시 신고해야 하고 협약국은 이를 국내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국경·도로·전쟁터… 역사 품은 임진강 천혜 요새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국경·도로·전쟁터… 역사 품은 임진강 천혜 요새

    서울에서 개성을 거쳐 평양으로 가려면 자유로에서 통일대교를 건너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상식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남북교류도 이 루트를 따라 이루어졌다. 하지만 임진강 하류 남북교통로는 조선왕조가 한양에 도읍한 이후에나 일반화된 것이다. 하류는 강폭이 넓어 배로 건너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의주대로의 임진강 도하지점은 통일대교 상류의 임진나루였다. ●물줄기 급격히 좁아져… 배 안 타고 건너 고려시대에는 임진나루에서도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호로탄(瓠蘆灘) 혹은 호로하(河)에서 강을 건넜다. 강 북쪽은 경기 연천군 장남면, 강 남쪽은 경기 파주시 적성면이다. 호리병 모양의 강줄기를 뜻하는 호로하는 표주박 모양의 물줄기를 의미하는 표하(瓢河)로도 불리웠다. 임진강이 호리병이나 표주박처럼 급격히 좁아지는 곳이다. 임진강에서 장마철이 아니라면 배를 타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최하류에 해당한다. ●고려 때 개성-서울 잇는 핵심 도로 이 길은 고려시대 수도 개경에서 오늘날의 서울인 남경을 포함한 남부 지역을 잇는 핵심 간선도로였다. 장남과 적성은 지금 한적하기만한 농촌 소도시지만 고려시대에는 ‘국도 1호선’이 지나는 핵심요지였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옛 양주관아터가 의정부에서 동두천에 이르는 국도가 아닌 덕정에서 적성으로 연결되는 350호 지방도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주관아가 있던 곳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남북 간선도로의 중심축에 자리잡은 요충지였다. ●고구려~신라 임진강 국경 군사요새 이렇듯 남북을 손쉽게 이어주는 교통로가 지나니 고구려, 신라, 백제가 대치하고 있던 삼국시대 호로하의 군사적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고구려는 475년 한성백제를 공주로 쫓아내면서 한강 일대와 임진강 일대를 모두 차지했다. 하지만 6세기 중반 신라 진흥왕 때 한강에서 밀려나면서 임진강은 두 나라의 국경이 됐다. 호로고루는 호로하가 눈앞에 내려다 보이는 임진강 북안에 고구려가 당시 구축한 군사요새라고 할 수 있다. 고루(古壘)란 옛 성을 뜻한다. ●한국전쟁 땐 북한군 건넌 호로하 호로고루의 임진강 건너편에는 칠중성(七重城)이 있다. ‘당나라의 유인궤가 병사들을 이끌고 호로하를 끊은 뒤 신라의 칠중성을 공격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처음에는 고구려가 쌓았지만 신라의 군사기지가 됐다. 일대는 ‘삼국사기’에도 여러 차례 전투 기사가 등장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주력 전차부대가 장단을 우회하여 임진강을 건넌 곳도 호로하 일대였다. 호로하의 군사적 중요성은 오늘날에도 전혀 퇴색하지 않았다. 호로고루는 임진강과 임진강에 합류하는 작은 하천이 만들어낸 삼각 지형의 한쪽에 성벽을 쌓은 평지성이다. 임진강 쪽에는 높이 20m의 기둥이 겹쳐 있는 주상절리가 이어져 자연 방어선을 형성한다. 성의 전체 둘레는 401m에 이른다. 발굴조사 결과 자연지형을 따라 목책을 구축하고 시간이 흐른 뒤 대규모 토목공사로 성 내부를 평탄하게 조성하고 동쪽 성벽을 쌓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외부 침입이 쉽지 않은 지형을 최대한 이용한 천혜의 요새다. ●삼국시대 ‘미니 고구려 박물관’ 이곳에서는 구석기시대 주먹도끼를 비롯해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남한지역에서 가장 많은 고구려 기와가 나왔다. 깃털이나 비늘 문양이 있는 치미 조각과 착고 기와가 출토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용마루 양끝을 장식하는 치미와 일종의 보조기와인 착고는 위계가 높은 건물의 존재를 증명한다. 입 부분 직경이 55㎝로, 묶을 수 있도록 3열의 구멍을 일정한 간격으로 뚫은 고구려 타악기가 출토된 것도 흥미롭다. 임진강 일대는 남한에서 고구려 군사유적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지역이다. 그동안 남한에서 확인된 고구려 성곽은 70곳에 이르는데, 18곳이 임진강 주변에 몰려 있다. 호로고루, 은대리성, 당포성은 상당 부분 복원도 이루어졌다. 호로고루에는 지난주 ‘연천 호로고루 홍보관’이 문을 열었다. 북한에서 만들었다는 광개토왕비 복제품도 홍보관 앞에 세웠다. 아쉬운 대로 임진강 지역의 삼국시대 역사를 담은 작은 고구려 박물관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아하! 우주] ‘구멍난 바퀴’ 큐리오시티의 고군분투 ‘화성견문록’

    [아하! 우주] ‘구멍난 바퀴’ 큐리오시티의 고군분투 ‘화성견문록’

    지구 달력으로 거의 4년 전인 2012년 8월 화성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탐사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 rover)가 화성 표면 위에 내려앉았다. 그로부터 2년 8개월 만인 지난해 4월 총 10km의 주행거리를 돌파한 큐리오시티는 목적지인 샤프산을 향해 느리지만 힘차게 바퀴를 굴려 지금도 탐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큐리오시티의 고군분투를 담은 일련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큐리오시티의 그림자가 비치는 이 사진(사진 맨 위) 속 지역은 샤프산 자락에 위치한 황량한 나우트클러프트(Nautkluft) 고원이다. 그리고 오른쪽 상단에 봉긋 솟아있는 산이 바로 큐리오시티의 목적지인 샤프산이다. 크레이터 중앙에 우뚝 선 샤프산은 침전물이 쌓여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높이가 땅바닥을 기준으로 1만 8000피트(5486m)에 달해 지구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해수면 기준 8848m)보다 실제로는 더 높다. 물론 큐리오시티가 샤프산에 깃발이나 꽂자고 머나먼 화성에 간 것은 아니다. 큐리오시티는 화성의 지질과 토양을 분석해 메탄 등 유기물 분석자료를 확보하고 미생물이 살만한 조건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화성의 과거를 알아보고 장차 화성 유인탐사를 위한 소중한 자료를 얻게 된다. 이 때문에 큐리오시티는 편안한 길을 놔두고 사진상으로도 험난해 보이는 울퉁불퉁한 고원을 힘겹게 굴러가야 한다. 이에 큐리오시티의 '몸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 실제 NASA가 함께 공개한 사진을 보면 알루미늄 바퀴에 구멍이 나있는 것이 확인된다. 특성상 바퀴의 구멍이 점점 커져 탐사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지만 NASA 측은 바퀴가 불능이 돼도 나머지 다섯 바퀴로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큐리오시티 프로젝트 매니저 스티브 리 박사는 "큐리오시티는 이미 2년의 예상 임무 수행기간을 넘어 목표를 완수했다"면서 "샤프산을 오르는 추가 임무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의 큐리오시티 주행거리는 12.7km로 목표지까지의 거리는 7.5km 남았다"고 덧붙였다. 사진=NASA/JPL-Caltech/MSSS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구멍 뚫린 청주공항… 민간인 승용차, 활주로 달려

     청주 공군부대를 방문한 여성 민간인이 승용차를 타고 중요 보안시설인 청주공항 활주로를 아무런 제지 없이 진입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공군 17전투비행단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저녁 이 부대 내에서 지역 산학기관장 초청 만찬이 열렸다. 이날 행사 참석자 30명 가운데 여성 민간인 한 명이 행사가 끝나기 전 먼저 자리를 떴다. 그는 차를 몰고 부대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방향을 잃어 활주로 쪽으로 향했다. 부대 내에서는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방향을 잃었던 것이다.  활주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헌병 초소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근무 중이던 헌병은 이 여성을 막지 않았다. 이 바람에 이 여성이 모는 승용차가 활주로에 진입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중요 보안시설인 군 활주로가 민간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뚫려버린 것이다. 당시 비행기가 이착륙했더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 여성은 10분가량 활주로를 달리다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운행을 중단했고, 뒤늦게 이를 발견한 공항 관제탑에 의해 퇴거 조치됐다. 청주공항과 17전투비행단은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비행단 관계자는 “부대 지리를 잘 모르는 운전자가 실수로 활주로에 진입했으나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다”며 “경계 수칙을 소홀히 한 당시 근무 헌병은 자체 징계 조치했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아하! 우주] ‘초속 7만km’ 강풍 부는 블랙홀

    [아하! 우주] ‘초속 7만km’ 강풍 부는 블랙홀

    블랙홀은 이름 그대로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검은 구멍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이기도 하다. 블랙홀 자체는 호킹 복사로 알려진 미세한 물질 방출 이외에 물질을 뿜어내지 않지만, 빨려 들어가는 물질들이 강력한 에너지와 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블랙홀 주변으로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경우 바로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에서 회전하면서 흡수되는 물질의 흐름인 강착 원반을 형성한다. 이 원반으로 들어간 물질은 중력의 힘과 강력한 마찰 때문에 섭씨 수백만 도의 고온으로 가열되어 원자 이하 단위로 쪼개지게 된다. 따라서 수많은 SF 영화에서 등장했던 블랙홀을 통과하는 우주선은 사실 심각한 고증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은 탈출하기 전에 모두 원자 수준으로 파괴될 것이다. 그런데 강착 원반의 회전 속도와 온도가 너무 높아서 일부 고온의 플라스마 가스는 강착 원반에서 탈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물질의 흐름은 강착 원반의 수직으로 발생하는 아광속 아원자 입자의 분출인 제트(jet)에 비해 미약해서 상대적으로 잘 관측이 어렵지만, 최근 천문학자들은 이를 선명하게 관측할 기회를 포착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키로 핀토 박사(Dr. Ciro Pinto)와 그의 동료들은 유럽우주국(ESA)의 뉴턴 XMM 관측 위성 데이터를 이용해서 2200만 광년 떨어진 두 개의 중간 질량 블랙홀을 관측했다. 고온의 플라스마 가스에서 방출하는 X선 관측 결과, 이 블랙홀의 강착 원반 주변에서 광속의 1/4 수준인 초속 7만km의 초고속 가스의 흐름이 관측되었다. (개념도 참조) 이 입자들은 너무 빨라서 상대성 이론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다시 말해 시간이 느리게 가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이미 원자 이하 수준으로 분해된 상태라 영화에서와는 달리 이를 체감할 지적 생명체는 존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블랙홀에서 멀리 떨어진 지적 과학자들은 이를 관측할 수 있다. 대중에게 친숙한 '검은 구멍'과는 다르지만, 블랙홀은 매우 독특한 현상을 일으키는 천체다. 앞으로도 블랙홀과 그 주변의 환경에 대한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사진=ESA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달콤살벌한 맛짱] 에그타르트

    [달콤살벌한 맛짱]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는 서양에서 유래됐지만 에그타르트 원조 맛집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은 아시아로 향한다. 구글에서 에그타르트를 검색하면 홍콩식, 중국식 에그타르트 레시피가 먼저 노출된 뒤에야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레시피가 나온다. 한국인 여행자 역시 마카오, 일본 오사카 등지를 여행할 때 에그타르트를 버킷리스트에 챙겨 넣는다. 아시아권인 국내에서도 ‘파스텔 드 나따’와 ‘베떼엠’ 같은 전문점뿐 아니라 일반 베이커리 매장에서도 에그타르트를 맛볼 수 있다. 원래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제로니모스 수녀원에서, 수녀복 깃을 빳빳하게 세우는 데 계란 흰자를 쓴 뒤 남은 노른자를 처치하려는 용도로 고안됐다. 포르투갈과 영국 등지에서 소비되던 에그타르트가 1920년대가 되면 중국 광저우에서도 발견됐다. 앞서 1840~1842년, 1856~1860년에 벌어진 1·2차 아편전쟁 동안 중국에 유럽 문화가 대거 유입되던 중 에그타르트도 전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광저우 주변을 비롯해 포르투갈 점령지였던 마카오에서 에그타르트가 번성했다. 포르투갈에서 빵을 비롯해 많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 역시 자연스럽게 에그타르트를 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일식 코스의 첫 단계인 부드러운 계란찜(자왕무시)과 에그타르트 충전물의 식감이 닮은꼴이다. 지난달 25일 종로3가역 근처 서울요리학원에서 베이커리 수업을 여러 차례 들은 결과 거품기 사용이나 가루·액체류 혼합 등에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한 홍희경 기자와 요리 수업을 들은 적은 없지만 요리책을 보고 맛깔난 상차림을 뚝딱 잘 차려내는 김소라 기자가 에그타르트에 도전했다. 그리고 요리가 완성된 뒤 박지현 서울요리학원 강사의 평가 결과 베이커리에 첫 도전한 김 기자가 8점을 얻어 7점을 받은 홍 기자를 이겼다. 재료 배합과 처치부터 양 조절까지, 교과서대로 정량의 재료를 정공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박력분과 강력분에 파이용 버터를 채쳐서 넣은 뒤 소금·설탕을 녹인 찬물로 반죽해 타르트 틀 반죽을 하는 작업이 먼저 진행됐다. 반죽을 냉장고에 30분 정도 둬야 하기에 틀을 먼저 매만진다. 테이블에 가루 재료를 산처럼 만들어 놓고 가운데를 움푹 파서 물을 나눠서 채워 섞는 ‘블렌딩법’으로 반죽했다. 설탕을 미리 녹여두면 파이의 속결이 고와지고, 블렌딩법으로 반죽하면 부드러운 맛이 살아난다. 페이스트리의 결을 내려면 반죽을 밀대로 밀었다가 3절로 접는 과정을 세 번 정도 반복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0.2㎝ 두께로 민 반죽을 만두피처럼 둥글게 찍어내 머핀틀에 넣고, 파이 결 사이에 공기층이 지나치게 크게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크로 구멍을 낸다. 노른자와 설탕에 우유와 생크림을 함께 끓여 넣어주면 충전물 반죽이 되는데, 계란이 익을 수 있기에 혼합하는 동안 젓기를 계속하고 채에 한 번 내려줘야 한다. 이렇게 만든 충전물은 틀의 80% 정도까지 채워야 한다. 너무 많이 넣으면 윗불 190도, 아랫불 170도에 20분을 구은 뒤 계란물이 넘칠 수 있어서다. 결국 이 과정을 교과서대로 따른 김 기자의 에그타르트에서 균일한 모양과 노란 색감이 구현됐고, 다소 과하게 충전물을 부은 홍 기자의 에그타르트는 타르트지 위로 넘친 계란이 타 버려 아쉬움을 남겼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여경 5명 모집에 1179명 지원… 올 9급 지방직 역대 최대

    전북 행정 2명 선발에 364명 지원 대구 여경 322대1 ‘전국 최고’ 지방공무원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오는 6월 치러지는 9급 지방공무원시험에 역대 최대 인원이 몰렸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가 1만 1359명을 뽑는 데 총 21만 2983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18.8대1을 보였다. 1만 1455명 선발에 18만 8000여명이 몰린 지난해에 비하면 합격문은 더욱 좁아졌다. 전북도의 경우 2명을 선발하는 일반행정 채용에 364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182대1에 달한다. 공직 선호도가 날로 높아지자 전북도는 지난달 15일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공무원 채용설명회’도 열었다. 설명회에는 고교생, 대학생, 직장인, 학부모 등 1000여명이 몰려 인기를 확인시켰다. 전국에서 지원할 수 있는 서울시 공채는 1586명을 뽑는 데 13만 2843명이 지원해 경쟁률 83.8대1이 됐고, 제주와 대전은 각각 12.8대1, 32.3대1로 집계됐다. 인기 직렬 경쟁률은 바늘구멍이 넓다고 할 지경이다. 경남 창원시 지방세 직렬은 67.3대1, 제주도 시간선택제 구분모집은 3개 직렬 평균 76대1이다. 특히 충북도 교육행정직은 60명 선발에 1431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3.8대1이다. 경북도교육청 식품위생 일반직은 1명 모집에 80명이, 인천시 운전 9급은 2명 모집에 251명이 몰렸다. 올해 부산경찰청 순경 시험은 39.1대1로 역대 최고 경쟁률을 세웠다. 이 중 여경은 5명 모집에 1179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35.8대1이었다. 대구경찰청 순경 공채도 만만치 않다. 45명(전의경 11명 포함) 모집에 3299명이 응시해 평균 73.3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남자는 32명을 뽑는데 2263명이 응시했고, 여자는 2명 모집에 644명이 지원했다. 4년 연속 최고 경쟁률을 보인 대구 여경 공채는 올해도 무려 322대1을 기록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공무원은 급여가 민간 기업보다 적지만 연금과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공직에 대한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이후 연령 제한이 폐지되면서 꾸준히 9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상승했지만, 지방공무원이 되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공무원 수가 30만명을 넘어선 뒤 정부가 재정 악화 등을 고려해 인원을 더 늘리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한편 각 시·도는 오는 6월 18일, 서울은 같은 달 25일 9급 공채 필기시험을 치른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대구 여경 2명 뽑는데 644명 몰려, 322대 1 경쟁률,

    지방 공무원 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전북도 등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오는 6월 치러지는 올해 9급 지방공무원 시험에 역대 최대 인원이 몰렸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가 1만 1359명을 뽑는 올해 9급 지방직 공채에는 모두 21만 2983명이 지원해 평균 18.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만 1455명 선발에 18만 8000여 명이 지원한 작년보다 1만 4000명 가량 지원자가 많다. 전북도는 2명을 선발하는 일반행정 9급 채용 시험에 364명이 지원해 18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무원 채용시험이 인기 상종가를 기록하자 전북도는 지난 4월 15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무원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고교생, 대학생, 직장인, 학부모 등 1000여명이 몰려 인기를 실감케 했다. 거주지와 관계 없이 전국에서 지원할 수 있는 서울시 9급 공채의 경우 1586명 선발에 13만 2843명이 지원해 83.8대 1의 경쟁률이다. 제주는 12.8대 1, 대전은 32.3대 1의 경쟁률이다. 각 시·도는 오는 6월 18일, 서울은 같은 달 25일 9급 공채 필기시험을 치른다. 전국 시·군의 인기 높은 공직 채용 시험도 바늘 구멍 들어가기 만큼 힘들다. 경남 창원시 9급 지방세 직렬은 67.3대 1, 제주도 시간선택제 구분모집은 3개 직렬 평균 76대 1, 충북 시설관리 9급은 37.7대 1이다. 특히 충북도 교육행정직 공무원도 하늘의 별따기다. 충북도교육청이 최근 마감한 올해 교육행정직 9급 임용시험 원서접수 결과 60명 선발에 1431명이 지원해 평균 23.8대 1의 경쟁률이다. 55명을 선발하는 교육행정직 일반은 1400명이 지원해 25.4대 1을, 교육행정 장애인 임용시험은 3명 선발에 21명이 지원해 7대 1을, 교육행정 저소득층 임용시험은 2명 선발에 10명이 지원해 5대 1을 기록했다. 응시자의 92.2%가 전문대나 4년제 대학 재학·졸업자다. 충북도립교향악단 신규 단원 모집은 5명 모집에 103명이 지원해 20대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북교육청 식품위생 일반직은 1명 모집에 80명이, 인천시 운전 9급은 2명 모집에 251명이 몰렸다. 공무원 채용 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2008년 10월 부터 임용 연령 제한이 폐지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공무원 시험에서는 40대는 물론 50대도 도전한다. 16개 시·도 지원자의 연령별 분포는 20대가 62.6%로 가장 많고 30대(30.6%)가 뒤를 이었다. 40대와 50대 지원자는 각각 1만 735명과 103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방공무원 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방공무원 수가 처음으로 총 30만명을 넘어서자 정부가 재정 악화 등을 고려해 인원을 더 늘리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공무원은 급여가 일반 기업 보다 적지만 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많고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공직에 진입하려는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구지역 1차 순경 공채의 경쟁률은 45명 모집에 3299명이 응시해 평균 7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2명을 뽑는 남자 순경은 2263명이 지원해 70.7대 1의 경쟁률을, 여경은 2명을 뽑는데 지원자는 644명으로 32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구경찰청 여경 경쟁률은 올해까지 4년째 전국 1위다. 지난해에는 8명 선발에 698명이 지원해 8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산경찰청 순경 시험은 39.1대 1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중 여경은 5명 모집에 1179명이 지원해 235.8대 1을 나타냈다. 경찰은 이 같은 높은 경쟁률에 대해 최근 경찰 공무원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청년층 취업난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대구지역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2014년 11.4%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0%에 이르러 2년 연속 두자릿수를 이어갔다. 게다가 순경 공채시험에 고교과목(국어·수학·사회·과학)이 도입된 것도 높은 지원율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산자부가 업계 부담 준다며 난색… 유해물질 조항 삭제됐다”

    “산자부가 업계 부담 준다며 난색… 유해물질 조항 삭제됐다”

    공산품에 의한 최악의 인명피해 중 하나로 기록될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뒤에 무책임한 돈벌이에 나선 기업과 당국의 부실한 안전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었음이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14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가 별다른 시험도 거치지 않은 채 버젓이 ‘친환경 제품’으로 포장돼 판매된 정황이 나타나면서 정부 책임론이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세퓨는 비전문가인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40)씨가 인터넷 등을 참조해 ‘가내 수공업’ 수준의 설비에서 생산했다. 당연히 원료 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가습기를 통해 분무됐을 때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에 대한 실험은 없었다. 유해성 심사 신청서에 일반적인 용도와 구체적 사용 예시를 적어야 하고, 흡입 가능성이 큰 화학물질은 추가 자료를 내야 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 등에 관한 규정’도 무시됐다. 그러면서도 ‘유럽연합(EU) 인증을 받은 최고급 친환경 살균 성분인 PGH 사용’,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 시에도 안전’ 등 허위·과장 광고가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전기제품 등은 안전성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는 별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문제의 제품이 출시될 당시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멍가게’ 수준의 업체가 독성 물질을 살균제로 사용할 때까지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 차원의 관리 감독은 전혀 없었다. 외려 산자부가 문제의 제품이 별다른 시험 없이 출시되는 걸 방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제품에 포함되는 유해화학물질은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산자부가 관리한다. 하지만 이 법은 독성보다는 제품의 구조나 사용 등에 따른 안전사고가 주된 대상이다. 그렇다 보니 가습기 살균제는 ‘크게 위험하지 않은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제조사가 자율적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품목으로 분류됐고, 그 결과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대표(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007년 환경부 주도로 제품 내 유해물질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환경보건법이 제정됐지만, 산자부는 ‘업계에 부담을 준다’는 논리로 난색을 표시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제품 유해물질의 종류나 함량을 표시하고 유해성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 등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어 “기업들이 유해화학물질을 한 가지 용도로 허가받기만 하면 다른 용도의 제품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주고, 제품이 만들어지고 사고가 터졌을 당시 살균제의 안전관리 주무부처였던 산자부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환경보건 업무는 2006년 복지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됐다. 가습기 살균제 역학조사 때 환경부는 “복지부가 조사하고 있다”며 뒷짐을 지고 있었고, 복지부는 “전염병이 아닌 오염물질 피해조사는 권한 밖”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 가족 안성우씨는 “제품 특성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허가 승인을 내주는 과정에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났다”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인터넷 보고 만든 ‘죽음의 살균제’ 3년간 팔려도 정부 관리감독 없었다

    구멍가게 수준 제조 14명이나 사망 보건당국 허술한 관리로 피해 키워 14명의 사망자를 낸 국산 가습기 살균제가 화학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중소업체 사장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타사 상품을 보고 조악하게 만든 제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어처구니 없는 제품이 제조되고 판매되는 전 과정에 보건당국의 점검이나 감시는 전혀 없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가 상당부분 당국의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9일 ‘세퓨’라는 상표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중소업체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전 대표 오모(40)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오씨로부터 “국내외 논문 등을 포함해 시중에 나와 있는 자료들을 참고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살균제 제조 등에 문외한이던 오씨는 주로 인터넷 사이트의 정보를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직원 10명 남짓한 영세기업으로 제조·연구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세퓨를 2009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불거진 2011년까지 3년 동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제 가습기 살균제’라고 홍보하며 오씨와 직원들이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제품을 팔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퓨는 정상적으로 제품을 기획해 제조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기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정도의 구멍가게 수준으로 사실상 가내수공업으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세퓨에 사용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은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독성이 4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PGH의 제조원은 덴마크 업체 ‘케톡스’로 덴마크에서는 농업용으로 사용되다가 독성 문제가 불거지자 모두 회수됐던 물질이다. 세퓨는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 판매 기간에 비해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세퓨 피해자는 27명으로 사망자는 14명에 달했다. 옥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사망 78명)과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사망 15명)에 이어 사망자가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초 카펫 항균제 등으로 승인됐던 PHMG, PGH 등이 폐로 침투되는 가습기 세정제로 용도가 변경됐음에도 정부가 유해성 검사를 다시 하지 않은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좀 더 비열하게, 더 늙어보이게” 추상어도 알아듣는 몽타주 기술

    “좀 더 비열하게, 더 늙어보이게” 추상어도 알아듣는 몽타주 기술

    “좀 더 비열하게 생겼고 늙어 보였어요.” 목격자의 말에 따라 비열함 지수와 나이 값을 고치자 화면 속 남성 얼굴이 좀 더 비열하게, 늙은 얼굴로 변했다. 기존 몽타주가 용의자의 눈, 코, 입 등의 생김을 합성하는 데 그쳤다면 ‘폴리스케치’라 불리는 이 기술은 인상과 나이까지 반영한다. 비열함, 권위적, 어려보임 등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만 몽타주로 구현해 내기 어려운 부분까지도 3000명의 얼굴 생김새와 900명의 인상 변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구현해 냈다. 나이 변환도 가능하다. 예컨대 20대 후반 여성이 70대가 됐을 때 모습을 구현한다. 이 기술은 장기 미제 사건 해결 및 미아 찾기 등에 이용할 수 있다. 폴리스케치는 지난해 12월부터 경찰청에서 활용 중이며 올해 전국 지방청에서 확대 사용될 예정이다. 27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오픈톡 릴레이에서는 KIST로봇·미디어 연구소의 신기술과 지능형 로봇 관련 기업들의 제품이 선보였다. 한국형 달탐사 착륙로봇(로버)의 초기 시제품 모델도 선보였다. 달을 탐사하려면 영하 170도에서 영상 130도의 온도, 쏟아지는 방사선 등 극한 환경을 이겨 내야 한다. 로버는 ‘웜박스’라고 열을 제어할 수 있는 몸체에 모터를 넣었다. 바퀴가 6개 달린 로버는 경사각 30도까지 오를 수 있으며 5㎝ 높이의 장애물을 넘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몸체 위에는 태양광판을 달아 태양광을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디스크를 치료하는 미세 수술 로봇 역시 눈길을 끌었다. 척추뼈와 신경 사이를 움직여 디스크 부위를 찾아 내고 레이저를 발사해 디스크 제거가 가능하도록 고안됐다. 직경이 3.4㎜에 불과한 관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이 로봇을 활용할 경우 꼬리뼈 부분의 작은 구멍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또한 계속되는 수술로 방사선에 노출되는 의사를 보호할 수도 있다. 2014년 기준 세계 로봇시장은 167억 달러(약 19조 1549억원)로 최근 6년간 연평균 20% 성장했다. 국내 로봇 종합 기술경쟁력은 후발 주자임에도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 이어 4위 수준이며 선도국 대비 기술 격차는 1.8년 수준이다.서진호 미래성장동력 지능형로봇추진단장은 “2020년 로봇 생산 6조원 달성을 목표로 선도 제품 개발과 초기 수요 창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새대가리 NO!…까마귀 뇌 작지만 침팬지만큼 영리해

    새대가리 NO!…까마귀 뇌 작지만 침팬지만큼 영리해

    앞으로 머리가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조두)라고 조롱하는 짓은 그만둬야 할 듯하다. 까마귀는 뇌가 작지만 침팬지만큼 영리하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팀은 큰까마귀와 갈까마귀, 뉴칼레도니아까마귀와 같은 까마귓과의 새를 대상으로 지능의 전반적이고 강력한 지표가 되는 ‘자기 통제’(self-control) 능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국제학술지 ‘왕립오픈사이언스 저널’(Journal Royal Society Open Science) 최신호에 발표된 이 연구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우선 밖에서 안이 비치지 않는 불투명 실린더 통 속에 보상으로 먹이를 넣어둔 뒤 실험 대상인 조류의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설치했다. 이 통은 양쪽에 구멍이 있어 원하는 쪽으로 보상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연구팀은 이 통을 통해 새들이 보상에 도달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했다. 이후 연구팀은 같은 구조의 투명 실린더로 교체하고 양을 늘린 보상을 속에 넣어뒀다. 이 실험의 목적은 통 속에 들어있는 보상에 도달하려고 새들이 투명 실린더에 부딪히는지 아니면 양쪽 구멍을 기억해내 보상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단 새가 통 속에 있는 먹이를 먹으려고 밖에서 실린더를 쪼는 경우는 실패로 기록됐다. 이 실험의 대상이 된 새 중 가장 똑똑한 개체는 큰까마귀로, 이 작업을 100% 제대로 해냈다. 이 성적은 침팬지와 같은 것이다. 또 갈까마귀와 뉴칼레도니아까마귀도 성적이 각각 97%와 92%로 뛰어났다. 갈까마귀의 점수는 보노보(95%)와 고릴라(94.4%)를 넘어섰다. 특히 큰까마귀의 뇌는 침팬지 뇌의 26분의 1 정도로 작지만 운동에 관한 자기 통제 검사(motor self-control test)에서는 두 종 모두 똑같은 점수를 기록했다. 갈까마귀와 보노보의 성적 차이는 더 주목할 만하다. 왜냐하면 갈까마귀의 뇌는 같은 지능을 가진 유인원 보노보의 뇌와 비교하면 70~9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결과는 조류 중에서도 뇌 크기가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확인됐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큰까마귀의 뇌는 갈까마귀나 뉴칼레도니아까마귀의 뇌보다 좀 더 컸기 때문이다. 사실, 까마귀가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휴스턴 대학과 오스트리아 빈 대학 공동 연구팀이 시행한 한 연구에서는 큰까마귀가 추상적 사고능력을 갖추고 있어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본 게이오 대학 연구팀이 2007년 작성한 까마귀 뇌지도에 따르면, 까마귀는 생각과 학습, 감정을 관장하는 대뇌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뇌의 무게와 몸무게의 비율로 산출되는 뇌화(腦化)지수는 까마귀가 0.16%로 개(0.14%)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닭(0.03%)의 5.3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인간은 0.86%이며, 돌고래는 0.64%, 침팬지는 0.30%인데 이 연구에서는 까마귀의 뇌화 지수가 원숭이보다 높고 침팬지보다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주방서 잡힌 3m짜리 거대 카펫 비단뱀

    주방서 잡힌 3m짜리 거대 카펫 비단뱀

    ‘호주의 일상적인 풍경은 이 정도~!’ 27일(현지시간)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 게재된 영상에는 호주 가정집 주방에 나타난 거대 비단뱀을 포획하는 순간이 담겨 있다. 퀸즐랜드 얀디나의 한 가정집에 뱀이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선샤인 코스트 뱀 캐처스’(Sunshine Coast Snake Catchers)’ 포획전문가 로스 맥기븐(Ross McGibbon) 리치 길버트(Richie Gilbert)는 주방 선반 위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거대 카펫 비단뱀(Carpet python)과 마주했다. 선반 위 카펫 비단뱀은 길이 3m, 몸무게 8kg에 달하는 다 큰 성체이며 발견 당시 큰 주머니쥐나 고양이를 통째로 삼킨 상태였다. 맥기븐은 “이 비단뱀이 거대한 먹이를 소화하기 위해선 몇 주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배가 볼록한 뱀을 조심스럽게 뱀을 바닥으로 옮겨 자루에 담은 뒤, 주변 숲의 구멍 난 커다란 나무에 놓아줬다. 한편 호주 카펫 비단뱀은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집 안의 세탁기나 냉장고 뒤쪽이나 자동차 보닛에서 많이 발견되며 다소 성격이 사납지만 독이 없어 순치시키기 쉬워 애완용으로 사랑받는 뱀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Sunshine Coast Snake Catchers / Viral Videos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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