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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비오는 날 청계천/최용규 논설위원

    가랑비 속 청계천 길을 걷는다. 무섭다는 미세먼지나 황사 좀 뒤집어쓰면 어떠랴. 살갑게 볼을 건드리고 지나가는 봄바람이 오롯이 다가오는데?. 어디 그뿐이랴. 한들한들 춤을 추는 축 처진 능수버들 가는 선(線)사이로 붕어며 잉어며 떼지어 다니는 물고기를 어디서 이렇게 물리도록 눈요기할 수 있을까. 십수년 전만 해도 4종류에 그쳤던 물고기가 지금은 치리, 참마자, 버들매치, 몰개 등 무려 20여종으로 늘었다고 한다. 도쿄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 실개천에서 어렵게 발견한 다슬기 몇 개, 피라미 몇 마리에도 신기한 듯 눈이 동그래졌었는데. 호사는 이어진다. 가랑비 사이로 선들선들 불어오는 봄바람에 잠자던 숨구멍이 깨어나고, 바람에 실려와 콧속을 파고드는 물냄새, 풀냄새 향은 덤이다. 청계5가, 6가를 지나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는 성북천. 진녹색 푹신푹신한 보도는 후끈 달아오른 발바닥을 식혀 주는 힐링의 구간이다. 길을 나선 지 두어 시간 지났을까. 병원 의사 아닌 자연이 전해 주는 처방전을 받아 든다. 양쪽 고관절이 시큰시큰하다. 왼 무릎이 아프다. 더 늦기 전에, 그래…. 최용규 논설위원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건 어쩔 수 없어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건 어쩔 수 없어

    그건 어쩔 수 없어 (No help for that) - 찰스 부코스키 가슴속에 결코 채워지지 않는 자리가 있다 어떤 공간 그래서 최고의 순간에도 그리고 가장 좋은 시절에도 우리는 알게 되지 우리는 알게 되지 어느 때보다 또렷이 가슴속에 결코 채워지지 않는 자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 그 공간에서. * There is a place in the heart that will never be filled a space and even during the best moments and the greatest times times we will know it we will know it more than ever there is a place in the heart that will never be filled and we will wait and wait in that space. *아. 그래 바로 그거야. 나도 알고 있고 당신도 알고 있었어. 그 빈 공간. 가슴 한편에 뻥 뚫린 구멍. 당신과 함께 있어도 채워지지 못했던 마음의 빈터. 그런데 누구도 부코스키처럼 그걸 꺼내서 이렇게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지. 시인이란 그런 존재라고, 젊은 친구인 K가 내 페이스북 댓글에 썼다. 누구나의 마음에 있는 것을 세상 처음 보는 언어로 보여 주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오히려 더 뚜렷이 잡히는 공간. 그래서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찰스 부코스키(1920~1994)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독일에서, 미국인 병사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로스앤젤레스의 빈민가에서 어렵게 성장했다. 스무 살이던 1939년부터 1941년까지 로스앤젤레스시립대를 다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다. 대학을 다녔다니 의외다. “지식인은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고, 예술가는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한다.” “신중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연구하고, 가르치고, 그러곤 망친다”라고 감히 선언했던 사람. 낙서를 휘갈긴 듯 자유분방한 부코스키의 시들을 읽으며 나는 그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단아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친다며 학생들을 자신의 틀에 가두는 교수들에게 어지간히 질렸나 보다. 부코스키는 늦게 꽃핀 작가이다. 그의 글을 출판해 줄 출판사를 찾지 못해 서른다섯 살이 되기까지 도시의 변방을 떠돌며 먹고살기 위해 여러 직업에 종사했다. 접시닦이, 트럭 운전사, 주유소 직원, 주차요원, 우체국에서 일하며 틈틈이 시를 썼다.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는 대도시의 밑바닥을 경험한 시인이 아니고는 쓸 수 없는 구체적인 이미지와 생생한 언어, 그의 작품에 배어 있는 독한 술 냄새와 처절한 절망을 통해 나는 미합중국이라는 거대한 환상, 그 환상을 먹고사는 하루살이 인생들의 ‘뒤집힌 아메리칸 드림’을 읽었다. 39세에 첫 시집을 출판한 뒤 부코스키는 그동안의 서러웠던 무명 시절을 보상이라도 하듯 미친 듯이 글을 썼다. 74세에 죽기 전까지 (알코올 중독으로 심각한 궤양을 앓았던 시인치고는 오래 살았다!) 시집과 소설, 에세이, 서간집을 포함해 45권이 넘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니. 채워지지 않은 마음의 면적이 그만큼 컸나 보다. 나는 고작 열 권 남짓의 책을 출간하고 이미 지쳐 고만 쓸까 하는데, 내 가슴속의 빈자리가 부코스키의 그것보다는 작은 건가. * 지금 쓰는 내 글이 서울신문에 실릴 목요일이면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보게 될 게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들 생활의 허전한 빈 곳을 채워 주는 정책을 펴면 좋겠다. 정치 경제 사회만이 아니라 문화도 살피는 지도자. 문화 예술계가 바뀌어야 이 나라가 변한다고 나는 믿는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사람들의 고루한 인식을 바꾸고 취미를 바꾸는 게 문학과 예술의 힘 아니던가. * 그동안 ‘세계의 명시’ 연재를 아껴 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었다면, 글이 좋아서가 아니라 아마도 시의 힘 덕분일 겁니다. 시는 우리의 가슴속 허전한 곳을 건드리는 바람, 짧지만 심오한 이야기입니다. 좋은 시를 알아보는 눈이 늘어나기를 빌며 작별 인사를 마치렵니다.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끝>
  • 日매체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소식 1면 톱 “9년만에 정권 교체”

    日매체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소식 1면 톱 “9년만에 정권 교체”

    일본 신문들은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전하며, 대북문제와 한일관계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아사히신문은 ‘한국 대통령에 문재인’ 제목의 기사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 여파 등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며 “9년 만에 보수에서 진보계로 정권이 교체했다”고 말했다. 매체는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그동안 재협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아베 신조 정권은 이에 응하지 않을 태세여서 한일관계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아사히는 한국이 “북한에 대해 대화를 중시하는 등 외교정책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열린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에 유화적인 좌파인 최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당선됐다”며 “9년 만에 보수에서 좌파로 정권이 교체한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한일 합의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어 공약대로 실행에 옮기면 한일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위안부 합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도 거론했다. 사설에서는 “새 정권이 미일 협력을 중시, 현실적 안보외교 정책을 전개하길 기대한다”며 “대북 유화정책은 긴장완화를 도모하는 것이겠지만 관계개선을 서두른 나머지 대북 포위망에 구멍을 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1면에 “9년 만에 좌파정권”으로 교체했다며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짚고 “한일관계에 난항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산케이는 3면에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한다며 ‘북에 편중 노무현식 악몽 재현’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대북 관계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9년 만에 혁신정권”이 들어섰다며 문 당선인이 한일합의 재협상을 강조하고 있어 일본과 대립관계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신문은 “주요 후보 중 가장 엄격한 대일 정책을 내 건 문 후보가 당선돼 향후 한일관계를 우려하는 견해가 많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호준의 시간여행] 공중전화를 걸던 사내

    [이호준의 시간여행] 공중전화를 걸던 사내

    늦은 밤 귀갓길. 전철역에서 그를 보았다. 허름한 차림의 키 작은 사내가 공중전화기에 매달리듯 서 있었다. 언뜻 봐도 노숙을 한 지 꽤 오래된 모습이었다. 5월인데도 여전히 두꺼운 옷을 첩첩 껴입고 있었다. 걸음이 저절로 멈춰졌다. 저이는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통화는 길게 이어졌다. 빈 전화기를 붙잡고 스스로와 통화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말을 들어 줄 사람 하나 없는 세상, 전화기에라도 하소연하지 않으면 배운 말들을 몽땅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초조감마저 읽혔다. 오랫동안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공중전화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마저 없으면 저 사내는 어디에 속을 털어놓을까. 요즘은 찾아보려고 해도 보기 쉽지 않은 게 공중전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절실한 소통 수단이라는 생각에 새삼스럽게 그 가치가 무겁게 다가왔다. 지금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지만 예전에는 공중전화가 무척 귀한 존재였다.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이전 세대라면 공중전화에 얽힌 사연 한둘쯤 갖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동전을 손에 들고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던 순간들. 다이얼을 돌릴 때 샘물처럼 솟아오르던 설렘. 끝나지 않을 듯 길게 이어지던 발신음. 동전이 떨어지는 “´딸각” 소리와 함께 “여보세요”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던 순간의 떨림. 그 목소리가 마침 보고 싶은 사람이었을 때, 심장은 왜 그리 덜컥덜컥 내려앉던지. 군 복무를 할 때 외박이나 휴가를 나오면 맨 먼저 달려가던 곳도 공중전화였다. 청춘남녀들은 날이 궂으면 궂다고 좋으면 좋다고 공중전화를 찾았다. 첫눈이라도 오는 날은 줄이 끝없이 길어지기도 했다. 물론 행복한 추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연락할 일은 발등의 불인데 먼저 차지한 사람이 옆집 강아지 낳았다는 잡담으로 시간을 야금야금 잡아먹을 때, 인상을 쓰다가 한숨을 내쉬다가 결국 유리문을 두드리게 되고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일도 있었다. 도시에는 공중전화기가 곳곳에 있었지만 시골에는 무척 귀한 편이었다. 어느 땐 급한 전화 한 통 걸기 위해 먼 길을 걷기도 했다. 읍내에 가면 구멍가게 벽에 매달아 놓은 나무상자 안에 공중전화가 모셔져 있었다. 주인은 늦은 밤에는 열쇠를 채우거나 아예 떼서 집 안에 들여놓기도 했다. 가끔 공중전화의 동전을 털거나 통째로 떼어 가는 악당들도 있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에는 1926년 처음 전화국·우체국 구내에 설치돼 오랫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공중전화가 하나 둘 사라지게 된 이유는 물론 휴대전화의 등장이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니 공중전화가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지사. 군부대 등에는 영상공중전화까지 등장했지만, 그렇다고 화려했던 시절이 부활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영원한 이별은 오지 않기를 바란다. 여전히 절실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공중전화를 찾아 그 안에 담아 둔 추억들을 되새겨 볼 일이다. 첫사랑 연인의 전화번호를 애써 기억해 내며 “그냥… 동전이 남아 있길래 걸어 봤어” 혼잣말이라도 해 볼 일이다. 어찌 알겠는가. 메마른 가슴에 촉촉한 단비라도 내릴지. 시간이 가도 지하철역에서 공중전화를 걸던 사내가 지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누구에겐가 꽃소식을 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올해도 지상에는 여전히 꽃이 피고 진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 동명이인 사전투표에 투표 못할 뻔… 선관위 신원 확인 구멍

    대리투표 무효처리·용지 훼손 소동 SNS엔 손가락 표시 인증샷 봇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9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투표 인증샷’으로 도배됐다. 다만 기표소 안에서 인증샷을 촬영하거나 투표용지를 찢는 등 각종 사고도 벌어졌다. 선거관리위원의 실수로 동명이인이 투표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에서 처음으로 손가락 등으로 숫자를 표시하는 인증샷을 허용하면서 엄지척, V자, OK사인 등 손가락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자유롭게 드러냈다. 또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은 개수로 지지 후보를 표현했다. 인증샷을 올린 유권자 중 추첨을 통해 최대 500만원의 상금을 주는 ‘국민투표로또’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청년개발자 윤병준(31)씨가 만든 이 시스템에 90만명 이상이 참여했고, 후원금도 1100만원 이상 모금됐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도 인증샷 대열에 동참했다. 배우 정우성은 서울 강남구 삼성1동 제3투표소 앞에서 찍은 셀카 사진을 공개했고, 지난해 선관위 홍보 대사였던 설현도 ‘투표 완료, 잊지 말고 꼭 투표하세요’라는 글과 함께 경기 부천시 성곡동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차범근 2017 피파 20세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 후 인증샷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4·5일 사전투표에 이어 기표소에서 인증샷을 촬영해 적발되는 것은 여전했다. 부산 동구 수정4동 제2투표소에서 김모(50)씨가 딸에게 투표 사실을 확인시켜 주려고 기표한 투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가 사무원에게 발각됐다. 울산시, 경기 남양주시, 안양시, 포천시, 양주시 등에서도 이런 행위로 적발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기표소 안에서 촬영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투표용지 훼손, 대리투표 등도 발생했다. 경북 포항 남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남구 송도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찢으며 소란을 피운 임모(49)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술에 취한 듯한 임씨는 투표사무원에게 시비를 걸며 욕하는 등 10분간 투표 진행을 방해했다. 기표소 3곳 가운데 1곳이 더 넓은 이유를 묻고는 투표사무원이 “장애인용인데 거기서 투표해도 된다”고 하자 “내가 장애인이냐”며 난동을 부렸다. 충북 제천시에서는 노모와 함께 투표소를 방문한 50대가 기표소까지 같이 들어가려다 제지당하자 항의하며 투표용지를 찢어 버렸다. 증평군의 한 투표소에서는 선거인명부 대조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찢어 버렸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지초등학교 투표소에서도 지체장애가 있는 남편(53)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며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대리 기표를 한 아내(46)가 적발돼 투표가 무효 처리됐다. 장애인에 대한 대리투표는 홀로 기표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부산진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7시 10분쯤 70대 남성 노인이 70대 여성 노인에게 투표 방법을 설명하다 기표소까지 동행해 대신 기표했고, 이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여성 노인에게 다시 투표하도록 했다. 선관위의 동명이인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제4투표소를 찾은 김모(58·여)씨는 동명이인이 했던 사전투표가 본인이 한 것으로 기재돼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선관위는 김씨에게 재방문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충북 제천시 중앙동에서도 투표소를 잘못 찾은 동명이인을 투표사무원이 걸러 내지 못하면서 혼란이 벌어졌다. 서울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서울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애매한 중도·짧은 정치 경륜… ‘찻잔 속 安風’에 그쳤다

    애매한 중도·짧은 정치 경륜… ‘찻잔 속 安風’에 그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두 번째 대권 도전(본선 도전은 처음)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장 큰 패인은 국민에게 믿음직스러운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한 데 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국민은 20년 만에 국민의당에 3당의 지위를 부여하며 창당 주역인 안 후보에게 기회를 줬다. 안 후보 역시 ‘강철수’로 거듭나며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는 듯했다.문제는 이번 선거가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란 점이다. 국민은 혼란과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號)의 키를 하루빨리 다시 잡고 항해를 시작할 강한 선장을 필요로 했다. 안 후보의 짧은 정치 경력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에 비해 부족한 인적 네트워크, 호남을 제외하면 구멍이 숭숭 뚫린 국민의당 조직력 등은 이런 바람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40석 정당’의 수권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국민은 끝내 떨쳐 내지 못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초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문 당선인과 양강 구도를 이뤘다. 국민의당 경선 직후 컨벤션 효과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퇴에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패하며 마음 둘 곳을 잃은 중도·보수층이 안 후보를 지지한 결과였다. 당시 문 당선인에 대한 비토층이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선두로 도약하는 결과가 나왔다. ‘안철수의 시간’이 오는 듯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수차례 TV 토론에서 주특기인 4차 산업혁명과 교육개혁 분야 등을 제외하면 미숙한 대처로 일관했다. 전략도 오락가락했다. 문 당선인을 향해 “내가 갑철수냐”고 따져 묻는 등 네거티브 전략을 세웠다가 역효과를 불렀다. 설익은 ‘유치원 공약’ 논란도 지지율 하락을 불러왔다. 막판 ‘뚜벅이 유세’를 처음부터 했어야 ‘안철수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중을 모아 놓고 ‘가공된’ 목소리로 대중 연설을 하는 방식이 안 후보에겐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을 수 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호남’을 당의 지지 기반으로 뒀음에도 중도·보수 진영으로 확장을 꾀할 수밖에 없는 중도 후보의 한계가 안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논리나 햇볕정책의 승계 여부 등 이슈에서 ‘입장이 일관되지 못하다’,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을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 후보는 의원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당분간 진로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마지막 직업이 직업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안 후보는 올해 56세로 여전히 젊다. 문제는 국민의당이다. 당장 책임론과 당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부 호남 의원의 민주당행에 대한 소문마저 무성하다. 격동과 혼란의 중심에 설지, 물러서서 때를 기다릴지는 안 후보의 몫이자 선택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이름 같은 다른 사람이 대신 투표…동명이인 확인 구멍

    이름 같은 다른 사람이 대신 투표…동명이인 확인 구멍

    투표 사무원이 유권자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선거인명부에 동명이인이 서명하고 투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9일 충북 제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천시 중앙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할 A씨는 이날 오전 투표소를 착각해 제1투표소를 찾아가 투표했다. 제1투표소 선거인명부에는 A씨와 동명이인인 B씨 이름이 있었고, 투표 사무원은 A씨가 B씨인 줄 알고 그대로 투표를 하도록 했다.정작 투표소를 제대로 찾아온 B씨는 누군가 자기 대신 서명을 하고 투표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나는 투표를 한 적이 없다”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투표 사무원은 “분명히 신분증을 확인했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리 없다”고 맞섰다. B씨의 항의가 이어지자 투표소 측과 선관위는 경위 파악에 나섰고, 해당 사무원이 A씨의 신분증과 선거인명부의 생년월일을 철저히 대조하지 않아 일어난 일임을 확인했다. A씨와 B씨는 이름은 같았지만, 주소도 다르고 나이도 한 살 차이가 났다. 뒤늦게 오류를 확인한 선관위는 A씨가 원래 투표소인 제2투표소에 다시 투표하지 못하도록 조처하고 B씨에게는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B씨는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투표 사무원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투표할 마음이 사라졌다”며 투표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투표소를 떠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결혼하면 퇴사가 당연하던 시절 입사…임원 10년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웃더라구요”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결혼하면 퇴사가 당연하던 시절 입사…임원 10년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웃더라구요”

    최인아 대표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제일기획에 입사했다. 여성은 소수에 불과했고, 어렵게 바늘구멍을 뚫고 입사했어도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게 당연시되던 시절에 그는 최전선에서 삼성 첫 공채 출신 여성임원, 첫 여성 부사장 등 유리천장을 하나씩 깨부쉈다. “2000년에 처음 임원이 된 뒤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였어요. 인생 목표를 얘기하는 순서에서 제가 ‘10년쯤 임원하고, 10년쯤 공부하고, 10년쯤 사회에 베풀면서 살고 싶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막 웃는 거예요. 왜 웃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네가 무슨 수로 임원을 10년이나 하겠느냐’ 했대요. 2012년에 퇴직했으니 계획보다 임원을 3년이나 더 했네요.”그는 조직에서 성공하려면 실력 못지않게 함께 일하는 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력이 쌓여 혼자서 일하는 시기가 지나면 남들을 잘하게 하는 것으로 평가받게 돼죠. 혼자 잘난 것보다 같이 일하고 싶은 상대가 되는 게 중요해요. 임원으로 재직할 때 일 때문에 야근한 적은 없지만 후배들에게 축하 카드를 쓰면서 야근한 적은 많아요. 제가 한번도 입에 담지 않은 말이 ‘부하 직원’이라는 말이에요. 저는 선배이고 싶지 상사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고위직 여자 선배를 어려워하던 후배들도 서서히 그에게 다가왔다. “퇴직할 때 후배들이 사내 식당에서 환송회를 열어줬어요. 저는 한 명 한 명 안아줬고, 후배들은 장미 한 송이씩 200송이를 제게 안겨줬어요. 지금도 말려놓은 꽃이 집에 있습니다. 자랑이 심했나요(웃음).” 그는 “흔히 조직관리라고 얘기하는데 조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직이다. ‘저 선배라면 믿고 같이 가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주는 게 선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순녀 문화부장 coral@seoul.co.kr
  • 악어에 물린 10살 소녀, 악어 콧구멍 찔러 탈출

    악어에 물린 10살 소녀, 악어 콧구멍 찔러 탈출

    악어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구멍'이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 호주뉴스닷컴은 지난 6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근처 호수에서 10세 소녀가 악어에 물린 상황에서 악어의 콧구멍을 찔러 탈출한, 기적과 같은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 주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10세 아이는 올랜도시 모스 호수공원 얕은 물에서 놀고 있었다. 갑자기 비명소리를 들은 주변 사람들이 달려가보니 2.8m에 이르는 거대한 악어가 아이의 다리를 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이는 손가락으로 있는 힘껏 콧구멍을 찔렀고, 악어는 깜짝 놀라 물고 있던 입이 느슨해졌다. 아이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입을 벌려 도망쳤다. 야생동물 전문가 도날드 앨더랠리는 "지구상에서 무는 힘이 가장 센 악어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아이는 10바늘을 꿰매긴 했지만 그 이상 심각한 상처는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 야생동물보호위원회는 아이에게 문제를 일으킬 뻔한 악어를 붙잡아 안락사했고, 호수의 수영 구역을 폐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낚싯대로 잡은 7.6m 심해상어…75분 사투 결과

    낚싯대로 잡은 7.6m 심해상어…75분 사투 결과

    영국의 한 남성이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상어를 낚싯대로 낚아 올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7일자 보도에 따르면 벤 본드(26)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아일랜드로 낚시 여행을 떠났다가 몸길이가 7.6m에 달하는 거대한 식스길 상어를 낚았다. 당시 본드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낚싯바늘에 미끼를 달고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놓았는데, 갑자기 낚싯대 끝에서 보트가 흔들거릴 정도로 강한 힘을 느꼈고 그 끝에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식스길 상어가 있었다. 여섯 개의 아가미 구멍이 있으며 심해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식스길 상어는 심해의 최고 포식자로도 유명하다. 밤에는 얕은 수심에서도 종종 발견되며 바다표범이나 작은 돌고래 등을 주로 먹는다. 본드는 자신이 낚은 이 상어의 몸통 둘레만 2m, 몸길이는 7.6m에 달하며, 몸무게는 680㎏를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본드가 공개한 사진에서는 낚싯대에 걸려 머리를 내민 상어와 길이 12m 보트의 약 절반 정도 되는 상어의 몸길이를 확인할 수 있다. 본드는 “깊은 바다 속에서 미끼를 문 상어를 수면까지 끌어올리는데 무려 75분이나 걸렸다. 75분간 엄청난 사투를 벌인 끝에 상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면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큰 물고기를 잡아본 것은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이렇게 엄청난 상어를 잡은 것이 스스로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기념사진만 촬영한 뒤 곧바로 바다로 돌려보냈다”고 덧붙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커버스토리] D-DAY… 그 후… 대통령님, 어찌 할까요

    [커버스토리] D-DAY… 그 후… 대통령님, 어찌 할까요

    사상 초유의 5월 대선은 공무원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깜깜이 선거’다. “이렇게 모든 것이 불확실한 대통령 선거는 지금까지 없었다”는 정서가 관가를 지배한다. 주된 요인은 2개월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2월 말에 시작했던 이전 정부와 달리 5월 중순에 급하게 출발하는 데서 오는 크고 작은 혼선이다. 특히 구체적인 것은 없고 추측만 무성한 인수위 구성이나 장차관 교체 여부가 관가의 설왕설래를 증폭시키고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둔 공직 사회의 표정을 살펴보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제는 마무리할 것도 없어요.” “사표 써 놔야 할까요?” 조기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마주친 실장급(1급) 간부 A씨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시냐”고 묻자 이런 질문이 되돌아왔다. 10일 당선자가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데 국가공무원법상 1급 미만 공무원들만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1급들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관례적으로 일괄 사표를 제출해왔다. 사표를 제출하지 않아도 ‘전 정권 인사’로 낙인찍혀 한직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이런 관례가 그대로 적용될지 불투명하다. 장차관이 언제, 누가, 어떻게 올 지에 대한 전망 자체가 오리무중인 탓이다. A씨가 사표 작성 여부를 고민하는 이유다. 그는 “여태까지 모셔 온 장관이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상태에서 (나만) 사표를 내는 건 너무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특히 어떤 후보가 당선돼도 국회는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불가피하다. 총리와 장관 임명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가에서는 장관들에 앞서 차관들이 먼저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른 ‘박근혜 정부 임명 장관’과 ‘새 정부 임명 차관’의 어색한 동거 기간이 그리 짧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 나온다. A씨는 “장관들의 취임이 금방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 대통령이 차관도 임명하지 않으면 무슨 수로 행정부를 장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얼마 전 한 경제부처에서는 차관 주재로 실·국장급 간부들이 참석한 ‘쫑파티’가 열렸다. 작별 인사와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참석자 모두가 취했다. 그 자리에서는 다들 호기 있게 대선 전 징검다리 연휴에 휴가를 내고 가족여행을 가거나 미뤄뒀던 개인 용무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참석자는 “휴가를 내도 마음 편하게 쉴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일단 집에 가지만 다시 불러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겠나”고 털어놨다. 과장 이하 실무자들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점심, 저녁식사 자리나 커피 타임 등 2명만 마주 앉아도 어김없이 여론조사 결과와 간밤의 대선 후보자 토론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각 후보 캠프에서 자기 부처 장관으로 임명될 법한 인사들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사람들에 대한 평가도 빠지지 않는다. “예전에 그 분 모셔본 적 있는데, 후배들이 답답하다고 생각되면 자기가 직접 나서는 스타일이지”, “완벽주의자이긴 해도 무작정 아래 직원들을 쪼아대지는 않으니까 지금보다 아마 편할 거야” 등과 같은 ‘분석’들이다. 공직사회의 관심은 무엇보다 대선 이후 인사에 집중돼 있다. 일부 부처 직원들은 ‘뭐라도 하는 척’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세종청사 사회부처에서 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B과장은 “솔직히 지지율 1위 후보가 당선될 것에 대비해서 업무보고라도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 같은데, 위에서 ‘오해받을 짓 하지 말라’고 해서 하루 종일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 가결 직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남은 것들을 잘 마무리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는데 그게 벌써 다섯 달 전”이라면서 “거의 반년 가까이 마무리 작업을 해오다 보니 이제는 진짜로 마무리할 것도 없다”고 했다. B과장은 “어차피 새 정부 출범하면 정신없이 바쁠 테니 푹 쉬고 오라”며 직원들에게 ‘마지막 휴가’를 주고 있다. # 지지율 1위 후보라 해서 거기에 맞추는 건… 과거 새 정부가 출범 전 인수위 2개월여는 차기 내각 구성원에 대한 인사 검증도 하고, 공약을 정책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두루 챙기는 기간이었다. 이번엔 이게 없으니 모든 부처가 어정쩡한 상황이 돼 버렸다. 경제부처 과장 C씨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모든 직원들이 깜깜이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며 최근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지율 1위 후보가 될 것 같으니 거기 맞춰서 준비하자’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들 각자 알아서 몰래 공약집 보면서 어떤 일이 떨어질까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있죠.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물 밑에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무총리실에 근무하는 D씨는 “새 대통령이 당선증을 받으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임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헌법상 장관 제청권을 가진 총리가 공석이면 내각 구성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새 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할 때까지 황 총리가 업무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직원들 사이에 총리 사퇴 시점부터 차기 총리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누가 당선돼도 우리 부는 당분간 고난의 길을 걷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국회 5당 원내대표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1개월 정도 인수위가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새 대통령의 정식 취임 뒤 인수위가 가동되는 것 역시 전례 없는 일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실장 E씨는 “청와대와 인수위가 동시에 운영될 경우에 둘이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 또 우리는 누구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각 부처 내부에서는 다음 정부에서 ‘잘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간부들에게 은근한 줄서기도 벌어지고 있다. 특정 지역 출신이나 과거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던 이들이 그 대상이다. 경제부처 국장 F씨는 “몇몇 실·국장들은 한 달 전부터 새 정권에서 부를까 봐 10일 이후 약속을 안 잡거나 취소하고 있다”면서 “청문회나 인사 검증을 준비하는 분들도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 “살아남나, 사라지나” 관가에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존폐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만들었던 부처들을 중심으로 기대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부처의 운명이 새 대통령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 직원 G씨는 “안전처가 세월호 참사 이후 출범한 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안전부’로 승격해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면서 “재난을 지휘해야 할 안전처장이 국무회의에서 늘 말석에 앉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G씨는 “일각에서 ‘안전자치부’(행정자치부와 안전처 통합한 새 부처) 모델이 거론되고 있는데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안전행정부’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 실패한데다, 행자부와 안전처 통합을 원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자포자기’ 정서가 강하다. 교육부 서기관 H씨는 “여론조사 1, 2위 후보가 우리 부를 해체하고, 위원회로 전환하겠다고 하는데, 내부적으로는 ‘솟아날 구멍이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면서 “매년 반복된 어린이집 누리과정 갈등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 국정교과서 파문 등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행자부 직원 I씨는 “대선 후보 모두 세종시 기능 강화를 주장하고 있어 이전이 직원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세종에 청사를 추가로 지으려면 2년 이상은 걸리지 않겠냐는 말이 돌았지만, 최근에는 이전 시기가 당겨질 것에 대비해 대책을 세우는 공무원이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차관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최순실 국정 농단’의 직격탄을 맞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오히려 내부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도 한다. 직원 J씨는 “최순실 사태 초기에는 조직 해체에 대한 위기감과 ‘이제 더이상 추락할 곳조차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새 정부에서 새롭게 출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일자리, 보육 등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 집중된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후보들의 공약들을 꼼꼼히 점검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고용부 과장 K씨는 “누가 당선돼도 일자리와 복지 예산이 늘어나고 조직이 커질 수 밖에 없어 기대도 크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적지 않다”면서 “당선자의 공약을 보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준비한 정책들이) 기대만큼 효과가 없으면 거센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도 크다”고 걱정했다. ‘고용복지부’, ‘보건청’ 등 조직 개편 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치면서도 대부분은 “정책 성격이 확연히 달라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관객이 작품 참여해 예술가 되고… 체험·소통의 현대미술

    관객이 작품 참여해 예술가 되고… 체험·소통의 현대미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최근 들어선 K현대미술관 로비에 거대한 거미집 모양의 구조물이 설치됐다. 소재는 놀랍게도 투명 테이프다. 도시를 돌면서 테이프를 이용해 장소 특정적 구조물을 만드는 세계적인 예술가그룹 ‘뉴멘/포유즈’의 작품 ‘테이프 서울’이다. 폭 20㎝짜리 3M사의 셀로판테이프 520개를 가지고 열 명이 하루 8시간씩 꼬박 열흘 걸려 제작했다는 이 설치 작품은 아래에 난 구멍을 통해 관람객이 들어가 체험을 해야 비로소 완성된다.K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이것이 현대미술이다: 모두가 예술이고 모든 것이 아트다’전에 선보인 이 작품은 안에 들어가면 동굴 탐험하듯이 미로를 따라가면서 반투명의 테이프 너머로 보이는 로비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해먹처럼 그 위에 누워서 미세하게 출렁이는 테이프의 탄성을 느낄 수도 있다. 스벤 욘케, 크리스토프 카즐러, 니콜라 라델코빅으로 이뤄진 아티스트 트리오 ‘뉴멘/포유즈’는 설치미술, 무대미술, 산업·공간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만난 이들은 1998년 그룹을 결성한 뒤 테이프를 이용해 하나의 공간 안에 대형 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테이프 시리즈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 왔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작업이 설치되는 도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다. 2010년 빈에서 선보인 ‘테이프 빈’을 시작으로 파리, 베를린, 스톡홀름, 멜버른, 도쿄 등으로 이어지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도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진행된 ‘테이프 서울’을 작업한 스벤 욘케 작가는 “사전 스케치나 기계의 도움 없이 거미와 같은 곤충이 집을 짓는 방식으로 만든 기본적인 건축 구조물”이라며 “1차원인 테이프를 이용해 3차원의 유기적인 구조물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 생물체가 다른 생물체에 서식하듯이 ‘테이프 서울’이 높은 천장과 넒은 공간을 보유한 K현대미술관에 서식하게 됐다”며 “전통적인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을 보기만 하는 것과 달리 구조물에 올라가 체험하면서 공간에 대한 지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즐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김연진 K현대미술관 관장은 “새로운 미술관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단지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을 체험하고 나아가 관람객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둔 이번 전시가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는 부산 출신의 팝아티스트 임지빈의 ‘에브리웨어’ 시리즈도 소개됐다. 작가는 국내의 다양한 장소와 도쿄, 오사카, 교토, 타이베이, 홍콩, 베트남 등 해외 도시들을 찾아가 풍선으로 된 거대한 베어브릭 인형을 소개하고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지난해부터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가는 “개인전을 많이 했지만 열심히 준비한 작품을 관심 있는 몇몇 사람만 와서 보고 가는 것이 너무 무의미하고 공허하게 느껴졌다. 대중이 예술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에브리웨어’ 시리즈를 시작했다”면서 “찾아가서 작품을 선보인다는 뜻을 담아 ‘딜리버리 아트’(배달 예술)라고 이름 지었다”고 설명했다. 베어브릭 인형은 항상 어딘가에 끼어 있는 상황으로 설치하는 게 특징이다. 미술관 입구의 회전문 위에 설치된 ‘에브리웨어: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는 거대한 베어브릭 풍선에 흘러내리는 듯한 패턴을 접목시켰다. 작가는 “그저 설치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재료로 된 인형과의 촉각적 경험을 통해 무엇인가에 항상 끼어서 압박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위로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미술관, 공사장, 해변, 재개발지역, 학교 교실 등 다양한 공간에 놓인 베어브릭을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최선희 유럽行”… 北·美 극비협의 나선 듯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1.5트랙(북한 당국자와 미국 민간 전문가가 만나는 형식) 대화를 개최해 극비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고 TV아사히가 7일 보도했다. 북한의 미국통으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미국 측과 협의가 예정된 유럽으로 출발했다. 미국 측에서는 정부 고위 관리 출신 민간 전문가들이 협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참석 예정자의 이름과 현직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은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4월 25일 군 창건일 등 주요 도발 계기에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하지 않으며 파국을 피하자 지난 3월 초 김정남 암살 사건 등으로 취소됐던 1.5트랙 협의가 2개월 만에 다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반민반관’의 한계는 있지만 이번 접촉은 지난달 6∼7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프로세스가 요동치기 시작한 이후 북·미가 처음 마주 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으로선 대북 협상에 나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색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고강도 대북 제재·압박망에 ‘숨구멍’을 만들면서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는 기회다. 협의에서 미국 측은 비핵화 대화를 강조하고, 북한 측은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핵군축 회담을 하자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오는 10일 대한민국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선 결과를 예의 주시하며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이달 들어 아직 한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감행하지 않는 등 도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면 전환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북한의 침묵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대북 제재·압박 강도를 연일 높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협상의 문’을 열어 뒀다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북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제재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반려견에게 실수로라도 주면 안 되는 음식 12가지

    반려견에게 실수로라도 주면 안 되는 음식 12가지

    반려견을 기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은 바로 먹여도 되는 음식과 먹이지 말아야 할 음식을 구분하는 것이다. 물론 개 전용 사료나 간식만 먹고 다른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개도 있겠지만, 주인이 뭔가를 먹을 때마다 눈앞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사하는 개도 있다. 이때 당신은 반려견의 애교에 그만 먹던 것을 한 입 주거나 주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흘려 개가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개와 같은 반려동물은 우리 인간과 달리 일반적인 음식이라도 먹으면 위험한 게 있다. 그 대표적인 음식은 바로 초콜릿이다. 물론 당신이 개를 키우고 있다면 이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일 수도 있지만, 반려견에게 실수로라도 먹이면 안 되는 음식은 이외에도 꽤 많다. 다음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5일(현지시간) 반려동물 응급 처치 전문가인 엠마 해밋의 조언을 인용해 밝힌 절대로 반려견에게 먹이면 안 되는 음식 12가지다. 현재 개를 키우고 있거나 앞으로 키울 계획이 있고 언젠가는 개에게 뭔가 먹을 것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꼭 한 번 읽어보고 숙지하도록 하자. ▲초콜릿 반려견에게 주면 안 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왜냐하면 초콜릿에는 개에게 독이 되는 테오브로민이라는 이름의 자극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성분은 카카오 성분이 많은 다크 초콜릿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데 주로 심장과 중추신경계, 그리고 신장 기관에 영향을 준다. 증상은 보통 4시간에서 24시간 뒤 나타나며 먹은 양에 따라 달라진다. 구토와 탈수, 복부 통증, 심한 불안, 근육 떨림, 부정맥, 체온 상승, 발작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죽을 수도 있다. ▲양파 개는 물론 고양이에게도 독이 된다. 이를 먹으면 며칠 뒤 위장 장애 등 증상이 나타나므로 당신이 개가 왜 아픈지 곧바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날것이나 조리한 것, 또는 건조·탈수한 것 모두 반려동물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양파는 물론 마늘 같은 채소는 개의 적혈구를 파괴할 수 있어 심하면 수혈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소변이 색이 진한 주황색이나 어두운 빨간색으로 변하면 음식 속에 포함된 이런 재료가 문제일 수 있으니 즉시 동물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포도 날것은 물론 건조한 것도 개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먹은 뒤 5일이 지나도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포도는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어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에게 매우 위험하다. 만일 당신의 개가 괜찮아 보이더라도 우연히라도 이를 먹었다고 의심이 되면 한시라도 빨리 동물 병원에 데려가라. ▲아보카도 펄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 이를 먹게 되면 설사나 구토, 호흡 곤란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술 만일 당신이 집안에서 술을 마신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자칫 당신의 개가를 이를 우연히라도 먹게 되면 구토나 설사, 우울증(중추신경계 이상), 떨림, 호흡 곤란, 비정상적 혈액 산도, 혼수상태가 일어날 수 있으며 심지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페인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초콜릿과 비슷한 부작용을 줄 수 있다. 또한 개는 사람보다 카페인에 더 만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는 그야말로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카다미아너트 개를 쇠약하게 하고 우울하게 하며 떨림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저체온증 등 체온 유지 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은 일반적으로 12~48시간 이어진다. ▲옥수수 종종 위장 장애를 일으키며 변비와 구토 증상이 나타나고 만일 아프다면 병세가 심해질 수 있다. ▲자일리톨 무가당 껌이나 당뇨 환자용 케이크, 또는 다이어트 식품 등 많은 음식에 인공 감미료로 쓰인다. 하지만 이 성분은 개를 포함한 많은 동물에게 인슐린 방출을 일으켜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혈당 강하(저혈당증)를 일으킬 수 있다. 증상으로는 무기력과 구토, 운동 실조, 서 있기 불능, 발작 등이 있다. 또한 이는 치명적인 급성 간 질환이나 혈액 응고 장애와도 관련이 있다. 극소량이라도 크게 위험할 수 있으니 걱정이 된다면 즉시 동물 병원으로 데려가라. ▲조리된 뼈 조리된 것은 잘 부서지고 그 조각이 목에 걸리면 질식을 일으킬 수 있고 장에 들어가서도 소화 기관에 구멍을 낼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또한 작은 뼈는 장 기관에 남아 변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우유 우유와 유제품에 있는 유당은 개들도 분해가 어려워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이부프로펜 달콤한 설탕 성분으로 코팅돼 있어 자칫 잘못 놔두거나 떨어뜨리면 개가 주워 먹기 쉽다. 만일 반려견이 이를 먹은 것으로 의심되면 즉시 동물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 증상은 구토와 설사, 위장 출혈, 위궤양, 그리고 신부전 등이 있다. 사진=ⓒ Budimir Jevtic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월호 침몰해역서 ‘사람 뼈 추정 유해’ 수습 후 추가 발견 없어

    세월호 침몰해역서 ‘사람 뼈 추정 유해’ 수습 후 추가 발견 없어

    세월호가 침몰한 바닷속에서 지난 5일 사람의 정강이뼈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 이후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의 수중 수색이 이어졌지만 추가로 발견된 유해는 없었다. 정부 합동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6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약 1시간 동안 세월호가 침몰한 바닷속을 수색했다. 이날 수색 작업은 특별수색 구역에서 진행됐다. 오전에는 세로 방향으로, 오후에는 가로 방향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추가로 발견된 유해나 유류품은 없었다. 정부는 현재 세월호 침몰 해역을 둘러싼 펜스를 일반 구역(40개)과 특별수색 구역(2개)으로 나눈 뒤 4단계에 걸친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해저면과 충돌하면서 많이 부서진 선미 쪽은 유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특별수색 구역으로 분류했다. 수습본부는 경기 안산 단원고 여학생들의 객실이 있던 세월호 4층 선미로 진입하기 위한 5층 전시실 절단 작업도 이날 마무리했다. 오는 7일부터 4층 선미로 진입하기 위한 천공(구멍 뚫기)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진입로를 확보하고 지장물(쓰레기 등)을 제거하면 오는 8일부터 4층 선미를 처음 수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월호 진상규명 열쇠 ‘전기배선 도면’ 곧 확보

    세월호 진상규명 열쇠 ‘전기배선 도면’ 곧 확보

    세월호 진상 규명의 열쇠가 될 도면이 곧 확보된다. 미수습자 수습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6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에 따르면 선조위는 오는 12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으로부터 5상자 분량의 전기부 도면을 받기로 했다. 이번에 받을 도면은 세월호의 전기 배선과 관련된 것이다. 청해진해운이 경기 안산에 보관 중인 세월호 도면은 전기부 5상자, 기관부 8상자, 갑판부 10상자, 기타 1상자 등 24상자 분량의 자료가 2세트로 이뤄졌다. 청해진해운은 선조위의 요청에 따라 먼저 전기부 도면을 제공하기로 했다. 선조위와 선내정리업체 코리아쌀배지는 그동안 객실, 통로 위치 등이 개괄적으로 나온 도면만을 확보한 상태였다. 미수습자 수색을 위해 선체 천공(구멍 뚫기), 절단이 필요한데 가진 도면만으로는 전기 배선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전기 배선은 참사 원인 규명에 필수인 조타실까지 연결돼있어 이를 훼손하면 조타기 등 기체 결함을 규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었다. 선조위는 확보한 전기부 도면을 토대로 전기 배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천공이나 절단을 할 계획이다. 전기부 도면 외에도 다른 도면을 추가 확보, 원인 조사에 활용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유하고 들어라… 맹목적 음악 향유는 ‘청각적 마약’

    사유하고 들어라… 맹목적 음악 향유는 ‘청각적 마약’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김진호 지음/갈무리/696쪽/3만원지난해 8월 국내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인공지능(AI) 간의 작곡 대결이 열렸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적 바둑 대결의 여운이 잔존하던 시점이었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교향곡 34번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와 에밀리 하웰이 모차르트를 벤치마킹해 작곡한 교향곡 1악장 알레그로를 교대로 연주했다. 에밀리 하웰은 미국 UC 샌타크루즈의 데이비드 코프 연구팀이 개발한 AI의 코드네임이다. 그날 관객들은 모차르트의 손을 들어 줬다. 인간은 AI보다 예술적으로 우월하다는 게 입증된 것일까. 김진호 안동대 음악과 교수는 신간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를 통해 ‘음악적 지능’이라는 독보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 같은 관점에 비추어 보면 AI가 인간의 음악적 성취를 대체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김 교수는 영국의 인지고고학자 스티븐 미슨의 ‘통합적 마음’ 이론의 틈새를 파고들며 독자적 사유를 전개한다. 김 교수는 인류의 영역 특이적 지능으로 미슨이 규정한 자연사 지능, 기술 지능, 사회적 지능, 언어적 지능 외 제5의 지능으로 음악적 지능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음악의 이해를 넘어 인간에 대한 이해로 사유를 확장한다. 작곡과 사회학, 두 학문적 배경을 가진 김 교수는 진화심리학, 생물학, 인지과학, 중력이론, 엔트로피이론 등 자연과학 이론까지 동원하며 자신만의 음악학을 구축한다.인류 최초의 악기인 피리는 3만 5000년 전 등장했다. 독수리의 뼈에 4개의 구멍을 내고 입을 대고 불 수 있는 곳에 V자 형태의 홈 2개를 만들었다. 이 호모 사피엔스는 뼈를 피리로 다듬는 도구인 석기 조각도 남겼다. 김 교수는 그 혹은 그녀는 음악적 영감을 가진 존재이자 조각가이며, 초보적인 공학자였다고 말한다. 음악의 탄생을 호모 사피엔스의 여러 특이적 지능이 결합된 결과로 본다. 모차르트 등 고전·현대 음악도 인류의 ‘통합적 지성’이 진화된 산물인 것이다. 저자가 ‘음악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같은 길’에 있으며, 고로 모차르트도 예외적인 천재 음악가가 아닌 호모 사피엔스 종의 지적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를 풀자면 인지와 지식, 과학, 사유와 같은 고도의 마음 체계가 작동한 음악은 작곡하는 행위나 감상하는 행위가 동일한 지적 능력의 선상에 있다. 기존의 해석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만의 음악적 사유를 전개해야 한다는 저자의 맥락이 여기에 뿌리를 둔다. 호모 사피엔스 진화론에서 출발한 책이 긴 이론의 터널을 거쳐 “사유 없는 맹목적 음악의 향유는 값싼 환상을 제공하는 ‘청각적 마약’이 된다”는 사회학적 사유로 환원되는 이유다. 저자는 대표적 사례로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바그너 등 위대한 독일 음악가들의 작품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 학살)의 배경음악으로 이용한 나치를 꼽는다. 나치는 2차 세계대전 중 라디오로 독일 고전음악을 매일 20시간씩 송출했다. 아돌프 히틀러와 요제프 괴벨스 등 나치 지도부에게 음악은 민족주의를 몰입시키는 효과적 선동 도구였다. 현대라고 다를까. “우리는 음의 방탕 시대에 산다”(콘스턴트 램버트)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저자는 현대의 음악 체험을 “어떤 빈곤한 반복”이라며 비판대에 세운다. ‘음악에 대한 사유’가 등한시되고 있다며 포문을 여는 순간이다. 오페라를 애착한 절대왕정을 비판한 러시아 혁명 세력이 합창곡을 시민계급의 음악으로 승격시킨 사례 등을 제시하며 문화 조작의 가능성도 경고한다. 책은 인류가 음악을 사유하는 데 게을리하는 순간, 새로이 음악이 구성될 가능성이 줄어들며, 새로운 예술적 권위도 부여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물론 저자의 과도한 우려 혹은 학자적 징후감일 수도 있다. 저자가 옹호하는 독자적(검증되지 않은) 관점과 논박, 음악사와 자연과학 이론들을 교직한 건 이 책의 미덕인 동시에 난독(難讀)의 가능성도 키운다. 전작 ‘매혹의 음색’에서 근대 서양음악을 ‘음색’과 ‘소음’이라는 비판적 키워드로 조망했던 그는 이 책을 통해 한층 도발 수위를 높인다. ‘인류는 (강력한 지적 존재인) 호모 사피엔스답게 음악을 경험해야 한다’는 엄숙한 선언문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2음계를 쓰는 굴뚝새 한 마리가 평생 수천 개의 노래를 부르지만 그 노래는 모두 ‘나는 젊은 수컷이야’라는 의미일 뿐”이라며 “지적 사유와 비판성으로 단련된 인식 능력을 수반하지 않는 음악 향유는 인간 종의 생존 능력마저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살림꾼 부구청장, 그는 야전사령관

    살림꾼 부구청장, 그는 야전사령관

    “서울 25개 자치구의 2인자,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자리.” 서울 25개 자치구의 부구청장직은 ‘꽃보직’으로 생각하기 쉽다. 보통 서울시에서 20년 넘게 일하다가 2·3급 고위 간부로 승진해야 갈 수 있는 자리다. 선출직 구청장을 보좌해 1000여명의 부하 공무원을 거느리고 인구 13만~67만명의 작은 정부를 이끌며 도시개발과 복지, 문화, 안전 등 구정 전반을 책임진다. 기초지방 공직의 ‘꽃’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1인자인 구청장을 도와 거친 민원 등 궂은일을 처리하고, 후배들을 토닥이며 살림을 책임져야 한다. 지방자치의 야전사령관 격인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부구청장의 면면을 살펴봤다.●5급 행시 출신만 무려 20명 ‘만 55세, 행정고시 출신 20여년차 베테랑 남자 공무원’ 서울의 부구청장 25명의 프로필을 분석해 평균적인 모습을 뽑아 보니 이 같은 초상이 나타났다. 부구청장 중 20명은 행정고시를 통해 5급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7급 공채(3명), 기술고시(1명), 지방고시(1명) 등을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들도 있었다. 성별은 모두 남성이었다. ●용산 김성수 7년째 최장수 부구청장 현직 최장수 부구청장은 김성수(56) 용산 부구청장이다. 성장현 구청장이 취임한 이듬해인 2011년 1월 임명된 뒤 벌써 7년 넘게 구청장을 돕고 있다. 부구청장이 평균 2년 단위로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김 부구청장은 경남 창원이 고향인 PK(부산·경남) 출신 행정가로, 전남 순천 출신 정치인인 성 구청장과 지연·학연이 닿지 않았다. 성 구청장이 자신을 보완해 줄 공무원으로 김 부구청장을 추천받아 파트너로 맞았다. 김경한(59) 마포 부구청장도 2012년 7월부터 박홍섭 구청장과 5년째 함께하고 있다. 김 부구청장은 삼국지 관련 서적을 두 권이나 쓴 전문가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참모로 일하다가 자치구로 온 인물도 있다. 이병한(53) 금천 부구청장은 시의 대표적 ‘국제통’으로 서울시 국제협력관 때 박 시장이 추구하는 도시외교를 실무적으로 이끌었다. 신용목(55) 은평 부구청장은 시 교통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전임 시 도시교통본부장이기도 하다. 구 관계자는 “신 부구청장이 부임한 뒤 신분당선 유치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계획 수립 착수 등 교통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조인동(51) 서대문 부구청장은 서울시의 대표 기획통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 행정에 관심이 많고 어학 실력이 뛰어난 학구파로 박 시장 취임 뒤 초대 시 혁신기획관을 지냈다. ●시 행정 손바닥 보듯… 굿 파트너 김영한(58) 송파 부구청장은 시 기후변화기획관을 지낸 환경·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지난해 송파구의 ‘나눔발전소’가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등이 공동 주최한 ‘2016 광저우 국제 도시혁신상’을 수상하는 데 일조했다. 시장의 ‘입’ 역할을 했던 부구청장도 있다. 2013~2014년 서울시 대변인을 지낸 이창학(54) 동작 부구청장은 지적인 스타일로 직원들에게는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호(53) 광진 부구청장도 시 언론과장 출신으로 취재진과 스킨십이 좋다. 신사 같은 태도로 직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부구청장도 적지 않다. 서노원(55) 양천 부구청장이 그렇다. 구 관계자는 “부하 공무원들이 ‘천사 같다’고 할 만큼 젠틀맨”이라고 말했다. 과거 서울시 공무원노조에서 뽑은 ‘베스트 간부’에 들기도 했다. 이비오(57) 성동 부구청장은 각종 업무보고 때 팀장(6급) 이상만 만나던 관례를 깨고, 담당 주무관도 대면해 어려운 점을 듣는다. 박문규(56) 노원 부구청장도 출장 때 일상적 의전도 거부할 만큼 소탈하다. ●김진만 강동 부구청장 ‘최연소’ 타이틀 가장 젊은 부구청장인 김진만(48) 강동 부구청장에게는 ‘최연소’ 타이틀이 익숙하다. 행시 37회에 합격해 동작구 환경과장으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6개월 만에 26세의 나이로 동작구 흑석2동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또 다른 40대인 천정욱(49) 서초 부구청장은 소탈한 성품으로 직원과 격없이 소통한다. 문홍선(57) 강서 부구청장은 행시 기수로는 맏형(30기)이다. 서울시 인재개발원장 등을 역임했고 부구청장직만 두 번째 수행하는 등 경험이 많다. ●시장의 입 ·서울시 간부 출신 곳곳에 서울시 간부 출신 구청장들은 자신의 보완재 역할을 해 줄 후배를 부구청장으로 앉혔다. 이해우(51) 중랑 부구청장은 나진구 구청장이 시 감사관으로 일할 때 조사1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구 관계자는 “이 부구청장이 시 투자유치과장을 지냈는데 외부 재원 유치에 열중하는 우리 구에 꼭 필요한 간부”라고 말했다. 황치영(56) 중구 부구청장은 제2부시장을 지낸 최창식 구청장을 돕는다. 그는 노점실명제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업무를 추진할 때 상인과 노점상을 다독이며 원만한 정책 추진을 주도했다. 이성 구로구청장도 시 감사과장 때 부하 직원이었던 한수동(59) 부구청장과 4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김병환(57) 성북 부구청장은 김영배 구청장이 직접 영입한 케이스다. 김 구청장이 진영호 구청장 비서실장으로 일할 때 김 부구청장은 총무과장이었다. 김 부구청장이 2012년 프랑스 파리 주재 한국 대사관 파견이 끝난 뒤 서울시로 돌아오기 직전 김 구청장이 전화를 걸어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검정고시·행시 출신 학구파도 강병호(55) 동대문 부구청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탓에 중·고교 과정을 모두 검정고시로 이수했다. 28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행정학 박사 학위까지 딴 학구파로 신망이 높다. 주윤중(56) 강남 부구청장은 지금은 없어진 지방고시 1회 출신이다. 다른 부구청장들과 달리 행정국장, 기획경제국장 등 강남구에서 잔뼈가 굵었다. 정경찬(59) 관악 부구청장도 현장행정의 달인이다. 구에서 행정재정국장, 건설교통국장 등을 지냈다. 오해영(56) 강북 부구청장은 유일한 기술고시 출신으로 녹지 전문가다. 서울시 조경과장과 푸른도시국장을 거쳤다. 자연녹지지역이 60%가 넘는 강북구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서 잔뼈 굵은 행정의 달인들 7급 공채 출신으로 부구청장에 오른 이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7급으로 들어와 2·3급이 된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만큼 어렵다”면서 “일에 미쳐 지낸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갑수(59) 영등포 부구청장이 7급 출신으로 재정·예산 분야 전문가다. 서울시 예산과에서 총괄주임, 예산팀장을 지냈고 재정과장 때인 2012년에는 박 시장의 숙제였던 ‘부채 7조원 감축 계획안’을 만들었다. 7급으로 시작한 박영섭(59) 종로 부구청장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조직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를 받는다. 윤기환(59) 도봉 부구청장은 감성 리더십으로 직원들을 이끈다. 지난해 전국시조암송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윤 부구청장은 직원들에게 가끔 손편지를 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시론] 신산업 유감/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론] 신산업 유감/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과 철강, 자동차, 전자 등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주요 대선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신산업 육성론을 들고나왔다. 물론 신산업은 차세대 먹거리로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씨앗’이 될 것이다. 문제는 새 씨앗에만 눈길이 쏠리고 서서히 썩어 가고 있는 ‘뿌리와 기둥, 줄기’(주력 산업)를 제대로 못 보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 않으면 마치 제대로 된 경제정책 공약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토끼’ 귀한지 모르면 ‘산토끼’를 잡을 때까지 졸졸 굶어야 한다는 것을 대선 후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후보별 산업정책 공약을 살펴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산업혁명위원회 신설,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과학기술 정책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내세웠다. 또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핵심기술 분야를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창업 기업과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고, 국가연구개발 체제의 혁신을 약속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정보과학기술부 신설과 대통령 직속 미래전략위원회의 설치, 창업 활성화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20조원의 창업·투자펀드 조성을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국가 혁신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생태경제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10년 임기 보장의 미래교육위원회를 신설하고 산업담당 부처를 통합하거나 기능을 조정하기로 했다. 또 벤처 창업 활성화 차원에서 혁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공약들을 보면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국내 기업의 실태와 산업 생태계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좀 의심스럽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세계 1위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이를 제품화하는 데 뒤처지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원인으로는 기업 특유의 전속 거래 구조를 들 수 있다. 소위 ‘전차군단’의 R&D 투자를 분석하면 2015년 자동차업계 340개사가 약 7조 5000억원을 투자했다. 정부 통계에 비해 1조원이 더 많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독일 자동차업계는 50조원, 일본 39조원, 미국은 28조원을 투자했다. 특히 국내 자동차산업의 R&D 투자는 완성차를 비롯한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부품업계의 투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2조원에 그치고 있다. 전자산업(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도 연간 25조원을 R&D에 투자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대기업 협력업체 210개사가 전체 투자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전속 거래 협력사 이외의 중소기업 R&D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착시 현상을 제거하면 일부 대기업만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는 ‘이미 위기가 왔다’고 아우성인데 대선 주자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채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신산업만 육성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무에서 나온 씨앗이 제대로 성장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강조되는 분야의 전문 인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가. 미국은 지난 2년간 23억 달러를 인공지능(AI) 연구에 쏟아부었다. 우리나라는 ‘알파고’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AI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가 자율주행차다. 미국은 지난해 말 전기차 관련 인력이 20만명에 달하고, 자율주행차에서만 지난 5년간 4만 50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새로운 산업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산업을 논하기에 앞서 기존 주력 산업의 문제점을 찾고 융합화하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한다. 글로벌 산업의 지각변동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 [데스크 시각] 모피아 양반과 대통령의 시스템 인사/윤창수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모피아 양반과 대통령의 시스템 인사/윤창수 정책뉴스부 차장

    “어이, 모피아 양반 왔는가.” 대한민국 1호 인사수석인 정찬용 민주당 선대위 고문이 기획재정부에서 청와대로 파견 온 공무원에게 아침마다 던진 인사다. ‘모피아’는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무부의 영문 이름과 마피아를 합성한 것으로 재무부 출신들이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며 인사를 장악했던 끈끈한 연대감을 비꼬는 말이다. 공직사회를 줄이나 서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모피아’란 말을 매일 아침 들어야 했던 이 공무원은 보고서로 말하는 공무원답게 장문의 보고서를 정 전 인사수석에게 제출했다. 모피아란 말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모피아가 해체됐는지를 담은 보고서를 받고 나서 정 전 수석은 모피아 양반이란 인사를 중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피아란 말은 박근혜 정부에서 관피아로 확대됐다. 산하기관으로 옮겨 봐주기식 부실 안전점검으로 초대형 참사를 낳은 해양수산부 출신들이 세월호 사고의 배경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관피아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공무원의 취업 제한을 확대했지만 여전히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은 숭숭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청와대 인사수석을 만든 것은 모피아와 같은 회전문 인사를 막고 시스템 인사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코드 인사란 비난을 산 노 전 대통령의 시스템 인사는 청와대의 과도한 인사 개입이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김대중 정부까지만 해도 부처의 인사는 장관이 하는 구조였지만, 차관급 인사수석 자리의 구색을 갖추다 보니 인사수석실 직원이 20여명 넘게 불어났다. 청와대에서 하릴없이 놀 수만은 없으니 장관, 차관, 공공기관장에 이어 각 부처 정무직 인사까지 인사수석이 개입하게 됐다. 이런 인사 병폐는 결국 대한민국 100만 공무원이 청와대만 바라보고 한 줄로 서는 구조를 만들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인사수석직을 없앴고,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는 인사수석을 두지 않다가 말기에 임명했다. 곧 들어설 새 정부의 초기는 승리에 도취한 정치권과 살아남으려는 관료 세력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시기다. 대체로 관료들은 새 정치 권력을 존중하고 이긴 자의 비위를 맞추려 들 것이다. 정치권은 관료들을 ‘영혼 없는 집단’이라고 몰아세우며 국정 철학을 주입하려 들 것이다. 공무원의 영혼이 정치 이념이라면 차라리 영혼 없는 공무원에게 믿음이 간다. 아버지가 정치 집회에 참여했다고 기초생활수급권자 심사에서 탈락하고, 자식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이 특정 대기업이 문제가 많다며 취업 기회를 잘라 버린다면 어떻겠는가. 후자는 실제로 비슷한 일이 일어난 사례도 있다. 새 정부의 성패도 인사에서 갈릴 것이다. 벌써부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의 몸값이 금값이라느니, 이제껏 내부 승진이던 차관직도 장관직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정치인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등 온갖 억측이 난무한다. 현직 장관이 새 정부에서 부총리가 되기 위해 뛴다거나, 셀프 인사 추천은 물론 타천 리스트에다 중용하지 말아야 할 블랙리스트까지 선거 캠프에 전달한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 총리실의 공직기강 점검에서 일로 자리를 비웠다는 공무원에게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보내 인증을 하도록 한 것도 대선 기간 정치권 줄 대기를 막으려는 조치였다고 한다. 차기 정부는 청와대의 인사권 개입을 최소화한 불편부당한 시스템 인사로 인사가 성공한 최초의 정부가 되길 바란다.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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