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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도 정물도 추상도… 한지 찢고 나왔다

    인물도 정물도 추상도… 한지 찢고 나왔다

    전통 한지를 재료 삼아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 온 화가 전병현(60)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2010년 개인전 이후 7년 만에 가나에서 갖는 개인전에서 그는 콜라주와 회화, 찢어내기가 접목된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한 신작 ‘어피어링 시리즈’ 4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이번에도 한지를 사용하긴 했지만, 작품은 완전히 다르다. 한지 죽을 이용해 입체감이 있는 부조처럼 만들고 그 위에 색을 칠했던 전작 ‘블러섬’ 시리즈와 달리 이번 작품은 사각의 틀 안에서 한지가 자연스럽게 너풀거리고 한바탕 잔치를 벌인 것처럼 화사한 색채가 화면에 가득하다. 화면 이곳저곳에 찢어진 구멍 사이로 보이는 속지에서 갖가지 색과 이미지들이 드러난다. 주제와 소재, 재료와 기법 면에서는 전작이 지닌 한국적 감성의 끈을 유지하면서도 액자도 틀도 없는 작품에서는 자유롭고 편안함이 느껴진다. 작품은 한지를 붙이고 그림을 그리고, 배접 방식으로 그 위에 다시 한지를 붙이고 그림을 그리기를 6~7차례. 그리곤 손가락으로 한지를 찢어서 속에 감춰진 이미지들이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완성한 것이다.“찢으면 어때요?”라고 반문하며 활짝 웃는 그는 “여러 차례 배접을 한 뒤 찢어냄으로써 바탕에 깔린 본연의 색이 무엇인지, 스며들었던 색이 무엇인지 그 원천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찢어도 막 찢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왼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찢기를 몇 년째 하다 보니 두 손가락 신경이 마비될 정도라고 했다. 평면의 캔버스나 종이에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형상과 색을 표현하는 일반적인 회화 개념과 다르게 그의 신작은 화면을 찢어냄으로써 정물과 인물, 나무, 추상 등의 이미지가 드러난다. 드러나는 색은 밝고 화려하다. 그러나 유화처럼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수묵화의 전통과 연결되는 안으로 스며드는 색이다. 한지에 동양화에서 사용하는 안료를 쓴 덕분에 얻을 수 있는 효과다. “번쩍이는 유화나 아크릴을 싫어해서 전통 안료를 사용한다”는 그는 “유화는 덧칠하는 형식인데 우리 동양화는 먹을 갈아 붓을 대면 종이 속으로 스며드는 일종의 ‘음’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가 찢어내는 기법을 시작한 것은 6년 전이다. 닥나무 죽으로 틀을 떠서 작업하던 부조 회화의 반응이 좋았지만 작가로서 새로운 도전의 필요성을 느끼던 시기였다. 닥나무 펄프를 공급해 주던 한지 명인이 세상을 떠나고 더이상 재료를 공급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작업에 대해 고민이 많던 시기였는데 어느 날 집에 들어가니 강아지가 천으로 된 소파를 갈기갈기 찢어놓은 거예요. 처음엔 기가 막혔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참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걸 작업에 적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게 현대미술인데 찢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거잖아요.” 전 작가는 1982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고졸 출신으로 대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후 프랑스 파리의 국립미술학교에 진학해 회화를 전공했다. 누보레알리슴 작가인 세자르의 제자로 들어가 서양화 수업을 받은 그가 한지라는 전통적 재료를 알게 된 것은 유학 시절인 1985년 고암 이응노 화백을 통해서다. 그는 “고암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마지막 3년간 수시로 찾아뵈며 한지를 조형작업에 활용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1000년을 간다는 우리의 한지를 예술작품에 적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파리 유학 시절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40년 가까이 그가 선보인 작업은 하나의 형식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눈감은 인물들을 그린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도 있고 반쪽만 그린 반초상화도 있다. 전통 한지뿐 아니라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만든 종이에 드로잉도 했다. 5~6년을 주기로 작업 방식을 바꾸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 온 결과다.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미련 없이 싹 접어두고 새로 시작합니다. 피카소가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변화시켜 나갔듯이 계속 창조적인 자세로 작업방식을 탐구할 생각입니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광장] 그러면, 공교육은 계속 놀아도 되나/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러면, 공교육은 계속 놀아도 되나/황수정 논설위원

    중 3교실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폭격을 맞았다. 지난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외고·자사고 폐지를 선언했다. 부모들은 손에 쥐고 있던 나침반을 물에 빠뜨려 얼빠진 모양새다. 일찌감치 일반고 진학을 결정했다면 모를까 셈법이 여간 복잡해진 게 아니다. 아직 몇 년은 생존 시간이 남은 외고·자사고라도 가는 게 맞는지, 눈 딱 감고 일반고가 최선일지 안갯속이다. 수능과 내신에서 절대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다. 절대평가의 범위와 강도는 진학의 결정적 고려 사항이다. 정작 그 논의는 연기도 안 난다. 인사청문 통과가 발등의 불인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개혁 입시안을 어떻게 짜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니, 불안하다. 일반고는 아이들이 패잔병으로 시작부터 주눅이 드는 곳이 됐다. 학교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사회 명제다. 하지만 시비가 불붙은 자사고 폐지 논란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외고·자사고를 죽이겠다고만 한다. 일반고를 어떻게 살리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자사고를 없애 일반고의 체면을 수습하겠다는 논리가 전부라면 지금의 시비는 가라앉기 어렵다. 교육부는 ‘살리는’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선봉에 선 이재정·조희연 교육감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자사고를 처리하는 작업과 일반고를 살리는 작업은 별개의 트랙이어야 설득력을 얻는다. 간단한 논리다. 죽이겠다는 데는 저항이 크지만, 살리겠다는 데는 동의가 더 크다. 김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강남 8학군에서, 조 교육감은 외고에서 자녀들 모두 살뜰히 교육시킨 경험이 있다. 그러니 더 잘 알 것이다. 불리한 내신과 교육비를 감수하며 명문고로 기를 써 보내려는 목표는 명문대 진학이 전부가 아니다. 교과 과정은 물론이고 비교과 부문의 서비스가 일반고와는 천지차이다. 비교과 과정을 중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학 입시의 거의 전부인 게 현실이다. 진로와 직결된 동아리 활동까지 맞춤 서비스를 해주는데 마다할 부모, 학생은 없다. 외고·자사고 폐지 논의를 깔끔하게 진행하겠다면 순서를 손봐야 한다. 자사고만 몰아세워 열받게 하지 말고 공교육을 긴장시켜야 한다. 일반고의 교장들이 정신없어지고 교사들이 덩달아 비상이 걸려야 개혁 드라이브는 먹힌다. 교육이 대수술된다는데 정작 공교육 현장은 저 혼자 무풍지대, 멸균 진공 상태다. 공교육은 떳떳하지 않다. 수월성 교육만 탓하며 일반고는 손놓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교육부는 방치했다. 답답한 풍경이 당장 한둘이 아니다. 방과후 학습이 학교 자율이니 학교장의 의지가 없고서는 한정된 학생들만 배려를 받는다. 몇 자리 안 되는 교내 독서실과 진로 동아리 프로그램의 지도 혜택을 보는 건 극소수다. 학생들은 대부분 ‘야자’(야간 자율학습)는 자율이니 안 해도 그만이고, 동아리 활동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입시 노하우를 잘 아는 교사가 담임이 되면 그게 그저 로또다. 일반고의 체질부터 확 바꾸는 설계안을 내놓는 게 묘책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무상 보육비로 드잡이한 대신 일반고에 투자를 했더라면 지금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절대평가의 학생부 전형이 입시의 새로운 대세다. 다시 말하지만 자사고 폐지 논의에는 일반고 교사들의 자질 상향 평준화 작업이 절대 선행돼야 한다.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 체계와 능력이 학교마다 들쭉날쭉하지 않게 독려하고 관리감독할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몇 년만 일반고의 수준을 손봐줘 보라. 엄마들은 뜯어 말려도 아이를 동네 학교로 보낸다. 지난주 교육부는 전국의 중·고교에서 실시되는 일제고사를 하루아침에 폐지했다. 학교·지역별 성적으로 줄 서기 싫다는 교육감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됐다. 이제는 교원 성과급 제도가 폐지 운운된다. 자질이 모자라는 공교육을 긴장시키는 유일한 장치다. 찬반을 떠나 이 시점에서는 물정 모르는 논의들이다. 공교육만 계속 속 편하게 지내겠다는 신호는 한가하기 짝이 없다. 교육개혁에 시동이 걸린들 금방 꺼뜨릴 수 있다. sjh@seoul.co.kr
  • “총장 지시로 교수들이 학사 특혜 개입”

    “총장 지시로 교수들이 학사 특혜 개입”

    “총장을 정점으로 평교수, 겸임 교수가 부탁과 지시로 얽힌 채 학사 특혜를 위해 합심한 듯 개입한 모습은 국가와 인류 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화여대의 본래 모습과 너무나도 떨어져 있다.”23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체육 특기생 입학·학사 관리를 봐준 이대 교수 7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수정)는 ‘이대 학사 비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정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올린 사실이 지난해 10월 알려진 뒤 국민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결국 최경희(55) 전 총장과 함께 입학 과정에 개입한 남궁곤(56) 전 입학처장, 김경숙(60)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사건 연루자들은 실형을 면치 못했다. 출석도 하지 않은 정씨에게 학점을 준 나머지 교수 4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법원이 인정한 정씨의 ‘뒷구멍’ 입학은 2014년 최씨가 김종(56·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이대 입시원서 제출 사실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학장에게 이를 전하고, 김 전 학장은 남궁 전 처장과 만나 논의했다. 남궁 전 처장은 다시 최 전 총장에게 ‘정윤회의 딸’ 지원 사실이 담긴 ‘특이사항 보고’ 문건을 제출했다. 정씨는 수시모집 면접고사 당일에 면접장에 금메달을 목에 걸고 들어갔다. 남궁 전 처장은 면접위원들에게 “정윤회의 딸을 총장님이 무조건 뽑으라고 한다”고 설득했다. 학교와 가족의 도움으로 정씨는 111명 중 6등으로 입학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총장의 선발지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남궁 전 처장이 최 전 총장에게 ‘사회 유력 인사’라는 내용과 함께 보고를 했고, 입학부처장 2명도 남궁 전 처장이 ‘총장이 뽑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정씨가 출석을 하지 않고도 점수를 받은 것은 체육특기자의 관행일 뿐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씨가 2015년 1학기에 수강한 8개 과목 중 7개 과목에서 F학점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이대에는 불출석에도 불구하고 체육특기자에게 ‘학사 배려’를 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공정한 입시를 믿었던 당시 수험생, 학부모의 분노나 예비 대학생, 학부모의 불신 역시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든 공평한 기회를 부여받고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으리란 믿음 대신 ‘빽도 능력’이란 냉소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했다”고 질타했다.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최씨는 앞으로 뇌물 혐의 등 1심 재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비교적 쟁점이 단순한 이대 학사비리 사건은 선고가 났지만 최씨의 다른 재판은 올해 말에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재판부가 정씨를 공범으로 인정하면서 검찰이 세 번째 영장 청구를 시도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법원 판결로 정씨의 유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정씨는 공소사실 중 일부는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친다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부정입학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결혼’ 김기방, 예비신부와 코믹 일상 “말 잘 듣겠습니다”

    ‘결혼’ 김기방, 예비신부와 코믹 일상 “말 잘 듣겠습니다”

    배우 김기방이 최근 결혼 소식을 전한 가운데 그의 달달한 일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김기방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콧구멍 커플. 확대해서 보면 희바리 눈 뒤집어 깜. 내가 졌다. 여자한테는 지는거라고 배웠습니다. 말 잘 듣겠습니다. #희바리기방”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 김기방과 예비 신부는 비슷한 모양의 선글라스를 쓰고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수수한 옷차림의 두 사람은 다정한 모습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김기방은 지난 22일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측을 통해 “오는 9월 30일 화장품 브랜드 그라운드플랜 김희경 부대표와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며 결혼 소식을 전했다. 예식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모처에서 가족, 친지들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하여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설] 로스쿨 안 가도 변호사시험 볼 길 터줘야

    사법시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내일까지 치러지는 2차 시험을 끝으로 54년 만에 폐지되는 것이다. 사시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오랫동안 뜨거웠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사시 폐지를 예정한 변호사시험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마지막 사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그럼에도 안타까움이 크다. 애초 사시 폐지의 취지는 유능한 인재들의 ‘고시 낭인’을 막고, 법조 기수문화의 공고한 카르텔을 깨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안으로 도입된 로스쿨 체제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연간 수천만원인 학비가 서민들에게는 진입 장벽이며, 학벌과 집안이 입학과 수료 이후의 진출에 결정적인 배경이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는 논란거리였다. 입학 때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부모 직업을 명시해 특혜를 누린 사례까지 드러나 공정성에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 실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수 조건들이 당락을 결정하는 불투명한 입학 전형 때문에 현대판 음서제라는 뒷말이 따라다니는 게 현실이다. 법을 바꾸지 않는 한 내년부터는 3년 과정의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사람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다. 로스쿨에도 물론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을 배려하는 특별전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소수에 한정된 배려가 아니라 로스쿨 바깥에서도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있게 공정한 창구를 열어 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여전히 높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사시 존치를 요청하는 청년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내가 만든 정책을 내 손으로 접을 수가 없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이라면 구멍 뚫린 제도는 겸허히 손보는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목·자사고 폐지 논란이 거센데도 기회 균등의 대의를 위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문 정부의 교육 철학이다. 식지 않는 사시 존치 여론에 무조건 귀를 닫아서는 모순 정책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여러 방안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를 시작해 볼 때다. 일본은 로스쿨 수료생이 아니어도 누구나 법조인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시험(예비시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벌과 빈부에 상관없는 법조인 관문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공정사회의 징표를 만드는 작업이다.
  • 암세포 굶겨서 자살 유도 항암제 부작용 없는 치료

    암세포는 혈관을 늘려 주변의 산소와 양분을 빨아들이면서 무한대로 성장하고 주변의 다른 세포까지 잠식하는 돌연변이 세포다. 지금까지는 외과 수술 후 화학 항암제나 방사선을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으로 치료했다. 그러나 화학 항암제는 정상세포까지 죽이거나 오래 사용할 경우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국내 공동연구팀이 암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세포 소기관)를 파괴해 영양분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항암치료법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유자형 교수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곽상규 교수,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이은지 교수가 참여한 이번 연구성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1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특정 환경에서 암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만든 ‘트리페닐포스포늄’이라는 펩타이드는 암세포에 주입되면 서로 뭉쳐 나노섬유구조를 만든다. 이 나노구조물이 미토콘드리아 막에 구멍을 뚫어 안에 있던 단백질이 쏟아져나오면 더이상 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 암세포가 자연 소멸하게 되는 원리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등대야 이젠 외롭지 않지?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등대야 이젠 외롭지 않지?

    어느 곳이나 오랜 시간 꼭꼭 숨겨둔 장소가 있게 마련입니다. 한 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는 충남 태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태안 곳곳을 누비고 다녔어도 덜 알려진 곳은 여전히 있습니다. 옹도는 그중 하나입니다. 여태껏 태안이 숨겨둔 보물 같은 여행지이지요. 옹도가 개방된 것은 2013년입니다. 그 이전까지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지만 ‘등대지기’가 외로이 섬을 지키는 동안 소문은 계속 번졌습니다. 2007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됐고, 2012년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섬 20선’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개방 전부터 섬과 등대에 관한 소문이 섬 밖으로 향하고 있었던 거지요. 100여년 만에 개방됐다는 의미를 제외하면 사실 섬은 대단한 절경을 품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웃한 가의도 등을 돌아보며 선상 유람을 즐기고, 안면도 등 태안 안쪽의 명소들을 묶어 돌아보는 재미만큼은 꽤 쏠쏠합니다.●독을 닮은 섬… 측면에서 보면 작은 고래도 닮아 옹도를 상찬하는 가장 일반적인 표현은 ‘106년 만의 개방’이다. 그동안 일반에 빗장을 풀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원인은 등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한국의 여러 섬에 등대를 세운다. 자국 상선의 안전 항행이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속내는 강제 병탄을 뒷받침할 군함들이 원활하게 오가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인천의 팔미도 등대가 1903년 가장 먼저 불을 밝혔고, 1907년 옹도 등대가 뒤를 이었다. 이후에도 군사적 이유 등으로 일반의 출입을 제한하다 팔미도 등대가 106년 만인 2009년에 개방됐고, 옹도는 2013년에 빗장을 풀었다. 옹도의 경우 태안해안국립공원에 포함됐던 것도 개방이 늦어진 한 요인이었지 싶다. 옹도는 이름에서 보듯 독을 닮았다는 섬이다. 옛사람들은 뿌연 해무 속에서 드러나는 섬의 모습에서 옹기의 모습을 떠올렸던 거다. 측면에서 보면 작은 고래를 닮기도 했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선 등대는 고래가 숨 쉬며 내뿜는 분수를 빼닮았다. 옹도로 가는 뭍의 들머리는 안흥외항이다. 옹도는 예서 12㎞ 정도 떨어져 있다. 안흥외항을 떠난 배는 가의도를 지나 옹도에 닿는다. 옹도 여정은 다소 아쉽게 진행된다. 유람선이 하루 한 차례 오가고, 섬에 내려서는 1시간 정도 머물 뿐이다. 가의도를 슬쩍 둘러보는 것까지 포함해도 3시간 정도의 여정이다.●가파른 270여개 계단 오르면 저멀리 보이는 가의도 옹도 선착장에 내려서면 갯메꽃이 이방인을 맞는다. 이맘때면 갯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암벽 사이에 핀 모습을 보자니 제법 절해고도의 느낌이 난다. 섬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목재 데크로 조성한 길이다. 거리는 채 400m가 못 된다. 산책로 초반은 가파른 계단이다. 모두 270여개라고 한다. 섬 중턱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동백 잎을 본뜬 초록빛 차양 사이에 장승이 섰고, 옹기 포토존도 조성했다. 옹기 포토존은 옹기를 반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정상의 등대가 보이도록 배치한 조형물이다. 인증샷 찍기 딱 좋다. 전망대에 서면 시원한 풍경이 두 눈에 가득 찬다. 단도와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그 사이로 배들이 장난감처럼 오간다. 동백 터널을 지나면 곧 섬의 정상이다. 제법 너른 공간에 등대와 광장, 숙소 등이 들어찼다. 광장에는 옹기와 고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섬이 옹도, 혹은 고래섬이라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듯하다. 등대 아래는 전시관이다. 전시물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종과 DGPS다. 무종은 이름에서 보듯 종이다. 등명기가 없던 시절, 해무 등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소리로 섬의 존재를 알렸다고 한다. DGPS는 위성항법장치(GPS)의 오차를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옹도 등대는 그러니까 항로표지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등대 아래로 산책로가 나 있다. 목재 갑판을 따라 섬 가장자리까지 갈 수 있다. 멀리 바다 너머로 중국이 탐낸다는 격렬비열도가 있다는데, 아쉽게도 짙은 해무 탓에 이를 볼 수는 없었다.●갯바위가 빚어낸 이웃섬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옹도까지 들어가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나올 때는 1시간 남짓 걸린다. 가의도와 일대의 풍경들을 돌아본 뒤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의도는 봄꽃으로 이름난 섬이다. 갯바위들이 만든 풍경도 빼어나다. ‘독립문 바위’가 대표적이다. 커다란 갯바위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모양을 하고 있다. 섬 주민들은 ‘마귀할멈바위’라고 부른다. 오래전 마귀할멈이 조류 거세기로 악명 높은 ‘관장목’을 건너다 속곳이 젖자 홧김에 소변을 봤는데, 그때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가의도에는 중국 장수에 얽힌 고사가 전해져 온다. 현지 관광해설사가 전한 내용은 이렇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가씨 성을 가진 명나라 장수 3대가 조선에 파병됐다. 임진왜란 때는 1, 2대가, 정유재란 때는 3대가 함께 왔다. 이들이 태안으로 들어가기 전 머물며 전열을 추스른 곳이 가의도다. 당시 이들의 수행원 가운데 주씨 성 가진 이는 전란 뒤에도 귀환하지 않고 아예 가의도에 터를 잡았다. 한데 정유재란 때 문제가 생겼다. 손자만 살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전사한 것이다. 손자는 둘의 시신을 중국으로 옮기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현재의 태안 남면에 숭의사를 짓고 정주하게 됐다고 한다. 가의도에서 뱃길을 재촉하면 사자바위가 나온다. 태안의 바닷길을 지킨다는 바위다. 수사자가 갈기를 날리며 앉아 있는 모양새다. 사자바위 앞은 관장목이다. 전남 진도의 울돌목처럼 조류가 거세기로 악명이 높은 수로다. 사나워 보이는 검푸른 바닷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다. 안흥항 옆 마도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보물선도 관장목을 건너려다 침몰했다고 한다.●사막처럼 펼쳐진 국내 최대 규모 신두리 해안사구 안흥항에서 태안 쪽으로 들어가면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가 나온다. 길이 3.4㎞, 폭 0.5∼1.3㎞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다. 사막처럼 펼쳐진 넓은 모래벌판에 다양하고 특색 있는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지금은 많이 육지화된 상태다. 갯완두, 초종용, 금개구리 등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사구 주변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목재 갑판길을 벗어나 사구 쪽으로 발을 디디면 안내센터에서 곧바로 방송이 나온다. 목재 갑판 안쪽으로만 다니라는 얘기다. 사구 주변을 다 돌아보려면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린다. 여정이 촉박하다 해도 가급적 천천히 돌아보길 권한다. 태안까지 와서 안면도를 찾지 않을 수 없다.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조류가 거센 관장목에서 조운선의 침몰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조선 조정에서 이를 피하기 위해 운하를 건설하려 했고, 그러다 찾은 곳이 안면곶이었다. 1638년 무렵 현재의 남면과 안면도 사이 200m 정도 구간에서 운하공사가 시행됐고, 그 결과 뭍이었던 안면곶이 안면도라는 섬이 됐다. 뱃길은 수월해졌지만 안면도 주민들은 안면교가 건설된 1970년까지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산책을 부르는 삼봉해변 곰솔숲… 걷는 재미 쏠쏠 백사장항과 꽃지해변 사이에 삼봉, 밧개 등 아름다운 해변이 숨어 있다. 특히 삼봉해변 곰솔숲은 정말 일품이다. 산책을 부르는 솔숲이다. 바닷가 쪽에는 ‘천사길’이 조성돼 있다. 장애인과 어르신 등 여행 약자를 위해 만든 길이다. 거리는 1004m다. 다소 짧지만, 순비기와 해당화 핀 해안길을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한국관광공사의 김세만 대전충남지사장은 “태안은 낭만적 해안여행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많아 다양한 체험과 이채로운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며 “올여름 휴가지로 강력 추천한다”고 말했다. ■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 옹도까지는 하루 한 번 유람선이 오간다. 오후 2시 안흥외항을 출발해 오후 5시쯤 돌아온다. 휴가철 성수기에는 하루 두 차례로 증편된다. 선비는 2만 3000원이다.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맛집 : 딴뚝식당(673-4171)은 굴밥을 잘한다. 돌솥밥 위에 굴을 잔뜩 얹어 끓여낸다. 안면도 꽃지해변 앞에 있다. 태안 읍내 바다꽃게장(674-5197)은 꽃게찜과 꽃게장, 태안등기소 앞 토담집(674-4561)은 우럭젓국으로 각각 이름났다. angler@seoul.co.kr
  • ‘비정상회담’ 에이핑크 “일부 팬들, 도 넘은 행동” 지적..살해 협박까지

    ‘비정상회담’ 에이핑크 “일부 팬들, 도 넘은 행동” 지적..살해 협박까지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에이핑크 손나은 박초롱이 도 넘은 팬들의 행동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19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는 26일 새 앨범 발매를 앞둔 에이핑크의 박초롱과 손나은이 출연해 ‘팬덤 문화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안건을 제출했다. 이날 손나은은 “아무래도 팬덤 문화가 커지긴 했는데, 일부 팬들의 도를 넘어선 행동이나 좀 위험한 행동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 많이 생긴 것 같다”며 “모 그룹의 멤버는 몰래카메라가 든 선물을 받기도 했다”며 “그래서 좀 부끄러워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선배 가수 분들 중에서도 이슈가 된 팬덤 사건들도 많지 않냐”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박초롱은 “해외 팬분들 중, 우리 숙소 방 번호를 알아낸 뒤 새벽에 계속 전화하고 노크한 경우도 있었다”며 “구멍으로 봤더니 어떤 남성분이 태블릿을 들고 계속 노크를 했다. 잠옷 차림이어서 나갈 수도 없었고 목소리를 내면 확인이 되니까 말도 못 했다”고 불편했던 상황들을 설명했다. 한편 최근 에이핑크는 살해 협박 전화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안겼다. 15일 소속사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측은 “한 남자가 14일 서울 강남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에이핑크 기획사에서 나를 고소했다. 에이핑크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경찰 6명이 신변 보호와 수사 차원에서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로 찾아왔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에이핑크의 일정에 사설 경호원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사설] 康 장관 임명 강행으로 협치의 문 닫혀선 안 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았다. 후보에 지명된 지 28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강 장관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재송부 기한까지 국회가 채택하지 않자 임명을 강행했다. 휴일에도 임명을 밀어붙인 것은 청와대가 그만큼 외교 현안의 급박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미 첫 정상회담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자유무역협정(FTA),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등 급히 꺼야 할 발등의 불이 여럿이다. 다음달 초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도 열린다. 이런 중요 일정을 외교 수장 없이 치를 수는 없는 형편이다. 손익계산을 했겠지만 강 장관의 임명 강행으로 청와대는 또 납덩이를 짊어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밀어붙일 때와 대응 논리는 이번에도 같았다. 자질 논란의 흠집보다는 정책 역량을 중시하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면 문제 없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80%를 웃돌고 있다. 청와대로서는 여론이 든든한 ‘백’일 것이다. 그렇다고 눈앞의 현실은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곤란하다. 야당에서는 강 장관 임명 여부를 협치와 소통을 가름하는 마지노선이라고 청와대에 한두 번 으름장을 날린 게 아니었다. 당장 강 장관이 임명되자 야당은 청와대의 인사 실패를 공격하며 대응 수위를 높인다.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분위기마저 내비치고 있으니 협치는커녕 급랭 정국은 불 보듯 빤하다. 그끄저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격 논란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불법 혼인신고 전력을 청와대가 알고도 밀어붙였다는 의심이 깊다. 안 후보는 문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고 소문났던 인사다. 그런 이가 어이없이 낙마했는데도 청와대는 사과는 고사하고 변명 한마디가 없다. 이쯤 되면 인사 참사라는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지 여론은 분별력도 없다고 청와대가 얕잡아 보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위험천만한 오산이다. 안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에 어안이 벙벙한데, 일언반구 없이 청와대의 강 장관 임명식은 화기애애해 보였다. 그런 ‘마이웨이’가 국민 눈에 곱게만 비칠지 돌아보길 바란다. 협치의 시동도 걸기 전에 정국이 꼬여만 가서는 안 된다. 할 일은 태산인데 인사로 발목 잡힌 청와대의 심정이 오죽 답답할지 이해는 된다. 그렇더라도 일방 독주는 해법이 아니다. 우리에게 독주 정치의 트라우마가 크다는 사실은 문 대통령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장 김상곤 교육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도 자질 논란에 안갯속이다. 야당의 정치 공세를 운운하기 전에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의 인사 여과 장치부터 완전히 손봐야 한다. 협치의 발목을 잡는 훼방꾼은 적어도 지금은 야당이 아니라 구멍 뚫린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뻥 뚫린 저고도 방공망…낙후된 무기 체계 개념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뻥 뚫린 저고도 방공망…낙후된 무기 체계 개념

    한국의 저고도 방공망 수준은 80~90년대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한이 90년대부터 다양한 형태의 무인기를 개발해 무기화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은 2000년대 이후에도 ‘적 5대 위협’이라며 저고도 공중 위협 요소로 철 지난 AN-2 타령만 하고 있었다. 1990년대 이후 군사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저고도 공중 위협의 유형이 소형 무인기와 순항 미사일 등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주요 선진국들은 이러한 위협 양상에 맞춰 저고도 방공 무기들을 발전시켜 나갔지만, 한국군은 여기서 한참 뒤쳐졌다. 가령, 2000년대 이후 육군에 배치가 시작된 천마나 비호, 그리고 최근에 배치가 시작된 비호 복합과 같은 방공 무기들은 해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20~30년 이상 뒤쳐진 개념의 무기체계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주요 선진국의 대공방어체계는 소형 무인기와 순항 미사일은 물론 로켓탄과 포탄까지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최근에는 탄도 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갖춘 저고도 방공체계까지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이러한 최신 발전 동향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2000년대 초반 배치된 천마 지대공 미사일은 프랑스에서 1980년대 후반에 개발된 크로탈(Crotale) 미사일의 개념과 기술을 받아들여 개발되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 배치된 비호 자주대공포는 1960년대 유행했던 개념의 무기체계다. 최근 이 비호의 성능 개량을 위해 신궁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결합한 비호 복합의 배치가 시작되었는데, 이러한 무기는 미국과 이스라엘, 러시아 등지에서 80~90년대 등장했다가 교전거리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는 도태되고 있는 낙후된 개념의 무기다. 즉, 한국군이 21세기에 대당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배치하고 있는 저고도 방공체계는 해외 무기 시장에서 20~30년 전에 유행했던 낙후된 개념의 무기체계로 당시 주된 저고도 공중 위협이었던 헬기나 AN-2와 같은 대상에게만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뿐, 현대 전장의 주요 위협인 무인기나 순항 미사일에는 대응이 거의 불가능한 장비다. 아직도 갈 길은 첩첩산중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군 당국자들이 주요 선진국들의 최신 실전 교훈과 군사과학기술 발전 동향을 적극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문제와 더불어 한국군 특유의 더딘 의사결정구조, 그리고 무리한 국산화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군의 고위 의사결정권자들과 실무자들은 해외 선진국들의 최신 무기체계 발전 동향에 대해 대단히 둔감한 편이다. 대신 북한이 어떤 신무기를 개발해 위협을 가하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체계 소요를 제기하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명백한 ‘위협’이 존재해야 소요제기에 대한 타당성 검토 통과가 용이하기 때문에 미래 위협에 대비한 무기체계 소요 제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위협이 존재해서 무기체계 소요가 결정되더라도 이러한 무기를 곧바로 손에 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놓고 각 군과 부서별로 치열한 다툼을 거쳐야 하고, 여기서 살아남더라도 해당 무기를 해외에서 수입할 것인지, 국내 개발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에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2차 도입 사업의 경우 국외 도입과 국내 개발 여부를 판단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무기 획득이 국내 개발로 결정되면 개념연구에 1~2년, 사업자 선정에 1~2년, 체계 개발에 적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기술 부족으로 인해 개발이 지연되어 전력화 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는 전차나 복합소총, 미사일과 어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종종 발생했다. 이렇다보니 처음 소요를 제기했을 때는 비교적 최신 무기로 인정을 받을만한 무기체계였음에도 막상 배치가 시작될 무렵에는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 뒤떨어진 무기가 되는 경우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앞서 지적했던 천마나 비호와 같은 방공 무기도 그렇고, 차세대 경공격 헬기(LAH)나 소총 등이 그러한 사례다. 이번 무인기 사건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저고도 방공망의 사례만 해도 그렇다. 북한이 무인기 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이미 10년도 전의 일이다. 그런데 군은 지난 2014년 북한 무인기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이에 대한 이렇다 할 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저고도 방공망 강화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지만, 외국산 레이더 도입 대신 국산 레이더 개발을 고집했고, 지난 3년간 군의 저고도 방공망 전력은 거의 개선된 것이 없었다. 무인기에 대한 탐지 능력을 개선했다는 국산 차기 국지방공레이더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6~8대 정도가 군에 납품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레이더가 실제로 소형 무인기를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지 검증된 것이 없고, 개발 지연이나 결함 없이 전력화 일정대로 순탄하게 배치가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즉, 당분간 대한민국의 저고도 방공망에는 계속 구멍이 뚫려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4년 북한 무인기 사건 직후 저고도 방공망 개선을 위해 해외에서 고성능 레이더를 즉각 도입했더라면 이번 무인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유럽과 이스라엘에는 소형 무인기는 물론 RC 항공기 수준의 작은 표적까지도 정확히 탐지하고 식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전에서 검증까지 마친 고성능 레이더들이 다수 개발되어 있다. 그러나 2014년 무인기 사건 이후 이스라엘을 방문해 신형 레이더를 살펴본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장비 가격만 물어보고 별 반응 없이 돌아갔다고 한다. 외국에서 고성능 레이더가 도입되면 국내 개발 중인 신형 레이더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산 레이더의 개발과 배치가 완료되더라도 북한의 무인기 위협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며, 우리 군이 신형 레이더를 개발해 배치하는 10여 년의 시간 동안 북한은 또다시 새로운 위협을 개발해 한국군 방공망에 구멍을 내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것이 수십 년째 북한보다 수십 배 이상의 국방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북한의 위협에 항상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국방개혁은 바로 이러한 의식구조를 개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왜 저고도 방공망은 ‘먹통’이 되었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왜 저고도 방공망은 ‘먹통’이 되었나?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 소형 무인기에서 경북 성주 골프장 일대를 촬영한 항공사진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성주 북쪽 수km 지역부터 촬영을 시작해 주한미군 사드(THAAD) 포대가 배치된 골프장 일대를 광범위하게 촬영했고, 이 가운데 약 10여 장 정도는 사드 포대의 주요 시설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에서 경북 성주까지는 직선거리로 280km가 넘고, 무인기가 추락한 인제군 남면의 야산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250km에 달한다. 즉, 군 당국은 북한의 무인기가 휴전선을 넘어와 우리 영공을 몇 시간 동안 500km 이상 휘젓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한국군 저고도 방공망의 실태 방공작전에서 고고도와 저고도를 나누는 고도 기준은 2만 3000피트, 약 7km이다. 7km 이상 고도의 방공작전은 공군이 맡고, 그 이하는 육군이 맡는 식으로 임무가 분리되어 있지만, 육군과 공군은 주요 방공장비의 통신망을 서로 연결하고, 연락관을 교환 운용함으로써 방공 작전에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상호 협력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무인기는 2~3km 정도의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저고도에 해당되기 때문에 육군의 저고도 방공망이 탐지해 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무인기가 반나절 이상 우리 영공을 휘저으며 사드 포대라는 전략 시설 상공을 유유히 비행하던 그 시각에도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실 자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사실 북한이 내려 보내는 무인기에는 대단한 기술이 적용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4년 파주와 백령도, 삼척 등지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중국제 상용 무인기인 SKY-09P나 UV-10 등 민간인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무인기를 개조한 것이었다. 이번에 인제군 야산에 추락한 무인기 역시 UV-10과 유사한 형상의 기체에다 미국제 RC 항공기용 엔진, 그리고 일제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한 조잡한 수준이었다. 스텔스 기술이나 기타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적용된 것도 아닌 민간 동호회의 RC 항공기 수준에 불과한 2m 짜리 무인기를 우리 군은 왜 탐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완벽한 저고도 방공 작전 자체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 지형이며, 특히 강원도 일대에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하다. 산이 많다는 것은 곳곳에 봉우리와 협곡, 계곡 등의 굴곡진 지형이 발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육군은 고도가 높은 주요 봉우리에는 TPS–830K 저고도 탐지 레이더를, 산과 산 사이의 협곡과 계곡 지형에는 레이더를 탑재한 비호 자주대공포나 천마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등의 방공장비를 배치해 놓고 있다. 하지만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전 지역을 합쳐 수백 개 이상에 달하는 굴곡진 지형을 사각지대 없이 24시간 감시하기에는 레이더와 방공장비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즉, 장비 부족 때문에 저고도 방공망 곳곳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 저고도 방공작전을 수행하는 주요 장비들의 성능이 대단히 떨어진다. 이는 저고도 방공작전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레이더부터 탐지된 적 표적을 요격하는 대공포와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현재 육군은 저고도 탐지 레이더로 TPS-830K와 그 개량형인 TPS-830KE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이 레이더는 1980년대에 개발된 기종으로 거리 40km, 고도 36km 범위 내에서 레이더 반사면적(RCS·Radar Cross Section) 2㎡ 이상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다. 즉, 이 레이더에 탐지되려면 항공기의 전면부 단면적이 적어도 2㎡ 이상 되는 AV-8B 해리어(Harrier) 전투기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해리어보다 훨씬 작은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이 레이더는 구름이나 새떼 등을 정확히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2차원 레이더이기 때문에 표적까지의 거리와 방위, 속도 등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표적이 어느 정도 높이를 날고 있는지 고도를 식별하는 능력이 없다. 즉, 레이더가 배치되는 지역에 따라서는 레이더 전방을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량을 적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편없는 레이더 성능 때문에 전방 지역에서는 수시로 오인 경보가 울린다. 적기인 줄 알고 경보를 울렸는데 알고 보니 새떼나 구름, 풍선 등인 경우가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레이더뿐만이 아니다. 우리 육군의 주력 대공포 체계인 K-30 비호 자주대공포나 그 개량형인 비호 복합 역시 이론적으로는 17km의 탐지거리를 갖는 레이더를 가지고 있으나, 이 역시 전투기급 크기의 표적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소형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은 대단히 부족하다. 비호에 탑재된 탐지레이더는 TPS-830K와 같은 2차원 레이더로 표적의 방위와 속도, 거리는 알 수 있지만 고도는 알 수 없다. 또 추적 기능이 없기 때문에 목표 조준은 전자광학장비(EOTS)로 해야 하는데, 이 장비 역시 정밀도가 떨어져 500MD 헬기 수준의 크기를 가진 표적에 대해서 1.6km 정도에서만 효과적인 추적 및 조준이 가능하다. 헬기 정도의 표적이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거리까지 접근하기 전까지는 교전이 어렵다는 말이다. “엔진소리 듣거나 쌍안경 확인 사례 많아” 최근 전력화되고 있는 비호 복합의 경우 보병 휴대용 열추적 지대공 미사일인 신궁을 비호에 결합한 형태로 개발했으나, 이 신궁 미사일의 탐색기 역시 소형 무인기 수준의 작은 열원을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인기를 발견하더라도 미사일을 이용한 요격은 어려운 실정이다. 육군의 저고도 방공체계 가운데 가장 고가인 천마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천마에 적용된 탐지 레이더는 비호에 적용된 레이더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무인기 등의 소형 표적에 대한 탐지 능력은 다른 레이더와 마찬가지로 떨어진다. 무엇보다 배치 수량 자체가 적고, 24시간 저고도 감시 임무에 투입되는 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 무인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실제로 전방 지역 저고도 방공부대에서 전역한 간부와 병사들은 현용 저고도 방공장비들이 2~3km 고도에서 비행하는 폭 7~8m 크기의 아군 무인정찰기도 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엔진 소리를 듣거나 쌍안경 등을 이용해 목측으로 무인기를 확인하는 사례가 많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작심하고 대량의 무인기에 소형 폭약이나 화학무기를 실어 남한으로 날려 보내면 이를 방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길섶에서] 모내기/최용규 논설위원

    바짝 말라 볼품없는 논도 일 년에 두어 번은 보는 이의 혼을 쏙 빼앗는다. 모내기 끝난 오뉴월 푸르름이 먼저일까. 철원 가는 도로 옆 바둑판 논도, 강화 섬 서쪽 드넓은 평야도 녹색의 향연으로 물결치는 지금. 모판을 빠져나온 모는 어느새 어른 무릎 높이까지 자라 살랑대는 미풍에 몸을 맡겼다. 서너 달 뒤면 황금 물결이 일 것이다. 지독한 가뭄 탓에 더욱 눈부신 청록의 싱그러움은 제 잘나 그런 게 아니다. 다 친구 잘 만난 덕이리라. 친구이자 주인인 농심(農心)이 메마른 논바닥에 흠뻑 물을 댔고, 괜찮은 다른 친구 수로(水路)가 물길 아닌 핏줄이 되었다. 시간이 꽤 흘렀다. 스무 살, 금산 추부 성당리 촌구석에는 요긴한 수로도, 지금은 흔하디흔한 이양기 한 대 없었다. 어스름한 시각, 모판에 둘러앉아 모 밑동을 살짝 당겼고, 날이 새기 무섭게 묶은 모를 물 받아 놓은 논 여기저기에 던졌다. 거머리가 뜯는지도 모르고 동네 아줌마들의 ‘인간 이앙기’라는 말에 홀려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다. 청개구리가 몸에 좋다며 혓바닥으로 핥아 목구멍에 집어넣고 걱정하던 이십 세 청년도 있었다. 정이 깊던 시절이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사설] 대기업 ‘졸업시점 차별’ 관행 철폐해야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힘든 게 청년 취업이다. 유사 이래 최고라는 청년 실업을 벗어나는 것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시대 과제다. 이런 현실인데 기업들의 채용 태도는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한다. 기업들이 4년제 대학 졸업자 채용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졸업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학점이 아무리 우수해도 졸업한 지 3년이 지나면 취업 확률이 바닥권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졸업 3년이 지난 취업 지원자가 서류전형을 통과할 확률은 10%에도 못 미쳤다. 칼자루를 쥔 기업들이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학연수, 자격증 획득 같은 스펙 쌓기에 청춘을 바치다시피 하는 것이 요즘 취준생들이다. 스펙 쌓기 비용을 마련하느라 온갖 궂은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고들 있다. 그런 마당에 최종 학교 졸업시점(19.6%)이 어렵사리 따는 자격증(9.5%)이나 경력(9.2%)보다 곱절로 더 중요한 채용 요건이라니 허탈할 뿐이다. 졸업 예정자는 졸업 후 3년이 지난 구직자보다 서류전형을 통과할 확률이 49배나 높았다. 이러니 청년들이 너나없이 공무원만 하겠다고 달려드는 게 아닌가. 최근 통계를 보자면 대학생 10명 중 4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졸업유예’를 선택한다. 취업을 의식해 일부러 학교 울타리를 맴도는 청춘들의 현실은 누구한테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남학생의 12%는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무려 8년 6개월을 학교에 머문다는 통계도 있다. 실낱같은 취업 희망으로 청년들이 끝없는 스펙 경쟁을 벌이는 것도 기가 막힌다. 채용 시즌만 되면 스펙을 보지 않겠다는 등 대기업들은 말잔치를 한다. 그래 놓고 서류전형에서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이중적인 태도는 교정돼야 할 것이다. 지원자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정교한 채용 방식으로 가뜩이나 힘겨운 취준생들에게 이중의 좌절을 안기지 않아야 한다. 서류전형이나 통과하자고 학교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면 그 막대한 사회비용은 결국 우리 모두의 부담이다. 기업들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채용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당장 이력서에서 졸업시점부터 빼라. 청년 일자리를 고민하는 새 정부도 기회균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업의 채용 문화를 적극 독려하길 바란다.
  • 비트박스 하는 동안 목구멍의 모습은?

    비트박스 하는 동안 목구멍의 모습은?

    비트박스를 하는 동안 목구멍의 모습은 어떨까? 오스트레일리아의 비트박서 톰 텀과 후두 전문의 매튜 브로드허스트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할 만한 영상 한 편을 최근 공개했다.퀸즐랜드보이스센터에서 진행된 촬영에는 목구멍 조직과 후두의 구체적인 변화를 기록하고자 카메라 두 대가 동원됐다. 매튜 브로드허스트는 톰 텀의 코와 입에 카메라 두 대를 삽입해 그가 비트박스를 하는 동안에 과정을 녹화했다. 영상에는 일반적인 대화 과정과 비트박스를 하는 동안의 목구멍에서 벌어지는 과정들이 담겼다. 톰 텀은 “내 목구멍이 비트박스를 할 때 일반 대화 과정과 비교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며 실험의 취지를 밝혔다. 사진·영상=Tom Thum/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폭염 예고’에 너도나도 에어컨 “지금 사도 무더위 전 설치 빠듯”

    ‘폭염 예고’에 너도나도 에어컨 “지금 사도 무더위 전 설치 빠듯”

    “지금 구입하셔도 언제 설치될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지난 10일 경기 광명의 롯데하이마트 직원은 에어컨 재고가 없어서 선착순으로 주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의 한 하이마트 직원도 “왜 이제 왔느냐”며 “빨리 결정해야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약을 종용했다. 이곳의 주차장 한편은 설치 대기 중인 에어컨과 실외기로 가득 차 있었다. 올해도 폭염이 예상되면서 에어컨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에어컨 시장은 220만~240만대가량 규모로 부쩍 커졌는데 올해는 그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회사들도 예년보다 일찍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에 물량을 못 맞추고 있다. 하이마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삼성전자 ‘무풍 에어컨’은 올해 들어 판매가 두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가격도 많이 내렸다. 카드 제휴를 통해 추가 할인(현대카드 제휴 시 20만원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에어컨 시장의 강자인 LG전자를 뛰어넘었다는 자신감까지 엿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이마트 에어컨 전문 상담원은 “냉방 기능만 놓고 보면 도달 거리가 길고, 8도까지 내려가는 LG전자 에어컨을 추천한다”면서도 “노약자, 신생아 등이 가정에 있다면 바람이 직접 피부에 닿지 않는 무풍 에어컨을 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전자 에어컨의 인기도 여전하다. 올 들어 LG전자 에어컨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바람 구멍(토출구)이 두 개인 ‘휘센 듀얼 에어컨’은 가격대가 저렴하지 않은데도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인체 감지 센서가 부착돼 있어 사람이 머무는 공간부터 시원하게 해 준다. LG전자 측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시장 1위 브랜드의 입지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해 구입을 못한 대기 수요와 함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형 에어컨으로의 교체 수요가 함께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스마트폰 보며 걷던 여성, 땅 속으로 추락(영상)

    스마트폰 보며 걷던 여성, 땅 속으로 추락(영상)

    길을 걸을 때는 스마트폰이 아닌 전방을 주시해야한다. 이 여성처럼 큰코 다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길을 가던 한 여성이 보도 밑으로 빠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미국 ABC7는 지난 8일 오후, 핸드폰에 시선을 뺏긴 채 거리를 걷던 한 여성이 보도 밑으로 추락했다며 아찔한 순간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사고는 이날 낮 12시가 갓 지난 시간에 미국 뉴저지주 플레인 필드의 서머셋 거리에서 발생했다. 당시 피해 여성(67)은 자신 앞에 닥칠 일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처음엔 가게를 힐끗 보며 주위를 잘 살피는듯 했으나, 잠시 후 여성은 개방된 인도 안전 점검문을 통해 6피트(약 1.83m)아래로 떨어졌다. 마침 반대 방향에서 오는 두 여성이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았고, 이내 사람들이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보려고 모여들었다. 다행히 지역소방대원이 구멍에서 여성을 구출해냈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 사고와 관련해 당국은 “그 지역의 가스배관 수리를 하는 동안 보행도로에 설치된 안전 점검문이 열려있었고, 헬멧을 쓴 직원들이 구멍 안에서 작업 중이었다”며 “이를 보지 못한 피해자가 결국 중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지 언론은 피해 여성이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사진=ABC7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구멍 뚫린 靑 외교라인… 2선 후퇴 박선원 등 다시 하마평

    국방·통일 장관 지명 깜깜무소식… 靑 안보실 2차장 인선 속도 내야 청와대 외교라인과 내각 외교·안보 인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이달 말쯤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서주석 국방부 차관을 임명하고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유임했다. 이로써 국방부·외교부·통일부 차관 인사를 마무리해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문제는 장관급 인사다. 지난달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만 지명돼 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진행했지만 국방부·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깜깜 무소식이다. 야당이 강 후보자를 낙마시키려 벼르고 있어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은 데다 청와대가 국방부·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조만간 지명하더라도 인사청문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는 박근혜 정부 때의 장관들과 함께해야 하는 처지다. 또 국방부 등과 호흡을 맞춰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할 청와대 외교라인도 구멍이 생겼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은 근무 중이지만 정작 외교정책을 도맡을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은 대학교수 시절 구설로 사의를 표명해 사실상 공석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차장은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어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프다고 병원에 간 사람에게 사표를 빨리 내라고 할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인사 검증을 거듭하고 있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국가안보실 2차장의 인사에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선으로 후퇴한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이수혁 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조병제 전 말레이지아 대사 등이 다시 하마평에 등장했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 설정도 과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동맹 강화 같은 큰 제목들이 의제가 됐다”면서 “사드 배치라는 어떤 특수한 하나의 주제가 두 정상이 논의할 의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로켓엔진 장착한 거대 피젯 스피너의 놀라운 회전력

    로켓엔진 장착한 거대 피젯 스피너의 놀라운 회전력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장난감 ‘피젯 스피너’에 로켓 엔진을 장착한다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허프포스트는 피젯 스피너에 로켓 엔진을 단 유튜브 유명 크리에이터 ‘블랙야드사이언티스트’(TheBackyardScientist)의 영상 한편을 소개했다. 영상에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거대 피젯 스피너에 3개의 로켓 엔진을 장착한 다음 피젯 스피드의 속도를 재는 실험이 담겨 있다. 놀랍게도 피젯 스피너는 초당 88번 회전, 5294RPM(분당회전수)을 기록했으며 회전은 총 2분 15초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실험 중 피젯 스피너 엔진의 로켓이 발사되면서 주차돼 있던 차량의 휠과 막이용 플라스틱 테이블에 구멍이 뚫리는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지난달 30일 유튜브에 게재된 이 영상은 현재 403만 47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피젯 스피너’(fidget spinner)는 손가락 사이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조그만 바람개비 같은 장난감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행을 타고 있다. 사진·영상= TheBackyardScientist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별별 이야기] 태양처럼 빛나는 블랙홀 찾기/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별별 이야기] 태양처럼 빛나는 블랙홀 찾기/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블랙홀이 빛난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인 ‘블랙홀’(검은 구멍)이 빛난다니 역설적인 표현일까. 아니다.블랙홀 중 일부는 강력하게 에너지를 방출하며 빛을 낸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을 여러 체급으로 분류하는데, 태양의 100만 배 이상 질량을 가진 블랙홀을 ‘초대형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덩치에 걸맞게 초대형 블랙홀은 블랙홀 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난다. 블랙홀이 빛나는 이유는 블랙홀이 주변의 별이나 가스구름을 끌어당길 때 발생하는 마찰력 때문이다. 지구에 운석이 떨어질 때 엄청난 빛과 소음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초대형 블랙홀은 강한 중력을 지니고 있어서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물체가 만들어내는 마찰 에너지는 엄청나다. 블랙홀로 끌려들어가는 물질은 토성의 고리처럼 원반 모양의 띠를 이루며 들어가기 때문에 블랙홀은 밝은 ‘불의 고리’를 두르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블랙홀 고리의 밝기는 얼마나 많은 물질이 블랙홀로 끌려들어가는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블랙홀은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빛이 나오면서 고리 모양이 왜곡돼 보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보석이 박힌 고리처럼 한쪽 가장자리가 빛나고 블랙홀에 가려서 보이지 않아야 할 블랙홀 뒤편의 고리까지도 뒤틀려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이런 블랙홀의 모습이 등장했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모든 은하의 중심에 초대형 블랙홀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다고 본다. 최근 들어서는 초대형 블랙홀이 은하와 은하들의 집단인 은하단과 상호작용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도 찾아냈다. 초대형 블랙홀 중 일부는 밝게 빛날 뿐 아니라 은하 전체는 물론 별과 행성의 생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랙홀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빛나는 블랙홀’이 직접 관측된 적은 없다. 천문학자들은 궁수 별자리 방향에 있는 우리 은하 중심에도 태양의 400만 배 정도 질량을 가진 초대형 블랙홀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형 블랙홀은 얌전한 축에 속해 2만 8000광년쯤 떨어진 우리 태양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상당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고 본다. 지난 4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천문학자들이 함께 우리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이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는 ‘이벤트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 세계의 전파망원경을 ‘간섭계 기술’로 연결해 지구만 한 가상의 망원경으로 초대형 블랙홀이 만든 ‘불의 고리’에 대한 관측을 수행했다. 자료의 종합 분석에 들어가는 올겨울 즈음에는 인류가 처음으로 블랙홀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메디컬 인사이드] 저출산시대 복병 ‘자궁근종’의 급습

    [메디컬 인사이드] 저출산시대 복병 ‘자궁근종’의 급습

    2009년 23만→2013년 29만↑환자 절반 가까운 46%가 40대과체중·비만여성 발병 위험 3배수술외 치료법 다양…정기검사를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추락했습니다. 이것은 부부가 평생 아이 1명을 기른다는 의미입니다. 5일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1971년에는 102만명의 아기가 태어났지만 지난해는 40만명으로 줄었습니다. 올해는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40만명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양육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50세 여성 미혼율은 1980년 0.2%에서 2015년 4.4%로 무려 22배 규모로 폭증했습니다. 현재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여기는 미혼 여성 비율은 10명 중 2명에 그칩니다.그런데 이런 현상 이면에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여성질환인 ‘자궁근종’ 환자가 급증한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에서 자궁근종 진료인원은 2009년 23만 6680명에서 2013년 29만 2805명으로 해마다 평균 5.5%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체 환자의 절반에 가까운 46.0%가 40대였고 50대(28.0%)와 30대(18.1%)도 많았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자궁근종은 여성의 자궁 근육층에 흔하게 생기는 ‘양성 종양’, 즉 혹입니다. 김정훈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생기는 종양 중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 가임기 여성의 25~35%에서 발견된다”며 “35세 이상 여성은 40~50%에서 발견되는 매우 흔한 양성 종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성호르몬이 근종 성장 촉진 자궁근종의 원인이 완벽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학계는 일단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근종 성장 촉진 인자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경이 너무 빠른 여성이나 나이가 많으면서 출산 경험이 없는 미혼 여성의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최근의 만혼(晩婚)이나 비혼(非婚)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출산력이 없는 여성에서 출산력이 있는 여성보다 자궁근종 발병 위험도 높은 것으로 대부분 조사됐다”며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여성도 자궁근종 발병 위험이 3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피임약을 자주 복용하거나 폐경기에 호르몬제를 과다 복용할 경우에도 자궁근종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폐경기에는 근종 발병 위험이 낮아집니다. 자궁근종과 잦은 성관계를 연관짓는 분들도 있는데, 둘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자궁근종은 미혼 여성의 출산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불임과 습관성 유산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근종이 여러 개일 경우 재발위험이 높고, 수술한다고 해도 자궁 손상이 심해 불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자궁근종을 모두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크기가 4㎝ 이하이고 증상이 없으면 경과만 관찰합니다.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는 이렇게 증상이 없습니다. 3개월 단위로 관찰하다가 크기 변화가 없으면 4~6개월 간격으로 추적관찰하면 됩니다.그렇지만 일부는 월경통이 심해지거나 생리량이 늘어나는 경험을 하고, 하복부 통증이나 질 출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궁근종은 종류에 따라 아기 머리 크기 정도로 커질 수도 있는데, 이때는 손으로 만져지거나 주변 장기를 압박해 소변을 자주 보고 변비 증상이 나타납니다. 최중섭 한양대 산부인과 교수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장기적인 추적관찰만 한다”며 “하지만 통증이 있거나 질 출혈이 동반되고 크기가 큰 경우, 폐경 여성이라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초음파 검사로 조기발견 가능 자궁근종 수술을 받기 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당수 환자가 자궁기능에 대한 걱정부터 하지만, 수술 외에도 다양한 치료법이 있습니다. 최 교수는 “환자 나이가 젊고 강력하게 자궁을 보존하길 원하면 자궁동맥을 졸라매 근종의 크기를 줄이는 ‘자궁동맥결찰술’을 활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궁근종이 많거나 위험한 부위에 있을 때는 주로 이렇게 혈관을 막아 근종이 질식하도록 유도합니다. 자궁근종의 완전한 절제가 어려운 경우에도 고집적 초음파로 자궁근종을 파괴하는 ‘자궁근종용해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술은 복부의 작은 구멍으로 기구를 넣어 근종을 제거하는 ‘복강경’과 ‘로봇’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증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최 교수는 “최근에는 거대자궁근종을 들어내기 위해 자궁적출술을 해야 할 때도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복강경을 사용하는 추세”라고 덧붙였습니다. 자궁근종도 악성종양처럼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산부인과 방문을 기피하는 여성이 많지만,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거대자궁근종으로 인해 자궁기능을 잃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자궁근종의 진단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초음파검사로, 진단과 치료 경과 평가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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