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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장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액 7.2% 급증

    사업장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액 7.2% 급증

    체납 땐 연금가입 기간 빼 근로자 피해 정부 뾰족한 해결책 찾지 못해 골머리 건강보험료 체납액도 26% 급속 증가국민연금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를 체납한 사업장이 늘고 있다. 20일 통계청 통계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민연금 체납 사업장이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체납액도 7.2% 늘었다. 체납액 증가 폭은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6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은 근로자가, 나머지 절반은 사업장이 부담하는데 사업장이 체납하면 근로자는 체납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해 불이익을 당한다. 반면 단기 보장보험인 다른 사회보험은 사업장이 보험료를 체납해도 근로자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도 지난 3월 사업장 체납액이 전년보다 무려 26.1% 늘었지만,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장기 보험인 국민연금만 근로자가 사업장 체납으로 인한 피해를 짊어져야 하는 구조다. 연금보험료가 적으면 노후에 생계가 불안해진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체납 기간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 줄 수 없어 누군가는 내야 하는데, 그렇다고 국가가 내줄 수도 없다”며 “국가가 보험료를 대신 내준다면 누가 열심히 보험료를 내겠나”라고 말했다. 고액·장기 체납사업장을 대상으로 강제 징수하는 방법이 있지만 체납사업장 상당수가 경영 상황이 나쁜 영세사업장이라 한계가 있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대 사회보험을 통합징수하고 있어 국민연금만 따로 특별 징수를 하기도 어렵다. 체납사업장을 상대로 가장 강력한 체납 처분인 공매와 압류를 해도 구멍 난 국민연금 보험료만 메울 수는 없다. 국민연금을 체납한 사업장은 건강보험, 고용보험료도 체납한 경우가 많아 이들 4대 보험의 밀린 보험료를 채우는 데 골고루 쓰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체납 사실을 통지받은 근로자가 나중에 체납 보험료 중 본인 몫인 절반을 내면 체납 기간의 절반만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부에선 이런 경우 체납 기간 절반이 아닌 전체를 가입 기간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몽’ 이요원, 김태우 죽음에 각성..‘이태준 열사’ 재조명 “전율”

    ‘이몽’ 이요원, 김태우 죽음에 각성..‘이태준 열사’ 재조명 “전율”

    MBC ‘이몽’ 이요원이 김태우의 죽음에 각성했다. 김태우의 복수를 위해 총을 든 이요원은 유지태에게 두 번째 정체가 ‘한인애국단’임을 밝힌 뒤 경성에서 본격적인 공조의 시작을 알려 관심을 높였다. 18일 방송된 MBC 특별기획 ‘이몽’(연출 윤상호, 극본 조규원) 9-12화에서는 유태준(김태우 분)의 죽음을 계기로 독립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이영진(이요원 분)과 김원봉(유지태 분)의 모습이 그려져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영진-김원봉은 각자의 속내를 감춘 채 코민테른 자금의 총책으로 알려진 유태준과 만주에서 접선했다. 이때 유태준은 이영진에게 “내가 바라는 건 이런 거야. 내 딸이 부르는 노래가 언제까지나 조국의 언어이길. 내 딸이 자유롭게 살아갈 삶의 터전이 아버지와 그 아버지가 묻힌 조국의 땅이길 바래”라며 독립운동에 목숨을 건 이유를 밝혀 가슴을 찡하게 했다. 이에 이영진은 상하이에서 김구(유하복 분)를 만나라 제안했고, 유태준 또한 상하이행을 결정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유태준은 상하이로 향할 수 없었다. 앞서 김원봉의 총에 맞아 기차에서 떨어진 로쿠(유상재 분)를 구한 관동군(만주에 주둔했던 일본 육군부대) 대위 무라이(최광제 분)는 유태준이 가진 코민테른 자금의 금액을 듣고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이영진-김원봉-김남옥(조복래 분)과 민병대까지 모두가 코민테른 자금을 운반하던 폭탄제조 기술자 마자르(백승환 분)를 구하러 나간 사이 일은 벌어졌다. 유태준의 오두막터를 덮친 무라이는 숨겨둔 돈을 찾지 못하자 마을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총살했다. 하지만 유태준은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너희들이 저지를 죗값 반드시 치르게 될 거다”라며 죽음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이후 마자르를 구해 돌아온 이영진-김원봉은 처참한 현장의 모습에 분노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그렇게 이영진은 각성했다. 유태준의 복수를 위해 관동군 무라이 부대 주둔지로 향한 이영진-김원봉은 김남옥과 민병대가 전투를 벌이는 사이 지하 터널을 이용해 주둔지 안으로 진입했다. 이내 무라이와 마주한 두 사람. 싸늘한 눈빛으로 무라이를 바라보던 이영진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방아쇠를 당겨 그를 처단했다. 그렇게 유태준의 복수에 성공하고 돌아온 이영진은 “난 판세를 바꿀 생각입니다”라며 독립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김원봉에게 “저도 도울게요”라며 공조의 뜻을 드러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이영진은 경성으로 향하기 전 김원봉에게 ‘한인애국단’ 소속임을 밝히며 악수를 제안했고, 그를 끌어당겨 등을 토닥이는 김원봉의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임시정부의 밀정 ‘파랑새’라는 정체는 밝히지 않은 상황. 이에 이영진이 경성에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이후 경성으로 돌아온 이영진-김원봉. 이영진은 그 동안 거부해왔던 총독부 병원 생활을 택했고, 김원봉은 아지트 겸 작업실로 양장점을 열고 고순도의 폭약을 만들기 위해 안동에서 독립운동가 이준형(손병호 분)을 만나는 등 본격적인 행동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더욱이 김원봉의 아지트에 입성한 이영진과 그 곳에 있던 김남옥-김승진(김주영 분)-차정임(박하나 분)-마자르의 만남이 그려져 독립을 위해 한 뜻으로 뭉친 이들의 활약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영진을 기다리던 후쿠다(임주환 분)는 그를 돕기 위해 법무국장 오다(전진기 분)에게 마쓰우라가 이끄는 특무1팀을 자신에게 맡겨 달라 제안했다. 하지만 말미 이영진-김원봉이 함께 양장점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눈을 떼지 못하는 후쿠다의 굳은 표정이 포착돼 이들이 얽히고 설키며 펼쳐질 이야기에도 궁금증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이몽’은 죽음 앞에서도 독립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내비쳤던 이태준 열사(극중 이름 ‘유태준’)의 삶을 재조명해 시청자들의 가슴에 먹먹한 울림을 선사했다. 더욱이 같은 목표를 향해가던 유태준의 처절한 죽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이영진-김원봉의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눈물짓게 했다. 이에 앞으로 또 어떤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해 안방극장에 묵직한 전율을 선사할지 기대감이 상승된다. ‘이몽’ 방송 직후 각종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영화 한 편 보는 것 같았다”, “끝에 독립운동가들 나올 때 가슴이 뭉클해져요”, “몰입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 연기 구멍도 없고 내용도 좋고 심장도 쫄깃함”, “토요일은 ‘이몽’ 보는 낙으로 산다”,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 “경성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돼요” 등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한편, MBC 특별기획 ‘이몽’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이 펼치는 첩보 액션 드라마. 매주 토요일 밤 9시 5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부자들의 추악한 ‘돈 세탁소’ 그 비밀의 문을 열다

    부자들의 추악한 ‘돈 세탁소’ 그 비밀의 문을 열다

    시크리시 월드/제이크 번스타인 지음/손성화 옮김/토네이도/416쪽/1만 8000원최근 상영한 박누리 감독의 영화 ‘돈’은 증권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금융 작전 설계자인 ‘번호표’(유지태 분)의 지시로 작전을 수행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번호표는 스프레드 거래, 프로그램 매매, 공매도 등 작전을 실행하며 큰 이익을 남기고, 조일현 역시 그를 도운 대가로 많은 돈을 받는다. 조일현은 어느 날 휴가를 내고 영국 연방 섬나라인 바하마로 가 번호표가 만들어 준 자신의 비밀계좌에서 돈을 찾는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조사원 한지철(조우진 분)이 그를 쫓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이른바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서는 고객의 계좌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번 돈에 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당국의 계좌 추적도 피할 수 있어 재산을 빼돌리거나 탈세하기에 적격인 곳이다.영화를 보는 내내 ‘저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웬걸, 신간 ‘시크리시 월드’에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은 사례가 나온다. 저자인 제이크 번스타인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선임기자로, 2011년 금융 위기 탐사보도와 2017년 ‘파나마 페이퍼스’ 탐사보도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신간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비밀문서인 파나마 페이퍼스를 중심으로, 여기에 얽혀 있는 비리의 양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책은 파나마에 있는 세계 최대 역외담당 로펌 회사인 ‘모색 폰세카’ 창업 과정부터 시작해 모색 폰세카가 조세회피처인 파나마, 바하마, 버진아일랜드, 니우에 등에 ‘페이퍼컴퍼니’ 혹은 ‘셸 컴퍼니’로 불리는 이름뿐인 회사를 단돈 몇백 달러에 차리는 방법, 그리고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이 어떻게 이를 활용해 재산을 빼돌렸는지 추적한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존 도’(John Doe·영미권에서 신원 미상의 남자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라 불리는 유포자가 넘긴 1150만 건의 문서에서 시작됐다. 자료 분량만 2000GB에 이르는 문서에 저자를 비롯한 전 세계 80개국 언론 400명의 탐사기자가 달라붙었다. 신분이 흐릿한 이들을 추적해 명확히 밝히고 광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돈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결과는 익히 예상할 수 있을 터다. 전 세계 전현직 대통령, 유력 정치인, 마약상, 무기상, FIFA 관계자, 기업가, 범죄자 그리고 유명 스타들이 이름을 숨긴 채 온갖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리고 있었다. 예컨대 기자들이 합작해 밝혀낸 중국 사례(차이나 리크스)에는 중국 유력 공산당 지배층 자제를 가리키는 ‘태자당’과 주요 인터넷 회사 설립자, 중국 석유업계 관계자, 최고경영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중국 충칭시의 당서기로 부패 척결을 내세우면서 뒷구멍으로는 천문학적인 돈을 챙긴 보시라이와 지나친 중개료를 요구한 헤이우드를 청산가리로 살해한 그의 부인 구카이라이를 들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부자’로 추정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저자는 푸틴이 자신의 이름을 직접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의 친구와 친척, 선배 등이 남긴 흔적을 쫓아가면 그가 엄청난 재산을 은닉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터다. 조세 회피가 가능한 미국 델라웨어주에만 378개의 회사를 가지고 있고 그의 전체 사업 규모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이들 뒤에는 이들을 돕는 은행과 은행가, 변호사, 회계사 등 돈세탁 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방조한 무능한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회사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숨겨둔 이들의 부의 크기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쪽에서는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함에도 여전히 자신의 배를 두들기며 호화롭게 살아간다. 저자는 이런 불평등이 만연하게 된 데는 조세회피처를 거친 비밀세계를 통한 부의 이전이 용이해진 탓이 제일 컸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들 사례는 먼 나라 이야기도, 지나간 이야기도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자. 책 소개 글을 쓰면서 ‘국세청이 지능적 역외 탈세 혐의자 104명을 동시에 세무조사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국내 법인이 개발한 특허권을 사주일가 소유의 외국현지법인이 무상사용하게 하거나, 헐값에 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빼돌리거나, 외국 모법인의 국내 자회사가 하던 수입·판매 기능을 판매대리인으로 바꿔 세금을 탈루한 사례 등을 적발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책에서 나온 일들이 한국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공공건축물 매년 4900동 세우는데…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한국

    공공건축물 매년 4900동 세우는데…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한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다. 극빈국이던 반세기 전과 달리 세계적인 가전제품·조선·자동차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수출하는 경제대국이자 세계인이 한국어 가사로 케이팝을 즐길 만큼 문화강국의 나라가 됐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건축 분야 종사자로서 우리나라의 건축·도시 경관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크다.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수준 낮은 디자인과 조악한 품질의 건축물들이 여전히 지어지고 있다. 수천억원까지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 건축물들은 기획력 부재로 인해 매번 논란에 휩싸이고, 소규모 건축물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할까. 관련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사례들이지만 이면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축 행정의 전문성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공공건축물은 매년 4900동 이상이 건립된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20만 4905동이 산재해 있다. 또한 2017년 한 해에만 공공에서 계약한 건축공사비가 16조 9877억원이다. 공공건축물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므로 초기부터 예산 낭비를 줄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운영 및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접근해야 한다.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 등 졸속 추진 우려 2005년 서울시는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기 위해 해외 유명 건축가의 안을 낙점했다. 그러나 현실성이 부족하면서도 난이도 높은 설계안을 뽑아 놓은 까닭에 설계비와 공사비가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어서 결국 계약이 파기됐다. 이후 여러 번의 현상 설계 공모 끝에 국내 건축가의 안을 토대로 건물을 실제로 짓기 위한 2년간의 도면 제작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등으로 서울시장이 교체되면서 다시 예산 낭비 사례로 지목돼 중단됐다. 설계비와 운영경비를 합한 276억여원은 그대로 매몰 비용이 됐다. 서울시 대형 공공건축물 프로젝트의 수난사는 노들섬뿐만이 아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800억원이었던 초기 예산이 8년 만에 6배가 넘는 5000억원의 공사비로 불어났다. 서울시청사는 업무 공간 부족을 이유로 신청사를 지었지만, 여전히 공간이 부족해 별관 등으로 행정 공간이 나뉘었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과거 세빛둥둥섬으로 불렸던 세빛섬은 1400억원을 들이고도 8년간 개장이 미루어졌다. 모두 세밀한 기획력과 장기적인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정치인의 선심성 공약에 근거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2017년 완공된 서울역사 앞의 ‘서울로’나 얼마 전 발표된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충분히 협의하고 시민들과 소통하기보다는 특정인들이 중심이 돼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느낌이 강하다. 예산 낭비를 줄이고 공공건축물의 기획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건축행정의 전문성 확보가 더욱 절실하다. ●‘3000억 규모’ 설계 지침서가 고작 A4 8장 정부세종청사는 도농복합도시인 세종시에 있는 만큼 주변과의 조화를 꾀한다는 마스터플랜에 따라 전체가 저층으로 계획됐다. 그런데 새로 들어설 행정안전부 청사가 혼자 불쑥 솟아오른 고층 건물 형태였음에도 선정이 되자 심사위원장이 사퇴하고 심사위원 구성의 발주처 편향성 등이 논란이 돼 심사의 불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보다 더 아쉬운 것은 정부에서 제시하는 3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4만평 규모의 공공건축물 설계 지침서 분량이 ‘A4 사이즈로 8장’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지어지는 공공건축물 대다수에서 벌어지는 공통된 사항이기도 하다. 종합적인 성능 확보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세부적인 요구 사항이 없다 보니 막상 건물이 완공돼도 성능이 미흡하거나 사용자가 쓰기에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의 GSA(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는 공공건축물 발주를 포함해 공공 물자를 조달하는 우리의 조달청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발간하는 공공건축물 가이드라인(PBS-P100·Facilities Standards For The Public Buildings Service)을 보면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가이드라인으로 공공건축물의 건축, 구조, 소방, 설비, 전기, 방재, 열환경 등의 기준은 물론 사람이 없는 기계·전기설비실의 온도 및 습도, (층고가 높은) 아트리움의 유지 관리용 통로 설치, 각종 인테리어 자재들의 부위별 보증 수명 연한, 심지어 고용 여직원 수에 따른 수유용 공간의 숫자까지 상세하게 기입해 놓고 명확하게 기준 이상을 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신축뿐 아니라 기존 공공건축물의 수리, 현대화, 심지어 리스 시에도 적용하도록 사실상 의무화함으로써 공공건축물 자체의 기본적인 성능과 품질 확보가 최우선 목표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과도한 디자인적 요소 탓에 역설적으로 공공건축물로서의 기본 성능이 저하되거나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일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한다. 한국은 상당수 공공 청사들이 유리로 된 대형 아트리움 로비를 계획했음에도 정작 이를 청소 및 유지 관리할 방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거나, 열효율을 고려하지 않아 여름에는 찜통이고 겨울에는 춥다. 그리고 청소조차 쉽지 않다. 한미의 이런 가이드라인 차이 때문에 한국의 청사는 애물단지 공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상도 유치원 사건, 담당 허가권자 ‘구멍’ 그대로 공공건축물에만 건축 행정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독·다가구·다세대 및 소형상가 등 연면적 700㎡ 이하의 소규모 건축물 비중은 착공 현황 기준(2011~2015년)으로 한 해 평균 20여만건 중 89.8%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와 품질 확보 체계 수립은 그동안 소홀히 했다. ‘상도 유치원’ 사례가 그렇다. 유치원 측이 6개월 동안 전문가의 의견을 전달하면서까지 여러 번의 안전 대책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가 결국 붕괴했는데, 이는 담당 허가권자의 비전문성을 여실히 드러낸 경우다. 따라서 시민의 안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지자체 건축물 허가권자들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직접 도면 검토 대신 외부 전문가 심의제 남발 미국의 ‘플랜체크제도’는 인허가권자나 관청(DBS·Department of Building Safety)이 건축 허가 전 모든 도면에 대해 건물 관련 법규, 화재 규정 등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만큼 최종적인 책임 또한 허가 관청이 지도록 돼 있다. 한국은 허가권자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다 보니 직접 도면 검토를 하는 대신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결정을 유도하는 심의제도를 남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민간 건축사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 건물의 사용 승인을 하기 전 지역의 건축사가 대신 현장 조사를 하는, 이른바 ‘업무대행’ 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 이미 지역에서 늘 마주칠 수밖에 없는 건축사끼리의 ‘봐주기식 관행’이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업무 대행 건축사로서 현장을 방문하더라도 상대측 건축사 또한 언젠가 내 현장에 업무 대행으로 방문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설령 허가 내용과 다르게 불법 시공했음을 알게 되더라도 이를 눈감아 줄 수밖에 없다. 건축 선진국들은 원칙적으로 건축 전문가인 허가권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서 허가 내용과 동일한지 검사 후 사용 승인을 내주기 때문에 봐주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은 공사가 진행 중인 시기(중간 검사)와 공사가 마무리된 최종 시기(완료 검사)에 각각 방문하게 하여 불법적인 공간 확장 시도를 초기부터 막는다. ●日 프리츠커상 최다 기록 뒤엔 전문성 극대화 얼마 전 건축계의 노벨상격인 프리츠커상을 일본 건축가가 또다시 수상했다. 일본은 역대 최다 수상국이 됐다. 표면적인 수상 성적뿐만 아니라 일본의 건축 및 도시 경관을 보면 우수한 디자인과 높은 시공 품질이 결합된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일본이 건축 선진국이 된 배경에는 건축 행정력의 전문성 극대화가 있다. 일본 건축 기준법에는 건축 담당 공무원을 기본적으로 ‘건축주사’로 규정하고 이와 함께 위반 건축물을 단속하는 건축 감시원 등의 역할을 명확히 한다. 각각의 관련 공무원은 건축사 출신이거나 건축 전문가이도록 의무적인 조건을 달아 두었다. 건축사 숫자만 우리의 50배가 넘는 110만명에 육박하는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건축행정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문화된 건축 행정력을 토대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예측 가능한 허가 제도를 만들며, 현장 방문 검사를 통한 위반 건축물 단속과 함께 건축물의 종합적인 안전관리체계 수립 및 수준 높은 공공건축물을 기획한다. ●현재 10%에 불과한 건축사 합격률 더 높여야 최근 들어 ‘지역 건축 안전 센터 설립·공공건축 사업계획 사전검토 의무화·공공 건축가 제도 도입’ 등을 통해 행정의 건축 전문성 확보를 위한 다각적이고도 거시적인 노력이 시작됐다. 그러나 수많은 소규모 및 민간 건축물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인 건축 행정력의 전문성은 여전히 미흡한 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건축행정의 전문성을 확보하려면 건축사를 비롯한 건축 전문가 출신인 공무원의 숫자를 더 늘려야 한다. 또 현재 10%에 불과한 건축사 합격률도 더 높여 일정한 기준 이상이라면 건축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건축·도시 경관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다.■이양재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건설, 종합건축사사무소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 엔이이디 건축사사무소 등을 거쳐 현재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있다. 단독주택 설계 및 감리를 전문으로, 통합서비스를 제공해 단독주택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 ‘해투4’ 한석준·정다은, 전현무 과거 폭로 “경위서만 수십 건”

    ‘해투4’ 한석준·정다은, 전현무 과거 폭로 “경위서만 수십 건”

    ‘해피투게더4’가 전·현직 아나운서 특집으로 꾸며지는 가운데 동료들이 전현무의 아나운서 시절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15일 KBS2 ‘해피투게더4’(이하 ‘해투4’) 측은 “아나운서국의 문제아들 특집 ‘여기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야’”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프리 아나운서 오영실-한석준-최송현-오정연과 KBS 아나운서 정다은-이혜성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MC 유재석은 출연진들에게 “전현무가 아나운서실에 잘 안 나타나는데 유일하게 나타날 때가 언제였냐”고 물었다. 이에 한석준은 “시간 외 수당을 신청할 때”라고 답했고, 정다은은 “경위서를 쓸 때”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혜성 또한 “전현무 이름으로 (경위서가) 수십 건이 나오더라”고 말해 출연진들을 폭소하게 했다. 이에 전현무는 경위서를 잘 쓰는 꿀팁도 전수했다. 전현무는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대역 죄인인 것처럼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지각했을 경우, ‘시간 엄수가 가장 중요한 아나운서가 지각을 했으므로 저는 정말 형편없는 놈입니다’라는 식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약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KBS2 ‘해투4’는 16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사진=네이버TV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임블리’ 임지현 심경 “다시 신뢰 회복하고 싶다”

    ‘임블리’ 임지현 심경 “다시 신뢰 회복하고 싶다”

    온라인 여성 쇼핑몰 ‘임블리’ 임지현이 ‘가짜 아들’ 루머를 언급하며 처참한 심경을 토로했다. 최근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와 임지현 부부의 인터뷰가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호박즙 26억원어치를 환불했다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초기 소비자 응대가 잘못됐다. 김재식 헬스푸드에 접수된 2건 중 1건은 공장 측 실수로 제품이 없어졌다. 이런 상황이 임지현 상무에겐 보고 되지 않았다. 그래서 소비자는 의혹을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임지현은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이 불안하다고 하니 너무 죄송했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에 전체를 환불했다”면서 “다른 것을 다 떠나서 고객을 대했던 내 마음이 오해를 받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현재 부건에프엔씨의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사업을 접을 생각도 있냐는 질문에 임지현은 “만약 진짜로 속이려고 했고 거짓말을 해왔다면, 아마 못 버텼을 것”이라며 “요즘 할 수 있는 게 생각뿐이라 많은 생각을 하는데 어떤 루머에 대해서는 미칠 것 같다. 우리 아들이 가짜 아들이라는 말이 가장 그랬다. 하지만 내가 접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직원도 어렵게 버티고 있는데, 난 도망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임지현은 “억울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고 심경을 전했다. 임지현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내용이 SNS 등에 올라올 경우, 이를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고객을 상대로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보여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임지현은 “인스타 소통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다만 이번 계기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향후 달라진 대응을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임지현은 명품 카피 논란에 대해서도 “명품을 잘 응용하면 트렌드에 맞는 것이고 아니면 표절이라고 지적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임블리’는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의 애칭을 내건 쇼핑몰로, 인스타그램을 통한 마케팅으로 젊은 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지난 2013년 온라인 쇼핑몰을 연 이후 의류와 화장품, 먹거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지난해에는 연 매출 1700억원까지 키웠다. 최근에는 ‘임블리 팬미팅’이 1분 만에 1300석 전석 매진되며 연예인급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검출됐는데 항의하는 소비자에게 ‘환불은 어렵고 그동안 먹은 것은 확인이 안 되니 남은 수량과 곰팡이가 확인된 한 개만 교환해주겠다’고 대응한 점이 알려지면서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지난달 29일 임지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임지현은 “고객님들은 점점 실망과 함께 떠나고 한때 VVIP던 고객님은 대표적인 안티 계정을 운영하시고, 저희 제품을 파는 유통사는 고객 항의로 몸살을 앓고, 회사 매출은 급격히 줄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고, 직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뒷수습에 지쳐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왜 이렇게 됐는지 저는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생각했다”며 “과거의 저는 양쪽 길이가 다른 가방 끈은 잘라 쓰시면 된다, 막힌 단추구멍은 칼로 째서 착용하셔라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댓글들로 고객분들께 상처를 줬고, 듣기 싫은 댓글은 삭제도 했었다. 먹는 제품, 바르는 제품에까지도 ‘내가 썼을때는 괜찮았는데’라며 일부의 불만 정도로 치부했다. 그래도 잘 팔리는데, 나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은데 그정도는 이해해주시겠지 하며 오만한 생각을 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영원히 다시 신뢰를 찾지 못할 것 같아 두렵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죄한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미국 “안보위협 연루” 화웨이 ‘거래 제한’… 5G패권, 무역보복

    미국 “안보위협 연루” 화웨이 ‘거래 제한’… 5G패권, 무역보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華爲)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결렬 직후 양국이 서로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보복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미중 간의 갈등 수위가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상무부는 미국 기업과 거래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먼저 취득해야만 하는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화웨이 등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다. 미 관리들은 이번 조치로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로부터 부품 공급을 받는 일부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조치는 조만간 발효 예정이다.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상무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기업이 미국 국가안보와 대외 정책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예방할 것”이라며 지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5G 기술의 선두주자로서 미국의 견제를 받아왔다. 미국은 화웨이가 민간기업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지령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수출한 통신부품에 백도어(정보유출 뒷구멍)를 마련해뒀다가 나중에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기밀을 수집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국가안보나 대외 정책 이익에 반대되는 활동에 연루됐다”는 결론을 내릴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2016년 3월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中興通訊·중싱통신)에 대해서도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에 미국 제품을 재수출한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근거로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ZTE는 당시 미국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다가 미 정부가 이를 여러 차례 유예해 주다가 1년 뒤 합의에 이르면서 이 조치가 해제됐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가 발표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ZTE 등이 미국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이들 기업의 미국 판매를 직접 금지하지는 않지만, 미 상무부에 중국과 같이 ‘적대 관계’에 있는 기업들과 연계된 기업들의 제품과 구매 거래를 검토할 수 있는 더 큰 권한을 주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제재 위반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 왔으며 주요 동맹국들을 상대로도 화웨이의 5G 등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보이콧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5G 네트워크를 둘러싼 지배력 전투가 한층 고조됐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통신업체 임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반드시 5G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미국 기업 중에는 5G 인터넷 트래픽을 통제할 핵심 스위치를 만드는 곳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화웨이가 미국에서 퇴출당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40∼60% 네트워크를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500억달러·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각각 25%·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 10일엔 이중 10%를 25%로 인상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해왔고, 다음달 1일부터는 600억달러 규모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5∼25%로 인상한다고 발표하는 등 보복을 하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말빛 발견] 교열의 재발견/이경우 어문부장

    ‘대(大)통령’이 ‘견(犬)통령’으로 나가기도 했던 시절, 권력과 권력자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신문이 납활자로 인쇄돼 나오던 때였다. ‘견통령’이 돼 버린 신문은 정간되고 고초를 겪었다. 언론 매체들은 사람들을 널리 구했다. 이런 오류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었다. 틀린 글자, 낱말의 발견은 물론 적절한 단어를 찾고, 올바른 문장으로 고치라고 이들에게 요구했다. 더 나은 표현을 찾고, 정보의 사실 여부까지 읽고 조정하기를 바랐다. 문서나 원고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 즉 ‘교열’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가치를 존중해 나갔다. 1990년대 중후반 언론 매체들은 본격적인 컴퓨터 제작 시대에 접어든다. 어문기자들을 떠나보내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미신’을 믿고 싶어 했다. ‘일본해’라고, ‘북 대통령’이라고 잘못 표기하는 건 단순 오기의 문제가 아니다. ‘교열’의 목적과 가치를 흐려 버린 결과다. 그렇다 보니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에 구멍이 생긴다. 과정을 읽지 않고 맥락을 짚지 않게 된다. ‘기계적인 교열’을 주문하는 형태를 낳는다. 이제 인공지능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미신’을 믿으려고도 한다.
  •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무관심한 기업들 진심일까

    한화·SK 등 인수 후보 모두 ‘손사래’ 막대한 부채·인수 후 특혜 논란 부담 일각 “매매가격 낮추기 전략일 수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매각 결정으로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시큰둥하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기업은 인수설을 더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인수할 생각이 없다”며 가능성을 아예 닫아버리는 기업도 나타났다. 매각가가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인 선긋기인지, 아니면 정말 인수에 생각이 없는지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세훈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지난 13일 언론 브리핑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입찰 공고는 이르면 7월쯤 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항공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직후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 한화, SK, 롯데, CJ, 신세계 등은 인수설을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부인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는 분위기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지난 8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항공기 엔진 제조업과 항공업은 본질이 다르다”면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SK그룹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롯데케미칼의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 준공식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묻는 질문에 “100% 없다”고 답했다. 이런 기업들의 손사래가 본심이라면,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600%가 넘는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투입된 비용까지 고려하면 약 2조 5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3조원이 넘는 차입금 가운데 1조 2000억원 이상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실탄이 충분한 기업에는 인수 후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이 인수를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항공업이 대표적인 정부의 허가산업이다 보니 특정 기업이 국내 2위 국적 항공사를 인수하면 특혜 논란으로 몸살을 앓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항공업이 일반 경영 능력뿐만 아니라 금융·기계·외교·정치 분야의 역량까지 필요한 녹록지 않은 사업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비행기를 언제 사서 파느냐에 따라 현금이익이 달라지는 데 이는 금융 분야와 관련돼 있고 비행 노선을 확보하려면 외교력과 정치력도 갖춰야 한다”면서 “항공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도 이런 복합적인 경영에서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 간의 인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매각가가 높아질 수 있어 탐색전 차원에서 선뜻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우리 몸 지켜라…면역 시스템, 세균을 구멍 뚫어 죽이다

    [핵잼 사이언스] 우리 몸 지켜라…면역 시스템, 세균을 구멍 뚫어 죽이다

    우리는 항상 수많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복잡한 면역 시스템이 우리를 항상 안전하게 지켜준다. 이 면역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보체 시스템(complement system)이다. 보체는 여러 개의 단백질로 구성된 면역 시스템으로 세균 표면에 표시를 남겨 백혈구가 쉽게 잡아먹게 만들거나 여러 가지 면역 관련 물질 생성과 분비를 돕는다. 그리고 보체가 세균 표면에 구멍을 뚫어 직접 세균을 죽일 수도 있다. 보체가 세균 표면에 구멍을 뚫는 과정에는 여러 보체 단백질이 관여하는데, 최종적으로는 세균 표면에 형성되는 막공격복합체(MAC, membrane attack complex)가 도넛 모양의 원통형 구조를 만들어 세균 표면에 구멍을 뚫는다. 몸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세균은 당연히 죽게 된다. 이 과정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졌지만, 구멍이 뚫리는 순간을 직접 영상으로 촬영하기는 어려웠다. 구멍의 지름 자체가 10나노미터에 불과한 데다, 상당히 짧은 시간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에드워드 파슨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원자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를 이용해 이 과정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사진) 최신 원자력 현미경 기술을 통해 과학자들은 세균 표면에서 막공격복합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세균이 어떻게 면역 시스템에 의해 파괴되거나 혹은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의 복잡한 면역 시스템은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 과학자들은 순수 학문적 연구는 물론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을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가 어떻게 면역 시스템을 피해 생존하고 증식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면역 시스템을 돕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조류 최초 뇌수술받은 멸종위기종 올빼미앵무새

    조류 최초 뇌수술받은 멸종위기종 올빼미앵무새

    올빼미앵무새가 세계 최초로 뇌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아 화제가 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뉴질랜드에서 ‘이스파이 1B’(Espy 1B)로 불리는 올빼미앵무새가 뇌수술을 받은 사연을 전했다. ‘이스파이 1B’는 56일 된 멸종위기의 새끼 올빼미앵무새로 보존부의 카카포 회복팀 레인저들은 ‘이스파이 1B’가 부화 직후부터 두개골이 부픈 사실을 인지하고 새끼에게 중요한 주의를 필요하다는 점을 알았다. ‘이스파이 1B’는 수술을 위해 매시대학 와일드베이스병원으로 이송됐고 수의사들은 ‘이스파이 1B’의 병명을 뇌수막염으로 진단했다. 수의사들은 인간과 포유류에게 사용되는 외과적 기술을 적용해 뇌수술을 시행해 열려있던 구멍을 닫았다.다행스럽게도 ‘이스파이 1B’의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며 현재 와일드베이스병원에서 회복 중에 있다. 와일드베이스병원 브렛 가트렐 교수는 “CT 스캔 결고 두개골의 판은 완전히 융합되지 않았고 숫구멍(뇌를 덮고 있는 골격에 위치한 간극)이 여전히 열려 있었다”며 “새끼 앵무새는 두개골에 구멍이 있는 상태로 부화하여 뇌의 일부와 뇌척수 경막(뇌막의 첫 번째 층)이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이스파이 1B’는 이번 주말 더니든 야생동물병원으로 이송돼 건강 상태가 회복되면 자연으로 방사될 예정이다.한편 올빼미앵무새는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연노색 깃털을 가진 야행성 앵무새로 카카포(kakapo)라고도 불린다. 몸길이 59~64cm, 몸무게 950~4000g 정도로 앵무새 가운데 가장 크고 무겁지만 날개가 발달하지 못해 날지 못한다. 초식을 하며 90년까지 생존하는 긴 수명을 가졌다.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으로 성체 올빼미앵무새는 세계에서 147마리만이 남아 있다.(참고문헌: 동아사이언스) 사진= Massey University, New Zealand Department of Conservation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고대 로마 네로 황제 황금궁전 복원 작업 중 ‘비밀의 방’ 발견

    고대 로마 네로 황제 황금궁전 복원 작업 중 ‘비밀의 방’ 발견

    약 2000년 전 로마 황제 네로가 황금궁전 안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비밀의 방’이 발견됐다고 AFP통신 등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서기 64년 로마 대화재 직후 궁지에 몰린 네로 황제(기원후 37~68)가 같은 해부터 68년까지 세운 황금궁전(도무스 아우레아)의 터를 복원하던 고고학자들이 지난 8일 정교한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된 비밀의 방을 발견했다고 복원 작업을 감독하는 콜로세움 고고유적공원 측이 밝혔다.보도에 따르면, 이들 고고학자는 우연히 찾은 한 구멍을 통해 이번 비밀의 방을 발견했으며 그 안이 반인반마 괴물 켄타우루스들과 반인반양 모습을 한 목축의 신 판 등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정교하게 그린 프레스코 양식의 벽화로 장식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고고학자들은 “아직 그 내부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이 방에 ‘스핑크스의 방’(살라 델라 스핑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면서 “왜냐하면 서기 60년대의 로마 양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 내부는 매우 화려하며 보존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고 덧붙였다.네로 황제의 황금궁전은 황궁과 정원 그리고 인공호수 등으로 이뤄진 일종의 거대한 복합 시설이지만, 후대 황제들은 네로 황제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이를 없앴다. 서기 68년 반란이 일어나 네로 황제가 자살한 뒤 권력을 장악한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궁전 앞 인공호수 자리에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을 세웠다. 그 후 트라야누스 등 황제들은 궁전 건물을 허물고 목욕탕 등을 세우면서 황금궁전은 완전히 땅속에 묻히고 말았다. 한편 황금궁전의 복원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발굴된 부분은 여전히 극히 일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가야불교, 삼국유사 오역에 승자 중심의 역사로 외면당해… 고대문화 북방전래설 극복할 수 있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가야불교, 삼국유사 오역에 승자 중심의 역사로 외면당해… 고대문화 북방전래설 극복할 수 있죠”

    ‘법맥’ 화두 삼은 도명 스님이 말하는 ‘가야 불교’“불교가 가야시대인 서기 48년에 처음 들어왔다는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일연(1206~1289) 스님이 쓴 삼국유사(국보 306호)에 기록으로 남아 있고, 파사석탑(婆娑石塔)이라는 증거물이 있으며 김해 일대를 비롯한 남해안의 지명과 사찰에는 가야불교를 방증할 설화와 민담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일부 사찰에는 그 흔적들이 오늘날까지 면면히 전해옵니다. 물론 설화를 역사로 둔갑시킨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이들도 불교의 남방 전래설, 즉 가야불교를 부정하는 학자들 역시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교 차원을 넘어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지평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재조명이 절실합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사 일부를 다시 써야 한다. 한국에서 불교를 가장 먼저 수용한 나라는 고구려로, 중국으로부터 들어왔으며, 소수림왕 2년인 372년이라 게 학계 정설이다. 백제는 이보다 12년 뒤인 침류왕 원년(384년), 신라는 눌지왕 41년(457년)에 전래됐다는 것도 삼국유사 기록을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이보다 300여년 앞선 48년 가야에 불교가 전파됐다는 것도 삼국유사에 나오지만 외면받고 있다. 500여년간 존속했던 가야의 존재가 최근 재조명되는 가운데 가야불교는 더더욱 숨겨진 ‘다빈치 코드’로 다가온다.韓불교 고구려, 372년 첫 전래 ···학계 정설가야시대인 48년, 허황후와 함께 불교 전래기존보다 324년 빨라… 삼국유사 기록 근거 가야 불교라는 화두와 씨름하는 가야불교연구소 소장 도명 스님(여여정사 주지)은 “가야불교의 전래시기나 고구려, 백제, 신라의 불교 전래 시기는 모두 같은 책인 삼국유사에 나옵니다. 그런데 학계는 고구려 등 다른 나라 기록은 인정하면서 유독 가야의 불교 수용 기록은 받아들이지 않는 모순을 보입니다”고 일갈했다. 방황 생활을 오래 했던 그는 1998년 정여 큰스님을 은사로 범어사에 출가했다. 지난 7일 경남 김해에 있는 도심 속 포교원인 여여정사로 찾아가 가야불교에 대해 들었다. 그는 “대륙의 중국 선종에서 이어져 온 한국 조계종의 법맥은 법맥의 문제이고, 해양의 불교 전래는 역사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한국 불교계 역시 불교 역사 연구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둔 절집은 분주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제3권 제4 탑상(塔像)금관성 파사석탑(金官城婆娑石塔) 금관(김해)에 있는 호계사의 파사석탑은 옛날 이 고을이 금관국으로 있을 때, 세조 수로왕의 왕비 허황후 이름 황옥이 동한 건무 24년 갑신에 서역의 아유타국에서 싣고 온 것이다(金官虎溪寺婆娑石塔者 昔此邑爲金官國時 世祖首露王之妃 許皇后名黃玉 以東漢建武二十四年甲申 自西域阿踰陁 國所載來)중략탑은 4면으로 모가 나고 5층인데, 그 조각이 매우 기이하다. 둘에는 약간 붉은 반점 무늬를 띠고 있고, 그 질은 매우 연하여 이 땅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塔方四面五層 其彫鏤甚奇 石微赤斑色 其質良脆 非此方類也)하략 - 가야불교, 배척하는 이들 역시 삼국유사를 인용하지 않나. “이는 잘못된 해석 탓입니다. ‘그때는 해동에 절을 세우고, 불법을 받드는 일이 아직 없었다. 상교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 사람들이 믿어 복종하지 않았고, 그래서 가락국본기(일연 스님이 인용한 원전, 현재는 전하지 않는다)에 절을 세웠다는 기록이 없다. 제8대 절지왕 2년 임진년(서기 452년)에 이르러 그곳에 절을 세웠다.(然于時海東 未有創寺 奉法之事 蓋像敎未至 而土人不信伏 故本記無創寺之文 逮第八代? 知王二年壬辰 置寺於其地)’ 입니다. 그런데 불교와 불교 역사에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삼국유사를 번역하면서 상교(像敎)를 뭉퉁그려 불교로 오역한 것입니다. 여기서 상교는 상법시대의 불교(부처님 열반 후 1000~2000년)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가람을 짓는 등 외형 불교인 상법시대가 오지 않은 무불상 시대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사찰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그 이전 최치원이 쓴 봉암사 지증화상적조탑비(국보 315호)에는 ‘비바사(毘婆沙·초기 불교라는 의미)가 먼저 오고 마하연(摩訶衍·대승불교라는 뜻)이 뒤에 들어왔다’는 기록에서도 확인됩니다.” “가야불교 인정 못받은 것은 삼국유사 오역 탓삼국유사 ‘像敎’ 상법시대 의미… 불교는 오역상법시대, 불상·가람 조성 안해… 흔적 남지 않아상법시대 초기 불교, 대승불교보다 먼저 들어와신라말 최치원 ‘지증화상적조탑비’서 기록 남겨”- 가야시대 불상, 왜 남아있지 않나. “가야시대의 불상이 현재 전해지는 것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고구려·백제·신라에 불교가 전래된 초기의 유물은 문헌에서만 전해질뿐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없습니다. 특히 가야시대에 들어온 불교는 인도와 스리랑카 등에서 소승불교와 대승불교가 혼재하던 시기여서 어떤 성향의 불교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가야에 불교를 전해준 아요디아 왕국이 ‘무불상 시대’ 즉 불상도, 사찰도 조성하지 않은 시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당시는 부처님의 말씀을 외며, 탑과 부처님 발자국(불족)을 남기던 시대였습니다. 우리나라에 불상이 전해진 것은 훨씬 뒤의 일입니다. 가야불교는 금관가야 초창기 왕과 귀족들에겐 전래됐지만 일반 백성이 수용하는 데는 신라에서 보듯 토착신앙과의 갈등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 가야불교가 공인된 것은 왕후사 창건인 452년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파사석탑, 정말 물 건너온 것 맞나. “가야불교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좌입니다.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스님은 파사석탑에 대해 ‘4각형의 5층 석탑이며, 붉은색을 미세하게 띠었다.’고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마 직접 보신듯합니다. 석탑의 재질이 이 땅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고 일연 스님이 서술하였습니다. 이에 김해시 차원에서 지질학자 박맹언 부경대 교수에 의뢰해 2017년 분석한 결과 재질 학명이 ‘탄산염 각력암’이라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없는 돌이고, 강원도 정선, 양양, 영월에서 나지만 이 파사석탑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파사석탑의 돌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파사석탑, 인도 전래 가야불교의 강력한 증좌일연 스님 직접 본듯 구체 묘사… 현재와 달라석탑 재질 분석 결과 한국서 생산되는 돌 아냐”- 현재의 파사석탑, 일연 스님의 묘사와 너무 다르다. “일연 스님은 5층이고, 4면으로 모가 났다고 했는데 현재는 둥글넓적한 돌 몇 개를 쌓은 것처럼 보이지요. 그것이 이 탑의 재질이 물러 세월에 의해 많이 마모됐을 겁니다. 이 탑의 다른 이름이 바닷바람을 제압했다는 진풍탑(鎭風塔)입니다. 이런 연유로 과거 뱃사람들이 바다에 나가기 전에 이 돌을 가져가면 풍랑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돌을 조금씩 떼어갔다고 전합니다. 파사석탑의 가치를 더 일찍 알아보고 보존했더라면 원래 형태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훼손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현재 6층으로 보이지만 제일 위의 돌은 탑두였을 겁니다. 제일 아래층에 있는 가장 큰 돌을 보면 돌을 파서 조각한 흔적들이 역력하게 보입니다.” - 파사석탑이 현재 허황옥 무덤 옆에 있다. “파사석탑은 조선시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나옵니다. 단지 삼국유사와 같은 호계사가 아니라 호계변(邊) 즉 호계라는 계천의 가에 있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1873년 절이 폐사되자 김해부사 정현석이 허황후릉 근처로 옮겼다고 합니다. 현대에 들어 이를 영구보존하기 위해 1993년 5월 현재의 자리에 옮기고 비각을 세웠습니다. 이를 보면 호계사에 있던 파사석탑이 허황후릉까지 이전한 과정은 잘 전해지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허황옥에 대해 ‘허왕후’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왕조시대에 살았던 일연 스님은 분명히 ‘허황후’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더 필요한 대목입니다.” “일명 진풍탑…선원들 고기잡이갈 때 탑 떼어가석탑 원형 훼손 가속화 … 조각 흔적도 역력해석탑, 배 균형잡기?… 해체해보니 사리공도 발견사리는 사라져… 누구 사리함일지 관심도 증폭”- 파사석탑의 용도는. “허황옥 일행이 바다를 건너올 때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한 벨로스터가 아니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단지 배의 균형만을 잡기 위해서라면 탑을 실을 것이 아니라 모래나 다른 물건으로 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파사석탑이 같이 온 것은 이유는 종교를 전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파사석탑을 해체한 결과 그 가운데 사리함을 보관하는 사리공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게 누구의 사리를 담고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지금 사리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또 탑신을 고정하기 위한 지지대를 받친 구멍도 발견됐습니다.” “가야불교 사라진 이유?… 패자의 역사는 말살패전국 역사 조작못해… 사실만 남았을 것 추정” - 그런데 왜 가야불교, 역사에서 사라졌나. “500년간 존속한 가야가 재조명되는 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하물며 멸망한 나라의 종교와 문화는 꼭꼭 파묻히는 법이지요. 정복자 입장에서는 부흥운동, 즉 반란이라도 일어날까 싶어서 철저히 말살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문헌적으로 보면 일연 스님은 가야역사를 가락국기를 모본으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삼국유사가 기록되기 이전에 이미 가야불교가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승자의 역사 기록은 조작이나 과장이 가능할 수 있지만 약자, 패전국의 역사는 조작될 수 없잖아요. 정확한 사실만 남아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몇 줄 안 되는 가야의 기록이 더욱 중요하고 정확하다고 확신합니다. 이런 면에서 김부식(1075~1151)이 삼국사기(국보 322-1호)에서 가야사를 배제한 것은 아쉽습니다.”- 허황후의 오빠 장유 화상은 삼국유사에 안 나온다. “장유 화상(長遊和尙)이 허황후의 오빠이며, 허황옥과 같이 아유타국에서 건너왔다는 이야기는 장유 화상의 부도탑에 나옵니다. 현존하는 이 부도탑은 고려말 또는 조선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합니다. 후대에 이 사리탑을 다시 만들 때,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으니 넣어 쓴 것이지, 없다면 망한 왕조에 몸담은 해외 출신 승려 이야기를 지어 넣었겠습니까. 그리고 남해안에는 장유 화상과 관련된 연기(緣起) 사찰이 많습니다. 수로왕의 일곱 왕자와 장유 화상이 성불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지리산 반야봉 칠불사 등이 대표적이죠.” - 연기 사찰의 특징은. “연기사찰들은 대체로 서쪽으로 바라봅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인도를 향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족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밀양시 삼랑진에 있는 부은사, 김해 무척산에 있는 모은암, 김해 봉하산에 있는 자암처럼 가족중심적입니다. 또 여기 김해에서부터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 이르기까지 연기 사찰이 이어집니다. 이는 당시 장유 화상 일행이 지나가면서 묵었거나 수행한 곳이 나중에 사찰로 조성됐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절에 가보면 당시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2000여년 동안 전란 등으로 소실되어 다시 짓고, 불교의 시대흐름에 의해 전파된 원형의 불교와 인도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그래도 일부 사찰에서는 요니와 링가로 가야불교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습니다.” “인도 전래설 뒷받침 연기 사찰… 인도쪽 바라봐부은사, 모은암, 자암처럼 가족 중심적인도 특징일부 사찰 남근석·여근석인 요니·링가 흔적도 전해허황옥 초야 치른 흥국사 미륵전에 거대 남근석도”- 사찰에 어떻게 요니와 링가, 그것은 음양이 아닌가. “김해 지역의 오래된 사찰인 장유사, 부은사, 모은암, 해은사 등에서는 요니와 링가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경내에 맷돌 모양의 석물이 그것이지요. 힌두교 남신인 시바 신과 그의 아내이자 여신 삭티의 상징인 요니와 링가는 어찌 보면 남근석과 여근석과 같은 음양의 조화를 의미합니다. 사찰에서의 요니와 링가는 불교에 영향을 준 힌두교의 요소여서 사실 초기 불교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바는 나중에 불교에 수용되어 대자재천(大自在天)으로도 등장합니다. 실제로 허황옥이 초야를 치러 부부의 연을 맺은 장소에 세워진 흥국사(과거 이름은 명월사) 미륵전에는 거대한 남근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흥국사는 수로왕이 창건했다고 전합니다만…. 밀양 부은사에 있는 요니는 파사석탑과 같은 재질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아직 분석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요니는 자녀를 원하는 이들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합니다.”- 아유타국이 정말 인도를 가리킬까. “허황옥은 자신을 아유타국 공주라고 했는데, 범어 Ayodhya의 음역으로 봅니다. 아요디야는 인도 여러 지역에 나오는 이름이지만, 쿠샨 왕조가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인도 중부로 추정됩니다. 수로왕릉의 무덤인 납릉 정문에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신어 문양이 나옵니다. 탑 위로는 코끼리의 코 부분이 보이는데, 탑이나 코끼리 코를 후대에서 약간 잘못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물고기는 아요디아 지방에선 신앙의 상징이라 합니다. 수로왕릉의 숭선전비(崇善殿碑) 윗부분인 비두에 조각된 태양 문양은 수로왕릉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유타국의 불교문화와 흡사한 것으로, 태양 왕조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신어가 있는 납릉정문이나 태양 문양의 비석은 고대의 것이 아닌 조선시대에 새로 만든 것입니다만 훼손되고 마모된 문양들을 새로운 묘비를 조성하면서 되살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엄격한 유교가 지배하던 시절, 없는 것을 만들어 넣은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문양을 다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공주는 불법을 전파하러 온 것이 아닐지 몰라도, 문화의 전파자로서는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가야불교의 의미?… 남·북방 문화 융복합 과정 재조명가야 500년 존속 … 서로 인정하는 화쟁사상 곱씹어야”- 가야불교가 현대에 주는 의미는. “가야불교는 한국에 불교 전래를 300년가량 앞당긴다는 의미, 한반도 최초라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특히 우리 문화가 오로지 북방에서 중국에서 전래했다는 사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연 스님도 안 써도 그만이었을 허황후 이야기를 남긴 것은 문화적 중화사상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인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북방계 뿐아니라 남방계도 많이 섞여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좀 더 해양문화를 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가 있고, 이들 문화는 융복합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합니다. 가야가 500년 이상 존속했던 것도 서로를 인정하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화쟁(和諍)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다문화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도 한 번쯤 곱씹어 봤으면 합니다.” 글·사진 김해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버드나무/이용악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버드나무/이용악

    버드나무 / 이용악 누나랑 누이랑뽕 오디 따러 다니던 길가엔이쁜 아가씨 목을 맨 버드나무 백년 기대리는 구렝이 숨었다는 버드나무엔하루살이도 호랑나비도 들어만 가면다시 나올 상 싶잖은검은 구멍이 입 벌리고 있었건만 북으로 가는 남도치들이산길을 바라보고선 그만 맥을 버리고코올콜 낮잠 자던 버드나무 그늘 사시사철 하얗게 보이는머언 봉우리 구름을 부르고마을선평화로운 듯 밤마다 등불을 밝혔다 - 함경도라는 말보다 북관이란 말을 좋아한다. 북관이라고 말하면 키가 크고 광대뼈가 불끈 솟은 남정네들 생각이 난다. 두만강 건너 대륙으로 이어지는 초원의 향기도 난다. 내 남은 꿈은 북관까지 도보 여행을 하는 일이다. 해남 땅끝에서 걷기 시작해 반도를 종단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짚신 두 축을 메고 걷다가 해가 지면 마을의 느티나무 밑에 천막을 치고 별을 보다 잠이 들 것이다. 이용악은 북관 사내다. 일제강점기, 북으로 가는 남도치들이 길 걷다 버드나무 아래 잠드는 모습이 그에겐 안쓰러웠겠지만 내겐 꿈결처럼 느껴진다. 곽재구 시인
  • 송유관 기름 도둑 꼼짝마!

    대한송유관공사(DOPCO)가 송유관 기름 도둑을 잡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대한송유관공사는 9일 도유(盜油)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감지시스템 고도화, 인력 감시체계 확충, 관계기관 협력 강화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유관은 주요 고속도로 아래 1.5m 깊이로 매설돼 있으며, 전국에 깔린 송유관의 총 길이는 1200㎞에 달한다. 송유관 기름 절도는 폐업한 주유소나 배관 공사 현장, 고속도로 주변 등에서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경주의 한 모텔 지하주차장 아래에 매설된 송유관에 구멍을 내고 무려 70억원 상당의 석유를 훔친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먼저 송유관공사는 누유감지시스템(d-POLIS)을 자체 개발했다. 누군가 송유관을 통해 기름 절취를 시도할 때 유량, 압력, 온도, 비중이 변화하는 것을 감지해 범행을 잡아내는 방식이다. 공사 관계자는 “송유관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정보를 24시간 전송하고, 도유 위치와 양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송유관공사는 현행 1억원인 도유 신고 포상금을 더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밖에 중앙통제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방 경찰청, 주유소협회 등과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사설] 가정의달에 참담해지는 가정 해체의 그늘

    가정의달이라는 5월의 이름이 무색해지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어린이날인 어제 경기도 시흥에서는 30대 부부와 네 살, 두 살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이 닫힌 차량 안에서 번개탄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가족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의붓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결국 그 손에 짧은 생을 마감한 열두 살 소녀가 세상을 비통하게 했다. 겨우 중학교 1학년이었던 소녀는 계부의 성적 학대와 친부의 폭행에 시달리며 마음 둘 데가 없었다. 어린 마음에 마지막 순간까지 믿었을 친모마저 계부의 손에 무참히 보복살인을 당하도록 방관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었다 한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이렇게 황폐한 모습으로 전락해서 되는 것인지 위기감이 든다. 소녀의 죽음은 그저 끔찍한 사고로 덮고 지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초라한 민낯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어린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 조치했는지,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매뉴얼을 소극적으로 따른 결과였든 매뉴얼 자체가 문제였든 사후약방문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될 뿐 참담함을 털기 어렵다. 경제위기와 이혼, 가정폭력 등 여러 요인으로 가정 해체는 가속화하고 있다. 가족윤리가 바닥에 떨어져 패륜 범죄들이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으로 떠오른다. 해마다 돌아오는 가정의달에 우리는 해마다 똑같은 걱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지경에 이르러도, 열두 살 소녀가 친부에게 폭행당하고 계부와 친모 손에서 버려져 아동보호기관에 팽개쳐졌을 때마저 사회는 보호의 손길을 주지 못했다. 건강한 가정 없이 건강한 사회는 있을 수 없다. 사회안전망의 어느 부분에 구멍이 뚫렸기에 제때 작동하지 못하고 참극이 방치되는지 근본적 점검이 절실한 때다.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애달픈 국민 위로한 변사, 문화재로 등록 않으면 크나큰 문화 상실”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애달픈 국민 위로한 변사, 문화재로 등록 않으면 크나큰 문화 상실”

    마지막 ‘변사’ 생활 30년 최영준이 말하는 ‘목소리 마술사’“인간문화재 등록요? 좋죠! 무성영화 변사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로 인정받고 계승 발전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면 더 없이 반가운 일이죠. 나라잃은 설움에 가득찬 식민지 백성을 통곡하게 하고 목놓아 아리랑을 노래하며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과 변사는 우리의 아픈 역사 속에서 찬란히 빛을 발했던 문화적 횃불입니다. 변사의 역사가 짧다고요? 제가 마지막 변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30여년 전 무성영화가 단 한편밖에 남지 않던 시절 사명감 하나로 사재를 털어 변사공연을 이어왔습니. 100년 전통을 가진 무성영화와 변사를 하찮게 여겨 이 시대에 소멸시킨다면 크나큰 문화상실이자 후손에게 잘못이 될 것입니다.”변사, 일제시대 탄생한 광대… 무성영화, 관객에 전달애달픈 대사에 심금 올리는 목소리… 관객 울리고 웃겨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동영상을 만들 수 있고, 영화관에 들어서면 선명한 고화질 화면에 서라운드 음향이 펼쳐지는 디지털시대다. 이런 와중에 무성영화를 해설하고 연기하고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변사(辯士)가 아직도 활동한다는 사실에 반가움이 끓어올랐다. 호기심으로 수소문한 최영준씨. 자신을 광대(廣大)라고 부르는 그는 한국에서는 유일한 ‘목소리 마술사’라는 변사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한국영화 백년사에서 빠질 수 없는 무성영화 변사. 애달픈 스토리에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세파에 시달린 관객을 웃겼다 울리는 변사. 그러나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변사가 전국을 다니며 전성기를 누리듯 공연을 이어 간다니 그의 애환과 비결을 듣고 싶었다. 지난 3일 최영준씨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광대의 나이는 늘 철없는 열 살”이라며 굳이 나이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30여년전 우연히 본 ‘검사와 여선생’에 꽂혀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 제작해 변사로 나서새로운 장르여서 ‘무성영화 변사극’이라 명명”- 변사극에 빠지게 된 계기는. “30여 년 전, 모노드라마 1인극 연극배우로, 인천에서 ‘약장수’, ‘팔불출’을 직접 제작하고 출연해 서울로 진출하였죠. 그 당시 연극의 중심이었던 이대입구 소극장에서 한 작품 당 2년씩, 장장 4년간 장기공연을 마치고 차기작품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5년 전에 작고하신 변사 신출 선생의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을 보게 됐어요. 무성영화와 변사를 보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죠. 제 눈에는 변사가 1인극 배우로, 무성영화는 훌륭한 무대장치로 보였던 겁니다.” 이걸 꼭 해야겠다 마음먹고 그 시절의 다른 흑백무성영화가 또 있는지 찾았다. 당시 한국에 ‘검사와 여선생’ 외에는 무성영화가 단 한편도 없었던 상황. 신파극으로 유명한 ‘이수일과 심순애’를 무성영화로 직접 제작해서 변사로 나섰다. 그때가 1986년. 그 때부터 전국 순회공연과 미국 공연도 갔다. 장르에 대한 구분이 필요해서 그는 직접 장르 이름을 ‘무성영화 변사극’이라고 붙였다. - 무성영화 변사극이란 뭔가요.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시대를 주도하는 문화가 있다면 시대를 역행하는 문화도 있어야 합니다. 무성영화 변사극은 우리나라 식민지 시절의 아픈 역사 속에서 위로 받고 싶었던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신파극, 악극, 그 시절 대중가요, 흑백 무성영화, 그리고 변사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이 시대의 관객과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는 마당극이라는 그릇에 담았습니다. 저의 연출기법이죠. 장르의 융합이랄까, 하이브리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요. 각기 독립된 장르의 장점을 섞어놓은 비빔밥 같은 장르이니 그 이름을 새롭게 붙인겁니다.” -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변사 연기에 도움이 되나. “한 우물만 파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죠.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시기에, 저는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살아 왔죠. 극단의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서 연극배우, 연출, 시나리오 작가, 영화배우, 작사, 작곡, 가수, 개그맨…, 라디오 DJ도 재작년까지 25년간 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 ‘한국을 빛낸 백명의 위인들’을 부른 가수가 바로 접니다. 글쓰기, 연기, 연출, 노래, 작사, 작곡…. 발표한 음반도 열장이 넘습니다. 음반 한 장에 제가 만든 신곡이 평균 10곡이니 거의 미친 듯이 열정을 쏟아 붓는거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말이 쉽지 완전히 맨땅에 헤딩 하는거죠. 전사의 심장으로, 독학으로, 가시밭길을 헤쳐 가는 겁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저의 학습이고 노하우를 터득하는 방법입니다. 파란만장한 제인생의 이런 모든 것이 자양분이 되어 ‘1인36역’의 변사를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변사극 매력?…관객과 소통, 무성영화와 호흡마당놀이 형식… 관객 호응 일본 영화사도 놀라주 관객은 노령층… 노인 증가에도 콘텐츠 부족”- 무성영화 변사극의 매력은 무엇인가. “관객과 대화하고 함께 얼싸안고 울고 웃는, 접촉을 통한 소통입니다.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 무성영화와 변사의 환상적인 호흡인거죠. 변사의 연기술과 웃음을 주는 애드립은 젊은 관객도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르신을 위한 공연입니다. 또한 마당놀이 형식을 도입해서 관객의 적극 참여를 유도합니다. 지난 2월에 일본 마츠다 영화사를 방문하였는데 무성영화 1000편을 보유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변사는 5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지만 대중의 주목도가 떨어져 정부의 지원사업에 의지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제 공연 영상을 보더니 어떻게 이렇게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지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9월에 초청공연을 갖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일본의 무성영화 상영이 역사적인 콘텐츠의 재연이라면, 저의 무성영화 변사극은 변사와 관객이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공연입니다. 제가 이렇게 지극히 한국적으로 변사극을 만들고 틀을 잡아 놓으면 후대에 누군가에게는 초석이 되고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문화 영역이 더욱 확장되는 것이죠.” - 변사극 공연, 지방에서 많이 하던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서울 보다 지방이 문화 소외지역이라고 해서 그쪽 문화단체나 지자체에서 많이 초청을 해줍니다. 이게 아날로그 콘텐츠이다 보니 관객층은 주로 저를 알아봐 주시는 어르신들이죠. 그런데, 사실 진짜 문화소외 지역민은 서울에 사는 어르신들이예요. 노인을 위한 구경거리가 없다면서 어쩌다 변사공연을 보시고는 ‘자주 보고 싶다, 많이 아쉽다’고 하시더군요. 우리나라도 노인 인구가 많아지지만 즐길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잖아요. 앞으로 방방곡곡 더 많은 공연으로 노인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좋은 일이고,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시간 넘게 계속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썼다는 미발표곡 ‘목포항’도 불렀고, 조금 뒤에는 ‘목포의 눈물’도 구성진 가락으로 읊조렸다. 아이들 같은 목소리로 동요도 여러차례 불렀다. 물론 변사의 역할을 소개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영화와 유독 인연이 깊다고 했다. 연극배우 시절 극장 개봉영화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랏쉬’에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개그맨 데뷰 후에는 어린이 영화 십여편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어린이 영화 시나리오 두 편을 썼는데요, 한 편은 지난달에 경주에서 촬영을 마쳤고요, 또 한 편은 8월에 제주도에서 촬영할 예정입니다. 배우들의 대사는 전부 제주도 사투리입니다. 영화음악도 제가 다 작사 작곡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년이 되는 해이다. “변사 배우러 오면 말려…엄청 노력에도 돈은 안 돼그래도 배우겠다면 1인극 ‘팔불출’ 공연하라면 안 와10년 노력해야 제대로 된 변사… ‘노랑목’ 나와야 해”- 변사, 하고 싶다는 사람이 혹시 있나. “가끔씩 찾아옵니다만 제가 말리죠. ‘변사극 쉽지 않다. 떼돈 버는것도 아닌데 노력은 엄청 많이 필요하다.’ 그래도 변사를 해보겠다고 하면 제가 30년 전에 공연했던 모노드라마 ‘팔불출’의 대본과 동영상을 주면서 ‘이 작품, 한번 공연하고 오라’고 합니다. 90분 동안 혼자 공연한 작품이거든요. 그러면 다 기겁을 하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더군요. 변사가 되려면 어느 정도 나이도 있고 타고난 재능에 연기가 익어야 합니다. 부단히 노력해서 한 10년은 해야 제대로 된 변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랑목이 나와야합니다. 변사 연기의 신의 한수는 노랑목입니다.” - 노랑목?, 이게 뭔가요. “이게 뭐냐하면요, 이난영 선생의 ‘목포의 눈물’을 가만히 들어보시, 모기소리처럼 들릴 듯 말 듯 아주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이 소리가 애달프면서도 심금을 울립니다. 발성이 달라요. 노랑목 연습은 입을 작게 벌리고, 귓가에 속삭이듯 노래하고 말합니다. 그러자면 목구멍을 딱 막아야 합니다. 보통은 목을 열고 말하는데 이건 목구멍을 닫아야 해요. 그래야 비성, 두성 가성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됩니다. 변사는 흘러간 옛 노래도 불러야 되고, 모든 배역의 목소리를 연기해야 하는데, 특히 남자 변사가 여자 주인공 목소리를 예쁘게 구사해야 합니다. 노랑목이 가능해지면 실제 여성보다 더 여성스런 목소리, 변성기 이전의 어린아이 같은 예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랜 연습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 언제부터 이런 엔터테이너 소질을 보였나. “제가 어릴 때부터 연극을 시작할 무렵인 20대 중반까지는 내성적이고 말도 없었습니다. 남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연극판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죠. 고등학교 다닐 때 잠깐 연극부에서 활동을 했지만, 처음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할 때 연기는 모르고 자의식은 강해서 많이 힘들었죠. 더구나 대학을 조선공학과에 입학했는데 적성이 맞지 않아서 1년 다니다 그만두었으니, 전공이 완전 다른 연극 문외한 이었죠. 그래도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당시에 최고의 연극배우 이호재씨를 롤모델로 삼았어요. 그때 마침 그 분이 1인극 약장수를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공연했는데, 그 배우의 ‘약장수’ 대사를 전부 몰래 녹음해서 숨구멍은 어디인지, 억양은 어떻게 하는지, 소리는 어떻게 내는지 연구하고 따라했습니다. 그의 공연을 매일 봤고, 그의 대사를 전부 외웠습니다. 그 명배우의 모든 것을 그대로 벤치마킹 한 셈이죠. 그러다가 결국 제가 살던 인천에서 소극장을 만들어서 개관 기념공연으로 최영준 모노드라마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때가 20대 후반이었습니다. ‘약장수’에 이어서 ‘팔불출’을 했는데, 한 작품을 2년씩 하루 두번 계속 공연하니 그 작품에 대해서는 도가 트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서울 서대문 푸른극장에 있는 공연기획사인 ‘태멘’으로 스카우트되어 모노드라마를 푸른극장 지하 말뚝이 소극장에서 계속 했습니다.” - 모노드라마 당시 반응은. “처음 인천에서 할 때는 객석이 텅 비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관객 없이 연습도 하는데 …. 연기 공부를 한다’ 하는 심정으로 독하게 계속하니 나중에는 입소문이 나서 극장이 미어터졌습니다. 그래서 한달에 400만원 줄테니 서울의 말뚝이 소극장에서 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서울로 진출했던 거죠. 당시 선배들이 저를 두고 ‘너같은 어린 놈이 무슨 일인극이야. 일인극은 베테랑들이 하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형, 나이 먹으면 힘이 없어서, 체력이 딸려서 못하는 게 일인극이예요’라고 받아치면 선배들이 저보고 ‘저런, 당돌한 녀석’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 “연극배우 이호재가 롤모델…대사 몰래 녹음해 연습고 강계식 선생의 한마디 충고가 신의 계시처럼 꽂혀‘희극 배우는 웃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울릴 줄 알아야’전유성도 고마운 사람… 인맥 동원해 영화도 만들어줘”- 그래도 격려해준 선배는 없었나.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민재 형이 약장수 공연 당시에 연출을 봐 주셨는데, 저의 연기 개인지도 교사였죠. 연기에 눈을 뜨게 해주신 은인이죠. 변사를 체계적으로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습니다만 강계식, 고설봉 두 분이 생각납니다. 영화계에선 이향, 이런 분들과 신파극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80년대 초반이니 당시 이분들이 70대를 넘겼거나 80대에 가까웠습니다. 이분들이 신파시대의 마지막 세대예요. 제가 빨리 같이 작업하지 않으면 이분들이 갖고 있는 신파극의 유산을 놓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연기도 연출도 같이 하면서 그분들하고 여러 작품 신파극을 만들면서 ‘이건 뭐예요’, ‘저건 뭡니까’하면서 많이 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강계식 선생이 저보고 ‘여보게 미스터 최, 자넨 말이야, 희극배우야. 희극을 전문으로 연기를 하라는 거야. 근데, 희극배우는 웃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을 울릴 줄도 알아야 돼.’라고 하신 말씀이 신의 계시처럼 제게 팍 꽂혔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하염없이 웃기다가 끝에는 관객을 반드시 울립니다. 슬픔으로 끝나야 그게 예술적이라는 거죠. 카타르시스도 있고. 그 당시 신파극에 대한 것을 많이 배우고 터득했죠. 또 한분은 개그맨 전유성씨예요. 어느 날, 저의 무성영화 변사극 계획을 들으시더니 감독을 맡아 주시고 당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영화도 그럴듯하게 만들어 주시고 제가 변사로 나설수 있도록 해주신 결정적인 귀인이자 은인이죠.” - 우리나라에 변사극 레퍼토리가 많나. 무성영화가 있으면 변사극이 가능한가. “무성영화라고 해서 다 변사극이 될 수는 없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는 변사가 없어도 상영할 수 있습니다. 변사의 개입이 필요 없는 그 자체로도 완벽한 영화입니다. 변사극의 무성영화는 반드시 변사가 개입해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예컨대 ‘검사와 여선생’을 변사 없이 무성영화로만 상영한다면 이상하고 싱거운 상황이 될 것입니다. 변사는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합니다. 변사의 능력이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변사극의 핵심입니다. 현재 저의 변사극 레퍼토리는 세편입니다. 1948년작 ‘검사와 여선생(감독 윤대룡) 1986년작 ‘이수일과 심순애’(감독 전유성), 2002년작 ‘나운규의 아리랑’(감독 이두용) 입니다.” - 남기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올해안에 신파극 ‘홍도야 우지마라’를 제가 무성영화로 제작, 감독할 예정입니다. 이수일과 심순애 무성영화에서 시도했던 여러 가지 장치들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경우 예를 들면, 변사가 영화속 배우들의 싸움을 말린다. 영화 속 김중배 얼굴에 두루말이 화장지를 던진다. 이수일이 돈을 뿌리는 장면에서 변사도 같은 동작으로 돈을 뿌린다… 등등. ‘홍도야 우지마라’에서는 변사가 영화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쁜놈을 때려주고 화면 밖으로 나오고, 비맞는 영화 속의 홍도에게 변사가 우산을 건네주고, 화면 속 홍도의 편지를 변사가 받아서 홍도 남편에게 건네주는 등의 가상현실 같은 장치를 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애수를 자아내는 장면을 그대로 살려낼 겁니다.” “올해 신파극 ‘홍도야 우지마라’ 무성영화 제작 예정제작비 구애없이 다음 세대 위해 작품 남기는 게 할일언젠가 무성영화 박물관 설립하고 변사 양성하고 싶어”- 무성영화 제작에 큰 돈이 들텐데 제작비 조달은 어떻게 하나. “1억원정도 예상하는데, 변사극 공연으로 벌어서 영화 제작할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작비용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손익 분기점이 올 때까지 계속 울궈 먹을수 있으니 그렇게 무식한 투자라고 생각하진 않는거죠. 많은 분들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고요. 다음 세대, 후학들을 위해 제가 살아있는 동안 여러 작품을 남겨놓는 것이 이 시대 마지막 변사로서의 할 일이죠.”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10년 전, 2009년에 미국 LA에서 공연기획을 하는 이광진씨 초청으로 미국 서부지역 한국교민들을 위해 순회공연을 떠났어요. 서울 촌놈이 샌디에고, 오렌지카운티, LA,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태평양을 따라 죽 거슬러 올라갔죠. 가는 곳마다 대성황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미국에서도 오지라는 알래스카에서 공연을 마치고, 공연장 출입구에 서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며 관객 배웅을 하는데,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한분이 제 손을 꼭 잡으면서 20달러를 차비에 보태 쓰라고 주시는 거예요. ‘마음만 받겠다’고 해도 한사코 주시면서 ‘나, 집에 가고 싶어. 한국에 가고 싶어….’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가시던 그 할머니의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분들에게는 저의 공연이 고국의 추억이며, 그리움이었던 거죠.”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살 무렵 서울로 왔단다. 함경도가 고향인 부모님이 한국전쟁 통에 부산으로 피난 내려온 것이었다. 서울에선 휘문중고를 다니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가세가 기울어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했다. 대학을 그만두는 바람에 배워야 한다며, 지금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 그는 늘 학생의 정신으로 살아간다. “언젠가는, 때가 되면 무성영화 박물관을 만들어 전 세계의 무성영화를 수집, 보관, 상영하고 변사학교를 만들어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변사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물론 무성영화 제작도 계속할 겁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서 등산 중이던 남성 분화구로 추락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서 등산 중이던 남성 분화구로 추락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하와이섬 빅아일랜드의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등산을 하던 30대 남성이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CNN과 ABC뉴스 등 현지언론은 이날 저녁 6시 30분쯤 킬라우에아 화산을 방문한 32세 남성이 분화구를 자세히 보기 위해 난간을 넘었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벤 헤이스 공원대변인은 “이 남성이 스티밍 블러프(Steaming Bluff, 화산지대 틈 사이로 증기가 새어나오는 곳)에 있던 난간을 넘었다가 100m 깊이의 킬라우에아 분화구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당국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에 야간이라 시야가 제한돼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남성은 추락 3시간 만인 9시 40분쯤 분화구에서 구조됐다. 다행히 이 남성은 분화구 바닥까지 추락하지 않고 20m 아래 절벽 난간으로 떨어지면서 목숨을 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뜨거운 열기에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해발 1,222m의 화산으로 세계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한 활화산이다. 지난해 5월 초 최대 규모 6.9의 강진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수영장 10만 개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양의 용암이 흘러내려 주요 간선도로가 끊기고 7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 3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총 2365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폐쇄됐던 공원은 9월 분화 활동이 멈추면서 재개장했으나 근 200년 만에 가장 활발했던 화산 활동으로 킬라우에아 분화구 직경이 1.6km까지 넓어졌다. 현재 킬라우에아 화산은 활동을 멈추고 안전 등급으로 분류됐지만 여전히 활화산으로서 언젠가 폭발할 여지가 남아있다. 벤 헤이스 대변인은 “일주일 전에도 주인과 함께 공원을 방문한 강아지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티밍 블러프에서 헤매다가 중상을 입었다”면서 “이 강아지는 뜨거운 열 때문에 화상을 입었으며 콧구멍에서 피가 났다”고 밝혔다. 그는 “화산은 여전히 위험하며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방문객들은 절벽 가장자리 주변에 둘러져 있는 난간을 절대로 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미 당국은 분화구로 추락한 남성이 공원관리인들의 안전 권고를 무시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포토] 제주 해안에 밀려든 ‘파래와의 전쟁’

    [포토] 제주 해안에 밀려든 ‘파래와의 전쟁’

    3일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에서 도의원들과, 의회관계자, 주민, 해병대 장병 등 120여명이 구멍갈파래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 동부 해안에는 매년 수온이 따뜻해지는 4월~8월쯤 구멍갈파래가 밀려들어 미관 저해와 함께 악취까지 내뿜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019.5.3 연합뉴스
  • 눈 3개 달린 돌연변이 뱀 발견…”쌍둥이 흡수 가능성”

    눈 3개 달린 돌연변이 뱀 발견…”쌍둥이 흡수 가능성”

    호주 북부의 한 고속도로에서 눈 세 개 달린 뱀이 발견됐지만 얼마 안 가 폐사했다. BBC는 2일(현지시간) 호주 안헴 고속도로 ‘험프티 두’ 구간에서 공원 관리인들이 눈이 세 개 달린 뱀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공원 관리인 레이 채토는 “뱀은 지난 3월 말 발견됐으며, 생후 3개월로 추정됐다. 길이 40cm에 3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어린 뱀은 눈의 기형 때문에 먹이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면서 “죽기 직전까지도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밝혔다. 호주 야생동물보호국은 뱀의 머리가 두 개인 것은 아닌지 엑스레이 촬영을 실시했으나 단지 선천적 기형으로 태어날 때부터 눈이 세 개였던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보호국 관계자는 “뱀은 눈구멍이 하나가 더 있었고 안구 3개가 모두 기능하고 있었다”면서 “환경적 요인 때문에 후천적으로 눈이 세 개가 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틀림없이 선천적인 기형”이라고 밝혔다.뱀 전문가인 퀸즐랜드대학의 브라이언 프라이 교수는 이 뱀이 쌍둥이 가운데 약한 개체를 흡수하면서 눈이 세 개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프라이 교수는 “모든 새끼는 일정 정도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 뱀이 특히나 기형이 심한 것일 뿐”이라면서 “돌연변이는 진화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눈 세 개 달린 뱀은 처음 보지만, 학교 연구실에는 머리가 두 개 달린 뱀이 있다. 샴쌍둥이와는 또 다른 종류의 돌연변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견된 뱀은 호주 전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융단비단뱀(얼룩뱀) 종이다. 융단비단뱀은 길이가 3m까지 자라며 개구리나 도마뱀, 새, 작은 포유류를 먹고 산다. 현재 뱀의 사체는 호주 다윈에 위치한 연구소에 보관돼 있다. 사진=호주 야생동물보호국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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