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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균열 아카이브즈

    [2020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균열 아카이브즈

    목캔디가 담긴 플라스틱 상자 겉에는 다른 관객들을 위해 두 개 이상은 가지고 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공연장 로비 내의 누구도 그 경고문을 신경 쓰지 않았다. 마른 남자가 플라스틱 상자에 팔을 욱여넣고 한줌 크게 쥐었다. 왁스를 먹인 캔디의 껍질에서는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살라는 저것들을 협찬해준 사측의 직원을 만나본 적이 있다. 여자는 성마르게 생겼지만 웃을 때는 잇몸이 모두 보이도록 입을 벌렸다. 여자의 치아는 살라가 여자를 만날 때마다 점점 미묘하게 비뚤어졌기 때문에, 그녀는 여자가 치아교정을 했었고 지금은 유지 장치도 제대로 끼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자에게는 종종 불소 냄새가 났다. 여자의 가방은 치과에 다녀온 날이면 평소보다 무거워 보였다. 이른 아침의 기상일보는 오늘이 겨울 들어 가장 춥고 눈 내리는 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살라는 문득 그녀가 집의 수도꼭지를 너무 꽉 조이고 나왔음을 깨달았다. 동파되고 말 거야. 살라가 당황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공연장 내부는 점차 소란스러워졌다. 로비 안에 들어온 관객의 수보다 그들의 발자국이 더 많았다. 입구부터 길게 깔아 놓은 붉은색의 카펫도 눈 젖은 발자국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 오자, 관객들이 어셔에게 그들의 겉옷과 소지품을 맡기기 시작했고 근처에 두꺼운 프로그램 북을 사기 위한 줄이 세워졌다. 아이들은 프로그램 북으로 서로의 머리를 가격하고 놀았다. 관객 몇몇은 공연장 입구 옆에 위치한 음반 가게에서 미리 음악을 들어 보기도 했다. 어떤 관객은 다른 독주회를 중계해주는 모니터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러나 살라는 알고 있었다. 오늘 이 시간의 관객들은 저런 독주회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 저들은 카라얀을 보러 왔다. 카라얀이 마지막으로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였기 때문에 티켓 값은 끔찍할 정도로 비쌌다. 모든 좌석이 매진되었기 때문에 티켓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공연을 생중계해주는 모니터라도 차지하기 위해 집을 나섰을 것이다. 살라가 그녀의 발치를 맴도는 남아를 보호자에게 보내고 나니 독주회 홀에서 관객들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오케스트라 홀의 문이 열렸고 어셔들이 재빨리 줄을 정리했다. 홀의 내부는 조금 어두웠다. 남자들이 여자보다 앞서 걸음을 재촉했다. 홀에는 남자인 네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 그곳은 어둡기 때문이야. 그들은 그렇게 배웠을 것이다. 살라가 아는 어셔와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뭔가 쏟아지고 엎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라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소음의 근원지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목캔디를 담은 박스가 엎어져 모조리 쏟아져 있었다. 무리하게 까치발을 들어 팔을 집어넣었던 것이 분명한 아이가 빨개진 얼굴로 울기 시작했다. 아이는 두꺼운 바지를 입었다. 바닥에 엎어진 무릎이 아픈 게 아니었다. 바닥에 미끄러진 것을 부끄러워할 나이였다. 아이의 보호자가 아이를 안아 달랬다. 살라는 목캔디를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이런 상황을 정확히 교육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살라의 상식으로도 잘 벗겨지는, 왁스를 먹인 공연장용 목캔디가 구정물이 묻은 바닥에 굴러다닌다면, 그것은 절대 주워 담아서는 안 되는 물건이 되어버린다. 사정이 어떻게 되었든 입장은 멈추지 않았다. 상황을 전해 들은 청소부가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하기 삼십분 전이었다. * 살라가 홀 뒤편인 음향조절시설로 들어갔을 때는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였다. 붉은 의자에 앉은 관객들은 헛기침을 하거나 돌아다니는 아이를 붙잡아 앉혔다. 헤드셋을 쓴 관리자들이 음향시설을 조절했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저마다 악기를 만지작거렸다. 요란하게 울리는 금관악기 소리와 낮게 웅성이는 관객들의 목소리는 돌림노래처럼 이어졌다. 서로 알은체하며 악수하는 관객 두세 명이 크게 웃었다. 난 악기 조율소리가 제일 좋더라. 관객들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었다. 살라는 잠시 관객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장 익숙한 버튼을 눌렀다. 살라가 버튼을 누름으로써 그녀의 월급에 작은 수당이 더해질 수 있다. 그것은 휴대폰 벨소리를 재생하는 역할이었다. 관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지춤을 뒤졌다. 휴대폰을 보관하고 온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휴대폰을 소지하고 온 관객들은 황급히 휴대폰을 끄거나, 정말로 꺼졌는지를 확인했다. 초대석에 앉은 어떤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살라는 그 남성관객의 옆모습을 얼핏 목격할 수 있었다. 찡그린 것 같았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았고, 남자가 다시 앉기도 전에 홀 내부의 조명들이 어두워졌다. 이윽고 카라얀이 입장했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박수소리를 들으며 살라는 파이프를 떠올렸다. 집의 수도관들은 지금쯤 단단히 얼었을까? 균열처럼 연속되는 성에들이 물을 막고 있을까? 카라얀은 박수를 갈무리하고 뒤돌았다. 그리고 지휘봉을 치켜들었다.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가장 첫마디를 시작했고 이어 피아노가 보조선율로 들어왔다. 현악기의 소리는 점차 작아졌다. 오케스트라 가장 앞쪽에 앉은 현악기 연주자들이 정지했다. 악보를 넘기는 행동도 하지 않았고 목관악기 파트가 주선율을 장악할수록 카라얀의 팔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곧 피아노와 목관악기의 역할이 바뀌고 현악기가 자리를 차지했다. 겨울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은 겪은 적 없는 쓸쓸함을 선사한다고, 어떤 음악평론가가 주장한 적이 있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단조에서 빛을 발하지 않겠습니까? 혹자는 차이콥스키를 러시아 최고의 음악가로 꼽지만 그건 라흐마니노프의 정서를 전혀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이나 하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광고가 반을 차지하는 프로그램 북을 살라는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끝난 후, 바로 차이콥스키의 심포니 5번을 지휘한 카라얀을 보면 그 음악평론가가 단숨에 새로운 평론을 써내려갈 것을 알았다. 예정에 없는 곡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지니고 있던 프로그램 북을 넘겨보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겨울의 공연장 홀 안에서는 아무도 소음을 내선 안 됐다. 그건 공연 시간에 늦은 사람이 마음대로 홀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이어 살라가 유일하게 제목과 음악가를 모두 알고 있는 라벨의 볼레로가, 그리고 익숙하지만 제목은 알 수 없는 곡들이 연주되었다. 살라는 인터미션이 다가오자 조용히 홀 밖으로 나갔다. 살라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중계 모니터에 밀도 높게 붙어 있는 관객들이나, 새 독주회에 입장하는 관객들이 아닌, 캔디를 채우러 온 여자였다. 여자의 무채색 코트는 녹은 눈 탓에 비루할 정도로 젖어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은 넘기면 넘길수록 여자의 이마에 달라붙었고 여자는 외양을 정리할 새도 없이 빈 캔디 박스에 새 캔디들을 쏟아부었다. 플라스틱 통에서 작은 벼락소리가 났다. 그리고 여자가 살라를 바라보았다. 날씨가 좋지 않네요. 여자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여자가 발갛게 붓고 젖은 손가락을 코트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그리고 주먹 쥔 손을 내놓았다. 사탕 좀 드시겠어요? 여자의 손에는 갖가지의 사탕이 담겨 있었다. 기침을 예방하는 공연장용 캔디는 아니었다. 살라는 여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사탕을 받았다. 여자의 치아는 저번보다 더 뒤틀려 있었다. 살라는 짙은 색의 껍질의 캔디를 까서 입에 넣었다. 예상대로 인공적인 맛이었기에 도저히 어떤 과일 맛인지 추리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는 것과 동시에 오케스트라 홀 문이 열렸다. 살라가 여자에게 사탕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할 틈도 없이 그녀의 어깨가 빠르고 강하게 붙잡혔다. 여자의 얼굴이 빙글 돌았다. 당신이지요? 중년의 남성이었다. 살라가 대답하지 않자 남자는 살라의 어깨를 붙든 손에 힘을 더욱 강하게 실었다. 어셔들이 황급히 남자를 말렸지만 남자는 듣지 않았다. 당신이 벨을 울렸어. 겨우 살라에게서 남자를 떼어낸 어셔들이 숨을 골랐다. 매니저가 달려와 살라에게 눈빛을 보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따위의 물음이 확실했지만 그녀도 알지 못했다. 살라의 입 안에서 사탕이 굴러갔고 달콤한 즙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매니저는 남자를 사무실로 데려가기 위해 살라와 그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사무실에서 이야기 하실까요? 벨을 울렸다고, 당신이. 남자는 매니저 어깨 너머에 있는 살라에게 검지를 치켜들었다. 당신이 울린 거야. 남자는 매니저와 함께 사무실로 향하는 것을 선택했지만 그는 중간중간 살라를 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때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당장에라도 그녀에게 달려들 것만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살라가 침을 삼켰다. 작아진 사탕과 함께. * 세면대의 물은 나오지 않았다. 온수를 틀어보기도 하고, 언 수도관에 끓인 생수를 붓기도 해봤지만 헛수고였다. 살라는 생수와 그것으로 끓인 물을 섞어 세수했다. 윗물은 너무 뜨거웠고 아랫물은 너무 차가웠다. 물기를 채 닦지 않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살라는 거울을 바라본 상태로 잠깐 생각해야 했다. 왜 내 얼굴이 빨갛지? 그리고 몇 초 후 깨달았다. 코피가 나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세면대에 박은 상태로 숨을 내뿜었다. 고기의 핏물을 빼고 난 그릇이 이런 모습이었다. 살라는 뒤집힌 양말을 다시 뒤집어 원상태로 만들었다. 공연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옷장이 단조로워진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살라는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기꺼운 일에 가까웠다. 아무도 그녀의 옷차림을 지적하지 않는다. 모두가 유니폼을 입고, 비슷한 색의 양말을 신었다. 그녀는 세탁물을 정리한 후 고지서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거주자님께, 로 시작하는 봉투는 뜯지 않았다. 그것은 고지서를 빙자한 기부금 홍보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코피는 멎었지만 살라는 여전히 약간 어지러웠다. 그녀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월세와 공과금을 지불하고 나면 그녀에게는 겨우 최소 생계비가 남아 있었다. 살라는 반사적으로 공연장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의 조각품이나 장식품들, 심지어 바닥에 깔린 마감재 한 조각의 가치를 알아채기 어려웠다. 글쎄, 아름답다는 건 비싸다는 뜻 아닐까. 그녀의 동료 중 하나는 쾌활하게 말했었다. 살라는 필사적으로 그 역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마침내, 그녀가 계산기에 마지막 숫자를 두들겼을 때 그녀는 떠올리고 말았다. 살라는 꼭 그런 움직임으로 공연장 내부에 벨소리를 울려왔었다. 벨을 재생하는 버튼은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묵직했다. 살라가 버튼을 누를 때면, 그녀는 그녀도 모르는 기쁨에 살짝 빠져들곤 했다. 누구보다 잘 교육받은 관객들이 살라의 손짓 한 번에 당황했다. 맡겼거나 챙겨오지도 않은 휴대폰을 찾느라 빈 허벅지를 찰싹 때리기도 했다. 안전한 유리창 너머로 살라는 그들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 관객이 살라의 어깨를 붙잡았을 때 그녀는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살라는 계산기를 제자리에 집어넣었다. 계산을 마저 하기가 꺼려졌다. 그녀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월급은 일정했고 지불해야 할 돈도 일정할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해야 할 일을 했다. 반듯하게. 매니저는 살라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살라는 휴대폰을 쥔 상태로 잠들었지만 아침까지 그녀에게 온 메시지나, 부재 중 전화는 없었다. 그렇다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공연장으로 출근하자마자, 그녀는 느꼈다. 그녀의 추론은 어딘가 잘못되었다. 하지만 벨은, 벨을 울리는 건 규정에 있잖아요? 그래도 하필 그 벨이었어. 살라, 넌 그 벨을 울린 거야. 매니저는 살라를 맞은편에 앉힌 후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벨은 늘 같은 걸 써왔어요. 기억 안 나세요? 살라, 제발. 그냥 가서 죄송하다고 해.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야. 이해가 안 되는데요…. 네가 관객에게 피해를 입혔어. 그렇게만 알아둬. 나가도 좋아. 살라는 입을 잠깐 벙긋거렸지만 곧 일어나야 했다. 매니저는 서류를 들춰보고 있었다. 그녀가 사무실을 나왔을 때 그녀는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관객에게 사과를 할 때까지 살라는 공연장 일을 할 수 없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맡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프로그램 북조차 만질 수 없었고 그녀와 면식이 있던 어셔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조금 쉬어도 좋잖아. 모두가 비슷한 말을 했다. 살라는 가끔 길 잃은 관객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곤 했다. 그게 전부였다. 목캔디는 주기적으로 채워졌고 여자는 목캔디를 두고 와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헛발걸음을 몇 번 했다. 살라는 아주 멀리서 공연장 내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다. 여전히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었으나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살라는 그녀 곁을 지나가는 어셔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 어셔는 금방 그녀의 눈을 피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이끌고 온 신입 어셔들을 교육하는 것에 열중했다. 여러분 모두 공연장 지리를 외워야 합니다. 신입 어셔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그것이니까요. 신입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듯 두리번거리던 신입이 살라를 쳐다보았다. 말간 눈이었다. 살라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살라는 길을 잃지 않는다. 그녀가 신입 티를 벗기 전부터 그녀는 길을 잃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살라는 지금 그녀가 어디를 향해 걷는지 알 수 없었다. 검정색의 굽 낮은 단화가 뒤꿈치를 사정없이 찔러올 때까지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살라는 많은 동료들을 지나쳤다. 가장 처음 얼굴이 뭉개지고 그다음은 목소리가 흐려졌다. 살라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살라를 부르거나 알은체하지 않았다. 겨우 걸음을 멈췄을 때, 그녀는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나 목캔디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리 나지 않는 목캔디는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살라가 빠르게 중얼거렸다. 기억하고 계시네요. 다정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다고, 살라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서 굳이 빠져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여자가 잇몸을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 오늘은 누가 무슨 공연을 하지요? 여자가 주머니를 뒤적이며 물었다. 눈 탓에 흠뻑 젖었던 그 코트 같았다. 그러나 오늘의 코트는 아주 잘 말라 있었고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살라는 입을 벙긋거렸다. 오늘은, 어. 그러니까, 오늘은…. 아, 사탕을 모두 먹어버린 것 같아요. … 모르겠어요. 의사가 그렇게 먹지 말라고 했는데도요. 어쩌면 좋지? 모르겠어요…. 여자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옆구리에 끼고 온 공연장용 목캔디 박스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한 주먹만큼의 캔디를 꺼냈다. 살라는 손을 펼치지도, 여자에게 다가서지도 않았다. 여자는 넉살 좋게 살라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안에 목캔디를 가득 담아주었다. 여자는 살라에게 인사했다. 다음에는 꼭 드릴게요. 새 사탕이요. 여자는 빠른 걸음으로 살라에게서 멀어졌다. 살라는 한참이나 목캔디를 받든 자세로 서 있었다.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처럼 낮은 자세였다. * 그다음날도 살라는 공연장 근처를 맴돌았다. 달라진 것이라고 더이상 그녀가 공연장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입 어셔임이 분명한 이들이 홀 안을 배회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라고는 길 잃은 고객 관리였지만 신입들은 모두 특유의 빛나는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꾹 깨문 입술에서는 약간의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살라가 신입과 눈이 마주치면 신입은 멋쩍게 웃었다. 마치 살라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신입이 고객을 잘못된 방향으로 안내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살라는 나서야만 했다. 분명하게 느껴지는 콧잔등의 땀이나 빨개진 귀, 떨리는 목소리. 살라는 그것을 뒤로하고 고객을 올바른 장소로 안내하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그리고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순간 그녀는 내장이 아래로, 더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오싹해졌다. 저희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살라의 어깨를 두드린 것은 고객도, 매니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 번 식은 피가 데워질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만 같았다. 다른 어셔가 고객을 데려갔고 살라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할 수 있었어, 따위의 말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그것보다 더 단순했다. 살라, 쉬어야 하는 거 아냐? 어셔가 물었지만 살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에 있으면 안 돼. 그는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여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야. 그렇지? 살라는 그의 태도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녀도 그런 말투나, 몸짓을 직접 실행해야 했다. 무릎을 굽히고 눈을 마주치고 주머니에서는 사탕이나 껌을 꺼냈다. 아니면 프로그램 북을 펼쳐 가장 사진이 많은 페이지로 상대방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살라는 말했었다. 울지 마. 엄마를 찾아줄게. 아빠를 찾아줄게. 그러나 살라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넌 내 매니저가 아니야. 모두가 네 매니저야. 살라, 정신 차려. 그녀의 말에 그가 대답했다. 그의 말에는 어떠한 대꾸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사과하면 끝날 일을. 그는 그대로 뒤돌아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무겁고 눅눅한 히터바람이 살라의 머리카락 몇 올을 흔들었다. 공연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살라는 알 수 있었다. 어떤 일은 관성처럼 작용했다. 관객들의 발소리나 웅성거림 외에도 그녀가 공연이 시작되었음을 알아차릴 방법은 많았다. 겉옷과 소지품을 맡긴 관객들이 오케스트라 홀로, 독주회 홀로 입장했고 잠시 후 단발성적인 소란이 홀을 뒤덮었다. 어셔 중 하나가 벨소리를 재생했으리라. 살라는 두꺼운 문 너머로 지휘자가 보인다고 생각했다. 어떤 공연인지, 누구의 지휘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카라얀만큼 유명하지 않다면 그는 꽤 예의 바르게 인사했을 것이다. 불쾌한 관객 탓에 연주를 멈추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는 가벼운 목례 후에 멋지게 뒤돌아 지휘봉을 치켜들 것이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었고……. 공연을 생중계해주는 모니터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악장이 끝나기도 전에 모니터 앞을 떠나는 사람, 젖은 손을 바지춤에 비비는 사람. 어떤 아이는 보호자의 엉덩이에 끊임없이 자신의 머리를 박았다. 그러나 보호자는 아이에게 신경 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보호자는 성가신듯 아이의 머리를 밀어냈다. 하지 말라니까. 하지 말랬지. 하지… 그리고 살라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물었다. 저기요. 지금 연주하는 곡이 뭐예요? 살라는 입을 조금 벌렸다. 당장 발음이 샐 것처럼 흉부에 공기가 들어차기 시작했지만 도저히 내뱉을 수 없었다. 그러게요. 모르겠네요. 살라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뭔지 몰라요? 보호자는 살라의 차림새를 다시 한번 살폈다. 살라의 차림새는 어셔가 분명했다. 보호자는 그녀의 대답을 더 기다리기 싫다는 듯이 프로그램 북을 판매하는 곳으로 걸음을 돌렸다. 아이는 이제 보호자의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아파. 아프다고. 볼레로, 라벨의 볼레로요. 살라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보호자는 듣지 못했다. 볼레로로 말할 것 같으면, 글쎄요. 저는 라벨의 음악을 딱히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수학자들의 기호에는 딱 들어맞은 셈입니다. 우리는 수학의 기원으로 올라가는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볼레로는 구조입니다, 이 음악에는 주선율이 흐릅니다. 이제부터 그것을 A라고 지칭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편곡하여 반복한 선율을 A’ 라고 부를 것이고요. 볼레로는 기본적으로 A와 A’ 선율의 반복입니다. 형태와 악기만 조금씩 바꿔서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그것이 볼레로의…. * 주말이 찾아오자 살라는 여분의 돈을 더 지불한 후 수도관 수리공을 불렀다. 수리공은 수도관이 아주 꽝꽝 얼었기 때문에 수도관을 모두 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수리공에게 몇 개의 전화번호를 얻은 후, 그녀는 시장에서 채소 몇 종류와 붉은 고기를 사왔다. 그녀는 그것들을 모두 끓여 먹었다. 그다음주에 살라는 그 관객에게 사과하기로 결심했다. 매니저는 기꺼이 관객에게 연락을 넣겠다고 대답했다. 살라는 말끔한 카펫이 깔린 공연장을 배회했다. 캐나다의 거장 건축가가 설계하고 건축을 지도했다는 공연장은 신문기사를 인용하자면, 모던했다. 그 누구도 거스르지 않을 만한 곡선은 매끄러웠고 바닥은 차가웠다. 내부는 반짝이거나, 반짝이지 않았다. 그게 모던이었다. 살라는 현대적인 소파에서 시간을 죽였다. 마침내 그 관객이 사무실로 들어갔고 살라는 약간의 간격을 두고 따라 들어갔다. 관객은 매니저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매니저는 공식적인 서류 작업을 위해 함께 있겠다고 했지만 관객은 그것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매니저는 사무실을 떠났다. 살라는 아침에 발톱을 깎고 오지 않은 것을 약간 후회했다. 단화 안의 발톱이 유독 무거웠고 거슬렸다. 발톱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지만 살라는 사과를 잊지 않았다.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벨을 울린 것 말입니까? 네. 벨을 울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가 울렸습니다. 그게 고객님께 피해를 입혔다면…. 제가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 아십니까? 살라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햇빛을 직접적으로 받은 남자의 얼굴은 저번에 봤던 것보다 훨씬 늙어 있었다. 노골적인 자연광 탓일지도 몰랐다. 살라는 매니저에게 그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 들은 바가 없으므로, 말을 얼버무려야 했다. 포괄적인 사과에 대해 배운 적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 어떤 사과로도 복구가 안 될 피해로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남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순간 살라는 그를 기억해냈다. 그는 그녀가 홀에 벨을 울리자마자 화가 나 일어났던 그 남자였다. 그 옆모습이 확실했다. 당신은 전혀 모르는군. 남자는 그대로 사무실을 나갔다. 그가 문을 세게 닫았기 때문에 문고리, 경첩, 책상 위의 액자, 모든 것이 흔들렸다. 살라가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리고 조용히 울었다.
  • 이춘재 “죽으러 야산 갔다가 초등생 마주쳐 범행”

    이춘재 “죽으러 야산 갔다가 초등생 마주쳐 범행”

    경찰 “우발적 범행 주장 의도일 수도” 8차 사건도 “대문 열려 있어 범행” 진술1980년대 중반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57)가 일부 사건의 범행 경위를 진술했지만 구체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지난해 9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자신이 저지른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 등 성범죄를 자백할 당시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의 범행 경위를 털어놨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쯤 화성 태안읍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김모(8)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사라져 실종 사건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춘재가 김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춘재는 자백 당시 “그냥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살하려고 야산에 올라갔는데, 한 어린이가 지나가길래 몇 마디 대화하다가 일을 저질렀다”며 “목을 매려고 들고 간 줄넘기로 양 손목을 묶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춘재는 재심 절차에 들어간 ‘8차 사건’ 경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다 대문이 열려 있는 집이 보여 방문 창호지에 난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봤는데, 여자가 자고 있어서 들어갔다”며 “남자가 있었으면 그냥 가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모(52)씨는 20년을 복역했다. 경찰은 이춘재에게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조사를 이어 가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춘재를 14건의 살인 사건 중 증거물에서 DNA가 나온 3·4·5·7·9차 사건으로만 입건했지만 자백의 구체성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 나머지 9건의 살인 사건 혐의도 인정된다고 보고 추가 입건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文 면전서 “이석기 석방” 민중당원들…文 아차산 일정 사전 유출?

    文 면전서 “이석기 석방” 민중당원들…文 아차산 일정 사전 유출?

    민중당 “국민통합 얘기할거면 李석방 필수”민중당 당원, 페북에 “청와대 비인권적”청와대 직원들 입막는 등 제지 소동통상 대통령 일정은 보안상 비공개 진행 사전 유출 확인시 경호 논란 제기될 듯문재인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2019년을 빛낸 의인들과 함께 1일 서울 아차산을 올랐다가 기습적으로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복역하고 있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고 외치는 민중당 당원들과 마주쳐 청와대 관계자들이 제지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민중당 당원 성치화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글과 영상에 따르면 이날 성씨는 민중당 중랑 당원들과 신년 산행 도중 문 대통령을 만나 “이석기 전 의원을 석방하십시오”라고 외친 뒤 “(이 전 의원 수감이) 벌써 7년째입니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청와대 경호처 직원으로 추정되는 파란색 점퍼를 입은 한 관계자가 계속해서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외치는 성씨에게 다가가 자신의 왼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는듯한 움직임을 취했다. 성씨는 이에 반발해 “뭐하시는거냐. 신분과 소속을 말해달라”고 항의했다. 영상에서는 두명 남짓의 인사들이 성씨가 문 대통령이 있는 쪽으로 가려 하자 앞을 막는 장면이 나온다.성씨는 이에 대해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권에 의해 7년, 8년째 여전히 수감 중인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고 얘기했다. 신년 특별사면에서 낡은 정치, 배제의 정치를 이어가는 문재인 정부!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올렸다. 성씨는 이어 “정의로운 외침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제 몸을 거칠게 밀치고 입을 틀어막는 등 비인권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통합을 이야기할 거라면 조작된 정치탄압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 이 의원의 석방은 필수”라면서 “아무런 명분도 이유도 없이 이 의원을 가두는 것은 역사적·시대적 과오”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취임 후 세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이 사면대상에 포함됐지만 이 전 의원은 명단에서 빠졌다.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선거사범 등 일반적인 다른 정치인 사범과는 성격이 달라서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8월 28일 내란 음모, 국가보안법 혐의 등으로 구속됐지만 2015년 1월 대법원은 내란 음모죄는 무죄, 내란 선동죄는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이 전쟁 발발시 지하혁명조직(RO)을 통해 북한과 동조해 통신과 유류, 철도, 가스 등 국가기간 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한 혐의(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민중당원의 미리 준비한 듯한 기습 항의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민중당원들이 문 대통령의 아차산 산행 일정을 사전에 알고 산에 오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통상 경호상의 이유로 해당 일정이 끝날 때까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번 아차산행도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 외에는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누군가 민중당원들에게 미리 문 대통령의 일정 정보를 전달하는 등 문 대통령의 일정이 사전 유출돼 민중당원들이 고의적으로 시간을 맞춰 산에 오른 것으로 파악될 경우 대통령 경호에 구멍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춘재 “죽으려고 야산 갔다가 초등생 지나가길래 범행”

    이춘재 “죽으려고 야산 갔다가 초등생 지나가길래 범행”

    ‘8차 여중생 성폭행 살인사건’도 진술“술 마신 뒤 방안보니 여자 자고 있어서”범행 동기 진술은 회피경찰 이달 중 결과 발표 예정198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당초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사건 피해자인 초등학생을 살해할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우연히 초등학생을 마주쳐 살해했다며 범행 경위에 대해 일부 진술했다. 그러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지난해 9월 자신이 저지른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 등 성범죄를 자백할 당시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의 범행 경위를 털어놨다. 이춘재는 자백 당시 “그냥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살하려고 야산에 올라갔는데 한 어린이가 지나가길래 몇 마디 대화하다가 일을 저질렀다”면서 “목을 매려고 들고 간 줄넘기로 어린이의 양 손목을 묶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 7일 오후 12시 30분쯤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모(8)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진 것으로 그동안 실종사건으로 여겨졌지만, 이춘재는 김 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고 자백했다.현재 재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8차 사건’을 저지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다가 대문이 열려있는 집이 보였다”면서 “방문 창호지에 난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봤는데 남자가 있었으면 그냥 가려고 했지만, 여자가 자고 있어서 들어갔다”고 말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모(52) 씨는 20년을 복역했다. 그러나 이춘재는 이 사건 또한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고 윤씨는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춘재는 이처럼 일부 사건의 범행 경위에 대해서는 입을 열면서도 구체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이춘재가 밝힌 범행 경위 또한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그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는 자신의 내면이 드러날 수 있는 ‘성욕’과 같은 단어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 범행 동기와 관련한 특별한 진술은 아직 없다”면서 “범행 경위에 대한 부분도 이춘재의 일방적인 진술이어서 이를 통해 범행이 계획적이냐 우발적이냐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최근 이춘재를 추가 입건하는 등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 재심 일정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수사를 빨리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이춘재를 14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그의 DNA가 증거물에서 나온 3·4·5·7·9차 사건으로만 입건했지만, 자백의 구체성 등 여러 정황에 미뤄 DNA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9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혐의도 인정된다고 보고 추가 입건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쥐꼬리만 하다’ 무시 마라…지혜와 풍요의 ‘팔색쥐’

    ‘쥐꼬리만 하다’ 무시 마라…지혜와 풍요의 ‘팔색쥐’

    경자년(庚子年) 흰쥐의 해가 밝았다. 12년마다 돌아오는 쥐의 해 중에서도 올해가 특별히 흰쥐의 해로 불리는 까닭은 육십갑자를 이루는 10간(干) 중 경(庚)과 신(辛)이 백색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흰쥐는 다른 쥐들보다 지혜롭고, 생존 적응력이 뛰어나 뭇 쥐의 우두머리로 꼽힌다. 쥐는 12지(支)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쥐가 열두 동물 가운데 맨 앞자리에 놓인 연유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중 발가락 개수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음양 사상에 따라 홀수 발가락과 짝수 발가락을 가진 동물이 번갈아 나오도록 배치했는데 쥐는 앞발가락이 4개, 뒷발가락이 5개로 음양을 겸비한 유일한 동물이어서 가장 앞에 서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릴 적 들었던 다음과 같은 민간 설화가 기실 더 친숙하다. ‘옛날옛적 옥황상제가 하늘의 문에 빨리 도착하는 동물 순으로 지위를 주고자 경주를 벌였다. 소는 경주에서 우승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그러나 몸집이 작은 쥐는 정정당당한 경쟁으로는 소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꾀를 냈다. 경기 당일 소의 등에 몰래 올라탄 쥐는 소가 결승선에 다다르기 직전 재빨리 뛰어내려 1등을 차지했다.’ 영민하고 민첩한 쥐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 주는 설화와 기록은 이외에도 여럿이다. ‘삼국사기’에는 쥐 8000마리가 평양을 향해서 갔다는 기록과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적시해 다음해의 흉년을 미리 암시하는 쥐의 예지력을 칭송했다. ‘쥐가 배에 없으면 침몰한다’, ‘쥐가 천장에서 소란을 피우면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다’는 속설 등은 위험을 감지하는 쥐의 남다른 능력을 잘 보여 준다. 함경도에서 전승되는 서사 무가 ‘창세가’에는 쥐가 사람보다도 뛰어난 지혜를 갖춘 동물로 등장한다.먹이를 찾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쥐의 습성은 부와 번영을 상징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부지런하고 준비성이 철저하기 때문에 ‘쥐띠는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말도 있다. 번식력과 생존력이 탁월한 쥐는 다산과 풍요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임신기간이 21일 정도로 짧아 1년에 6~7번 출산하고, 한 번에 6~9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지혜롭고, 근면하고, 예지력까지 갖춘 덕에 열두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서생원’이라는 관직까지 받았지만 실제로 쥐는 대대로 우리 실생활에서 환대보다는 홀대받는 존재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병을 옮기고, 곡식을 축내고, 책이나 가구를 갉아먹는 등 인류에 끼친 피해가 너무 큰 탓이다. 쥐의 몸에 기생하는 벼룩이 옮기는 흑사병은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다. 쥐를 간신이나 수탈자, 혹은 도둑으로 묘사하는 속담이나 설화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옹고집전’은 사람의 손톱과 발톱을 먹은 쥐가 사람으로 둔갑해 주변인을 괴롭히는 오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들쥐는 구멍 파서 어린 낟알 숨겨 두고/ 집쥐는 온갖 물건 안 훔치는 것이 없어/ 백성들은 쥐등쌀에 나날이 초췌해 가고/ 기름 말라 피 말라 피골까지 말랐다네’라고 한탄했다. 왜소하고, 소란스러운 쥐의 특징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속담은 차고 넘친다. ‘쥐꼬리만 하다’, ‘쥐뿔도 없다’, ‘태산명동 서일필’(큰 산이 떠나갈 듯하더니 쥐 한마리) 등이 대표적이다.쥐를 박멸하기 위한 인류의 전쟁은 역사가 깊다. 1809년 빙허각 이씨가 가정살림을 기록한 ‘규합총서’에도 ‘정월 첫 진일과 매달 경인, 임진일과 북단일에 쥐구멍을 막으면 다시는 안 뚫는다’처럼 쥐를 없애는 여러 가지 속신이 담겨 있다. 1970년대에는 쥐꼬리 하나당 연필 한 자루를 나눠주며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역사에서 쥐가 박멸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쓰레기가 늘어나고, 기후온난화 등 도시 환경이 변화하면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히려 쥐의 개체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쥐가 인간에게 피해만 끼치는 건 아니다. 인간의 노화나 질병 치료, 신약 개발에 쥐 실험은 필수적이다. 스스로를 희생해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이타적인 존재가 바로 쥐다. 생쥐가 실험 대상으로 처음 등장한 건 1650년이다. 이후 1800년대 중반부터 과학자들이 실험동물로 쥐를 본격 사육하기 시작했다. 최근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고령실험쥐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실생활에선 쥐가 혐오와 척결의 대상이지만 문화예술 분야에선 꾀 많고, 귀여운 캐릭터로 자주 등장한다. 고양이 톰을 골탕 먹이는 생쥐 제리처럼 말이다. 월트 디즈니를 대표하는 만화주인공 미키마우스도 1928년 탄생 이후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뿐인가. 영어로 쥐를 뜻하는 ‘마우스’(mouse)는 컴퓨터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쥐는 최초의 포유류로, 약 3600만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과 쥐의 인연은 농업이 시작된 2만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인류에게 쥐는 애증의 대상이자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다. 쥐가 인류에게 미치는 해악을 최소화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은 없는 걸까.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참고 자료> -김종대 중앙대 교수, ‘쥐, 근면함과 예지력을 갖춘 동물’ -김재호 과학칼럼니스트, ‘최초의 포유류 쥐: 먹이 대신 탐험을 즐기다’
  • 경자년 궁금해? 여기 다있쥐!

    경자년 궁금해? 여기 다있쥐!

    2020년 경자년을 맞아 쥐의 다양한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쥐구멍에 볕 든 날’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은 오는 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2에서 ‘쥐구멍에 볕 든 날’ 특별전을 연다. 1부 ‘다산(多産)의 영민한 동물, 쥐’에서는 쥐의 생태와 상징을 보여 주는 유물과 자료를 선보인다. 방위의 신이자 시간의 신인 쥐는 번식력이 강해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를 의미했다. 민간에서는 쥐를 의미하는 한자인 ‘서’(鼠)자를 부적으로 그려 붙여 풍농을 기원했다. 또한 쥐는 무가(巫歌)에서 미륵에게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준 영민한 동물로 그려지는데, 이러한 지혜로운 쥐의 상징을 ‘곱돌로 만든 쥐’, ‘십이지-자신 탁본’, ‘쥐 부적’, 다산을 상징하는 쥐와 포도를 음각한 ‘대나무 병’ 등을 통해 소개한다. 2부 ‘귀엽고 친근한 동물, 쥐’에서는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적인 존재에서 영특하고 민첩하며 작고 귀여운 이미지가 더해져 친근한 캐릭터로 바뀐 쥐의 이미지 변화상을 보여 준다. ‘톰과 제리’, ‘요괴메카드’ 등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상자료와 생활용품, 장난감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또한 곳곳에 ‘쥐 모형의 공예 작품’을 설치하고, ‘쥐잡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우체국 박물관엔 금박쥐, 미키마우스 화폐 흰쥐의 해를 기념한 우표 전시회도 흥미롭다. 우정사업본부는 서울중앙우체국 우표박물관에서 쥐와 관련한 다양한 우표를 소개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1959년부터 발행된 우리나라의 쥐 연하우표 6종, 금박과 자개 등 특이한 재질로 만들어진 우표, 쥐를 모티브로 발행한 애니메이션 우표와 미키마우스 기념화폐 등을 만날 수 있다. 오는 2월 29일까지 진행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관세 전쟁·브렉시트… 올 최악 위기에도 자유무역 회복 나선다

    류허 4일 방미… 미중 무역합의 서명 예정 2단계 합의 기술이전·지재권 문제는 난관 이달 브렉시트도 변수… 과도기 연장 필요 WTO·APEC 등 국제 기구 위상 되찾아야 2020년 1월 1일 자유무역질서를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25주년을 맞았지만 강제 휴업 상태다. 지난해 열리지 못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도 다자무역체제는 슬그머니 사라졌고, 미국발 관세전쟁은 해를 넘겨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무역질서의 종언’. 일각에서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해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연초부터 분위기를 가늠해 볼 이벤트가 즐비하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무역 부문 수장인 필 호건 집행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1월 중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말 프랑스 디지털세 부과에 발끈한 미국이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추가 보복관세 계획도 밝히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호건 위원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 재설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전쟁 전선을 축소할 의향이 없는 한 양측 간 무역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미국과 중국은 서명만 남겨 놓은 상태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오는 4일 워싱턴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마도 다음주 정도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희소식이지만 작은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2단계 합의는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복잡한 문제를 보다 깊이 다뤄야 해 난관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철강·태양광·전기차 배터리·조선·석유 등의 분야에서 국영기업들에 주고 있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전혀 막지 못했다며 이는 1단계 합의의 ‘큰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1월 말 브렉시트도 변수다. 영국은 EU와의 무역협정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2월 31일에 과도기를 끝낼 계획이지만, EU는 무역협상에 실패할 경우 과도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상기구의 힘은 축소되고 있다. 미국이 WTO 상소기구의 신규 위원 선임을 거부하면서 WTO는 지난 10일부터 기능이 마비됐다. 의장국 칠레의 반정부 시위로 2019년 정상회의를 취소한 APEC은 이미 2017년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다자무역체제 지지 문구가 삭제됐고, 2018년에는 아예 정상선언문 채택에도 실패했다. 지속적으로 훼손돼 온 자유무역질서가 올해도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당분간 중국과 휴전할 수 있고, 양자주의의 강세 속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양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느 정도 다자주의의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 “미중, 15일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자유무역 회복 기로

    트럼프 “미중, 15일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자유무역 회복 기로

    “백악관서 행사… 2단계 땐 베이징에 갈 것” 2단계 합의 기술이전·지재권 문제는 난관 EU·美, 이달 중순 무역 관계 재설정 논의 이달 브렉시트도 변수… 과도기 연장 필요 트럼프 휴전·양대 메가FTA 따라 희망도2020년 1월 1일 자유무역질서를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25주년을 맞았지만 강제 휴업 상태다. 지난해 열리지 못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도 다자무역체제는 슬그머니 사라졌고, 미국발 관세전쟁은 해를 넘겨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무역질서의 종언’. 일각에서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해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연초부터 분위기를 가늠해 볼 이벤트가 즐비하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무역 부문 수장인 필 호건 집행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1월 중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말 프랑스 디지털세 부과에 발끈한 미국이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추가 보복관세 계획도 밝히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호건 위원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 재설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전쟁 전선을 축소할 의향이 없는 한 양측 간 무역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15일 1단계 무역협상 합의에 서명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이렇게 밝히고 “행사는 백악관에서 열린다. 중국의 고위급 대표들이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중에 나는 2단계 회담이 시작되는 베이징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소식이지만 작은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2단계 합의는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복잡한 문제를 보다 깊이 다뤄야 해 난관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철강·태양광·전기차 배터리·조선·석유 등의 분야에서 국영기업들에 주고 있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전혀 막지 못했다며 이는 1단계 합의의 ‘큰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1월 말 브렉시트도 변수다. 영국은 EU와의 무역협정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2월 31일에 과도기를 끝낼 계획이지만, EU는 무역협상에 실패할 경우 과도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상기구의 힘은 축소되고 있다. 미국이 WTO 상소기구의 신규 위원 선임을 거부하면서 WTO는 지난 10일부터 기능이 마비됐다. 의장국 칠레의 반정부 시위로 2019년 정상회의를 취소한 APEC은 이미 2017년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다자무역체제 지지 문구가 삭제됐고, 2018년에는 아예 정상선언문 채택에도 실패했다. 지속적으로 훼손돼 온 자유무역질서가 올해도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당분간 중국과 휴전할 수 있고, 양자주의의 강세 속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양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느 정도 다자주의의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세계 자유무역질서 ‘2020년 종말 VS 최악 속 희망’

    세계 자유무역질서 ‘2020년 종말 VS 최악 속 희망’

    25주년 된 WTO 개점휴업, APEC도 힘 못써무역전쟁 위기 美·EU의 무역책임자 ‘1월 협상’美中 1단계 무역합의 곧 서명하나 미봉책 평가도질서있는 브렉시트 가를 英·EU 무역협상도 관건 양대 ‘메가 FTA’의 다자무역 회복 기여 정도와재선 앞둔 트럼프의 휴전에 따라 희망 찾을 수도 2020년 1월 1일 자유무역질서를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25주년을 맞았지만 강제 휴업 상태다. 지난해 열리지 못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도 다자무역체제는 슬그머니 사라졌고, 미국발 관세전쟁은 해를 넘겨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무역질서의 종언’. 일각에서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해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연초부터 분위기를 가늠해 볼 이벤트가 즐비하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무역 부문 수장인 필 호건 집행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1월 중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말 프랑스 디지털세 부과에 발끈한 미국이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추가 보복관세 계획도 밝히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호건 위원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 재설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전쟁 전선을 축소할 의향이 없는 한 양측 간 무역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미국과 중국은 서명만 남겨 놓은 상태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오는 4일 워싱턴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마도 다음주 정도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희소식이지만 작은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2단계 합의는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복잡한 문제를 보다 깊이 다뤄야 해 난관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철강·태양광·전기차 배터리·조선·석유 등의 분야에서 국영기업들에 주고 있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전혀 막지 못했다며 이는 1단계 합의의 ‘큰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1월 말 브렉시트도 변수다. 영국은 EU와의 무역협정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2월 31일에 과도기를 끝낼 계획이지만, EU는 무역협상에 실패할 경우 과도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상기구의 힘은 축소되고 있다. 미국이 WTO 상소기구의 신규 위원 선임을 거부하면서 WTO는 지난 10일부터 기능이 마비됐다. 의장국 칠레의 반정부시위로 2019년 정상회의를 취소한 APEC은 이미 2017년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다자무역체제 지지 문구가 삭제됐고, 2018년에는 아예 정상선언문 채택에도 실패했다. 지속적으로 훼손돼 온 자유무역질서가 올해도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당분간 중국과 휴전할 수 있고, 양자주의의 강세 속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양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느 정도 다자주의의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1인 사유화 조직 서울시태권도협회 관리단체 지정 끝내 부결

    1인 사유화 조직 서울시태권도협회 관리단체 지정 끝내 부결

    서울특별시체육회는 31일 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0차 서울특별시체육회 이사회에서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관리단체 지정(안)’이 부결됐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과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을 비롯해 각 종목단체 회장 등으로 구성된 이사들이 참석해 서울시태권도협회 관리단체 지정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사실이 부족 및 자료부족을 사유로 부결시켰다. 이 안건은 ‘서울특별시의회 체육단체 비위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조사특위)에서 서울시태권도협회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관 및 규약, 제 규정의 위반 등 체육회의 중대한 지시사항 불이행, 현 사무국 직원과 일부 평가위원이 공모한 승부조작 등 비리가 속출돼 조사특위는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서울시태권도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해 줄 것을 서울시체육회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임원에 대한 과도한 급여성 경비 및 각종 수당 지급, 전 협회장 재임 시 친인척 채용, 국기원 사전승인 없이 심사수수료 인상, 임원결격 사유자(업무상 횡령 2건)를 사전 심의 없이 임원 위촉 후 인건비 지급, 심사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응심자에게 회원의 회비를 징수해 사업비로 임의 사용하는 구조적 모순점 등이 밝혀졌다. 특히 최근 3년간(2017.1.1.~2019.5.29.) 도장수 1,337개 중 신규 등록 65명, 명의변경 129명 총 194명으로 부터 일부 14.5% 동의만 받고 나머지 기존 회원 85.5.%의 기존 회원 1143명에게 사전설명과 동의 없이 회원의 회비를 경상비 및 사업비로 임의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구체적인 요건사실과 충분한 입증 자료를 서울시체육회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단체 지정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사실 주장 및 설명이 없다는 사유로 부결됐다. 김태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강남4)은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 관리단체 지정이 불가피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부결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 “이번 상정된 안건을 두고 조사특위에서 밝힌 각종 비리에 대해 부결시킨 것은 사무처장의 명분을 찾기 위한 예상된 시나리오나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특위 제보에 따르면 내년 1월에 실시하는 서울시체육회 제33대 회장선거에서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박모 후보자가 아닌, 양모 후보자의 회장 당선이 유력하게 되자, 앞으로의 안위가 불투명해진 사무처장은 살구멍을 찾기 위해 서울시태권도협회를 구제하는 조건으로 결탁했다고 전해진다”면서 “이는 곧 사무처장이 살구멍을 찾아보려는 어리석은 망동이 공정한 체육계의 투명성을 염원하고 있는 민심의 분노를 샀다”는 제보가 전해졌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서울시체육회를 비롯한 회원종목단체에 대해 조사특위 위원 일동은 인적쇄신과 대개혁을 이루고 정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전략·신형무기 개발한 2인방 입지 더 강화될 듯

    北 전략·신형무기 개발한 2인방 입지 더 강화될 듯

    리수용·최선희 등 외교팀 위상도 주목 ‘냉면 목구멍’ 리선권 8개월 만에 포착지난 28일부터 사흘째 열리고 있는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계기로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와 신형무기를 개발·운용하는 인사들이 약진할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들어 13차례 신형무기 시험발사 중 9차례 현지지도를 하는 과정에 대부분 동행하며 신형무기 개발과 운용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병철(왼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정치국 후보위원)과 박정천(가운데) 군 총참모장(중앙위원)이 각각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 29일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조치들을 취할 데 대해 언급’한 점 또한 이들을 중용해 신형무기 완성과 전력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 강경노선을 주도했던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정치국 위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중앙위원)이 재신임을 받거나 승진한다면 대미 외교가 더욱 경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더라도 기존 대미 외교 라인을 중용한다면 협상 결렬 책임은 북한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닌 미국에 있음을 대외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의도”라고 했다. 권력 서열 3위인 박봉주(오른쪽) 당 부위원장(정치국 상무위원)이 29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입지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박봉주 동지가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를 현지에서 요해(파악)했다”고 보도한 점을 감안하면 80세 고령인 그가 잠시 건강이 나빠졌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8개월여간 자취를 감췄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조선중앙TV를 통해 확인됐다. 리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남측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발언해 ‘설화’를 일으켰다. 리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외부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신변 이상설’이 돌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2019 MBC 연예대상’ 박나래 대상 “선한 영향력 끼칠 것”[종합]

    ‘2019 MBC 연예대상’ 박나래 대상 “선한 영향력 끼칠 것”[종합]

    개그우먼 박나래가 ‘2019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영광을 안았다. 29일 열린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박나래는 ‘나 혼자 산다’로 드디어 대상을 수상했다. ‘나 혼자 산다’는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베스트 커플상 등을 싹쓸이하며 8관왕을 차지했다. 트로피를 받아든 박나래는 “솔직히 이 상은 제 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받고 싶었다”고 오열했다. 이어 “선배님과 함께 대상 후보에 서있었는데, 이영자 선배님이 어깨 펴고 당당하라고 하셨다. 유재석 선배님도 네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는 이분들보다 많이 부족하고, 제가 대상후보였어도 이분들처럼 여유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분들에 비하면 저는 너무나 부족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박나래는 “제가 키가 148cm이다. 많이 작다. 그런데 이 위에 서니 처음으로 사람 정수리를 본다. 제가 볼 수 있는 시선은 항상 턱이나 콧구멍이다. 아래에서 여러분을 우러러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사실 저는 착한 사람도 아니고 선한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예능인 박나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 모든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예능인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박나래는 공약으로 뽑은 ‘코끼리 코’를 돌며 끝까지 웃음으로 ‘연예대상’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날 대상 후보에는 유재석, 박나래, 김구라, 이영자, 김성주, 전현무가 올랐다. 대상 후보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예능인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6인은 임의로 대상 공약을 선정했다. 이 자리에서 김구라는 “저는 공약을 아무거나 골라도 부담 없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에 비해 유재석은 “저는 조금 애매해서 조심해야겠다. 나래 씨는 확실히 조심해야한다”고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며 분위기는 박나래와 유재석의 2파전으로 흘러갔다. 이날 최우수상은 ‘구해줘 홈즈’의 김숙, ‘구해줘 홈즈’‘같이 펀딩’ 노홍철(뮤직&토크 부문), ‘전지적 참견 시점’ 송은이, ‘전지적 참견 시점’‘호구의 연애’‘구해줘 홈즈’ 양세형(버라이어티 부문)에게 돌아갔다. 아울러 시청자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은 ‘나 혼자 산다’가 2년 연속 차지했다. 무대에 오른 ‘나 혼자 산다’ 박나래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걸 아는 게 프로그램의 목표”라며 함께 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우수상은 ‘라디오스타’ 안영미, ‘언니네 쌀롱’‘놀면 뭐하니?’ 조세호(뮤직&토크 부문),‘나 혼자 산다’ 화사, ‘나 혼자 산다’ 성훈, ‘선을 넘는 녀석들’ ‘전지적 참견시점’ 유병재(버라이어티 부문)가 수상했다. 시청자가 선택한 베스트 커플상은 ‘나 혼자 산다’ 기안84와 헨리에게 돌아갔다. 라디오 부문에서는 김이나, 장성규가 신인상, 산들, 옥상달빛이 우수상, 양희은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하 ‘2019 MBC 방송연예대상’ 수상 내역> ◆ 신인상(라디오 부문) : ‘김이나의 밤편지’ 김이나,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장성규 ◆ 신인상(예능 부문) : ‘언니네 쌀롱’ 홍현희, ‘놀면 뭐하니?’ 유산슬(유재석), ‘전지적 참견 시점’ 장성규 ◆ 베스트 팀워크상: ‘나 혼자 산다’ 이시언, 기안84, 성훈, 헨리 ◆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 ‘같이 펀딩’ ‘호구의 연애’ 장도연 ◆ 특별상(버라이어티 부문) : ‘선을 넘는 녀석들’ 설민석 ◆ 특별상(뮤직&토크 부문) : ‘놀면 뭐하니?’ 박현우, 정경천, 이건우 ◆ 글로벌 트렌드상 : ‘복면가왕’ ◆ 멀티테이너상 : ‘같이 펀딩’ 유준상, ‘나 혼자 산다’ ‘언니네 쌀롱’ 한혜연 ◆ 공로상 : ‘복면가왕’ 유영석, 윤상, 김현철 ◆ 인기상 : ‘편애중계’ 김병현, 서장훈, 안정환 ◆ 작가상: ‘구해줘 홈즈’ 정다운 작가 ◆ 올해의 예능인상 : 유재석, 박나래, 김구라, 이영자, 김성주, 전현무 ◆ 베스트 커플상 : ‘나 혼자 산다’ 기안84&헨리 ◆ 우수상(라디오 부문) : ‘산들의 별이 빛나는 밤에’ 산들,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옥상달빛 ◆ 우수상(뮤직&토크 부문) : ‘라디오스타’ 안영미, ‘언니네 쌀롱’‘놀면 뭐하니?’ 조세호 ◆ 우수상(버라이어티 부문) : ‘나 혼자 산다’ 화사, ‘나 혼자 산다’ 성훈, ‘선을 넘는 녀석들’ ‘전지적 참견시점’ 유병재 ◆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 ‘나 혼자 산다’ ◆ 최우수상(라디오 부문) :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양희은 ◆ 최우수상(뮤직&토크 부문) : ‘구해줘 홈즈’ 김숙, ‘구해줘 홈즈’‘같이 펀딩’ 노홍철 ◆ 최우수상(버라이어티 부문) : ‘전지적 참견 시점’ 송은이, ‘전지적 참견 시점’‘호구의 연애’‘구해줘 홈즈’ 양세형 ◆ 대상 : ‘나 혼자 산다’ 박나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박용진 “유치원 3법, 유실 우려…연내 반드시 통과” 촉구

    박용진 “유치원 3법, 유실 우려…연내 반드시 통과” 촉구

    “유치원 비위 적발 4419건”…기자회견에 학부모 동참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둘러싸고 대치하면서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자고 촉구했다. 박용진 의원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화성 동탄신도시·서울 강북구 등 지역 학부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이들의 자녀도 함께했다. 이들은 ‘정쟁보다 아이들이 먼저다’라고 적힌 구호를 들고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전국 교육청이 실시한 2019년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자신의 의원실에서 분석한 통계를 거론하며 “비위에 따른 피해 금액은 321억원, 적발 건수는 4419건에 달한다. 지난해 269억원보다 52억원이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도 주의나 경고로만 끝난 것이 전체 95.6%인 3662건”이라며 “유치원 3법이 통과되지 않아 법의 허점과 구멍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또 “지난해 사립유치원 사태 이후 폐원상태로 방치된 유치원 수가 153개”라며 “이들 유치원은 사실상 유치원 3법이 좌초되기를 기다리며 일명 ‘버티기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 통합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향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주도하는 4+1에서도 유치원 3법 통과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통과되고 난 뒤 살라미 전술의 끝에서 유치원 3법이 아무런 보장 없이 유실돼버리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된다”며 “올해 유치원 3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23살, 프랑스에서 첫 크리스마스

    [김금숙의 만화경] 23살, 프랑스에서 첫 크리스마스

    “펑” 소리와 함께 목이 긴 크리스털잔에 따라진 샴페인에서는 기포가 하염없이 올라왔다. 이자벨은 그녀의 잔을 내 잔에 부딪치며 “조아이유 노엘”(Joyeux Noel)하고는 윙크를 해 보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이자벨이 혼자 있는 나를 알자스 지방에 사는 그녀의 엄마 집으로 초대했다. 이자벨은 알프스산 아래에 위치한 사보아대학 학생으로 나와는 하숙을 함께 했다. 하얀 테이블보 가장자리에는 이 지방의 상징인 황새가 금색 실로, 냅킨에는 초록색과 빨간색실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수놓여 있었다. 나는 앞에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나이프와 포크, 포도주 잔들과 접시들을 바라보았다. 이자벨의 오빠인 파트리크가 적포도주를 권했다. 나는 머뭇거렸다. 잔을 들자니 포도주 잔이 세 개여서 어떤 잔이 물 잔이고 어떤 잔이 적포도주 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자벨이 내 마음을 알았는지 “이거야” 하고 그중 가장 평범하게 생긴 잔을 가리켰다. 손잡이가 초록색인 것은 백포도주 잔이고 물 잔은 가장 큰 잔이라고 했다. 물을 와인잔에 따라 마시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적포도주는 잔의 반이 조금 못 되게 따라 주었다. 곧이어 이자벨의 엄마인 프리다가 전채요리를 가지고 왔다. 반쪽씩 구운 사과 위에 치즈를 얹은 음식이 내 접시에 놓여졌다. “본아페티”(잘 먹겠습니다)를 외치고 포크로 치즈를 떠서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멈췄다. 보기와는 달리 코를 찌르는 냄새가 역했다. 조금 맛을 보았다. 퀴퀴했다. 상했나? “염소치즈야.” 이자벨이 말했다. 염소치즈!!! 갑자기 술기운이 확 올라오며 얼굴이 시뻘게지는 게 느껴졌다. 못 먹겠다. 어쩌지? 당황스러웠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프리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입에 넣을까 말까 하고 있는 염소치즈 한 조각을 그녀는 마치 신선한 굴을 넣어 이제 막 버무린 김장김치 맛보듯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양 입에 넣었다. 이자벨도 파트리크도 그의 부인인 안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외계인이다. 나는 지금 어느 별에 와 있단 말인가. 절망스러웠다. 그렇다고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는 거다. 두 개의 구운 사과에 잘 올려진 나의 염소치즈를 내려다보았다. 어떻게든 먹어야 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음식을 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는 내게 최면을 걸었다.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하지만 현실은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하면 할수록 입안에서 이리 돌고 저리 돌아 더 넘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포도주의 도움으로 눈 딱 감고 꾸욱 꾹 밀어 넣었다. 염소치즈를 입안으로 가져갈 때마다 포도주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 내 얼굴은 홍당무가 아니라 잘 삶아진 비트가 돼 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안이 내게 물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뭐 먹어?” 대답하려고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이때 딱히 먹는 게 없었다. 크리스마스 때는 주로 친구들과 어울렸던 것 같다. “우리는 설에 떡국을 먹어.” 갑자기 튀어나온 내 대답에 내가 더 당황했다.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명절이 아니다. 그래서 프랑스처럼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밥을 해먹지는 않는다. 우리는 설과 추석에 그렇게 한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안이 계속 물었다. “프랑스엔 왜 왔어?” 내 입에서는 느닷없이 “화가가 되려고”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샴페인 때문일까. 포도주 때문일까. 아니 나는 염소치즈에 취한 것 같다. 안은 아마도 ‘한국에선 화가가 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설명을 했어야 했다. ‘20세기 초 세계의 많은 화가들이 프랑스에서 활약을 했다. 나도 그들처럼 빈손이어도 열정과 노력과 재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프랑스어 실력은 그런 걸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그날 밤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를 되뇌며 잠이 들었다.다음날 이자벨과 프리다는 내게 구경을 시켜 준다며 알자스 지방의 전통 도자기 마을로 데리고 갔다. 하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꽃이 내 손에 닿으며 녹았다. 어제의 후회도 자책감도 눈꽃송이처럼 스르르 녹았다. 1994년 스물세 살, 무작정 홀로 떠난 프랑스에서의 첫 크리스마스였다. 올겨울, 그날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면 좋겠다. “2019년 모두 조아이유 노엘(메리크리스마스)!”
  • 우리 민속·태국 문화 한자리에…겨울방학 교육으로 딱이네

    우리 민속·태국 문화 한자리에…겨울방학 교육으로 딱이네

    국립민속박물관, 새달 6~17일 무료 프로그램 선조들의 겨울나기·쥐띠 기획전시 등 볼거리국립민속박물관이 겨울방학 기간에 초등학생들이 박물관에서 민속문화와 다문화를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민속이랑 겨울나기’는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인의 하루’를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겨울과 관련한 민속 유물을 주제로 아이들이 소리와 맛, 향기를 통해 유물을 예측하고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전시장을 선조들의 겨울나기 모습을 보여 주는 공간으로 새롭게 꾸몄다. ‘쥐구멍에 볕 든 날’은 내년 경자년 쥐띠 해를 맞아 열두 띠 문화와 쥐띠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돕는 가족 대상 교육프로그램이다. 쥐띠 기획전시를 관람하고 유물과 문화에 담긴 쥐의 상징과 의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가족의 띠 동물을 비교하는 기회를 통해 통합적인 민속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실컷 놀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엄마 아빠가 어릴 때 했던 놀이를 같이하며 동심으로 돌아가 맘껏 즐기는 자리다. 다양한 도구로 우리 가족만의 놀이를 만들어 보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민속문화와 더불어 우리 문화와 다른 문화를 비교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싸왓디, 꾸러미 속 작은 태국’은 태국 꾸러미를 통해 태국 문화를 체험하는 과정이다. 어린이들이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기획됐다. 이번 교육프로그램은 내년 1월 6일부터 17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www.kidsnfm.go.kr)에서 할 수 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가보지 않은 길 걸어볼 것” 김동연 총선 출마 제스처?

    “가보지 않은 길 걸어볼 것” 김동연 총선 출마 제스처?

    최근 미국에서 초빙교수 생활을 마치고 국내 복귀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가보지 않은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 보려 한다”는 글을 남겨 내년 총선에 나가기로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김 전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분을 만났고 더 깊은 생각과 고민도 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귀국해서는 책 쓰는 일과 현대판 ‘구멍뒤주’ 프로젝트 준비 등 두 가지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근황을 소개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어 “책에는 그동안의 경험과 생각, 고민을 담아 보려 한다”며 “환경과 자기 자신, 사회를 뒤집는 세 가지의 ‘유쾌한 반란’ 중에서도 마지막 파트인 사회에 대한 반란에 대한 이야기”라고 적은 뒤 글 마지막에 “생각이나 말보다 실천을 통해서 저도 가보지 않은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 보려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전 부총리의 이번 글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총리직을 그만둔 뒤 김 전 부총리는 정치권으로부터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김동연 전 부총리 “가지 않은 길 걸어보련다” 총선 출마하나

    김동연 전 부총리 “가지 않은 길 걸어보련다” 총선 출마하나

    최근 미국에서 초빙교수 생활을 마치고 국내 복귀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가보지 않은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 보려 한다”는 글을 남겨 내년 총선에 나가기로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김 전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분을 만났고 더 깊은 생각과 고민도 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귀국해서는 책 쓰는 일과 현대판 ‘구멍뒤주’ 프로젝트 준비 등 두 가지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근황을 소개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0월 미국 미시간대 초빙교수로 초청을 받아 출국한 뒤 이달 귀국해 대학 등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이어 “책에는 그동안의 경험과 생각, 고민을 담아 보려 한다”며 “환경과 자기 자신, 사회를 뒤집는 세 가지의 ‘유쾌한 반란’ 중에서도 마지막 파트인 사회에 대한 반란에 대한 이야기”라고 적은 뒤 글 마지막에 “생각이나 말보다 실천을 통해서 저도 가보지 않은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 보려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전 부총리의 이번 글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총리직을 그만둔 뒤 김 전 부총리는 정치권으로부터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음성 출신인 김 전 부총리가 충북에 출마할 경우 상당한 득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직 국회의원이 사라진 세종시에선 김 전 부총리가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여당 관계자는 “현 정부의 약점으로 꼽히는 경제 부분의 전문성이 강하다는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강제북송 50일, 이민 가방 싸는 탈북민의 눈물(중) [강주리 기자의 K파일]

    강제북송 50일, 이민 가방 싸는 탈북민의 눈물(중) [강주리 기자의 K파일]

    강제 북송 이후, 신변 불안에 떠는 탈북민 그들의 선택은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은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탈북한 남성 2명을 강제 북송한 지 50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달 29일 한국행을 시도하다 베트남에서 체포된 탈북민 10명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중국으로 추방됐다. 그들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유엔 총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전원 합의로 채택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한반도 사정을 이유로 빠졌다. 탈북민 사회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숨죽인 탈북민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탈북민 정책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존과 자유를 위해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민 수는 약 3만 5000명(추정치). 남한에 정착한 20~30대 탈북민 5명을 만나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한 탈북민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Q. 북송 이후 탈북민 사회가 불안해한다는데 북한 주민 2명에 대한 초유의 강제 북송 사건은 탈북민 사회를 크게 동요시켰다. 이 사건은 북한 주민 2명이 추방되던 당일 국회에서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우연히 언론 카메라에 잡혀 보도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탈북민들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채 이런 방식의 강제 북송이 이전에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우려와 함께 앞으로도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될 수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토로했다.●“설마 우리도…” 북송 불안에 떠는 탈북민들 조민준(2007년 탈북)씨는 “현 정부가 북한과 관계개선 노력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터지면서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선우(2017년 탈북)씨 역시 “북한이 반드시 잡아야 할 탈북민이 있다면 이번처럼 사실 확인도 충분히 해보지 않고 ‘살인자’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가 보낼 수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북한에 살기 어려워 탈북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들이 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정부가 앞으로도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몰래 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탈북민들은 이번에 북송된 북한 주민들이 5일간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지만 자신들의 탈북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받은 경험으로 추정해보건대 식사·수면 시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틀 남짓 정도의 조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017년 가까스로 탈북한 하씨는 “당국자들도 밥 먹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20~40시간 정도 조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무려 16명을 살해했는데 조사 기간 5일은 정말 짧은 시간”이라면서 “언론에 찍힌 문자 메시지로 우연히 알려졌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도 모르게 북송되지는 않았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16명 살해했는데 조사 기간 5일? 너무 짧아”탈북민 “경험상 5일 조사면 실조사 이틀 남짓”“北 원하면 한국 정부 또 몰래 보내지 않을까”“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과거도 의심” “눈 가려진 채 판문점서 북한군 만났을 순간상상만 해도 다리 힘 풀리고 생명 위협 느껴져” 이승철(2012년 탈북)씨는 “원래는(한국 정부가) 북한으로 다시 가겠다는 사람들도 그냥 안 보냈다”면서 “집도 주고, 돈도 주겠다며 엄청나게 회유하고 그래도 가겠다고 할 때 보낸다”며 북한에서 2000년대 초에 나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두 병사’ 얘기를 꺼냈다. 이 영화에는 북한 군인이 배에서 표류하다 한국으로 갔는데 돈, 여자, 해외여행 등 갖은 회유를 다 뿌리치고 북한에 돌아와 영웅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는 “나는 이 영화를 보고 ‘한국에 가면 저렇게 해주는구나’ 생각하고 탈북을 결심했고 주변에 이런 기대를 안고 목숨 건 탈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런데 그런 것은 고사하고 다시 강제 북송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었다”고 말했다. 2002년 북한을 어렵게 탈출한 김지은씨는 “귀순 의향을 밝혔던 북한 선원이 눈이 가려진 채 도착한 판문점에서 북한 군을 다시 만났을 때 털썩 주저 앉았다고 전해 들었는데 그 순간을 상상만 해도 내 다리에 힘이 풀리고 생명에 위협이 느껴진다”면서 “북한이 탈북민인 다른 누군가의 신변을 요구할 때 우리도 보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한국사람 되던 날 눈물 쏟았는데 걱정이 크다” 김씨의 가족은 탈북 과정에서 붙잡혀 숨졌다. 중국에서 모진 고생 끝에 한국에 들어온 김씨는 탈북민인 남편과 가정을 이뤘다. 김씨는 “그토록 원했던 한국이었지만 이제는 한국을 떠나고 싶다”면서 “이런 위험한 상황이 내 아이들에게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외국에 나가 살자고 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하나원에서 법률 교육을 받는데 한반도에서 태어나 한국땅을 밟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고 하더라”면서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국가정보원 직원이 ‘대한민국 국민이 된 걸 축하한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런데 며칠 전 강제북송을 보면서 탈북민들은 한국 국민이 정말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강제 북송을 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면서 “목숨을 걸고 넘어왔는데 신변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민을 가야하는 건지 고민이 된다”고 고개를 떨궜다.“하나원서 ‘한국땅 밟으면 한국인’ 교육탈북민은 정말 한국 국민이 맞는 것인가”헌법 3조, 한국 영토는 北 포함 한반도 북한이탈주민법 “인도주의 입각 특별보호” 하씨가 언급한 하나원은 통일부 소속기관으로 탈북민들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해 설치된 곳이다. 탈북민들은 이곳에서 한국 생활에 필요한 한국의 법과 제도 등 여러 가지 교육을 받는다. 탈북민 사회가 주목하는 조항은 헌법 3조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는 현재 북한 정권이 점유한 한반도 이북은 대한민국의 ‘미수복 영토’이고, 해당 지역을 ‘대한민국의 북반부’란 의미로 ‘북한’이라고 불러 왔다. 탈북민들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북한이탈주민법)에 의해 신속히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보호와 지원을 받는다. 해당 법 4조 기본원칙에는 보호대상자(탈북민)를 인도주의에 입각해 특별히 보호하고 한국의 자유민주적 법 질서에 적응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Q. 탈북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어떤가 탈북민들은 두 차례 연평해전(1999년, 2002년)에 이어 46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침몰사건(2010년) 등을 거치면서 북한 정부와 동일시되는 차가운 시선에 마주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중학교에 다닐 때 천안함 사건이 터졌는데 그때 정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면서 “그러면서도 당시 저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경멸과 원망이 가득한 차갑게 쏘아보는 눈빛들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자신을 원숭이 보듯이 몰려와 쳐다보는 친구들을 선생님이 쫓아내는게 일이었다는 말을 전하며 “이름을 써보라”라고 한 뒤 “우리말을 쓴다”고 놀리는 말에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고 전했다.  천안함 당시 북한 정부와 탈북민 동일시“천안함 사건 때 정말 미안한 감정 들어…같은 반 친구, 경멸의 눈빛 잊을 수 없어”中 거쳐 온 탈북 아이에게 “짱깨 냄새 나”탈북민 부모들, 아이들 상처에 가슴앓이 탈북민들은 유튜브나 TV 등 언론 매체에서 북한 사람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거나 비하하고 북한에서 쓰지도 않는 표현들을 ‘북한말’이라고 사용하면서 부정적인 학습 효과를 낳는 데 우려를 표시했다. 강지성(2016년 탈북)씨는 “친구들한테서 ‘북한 사람 같아’라는 외모 표현을 들은 한국 친구가 불쾌해하는 걸 봤다”면서 “촌스럽고, 못 살고, 세련되지 못했을 때 그런 표현을 쓰는 것 같더라”고 속상해했다.김씨는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온 탈북민들을 겨냥해 중국인들과 동일시하며 비하 발언들을 쏟아내는 한국인들을 보고 아이가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사춘기인 아이가 학교에서 중국을 거쳐오니 반 친구들이 ‘짱깨(짱개), 짱깨 냄새난다’라면서 놀려 너무 슬퍼하더라. 상처를 털어놓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짱깨는 중국어로 타이완계 화교 가게 종사자를 의미하는 말인 ‘장궤(掌櫃)’에서 유래했다. 짜장면과 발음이 비슷해 한국인들 사이에서 중국인들을 짱깨라고도 낮춰 불러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튜브·TV서 북한사람 우스꽝스럽게 묘사北서 잘 쓰지도 않은 표현 ‘북한말’로 소개“젊은 세대에게 부정적 학습 효과 낳아” 조씨는 “TV에서 북한 사람들을 불쌍하게만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에서 만드는 그런 이미지 프레임이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 역시 “‘~네다’, ‘꼬부랑국수’(라면), ‘구멍국수’(스파게티), ‘서양쓴물’(커피) 등 잘 쓰지 않는 희한한 표현들을 북한식 사투리라고 내보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가 인기인데 조회수가 300만이 넘는 탈북민 몰카(몰래카메라)나 바보 같이 머리를 깎고 ‘인민랩’ 등을 패러디하는 걸 보면 이미지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탈북민들은 연대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한명의 탈북민이 잘못되면 모든 탈북민들이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통일에 대해 물었다. 하씨는 “북한은 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지만 거기서 살아보니 강대국들 사이에서 진정한 남북통일을 바라는 것 같지 않았다”면서 “탈북민들 중에는 그런 북한과 합쳐지는 것을 꺼려해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이 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다수를 이룬다”고 전했다. 의견 분분한 통일 생각 “남한 주도 통일 다수”“南친구, 통일 비용 때문에 통일 안 원해 충격” “통일보다 무비자로 오갈 수만 있어도 좋아…경쟁력 떨어지는 北주민 ‘2류 국민’ 전락 우려” 강씨는 “남한 친구들이 통일 비용을 우려해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북한은 어쩌면 통일보다는 무비자로 오갈 수 있는 나라 정도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다. 그는 “통일이 되면 교육수준이 낮고 한국 국민들과 비교해 취업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북한 주민들을 ‘2류 국민’으로 분류해 차별받을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탈북민 문제는 어느 정권에서건 끊임없이 되풀이될 이슈다. 정부가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북한과의 평화를 양립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반으로 갈라진 한반도를 안고 가는 정부의 숙명이자 필수과제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집 앞마당 100년 고목(古木) 훼손 주민에게 벌금 1억 때린 英 법원

    집 앞마당 100년 고목(古木) 훼손 주민에게 벌금 1억 때린 英 법원

    영국 법원이 자기 집 앞마당에 있는 고목(古木)을 훼손한 주민에게 1억 원에 가까운 벌금형을 선고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에식스카운티 바즐던지방법원은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를 훼손해 결국 벌목에 이르게 한 주민에게 6만1000파운드, 우리 돈 9200여만 원의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에식스카운티 첼름스퍼드시에 사는 스티븐 로렌스라는 이름의 주민은 과거 시의회 측에 자기 집 앞마당에 있는 삼나무를 벨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어 벌목은 불가하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올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껍질을 벗기고 구멍을 뚫는 등 나무를 훼손했다. 시의회가 더이상의 훼손을 멈추라고 명령했지만 듣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액이 흘러나오는 등 심하게 손상된 나무는 회생 불가 판정을 받고 결국 잘려 나갔다.시의회가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는 1908년 해당 주민이 사는 집이 지어진 직후 심어졌으며, 수령은 최소 90년에서 최대 100년으로 추정된다. 이 주민이 살고 있는 집 역시 2급 보호 건물로 지정돼 당국의 보호 아래 있다. 시의회는 당국 행정명령에도 무단으로 보호수를 훼손했다며 주민을 고소했다. 시의회 측은 “올 1월 껍질이 벗겨졌을 때만 해도 나무는 아직 회생 가능성이 있었다”라면서 “의회의 경고에도 5월 재차 나무에 구멍을 뚫는 등 훼손을 멈추지 않은 것은 고의적”이라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12일 주민의 유죄가 인정된다며 6만 파운드가 넘는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당초 9만 파운드의 벌금이 책정됐으나 죄를 인정한 것이 참작됐다. 마이크 맥크로리 첼름스퍼드 시의회 의원은 나무의 가치 및 지역사회와 환경이 갖는 가치가 인정됐다며 재판 결과를 반겼다. 맥크로리 의원은 “오래된 수령(나무의 나이)만큼이나 탄소 흡수 등 나무가 감당하던 중요한 역할, 그리고 매일 즐겨보던 나무를 잃은 주민과 동식물의 피해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우리나라도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하고, 보호수가 자라고 있는 토지를 매입해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보호수를 훼손하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보호수가 아니더라도 민간인이 허가 없이 입목벌채를 한 경우 ‘산림자원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그러나 매입하지 못한 사유지에 있는 보호수는 땅 주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관리가 가능하며, 때에 따라 훼손이나 임의 벌채도 보장된다는 한계가 있다. 불법 벌목에 대한 처벌 수준도 약하다. 지난 6월 경북 김천에서 탁자를 만들겠다며 외지인 2명이 120년 된 느티나무를 불법으로 잘라냈지만, 1명만 입건돼 검찰에 송치됐으며 벌금 100만 원 약식기소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아내의 맛’ 신소율♥김지철, 연애 풀 스토리+프러포즈 공개 “처음엔 거절”

    ‘아내의 맛’ 신소율♥김지철, 연애 풀 스토리+프러포즈 공개 “처음엔 거절”

    신소율♥김지철 예비부부가 ‘아내의 맛’을 통해 1년9개월 공개 열애를 끝, 전격 결혼 발표를 한다. 24일 오후 방송되는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 78회에서는 신소율-김지철 예비부부가 아맛팸에 전격 합류해 반가움을 안긴다. 신소율은 tvN ‘응답하라 1997’에서 젝스키스 오빠들을 부르짖는 모유정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MBC ‘진짜사나이’ 등 예능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며 특유의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김지철은 뮤지컬 ‘영웅’, ‘은밀하게 위대하게’, ‘위대한 캣츠비 RE:BOOT’, ‘키다리 아저씨’ 등을 통해 감미로운 목소리를 선사하고 있는 뮤지컬계 라이징 스타다. 이렇듯 각자의 위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사랑받고 있는 배우 커플 신소율-김지철이 1년 9개월 공개 열애 끝, 결혼 골인의 문턱에 서게 돼 많은 이의 축하를 받고 있는 것. 특히 신소율은 매력만점 두 살 연하남 김지철을 처음 본 순간 마음에 꽂혀, 김지철의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물밑 작업’에 착수했던 ‘순애보 직진녀’의 뒷이야기를 고백하며 설렘 지수를 높인다. 반면 김지철은 직진녀 신소율의 이 같은 불꽃 대시에도 불구, 깊은 관계로의 발전을 거부하며 수차례 대시 거절 의사를 밝혔던 터. 하지만 김지철은 신소율의 SNS를 몰래 구경하던 중 손가락을 삐끗하는 바람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 발각됐고, 그로 인해 애써 감춰왔던 속내를 들켜버리고 말았다. 김지철이 신소율을 향한 호감을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던 속사정은 과연 무엇일지 ‘아내의 맛’을 통해 공개된다. 그런가하면 신소율♥김지철 예비부부의 깜짝 프러포즈 현장 역시 방송 최초로 담긴다. 김지철은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카페를 통으로 대관해 동료 뮤지컬 배우들을 총출동시키는가 하면, 각종 로맨틱 소품을 설치하고 피아노 세레나데까지 연습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심기일전했다. 하지만 ‘허당남’ 김지철은 풍선에 족족 구멍을 내는 것도 모자라 ‘결혼해 줘’의 뜻인 ‘MARRY ME’의 철자를 틀려 크리스마스 인사인 ‘MERRY ME’로 둔갑시켜버리는 결정적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 눈치백단 누나 신소율을 속이기 위한 허당 연하남의 고군분투 프러포즈 대작전과 어딘가 허술하고 부족한 프러포즈를 받고 신소율이 보인 남다른 반응이 전해지며 웃음을 자아낼 전망이다. 제작진은 “며칠 전 결혼 발표를 한 신소율♥김지철 커플이 등장해 결혼 준비에 여념이 없는 예비부부 포스를 내뿜는다”며 “특별한 만남에서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가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안방극장을 달콤함으로 물들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아내의 맛’은 24일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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