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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유입 못 막으면 밑빠진 독 물붓기… 모든 입국자 자가격리를”

    “해외 유입 못 막으면 밑빠진 독 물붓기… 모든 입국자 자가격리를”

    유럽발 입국자 전수조사 후 확진 증가세 단기체류 외국인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중대본 “무증상 상태서 입국 있을 수 있어”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 가운데 해외 유입 환자수가 이틀 연속 절반을 넘겼다. 국내에서 감염된 환자보다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자가 많아지면서 더욱 강력한 봉쇄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집계된 해외유입 사례는 57명으로, 전날(51명)보다 많다. 57명 중 18명은 예전에 확진됐던 사례가 해외 유입으로 추가 확인된 건이다. 실제 25일 하루 동안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는 신규 확진환자 104명 가운데 39명이다. 지난 22일 유럽발 입국자 전수조사를 처음 시행한 이후 날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한동안 주춤하던 국내 신규 확진환자 증가 폭은 이틀 연속 세 자릿수를 보였다. 위험 국가가 중국에서 유럽·미국 등으로 바뀌었을 뿐 해외 유입 환자로 국내 거주자들의 감염 위험이 커진 사태 초반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이더라도 해외로부터 환자가 계속 유입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발 입국자 전수조사에 이어 미국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도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검역을 강화했지만 곳곳에서 방역 구멍이 여전하다. 26일 0시 기준으로 집계된 해외발 유입 환자 57명 중 27명(47.4%)이 공항 검역을 통과해 입국한 뒤 지역사회에서 확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 검역을 받을 때는 열이 나지 않아 무사 통과했다가 입국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런 환자들이 늘면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잠복기를 고려하면 무증상 상태에서 입국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단기체류 외국인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제기된다. 유럽·미국에서 왔더라도 단기체류 외국인은 공항 검역에서 진단검사를 받아 음성이 확인되면 입국할 수 있고, 자가격리 대신 보건소가 매일 전화를 걸어 건강 상태를 조사하는 ‘능동감시’를 받는다. 경증 상태에서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릴 위험이 크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개인마다 증상을 인지하는 정도가 달라 증상이 있는데도 없다고 얘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증상 입국자와 단기체류자가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입국자 강제 자가격리 대상을 모든 국가로 확대하고 단기체류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도 “해외 입국자의 위험도를 계속 예의 주시하면서 추가적인 검역 강화 등의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견해를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간병인 무증상자 위험…병원 집단감염 ‘빨간불’

    간병인 무증상자 위험…병원 집단감염 ‘빨간불’

    1030 직장 등 집단 생활에 확산키워 무증상 입국자 귀가지침에 방역 구멍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가 향후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일상생활을 하지만 경증에서도 바이러스를 내뿜는 코로나19의 특성상 다른 이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5일 브리핑에서 “최초 (확진) 진단 시 무증상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추산한 무증상자 비율은 최근 국내 집단발병 사례의 8% 내외다. 18번(21·여)과 28번(31·여) 확진환자는 격리해제가 될 때까지 증상이 없었다. 주로 10~30대 젊은 환자들이 무증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직장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연령대인 만큼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질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 단계에서도 유증상자는 진단검사를 받지만 무증상자(유럽·미국발 입국자 제외)는 바로 귀가할 수 있어 보건당국도 추가 대책을 고민 중이다. 특히 간병인이 무증상자라면 자칫 병원 내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정세균 국무총리도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정 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간병인들은 병원에 상시 출입하고 환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하고 있으나 의료인이나 병원 직원이 아니라 그간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요양병원 감염을 막기 위해 간병인들에 대한 관리와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지역 내 73개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2648명에 대해 전수 진단검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원과 인력이 제한돼 있어 모든 지역이 이렇게 전수조사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고위험군인 미국·유럽발 입국자로 검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대구시는 정신병원 15곳 종사자 등 1006명을 전수조사했으나 지금까지 검사 결과가 나온 81명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정 본부장은 “어디를 우선순위로 해서 검사를 할지 늘 고민”이라며 “다른 지역은 지역사회 감염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대구처럼 전수조사를 할 필요성을 따져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정부 대출 기다리다 숨 넘어가는 소상공인..코로나 지원책 탁상행정 논란

    정부 대출 기다리다 숨 넘어가는 소상공인..코로나 지원책 탁상행정 논란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고 생존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지원해주려는 목적으로 정부가 마련한 코로나 긴급대출, 세금 감면 혜택 등의 정책들이 허울 뿐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벼랑 끝에선 자영업자들은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돈이 필요한데, 코로나 긴급대출은 접수, 심사 과정만 두달 가까이 걸려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획재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연 매출 8800만원 이하의 개인사업자에 한해 부가세를 경감해주겠다는 대책도 실효성이 없는 얘기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용이 커 매출 자체가 높게 나오는 업장일수록 타격이 심한 것이 현실인데도 혜택 대상을 ‘구멍가게’ 수준으로 극히 제한해서다. 24일 외식업, 재래시장 등 소상공인 업계에 따르면 정부(신용보증재단)의 보증으로 시중은행에서 최하 1.8%의 저금리로 최대 7000만원까지 긴급 대출을 받을 수 있게한 ‘코로나 긴급대출’ 접수를 하려는 자영업자들이 물밀듯 쏟아지고 있다. 서울 장충동에서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나 뿐만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망하기 일보직전의 상태가 된 이 일대 골목의 상인들 모두 마지막 희망으로 정부 대출을 신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대출금을 손에 쥔 사람은 거의 없다. 신청-접수-대출심사-최종 실사 단계를 거치는데만 최소 6주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신용보증재단이 밀려드는 신청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최근 정부는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에서 대신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간소화했지만,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신청한 뒤 이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신용도가 악화되고 결국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는 악순환이 생겼을 정도”면서 “신용보증재단에 대규모 인력지원조차 하지 않은 정부가 이 정책을 제대로 실행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답답해 했다. 업계에선 세금 감면 혜택 대상이 연매출 8800만원 이하의 업장이라는 기준도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관악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B씨는 “연매출이 8800만원이라는 건 한달에 인건비 200~300만원만 겨우 얻어가는 초미니 규모의, 1인 사업장 이하라는 뜻”이라면서 “이런 가게는 많지도 않을 뿐더러 당장 직원 월급과 임대료, 재료비 등을 막아야하는 다수의 보통 업장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50평 규모의 식당을 하는 C씨는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현장의 소상공인들이 혜택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도록 세금 감면 대상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겨우내 태어난 새끼 북극곰의 굴 밖 세상 구경…어미와 ‘걸음마’

    겨우내 태어난 새끼 북극곰의 굴 밖 세상 구경…어미와 ‘걸음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동면에서 깬 곰들도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했다. 캐나다에서는 북극곰 한 마리가 겨우내 태어난 새끼 곰들을 이끌고 굴 밖으로 나왔다. 난생처음 세상과 마주한 새끼들은 하얀 눈밭을 휘젓고 다니며 어미 곰을 고생시켰다. 23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출신 야생동물 사진작가 브라이언 매튜스(41)는 최근 캐나다 매니토바주에 위치한 와푸스크국립공원에서 한 무리의 북극곰 가족을 만났다. 겨우내 추위를 피해 눈 아래 굴속으로 들어갔던 어미곰은 그 사이 태어난 새끼들을 끌고 나와 세상 구경을 시켜주기 바빴다. 세계 최강 육상 포식자로 난폭함이 내재된 북극곰이었지만 어미 곰은 사진작가를 보고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작가는 “북극곰은 그날 내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냄새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어느 순간 나도 두렵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덕분에 작가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새끼 곰들을 지켜보며 마음껏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그는 “12주 정도 된 새끼들은 바깥세상에 처음 나와 잔뜩 겁을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내 경계를 풀고 저들끼리 먹고 자고 놀고 싸우며 눈밭을 휘젓고 다녔다”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어미 곰도 넘치는 탐험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는 새끼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도 나뭇가지를 씹고 작은 구멍을 파며 한참을 뛰어다녔다. 그러다 힘이 다한 새끼들은 어미 곰의 배에 자리를 잡고 꿈틀거렸다. 새끼들이 목격된 캐나다 매니토바주는 북극곰의 땅이다. 특히 허드슨만과 인접한 처칠에는 주민보다 곰이 더 많이 산다. 인구 800여 명의 작은 마을에 사는 북극곰은 1000마리가 넘는다. ‘북극곰의 수도’를 자처할만하다. 그러나 북극곰의 건강 상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전 세계적 보존 노력 속에 북극곰의 개체 수는 1950년대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2만5000마리가 안정적으로 그 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북극곰의 삶의 질은 턱없이 나빠졌다.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감소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 얼음 면적이 줄어들수록 북극곰의 체질량지수도 같이 나빠졌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삶의 터전이 사라지면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북극곰들은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마을로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9년 암스트럽과 스털링 등의 연구에서는 이번 세기말 북극곰의 여름 서식지 면적이 68% 감소한다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미 지질조사국(USGS) 역시 해빙이 갈수록 얇아지면서 2050년 무렵에는 북극곰 개체 수 3분의 2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북극곰의 미래는 암울하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대구 신천지 전수조사했다더니…‘위장교회’ 47명 뒤늦게 드러나

    대구 신천지 전수조사했다더니…‘위장교회’ 47명 뒤늦게 드러나

    국내 최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대구 신천지가 알려지지 않았던 ‘위장교회’ 2곳 소속 신도 명단을 뒤늦게 대구시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장교회’ 신도들은 평소 신천지 신도들과 접촉이 잦았지만, 외부로 신원이 드러나지 않아 당국의 방역 대책 사각지대에 있었다. 대구 ‘신천지 사태’ 한달 동안 방역망에 ‘큰 구멍’ 그 동안 대구 신천지를 대상으로 한 방역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던 셈으로 대구시가 코로나19 사태 한 달이 넘은 지금 부랴부랴 해당 신도들의 확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신천지 측은 지난 19일 ‘선교교회’라는 명칭의 위장교회 2곳 신도 47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대구시에 제출했다. 대구시는 지난 17일 남구의 대구 신천지 시설에서 벌인 2차 행정조사 당시 위장교회 신도 명단 제출을 요구, 이틀 뒤 이를 받아냈다. 대구 동구 등에서 신천지라는 명칭을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을 해 온 위장교회 2곳은 대구 신천지 신도 가족이나 지인 등이 다수 소속돼 있고, 대구 신천지 신도들이 수시로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위장교회가 일반인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신천지 신도가 될 수 있도록 중간 단계 역할을 하는 시설로 파악하고 있다. “신천지 신도들 사이에서도 우려…방역당국 협조도 잘 안해” 대구시는 위장교회 신도들이 평소 신천지 신도들과 자주 접촉해 온 만큼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까지 대구 신천지 정식 신도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신천지 신도들 사이에서도 별다른 제재 없이 외부 활동을 해온 위장교회 신도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나는 신천지 신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방역당국의 조사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위장교회 신도를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조사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라쿤 습격에 부리 잃은 ‘거위의 꿈’ 찍어낸 3D 프린터

    라쿤 습격에 부리 잃은 ‘거위의 꿈’ 찍어낸 3D 프린터

    부리를 잃고 아파하던 거위가 3D 프린팅 기술 덕에 새 삶을 얻었다. CNN과 폭스뉴스 등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의 한 동물보호소가 부리를 잃은 거위를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보조기를 찍어냈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 부리를 갖게 된 거위는 적응 기간을 거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타주 로건 지역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한 가족이 애완용 거위 ‘브루스’를 데리고 동물보호소를 찾았다. ‘제니 덕덕’이라는 이름의 오리 친구와 12년 넘게 가족 농장에서 지낸 거위는 예기치 못한 너구리의 습격으로 윗부리가 잘려 나간 상태였다.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인근 공과대학 동물학 교수 등과 함께 동물 재활을 돕고 있는 보호소 측은 거위에게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보철 부리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여러 자원봉사자의 도움 속에 보철 부리의 도안을 만들었고, 일주일 뒤 첫 번째 보조기를 찍어냈다. 부리의 각도와 콧구멍의 위치 등을 고려해 설계한 보조기였다. 그리고 지난 7일 거위는 드디어 새 부리를 갖게 됐다. 보조 부리 제작에는 3D 프린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필라멘트 소재인 ABS가 사용됐으며, 부착 과정에서는 치과에서 사용되는 특수 접착제가 동원됐다. 보호소 책임자 수잔 커티스는 “거위는 마치 자신이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 보조 부리 부착 전 과정에서 굉장히 얌전했다. 보기를 착용하고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이내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금방 적응했다. 새 부리가 마음에 드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새 부리를 얻은 거위는 잔뜩 신이 나 머리를 물웅덩이에 박고 부리 콧구멍 사이로 푸르르 거품을 내뿜었다. 다음 날에는 보조 부리로 깃털을 다듬었고, 오랜만에 만난 오리 친구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보호소 측은 “일단 거위가 착용한 보조 부리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거위가 몇 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거위의 평균 수명은 40~50년이다. 이어 “거위 부리를 만들게 될 줄 몰랐다. 앞으로도 동물 재활 분야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남아프리카에서도 다리를 잃은 거위가 3D 프린터로 찍어낸 의족 덕에 다시 걸을 수 있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주둥이에 톱날이…멸종위기종 신종 톱상어 2종 발견

    [핵잼 사이언스] 주둥이에 톱날이…멸종위기종 신종 톱상어 2종 발견

    마치 톱처럼 특이한 주둥이를 가진 대표적인 멸종위기종 톱상어(sawshark)의 신종이 발견됐다. 최근 영국 뉴캐슬 대학 등 공동연구팀은 신종 톱상어 2종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인 플러스 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했다. 몸길이가 1m 정도로 작은 톱상어는 머리와 주둥이가 위아래로 납작하다. 특히 주둥이가 검처럼 납작하고 긴데, 여기에 수많은 이빨이 마치 톱처럼 나있어 톱상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종 톱상어는 모두 아가미구멍이 6쌍인 플리오트레마(Pliotrema) 속(屬)으로 각각의 이름은 '플리오트레마 카제'(Pliotrema kajae)와 '플리오트레마 안나'(Pliotrema annae)로 명명됐다. 한때는 남아프리카, 호주, 일본 등의 바다 등지에서 볼 수 있었던 톱상어는 그러나 사람들의 무분별한 포획과 생태계 파괴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지금은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이번에 확인된 두 종의 톱상어 역시 안타깝게도 모두 죽은 채 발견됐다. 플리오트레마 카제는 마다가스카르의 박물관에서, 플리오트레마 안나는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어부가 잡은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곧 모두 어획으로 잡혀 시장과 박물관행으로 운명을 달리한 셈.논문 저자인 앤드류 템플 연구원은 "인도양 서부 지역은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널리 연구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이 지역에 적어도 50만 명의 영세한 어부들이 닥치는대로 어업을 하기 때문에 이같은 신종 물고기가 발견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톱상어는 지난 2015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캠퍼스 연구팀의 연구결과 야생에서 처녀생식을 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단성생식으로도 알려진 처녀생식은 난자가 수컷의 정자를 수정하지 않아도 배아상태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톱상어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암컷이 짝짓기 할 수컷을 찾기 힘들자 종족 번식을 위한 필사적인 진화의 전략으로 풀이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日 탐사선이 소행성을 향해 쏜 탄환…그 결과는?

    日 탐사선이 소행성을 향해 쏜 탄환…그 결과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소행성 표면에 작은 탄환을 발사한 뒤 인공분화구를 만드는 과정과 결과를 공개했다. JAXA 연구진이 관찰해 온 소행성 ‘류구’는 지름이 850m에 불과하며, 태양계 소행성의 70% 이상이 차지하는 탄소 성분의 C형 소행성이다. 지구로부터 약 3억 4000만km 떨어져 있다. 연구진은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호를 이용해 지난해 4월 소행성 류구의 표면에 테니스공보다 약간 큰 크기의 구리 탄환을 발사하고 인공분화구가 생기는 과정을 분석했다. 당시 류구 표면에 만들어진 인공분화구의 지름은 14.5m, 깊이는 2.3m 정도였으며, 충돌 과정에서 생긴 주변 퇴적물 등을 포함하면 지름은 17m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인공분화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분석한 결과, 해당 소행성의 표면은 응집력이 비교적 약한 모래와 비슷한 수준이며, 이를 통해 소행성 표면의 형성 시기가 900만 년 전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 구리 탄환과 소행성 표면이 충돌하는 과정을 DCAM3로 불리는 카메라로 촬영했으며, 충돌 및 폭발 과정에서 발생한 분화구가 지구와 마찬가지로 반원 형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초 연구진은 소행성 류구의 표면이 매우 건조한 바위로 이뤄져 있다고 예상해왔다. 실험을 통해 탄환이 폭발한 뒤 생긴 인공분화구의 열 적외선 촬영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이 소행성은 전체 면적의 50%가 구멍에 해당되는 다공질 천체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소행성 류구의 표면은 동결 건조된 커피와 비슷하다. 다공질의 소행성은 우주 먼지가 모여 거대한 천체로 진화해 가는 중간 과정일 수 있다”면서 “소행성 류구처럼 탄소가 풍부한 다공질 소행성이 미행성설(무수한 미행성이 모여 태양계의 행성을 형성했다는 가설)을 증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JAXA의 소행성탐사선인 하야부사 2호는 2018년 6월 소행성 류구에 도착했으며, 올해 말 소행성 샘플을 싣고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 및 네이처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머리로 입구 봉쇄…외적 침입 막는 거북 개미의 필살기

    [핵잼 사이언스] 머리로 입구 봉쇄…외적 침입 막는 거북 개미의 필살기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 중 하나가 바로 곤충이다. 크기가 작은 대신 개체 수로는 모든 척추동물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런 곤충 가운데서도 개체 수와 생물량으로 으뜸인 생물은 개미다. 최대 수백만 마리의 개체가 하나의 군집을 이룰 뿐 아니라 종 수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1만2500종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종류가 많은 만큼 세상에는 독특한 개미들도 많은데, 머리를 문 대신 사용하는 '거북 개미'(turtle ant) 역시 별난 개미 중 하나다. 거북 개미의 병정개미는 다른 개미의 병정개미와 달리 큰 턱 대신 방패 같은 머리를 지니고 있다. 거북 개미는 스스로 굴을 파지 않고 다른 곤충이 나무에 만들어 놓은 구멍에서 살아가는데, 군집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구를 막을 필요가 있다. 거북 개미의 병정개미는 크고 단단한 방패 같은 머리를 이용해 입구를 막아 외적의 침입을 방어한다.(사진) 병정개미의 머리가 워낙 크고 평평하기 때문에 일개미들이 머리 위에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을 정도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의 스콧 파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89종에 달하는 거북 개미의 유전자를 조사해서 그 진화 과정을 규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거북 개미의 공통 조상이 등장한 것은 4500만 년 전이었다. 최초의 거북 개미는 방패 같은 머리를 지닌 병정개미가 없는 단순한 개미였으나 나무에서 살면서 그 환경에 적응해 머리를 문 대신 사용하는 거북 개미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매우 다양한 방향으로 일어나 맨홀 덮개 같은 원형 머리로 작은 구멍을 막는 종부터 스파르타 중장보병의 방패처럼 여러 개의 머리를 서로 겹치게 해 방진을 구성하는 종까지 각양 각색의 진화가 일어났다. 심지어 일부 종은 방패 형태의 머리를 버리고 다시 본래 조상과 같은 삶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거북 개미의 진화가 반드시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보고 있다. 인간의 두뇌가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고 본래 네발짐승인 고래의 조상이 점점 물고기 같은 형태로 변한 것처럼 한쪽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은 그 방향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이 달라지면 얼마든지 반대 방향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진화다. 거북 개미의 다양한 모습 역시 이런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60년 넘게 에티오피아 여성 돌본 캐서린 햄린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60년 넘게 에티오피아 여성 돌본 캐서린 햄린

    1959년 그녀가 에티오피아의 작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누구도 부부를 마중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그녀가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자 에티오피아 국민 전체가 슬퍼하고 있다. 호주 출신의 산부인과 의사 캐서린 햄린이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자택에서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에티오피아가 슬픔에 잠겼다고 영국 BBC가 19일 전했다. 1993년에 먼저 세상을 등진 남편 레지날드와 함께 이 가난한 나라로 건너와 60년 넘게 누공(瘻孔, fistulas), 누관(瘻管)이란 하찮은 병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일이 다반사였던 이 나라 여성들을 구해냈다. 이 병은 출산 때 생긴 구멍으로 계속 분비물이 흘러나와 문제를 일으키고 합병증으로 번졌다. 캐서린은 2003년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이 나라 여성들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다”며 “그들은 세상에 나혼자이며 부상을 창피해 한다. 나환자나 에이즈 희생자들을 돕는 조직도 있는데 그네들은 자신을 돕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개탄했다. 본명이 엘리노르 캐서린 니콜슨인 그녀는 1924년 시드니에서 여섯 자녀 가운데 한 명으로 태어났다. 여성과 어린이를 도우려고 의사가 되는 길을 택했다. 크라운 스트리트 여성병원에서 일하다 뉴질랜드 출신 의사 레지날드를 만나 1950년 결혼해 2년 뒤 아들 리처드를 가졌다. 둘은 개발도상국으로 건너가 일하고 싶어했는데 그녀는 2016년 BBC 인터뷰를 통해 “어느날 영국 의학 저널 란싯(The Lancet)에 실린 광고 하나가 눈길을 붙들었다”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기회를 누리고 있어서 세상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몇년만 머무를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결코 귀국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캐서린은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예쁜 아가씨가 소변으로 얼룩진 옷을 걸친 채 다른 환자들과 멀리 떨어져 앉아 있었다. 우리는 보자마자 그녀가 더 도움이 필요한 것을 알아챘다”고 처음 누공 환자를 만난 일을 되돌아봤다. 사하라 사막 이남, 흔히 말하는 사헬 지방과 남아시아에서 흔한 일로 200만명 정도의 여성이 이 병 때문에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완치될 수 있는데 주변에 말하면 창피하다고 숨긴다. 마을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남편에게 버림받기도 해 그런다. 극단을 선택하기도 하고, 그렇게 종종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다.부부는 어렵잖게 완치할 수 있다고 당시 통치자 하일레 셀라시에를 만나 진언했다. “그는 ‘왜 우리 여자들이 이 지경이 됐느냐’고 개탄하더군요. 해서 우리 부부가 그랬어요. ‘여자들 잘못이 아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시골에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요.” 부부는 누공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완치된 환자 가운데 마미투 가셰처럼 영민해 보이는 이들에게 글을 깨우치게 했다. 1974년 아디스아바바에 누공 전문 병원을 세웠다. 마미투를 직원으로 채용한 뒤 누공 전문 의사로 교육했다. 1993년 남편이 세상을 뜬 뒤에도 그녀는 귀국하지 않고 이듬해 햄린 재단을 세워 5개의 시골 병원 문을 열어 여성은 물론, 장기 요양 환자를 받아들였다. 2007년에는 햄린 조산 대학을 열었다. 그가 완치시킨 환자는 6만명에 이르렀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오랜 세월, 너무 적은 것을 해냈다고 2011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털어놓았다. 한 처녀와 만난 일이 에티오피아에 남겼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녀는 9년 동안 마룻바닥의 매트 위에 웅크려 9년을 지냈다고 했다. 어머니가 그녀를 돌봤는데 언젠가는 소변이 마르겠지 생각했다고 했다. 가난하고 나이든 어머니 등에 업혀 병원에 온 그녀의 몸무게는 22㎏ 밖에 되지 않았다. 가슴이 찢기는 것 같았다.”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비 아흐메드(44) 에티오피아 총리로부터 명예 시민권 증서를 받아 캐서린은 평생의 공로를 보상 받았다. 지난 1월 96회 생일 잔치에는 마미투도 함께 했다.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누공 전문의가 된 마미투는 “캐서린은 우리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 어머니라 불렀다”고 했다. 고인이 눈을 감기 전 남긴 말 가운데 “내 꿈은 누공이란 질병을 영원히 끝장내는 것이다. 내 생애에는 다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여러분은 해낼 수 있을 것”이란 말도 있었다. 그녀의 책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이 2009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해수부 집단 감염 미스터리… 확진자 더 나올 수도 있다?

    해수부 집단 감염 미스터리… 확진자 더 나올 수도 있다?

    세종시 다솜2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10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다. 감염 경로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해수부 공무원은 19일 현재 28명. 이들 중 일부는 가족마저 감염돼 지역사회 불안을 고조시켰다. 해수부는 모든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795명)를 통해 291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세종시청, 해양수산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수부 확진환자들은 대구·경북 지역,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고 줌바 댄스, ‘슈퍼 전파지’로 불리는 신천지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에는 신천지 신도와 교육생 775명이 있는데 명단과 가족들을 모두 확인한 결과 해수부 공무원들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염 경로가 안 나오자 세종시 등은 잠복기 14일을 포함한 심층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세종시 관계자는 “부서 차원의 회식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카드 사용내역, 휴대전화 통화내역,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확진환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전체 확진환자 41명 가운데 공무원(가족 4명 포함) 확진환자는 35명으로 85%를 차지한다. 세종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청사 감염이 터지기 직전에도 마스크 없이 다니는 청사 공무원들에 대한 목격담과 안이한 태도를 원망하는 글들이 잇따랐다.실제 해수부에서는 확진환자 8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에 식당 또는 사무실에 들른 사례가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선별검사자 주의사항’에 따르면 선별 검사자들은 검사 직후부터 반드시 자택에서 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세종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확진환자 가운데 일부는 오전에 선별 진료소를 다녀온 뒤 식당, 마트, 사무실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오후 늦게 귀가하거나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검사를 받지 않고 마스크 없이 외출하기도 했다. 증상 발현 이후 6일 동안 피부과, 미용실 등을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고 9일간 검사를 받지 않고 대형마트와 관광지 등 가족 나들이를 간 공무원도 있었다. 이는 신천지발 집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달 23일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29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음에도 1만 5000여명이 상주하는 청사 내 일부 공무원들은 매우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했음을 보여 준다.당시 삼성 등 민간 기업에서는 마스크 의무 착용과 구내식당에서 한 줄로 밥 먹기가 진행됐고, 어린이집·학원 등은 휴원으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 출입을 삼갔다. 민간 기업보다 더 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 공직사회에서 조직의 리더십 부재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 해수부 공무원들의 자가격리 수칙 미준수를 질책한 뒤 “공직자 스스로가 정부정책과 규칙을 준수해야 국민들의 지지와 이해를 구할 수 있다”며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는 자체 행동 지침을 내렸음에도 복무 규정을 위반한 데 대해 징계할 방침이다.해수부 사무실은 청사 구조적으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사무실이 배치돼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데다 실·국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뚫려 있어 공기 중 비말 전파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민원인들이 청사를 오가면서 감염 관리에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부처들도 일일 검사량 한계 때문에 확인되지 않았을 뿐 감염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검사받기도 어렵지만 부처에서 확진환자 1번이 되면 조직에 민폐가 되기 때문에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소극적 검사로 확진환자 수를 낮추고 있는 일본처럼 음지에서 바이러스가 배양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무실 내 감염은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배출 시기가 많은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슈퍼 전파 조건을 만족시켰을 수 있다”며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위생 준수를 거듭 강조했다. jurik@seoul.co.kr
  • 집회 강행 감염병 확산시 구상권 행사 가능해진다

    집회 강행 감염병 확산시 구상권 행사 가능해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집회 제한이나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해 감염병이 확산되면 치료와 방역 등에 지출된 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들이 집회의 제한이나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일부 단체들이 이를 무시하고 집회를 강행해 코로나감염증19를 확산시키는 사례가 발생해 정부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게다가 치료와 방역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어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지만 현행법상 처벌은 벌금 300만원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경기 부천시 갑) 의원이 대표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일부개정안은 정부와 지자체의 집회 제한이나 금지 조치를 어기고 집회를 강행해 감염병이 확산된 경우, 발생한 방역과 치료 비용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반 정도와 비용 범위 등 구체적 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감염병 확산저지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 집단이익을 위해 대한민국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코로나19 실질적 확산방지를 위해서도 위법한 확산주체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책임을 묻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강병원·강창일·기동민·김병기·김상희·김영호·박완주·설훈·이개호·임종성·제윤경(이상 민주당)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해수부 ‘집단감염’ 미스터리…감염경로 추적해보니 [강주리 기자의 K파일]

    해수부 ‘집단감염’ 미스터리…감염경로 추적해보니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세종시 다솜2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 열흘이 흘렀다. 감염 경로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해수부 공무원은 19일 현재 28명. 이들 중 일부는 가족마저 감염돼 지역사회 불안을 고조시켰다. 해수부는 모든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795명)를 통해 291명을 자가 격리 조치하고 남은 인력의 15%만 출근을 하고 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도 확진자와 접촉돼 자가격리 중이다.“신천지도, 줌바 댄스도, 대구·중국 방문도 아니다” 세종시 “심층 역학조사 중…카드·휴대전화·CCTV로 동선 확인 중”세종시 온라인커뮤니티 “솔선수범은커녕 사기업보다 못한 대응”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세종시청, 해양수산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수부 확진자들은 대구·경북지역,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고 줌바 댄스, ‘슈퍼 전파지’로 불리는 신천지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에는 신천지 신도와 교육생 775명이 있는데 명단과 거주지에 있는 가족들을 모두 확인한 결과 해수부 공무원들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염경로가 안 나오자 세종시 등은 잠복기 14일을 포함한 심층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세종시 관계자는 “부서 차원의 회식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카드 사용내역, 휴대전화 통화내역, 폐쇄회로(CC) TV를 추적해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전체 확진자 41명 가운데 공무원(가족 4명 포함) 확진자는 35명으로 85%를 차지한다. 세종시 주요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청사 감염이 터지기 직전에도 마스크 없이 다니는 청사 공무원들에 대한 목격담과 원망의 글들이 잇따랐다. 네이버 ‘세종맘카페’에서는 “(해수부에서) 집단으로 감염자가 나온 건 좀 방심하지 않았나. 누구보다 공무원이 솔선수범했어야 한다”(신*), “2월말에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했었는데 해수부 확진자의 동선을 보니 사무실에서 마스크도 미착용했더라. (다수 확진자가 나온 서울 구로구 신림동) 콜센터랑 뭐가 다른가”(나*달)라고 꼬집었다. 또 “청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전부터 청사 사람들이 너무 마스크를 안 써서 언젠가 터질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 지침이나 방향 제시도 못하고 사기업보다 못한 대응”(엄*딸)이라고 지적했다.확진자 8명 자가 격리 지침 위반 논란…증상 발현에도 마스크 미착용 증상 있는데도 검사 안 받고 수일간 자유로운 외부 생활실제 해수부에서는 확진자 8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에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식당 또는 사무실에 들른 사례가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이 지침은 법적 처벌을 받는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조기 발견과 지역 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세종시와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선별검사자 주의사항’ 안내문에 ‘선별 검사자들은 검사 직후부터 반드시 자택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확진자 가운데 일부는 오전 9~10시쯤 선별 진료소를 다녀온 뒤 식당, 마트, 사무실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오후 늦게 귀가하거나 다음날에도 사무실에 나갔다.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무실에 있거나 증상 발현 이후 6일 동안 피부과, 미용실 등을 마스크 없이 돌아다닌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증상 발현에도 9일간 검사를 받지 않고 대형마트와 관광지 등 가족나들이를 하며 돌아다닌 공무원도 나왔다. 이는 신천지발 집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달 23일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29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음에도 1만 5000여명이 상주하는 국가보안시설 청사 내 일부 공무원들은 매우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했음을 보여준다.민간 기업보다 위기에 느슨한 공직사회… 조직 리더십 부재 지적도 당시 삼성 등 민간 기업에서는 마스크 의무 착용과 구내식당에서 한 줄로 밥먹기가 진행됐고, 어린이집·학원 등은 휴원으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 출입을 삼갔다. 민간 기업보다 더 위기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할 공직사회에서 조직의 리더십 부재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해수부 공무원들의 자가 격리 수칙 미준수에 대해 “정부의 신뢰가 깨졌다”고 질책한 뒤 “공직자 스스로가 정부정책과 규칙을 준수해야 국민들의 지지와 이해를 구할 수 있다”며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는 “10일부터 지속적으로 자체 행동 지침을 내렸음에도 복무 규정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며 문책 방침을 밝혔다.사무실 환기 어려운 구조… 실국 뚫려 있어 빠른 공기 중 전파 추정 수많은 민원인들이 오가는 청사, 감염 관리 취약“일일 검사량 한계에 검사 받기도 어려워…확진자 접촉자 등 우선순위”해수부 사무실은 청사 구조적으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사무실이 배치돼 환기가 잘 되지 않는데다 실·국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뚫려 있어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 사무실을 갖추고 있는 국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의 확진자가 거의 없다는 점도 공간 분리를 통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비말(침방울) 전파가 차단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많은 민원인들이 청사를 오가면서 감염 관리에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사 상주 인원을 포함해 청사를 오가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2만명에 이른다. 다른 부처들도 일일 검사량의 한계 때문에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 감염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세종시는 자동차에 탄 채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포함해 모두 4군데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당 최소 30분가량의 검사 시간이 소요되고 검체 채취 후 감염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배양시간도 6시간이 필요해 하루에 200~300명을 검사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내가 부처 확진자 1번은 안돼야” 검사 꺼리는 공직사회 검사 안해 확진자 적은 일본처럼 음지서 바이러스 배양 가능성도 세종시 관계자는 “검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원한다고 다 해줄 수 없다”면서 “확진자와 접촉자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검사해야 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검사 받기도 쉽지 않지만 부처에서 확진자 1번이 되면 조직에 민폐가 되기 때문에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소극적 검사로 확진자 수를 낮추고 있는 일본처럼 음지에서 바이러스가 배양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종시는 18일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8명, 해수부·국무총리실 등 다른 부처 관련 13건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청사 사무실, 바이러스에 반복 노출돼 ‘슈퍼 전파’ 조건 만족 가능”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무실 내 감염은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배출 시기가 많은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슈퍼 전파 조건을 만족시켰을 수 있다”면서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와도 다음날 양성으로 바뀔 수 있는 만큼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위생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수부 41번 확진자는 지난 10일 1차 검사결과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17일 발열 등으로 재검사를 받은 뒤 양성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 교수는 “청사가 있는 세종시를 포함해 우리나라 지역사회 감염이 많이 이뤄진 상황이라 공무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감염 경로는 더욱 포괄적으로 봐야 하고 무증상자들이 많아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의미를 갖지 못하는 만큼 집단 감염이 발견된 이후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애니멀 과학+] “나도 상어랍니다”…주둥이에 톱날 가진 신종 ‘톱상어’ 발견

    [애니멀 과학+] “나도 상어랍니다”…주둥이에 톱날 가진 신종 ‘톱상어’ 발견

    날카로운 이빨이 한줄로 늘어서있는 특이한 주둥이를 가진 대표적인 멸종위기종 톱상어(sawshark)의 신종이 발견됐다. 최근 영국 뉴캐슬 대학 등 공동연구팀은 2종의 신종 톱상어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인 플러스 원(PLoS One) 18일자에 발표했다. 몸길이가 1.5m 정도로 작은 덩치의 톱상어는 머리와 주둥이가 위아래로 납작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둥이가 검모양으로 납작하고 긴데, 여기에 나있는 수많은 이빨이 마치 톱처럼 보인다고 해서 톱상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종 톱상어는 모두 아가미구멍이 6쌍인 플리오트레마(Pliotrema) 속(屬)으로 각각의 이름은 '플리오트레마 카제'(Pliotrema kajae)와 '플리오트레마 안나'(Pliotrema annae)로 명명됐다.한때는 남아프리카에서부터 호주의 바다 등지에서 볼 수 있었던 톱상어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포획과 생태계 파괴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현재는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톱상어는 지난 2015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캠퍼스 연구팀의 연구결과 야생에서 처녀생식을 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단성생식으로도 알려진 처녀생식은 난자가 수컷의 정자를 수정하지 않아도 배아상태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톱상어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암컷이 짝짓기 할 수컷을 찾기 힘들자 종족 번식을 위한 필사적인 진화의 전략으로 풀이됐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에 발견된 두 종의 톱상어 모두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안나의 경우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어부가 잡은 물고기에서, 카제는 마다가스카르의 박물관에 잘못 전시된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논문 저자인 앤드류 템플 연구원은 "인도양 서부 지역은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널리 연구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이 지역에 적어도 50만 명 이상의 영세한 어부들이 닥치는대로 어업을 하기 때문에 이같은 신종 물고기가 발견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너와의 거리 두기… 이토록 가슴 시렸던가

    너와의 거리 두기… 이토록 가슴 시렸던가

    봄이 오면 나를 부르는 강이 있다. 남도의 산과 들을 두루 적시며 흐르는 강, 섬진강이다. 내륙을 향해 봄을 알리는 꽃등불을 켜는 곳도 바로 이 강이다. 매화와 산수유가 다투어 피고, 강에 기대 사는 마을 어디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가 된다. 그러니 이맘때 섬진강 변의 전남 구례와 광양, 경남 하동 등으로 발걸음하는 건 봄 여행의 정석이자 진리다. 하지만 어쩌랴. 얄밉고 무서운 코로나19가 온 국민의 발을 꽁꽁 묶어 두고 있는 걸. 어디를 가 보시라 권할 수도 없는 걸. 그러니 아쉽지만 이제부터 전하는 이야기는 그저 남녘의 봄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워졌는지를 단순 전달하는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봄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 멀리 지리산의 정수리가 희끗하다. 산 아래에선 봄을 재촉하는 비였지만, 산꼭대기에선 눈이 되어 내렸던 거다. 매화 향기 진동하는 곳, 광양으로 먼저 간다. 섬진강에 매달린 마을마다 매화가 폭죽 터지듯 피었다. 혹자는 늙은 매화의 고절한 멋에 견줄 수 없다고 하지만, 키 작은 매화 여럿이 모여 이같은 절경을 펼쳐내는 것도 여간 기특한 일이 아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청매실농원이다. 해마다 봄이면 많은 이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곳. 농원 뒷산 여기저기에 희고 붉은 매화가 흐드러졌다. 사진 몇 컷 찍자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당최 뭘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할 만큼 매화들의 자태는 현란하다. 예전 이맘때면 매화 꽃잎만큼이나 사람이 많았다. 매화 축제 기간에만 100만명 이상의 상춘객이 몰려든다. 요즘은 확실히 다르다. ‘사회적 거리’를 둔 탐화객들로 듬성듬성이다. 코로나19는 정말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백운산 중턱의 전망대에 오르면 농원 전경은 물론 인근의 매화마을과 섬진강, 경남 하동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농원 뒤편엔 짧은 대나무숲이 있다. 매화와 어우러진 모습이 운치 있다. 섬진강을 따라 구례까지 가는 길은 나라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굽이 돌 때마다 화사한 매화가 이방인을 반긴다. 조만간 벚꽃 시즌이 되면 이 강을 따라 또 한번 꽃들의 전쟁이 펼쳐질 터다. 지금의 고요는 그러니까 폭풍전야의 고요인 셈이다. 이 길에서 구안실(苟安室)을 만난 건 우연이었다. 독특한 이름에 끌려 찾은 곳은 뜻밖에 매천 황현(1855∼1910)의 사적지였다. 익히 알려졌듯, 매천은 절명시를 남기고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열혈 선비다. 이웃한 광양에서 출생한 매천은 구례에서 학문을 배우고 서울로 올라간 뒤, 1886년 낙향했다. 그 당시 터를 잡은 곳이 바로 구례 간전면 만수동이다. 여기서 그는 ‘구차하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뜻의 구안실을 짓고 16년 동안 생활했다. 사실상 그의 시와 기록 대부분이 이곳에서 탄생한 셈이다. 안내판 역시 “그가 지은 시 1451수 가운데 400여수를 빼고는 모두 이곳에서 완성했다”고 적고 있다. 집 앞에는 샘도 팠다. 그의 호 ‘매천’이 이 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단칸 ‘일립정’(一笠亭)을 지어 벗들과 술을 나누고 시회도 열었다. 아쉽게도 지금 남은 건 바짝 마른 샘터와 낡은 안내판뿐이다. 구례군에서 사적지 조성 공사를 벌일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여태 버려진 듯한 모습에서 후세의 인심이 야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늙은 절집을 찾는 맛도 각별하다. 사성암은 오산(531m)의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절집이다. 경내 풍경도 곱지만 무엇보다 절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절집 앞 뜨락에 서면 너른 구례 들녘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구례 북쪽의 천은사도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절집 들머리의 수홍루가 핫스폿이다. 홍예문 형태의 다리 아래로 흐르는 말간 물을 보면 가슴이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극락보전과 명부전의 현판 글씨도 놓쳐선 안 된다. 둘 다 당대의 명필이었던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이제 곱게 늙은 한옥들을 영접할 시간이다. 토지면 오미동의 운조루(雲鳥樓)는 1776년 건축된 조선시대 전통 양반가옥이다.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이른바 ‘남한 3대 길지(吉地)’ 위에 세워졌다는 집이다. 오래된 집이니 둘러볼 게 어디 한둘일까만, 큰사랑채 왼쪽의 누마루에는 반드시 앉아볼 일이다. 잠시 다리쉼을 하며 산수유꽃 흐드러진 바깥 풍경을 보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헛간에 있는 뒤주도 명물이다. 쌀 세 가마니를 담을 수 있다는 나무 뒤주다. 뒤주 아래 쌀 개방구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누구나 쌀 뒤주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집 주인들은 대대로 뒤주에 쌀을 채워 마을의 굶주리는 이를 위해 항상 개방했다고 한다. 부잣집의 선한 영향력,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여기서 본다. 요즘처럼 나눔의 정신이 절실한 때에 많은 가르침을 주는 뒤주다. 동학, 한국전쟁 등 수없이 많은 위기 속에서도 운조루가 건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타인능해’ 정신 때문이었다고 한다. 운조루 바로 앞의 곡전재, 쌍산재 등도 시간을 내 찾아볼 만한 고택들이다. 구례 하면 산수유다. 해마다 매화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었던 꽃인데, 따뜻했던 지난겨울 탓인지 올봄엔 예년보다 이르게 노란 꽃술을 열었다. 특히 지리산 만복대 자락의 산동면 일대는 노란 꽃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른 듯하다. 과연 산수유꽃의 성지라 할 만한 풍경이다. 단지 이를 보아 줄 사람이 적은 것이 못내 아쉬울 뿐.●세월이 내려앉은 검은 돌담과 허름한 농가들이 어우러진 산수유 마을 산동면에서도 가장 이름난 곳은 상위마을이다. 언덕에 차곡차곡 쌓인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이 산수유꽃과 어우러져 풍경화를 그려 내고 있다. 마을 안쪽의 오래된 돌담길과 산수유가 어우러진 풍경도 빼어나다. 상위마을과 이웃한 반곡마을은 이 풍경 덕에 ‘꽃담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난 봄 풍경이긴 한데, 어딘가 어색한 느낌도 든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고급진’ 집들과 값비싼 차들이 마을을 조금씩 점령해 가고 있다. 그 탓에 숨 쉴 공간 역할을 했던 공터는 사라지고 풍경의 주인이었던 꽃은 어느새 들러리가 돼 가는 모양새다. 언제 가도 늘 그러할 것 같았던 산수유 마을이지만 머지않아 지금 그러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산수유 마을들이 아름다웠던 건 꽃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월이 더께로 내려앉은 검은 돌담과 그 사이사이 들어찬 허름한 농가들이 꽃받침 노릇을 해 줬기 때문에 더 예뻤던 거다. 한데 돌담과 농가가 조금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현대식 집들이 들어차고 나면 그때도 마을 풍경이 온전할까 싶다. 산동면 주변에도 산수유 마을이 몇 곳 있다. 자그마한 저수지를 끼고 있는 현천마을이나 달전마을, 산수유 시목지가 있는 계척마을 등이 서정적인 풍경을 갈무리한 곳들이다.구례와 이웃한 마을은 경남 하동이다. 야생 차밭이 특히 인상적인 곳. 꼭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이맘때면 차밭 사이사이에 매화꽃이 핀다. 이리저리 휜 차나무 사이로 뿌리를 내린 매화의 단아한 자태가 일품이다.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로 알려진 화개면 일대에 야생차 재배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야생차박물관과 인접한 정금리, 운수리 일대와 덕은리 일대가 널리 알려진 곳이다. 정금리는 화개동천, 운수리는 쌍계동천, 덕은리는 덕은동천에 각각 속해 있다. 동천(洞天)은 산이 빙 둘러 있고, 가운데는 뻥 뚫린 공간을 말한다. 그러니까 세 곳 모두 가파른 산비탈에 조성된 차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대기와 빗물의 흐름, 토양 등 여러 여건들을 고려한 결과일 텐데, 이는 화개 일대가 오래전부터 차 재배에 적합한 땅이었다는 걸 일러 주는 방증이지 싶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곳은 매암제다원이다. 이 집 마루에 걸터앉아 차밭과 함께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평사리 들녘과 섬진강 내려다보이는 고소산성· 최고의 남해 전망대 금오산 고소산성은 평사리 너른 들녘과 섬진강의 물길이 내려다보이는 풍경 전망대다. 절집 한산사에서 산길을 20분쯤 걸어 올라야 닿는다. 굳이 산성까지 오르지 않고 한산사 어름에서 보는 풍경도 그 못지않게 멋들어지다. 한산사까지는 차로 오를 수 있다. 한산사 아래엔 ‘스타웨이’라는 상업시설이 최근 문을 열었다. 스카이워크로 이뤄진 전망대와 커피숍을 겸하는 곳이다.하동 읍내에선 하동 송림(천연기념물 445호)을 잊지 말고 찾아야 한다. 1745년(영조 21) 도호부사 벼슬을 하던 전천상이 방풍림으로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아름드리 소나무 750여 그루가 섬진강을 따라 솔향 가득한 숲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소나무의 붉은 수피는 거북 등처럼 갈라졌다. 그야말로 ‘철갑을 두른 듯’한 모습이다. 솔숲 안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솔향 가득한 숲을 천천히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솔숲 밖은 섬진강이다. 고운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섬진강의 명물인 재첩 조형물도 세웠다. 이제 콧구멍에 바닷바람 좀 쐬어 줄 차례다. 최고의 남해 전망대 중 하나로 꼽히는 금오산을 찾아간다. 내륙에서 줄달음쳐 온 산줄기가 섬진강 끝자락의 망덕포구로 빠져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솟구친 산이 금오산이다. 고도는 849m. 바닷가의 산치고는 꽤 높은 편이다. 고룡에서 포장도로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6.3㎞를 오르면 산정에 가 닿는다. 한 굽이 돌면 지리산의 연봉들이, 또 한 굽이 돌면 남해의 섬들이 차창에 매달린다. 정상 바로 아래에 해맞이 공원이 조성돼 있다. 나무 데크 끝자락에 서면 발아래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이 일망무제로 줄달음친다. 왼쪽으로 사천의 섬들이 바둑알처럼 떠 있고, 그 옆으로 남해 창선도 등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있다. 햇살 받아 반짝이는 물비늘은 또 얼마나 고운지, 눈앞에 거대한 영화 스크린이 펼쳐져 있는 듯하다. 글 사진 구례·광양·하동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여행수첩 -산채정식으로 유명했던 하동 쌍계사 앞 단야식당은 찻집으로 변신했다. ‘단야찻집’ 맞은편의 ‘팔모정’은 산채비빔밥으로 이름난 집이다. 재첩국을 주문해도 산채정식처럼 나물 반찬이 딸려 나온다. 하동 읍내 ‘대나무집’은 황태찜을 잘한다. ‘혼밥족’이라면 황태구이 정식을 맛보면 된다. 구례 ‘부부식당’은 다슬기 수제비로 이름난 집이다. 다만 오후 6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다. 바로 이웃한 ‘목화식당’은 소 내장탕을 시원하게 끓여 낸다. ‘동아식당’은 가오리찜 등으로 진작부터 소문난 ‘전국구’ 맛집이다. 광양 쪽에서는 요즘 벚굴이 한창 나올 때다. 청매실농원 주변에 늘어선 대부분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사성암을 오가는 셔틀 버스는 코로나19로 운휴 중이다. 자신의 차로 오르거나 구례읍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금오산 정상으로 가는 임도도 공사 중이다. 4월 말~5월 초 완공될 예정이다. 개인 차량은 통제되고 집트랙 이용객을 태운 승합차만 정상까지 갈 수 있다.
  • [서울광장] 역병보다 더 두려운 것/김성수 부국장·산업부장

    [서울광장] 역병보다 더 두려운 것/김성수 부국장·산업부장

    지난주 집앞 사거리 약국 앞. 평일 이른 시간인데도 70m 넘게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20년째 살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다. 마스크 5부제, 배급제의 생활화다. 그래봤자 잘해야 일주일에 마스크 두 개를 얻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고가 금방 동이 나서 허탕을 치기 일쑤다. 두 달 전 국내에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 그때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비정상은 일상이 됐다. 약을 조제해야 할 약사는 마스크를 파는 사람이 됐다. 1961년 이후 처음으로 4월로 개학이 미뤄진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집에서 공부를 한다. 회사원들도 회사 대신 집에서 일한다. 코로나19가 완벽하게 뒤집어 놓은 생활상이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적응하기 쉽지 않은데 정부의 무능은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역병(疫病)을 막으려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초기에 펼쳐야 했지만 자화자찬, 뒷북대응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사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코로나19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2월 13일)이라는 섣부른 예단으로 자충수를 두더니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것”(3월 8일)이라고 말만 앞세웠다. 그러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자 그제서야 대통령은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모두들 지치지 말아야겠다”(3월 12일)고 한발 물러섰다. 첫 사망자가 발생한 날(2월 20일)에는 ‘기생충팀’을 청와대 오찬에 불러 대통령 내외가 ‘파안대소’한다. 이 사진은 그대로 언론에 보도됐다. 청와대의 정무감각에 구멍이 나 있음을 보여 준다. “대구ㆍ경북은 봉쇄조치”(여당 수석대변인),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복지부 장관)이라는 핵심 당정인사들의 얼토당토하지 않은 실언은 폭발 직전인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무능의 민낯이 도드라지게 드러난 것은 마스크정책이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지 못했다. 국내에도 물량이 모자랄 판인데 중국 수출을 한동안 방치했다. 결국 마스크값 폭등과 품귀현상을 자초했다. 처음엔 “마스크 물량이 충분하다”고 했다가 뒤늦게야 “부족하다”고 말을 바꿨다. 또 “일회용 마스크는 재사용하지 말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재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국민들을 헷갈리게 했다. 정부가 마스크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질질 끌자 대통령이 대로했다고 하는데 정작 울고 싶은 건 국민들이다.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어설픈 대처를 보면 답답해진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발(發)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문턱에 서 있다. 연일 글로벌 주가, 금리, 기름값이 폭락하는 암담한 현실을 접하면서 국민들이 사용할 마스크 하나 제때 못 구해 주는 실력으로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대통령 앞에서 “경기가 거지같다”라는 말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경기는 말 그대로 이미 바닥이다.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아우성이다. 관광객들로 북적였던 명동거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하다. 상가의 휴·폐업이 이어지고 있고 그나마 영업을 하는 곳도 손님이 없어 점심시간이 돼서야 뒤늦게 문을 연다. 여행사는 하루 한 개꼴로 폐업을 하고 있다. 이런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당정청은 불협화음만 내고 있다. 아무리 추경 증액이 급하다지만 야당 대표도 아닌 여당 대표가 경제부총리를 해임할 수 있다고 겁박한다. 희한한 일이다. 1인당 50만원이 될지 100만원이 될지는 나중에 봐야겠지만 재난기본소득의 도입을 놓고도 당장 표가 아쉬운 ‘당청’(黨靑)과 나라 곳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정부가 서로 맞선다. 말로만 ‘비상시국’임을 외칠 게 아니라 위기를 돌파하려면 경제팀부터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다음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때처럼 경제부총리가 사령탑이 돼서 리더십을 보여 줘야 관료들도 움직인다. 지금처럼 경제부총리가 허울뿐인 컨트롤타워 역할만 한다면 말발이 먹힐 리 없다. 팀워크를 갖춘 뒤엔 과감한 양적완화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기업규제완화 조치와 함께 주52시간 제도의 탄력 적용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지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제 문제를 어설픈 정치논리로 풀면 안 된다. 실패하면 그 폐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방역대책도 그렇지만 경제위기도 때를 놓치면 큰 낭패를 본다. sskim@seoul.co.kr
  • 정경두 “민간인 무단침입 사건, 통렬하게 반성해야”

    정경두 “민간인 무단침입 사건, 통렬하게 반성해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최근 잇따른 ‘민간인 부대 무단침입’으로 군 경계태세에 구멍을 드러낸 사건과 관련해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17일 국방부 청사에서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고 최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와 해군 제주·진해기지에서 민간인이 무단으로 침입한 사건과 관련해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한기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이 참석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북한 소형목선 상황 발생 후 다시는 경계태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국민 여러분들께 약속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해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여기 모인 군 수뇌부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가운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 한번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계작전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보완하고 작전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드러난 비효율적인 경계작전 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발생한 해군 제주기지 사건의 경우 CCTV 감시병이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병사 2명이 무려 70여대의 CCTV를 바라보는 비효율적인 근무방식이 문제가 됐다. 아울러 지난 1월 3일 진해기지에서 발생한 사건 역시 위병소 경계병들이 다른 업무를 하느라 유유히 들어오는 민간인을 놓쳤다. 당시 해군이 상황을 은폐하려는 시도 또한 심각한 문제였다. 지난해 6월 강원 참척항 북한 소형목선 침투 사건 당시에도 군은 긴급 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비슷한 논의를 했지만,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비슷한 일이 반복되며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지휘서신을 통해 “기지 및 주둔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울타리 등 제반 경계작전 시설과 장비를 철저하게 점검·보완하기 바란다”며 “현행 경계작전태세 확립을 위한 교육훈련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드라이브 스루? 이번엔 인큐베이터 구조다 ‘글로브-월’

    드라이브 스루? 이번엔 인큐베이터 구조다 ‘글로브-월’

    환자-의료진 분리돼 감염 위험 최소화레벨D 방호복 없이도 검사 가능 보라매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방식의 ‘글로브-월(Glove-Wall)’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보라매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지난달 10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글로브-월’ 검체 채취실은 유리벽으로 된 상자에 장갑이 달린 구멍을 통해 영아를 돌보는 인큐베이터와 유사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글로브-월’ 검체 채취실에서는 의심환자가 투명한 아크릴 벽 밖에 있으면 의료진이 장갑이 달린 구멍을 통해 손을 뻗어 상기도와 하기도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의료진이 의심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으므로 레벨D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무방하다. 보라매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 중인 김민정 간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레벨D 방호복을 장시간 착용해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체력소모가 심했다”며 “글로브-월 시스템 설치로 비닐 가운과 N95마스크 등 필수적인 보호구만 착용하면 검체를 채취할 수 있어 간편하고 피로도 덜하며, 방호복 착용으로 인해 검사가 지연되는 상황도 크게 개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브-월’ 시스템은 서울시 산하병원 및 보건소 내 선별진료소에서도 벤치마킹해 운영하고 있으며, 의료진과 환자의 감염 우려는 줄고 보호장비 절감, 검사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검사 시스템은 태릉선수촌에 설치된 서울시 생활 치료센터에도 추가로 도입돼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라매병원 김병관 원장은 “보라매병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과 마주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코로나19의 종식에 기여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112상황실 셧다운 막는다… ‘2m 차단 벽’ 세운 치안 컨트롤타워

    112상황실 셧다운 막는다… ‘2m 차단 벽’ 세운 치안 컨트롤타워

    코로나 확진자 발생 땐 업무 마비 우려 4개 구역 나눠… 감염돼도 공백 최소화 감염 의심자 신고엔 방호복 입고 출동 예비 인력 확보·근무조 전환 계획 마련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5층의 112종합상황실에 2m 높이의 간이 벽이 설치됐다. 186명의 경찰관이 근무하는 112상황실은 24시간 범죄 신고를 받고, 서울 시내 길목을 지키는 순찰대와 소통하며 피의자 검거 과정을 지휘하는 치안 컨트롤타워다. 한눈에 들어오는 널찍한 공간이 특징인 상황실에 칸막이가 생긴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이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내 가장 큰 규모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구 콜센터 사례를 언급하며 “경찰에서 (콜센터와) 유사한 일을 하는 곳이 112종합상황실”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상황실은 수십명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통째로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칸막이를 세워 상황실을 4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확진환자 등이 발생한 공간만 출입을 통제하는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 증가세는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최초 감염원이 오리무중인 집단감염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서울 경찰의 긴장도는 한층 높아졌다. 코로나19 확진환자 또는 의심환자와 접촉한 경찰관이 지구대와 경찰서에 무방비로 출입할 경우 관서 일부를 일시 폐쇄하는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치안에 구멍이 생기고 국민 불안감이 커져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이에 따라 서울경찰청은 감염 의심환자와 경찰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코로나19 대응 제1원칙으로 삼았다. 임만석 서울경찰청 코로나19 분석대응팀장은 “감염 의심자 관련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전신을 덮는 레벨D 수준의 방호복을 입고 현장에 출동한다”며 “이후 사건 관계인을 지구대 또는 파출소, 경찰서 등으로 인계하는 단계마다 발열 등 증상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경찰관이 일반 사건 신고로 출동한 현장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만나면 중국 등 해외여행 여부, 감염자 접촉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묻고 반드시 각 순찰차에 비치한 비접촉 체온계로 열을 잰 다음 지구대 등으로 넘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심 증상자와 접촉한 경찰관은 즉시 자가격리된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 2만 8000여명 가운데 코로나19 확진환자는 없고 6명이 격리 상태다. 서울청 산하 지구대 및 파출소는 평균 40여명, 경찰서에는 평균 350~1000여명이 근무한다. 임 팀장은 “2인 1조로 움직이는 현장 출동 단계에서 유증상자를 확인할 경우 경찰 격리 인원을 2명 선에서 막을 수 있지만, 더 큰 관서가 뚫리면 격리 인원과 일시 폐쇄 공간이 늘어난다”며 “치안 공백을 막기 위해 현장 최일선 경찰관의 감염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청은 경찰 내부에 코로나19 소규모 집단감염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비해 근무 체계를 조정하는 비상 계획도 마련했다. 112종합상황실은 신고를 받고 지령을 전달하는 접수석을 A, B, C 등 3구역으로 나누고 1구역에 15명씩 배치했다. 만약 A구역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해 폐쇄되면 나머지 B, C 구역의 30명이 근무한다. 이지춘 서울청 112종합상황실장은 “2개 이상 구역이 오염되면 청사 별관 지하 1층의 정보화교육장에 마련된 30대의 PC를 상황실과 연결해 업무에 투입한다”며 “이를 위해 최근 5년간 112상황실 근무 경험이 있는 경찰관 68명을 비상 인력으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4개조가 2교대로 근무하는 지구대, 파출소, 교통경찰 등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 경우 근무체계를 3조 2교대, 2교대로 순차 전환한다. 격리 인원이 늘어날수록 나머지 인력이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쉬는 시간은 줄이는 방식이다. 경제팀, 지능팀, 사이버팀 등 수사 부서의 경우 팀 내 격리 인원이 50%를 넘으면 인접팀에 사건을 인계하는 등 업무를 재조정할 계획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인 셈이다. 이 청장은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보건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방역을 지원하려면 경찰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조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군기 빠진 軍… 수방사·진해기지도 뚫렸다

    군기 빠진 軍… 수방사·진해기지도 뚫렸다

    50대 민간인, 방공진지 울타리 밑 파고 침입 술 취해 “나물 캐러 왔다”… 대공 혐의 없어 해군 진해기지 1월에 70대 침입 은폐 의혹 위병소 경계근무 3명 있었지만 ‘속수무책’ 국방부·합참에 보고도 안 해… 감찰 착수지난 7일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무단침입 사건’으로 군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육군에서도 민간인이 무단으로 부대에 침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민간인 A(57)씨는 이날 오전 11시 46분쯤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 울타리 내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군 당국은 1시간 가까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오후 12시 40분쯤에야 부대 폐쇄회로(CC)TV 감시병이 발견한 뒤 신병을 확보했다. 군은 CCTV 확인 결과 A씨가 진지 울타리 하단을 파내고 부대로 들어왔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나물 캐러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A씨에 대한 대공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에서도 민간인 무단침입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민간인 B(73)씨는 지난 1월 3일 오후 12시쯤 진해기지 정문으로 들어갔다. 당시 군사경찰 3명이 위병소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B씨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부대로 진입했다. 근무 중인 군사경찰 1명은 전화를 받고 있었고, 2명은 출입 차량을 검사하고 있어 B씨를 놓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기지 출입 후 1시간 30분 후인 오후 1시 30분쯤 초소에서 근무 중인 병사에게 발견됐다. B씨는 발견 당시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해기지는 민간인 무단침입 사실을 국방부와 합참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군은 경찰에 B씨를 인계하면서 기지 침입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는 은폐 의혹도 제기돼 군 당국이 감찰에 착수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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