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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천포항에서 만난 남해의 봄

    삼천포항에서 만난 남해의 봄

    봄은 바다에서 옵니다. 섬과 섬 사이를 휘휘 돌아 내륙으로 내달립니다. 봄이 뭍을 향해 발을 딛는 첫 자리, 남해 쪽에서라면 경남 ‘삼천포’일 겁니다. 삼천포 가는 길에 삼천포는 없습니다. 오래전 행정구역이 통합됐으니, 당연히 사천시라 불러야 옳겠지요. 하지만 거죽이 바뀐들 품은 습속과 풍경마저 달라지겠습니까. 굳이 기억 속에 남은 삼천포를 끄집어내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삼천포에서 마주한 남해의 봄은 눈부셨습니다. 삼천포항에서 맞는 맛있고 싱싱한 아침도 인상적이었지요. 이만한 곳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삼천포로 빠지’겠습니다. 삼천포란 지명은 익숙해도 사천은 다소 어색하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인구에 회자됐던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표현 때문이지 싶다. 두 지역은 한때 나뉘어 있었다. 그러다 1995년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 사천시가 됐다. 편의에 의해 묶여진 두 지역이 사이 좋을 리 없다. 지금도 삼천포란 지명이 현지에서 공공연하게 쓰이지만, 실체는 없다. 사천을 돌아본다는 건 사실상 삼천포를 둘러본다는 말과 다름없다. 사천을 대표하는 명승지들이 거의 대부분 바닷가 지역, 그러니까 옛 삼천포 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삼천포 여정의 중심은 삼천포항이다. 서부 경남의 주요 어항 중 하나다. 삼천포항은 활기차다. 늘 다양한 생선들이 펄떡대니 비릿한 냄새가 가실 새가 없다. 어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면 모양도, 빛깔도 제각각인 물고기들과 만난다. 새벽녘 풍경도 다르지 않다. 오전 5시 무렵이면 ‘바다의 백작’ 감성돔, 도다리류 가운데 몸값이 최고라는 옴도다리 등 수많은 해산물들이 경매장에 쏟아져 나온다. 경매가 끝나면 곧바로 위판장 옆에 장이 선다. 이게 또 볼거리다. 경남 쪽에선 제법 이름이 알려졌다. 장 보러 나온 이들과 시장 상인들이 흥정을 벌이느라 한두 시간가량 북새통을 이루다 오전 8시쯤에야 잠잠해진다. 항구 뒤편은 어물전이다. 생물과 건어물, 어류와 패류 등을 파는 어물전들이 구역별로 나뉘어 들어찼다. 해산물 좋아하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맛의 감옥’이다. 삼천포항을 돌아보며 쥐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쥐치는 1980년대 후반까지 삼천포 어민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가공하는 대로 팔려 나가니 돈도 잘 돌았다. 최남기 문화관광해설사 등에 따르면 당시 새벽에 어선에서 내리는 쥐치 상자는 받아서 가공하는 만큼 돈이 됐다고 한다. 쥐치 상자를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다 보니 시어머니와 며느리였더라는 이야기도 추억처럼 전해 온다. 1990년대 들면서 쥐치 어획량이 급감했다. 항구도 조금씩 활기를 잃었다. 그나마 조금씩 나는 국내산 쥐치와 축적된 쥐치 가공기술 덕에 ‘삼천포 쥐포’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남해가 베푸는 것이 어디 해산물뿐이랴. 요즘엔 뭍과 바다가 어울린 풍경 덕에 곳간 사정이 넉넉해지고 있다. 삼천포항에서 삼천포대교 쪽으로 향하다 보면 대방진굴항과 만난다. 고려 말, 남해안에 극성을 부리던 왜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군항의 흔적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도 대방진굴항을 수군 기지로 이용했던 것으로 역사는 전한다. 굴항은 조롱박처럼 생겼다. 작은 군선 등을 숨기기 맞춤하다. 한데, 거북선처럼 큰 선박이 들기엔 턱없이 작다. 조맹지 해설사는 “현 대방동 지역이 매립되기 전엔 이 일대가 바다였다”며 “현재 굴항보다 규모가 훨씬 큰 군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굴항 인근에서 벌어진 사천해전은 거북선이 최초로 쓰인 전투다. 이처럼 작은 포구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고, 이웃한 삼천포대교공원에 거북선을 전시한 것도 그를 기리겠다는 뜻일 터다. 대방진굴항 뒤편의 각산 봉화대는 풍경 전망대다. 오래전엔 불을 피워 외적의 침입을 알렸던 곳. 요즘엔 봄 소식을 뭍으로 ‘전송’하기 바쁘다. 오르기는 만만치 않다. 대방사를 들머리 삼아 한 시간 남짓 다리품깨나 팔아야 한다. 하지만 정상에서 맞는 풍경만큼은 장쾌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 창선·삼천포대교가 인상적이다. 세 개의 섬 사이에 놓인 다섯 개의 다리가 물수제비 뜨듯 바다 위를 가르고 있다. 그 너머는 남해 창선도다. 봄은 시나브로 다섯 개의 다리를 건너오는 중이다. 교각에 설치된 경관조명 덕에 밤이면 더욱 화려해진다. 총연장 3.4㎞의 다리를 직접 걷는 사람도 곧잘 눈에 띈다. 이웃한 낙조 감상 포인트 ‘실안 노을길’과 별주부전의 고사를 담고 있는 비토섬 등의 풍경도 눈부시다. 삼천포항 왼쪽의 노산공원에 서면 한려수도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공원 한편엔 삼천포 출신 박재삼(1933~1997) 시인의 문학관이 조성돼 있다. 삼천포 동쪽 해안 끝은 남일대 해수욕장이다. ‘남해안 제일 절경’이라는 뜻의 명소다. 남일대의 명물은 코끼리 바위다. 하지만 정작 시선이 가는 건 바다를 따라 자박자박 걸을 수 있게 조성된 길이다. ‘이순신 바닷길’ 가운데 ‘삼천포코끼리길’ 코스로, 진널전망대와 남일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이순신 바닷길의 총연장은 60㎞다. 5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주로 사천의 해안길을 돌아보는데, 일부 구간은 차로도 둘러볼 수 있다. ■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다솔사(853-0283)와 비토섬 등을 둘러보려면 남해고속도로 곤양 나들목으로, 벚꽃 풍경이 빼어난 선진리성과 실안낙조, 삼천포대교 등 삼천포 남동부의 명소들을 먼저 보겠다면 사천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사천관광안내소 835-1023. →주변 여행지 곤양면 흥사리 흥곡마을 묵곡천변에 고려 말에 세운 매향비가 있다. 왜구와 관료들의 학정에 시달리던 민초들이 미륵을 기다리며 갯벌에 향나무를 묻고 의식을 치렀던 곳이다. 야생차로 이름난 다솔사, 별주부전의 전설을 담고 있는 비토섬, 국내 최대 규모의 사천녹차단지(853-5058) 등도 둘러보는 게 좋다. →맛집 싸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면 삼천포수협회센터를 찾아야 한다. 1층에서 횟감을 고른 뒤 2층에서 상차림 비용을 내고 먹는 방식이다. 항구 뒤편의 파도한정식(883-4500)과 오복식당(833-5023)은 다양한 제철 해산물로 한정식을 내는 집이다. 1만 1000원. 점심 때는 자리 잡기도 쉽지 않다. 쥐포는 가격 차가 크다. 쥐치를 밑간만 하고 통째 말린 ‘쥐치알포’는 3만 8000~4만원 선이다. 흔히 먹는 조미 쥐포는 1만~2만원선. 베트남이나 중국산의 경우 5000원이면 맛볼 수 있다. 고구마를 얇게 잘라 말린 것을 팥, 강낭콩 등과 섞어 죽으로 끓여낸 ‘고구마 배떼기죽’도 맛있다. 삼천포대교공원 내 풍경(835-0550)에서 맛볼 수 있다. 7000원. →잘 곳 삼천포항 인근 노산공원 쪽에 모텔들이 많다. 4만~5만원.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남일대 쪽이 낫다. 글 사진 사천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생명의 窓] 무얼 먹고 사나요?/손흥도 원불교 교무

    [생명의 窓] 무얼 먹고 사나요?/손흥도 원불교 교무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다.’는 이 동요. 부지런하고 영특한 토끼의 귀여운 모습이 연상되어 속으로 웃게 된다. 깊은 산속의 생수 한 모금을 기분 좋게 마시고, 그 물 한 모금에 건강이 금방이라도 좋아지는 듯 기분까지 상쾌해진 경험을 가진 적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먹거리가 여유로워지면서 우리 주위에는 건강을 생각하며 음식을 찾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잘 먹는 문제에 관심이 높아져 간다. 근래 들어 체질에 대한 궁금증까지 겹쳐지면서 더욱 그렇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그것이 곡물이든 채소이든지 간에 인체에 꼭 필요한 중요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주식으로 먹는 쌀은 물론 콩·감자·고구마와 각종 채소 등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영양 공급원이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먹는 음식은 오랜 세월 검증되어진 무해무독한 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먹는 음식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며, 질병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질병을 치유해 준다. 한의학에서는 약과 음식을 건강관리를 위해 같은 반열에 두고 생각하며, 섭생에 있어서 맛과 색을 중시한다. 그 맛과 색에는 오장육부와 상응하는 기운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맛은 오미(五味)라 하여 신맛·쓴맛·단맛·매운맛·짠맛을 말하는데, 이 오미는 각각 인체의 기본 장부인 오장에 상응하는 기운이 있고, 적절히 섭취하면 장부의 기능을 보양한다. 일상의 섭생에서 오미의 조화로운 섭취는 건강관리에 무엇보다 우선한다. 신맛은 간장에, 쓴맛은 심장에, 단맛은 췌장에, 매운맛은 폐에, 짠맛은 신장에 들어가 해당 장기의 쇠약을 보양한다. 그리하여 간이 약한 사람은 신맛을 찾고, 심장이 약한 사람은 쓴맛을, 췌장이 약한 사람은 단맛을, 폐가 약한 사람은 매운맛을, 신장이 약한 사람은 짠맛을 즐기게 되는데,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오미가 지나치면 도리어 병이 된다는 것이다. 자연의 색인 오색(五色)은 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을 말한다. 이러한 오색도 인체의 오장에 상응하는 기운을 내포하고 있어서 적절히 섭취하면 장부의 기능을 보양한다. 음식이나 약재의 색 또한 오행 속성에 따라 청색은 간장, 적색은 심장, 황색은 췌장, 백색은 폐장, 흑색은 신장의 기능에 관여한다. 김밥은 주재료에 오미가 가장 잘 조화된 우리의 전통 음식이다. 푸른 시금치와 오이, 당근과 게맛살, 노란 단무지, 흰밥 그리고 검정색의 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 얼마나 적절한가. 건강이란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통한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아우른다. 몸은 마음의 나타난 바고 마음은 보이지 않는 몸인 것이니, 몸 건강은 마음 건강에서 비롯되고, 마음 건강은 몸 건강을 통해 확인되어진다. 몸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먹느냐를 중요시하는 것처럼 마음 건강에서도 어떤 마음을 먹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일체가 다 마음의 짓는 바이기 때문이다. 무얼 먹고 사는가? 우리는 쉽게 사용하는 말 중에 ‘마음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마음속으로 다짐과 각오를 하며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마음을 먹는다는 말은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말이기에, 마음의 각오와 다짐의 무게만큼 그 행동은 그 마음먹은 대로 나타난다. 내가 먹은 한마음은 나의 일생을 결정한다. 진정으로 나의 의식을 키워가는 것은 내가 무슨 마음을 먹느냐에 좌우되는 것이다. 선한 마음을 먹으면 선한 행동이 나오고, 악한 마음을 먹으면 악한 행동이 나온다. 어진 마음을 먹으면 어진 행동이 나오고, 참는 마음을 먹으면 그만큼의 참는 힘이 생겨 큰 정력을 이룬다. 순간순간 원망의 마음을 먹으면 원망의 호르몬이 생기고, 감사의 마음을 먹으면 감사의 호르몬이 생겨 감사한 마음에 심신이 진급되고 은혜롭다. 나는 오늘도 무슨 마음을 먹었는가. 원망의 마음을 먹고 살았는가. 감사의 마음을 먹고 살았는가.
  • 실연의 아픔 서로 공유하면 치유될까요?

    실연의 아픔 서로 공유하면 치유될까요?

    번개가 번쩍이고, 벼락이 치고, 우렁차게 비가 쏟아지는 날, 그 비가 104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라고 해도 비가 이렇게 축축하게 오는 날에는 뽀송뽀송한 집안에서 말랑말랑한 소설을 읽으면서, 고구마를 구워 먹든지, 부침개를 먹었으면 하는 소망을 하게 된다. 백영옥의 새 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자음과모음 펴냄)은 우중충한 장마기간에 읽으면, 울다가 웃다가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제목부터 뭔가 시선을 사로잡지 않느냐 말이다. 토요일 오전 일곱 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근처로 보이는 곳에서 21명의 남녀가 모인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의 참석자들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실연 남녀들은 함께 아침을 먹고, 네 편의 로맨스 영화를 연이어 보고, 아직 처리하지 못한 실연의 ‘기념품’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조찬의 메뉴는 상당히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햇볕’에 말린 홍합과 ‘신선한’ 들기름에 볶은 한우를 넣어 끓인 미역국, ‘내일’의 계란찜, ‘아침’ 허브와 레몬을 곁들인 연어구이, ‘봄날’의 더덕구이, ‘달콤한’ 디저트 등등. 실연을 당해 눅눅해진 일상에도 저런 메뉴의 조찬을 앞에 두면, 인생이 해맑아질 것만 같다. 소설은 스튜어디스 윤사강과 조종사 한정수의 사랑과 파국, 신입사원 교육강사 강지훈과 고교선생 현정의 사랑과 파국을 도돌이표처럼 노래한다. 조찬 모임은 실연을 치유하기 위한 이벤트로 위장했으나 사실은 결혼이벤트회사의 커플매니저 미도와 사장의 영업전략이었다는 것이 또 다른 한 축으로 돌아간다. 이른바 20~30대 여성의 사랑과 일을 다룬 가벼운 소설 장르인 ‘칙릿’(Chick Lit)답게 젊은 남녀가 읽으면 한두 번은 겪어 봤을 실연의 아픔을 떠올리며 눈물을 살짝 쏟을 수도 있겠다. 다소 나이가 있는 독자가 읽더라도 사랑의 아픔 앞에서는 다들 허둥거렸을 테니,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실연이 주는 고통은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칼에 베이거나 화상을 당했을 때의 선연한 느낌과 맞닿아 있다.”(31쪽)라고 뼈저리게 느낀달지, “실연당한 날 아침에도 남자들은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그날의 주가 동향을 파악하고 주식 투자를 하는 걸까. 그럴지도….”(65쪽)라고 경악하거나, “어떤 놈일까? 아는 인간일까? 사내 연애? 학교 동창인 걸까? 당장 다음 날에 결혼 청첩장이 날아오는 건 아닐까?”(113쪽)라며 허둥거리거나 하는 마음들 말이다. 늙은 독자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이별을 통보할 때, 전화문자와 이메일, 트위터와 블로그 등 다양한 첨단 미디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간편해졌군.” 하고 착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이별통보를 네 차례나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부관참시만큼이나 참혹하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작가 백영옥은 2006년 등단해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세계문학상을 받았다. 트렌디한 소설로 주목받아 왔듯이 3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도 트렌디하다. 다만 작가의 말에 썼듯 40장짜리 단편소설을 800장 이상의 장편소설로 개작하는 과정에서, 군데군데 쓰는 힘이 좀 달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부분들도 있다. 잘 읽어 놓고 웬 불평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프랑스 소설 ‘슬픔이여 안녕’의 안녕은 ‘굿바이’(Good bye)와 같은 작별인사가 아니라, ‘헬로우’(Hello)라는 식의 대목은 너무 진부해서 아쉬웠다. “사람들은 어떤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무의식적으로 밝은 곳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대요. 하지만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선 생각보다 훨씬 더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야 할 때가 있다고 충고하더군요.” 등은 쓸 만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충남, 왜곡교과서 日구마모토현에 ‘호통’

    일본 구마모토현 학교들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왜곡 교과서를 부교재로 채택하자 30년간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충남도가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남궁영 도 경제통상실장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중 특사를 파견해 구마모토현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부교재 채택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또 다음 달 도교육청, 시민단체 등과 합통 토론회를 열고 민관 합동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이어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어젠다로 상정해 일본 지자체와 교류 중인 다른 지역 단체들과 연대해 철회하도록 힘쓴다. 일본의 의식 있는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왜곡 교과서 철회 여론을 조성하고, 두 지자체의 30년 교류사 공동교재 편찬도 제안하기로 했다. 특히 도와 교류관계를 맺은 중국 장쑤성 난징시 등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당했던 아시아 국가들과 범아시아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같은 활동에도 구마모토현의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연락관을 소환하는 강경책도 취하기로 했다. 충남도는 1983년 구마모토현과 자매결연을 한 뒤 여러 분야에서 교류했고, 양쪽 공무원이 1명씩 연락관으로 상대 자치단체에 상주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구마모토현 3개 학교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한 뒤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다.”라고 기술한 왜곡 교과서를 부교재로 채택했고, 현이 이와 관련해 11만 4000엔의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30년 우정이 삐걱거리고 있다. 남 실장은 “구마모토현이 왜곡 교과서 채택을 계속 고집하면 마지막에는 자매결연 중단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상가(喪家) 취재/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상가(喪家) 취재/안미현 문화부장

    예나 지금이나 취재하기 참 꺼려지는 곳 중의 하나가 상가(喪家)다. 뼈를 발라내는 것 같다는 부모의 참척(慘慽) 고통 앞에서, 말간 눈으로 영정을 바라보는 어린 자식 앞에서, 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배우자의 얼굴 앞에서, ‘심경’을 물어야 하는 탓이다. 더러 고인의 사진을 빼내야 할 때도 있다. 이는 훗날 술자리 영웅담으로 둔갑하기도 하지만 오열하는 유족을 뒤로한 채 사진을 뒤지고 있노라면 ‘기자놈들’이란 말이 절로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초년병 기자 딱지를 떼도 상가 취재를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상가의 성격이 ‘사건사고’에서 고위공직자나 유명 인사의 부모 상(喪)으로 옮겨가곤 한다. 다행히 고인의 사진을 훔쳐내는 따위의 못할 짓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더러 기삿거리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기자들은 이걸 ‘물 먹는다’고 표현한다). 상주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 보니 상주나 조문객의 말 한마디가 그대로 기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소(親疎) 관계를 떠나 사회 지도층 인사의 상가에 기자들이 어김없이 진을 치는 것은, 물 먹을 위험이 높은 곳이 상가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체득한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때로 조의(弔意)는 건성인 채 취재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호상(好喪)인 경우는 떠들썩하게 술잔도 부딪친다. 죄의식이 덜하긴 해도 상가를 빠져나올 때면 가슴 한쪽이 걸리기는 매한가지다. 개인적으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상가가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분의 상가였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큰 충격에 빠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역에서 물러난 지 이미 몇 해 뒤라 언론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잠시 망설이다가 빈소를 찾았다. 그래도 조의를 표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눈이 벌개져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니, 역시나, 유족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신분’을 밝히고 서둘러 상가를 빠져나왔다. 그날의 상가가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것은 초면의 상주에게 나 자신을 설명해야 했던 민망함이나, 누가 기자를 반긴다고 꾸역꾸역 찾아갔을까 하는 잠시잠깐의 자책 때문은 아니었다. 빈소의 썰렁함 때문이었다. 범부의 상가에 비하면야 북적댔지만 생전의 사회적 직함에 비하면 상가는 다소 스산했다. 그렇다고 고인의 인품이 훌륭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정승집’ 속담을 떠올리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내내, 마음이 헛헛했다. 2011년도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사람이 운명을 달리했다. 자식을 앞세우고도 구수한 청국장 냄새에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가던 순간, 아직은 더 살아야겠구나 하고 느꼈다는 박완서 작가가 연초 우리들 곁을 떠났다. 열린 예배를 전파한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 죽음으로 법을 만든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그토록 사랑했던 친정 팀(롯데 자이언츠)감독을 끝내 맡아 보지 못한 최동원 투수, 자신의 부정적인 면모까지 낱낱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허락했던 애플 공동 창업주 스티브 잡스, 떠나는 길조차도 선명하지 못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상가에 얽힌 기억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온 것은 아마도 세밑까지 계속된 ‘죽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누군가에게는 죽을 만큼 기쁜 해(年)였으리라. 하지만 이 땅을 사는 대부분의 소시민에게는 여전히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팍팍한 한 해였을 것이다. 시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 세상이지만, 문단의 축복 속에 늦장가를 든 함민복 시인이 쓴 시 중에 이런 게 있다. 전봇대에서 전깃줄을 걷어내고 꽃줄로 집과 건물을 연결하는 꽃봇대를 만들자는, 상상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신작시집 ‘꽃봇대’에 수록된 ‘세월’이란 시다. ‘죽고 싶도록 속상하던 마음도/ 세월이 지나면/ 마음결 평평하게 펴져/ 미소 한 자락으로/ 떠오르기도 하지요’ hyun@seoul.co.kr
  • 생명 구하는 ‘목포 투캅스’

    생명 구하는 ‘목포 투캅스’

    신속한 현장 출동과 몸에 밴 응급구호 조치로 한 달 사이 두 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한 경찰관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남 목포경찰서 죽교파출소에 근무하는 김상규(오른쪽·42) 경사와 최성일(왼쪽·41) 경장. 이들은 지난 23일 오후 7시 53분쯤 “새벽 6시에 나간 어머니 천모(64)씨가 아직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다급한 112신고를 받고 즉각 출동, 신고자인 아들 김모(41)씨와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행적을 수소문했다. 천씨가 오전 7시께 텃밭에서 고구마를 심는 것을 봤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들은 텃밭 주변을 수색하던 중 50m 떨어진 낭떠러지에 발자국과 미끄러진 흔적을 발견한 뒤 5m 아래 바위 위에 쓰러져 있던 천씨를 찾아냈다. 의식이 없던 천씨는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을 구했다. 앞서 두 경찰관은 지난 4일 새벽에도 “사람이 죽은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호흡이 약한 이모(51)씨를 심폐소생술과 신속한 병원 후송으로 생명을 구했다. 특히 김 경사는 작년 6월에도 홀로 사는 김모(63·여)씨가 고혈압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수시로 드나들며 살피던 중 대문 안쪽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목포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생명의 窓] 공직자 정교분리 위반 엄히 다뤄야/박광서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생명의 窓] 공직자 정교분리 위반 엄히 다뤄야/박광서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공직자의 종교적 중립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지난 6일 현충일 국립서울현충원의 공식행사에서 군악대가 찬송가로 널리 사용되는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Nearer my God to Thee)이라는 곡을 반복적으로 연주해 네티즌들의 비난을 샀다. “국가 공식행사마저 장로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것이냐, 이 나라가 개신교 국가냐, 호국영령에까지 특정 종교를 강요할 셈이냐.”라며 어이없다는 반응들이다. “장례곡으로 유명해 국방부 군악대에서 계속 연주해 왔다.”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국방부의 무감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충주시는 지난해 12월 충주체육관 앞 광장에 시 예산 5000만원을 들여 ‘충주 희망 트리’라는 이름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더니, 지난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같은 장소에 비슷한 예산으로 중앙탑(국보 제6호) 모형을 설치해 논란을 일으켰다. 공공장소에 국민의 혈세로 종교 상징물을 세울 생각을 하다니, 헌법과 공무원의 복무규정을 어긴 행위로 비난을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특히 트리 설치 시 종교 편향 시비가 있자 일부 불교계의 요구에 중앙탑 설치라는 당근을 주어 세금 낭비를 반복함으로써 올해 겨울에 또다시 트리를 설치할 명분으로 삼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잘못을 또 다른 잘못으로 덮으면서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며 국고를 낭비한 책임은 반드시 추궁해야 한다. 더 고약한 경우는 서초구의 ‘사랑의 교회’ 신축 관련 특혜 시비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문제 삼자 서울시와 서초구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지만 교회 권력과 지방자치단체가 합작한 혐의가 짙다. 유착 의혹은 세 가지다. 첫째, 임시시설이 아닌 반영구적 예배당을 위한 공공도로 지하 점용 허가다. 공익이 아닌, 교회의 사적 용도를 위해 도로법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한 재량권 남용이다. 앞으로 유사한 조건으로 개인 또는 타종교단체가 신청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사랑의 교회보다 점용 범위가 훨씬 좁은 두 건물을 이어주는 연결 통로조차 공익성이 부족하다고 엄격히 제한했던 동대문구청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우습게 된 꼴이다. 둘째, 공공자산인 지하철 출입구마저 교회를 위해 변경했다. 기존의 지하철 출입구 두 군데를 폐쇄하는 대신 교회 부지 내로 연결되는 새 출입구를 설계한 것이다. 교회 스스로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지하철에서 직접 교회 안마당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은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사랑의 교회 하나뿐이라고 자랑한다니, 교회 신자 외 일반시민의 불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횡포라고밖에 할 수 없다. 셋째, 두 개의 기존 공공도로를 폐쇄하고 교회 중앙을 가로지르는 새 공공도로 만들기, 교회 앞 공원 조성 등 서울시와 서초구청이 승인한 지구단위계획변경 및 세부개발계획 자체가 교회의 주변 환경을 위한 기획품이라는 인상마저 풍긴다.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권력 실세들과 교회 간의 은밀한 정(政)·교(敎) 유착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과 김덕룡 대통령 특보가 이 교회 신자이고, 교회건축위원회에는 현직 감사원 고위공무원과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언론의 지적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워낙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 자문위원들의 반대 목소리는 완전히 무시됐다.”는 푸념이 그대로 묻혀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나서서 밝히지 않으면 공정한 사회는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관례나 관행으로 얼버무리는 공직자의 안이한 의식은 바뀌어야 하고, 표 관리를 위해 종교 행사마다 세금을 퍼주는 위헌적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특히 밀실에서 정치 권력과 종교 권력이 주고받는 음흉한 거래는 사라져야 한다. 타종교인이나 무종교인들에 대한 종교 차별로 이어져 국민의 행복을 갉아먹는 ‘사회적 암’이기 때문이다. 눈 밝은 국민의 감시와 저항이 필요한 때다.
  • [오늘의 눈] 현대캐피탈은 알고 농협은 모르는 사실/오달란 경제부기자

    [오늘의 눈] 현대캐피탈은 알고 농협은 모르는 사실/오달란 경제부기자

    최근 일주일 새 금융안전망에 연달아 2개의 큰 구멍이 뚫렸다.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농협중앙회의 전산장애 사태다. 두 회사 모두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두달 동안 고객의 금융정보가 줄줄 새는지 까맣게 몰랐다. 농협은 전산장애를 3일 넘게 복구하지 못하고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를 수습하는 태도는 정반대다. 현대캐피탈은 고객이 무서운 줄 알지만, 농협은 도무지 모르는 것 같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7일 해킹 피해를 인지한 뒤 바로 다음 날 언론과 고객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노르웨이 출장 중이던 정태영 사장은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해 일요일인 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고객들에게 사과했고 책임의식도 보였다. 이 회사는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위험을 알렸다. 농협의 대응은 정말로 안일했다. 아니 무책임에 가깝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든지, 알았어도 숨기기에 급급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관계자들은 “곧 복구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복구가 먼저라며 함구하더니, 그 복구마저도 예정시간을 수차례 넘겨 지연됐다. 큰소리만 떵떵 쳐놓고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린 꼴이다. 경영진의 사죄도 사건 발생 사흘이 넘도록 없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14일 오후 늦게 최원병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분통이 터지는 건 고객들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전화로 전산 복구 상황을 설명받거나 사과문을 전달받지 못했다. 일부 지점에서는 거액을 예치한 우수고객에게만 개별 연락을 돌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공룡’ 농협이 그동안 얼마나 방만한 경영을 해 왔고 또 고객에게 얼마나 무신경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숙원이었던 신용·경제사업 분리에 성공한들, 고객이 외면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시중은행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농협은 무엇보다 ‘고객 무서운 것’부터 알아야 한다. dallan@seoul.co.kr
  • MB “黨의식 말고 對국민 서비스 하자”

    MB “黨의식 말고 對국민 서비스 하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국민을 위한 일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힘을 모아 성공적인 국가가 될수 있도록 열심히 해달라.”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단체장 228명을 비롯, 김황식 국무총리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여러 당에서 오셨는데 아마 일할때 당을 의식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주민들에게 잘할까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초당적으로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하면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요즘처럼 서민들이 어려울 때 여러분들이 발로, 마음으로 열심히 뛰고 일하면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생활에서 직접 많이 접하는 분들이 기초자치단체장이니 만큼 여러분의 책임이 크고 (여러분이)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정부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면서 “국정운영에 함께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와 관련, “그 어떤 경우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도 경제적 효과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절약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비해 달라.”고 강조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성무용 천안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부동산 거래가 감소되면서 지방세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은데, 반면 복지수요는 증가해 한층 어려움속에 있다.”면서 “본래의 뜻대로 지방자치를 잘할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특단의 재정대책을 잘 세워 달라.”고 건의했다. 김 총리는 “지난 연말부터 구제역, 한파, 폭설 등을 처리하느라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너무 많은 고생을 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지방행정은 대한민국 행정의 얼굴이며, 지방과 중앙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가운데서 우리는 선진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는 또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공을 기원하는 건배사가 있었고, 평창군수와 여수시장은 평창 올림픽 유치 및 여수엑스포 성공을 위해 전국 단위의 관심을 가져달라고 건의했다. 지역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과학비즈니스벨트나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발언은 따로 없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오찬 메뉴는 전국에서 참석한 사람들을 고려해 8도 특산물로 준비했다. 충청도 도토리묵, 경상도 문어, 돌나물 해초 초회, 경기도 고구마밤죽, 강원도 버섯불고기, 전라도 야채비빔밥과 달래 냉이 된장국이며 후식으로는 제주도 유자차가 나왔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주원 “‘리틀 강동원’이라는데 모르겠어”

    주원 “‘리틀 강동원’이라는데 모르겠어”

    생애 처음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시청률 50%를 넘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드라마 데뷔작 ‘제빵왕 김탁구’로 무명의 신인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주원(23·본명 문준원)은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고, 갑자기 변한 게 너무나 많다.”고 답했다. 드라마 속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해맑고 순수한 모습이 인상적인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구마준 역으로 무명 신인에서 스타덤 스타 시스템 위주의 제작 관행이 굳어지는 드라마 시장에서 신인 스타가 탄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오랜만의 슈퍼루키의 등장에 광고계는 물론 방송, 영화계까지 들썩이고 있다. 이날도 그는 오전에 화보 촬영, 오후엔 CF 출연 스케줄이 꽉 짜여져 있었다. 우선 첫 작품에서 시청률 50%를 넘기는 ‘홈런’을 친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추석이 지나고 갑자기 스케줄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전에 드라마 출연 경험이 전혀 없어서 시청률이 잘 나온 것이 어떤 건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집 앞 빵집에 ‘김탁구빵’이 한가득 있는 것을 보고 나니 비로소 실감을 하겠더군요.” 4개월간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가족들과 동네 마트에 처음 간 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자신에게 꽂히는 통에 “갑자기 연예인이 됐다.”고 느꼈다는 주원. 아직 연예인이라는 말이 너무 어색하고 당황스럽다는 그에게선 신인 배우의 풋풋함이 느껴진다. “갑자기 저를 알아보시는 분도 많고, 함께 일하자는 분도 늘었지만, 아직도 제가 연예인이라는 게 좀 이상하고 어색해요. 2006년 뮤지컬로 먼저 데뷔를 했는데, 그때 ‘배우’라고 부르는 것도 처음에 부담스러웠다가 겨우 익숙해졌거든요. 평소엔 그냥 저 자신을 보이고 싶은데, 늘 뭔가 ‘멋진 척’을 해야 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요.” 누구나 처음엔 그렇게 시작하지만, ‘스타 의식’에 젖는 건 시간 문제라고 딴죽을 걸었더니 “아무리 높은 위치에 올라가도 인간미를 버리지 않고,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받아친다. 진지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드라마 속 구마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구마준의 목소리와 눈빛이 남아 있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어요. 아직 인물에서 다 빠져나오지 못했거든요. 그건 아마 마준에 대한 연민이 많아서 일 거예요. 처음에 대본을 읽을 때부터 주변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탁구와 달리 늘 외롭고 쓸쓸한 마준이가 너무 안쓰러워 보듬어 주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거든요.” ●뮤지컬서 닦은 기본기로 안방극장 진출 무표정이 기본이고, 닫힌 캐릭터 때문에 마음 놓고 웃는 연기 한번 할 수 없었다는 그는 악역이지만 매력적인 구마준 역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단다. 하지만 그가 첫 드라마치고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30회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은 뮤지컬에서 갈고닦은 기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1학년때 뮤지컬 ‘알타보이즈’ 주인공으로 발탁됐지만, 무대에서 주눅이 들어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에 다른 뮤지컬의 앙상블(댄서)에 지원했어요. 주변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5개월간 지방 공연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더 자유로워졌고, 주연으로서 무대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가 생겼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공연계에서 그의 이름을 알리는 기회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주인공의 언더스터디(대역 배우)였던 그는 첫 리허설 날 주연배우 김무열이 다리를 다쳐 대타로 무대에 올랐다. 제작자와 투자자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단숨에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낸 그는 주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작품 이후 그에게도 소속사가 생겼고, 처음 오디션에 응시한 드라마가 ‘제빵왕 김탁구’다. 인지도도 없고, 심사위원들의 반응도 썰렁해 합격 예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신인이라 방송사나 제작사는 캐스팅을 만류했지만, 작가의 고집으로 주연 자리를 따낼 수 있었다. ●“나이대 따라 변하는 배우 되고파” 안방극장 데뷔 이후 그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바로 ‘리틀 강동원’이다. 영화배우 강동원과 유독 닮은 외모 탓이다. 그는 “제가 눈썰미가 없는 건지 아무리 거울을 봐도 어디가 닮은 건지 모르겠어요. 선배님 얼굴에 먹칠하는 건 아닌지…”라며 환하게 웃었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도 있을 법하지만, 이미 평생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그에게선 느긋함이 배어 나온다. “앞으로 나이대에 맞는 연기를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대는 순수함과 열정을, 30대는 성숙한 남성미를, 40대엔 인생이 묻어나는 배우요. 모든 중견배우 선생님들처럼 연륜있고 즐기면서 평생 연기하고 싶어요. 혹시 다음 작품이 잘되지 않아도 그 다음엔 잘되지 않을까요?” 모처럼 속까지 꽉 찬 신인의 발견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광주시 區 경계조정 재시동

    광주 동구와 북구 간 경계조정 작업이 다시 추진된다. 행정여건과 인구변화 탓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7일 “지역 균형발전과 국회의원 정수 유지를 위해 구(區)간 경계 조정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묵은 현안인 구간 경계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계 조정에 가장 적극적인 동구는 한때 북구 일부 지역의 편입 성사 직전 단계까지 이르렀으나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광주시도 2001년 자치구 경계조정을 위한 용역까지 마치고서도 비슷한 이유 등으로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동구가 또다시 구간 경계조정에 나선 것은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 등으로 국회의원 선거구마저 유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사정 때문이다. 옛 도심을 보유한 동구의 인구는 1992년 17만 2000여명에서 10년 만인 2002년 11만 7000여명으로 급감했다. 동구는 지속적인 도심 공동화로 연간 2000~3000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올 5월 말 현재 10만 2078명으로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인구 10만명선도 지키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 때문에 다른 자치구와 달리 부구청장 직급이 서기관급(4급)으로 하향 조정됐고, 최근 의회사무국도 과 단위로 격하됐다. 면적은 47.86㎢로 북구 121.75㎢(인구 46만 7881명)의 39%, 인구는 22%에 불과하다. 국회의원 정수의 경우 동구와 남구 등 2곳만이 1명이며 서구와 북구, 광산구는 각각 2명이다. 동구는 이에 따라 북구의 ▲ 풍향동(인구 7866명)▲두암3동(2만 136명) 등 2개 동에 대한 편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지역은 지난 1980년 북구 개청 당시 동구에서 편입된 지역으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온 곳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을 편입할 경우 인구 13만~14만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인구수에 따라 배정되는 교부금과 각종 세수 증대도 무시할 수 없다. 동구는 이 때문에 2006년 편입 대상 지역에 초현대식 국민체육센터, 주민건강증진센터(보건지소) 건립과 주거환경개선, 경로당 증축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고 주민설득에 나섰으나 정치권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동구 관계자는 “광주시의 지원을 받아 구간 경계조정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시 전체로 봐서는 일부 지역을 동구에 편입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주민들의 사전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앞서 2001년 ▲동구와 남구 통합 및 북구 분할 ▲북구와 서구의 일부를 동구와 남구에 각각 편입 ▲북구의 풍향동, 두암1·2·3동을 동구로 편입 ▲북구의 풍향·중흥동 일부까지를 동구로, 북구의 동림동 일부를 서구에 편입하는 4개 조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구역을 ‘빼앗기는’ 자치구와 시·구의원 등이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민선 단체장들이 지방선거를 의식해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는 이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최종원 민주당 의원 “연예인의 정치 참여 자유로워야”

    최종원 민주당 의원 “연예인의 정치 참여 자유로워야”

    일요일이던 지난 1일 오후. 뙤약볕이 내리쬐는 대학로는 젊은이들의 열기로 더욱 뜨거웠다. 왁자지껄한 카페 한구석에 앉아 있는 그에게선 아직 ‘배우’의 모습만 보였다. 대학로에서 40년을 보낸 연극인 최종원이 이제 여의도로 둥지를 옮긴다.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말이다. 지난 4월 무대에 올렸던 ‘포옹 그리고 50년’이 당분간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는 듣던 대로 직설적이었다. 정치 의식도 확고한 듯 보였다. ‘정치 새내기’ 최종원은 “나이 60에 신념 꺾고 눈치 보며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간다고 했을 때 반응은. -가장 존경하는 신구·임동진 선배가 ‘너는 정치를 잘할 것이다.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후배들도 출마를 반겼다. →여전히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누구를 지지하느냐와 별개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연예인도 당연히 정치적 견해를 밝힐 권리가 있다. 이를 나쁘게 생각하는 시선이 문제다. 개그맨 김제동이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사회를 본 게 무슨 잘못인가. 정치적인 소신을 밝힌 연예인의 활동 공간이 좁아진다면, 그게 바로 민주주의의 후퇴다. →예전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국회의원을 지냈다. 어떻게 평가하나. -연예인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정치를 잘했냐, 잘못했냐가 중요하다. 이해랑, 신영균, 신성일, 최무룡, 강부자 등 많은 선배들이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순재 선배가 소신껏 정치를 한 것 같다. →정치에 관심 있는 연예인이 많은가. -잘 모르겠다. 예전과 달리 정치에 선뜻 나서는 분위기가 아닌 건 확실하다. 이번에 나를 도와주고 싶어했던 후배들이 많았지만 결국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정치를 잘할 것 같은 후배 연예인이 있나. -역시 잘 모르겠다. 문성근, 권해효, 김제동 정도면 잘 하지 않을까? 남을 속이지 않고, 남의 상처를 보듬을 만한 사람들이다. →연예인 출신인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창동·김명곤씨는 그나마 틀에 박힌 관료 체계를 고치려고 노력했고, 선·후배들의 고언을 잘 받아들였다. 유 장관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모든 예술 분야에서 비판이 나온다. 문화 분야의 수장으로 100년 대계를 고민했어야 하는데, 문화예술계를 좌파와 우파로 가른 뒤 능력과 상관없이 좌파로 분류된 인사들을 쫓아냈다. ‘연기자 유인촌’을 좋아했던 국민들도 ‘장관 유인촌’에 대해서는 실망했을 것 같다. →연극이 정치에 도움이 될까. -연극은 수없는 연습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구현하는 예술이다. 살인자의 모습도 아름답게 연기해야 한다. 살인할 수밖에 없는 당위를 충분히 객석에 전달해야 아름다운 연기가 된다. 가슴속에 진실을 안고 연기한 것처럼 정치도 진실되게 하면 될 것 같다. →의원에 당선돼 보니 어떤 작품이 특히 기억에 남나. -1980년대 출연했던 ‘리어왕’이다. 우리 지역구에는 어렵게 사는 노인들이 참 많다. 아들은 돈 벌러 도시로 나간 뒤 연락이 끊기고, 며느리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어쩔 수 없이 어린 손자들을 키우는 분들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광야에서 쓸쓸히 죽어간 리어왕의 모습이 현실로 와 닿는다. →언제부터 정치를 꿈꿨나. -1967년부터 1년 동안 태백 탄광에서 일했다. 그때 경험이 사회적인 의식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대학 진학 당시 연극과와 정외과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다. 만약 연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정치인이나 노동운동가가 됐을 것이다. →출마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광재 강원지사의 직무정지가 결정적이었다. 애초 이 지사가 국회의원에 출마할 때 내게 찾아와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한 번만 한다고 생각하고, 주민들이 원할 때 스스로를 던져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추진했던 일을 내가 마무리 짓고 싶었다. 나보다 어리지만 정치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델이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그러나 옳고 그름은 안다. 권모술수, 당리당략과 타협하지 않고, 휩쓸리지 않겠다. 지위와 명예는 40년 연극무대에서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 환갑 이후 ‘인간 최종원’이 이웃을 위해 뭘 해야 할지 생각하고,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 →머릿속에 그렸던 정치와 ‘현실 정치’는 다를 텐데. -정치인으로 사는 것에 약간의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강한 애착을 느낀다. 선거운동할 때도 동네 어르신들께 ‘자주 찾아오지 못할 것이다. 또 당선되기 위해 경·조사 찾아다니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류에 오락가락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검증받고 싶다. →박근혜 전 대표를 높게 평가한다고 했는데. -세종시 논란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자기 말에 책임지는 게 바로 정치인의 신뢰라고 본다. →국회 상임위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로 정해졌다. 특별히 관심 갖는 분야가 있나. -종편채널 문제를 좀 짚고 싶다. 대형 신문사가 방송을 소유하고, 방송이 난립하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볼 드라마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시·군·구마다 모두 근사한 문화예술회관은 갖췄는데, 그 공간을 채울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최종원 의원은 익살스러운 연기로 사랑을 받은 명배우 출신이다. 1970년 ‘콜렉터’를 시작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해 영화 ‘투캅스’, KBS 드라마 ‘왕과비’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강원 태백, 60세 ▲태백공고·서울연극학교 ▲연극연기자그룹 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열린우리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장 ▲백제예술대학, 대구과학대학 겸임교수 ▲광주영화제 집행위원장 ▲환경부 홍보대사 ▲한국예술산업진흥회 이사장 ▲부인 정영애씨와 2녀
  • ‘제빵탁구’ 주원 연기력 논란…‘덜 익은 홍시’

    ‘제빵탁구’ 주원 연기력 논란…‘덜 익은 홍시’

    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시청률 40% 고지를 눈앞에 두며 축배를 들었다. 반면 극중 주요인물 구마준 역을 맡은 신인 주원은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주원은 ‘제빵왕 김탁구’가 첫 전파를 타기 전부터 뜨거운 기대를 받았던 배우다. 귀공자처럼 곱게 생긴 얼굴과 훤칠한 몸매는 물론 2006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를 통해 데뷔한 점을 미루어 짐작했을 때 연기력도 갖춰진 신예라고 예상됐기 때문. 극중 주원은 거성가의 차남이자 후계자 구마준 역으로 분했다. 이 인물은 잔인하지만 슬픈 악역이다. 우월의식이 대단하며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한다. 또 승부욕이 강하며 이루고 싶은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편 극심한 피해의식으로 시청자들의 동정을 사는 캐릭터다. 많은 기대를 걸었던 걸까. 지난 6월 9일 첫 방송 후 시청자들은 주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6회분을 마쳤지만 주원은 불안정한 연기를 일관하고 있다는 평이다. 해당 드라마 홈페이지를 방문한 네티즌들은 ‘시청자 소감’ 게시판을 통해 “주원은 발음하는 게 무슨 국어 책 읽는 느낌”, “마준 캐릭터는 언제 살아날까. 표정이 항상 똑같다”, “딱딱한 말투와 경직된 얼굴을 보면 개그 본능이 숨어있는 배우다”, “덜 익은 홍시 같은 느낌”, “맥이 끊기는 말투는 좀 아닌 듯” 등 혹평하는 의견을 올렸다. 한편 4일 방송될 ‘제빵왕 김탁구’ 17회에서 탁구(윤시윤 분)는 인숙(전인화 분)의 등장으로 태조(주원 분)가 마준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진다. 사진 = 방송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84rornfl@seoulntn.com NTN 주요 뉴스 ▶ 2PM 콘서트 선정성 논란...”에로틱 안무가 8세 관람?” ▶ 박수진, 김희철 때문에 눈물 펑펑 쏟은 사연 ▶ 이승기-신민아, 이메일 주고 받는 사이? ‘애정입증’ ▶ 시아준수, 믹키유천 출연 ‘성균관스캔들’ 방문 ...절친 우애 과시 ▶ 설경구-송윤아 부부, 오늘 득남...’엄마, 아이 모두 건강’
  • [연극리뷰] ‘코끼리에 관한 오해’

    [연극리뷰] ‘코끼리에 관한 오해’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코끼리에 관한 오해’(장익렬 연출, 극단 숲 제작)는 작가의 말마따나 ‘호접몽(胡蝶夢)’이다. 무대는 폐쇄된 다락방. 다락방이라는데 어디 한 곳 창문 하나 붙어 있지 않다. 입구마저 너무 좁아 천천히 기어다녀야 할 판이다. 그 문은 바깥에서 거대한 쇠사슬로 묶였는지, 엄마가 드나들 때마다 쇠사슬을 풀고 묶는 소리가 요란하다. 색깔은 검은색과 회색 톤이 주종을 이루는 무채색이다. 그러다 보니 유난히 붉은색이 눈에 띄는데, 붉은색은 딱 세 곳에 쓰였다. 엄마의 입술, 소설을 쓰는 아들의 원고지, 엄마가 아들에게 선물로 손수 짜주려는 스웨터. 엄마는 자신의 뱃속에서 스웨터 짤 실을 뽑아낸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함께 혈연과 혈연의 의무감이 낳는 폭력성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엄마는 바깥 세상은 모두 썩었고 다락방이야말로 유일하게 순결한 공간이라 믿기에 지독히도 사랑하는 아들을 다락방에만 가둬 둔다. 아들 역시 그런 엄마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코끼리라 소개하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찾아온다. 연미복 차림의 신사들이 쏟아지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기억하는지. 꼭 그와 같은 인물인데, 엄마에게서 벗어나라고 아들을 부추긴다. 여기에 넘어간 아들은 끝내 엄마를 제 손으로 죽이는 파국을 맞이하는데, 죽어 가며 엄마가 지르는 외마디에서 기가 막힌 반전이 시작된다. 엄마는 4년 전에 이미 죽고 없단다. 알고 보니 아들이 죽인 것은 엄마가 아니라 코끼리였다. 이때부터 영화 ‘메멘토’ 때처럼 관객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코끼리와 엄마는 아들의 내면에서 싸우던 두 개의 자아였던가. 회색빛 우중충한 다락방은 그런 두 자아가 충돌했던 내면 세계였고 쇠사슬은 외부와 차단된 병적인 심리 상태를 나타냈던 것이었다. 결국 죽인 것이 코끼리라는 것은 스스로 성장을, 혹은 살인을 거부한다는 뜻이었을까. 잠재의식 속에 숨겨둔 모친 살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밤마다 꾸는 꿈이었던 셈인가. 다락방 바깥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동굴 속 울림소리처럼 처리된 것은 꿈결에 들었던 바깥 소리였던가. 2007년 제9회 옥랑희곡상 자유소재 부문 당선작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불과 1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임에도 상징적인 대사와 행동이 촘촘히 박혀 있어 극의 밀도가 대단히 높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제빵탁구’ 惡 구마준, 알고 보니 뮤지컬 ★ ‘주원’

    ‘제빵탁구’ 惡 구마준, 알고 보니 뮤지컬 ★ ‘주원’

    신예 주원이 ‘제빵왕 김탁구’에서 연기 신고식을 치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30일 방송한 ‘제빵왕 김탁구’ 7회에서 주원은 거성식품의 후계자이자 타고난 승부 근성을 갖춘 ‘구마준’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중 구마준은 김탁구(윤시윤 분)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형성하는 비운의 악역으로 구일중(전광렬 분)의 친자(親子)인 김탁구 때문에 후계구도에서 밀려나는 차남이다. 특히 아버지를 닮은 탁구에게 참을 수 없는 피해의식을 품게 되면서 어떻게든 그를 짓밟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 탁구를 불행으로 몰고 간다. 하지, 이로 말미암아 스스로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되는 잔인하면서 슬픈 악역이기도 하다. 이날 방송에서 구마준은 도쿄로 유학을 갔다가 제빵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손꼽히는 팔봉 선생(장항선 분)을 찾아간다. 그곳 팔봉제빵점에서 친모를 찾고 있는 김탁구를 만나게 되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 소속사 심엔터테인먼트 심정운대표는 “신선한 마스크와 기본기를 갖춘 연기력, 그리고 김탁구와 강렬하게 대비되는 캐릭터로 올 최고의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원은 뮤지컬계에서 탄탄한 마니아 층을 형성할 정도의 스타급 배우로 이름이 높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비롯해 ‘알타보이즈’, ‘싱글즈’, ‘그리스’ 등에 출연했다. 사진 = 심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84rornfl@seoulntn.com
  • 구로, 어린이 한옥도서관 만든다

    구로구는 개봉동 옛 청소년독서실 자리에 어린이들을 위한 한옥도서관을 만든다고 22일 밝혔다. 대지 880㎡, 연면적 440㎡에 2층 규모다. 구로구는 아동도서관과 유아도서관 등 2개의 한옥 건물을 26일 착공, 오는 10월 마무리한다. 어린이 한옥도서관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1층에는 열람실과 공연장, 2층에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다락방을 만들고 별채(74.88㎡)를 따로 조성해 유아들이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정원(634㎡)도 갖춘다. 온돌방으로 꾸미는 점도 눈에 띈다. 방학 기간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외갓집 체험교실, 전통문화교실, 한문교실, 제례의식교실 등 우리네 전통을 가르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공사에는 17억 8500만원을 투입한다. 문학 2450권과 역사 2820권 등 책 1만 1420권을 비치한다. ‘도서관 발자취관’에서는 한림원, 홍문관 등 역대 도서관의 자료를 전시하고 ‘훈민정음관’에는 한글 역사와 역대 한글사전, 한글 연구자료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방학 등을 활용해 화롯불에 고구마 구워먹기, 옥수수·감자 간식 즐기기, 온돌방 잠자기 등으로 구성되는 ‘외갓집체험’ 프로그램과 전통문화교실, 전래동화 구연, 한문교실, 제례의식교실, 한옥체험캠프도 운영한다. 한옥에 대해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며 영어도 익히는 한옥 영어가이드 교실도 마련한다. 조현옥 교육진흥과장은 “조선시대 서원의 건립방식을 따라 기와, 대들보, 서까래 등 건축 자재도 전통 한옥재를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별·콩다방 vs 토종 ‘커피전쟁 2R’

    별·콩다방 vs 토종 ‘커피전쟁 2R’

    “커피도 신토불이, 고구마 라테라고 들어봤나?”(할리스커피) “커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캐릭터 상품들이 얼마나 사랑받는데…”(엔제리너스) “우리는 커피 한 잔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지. 사회공헌활동 캠페인을 펴나가는 것도 그 때문이야.”(스타벅스) 바야흐로 커피전문점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이른바 ‘별다방’(스타벅스)과 ‘콩다방’(커피빈)의 양강(兩强)체제는 막을 내린지 오래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브랜드 커피전문점만 10여개, 점포수로는 1400여개에 이른다. 단일·영세 브랜드나 지방업체까지 합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다. 그뿐인가. 패스트푸드와 베이커리 업체, 도넛 전문점 등이 다양한 커피 메뉴와 카페형 매장으로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커피 전쟁’이 품질과 깜짝 서비스로 승부하는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커피전문점들은 불꽃 튀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수입 브랜드들은 직영체제를 고수하며 글로벌 이미지와 직원교육, 고유의 품질을 유지해 나간다. 특히 스타벅스는 연간 경상이익의 3% 이상을 사회공헌 부문에 투자하는 등 환경친화·지역친화적 경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토종 브랜드인 할리스커피와 엔제리너스는 국내 로스팅 공장 운영을 통해 뛰어난 신선도를 앞세우고 있다. 이들은 오랜 프랜차이즈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확대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할인혜택 등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수입·토종 브랜드 구분 없이 우리 입맛에 맞는 메뉴 마련은 필수. 할리스커피의 고구마 라테, 스타벅스의 떡과 쌀과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케이크 등을 직접 매장에서 만드는 투썸플레이스는 글자를 새겨주기도 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 캐릭터로 특화하기도 한다. 엔제리너스는 일러스트작가 이우일씨가 제작한 브랜드 천사 캐릭터를 인테리어와 유니폼, 커피용품과 문구류 상품에 활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유 컨셉트를 지켜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파스쿠찌는 정통 이탈리아풍 고급 이미지를, 투썸플레이스는 유럽풍 스타일을 출발부터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총규모는 1조 9000억원. 이 가운데 커피전문점은 5500억원의 매출로 28.9%를 차지했다. 커피전문점 시장의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스타벅스(점포수 310개)와 커피빈(187개)으로 대별되던 시장은 엔제리너스(220개), 할리스커피(218개), 투썸플레이스(54개) 등 토종 브랜드가 급성장하며 뜨거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매출액(목표액)을 비교해봐도 스타벅스가 1710억원에서 2000억원, 엔제리면스가 650억원에서 900억원 등으로 껑충 뛸 만큼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박찬희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팀장은 “10년 전만 해도 커피시장에서 원두커피 비중이 10% 미만이었으나 지금은 20%를 넘어섰다.”며 “원두커피 시장의 파이 자체가 점점 더 커지는 추세인 만큼, 전문점들은 경쟁자보다 동업자 의식으로 커피문화 발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은옥 엔제리너스 마케팅팀 주임은 “고객들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 커피점을 찾는다.”면서 “따라서 좋은 커피맛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동시에 인테리어와 상품 리뉴얼, 서비스 등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HAPPY KOREA] 전북 남원 구름다리마을

    [HAPPY KOREA] 전북 남원 구름다리마을

    ‘춘향전의 고향’ 전북 남원시내를 빠져나와 차량으로 15분가량 달리면 152가구 3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대산면 운교리 ‘구름다리마을’이 보인다. 가을 들녘에는 알곡이 주렁주렁 열려 마을 주변이 온통 샛노란 빛으로 여물었다. 마을 주민이 합심해 일궈온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도 노란 알곡처럼 풍성하게 영글어간다. 구름다리마을의 자랑은 바로 수십년간 이어온 ‘협동농업정신’이다. 마을은 1959년 전국 최초의 단위농협 설립지로 알려져 있다. 마을 재창조 계획에도 이 협업정신이 근간이 됐다. 70세 이상 노인 장수수당, 장학사업 등 40여년간 이어온 끈끈한 공동체 의식도 한 몫했다. 마을 뒷산으로 가면 10만㎡의 개간지가 보인다. 푸른 밭에는 배추와 무·콩·고구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한쪽에는 고사리밭도 마련돼 있다. 감·매실·사과 등의 유실수 1300여그루도 심었다. 지난 3년간 마을 사람들의 땀은 ‘영농체험단지’로 흘러들어가 올해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 하루 10~20명에 불과한 방문자를 2015년까지 1만 5000명까지 늘린다는 야심찬 포부가 그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완공한 ‘추어(秋漁)체험장’도 관광객들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직접 미꾸라지에게 먹이를 주고 기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다 자란 미꾸라지는 추어탕으로 만들어 마을 식당에서 맛본다. 김형석 구름다리마을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팀장은 “현대건설과 1촌1사를 맺어 지난해 고구마캐기 행사를 갖는 등 각광받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남원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하나銀 게임 잘해야 승진?

    하나銀 게임 잘해야 승진?

    하나은행에서는 게임을 잘해야 승진한다(?) 하나은행이 최근 전 직원 직무교육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Online Role Playing Game)을 전격 도입했다. 연수원에 입소하거나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는 대신 단체로 인터넷 가상공간에 들어가 게임을 즐기면서 교육을 받는 방식으로, 금융권에서는 처음이다. 게임에서 직원들은 저마다 캐릭터로 분화해 배를 타고 30일간 세계 30개국을 도는 대항해를 시작한다. 임무는 도착하는 항구마다 하나은행 지점 1개씩을 개설하는 것. 항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해적을 만나거나 향수병에 걸리기도 한다. 이를 헤쳐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은행원으로서 알아야 할 문제를 풀어 약, 목재, 식량 등 아이템을 얻는 것이다. 게임에 나오는 문제들은 모두 인사담당자들이 준비했다. 수신과 가계·기업여신 등으로 나눠 무려 1800문항이나 된다. 게임이라고 해 우습게 봤다가 큰코다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번 게임은 혼자만 잘해서 풀 수 없도록 설계됐다. 게임을 하며 업무 능력을 습득하는 것 외에도 동료나 상사와 소통하고 함께 협력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하나은행 IT 기획부 박호경 차장은 23일 “게임은 같은 지점이나 팀 동료들을 만나도록 설계됐는데 급할 때는 지점장도 말단 직원에게 아이템을 빌려달라고 졸라야 할 때도 많다.”면서 “다소 폐쇄적인 은행 문화 속에서 직급 간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고 공동체 의식도 일깨우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평가도 좋다. 박세은 대리는 “교육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즐기면서도 업무지식을 쌓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선 비용절감 효과도 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체 직원이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으면 부대비용과 업무 공백 등까지 고려하면 78억원 이상 드는 반면 게임을 이용하니 비용은 10억원 이내”라면서 “계속 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도 68억원을 아낀 셈”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용’모양 의사당역 출입구 “특권의식 못버려” 빈축

    ‘용’모양 의사당역 출입구 “특권의식 못버려” 빈축

    국회가 5월 개통되는 국회의사당역의 국회 정문 쪽 출입구만 다른 출입구와 다르게 특수 제작하도록 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가 아직도 특권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7일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의 6번 출입구를 용(龍)으로 형상화한다고 밝혔다. “국회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상징물로, 한국의 전통문화 양식으로 만들고 국회 의사당의 상징성을 부각시킨다.”는 취지에서다. 국회의사당역 출입구 6곳 가운데 국회 정문과 이어지는 6번 출입구에만 해당된다. ●국회서 디자인 요구… 서울시 비용 부담 서울시 도시철도국은 당초 6번 출입구도 일반 출입구와 같은 형태로 고안했다. 하지만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전통미를 살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하자.”고 제안해 형태가 변경됐다. 도시철도국 관계자는 “국회 대지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국회 쪽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의 땅’을 사용하더라도 디자인 변경을 요구받기는 이번이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 변경과 시공에 드는 비용은 서울시 등이 부담하게 된다. 한 관계자는 “아직 비용 정산이 끝나지 않아 추가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호화판’ 만들어 국민 소통 강조 무리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한 국회 쪽은 “출입구는 국회 의사당 돔지붕과 연계해 설계했으며 우리나라 전통가옥 지붕의 처마선을 상징화했고, 곡선미를 살려 하늘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측면의 반투명유리는 상징적 경계의 형식을 갖추면서도 국민과의 소통을 표현하는 열린 자세를 나타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국회가 일반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고 있는데다 국회로 통하는 지하철역 출입구마저 ‘호화판’으로 만들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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