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구름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약세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평택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페이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계대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018
  • 정치권 ‘동북공정’ 비난

    여야는 동북공정을 통한 중국의 역사왜곡 기도에 대해 ‘또 다른 침략행위’‘민족 말살 기도’ 등 거친 표현까지 동원한 고강도 비난을 한목소리로 쏟아냈다. 특히 한나라당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동북공정은 역사 후퇴와 동북아 미래의 먹장구름을 가져올 뿐”이라며 “중국 정부에 역사 왜곡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어 “역사 왜곡은 또 다른 침략행위로 역사 왜곡과 공동 변영은 양립할 수 없으며, 어떤 희망도 만들 수 없다.”며 “(동북공정을 지속하는) 중국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규탄하는 것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을 강도높게 비난한 뒤 “노무현 정부가 자주를 주장하는 정부인데 왜 중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하느냐.”면서 “과거사진상규명에 수 천억원씩 낭비하면서 민족 역사 훼손에는 왜 미리 대비하지 않느냐.”며 정부·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내년 경제 트리플 먹구름

    내년 경제 트리플 먹구름

    내년 우리 경제는 기름값과 대통령 선거 등에 발목잡혀 성장·물가·경상수지가 모두 후퇴,‘트리플 악화’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 4분기(10∼12월) 고용사정을 예측한 수치도 2년만에 최악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일 발표한 ‘2007년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 전망치(4.7%)보다 훨씬 낮은 4.1%로 예측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올해(2.5%)보다 더 오를 것(2.7%)으로 전망돼 일부에서 지적하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의 물가상승) 우려를 키웠다. 올해 경상수지는 흑자(19억 7000만달러)가 예상되고 있지만 내년에는 22억 4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높은 기름값과 주요국 금리인상 등 대외여건이 나빠지면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대선으로 국내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의 경기가 이미 꼭짓점을 찍었느냐는 논란과 관련,“최근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당초 기대보다 내수 회복세가 미흡해 경제주체들이 경기 회복을 제대로 체감하지도 못한 채 경기 정점이 지나갔거나 정점을 통과중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고용 전망도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26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 4분기 고용전망지수를 조사, 이날 발표한 것에 따르면 지수는 지난 분기 ‘104’에서 ‘99’로 뚝 떨어졌다. 기준치인 100을 밑돈 것은 상의가 지난 2004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100을 밑돌면 다음 분기에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실제 고용 사정을 말해주는 실적치 역시 2분기 99,3분기 96으로 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미니태양광발전소 순천 농어가에 새 수입원으로

    추적추적 비가 흩뿌리는 날에도 쉼없이 전기를 생산한다. 짙은 회색빛 구름 속을 헤집고 나온 한줄기 빛만 있다면 발전이 가능하다. 무궁무진한 태양빛이 이제 농·어촌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름아닌 미니 태양광발전소이다.6일 전남 순천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천시 별량면 동송·두고·학산리 일대 벌판. 일사량이 전국 최고라는 이곳 논과 갈대밭 사이사이 6개의 태양광 발전소가 돈을 만들어 내고 있다. # 태양빛이 돈이다 순천 토박이인 박희종(52·순천시 연향동)씨는 지난달 16일 한국전력과 15년동안 전기를 납품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 싱글벙글이다. 그는 “35가구가 1달동안 쓸 수 있는 시간당 100㎾ 전기를 생산, 한전에 ㎾당 719원 40전에 팔아 다달이 900여만원을 벌게 됐다.”고 웃었다. 그는 이 돈에서 매달 이자 110만원을 빼면 관리비가 한푼도 들지 않아 대출원금 상환기간 전인 5년동안 나머지 790만원을 고스란히 벌게 된다. 박씨가 투자한 돈은 900여평 땅값 1000여만원을 포함해 3억여원. 발빠른 정보 덕에 그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자금추천서를 받아 시설자금(담보제공) 전액을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변동금리이지만 연리 3.9%,5년거치 10년 분할상환의 좋은 조건이다. 박씨는 “태양광 발전소는 초기 시설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판매·수금·경상비 걱정이 없는 아주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 농·어촌 수익사업으로 태양광 발전소는 20년동안 부품 수리비나 관리비 등 경상비가 ‘0원’이다. 핵심부품인 집열판(가로 155㎝, 세로 80㎝)은 장당 120만∼130만원이지만 한번 설치하면 고장없이 쓸 수 있는 반영구성 제품이다. 설령 고장이 나더라도 시공사에서 공짜로 바꿔준다. 또 컴퓨터로 전력생산량과 고장여부 등이 자동으로 점검돼 발전소 관리는 집 안방에서 한다. 그래서 노인층이 많은 농·어촌 마을에서 공동 수익사업으로 투자해 볼 만하다. 발전소 부지는 마을 앞 논밭이나 야산 등 태양이 잘 드는 곳이면 된다. 태양빛을 모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집열판은 해 그림자가 가리지 않도록 정남향으로 고정하면 된다. 요즘에는 해를 따라 집열판이 움직이는 단축형이나 양축형이 발전량이 많아 인기다. 집열판은 높이 150㎝에 30도 각도로 세우는 단순한 공사로 3개월이면 마무리된다.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노인인구가 많은 전남 서·남해안 지역은 일사량이 전국 평균보다 10%이상 많아 태양광 발전소의 최적지로 꼽힌다. 바닷바람은 태양광 발전시설의 온도를 20도 안팎으로 유지시켜 발전효율을 극대화시킨다. 그래서 전국 태양광 발전량의 90%가량이 전남지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불합리한 법규와 시설자금 대출시 막대한 담보요구 등이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가로막고 있다. 농지법상 농업진흥구역이나 국토이용에 관한 법률상 수자원보호구역에는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지 못한다. 글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태양광 발전이란 태양광 발전소는 태양빛을 모으는 집열판(태양전지)을 통해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다시 인버터 장치를 통해 교류를 직류로 전환해 한전에 납품한다. 전기성질이 다른 반도체의 광전효과를 이용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고장이 거의 없다. 반면 태양열 발전소는 물을 끓여 증기터빈을 돌린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중인 태양광 발전량은 2489㎾로 이 가운데 전남이 2181㎾로 전체의 87.0%를 차지한다.
  • ‘백두산 상품화’ 돈 몰린다

    ‘백두산 상품화’ 돈 몰린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천지(天池)를 볼 수 없다면, 만지게 하면 되지 않나.” 지난 3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에서 열린 제2회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의 한 회의장.‘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이름) 관리위’ 부주임 장웨이(張)의 말이 파문을 일으켰다. 백두산의 개발과 상품화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창바이산 관광객은 천지를 보기 위해서 오지만, 대부분 구름에 가려진 천지의 진면목을 볼 수 없어 아쉬워한다. 앞으로 개발 과정에서 천지를 만져볼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앞으로 백두산 여행 코스에는 ‘천지 물 담아오기’ 항목이 추가될 것 같다. 이제 백두산은 더이상 ‘신비스러운 산’으로 남기 어렵게 됐다. 연 수십만명이 천지의 물을 퍼갈 일 때문만은 아니다. 이날 회의는 ‘위락객을 끌어모으는 산’ ‘돈을 벌어다 주는 산’으로서의 백두산을 위한 아이디어 경연장이었다. 중국 언론들은 ‘창바이산 관리위’ 스궈샹(石國祥) 주임의 말을 토대로 “백두산은 이미 시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已經開始走向市場)”고 5일 보도했다. 회의의 초점은 ‘사시사철 접근 가능한 백두산’으로 모아졌다.“1년에 80∼90%의 백두산 여행객이 여름에만 몰려든다. 많은 사람들이 창바이산은 겨울에 폐쇄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생각을 돌려 놓아야 한다.” 접근 불가로 여겨졌던 겨울 백두산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일은 바로 올 겨울에 시작된다. 대규모 ‘얼음과 눈 조각전’ 등을 준비 중이다. 스키장 건설과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리조트 조성은 중·장기 프로젝트다. 지난 여름 ‘창바이산 허핑(和平) 스키주식회사’도 설립했다. 단기적으로는, 폐쇄했던 기존 등반 코스 개방과 추가 등반 및 관광 코스 개발도 뒤따르게 된다. 창바이산 개발위는 현재 연 30만명 남짓인 백두산 관광객을 2008년까지 80만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창춘과 백두산을 하루 생활권으로 묶기로 했다. 장송(長松), 장백(長白), 백연(白延) 등 3개 여행 전용 고속도로도 따로 낼 계획이다. 백두산은 5개 테마구역과 3개 서비스구역으로 나누어 개발한다. 정부는 각종 정책성 자금 지원과 국채 발행, 대출 등을 약속해 놓은 상태다. 개발위는 이미 4조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했다. 지린성 발표에 따르면 중국내 기업 등으로부터 210억위안을 조달했다. 홍콩·캐나다·미국·타이완·싱가포르·독일·러시아 등에 북한까지 참여했다. 한국기업의 참여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미 몇몇 기업들이 백두산 개발과 광천수 사업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매년 국제 전람회를 열고 계속 각종 투자자금을 빨아 들이기로 했다. 특이한 점은 이같은 국가적 지원 형태나 사업의 규모와는 달리, 백두산 상품화 사업은 지린성의 각 시(市) 단위 차원에서 전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jj@seoul.co.kr
  • 흡연 여객기 띄운다

    ‘흡연자의 클라우드 나인을 꿈꾸며’ 독일에서 애연가를 위한 여객기가 나온다.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구름 계단이 이런 것일까. 독일 기업가 알렉산더 쇼프만(55)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국제선 항공 노선을 내년 초에 띄울 예정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4일 보도했다. 기내 금연은 지난 2000년 이후 온세계에 급속히 퍼졌다. 미국은 20년 전부터 법으로 금했고 유럽의 경우 항공사가 알아서 금연을 실시했다. 일본도 90년대 후반 들어 금연에 동참했다. 쇼프만은 애연가들이 비행기를 타는 일이 고역이 된 점에 착안했다. 특히 10시간 이상 타는 국제선의 경우 애연가들이 아예 해외 출장을 포기하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오죽하면 그들이 화상회의를 발명했겠느냐.”며 너스레를 떤다. 끽연 여객기는 우선 독일 뒤셀도르프와 일본 도쿄를 잇는 12시간 노선에 도입된다. 두 지역은 흡연자가 많고 사업가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하지만 이들의 하늘 여행은 ‘호사’에 가까워 보인다. 이코노미석은 없고 비즈니스와 퍼스트클래스 등급만 둬 좌석수는 보통 보잉 747기의 415석이 아니라 138석이다. 운임은 비즈니스석 4298유로(약 529만원), 퍼스트클래스 6452유로(약 795만원)다. 이 사업이 ‘도박’이란 지적도 있다.1988년 미국 댈러스~휴스턴 노선에 시도한 투자사가 망한 적이 있다. 흡연자 6000여명이 서명했지만 당국은 끝내 불허했다. 플로리다주에선 흡연 열차를 운행하려다 투자자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쇼프만은 유럽과 중동에서 3억유로(약 3690억원)를 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달 말 운항 허가를 얻어 275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독일과 일본은 작업장 흡연을 허용하고 있다. 또 배기 시설을 완벽히 갖추기로 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Moon 임팩트’

    또 하나의 우주 불꽃놀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유럽우주국(ESA)이 지난 2003년 9월 발사한 달 탐사선 ‘스마트(SMART)1’이 3일 오전 5시42분(세계표준시·한국시간 오후 2시42분) 달 남반구에 있는 엑설런스 호수에 떨어졌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날 스마트1은 초속 2㎞의 속도로 지름이 약 161㎞인 거대한 분화구 안의 평탄한 지형에 안착함으로써 3년간의 탐사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달에 정면으로 충돌한 것은 아니고 비행기가 착륙하듯 1도의 경사각으로 표면에 미끄러져 들어갔다고 ESA는 밝혔다. 충돌 자국이 길게 이어지면서 먼지구름도 지표면 위 수㎞까지 발생했고 가로 3m, 세로 10m의 분화구가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은 이번 충돌로 78㎢의 표면이 ‘긁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탐사 책임자인 베르나르드 포잉 교수는 독일 다름슈타트의 통제센터에서 “스마트1이 계획대로 안착했다.”고 선언했다. 게하르트 슈벰 국장은 “모든 것이 끝까지 제대로 작동해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우리 탐사선은 이미 달 대기의 화학 성분 등 많은 양의 정보를 보내 왔다.”고 말했다. 유럽 등의 아마추어 천문가도 이날 충돌 때 일어난 섬광을 관측할 수 있었지만 한국에선 낮이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이날 충돌은 달 표면 밑에 숨겨져 있는 암석들을 들춰내 달의 탄생 비밀을 규명하기 위해 실시됐다. 과학자들은 달이 여러 별과 물질들의 충돌로 만들어졌다는 ‘대충돌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날 통제센터에선 스마트1을 달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600m나 올리느라 애를 먹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렇게 조정하지 않았다면 탐사선이 너무 빨리 궤도에 들어서게 돼 충돌 장면을 관찰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ESA는 설명했다. 스마트1은 달 궤도를 돌면서 수천장의 고해상도 사진을 전송했고 광물 분포도도 작성했으며 특히 달의 북극 부근에서 1년 내내 햇볕이 비치는 ‘영구 일광(日光) 봉우리’를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곳에는 앞으로 태양열 발전기지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 임팩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98년 쏘아올려 지난해 7월 성공한 ‘딥 임팩트’와 여러 모로 비교된다.ESA는 1억 4000만달러의 매우 경제적인 비용으로 탐사선을 제조했고 연료도 적게 사용해 차세대 우주선을 위한 성공적인 전례를 만들었다고 AP는 평가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시 걷는 옛길] (10) 충주길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시 걷는 옛길] (10) 충주길

    문경새재 넘기가 숨이 차기는 찼던 모양이다. 제3관문을 넘어 산을 다 내려오기도 전에 나그네들이 쉬어가던 마을이 나온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 고사리마을. 조선시대 충청도로 접어드는 영남대로의 첫 숙박지 신혜원(新惠院)이 있던 곳이다.17∼18세기에는 주막만 100여가구가 될 정도로 많았으나 광복후에 자취를 감췄다.3관문을 지나 2㎞쯤 밑에 있는 고사리는 새재 7∼8부 능선의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마을 주민 이종언(73)씨는 “옛날에 제1관문과 대안보에 역촌이 있었는데 상놈이 많다며 양반들이 두곳을 피해 ‘고 사이에서 잠을 자고 가자.’고 하면서 ‘고사리’라는 이름이 굳어졌다.”고 전했다. 마을에는 말을 재우며 묶어놓았던 마방터가 있었으나 10년 전에 헐렸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현재 민박집이 있고 이 집 유리문에 대문짝만 하게 쓰여진 ‘마방터’라는 글씨만이 옛날 어떤 곳이었는지를 알리고 있을 뿐이다. ●고단한 나그네들의 쉼터 고사리 마을 1914년까지 이 마을은 연풍현(군) 고사리면이었다. 산속 마을이지만 옛날에는 상당히 번화했음을 알 수 있다. 면사무소가 있던 터에는 한 기독교인이 철제 십자가를 세워 놓았다. 세월이 꽤나 흘렀는지 녹이 슬어 있다. 마을 안으로 폭 2m쯤 되는 길이 나 있다. 이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구에 갔다가 경호원을 따돌리고 혼자 문경새재를 넘어 이곳을 거쳐 충주로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귀경한 직후 도로포장을 지시, 공사가 시작됐으나 갑작스러운 서거로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장과 문교부 장관을 지냈던 고 김옥길씨가 이 마을에서 은거하기도 했다. 공사가 중단된 얼마 후 김씨의 별장을 찾은 최규하 전 대통령이 이같은 사연을 듣고 도로를 완공했다고 한다. 최 전 대통령은 부인 홍기 여사가 김씨의 별장에 머물자 이곳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별장은 길 옆에 있다. 대문 양쪽에 ‘금란서원(金蘭書院)’과 ‘이화학당’이라고 새긴 문패가 달려 있다. 지금은 이화여대 수련원으로 쓰인다. 마을 밑에 이 대학 대형 수련원도 있다. 이 마을에서 문경장은 40리, 충주장은 61리이다. 이씨는 “어릴 적에 장날이면 걸어갔는데 충주장보다 문경장을 더 많이 다녔다.”고 회고했다. 관광지로 변한 이 마을 산기슭 여기저기에는 외지인들이 지은 펜션이 들어차 있다.20여가구 주민들은 관광객과 문경새재 신선봉을 찾는 등산객들을 상대로 음식점과 상점을 열고 있다. 마을에서 내려오던 길은 다시 높아지며 작은새재(소조령)에서 이화령쪽으로 뻗어나온 국도 3호선과 만난다. ●냉천에서 목 축이고 수안보로 고사리 길이 소조령과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자 충주시 수안보면 화천리 사시마을이 나온다. 지난해 4월 상모면이 수안보면으로 바뀌었다. 이 마을에는 ‘냉천(冷泉)’이 있다. 주민들은 ‘찬물내기’라고 부른다. 주민 김지연(84)씨는 “길(국도 3호선)을 넓히면서 샘의 흔적이 모두 사라졌다.”면서 “냉천의 전설까지 명맥을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평생 약초를 캐 살아가던 노인이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이 옹달샘에서 선녀와 동자가 ‘이곳에 한양가는 길이 나고 목마른 행인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노인은 이 물로 농주(濃酒)를 빚었고 이를 얻어 마신 한 유생이 이를 ‘냉천’이라고 불렀다는 전설이다. 이후 영남대로가 나면서 마을에는 목을 축이고 가려는 행인들이 줄을 이어 마방과 주막이 성행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2㎞를 채 안 내려와 ‘대안보’ 마을이 나온다. 조선시대 ‘안부역’이 있던 곳이다. 수안보보다 커 대안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역(驛)은 말만 갈아타는 곳이고 원(院)은 말도 바꿔타고, 잠까지 자던 곳이다. 마을 주민 허남순(83)씨는 “지금은 마을 옆으로 큰 도로가 났지만 옛날에는 마을 한가운데로 난 게 선비들이 과거보러 가던 길이었다.”고 내려오는 얘기를 전했다. 이 길은 마을 안에 있는 구릉 위를 오솔길처럼 지나는 형태로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마을회관 도로 옆에는 공덕비 등 비석 여러개가 한 줄로 늘어서 있다. 옛길에 늘어섰던 것을 마을회관을 신축하면서 주민들이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길경택 충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당시 이 길로 행인들이 많이 다니다보니 현감 등이 자기 공적을 자랑하려고 비를 많이 세웠다.”고 설명했다. ●마당처럼 넓은 바위 천하명당 ‘패랭이번던’ 대안보에서 2㎞ 더 가면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가 있다. 당초 ‘물탕(온천이 나오는 샘)’만 있었던 거리였다. 수안보 전문 향토사학자 조일환(70)씨는 “수안보가 대안보보다 커진 것은 불과 100년도 안 됐다.”면서 “일제가 수안보 온천을 개발하면서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충주시내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수안보면 수회리가 나타나고 도로변에 ‘마당바위’가 있다. 마당처럼 넓은 바위로 이 산이 ‘패랭이번던’이라고 불리는데 유래가 재미있다. 번던은 ‘언덕’을 의미한다. 조선 명종 때 한 지관이 충주에 머물다 꿈에 선인을 만나 따라간다. 선인은 이 마당바위에 술과 안주를 마련하고 서쪽 산을 가리킨 뒤 구름을 타고 날아가버리면서 꿈에서 깨어난다. 다음날 지관은 선인이 가리킨 방면으로 가다 이 바위에 패랭이를 벗어 나무에 걸어놓고 이곳이 ‘천하명당’임을 발견하고는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를 보고 몰려든 행인들이 ‘패랭이번던’이라고 불렀고 이 길을 지날 때면 경치를 구경하며 쉬어가곤 했다. 이 산은 지금도 그렇게 불린다. 주민들은 이 바위가 국도 3호선 확장공사로 절반쯤 잘려나갔다고 믿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길 실장은 “산림종자연구원 안의 ‘서유돈 불망비’가 새겨진 바위가 마당바위”라고 확인해줬다. 지금은 잡목이 우거져 접근이 쉽지 않다. 서유돈은 조선조 현감이다. 이 바위 앞으로 영남대로가 지나갔었다. 1950년대까지 주막 3채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국도 3호선이 생기면서 완전 폐쇄됐다. 길 실장은 “행인들이 많이 지나는 큰 길이어서 선정비를 새겨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당바위 앞과 중앙경찰학교 등을 지난 옛길은 국도 3호선과 겹치거나 갈라지면서 충주시내로 들어간다. 글 사진 충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난동부리는 사람 곤장 30대씩 쳐라”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거나 길거리에서 욕지거리를 하는 사람은 서른대의 볼기를 치고 관청에 보고한다.” 1700년대 관청에서 고사리면 온정동(수안보온천)과 관련해 승인한 동규절목(洞規節目·향약)의 한 대목이다. 주민들이 8개 항목의 이 향약을 만들어 관에서 허가를 받아 시행할 정도로 질서가 문란했음을 보여준다. 향토사학자 조일환씨는 “당시에는 온천이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수안보가 대형 병원역할을 했고 아픈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면서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이 잦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부모께 불효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없는 사람은 법적 조치한다.’‘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경멸하면 서른번 볼기를 친다.’‘남녀간에 분수를 모르면 볼기를 친다.’는 것 등이 있다. ‘소나무를 마구 베거나 산불을 내면 마을에서 볼기 서른대를 친다.’는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조씨는 “환자들이 수없이 몰려들었지만 숙박집이 부족해 노숙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난방이나 밥을 해먹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면서 산들이 모두 벌거숭이로 변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관인’이 선명히 찍힌 동규절목 원본은 수안보면 온천1구사무소에 보관돼 있고 기념비도 물탕공원에 설치됐다. 수안보는 18세기 초 안보뜰에 보(堡)가 축조되면서 그 안쪽을 물탕거리라고 해 ‘물안보’로 불렸다가 ‘물’이 ‘수’자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한 걸인이 이곳으로 추위를 피해 왔다가 피부병이 나은 것을 보고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 시기는 알 수 없다. 고려 때부터 수안보온천이 기록에 나타나고 태조와 숙종 등이 이곳을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남녀탕이 따로 만들어진 것은 1885년에 이르러서였다. 현재 수안보에는 호텔과 콘도가 3개씩 있고 여관 등 숙박업소 21개, 욕탕 2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조씨는 “동규절목은 영남대로상 교통의 요충지로 온천창과 온정원이 설치됐을 정도로 수안보온천이 큰 영화를 누렸음을 방증하는 중요한 자료”라면서 “다른 온천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해외여행 선호 등으로 갈수록 찾는 이들이 줄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충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5) 님의 기도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5) 님의 기도

    지난번(34회 글)처럼 인격적 정신보다 자연적 사실의 진리를 더 설파하면, 기도하는 종교적 마음이 생길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부처님’,‘하느님’ 같은 개념은 인격적 개념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한국어의 님은 오로지 존칭적 인격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해님, 달님, 별님처럼 자연적 사물에 대해서도 사용된다. 민간신앙에서 한국인들이 기도하고 귀의하는 일체존재가 다 님이 된다. 님은 한국인의 심리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깊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주자학은 매우 합리적 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데, 한국주자학은 이런 이지적 탐구의 학문을 넘어 다사로운 기도의 의미를 은연중에 안고 있다. 특히 퇴계유학이 이런 님의 종교성을 풍긴다. 주희가 아주 소극적으로 쓰던 상제(上帝=님)라는 개념을 퇴계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주리(主理)유학의 거봉 퇴계는 만년에 상제개념을 상징하는 이능자도설(理能自到說=理가 스스로 내림함)을 제창한다. 퇴계의 태극지리(太極之理)는 우주의 추상적 원리보다 오히려 우리의 경배대상이 되는 인격적 상제를 더 짙게 함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는 퇴계의 유학이 자연적 신학사상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퇴계의 유학사상은 한국사상사에서 저 인격적 정신주의의 전통이 가볍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퇴계가 어느 유학자보다 더 경(敬)공부를 강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경사상은 초월적 인격과 합일하기 위한 마음의 수의성(隨意性=상제의 뜻을 따름=disposability)과 다름없겠다. 그러나 인격적 정신주의의 철학은 그것이 지닌 고상한 이념에도 불구하고, 은연중에 인간과 신처럼 인격적인 것이 아닌 비인격적 사물들을 늘 주인인 정신이 소유가능한 도구로 여기는 인간중심주의적 생각에서 해방될 수 없다. 인격적 정신주의는 본의 아니게 이 우주를 주인과 손님으로 이분화하고 주인의 소유주의를 정당화하는 철학을 잉태한다. 이번 글은 자연적 사실주의에서도 님의 존재와 종교적 기도의 의미가 우러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한국사상사에서 님의 존재는 인격적 정신의 존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만해스님의 유명한 장편시 ‘님의 침묵’의 몇 구절을 인용하련다.“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님의 존재가 오동 잎, 푸른 하늘, 고요한 하늘의 향기, 작은 시내의 노래 소리 등으로 다양하게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님은 인격적 존재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미학적 모습을 담고 있다. 님은 한국사상에서 사랑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사랑하는 존재가 오직 인격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대체로 사랑이란 말을 감상적, 낭만적 차원에서 사용하기를 즐긴다. 이런 사랑을 ‘낭만적 거짓말’(romantic lie)이라고 프랑스의 20세기 철학자인 지라르가 그의 ‘낭만적 거짓말과 공상적 진실’에서 언급했다. 남녀간의 애욕은 본능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소유욕의 은유법에 불과하고, 그 애욕에는 경쟁과 질투와 환멸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그런데 인간사회가 그런 애욕을 불멸의 사랑이란 이름으로 애드벌룬처럼 붕 띄우는 ‘낭만적 거짓말’을 지라르는 냉혹하게 분석한다. 만해의 님은 낭만적 애욕의 상징이 아니다. 그 까닭을 다음의 시구들이 말해준다.‘님의 침묵’의 한 절구에서 만해는 ‘달콤하고 맑은 향기를 꿀벌에게 주고 다른 꿀벌에게 주지 않는 이상한 백합꽃이 어데 있어요/자신의 전체를 죽음의 청산에 제사지내고 흐르는 빛으로 밤을 두 조각으로 베히는 반딧불이 어디 있어요/아아 님이여 정(情)에 순사(殉死)하려는 나의 님이시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어요/(…)’라고 묘사했다. 또 다른 한 절구에서는 ‘님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어여쁘다는 말은 인간사람의 얼굴에 대한 말이요 님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쁜 까닭입니다/(…)’라고 묘사되어 있다. 만해의 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잠깐 우회의 길을 가자. 하이데거가 인격적 정신주의와 연관된 존재자학(ontic science)과 자연적 사실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존재론(ontology)을 각각 구분하였다.(15회 글) 그가 다시 재래의 서정시(poem=Poesie)와 존재론적 시(ontological poetry=Dichtung)를 역시 구분했다. 서정시는 시인의 자아적 감정에 느껴지는 모든 것을 노래하는 낭만적 시다. 그런데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적 시는 그런 주관적 자아의 서정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감정이 비워진 무아의 평온한 마음에 비쳐지는 존재의 사실을 그대로 현시한다. 서정시의 주체는 서정시인인 ‘나’(I)인데, 존재가 계시하는 말은 ‘그것’(It=Es)의 말(17회 글)이다. 자아의 주관적 감정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법인 사실의 존재가 삼인칭 단수로 말한다. 존재의 말을 받아 모시는 시인과 철학자를 ‘존재의 목자(牧者)’(shepherd of Being)라고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숲길’에서 언급했고, 또 존재의 시와 존재의 사유는 존재의 진리를 보호하는 ‘존재의 집짓기’에 해당한다고 언명했다.14세기 독일의 신학자 에카르트가 특이하게 신(神)을 ‘그것’(Isness)이나 ‘무’(nothingness),‘존재가 없는 존재’(beingless Being=존재자가 아닌 존재) 등의 개념으로 천명했다(17회 글). 이 에카르트의 신학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인격적 하느님의 신학과 아주 다르다. 그의 신은 인격적 절대자가 아니고, 우주의 사실적 존재 자체와 같다. 에카르트가 말한 신의 존재로서의 ‘그것’은 16세기 조선의 서산대사가 부처를 우주적 사실로서 지적한 ‘그것’(渠)과 다르지 않겠다. 에카르트에게 신은 ‘그것’이다. 그가 말한 ‘그것’은 신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우주의 근원적 사실과 힘으로서 텅 빈 무(無)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신에 대한 기도도 인격신에 대한 소유적 갈구가 아니라, 무심하게 마음을 비우는 행위로 이해된다. 그가 ‘명상록’에서 남긴 말이다.“우리는 무심하게 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너의 영혼이 마음의 정신적 활동도 영상이나 표상도 없이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 너의 영혼이 모든 마음에서 벗어나라.” 영혼을 무심지심(無心之心)의 상태로 유지하라는 뜻이겠다. 또 에카르트는 ‘나는 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신에게 기도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무심하게 마음을 비움으로써 영혼이 우주의 ‘그것’과 합일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 공자가 ‘장자’ 속에서 설파한 심재좌망(心齋坐忘=마음이 재계해서 온갖 것을 잊고 만물과 일체가 됨)의 경지와 다르지 않겠다. 서산대사와 에카르트, 하이데거가 공통으로 언명한 ‘그것’의 의미는 곧 우주의 진리가 인간중심으로 소유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겠다.‘그것’이 곧 우주의 본성으로서의 법성(法性)이고, 그리스도성이고, 천성이고, 양지(良知)고, 불성이다. 존재론적으로 ‘그것’은 우주의 일심(一心)이다.(30회 글) 이 말은 우주가 죽은 추상적 법칙의 세계가 아니라, 무한대의 고갈되지 않는 태허기(太虛氣)를 바탕으로 하여 생멸하는 존재론적 욕망의 표현임을 말한다. 우주가 기(氣)의 욕망이고, 마음도 기(氣)의 욕망이니 우주와 마음이 하나다.(1·16·23회 글) ‘그것’은 일심의 우주가 스스로 지닌 지혜다. 우주의 일체가 다 동기(同氣)로 엮어져 있다. 서로 존재하게끔 동기로 엮어져 있는 우주가 어찌 지혜없이 제멋대로 지리멸렬할까? 만약 그렇다면, 일체 동기하는 일심은 불가능하겠다.‘그것’은 지혜일 뿐만 아니라, 또한 자비이기도 하다. 지혜와 자비(사랑)가 바로 우주의 진리다. 일체 동기가 서로 존재하게끔 천을 짜나가는(34회 글) 지혜는 동시에 일체가 일체에게 복락을 주려는 자비와 같다. 이 우주를 소유론적으로 보면 지옥이 되나, 존재론적으로 보면 우주는 바로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자리에서 바로 천국이 된다. 외경으로 취급되는 도마복음(113절)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천국은 언제 오느냐 하고 물었다. 예수님이 가로사되 천국은 오지 않을 것이다. 너희가 그곳을 기다린다면, 여기를 보라든가 저기를 보라든가 하는 식으로 아무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나라가 이 지상에 이미 퍼져 있으나, 아무도 그것을 보지 않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인간이 나중심이나 인간중심을 버리지 않는 한에서 인간은 소유욕의 차원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인간이 소유주의를 초탈할 때에, 인간은 우주의 ‘그것’(지혜와 자비)과 하나가 된다. 존재론적 기도는 소유론적 기도처럼 나중심의 소유적 갈구가 아니라, 무심한 마음이 우주적 지혜와 자비와 하나가 되기를 욕망하는 것과 같다. 기도는 나중심과 인간중심을 해체시킨다. ‘님의 침묵’은 불승이자 망국의 정한(情恨)을 지닌 시인이 조국의 산하와 역사를 님으로 모시면서 그 님과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는 존재론적 기도의 노래다.‘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이다’로 시작하는 님의 노래는 끝에 가서 ‘네네 가요 지금 곧 가요’로 대미를 장식한다.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역사와 산하대지가 다 훼손되는 현실에서 만해는 한국인의 님이 떠난 부재를 보았고 그 슬픔을 탄식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오려는 님을 마중하러 급히 떠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글로 장편시의 막을 내린다. 님과의 이별과 그 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이에 그는 님과 하나가 되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우리는 기도하자. 기도하되 나의 소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공동 존재의 복락을 위하여 님에게 기도하자. 그 님은 바깥에 있는 초월적 존재자가 아니고, 바로 사심을 버린 우리 마음이다. 그 님은 우주적 지혜와 자비로 변한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만해가 찾던 님은 바깥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데스크시각]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야 만다/ 박정현 정치부 차장

    북한 핵은 늘 그런 식이다. 위기가 닥쳤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타협이 이뤄졌고, 느닷없이 위기는 엄습해오곤 했다.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13년동안 북한 핵문제는 위기와 타협, 그리고 위기를 되풀이해 왔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조짐으로 위기의 먹구름이 또다시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그저께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50 대 50’이라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단만 내리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는 말은 핵실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핵문제를 논의한 걸 봐도 그렇다. 핵실험 위기도 늘상 그래왔듯 드라마틱하게 타협국면으로 급반전될 수도 있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테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깜짝’ 정상회담을 갖고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상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타협과 위기를 오가더라도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북한은 언젠가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다. 핵실험을 강행해서 핵무기 보유선언을 입증하려 들 것으로 본다. 북한 핵은 위기와 타협을 되풀이하면서 진화와 성장을 거듭해 왔다.1990년대에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했느냐를 놓고 국제사회와 북한이 실랑이를 벌였으나, 북한이 확보한 플루토늄의 양이 40∼50㎏이라고 국정원이 밝혔다.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 사실로 입증돼 왔다. 북한에 남은 것은 핵실험밖에 없다. 도박판으로 비유하자면 핵실험의 판돈이 가장 크다. 플루토늄 추출이나 미사일시험 발사는 판돈 키우기에 불과하다. 판돈을 키울 대로 키워놓고 북한이 핵실험을 포기할 리가 없다. 북한 핵이 협상용이라도 그렇고, 자위 수단이라도 마찬가지다. 핵무기를 갖겠다는 나라는 무슨 수를 써서 핵무기를 손에 넣고야 만다는 게 세계사의 교훈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그랬고, 이란도 미국과 유럽국가의 압력과 위협을 무릅쓰고 핵개발을 추진중이다.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도약케 하는 핵무기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거다. 설령 못다 핀 ‘무궁화 꽃’이 되더라도 말이다. 김 위원장은 핵실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듯하다. 김승규 원장은 “김 위원장의 결단만 있으면 실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우려하던 핵실험이 현실로 나타나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닥치게 된다. 미사일 발사의 위력이 폭풍이라면 핵실험은 쓰나미에 해당되는 파괴력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바꿀 것이다. 일본과 타이완이 핵무장을 하려는 핵 도미노 현상은 불보듯 뻔하다. 국제사회는 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한 유엔의 안보리 결의에 비하기 어려운 정도의 대북 제재와 압박 방안을 쏟아낼 게다. 군사적 행동 방안도 거론될 것이고, 불안감을 느낀 국제자본이 외환위기 때처럼 썰물처럼 빠져나갈지도 모른다. 이런 후폭풍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겪을 홍역이다. 우리도 북한 핵에 대응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 이른바 핵주권이다.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포기했던 핵주권의 회복이 이슈로 부상하는 일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최신 저서 ‘부의 미래’에서 지적했듯 북의 핵무기를 ‘예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통일시대에는 남한의 경제력과, 북한의 핵무기가 서로 보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과정에서 불거진 보수-진보의 논쟁과는 비교도 안 되는 논란과 혼란이 가장 무서운 후폭풍이다. 박정현 정치부 차장 jhpark@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4) 강역·자연상징(하)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4) 강역·자연상징(하)

    어느 민족이건 그 민족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동식물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식물은 무엇일까. 우선 많은 사람들은 소나무를 떠올릴 것이다. 소나무는 1940년대만 하더라도 전체 산림면적의 60%를 차지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수종이었다. 즉 우리나라 어디서도 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전근대 시대 소나무는 난방용으로 가장 뛰어난 장작이었고, 관솔 가지는 조명용으로, 목재는 건축과 조선용으로 널리 쓰였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먹을거리와도 관련이 깊다. 솔잎으로 만드는 송편, 한약재로 쓰이는 송진에서 기근이 들었을 때 요긴했던 솔잎가루와 소나무껍질까지 참으로 우리 민족의 삶과 깊은 인연을 가진 대표적 식물이 소나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철 푸르른 소나무에 우리 민족은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라는 의미를 부여해 왔다.“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고 애국가에서 노래하고 있는 것도 그 한 예이다. 신성한 영물 호랑이 동물 가운데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것은 단연 호랑이이다.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서부터 서울올림픽대회의 마스코트로 이용되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고대로부터 호랑이는 신성한 영물이었으며,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산신이나 산신의 사자로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현재 남아 있는 산신도 가운데 꼬리를 소나무 사이로 길게 뻗어 구름까지 닿게 하는 호랑이 그림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던 호랑이는 현재 사라지고 없다. 게다가 요즈음 소나무 숲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와 그 결과 발생하는 소나무 재선충과 솔잎혹파리 등 열대성 병해충 때문이라고 한다. 호랑이와 소나무 숲의 감소가 우리 민족의 기상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정신마저 사라지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빛나는 과학기술 측우기 현재는 과학기술의 시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 과학기술의 전통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측우기와 물시계, 해시계일 것이다. 측우기는 하늘이나 기후를 경험적으로 살피던 것에서 벗어나 수치에 입각하여 기상을 기록한 세계 최초의 기상관측장비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우리가 자랑할 만한 또 다른 발명품으로는 앙부일구(仰釜日晷)라는 해시계가 있다. 한자를 풀이하자면,“하늘을 우러르는 솥에 비추는 해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인류가 가장 먼저 발견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은 해시계이다. 지면에 막대기만 꽂으면 그림자가 생겨 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앙부일구는 단순히 하루의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절기까지 알려주는 정밀한 시계였다. 앙부일구의 안쪽 면에는 절기를 나타내는 위선(緯線)과 시각을 나타내는 경선(經線)이 그어져 있다. 태양은 지축을 기준으로 23.5도 기울어져 운행하기 때문에 해 그림자의 길이는 계속 변하게 된다. 세종대의 학자들은 이 점에 주목하여 태양 빛을 받는 면을 오목하게 해서 절기까지 표현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든 것이다. 측우기와 앙부일구가 가지는 과학기술사적 의미는 그것이 단순히 세계 최초의 발명품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측우기와 앙부일구는 한성의 중요 궁궐과 관서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이용되었다. 특히 앙부일구는 휴대용으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일찍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널리 보급되어 활용되었던 것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가운데 천상열차분야지도도 빼놓을 수 없다. 전근대시대에는 천문현상을 아는 것이 왕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새로 세워진 조선은 왕조의 권위를 드러내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천문도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많은 별들을 새로이 관측해서 위치를 정하고 별자리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누군가 조선 태조에게 고구려 때 돌에 새겨 만든 천문도를 탁본한 것을 바쳤다. 그러나 이 고구려 천문도는 연대가 오래되어 조선시대의 하늘과는 약간의 오차가 있었다. 이에 조선초기 서운관에서 새로이 천문을 관측하여 만든 것이 천상열차분야지도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지만, 고구려 천문학의 전통을 조선시대에 계승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또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제작은 조선 나름의 독자적 천문학 확립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세종은 간의, 혼천의, 일성정시의 등의 장치를 두고 천문을 관측하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 칠정산이라는 우리나라 독자의 역법서였다. 칠정이란 해와 달, 그리고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을 말하는데, 이들 7개 별의 운행을 계산해 놓은 책이 칠정산이다. 천문 관측과 시계의 제작은 서로 상보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와 물시계인 자격루, 해시계인 앙부일구는 모두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발전해온 것들이다. 조선(造船) 기술의 상징 거북선 민족의 상징은 무엇보다도 전통이 있어야 한다. 전통이란 일시적으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우리의 전통 가운데 자랑할 만한 것으로는 조선기술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고려는 원나라와 연합하여 원종과 충렬왕대에 두 차례 일본 정벌에 나선 적이 있다. 이때 유명한 가미카제(神風)를 만나 원정군의 군선이 많이 파괴되었는데, 유독 고려에서 만든 배는 파손 정도가 경미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조선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인데, 이러한 한선(韓船)의 우수한 전통을 이은 대표적인 배가 거북선이다. 거북선의 전통은 고려시대로 소급된다. 고려는 11세기부터 함경도 지방 여진 해적을 방비하기 위해 과선(戈船)이라는 특수한 군선을 만들었다. 과선은 여진족들이 배 안에 뛰어들어 백병전을 벌이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뱃전에 짤막한 창을 꽂은 배였다. 이 뒤에도 여진 해적이나 왜구를 막기 위해 창이나 칼을 꽂은 검선(劍船)은 계속 만들어졌는데, 개판 위에 칼과 송곳을 꽂은 것으로 보아 거북선은 고려시대 과선과 검선의 후계자임이 분명하다. 다만 거북선은 대형이고, 검선과 과선은 소형 선박이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거북선은 판옥선에 덮개를 씌운 것이다. 판옥선은 임진왜란의 주력선이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은 3척밖에 만들어지지 않았고, 대부분의 전투는 판옥선이 담당했다. 거북선과 판옥선은 장단점을 각기 공유하고 있는데, 거북선은 방탄이 잘되어 있고 적의 접근을 방지할 수 있어 전투 초기의 돌격선으로 유용하다. 그러나 덮개로 인해 공간이 좁아 많은 인원의 승선이 불가능하고, 무게가 많이 나가 추격전에 불리하며, 노꾼과 전투원이 섞이게 되어 전투원의 활동이 원활치 않은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거북선은 상징이다. 우리 한선 내지 군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표 상징으로서 중요한 것이다. 최무선의 등장 이후 여말선초부터 우리 수군은 대포와 같은 중화기를 이용했다. 그런데 일본은 육전용 경화기는 사용했지만, 해전용 중화기는 사용하지 못했다. 이는 일본 군선의 주재료가 삼나무로, 함포 사격으로 인한 엄청난 반동을 견뎌내지 못할 정도로 약하기 때문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일본 군선을 부딪쳐 깨뜨리는 전법을 많이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소나무로 만들어진 조선의 군선이 일본 군선보다 상대적으로 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세계조선소 순위 10위 안에 한국 조선소가 7개가 들어가고, 더욱이 세계 5위까지의 조선소는 모두 한국 조선소라고 한다. 가히 조선 강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굳이 신라 때 장보고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고려시대 이후 현재까지의 배 건조 실력만으로도 훌륭한 문화적 상징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진돗개· 한우· 수원화성 그리고 IT 이 외에도 100대 민족문화상징의 강역 및 자연상징에 진돗개와 한우, 수원화성과 정보통신(IT)이 뽑혔다. 모두 한국 문화를 대표할 만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 4개의 선정에는 대표성 외에도, 어떤 절박함이 들어있는 것 같다. 현대는 생명산업(BT)과 정보통신산업의 시대이다. 세계적인 종자전쟁에서 우리의 우수한 종자를 다수 확보해야 하고, 과학기술의 전통이 미약한 가운데 정보통신사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신견(神犬)으로 불리는 진돗개와 훌륭한 맛의 한우, 정조대의 과학기술이 집대성된 화성의 선정에는 미래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어 보인다. 이정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 儒林(678)-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4)

    儒林(678)-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4)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4) 북제(北齊)의 천보2년(551년) 어느 날.40세쯤 되어 보이는 어떤 사나이가 2조인 혜가 앞에 나타나 절을 하고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소인은 오래전부터 풍병(風病:나병)을 앓고 있습니다. 무슨 죄가 그리도 많아서인지 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스님께서는 참제(懺除)하여 주십시오.” 혜가가 말하였다. “죄를 가져오너라. 그리하면 내가 참제하여 주리라.” 사내는 오랫동안 생각한 후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찾아도 찾아도 죄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혜가는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그러하면 그대의 죄는 모두 없어졌다. 앞으로는 불, 법, 승의 삼보에 의지하라.” “스님이 제 앞에 계시오니, 승보임은 잘 알겠지만 무엇이 불보이며, 무엇이 법보입니까.” 이에 혜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이 곧 부처요, 마음이 곧 법이니라.(心卽是佛 心卽是法)”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마음이 곧 부처’란 심법이 최고로 전성기를 이룬 것은 육조혜능(六祖慧能)으로부터 예언된 한 마리의 미친 말, 마조(馬祖) 이후부터였다. 일찍이 한 마리의 말이 태어나 그 말이 천하의 모든 사람들을 밟아 죽일 것이라고 달마의 스승 반야다라(般若多羅)로부터도 예언되었던 마조는 천 명이 넘는 대회상을 거느리면서 입실제자만 해도 139명이 넘을 정도로 나름대로 종주(宗主)였을 뿐 아니라 마조선(馬祖禪)이란 독특한 심지법문을 펼쳤던 중국 선불교의 중흥조였다. 마조선의 핵심은 ‘평상심이 곧 도’라는 것과 ‘마음이 곧 부처’라는 사상으로 대변된다. 마조선의 핵심인 ‘마음이 곧 부처’라는 법문이 탄생된 것은 마조의 제자인 법상(法常)으로부터였다. 법상은 어려서 출가하여 20세 때 구족계를 받았는데, 계를 받은 후 수많은 경전을 공부한 후 후에는 크고 작은 경론을 강의하였다. 지식은 날로 늘어갔으며, 그의 강의는 더할나위 없이 뛰어났지만 마음속으로는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스스로의 위화감에 깊이 번민하다, 드디어 도를 찾아 행각에 나선다. 마침 마조가 널리 수행승을 지도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법상은 마조를 찾아가 친견하자마자 대뜸 다음과 같이 묻는다. “무엇이 부처입니까.(如何是佛)” 이에 마조가 대답한다. “자네의 마음이 곧 부처이다.” 법상이 다시 물었다. “법(法)이란 무엇입니까.” “자네의 마음이 바로 그것(佛法)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네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법상이 다시 물었다. “그럼 달마에게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단 말입니까.” 마조는 대답하였다. “부족함이 아무것도 없는 그 마음을 간파하라.” 마조의 이 말에 법상은 마침 크게 깨닫고 구름이 걸려 있는 대매산(大梅山)에 올랐던 것이다.
  • 기체 머리 동강난 아시아나기 조종사 과실·당국 부주의 탓

    항공기 조종사와 항공당국의 과실·부주의가 하마터면 대형 참사를 빚을 뻔했다. 지난 6월9일 승객 200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다 기체 앞부분이 동강난 채 비상착륙한 아시아나항공 8942편 사고는 이처럼 조종사를 비롯한 운항승무원 등의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25일 이런 내용의 ‘아시아나항공기 사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아시아나항공과 항공교통센터·서울접근관제소·기상청 등에 모두 9건의 안전권고사항을 지적,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조사결과, 사고 항공기는 당일 오후 5시40분쯤 경기도 일죽 상공을 날다 비구름대를 만나 우박·돌풍으로 조종실 앞면의 방풍창이 깨지고, 기체 앞부분(노즈레이더돔)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조사위원회는 “항공기 블랙박스를 정밀분석한 결과, 운항승무원들이 뇌우를 피하기 위해 선정한 비행경로의 방향이 적절하지 않았고, 이격거리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접근관제소는 관제레이더 등에 나타난 비구름대의 위치를 사고 항공기에 조언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항공기가 두 개의 큰 비구름대 속으로 진입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운항승무원들이 ▲뇌우를 관찰하는 기상레이더의 안테나 각도를 바꿔가며 작동시켜야 하지만 한 위치에 고정한 채 비행했고 ▲기체손상 이후 수동비행으로 전환한 후에도 35초 동안 통상적 수준보다 훨씬 높은 속도로 고속강하한 사실이 드러났다. 항공기상대는 항공기 사고가 일어날 즈음에 기상악화 정보를 제때 발표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창사 이래 단 두번 수여된 최고 수준의 표창을 사고 항공기의 기장에게 수여하기로 한 당초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시아나측은 “위기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해 안전착륙에 성공한 점이 감안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MLB] 찬호, 시즌 아웃?

    박찬호(33·샌디에이고)가 사실상 올시즌을 접을 전망이다.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홈페이지는 24일 장지혈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수석트레이너 토드 허치슨은 “수술은 잘 마무리됐으며, 박찬호는 수술이 끝나자마자 ‘스코어가 어떻게 됐냐?’며 동료들을 걱정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허치슨은 “4주 내 마운드에서 그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샌디에이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않는 한 올시즌 박찬호를 마운드에서 보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샌디에이고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는 10월2일이지만,4주간의 회복기간을 거치더라도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놓고 LA 다저스(66승60패)와 힘겨운 싸움중인 샌디에이고(64승62패)도 전력에 차질을 빚게 됐다. 물론 올시즌을 끝으로 두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박찬호로서도 지금까지 7승7패, 방어율 4.68로 선전하며 또 한번의 ‘잭팟’을 기대했지만 먹구름이 낀 셈이다. 박찬호가 수술을 받은 부위는 ‘메켈 게실’로 알려졌다.‘메겔 게실’은 태아의 혈액 보급로인 제장간막관이 퇴화되지 않고 남아 생기는 장의 기형상태로 소장의 출혈을 야기, 혈변이 나오게 만든다. 박찬호는 이 부분을 도려낸 뒤 조직 접합수술을 받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K-리그] 또 서울-수원 ‘장군멍군’

    평일인 23일,4만 1237명의 축구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모여들었다.K-리그 최대 라이벌인 FC서울과 수원의 후기리그 개막전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서울과 수원은 올해 K-리그 전기리그와 컵대회,FA컵에서 세 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그 때마다 구름 관중이 찾았다.3경기 평균 3만 1572명. 올해 K-리그 평균 관중이 7212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수원 ‘빅뱅’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할 수 있다. 승부도 뜨거웠다. 앞선 두 경기에서 1-1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다가 지난 12일 FA컵 8강전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수원이 승리했다. 이날도 결과는 ‘장군 멍군’,1-1 무승부로 끝났다. 미드필드부터 몸싸움이 치열했다. 서울의 히칼도와 수원의 김남일은 경기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성남에서 서울로 둥지를 옮겨튼 두두의 플레이와 함께, 한 때 대전의 쌍두마차였던 ‘샤프’ 김은중-‘테리우스’ 이관우의 대결도 돋보였다.2000년부터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은 각각 서울의 스트라이커와 수원의 플레이메이커로 양보없는 승부를 펼쳤다. 이관우가 골 찬스를 열어주는 날카로운 패스를 하면, 김은중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는 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서울이 먼저 장군을 외쳤다. 전반 18분 이기형이 수원 오른쪽 진영을 파고들어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서 김한윤이 크게 헛발질을 하며 공이 흐르자 두두가 번개같이 슈팅을 날려 선제골을 뽑아냈다. 수원도 뒤질세라 후반전 ‘멍군’을 외쳤다. 후반 18분 조원희가 올려준 크로스를 이관우가 몸을 눕히며 오른발 발리슛, 그림 같은 동점골을 그려낸 것. 승부욕이 지나쳤던 탓일까. 후반 30분 김남일은, 이관우에게 파울을 저지른 서울 수비수 안태은을 밀치다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이어 조원희도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수원 팬들이 경기장에 물병 등을 던져넣어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수적 열세에 처한 수원은 서울의 공세를 끝까지 잘 막아냈다. 서울로서는 인저리타임에 이을용의 발리슛을 수원 수문장 박호진이 간신히 걷어낸 것이 아쉬웠다. 성남은 화끈한 골 퍼레이드로 대전을 제압했다. 홈 개막전서 우성용, 이따마르, 김상식, 네아가(27)의 연속골로 대전을 4-0으로 초토화시켰다. 전기리그에서 2위 포항에 승점 10이나 앞서며 가볍게 우승을 차지했던 성남은 이로써 후기 첫 라운드에서도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이며 쾌속 질주를 거듭해 통합 우승 전망을 밝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K-리그가 풀어야 할 숙제는

    14번째 절기인 처서였지만 여전히 무더웠던 23일 저녁, 전국 7개 축구장에선 K-리그 후기리그 경기가 일제히 열렸다. 고사 직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위기 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열린 후기 리그이기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더 이상 ‘프로축구’가 아니라는 절실한 심정도 곁들여졌다. 몇 가지 정황만 따져도 현재의 위기가 간단치 않음을 말해 준다. 우선 관중 수가 점점 줄고 있다.1만명을 조금이나마 넘곤 했던 매년 경기당 평균 관중 수가 올해는 7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마저도 정확한 집계인지는 알 수 없다. 관중 없는 프로경기는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프로 스포츠는 관중을 대전제로 삼는 것이다. 나날이 관중이 줄어드는 데도 방책을 찾지 않는다면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가수라고 우기는 꼴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지난 17일 프로축구연맹 곽정환 회장이 11개 구단의 감독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오늘의 상황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내렸지만 그 처방은 명료하지 못했다.“A매치의 열기와 K-리그 관중 수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곽 회장의 진단은 선언적 의미가 담긴 것이지만 후기 리그부터, 혹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연맹과 구단, 그리고 선수가 ‘3박자’를 맞춰 관중을 찾아가고 불러 모을 것인가에 대한 처방은 분명치 않았다. 한국축구연구소가 각급 축구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61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98.9%(357명)가 “K-리그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중요한 건 그 원인으로 연맹의 무능한 행정을 꼽은 사람들이 48.2%(172명)로 절반이었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로드맵이 없다면 실업축구처럼 전락할 수도 있다는 대답도 나왔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지난 12일 FA컵 8강전. 자연스럽게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불린 FC서울과 수원의 경기는 뜨거운 열대야 속에도 약 4만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웬만한 A매치 수준이다. 아퍼서 한 주 전에 열린 FC서울-FC도쿄의 한·일클럽 친선경기에는 무려 6만명이 몰려들었다. 숫자로만 보면 A매치 최고 수준이다. 이는 ‘월드컵 열기’ 때문에 구름처럼 모였다가 사라진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 프로 경기에 4만∼6만 명이 찾아왔으니 이를 후기 리그에서 착실하게 내실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수많은 난제들이 있다. 그러나 연맹과 구단, 선수 모두가 양보와 대타협으로 로드맵을 만들어 나간다면 차차 해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관중을 최우선으로 삼는 리그 운영 전반의 철학을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강의 라이벌전’ 같은 매 경기의 마케팅 포인트를 공격적으로 펼쳐 나간다면 올 가을의 경기장은 좀더 풍성해질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손원천기자의 배낭 둘러메Go!] 평창 기화천 플라이낚시

    [손원천기자의 배낭 둘러메Go!] 평창 기화천 플라이낚시

    ‘맑은 물에서 플라이 낚시를 한다는 것은 한동안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플라이 낚시에는 항구성이 있다. 어디를 가든, 어떤 일을 하든 플라이낚시는 항상 거기 있다. 삶의 여정에서 이렇게 한결같은 것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플라이 낚시는 신이 창조한 아름다운 곳에서 벌어진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머리위에서 캐스팅하는 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50년 경력의 베테랑 낚시꾼인 폴 퀸네트가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할 때가 온다’라는 책에 쓴 플라이 낚시 예찬론이다. 플라이 낚시에는 명수가 없다.‘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도 없다. 얼마나 많은 숫자의 물고기를 잡았는가를 겨루지 않기 때문이다. 빈손으로 출발해서 빈손으로 돌아온다. 그저 대자연의 품속에서 한나절 놀다 오면 그뿐. 송어 플라이 낚시의 메카, 강원도 평창의 기화천을 다녀왔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아침햇살이 울창한 나무 사이로 부챗살처럼 퍼져가는 미국 몬태나 주 빅블랙풋 강변. 폴(브래드 피트)이 낚싯대를 치켜들자 S자 형태로 허공을 가르던 낚싯줄이 이내 미끼를 수면위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지난 1993년 국내에 개봉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 개봉 이후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플라이 낚시가 일반인들에게도 급속히 확산됐다. # 플라이 낚시는? 두껍고 무거운 라인(낚싯줄)을 캐스팅을 통해 원하는 곳까지 날려보낸 다음 가짜미끼인 플라이훅으로 물고기를 잡는 낚시다.미끼를 원하는 곳까지 던지는 것을 ‘캐스팅’이라고 하는데, 플라이 낚시를 독특한 낚시장르로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거의 무게가 나가지 않는 털바늘 미끼를 원하는 곳까지 보내기 위해 무거운 줄을 날리는 독특한 캐스팅 기술이 발달하게 된 것. 캐스팅만으로 플라이 낚시에 매력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매끄럽고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라인을 볼 때면 이세상 어느 춤보다도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평창에서 영월로 넘어가는 42번국도변에 위치한 기화천. 벌써 가을인가 싶을 만치 제법 서늘한 새벽공기가 이방인들을 맞았다. 울뚝불뚝 솟은 산자락, 산등성이에 걸린 구름. 농촌의 새벽풍경은 언제봐도 고즈넉하다. 얼음장처럼 찬 기화천은 냉수성 어종인 송어가 서식하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춘데다, 주변에 송어양식장도 많아 대표적인 송어낚시 메카로 알려져 있다. 포인트에 도착해 물속상황을 체크하던 박영환(44) 낚시광(www.fishmania.net)대표와 프로스태프인 김병남(41)씨가 능숙한 솜씨로 웨이더(방수바지)와 조끼, 계류화(미끄럼방지 신발)등으로 갈아입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 플라이낚시가 도입된 초창기부터 20년 넘게 활동한 베테랑 플라이 피셔.10년 경력의 김 프로와는 사제지간이다. # 타잉과 캐스팅이 플라이 낚시의 묘미 “미끼 선택부터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2번로드에 고동색 계열의 드라이(물위에 뜨는 미끼)를 세팅한 박 대표는 “송어의 먹잇감인 수서곤충의 우화과정을 눈여겨보았다가, 비슷한 색상과 모양의 미끼를 선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플라이 낚시인들은 대부분 미끼를 스스로 만든다. 이 과정을 ‘타잉’이라고 부르는데, 캐스팅·피싱 등과 함께 플라이 낚시의 3대 묘미를 이룬다. 박 대표도 플라이 낚시 입문시절에는 “지나가던 사람이 낀 앙골라 장갑이나 털목도리만 봐도 타잉이 생각났다.”고 할 만큼 타잉이 주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다. 시리릿∼소리를 내며 낚싯대 가이드를 통과한 라인이 새벽안개를 뚫고 계곡사이에 잔잔한 공명을 남겼다. 바닥이 훤히 비칠 만큼 맑고 깨끗한 여울앞에 멈춰선 박 대표가 마치 리본체조를 하듯 유려한 자세로 라인을 날렸다. 캐스팅한 다음에 라인을 당겼다 놓았다 하며 미끼가 살아 있는 것처럼 액션을 주기도 했다. 그는 “여울에는 산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물고기가 있을 확률이 높다.”며 “소를 이루는 여울의 꼬리부분, 수온이 높을 경우 수심이 깊은 곳, 돌무더기 뒤의 와류가 생기는 곳 등을 빼놓지 말고 탐색할 것”을 주문했다. 화려한 색보다는 카키색 계열의 옷을 입고, 하류에서 상류로 탐색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은 플라이 낚시의 기본. 고기의 시야각을 피하기 위해 낮은 포복자세로 포인트에 접근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자연과 하나됨을 즐긴다 물살을 가르고 바위를 넘으며 1㎞남짓한 계곡을 오르자니 운동량이 상당하다. 어지간한 산 하나를 트레킹한 듯하다. 그동안 잡은 것은 갈겨니 몇마리와 송어새끼 두어수. 그러나 일행의 얼굴 어디서도 안달하는 표정을 찾아볼 수 없다.한순간 박 대표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끌려나오지 않으려 앙탈을 부리던 녀석은 15㎝ 남짓한 산천어. 모처럼 박 대표의 얼굴에 싱그러운 미소가 번져갔다. 조심스레 아가리에서 바늘(미늘이 없다)을 뺀 다음 곧바로 방류. 물고기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머리를 상류로 향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른바 ‘캐치 앤드 릴리즈(catch & release)’다. 이 장면에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오버랩된다.“어슴푸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빅 블랙풋 강의 소리, 낚싯대를 던지는 4박자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들고, 강물을 따라 흘러들어 가는 것 같다….” 플라이낚시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 장로교 목사였던 아버지가 브래드 피트에게 플라이 낚시를 가르친 이유는 뭘까. 자연과 한몸이 되는 플라이 낚시를 통해 진정한 삶을 깨달으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브래드 피트가 멋지게 라인을 날리던 몬태나주의 빅 베어풋 강변이 아니더라도 대자연의 품속에서 하루를 보냈다면 돌아오는 길이 빈손인들 또 어떠리. Tip ‘일몰전 3시간 일출후 3시간’ 노려라 얼음만 얼지 않는다면 사계절 즐길 수 있는 플라이 낚시. 많이 잡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만, 대상어에 따라 출조지를 정해야 녀석들의 얼굴이라도 보고 올 수 있다. 또 어떤 곳에서건 물고기의 입질이 가장 활발한 일몰전 3시간, 일출 후 3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 다음은 박영환씨가 추천하는 전국의 유명 포인트.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흐르는 계류에는 산천어, 오른쪽에는 열목어가 주로 서식하고 있다. 왼쪽, 즉 영동지방의 주요 포인트로는 강원도 간성의 북천, 양양의 오색천·갈천·어성천, 주문진의 연곡천, 삼척의 대이리 계곡 등이 있다. 영서지방에는 내린천이 있는 인제와 현리 등이 많이 알려진 포인트. 강계에서는 끄리·강준치·눈불개 등이 주대상어들이다. 끄리는 금강, 강준치는 충북 삼탄, 눈불개는 대청댐 밑에서 주로 잡는다. 박영환씨가 운영하는 피싱숍 낚시광에서는 수시로 플라이 낚시출조 행사를 벌인다. 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다.(031)717-7072,716-7555.
  • [OUR STORY] CAR~섹시 레이싱 걸

    [OUR STORY] CAR~섹시 레이싱 걸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기 키워드 중 하나. 바로 ‘레이싱걸’이다. 무한질주의 자동차 경주장, 신차 발표 등 각종 모터쇼에서도 ‘존재의 이유’를 한껏 뽐내며 없어서는 안될 ‘자동차의 꽃’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는다. 소위 ‘쭉쭉빵빵’한 몸매와 아찔한 옷차림, 상큼한 미소로 네티즌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새로운 엔터테이너로 당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울러 누구나 ‘찍’으면 그림이 되는 레이싱걸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내리며 많은 팬들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 특히 방송과 연예계에 진출하는 ‘스타’들도 많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화보에도 단골처럼 등장할 만큼 우리곁에 친숙해지고 있다. 이쯤되면 ‘그녀들의 세상 속’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동차 경기가 열린 지난 일요일에 밀착취재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여자의 변신은 무죄 지난 20일 아침 8시, 자동차 경주가 열리는 서울 ‘용인 스피드웨이’. 경기에 나갈 차들이 스폰서 스티커를 붙이고 경기 등록을 하러 왔다갔다 분주하다. 이때였다. 주차장 쪽에서 눈에 ‘확’띄는 여인들이 아스팔트 위를 사뿐사뿐 걸어온다. 화장도 없는 얼굴에 수수한 청바지, 티셔츠를 걸치고 있어도 ‘레이싱걸’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스피드웨이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여자 화장실’. 볼일이 급해서일까? 아니다.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메이크업실이 바로 ‘화장실’이다.‘백조’같이 곱고 섹시한 미녀들의 메이크업 장소가 화장실이란 점이 다소 의외였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무슨 할 이야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1시간여 수다떨며 준비를 마친 미녀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쌩얼’의 수수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화려한 화장과 짧디짧은 치마, 예쁜 귀고리 등으로 단장한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다. # 자동차 레이싱의 꽃 오전 10시. 경기가 시작되자 미녀들도 자동차가 뿜어내는 굉음에 흥분을 하기 시작한다. 바로 팬들을 위한 서비스인 ‘포토타임’에 나섰다. 아주 짧은 상의에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아니 살짝 걸쳤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미녀들의 모습을 찍기 위한 카메라 셔터소리가 요란해진다.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났는지 자동차 경주 관람은 뒷전이고 그들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팬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주미씨 여기 좀 봐주세요.”라고 하자 벽계수까지 녹였다는 황진이의 미소(?)를 살짝 지어 보인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리며 깜찍한 표정을 짓자 어김없이 모든 카메라가 그녀를 향한다.170㎝가 넘는 키에 뒷굽 9㎝짜리 하이힐을 신은 미녀들이 동시에 일어섰다. 쭉 빠진 다리,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걸친 그녀들의 몸짓에 따라 카메라들이 이리저리 춤을 춘다. 그야말로 자동차 경주의 꽃이었다. # 우린 백조예요 174㎝의 키에 32-23-35의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지만 애환도 적지 않다.“비록 저희들이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정주미(25·이하 한국타이어 소속)씨. 한여름의 폭염에다 아스팔트의 지열까지 더하면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임에도 계속 밝은 웃음을 지어야 한다. 차가운 날씨 때에도 마찬가지. 이은미(21)씨는 “감기 때문에 콧물이 나고 머리가 아파서 약을 먹고 나섰는데 팬들은 모르잖아요. 아무 일 없듯 미소짓고 그들과 대화를 하느라고 힘든 때가 많아요.”라고 토로한다. 또 김하나(25)씨도 “저흰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조금만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면 금방 티가 나요.”라고 하면서 건강 관리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금방 지장을 초래한다고 고백했다. 극성팬들 때문에 속상한 경우도 더러 있다. 모기에 물려 보기 싫거나, 허리나 배가 살짝 접힌 곳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려 난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하나씨는 “그래도 저희를 사랑해 주는 팬들이 있어서 행복해요. 초콜릿이나 영양제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십자수 쿠션 등을 선물하며 ‘힘내세요’라는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지요.”라며 활짝 웃는다. 이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포토타임, 팬서비스, 미팅, 다양한 이벤트 진행과 우산을 쓰고 레이서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일 등을 했다. 마지막으로 시상식이 진행되면 우승자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나면 하루일과가 끝난다. 과거에는 사회적인 시선에 다소 부담을 느꼈지만 요즘은 아니란다.“레이싱걸이란 직업을 전혀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요.”라는 의미있는 얘기를 던지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 이색 레이싱걸 현재 활동중인 전문적인 레이싱걸은 40여명. 하지만 최근들어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일 만큼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주부 레이싱걸을 비롯해 패션사업가, 연예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 왕언니 강민정 레이싱걸의 ‘왕언니’ 강민정(30·R스타즈소속)씨는 요즘 무척이나 바쁜 사람이다.2001년 모터쇼를 통해 레이싱걸이 된 그녀는 2004년 6월에 결혼한 아줌마로 일과 가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쿠즈플러스에서 열린 ‘페라리 599 GTB 피오라노’ 발표회에서 만난 그녀의 모습에선 전혀 ‘아줌마티’가 드러나지 않았다.175㎝의 늘씬한 키에 빨간색의 섹시한 의상이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요. 결혼해서 지난해까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어요. 물론 집안일은 별로 한 것도 없지만 항상 시부모님을 볼 때 마음에 걸렸어요.” 강씨는 당시 광고기획사에 다니던 남자 친구(지금의 남편)가 권유해 레이싱걸 생활을 시작한 케이스. “결혼할 때 어른들에게 허락받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의 직업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보여드렸지요. 남편의 지원사격도 있었지만요.” 지금은 오히려 시부모님이 며느리 사진을 걸어놓을 정도로 열성팬이 됐다. 전시장이나 경기장에서 보여준 고운 자태와는 달리 집에서는 팔 걷어붙이고 빨래·청소하는 억척 아줌마로 변신한다. ■ 사장님 정란선 이렇게 앳되고 예쁜 사장님이 또 있을까. 키 169㎝ 몸무게 49㎏, 까만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TV에서 보았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하 맞다. 정란선(27)씨다. 한때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게 했던 레이싱걸이다. 서울 강남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씨는 지난해 5월 레이싱걸을 그만두고 인터넷 패션몰 (RSlook.com)을 열었다. 요즘 주문 들어오는 물건을 포장·배송하는 일로 무척이나 바쁘단다. “제가 원래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쇼핑몰을 하나 열었는데 팬들이 알고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지금 너무 행복해요.” 패션 디자이너를 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옷을 고르고 입는 안목이 남다르다. 파는 옷은 ‘빈티지’풍이 주류를 이룬다.‘로맨틱 카고바지’는 하루에 50여장씩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끈다. 자신이 직접 모델도 하고 사진도 찍어 운영비를 최대한 아껴 약간의 흑자를 보고 있단다. 또한 얼마전에는 오픈 마켓인 엠플(www.mple.com)에 입점했다. “레이싱걸을 할 때도 최고가 되려고 무척 노력했듯이 새로운 분야에서도 열심히 해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레이싱걸 1호 사장답게 반드시 정란선의 독자 브랜드를 갖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 A급 1년 전속금 300만~500만원 레이싱걸 전문 에이전시인 GL P&P의 이혜진(29)실장은 레이싱걸 입문과정에 대해 “보통 전문 에이전시에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보내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정된 지망생은 심층 면접을 통해 자질이 있는지를 꼼꼼히 평가받는다. 주로 가을에 새로운 레이싱걸을 뽑아 이듬해 봄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다음은 그가 말하는 레이싱걸이 갖추어야 할 세가지 조건. 첫째 몸매. 기본적으로 키가 170㎝가 넘어야 하며 일반 모델과는 달리 몸매에 볼륨이 있어야 한다. 둘째 소위 ‘사진빨’을 잘 받아야 한다. 레이싱걸의 주된 일이 사진에 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 ‘말’을 잘해야 한다. 팬들과 지근거리에서 접하는 직업이라 조리있는 표현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해도 레이싱걸로 데뷔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인 자동차 경주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나 레이싱팀에 전속계약을 맺어 활동하고 있는 레이싱걸은 고작 40여명일 정도로 수요 또한 적다. 그래서 대부분 모터쇼 등의 행사에 도우미로 활동한다. 자동차 부품업체나 레이싱팀에 속해 있는 A급 레이싱걸이 받는 1년 전속계약금은 300만∼500만원. 이외에 한번 경기 때마다 20만∼40만원 내외의 수당을 받는다. 레이싱걸을 선호하는 이유는 얼굴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 각종 모터쇼나 전시회에 설 때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이싱걸은 부업이고 내레이터 모델이 주업인 경우가 많다.
  • [산이 좋아 산으로] 경남 합천 가야산

    [산이 좋아 산으로] 경남 합천 가야산

    어느새 훌쩍 높아진 푸른 하늘, 유유히 떠도는 하얀 구름떼. 발악하는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마음은 벌써 가을로 줄달음친다. 어디 갈만한 데 없을까? 채 가시지 않은 무더위 땡볕에서 고행하듯 꾸역꾸역 산만 오르긴 싫다. 땀을 흠뻑 적신 후 시린 물에 발 담그고 풍류를 즐길 만한 곳은 없을까? 경남 합천 가야산. 천년고찰 해인사와 고운 최치원의 흔적이 서린 홍류동 계곡을 속 깊게 품고 불꽃처럼 솟은 석화성, 배낭을 메고 무작정 그곳으로 떠났다. # 신비한 전설을 간직한 산 ‘가야산 산신 정견모주가 하늘신인 이비하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낳아 형은 대가야국의 첫 임금 아진아시왕이 되고, 동생은 금관가야국을 세운 수로왕이 됐다.’는 천년 전 가야국 건국설화를 간직한 경남 합천 가야산(1430m). 백두대간 줄기가 대덕산을 막 지나 덕유산에 이르기 전, 남동쪽을 향해 내달리던 수도지맥의 언저리에 크게 솟구쳐 오른 산이다. 산은 합천과 거창, 경북 성주에 걸쳐 장중한 덩치를 늘어뜨리고 경상도를 남북으로 가른다. 정상 상왕봉 주변으로는 해발 1000m가 넘는 여러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더할 나위 없는 경관을 연출한다. 가야산은 산도 산이지만 산자락에 품고 있는 천년고찰 해인사와 홍류동 계곡으로 세인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천년 노송과 활엽수가 멋스럽게 어우러진 홍류동 계곡길에 들어선다. 십리나 이어지는 구불구불 포장도로 곁으로 콸콸 물소리가 넘쳐날 듯 힘차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으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계곡 물빛까지 온통 붉게 보인다는 홍류동 계곡. 여름의 끄트머리에 서서 군데군데 폭포와 옥빛 소를 그냥 지나치려니 여기 머물며 시를 읊던 신라 말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떠올라 발길이 쉬이 떨어지질 않는다. 가자,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해인사마저 그냥 지나칠 순 없는 노릇. 아름드리 전나무와 느티나무가 줄지어 선 해인사 입구를 따라 경내에 들어서니 단아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으며 오래된 나뭇결에서 세월 지긋한 향이 피어오른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 의상대사가, 성철스님이 오래도록 머물다 떠난 자리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해인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홍제암, 용탑선원을 뒤로 밀어내며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극락골과 토신골 두 갈래 길에서 망설임 없이 오른쪽 극락골 등산로를 택한 이유는 마애불 입상을 지나기 위해서다. 계곡에 드문드문 놓인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너 오솔길과 가파른 너덜지대를 번갈아 오르다 보면 서서히 시야가 트여온다.1시간 남짓 올라설 즈음 마주하게 되는 마애불 입상. 비바람에 잘 다듬어진 7.5m 자연 바위에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는 마애불은 꼭 다문 입술로 쉬어가라 손길을 내민다. 토신골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까지는 20여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늦더위와 싸우는 동안 답답하게도 산은 쉽게 정상부를 드러내지 않고 슬그머니 약을 올린다. 정상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가파른 암릉구간에 간간이 놓인 철계단을 디뎌야 하고, 고정로프를 매어 놓은 바위를 타넘기도 한다. 어느 바위 틈새 맑게 흐르는 물줄기에 목을 축이고, 바위 사이 드문드문 박힌 이름 모를 노란 꽃을 보며 감탄하는 사이, 마지막 철계단을 올라서는 순간 시야가 탁 트인다. 온전히 큰 바위 덩어리가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듯 불꽃처럼 솟아오른 석화성, 해발 1430m 상왕봉 정상이다. 토신골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약 1시간 걸린다. 소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옛 이름 ‘우두봉’이 새겨진 표지석 아래로 짙은 운무가 깔리기 시작한다. 정상에 서면 암봉 사이를 들락날락거리는 구름의 숨바꼭질과 함께 멀찍이 팔공산과 덕유산까지 조망된다. 하산은 상왕봉에서 동쪽으로 250m 떨어져 있는 칠불봉에 잠시 들렀다가 서성재를 거쳐 백운동 쪽으로 하면 되고, 약 2시간20분 걸린다. #여행정보 88올림픽고속도로 해인사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1033번 지방도로 4㎞ 가면 해인사 입구에 닿는다. 가야산에 관해서라면 뭐든 줄줄이 꿰고 있는 김형달씨가 운영하는 치인집단시설지구 내의 삼일식당(055-932-7254)은 해인사 스님 지정 식당. 마늘을 많이 사용하지 않은 담백한 사찰 음식이 유명하다. 산채한정식을 전문으로 40년 전통을 이어오는 백운장식당(055-932-7393)의 동동주도 일품이다. 글 사진 정수정(월간 MOUNTAIN 기자) www.emountain.co.kr
  • [배지환의 DICA FREE oh~] 사진 합성하기 #3

    [배지환의 DICA FREE oh~] 사진 합성하기 #3

    소품을 이용한 인물 사진편에서 실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반사판이나 거울을 이용하여 촬영하는 방법을 소개했는데, 이는 인물 위주나 부피가 작은 피사체를 촬영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위 사진처럼 인물과 풍경 또는 빛의 느낌을 그대로 촬영하려는 경우 작은 반사판을 사용하기엔 무리일 뿐더러 아무리 뛰어난 사진가 혹은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하늘의 빛과 구름, 색감, 인물의 형태 등을 모두 살리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입니다. 이럴 경우 필자는 가끔 편집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습니다. 좀 더 완벽한 사진을 위해 하늘에 노출을 맞춘 사진 한 장과 인물에 노출을 맞춘 한 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두 장의 사진을 포토샵이나 기타 편집프로그램 등에서 불러내어 레이어를 이용합니다. 두 장의 사진을 놓고 각각 느낌을 살리고 싶은 부분을 지워주거나 덮어씌우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는 합니다. 지금처럼 디지털카메라가 발전하기 전에는 필름으로 촬영하여 각각의 사진을 필름스캔이나 평판스캔작업을 하여 디지털 편집작업을 통해 다시 프린트를 하거나 이미지 파일로 만드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간단한 디지털 촬영을 통해 좀 더 쉽게 편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에 늘 새롭고 신비할 따름입니다. 물론 후반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 관련 책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방법을 익힐 수 있는데 작업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물의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아래 사진은 변산반도 채석강에서 찍은 것으로 셔터스피드 1/200초에 조리개는 f5.0, 감도(iso)는 400으로 세팅했습니다.
  • 늦여름 피서지 충북영동 물한계곡

    늦여름 피서지 충북영동 물한계곡

    말복과 입추가 지났건만 아직도 무더위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윤달도 끼어 있어 이달말까지 휴가철이 계속된다.시원한 물소리와 소슬바람이 찾는 ‘도시탈출´은 계속 이어진다. 그렇다면 충북 영동의 물한계곡으로 따나보자. 흰 구름과 깎아지른 절벽에 깊고 푸른 소(沼), 아름다운 물소리, 하늘을 뒤덮은 잣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금방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한다. 또한 바위에 걸터앉아 차분하게 가야금 줄을 튕기는 난계 박연선생의 여유가 가득한 충북 영동의 물한계곡은 마지막 더위를 피하기 ‘딱´이다. 충북 영동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영동 민주지산 늦여름 계곡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의 한가운데 위치한 충북 영동은 경북 김천과 전북 무주에 걸쳐 있는 삼도봉과 민주지산(岷周之山), 각호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하며 그 높고 험한 산이 만들어낸 물한계곡을 품고 있다. 여름 땡볕이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기세로 덤벼들지만 물한계곡은 예외이다. 태고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어이 추워’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 시원함이 가득한 곳 황간에서 물한계곡까지 키 작은 감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달리면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고속철도 교각이 초록빛 들녘을 가로지르는 상촌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자 소백산맥이 추풍령에서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불끈하고 일어선 듯한 해발 1242m의 민주지산의 모습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민주지산은 충청·경상·전라의 삼도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로 1000여년 전 백제와 신라가 서로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역사의 현장이다. 병풍처럼 늘어선 민주지산과 석기봉·삼도봉·각호산의 크고 작은 수많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하나 둘 합쳐지며 20여㎞에 이르는 깊고 아름다운 물한계곡을 만들었다. 물이 차고 맑기로 소문난 물한계곡은 영동 토박이들이 숨겨놓은 피서지였는데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8월의 폭염을 피해 도시를 탈출한 차들이 물한계곡과 함께 달리는 도로의 가로수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으며 단풍나무와 잡목이 울창한 터널을 만들어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계곡엔 마지막 무더위를 피해 한가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도시는 몇 주째 계속되는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햇살 한 줄기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계곡엔 서늘한 한기만 흐를 뿐이다. 물도 얼마나 찬지 2분 이상 발을 담그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도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깔깔’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조그만 그물로 ‘워워워’하며 산천어, 갈겨니, 피라미 등과 숨바꼭질하는 즐거운 목소리가 깊은 계곡에 메아리친다. 또 계곡 한쪽에는 빨갛게 익은 수박과 노란 참외, 맛난 점심이 둥둥 떠다니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들의 재롱을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밝은 미소가 가득하다. 정말 물한계곡 어디를 둘러보아도 ‘무더위’는 찾을 수 없다. 물한계곡은 꺽지 쉬리 퉁가리 산천어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온갖 이름 모를 새들과 매미가 깊은 계곡에서 한여름 연주회를 갖는 생태계 보고. 푸른 이끼가 가득한 바위 주변의 맑고 투명한 물속의 물고기들은 잘 꾸민 어항을 보고 있는 듯 잊고 지냈던 마음속의 여유가 조용히 찾아든다. # 하늘을 뒤덮은 초록의 물결 물한계곡 피서와 민주지산 산행은 다정한 연인관계. 물한계곡 주차장에서 민주지산이나 삼도봉까지는 왕복 4∼5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입구에 시골 할머니들이 더덕 등 각종 산나물들을 팔고 있으며 민박, 식당 등이 즐비하다. 불과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잠깐 걸었는데 땀이 비 오듯 한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등산로에 들어서자 갑자기 ‘에어컨’을 틀어놓은 사무실에 들어 온 것 마냥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역시 때묻지 않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대단했다. 박연 선생이 타는 거문고 소리처럼 ‘콸콸콸’ 때론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참으로 아름답고 시원했다. 민주지산은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각축을 벌인 역사의 무대다. 동국여지승람이나 대동여지도에 나타난 민주지산의 원래 이름은 백운산(白雲山)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지금의 민주지산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유래에 관계없이 요즘은 ‘백성이 주인인 산’(民主之山)으로도 많이 불린다. 삼도봉과 민주지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는 전나무숲까지는 20여분. 미니미골과 음주암골, 쪽새골, 배나무골, 그리고 각호골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수시로 아름다운 소(沼)를 만들고 때로는 등산로를 가로막는다. 이끼 낀 징검다리가 ‘통통’뛰어 건너며 잠시 손이라도 담그면 시원함이 온몸을 전기처럼 타고 흐른다. 초보자들은 평탄하고 완만한 삼도봉 코스를 오르는 게 좋다. 민주지산 코스는 삼도봉 등산로에 비해 훨씬 가파르고 험할 뿐 아니라 등산로가 수시로 사라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김없이 눈높이 나뭇가지에 ‘민주산악회’,‘오봉등산회’ 등 붉고 노란 리본이 구세주처럼 나타난다. 물한계곡은 폭만 줄어들 뿐 8부 능선을 오를 때까지 물 흐르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이따금 협곡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계곡이 깊어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었다고 해도 믿을 만한 넓고 깊은 초록빛 소들이 이어진다. 민주지산에서 석기봉을 넘어 삼도봉 능선에는 철따라 철쭉, 진달래, 단풍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약 2시간이며 종주가 가능하다. 드넓은 들국화밭이 펼쳐져 있는 각호골 입구는 만나기 힘든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흥겨운 가락에 상큼한 와인이 어울릴까 ‘덩덩 덩∼덕쿵’하는 가락과 ‘에에∼이요’라는 우리 소리에는 보통 걸쭉한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난계국악축제’에는 흥겨운 우리 소리와 ‘와인’을 마시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햇볕이 따가운 8월, 충북 영동에서는 포도가 한창이다. 영동지역의 포도는 당도가 높으며 알이 굵고 실해 전국에서 으뜸으로 친다. 와인 제조공장은 국내에서 와인에 대한 제조과정을 한눈에 보고 이해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와인 공장인 ‘와이너리투어’를 할 수 있는 와인코리아(043-744-3211,www.winekr.co.kr)가 있어 축제의 즐거움을 더한다. 당도가 높은 국산 ‘캠벨얼리’ 포도로 만들어지는 ‘샤토마니’는 영동읍 매천리 일대 지하 토굴 속에서 참나무통에 담겨 숙성된다. 이 토굴은 일제가 탄약저장을 위해 군사용으로 팠지만 사계절 13℃의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포도주 숙성고로 안성맞춤이다. 와이너리 투어는 포도농가 방문, 포도따기, 와인 숙성창고 및 와인제조공장 견학, 와인 시음 등으로 진행되며, 산지 가격으로 포도 및 와인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힙합이나 재즈는 익숙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국악’이란 낯설고 고루한 음악을 쉽고 재미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관악·현악·타악기 체험은 물론이고 8가지 재료에 의한 악기를 만드는 ‘악기공방’(금부, 석부, 사부, 죽부. 포부, 토부, 혁부, 목부)에는 전문가의 시연과 체험을 할 수 있는 별도공간도 있으며 피리를 멋지게 불었던 난계 박연선생을 소재로 한 공연 ‘역사추리극 박연’, 열린 국악무대 등 다양한 국악체험과 포도먹기, 대형포도밟기, 와인만들기 등 재미난 이벤트도 가득하다.(043)740-3224. #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 황간나들목에서 빠져나와 매곡을 지나 임산과 하도대교를 지나면 물한계곡이 시작된다. 도마령까지 완전하게 포장이 되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기차여행을 추천한다. 영동역에서 축제장까지 지척이며 막히는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피곤만 쌓이는 자동차여행보다 KTX로 대전역에서 내려 영동역까지 환승하는 열차를 이용하면 좋다. 축제기간에는 KTX를 이용한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더욱 편리하다.(1577-7788) 청정수인 영동계곡에서 만든 ‘우렁쌈밥’이 별미. 쫄깃한 우렁이를 넣고 끓인 담백하고 구수한 된장에 상추, 쑥갓, 배추 등 유기농 야채를 함께 먹는 맛은 영동의 별미. 폭포가든(043-742-1777). 금강변에서 사육한 오리에 각종 한약재를 넣어 특유의 맛과 형을 자랑하는 토방(043-745-5689)의 오리백숙, 민물고기에 인삼 대추를 넣고 끓인 어죽이 맛있는 선희식당(043-745-9450)도 추천할 만한 식당이다. 숙박은 물한계곡 입구에 상촌황토방산장(043-743-9992), 계곡황토민박(043-745-3359) 등 민박이 밀집해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