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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樂漁] 충남 보령 오포수로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樂漁] 충남 보령 오포수로

    한해 낚시를 마무리하는 납회도 거의 끝나가는 요즘, 대물낚시 출조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언제부터인가 대물낚시를 선호하는 낚시인이 늘어나면서 때를 잊은 출조도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물낚시 시기는 기온이 상승하는 3월부터 시작해 기온하락으로 살얼음이 물가에 잡힐 때 끝이 난다. 밤새 한번 있을까 말까한 입질을 기다리느라 밤을 지새워야 하는 대물낚시. 무엇이 많은 낚시인을 매료시키며 밤새 졸음과 추위와 싸우는 것일까. 한마디로 확실한 월척급 붕어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여러 마리의 붕어를 낚는 것이 아니라, 한마리의 붕어라도 큰 것을 낚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기본 채비구성을 살펴 보면, 경질 낚싯대를 사용하고, 원줄은 4∼ 5호 이상, 목줄도 3호 이상을 사용한다. 낚싯바늘은 지누 5∼6호(붕어14호이상) 외바늘을 사용하고 톱이 짧은 고부력찌를 사용해 봉돌을 무겁게 만드는 것이 요령이다. 미끼는 대표적인 것이 생새우와 참붕어, 메주콩, 옥수수. 그밖에도 납자루, 땅강아지, 산지렁이, 건탄 떡밥 등 여러 상황에 맞게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물낚시 미끼는 투박하고 거칠어 먹이섭취가 쉽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작은붕어들이 미끼를 쉽게 먹지 못하도록 하고, 가능한 큰 붕어만을 선별하여 낚아 내고자 함이다. 낚싯대 편성도 다대편성을 주로 한다. 집어를 하는 낚시가 아닌 이유도 있지만, 잦은 입질을 볼 수 있는 낚시가 아니어서, 여러개의 낚싯대로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떡붕어나 수입붕어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오직 토종붕어만을 대상으로 하는 낚시여서 수차례 출조를 해도 입질한번 못보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잡어나 잔씨알의 붕어 개체수가 많아 큰씨알의 붕어를 만나기 어려운 낚시터라면 대물낚시로 효과를 보기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대물낚시 출조지는 보령권. 지속되는 가뭄으로 저수율이 많이 내려간 데다, 기온하강으로 물색도 맑아 낚시여건은 좋지 못하다. 하루종일 보령권 대물터 몇곳을 돌아보며 적당한 포인트를 찾았지만, 여건은 비슷했다. 보령시 오천면의 오포수로를 찾았다. 오후로 접어든 시간임에도 해는 구름사이를 숨바꼭질하며 검뿌연 연무속에서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수로가는 초겨울의 날씨만큼 썰렁하기만 하다. 하루전부터 이곳에서 낚시를 했다는 권창원(63·인천)씨는 “지난해 우연히 이곳을 찾았다가 뜻밖에 대박을 만났다.”며 “날씨도 춥지 않고 바람도 없어 낚시가 잘될 것 같은데, 생각과는 다르다.”며 6∼7치급 낱마리붕어가 들어 있는 살림망을 보여준다. 필자도 곧게 뻗어 올라간 갈대와 힘없이 꺾여버린 부들사이로 지렁이 미끼를 단 채비를 넣었다. 곧바로 입질이 시작되었다. 수로 수초낚시의 잔재미가 시작된 것이다. #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광천사거리→대천방향우회전(21번국도)→주포사거리→보령화력발전소방향 좌회전(구수지에서 5㎞직진) 글 사진 보령 김원기 낚시사랑 편집부장 (studozoom@naver.com)
  • 송구영신 소망여행

    송구영신 소망여행

    12월31일 오후 5시40분에 전라남도 소흑산도에서 모습을 감춘 2006년의 해는 새해 1월1일 오전 7시26분 경상북도 독도에서 ‘황금돼지’띠의 첫 해로 떠오른다. 매일같이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12월31일과 1월1일에 뜨고 지는 해에는 특별함이 있다. 모두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와는 달리 송구영신(送舊迎新) 여행은 희망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 수평선을 희롱하듯 해돋이-해넘이의 장관을 지켜보며 이루지 못한 소망 등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미련일랑 훌훌 털어 버리고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해 보자. 남해와 동해가 만나서 이루는 절경의 바다,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는 해동용궁사와 땅끝마을 해남을 미리 다녀왔다. 각각 해돋이와 해넘이가 장관인 곳. 이밖에 전국 주요 일출-일몰 명소를 소개한다. 해남 김문·기장 손원천기자 km@seoul.co.kr ■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꼭짓점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 해맞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송정으로 가는 길목에 아담한 언덕길이 하나 있다. 달맞이 고개라고 불리는 이 고갯길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와우산 능선을 열다섯번 돌아 넘는다고 해서 예로부터 15곡도라 불렸다. 달맞이길을 넘어 송정해수욕장∼수산전시관∼해동 용궁사∼기장군 대변항을 잇은 해안관광도로는 드라이브 코스의 백미. 이름만큼 고운 청사포 등 아름다운 풍경을 품은 해안가 마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특히 해동 용궁사는 동해와 남해가 맞닿은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수상법당. 국내 3대 관음성지 중 한 곳이다. 근동에서는 일출명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너른 바다에서 들려오는 해조음과 독경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특이한 문화재는 없지만 늘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처음 창건된 것은 고려 공민왕 때. 당시 이름은 보문사였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소실된 것을 1930년 통도사의 운강화상이 중창했고,1974년 정암스님이 지금의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절 입구에 들어서자 12지신상과 함께 ‘소원 한 가지는 반드시 이뤄주는 해동 용궁사’란 팻말이 눈에 띄었다.‘운전하는 데는 조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부적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교통안전기원탑’도 서 있다.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했으니 이 참에 소원이나 빌어볼까. 교통안전까지 세심하게 기원해주는 절이니 다른 소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게다. 교통안전기원탑을 지나면 108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 중간쯤 득남불(得男佛)과 학업성취불이 자리잡고 있다. 만지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득남불의 둥근 배는 아들 바라는 이들의 손을 타 까맣게 윤이 나는 것이 기름칠이라도 해놓은 듯하다. 이름에 걸맞게 책을 보고 있는 학업성취불도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108계단을 지나면 드디어 해동용궁사의 전경이 막힘 없이 열린다.‘바다도 좋다 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곳에 뫼단 말가.’라고 했다는 춘원 이광수의 감탄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웅전 앞을 지나 계단을 몇 걸음 올라가면 해수관음대불과 만나게 된다. 꼭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바로 그 불상이다. 바다를 굽어 살피듯 용궁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촛불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경건하기 이를 데 없다. 이뤄야 할 소망이 있으니 더욱 간절해지는 모양이다. 108계단에서 해안가로 빠지는 길목에 약사여래불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 사찰에서 가장 바쁘신 분 중 하나다. 몸 아픈 이들이 병을 맡기고 가기 때문. 약사여래불을 지나면 동해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일출암이다. 지옥에 빠져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해준다는 지장보살이 이방인을 맞는다. 연말연시만 되면 구름처럼 몰려든 중생들이 밤을 도와 소망을 빈다는 곳. 희망을 품고 왔든 가슴 한편에 남아 있던 미련을 버리려 왔든, 불상 옆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온갖 시름을 거두어 가는 듯하다. 기장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해돋이 명소 ●포항시 호미곶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 위치한 호미곶은 우리나라 지도를 호랑이로 표현했을 때 꼬리에 해당하는 곳. 육당 최남선은 조선 10경 중 가장 아름다운 일출 장소로 꼽기도 했다. 청동 조형물인 ‘상생의 손’위로 떠오르는 해가 장관이다. 매년 12월31일 오후부터 새해 첫날까지 해맞이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경주 토함산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는데, 마치 산이 바다에서 밀려오는 안개를 들이마시고 토해내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토함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늘과 바다가 동시에 붉게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감포의 문무대왕릉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 이맘 때면 해무가 자주 껴 갈매기떼의 군무와 함께 선경을 이룬다. ●영덕 강구항 남으로 포항시, 북으로는 울진군과 맞닿아 있는 조용한 포구. 선착장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풍광을 맞는 것도 좋지만, 해 뜨는 장소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삼사해상공원에서 보는 것이 수월하다. 강구항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삼사해상공원은 인공폭포인 천지연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은 곳. ●동해 추암리 TV에 방영되는 애국가 일출 장면이 촬영된 장소. 해안 절벽과 동굴, 칼바위 등의 크고 작은 바위섬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추암이란 이곳의 촛대바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에 꽂아놓은 듯 우뚝 솟은 촛대바위 사이로 솟아오르는 해돋이는 동해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특별한 적기 없이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 특히 겨울철 설경이 비경을 이루는데, 일출과 어우러지면 선계가 따로 없는 곳이다. 산세가 험한 편은 아니지만, 해돋이를 보려면 야간산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젠 등의 장비는 필수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매년 12월31일에는 태백산 등산로 일대와 해넘이를 황지연못 등에서 해넘이 행사를 가진 다음, 새벽 3시부터 산을 올라 오전 7시에 일출을 감상하는 행사를 벌인다. ●여수 향일암 향일암은 1300여 년 전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 남해 수평선의 해돋이 모습이 장관이라는 뜻에서 향일암으로 이름지어졌다. 산길은 제법 가파른 편. 중간쯤에 암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암자 근처에선 집채 만한 바위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해가 뜨면 서서히 암자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동백과 바위로 둘러싸인 절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 해넘이 명소 ●장화리(인천 강화) 서해안 3대 낙조로 꼽힌다. 동막리에서 장화리로 이어지는 강화도 남단의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며 낙조를 감상하기에 그만. 석모도 남단의 민머루 해수욕장도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충남 태안) 대한민국 대표 낙조 포인트. 안면도 중간쯤 자리잡고 있다. 소나무가 자라는 할미바위 너머로 해가 진다. 모래밭도 단단해 백사장을 거닐기에도 좋다. ●솔섬(전북 부안) 전북의 대표적인 곳. 외변산 지역은 전체가 해넘이 감상포인트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쪽으로는 새만금간척지의 방조제 입구부터 남쪽의 모항 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바닷가에서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세방(전남 진도) ‘세방낙조’란 명성에 걸맞게 안면도 꽃지해수욕장과 쌍벽을 이룬다.‘세방 해안일주도로’가 일품 코스. 떨어지는 해가 가장 오래도록 머무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만 갈대밭(전남 순천) 칠면초보다 더 붉게 탄다는 것이 순천만 노을. 뱃길투어, 갯벌체험, 갈대산책 등을 위해서는 별량면 쪽이 편하지만, 순천만을 한눈에 굽어보려면, 순천만 최고의 낙조 포인트 해룡면 용산에 올라야 한다. ■ 땅끝마을 전남 해남 해넘이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또다시 떠오를 거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로 유명한 말이다. 원저자 마거릿 미첼은 평생동안 이 한 작품만을 남겼고 또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서사시의 마침표라는 점에서 더욱 긴 여운으로 다가온다. 지난 주말 오후, 국토의 땅끝마을에 섰을 때 저 바다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붉은 태양을 보면서 문득 이 영화의 대사가 생각났다. 사랑, 질투, 이별, 전쟁…. 그 영화 속에 나온 인물들, 자신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거부할 수 없이 다가온 소용돌이의 삶 속에 몸을 던졌다가 그렇게들 돌아갔겠지. 그때나 지금이나, 또 그곳이나 이곳이나 하늘 아래 숨쉬는 삶의 땅이기에 희로애락 인간냄새 또한 다를 바 없을 터. 한해가 저무는 12월의 끝자락이다.2006년의 태양이 한해 동안 생겨난 인간사의 온갖 미련과 잡념의 티끌들을 송두리째 안고 바다 속으로 막 자맥질을 하려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2007년의 태양, 황금돼지의 태양을 잉태하기 직전 폭풍전야의 마지막 불끈거림이었다. 토말(土末)에서의 새해맞이 진행형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해남 김문기자 km@seoul.co.kr # 울고 왔다 웃고 가는 곳 설레는 마음을 갖고 땅끝마을까지 가는 길은 조금 멀게 느껴진다. 해남읍에서 버스를 타고 50분은 족히 걸렸다. 경운기를 운전하는 노인, 파란 보리밭에서 김매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운전기사가 “해남의 농토는 강원도에서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의 2배가 넘는다.”고 했다. 또 “여기는 울고 왔다, 웃고 가는 고장”이라면서 “해남의 부자들은 대부분 외지사람”이라고 귀띔한다. 잠시 후 ‘대한민국 땅끝마을’이라고 적힌 돌탑이 보인다.‘땅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라는 엄숙함이 앞선다. 누가 국토의 땅끝이라고 했던가. 반도의 맨 앞에서 모진 비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낸 첨병이요, 태곳적부터 한줄기 빛을 오롯하게 밝히며 묵묵히 ‘처음’으로 살아왔을진대 말이다. 땅끝마을 부두만 하더라도 보길도, 진도 등 남해안의 크고 작은 섬을 연결시키는 연락선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기적을 울리며 떠나고 들어온다. # 해넘이·해돋이 축제 땅끝마을 부둣가 광장과 전망대에서는 매년 12월31일 해넘이·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올해가 11회째로 전국 각지에서 수만명이 찾는다. 특히 다도해의 절경과 일출·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조건을 지녔다. 이곳에서는 관광객 및 군민이 함께하는 콘서트, 전통놀이마당, 음식문화 잔치, 깜짝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아련하고 정이 넘치는 땅끝마을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오는 31일 자정무렵에 벌어지는 촛불의식과 달집태우기는 새해를 맞아 소망을 기원하는 하이라이트. 이어 여명의 북소리가 울려퍼지고 소망의 연날리기에 이어 장보고호에 탑승해 선상에서 해맞이를 하면서 횡간도와 노화도를 돌아보는 행사는 땅끝마을만이 간직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송호해수욕장에서 2006년 마지막 해넘이를 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아울러 사구미해수욕장, 조각공원, 달마산 미황사, 자연사해양박물관, 두륜산 대흥사, 우항리 공룡화석지 등과 인접해 있어 가족끼리 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씨줄날줄] 밀운불우(密雲不雨)/우득정 논설위원

    1972년 늦가을이었던 것 같다. 교단에 올라선 선생님은 한동안 교실 창밖을 응시하더니 칠판 가득히 생소한 한자 하나를 썼다.‘鬱’. 선생님은 “여러분도 보다시피 이 한자는 몹시 복잡하고 답답하게 생겼다. 그래서 ‘답답할 울’이라고 부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곤 ‘鬱’ 앞에 조금은 낯익은 암(暗)과 우(憂)를 각각 덧붙이며 ‘답답할 울’자는 어둡고 슬픈 색깔이나 감정과 조합을 이룬다고 했다. 선생님이 썼던 ‘鬱’은 훗날 대학에 들어온 뒤 매캐한 최루가스 냄새와 함께 ‘짭새’들의 살풍경한 교내 진입을 목격한 순간 제일 먼저 뇌리에 되살아났다. 그리고 당시 선생님은 어린 제자들에게 ‘10월 유신’의 실체를 ‘鬱’이라는 한 글자로 에둘러 말하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4반세기를 넘은 지금도 정치권에는 유신의 망령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 그 시절 젊은 우리들이 경험했던 유신은 ‘답답하고’‘어둡고’‘슬픈’ 흑백사진으로 각인돼 있다. 교수신문이 올해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를 선정했다고 한다.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교수 등 208명을 대상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 당랑거철(螂拒轍), 만사휴의(萬事休矣), 한단지보(邯鄲之步) 등과 함께 제시한 결과,48.6%가 밀운불우를 꼽았다는 것이다. 비 오기 전 먹구름이 잔뜩 끼듯이 일이 성사되지 않아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으로 올 한해를 표현한 셈이다. 지난해 선정된 사자성어인 상화하택(上火下澤)이 불과 물의 위치가 전도된 갈등 심화를 상징했다면 올해는 그 정도가 비등점에 이르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올해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판명된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시작해 집값 광풍에 서민들의 등골이 휘어졌으니 사자성어로 축약하기엔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제대 강신표 명예교수는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뜻의 ‘반구저기(反求諸己)’가 내년의 사자성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자는 ‘위정자가 덕이 있으면 힘이 없어도 백성들은 절로 그 덕에 교화된다(無爲而民自化).’고 했다. 대선주자들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2006 우리사회 정리 4자성어 올해 한국은 ‘密雲不雨’

    ‘올해 한국사회는 불만이 폭발하기 일보직전?’ 한국의 지성들은 2006년 우리 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를 택했다. 교수신문이 지난 5∼11일 이 신문의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교수 2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48.6%가 밀운불우를 꼽았다고 18일 밝혔다. 밀운불우란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태’로,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는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뜻한다. 교수들은 상생정치의 실종,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에 따른 사회적 갈등, 치솟는 부동산값, 북핵실험 등 정치·경제·동북아 문제로 인해 사회 각층의 불만이 폭발 직전 임계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 대상의 22.1%는 어설픈 개혁으로 오히려 나라가 흔들렸음을 빗댄 ‘교각살우’(矯角殺牛)를 골랐다. 한국사회의 모순이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의 ‘만사휴의’(萬事休矣)와 개혁 과정에서 미흡한 전략과 전술로 강고한 기득권층과 맞서려는 행태를 묘사한 ‘당랑거철’(螳螂拒轍)도 각각 11.1%,9.1%를 얻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사설] 더디어도 전진하는 6자회담 되기를

    북핵 6자회담이 13개월 만에 오늘 베이징에서 재개된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가 짙은 먹구름에 휩싸인 현실을 고려할 때 실로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우리 정부와 중국의 다각적인 중재 노력 속에 미국이 유연한 대화 자세를 보이고 북한도 더 이상의 무력 행위를 자제하는 등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참가국들의 의지가 6자회담 재개라는 결실을 낳았다고 할 것이다. 회담의 동력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본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9·19공동성명 이상으로 서로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겠다. 평화적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 나아갈 구체적 실천방안도 제시돼 있다. 북한은 영변의 5㎿급 원자로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핵프로그램 신고 등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이행하면 된다. 이에 미국 등 나머지 참가국들은 한국전 종전 선언, 북한체제 보장, 에너지 지원 등 상응조치를 취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조치들을 언제 어떤 형태로 조합하느냐일 것이다. 이는 9·19공동성명 채택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은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내세워 미국에 핵 군축협상이나 한반도 핵우산 철회를 요구해선 안 된다. 일각의 우려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회담을 지연시키며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서도 안 된다. 미국도 북한의 ‘선 조치’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 등 신뢰회복 조치를 앞세울 필요가 있다.6자회담 중단의 발단이 된 대북 금융제재에서도 더욱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의 말처럼 회담의 성패는 참가국들의 정치적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작은 합의라도 단계별로 조금씩 이뤄 나감으로써 북핵 해결에 한발 다가서는 6자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 ‘브랜드 리스크’ 경영 변수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를 앞으로도 쓸 수 있는가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계열분리, 인수·합병(M&A) 등이 활발해지면서 재벌 계열사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기존 브랜드의 사용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인지도가 낮은 기업이 인지도가 높은 기업을 사들이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브랜드 사용 가능성을 M&A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경우가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된 LG카드다.LG카드는 매각 종료일 후 3개월인 내년 6월까지만 LG 브랜드를 쓸 수 있다.7월부터는 다른 이름을 써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LG그룹이 분리된 계열사에는 LG브랜드를 쓸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LG화재는 지난 4월 LIG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꾸고 LG를 상징하는 그래픽 아이콘(icon)인 ‘웃는 얼굴’ 대신 ‘행복 구름’을 선택했다.LIG손보는 1999년 계열분리되고 5년간 LG 브랜드를 무료로 써왔으나 계약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2005년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내왔다. 사명이나 아이콘을 바꾸는 것은 큰 돈과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이다.LIG손보가 브랜드 변경에 쓴 돈은 200억원 수준이다.2005년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은 사명 변경에 1000억원가량을 썼다. 전국 3400여개 주유소에 GS칼텍스 새 간판을 다는 것에만 550억원이 쓰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는 내년에도 있을 전망이다. 한화그룹에 인수된 신동아화재는 한화손해보험으로 바뀐다. 대한생명은 예금보험공사와의 소송이 끝나는 대로 브랜드 변경 작업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건설은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한다. 대우건설은 ㈜대우에서 인적분할한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대우 브랜드 공동 사용자이기 때문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단지 아이콘으로 금호그룹의 빨간 화살촉을 쓰는 문제만 남았다. 일이 이렇다 보니 대우 계열사들은 이름은 같지만 아이콘은 제각각이다.대우증권은 8각형의 아이콘을 쓴다. 반면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의 전통적 아이콘을 쓰고 GM대우는 이를 약간 변형시킨 자체 아이콘을 쓰고 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0) 철학이란 무엇인가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0) 철학이란 무엇인가

    나는 고교생 시절에 읽은 대학의 은사 열암 박종홍(洌巖 朴鍾鴻) 선생님의 글을 지금 떠올린다. 그 분이 철학을 공부하고픈 학도들에게 보내는 글이라고 기억한다. 다른 모든 학문들(경제학/정치학/생물학/수학 등)은 학문의 대상이 각 학문의 이름에 새겨져 있는데, 철학은 학문의 대상이 명기되지 않은 유일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철학의 본질을 아주 적확하게 지적한 것이라 생각된다. 철학은 어떤 특정한 연구대상이 없다. 그것은 모든 것이 곧 철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그렇지만 철학은 여타의 학문처럼 대상학일 수 없다. 철학은 대상학이 아니고, 사유학이다. 그러면 철학은 논리학과 같은 것인가? 아니다. 논리학이 사유의 학문처럼 보이지만, 논리학은 논리라는 대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므로 논리학도 역시 하나의 대상학이다. 더구나 논리학은 비논리적인 것을 배척하지만, 철학은 비논리도 배척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철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보고 생각하는 방법과 사유하는 길을 탐구한다. 그래서 보는 방법과 사유하는 길이 다르면, 결국 철학이 달라진다. 이 세상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사람들만큼 다양한 철학이 존재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사실상 대학에 들어가서 철학 공부를 하면서 느낀 첫 의문은 ‘과연 철학적으로 진리가 가능한가’ 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철학사에 등장하는 각종의 철학들은 천차만별이어서 철학사가 무수히 죽은 철학자들의 묘지명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회의 속에서도 나는 다른 학문보다 철학이 더 재미있었으므로 철학공부를 떠나지 못했다. 늦게서야 나는 세상의 철학이 그렇게 복잡다단하지 않고, 대체로 두 가지의 사유방식이 동서고금의 철학사를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구성적 사유와 해체적 사유 그 두 가지 사유방식은 구성적(constructive) 사유와 해체적(deconstructive) 사유를 말한다. 전자는 세상의 진리를 인간이 구성한다고 여기는 철학을 말하고, 후자는 인간이 세상의 진리를 구성한다는 생각을 해체시킴과 함께 이미 자연 그대로 놓여 있는 진리와 한몸이 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말한다. 구성적 진리를 흔히 인간주의라 부르고, 해체적 진리를 흔히 자연주의라 명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주의는 인간중심주의라는 말로 번안되지만, 자연주의는 자연중심주의라는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자연의 세계에서 중심이란 존재하지도 않고, 자연은 인간처럼 제왕의 입장에서 군림하기를 욕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 구성주의와 해체주의라고 요약해서 말하기도 한다. 구성주의가 인간중심주의이고, 해체주의가 자연주의라면, 신중심주의는 어디에 귀속할까? 신중심주의는 인간중심주의와 같은 계열에 속한다. 신중심이나 인간중심이나 다 중심주의 사상이고, 다만 중심의 주체가 신이냐 인간이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구성주의는 신이나 인간이 세상의 진리를 창조하거나 제조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고, 신과 인간이 진리를 가능케 하는 원인이고 결과로서의 자연과 역사는 언제나 신과 인간에게 종속된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신과 인간의 원인행위는 언제나 타동사적이고 비가역적(irreversible) 인과율의 의미를 지닌다. 신과 인간이 세상에 진선미를 던진다. 자연과 역사는 이 진선미의 적용대상이고, 신과 인간은 진선미의 주체가 된다. 주체는 주인이고 객체는 종이다. 타동사적이고 비가역적 인과율은 주종(主從) 관계를 지우지 못한다. 신이 주인이면 인간과 자연과 역사는 신의 종과 부가물이고, 인간이 주인이면 자연과 역사는 인간에게 종속된다. 해체적인 사유에서 그런 주인과 종의 이분법은 성립하지 않는다. 자연으로 인간을 해체시켰으니, 누가 자연의 주인과 종이겠는가? 일체자연의 세계에서 원인과 결과가 위계질서로 구별되지 않고, 자연의 자기 원인은 본체가 되고, 그 결과는 원인의 현상에 해당한다. 그리고 원인의 본체와 결과의 현상은 서로 돌고 돌기 때문에, 그런 인과율을 가역적(reversible)이라고 말한다. 바닷물과 하늘의 구름은 원인과 결과의 상관성을 지니지만, 원인의 바다가 결과의 구름이 되고, 또 결과의 구름이 원인의 바다로 변하기도 하므로 거기에 일체가 돌고 도는 가역성이 자동사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구성주의와 해체주의는 각각 타동사와 자동사(또는 재귀동사)의 세계관을 필연적으로 안고 있다. 구성주의는 신과 인간이 스스로 설계한 세계를 장악하는 것을 진리라 여기므로 이런 진리를 철학적으로 소유론적 진리라 부를 수 있고, 해체주의는 자연이 자동사적(재귀동사적)으로 나타내는 일체존재의 진면목을 인식하려고 하므로 존재론적 진리라고 불려진다. 소유론적 진리에는 지성(이성)과 의지가 가장 중요한 진리창조의 근간이 되고, 존재론적 진리에는 자연과 함께 살게끔 되어 있는 자연성(본성/불성)이 곧 진리의 본질로 등장한다. 구성철학은 세상을 새롭게 만들려는 행동이 가장 중요한 진리의 척도일 때에 환영받지만, 해체철학은 행동으로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이 헛된 망상이고, 인간이 세상을 관조하는 것이 더 세상의 복이 된다고 여기는 시절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배를 타고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시절에, 말을 타고 서부를 개척하기 위하여 치달릴 때에, 해체적 관조의 철학이 요구될 리 없다. 거기에는 오직 신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면서, 행동하는 의지와 지성(이성)의 판단이 살 길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거칠기도 한 행동의 시대가 가고, 고요히 사색하고 관조하면서 마음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지금과 같은 21세기 시대에 해체적 사색의 요구가 더 절실히 와닿는다. 구성적 진리에는 철학적으로 그동안 서양의 전통적 주류철학과 신학, 그리고 동양의 정주자학적 도덕주의가 다 귀속한다. 해체적 진리에는 동양의 불교사상과 노장사상, 그리고 유가의 육왕학적 자연주의와, 서양철학에서 그동안 비주류로 푸대접을 받아오던 해체주의가 같은 그룹의 계열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서고금의 철학이 결국 구성주의와 해체주의라는 두 가지의 사고방식으로 대별된다고 하겠다. ●무수한 묘지명과 같은 다양한 철학사 이렇게 보면 철학사를 통하여 우리가 접하던 그 무수한 묘지명과 같은 학설들도 다 세상을 구성적 또는 해체적으로 읽었다는 세상보기의 이중성과 다름이 없겠다. 이 이중성은 세상을 무위적(無爲的)으로 놓아 두느냐, 또는 능위적(能爲的)으로 간섭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와 결부된다. 철학적 진리의 이중성은 세상의 이중성과 상관적이겠다. 언어학에서도 음운론이 이중적인 구조로 설명된다. 언어학자 야콥슨의 생각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언어의 음운은 반드시 두개의 대립된 구조를 한쌍으로 해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즉 ‘무거운/예리한’ ‘유성(有聲)의/무성(無聲)의’ ‘비음(鼻音)의/비비음(非鼻音)의’ 등등을 말한다. 이것은 수사학의 법칙이 ‘공시적이고 계열체적 은유법(synchronic paradigmatic metaphor)/통시적이고 결합체적 환유법(diachronic syntagmatic metonymy’으로 이중적 대대법의 구조를 띠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늘 철학사적으로 이상주의(맹자)는 현실주의(순자)와 대대적 구조를 띠고서 나타나고, 수학적 관념성의 진리(플라톤)는 경험적 즉물성의 진리(아리스토텔레스)와 대칭성을 띠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쾌락학파(Epicureanism)는 금욕학파(Stoicism)를 반드시 낳는다. 같은 유학 안에서도 엄숙주의적 정주학(程朱學)은 자연주의적 육왕학(陸王學)의 반작용을 초래하고, 같은 서양 중세기의 이성철학에서도 지성주의적 토미즘(Thomism)은 욕구주의적 스코티즘(Scotism)을 역설적으로 탄생시킨다. 더구나 상호 횡적 연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자학과 토미즘이 아주 유사한 것은 양명학과 스코티즘이 서로 닮은 것과 함께 철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특기할 만하다. 즉 동서고금의 철학이 그렇게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주 기본이 되는 몇 개의 철학소들(philosphemes)로 유형화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언어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유한한 몇개의 음소들(phonemes)로 제한되어 있듯이, 그리고 무한한 물질도 결국 유한한 원소들의 유사한 집합으로 계열화되어 있듯이, 다양한 철학들도 유한한 몇개의 철학소들의 집합으로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몇개의 철학소로 이루어진 사유 동서고금의 철학들이 서로 상호 회통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유사한 사유의 구조적 틀들을 함축하여 유형화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철학적 사유가 몇개의 유한한 철학소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겠다. 그러면서 서로 대대법적인 대칭으로 철학사가 나누어진다. 이 점은 불교철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종이 선종과 대대법적으로 얽혀 있고, 교종 가운데서 성기설(性起說=우주현상은 다 至善인 법성의 표현)을 주장하는 화엄종과 성구설(性具說=불성에도 선악의 종자가 깃들어 있음)을 말하는 천태종이 쌍벽을 이루고 있고, 선종에서도 화두선과 묵조선이 대대법적인 상관성을 띠고 분류된다. 이 모든 것은 마치 컴퓨터의 언어가 ‘0/1’로 나눠지는 양가성과 상통한 것 같다. 이런 사실을 프랑스의 베르그송은 그의 저서 ‘도덕과 종교의 두가지 원천’에서 이중성의 법칙(the law of dichotomy)이라고 명명했다. 그것은 인간의 사유는 시계의 추처럼 양극단 사이에서 왕복한다는 사실을 철학사적으로 진단한 것이다. 동서고금의 철학사를 가장 압축적인 철학소로서 요약하자면, 아마도 그것은 ‘구성/해체’의 이중성이겠다. 근대사 400여년(17~20세기)은 행동과 소유가 지배적인 구성주의 시대였다. 지리상의 대발견과 과학기술문명과 서양종교의 세계지배, 땅과 바다를 넓히기 위한 팽창적 정력 등이 그간의 역사였다. 하이데거는 그의 저서 ‘무엇이 사유라 불리어지는가?’에서 말했다.“지금까지의 인간은 몇 세기 동안 이미 너무 많이 행동했고, 너무 적게 사유했다.” 나는 인간이 이제 물질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자기 것을 바깥으로 확장시키는 절대주의의 열광적 심취보다, 깊이 사유하고 고요히 숙고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터득하기를 배워야 할 때라고 본다. 인간은 이제 지난 시대와 같은 절대진리의 설교보다 고요히 본성에로 귀향하는 사유를 익혀야 할 때이리라. 지금은 철학적으로 절대진리를 해체시키는 시절에 이르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Seoul In]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송년음악회

    도봉구(구청장 최선길) 서울팝스 오케스트라가 12일 오후 7시 구민회관에서 송년음악회 공연을 갖는다. 상임지휘자 하성호씨의 지휘로 소프라노 고혜욱, 바리톤 손도영, 팝페라 가수 로즈(교포2세) 등이 출연한다. 재미있는 곡 해설과 함께 ‘산체스의 아이들’‘꽃구름 속에’‘눈이 나리네’‘크리스마스 매들리’ 등을 들려준다.1988년 창단 후 모두 1900회 이상의 공연으로 사랑을 받은 서울팝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무료다. 문화체육과 2289-1151.
  • 4일도 춥다

    12월 첫 주말을 강타한 추위가 4일에도 계속 이어진다.4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6도로 예상되는 가운데 춘천 영하 11도, 수원·대전 영하 7도, 전주 영하 5도, 대구 영하 4도, 부산 영하 1도 등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영하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기상청 관계자는 “4일까지는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쌀쌀한 날씨는 대설(大雪)인 7일쯤에야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4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4∼영상 1도, 낮 최고기온은 1∼9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서해안 지방에서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아침 한때 구름이 많고 눈이 오는 곳이 있겠다. 강수확률 40%. 한편 3일 아침에는 서울 영하 8.5도, 대관령 영하 14도 등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철원 영하 13.4도, 태백 영하 10.8도, 충주 영하 9.9도, 대전 영하 7.4도, 전주 영하 3.4도, 광주 영하 1.5도, 대구 영하 3.4도, 부산 영하 1.3도 등이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 내일 아침 -6도

    이달의 첫 주말과 휴일인 2∼3일은 매우 추울 것 같다. 특히 휴일인 3일은 대관령과 철원의 아침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뚝 떨어지는 등 전국이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2일과 3일에는 약한 기압골의 영향을 받은 뒤 대륙의 찬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면서 추위가 닥칠 것”이라면서 “특히 찬 공기가 따뜻한 바다를 지나면서 형성되는 눈구름 때문에 서해안에는 3∼5㎝ 가량의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2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지역 영하 3도를 비롯, 대관령 영하 7도, 춘천 영하 5도, 대전 영하 2도, 대구 0도, 전주 1도 등 영하 6도에서 영상 5도에 머물 전망이다.3일은 기온이 더 떨어지면서 한겨울 못지 않은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3일 서울의 아침기온은 영하 6도, 철원과 대관령이 영하 12도, 춘천 영하 8도, 천안 영하 8도, 대전 영하 6도, 전주 영하 4도, 광주 영하 4도 등 전국의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사실상 결승전’ 야구 3연패 먹구름

    한국의 야구 아시안게임 3연패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한국은 30일 카타르 도하 알라얀 구장에서 열린 제15회 도하아시안게임 야구 풀리그 1차전에서 타이완에 2-4로 졌다.6개팀(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 태국, 필리핀)이 풀리그로 순위를 가리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일단 자력으로 금메달을 딸 기회를 날렸다. 타이완이 사회인야구팀이 주축인 일본에 패하기를 기대해야 하는 처지. 한국은 2일 일본과 2차전을 갖는다.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린 이날 경기는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 중인 해외파를 총출동시킨 타이완은 투타에서 우위를 지켰다. 반면 국내파로만 구성된 한국은 믿었던 손민한이 상대 장타력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한국은 선발 손민한에 이어 우규민-장원삼-신철인-이혜천-오승환 등 6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며 혼신을 다했다. 하지만 방망이는 잇단 찬스에서 번번이 무기력하게 헛돌아 패배를 자초했다. 안타수에서 11-10으로 앞섰지만 홈런 3개 등 집중력에서 타이완에 눌린 것. 한국은 1회와 9회를 제외하고 매회 선두타자를 진루시켰지만 4회와 6회 각 1점을 뽑았을 뿐, 추가 득점 찬스에서 모두 맥없이 병살타로 물러났다. 한국은 끈질긴 추격을 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한국은 4회 상대 첸융지의 홈런과 진즈셩의 적시타로 2점을 먼저 내줬다. 그러나 공수교대 뒤 이대호와 이진영의 연속안타로 1점차로 다가섰다. 이어 5회 홈런으로 한 점을 더 내줬지만 6회 이진영의 적시타로 2-3으로 근접, 역전의 발판을 놓는 듯했다. 그러나 선발 궈훙즈(LA 다저스)에 이어 6회부터 계투한 장젠밍(요미우리)을 공략하지 못해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반면 김명수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팀은 알 라얀체육관에서 열린 타이완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초반 두 세트를 내리 내준 뒤 김연경 황연주(이상 흥국생명)를 앞세워 3-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메달 전망에 청신호를 밝혔다. 예선 A조에 속한 한국은 중국에 이어 2위로 8강에 진출할 경우 유리한 대진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3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중국과 예선 2차전을 치른다. 여자탁구도 단체전 C조 경기에서 2시간45분간 접전 끝에 일본을 3-1로 제압,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단체전 B조 첫 경기에 나선 남자 배드민턴도 한 수 아래의 베트남을 4-1로 꺾고 첫 승을 거뒀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희망 곶’에서 만난 ‘천상의 정원’

    ‘희망 곶’에서 만난 ‘천상의 정원’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땅’은 아마 검은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가 아닐까. 사자와 기린, 얼룩말 등이 초원을 누비는 환상적 모습이 떠올려진다. 또한 영화 ‘뿌리’의 주인공 쿤타킨테 같은 흑인이 순진한 눈동자를 껌벅이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난달부터 타이항공이 인천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직항 노선을 띄워 한층 가까워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 다녀왔다. 테이블마운틴, 희망곶, 물개섬 등 천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글 사진 케이프타운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우리나라와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 그만큼 멀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선뜻 갈 수 없는 곳 또한 아프리카다. 말라리아 등 예방접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날씨는 어떤지,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는지, 가슴 가득 설렘과 궁금증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 멀고 먼 아프리카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까지 비행시간만 약 20시간. 인천에서 방콕까지 6시간, 방콕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12시간이 걸려야 도착한다. 요하네스버그의 OR 탐보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공항밖의 광경은 보지 못했다.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안내원이 “남아공에서 다른 곳은 몰라도 요하네스버그는 정말 치안이 불안합니다. 대낮에도 강도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아무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사실 1990년대부터 주변 다른 국가의 흑인들까지 상업의 중심지인 요하네스버그로 몰려들면서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졌다. 그래서 은행, 무역회사 등은 요하네스버그 중심지를 떠나 외곽에 새로운 타운을 형성해 점점 슬럼화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인 케이프타운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이다. 왕복 12만원선.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내선에서 기내 서비스는 없다. 혹시 스튜어디스가 콜라나 빵을 권하기도 하지만 거절하는 게 좋다. 비록 우리 돈으로 2000∼4000원이지만 ‘공짜’가 아니기 때문. # 동화 속 나라, 케이프타운 케이프타운 시내를 달리는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창밖의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따라 그림 같은 집들이 이어지고 파란 잉크가 묻어나올 듯한 하늘 아래 자리잡은 예쁜 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유럽의 작은 도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진기를 잠시 내려놓고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머더 시티’(어머니의 도시)라고 불리는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의 발전이 시작된 곳으로 ‘아프리카의 작은 유럽’이다. 남아공 인구의 백인 비율이 15%밖에 되지 않지만 여기만큼은 유일하게 백인들이 더욱 많은 곳이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다양한 식물군, 아름다운 쪽빛 바다, 깨끗한 공기로 영국, 프랑스인 등 유럽인들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도시다. 아프리카의 최남단,1만 4000여종에 달하는 식물들의 보고,1년 내내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바다, 기묘한 모양의 테이블 마운틴, 물개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수십 개의 특급 호텔로 아프리카 관광의 1번지이다. 그래서 영국의 BBC에서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50선’에서 5번째로 캐이프타운을 올려놓았다. # 신선이 노니는 아프리카의 비경, 테이블마운틴 케이프타운에서는 탁자 모양의 산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형태로 약 5억년 전 바다에서 솟아오른 산이란다. 높이가 1032m. 302m 지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지만 3시간가량이 걸린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내려다보는 케이프타운은 바다와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다. 벤치에 앉아 부서지는 햇살을 맞으며 밀어를 속삭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달력 속의 그림이다. 테이블마운틴 한 편에서 구름이 쏟아진다. 마치 하얀 테이블보가 바닥으로 떨어지듯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흐르는 구름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케이블카는 수시로 운행한다. 다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운행하지 않으니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상하게 바닥이 움직인다. 관광객의 편의를 생각해 정상에 오르는 4분여 동안 케이블카의 바닥이 한 바퀴 돌아 사방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정상에 오르자 아름다운 항구도시 케이프타운과 대서양의 푸른 물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또한 대서양의 내음을 가득 머금은 거센 바람에 장시간 비행에 지친 몸의 피로가 사라진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보았던 것은 그야말로 ‘밑밥’이었다. 이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평평한 정상에는 동서 3㎞, 남북으로 10㎞가량의 펼쳐진 드넓은 모습에 숨이 멎는 듯하다. 구름이 저만치 발아래에 하얀 강물이 흐르듯 지나가고 형형색색의 꽃과 풀이 가득한 이곳은 ‘천상의 정원’이다. 정상의 산책로 따라 걸었다. 남아공의 국화인 킹 프로테아를 비롯해 핀보스, 에리카, 콘부시, 핀쿠션 등 예쁜 꽃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아주 위험한 절벽에도 철조망이나 ‘위험’이라는 표지판이 없다. 테이블마운틴 옆으로 예수의 12제자를 본떠 이름지은 ‘12사도 봉우리’가 줄줄이 이어진다. 또 케이프타운 남쪽 앞바다에는 외롭게 떠있는 조그만 섬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항거하다 18년 동안 정치범으로 수감된 곳으로 알려진 전설적인 감옥 로빈섬이다. 지금은 국립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1999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섬에는 만델라의 수감 번호가 적힌 감방과 그의 체취가 묻은 담요와 식기가 보존돼 있다. 테이블마운틴을 오를 예정이라면 오후 5시를 넘어 오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아마 해가 진다면 하얀 구름의 바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또 다른 장관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 아픔이 묻어 있는 바람의 땅, 희망곶 희망곶으로 향했다. 우리에게 익히 ‘희망봉’으로 알려진 이곳의 원래 명칭은 ‘케이프 오브 굿 호프’(Cape of Good Hope)이다. 케이프타운 도심에서 자동차로 40 여분. 해안을 따라 달리는 내내 에메랄드빛 바다가 주는 푸근함에 가슴이 넉넉해진다. 짧은 반바지 차림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보석같은 은빛 모래가 쪽빛 바다의 물결과 어우러지는 캠스비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가족들이 모습에서 ‘왠지 늙어서는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다. 쪽빛 바다의 물결이 점점 거세지자 윈드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나타난다. 파도가 거세지자 드디어 희망곶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증거란다. 아프리카의 가장 끝머리로 알려진 이곳은 1488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던 포르투갈인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우연히 인도인 줄 알고 상륙했다가 파도와 바람이 거세다고 해서 ‘폭풍의 곶’이라 불렀고,1498년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것을 기념해 ‘희망의 곶’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의 바람을 헤치며 해안 절벽으로 올라섰다. 탐험가의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자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온도가 낮은 대서양의 바다빛은 검푸르고 온도가 높은 인도양은 에메랄드빛이다. 정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의 이곳에 ‘희망’을 가져다 주었을까. 수 세기 동안 아프리카인들이 흘린 피와 눈물이 거센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듯했다. 그들의 절절한 사연을 말하려는 듯 ‘웅웅’거리는 바람만 휘몰아쳤다. ■ 사람이 만든 작은 천국,선시티 요하네스버그의 OR 탐보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의 대부분은 바로 인근의 남아공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나 리조트 도시인 선시티 등을 찾아나선다. 요하네스버그는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북서쪽으로 187㎞ 떨어진 선시티는 남아공의 대기업 선그룹이 만든 대규모 리조트 도시다.4개의 특급 호텔과 두 개의 골프코스 그리고 강원도 속초의 워터피아 규모의 파도풀,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뿐 아니라 카지노까지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휴양지이다. 게다가 리조트가 필레네스버그 국립공원내에 있어 간단한 사파리의 맛(?)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필레네스버그 국립공원은 전체 면적이 500㎢로 소위 ‘빅5’로 불리는 사자와 코뿔소, 코끼리, 표범, 물소를 비롯한 364종의 동물 1만 2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260란드(약 3만 4000원)만 내면 공원 안으로 두 시간짜리 짧은 사파리 투어를 할 수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4시 등 두 번 출발을 하는데 아무래도 오후에 타는 것이 동물들을 볼 확률이 높다. 트럭을 개조한 사파리차를 타고 출발해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영양의 일종인 스프링복스. 육중한 몸집의 코뿔소, 호수에서 진흙 목욕을 하는 10여 마리의 코끼리떼와 얼룩말도 보인다. 특이한 것은 자신의 승용차로 직접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재미난 곳이다. 해가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출 무렵 암사자 10여 마리가 모여 있는 곳에 트럭이 멈춘다. 운전자 겸 가이드가 “지금 암사자들이 숲 안쪽에 있는 얼룩말을 사냥하려 하고 있다.”며 조용히 지켜보란다. 정말 누워서 자던 암사자들이 하나 둘씩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더니 숲 이쪽저쪽으로 사라진다. 일순 사자들뿐 아니라 사파리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자동차를 매일 봐서인지 사자들이 승용차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얼룩말을 포위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사라진 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자 숲속에서 ‘후다닥’,‘우∼흥’하는 소리가 긴박하게 들려온다.“조용히 하고 잘 들어보세요.”라는 가이드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으∼응’하며 얼룩말이 마지막 저항을 하다 이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고는 무엇인가 뜯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사자들이 얼룩말을 먹는 소리란다. 비록 숲속 안쪽이라 보지는 못했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야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밖에 수천마리 물개떼가 햇볕을 쬐며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는 하우트 베이의 물개섬도 볼 만하다. 케이프타운 해안에서 유람선을 타고 15분 정도 바다로 나가면 커다란 바위섬에 한가로이 잠을 자고 장난을 치는 물개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볼더스 비치에 가면 아프리카 펭귄 2000여 마리가 눈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모래가 날릴 만큼 강한 바람이 부는 볼더스 비치에서 서식하는 아프리카 펭귄들이 바위 위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또 요하네스버그의 레세디 민속촌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민속촌이다. 줄루, 소토, 코사, 페디 등 남아공을 대표하는 4개 종족의 주거 생활양식과 그들의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다. # 가고 싶어요, 아프리카 ▲가는 길:아프리카 가는 길이 편해졌다. 한국에서 남아공까지는 비행기 탑승 시간만 20시간 정도 생각하면 된다. 지난 10월31일부터 방콕∼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구간의 취항을 시작한 타이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여러모로 편리하다. 이 노선에는 최신형인 에어버스 340-600기종이 투입됐다. 인천에서 방콕을 거쳐 바로 요하네스버그로 간다. 혹시 일정이 허락한다면 돌아오는 길에 하루나 이틀 정도 방콕에서 쉬었다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권 가격은 조건에 따라 90만원부터 152만원까지. 홍콩에서 남아공항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행시간이 길고 갈아타므로 짐은 되도록 간단하게 꾸려 기내에 들고 타는 것이 좋다. ▲패키지 여행상품:대부분의 대형여행사들이 아프리카 상품을 팔고 있지만 전문 여행사를 이용하는 편이 아프리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클럽아프리카(www.aat.co.kr)는 개조한 트럭을 타고 수영장, 샤워장 등이 갖추어진 캠프 사이트와 도시를 돌아보는 ‘아프리카 트레킹’상품은 220만원이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여행하므로 인기다. 또 남부 아프리카 쪽인 남아공, 짐바브웨, 보츠와나, 잠비아 등을 엮은 4개국 8일 상품이 319만원이며 빅토리아폭포와 선시티, 케이프타운을 엮은 8일 상품은 349만원. 아프리카의 3∼4국을 돌며 사파리를 즐기는 8∼9일짜리 상품은 300만원 등이다.(02)772-906. ▲알아두기:남아공의 화폐단위는 란드(R)로 1란드가 원화로 약 130원 안팎. 국내에서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 공항이나 은행에서 재환전해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 현지시간이 자정이면 한국시간은 오전 7시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은 북반구의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 남아공은 지금 여름의 초입으로 한낮엔 더운 편이지만 테이블마운틴 등은 바람이 심하므로 점퍼와 자외선 차단제인 선블록과 선글라스 등은 필수. 또 크루거 국립공원 등 북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말라리아 예방접종이 필요없다.
  • 서커스가 예술을 닮아간다

    서커스가 예술을 닮아간다

    |몬트리올(캐나다) 이순녀특파원| 세계적 예술기업인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내년 3월 ‘퀴담’으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1984년 길거리 공연으로 출발한 ‘태양의 서커스’는 불과 20여년 만에 ‘퀴담’ ‘오’ ‘카’ 등 13개 작품을 통해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5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간 매출액이 무려 65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몇년 전부터 공연 DVD 등을 통해 마니아들이 생겨났고, 최근 베스트셀러 경영서 ‘블루오션 전략’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한 대표 기업으로 소개돼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태양의 서커스’ 본사를 찾아 성공의 비결을 알아봤다. ●연극+무용+뮤지컬 접목 블루오션 대명사 명성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서커스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태양의 서커스’ 원동력은 창의력과 독창성이다. ‘우리는 서커스를 재발명한다.’는 창립 초기의 공연 제목처럼 길거리 곡예사 출신의 창립자 기 랄리베르테(47)를 비롯해 모든 단원들이 독창성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전통적인 서커스 요소에 연극, 무용, 뮤지컬 등 다양한 예술장르를 접목시키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매 작품마다 이전 공연과는 차별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최첨단 무대장치를 활용한 ‘카’는 테크놀로지의 경계선을 파괴한 것이며, 카바레쇼 형식의 ‘주매너티’는 성에 대한 편견을, 비틀스 음악을 도입한 ‘러브’는 음악적 한계를 실험한 작품이다. 마이클 볼링브로크 부사장은 “‘태양의 서커스’가 한 작품에 하나의 프로덕션만 고집하는 이유도 똑같은 작품을 단순 복제하는 작업 대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창의적인 욕구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 없이도 세계 100개 도시서 5000만명 발길 ‘태양의 서커스’ 공연의 다른 특징은 스타가 없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계체조 선수도 이곳에선 동료를 위해 매트를 옮기는 잡일을 해야 한다. 질 스테-크루아 공연제작 부사장은 “우리 공연은 원맨쇼가 아니라 1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온 연기자들이 합심해서 만들어내는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 랄리베르테가 거리공연의 동료들과 ‘태양의 서커스’를 결성해 성공신화를 함께 이룬 데서 비롯된 원칙이다. 창립 당시 73명이었던 단원은 현재 몬트리올 본사의 1600명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3000명이 넘는다. 이중 무대에 직접 서는 아티스트는 900명으로,40개국 이상의 국적을 지니고 있다.‘태양의 서커스’의 모든 공연에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문화주의가 녹아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공연에 필요한 의상과 가발·소품 등은 모두 본사에서 자체 제작해 공급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 “‘태양의 서커스’가 추구하는 유일한 목표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질 스테-크루아 부사장)이다. 하지만 관객의 취향을 일부러 따르지는 않는다.“오늘의 블루오션은 내일의 레드오션”이라는 위기의식 아래 언제나 새로운 영역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세계 공연시장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대신 라스베이거스와 올랜도에 상설공연장을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태양의 서커스’는 내년 ‘퀴담’의 첫 서울 공연을 비롯해 2008년 도쿄와 마카오에 상설공연장을 오픈하는 등 아시아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마이클 볼링브로크 부사장은 “한국 공연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으며, 언젠가 한국에도 상설공연장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coral@seoul.co.kr ■ 아트서커스 진수 ‘퀴담’은 |몬트리올(캐나다) 이순녀특파원| ‘퀴담’은 ‘태양의 서커스’가 보유한 6개 투어 공연의 하나이다. 199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이래 세계 16개국에서 600만명이 관람한 흥행작이다. 제목은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이란 뜻. 길을 잃은 어린 소녀가 환상과 모험이 가득한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다.‘매달린 고리’ ‘구름 그네’ 등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공연은 뛰어난 곡예기술을 바탕으로 드라마적 요소와 라이브 음악, 화려한 무대장치 등을 통해 아트 서커스의 진수를 선사한다. ‘퀴담’은 최첨단 이동식 텐트극장(빅톱시어터)에서 공연한다.‘태양의 서커스’가 자체 제작한 텐트는 높이 62m, 지름 56m의 대형 공연장으로 25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투어 공연 때마다 텐트를 비롯해 총 750t의 장비와 연기자 50여명 등 140여명의 공연팀이 이동한다. 엄청난 공연 스케줄과 까다로운 공연장 조건 등으로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5∼6년 전부터 ‘태양의 서커스’ 내한공연을 적극 추진해 왔으나 성사되지 못했던 이유이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등이 주최하는 이번 공연의 총 제작비는 120억원. 제작사측은 객석 점유율 70%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공연은 내년 3월29일부터 6월3일까지 총 78회이며, 입장 가격은 5만∼20만원이다. 공연장 부지는 상암월드컵경기장과 잠실종합운동장 중에서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coral@seoul.co.kr ■ 라스베이거스 관람해보니 |라스베이거스(미국) 이순녀특파원| 카지노의 도시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라스베이거스는 화려한 쇼 비즈니스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매일 밤 수십개의 공연이 사막의 도시를 밝힌다. 가수 셀린 디옹,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경합하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은 단연 ‘태양의 서커스’다.‘태양의 서커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상설공연 중인 작품은 모두 5개. 13년째 장기 흥행되고 있는 ‘미스테르’(1993)를 비롯해 ‘오’(1998) ‘주매니티’(2003) ‘카’(2005) 그리고 비틀스의 노래를 테마로 한 최신작 ‘러브’(2006)가 MGM그랜드, 벨라지오 등 호텔 전용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1600∼2000석의 대형 공연장이지만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관객의 호응이 높다. 하루에 벌어들이는 티켓 수입만 15억원이 넘는다. 5개 작품은 ‘태양의 서커스’가 지닌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저마다 독창적인 면모를 보여준다.‘카’가 360도 회전하는 거대한 무대장치와 중국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첨단기법으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가 하면 초기작 ‘미스테르’는 인간의 몸이 중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원초적 감동의 순간을 선사한다. 지름 30m의 수영장을 무대 한가운데 설치한 ‘오’나 성인 전용공연으로 만든 ‘주매니티’도 관객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발한 작품들이다. 지난 6월 처음 선보인 ‘러브’는 비틀스의 음원을 리믹스해서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coral@seoul.co.kr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복병 타이완 ‘내일은 없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복병 타이완 ‘내일은 없다’

    |도하(카타르) 임일영특파원|‘30일 타이완은 없다.´공교롭게도 30일에는 한국의 야구와 여자배구, 여자축구가 도하아시안게임 첫 경기를 모두 타이완과 갖는다. 최근 타이완은 스포츠에 부쩍 열을 올리며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한국도 복병 타이완을 연파, 종합 2위 수성의 첫 단추를 잘 꿴다는 각오다. ■ 야구 - 메이저리거 궈훙즈를 뚫어라 아시안게임 야구 3연패를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30일 오후 3시 난적 타이완과 첫 경기를 벌인다. 일본이 이번 대회에 사회인 야구대표팀을 출전시킨 터라 풀리그로 격돌하는 타이완전은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한국에는 이날 선발 등판이 유력한 좌완 궈훙즈(25·LA 다저스) 경계령이 내려졌다. 궈훙즈는 1999년 타이완 고교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2003년까지 3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조용히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궈훙즈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더니 지난 9월9일 빅리그 선발 데뷔전에서 뉴욕 메츠의 강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다저스의 내로라하는 선발투수들을 제치고 메츠와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낙점될 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수술 전에 비해 구속은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150㎞를 웃도는 강속구에 커브와 체인지업도 일품이다. 당초 한국전 선발로 요미우리의 영건 장젠밍(21)이 유력했지만 궈훙즈가 절정의 구위를 과시해 금메달이 걸린 빅게임에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예치시엔 타이완 감독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투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는 궈훙즈”라고 평할 정도다. 그렇다고 궈훙즈의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재박 한국팀 감독은 “궈훙즈가 볼은 빠르지만 제구력이 빼어나지 않아 선구안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또 오른쪽 타자에게 약하다는 사실도 이미 간파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따라 우타자인 이대호(롯데)와 박재홍(SK), 이택근(현대)을 중심으로 타선을 짜고, 왼손 투수에 강하고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한 장성호와 이진영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궈훙즈와 맞설 선발투수 선택도 고민거리다. 김 감독은 관록의 손민한(롯데)과 돌풍의 류현진(한화)을 놓고 막판까지 장고하고 있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김 감독의 특성상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이 선발의 중책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 배구 - 세계선수권 패배 설욕 벼른다 김명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배구(세계 8위)는 세계 1위 중국에 이어 은메달이 목표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먹구름을 드리웠다.‘숙적’ 일본(세계 7위)과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타이완(세계 23위)에 거푸 패한 것. 특히 타이완전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무릎을 꿇은 것은 뼈아팠다. 17년 만의 패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이완은 강호 일본까지 눌러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한국은 오후 8시 알라이안 체육관에서 ‘돌풍’의 타이완과 A조 첫 경기를 치른다.27일 만의 설욕전이다. 한국은 과감한 세대교체로 선수 평균 나이가 22.1세로 젊어졌고, 평균 신장이 181㎝로 늘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김연경(18·흥국생명), 한유미(24·현대건설), 황연주(20·흥국생명), 배유나(17·한일전산여고) 등의 공격력은 빼어났지만, 블로킹과 리시브 등 수비에서 많은 허점과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반면 타이완은 탄탄한 조직력이 강점으로 한국의 블로킹이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축구 - “가뿐하게 눌러주마” 자신 안종관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 축구도 이날 오후 11시15분 카타르스포츠클럽 경기장에서 역시 타이완과 B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냉정하게 따지면 한국(세계 22위)은 아시아에서 북한(7위) 중국(8위) 일본(13위)에 이어 4위권을 유지해 사상 첫 메달권 진입이 현실적인 목표다. 타이완(26위)과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2승2무4패로 열세. 하지만 여자축구 초창기에 뒤졌을 뿐, 한국은 2001년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타이완을 거푸 제압, 자신감을 챙겼다. argus@seoul.co.kr
  • 儒林(744)-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1)

    儒林(744)-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1)

    제6부 理氣互發說 제4장 儒林(1) 잔뜩 회색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있던 하늘은 오후가 되자 마침내 푸득푸득 털갈이하는 짐승에서 털이 뜯겨져나가듯 싸락눈이 흩날리기 시작하였다. 어제부터 공묘(孔廟)와 공부(孔府)를 순회하여 마지막 코스인 공림(孔林)에 이르렀으므로 나는 적잖이 지쳐있었다. 공묘는 곡부성 안에 있는 공자의 묘당(廟堂). 공자가 작고한 1년 뒤 노나라의 애공이 공자가 살던 집 3칸을 개축하여 사당으로 만들고 세시봉사(歲時奉祀)케 한 것이 공묘의 시작인데, 청나라 때인 1730년에 개축된 공묘는 대성전(大成殿)으로 불릴 만큼 공자사당의 총본산이었다. 흰 돌로 된 이중계단 위에 노란 유리기와를 이은 이중 팔작지붕은 중국에서도 북경의 태화전(太和殿)과 태안(泰安)의 천황전(天殿)을 비롯한 3대 건물로 손꼽힐 만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대성전의 중앙에는 ‘지성선사(至聖先師)’라는 편액과 함께 그 안에 공자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 양편에는 사배(四配)라 하여 안회, 증삼, 자사, 맹자의 조상과 십이철이라 불리는 민손, 염옹, 단목사를 비롯하여 송나라의 주희에 이르기까지의 조상이 배열되어 있어 역대유가에서 전해오는 선현들이 모셔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공부(孔府)는 공자 후대의 장자와 장손들이 살고 있던 공씨 가문의 사저. 공자가 죽은 후 2000년 이상 이곳에서 살고 있던 공씨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습봉택(襲封宅)이었다.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살았던 공씨의 후예는 77대 손인 공덕성(孔德成). 타이완으로 망명하기까지 이곳에서 살던 공자의 마지막 종손이었다. 그러나 인구 61만명의 곡부는 대부분 공씨의 성을 가진 공자의 후예로, 오늘날 이들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술인 공부가주(孔府家酒)를 만들어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묘와 공부, 그리고 공림은 오직 공자의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국의 전역과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의 수입으로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고, 그뿐인가, 대성전 중앙에 걸려있는 문자 그대로 세계의 3대 성인이었던 지성선사(至聖先師), 공자의 학문보다는 공자의 이름을 딴 술을 만들어 중국 최고의 명주를 만들어 파는 공자 후예들의 상술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곡부 제일의 문화유산은 내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공림(孔林). 공림이 곡부에 남아있는 공묘, 공부, 안묘(顔廟), 주공묘(周公廟), 소호릉(少昊陵) 등의 많은 문화재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그곳에 공자의 무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묘를 비롯하여 공부와 공자의 고택들은 모두 둘레 5.5㎞의 고성 안에 산재하고 있었지만 공림은 도성 북문에서 북쪽으로 약 1.5㎞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는 공림은 공자와 77대 후손에 이를 때까지의 후손들이 묻혀있는 가족묘지로 도성 외곽지대에 자리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홍콩경매 3억2000만원 최고가 기록 김동유 화가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홍콩경매 3억2000만원 최고가 기록 김동유 화가

    현존 국내 미술작가중 해외 판매 최고가 기록을 가진 작가는 누구일까? 유명 원로나 중견작가 얼굴이 떠오르겠지만, 실제 주인공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김동유(41) 작가이다. 목원대 회화과를 나와 3년 전까지 미술학원 강사를 겸업했던 그는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란 작품이 추정가의 25배인 3억 2000만원에 낙찰되면서 미술계를 경악시켰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지방대학을 나온 무명 시골작가의 면모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충남 논산의 한 폐교에 꾸민 김동유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그는 마치 들일을 하던 농부처럼 소탈한 차림새로 기자를 맞았다. “복서가 적지에 가면 KO가 아니면 이기기 힘들잖아요. 지방대를 나와 시골에 사는 제가 작업하면서 늘 생각해왔던 것은 ‘남들보다 조금 우수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남이 하기 어려운, 완전히 차별화된 작업이어야만 한다는 생각만 했죠.” 그는 작은 인물사진을 픽셀로 해 캔버스에 다양한 형태를 연출한다. 마오쩌둥 얼굴 수천개가 모여 하나의 마릴린 먼로 얼굴이 되는가 하면, 수백개의 고흐 얼굴이 모여 고흐의 대표작인 ‘해바라기’를 만들어 낸다. 가까이서 보면 단순한 작은 인물들의 모임이지만, 그림에서 멀어지면서 그 인물의 조합은 또 다른 인물이나 꽃, 구름이 된다. “대학 때부터 사물과의 거리나 방향에 따른 시각의 차이, 그를 이용한 시각효과에 주목했어요. 앞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니까요. 조금만 떨어지면 다른 것이 보이고, 방향을 약간만 틀어도 또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거든요.” 하긴 우리 삶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주변 인물이든, 사건이든 보는 시각(視角)에 따라서, 시점(時點)에 따라서 얼마나 달리 보이는가. 이같은 사유를 바탕으로 그는 지금의 작업 이전에도 방향에 따라 다른 모양이 보이는 ‘접는 그림’을 시도했다. 그 이전엔 우리 미술이 서양미술 답습의 역사라는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명화 구기기’라는 작업도 했었다. 김동유에게 있어서 회화란 ‘물감 배열의 문제’이다. 작가는 결국 물감을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되기도 하고, 그저 평범한 그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치 원자가 배열에 따라 핵폭탄이 되기도 하고, 단순한 화학물질이 되기도 하듯이 말이다. 김동유는 해외 아트페어나 경매 등을 통해 미술시장이 국제화하면서 그 진면목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학벌이나 학연에 의해 전시가 이루어지고, 그림값이 매겨지던 국내 미술풍토에 가려져 있던 숨은 ‘보물’들이 최근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국제화 때문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미대 지망생들의 꿈인 홍익대를 포기하고 지방대 4년 장학생을 택해야 했던 김동유. 그러고는 대학 1학년 어느 날 홍익대 정문 앞에서 눈물을 떨구었다고 했다. 그의 작업실을 나서면서 ‘만일 그 눈물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동유가 있었을까?’란 역설이 머리를 맴돌았다. 글 사진 논산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환율 장중 930원 붕괴 ‘비상’

    환율이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의 강세가 계속돼 일본 수출기업 및 국내 관광업이 타격을 받더니 원·달러 환율마저 동반 추락하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말보다 4원이나 떨어진 928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오전 한 때 927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저가인식에 따른 매수세 유입으로 930원대를 회복,930.6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 저점은 1997년 10월23일 종가 921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모든 수출업체에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최악의 경우 900선 붕괴까지 염두에 둔 대기업과는 달리 환율 하락에 무방비 상태인 중소기업들이 큰 위기를 겪을 전망이다. 문제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는 최근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3.1%로 0.5%포인트 낮췄다. 국내에서는 달러화 매도세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수출업체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387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95억달러 많다. 또 은행들이 선물환 매입과 대출용 재원 마련에 나서며, 금융기관을 통한 해외자금 순유입 규모는 올들어 10월까지 41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 급증했다. 그러나 마냥 급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에 형성된 달러화 강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정부의 시장개입 및 은행권에 대한 외화대출 감독 강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가 하락 압력을 완화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27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환율 하락 등으로 일시적 경영난을 겪는 수출중소기업에 대해 정책자금 상환 기간을 최대 1년 6개월까지 유예해 주기로 했다.또 당초 연말까지 지원키로 했던 3000억원 규모의 수출중소기업 특별자금대출(기업은행)의 지원 기간을 자금이 소진될 때까지로 연장하고, 지원대상도 현재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 50% 이상 기업에서 20% 이상 기업으로 확대했다.이창구 이영표기자 window2@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3번째 사진달력집 낸 야생화작가 김정명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3번째 사진달력집 낸 야생화작가 김정명

    겨울철에는 식물도 털옷을 입을까. 곤충에게 길을 안내하는 꽃이 정말 있을까. 있다. 동물들의 먹이로 소금을 만들어내는 식물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름이 없거나, 있어도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야화(野花)라 한다. 속절없는 사랑의 들꽃으로 비유된다. 그저 한줄기 생명으로 조용히 피어나 말없이 향기를 뿜어낸다. 아무리 곱다한들 이름없는 꽃이기에 봄부터 소쩍새도 울어주지 아니한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 긴긴 겨울이 오더라도 그리운 봄을 생각하며 털옷에 의지해 엄동설한을 견뎌낸다. 바람에 금방 꺾어질듯 가냘퍼도, 영양분이 적은 척박한 땅에서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묵묵히 살아간다. 20여년 동안 야생화와 친구로 지내는 사람이 있다. 이름모를 들꽃에 명찰을 달아주고 멸종돼가는 야생화를 찾아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백두산 구석구석을 다니며 촬영한 야생화 사진들은 ‘식물관찰일기’라는 두장짜리 비디오CD로 제작돼 학생들의 소중한 교육자료로 활용된다. 이뿐만 아니다. 매년 연말 ‘한국의 야생화’라는 사진 달력집을 만들어 어린 학생은 물론 생물교사, 학교 교감, 그리고 전국의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꽃봉오리’를 주제로 내년용 달력을 제작했다. 야생화에 얽힌 흥미진진한 설명까지 곁들여 있어 한해가 지났어도 보관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필생의 역작이라 할 만한 ‘한국의 숨은 야생화’라는 제목으로 4권의 야생화 도감을 최근에 마무리했다. 국내용이 아니라 우선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 각국에 수출하기 위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야생화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김정명(60)씨. 독도에만 18차례나 드나들었고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오로지 야생화를 렌즈에 담아오면서 말 그대로 ‘들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김씨는 지난 1995년부터 해마다 야생화 달력을 만들어왔다. 올해가 13번째 시리즈. 마니아들도 많이 생겨났고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떤 꽃을 만날 수 있을까.’하고 궁금해진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따끈따끈하게 막 찍어낸 ‘한국의 야생화 13번째 시리즈’를 전국에 발송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김씨는 “달력 겸 연하장이고 또 사진집이기도 하다.”면서 “2000년부터 한국의 특산식물, 수생식물, 멸종위기 식물 등의 주제로 제작하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달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꽃 지침서로 여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전 버리지 않는 연하장, 또 버리지 못하는 달력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2007년판 달력에는 잔설을 녹이며 노란 꽃을 피워내는 ‘복수초’, 꽁꽁 언 땅 위로 겁없이 얼굴을 내미는 ‘노루귀’, 한국의 아네모네로 불리는 ‘꿩의 바람꽃’, 자외선을 방지하기 위한 색소를 지닌 ‘깽깽이풀’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55가지의 들꽃 꽃봉오리가 소중하게 담겨 있다. 그동안 우리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며 찍은 1500여종의 꽃 사진 중에 골랐다. 또 사진마다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 의미와 감정을 표현했다. 예를 들어 ‘만개 직전 숨죽인 꽃의 긴장이 손에 잡힐 듯 전해온다.’(노랑매미꽃),‘어린아이 허리춤에 매달린 복주머니를 연상시킨다.’(금낭화) 등이다. 주위에서 ‘야생화 시인’으로 부르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만개의 절정을 향해 한발 한발 숨죽인 꽃봉오리의 긴장감, 곧 터져 화려한 꽃잎을 펼칠 것 같은 기분좋은 설렘, 그리고 꽃봉오리 자체가 주는 순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지요.” 이같은 야생화 달력은 해마다 나오자마자 동이 난다. 발송장부를 직접 보여주던 김씨는 “매년 달력을 사가는 마니아들이 4000∼5000명에 이른다.”면서 올해는 초판 1만 6000여권을 찍었는데 벌써 거의 다 팔렸다고 귀띔했다. 답장도 쇄도한다.‘마음에 환한 불빛이 된다.’는 한 시인의 편지,‘그많은 들꽃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 서신들,‘한국의 야생화’를 보노라면 고향생각이 난다면서 해외에서 주문해 오는 경우도 많다. 야생화를 촬영하면서 여러 고비도 있었다.2002년 8월 백두산에 올랐을 때였다.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과 천둥번개가 몰아쳤다.600만원이나 하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비좁은 땅에 간신히 설치하고 난 직후였다. 할 수 없이 고가의 촬영장비를 포기하고 황급히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의 발품으로 빛을 본 야생화들도 많다. 멸종 위기식물로 지정된 ‘금강초롱’과 ‘나도승마’를 찾아내 환경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녹색장미’는 최초이자 그만이 유일하게 찾아낸 ‘작품’이다. 특히 1998년 ‘김정명의 사진집’에 처음 발표된 동강지역의 석회절벽에 핀 할미꽃이 학계에 의해 ‘동강할미꽃’으로 세상에 처음 태어났다. 이후 ‘동강할미꽃 보존회’가 발족됐고 지난해부터 매년 11월 ‘동강할미꽃축제’를 열기에 이르렀다. “겨울철에는 꽃봉오리와 열매를 촬영하러 떠납니다. 목련의 꽃봉오리는 털옷으로, 상수리나무는 비늘로 감싸 추위를 견뎌내지요. 야산에 가면 이같은 식물, 꽃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눈속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막 뛰고 흥분됩니다. 꽃에는 자체적으로 열을 발산하면서 언땅을 녹이는 위대함이 있지요.” 김씨는 1946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카메라를 처음 잡아본 것은 중학교 2년 봄소풍때였다. 친구가 가져온 일제 카메라를 보고 반해 동네 사진관에서 현상과 인화법 등 카메라 기술을 익혔다. 이후 야생화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1986년. 평소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민속자료를 찍다가 산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선 설악산의 사계를 담았고 그해 대한민국 문화영화제 우수작품상까지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산행 중 배낭이 무거워 잠시 쉬고 있을 때 문득 야생화를 만나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충동을 느껴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시사철 전국의 산과 계곡을 누볐다. 그동안 찍은 야생화만 1500여종,50만컷에 달한다. 지금 이 순간 전국 어디에서 무슨 꽃이 피고 지는지 눈 감아도 훤히 알 정도로 경지에 이르렀다. 저 멀리에서 꽃들의 손짓이 아스라히 다가와 저절로 카메라를 들고 몽유병 환자처럼 그곳으로 떠난다. “1989년부터 ‘푸른 독도 가꾸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1700여그루의 묘목을 가져다 독도 산비탈에 심어놓았지요. 동백, 섬괴불나무, 섬보리작나무 등 어느새 울창한 숲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독도에서만 6만여컷의 사진을 찍어 CD도 만들었지요.” 야생화 박사로, 우리꽃 지킴이로 사시사철 전국의 산야를 누비는 김씨. 세계 각국의 야생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는 그의 사진은 현재 영국의 자연사박물관에서도 판매된다.“예쁜 사진을 찍으려면 마음이 먼저 예뻐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씨.“아무 때나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곱고 예쁜 마음으로 잘 정돈돼 있어야 비로소 꽃사진을 찍으러 떠난다.”며 의미있는 미소를 짓는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6년 경남 거제 출생 ▲74년 시청각 교재 ‘엣날 옛적 이야기’ 제작 ▲87년 주간지에 ‘한국의 얼을 찾아서’ 연재 ▲89년 월간지에 ‘한국의 자연을 찾아서’ 연재 ▲93∼2000년 KBS-2TV‘한국의 야생화’ 방영 ▲06년 현재 한국식물사진작가협회 회장 # 수상경력 ▲86년 대한민국 문화영화제 우수작품상 수상.‘설악산’▲99년 녹색환경 예술인상 수상(환경운동연합). ▲05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수상(환경재단). # 저술활동 ▲95년 식물도감 ‘산과 들에 피는 꽃’▲96년 빛깔있는 책 ‘독도’▲03년 식물의 살아남기, 식물관찰일기CD 제작 ▲95∼현재 한국의 야생화 사진달력집 13회 발행
  • ‘용병의 힘’ SK 첫 2연승

    난파 직전까지 몰렸던 SK가 4연패 뒤 시즌 첫 2연승을 거뒀다.24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06∼07프로농구 경기에서 KT&G를 90-86으로 따돌린 것. 강양택 SK 감독대행은 시즌 도중 경질된 김태환 전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뒤 2패를 당했지만 2연승을 거두며 급한 불을 껐다.강 대행은 지난 22일 LG를 잡고 연패에서 탈출한 뒤 “한 숨 돌렸으니까 이제부터 선수들을 추슬러야죠. 수비도 조금 더 다듬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강 대행의 말처럼 공격지향적인 KT&G와의 대결은 일종의 리트머스지와 같았다. 선두 LG를 잡은 것이 소가 뒷걸음친 것인지 아니면 모래알 군단이 서서히 변화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가늠자였던 셈. 물론 2∼3시즌 동안 수비와는 담을 쌓던 팀이 한순간 바뀔 수는 없다. 다만 SK로선 1∼2명 정도가 궂은 일만 해준다면 득점할 선수는 언제나 넘쳐났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SK의 승리는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용병 센터 키부 스튜어트(33·200㎝)의 활약에 큰 빚을 졌다. 스튜어트는 올시즌 평균득점(16점)의 두 배를 뛰어넘는 34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특히 페인트존에서 얻어낸 자유투 14개 가운데 12개를 적금을 붓듯 착실하게 성공(86%)시켰다. 올시즌 리그 최다인 리바운드 23개를 걷어낸 것은 팀 승리와 직결됐다. 경기 종료 50초전까지는 86-85로 앞선 KT&G가 유리했다. 하지만 이때까지 20점 8리바운드로 맹활약했던 단테 존스가 턴오버에 이어 3점슛을 실패하며 먹구름을 드리웠다.반면 SK는 루 로(22점)의 역전슛에 이어 종료 14초전 스튜어트가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키며 89-86으로 달아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러 “EU 육류 수입금지” 통보

    |파리 이종수특파원|러시아가 유럽연합(EU)의 모든 육류 제품 수입금지 가능성을 통보하면서 양측의 통상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필리 토드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EU에 가입하는 불가리아·루마니아의 동물 검역 수준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내년 1월1일부터 EU 소속 25개국의 육류제품 수입을 금지할 의향이 있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러시아의 이같은 통보는 최근 EU 회원국인 폴란드 농산품에 대한 러시아의 금수조치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24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릴 EU-러시아 정상회의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전망이다.폴란드는 현재 러시아의 금수조치가 2004년 우크라이나의 민주개혁을 지지한 데 대한 보복조치라고 반발하면서 EU가 폴란드 금수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주시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친서방정책을 펴고 있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개 국가들에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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