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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가압장은 예술 싹트는 창작놀이터

    버려진 가압장은 예술 싹트는 창작놀이터

    수돗물이 넘실댔던 공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푸른 가을 하늘처럼 환하게 번진다. 물이 가득 고여 있던 물탱크는 이제 한 줄기 빛으로 시인의 영혼을 되살린다. 이름만으로도 서늘한 먹먹함을 안겨 주는 ‘서시’(序詩)의 주인공 윤동주의 부활이다. 24년간 수돗물을 저장하다 2003년 폐쇄된 김포가압장이 8일 ‘서서울 예술교육센터’로 새롭게 문을 연다. 서울 시민들에게 맑은 수돗물을 공급하고자 만들어진 가압장과 취수장이 폐기됐다가 영혼에 압력을 더하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영혼에 힘주는 공간은 옛 형태를 그대로 살려 작가와 어린이의 상상력을 북돋운다. 문화와 예술이 도시의 버려진 공간을 되살리는 것은 공식 또는 클리셰가 돼 버렸다. 8~9일 개관축제를 여는 서서울 예술교육센터는 13년간 버려진 공간이었다. 원래는 양천구와 강서구에 수도를 공급하던 김포가압장이었다. 하지만 영등포정수장이 역할을 대신하면서 약 5000㎡에 이르는 거대한 야외 물탱크는 아이들의 창작 놀이터이자 미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아이들 예술 체험공간 서서울 예술교육센터 서서울 예술교육센터가 들어선 양천구 신월동은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목동이 바로 옆이다. 게다가 김포공항을 오가며 항상 낮게 나는 비행기의 거대한 소음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서서울 교육센터였던 김포가압장보다 먼저 1959년 들어섰던 김포정수장은 지난 2009년 서서울 호수공원으로 변신했다. 서서울 호수공원은 지역 주민에게는 지긋지긋할 수도 있는 비행기 소음을 분수의 신호로 이용했다. 비행기 소리가 나면 물이 솟구치는 분수를 설치해 소음에 지친 주민들의 마음에 사이다를 들이켠 듯 청량감을 안겨 준다.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바깥에 나와서 맘 놓고 미술 활동을 하니깐 더 재미있고 실감나요.” 야외 저수장이었던 곳에서 테이프를 대형 비닐에 붙여 물개 모양을 만들던 최영제(10)군은 씩 웃어 보였다. 서서울 예술교육센터의 예술체험 프로그램 ‘공간과 친해지기’다. 개관축제 가운데 하나인 ‘예술놀이터’ 체험으로 공간에서 느낀 감상을 테이프와 끈으로 투명 비닐에 표현했다. 거대한 물탱크였던 공간에서 바닷속 세상을 연상한 아이들은 물개와 물고기가 함께 노는 그림의 비닐로 벽을 장식했다. 버려진 타일과 깨진 접시를 이어 붙이는 ‘타일 모자이크’, 바닥에 설치된 캔버스에 누워 몸의 선을 따라 그린 뒤 자유롭게 내용을 채우는 ‘내 몸 사용설명서’, 다양한 바닥놀이, 목탄을 사용해서 온몸으로 그림 그리기 등 여러 개관 체험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는 가압장을 예술교육센터로 바꾸면서 인위적인 개조나 허물기는 최소화해 기존의 가압장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야외 대형 수조는 빈 공간 그대로 남겨 아이들 스스로 공간을 활용해 나가도록 했다. 센터 운영을 맡은 서울문화재단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예술가들이 상주하도록 해 서남권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10년 전부터 어린이를 위한 예술가 교사를 선발해서 운영한 임미혜 서울문화재단 본부장은 “처음에는 보따리장수처럼 교육청을 돌아다니며 예술 교육을 해드리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교육청이 먼저 우리를 찾는다”고 소개했다. 올해만도 서울시내 600여개 초등학교의 절반에 가까운 307개 학교에서 47명의 예술가 교사들이 예술수업을 진행한다. 예술수업은 국어, 과학, 수학 등 모든 교과목에서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시를 배우는 국어 시간에는 무용을 전공한 예술가 교사가 몸짓으로 언어를 표현해 시를 이해하는 예술수업을 한다. 예술가 교사들의 전공이 미술, 음악, 무용 등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예술 장르를 활용한 수업이 가능하다. ●종로 청운 수도 가압장 윤동주 문학관으로 변신 도심에서 쫓겨난 관광버스가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선 창의문로를 오르다 보면 인왕산이 눈에 들어온다. 조선 후기의 천재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처럼 말 그대로 그림 같은 바위산 아래 ‘영혼의 가압장’이 있다. 버려진 청운 수도 가압장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윤동주문학관은 마치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걸린 성당과 같은 종교적 체험을 선사한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성당에 걸린 거대한 단색화 앞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윤동주의 생애를 한 편의 영상으로 보여 주는 물탱크 속에서 사람들은 로스코의 추상화보다 더 영혼을 울리는 숭고한 시인의 삶에 눈물을 떨어뜨리게 된다. 2013년 종로구는 아파트를 철거한 자리 옆에 남아 있던 가압장과 물탱크에 윤동주문학관을 세웠다. 1969년 세워진 청운아파트 229가구를 2005년 철거해 청운공원을 조성했다. 90㎡ 규모의 청운동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도 이미 2008년에 쓸모가 없어졌다. 가압장은 인왕산 자락 고지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려고 펌프로 압력을 가하던 곳이다. 시인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 시절 거의 매일 아침 친구 정병욱과 함께 인왕산을 오르며 시심을 닦았다. 당시 시인은 종로구 누상동 9에 있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했다. 시인의 대표작으로 사랑받는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씌어진 詩’ 등이 종로에서 하숙하던 시절에 쓰였다. 윤동주문학관은 시인이 살았던 당시와 그의 시 세계를 세심하게 복원해 냈다. 언덕길에 있는 하얀색 작은 건물인 문학관 안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 시인의 고향이자 무덤이 있는 용정에서 가져온 나무 우물은 시 ‘자화상’을 이미지화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란 시의 한 대목을 그대로 전시실에서 살려 냈다. 가압장 뒤편에서 발견된 깊이 5.9m에 이르는 두 개의 물탱크는 영상 전시실로 바뀌었다. 소학교 어린이들이 썼을 법한 작은 나무의자에 옹색하게 엉덩이를 지탱하면 시인의 생애를 담은 영상이 물탱크 벽면에서 상영된다. 물탱크는 윤동주가 운명했던 후쿠오카 형무소의 감방과 차가운 복도를 연상케 한다. 약해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다시 힘차게 흐르게 하는 가압장은 영혼에 힘을 주는 곳으로 되살아났다. 주차도 할 수 없고, 버스만이 유일한 교통편인 작은 공간을 개관 4년 만에 42만명이 찾았다. 문학관을 운영하는 종로문화재단 관계자는 “지방에서 수학여행을 오기도 하고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윤동주문학관과 연계하여 청운공원에 조성된 시인의 언덕에서는 서울 시내에서 흔치 않은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한옥으로 지은 청운문학도서관은 시인의 언덕 바로 아래에 있어 문학관에서 남은 잔상을 도서관에서 이어 가도 좋다. ●구의 취수장은 작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공을 돌리는 저글링은 어려웠는데 말 대신 몸으로 동작을 표현하는 마임은 재미있었어요.” 지난 여름방학 때 서커스 광대학교에서 배운 마임 동작을 석 달 가까이 지나서도 여전히 기억해 내는 김윤준(9)군이다. 아이들이 어릿광대의 빨간 코를 달고 서커스를 배웠던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1976년부터 서울시의 원수(源水) 정수장 역할을 해 온 구의취수장이었다. 물이 가득 찼던 공간은 긴 리본을 매달고 공중곡예를 연습하거나 높이 공을 띄워 올려 저글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2015년 개관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서커스 전문가 양성과 거리예술 창작을 지원한다. 서울문화재단은 2008년부터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맡아 모두 11곳의 버려진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살려 냈다. 즐거운 일을 찾아 서울문화재단의 새 대표가 된 주철환씨는 즐거움을 사냥했던 예능 프로그램 PD 출신이다. 그는 “버려진 공간을 즐거움으로 채우는 것은 문화예술의 장기(長技)”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내일날씨] 남부지방에 집중 호우…비 그친 뒤 기온 ‘뚝’

    [내일날씨] 남부지방에 집중 호우…비 그친 뒤 기온 ‘뚝’

    주말인 8일 전국은 대체로 흐리고 비(강수확률 60∼90%)가 오다가 중부지방부터 그치기 시작해 오후에 대부분 갤 전망이다. 저녁부터 북서쪽으로부터 찬 공기가 유입돼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8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한 비가 집중되겠다. 태풍피해가 발생한 그 밖의 남부지방에서도 많은 비가 예상돼 심각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산지와 내륙 도로에서는 많은 비로 인해 추가적인 산사태와 토사유출의 위험성이 크겠고, 계곡과 하천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비로 급격히 물이 불어날 수도 있다. 많은 비가 내린 남부지방에는 지반이 약화한 가운데 하천제방과 축대 붕괴 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쪽에서 유입되는 남풍이 강해질 경우 강수집중 구역이 다소 북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14도에서 20도, 낮 최고기온은 19도에서 24도로 예보됐다. 바다 물결은 서해 먼바다에서 1.5∼3.0m로 차차 높아지겠고, 그 밖의 해상에서는 0.5∼2.5m로 일겠다. 남해상과 서해상에는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조심해야 한다. 7일 오전 5시부터 8일 밤 12시까지 예상강수량은 남부지방, 제주도, 울릉도·독도(8일) 30∼80mm(많은 곳 남해안, 지리산부근 120mm 이상), 충청도, 북한 20∼60mm, 서울·경기도, 강원도, 서해5도 5∼20mm이다. 다음은 8일 지역별 날씨 전망. [오전, 오후] (최저∼최고기온) <오전, 오후 강수확률> ▲ 서울 : [흐리고 가끔 비, 구름조금] (17∼23) <60, 10> ▲ 인천 : [흐리고 가끔 비, 구름조금] (17∼22) <60, 10> ▲ 수원 : [흐리고 가끔 비, 구름조금] (16∼23) <70, 10> ▲ 청주 : [흐리고 비, 구름많음] (17∼22] <70, 20> ▲ 대전 : [흐리고 비, 구름많음] (16∼22) <90, 20> ▲ 세종 : [흐리고 비, 구름많음] (16∼22) <90, 20> ▲ 춘천 : [흐리고 가끔 비, 구름조금] (15∼22) <70, 10> ▲ 강릉 : [흐리고 가끔 비, 구름조금] (16∼24) <70, 10> ▲ 전주 : [흐리고 비, 구름많음] (17∼21) <90, 20> ▲ 광주 : [흐리고 비, 구름많음] (17∼21) <90, 20> ▲ 제주 : [흐리고 가끔 비, 흐리고 가끔 비] (22∼24) <70, 70> ▲ 대구 : [흐리고 비, 구름많음] (17∼22) <90, 20> ▲ 울산 : [흐리고 비, 흐리고 한때 비] (17∼22) <90, 70> ▲ 부산 : [흐리고 비, 흐리고 가끔 비] (18∼23) <90, 70> ▲ 창원 : [흐리고 비, 흐리고 한때 비] (17∼23) <90, 60>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월드컵 최종예선] 일본, 이라크에 2-1 신승…중국, 홈에서 시리아에 0-1 덜미

    [월드컵 최종예선] 일본, 이라크에 2-1 신승…중국, 홈에서 시리아에 0-1 덜미

    일본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3차전에서 이라크에 2-1로 신승하며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중국은 홈에서 시리아에게 0-1로 패하면서 본선 진출에 먹구름이 꼈다. 일본은 지난 6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경기에서 추가 시간에 터진 야마구치 호타루의 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일본은 전반 25분 하라구치 겐키의 선취골로 1-0으로 앞서갔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일본은 후반 15분 상대 팀 사드 압둘-아미르에게 동점 골을 허용했다. 일본은 총공세에 나섰지만, 상대 팀 골문을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일본은 후반 추가시간에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종료 직전 마지막 공격 기회였다. 키커로 나선 기요타케 히로시의 슈팅은 수비수를 맞고 흘러나왔다. 이때 야마구치가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결승 골을 터뜨렸다. 일본은 이날 승리로 최종 예선 전적 2승 1패를 기록했다. 사실 이 날 경기 전까지 일본의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았다. 홈에서 치른 1차전 아랍에미리트전에서 1-2로 패했고, 2차전 태국전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태국전에서 2-0으로 승리했지만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에 대한 경질설까지 제기됐다. 벼랑 끝에 섰던 일본은 가까스로 승점 3점을 올리며 회생했다. 일본은 다음 달 11일 B조 최강자로 꼽히는 호주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A조에선 시리아가 중국을 1-0으로 이겼다. 시리아는 산시성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9분에 터진 마무드 알 마와스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최종예선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 중국은 이날 패배로 1무 2패가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태풍 ‘차바’가 서울을 강타할 예정이었더라면/문소영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태풍 ‘차바’가 서울을 강타할 예정이었더라면/문소영 사회2부장

    ‘새파란 하늘.’ 3일 전부터 서울과 경기에는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하늘이 펼쳐졌다. 새털 같은 하얀 구름이 로열블루 색종이에 올라간 듯했다. 시야는 투명했다. 가을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그저 행복했다. 제주도와 전남에 물폭탄을 투하하고, 부산 마린시티를 파도가 덮치고, 울산의 현대차 공장 등이 침수되는 등 한반도 남단을 날카롭게 할퀴던 지난 5일 아침에서야 서울·경기 사람들은 태풍 ‘차바’를 인식했다. 햇볕이 쨍쨍한 서울에서 남도의 물난리는 놀라운 먼 세계의 변고처럼 아득했을지도 모르겠다. 산사태를 동반해 도로로 쏟아지는 흙탕물 폭포와 물에 잠긴 자동차들, 인명 피해에 직면하고서 지난 이삼일 동안 서울·경기에 투명한 가을이 펼쳐진 이유가 명백해졌다. 태풍 ‘차바’가 한반도로 북상하며 질 나쁜 공기들을 쓸어 냈던 것이다. 태국의 예쁜 꽃 이름이라는 ‘차바’가 2003년 매미 이래 순간 최대 풍속이 최고인 태풍이라든지, 70년 만에 찾아온 10월 태풍, 또는 10월에 이례적인 역대급 태풍이라는 기상청의 뒤늦은 ‘평가’와 ‘분석’이 짜증스럽기도 했다. 유비무환이 아니라 피해가 현실화된 순간에 뒷북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기상청에서 태풍 북상을 예고할 때 서울·경기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했다. 비라도 뿌렸더라면 태풍의 존재를 인식했을 텐데, 오히려 더 멋진 가을 하늘과 투명한 공기를 선사했으니 몇 년째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태풍이 오나 보다 했다. 두렵고 무서운 실체로서의 태풍을 잊은 것이다. 반면 부산이 고향으로 20대 초반까지 지낸 지인은 태풍 경로가 부산·울산을 지나게 되자 4일 오후 11시쯤 불안하고 불쾌한 심기도 드러냈다. 이미 제주에 물폭탄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고스란히 옮겨 보겠다. “우리나라에 오는 태풍은 거의 70%가 이 경로다. 제주도를 기점으로 크게 우회전해 대한해협을 통과하는. 제주도와 부산, 울릉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거친 비바람에 인명 피해도 난다. ‘단언컨대 어쩌다 서해를 타고 북상하는 태풍이 서울에 간접 영향이라도 미칠라치면 호들갑 난리법석을 떠는 우리나라 언론’은 이런 태풍에는 참으로 차분하다. 서울에는 별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사람들은 태풍 무서운지 모른다”고도 했고, 또 다른 부산 쪽 지인은 수도권으로 오는 태풍에 “2012년 방송에서 계속 특보가 나오고, 유리창에 신문지 붙이고 녹색 테이프 붙이고 그랬는데 좀 어이없었다”고도 했다. 서해로 태풍이 올라오면 “태풍의 오른쪽은 왜 더 위험할까”라는 보도가 항상 나온다며 빈정거리기도 했다. 언론이 ‘차바’의 북상에 호들갑을 떨었더라면 상황은 좀 달라졌을까. 자연재해인 만큼 피해를 줄이지는 못했더라도 피해가 느닷없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을까. 문득 중부내륙에서 살아와 태풍 무서운 줄 잘 몰랐다는 사실에서 깨달음이 왔다. 부산 사람들의 지적대로 수도권에 별 영향이 없으면 중앙정부에 ‘대비하라’며 경계경보를 보내는 중앙 언론들은 침묵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언론의 침묵은 현실 인식의 치명적 오류를 남기게 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서울과 경기는 청와대와 국회, 중앙정부가 있는 ‘권력의 핵심’이자 경제의 중심지였다. 세종시로 행정부 공무원들이 대거 내려갔지만,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하는 ‘서울 중심적 사고방식’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1995년 시작한 민선 지방자치제가 20년을 넘겼는데도 그렇다. 서울은 으뜸이고 지방은 버금이라는 낡은 공식이 해체돼야 태풍·지진 등의 재난 대비도 제대로 되고, 중앙정부의 수도권 시혜적 정책도 사라지지 않을까. symun@seoul.co.kr
  • [프로야구] 사령탑 3인 재계약 기상도 ‘흐림’

    [프로야구] 사령탑 3인 재계약 기상도 ‘흐림’

    가을야구 좌절 SK 김용희 불투명 최악 시즌 삼성 류중일 장담 못해 2년 연속 꼴찌 kt 조범현도 불안 수많은 야구인 중 단 10명만이 선택받는 프로야구 감독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자리’다. 그러나 이들이 물러날 때는 가차없이 성적표가 적용된다. KBO리그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흐르는 가운데 올해도 재계약을 앞둔 감독들의 기상도에 먹구름이 끼었다. 김경문 NC 감독, 김용희(왼쪽) SK 감독, 류중일(가운데) 삼성 감독, 조범현(오른쪽) kt 감독은 모두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지만 김경문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감독이 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더이상 자리 보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7년 만에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한 SK 김용희 감독은 재계약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감독은 2014년 SK와 2년 계약을 맺고 부임했다. 지난해 SK는 개막 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고, 올 초에도 4강 이상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년 연속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김 감독에게도 ‘팀을 장악하지 못한다. 색깔 없는 야구를 한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에이스 김광현까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됨에 따라 SK는 올겨울 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 삼성 류중일 감독도 재계약을 확신할 수 없는 처지다. 삼성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2011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했지만 올 시즌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13년 만에 승률 5할 이하를 기록하는 쓴맛을 봤다. 그러나 류 감독보다는 주축 투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과 외국인 선수 불운 등이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계약 연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막내구단’ kt 조범현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kt는 2년 연속 꼴찌를 확정했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생 구단의 기반을 닦은 조 감독의 지도력은 긍정적이나 kt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구축하지 못했다는 단점도 있다. 또 신생 구단 선배인 NC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조 감독의 재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초강력 태풍 ‘차바’ 북상…부산 초·중교 임시 휴업

    초강력 태풍 ‘차바’ 북상…부산 초·중교 임시 휴업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이 6월의 평년 기온을 웃돌았다. 초여름보다 더운 초가을을 지냈다는 의미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전국 평균 기온은 21.6도로 평년보다 1.1도 높았다. 1973년 이후 여섯 번째로 높은 기온일 뿐만 아니라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평년 기온(21.2도)을 상회한다. 서울과 경기도의 9월 평균 기온은 22.5도로 평년(20.7도)보다 1.8도 높아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9월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것은 전국이 주로 고기압의 영향을 받거나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더운 남풍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또 구름이 낀 날이 많아 복사냉각이 약해지면서 최저기온도 평년(16.1도)보다 크게 높았다. 지난달 27∼28일에는 일시적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한 가운데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전국 평균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6.4도 높았다. 한편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북상으로 4일 오후 8시 제주도 전 지역과 전 해상에는 태풍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날 밤부터 5일까지 제주도와 남부지방은 차바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최고 순간 풍속 35m/s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최대 400㎜ 이상의 폭우가 예상된다. 차바의 예상 진로와 강도가 현재처럼 유지되면 제주도는 2007년 제11호 태풍 ‘나리’ 당시와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나리가 덮친 2007년 9월 16일과 17일에는 한라산 윗세오름 568.0㎜, 성판악 561.5㎜, 제주 420.5㎜ 등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부산 교육청은 5일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 임시 휴업조치를 내렸고 제주 지역 각급 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5일 아침 등교 시간을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추기로 했다. 서울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연예☆·유커·시민 함께… 광화문 새 한류축제로

    연예☆·유커·시민 함께… 광화문 새 한류축제로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가을 날씨가 펼쳐진 3일. 유명 연예인 6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농구 시합을 벌인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는 인근에 위치한 경복궁, 청계천, 광화문광장 등에서 연휴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서울마당 연예인 농구대회’의 4강전과 결승전에는 수천 명의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국경절 연휴를 맞은 유커(중국인 관광객)까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450개의 관람석은 빈 곳을 찾아볼 수 없었고 수많은 관중이 경기장 주변에 선 채로 시합을 지켜봤다.  광화문에 왔다 우연히 경기를 보게 됐다는 세무사 강봉우(60)씨는 “기껏해야 음악 공연 같은 것만 열리던 서울시내에 이런 이벤트가 생기니 신선한 것 같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며 “매년 5월이나 10월쯤 날씨가 좋을 때에 농구대를 설치해 일반 시민들도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 중인 미라 달 아스펠리(22·노르웨이)는 “원래 청계천에 가려다가 농구 경기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계획을 바꿨다”며 “한국에선 케이팝이 인기 있고 유명 연예스타들도 많은데 이러한 자원을 농구 경기와 접목한 것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늘 시합에 나선 가수 박진영씨를 직접 봐서 좋았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주부 김선영(33)씨는 “연예인이 나왔다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아 놓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짝 개방을 해 놔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딸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전 시투에 나선 치어리더 박기량도 “무료로 시민들과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앞으로 자주 생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4강전 첫 경기에서는 최정원(가수)이 속한 ‘신영E&C’가 서지석(연기자)이 이끈 ‘아띠’를 52-36으로 눌렀고, 4강전 두 번째 경기에서는 박진영의 ‘예체능’이 김승현(연기자)의 ‘훕스타즈’를 맞이해 56-51로 승리를 거뒀다. 4강전 최우수선수상(MVP)은 ‘신영E&C’의 이용우(연기자)와 ‘예체능’의 모세(가수)에게 돌아갔다.  결승전에서는 ‘예체능’이 접전 끝에 ‘신영E&C’를 74-58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4강전이 끝나고 1시간 30분밖에 쉬지 못한 채 다시 결승에 나서 체력 부담이 컸음에도 ‘예체능’ 선수들은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을 보여 주며 경기를 리드했다. ‘예체능’의 감독을 맡은 우지원 농구해설위원은 “선수들이 매주 모여 꾸준히 연습을 해 온 것이 오늘 승리의 비결”이라며 “농구를 정말 사랑하는 팀원들이 똘똘 뭉쳐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예체능’ 선수들은 이날 시합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남아 서로 사진을 찍고 헹가래를 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나태주 풀꽃 편지] 밥과 흰 구름

    [나태주 풀꽃 편지] 밥과 흰 구름

    오랫동안 시를 써 오면서 나는 자주 ‘시는 밥이요 물이요 공기다’라는 말을 자주 해 왔다. 시가 나한테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실상 나에게 시는 사치품이 아니라 실용품이다. 시 쓰는 일 또한 한가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일상생활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 선택의 문제였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그 자체이다. 정말로 시를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때가 많았고 나에게 시가 있었기에 수많은 삶의 위기를 그런대로 넘길 수 있었다. 특히 시는 감정의 피뢰침 역할을 해 주었다. 그냥 구렁텅이에 빠질 뻔한 때에도 시가 있었기에 번번이 그 질곡에서 잘 헤어 나올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시는 나에게 실용품이고 생활필수품이다. 필요한 그 무엇이다. 유용한 그 무엇이다. 그건 정말로 그렇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필요하고 유용한 것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고 환영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는 사랑도 필요한 것이요 유용한 그 무엇이라고 나는 말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생각을 다시금 정리해 본다. 정말로 시는 필요한 것이기만 한 것인가? 그것도 당장 필요한 것, 그러니까 밥이나 물이나 공기이기만 한가? 일단은 그렇다고 해 두자. 그런데 길게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도 같다. 시는 당장 현실적으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먼 미래에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우선 당장 필요한 것은 밥이다. 인간은 먹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생명체이니까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오직 밥만 해결하기 위해서 산다고 하면 너무나 슬프고 쓸쓸한 이야기가 된다. 어려서 내가 다닌 학교는 사범학교였다. 사범학교를 다닐 때 한 학년 위 선배 가운데 S라는 선배가 있었다. 그림에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한국화 그림을 잘 그렸다. 고등학교 학생인데도 100호짜리 그림을 척척 그렸다. 선생님이나 동기들로부터 장래가 촉망된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정해진 코스에 따라 그 선배도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는 고달팠고 가난하기까지 했다.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여럿 낳았는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시원스럽게 사서 먹이지 못하는 아빠가 되었다. 그때 서울 쪽의 사립학교에서 미술교사 스카우트 제안이 왔다. 선배는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울로 향하면서 선배의 생각이 그랬다. 내가 그림에 재주는 있지만 그 재주를 가지고 사립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쳐 우리 자식들이 원하는 음식을 사서 먹이고 옷을 사서 입히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그랬다. 선배의 꿈은 큰 냉장고 하나를 사서 거기에 소시지를 가득 채우고 자기 아이들에게 맘껏 먹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뒤는 어찌 되었나? 화가의 꿈은 사라지고 평범한 생활인이 남았을 뿐이다. 그러니까 장래에 촉망받는 화가 한 사람과 냉장고 하나와 거기에 가득한 소시지와 맞바꾼 셈이다. 생각해 보면 그 선배의 재주가 참 아깝다. 그냥 버릴 만한 재주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선배는 밥을 선택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아니었다. 밥과 함께 흰 구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밥은 당장은 생명을 주지만 그 이상은 없다. 그것으로 끝이다. 반면 흰 구름은 당장은 고달프고 효용성이 없어 보이지만 먼 그리움과 함께 대지에 비를 내려 주고 축복을 약속한다. 보다 근본적인 생명을 준다. 이쯤에서 나의 생각은 조금 수정을 요한다. 시는 밥이기도 하지만 흰 구름이기도 하다. 때로는 더욱 많이 흰 구름이어야 한다. 인생은 의외로 지루하고 길다. 당장 눈앞에 주어진 밥만 보고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여기에 없는 것, 보다 멀리 있는 것들을 소망하면서 사는 삶도 좋은 것이다. 영혼의 작업을 하는 나 같은 시인에게는 더욱 그것이 그렇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도 지나치게 목전의 밥만을 염두에 두면서 살지 말고 자기가 꿈꾸는 먼 하늘의 흰 구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시인
  • 연휴 내내 강한 비… 일부 지역 강수량 200㎜

    4일부터 남부는 태풍 ‘차바’ 영향권 국군의 날부터 개천절까지 사흘 연휴 내내 전국이 궂은 날씨를 보이겠다. 연휴 기간 중부지방의 최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겠지만 남부지방은 조금 낮은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연휴가 시작되는 1일 충청·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남해상에서 북상하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오후까지 비가 오고, 서울·경기지역과 강원도는 동해상에 위치한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전국적으로 구름이 많이 끼겠다고 30일 예보했다. 2일과 3일에는 중국 중부지방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을 동반한 천둥·번개와 함께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오겠다. 비가 많이 내리는 강수대의 폭이 좁아 지역적으로 강수량의 편차가 큰 가운데 연휴 기간 누적 강수량이 200㎜가 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제17호 태풍 ‘메기’가 중국 남부에서 소멸되면서 남긴 많은 양의 수증기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로 유입되며 많은 비를 몰고 올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연휴 기간 국지적으로 매우 강한 비가 예상되는 만큼 산사태와 저지대 침수 피해에 대비하고 등산객과 계곡 야영객은 특히 주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괌 부근에서 북상하고 있는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4일부터는 제주도와 남해동부, 동해남부해상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물결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소형급 태풍인 차바는 2일 오전 중형 태풍으로 확대되고 시속 23㎞ 속도로 빠르게 올라와 북태평양고기압과 한반도 주변 기압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국내 연구진, 아기별 원반 소용돌이 구조 최초 확인

    국내 연구진, 아기별 원반 소용돌이 구조 최초 확인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별에서 나타나는 소용돌이 형태의 나선팔 구조를 최초로 관측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권우진 박사팀이 포함된 국제연구진은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알마’를 이용해 아기별 원반에 형성된 나선팔 구조를 실제로 관측하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30일자에 발표했다. 천문학계는 이번 관측 성공이 행성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쓰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파 간섭계’(ALMA·알마)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남미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해발 5000m 고원에 건설한 현존하는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국립천문대와 협약을 맺고 2013년부터 천문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알마로 지구에서 450광년 떨어져 있는 뱀주인자리(Ophiuchus)에 위치한 아기별 ‘엘리아 2-27’의 원반을 관측해 대칭적으로 뻗어나가 있는 나선팔 구조를 최초로 발견했다. 태양과 같은 항성(별)은 차갑고 밀도가 높은 분자들이 엉켜있는 분자구름에서 중력 수축현상으로 만들어지는데 아기별은 중력수축으로 막 탄생한 별을 말한다. 아기별들은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원반을 갖기도 한다. 이 원반의 질량이 충분히 크면 중력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면서 나선팔이 만들어진다. 나선팔 공간에서 행성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별의 나선팔 구조가 행성의 생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며 “이번에 발견한 나선팔 구조의 형성과정과 그 공간에서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혀내기 위한 추가 관측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전국에 구름, 선선한 날씨…남해안·제주 일부 비

    전국에 구름, 선선한 날씨…남해안·제주 일부 비

    흐린 하늘을 보이는 29일 낮 최고기온이 25도를 밑돌아 대체로 선선하겠다. 남해안과 제주 등 일부지역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겠다. 전국 낮 최고기온은 19도에서 25도로 전날과 비슷하겠지만, 강원도와 경상도는 전날보다 더 낮겠다. 남해안은 오후에 가끔 비(강수확률 60%)가, 제주도는 밤까지 비(강수확률 60∼80%)가 오겠다. 강원산간과 전북·경상도는 아침까지 비(강수확률 60%)가 조금 내리는 곳이 있겠다. 30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제주 30∼80㎜, 전남·경남 10∼50㎜, 전북·경북·강원산간 5∼20㎜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이 ‘좋음’ 내지 ‘보통’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내다봤다. 바다 물결은 동해중부전해상과 동해남부먼바다, 남해먼바다, 제주도남쪽먼바다에서 2.0∼4.0m로 매우 높게 일겠다. 그밖의 해상은 0.5∼3.0m로 일겠다. 남해상에는 안개가 끼고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다. 동해먼바다와 남해먼바다, 제주도남쪽먼바다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물결이 매우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주의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는 너울에 의해 파도가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는 곳이 있을 수 있어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보검♥김유정, ‘홍경래의 딸’ 알고도 돌아왔다 “제가 어디갑니까”

    박보검♥김유정, ‘홍경래의 딸’ 알고도 돌아왔다 “제가 어디갑니까”

    ‘구르미 그린 달빛’ 김유정이 자신이 역적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박보검에게 돌아왔다.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지만, 두 사람에게 드리운 잔혹한 운명에 시청률은 20.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연출 김성윤, 백상훈, 극본 김민정, 임예진, 제작 구르미그린달빛 문전사, KBS미디어) 12회분에서는 숱한 위기 속에서도 견고했던 이영(박보검)과 홍라온(김유정)의 로맨스에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는 먹구름이 꼈다. “운명이 어디 만나려 한다고 만나지고, 피하려 한다고 피해집니까?”라는 정약용(안내상)의 말처럼, 라온은 마치 운명의 그림자를 느끼기라도 한 듯, 어머니(김여진)를 찾은 기쁨과 함께할수록 행복한 영과의 일상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지만, “다른 이에게 갈 행복까지 제게 온 것이면 어쩝니까? 그래서 곧 도로 빼앗아 가면 어쩝니까”라며 조심스러운 걱정을 내비쳤다. 그래서일까. 영과 라온이 “제가 저하 허락 없이 어딜 가겠습니까?”라는 사랑의 약조로 달달함에 정점을 찍은 것과 달리, 진실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백운회 수장 한상익(장광)은 “세자가 손 쓸 수 없을 때”를 기다리며 두 사람을 주시했고, 김헌(천호진) 일당은 홍라온이라는 이름 석 자를 입수한 것. 게다가 김윤성(진영)마저 라온이 홍경래의 여식이란 진실을 알게 됐다. 또한, 영이 세자라는 것을 알고 불안에 떨던 라온의 어머니는 한상익이 거처까지 찾아와 “수천 명 백성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부탁하자, “제발 더 이상 관심 두지 말아달라”며 간곡히 거절한 후, 라온을 데리고 떠날 것을 결심했다. “그 지독한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고운 아이를 독하게 때려가며 사내로 살게 했는데” 다시 운명의 굴레에 들어갈 위기를 맞이했기 때문. 그리고 그 순간, 걱정에 빠진 라온의 어머니와 정약용의 앞에 나타난 라온.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그녀가 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라온은 “아주 힘겨운 순간 무언가를 놓아야 한다면, 그게 나여서는 안 된다”라는 영에게 “걱정 말라”던 약조를 지키기 위해 그의 품으로 돌아오며 앞으로 폭풍처럼 들이닥칠 짠내나는 로맨스를 암시했다. 잔인할 만큼 제 할 일을 잊지 않은 운명 때문에 급격한 어둠이 내린 영과 라온의 로맨스로 다음 회를 기대케 한 ‘구르미 그린 달빛’. 오는 3일 저녁 10시 KBS 2TV 제13회 방송. 사진=KBS ‘구르미 그린 달빛’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신통방통 기상] 슈퍼컴퓨터와 날씨는 무슨 관계일까/고윤화 기상청장

    [신통방통 기상] 슈퍼컴퓨터와 날씨는 무슨 관계일까/고윤화 기상청장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날씨의 변화는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기상예보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고액의 슈퍼컴퓨터를 앞다퉈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날씨와 슈퍼컴퓨터는 무슨 관계일까. 슈퍼컴퓨터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훨씬 빠른, 말 그대로 고성능 거대 용량의 컴퓨터를 말한다. 컴퓨터 연산처리 속도를 기준으로 세계 500위 안에 드는 컴퓨터가 슈퍼컴퓨터다. 기상예보에서 슈퍼컴퓨터는 기상정보를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존재한다. 전 지구를 대상으로 지금의 기상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수치예보모델이라고 한다. 수치예보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온과 바람, 구름의 양 등 방대한 양의 다양한 날씨 현상을 정해진 시간 내에 빠르게 계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계산에 슈퍼컴퓨터가 사용된다. 지구를 입체적으로 일정한 크기와 규모로 나눈 격자의 수평·수직 분해능이 조밀한 수치예보모델일수록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고기잡이 그물의 그물코가 촘촘할수록 좀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수치예보모델의 분해능을 무작정 높일 수는 없다. 수평·수직 분해능이 2배 조밀해지면 계산량은 10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격자가 늘어나면 기온, 기압, 풍향, 풍속 등 기상요소에 해당하는 자료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연산량도 많아져 더 높은 성능이 요구된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1초에 연산할 수 있는 속도인 플롭스(FLOPS)로 평가한다. 지난해 기상청이 도입한 슈퍼컴퓨터 4호기는 ‘우리’, ‘누리’, ‘미리’ 등 3대의 컴퓨터로 구성되는데 종합성능은 6.2페타플롭스로 초당 6200조번의 연산이 가능하다. 개별 성능을 살펴보면 전 세계 슈퍼컴퓨터 중 누리가 36위, 미리가 37위, 우리가 394위 수준이다. 기상예보의 정확도는 예보관의 능력 28%, 관측 자료의 품질 32%, 기상예보 소프트웨어인 수치모델 성능 40%로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기상예보 역량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을 수치예보모델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가 국가별 지형과 특성에 맞는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9년까지 전 지구 해상도 10㎞ 내외의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날씨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날씨를 100%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자연의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와 기상 전문가들이 이 시간에도 노력하고 있다.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 부조는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도로변 수박을 쪼개 파는 사람들, 참 힘들게 먹고 산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어느 눈 큰 여자도 지 옆에 남자가 찰싹 달라붙어 시종 뭐라고 촐삭대는데도 날 노골적으로 할끔거린다. 이래도 되냐고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는데 도대체 어느 언어로 쏘아붙여야 통쾌한 반응을 얻어낼지 자신이 안 서 참았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통로 건녀편 여자가 또 할끔거리다 이제는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남정네는 잠에 골아떨어졌다. 쯔쯔.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 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 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 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을 묘사한 부조 ‘알현’은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아하! 우주] 태초의 은하 탄생하는 가스 구름 포착

    [아하! 우주] 태초의 은하 탄생하는 가스 구름 포착

    천문학자들은 아주 먼 우주로부터 뜨거운 수소에서 나오는 라이만 알파선(Lyman Alpha)을 방출하는 수수께끼의 거대 가스인 LAB (Lyman Alpha Blob)을 발견했다. 수십만 광년에 이르는 이 거대 가스 구름은 은하의 진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100억 광년 이상의 먼 거리로 인해서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국제 천문학팀은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ALMA를 이용해서 115억 광년 떨어진 거대 수소 구름인 LAB-1을 관측했다.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의 짐 기치(Jim Geach)와 그의 동료들은 ALMA 관측 데이터는 물론 허블 우주 망원경 데이터, 지상 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통합해 나사의 플레이아데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시행했다. 그 결과 이 거대 수소가스가 은하가 탄생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가스 안에서는 우리 은하계의 100배가 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새로운 별이 생성되고 있으며, 그 중심부에는 자라나는 거대 은하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위성은하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은하에서 가스 성운에서 별이 탄생하듯 아직 별이 거의 없던 우주 초기에는 거대한 수소 구름 속에서 별과 은하가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원시 가스구름(primordial gas clouds)은 이론적으로는 알려졌으나 실제로 관측은 매우 어려웠다. 천문학자들은 매우 멀리 떨어진 천체를 관측해서 우주의 과거를 연구하는데 원시 가스 구름은 너무 멀어서 관측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115억년 떨어진 가스 구름을 관측하면 빛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인 115억년 전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대신 매우 희미했다. 더구나 가스 구름 안에서 생성되는 젊은 은하는 가스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어 ALMA 같은 강력한 전파 망원경이 필요했다. 그러나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망원경과 국제 과학자팀의 노력으로 LAB-1 내부의 미스터리는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수소가스 내부에서 큰 은하와 주변의 위성 은하가 형성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 은하들은 미래에 우리 은하 같은 대형 은하와 위성 은하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우리 은하의 과거를 보기 위해서는 아주 멀리 떨어진 우주의 모습을 관측해야 한다. 우리 은하 역시 이런 원시 가스구름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차세대 망원경이 완성되면 우리는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태화강 숭어떼 이동은 지진 전조?… 전문가들 “관련없다”[동영상]

    태화강 숭어떼 이동은 지진 전조?… 전문가들 “관련없다”[동영상]

    지난달 30일 울산 태화강 중류에서 숭어떼 수만 마리가 일렬로 이동하는 동영상을 두고 지난 12일 ‘경주 강진’의 전조였다는 주장이 나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민 안주택씨가 숭어떼 수만 마리가 길게 늘어서 이동하는 동영상을 찍어 제보한 것인데, 숭어떼 주변에는 큰 잉어들이 호위하듯 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안씨는 23일 전화통화에서 “태화강 십리대숲교 중간 지점에서 물고기가 한 줄로 줄지어 가는 모습이 보여 동영상을 찍었다”면서 “희한한 일도 다 있다 싶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경주 지진의 전조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을 본 시민들은 “줄지어 이동하는 숭어떼가 마치 피난을 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경주 지진을 암시하는 전조였을 수도 있다”며 지진 전조 현상으로 주장했다. 이 논란에 대해 서영석 경북민물자원센터 연구사는 “숭어는 구름떼처럼 바다와 강을 오가는 물고기이지만 일렬로 줄을 맞춰 헤엄치는 장면은 기현상으로 학계에서 보고된 바는 없다”면서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진 전조 현상으로 강에 산소부족이 나타났다면 수면으로 입을 올리는 현상이 발견돼야 한다”고 했다. 조재권 수산과학원 양식관리과 연구사는 “울산 태화강처럼 해수와 담수가 겹치는 곳에 먹이가 풍부해 숭어가 많다”면서 “지진과 관련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울산 태화강 숭어떼 줄지어 이동, “지진현상 전조이다?”, 전문가들 “아니다!”

    울산 태화강 숭어떼 줄지어 이동, “지진현상 전조이다?”, 전문가들 “아니다!”

    울산 태화강 중류에서 숭어떼 수만 마리가 일렬로 이동하는 지난달 30일 찍은 동영상을 두고, 지난 12일 ‘경주 강진’의 전조였다는 주장이 나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민 안주택씨가 숭어떼 수만 마리가 길게 늘어서 이동하는 동영상을 찍어 제보한 것인데, 숭어떼 주변에는 큰 잉어들이 호위하듯 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안씨는 23일 전화통화에서 “태화강 십리대숲교 중간 지점에서 물고기가 한 줄로 줄지어 가는 모습이 보여 동영상을 찍었다”면서 “희한한 일도 다 있다 싶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경주 지진의 전조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을 본 시민들은 “줄지어 이동하는 숭어떼가 마치 피난을 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경주 지진을 암시하는 전조였을 수도 있다”며 지진 전조 현상으로 주장했다. 이 논란에 대해 서영석 경북민물자원센터 연구사는 “숭어는 구름떼처럼 바다와 강을 오가는 물고기이지만 일렬로 줄을 맞춰 헤엄치는 장면은 기현상으로 학계에서 보고된 바는 없다”면서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진 전조현상으로 강에 산소부족이 나타났다면 수면으로 입을 올리는 현상이 발견돼야 한다”고 했다. 즉 그는 “지진 전조 현상으로 어류가 떼 지어 피난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을 부인했다. 조재권 수산과학원 양식관리과 연구사는 “숭어는 떼를 이뤄 이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먹이를 찾아 집단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길게 줄을 지어 이동하는 것은 특이해 보이지만, 지진 등 자연재해와 연관됐더라면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움직이지 길게 띠를 이뤄 태평하게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울산 태화강처럼 해수와 담수가 겹치는 곳에 먹이가 풍부해 숭어가 많다”면서 “지진과 관련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씨줄날줄] 풍계리의 송이버섯/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풍계리의 송이버섯/구본영 논설고문

    북한이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 대형 위장막을 설치했다. 이곳에서 6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2∼5차 핵실험이 이뤄진 2번 갱도 입구에도 여전히 위장막은 쳐져 있다. 한·미 당국은 북측이 2번 갱도의 ‘가지 갱도’에서 6차 또는 7차 핵실험을 자행할 소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의 옛 지명은 대개 풍수지리학적 특성을 반영한다. 풍계리(豊溪里)도 마찬가지다. 이름 그대로 물산이 풍요롭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다. 만탑산(2205m)과 학무산, 기운봉·연두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준봉들이 제공하는 산림 자원만 천혜의 선물이 아니다. 길주남대천과 장흥천이 감아 도는 들녘에는 감자와 옥수수, 그리고 고랭지 채소가 풍성하다. 향이 좋기로 소문난 송이버섯 특산지이기도 하다. 이런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이 나날이 황폐해지고 있다. 북한이 얼마 전 5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핵 불장난’을 거듭하면서 말이다. 하긴 핵시설이 밀집한 평북 영변도 경치가 수려하기로는 풍계리 못잖다. 시인 김소월은 타관을 떠돌면서도 봄이면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영변의 약산동대를 잊지 못했던 모양이다. 대표작 ‘진달래꽃’에서 그런 그리움이 묻어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영변에 약산/진달래꽃 아름따다/가실 길에/뿌리오리다”라고 누군가와의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그의 고향은 영변 인근 구성이다. 소월은 자신의 눈시울에 어른대던 아름다운 영변이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핵공장’으로 바뀔지는 꿈에도 몰랐을 게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그의 또 다른 시 제목처럼…. 시인이야 오래전 세상을 떠났지만 핵 개발로 인한 환경 오염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영변과 풍계리를 지키는 북한 주민들, 그리고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피해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문제다.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적잖은 풍계리 주민들이 ‘귀신병’이라고 불리는 원인 모를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한다. 핵실험 시 새나온 방사성물질에 오염돼 암이나 근육 및 감각기관 마비 등의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풍계리가 이름난 송이버섯 산지라 더 걱정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을 통해 서울로 들여온 북한산 능이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기준치보다 9배 이상 검출됐다니…. ‘김씨 조선’의 3대째 후계자 김정은도 방사능의 위험성을 모르진 않는 것 같다. 그는 김일성, 김정일에 비해 ‘현지지도’를 더 왕성하게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가 영변이나 풍계리 근처를 얼씬거렸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그러면서 한민족의 건강식품인 송이버섯 재배를 권장하긴커녕 죽음의 버섯구름을 피워 올리는 핵실험만 거듭하고 있다. 대화나 당근으로도, 제재와 채찍으로도 이를 막지 못한다면 세습정권 교체 카드가 그나마 대안일지도 모르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지진 불안에 떠는 한반도] 24일 강진설·8시 33분의 저주… 공포 키우는 ‘괴담’

    “주말에 대지진이 발생한다는데… 정말 불안해 죽겠심더.” ‘24일 강진설’ 괴담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경주와 대구 등 경북 시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12일 규모 5.8의 사상 최대 강진이 발생하고서 400회 이상 여진을 겪은 시민들은 ‘24일 강진설’에 이 지역을 잠시 떠나야겠다는 각오까지 불러오고 있다. 22일 인터넷 등에 ‘지진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일본 지진 감지 프로그램에 나타난 그래프’라는 설명이 붙은 한 문서에는 지난 6월 6일 이후 한국과 일본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 데이터를 세밀하게 표시해 놓았다. 특히 “이번 24일에 규모 6.6 안팎의 큰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9일엔 6.8 안팎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도 표기해 놓았다. 지난 12일 지진과 19일 4.5 여진도 예측했다는 설명도 적혀 있다. 기상 당국은 “생각해 볼 가치도 없는 근거 없는 자료”라며 “그래프로 예측이 가능하다면 동일본 대지진 같은 일이 왜 발생했겠느냐”고 반문했다. ‘10월 대지진설’도 괴담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지진이 발생했지만, 대응 능력이 부실한 정부를 불신하게 된 영남 시민들이 이런 ‘괴담’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일부 누리꾼은 지난 7월 말 부산과 울산에서 발생한 원인 모를 가스 냄새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개미떼가 이동한 것 등이 지진의 전조였다고 해석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시민들 사이에는 2008년 5월 6만 9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쓰촨성 지진 며칠 전부터 진앙인 원촨 인근에서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서바이벌 엑소더스를 벌였다거나, 1975년 규모 7.3의 만주 하이청 지진 때는 평소 날지 못하던 거위가 날아 다녔다는 확인 불가능한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 ‘오후 8시 33분 지진 괴담’도 그럴싸하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12일 규모 5.1의 지진은 오후 7시 44분, 규모 5.8은 오후 8시 32분. 19일 규모 4.5의 여진은 오후 8시 33분에 발생하면서 ‘8시 33분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주부 박모(58·경주시 황성동)씨는 “잇단 지진으로 하루하루를 구름 위를 걷는 듯하는데 괴담까지 나돌아 모두가 미칠 지경”이라며 “지진 대피요령이나 ‘생존배낭’ 싸기 등 시민들이 숙지해야 할 정보를 정부가 제대로 주지 않으니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했다. 울산의 한 아파트관리사무소는 이날 자체적으로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아파트 게시판에 붙여 놓기도 했다. 이런 중에 경남 창원시가 지방정부에서는 처음으로 22일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담은 안내 리플릿 20만부를 만들어 가정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창원,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라는 표지와 함께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집 안에 있을 때와 집 밖에 있을 때, 지진이 멈춘 후 등으로 나누어 앞·뒷면에 걸쳐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창원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홈페이지 등에 게시돼 있는 지진 발생 때 행동요령 가운데 중요한 내용을 뽑아 알기 쉽도록 정리해 리플릿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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