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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 우주] 누구 있나요?… “금성에 생명체 가능성 높다”

    [아하! 우주] 누구 있나요?… “금성에 생명체 가능성 높다”

    아름다운 천체의 대명사로 불리는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전문가로부터 제기됐다고 과학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이 16일 보도했다. 데이비드 그린스푼 미국 행성학연구소 박사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스탠포드대학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금성은 극단적인 온도를 가진 천체로 알려져 있다. 표면 온도가 온실가스 효과로 인해 462℃에 달한다. 게다가 지구 대기압의 90배에 달하는 강한 대기압을 가지고 있다. 지구에서 같은 압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심해 900m까지 내려가야 한다. 이러한 환경 탓에 생명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금성에서는 20억 년 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다를 가지고 있었으며, 금성의 질량은 지구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박 의견도 많았다. 이와 관련해 그린스푼 박사는 금성의 산성 구름 속에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금성에서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연구진은 이산화황이 풍부한 금성의 상부 대기층에 외계 미생물이 살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그린스푼 박사는 금성의 상부 대기층에는 지구처럼 자외선을 흡수하는 층이 존재하며, 우리는 아직 아무도 이 대기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미스터리한 대기층이 강렬한 태양빛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생명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린스푼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러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주장했으며, 당시 강연회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도 그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고 스페이스닷컴은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바버라 부시, 애도물결…3세때 숨진 딸과 재회하는 만화 화제

    바버라 부시, 애도물결…3세때 숨진 딸과 재회하는 만화 화제

    소탈한 성품으로 사랑받았던 미국 퍼스트 레이디 바버라 부시(1925~2018)가 세상을 떠난 후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21(한국시간) 미국 주요언론에 따르면 지난 17일 별세한 부시 여사를 추모하는 시사만화 한 장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시 여사가 어릴적 백혈병으로 숨진 딸 로빈(1949~1953)과 하늘나라에서 재회하는 그림이다. 시사만화가 마셜 램지가 그린 이 만화에서 부시여사는 날개를 달고 머리 위에 후광이 비치는 천사의 모습으로 구름 위에 올라 “엄마”를 부르며 달려오는 ‘아기 천사’ 로빈을 두 팔 벌려 맞는다. 부시 여사의 트레이드마크인 백발 머리와 가짜 진주 목걸이를 하고, 딸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 부부는 1945년 결혼해 4남 2녀를 두었으나,둘째이자 첫 딸이던 딸 로빈을 만 세 살 때 백혈병으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부시 여사는 20대 후반 어린 딸의 투병 과정을 지켜보며 스트레스로 머리가 하얗게 탈색됐다고 밝힌 바 있으며, 로빈이 세상을 떠난 후 어린이 암 연구와 치료법 개발을 물심 양면으로 꾸준히 지원했다. 미국 41대 대통령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93)의 아내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워커 부시(71)의 어머니인 부시 여사는 호흡기 질환인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과 울혈성 심부전 등을 앓다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자택으로 거처를 옮긴 직후 눈을 감았다. 장례식은 부시 가족이 오랫동안 출석한 텍사스 주 휴스턴의 세인트 마틴 성공회 교회에서 21일 열릴 예정이며, 부시 여사는 텍사스 A&M 대학에 2007년 개관한 남편 부시 전 대통령 기념관 내 묘역, 딸 로빈의 곁에 묻히게 된다. 만화를 그린 램지는 “부시 여사는 늘 내 할머니를 생각나게 했다”면서 “그의 솔직함과 위트,자아존중감, 강인함, 모성애에 감탄하곤 했다”면서 “부시 여사 별세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하면 그의 삶을 한 컷의 이미지로 포착해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엄마로서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램지는 부시 여사의 손녀딸이자 아들 부시 대통령의 쌍둥이 딸 중 한 명인 제나 부시 헤이거(36)에게도 만화를 보냈고, 헤이거가 소셜미디어에 이를 올리면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우주와 생사의 이치를 깨닫다… 자연 닮은 삶을 살다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우주와 생사의 이치를 깨닫다… 자연 닮은 삶을 살다

    삶과 죽음은 누구나가 겪는 일이지만, 모두가 삶과 죽음이란 본원적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또 고민을 한다 해서 모두가 다 그에 대한 답을 얻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는데, 그중 우주의 본원에 대한 의문을 푸는 데 몰두해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이들도 있다.#가난한 집 꼬마, 생각에 잠기다 조선 성종에서 명종 사이에 살았던 성리학자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1489~1546) 선생은 가난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위대한 철학자가 태어날 때에는 신이한 태몽이 있는 법. 화담의 어머니는 임신 전 공자의 사당에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태어난 아이는 과연 영특하였고, 조금 자라 독서를 하면서는 글을 보기만 하면 다 욀 정도로 총명했다 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어느 봄날, 화담의 부모는 그에게 ‘밭에서 나물을 캐오라’고 했다. 그런데 밭에 갔다 돌아온 화담은 매일 같이 늦게 오면서도 광주리에는 나물이 다 차 있지 않았다. 부모가 이상하게 여겨 연유를 묻자 화담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물을 캘 때 새가 나는 것을 보았는데 첫날에는 땅에서 한 치 정도 떨어졌다가 다음날엔 땅에서 두 치 정도 떨어졌어요. 또 그 다음날에는 세 치 정도 떨어졌다가 점차 위를 향해 날아올랐어요. 저는 이 새가 나는 것을 보고 그 이치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매일 늦게 돌아오면서도 나물도 못 채운 거예요.”(화담집 권3 유사(遺事) 중에서) 무엇이든 골똘히 생각하기를 좋아했던 화담은 대학(大學)을 읽으면서부터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를 일삼았다. 격물치지는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지식을 완전하게 함을 말한다. 화담은 “학문을 하면서 먼저 격물을 하지 못한다면 독서를 한들 어디에 쓰겠는가?”라며, 벽에 천지만물의 명칭을 써 붙여 놓고 날마다 그 글자의 본질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풀리지 않을 때는 밥 먹는 것도 잊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방에 꼿꼿이 앉아 의심이 풀릴 때까지 골몰했다. 그러다 보니 병이 났는데, 수년을 이렇게 한 뒤에 이치가 환해졌다 한다. 그가 이런 공부 방법을 택한 것은 부득이해서였다. 그는 늘 “나는 스승을 만나지 못해 지나치게 힘을 들였지만 후인들이 내 말을 따르면 나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라며, 지난날 자신이 그런 식으로 공부한 것을 후회했다. 만약 화담이 명문가에서 태어나 훌륭한 스승 밑에서 글을 배웠다면 과정을 밟아 가며 차근차근 학문을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벼슬보다 산수(山水)가 좋아라 화담은 평생을 산림처사(山林處士)로 보낸다. 31세에 당시 조정에서 베푼 천거과(薦擧科)에 응시해 장원했고, 43세에 모친의 명으로 생원시에 응시해 합격했다. 56세에는 모재 김안국 및 성균관 유생들의 추천으로 후릉참봉(厚陵參奉)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나아가지 않았다. 공자의 사당에 들어가는 꿈을 꾸고 낳은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기대는 어떤 것이었을까. 과거에 응시할 것을 명한 것을 보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영특한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입신양명해서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화담은 어머니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 산수를 유람하기를 즐기고 더러 경치가 좋은 곳을 만나면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있다. 여러 날 밥을 짓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런 중에도 늘 편안한 모습이었고 애써 빈천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한다. 항상 웃는 얼굴로 이웃을 대해 이웃들도 그의 덕을 존경했고 이웃 간 갈등이 있으면 관아에 가지 않고 먼저 그에게 와서 물었다. 그는 벼슬살이 대신 자신의 삶을 자신에게 맞는 일들로 채워 나갔다. 자연을 즐기는 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 웃는 얼굴로 이웃을 만나는 일이 그가 벼슬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일들이었다. 그의 가난했던 생활, 그리고 그런 중에도 벼슬에 나서지 않으려 했던 뜻이 담긴 두 편의 시 작품을 감상해 보자. 이른 아침 우는 새 도마질 하라 권하는데 도마질 소리는 요리하는 부엌에서나 나야지. 근년 들어 상 위에 소금 없어진 지도 오래니 초가집을 향해서 괴로이 울지 마라. -화담집 권1 문고도(聞鼓刀) 이 시는 산에서 우는 딱따구리 소리에서 도마질을 연상하면서도 먹을 것이 없어 도마질할 수 없는 가난한 신세를 돌아본 작품이다. 맑은 세상에 숨어 사는 사람된 것 스스로 기뻐하고 명함 내밀어 임금 뵙는 일 도리어 꺼린다네. 풍토에 맞춰 나라를 바로잡을 재주 없어 흰 구름 베고 누우며 산에서 살기로 기약했네. 세상의 공명을 얻지는 못했지만 도리와 관계된 것은 그래도 분간할 줄 안다네. 졸다 일어나 뜻밖에 좋은 시구 받고서 선생께서 다시 문(文)을 숭상하심에 감사드리네. -화담집 권1 유수심상국언경운(次留守沈相國彦慶韻) 이 시는 개성 유수 심언경이 보낸 시에서 운자를 따서 지은 것인데, 벼슬살이는 자신과 맞지 않아 하지 않지만, 도리를 분별하는 일만큼은 잘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내용이다.#사상의 정수(精髓)를 세상에 남기다 화담은 저술을 좋아하지 않아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병이 깊어지자 화담은 마음이 바빠진다. ‘화담집’ 권2에 실린 ‘귀신사생론’(鬼神死生論)에서 그는 “정자, 장자, 주자의 설이 생사와 귀신의 정상을 다 논하였지만 그래도 아직 그렇게 된 소이연의 극치를 설파하지는 못했다”고 하면서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르고, 대강만 알지 아주 정밀한 것은 알지 못하게 된 후학들이 의심을 풀 수 있도록 이 작품을 짓는다고 밝혔다. 이때 이 작품 외에 ‘원이기’(原理氣), ‘이기설’(理氣說), ‘태허설’(太虛說) 등 화담 사상의 정수가 담긴 3편의 저술을 함께 남겼다. 이밖에 화담집에는 소옹의 ‘황극경세서’에 수록된 성음도(聲音圖)를 풀이한 성음해, 그리고 ‘황극경세서’, ‘관물외편’에 실린 원회운세의 수리 철학을 해설한 황극경세수해, 복희의 ‘육십사괘방위도’(六十四卦方位圖)를 해설한 육십사괘방원지도해, 주희의 ‘역학계몽’(易學啓蒙) 중 괘변도를 풀이한 괘변해 등 화담 사상의 연원과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철학 작품들이 실려 있다. 후학에게 천고의 귀한 선물을 남긴 화담은 임종 전에 곁에서 모시던 자에게 못에 데려가 달라고 해 목욕을 한다. 그리고 돌아와 한 식경쯤 지나고서 “생사의 이치를 오래전에 알았기에 마음이 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졸(卒)하였다. 우주 만물을 생성하는 본원에 대해 탐구했던 대학자 화담, 그는 학문을 통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고 자신이 얻은 답을 후학들에게 알려준 뒤 편안한 마음으로 그가 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가 지은 ‘유물’(有物)이라는 시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존재가 오고 또 와도 다함이 없어다 왔는가 싶은 때에 어디선가 또 오네.시작도 없이 오고 또 오거늘그대는 아는가, 애초에 어디서 오는지를 존재가 돌아가고 또 돌아가도 다 돌아감이 없어다 돌아갔나 싶은 때에도 돌아간 적이 없네.끝도 없이 돌아가고 또 돌아가거늘그대는 아는가, 어디로 가는지를 하승현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문헌번역실 책임연구원■화담집 해제 제자 박민헌·허엽이 간행…5간본까지 모두 5개 판본 조선 시대 화담 서경덕의 문집이다. 저자의 문집은 문인 박민헌, 허엽이 수집·편차해 명종, 선조 연간에 10행 20자 목판으로 간행한 초간본을 시작으로, 1786년에 조유선, 마지광이 개성에서 4권 2책 목활자로 간행한 5간본까지 모두 5개 판본이 있다. 5간본은 본집 2권과 부록 2권 합 2책이다. 본집 권1에는 부(賦) 1편과 시(詩) 100여수가 실려 있다. 권2에는 소(疏), 서(書). 잡저(雜著), 서(序), 명(銘)이 실려 있다. 부록에는 문인록이 들어 있다.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그래도, 벚꽃은 피어야 되구요…영천 은해사(銀海寺)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그래도, 벚꽃은 피어야 되구요…영천 은해사(銀海寺)

    “세상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 (오시마 료타, 류시화 번역) 봄의 서사가 완성되려면 판타지가 꼭 있어야 한다. 벚꽃은 판타지다. 그러나 올 봄 벚꽃들이 만들어야 할 판타지 스페셜 에디션(?)은 온데간데없다. 팝콘처럼, 강냉이처럼 볼 빨간 봄청춘들의 맘속에서 뻥하니 터졌어야 할 벚꽃들이, 꽃샘추위 호호바람에 엉겁결에 지레 숨을 죽였다. 그래도 오시마 료타(大島蓼太, 1718-1787)의 하이쿠(俳句)처럼 사흘 못 본 사이에 늦게 다가온 벚꽃들이 은빛 바닷물처럼 흐드러지는 곳, 영천에 있는 은해사(銀海寺)로 가 보자. 영천의 은해사(銀海寺)는 말 그대로 사찰의 풍광이 은빛 물결에 뒤덮여 있는 듯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산등성이에 안개가 끼고 구름이 피어 날 때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것 같다 해서 신라의 진표 율사는 ‘한 길 은색 세계가 마치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一道銀色世界 如海重重)’라는 한시마저 남겼으니 은빛 가득한 벚꽃을 둘러보기에 은해사는 제격임에는 분명하다. 사실 경상북도 영천에 위치한 천년고찰 은해사는 전국적인 이름값 떨쳐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절은 아니다. 하지만 절집 주변과 산내 암자들을 둘러본다면 단단한 내실 한 가득 안고 있는 사찰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은해사는 과거 조선 31본산, 경상북도 5대 본산이었으며 현재도 대한불교조계종 제 10교구 본사의 자리를 지키는 영남 대표 사찰 중의 하나다. 또한 그리도 명성 자자한 원효대사, 일연국사, 설총 등의 뿌리가 가득 담긴 절이기에 예전부터 은해사는 지역민들에게는 영험한 불교 성지중의 하나로 지금까지도 손꼽힌다. 여기에 더해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글씨가 문 위의 편액인 은해사, 불당의 대웅전, 종각의 보화루, 불광각, 노전의 일로향각 등 무려 다섯 점이나 그대로 경내에 남아 있기도 한 곳이다. 현재의 은해사는 다른 사찰들과는 달리 본존불로 아미타불을 모시는 미타도량으로도 유명세를 떨치는 곳으로 연원은 신라 41대 헌덕왕 1년(809년) 혜철국사가 해안평에 창건한 사찰인 해안사로부터 지금의 은해사 역사가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른다. 특히 은해사에는 비구 선방으로 이름 높은 운부암, 기기암과 비구니 선방 백흥암 등이 있어 다른 사찰들과는 달리 은해사 경내 오솔길을 오르내리며 수행하는 비구스님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은해사가 선교양종의 총본산답게 공부하는 선승들의 수행지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명망높은 여승(女僧)의 출가터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봄이 오면 대웅전 앞뜰에 은빛 가득한 벚꽃 나무 역시 명실상부한 은해사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여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은해사의 벚꽃은 절집 경내를 환히 밝힐 정도로 흐드러지기 때문에 눈으로만 보던 보통의 가로수목의 벚꽃이 아니라 가지를 늘어뜨린 채 관람객들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벚꽃이기도 하다. <은해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봄의 초입, 영천에 가 볼만한 일이 있다면. 고즈넉한 사찰을 보길 원하다면 2. 누구와 함께? - 늙으신 부모님과 다정히. 연인들도 함께. 출가를 결심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혼자. 3. 가는 방법은? -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청통로 951 / 하양버스터미널 앞에서 은해사 行 노선버스 탑승 4. 감탄하는 점은? - 벚꽃의 순수함. 운부암의 고즈넉함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은해사는 사찰 규모에 비해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편. 6. 꼭 봐야할 장소는? - 대웅전, 성보박물관, 운부암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육회 ‘편대장영화식당’, 곰탕 ‘포항할매집’, 군만두 ‘삼송꾼만두’, 해물찜 ‘임가네해물촌’ 8. 홈페이지 주소는? - www.eunhae-sa.org/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사일온천, 보현산천문대, 임고서원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은해사는 생각보다 큰 사찰이다. 차량이 경내로 들어갈 수 있는 데 반드시 산내암자인 운부암을 꼭 들리도록.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말빛 발견] 두음법칙/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두음법칙/이경우 어문팀장

    ‘로인’보다 ‘노인’, ‘력사’보다 ‘역사’, ‘녀자’보다 ‘여자’가 익숙하고 발음하기도 편하다. 단어 첫머리에 ‘ㄹ’이나 ‘ㄴ’ 대신 ‘ㅇ’이 오는 게 편리한 것이다. 우리말이 본래 ‘ㄴ’과 ‘ㄹ’이 첫머리에 오는 걸 꺼리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두음법칙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맞춤법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런데 두음법칙은 맞춤법의 ‘어법에 맞도록’ 원칙과는 엇나간다. 어법이 아니라 ‘소리대로’ 적는 것이 된다. 어법대로라면 본래 형태대로 적는 것이어야 한다. 하나의 말에 두 가지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첫소리일 때는 ‘노’가 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본래 음대로 ‘로’가 된다. 두음법칙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구름양’이고, ‘열량’이 된다. ‘구름’처럼 순우리말 뒤에서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만, ‘열’처럼 한자어 뒤에서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외래어 뒤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칼슘양’이 된다. ‘라면’, ‘뉴스’처럼 외래어에서는 두음법칙이 비켜간다. 이 말들은 발음을 하는 데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외래어가 많이 들어오면서 생긴 현상이다. 고유어에도 두음법칙은 해당되지 않는다. 성씨도 ‘류’, ‘림’, ‘라’로 적을 수 있다. 북녘에서는 원칙적으로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 글자는 하나의 표기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남북의 맞춤법 논의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내용이다.
  • ‘북촌 사랑방’ 재동초 한옥교실 개관

    ‘북촌 사랑방’ 재동초 한옥교실 개관

    한옥마을인 서울 북촌에 자리한 재동초등학교에 학교 공간의 새로운 모델이 될 한옥교실이 문을 열었다.서울교육청은 18일 재동초 한옥교실 ‘취운정’(翠雲亭) 개관식을 열었다. 취운정은 ‘맑은 구름이 머무는 정자’라는 뜻이다. 서울교육 공간디자인 혁신사업의 하나로 지어진 취운정은 북촌의 중심에 위치한 학교의 지리적 특성과 지역의 문화 및 정서를 반영한 전통 한옥이다. 전체 4개의 교실로 이뤄졌다. 재동초는 취운정을 정규수업시간에는 야외교실이나 예절교실, 가야금 등을 배우는 전통악기교실 등으로, 방과후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나 지역 주민도 사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재동초는 갑오개혁 이듬해인 1895년 내려진 고종의 ‘소학교령’에 따라 개교한 123년 역사의 초등학교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순창 국내 최장 구름다리 설치

    전북 순창군 적성면 채계산에 국내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가 설치된다. 순창군은 채계산 중턱 75~90m에 길이 270m의 구름다리와 산책로, 전망대 1곳을 조성한다고 17일 밝혔다. 68억원을 들여 내년 3월 개통할 계획이다. 채계산 구름다리는 지난해 설치된 강원 원주 출렁다리보다 70m 더 길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으라차차 와이키키’ 김정현, 솔이 아빠 만난다 ‘긴장감 UP’

    ‘으라차차 와이키키’ 김정현, 솔이 아빠 만난다 ‘긴장감 UP’

    ‘으라차차 와이키키’ 김정현이 솔이 아빠를 만난다.17일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측은 최종회를 앞두고 동구(김정현 분)와 솔이 아빠의 긴장감 넘치는 담판 현장을 공개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웃음의 향연으로 안방에 웃음 성수기를 가져온 ‘와이키키’가 최종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와이키키’는 19회에서 극강의 환장력으로 꿀잼을 선사하는 동시에 서사의 변곡점을 맞는 전개로 몰입도를 높였다. 준기(이이경 분)는 대형 기획사 소속 배우가 되며 그토록 원했던 스타길을 걷는 듯했지만 가장 소중했던 서진(고원희 분)에게 점점 소홀해졌다. 신디(윤진솔 분)와의 열애설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서진은 준기에게 시간을 갖자고 통보했다.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갑을 케미로 웃음을 자아냈던 두식(손승원 분)과 수아(이주우 분)의 관계도 수아의 짝사랑이 시작되며 변화가 감지됐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보였던 동구와 윤아(정인선 분)의 로맨스도 장애물과 마주했다. 동구는 윤아 덕분에 촬영 현장의 아이디어 뱅크에 등극해 승승장구했고, 윤아 역시 제과제빵 기능사 시험에 합격했다. 두려움과 고민 끝에 마음을 확인한 후에도 키스 한 번 하기 고됐던 동구와 윤아지만 사랑은 점점 깊어졌다. 하지만 솔이의 친아빠가 두 사람 앞에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공개된 사진 속 동구와 솔이 아빠의 만남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동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 만남의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윤아 앞에 서기만 하면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던 동구의 어른스럽고 진지한 눈빛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동구와 마주한 솔이 아빠가 봉투까지 내밀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가운데 두 사람의 만남이 로맨스에 미칠 나비효과가 궁금증을 증폭한다. 17일 방송되는 ‘와이키키’ 최종회에서는 환장의 정점을 찍는 꿀잼 전개 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청춘군단의 로맨스가 펼쳐진다. 솔이 아빠의 등장으로 현실이라는 장애물과 마주한 동구와 윤아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먹구름 낀 준기와 서진, 알쏭달쏭 두식과 수아의 관계 역시 변화를 맞게 된다. ‘와이키키’ 제작진은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가장 ‘와이키키’다운 엔딩을 만나게 될 것. 마지막까지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17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씨제스프로덕션, 드라마하우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정인선,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선 이이경 아닌 김정현♥ “환장의 향연”

    정인선,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선 이이경 아닌 김정현♥ “환장의 향연”

    ‘으라차차 와이키키’에 출연 중인 배우 이이경과 정인성이 1년째 열애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마지막회가 전파를 탄다.지난 16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연출 이창민, 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제작 씨제스프로덕션 드라마하우스, 이하 ‘와이키키’) 19회에서 한순간도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청춘군단의 ‘대환장’ 에피소드가 차원이 다른 웃음의 클래스를 만들었다. 두식(손승원 분)은 수아(이주우 분)의 꿈을 향한 열정에 웃픈 홍보전에 나섰다. 수아몰에 자체제작 디자인을 선보이기로 한 수아는 배꼽까지 파인 울트라 브이넥 니트, 옷소매가 바닥에 끌리는 봉산넘버 파이브 등 만드는 족족 환장인 패션 세계를 펼쳐냈다. 두식은 홍보를 위해 환장 패션을 장착하고 길거리 런웨이까지 선보였다. 성취감에 빠져있던 수아는 동구(김정현 분)와 두식의 이야기를 엿듣고 현실을 직시했다. 풀이 죽었던 수아는 갑작스러운 주문에 뛸 듯 기뻐했지만, 사실 두식이 열심히 해보려는 수아의 기를 살려주려 친구를 시켜 옷을 주문했다는 걸 알고 고민에 빠졌다. 두식의 배려를 깨달은 수아는 두식을 향한 짝사랑을 시작했다. 소속사 없이 고군분투하던 준기(이이경 분)는 대형 기획사 YS와 계약하자마자 시구 기회를 얻었다. 이름을 알릴 기회이기에 소속사 대표(정규수 분)는 폴댄스 시구를 기획했다. 준기는 종일 봉을 잡고 씨름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서진(고원희 분)도 준기를 도와 포수 역할을 하느라 파스투성이가 됐다. 시구 당일, 준기에게 스타일리스트가 가지고 온 의상은 수아의 배꼽 브이넥과 울트라 핫팬츠였다. 수아의 파격 의상을 입고 마운드에 선 준기는 사상 최초 폴댄스 시구로 검색어를 평정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준기는 서진에게 고마움을 전하려 했지만 대표의 눈치 때문에 여자친구가 없다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었다. 스타길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로맨스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동구는 제빵 실기 시험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시무룩해진 윤아(정인선 분)를 달래 주려 고군분투했다. 어떻게 해도 저기압이었던 윤아지만 동구가 OST 작업을 위해 만났던 래퍼 다카피(김기리 분)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이 밝아졌다. 동구는 윤아가 존경한다는 다카피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윤아는 녹음 기회까지 얻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표절송만 만들었던 다카피지만 정작 윤아의 랩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저는 왜 잘하는 게 하나도 없을까요?”라며 풀이 죽은 윤아에게 동구가 갑자기 랩을 발사했다. 윤아가 동구를 위로하려 뜬금포로 들려줬던 랩에 윤아도 미소 지었다. 랩으로도 깨를 볶는 달달 모드의 동구와 윤아였다. 마지막 회만 남겨둔 ‘와이키키’는 19회에서도 가장 ‘와이키키’스러운 환장의 향연으로 웃음의 클래스를 보였다. 굵직굵직한 전개 사이 동구와 윤아의 랩, 준기의 폴댄스 시구, 수아의 과감한 패션, 처음 들었지만 금세 따라 부를 수 있는 표절왕 다카피까지 풍성한 꿀잼 폭탄을 선사했다. 여기에 솔이의 친아빠 등장, 준기에게 시간을 갖자고 선언한 서진, 두식을 향한 마음을 인지한 수아까지 로맨스의 긴장감을 높이며 마지막 회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높였다. 신개념 청춘 드라마의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마지막까지 풍성한 웃음과 청춘의 풋풋함으로 안방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마지막 회는 오늘(17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순창 채계산에 국내 최장 구름다리

    전북 순창군 적성면 채계산에 국내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가 설치된다. 순창군은 적성면 괴정리 채계산 중턱 75m∼90m 지점에 길이 270m의 구름다리와 산책로, 모험(어드벤처) 전망대 1개소를 조성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사업은 국·지방비 68억원을 투자해 내년 3월 개통할 계획이다. 채계산 구름다리는 지난해 설치된 강원도 원주 출렁다리 200m보다 70m가 더 길다. 이용객이 짜릿함과 아찔함을 동시에 느끼도록 교량 바닥은 스틸그레이팅(바닥 뚫림)으로 제작하고 걸으면서 아래 전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채계산 인근에는 섬진강을 따라 조성된 용궐산 자연휴양림, 섬진강 미술관, 향가유원지 등 관광자원이 풍부해 관광객 유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평창 스타들’ 올 시즌도 부탁해요

    ‘평창 스타들’ 올 시즌도 부탁해요

    심석희 3관왕·임효준 2관왕 휴식·출전 고민 끝에 태극마크 평창 멤버 10명 중 6명 뽑혀 15일 2018~19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 2차전이 진행된 서울 양천구 목동빙상장. 빈자리가 더 많던 지난해와 달리 이날은 2000여명의 구름 관중이 몰리며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를 이어 갔다. 임효준(22·한국체대)과 심석희(21·한국체대)를 비롯한 ‘평창 멤버’들이 등장할 때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고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소녀팬’들의 자리싸움도 치열했다. 관중석 곳곳에는 ‘임효주니 우승 주니?’, ‘석희 하고 싶은 대로 해’, ‘곽윤기 진자진자 응원해’라는 플래카드 수십개가 내걸렸다.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심석희와 임효준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 2차전 둘째날 남녀 1000m에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심석희는 첫째날 500m와 1500m 금메달을 포함해 3관왕을, 임효준은 2관왕(500m·1000m)을 각각 차지했다. 지난 11~12일 1차 대회에서 전 종목을 우승한 두 선수가 결국 1, 2차 합계 남녀 종합 1위에 오르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 대회보다 어렵다’는 대표 선발전에서 압도적 성적을 보여 줬다. 두 선수의 대표 선발전 출전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이후 방송 출연과 각종 행사로 심신이 지쳐 휴식이 필요했다. 심석희와 임효준은 선발전 불참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선수로서 대표 생활을 이어 가는 게 기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평창올림픽 이후 늘어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심석희는 “고민 끝에 출전했는데 다치지 않고 좋은 결과가 있어 다행이다. 시즌을 잘 마무리한 것 같다.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링크장에 서면 재미있다”며 “앞으로 쉬면서 제 자신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림픽이 끝난 직후라 많은 분들이 응원해 줘 너무 좋았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효준은 “마음 같아선 1년쯤 쉬고 싶었지만 출전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워낙 훌륭한 선수들이 많아 선발전이 너무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선발전 결과 ‘평창 멤버’ 중 국가대표로 다시 살아남은 이는 10명 중 6명이었다. 여자부에선 심석희와 4위 김예진(19·한국체대), 남자부는 임효준과 4위 곽윤기(29·고양시청)가 상위 7명 안에 들었다. 최민정(20·성남시청)과 황대헌(19·한국체대)은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에서 각각 종합 1위와 3위를 차지해 우선 선발됐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누구였을까… 내게 신은

    누구였을까… 내게 신은

    유희경(38) 시인의 새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문학과지성사)은 제목부터 곱씹게 된다. 나에게 잠시 신이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때 신은 초월적 존재를 일컫는 것일까. 한때 믿고 따랐던 동경의 대상일까. 그것도 아니면 보잘것없지만 나를 지탱하게 한 작은 기쁨일까. 곧바로 되묻게 되기 때문이다. 시집의 제목이자 1부 앞머리에 놓인 시에서 ‘신’의 정체를 헤아려 볼 수 있다. 바로 ‘당신’이라는 2인칭이다.시인은 빛이 부재하는 순간, 가시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어둠 속에서 ‘당신’이 나타난다고 믿는다. 당신이 구체적인 성별과 이름을 가지게 될 때 내가 매만질 수 있는 당신의 의미는 줄어든다는 것. 오히려 어둠 속에서 희미해진 당신을 자유롭게 어루만질 때 온전히 그 존재에 가닿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어떤 인칭이 나타날 때 그 순간을 어둠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어둠을 모래에 비유할 수 있다면 어떤 인칭은 눈빛부터 얼굴 손 무릎의 순서로 작은 것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내며 드러나 내 앞에 서는 것인데 (중략) 인칭이 성별과 이름을 갖게 될 때에 나는 또 어둠이 어떻게 얼마나 밀려났는지를 계산해보며 그들이 내는 소리를 그 인칭의 무게로 생각한다. 당신이 드러나고 있다. 나는 당신을 듣는다.’(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 시인은 “우리 삶을 변화하게 하는 것들은 어쩌면 작은 것들이 아닌가 싶다”며 “그래서 이 시집에서도 작지만 막대한 것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과정도 미세하게 쪼개다 보면 그사이에 많은 것들이 존재하겠죠. 그 모든 작은 것들은 저의 바깥에 있죠. 그 모든 것들이 당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인의 말대로 때때로 신은 그 이름을 벗고 호명 가능한 대상을 넘어선다. 부르는 순간 생겨나는 당신은 꽃말처럼 몇 자 적어 보내고 싶었던 ‘그’일 수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 그를 추억하는 참담한 ‘봄밤’일 수도, 바람이 부는 날 ‘시를 읽는 시간’일 수도 있다.해설을 쓴 김나영 문학평론가가 “흔히 ‘당신’이라고도 달리 부를 수 있는 대상인 그는 가족이거나 연인이거나 친구이거나 그저 한두 번 스쳐 지나간 타인일 수도 있다. 때로 당신은 길가 꽃나무이거나 꽃나무 위로 날아가는 새이거나 바람 소리일 수도 있다. 요컨대 신은 화자가 ‘그것은 거기에 있었다’고 진술할 수 있을 만한 모든 대상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 이유다.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니, 우리는/묻지 않았지 그의 얼굴은 비밀이었으니/그가 주머니에 감추어 둔 것도/언젠가 그가 날려버렸던 푸른 저녁도/우리는 묻지 않았네 거기/생이 재잘대는 소리를 듣자고/손을 펼쳤을 때 보이던 들판과 구름들/흘러가고/여린 풀입들 발돋움하던/그러나 여전히 그것도 아니었지’(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것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강 두 번째 맨부커상 받나

    한강 두 번째 맨부커상 받나

    소설가 한강(48)이 작품 ‘흰’(영문명 ‘The White Book’)으로 세계적 권위의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또다시 지명됐다. 2년 전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받은 이후 두 번째다.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강의 ‘흰’을 포함한 6편의 최종 후보작을 발표했다. 소설과 시의 경계에 있는 이 작품은 강보, 배내옷, 성에, 눈, 백목련, 각설탕, 구름 등 세상의 흰 것에 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은 것이다. 한국에서 2016년 5월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처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직후 출간됐고, 영국에서는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가 다시 번역해 지난해 11월 출간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 작품을 ‘2017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았다. 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흰’을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한 책이다. 삶의 연약함과 아름다움, 기묘함을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최종 수상자는 오는 5월 22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발표된다. 수상자와 번역가에게는 5만 파운드(약 7600만원)가 수여된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우주를 보다] 한반도도 삼켜버릴…지옥같은 목성의 북극 폭풍

    [우주를 보다] 한반도도 삼켜버릴…지옥같은 목성의 북극 폭풍

    마치 화산이 터져 용암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지옥같은 목성의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지구과학협회 총회에서 목성탐사선 주노가 촬영한 80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지옥처럼 보이는 이 지역은 목성의 북극으로, 영상에는 주위를 삼킬듯 휘몰아치는 여러 개의 소용돌이같은 사이클론(폭풍)이 담겨있다. 각각의 지름은 4000~6000㎞로 한반도 쯤은 한입에 삼켜버릴 만큼 거대하다. 멀리서 목성을 보면 특유의 구름띠와 둥글게 보이는 타원형의 점들이 많은데 이 점이 바로 폭풍이다. 시속 수백㎞에 달하는 폭풍이 지구의 사이클론을 능가하는 속도로 불기 때문에 현실의 지옥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곳이다. 특히 목성 적도 부근에는 태양계에서는 가장 강한 폭풍인 대적점이 위치해있다. 그 크기만 1만 6000㎞로 지구 지름보다 1.3배 크다.   이 영상은 주노에 장착된 적외선 오로라 탐지기(JIRAM)가 촬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실제 목성의 폭풍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노팀에 소속된 알베르토 아드리아니 박사는 "지금까지 목성의 북극은 머릿 속의 추측으로만 상상해왔다"면서 "주노의 활약을 통해 북극 기상 패턴과 거대한 폭풍의 움직임을 연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 속 짙은 적색은 -188°C, 밝은 노란색은 -12°C로 노란색이 밝게 나타나는 지역일수록 온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1년 8월 발사된 주노는 28억㎞를 날아가 2016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목성 궤도에 안착했다. 주노의 주 임무는 목성 대기 약 5000㎞ 상공에서 지옥 같은 목성의 대기를 뚫고 내부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보면서 자기장, 중력장 등을 관측하는 것으로 올해 그 수명을 다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이클론으로 가득한 목성 북극의 모습

    사이클론으로 가득한 목성 북극의 모습

    북극하면 거대한 빙산이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목성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목성 북극의 모습을 고스란히 포착한 영상을 1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영상에 담긴 목성 북극의 모습은 빙산 대신 사이클론들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에는 거대한 사이클론이, 그 주변에는 작은 사이클론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한다.영상은 주노 탐사선의 3D 적외선 장비로 촬영했는데, 이 장비는 목성의 구름 꼭대기 아래 50~70km 떨어진 기상 층까지 조사할 수 있다고 NASA는 밝혔다. 노란색이 밝게 나타날 수록 온도가 높다는 뜻으로, 목성은 중심부로 갈수록 더 뜨겁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2011년 8월 발’사돼 목성 궤도에 진입한 탐사선 주노는 목성 대기 약 5000㎞ 상공에서 목성의 대기를 뚫고 내부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보면서 자기장, 중력장 등을 관측하고 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널문은 열리는데…/박홍환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널문은 열리는데…/박홍환 정치부 선임기자

    서울 서북쪽 48㎞, 평양 남동쪽 180㎞ 지점의 판문점 일대가 또다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27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다. 분단 전 김구 선생이 마지막으로 왕래한 이후 6·25전쟁과 정전을 거쳐 양쪽의 지도자급 인사들에게 철문처럼 닫혀 있던 판문점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이런 세계사적인 이벤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었던 그때의 감동을 훨씬 뛰어넘는다. 불과 넉 달여 전만 해도 한반도에는 암울한 예언이 난무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대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흥분시켰고, 미국은 ‘코피작전’ 구상을 흘리며 김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문 대통령의 ‘운전대’는 작동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최강 추위가 몰아치고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자 온 국민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희망은 너무도 멀리 있었고, 언 땅이 녹아 판문점에서 봄이 만개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동서 800m, 남북 600m 타원 형태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지키는 JSA 경비대대의 모토는 “최전방에서”(In front of them all)이다. 유엔군사령부 소속 미군들이 사용하던 이 모토는 2004년 한국군 위주로 경비대대가 개편된 뒤에도 여전하다. 후방 4㎞에 있는 대대본부 캠프 보니파스 정문에도 아치 형태로 이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북한군과 10걸음 정도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으니 154마일 MDL 가운데 더 최전방인 곳이 있을 수도 없다. 각종 사건이 많았지만, 특히 보니파스라는 캠프명에 새겨져 있는 비극적 사연은 이곳이 얼마나 휘발성 강한 위험 인자를 내포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보니파스는 1976년 미루나무 제거 작업을 지휘하다 북한군의 도끼 만행에 희생된 미군 대위 이름이다. 작은 표지석 하나가 비극의 현장에 남아 있고, 바로 옆 ‘돌아올 수 없는 다리’에는 폐쇄된 채 세월의 더께만 잔뜩 쌓여 있다. 보름 전 현장을 방문했을 때 연신 “정말 위험하다”며 버스 안에서만 사진을 찍도록 한 안내 장교의 경고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이런 아픔과 위험을 뒤로한 채 판문(板門), 즉 널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드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깊게 후벼진 생채기는 반드시 치유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소금 뿌린 상처는 덧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또다시 제기되는 천안함 의혹은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다. 다국적 조사단이 밝혀낸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을 근본부터 부정함으로써 내부의 갈등만 커지고 있다. 그러니 천안함을 어뢰로 폭침시킨 북한의 잠수정 운용 책임자(정찰총국장)였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내가 남쪽에서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람”이라고 비아냥대고, 관영 매체들은 ‘천안함 모략극’ 맹공에 나서는 것이다. 소신 없는 군도 문제다. ‘북한-정찰총국-김영철’ 세부 책임론을 고수하던 군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꼬리를 내렸다.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도 ‘천안함 딜레마’는 반드시 풀어야만 한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군이 이 모양인데 누가 총대를 메겠나. stinger@seoul.co.kr
  • [기고] 평창올림픽, 진실은 이렇습니다/성백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

    [기고] 평창올림픽, 진실은 이렇습니다/성백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가 막을 내린 지 어느새 한 달에 가깝다. 아직도 귓가엔 관중석 함성이 울리는 듯한데 평창 하얀 눈밭에선 호밀이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텅 빈 올림픽플라자엔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올림픽을 즐겼나 싶을 정도로 이젠 적막감마저 맴돈다. 이번 대회 취재를 위해 세계에서 온 기자는 3000명을 웃돈다. 국내 기자만 해도 정식 취재 비표를 받은 숫자가 3000명에 이른다. 비 등록 기자 1000여명을 감안하면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전 세계로 보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한된 시간과 환경에서 잘못 알려진 게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컨대 자원봉사자 숙소 음식이 너무 뒤떨어졌다든가, 미국 선수단이 선수단에 머물지 않고 인천공항 근처 호텔을 이용한다는 이야기 등을 대표적으로 손꼽을 수 있다. 다행히 곧바로 팩트 체크 후 언론을 상대로 한 보도 참고자료 배포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지지 않은 몇몇 사실이 있다. 그나마 대회를 마친 지 한 달을 앞둔 시점에서 조금씩 그 진실이 밝혀지고 있어서 또한 다행으로 여긴다. 첫째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국가대표 건이다. 김보름과 노선영의 갈등으로 불거진 이 사건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지난 4일 한 신문은 올림픽 대회 기간 중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을 갖던 시간에 노선영은 한 방송사 기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감사를 거쳐 당시 상황의 진실이 밝혀질 터이지만 빙상계의 해묵은 다툼에 언론이 휘둘린 격이다. 일부 중계진과 취재기자들이 정확한 팩트를 확인하지 못한 채 특정인 발언을 인용해 보도하다 보니 한때 대회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올림픽이 잘 치러졌기에 망정이지 자칫 자그마한 해프닝으로 먹구름을 드리울 수도 있었다. 박영선 의원의 슬라이딩센터 출입으로 빚어진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것에 대해선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대회 뒤 경찰 조사가 진행돼 왔다. 박 의원이 일반 AD카드를 소지한 채 선수 및 코치진에게만 출입을 허용하는 픽업존에 무단 침입해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최근 경찰은 슬라이딩센터 담당 매니저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마친 뒤 사건을 종결했다. 사실은 이렇다. 해당 국회의원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의 초청으로 VIP 등록 카드를 발급받아 슬라이딩센터에 입장, 라운지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윤성빈의 스켈레톤 금메달이 확정된 뒤 이보 페리아니 국제루지봅슬레이연맹회장의 배려로 강신성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회장 등 몇몇 귀빈과 함께 시상식장으로 들어갔다. 무단으로 현장에 간 게 아니다. 스포츠를 아름답다고 부르는 까닭은 감동을 준다는 데 있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도 승자와 패자를 뒤바꿀 순 없다.
  • 관광객 마음 흔든 출렁다리… 잠자던 지역경제도 깨웠네

    관광객 마음 흔든 출렁다리… 잠자던 지역경제도 깨웠네

    출렁다리 열풍이 불고 있다. 환경훼손이 거의 없고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관광객 유치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둘레길이 붐을 이뤘던 때와 같다. 출렁다리를 설치한 뒤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주변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출렁다리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은 경기 파주시가 대표적이다. 9일 파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광탄면 마장호수에 개통한 흔들다리는 길이가 220m로 물 위로 걷는 다리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 당초 연간 3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첫 주말 하루평균 1만 2000여명이 개수기를 통과했다. 이대로라면 연간 60만명 이상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일 100여명 남짓 찾던 한적한 호숫가 시골마을에 약 5㎞ 차량행렬이 이어지자, 파주 광탄면 보광사 일대뿐 아니라 개점휴업 상태였던 양주시 장흥유원지와 기산저수지 등 인접지역까지 덩달아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주변 땅값도 개통 전 대비 2배로 뛰어 파주시가 주차장 추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2016년 9월 앞서 개장한 적성면 감악산 출렁다리에도 지난해 67만 1790명이 다녀갔다. 감악산은 7년 전 태풍 곤파스로 큰 피해를 입기 전까지만 해도 연간 38만명이 찾던 명산이었으나 계곡과 하천이 폐허가 되면서 15만명으로 줄었다. 2년 전 계곡을 가로지르는 150m 길이 출렁다리 개통 후 파주시는 깜짝 놀랐다. 몰려드는 관광객 수가 예상치를 훨씬 웃돌아 휴일이면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나설 정도였다. 감악산과 마장호수 주변은 파주에서 가장 외지고 낙후한 편이다. 출렁다리가 그저 그랬던 시골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아시아의 레만호수(스위스 제네바)’로 불리는 파주 마장호수는 경기 양주시 기산리 저수지 아래에 있다. 마치 포천 산정호수처럼 지대가 높은 곳에 호젓하게 자리하고 있다. 파주시는 2016년 8월부터 마장호수 일원에 7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관광과 휴양을 접목한 수변 테마 체험 공간을 만드는 ‘마장호수 휴(休)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달 29일 정식 개장한 이곳은 9만 8000㎡ 규모로 관찰 및 여가의 2가지 테마로 꾸며졌다.관찰테마로 호수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것은 길이 220m, 폭 1.5m의 흔들다리이다. 물 위를 걷는 다리로는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파주시는 2016년 9월 감악산 계곡 사이 150m를 잇는 출렁다리를 개통하면서 호수를 가로지르는 흔들다리 건설공사에 나섰다. 몸무게 70㎏ 성인 1280명이 한꺼번에 지날 수 있는 흔들다리는 초속 30m의 강풍도 견딜 수 있고, 진도 7 규모의 강진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다리 중간 18m 거리 바닥에는 방탄유리가 설치돼 호수 위를 실제 걷는 기분이 든다. 무서운 사람은 나무발판이나 철망을 딛고 걸으면 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구명환도 준비돼 있다. 호수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이 15m짜리 전망대와 조망 데크 2곳도 있다. 파주시는 호수 둘레길 총 4.5㎞ 중 3.3㎞ 구간에 산책로를 만들었다. 한 번에 480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완비됐다.여가 공간은 수상체험과 오토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카누·카약을 즐길 수 있도록 계류장 등을 만들었다. 호수에서 수상 레포츠를 즐긴 후 자연에서 캠핑하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도록 캠핑장 3600㎡도 만들었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공원과 분수대를 감상하며 곳곳에 쉬어갈 수 있게 마련된 벤치, 야생화가 가득한 하늘계단, 호젓한 둘레길 역시 인상적이다. 가족이나 연인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맑은 호수 표면에 비친 푸른 하늘과 푸른 산이 한폭의 대형 그림 같다. 마장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갓을 쓴 형태의 용미리마애이불입상, 보광사, 벽초지수목원, 장흥유원지 등 다른 볼거리도 많다. 마장호수는 파주시와 양주시 경계에 있어 두 지자체의 상생이 가능하다. 파주시는 마장호수 흔들다리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흔들다리 이용객 음식점 할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흔들다리를 방문한 여행객이 마장호수에서 찍은 사진을 호수 인근 음식점(30곳)에 제시하면 음식값의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파주 관광 전자지도(paju.noblapp.com)를 검색하면 할인 음식점의 위치, 메뉴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며 네비게이션과 연동해 길찾기도 가능하다.김준태 파주부시장은 “마장 휴 프로젝트 사업으로 연간 30만명 이상 새로운 관광객들의 유입이 예측됐으나 지난 2주를 보면 당초 기대치를 2배 이상 크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감악산이 있는 적성면은 파주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중 한 곳이다. 2011년 태풍 곤파스로 산행이 불가능할 만큼 큰 피해를 입어 연간 38만명에 이르던 관광객이 15만명으로 급감했었다. 그러나 요즘 이 지역 상인들은 “살 만하다”고 말한다. 감악산에 순환형 둘레길과 출렁다리를 만드는 ‘감악산힐링테마파크’가 만들어지면서 그렇다. 특히 운계출렁다리가 개통하자,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초창기 휴일에는 1만여명이 찾았으며, 2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봄가을 행락철에는 하루평균 5000여명이 찾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67만여명이 다녀갔다. 곤파스로 피해를 입기 전보다 2배가량 많다. 같은 기간 42만명이 다녀간 포천아트밸리에는 256억원이, 123만명이 다녀간 광명동굴에는 81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됐다. 반면 감악산 테마파크에는 67억원이 투입됐다. 감악산 윤계출렁다리는 제1회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 공모 대표사업에 선정돼 경기도에서 대부분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계곡과 계곡을 잇는 구름다리 형태로, 감악산을 연간 60만~70만명이 찾는 명산의 반열에 다시 올려놓았다. 또 안전요원, 여행업자, 식당 개업 20곳 등으로 3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이끌어 냈다. 감악산은 개성 송악산(705m), 포천 운악산(936m), 가평 화악산(1,468m), 서울 관악산(629m)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으로 불리는 명산이다. 산 정상을 중심으로 북서쪽은 파주시 적성면, 북동쪽은 연천군 전곡읍, 남동쪽은 양주시 남면 등 3곳과 접한다. 이 때문에 파주시뿐 아니라, 연천군과 양주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감악산은 예로부터 임진강을 끼고 있는 남과 북의 교통 요충지이자 삼국시대 이래로 한반도 지배권을 다투던 군사 요충지다. 한국전쟁 때는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던 영국군 글로스터 출신 부대원들의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당시 글로스터 연대 1대대와 왕립 제170 박격포대 C소대 용사들은 설마리 235고지에서 7배나 더 많은 중공군 주력 63군 3개 사단을 맞아 사흘 밤낮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한국군과 유엔군이 서울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줬다. 파주시는 영국군의 헌신적인 사투를 기념하기 위해 출렁다리를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로 별칭해 부르기로 했다 김 부시장은 “감악산 힐링파크 내 먹거리촌 분양과 화장실 및 주차장을 추가 조성하는 등 방문객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감악산 출렁다리가 파주시를 넘어 경기북부 최고의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자, 이제 가자.” “안 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 그렇군.” 바짝 마른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빈 무대에 허름한 점퍼를 입은 두 사람이 앉아 구두를 벗으려 애쓴다.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는 고도가 올지 안 올지를 두고 대화한다. 도대체 고도는 누구인지, 왜 고도를 기다리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싱거운 대화만 몇 번이고 반복한다. 주인과 노예가 잠시 등장하고, 소년이 등장하여 고도가 그날은 오지 않고 내일도 오지 않을 거라고 알린다. 고고와 디디는 왠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두 사람은 무의미한 대화로 시간을 때운다. 1막에서는 고고가 가자고 하고, 2막에서는 디디가 가자고 한다. 쓸데없는 장난과 엉뚱한 대화를 듣는 관객이 왜 내가 여기 앉아 있어야 하나 고민할 때 막은 내린다.●파리로 온 작가·화가·철학자 1906년 4월 13일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에서 태어난 사뮈엘 베케트(1906~1989)는 부유한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 파리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1937년 파리 몽파르나스 언덕에 정착한 베케트는 이듬해 장편소설 ‘머피’를 발표했다. 1938년 1월 6일,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던 베케트는 소위 ‘묻지마 폭력’을 당한다. 모르는 청년이 느닷없이 그에게 칼을 휘둘렀던 것이다. 법정에서 범인이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하자 충격을 받은 베케트는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인생을 숙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41년 파리에서 그는 조국도 아닌 프랑스 레지스탕스 친구들을 돕는다. 더블린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이런 위험을 결심했는지 모르지만, 1942년 동지들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베케트는 시골 농장으로 피신하여 ‘와트’라는 소설을 썼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그는 집중해서 작품을 썼다. 우주의 인연이란 기이한 바, 베케트가 태어나기 5년 전 한 인물이 옆 나라에서 태어났다. 1901년 10월 10일 스위스에서 탄생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스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후기 인상파 화가였던 아버지 덕에 자코메티는 거대한 서가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자코메티는 10세 때부터 소묘와 그림을 그렸으며, 14세 때 동생 디에고를 모델로 처음 흉상을 만들었다. 18세 때 자코메티는 제네바 미술 공예학교에 들어갔다. 자코메티는 눈앞에서 몇 번의 죽음을 목격했다. 아이를 위해 제왕절개를 거부했던 여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어제까지 함께 베네치아 여행을 즐겼던 병든 할아버지 이야기도 황당하다. 아침에 깬 자코메티는 죽어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그때 자코메티는 깨닫는다. 죽음이란 늘 곁에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폭격으로 잘린 팔 등 그는 죽음을 목격하고 강제로 성찰해야 했다. 그의 예술은 죽음이라는 한계에서 탄생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도 파리에 있었다. 그 무렵에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도 파리에 있었다. 세 사람은 양차 대전을 모두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쟁의 비극으로 아수라장이었던 파리라는 공간을 작가 베케트, 화가 자코메티, 철학자 사르트르는 같은 시기에 체험했다. 세 거장은 죽음의 심연을 극복하는 실존주의 문학(베케트)-미술(자코메티)-철학(사르트르)의 연대를 보여줬다. 이후 1953년 1월 파리 몽파르나스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기다리는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의 만남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텅 빈 무대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가 있다. 처음 이 연극을 보았을 때 홀쭉이와 빵빵이 같은 개그맨이 나와서 만담하는 줄 알았다. 노숙자 복장을 한 괴이쩍은 두 사람은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고도가 온다는 확신도 없이, 두 사람은 그저 기다리지만 고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림 자체가 희망이다. 반세기를 기다렸건만, 고도는 오지 않고 다만 심부름꾼을 보낸다. 디디는 고도의 심부름꾼에게 “나를 만났다고 말해”라고 부탁한다. 두 사람은 견딜 수 없는 시간을 버티기 위해 구두끈을 풀었다 다시 감기를 반복한다. 두 인물이 대체 몇 번이나 구두끈을 풀고 다시 묶는지 세어보다가 포기할 정도다. 어찌보면 이 한심한 방법이 아우슈비츠의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꿈꾸었던 생명들이 견뎌내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더라도 삶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베케트는 고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영어 ‘신’(God)이 무의식에 있어서 절대자를 생각하고 썼을 수도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한다. 희망이란, 숨은 신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이 연극이 세계에 널리 알려진 배경에는 자코메티가 있다. 1961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려 할 때 베케트는 자코메티에게 무대 디자인을 맡겼다. 두 거장은 밤새도록 나무 하나를 구부려도 보고, 꺾어도 보고, 부수고, 다시 세웠다. 목매달아 죽고 싶어도 매달리면 부러질 것 같은 연약한 나무를 구상했다. 나뭇잎이 한두 개 달린 앙상한 나무를 석고로 만들어 마치 뼈다귀 같은 느낌을 줬다. 자코메티와 베케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만났다. 석고로 만든 이 나무 하나로 자코메티는 열매 맺을 수 없는 죽은 나무의 비극을 미니멀리즘 무대 양식으로 표현했다.베케트가 무대 디자인을 자코메티에게 부탁한 까닭은 자코메티가 1년 전인 1960년에 발표한 ‘걸어가는 사람’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사진으로, 모작으로 하도 많이 봐 와서 별 감동이 없었다. 과연 저 삐쩍 마른 철사 같은 존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파리 퐁피두센터 5층에서 저 삐쩍 마른 이상한 작품이 몇 점 있어 한참을 봤지만, 부끄럽게도 모자란 서생은 철사인간의 깊이를 공감할 수 없었다. 뭔 뜻인지 몰랐다. 이번에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서 이 작품 하나만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묵상하는 방에서 나는 사십여분을 응시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운명을 쏘아보는 듯 눈알이 크고 둥글었다. 원효의 눈부처를 보듯, 저 둥근 눈에 내 눈을 겹쳐 놓으니 가슴이 떨렸다. 대지를 버티는 두툼한 발, 해골 같은 머리를 촬영하면서 저 철사 같은 인간을 내 삶에 전이시켜 보았다. 183㎝ 키의 철사인간을 자코메티는 비정상적으로 늘어뜨리고 불필요한 것은 다 덜어냈다. ‘덜어냈다’는 표현이 대단히 중요하다. 죽음을 곁에 둔 인간이 덕지덕지 무엇을 품고 걸을 필요는 없었다. 자코메티 이전의 화가들은 ‘본 것’을 만들려 했지만, 자코메티는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려 했다. 동양철학에 깊이 영향을 받은 자코메티는 쓸데없는 것을 다 덜어낸 인간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는 선배 화가 피카소를 향해 엄청난 말도 했다. “난 피카소가 예술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천재더라.” 자코메티의 말은 무서운 자세를 보여준다. 예술은 명성이나 기술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상에서 탄생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피카소는 기술로만 그리는 천재(기술자)일 뿐, 사상을 가진 예술가는 아니라는 비판이다. 나는 피카소와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라는 자코메티의 생각은 사뮈엘 베케트의 정신과 만난다. “우리는 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걸까요?” “그건 말이야, 인간이 더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인간을 만든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는 걸어가는 인간을 말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순간을 경험한다. 비록 이것이 하나의 환상 같은 감정일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나가야 한다.”●걸어가는 고도가 만든 실존주의 철학 희망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음이 앞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주인공은 베케트 자신이었다. 동지들이 죽어가는 전쟁 속에서 레지스탕스로 숨어 지내면서 그는 끊임없이 글을 썼다. 고독을 벗하며 쓰고 또 쓰면서 사망 전까지 그는 매년 작품을 발표했다. 자코메티, 베케트, 사르트르는 인간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절망하지 않고, 걷는 인간, 기다리는 인간, 실존주의 철학을 만들어냈다. 그들에게 파리는 창조의 공간인 동시에 죽음을 체험하게 한 공간이었다.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두 등장인물의 모습은 요즘도 파리에 많은 집시, 난민, 노숙자의 모습이다. 젊은 시절 나치를 피해 도망쳐야 했던 베케트와 자코메티가 한때 저런 처지가 아니었을까.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삶 자체는 무의미요, 전쟁의 아수라와 유사하지 않은가. 세 사람은 뜬구름 잡는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살을 유도하는 염세주의를 자극하지도 않았다. 숨막히는 현실에서 오지 않는 희망을 기다리는 세 거장의 자세는 운명을 견디는 잔혹한 낙관주의라 할 수 있겠다. 이 땅에서는 식민지의 어둠 앞에서 쫄지 말고 “눈 감고 가라”고 했던 시인 윤동주, 독재 시대에 아마득한 혁명을 꿈꾸었던 시인 김수영, 제주도에서는 4·3의 비극에 숨죽이며 지금까지 많은 눈물을 삼켰던 이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저 철사인간이 바로 내 모습,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여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무의미한 세계에서 베케트는 금욕적인 수도승처럼 살았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글쓰기와 연출에만 전념했던 그는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 자코메티와 함께 잔혹한 낙관주의를 가르쳐 준 베케트는 1989년 12월 22일에 조용히 고도가 있는 곳을 찾아 까마득한 여행을 떠났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디펜딩 챔피언의 악몽

    디펜딩 챔피언의 악몽

    엄선된 골퍼 87명만 모인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막을 올린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엔 입을 다물지 못할 멋진 플레이 못지않게 안타까운 기록도 쏟아졌다.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첫날 리더보드 최상단을 점한 인물은 조던 스피스(25·미국)였다. 그는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3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2위 그룹에 2타차 단독 선두다. 2015년 이미 마스터스 우승자에게만 허락되는 ‘그린 재킷’을 입은 스피스는 3년 만에 다시 정상을 노린다. 마스터스 다섯 번째 출전인데 지난 17차례 라운드에서 선두로 게임을 마친 것은 아홉 번째다.우승 1번, 준우승 2번을 기록하며 마스터스에서 남달리 강했던 스피스는 이날도 “정말 좋은 출발이었다”고 자평할 정도로 흡족한 플레이를 펼쳤다. 7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꾸며 이븐파를 달리다가 8번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치고 나갔다. 13~17번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괴력을 뽐냈다. 그가 메이저대회에서 버디를 연속 5개까지 잡기는 처음이다. 2015년 우승 당시 역대 5번째로 ‘와이어 투 와이어’(나흘 내내 선두)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도 선두를 내주지 않을 기세다.디펜딩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38·스페인)는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15번홀(파5)에서 이름도 낯선 ‘옥튜플보기’를 기록했다. 기준보다 8타를 더 치는 참사였다. 가르시아는 그린 옆에 있는 연못에 공을 무려 5번이나 빠트렸다. 그는 “좋은 샷을 많이 때렸다고 생각했는데 불운하게도 공이 (그린에) 멈추길 바라지 않는 듯했다”며 혀를 찼다. 1978년 토미 나카지마(64·일본)가 13번홀(파5)에서, 1980년 톰 웨이스코프(76·미국)가 12번홀(파3)에서 기록한 마스터스 한 홀 최다인 13타와 타이를 이루는 불명예를 안았다. 결국 가르시아는 버디 4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 옥튜플보기 1개로 라운드를 마쳤다. 9오버파 81타 공동 85위다. 잭 니클라우스(1965~1966년), 닉 팔도(1989~1990년), 타이거 우즈(2001~2002년)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마스터스 2연패의 주인공을 노리기는커녕 컷 통과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구름 갤러리에 둘러싸였던 타이거 우즈(43·미국)는 기대를 밑돌았다.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엮어 1오버파 73타로 공동 30위에 위치했다. 오거스타에 도사린 파5 홀 4곳은 비교적 쉬운데 모두 파에 그쳤다. 이틀 간 연습라운드에서는 곧잘 이글을 잡아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마스터스에서만 79번째 라운드를 돌고 있는 우즈가 파5 홀에서 버디 이상을 잡아내지 못한 것은 다섯 번째다. 아쉬웠지만 우즈는 1라운드에 74타를 치고도 우승했던 2005년처럼 남은 라운드에서 반전을 노린다. 그는 “파5 홀에서 이븐파에 그친 게 아쉽다”면서도 “지난 몇 년간 챔피언 만찬을 먹기 위해서만 이곳에 왔는데 (부상을 이기고) 다시 돌아와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출전한 김시우(23)는 3오버파 공동 55위에 올랐고, 전날 ‘파3 콘테스트’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목을 삐끗한 토니 피나우(28·미국)는 통증 속에도 4언더파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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