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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허리케인 물폭탄에 도로 끊기고 정전

    하와이, 허리케인 물폭탄에 도로 끊기고 정전

    미국 하와이 주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주요 간선 도로가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국립기상청(NWS)과 호놀룰루 태평양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카테고리 대형 허리케인 ‘레인’(Lane)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가 이날 오전부턴 호놀룰루 남쪽 320㎞ 지점에서 시속 8㎞ 속도로 북북서쪽을 향하고 있다. 한떄 최고 풍속 시속 200㎞가 넘던 강풍은 시속 100㎞ 수준으로 잦아들었으나 허리케인이 몰고 온 폭우가 하와이 제도 여러 섬에서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기상청은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하와이 섬(빅아일랜드)에 지난 48시간 동안 890㎜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하와이 섬의 주요 도로 3개가 폐쇄됐다. 곳곳에 크고 작은 산사태가 일어나 도로 폐쇄 구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우이 섬에는 아직 비구름이 닥치지 않은 가운데 산불이 발화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와이 제도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는 오아후 섬과 마무이 섬은 이날 오후 허리케인의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오아후 섬에 접근할 무렵에는 열대성 폭풍으로 세력이 더 약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허리케인 경보는 오아후, 마우이, 라나이, 카훌라에 지역에 내려져 있다. 빅아일랜드는 열대성 폭풍 경보로 바뀌었다. 전날 하와이 섬 힐로 지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여행 왔다가 홍수로 발이 묶인 관광객 6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강풍과 폭우로 전신주 등이 피해를 당하면서 정전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하와이 제도 일대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하숙생’ 부른 원로 가수 최희준 별세

    ‘하숙생’ 부른 원로 가수 최희준 별세

    노래 ‘하숙생’으로 1960년대를 풍미한 원로 가수 최희준(본명 최성준)이 2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82세.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희준은 1960년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로 데뷔한 이후 ‘맨발의 청춘’, ‘하숙생’, ‘팔도강산’, ‘종점’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 출신인 그는 학교 축제에서 노래를 부른 것을 계기로 미8군 무대에서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특유의 허스키한 저음이 매력이었던 그는 작곡가 손석우를 만나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나섰다. 활동 당시 예명이었던 ‘최희준’이라는 이름에 ‘항상 웃음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기쁠 희’자를 붙여준 것도 손씨였다. 최희준은 특히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로 시작하는 노래 ‘하숙생’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91년에는 가수 이승환이 리메이크하면서 시대를 뛰어넘어 두루 불렸다. 최희준은 지난 2008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월이 지나도 ‘하숙생’이 대중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는 까닭에 대해 “인생이 뭐냐 하는 것은 항상 화두가 된다. 이 노래의 가사는 때로는 묵상을 하게 만들고, 철학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들린다”면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래 과연 인생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또 가사처럼 부담없이 인생을 살다 보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1996년에는 제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진출하면서 ‘가수 출신 정치인 1호’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한국연예인협회 가수분과 위원장, 한국대중음악연구소 이사장, 문예진흥원 상임감사 등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대상, 가요대상 특별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6일 오전 7시 45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태풍 공포에도 버텼다” 하늘 위 굴뚝농성자들의 이틀

    “태풍 공포에도 버텼다” 하늘 위 굴뚝농성자들의 이틀

    끈 하나로 태풍 ‘솔릭’을 버티려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75m 상공에서 굴뚝 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들이다. 굴뚝 위 농성자들을 위한 보급품은 가느다란 끈 하나로 올려진다. 이 끈이 생명줄인 셈이다. 시시각각 태풍피해 소식이 들려온 지난 며칠간 지상의 농성자들은 ‘굴뚝에 올라가 있는 동료가 혹시나 태풍에 휩쓸려가지는 않을까’ 며칠 걱정에 마음 편할 순간이 없었다. 평소에도 75m 하늘에선 지상보다 몇 배나 강한 바람이 불어댔다.24일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앞 농성장 현장에서는 “정말 다행이다”는 안도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음 스토리펀딩에 파인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김현수(37·여·대학원생)씨 역시 즐거운 얼굴로 굴뚝 위로 보낼 도시락을 챙겼다. 끈에 단단히 묶인 채 도시락은 75m 위 하늘로 올라가 무사히 굴뚝농성자들에게 전달됐다.파인텍 노동자 김옥배(41)씨는 “일기예보가 잘 안 맞는 걸 알면서도 자꾸 서울로 올라온다니까 걱정이 정말 많이 됐다”면서 “대비를 하긴 했지만, 굴뚝 농성자들 역시 태풍 소식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 밤을 보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태풍이 빠르게 소멸하며 빠져나간 덕분에 굴뚝 농성장 근처는 밤새 약한 비만 내렸다. 수시로 뉴스를 확인하던 차광호(48) 지회장도 태풍 경로가 수정됐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 지회장은 “예상보다 100km는 더 내려갔다”면서 연신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전날인 23일 ‘솔릭’이 제주도를 강타하며 피해 소식이 쏟아지던 때만 해도 파인텍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잔뜩 서려 있었다. 먹구름이 가득한 농성장에 전운이 감돌 정도였다. 이날은 지상에 설치된 농성 현장에도 전에 없던 끈이 등장했다. 태풍을 대비해 농성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히 묶기 위함이었다. 주변 전봇대와 서울에너지공사 담벼락 등 끈을 묶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하나씩 끈이 묶여 농성천막과 이어졌다. 이날 태풍을 맞이할 준비를 하던 차 지회장은 “태풍이 불면 음식을 조달할 수 없어서 미리 빵과 에너지바 같은 것들을 끈에 달아 올렸다”고 말했다. 굴뚝 농성자들에게는 오전 10시, 오후 5시 하루 2번씩 식사가 공급된다. 지상에 있는 동료들이 끈에 도시락이 담긴 가방을 묶어 75m 위 상공으로 올려 보낸다. 태풍이 불면 그마저도 조달할 수 없었다. 차 지회장은 “여기도 태풍 대비해 여기저기 끈으로 묶었지만, 굴뚝 위가 더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을 대비해 끈을 잔뜩 올려보냈다”고 말했다. 차 지회장은 인터뷰 중간 중간 계속 굴뚝을 올려다봤다. 그는 경험자로서 저 위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힘겨운 생활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차 지회장은 “청와대와 박원순 시장 측에서 태풍을 피해 잠시만 내려올 수 없겠느냐기에 내려오라고만 하지 말고 올라간 이유를 생각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농성자들은 지난 3월 27일부터 하루 100만원씩 퇴거 강제금을 부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어느 하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첫 굴뚝 농성은 2014년 5월 27일 새벽에 시작됐다.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을 해고시킨 게 원인이었다. 굴뚝은 파인텍 회장의 사무실이 보이는 가장 가까운 장소였다. 고작 80cm 정도 폭의 좁은 공간에서 차 지회장은 408일간 버텼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7월 8일 사측과 고용 및 노동조합, 단체협약 승계를 합의하고 농성을 종료했다. 하지만, 약속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2017년 11월 12일 새벽 2명의 농성자가 다시 굴뚝에 올랐다. 2차 농성이 시작된 지 어느덧 286일째. 지난겨울과 이번 여름 역대급 한파와 폭염을 겪으면서도 농성자들은 굳건히 버텼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약속한 회사에 “약속을 지키라”는 것. 태풍은 비켜갔지만 태풍을 대비해 단단히 묶어둔 끈처럼 노동자들은 굳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밀양 얼음골, 늦더위 날려버리는

    밀양 얼음골, 늦더위 날려버리는

    8월 하순으로 접어들어 계절은 가을로 향하고 있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불지만 한낮에는 다시 습기 젖은 무더위가 찾아든다. 올여름 한반도를 덮친 사상 최악의 폭염이 긴 꼬리를 남긴 채 어슬렁거리는 듯하다. 더위를 잊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잠시나마 계절을 거슬러 찬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경남 밀양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이웃한 창원에서는 사격을 즐기며 더위와 스트레스를 한번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한여름 더위도 금세 가시게 할 밀양의 명소는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얼음골(천연기념물 제224호)이다.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얼어 있는 골짜기라 얼음골로 불린다. 나라에 큰 우환이 있을 때 땀을 흘린다는 표충비, 두드리면 종소리·쇳소리·옥소리가 난다는 만어사 경적과 더불어 밀양의 3대 신비다. 찬 계곡물 돌무더기 틈마다 얼음 꽁꽁 ‘얼음골’ 밀양에는 KTX역이 있어 서울역에서부터 2시간 30분이 채 안 걸리지만 얼음골의 신비를 확인하려면 밀양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영남알프스까지 가는 수고가 필요하다. 대중교통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걸리고 번거로워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밀양 시내에서 울산 방향으로 난 24번 국도를 따라 30여분 달리다 얼음골교차로로 빠져 5분쯤 더 가면 산내면 얼음골 주차장에 이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얼음골의 냉기를 찾는 건 이르다. 휴게소매점 뒤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 사과를 바구니에 담아 파는 상인들이 보일 때쯤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시원한 공기가 조금씩 느껴진다. 오른편 물이 흐르는 계곡은 바위마다 돗자리를 깔고 둘러앉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책을 읽는 노부부, 화투패를 손에 든 사람들, 가만히 누워 여유로움을 즐기는 모습까지 각양각색이다. 아기자기한 돌다리를 건너 천황사를 왼편으로 두고 더 올라가니 냉장고를 열어 둔 듯 시원했던 공기가 냉동실 문을 연 것처럼 차가워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분명 뙤약볕이 쨍쨍한데 냉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얼음골의 실체가 나온다. 수많은 돌이 무더기로 흩어져 있는 모습은 마치 폐허 같아 자칫 실망할 수도 있지만 돌무더기 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로 꽁꽁 언 얼음이 보인다. 3월 초순 얼음이 얼기 시작해 8월 하순까지 녹지 않는다는데 겨울에는 반대로 바위틈에서 더운 김이 올라온다고 한다. 밀양의 얼음골 사과는 고급 사과로 유명하다. 낮 동안 밀양의 햇볕을 쬐다 해가 지면 얼음골의 냉기를 머금어 그 일교차가 단맛을 빚어낸다고 한다. 밀양의 대추 역시 같은 이유로 이름났다.붉은 꽃 활짝 핀 표충사 고즈넉한 풍경 위양지 얼음골에서 휴식을 즐겼으면 인근 표충사를 둘러봐도 좋다. 천황산을 기준으로 얼음골과 반대편인 남쪽 자락의 표충사까지는 차로 25분쯤 걸린다. 필봉·사자봉·재약봉·문수봉 등 부채처럼 펼쳐진 재약산의 8개 봉우리가 표충사를 감싸고 있다.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절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킨 사명대사를 제향하는 사당이 있던 절이라 표충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대선사가 1966년 열반한 곳이기도 하다. 널찍한 마당을 둘러 자리한 대광전, 서래각, 사당인 표충사 등을 천천히 둘러볼 만하다. 3층 석탑(보물 제467호) 뒤편 배롱나무에 활짝 핀 붉은 꽃은 야릇한 정취를 더한다. 기왕 밀양에 왔으니 떠나기 전 고즈넉한 풍경이 일품인 위양지를 잠시 들러보는 건 어떨까. 밀양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20분가량 거리에 있는 크지 않은 못이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못 가운데에는 완재정이 작은 섬처럼 자리하고 있는데 그곳에 이르는 짧은 길이 마치 비밀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처럼 느껴진다. 못의 물 위로 손끝을 대고 있는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오리 한 쌍이 유유히 헤엄치는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시내 남동쪽 방향 20분 거리에는 화려하게 탈바꿈한 삼랑진읍 트윈터널이 가족·연인 단위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다. 2014년 KTX 개통으로 버려졌던 터널이 지난해 화려한 색의 빛을 주제로 한 터널로 거듭났다. 1억개의 LED 전구가 각 450m가량의 상·하행선을 왕복으로 수놓는다. 터널 내부는 한여름에도 영상 14℃를 유지해 더위를 피해 가기에도 좋다.클레이·공기소총·권총 사격…창원으로 밀양에서 한껏 여유를 즐겼다면 창원으로 이동해 다이내믹한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국제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창원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창원국제사격장이 있다. 국제대회를 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도 클레이 사격, 공기소총·권총 사격 등을 즐길 수 있다. 사격 시뮬레이션 게임도 있어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다. 창원시는 대회에 맞춰 올해를 ‘창원 방문의 해’로 정했다. 이번 대회는 91개국에서 4255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북한 대표팀도 14개 종목에 출전할 선수 12명(남 5·여 7)과 임원 10명 등 22명이 등록을 마쳤다. 창원시는 대회 기간 사격장 내에 관광홍보관을 만들어 지역 대표 관광지와 축제 등을 안내하고 벚꽃빵, 진해콩, 아구포 등 특산물을 판매할 계획이다. 글 사진 밀양·창원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정물/도상봉 · 수박/허수경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정물/도상봉 · 수박/허수경

    정물/도상봉 24x34㎝, 캔버스에 유채 전 숙명여대 교수. 1964년 예술원상 수상. 1970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수박/허수경 아직도 둥근 것을 보면 아파요 둥근 적이 없었던 청춘이 문득 돌아오다 길 잃은 것처럼 그러나 아휴 둥글기도 해라 저 푸른 지구만 한 땅의 열매 저물어 가는 저녁이었어요 수박 한 통 사들고 돌아오는 그대도 내 눈동자,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었지요 태양을 향해 말을 걸었어요 당신은 영원한 사랑 태양의 산만 한 친구 구름을 향해 말을 걸었어요 당신은 나의 울적한 사랑 태양의 우울한 그림자 비에게 말을 걸었어요 당신은 나의 혼자 떠난 피리 같은 사랑 땅을 안았지요 둥근 바람의 어깨가 가만히 왔지요 나, 수박 속에 든 저 수많은 별들을 모르던 시절 나는 당신의 그림자만이 좋았어요 저 푸른 시절의 손바닥이 저렇게 붉어서 검은 눈물 같은 사랑을 안고 있는 줄 알게 되어 이제는 당신의 저만치 가 있는 마음도 좋아요 내가 어떻게 보았을까요, 기적처럼 이제 곧 푸르게 차오르는 냇물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재와 붕장어의 시간이 온다는 걸 선잠과 어린 새벽의 손이 포플러처럼 흔들리는 시간이 온다는 걸 날아가는 어린 새가 수박빛 향기를 물고 가는 시간이 온다는 걸 ================================ 나는 수박을 좋아한다. 말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느티나무 아래 앉아 수박을 먹고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오늘 수박을 먹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직도 둥근 것을 보면 아파요. 오랫동안 둥근 것은 착한 것이라 생각했다. 평화 또한 둥글게 모여 손잡고 추는 춤이라 여겼다. 그런데 둥근 것은 마음이 아프다니. 언어의 지평과 시인의 감정이 만나는 접점에서 하늘을 본다. 한때 둥글었으나 한없이 쓸쓸했던 시간들 우리 모두에게 있다. 붉은 수박 속에 하늘의 별들이 가득 차 있다는 걸 생각하자. 밀화부리가 달팽이관에 수박 향기를 쏟으며 날아간다. 아픈 시인이여 아프지 말자. 곽재구 시인
  • 대화 중에 때리는 미·중…160억弗 관세폭탄 주고받았다

    80여일만에 무역협상 테이블 앉았지만 美, 예고대로 중국산에 25% 추가 관세 中도 즉각 보복…“WTO에 제소할 것” 트럼프, 중간선거 때까지 강경기조 유지 무디스 “무역전쟁 여파로 성장률 타격” 미국이 중국과 무역 협상을 하는 가운데 당초 공언한 대로 160억 달러(약 17조 8000억원) 규모의 관세 폭탄을 추가로 터트렸다. 이는 중국이 백기를 들 때까지 미국이 강경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3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미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등 340억 달러(약 37조 9000억원) 규모에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는 상황에서 25%를 추가로 얹은 것이다. 중국도 같은 규모의 보복에 나섰고,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지난 6월 3일 고위급 회의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미·중의 무역대화가 80여일 만인 22~23일 재개되면서 긴장 완화 가능성도 대두됐다. 하지만 미·중이 양국 대표단이 협상 테이블에 서 있는 와중에도 상호 관세 폭탄을 퍼부으면서 이번 대화에서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은 중국이 무역적자뿐 아니라 환율과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 통 큰 양보를 하지 않는 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백악관의 대중 강경파들은 미국의 튼튼한 경제 체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더욱 거센 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 여건이 악화한 지금이 최고의 ‘공격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내수 및 성장 둔화, 부채 누적 등으로 고심하고 있는 때에 맞춰 관세 폭탄으로 ‘치명상’을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은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졌다는 점을 추가 관세 부과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의 결속을 위해 2000억 달러(약 224조원) 관세폭탄 집행 등 한층 공세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중국도 예고대로 즉각 16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관세 부과에 들어갔다. 중국 상무부는 “어쩔 수 없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보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조치가 WTO 규정을 명백히 위반했다”면서 “분쟁해결 절차를 위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의 대미 수출(2017년 5056억 달러)이 미국의 대중 수출액(1304억 달러)보다 훨씬 규모가 큰 상황이어서 관세 폭탄을 주고받을수록 중국에 불리한 구조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22일 올해 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전쟁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타격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스님은 떠나도… 佛心은 달래지 못했다

    스님은 떠나도… 佛心은 달래지 못했다

    총무부장 대행체제…60일내 후임 선출26일 종단 개혁 외치는 전국승려대회 맞불집회측 호법단 구성…충돌 불가피21일 설정 총무원장의 전격 사퇴로 조계종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이라는 게 조계종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향후 새로운 정권 창출을 둘러싼 다툼과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절차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지금의 조계종 사태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초 사태는 사유재산 축적과 은처자 의혹 등으로 인한 설정 스님의 퇴진 요구에서 시작됐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 재가불자들을 주축으로 한 불교단체의 퇴진 요구 집회와 전 불국사 주지 설조 스님의 단식이 이어졌고 원로회의 의원과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잇따라 설정 스님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설정 스님은 수위를 달리해 가면서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13일 갑자기 종전의 입장을 바꿨다. 개혁의 기틀을 다진 뒤 연말에 명예롭게 퇴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설정 스님은 사실상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총무원장은 중앙종회 의원들과 각 교구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뽑도록 돼 있다.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조계종 안팎에서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자승 스님이 설정 스님의 사퇴를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설정 스님은 자승 스님을 축으로 한 주류 세력에 대한 반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우회적으로 비쳤다. 진퇴와 관련한 설정 스님의 입장 번복은 결과적으로 비주류 세력들과 적폐청산을 외치는 재가불자 단체의 공통 요구로 번진 셈이다. 바로 기득권 세력의 핵심인 중앙종회의 해산과 총무원장 선거제 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조계종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음을 예고하는 핵심이다. 그 혼돈의 복판은 바로 주류와 비주류 세력의 갈등이다. 설정 스님 측과 자승 전 총무원장 측, 조계종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설조 스님이나 수좌회 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설정 스님의 사퇴로 조계종은 총무부장이 원장 대행을 맡아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사정이 간단하지 않다. 조계종단 개혁을 외치고 있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주류 세력의 완전 교체를 통한 새 판 짜기와 쇄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6일 조계사에서 열릴 초법적 기구인 전국승려대회가 문제다. 승려대회 봉행위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드시 자승 전 총무원장을 위시한 조계종 지도층 인사들의 부패라는 인재(人災)를 수습해 사부대중의 종단 참여, 재정 투명화를 이뤄내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이에 대해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중앙종회, 신도단체등은 승려대회를 반대하고 사실상 맞불 집회인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조계사에서 봉행할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승려대회를 종단의 안정을 해치는 해종 행위로 간주하고 총무원 청사 난입 등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해 호법단까지 구성해 놓고 있다. 양측 모두 평화적 집회를 강조하지만 입장 차가 큰 만큼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승려대회와 교권수호대회가 함께 열리는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가 또 한 차례 수난을 치를 전망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부산 올해 추경 4896억원 편성…일자리·민생에 투입

    부산시는 올해 추가경정 예산 4896억원을 편성해 20일 부산시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 예산 편성으로 부산시의 올해 전체 예산은 10조9155억원에서 11조4051억원으로 4.5% 늘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추경예산은 지난해 결산 잉여금과 중앙정부로부터 확보한 지방교부세,국고보조금 증가분 등에서 조달했으며, 일자리 창출과 시민안전,도시기반시설 조성 등에 중점적으로 투입한다. 일자리 창출 부문 편성예산은 청년구직활동비 10억원,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39억원,청년 주거안정을 위한 행복주택 공급 확대 215억원 등 309억원이다.서민과 소상공인의 경영환경 개선과 자립 지원에도 87억원을 지원한다. 지역주력 산업 기술을 재편하고 미래신산업 육성을 위한 사업으로 부산형 국가혁신클러스터 구축,파워반도체 연구 플랫폼 구축,부산형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제작 지원센터 구축,전기차 민간상용보급 사업 등에 257억원을 편성했다. 도시기반 시설 조성 사업으로는 서부산권 연결도로망 확충을 위해 천마산터널 46억원,을숙도대교∼장림고개 지하차도 144억원,만덕3터널 100억원 등 모두 691억원을 투입한다. 미음화물차 공영차고지 조성 사업비는 당초 91억원에서 131억원 늘어난 222억원으로 확대했다. 부산 첫 구름다리인 자성고가교 철거 사업비 30억원,수영만 자연재해위험지구 개선사업 증액 10억원,좌동지구 다목적저류시설 설치비 증액 15억원 등 모두 157억원을 투자한다. 이밖에 미세먼지에 대응하고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어린이집과 경로당 공기청정기 보급 62억원,학교 교실 공기정화장치 설치 지원 10억원을 새로 편성하는 등 모두 83억원을 배정했다. 자성고가교 철거사업비와 미세먼지 대응 사업비는 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장 취임 이후 시민정책제안 사이트 ‘OK 1번� ?【� 신청받은 제안 사업 가운데 선정해 이번 추경에서 신규로 반영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추경예산안이 신속히 집행될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갈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오늘, 지난주 주춤했던 한낮 무더위·열대야 기승

    오늘, 지난주 주춤했던 한낮 무더위·열대야 기승

    지난주 잠시 주춤했던 폭염이 월요일인 20일부터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일부 서쪽지방은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은 대체로 맑겠으나 중부지방은 그 가장자리에 들어 구름이 많겠다고 19일 예보했다. 아침 최저기온은 19~25도, 낮 최고기온은 27~34도로 예상된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남풍이 유입돼 기온이 오르면서 폭염특보가 확대 발표될 가능성이 있겠다. 또 낮 동안 오른 기온이 밤사이 충분히 내려가지 못해 일부 서쪽지방에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 지역별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25도, 춘천 22도, 대전 23도, 대구 21도, 부산 23도, 전주 23도, 광주 23도, 낮 최고기온은 서울 34도, 춘천 33도, 대전 33도, 대구 33도, 부산 31도, 전주 34도, 광주 34도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미세먼지농도는 대기확산이 원활해 전 권역이 ‘좋음~보통’으로 예상된다. 오존농도는 수도권·충청권·전남·경남은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보통’으로 전망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면허취소 면했지만 착잡한 진에어

    국토교통부가 내민 ‘면허취소 대신 경영 불이익’ 카드에 진에어는 안도감과 착잡함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신규 노선 취항과 기재 도입 제한 등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려서다. 진에어는 지난 17일 입장자료를 내고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고객 가치 및 안전을 최고로 여기는 항공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에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 방안’에 따르면 ▲의사결정 체계 정비 및 경영 투명화 ▲준법지원 제도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을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경영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내 다른 계열사 임원의 결재를 배제하고 최종 결재를 대표이사가 하기로 했다. 이사회 개최를 격월로 늘리고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며,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으로 확대하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배제하는 방안도 담았다. 임원에 대한 보직 적합성 심사와 리더십 평가 등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원들의 불만 등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에어의 경영 정상화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진에어가 제시한 경영문화 개선 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 일정 기간 신규 운수노선 배분과 신규 항공기 등록을 하지 않고 전세기, 부정기 항공기 운항 등도 불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LCC 업계가 지방 공항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신규 노선을 늘려 가는 상황에서 신규 노선 취항 제한은 사업 확대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또 지난달 도입하려던 신규 항공기 B737-800 2대의 도입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리스 계약과 도색, 좌석 개조 등을 끝낸 항공기를 방치해 둘 수밖에 없어 리스료 등 고정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진에어는 전 거래일보다 6.22% 오른 2만 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뛰었지만 당장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날 진에어 노조는 성명을 내고 진에어에 ‘갑질 경영’을 일삼은 총수 일가와 혼란을 자초한 국토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노조는 “국토부가 모순된 법을 억지로 적용해 직원 생계를 위협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면서 “김현미 장관은 사퇴하고 국토부는 항공법을 재정비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천 명을 실직 위기에 몰아넣고도 비겁하게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무책임한 총수 일가는 사죄하고, 진에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진에어 면허 취소는 피했지만 … 신규노선 제한 등 정상화 ‘첩첩산중’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 면허 취소 대신 경영상 불이익을 주기로 하면서 진에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신규 노선 취항과 기재 도입 제한 등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영 정상화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17일 진에어는 입장자료를 내고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고객 가치 및 안전을 최고로 여기는 항공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짧게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진에어는 지난 14일 국토부에 ‘경영문화 개선 방안’을 제출해 ▲의사결정 체계 정비 및 경영 투명화 ▲ 준법지원 제도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내 다른 계열사 임원의 결재를 배제하고 최종 결재를 대표이사가 하기로 했다. 이사회 개최를 격월로 늘리고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며,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으로 확대하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배제하는 방안도 담았다. 준법지원인을 선임해 항공법령을 꼼꼼히 준수하고 외부전문가와 익명 제보 등을 통해 준법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임원에 대한 보직 적합성 심사와 리더십 평가 등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원들의 복지와 불만 등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면허 취소 위기에 몰리면서 주가 급락 등 경영에 심각한 불안을 겪었던 진에어는 이날 국토부의 결정을 계기로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면허 취소 대신 주어진 제재가 경영에 적지 않은 불이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진에어가 제시한 경영문화 개선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 일정 기간 신규 운수노선 배분과 신규 항공기 등록을 하지 않고 전세기, 부정기 항공기 운항 등도 불허하기로 했다. 최근 LCC업계가 지방 공항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신규 노선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신규 노선 취항 제한은 사업 확대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또 지난달 도입하려던 신규 항공기 B737-800 2대의 도입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리스 계약과 도색, 좌석개조 등을 끝낸 항공기를 방치해둘 수밖에 없어 리스료 등 고정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진에어는 전 거래일보다 6.22% 오른 2만 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뛰었지만 당장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날 진에어 노조는 성명을 내고 진에어에 ‘갑질 경영’을 일삼은 총수 일가와 혼란을 자초한 국토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노조는 “국토부가 모순된 법을 억지로 적용해 직원 생계를 위협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면서 “김현미 장관은 사퇴하고 국토부는 항공법을 재정비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수천 명을 실직 위기에 몰아넣고도 비겁하게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무책임한 총수 일가는 사죄하고, 진에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우리 옛시조보다 조선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문학작품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들이 쓴 몇 줄의 평론문이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더 조선선비의 내면을 잘 비춰주기도 한다. 먼저, 유학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남긴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인물평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송시열은 조선후기 정치계와 사상계를 호령했던 거물이다. 우리나라 유학자 중 ‘자(子)’자가 붙은 유일한 인물로, 송자(宋子)라 불린다. 말하자면 성인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남명 조식은 퇴계 이황과 함께 당대의 유학을 영도한 두 거두 중 한 사람으로, 그야말로 조선 선비정신의 화신이라 할 만한 강직한 인물이다. 그는 나라의 정치가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상소문에서 왕의 모후 문정왕후와 명종에 대해 “대비는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국왕은 아직 어리니 돌아가신 왕의 한 고아일 뿐이다”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거리낌없이 쓰기도 했다. 임금이 그 문구에 진노했다지만, 그래도 조식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못한 것을 보면 조선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진다. 일개 신민으로서 조식을 능가하는 강골(强骨)은 동서고금에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같은 남명에 대해 한 세기 뒤의 후학 송시열이 쓴 인물평은 다음과 같다. “천길 절벽에 우뚝 서서 일월(日月)과 빛을 겨루는 기상은 지금까지도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품게 하여, 완악한 벼슬아치들을 청렴하게 하고 나약한 선비들을 떨쳐 일어나게 한다.” 이처럼 서릿발 같은 인물이었지만 남명이 남긴 시조 한 편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진경산수화다.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겨세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지리산의 딴 이름. *두 갈래 물줄기 재미있는 것은 위의 시조와 똑같은 소재와 주제로 짝이 될 만한 시조 한 수를 퇴계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 닮음이 자못 신선하고 재미있다. 청량산 육륙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지지 마라 어주자* 알까 하노라 *수다스러우랴. *고기잡이 남명 조식은 평생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산림처사로 자처하며 살았다. 처사(處士)란 세속에 발을 들이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이 시조에서 보듯이 자연에 완전 귀의하여 처사로 살다가 동갑인 퇴계가 죽은 이듬해 표표히 떠났다. 앞으로는 큰 여울이 흐르고, 뒤로는 수려한 산을 등지고 있는 산청의 덕천서원이 남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다른 평론은 퇴계 이황(1501~1570)이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의 ‘어부가’를 평한 것으로 이 또한 명문인데, 우선 농암이 살았던 곳의 빼어난 풍광부터 일별해보자. 안동 도산서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예안의 농암 고택은 운치 넘치는 고가로, 앞으로는 낙동강 상류인 분강(汾江)이 흐르고, 강 건너편으로는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다. 이 강에서 고향 선후배간인 농암과 퇴계는 가끔 배를 띄우고 술잔을 물에 흘려보내면서 음풍농월의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두 사람은 나이차가 34년이나 되는데도 함께 즐김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퇴계의 집에서 농암 종택은 강을 따라 두어 시간은 좋이 걸어야 하는 거리로, 참으로 아름다운 강변 길이다. 퇴계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은 이 길의 아름다운 풍광이 빚어낸 노래이다. 농암은 서른 둘에 벼슬길에 올라 일흔 넷이 되어서야 겨우 병을 핑계로 낙향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는 조선조 5백 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은퇴식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의 은퇴식에는 임금과 당시 정계, 학계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전별시들을 지어 그를 전송했다. 배 타러 한강으로 가는 길에는 장안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와 그를 전송했다. 평생을 벼슬살이했지만 배에 실은 짐이라고는 화분 몇 개와 책보따리 그리고 바둑판 한 개뿐이었다고 한다. 청춘에 집을 나서 백발에 귀향길에 오른 농암이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며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분강촌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어부사’의 한 편이 그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굽어는 천심녹수 돌아보니 만첩청산 십장 홍진*이 언매나 가렸는고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얘라 *열 길이나 되는 속세 먼지. *달이 밝거든 밤이 되어 강과 호수에 달빛마저 휘영청하면 마음은 무욕, 더없는 평화로움을 누리는 심경을 농암은 담담히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10여 년을 더 유유자적 자연 속을 노닐다가 떠났다. 참으로 복 받은 삶이라 하겠다. 이 농암이 남긴 연시조 ‘어부사’의 발문을 퇴계가 썼는데, 그 평론이 실로 멋스럽기가 한량없다. “부귀를 뜬구름에 비기고, 고상하고 품위 있는 생각을 물외(物外)에 부쳐 낚시터를 노니는 선생의 강호지락(江湖之樂)은 가히 진의(眞意)를 얻었다.” 이보다 멋스러운 평론이 또 있을까. 역시 사람들이 멋스러우니 이런 멋스런 글도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의 선비들은 실로 아름다웠다. (위 시조들은 ‘우리 옛시조 여행(이광식 저)’에서 인용)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부산 자성고가교 50년 만에 철거

    부산 최초의 구름다리인 ‘자성고가교’가 5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민선 7기 시민소통창구인 ‘OK 1번가’에 올라온 시민정책 제안 가운데 ‘자성고가교 철거’ 의견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올해부터 철거에 들어가기로 했다. 시는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 자성고가교 철거 예산 83억원 가운데 30억원을 반영해 철거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머지 53억원은 내년에 확보해 내년까지 자성고가교 철거를 완료할 예정이다. 자성고가교는 1969년 지어진 부산 최초의 구름다리다. 이 다리는 경부선 철로로 끊긴 도심을 연결하며 부산의 핵심 교통 인프라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건립된 지 49년이 지나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과도한 유지·보수 비용 탓에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부산시는 자성고가교를 철거하면 인근의 미 55보급창이나 자성대 공원 일원의 원도심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은? - 부산 송도 해수욕장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은? - 부산 송도 해수욕장

    “거대한 파도들이 깊은 물이랑을 뒤로 끌면서 말 위에 높이 앉듯 흉흉하게 솟구치고 있었다.” <서정인, 물결이 높던 날. 1963> 소설 속 주인공 ‘현수’는 다방 아가씨 ‘명자’를 사랑한다. 거북섬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송도해변의 높은 파고와 모래밭을 넘어야만 닿을 수 있는 다방과 문 앞만을 맴도는 서툰 염정(艶情). 자신도 어찌할 줄 모르게 솟아오르는 연민과 증오, 욕정의 어지러움을 달래기 위해 송도 해변을 현수는 한없이 걷고 또 걷는다. 소설은 송도해수욕장 주변을 배경으로 한 젊은 청년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쉼없이 드러내고 뱉어낸다. 처음이자 최초로 다가 온 사랑의 감정앞에 현수는 결국 좌절한다. 어찌되었던 간에, 어느 쪽에서나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것은 용한 일이 분명하다. 더구나 사람이나 물건이 아니라 붙박여있는 지역이나 건물이 그런 이름표를 걸게 되면 마을 하나가 살아갈 요량은 더더욱 확실해진다. 그러하다보니 제각기 서로가 원조이자 처음이고, 시작임을 내세우고 싶지만 세상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터.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이라는 명찰 확실히 붙이고 있는 부산 송도해수욕장으로 가보자. 부산에는 현재 해운대, 광안리, 송정, 일광, 임랑, 송도,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총 7곳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 있다. 이중에서 송도와 다대포 해수욕장은 부산의 서남권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자 부산의 구도심과 연결되어 있어 역사가 만만치가 않다. 특히 송도해수욕장의 경우 부산역과 부산항에 인접하여 접근성이 뛰어나 예로부터 해수욕장 자리로는 제대로였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송도(松島)해수욕장은 1913년 7월에 개장한 우리나라 제1호 공설 해수욕장이자 최초의 근대 해수욕장이다. 191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거류민을 중심으로 송도 해변가 주변이 조금씩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하다가, 1913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송도(지금의 거북섬)에 ‘수정(水亭)’이라는 휴게소가 들어서면서 해수욕장이라는 공식 명칭이 붙게 되었다. 이후 송도해수욕장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과 6.25전쟁 이후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이름값을 날린다. 1964년에는 길이 420m의 케이블카가 들어서고 거북섬을 잇는 구름다리가 만들어지면서 해수욕장의 인기는 지금의 해운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신혼부부들이 꼭 가봐야하는 신혼여행지로 명성을 날려 구름다리와 거북섬은 하루 종일 연인들의 사진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몰려드는 인파에 비하여 해수욕장 주변 환경 개선 사업은 전무하였는데 각종 생선 부산물 및 음식찌꺼기와 생활 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 내려갔다. 또한 부산 남항에서 배출된 각종 선박들의 오염물질 등으로 인하여 2000년에 들어서서는 송도는 해수욕장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하여 해안도로 200여 미터가 파손되어 송도 해수욕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부산시는 해수욕장 앞쪽 300m에는 너비 40m, 길이 300m에 이르는 수중방파제인 잠제(潛堤)를 설치하여 모래유실을 막는 공사를 하였고 이에 더해 27만m³의 모래를 백사장에 더해 지금의 송도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만들기도 하였다. 현재는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가 800m, 폭은 공식적으로는 50m이며 바로 옆에 위치한 수변공원의 넓이는 30,000m2에 이른다. 이 외에도 바다 위를 강화유리로 밟아보는 길이 104m, 폭2.3m의 ‘구름산책로’가 있어 바다 위를 걸어 거북섬에 닿을 수도 있으며,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1.6Km 길이를 둘러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다. 2018년 여름. 하루 종일 머리 위 불덩이 하나씩 얹고 보낸 올 여름의 중순. 송도해수욕장에서 여름과의 시원한 작별을 고하는 것도 괜찮지는 않을까. <송도해수욕장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부산 해운대 지구가 아닌 부산 서구쪽 여행을 계획한다면. 부산 구도심과 가까운 해수욕장이서 가벼운 산책길로 괜찮다. 2. 누구와 함께? - 수심이 깊지 않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 서면역(1호선 승차) -> 자갈치역(하차) -> 96번 버스(환승) -> 송도해수욕장 정류장(하차) -> 송도해수욕장(도착) - 부산역에서 26번 버스(승차) -> 송도해수욕장 정류장(하차) -> 송도해수욕장(도착) 4. 감탄하는 점은? - 구름다리의 야경. 송림 공원의 시원한 바람.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이름에 비하여 피서객은 많지 않은 편이다. 최근에 다시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6. 꼭 봐야할 공간은? - 거북섬. 케이블카. 구름다리.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예전부터 송도해수욕장은 장어구이가 유명하다. 해안가 주변 횟집들의 수준은 비슷한 수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ongdo.bsseogu.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국제시장, 이바구 거리, 산복도로, 자갈치시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예전의 바가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정찰제로 운영이 되며 인근 식당의 경우도 주거공간과 아울러 있는 송도해수욕장 특유의 입지 조건으로 인해 도심 여느 식당과 가격 차이가 없을 정도로 준수한 수준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문화마당] 무사한 나의 여름/김소연 시인

    [문화마당] 무사한 나의 여름/김소연 시인

    서울역 앞에서 택시를 탔다. 지방에 일을 하러 갔다가 올라오는 길이었다. 여행가방은 무겁고 한낮은 지나치게 무더웠다. 지나치게 시원하던 실내에 앉아 땀을 식히자마자 에어컨을 좀 줄여 줄 수 있겠느냐며 택시 기사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승객을 위해 행여나 하는 마음에 한 단계 올렸을 뿐 자신도 낮추고 싶었다며 반가워했다. 이내 폭염에 대한 안부로 그는 화제를 돌렸다. 그의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고 했다. 낡은 에어컨이 한 대 있었지만 몇 해 전 딸이 결혼을 하면서 새로 장만해 준 냉장고 둘 자리가 마땅치 않아 에어컨을 버리고 그 자리에 냉장고를 놓았다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선풍기로 그럭저럭 여름을 날 수 있었는데 올여름은 도무지 힘들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에어컨을 사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몇 달을 대기해야 해서 열대야가 정점이었던 어젯밤에는 아내와 둘이서 차 시동을 켜고 에어컨을 틀고 잠을 잤다며 한숨을 쉬었다. 차창 바깥으로는 전에 없던 풍경들이 지나갔다. 양산을 쓴 사람들이 많아졌고 목에 손선풍기를 매달고 걷는 사람도 많았다. 옆에 여행가방이 있어서였을까. 어쩐지 이번 여름은 내가 사는 이곳이 낯설고 뜨거운 기후의 외국 같구나 생각했다.이 무더위에 밥을 잘 해 먹고 사냐고 친구가 안부를 보내오면 밥을 잘 해 먹지 않는 방법으로 이 무더위를 잘 보내고 있다고 답한다. 되도록 불 앞에 서지 않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냉국을 만들고 국이나 찌개를 생략한 채 밑반찬만으로 식사를 한다. 얼마 전에는 로봇청소기마저 구입을 했다. 여름철 별미들에 관한 레시피를 엿보던 어느 블로거가 공동구매 상품으로 로봇청소기를 제안한 걸 보고서 충동구매를 했다. 기특하게도 ‘발발이’(내가 로봇청소기에게 지어 준 이름)는 내가 외출을 한 사이에 집 안을 제법 깨끗하게 청소를 해 두었다. 내가 잠이 든 밤에는 물걸레질도 혼자 다 해놓고서 스스로 다시 충전기에 들어가 있는다. 덕분에 나는 집안일을 하느라 땀을 흘리지 않아도 쾌적하게 여름을 지나가고 있다. 물론 잠잘 때마저 에어컨을 틀어 둔다. 내가 만났던 택시 기사님처럼 나도 더위를 견디다 견디다 작년에야 에어컨을 장만했다. 여름이 다 지나 9월에야 설치를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제때 에어컨을 장만해 두지 않아 후회를 했지만 올해는 거의 의존하며 지내는 든든한 기계다. 물론 틀면 춥고 끄면 덥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틀면 살이 아리고 끄면 숨이 막히지만 말이다. 직장인인 데다 육아까지 담당하고 있는 친구가 이 무더위를 원망하며 집안일의 괴로움에 대해 토로했을 때 나는 나의 발발이를 소개했다. 나의 꾐에 넘어가 주는 척하던 친구는 가사노동으로부터 일부분 해방됐다며 기뻐했다. 앞으로도 좋은 정보는 공유하고 지내자며 삶의 질을 한층 높여 준 자신만의 문명의 이기들을 나에게 소개했다. 나는 열심히 들었다. 도구가 나아져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과 손선풍기와 택시로 외출을 하고, 집에선 발발이와 에어컨과 오이냉국 같은 것으로 비교적 쾌적하게 폭염을 견디고 있는 이 여름. 햇볕과 바람을 실컷 누리라고 베란다 난간에 내다 놓은 식물들조차 실내로 다시 들여와야 고사를 피할 수 있는 이 여름. 마트에 가도 시들하거나 비싸거나 둘 중 하나여서 채소에 선뜻 손이 안 가는 이 여름. 어쨌거나 나는 문명의 이기들을 총동원하면서 이기적으로나마 무사하게 지낸다.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을 창 바깥으로 내다보며 외국 같구나 생각하면서. 자고 일어나면 발발이의 활약으로 훤해진 마룻바닥을 반기면서. 자고 일어나면 하나하나 배달돼 오는 분노할 일들과 슬퍼할 일들을 맞이하면서. 오늘 아침은 무얼 해 먹을까 하면서.
  • [홍석경의 문화읽기] 상하이에서 읽는 동아시아

    [홍석경의 문화읽기] 상하이에서 읽는 동아시아

    사람마다 꿈꾸는 도시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 도시는 상하이였다. 오랫동안 프랑스에 살았기에 올 8월에야 처음 방문하게 된 상하이. 물론 국제학회에서의 발표를 위해 왔지만, 도시 전체가 텍스트인 이곳, 하루 정도 ‘발로 하는 독서’의 매력을 물리칠 수 없다. 아편전쟁의 결과로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에 조계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이곳은 오랫동안 서구와 동아시아 간 순간이동 터널 역할을 했다. 상하이를 통로로 서구가 동아시아로 쏟아져 들어왔고, 동아시아인은 상하이에서 멀고 먼 프랑스와 영국 등 서구의 일부를 만났다.서구에도 상하이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오손 웰스의 1947년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주인공 리타 헤이워스는 상하이에서 보낸 몇 년의 과거와 중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힘입어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팜파탈의 반열에 오른다. 그녀는 유명한 거울 신 속에서 죽는데, 이 장면이 중국을 다시 글로벌한 동서 간 문화교류 속으로 끌어들인 이소룡에 의해 ‘용쟁호투’(1973)에서 패러디됐던 것도 우연이 아니리라. 대한민국에게 상하이는 문자 그대로 동아시아에 열린 서구의 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젊은 장군 드골이 대서양을 건너가 런던에 임시정부를 세울 것을 생각하기 무려 20년 전 근대국가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하고 식민지가 됐던 조선의 엘리트들은 3·1운동으로 깨어나 이곳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웅지를 틀었다. 이 사건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당시 조선의 어두운 미래와 조선인의 힘든 삶을 실감할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청나라에 이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대륙 침탈을 준비하는 일본의 기세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내걸어 민족의 정당하고 자주적인 미래를 도모한다는 결의와 실행은 얼마나 큰 결심과 신념이 있어야 가능했을까. 레지스탕스를 부르는 드골의 런던 행보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대접을 보면서 임시정부에 대한 그간의 한국 내 이견이 부끄러웠다. 당시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암살’ 속에서 주인공들이 거사 전날 모여 샹송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임시정부의 상하이 커넥션이 강하게 암시된다. 1930년대 상하이와 조선의 커넥션은 영화 속에서 임시정부를 넘어선다. 중국 영화사에서 가장 빛나는 별 진린은 한국인이었다.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당시 상하이의 위상을 고려할 때, ‘동양의 루돌프 발렌티노’라고 불렸다는 이 한국인 남자 배우의 의미는 되새겨볼 만하다. 한국 이름 김염, 그의 부친은 독립운동가 김필순이고 고모부가 무려 김규식이니, 아무리 험난한 세월 속 인척 간 교류와 교육의 영향이 크지 않았더라도 그의 존재는 조선의 독립운동과 상하이, 중국을 잇는 노드(node)다. 동아시아의 초국적 인기인의 전형과도 같은 노래하는 배우 장국영과 그 뒤를 잇는 한류 스타들이 있기에 앞서서 1930년대 글로벌 상하이에 한국인 배우 김염이 있었던 것이다. 밤이 되니 팔월에 크리스마스같이 치장한 불야성의 상하이가 펼쳐진다. 강의 이쪽과 저쪽이 이처럼 극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이라니. 하늘을 향해 다투어 치솟는 푸둥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파사드를 마주 보는 와이탄의 강변로에는 프랑스 니스 해변의 콜로니얼 건축을 닮은 건물들이 육중하게 늘어서 있다. 와이탄 지역은 명·청대의 상점과 정원을 배경으로, 70년대 재개발 서민촌을 닮은 거리를 감추고 있다. 어두운 골목 끝 고담시티를 연상시키는 상하이타워가 구름 속으로 치솟는다. 중국의 들끓는 자본주의적 욕망처럼.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있는 훙구공원에 해가 뉘엿뉘엿하자 노인들이 배 두드리며 나와 바람을 쐰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서구 문호들의 동상 군집에서 멀지 않은 곳엔 새로 세워진 중·일 청년들의 우의를 다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시내 도처에서 한국어가 들리지만 한국 사드가 지나간 중국 어느 곳에도 한류의 자취는 없고, 일본식 바와 음식점이 즐비하다. 거대한 쇼핑몰 벽에 붙은 한류 스타를 똑 닮은 중국 배우의 모습이 묘하게 과거와 현재의 상하이, 그리고 동아시아의 굴기 속 중국의 욕망을 느끼게 해 준다.
  • 2018년 상하이에서 감상해 본 1930년대 동아시아

    2018년 상하이에서 감상해 본 1930년대 동아시아

    사람마다 꿈꾸는 도시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 도시는 상하이였다. 오랫동안 프랑스에 살았기에 올 8월에야 처음 방문하게 된 상하이. 국제학회에서의 발표를 위해 왔지만, 도시 전체가 텍스트인 이곳, 하루 정도 ‘발로 하는 독서’의 매력을 물리칠 수 없다. 아편전쟁의 결과로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에 조계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이곳은 오랫동안 서구와 동아시아 간 순간이동 터널 역할을 했다. 상하이를 통로로 서구가 동아시아로 쏟아져 들어왔고, 동아시아인은 상하이에서 멀고 먼 프랑스와 영국 등 서구의 일부를 만났다.서구에도 상하이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오손 웰스의 1947년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주인공 리타 헤이워스는 상하이에서 보낸 몇 년의 과거와 중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힘입어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팜파탈의 반열에 오른다. 그녀는 유명한 거울 신 속에서 죽는데, 이 장면이 중국을 다시 글로벌한 동서 간 문화교류 속으로 끌어들인 이소룡에 의해 ‘용쟁호투’(1973)에서 패러디됐던 것도 우연이 아니리라. 대한민국에게 상하이는 문자 그대로 동아시아에 열린 서구의 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젊은 장군 드골이 대서양을 건너가 런던에 임시정부를 세울 것을 생각하기 무려 20년 전 근대국가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하고 식민지가 됐던 조선의 엘리트들은 3·1운동으로 깨어나 이곳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웅지를 틀었다. 이 사건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당시 조선의 어두운 미래와 조선인의 힘든 삶을 실감할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청나라에 이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대륙 침탈을 준비하는 일본의 기세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내걸어 민족의 정당하고 자주적인 미래를 도모한다는 결의와 실행은 얼마나 큰 결심과 신념이 있어야 가능했을까. 레지스탕스를 부르는 드골의 런던 행보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대접을 보면서 임시정부에 대한 그간의 한국 내 이견이 부끄러웠다. 당시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암살’ 속에서 주인공들이 거사 전날 모여 샹송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임시정부의 상하이 커넥션이 강하게 암시된다.1930년대 상하이와 조선의 커넥션은 영화 속에서 임시정부를 넘어선다. 중국 영화사에서 가장 빛나는 별 진린은 한국인이었다.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당시 상하이의 위상을 고려할 때, ‘동양의 루돌프 발렌티노’라고 불렸다는 이 한국인 남자 배우의 의미는 되새겨볼 만하다. 한국 이름 김염, 그의 부친은 독립운동가 김필순이고 고모부가 무려 김규식이니, 아무리 험난한 세월 속 인척 간 교류와 교육의 영향이 크지 않았더라도 그의 존재는 조선의 독립운동과 상하이, 중국을 잇는 노드(node)다. 동아시아의 초국적 인기인의 전형과도 같은 노래하는 배우 장국영과 그 뒤를 잇는 한류 스타들이 있기에 앞서서 1930년대 글로벌 상하이에 한국인 배우 김염이 있었던 것이다. 밤이 되니 팔월에 크리스마스같이 치장한 불야성의 상하이가 펼쳐진다. 강의 이쪽과 저쪽이 이처럼 극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이라니. 하늘을 향해 다투어 치솟는 푸둥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파사드를 마주 보는 와이탄의 강변로에는 프랑스 니스 해변의 콜로니얼 건축을 닮은 건물들이 육중하게 늘어서 있다. 와이탄 지역은 명·청대의 상점과 정원을 배경으로, 70년대 재개발 서민촌을 닮은 거리를 감추고 있다. 어두운 골목 끝 고담시티를 연상시키는 상하이타워가 구름 속으로 치솟는다. 중국의 들끓는 자본주의적 욕망처럼.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있는 훙구공원에 해가 뉘엿뉘엿하자 노인들이 배 두드리며 나와 바람을 쐰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서구 문호들의 동상 군집에서 멀지 않은 곳엔 새로 세워진 중·일 청년들의 우의를 다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시내 도처에서 한국어가 들리지만 한국 사드가 지나간 중국 어느 곳에도 한류의 자취는 없고, 일본식 바와 음식점이 즐비하다. 거대한 쇼핑몰 벽에 붙은 한류 스타를 똑 닮은 중국 배우의 모습이 묘하게 과거와 현재의 상하이, 그리고 동아시아의 굴기 속 중국의 욕망을 느끼게 해 준다. 글·사진: 홍석경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
  • 서울 25일 연속 열대야…역대 최장 기록 다시 썼다

    서울 25일 연속 열대야…역대 최장 기록 다시 썼다

    서울에서 열대야 현상이 25일 연속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깼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을 기준으로 지난 밤 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이 28.4도로 나타났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달 12일 첫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같은 달 22일부터 연속 25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서울의 열대야 연속 기록은 1994년에 나타난 24일로, 올해처럼 최악의 폭염이 덮친 그 해 7월 17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대야가 이어졌다. 올해 서울의 열대야는 사상 최고로 더웠던 해로 기억되는 1994년마저 뛰어넘은 것이다. 서울 말고도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 밤 사이 서울 외에도 수원(28.7도), 인천(28.6도), 청주(28.4도), 제주(27.9도), 부산(27.5도), 여수(27.4도), 대전(26.8도), 광주(26.7도), 포항(26.4도), 전주(25.9도) 등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처럼 서울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는 것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낮 동안 달궈진 지표면의 열기가 밤에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요즘 들어서는 구름이 많이 끼어 있어서 밤 사이 복사 냉각이 방해를 받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연속 여부와 관계 없이 열대야가 나타난 일수만 따져보면 26일로, 아직 1994년 기록(36일)에는 못 미친다. 2016년에도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32일에 달했다. 기상청은 “현재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표된 가운데 낮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3∼6도 높은 35도 내외로 오르면서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겠다”면서 “낮 동안 오른 기온이 밤사이에도 내려가지 못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고 예보했다. 이어 “강원 영동과 남부 지방의 폭염은 오늘과 내일 비가 내리면서 일시 주춤하겠으나 그 밖의 지역은 무더위가 계속되겠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포토] ‘아찔한’ 티아라 큐리, 매혹적인 화이트 모노키니

    [포토] ‘아찔한’ 티아라 큐리, 매혹적인 화이트 모노키니

    그룹 티아라의 큐리가 하얀색 모노키니로 매혹적인 분위기를 뽐냈다. 최근 큐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조식 먹고 수영장 가자. 구름 정말 예쁘다”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수영장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큐리의 모습이 담겼다. 딱 달라붙는 모노키니에도 굴욕 없는 보디 라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에 맞춘 스타일링 역시 눈길을 끌었다. 새하얀 피부와 늘씬한 각선미, 볼륨감 넘치는 몸매는 관능적인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한편, 큐리는 지난 5월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1’에 출연한 장천 변호사와 두 차례 열애설에 휩싸인 바 있다. 스포츠서울
  • 관화미심… 연꽃 보고 있자니 마음도 고와진다

    관화미심… 연꽃 보고 있자니 마음도 고와진다

    짧은 장마가 지나가더니 햇볕의 기세가 맹렬합니다. 한증막에 들어선 듯 숨이 턱턱 막혀 이곳이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무더위에도 제 일에 열심인 꽃이 있습니다. 계절을 아랑곳하지 않고 꽃잎을 틔우는 일에 열중하는 꽃, 연꽃입니다. 연꽃의 고고한 자태와 고운 색을 보노라면 여름이 연꽃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경기 양평의 세미원에는 지금 연꽃이 한창입니다. 연과 연 사이를 거닐며 연향에 취해도 보고, 넘실거리는 연꽃 바다에 무시로 감탄도 합니다. 이곳은 정말, 연꽃이 한창입니다.수십 가지 연꽃이 활짝… 19일까지 연꽃문화제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이라 했다. ‘장자’의 말로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이다. 세미원이라는 이름은 이 문구에서 따왔다. 세미원은 물과 어우러진 연꽃 정원이다. 6월 중순부터 8월까지 홍련과 백련을 포함해 수십 가지 연꽃이 피는 만큼 여름에 찾는 이가 가장 많다. 세미원 연꽃문화제가 열리는 19일까지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문 여는 시간을 연장한다. 세미원이 처음부터 연밭이었던 건 아니다. 연밭 부지는 15년 전만 해도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두른 철망이 오히려 독이 됐다. 철망에 쓰레기가 걸리며 수질은 더욱 악화됐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힘을 합쳐 수질 정화 능력이 뛰어난 연을 심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2004년, 세미원이 문을 열었다.백자 청아함 닮은 백련지… 한복 차려입은 듯 홍련지 여기도 연꽃, 저기도 연꽃. 어느 곳을 보아도 연꽃이다. 여름 바람이 일렁이자 연꽃들이 일제히 춤을 춘다. 연꽃의 파도가 밀려온다. 세미원에서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은 크게 세 곳. 홍련지, 백련지, 페리기념연못이다. 홍련지의 붉은 연꽃은 끄트머리로 갈수록 색이 붉어진다. 하얀 듯 불그스름하고 불그스름한 듯 하얗다. 안내판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 같다는 설명이 있다. 말 그대로다. 홍련은 연지 곤지 찍고 분홍빛 한복으로 단장한 여인을 닮았다. 바라볼수록 우아한 자태요, 뜯어볼수록 오묘한 색이다. 5000㎡ 연못에는 움푹 들어간 나무 데크 두 개가 있어 사진을 찍기 좋다. 이른 아침부터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여럿이다. 백련지의 흰 연꽃은 백자의 청아함을 닮았다. 백련지 가운데에는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 일심교가 놓여 있다. 돌다리는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좁다. 딴생각에 빠지지 말고 지금 내딛는 한 발에 집중하라는 의미일 터. 연잎이 워낙 크다 보니 다리를 건널 때 어쩔 수 없이 연잎을 스치게 된다. 바다의 물살을 가르듯 연잎의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는 기분이 근사하다.연꽃 단지 중 유독 사람이 몰린 곳, 세계적인 연꽃 연구가 페리 슬로컴 박사의 이름을 딴 페리기념연못이다. 이곳의 연은 페리 박사가 손수 개발해 세미원에 기증한 것들이란다. ‘미세스 페리 디 슬로컴’, ‘더 퀸’이라는 이름의 연꽃들은 화려한 외양을 뽐낸다. 연보다는 새색시의 부케 같다. 뭉게구름처럼 뽀얀 미색의 꽃잎이 겹겹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카메라를 든 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연못 앞에는 기와지붕을 올린 정자가 있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들의 표정이 평온하다. ‘관화미심’, 연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고와진 탓일 게다. 연꽃만큼 정원의 면면도 어여쁘다. 냇가에 놓은 돌다리 길, 한강 물이 솟아오르는 장독대 분수, 탁족할 수 있는 세족대, 돌 빨래판으로 만든 산책길 세심로, 모네의 그림 ‘수련’을 재현한 사랑의 연못, 나룻배 52척을 연결하고 위에 목판을 얹은 배다리 등 각 구역이 짜임새 있다. 그중 세족대와 세심로는 직접 발을 담그고 걸어 볼 가치가 있다. 더운 날씨에 연꽃을 보겠다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았다면 세족대는 더위를 떨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세족대에는 탁족을 하며 몸과 마음을 씻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발을 씻으며 마음도 가다듬었던 옛 선비들처럼 말이다. ‘관수세심’(觀水洗心)에 걸맞은 공간이다. 세족대 물에 5분만 발 담가도 정수리까지 시원 세족대 물에 발을 담그면 ‘악’ 소리가 난다. 햇볕이 뜨거워도 물은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갑다. 5분만 발을 담가도 더워진 정수리까지 시원해진다. 깨끗함은 연꽃의 속성이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오물에서 피어도 향기가 그윽하다. 세심로는 빨래판에 옷을 빨 듯 길을 걸으며 마음의 때를 씻어내라 한다. 빨래판 모양의 길을 걷는다고 때 묻은 마음이 금세 깨끗해지지는 않겠지만, 연꽃과 나란히 걸으며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해 본다. 어젯밤 든 부정적인 생각, 그 전날 내뱉은 가시 돋친 말을 빨래판 길에 툭툭 털어 본다. 맑은 꽃을 닮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 본다. 세미원의 화두, ‘관수세심 관화미심’을 행하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꽃을 보고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던가. 세미원은 한낮보다는 이른 아침에 가는 편이 낫다. 연 꽃봉오리가 아침에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적기 때문이다. 햇빛을 가릴 모자나 양산은 필수다. 글 이수린 유니에스 여행작가·사진 장명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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