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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자 이어 가공식품 가격인상 ‘007작전’

    과자 이어 가공식품 가격인상 ‘007작전’

    ‘가정의 달’ 5월에 아이들을 위한 간식과 밥상을 준비해야 하는 엄마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인기 과자제품의 가격이 최고 25% 오른 데 이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캔햄, 참치캔 등의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스팸 등 캔햄의 가격 인상은 햄·소시지 등 여타 육가공 제품가 인상의 도화선으로 작용해 또 한번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 과자업체의 가격 인상을 보면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하다. 정부는 그동안 공정위 조사라는 칼을 휘두르며 업체들을 어르고 달랬지만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크라운해태제과가 먼저 ‘총대’를 멘 이래 지난 3일 롯데제과, 오리온, 농심 등이 일제히 제품가격을 평균 8~18% 올렸다. 업체들은 입을 맞춰 그동안 밀가루, 설탕 등 원·부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떠안아 왔다며 더 이상은 참기 힘들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4·27 재·보선이 끝나고 어린이날을 코앞에 두고 과자값을 올려 눈총을 받고 있다. 선거 이후 배추 등 농수산물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물가 이슈가 다소 진정되는 낌새를 보이자 업체들이 기습 인상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인상을 위해 업체들은 눈치 작전 외에 눈속임 전략도 폈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맛동산’ 등 대표 제품 24종의 가격을 평균 8% 올리면서 비인기 제품 4종의 가격을 6.6% 내렸다는 점도 내세웠다. 롯데제과는 152개 전 품목을 모두 올릴 예정이지만 지난 3일 일단 22개 제품가 인상만 발표했다. 오리온은 13개 품목 중 제품별로 최고 25%까지 올리면서 인상률 계산에 가격을 올리지 않은 제품까지 합쳐 3%대에 불과하다는 억지를 폈다. 게다가 ‘초코파이’의 가격 인상을 결정해 놓고도 이번 인상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꼼수도 부렸다. 유통업체들은 이달 말 초코파이 가격을 올리겠다는 통지를 받은 상태다. 문제는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이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심은 이번에 민감한 품목인 라면은 뺐다. 프리미엄급으로 내놓은 ‘신라면 블랙’으로 편법 가격인상 비난과 정부 조사에 시달리는 터라 몸을 낮추고 있지만 때를 고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함부로 올릴 수 없다.”면서 “원가 부담을 회사가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입장으로 가격 인상을 고려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라면값이 10% 정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스팸 등 캔햄의 가격은 다음 주 오를 전망이다. 인상폭은 15~20%로 추정된다. 스팸으로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을 비롯해 업체들은 “인상을 고려한 적 없다.”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3주 전부터 업체들이 대형 할인점과 구두로 가격 인상을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구제역 이후 국내산, 수입산 할 것 없이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올라 생산단가가 뛰면서 업체들은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업체들이 은밀히 움직이는 것은 캔햄 또한 라면 못지않은 파급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캔햄은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육가공 제품 중 매출 1등 상품. 캔햄 값이 오르는 순간 여타 햄, 소시지 제품 가격도 무섭게 뛸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Lotto 1등의 비밀

    로또 복권 1등 당첨자들 중 절반은 재미 삼아 복권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1%는 자동 번호 선택으로 당첨 복권을 구입했다. 2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나눔로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 1등 당첨자 291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47명에게 당첨금 수령 현장에서 구두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1등 당첨자 가운데 43%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재미 삼아’ 로또 복권을 구입했다고 답했다. ‘거액의 당첨금을 기대하며’ 복권을 샀다는 사람은 21%, ‘좋은 꿈을 꿔서’ 구입했다는 사람은 17%였다. 1등 당첨자의 꿈 가운데는 조상 꿈이 39%로 가장 많았으며, 재물 관련 꿈 12%, 돼지꿈 등 행운의 동물이 등장하는 꿈 10%, 물 또는 불이 나오는 꿈 8%, 숫자 꿈 8% 등의 순이었다. 1등 당첨자들은 조금씩 꾸준하게 자동 번호 선택으로 로또 복권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1등 당첨자의 과반수인 61%는 당첨 복권의 여섯개 번호를 자동으로 선택했다고 응답했으며, 38%는 꿈에서 본 숫자나 가족의 생일 등을 조합한 숫자로 직접 선택했다고 답했다. 당첨금으로는 주택이나 부동산을 구입하겠다는 의견이 29%로 가장 많았고 예금 등 재태크에 활용하겠다는 의견이 23%로 뒤를 이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매일 같은 일만 일어나고 원인과 결과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역사(歷史)란 정말 재미없는 일뿐일 것이다. 뜻하지 않았던 행동이, 뜻하지 않았던 만남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것이 역사의 묘미다. 전 세계 여성들이 열광하는 패션의 탄생도 이런 우연의 힘에 이끌린 경우가 많다. 1984년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한 여성이 탑승했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뒤적이던 그녀, 실수로 모든 내용물을 옆자리 중년 신사 쪽으로 쏟고 말았다. 물건을 함께 주워 주던 신사는 “가방 안에 따로 주머니가 없나요? 그 속에 넣으면 안 쏟아질 텐데요.”라고 말했다. 여성은 “주머니가 있는 에르메스 가방이 있다면 그렇게 했겠죠.”라며 한숨을 지었다. 그러자 신사가 말했다. “내가 당신을 위해 주머니가 있는 가방을 만들어 주겠소.” 그의 이름은 장루이 뒤마. ‘미스터 에르메스’로 통하던 에르메스 최고 경영자였다. 한달 후 뒤마는 그녀에게 새로운 가방 디자인을 보여주며 가방에 그녀의 이름을 붙여도 되겠냐고 물었다. 여성의 이름은 제인 버킨. 1946년에 태어난 영국 출신의 가수이자 배우였다. 뒤마가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우연한 사건은 패션사에 한 획을 그은 ‘버킨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시대를 아우르는 ‘잇백’(it bag·여성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가방) 버킨백을 발견한 곳은 의외로 서울 논현동의 중고 명품 매장이었다. ‘전 세계 여성들의 로망’은 수많은 명품들 사이에서 수줍고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서울신문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 & What)은 이번 순서 주인공으로 버킨백을 초청했다. 화려하지도 특이해 보이지도 않는 버킨백에 여성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인터뷰는 당초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도도한 태도로 ‘명품의 가치’를 말하던 버킨백이 어느 순간 자기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말로만 듣고 영화나 사진에서만 봤는데, 실물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뭐 그럴 만도 하다. 당신 같은 ‘평민’들은 날 만나는 건 둘째 치고, 운 좋게 길에서 봤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다. 난 악어 가죽으로 만들어진 버킨 30㎝형이고 사각형의 ‘B’ 이니셜을 갖고 있다. 원래 몸값은 2만 8000달러였다. 사각형 B는 내가 1998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6년까지는 삼각형에 그 해를 상징하는 알파벳을 넣었지만 그 이후로는 사각형에 새기고 있다. 1997년 사각형 A로 시작해 지난해 N, 올해 O다. 내년엔 당연히 P다. →당신 친구들은 최소한 차 한대 값을 넘어선다는데,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게 사실인가. -한국 돈으로 가장 저렴한 친구가 800만원 정도 할 거다. 크기(25·30·35·40㎝)나 재질에 따라 다르긴 한데 보통 2000만~3000만원 정도고, 1억원 이상 되는 친구들도 가끔 있다. 심지어 홍콩에서 만들어진 짝퉁조차 특A급은 100만원이 넘는다. 무엇보다 우리는 매장에 진열된 상태로 팔려 나가지 않는다. 모든 에르메스 매장에 있지도 않다. 가끔 보이는 친구들 옆에 ‘이미 예약된 제품’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을 거다. 버킨을 갖기 위해서는 예약 목록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1984년에 세상 빛을 처음 본 이후 항상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했는데, 점점 찾는 사람이 늘어나서 지금은 예약하고 2년 이상 걸린다. 워낙 주문이 밀려 있다 보니 당분간은 예약을 받을 계획도 없다.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 거다.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점은 확실한데 그만큼 값어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루이뷔통이나 샤넬에 비해서도 몇 배 이상인데. 게다가 길에서 봐도 못 알아볼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가. -(양옆을 돌아보며) 루이뷔통이나 샤넬 2.55(1955년 2월 샤넬의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의 생일에 탄생한 대표 모델)처럼 흔한 애들과 나를 같은 등급으로 취급하면 곤란하다. 걔들은 솔직히 그냥 ‘적당히 비싸거나’ ‘적당히 잘 만들어진’ 수준에 불과하다. 혹시 에르메스의 마크를 본 적이 있는가. →마차를 세워 놓고 쳐다보고 있는 마부 아닌가. -그게 바로 에르메스다. 고객을 위해 자리를 비워 놓고 기다리는 마차와 충실한 마부. 모든 것을 헌신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진정한 명품이란 뜻에서 그렇게 만든 거다. 우리는 악어나 타조, 소, 도마뱀 등으로 만들어지는데 최고의 바이어들이 전 세계 상위 10% 이내 최고의 가죽만을 골라 온다. 싸운 흔적도 없어야 하고 무늬도 골고루 분포돼 있어야 한다. 현금으로만 대금을 지불하는 데다 ‘에르메스에 가죽을 공급한다’는 명예 때문에 상인들도 최상품은 모두 우리에게 넘긴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매입 자체를 하지 않는다. 완벽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제작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소비자 보상이 없는 이유다. →마이클 토넬로는 ‘에르메스 길들이기’라는 책에서 “에르메스에 대기자 명단 따위는 없고 그저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말에 300명이었던 가방 제작 장인 수가 지금 2000명이다. 하지만 가방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그만큼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장인은 가죽학교 2년, 수련 생활 2년을 거쳐야 하고 10년 이상 경험을 쌓아야 버킨을 만들 수 있다. 버킨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18시간 정도 걸린다. 장인 한 사람이 일주일에 33시간을 일하니까, 한달에 많아야 5~6개 정도 만들 수 있다. 버킨 이외에도 켈리(모나코 왕비였던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들어 유명해진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 등 다른 상품도 만들어야 한다. 마차 안장을 만들던 시절부터 시작된 에르메스의 ‘더블 스티치’(이중 박음질) 제작 공정은 기계나 외주 제작이 결코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특히 우리는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받는다. 아까 얘기했던 이니셜을 포함한 우리의 이름에는 탄생시킨 장인의 이름도 함께 표시된다. 만약 수선을 맡기면 프랑스로 보내져 만든 장인이 직접 고친다. 버킨을 만드는 가죽을 해당 연도별로 모두 보관하고 있어서 완벽한 수선이 가능하다. →그런데 실용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비난도 많다. 주인이 당신을 드는 게 아니라 주인이 당신을 모신다는 푸념이랄까. -편하고 실용적인 것이 명품 가치의 전부라고 생각하나. 페라가모나 발리 구두가 발에 편하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기는 하지만 인체 공학이 지금처럼 발전한 시대에 그보다 싸고 편한 구두는 얼마든지 있다. 수납이 편하고 예쁜 가방은 인터넷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명품은 원래 특별한 존재다. 그것을 가지는 사람들의 자부심이나 만족을 먹고사는 존재다. 재료비, 공임, 마케팅비, 유통 비용 등을 합치는 단순 개념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차라리 나보다 나일론 쪼가리로 가방을 만들어서 수백만원씩 받는 미우치아 프라다(프라다의 디자이너)부터 욕하는 게 훨씬 타당하지 않은가. 에르메스가 버킨의 몸값을 그렇게 책정했는데도 사람들이 못 사서 안달이라면 그게 적정한 가격인 거다. →그런데 아까부터 궁금한 것이 있는데, 명품 위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의 얼굴이 왜 중고 매장에 있나. -(한숨을 지으며) 솔직히 말하면 난 이 매장이 두 번째다. ‘명품 신세 뒤웅박 팔자’라고 해야 하나. 똑같은 버킨인데 누구는 빅토리아 베컴이나 레이디 가가한테 가고, 난 한국에 있다. 그나마 한국에서도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같은 여성 최고 경영자(CEO)들의 필수 아이템이라는데, 처음에 날 한국에 데려온 사람은 코스닥 벤처업체 사장이었다. 버킨을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아내 선물이라며 ‘제일 비싼 매장에서 제일 비싼 제품’을 외치더니 덜컥 날 예약했다고 들었다. 정작 선물받은 주인은 동창회에 들고 나갔다가 가짜라는 수군거림을 받더니 3000만원짜리 가방이 부담스럽다며 집에 모셔두기만 했다. 그나마 도둑맞는다고 가방이 금고에 들어가는 수난까지 겪었다. 2008년에 주인 부부가 이혼하면서 이 매장에 처음 나왔고, 단 하루 만에 1700만원에 팔려 나갔다. →당신 몸값을 감안할 때 하루 만에 팔린 것은 대단한 일 아닌가.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런가. -나름대로 명품 매장이다 보니 버킨을 알아보는 사람은 꽤 많았다. 얘기를 들어 보니 1년에 3~4개씩은 나오는 것 같더라. 두 번째 주인은 나를 결혼 예물이라고 애지중지하더니 차를 바꾸겠다고 덜컥 나를 이 악몽의 장소에 다시 데려왔다. 버킨을 사는 외국 사람들은 대를 물려 쓴다는데, 튼튼하게 만들어진 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아까 매장 직원한테 들어보니 새 주인이 이미 나타났다고 하던데. -워낙 깨끗해서인지 18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언뜻 들었다. 역시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지 가끔 중고 시장에서 새 제품보다 내 몸값이 더 높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에르메스 테크(에르메스+재테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새 주인이 누군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제 버킨이라는 자부심보다는 주인의 손길에 더 목이 마르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가방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주인의 소중한 물건들을 담고 다니며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것 아니겠나. 나 역시 주인 앞에선 사랑받고 싶은 가방일 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버킨백의 아버지 장루이 뒤마는 1980년대 초반 비행기에서 만난 영국의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을 위해 주머니를 갖춘 에르메스백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장루이 뒤마. 이 약속은 현존하는 최고의 가방으로 꼽히는 ‘버킨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5대 에르메스 최고경영자이자 예술감독을 맡았던 뒤마는 버킨백의 성공과 함께 다양한 소품을 개발해 에르메스의 마케팅 영역을 넓힌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5년 말 은퇴했으며 지난해 숨을 거뒀다.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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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통일] “한국은 北에 식량 지원하고 北은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

    [나와 통일] “한국은 北에 식량 지원하고 北은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

    1991년 11월 25일. 남북의 여성이 분단 46년 만에 서울에서 얼굴을 맞댔다. 분단 후 처음으로 북한 여성이 판문점을 넘어와 남북통일과 평화를 노래한 것. 이를 성사시킨 사람은 남한의 여성도 북한의 여성도 아니었다. 4년 넘게 남북한의 메신저 역할을 한 시미즈 스미코 전 일본 사민당 의원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남북 분단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주장하는 시미즈 의원으로부터 남북 여성 교류를 성사시키기까지의 뒷얘기와 현 남북관계에 대한 소회를 들어 봤다. →4·15 김일성 생일을 맞아 북한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요즘 평양의 분위기는 어떤가.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2012년)을 앞두고 축하 분위기였다. 작년에 북한에 갔을 때와 달리 주택이 잘 정비돼 있다는 느낌이었다. 살구꽃과 개나리꽃이 아주 예쁘게 폈고, 분위기가 휴일에 축제가 더해져 즐거워 보였다. →외부에서는 북한이 매우 빈곤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빈곤한 것은 사실이긴 하다. 그래도 내년에 강성대국을 앞두고 국민 경제 강화를 최우선하는 한편 굉장히 자신감에 차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술 등 여러 측면에서 늦었지만 그런 가운데서 자기들의 힘으로 이루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몇 번째 방북인가. -24번째다. 1972년에 간 게 처음이었다. →어떤 계기로 북한 문제에 관여하게 됐나. -1972년 북한의 초청으로 처음 평양을 방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조선반도가 인식의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북한에서 박물관, 역사전시관 등을 보고,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배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른바 여성운동, 평화운동을 하는 내가 일본의 이런 야만적인 행동을 모르고 있었다니 엄청 충격을 받았다. →남북이 분단된 데에 일본의 책임을 느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한반도가 짓밟힌 뒤, 해방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합군에 의해 분할 점령되지 않았나. 일본이 패전했기 때문에 한반도를 일본의 영토로 보고 희생자가 된 것이다. 식민지배가 원인이 돼 분단이라는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의미에서 일본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991년 남북한 여성 교류에 어떤 계기로 참가하게 됐나. -1987년 8월 이우정 당시 여성단체연대 공동대표가 ‘원자폭단 금지 세계대회’ 참석차 일본에 왔다. 감시를 피해 밤에 그녀가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가 한국의 민주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이 대표가 북한 동포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동족인데도 사십년 넘게 못 만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일본에서 북한 여성을 만날 수 없겠느냐.”면서 남북한 여성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일본이 북한과 국교가 맺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나로서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 대표의 열정에 감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무려’ 여연구 당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몽양 여운형의 딸)을 말하는 게 아닌가(웃음). 그 이후 4년간 인편을 통해 북한에 편지를 보낸 끝에 일본 대회 개최가 결정됐다. 아마도 김일성 주석에게 편지가 전달됐던 것 같다. →굉장히 긴 노력 끝에 이뤄 낸 결실이었다. -이 대표는 남북이 만난다고 하면 정부의 간섭을 받을 테니 ‘아시아 평화의 여성의 역할’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행사 준비도 문서로는 일절 남기지 않고, 구두로만 전달해 몰래 준비했다. 정체가 드러날까 봐 참가자도 모호하게 했다. 미키 무쓰코(고 미키 다케오 전 총리의 부인), 오타카 요시코 자민당 참의원 등을 초청했다. 나중에 정부으로부터 “자민당 행사냐.”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대성공이었다(웃음). 일본에서 열린 첫 대회에 1000명 이상이 모여 대성황을 이뤘다. →집회에서 남북한이 뜻을 모았나. -일본이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남북한 여성의 교류를 확대하고, 위안부 문제도 함께 해결하자고 뜻을 모았다. 정치의 벽을 부수는 것은 역시 민중의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 →같은 해 11월에 서울에서 제2차 대회가 열렸다. -한국 여성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가 통일원을 움직였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이 집회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결국 여연구가 아버지 여운형의 묘소를 참배했는데, 약속한 일정엔 없었던 일이라고 정부에서 문제를 삼아 도중에 북으로 돌아갔다. 도중에 깨진 건 참 유감이었지만, 집회 당시 마치 남북이 통일된 것처럼 흥분하고 감격했다. 남북한 여성들이 껴안고 울고 웃는 모습에 감격하면서도 한편으로 분단의 책임을 느꼈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 남북 교류가 굉장히 활발했던 것 같다. -민중들의 교류, 대화가 없으면 화해와 통일로 갈 수 없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을 때 드디어 밝은 시대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군사적 관점으로만 상대를 보면 미움과 분노밖에 생기지 않는다. 작년에 여러 군사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긴장을 없앨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남북통일이 일본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그렇지 않다. 일본이 (남북통일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고, 동북 아시아 지배의 역사뿐 아니라 앞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지역의 새로운 미래, 새로운 상황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이런 시대는 100년도 더 갈 것이다. 인간성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지 않으면,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나라가 되기 어렵다. 그걸 이룩하는 게 우리 세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등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식량지원은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다. 남북 간의 대립이 있더라도 지원 의지가 없으면 대화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인간은 한번 지원을 해 준 나라는 잊지 않는다. 일본인은 전쟁 후 미군의 건빵·탈지분유 등을 받으면서 점령군에 대한 적대감이 없어졌다. 역시 음식이라는 건 인간에게 일상생활에서 없으면 가장 괴로운 것 아니냐. 북한도 여러 지원에 대해 한국 동포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게 좋다. →남북통일이 된다면 어떤 형태가 가장 좋을까. -다른 나라가 말할 문제는 아니지만 가장 좋은 건 다른 나라의 간섭 없이 같은 민족끼리 스스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양측의 좋은 점을 취하고 통일을 다른 나라의 간섭이나 군사적 대립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실현될 것라고 생각한다. 조선 민족은 긴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나는 항일운동이나 민주화 투쟁에서 조선의 민족성에 크게 놀랐다.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경제 발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발전을 위해 지혜를 살려 주었으면 좋겠다. 권력자가 아니라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면 좋은 지혜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불행의 씨앗?” 360억 복권에 남매 ‘법정싸움’

    복권 당첨은 행운일까 불행의 씨앗일까. 캐나다에서 3200만 달러(359억 7000만원)의 대박복권 당첨을 두고 친남매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치열한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캐나다 지역신문 오타와 시티즌(The Ottawa Citizen)에 따르면 오타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레일라 나하스는 2008년 6월 복권에 당첨된 친오빠 샘 해더드(57)가 “약속 대로 당첨금을 나눠주지 않는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나하스에 따르면 해더드가 그녀의 편의점에서 복권을 구입할 당시 “복권에 당첨되면 돈을 나눠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나하스는 이를 믿고 복권번호를 쪽지에 적어 지갑에 넣고 다녔지만 당첨되자 오빠가 입을 싹 닦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사실 이 복권은 해더드가 유일한 당첨자가 아니다. 구입당시 해더드는 함께 복권을 산 30년 넘는 단골 이발사 마이크 디토레(70)와 복권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눠가져 우정을 지켰다. 하지만 3년 만에 동생이 소유권을 주장, 돈을 처음부터 다시 나눠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해더드는 “동생이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부정하며 나하스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남매는 변호인을 앞세운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남남보다 못한 관계가 된 셈이다. 해더드는 “어떤 약속도 한 적이 없는데 동생이 돈에 눈이 멀었다.”며 소송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세기의 결혼식 즐기는 법

    ‘세기의 이벤트’로 남을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날이 밝았다. 영국 왕실이 공식 초대한 하객은 고작 1900명. 하지만 영국 왕실은 TV와 인터넷 생중계는 물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동원해 축제 소식을 전할 계획이다. ‘신데렐라’가 된 신부 미들턴이 어떤 웨딩드레스와 구두를 택했을지 윌리엄 왕자는 어떤 턱시도를 입었는지 먼 발치에서나마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영국 왕실 측은 29일 결혼식을 오후 6시(한국시간)부터 왕실 공식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theroyalchannel)을 통해 생중계한다. 동영상 사이트에는 윌리엄 커플의 행사 당일 이동 경로를 표시한 지도와 축하 메시지를 올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으며 혼례 준비 과정을 담은 영상도 여럿 올려졌다. BBC와 CNN 등 해외 주요 방송은 물론 국내 케이블 TV 등도 결혼식을 생중계하며 KBS 등 방송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행사 영상을 볼 수 있다. 애초 계획됐던 결혼식의 입체영상(3D) 중계는 무산됐지만 3D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결혼식이 진행되는 식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영국 워트셔사는 웨스트민스터 성당 내부 모습을 담은 스마트폰용 3D 앱을 내놓았다고 BBC가 보도했다. 제작사 측은 1000년 된 성당 곳곳을 4년간 꼼꼼히 녹화해 구석구석을 스마트폰 안에 담았다고 밝혔다. 사용자들은 앱을 내려받아 성당 내부 전경은 물론 미들턴이 오르게 될 제단과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비밀 예배실까지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다. 성당 측은 이 앱을 향후 방문객들을 위한 안내 프로그램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또 영국 왕실이 마련한 윌리엄왕자 결혼식 홈페이지(www.officialroyalwedding2011.org)와 왕실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행사 관련 사진과 자료를 마음껏 찾아볼 수 있다. 런던정경대의 저널리즘·사회 연구소의 책임자인 찰리 버켓은 “(뉴미디어를 이용한 영국 왕실의 결혼식 홍보 노력은) 보수적인 기관이 사회 적응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단기외채 급증 주범 ‘₩ 강세’

    단기외채 급증 주범 ‘₩ 강세’

    외환 당국이 28일 원화강세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외환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3원 내린 1071.2원에 마감됐다. 2008년 8월 22일(1062.5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환 당국은 원화 강세가 금융권의 단기외채 급증을 초래해 외환유동성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대외차관보)은 이날 기자들에게 “최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는 상당 부분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로 판단한다.”며 “장기적은 물론이고 단기적으로도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외채는 지난해 말 1013억 달러까지 줄었으나 올해 들어 153억 달러 급증했다. 최 관리관은 “외국인들의 NDF 거래를 보면 최근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고 금액도 늘고 있다.”며 “NDF 거래는 올해 중 순매도분이 200억 달러가 넘어 종전에 비하면 상당히 큰 규모”라고 진단했다. 종전에는 NDF 시장에서 매수와 매도가 함께 일어났지만 지금은 매도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원화가 강세로 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상당 부분 환차익을 노린 투기성 거래라는 판단이다. 단기외채 급증의 원인으로는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회사채인 ‘김치본드’가 지목된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본드 발행액은 61억 달러였는데 올해는 1분기에 이미 37억 달러가 발행됐다. 김치본드는 원래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인데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서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면서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즉 금리차를 노리고 달러화를 빌려 은행을 통해 원화로 바꾸고 은행은 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달러를 들여오면서 단기 외채가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는 이날 공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김치본드의 발행 자제를 당부했다. 전경하·황비웅기자 lark3@seoul.co.kr
  • 매일유업 ‘포르말린 사료’ 우유 판매 파문

    매일유업이 포르말린이 첨가된 조제사료를 젖소에 먹이고 여기서 생산된 원유로 우유 제품인 ‘앱솔루트 W’를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르말린은 살균제나 방부제에 사용되는 독극물로 발암성 물질이다. 이들은 해당 사료를 사용하지 말라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차례 권고도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제품은 판매 중지됐다. 28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포르말린이 첨가된 혼합사료를 수입해 젖소에 먹이지 말라는 정부의 권고를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간 무시해 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2일 매일유업의 사료에 포르말린이 섞여 있다는 민원인의 제보를 받았다. 하지만 사료에 대한 포르말린의 함유 기준이 없어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이후 수차례의 구두 경고에도 매일유업은 해당 사료를 계속 사용했다. 매일유업 측은 포르말린 함유 사료가 호주에서 적법한 절차로 수입됐고 젖소가 섭취한 포르말린이 소변·대변으로 다 배출되고 원유로는 배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매일유업은 한국식품공업협회가 운영하는 한국식품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해 ‘포르말린 사료’를 기반으로 생산한 우유제품이나 일반 우유제품 모두 우유에 포함된 포르말린 양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포르말린이 포함된 혼합사료를 먹인 젖소에서 생산된 원유로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하루 10t 정도의 유아와 어린이용 우유 ‘앱솔루트 W’를 생산·판매해 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권고 조치를 내렸던 지난해 11월 2일 다소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즉각 사료 사용을 중단한 뒤 안전성을 입증하는 게 적절한 조치였을 것”이라면서 “정부도 시급히 포르말린에 대한 규정을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조만간 관련 제품에 대한 안정성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포르말린은 메틸알코올을 산화해 만든 포름알데히드의 37% 전후 수용액을 일컫는 의약품으로 소독제, 살균제, 방부제, 방충제, 살충제 등으로 사용되는 독극물인 것은 물론 발암성 물질이어서 식품에 첨가할 수 없다. 몇년 전 양식업자들이 횟감으로 쓰이는 광어 등에 생기는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포르말린을 사용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매일유업의 ‘앱솔루트W’ 제품을 전 매장에서 철수하고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의 최동욱 사장을 비롯한 임원 48명은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박상숙·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데스크 시각] 휘둘리는 역사교육에 관한 단상/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휘둘리는 역사교육에 관한 단상/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이성을 깨우는 교육이 이념이나 사상의 윗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념이나 사상의 상투를 틀어쥔 부류는 한사코 교육을 비좁은 이념과 사상의 틀에 욱여넣으려 한다. 교육의 왜곡, 역사의 좌굴(挫屈)은 이렇게 시작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역사 교육 강화 방안’은 ‘머지않아 다시 바뀔 정책’이라는 관행적 예단 때문에 발표 현장의 뒷배경으로 삼은 경천사지 10층 석탑의 그림자보다 긴 아쉬움을 드리웠다. 그날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천사지 10층 석탑 앞에 섰다. 아마도 역사의 현장성을 빌려 역사 교육 강화의 당위성을 말하고 싶었으리라. 이번 역사 교육 강화 방안의 요체는 고교에서 한국사를 필수 교과목으로 하고, 공무원 시험에서 한국사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교과부의 선택이 새삼 놀라울 것도, 신선할 것도 없는 것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단행한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때 이전에 필수 과목이었던 한국사를 선택 과목으로 ‘강등’시켰다가 다시 설득력 없는 이유를 들어 이를 필수 과목으로 ‘특진’시킨 전력 때문이다. 그들이 역사를 작위적으로 강등시켰던 2009년은 중국의 동북공정 예봉이 지금보다 훨씬 섬뜩했던 때이고, 일본의 독도 침탈 의도 역시 지금보다 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때 ‘한국사 강등 조치’를 주저하지 않았던 정부가 지금 다시 역사 교육 강화를 외치고 나선 배경은 뭘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또 다른 ‘역사 비틀기’와 ‘국민 개조’의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개발 연대의 통치자들은 부당한 권력을 역사학이라는 당의(糖衣)로 감싼 알약을 서슴없이 삼키라고 강요했다. 그러자니 파헤치고 따지는 게 싫어 무조건 암기해 일용할 양식으로 삼게 했다. 이후 역사 교육은 허접한 ‘암기 과목’으로 전락해 ‘태혜정광경성목’이니 ‘태정태세문단세’ 따위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외우기만 되풀이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세대는 우리 세대에 어울리는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 그 교육은 역사적 실체를 왜곡, 윤색해 대립과 불화를 조장하는 교육이 아니다. 누구에게 맞서고, 누구를 제압하려는 교육도 아니다. 오로지 순정하게 역사라는 뿌리 깊은 학문을 바로 가리키는 교육이어야 옳다. 지금 일본과 중국을 겨냥해 학생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면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역사에 근거한 현실 인식이며 역사적 상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한사코 분란의 부담을 후대에 떠넘기려고 도모한다.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소신인 발상인가. 정부의 역사 교육 강화 방안에 대해 마냥 박수를 칠 수만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사 교육을 강화해 국수적 국가관과 자폐적인 민족주의 의식을 주입할 의도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게 사상과 이념을 주입해서야 바른 세계인이 나올 리도 없거니와 우리 안에서 자행되는 또 다른 역사 왜곡은 어떻게 바뤄 갈 것인지 생각해 보면 답답한 일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정말 단호하게 곁가지를 쳐내야 할 영어, 수학은 손도 못 댄 채 엉뚱하게 한국사를 선택 과목으로 돌리더니 이제 와서 그때 구두선으로 외쳤던 ‘학생 부담’은 쏙 빼놓고 바른 역사관을 주입하겠다고 나섰다. 도대체 일본과 중국의 획책에 맞서는 우리 식의 바른 역사 교육이란 어떤 것인가. 혹여 나치가 그랬고, 군국주의 일제와 중화주의의 중국이 그랬듯 교육을 국가 책략의 소도구로 이용하려는 유혹에 몸을 기댄 건 아닐까. 우리가 과거에 그랬던 아픈 기억의 유훈에 기약 없이 포박돼야 하는 일은 결코 하찮은 고통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병을 주는 교육은 끝내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세뇌의 쓰라린 후유증과 동거하고 있다. 역사 교육은 그 강고한 세뇌의 도구였다. 그때 질 나쁜 교육에 노출된 세대는 지금도 국수주의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 언제까지 국가의 현실 문제를 역사의 이름으로 분식(粉飾)하고 대물림하려 하는가. jeshim@seoul.co.kr
  • [부고]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탤런트 김인문씨

    [부고]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탤런트 김인문씨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 8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김인문 씨가 25일 오후 6시 34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72세. 손녀딸인 김은경씨는 “할아버지께서 지난해 4월 말 방광암 판정을 받으시고 투병하셨다.”면서 “며칠 전부터 병세가 악화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오늘 저녁 눈을 감으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2005년 8월 뇌경색으로 쓰러졌으나 재활에 성공했다. 당시 병원에서 앞으로 걷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정까지 받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일어났다. 이후 2007년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에, 2008년에는 연극 ‘날개 없는 천사들’에 출연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영화 ‘독 짓는 늙은이’의 주인공 송노인 역을 맡아 투병 중에도 촬영을 마쳤다. 동국대 농대를 졸업하고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1968년 김수용 감독의 ‘맨발의 영광’으로 데뷔했다. 처음에는 문전박대를 당하였으나 김 감독에게 70여일을 매달린 끝에 배우가 됐다. 1968년 TBC 특채탤런트로 방송에 입문했다. 이후 ‘형’ ‘가시나무 꽃’ 등의 드라마와 ‘저 하늘에도 슬픔이’ ‘달마야 놀자’ ‘바람난 가족’ 등의 영화에서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구수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방송된 장수 드라마인 KBS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정감 넘치는 멋쟁이 아버지 ‘백구두 신사’를 연기해 사랑을 받았다. 뇌경색을 극복한 후에는 장애 배우들을 육성하는 데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2009년 1월 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를 설립, 장애 배우들을 훈련시켰다. 그가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린 ‘날개 없는 천사’에는 다운증후군, 뇌성마비 환자가 배우로 출연했다. 유가족은 부인 박영란씨와 필주(씨네크루 대표 )·헌주(삼화 F&B 이사)씨 등 두 아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28일이다. (02)2227-750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경찰청 前 용역 직원 부당 각서·처우 논란

    경찰청 前 용역 직원 부당 각서·처우 논란

    경찰청 한남동 분실의 전 용역 직원들이 “규정에도 없는 각서를 쓰고 노예와 같은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은 당시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각서를 수거한 뒤 이를 “없던 일로 하자.”며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서를 쓰게 한 경찰청 소속 A 주무관(기능직 8급)에게는 구두 경고 조치가 됐다. 경찰의 가혹 행위 등으로 곤욕을 치른 조현오 청장이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경찰이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에 대해 단순 경고로 마무리 지으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 산하 한남동 분실에 근무하는 A 주무관은 2009년 가을, 분실 소속 용역 직원 7명에게 ‘각서’를 쓰도록 했다. 비밀 유지를 위한 ‘보안 서약서’와 별도로 또 다른 각서를 요구한 것이다. 지난 2월 해고된 용역 직원들은 A씨의 부당한 업무 지시 등과 관련해 지난달 경찰청장과의 대화방 등에 비인간적 처사를 고발하며 “저희가 무슨 노예도 아니고, 무슨 말이든 따라야 한다는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각서에는 ‘을 또는 종업원은 업무 수행 관련 여부를 막론하고 청사 내에서 다음의 행위를 금한다.’고 금지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각서에 명시된 금지 행위는 ▲갑이 금지하는 행위 ▲담당 아닌 업무 분야 간섭 행위 ▲사전 허가 없이 출입 금지 또는 통제 구역에 출입하는 행위 ▲청사 내 근무자의 업무 진행에 지장이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 등이다. 직원들이 제기한 민원에 따르면 A 주무관은 용역 직원이 몸살로 결근을 하면 여름 휴가(3일)에서 이를 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교통사고로 용역 직원이 입원하자 용역 회사에 인원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용역 직원은 “해고가 겁나 다쳐 붕대를 감은 팔을 치켜들고 종일 청소를 했다.”면서 “조기 퇴원과 무리한 노동 탓에 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檢·政 사법개혁 충돌] “극단적 충돌보다 논리로”… 김준규 총장 ‘반발의 침묵’

    [檢·政 사법개혁 충돌] “극단적 충돌보다 논리로”… 김준규 총장 ‘반발의 침묵’

    김준규 검찰총장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 하루 전날인 19일 ‘침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한 만큼 법무부와 국회 대응을 지켜보자는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날 사법부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관 증원에 반대 입장을 밝힌 터여서 김 총장도 중수부 폐지 등에 대한 불가 입장을 재확인할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도 발끈, 사표를 내기도 했던 검찰이기에 그의 침묵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평시와 마찬가지로 대검 간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주재했지만 사개특위 검찰소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루 종일 대검을 지켰다.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의 침묵에 대해 “사개특위 6인소위의 검찰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일희일비하는 반응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국회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개특위 및 법사위 소속 의원들에게 검찰 입장을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과 대검이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의결에도 극단적인 대응보다는 치열한 논리로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논의가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달 10일 밤. 김 총장이 소식을 듣고 격노했다는 분위기 정도만 전해졌다. 김 총장은 지난 2일 경기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전국검사장회의를 가졌지만, 이때도 사개특위 개혁안과 관련한 입장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김 총장의 대응은 과거 총장들과는 대조적이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2004년 자신의 ‘목’을 걸고 중수부를 지켰다. 당시 중수부는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으로 중수부 입지가 실추됐고, 김 총장의 운신 폭도 좁아진 상황이다. 6월 30일 열리는 ‘제4차 세계검찰총장회의’는 김 총장이 행보에 신중을 기할 것이란 시각을 뒷받침한다. ‘국제통’으로 평가받았던 김 총장은 지난해 3월 체코 프라하까지 날아가 총력전을 폈고 유치에 성공했다. 세계검찰총장회의에 대한 김 총장의 애착이 남다르다. 대검도 김 총장의 의중을 반영한 듯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다. 대검은 또 “흥분하지 말고, 과잉 대응하지 말라. 대검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구두로 일선 지검을 안정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지검 관계자는 “대검을 믿고 지켜보라.”는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법무부에 대응을 맡긴 검찰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하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中, 김정은 공식 초청… 후속조치 없어”

    중국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공식 초청했으나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18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이 문서로 된 초청장을 준 게 아니라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 측 고위 인사들이 구두로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식 초청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고 정보위 간사인 한나라당 황진하·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전했다. 최 의원은 그러나 “최소한 방중시기 조율이나 후속 작업은 전혀 없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원 원장은 회의에서 “김정은은 현재 세습을 위한 후계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활발한 공개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정책 관여의 폭을 확대하고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수행 등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해서는 “현재 공급 통제 강화 때문에 일부 악화조짐은 있지만 예년에 비해 특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지난해 세계식량계획(WFP)에 보고한 곡물생산량이 2009년에 비해 10만t 늘어난 511만t이기 때문에 더 악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식량 공급통제는 강성대국 진입 원년(2012년)을 앞두고 정치행사 대비, 안정적 3대 체제 구축, 군량미 비축 등 3대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정원 측은 또 지난 2월 김 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북한 고위층 자제들의 모임인 ‘봉화조’가 동행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봉화조의 마약밀매 움직임에 대해서도 “확인이 안 되는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이 북한 주민이 중국 접경지역에서 중국인과 마약밀거래를 하거나 북한 여성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필로폰을 콧속에 숨기려는 모습 등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 주며 사실인지를 묻자 원 원장은 “접경지역에서 밀거래가 빈번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씨줄날줄] 드레스 코드/최광숙 논설위원

    “뭐야, 옷이!” “국회를 뭘로 보는 거야.” 지난 2003년 4월 국회에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유시민 의원이 국회의원 선서를 하는 국회 본의장에 ‘백바지’에 면티, 청색 캐주얼 재킷을 입고 나타난 것이다. 국회법에 국회의원의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가 정해진 것은 없다. 셔츠에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이라는 관습이 있을 뿐이다. 유 의원은 그 선을 넘었기에 “튀려고 한다. 정치를 희화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 이전에도 파격적인 패션으로 주목받은 이들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대 국회 등원 때 흰 구두와 양복을 입은 패셔니스트다. 당시나 지금이나 ‘백구두’는 영화배우나 신는 최첨단 패션 아이템이다. 카이저수염으로 유명한 김동길 전 의원은 14대 국회 때 나비 넥타이를 처음으로 국회에 선보였다. 옷은 개인의 생각·취향·삶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개인뿐 아니라 시대와 국가·민족에 따라 드레스 코드는 달리 나타난다. 드레스 코드로 그 나라의 역사적·문화적·정치적인 배경까지 읽을 수 있다. 얼굴을 스카프로 가리고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여인들을 보면 이슬람 국가 출신으로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모임·장소에 따라 거기에 맞는 옷차림새를 요구하는 ‘드레스 룰’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우아하게 품위를 갖춰야 할 클래식 공연장, 격식 있는 레스토랑, 명문 골프장 등에서 드레스 코드를 요구한다. 청바지에 샌들 차림은 입장 불가다. 파티 같은 모임에는 아예 초청장에 ‘검은색 정장’ 등과 같이 옷색깔까지 콕 찍어준다. 최근 유명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호텔신라의 한 레스토랑을 갔다가 쫓겨났다. 호텔 측은 “드레스 코드가 있는데 한복과 트레이닝복은 안 된다.” “한복은 위험한 옷이다.”라고 했다. 이부진 사장이 직접 이씨를 찾아가 사과했다지만 파장이 만만찮은 모양이다. 한 네티즌은 이 사장의 모친 홍라희 여사가 한복차림으로 신라호텔에 간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아니, 자기들은 되고. 정작 돈 주고 밥먹겠다는 손님한테는 웬 까탈인지….”라며 쓴소리를 할 정도로 여론이 냉랭하다. 시인 박목월은 ‘한복’이라는 시에서 “품이 낭낭해서 좋다. 바지저고리에 두루막을 걸치면 그 푸근한 입성/옷 안에 내가 푹 싸이는 그 안도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라며 한복을 예찬했다. 한복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문화 유산이다. 내 문화를 홀대하는 나라가 어찌 국격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올해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 분석해 보니

    올해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 분석해 보니

    지난 9일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중 첫 관문인 국가직 필기시험이 전국 164개 시험장에서 진행됐다. 전체 93.3대1이라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번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영어가 지난해보다 어려웠지만 그 외 과목이 대체로 쉽게 나와 합격선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들도 아직 예상 합격점수를 분석 중이지만 지난해보다는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험생 절반 “예년 비해 쉬워” 서울신문이 공무원 시험 전문 에듀스파와 인터넷 카페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cafe.daum.net/9glade)과 공동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13일 현재 응답자의 50%인 1584명이 이번 시험이 예년보다 쉬웠다고 대답했다. 이중 39%(1223명)는 ‘다소 쉬웠다’고 답했고 11%(361명)는 ‘매우 쉬웠다’고 답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반면 14%(436명)는 ‘다소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고 ‘매우 어려웠다’를 택한 수험생은 3%(122명)에 불과했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는 응답자 4053명의 53%인 2154명이 영어를 선택, 영어가 올해 필기시험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최선우(26)씨는 “모르거나, 헷갈리는 단어가 많이 나와 매우 당황스러웠다.”면서 “같이 공부한 친구들도 영어 때문에 좌절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형호 남부행정고시학원 영어 강사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이었지만 상당수의 수험생이 생활영어와 혼동하기 쉬운 단어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상식퀴즈’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사는 대체로 쉬운 수준을 유지하며 응답자 16%(686명)만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지난해 한국사는 역사의 큰 맥락보다는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관련 법조항’ 문제 등 사소한 상식 수준의 문제가 주를 이루면서 수험생과 학원가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선우빈 한국사 강사는 “사실 지난해 시험도 전체 난도는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일부 문제가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공무원 시험에서 크게 다루지 않아도 될 부분을 제시해 수험생들을 괴롭혔다.”면서 “올해는 전반적으로 쉽게 나와 시대별 기본개념만 제대로 정리했다면 80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행정직 기준으로 85점대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어 독해 지문은 짧아져 수험생들은 가장 쉬웠던 과목으로 국어(51%)를 꼽았다. 유두선 국어 강사는 “출제 분야별로 문학 4문제, 독해와 쓰기 5문제, 문법과 어휘 9문제, 한자 2문제 등 전 영역에서 골고루 출제됐으며 난도도 무난했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던 독해 지문이 짧게 출제되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시간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지방직과 서울시는 국가직보다 어렵게 출제되는 편이기 때문에 시험 감각이 어느 정도 오른 지금부터 독해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반응이다. 두 과목이 어려웠다고 답한 수험생은 각각 9%에 그쳤다. 방성은 행정학 강사는 “정책 창 모형과 정책 옹호연합 모형 문제가 다소 까다로울 수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 기본개념과 중요내용만 알면 쉽게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6월 23일 합격자를 발표해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이힐 감독관’ 또 도마에 한편 시험 감독관에 대한 성토는 올해도 이어졌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 임모(26)씨는 “여성 감독관이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녀 또각거리는 소리 때문에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면서 “지난해에도 같은 경우가 있었는데 행안부는 제발 시험 감독관은 운동화나 굽 낮은 구두를 신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하이힐뿐만 아니라 향수를 너무 짙게 뿌리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년간 준비한 수험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걸고 소수점 점수의 경쟁을 벌이는 자리인 만큼 감독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느끼는 불편사항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협조공문을 보내 시험 감독관에 대한 사전 교육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10조 자산가’ 역외탈세 4101억 추징

    ‘10조 자산가’ 역외탈세 4101억 추징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세청이 올 1분기에 4741억원의 역외 탈세를 추징했다. 단일 사업장으로 역외탈세 사상 최대규모인 41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하는 성과도 거뒀다. 국세청은 11일 올 1분기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으로 위장해 조세피난처에 소득을 은닉한 기업과 사주 등 41건을 적발해 모두 4741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올해 목표였던 1조원의 절반가량을 벌써 거둬들인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해외투자 및 해외관계사 등을 통한 자금유출·은닉이라는 고전적 수법 이외에도 비거주자·외국법인으로 위장하는 등의 첨단 수법이 다수 적발돼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으로 위장한 사례는 대한민국 과세권을 원천적으로 벗어나려는 ‘대담하고 악의적인 탈세’라고 규정했다. ●160척 가진 ‘선박왕’ 알고보니 ‘탈세왕’ 국세청도 혀를 내두른 A사의 경우 지난 5년간 9600억원의 소득을 탈루, 이번에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이 회사는 비거주 외국법인으로 위장해 세계 어느 국가에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조세피난처에 소득을 은닉할 정도로 철저했다. 선박 160척을 갖고 국제 선박임대업 및 국제 해운업을 운영해 온 A회장은 한마디로 ‘유령인간’으로 행세해 왔다. 10조원의 자산가로 알려진 그는 국내 호텔이나 부동산, 사업체 등을 소유한 것은 물론 스위스, 케이맨아일랜드, 홍콩 등의 해외계좌에도 수천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거주지를 은폐하고 경영활동 흔적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주택의 임대차계약서는 친인척 명의로 허위 작성했다. 나아가 아파트, 상가, 주식 등 국내 자산은 모조리 해외 페이퍼 컴퍼니로 명의를 이전했다. 경영활동은 휴대용 저장장치(USB)나 구두지시 등을 통해 은밀히 이뤄졌다. 일체의 공개 활동을 피했고, 세무컨설팅도 해외 회계법인을 이용했다. A회장은 현재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매입원가 부풀려 법인세 탈루 A회장의 사례는 일부 부유층들이 탈세를 위해 파렴치한 역외탈세 수법을 동원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김문수 국세청 차장은 “이번 사례는 전세계에서의 무납부를 핵심적 경쟁우위 수단으로 삼아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조세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공정한 경쟁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역외탈세가 갈수록 지능화·전문화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기계장치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사지도 않은 기계장치를 수입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 매입원가를 부풀려 법인세를 탈루했다. 합성수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홍콩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국내법인이 거둬야 할 이익을 홍콩법인으로 빼돌렸다. D씨는 직접투자신고 없이 해외법인을 설립한 후 이 법인 주식을 팔아 매각차익을 내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매각자금으로 다른 해외주식을 사들이고 자녀에게 증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국세청은 오는 6월에 처음 있을 해외 금융계좌 신고와 관련,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규정된 비밀보장 의무를 지키겠지만, 신고기한 이후 적발되는 미신고자에 대해서는 탈루세금 추징은 물론 검찰 고발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구두쇠’ 400억원 복권 당첨자 4년 후 결국…

    ‘구두쇠’ 400억원 복권 당첨자 4년 후 결국…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장 많은 복권당첨금 수혜자로 알려진 한 남성이 복권에 당첨된 뒤에도 구두쇠처럼 살다 최근 심장마비로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선의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그라함 갤리뉴(57)라는 이름의 남성은 2007년 3700만 캐나다 달러, 우리 돈으로 42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복권에 당첨됐다. 복권에 당첨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전과는 다른 풍요로운 소비를 시작하는 반면, 그는 낡은 임대 아파트에서 환경이 약간 개선된 곳으로 이사만 했을 뿐 여전히 구두쇠 같은 삶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복권당첨으로 인해 대박 부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로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쓸쓸했다. 그가 사망했을 당시 장례식을 맡은 업체의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장례식을 치렀지만 가족이나 친구 어느 누구도 오지 않은 이상한 장례식이었다.” 면서 “심지어 사망소식을 알릴 곳이 없어 난처했다.”고 전했다. 갤리뉴가 사망한 현재까지 누가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지만, 그의 생활을 미루어 봤을 때 거액의 유산이 잠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병이 있던 관계로 일부 금액을 병원비로 사용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가 인근 병원에 기부를 했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거의 유일한 친구로 알려진 톰 베일리는 “그는 평소 자신의 가족이나 어떤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말하기 꺼려했다.”면서 “함께 살던 여자가 있긴 했지만 소식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한 남성이 거액의 복권당첨금에도 불구하고 쓸쓸하게 인생을 마감했다.”며 “그의 남은 재산의 향방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집무실서 내연남과 성관계 베트남 여교장 파면위기

    베트남에서 업무 시간에 사귀는 남성을 집무실로 불러 3년 이상 성관계를 가진 초등학교 교장이 옷을 벗게 됐다. 일간 전찌(민족)는 9일 내영의 관계인 유부남을 집무실로 불러 상습적으로 성관계를 가진 남부 껀터시 응오뀌옌초등학교의 응웬티아잉다오 교장을 직위해제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곧 파면될 예정이다. 현지 교육청과 공산당 지부는 지난 1월 다오 교장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진정이 접수되자 구두경고 조치만을 취해 거센 비난을 초래했다. 앞서 하장성인민법원은 지난달 자신이 재직하던 고등학교 여학생들을 꾀어 성폭행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드수억수엉(54)피고인에게 징역 9년형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는 법원의 선고에 대해 “불공정하고 가혹하다.”며 항소를 제기해 사회적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카이스트의 슬픈 봄] 세계 주요국 엘리트 교육

    ■미국 - 우수학생 삶의 기술 부족, 불만 해소 운동법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의 명문대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다.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고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도 클 수밖에 없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치열한 교육환경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의 수재들이 모이는 하버드 대학은 ‘진리추구’를 기치로 ‘학문 지상주의’를 지향한다. 하버드대에서는 학생의 리더십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특히 토론 중심의 세미나와 강의에서 지성인에게 필요한 설득력과 발표력을 기르도록 해 미국 사회에서의 핵심 리더를 배출해 내는 것이 학교의 목표다. 학점이 나쁘면 대학원이나 사회 진출시 불이익을 당하게 돼 있어 학생들은 학점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누구나 ‘하버드대의 공부벌레’가 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한국 대학보다 훨씬 세다는 지적이다.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한 한국 학생에 따르면 “성적 때문에 중도 탈락하거나 전학을 가는 학생도 있다.”면서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보통 실력과 체력으로는 버티기가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고등학교에서는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수재들이 명문대에 입학해서 자신보다 우수한 학생들과 접하면서 한계를 느낄 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하버드대 리처드 카디슨 박사(의학)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그만큼 삶의 기술과 상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경쟁이 치열한 명문대일수록 자살률이 높은 편이다. 2001년 ‘글로벌 스터디’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들의 연간 자살률은 10만명당 20.6명으로, 같은 연령대(17~22세) 미국 전체 젊은이 평균(13.5명) 자살률의 2배에 육박한다. 그래도 대학 당국의 노력으로 미국 대학생의 자살률은 해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특히 자살이 단순한 스트레스로 인한 보편적 현상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에는 주로 친구나 부모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던 학생들이 갈수록 전문가의 체계적인 조언에 기대는 ‘바람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일리노이주립대의 경우 학생들에게 학기당 4차례 정신과 상담을 의무화한 이후 자살률이 40%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병적인 폭음 치료를 위해 익명으로 신청을 받은 뒤 교육 프로그램을 안내해주는 대학도 생겼다. 여러 겹의 조언자를 지정해 자살 징후를 촘촘하게 진단하는 미 공군식 자살방지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지도교수, 학교경찰, 전문의 등이 번갈아 가면서 학생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상담해주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운동시설에 각별한 투자를 하는 것도 미국 대학들의 특징이다. 교외에 따로 떨어져 있는 대학일수록 학생들이 고립감과 우울함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대학 당국은 미식축구, 야구, 소프트볼, 수영, 스쿼시, 배드민턴, 농구, 배구 등 온갖 스포츠를 두루 즐길 수 있는 대형 실내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일본 - 취업 보장된 경쟁 최소화 유토리 교육 일본도 학력경쟁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있지만 소득격차에 따라 양극화가 극심하고, ‘유토리 교육’의 영향으로 대학에서의 경쟁은 한국보다 치열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최근 몇년간 명문대생이 학업 때문에 고민하다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게 교육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우선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들이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상당히 제한돼 있다. 부유층 세대의 학생들의 경우에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자신의 진로가 사실상 결정된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다. 실제로 일본 대학의 부유층 조사에서는 연간소득이 3000만엔(약 3억 82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의 약 70%가 자녀를 사립학교로 진학시키고, 40%가 연간 300만엔(약 3820만원)을 학비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대 공학계 연구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장화선(27)씨는 “도쿄대에 입학한 이후부터 사실상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업보다는 클럽이나 사회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졸업 후 입사할 때도 성적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회사도 명문대생들에게는 대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에서 만난 대학생 타무라(21)도 “도쿄대생이라는 자체로 자부심이 강해 학업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이 있었다는 경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카이스트대 재학생들의 잇단 자살소식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의 유토리 교육의 영향으로 학업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점도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은 이유다. 유토리 교육은 ‘여유 있는 교육’이라는 뜻이다. 고도 경제성장기 때 입시 경쟁이 과열됐고 그에 대한 반성으로 도입됐다. 학생들의 교육 부담은 줄이고 창의력을 키우자는 목표로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일본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유토리 교육 때문에 저하됐다며 오히려 경쟁 교육방식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를 높일 정도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도 유토리 교육을 탈피한다는 취지의 교과서 내용이 무려 24%나 증가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프랑스 - 학비 공짜 월급도… 정부 관료로 특채 프랑스를 흔히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고 하지만 프랑스만큼 철저하게 엘리트 주의를 유지하는 나라도 드물다.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주되 개인의 ‘실력’에 따라 철저하게 다른 대우를 한다. 좋은 대우를 받는 엘리트 그룹에 진입하려면 피나는 노력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프랑스 고등교육의 핵심이자 가장 큰 특징은 ‘대학 위의 대학’이라고 하는 그랑제콜(Grandes Ecoles)을 중심으로 하는 엘리트교육시스템이다. 프랑스의 엘리트교육이 다른 나라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국가고시(콩쿠르)를 통해 소수 정예로 선발해 국가가 가르치고 훈련시켜 등용한다는 점이다. 전국에 100여개에 이르는 국립 그랑제콜은 어려서부터 수재 소리를 들어야 입학할 수 있다.특히 이과 부문 최고의 영재들이 다니는 에콜폴리테크니크와 최고 프랑스 두뇌의 산실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에콜노르말 등 최상위의 그랑제콜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에 해당한다. 프랑스의 고교 졸업생 80만명 중 바칼로레아(대학수학자격시험) 상위 4% 내에 드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뒤 2년 과정의 그랑제콜 준비학교(에콜 프레파라투아르)에 들어간다. 준비학교는 철저하게 그랑제콜 콩쿠르 준비만 하는 학교다. 학생들은 성적에 따라 희망하는 학교에 복수지원해 필기시험 1주일, 구두시험 1주일 등 2주일간의 테스트를 받는다. 이렇게 해서 최소 400대1의 경쟁을 뚫어야 국가가 인정하는 상위 그룹의 그랑제콜에 들어갈 수 있다. 어렵게 들어간 만큼 국가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최고의 수준으로 키운다. 미래의 지도자가 될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베푼다. 학비는 물론 공짜다. 에콜폴리테크니크와 에콜노르말은 국가에서 학생들에게 월급까지 주며 공부를 시킨다. 졸업생들은 최고의 엘리트로 대접받으며 상상하기 어려운 특권을 누린다. 졸업과 동시에 주요 부처의 관료로 임명돼 주요 정책을 입안하거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영 기업체나 글로벌 기업의 간부로 스카우트돼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 의사협회 ‘수상한 와인’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가 ‘설날 와인 선물’ 문제로 또다시 심각한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시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이전에도 성희롱 건배사 논란에 이어 공금 유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까지 당한 경만호 회장을 불신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불거지는 상황에서 다시 ‘와인 건’이 터져 의협은 심각한 분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와인값 3000만원 경회장 부인 운영 업체 전달 가능성” 7일 의협에 따르면 이원보 의협 감사는 최근 대의원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의협이 지난해 설 선물용 와인 구입 비용 3000만원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감사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해 회원들에게 제공할 설 선물용으로 프랑스산 ‘샤트레인 생마리’와 ‘샤트레인 몽페랑’ 등 와인 1500병을 3000만원에 구입했다. 이 감사는 의협이 와인 구매를 의뢰한 A사 최모 부장의 신분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감사는 공개 서한에서 “의협 집행부는 설 선물을 구입하기 위한 정상적인 예산 집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씨는 경 회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M아트센터 직원으로, A사 부장으로 가장, 허위 문서를 작성해 견적서와 대금청구서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 감사는 그 근거로 최씨의 견적서 및 청구서에 찍힌 전화번호가 M아트센터의 번호와 일치하고, 최씨의 휴대전화 번호도 M아트센터 관계사인 M의료법인 행정실장의 전화번호와 같다는 점을 제시했다. ●경 회장, ‘오바마’ 건배사 물의·횡령 기소도 이 감사의 주장대로라면 협회 공금을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업체에 보낸 셈이 된다. 이 감사는 “설 선물이 M아트센터에서 거래됐기 때문에 선물 중 일부가 M아트센터나 M의료법인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거듭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이 감사의 주장에 대해 의협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의협의 한 임원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송금이나 선물 배송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감사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만, 여러 구체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구두로든 서면으로든 좀 더 소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9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에 선출된 후 공식 석상에서 ‘오바마’(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건배사를 했다가 물의를 일으켜 지난해 부총재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또 지난해에 일부 의사들이 경 회장이 공금 1억원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 서울 서부지검에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울산·전남·경북 등 일부 지역 의사회는 현직 회장의 검찰 기소를 문제 삼아 경 회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결의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전국의사총연합회, 대한의원협회 등 경 회장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새로 발족하는 등 의협의 갈등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24일로 예정된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에 충돌이 빚어질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의협 측은 “큰 행사인 만큼 행사 전문 도우미를 동원하기도 한다.”고 해명했지만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회의장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형편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협 내부 문제가 불거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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