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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테러’ 이집트 종교내전 조짐

    ‘교회테러’ 이집트 종교내전 조짐

    지난 1일(현지시간) 교회 차량 폭탄 테러로 21명이 숨진 이집트에 ‘종교 내전’ 조짐이 일고 있다. 테러가 일어난 직후 콥트 기독교 신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이틀째 격렬한 항의 시위에 나서면서 이슬람교 신자들과의 대규모 충돌이 우려된다고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전했다. 가톨릭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기독교 분파인 콥트 기독교 측은 이번 교회 테러를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이슬람교와 콥트 기독교 사이의 해묵은 대립 감정을 건드려 ‘종교 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테러 직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자 이집트의 이슬람 최고 종교 지도자(그랜드셰이크)인 아흐메드 엘 타예브가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엘 타예브는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황의 테러 성토 발언에 대해 “이는 이집트 문제에 대한 간섭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한 뒤 “왜 교황은 이라크에서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이 희생될 때는 그들에 대한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앞서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시티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백명의 순례자들에게 “이집트 교회에서 발생한 비겁한 행동은 하느님과 모든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콥트교도들의 시위는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2일 오스만 모하메드 오스만 경제개발장관이 콥트 기독교 교황인 셰누다 3세와 면담한 직후 카이로의 성마르크 교회를 나서자마자 수백명의 시위대가 차량에 돌을 던지는 등 테러 사태에 강력 항의했다. 현지 경찰은 국제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가 테러의 배후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세계평화” 희망가… 테러·사고 진혼곡

    “세계평화” 희망가… 테러·사고 진혼곡

    평화와 전쟁,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지구촌의 엇갈린 풍경은 2011년 새해 첫날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각국 지도자들이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기대에 들뜬 인파가 거리를 메웠지만, 이집트와 러시아 등지에서는 테러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때아닌 의사당 대피령이 내려졌다. 폭설과 강추위, 경제위기와 긴축재정의 시련 속에서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새해맞이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최근 1m 가까운 눈이 내렸던 뉴욕에서는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100만여명이 운집했고 런던 ‘빅벤’ 시계탑 앞과 파리 에펠탑,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불꽃놀이와 축제가 열렸다. 각국 정상들은 신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의 발전과 평화를 호소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신년 미사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 종교적 관용이 절실하다.”면서 “말보다는 각국 지도자들이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전 세계가 공동 번영하는 조화로운 국제사회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밝혔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강력하고 열린 친근한 러시아’를 내세웠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지도자들은 “재정 위기로 힘든 시기지만, 모두 함께 노력하자.”고 입을 모았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는 신년 메시지에서 “단합된 정신과 국가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과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인터넷·라디오 주례연설에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새 대통령은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힘찬 행보를 시작했다.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는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독일 아헨시에서는 시민들이 쏘아 올린 폭죽이 아헨 대성당 창문을 깨고 들어가 1630년 지어진 제단과 루벤스 그림 3점이 완전히 파괴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서부 이페레겡의 행사장에서는 압사사고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했으며, 모스크바에서는 불꽃놀이용 폭죽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했다.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는 새해 첫날부터 비상 소개령이 내려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워싱턴 인근 레이건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던 항공기가 관제소와의 무전 연락이 끊어진 채 의사당 인근의 비행 금지구역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미군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F16 전투기를 비상 발진시켰고 의사당과 상·하원 건물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항공기와 관제소 간 무선 연락이 복구되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러시아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새해 첫날을 시작했다. 승객과 승무원 125명이 탑승한 Tu154 여객기가 수르구트 공항에 비상착륙하면서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Tu154기는 지난해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탔다가 추락한 ‘말썽 기종’이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알 키디신 교회에서는 새해맞이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기독교도들을 겨냥한 폭탄 테러로 21명이 죽고 97명이 다쳤다. 수사 당국은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연계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 등 분쟁 지역에서도 테러와 전투로 인한 사망자 발생이 잇따랐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남북화해 증진 계기되길” 교황 성탄절 메시지

    “남북화해 증진 계기되길” 교황 성탄절 메시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남북한의 화해를 비롯해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 평화가 깃들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독 중국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정오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발표한 성탄 축하 메시지에서 “구세주의 탄생이 한반도에서의 화해를 증진하는 계기가 되길 빈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7년 10월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 준비가 한창이던 그 해 9월에도 남북 대화의 발전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고 한반도 상황을 위해 기도하자는 메시지를 내 놓기도 했다. 교황은 이 밖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공존도 기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 본토에 있는 교인들이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부과된 제약에 낙심하지 않으면서 희망의 불꽃을 계속 태우게 해 달라.”는 ‘뼈있는’ 기도를 올렸다. 중국은 이달 초 교황청 승인 없이 관제 가톨릭 단체인 ‘중국천주교 애국회’ 지도부 선출을 위한 주교단 회의를 강행해 팡싱야오(房興耀) 신부를 애국회 주석으로, 마잉린(馬英林) 신부를 천주교주교단 주석으로 각각 선출하면서 교황청과 마찰을 빚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교황청, 피임 목적의 콘돔사용 “승인 안 했다”

    교황청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특수한 경우에 한해 콘돔 사용을 허락할 수 있다.”는 최근 발언과 관련, 피임을 목적으로 한 콘돔 사용을 교황이 승인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CDF)은 성명을 통해 지난달 교황이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일부 분석가들이 곡해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BBC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CDF는 가톨릭 신앙과 윤리 도덕에 대한 교리를 증진,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최고 기관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에 이 기관의 책임자를 맡았었다. CDF는 성명에서 “교황의 논리는 가톨릭 교회의 도덕적·신앙적 전통에 부합한다.”며 “교황의 발언을 가지고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고자 콘돔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추론하는 것은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으로 절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CDF는 또 동성애와 피임에 대한 교황의 입장은 전혀 바뀐 바 없다면서 해당 서적의 다른 구절에서는 동성애와 피임에 반대하는 교회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국진기자 betuolo@seoul.co.kr
  • 서울대교구 긴급 사제 회의 전격 취소 왜?

    서울대교구 긴급 사제 회의 전격 취소 왜?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최근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발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16일 열기로 한 긴급 사제 회의<서울신문 12월 16일자 6면>를 전격 취소했다. 논란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처방으로 풀이되지만 교계 내부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측은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사제들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교회 화합과 일치를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하셔서 사제 회의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제 회의를 소집한 염수정 총대리주교가 오전 정 추기경을 만나 논의한 끝에 취소를 결정했다는 게 교구 측의 설명이다. 당초 정 추기경은 오후 2시 사제 회의가 시작되면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퇴장할 예정이었다. 추기경 퇴장 뒤 염 주교 주재로 비공개 난상토론을 진행할 계획이었던 것. 군사정권 시절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인 사제 회의 소집을 재가했던 정 추기경이 하룻밤 새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회의 소집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부담스러울 만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데다 교회 신도들도 크게 불안해해 자칫 더 큰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신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원로 사제들이 정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직 용퇴를 요구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회의를 앞두고 교계 안팎에서 정의구현사제단 징계설, 교구장직 거취 표명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최홍준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평협)은 “이런 때일수록 말을 많이 하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면서 “모두가 화합과 일치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사제 회의 결과를 본 뒤 입장 표명 여부를 결정하려던 평협도 사실상 ‘침묵’에 들어갔다. 한편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소속 6개 종교 지도자들은 15일(현지시간) 로마 교황청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이스라엘 예루살렘 등 기독교 성지를 순례하는 ‘2010 이웃종교 체험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대교구 사제 16일 긴급회동

    원로 사제들이 정진석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용퇴를 촉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 서울대교구 사제들이 16일 오후 2시 긴급 회동을 갖는다. 회동은 총대리 주교인 염수정 주교가 소집했다. 주교평의회, 사제평의회, 서품 기수별 대표 사제 등 6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측은 15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서울대교구장직 사퇴 문제로까지 비화돼 당사자들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교구 차원의 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이에 따라 16일 명동성당에서 비공개로 긴급 사제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15일) 오전 주교평의회를 열어 사제 회의에서 논의할 안건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지도급 사제들이 사회문제와 관련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가톨릭교회 관계자는 “피정(일상에서 벗어나 침묵기도 등을 하는 종교 수련) 등 신앙 문제와 관련해 사제 회의가 열린 적은 있으나 시국현안으로 소집된 것은 과거 군사정권 이후 거의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교구 소속 신부는 모두 722명이다. 긴급 사제 회의에는 이 가운데 대표성을 띤 지도급 위치의 사제들이 참석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중재안 또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게 주위의 기대 섞인 관측이다. 서울대교구 소속 한 신부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교회의 사제, 신도들도 (원로 사제들의) 교구장 사퇴 요구 등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는 불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긴급 사제 회의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도 당초 이번 사태와 관련해 15일 성명서를 내려다가 긴급 사제 회의가 소집된다는 소식에 회의 이후로 미뤘다. 최홍준 평협 회장은 “주교들은 교황을 중심으로, 각 교구는 교구장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전통을 갖고 있다.”면서 “교구장의 발언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자체가 교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 추기경은 4대강 사업에 반대 입장을 밝힌 주교 회의 성명을 두고 “꼭 반대한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라고 발언해 거센 논란을 야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대교구장 용퇴 가능한가

    지난 13일 천주교 원로 사제들이 정진석(79)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용퇴를 촉구하면서 정 추기경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추기경은 일절 공식 언급을 꺼리고 있다. 그렇다면 교구장 직은 자의로 물러날 수 있는 자리일까. 교회법을 따져 보면 ‘절반은 가능’하다. 1966년 신설된 천주교 교회법 성직자 정년 퇴임 조항에 따르면 신부, 주교, 추기경 등은 만 75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로마 교황청에 사임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의 수용 여부는 교황의 몫이지만 지금까지 관례상 한국 사제들이 표명한 사의는 모두 수용됐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도 75세 때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물러났다. 서울대교구 측은 “정 추기경도 사임서를 제출했으나 교황께서 수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천주교 주교는 모두 32명이다. 현역 주교 가운데 만 75세가 넘은 주교는 서울대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정 추기경이 유일하다. 역대 주교 중에서도 75세를 넘겨 주교 직에 머물렀던 경우는 없었다. 정 추기경은 1931년 12월 7일생으로 만 79세다. 교회법상 추기경은 만 80세가 되면 자동적으로 모든 직무가 끝난다. 그보다 하위 직인 대교구장은 자동적으로 내놓게 된다. 정 추기경이 원로 사제들의 용퇴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임기는 1년밖에 남지 않은 실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6)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6)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니체, 차라투스트라를 만나다 1881년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질스마리아의 실바플라니 호숫가의 숲속을 거닐고 있을 때 하나의 사유가 ‘비둘기처럼 조용하게’ 찾아왔다. 니체는 고대 페르시아의 예언자로서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였던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자신의 사유를 펼쳐낸다. 사실 예언자 차라투스트라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대조적이다. 전자가 선악을 엄격하게 구분한 가운데 도덕을 창시했다면, 후자는 도덕의 몰락과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말한다. 말하자면 니체는 페르시아의 차라투스트라를 몰락시키고 그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1883년 2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를 쓰기 시작한다. 1부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열흘. 2부와 3부 역시 그해 여름과 겨울에 각각 열흘에 걸쳐 완성되었다. 그리고 1884년 반년간의 작업을 거친 뒤, 1885년에 제4부가 나왔다. 조용히 다가온 사유와 폭풍과 같은 글쓰기. 그렇게 니체는 영감을 인류에게 보낸 최고의 선물로 만들어냈다. 1. 차라투스트라, 허무주의와 맞서 싸우다 ‘차라투스트라’는 차라투스트라의 변신 이야기다. 그는 동굴에서의 수련과 인간의 심연에 대한 탐사 후에 충혈된 눈을 하고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그는 때로는 웃고, 때론 아파하며 자신과 주위의 사물을 보다 섬세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적인 것들’과 끊임없이 싸워나간다. ‘차라투스트라’의 첫 장면도 마찬가지다. 동굴에서 10년 동안 수련을 마치고 나온 차라투스트라가 성자를 만나 던진 말은 ‘신의 죽음’ 이었다. 니체에 의하면 사멸하는 인간은 존재의 불안정함에, 존재가 우연에 맡겨져 있음에 공포를 느끼며 안정을 욕망한다. 존재의 사멸성을 받아들이는 대신 피안의 영원한 세계를 설정한다. 거기서 현재의 삶은 벗어나야 할 것으로 그려진다. ‘저편의 세계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삶의 허무함을 근거로 현재의 삶을 비난하고 평가절하한다.. 그런데 ‘차라투스트라’ 4부의 ‘보다 높은 인간들’이 보여주듯 인간은 붙잡을 가치가 소멸한 뒤에 다시 새로운 대체물을 발견해낸다. 가령 신의 죽음을 인정한 교황도 ‘신앙’을 만드는 것은 중단하지 않으며 미신과 주술을 거부하는 과학자조차도 실증성과 엄밀성의 신앙에 빠져든다. 절대적 가치의 무가치함을 인정하고 기존의 가치를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는 것도 쉽게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창조 행위가 ‘과거’의 부정인 한, 창조와 생성에서 ‘리얼’한 세계가 누락되기 때문이다. 이때 행위의 판단 기준은 현재의 삶이 아니라 기억이다. 이들에게 현재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영역 밖의 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들은 일종의 허무주의자다! 차라투스트라는 이 삶이 멈춰선 자리에 함께 멈춰선다. 이들의 멈춰버린 시간을 어떻게 돌릴 것인지, 또 멈춰선 자를 어떻게 길 떠나게 만들지를 사유한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삶을 돌아보라고. 형제들이여, 맹세코 대지에 충실하라. 하늘 나라에 대한 희망을 설교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간에 독을 타 사람들에게 화를 입히는 자들이다(머리말). 2. 어린아이, 주사위를 던지다 사람은 자유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사유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주어진 조건과 자리에 따라 말하고 행동한다. 대개 ‘별 수 없어’ ‘어쩔 수 없어’라고 말을 하게 되는 상황. 푸코 식으로 이야기하면, 사유의 틀이 있고 인간은 그 속에서 정해진 대로 사유할 뿐이다. 말하자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틀을 벗어날 수 없으며’, ‘창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런 사유의 틀이 깨어진다고 해서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다른 형태의 억압이 만들어진다. 부자유의 영원회귀! 지금의 사건은 과거에 이미 일어난 사건이라는 탄식. 차라투스트라에 의하면 이런 반복의 피로감이 우리의 변신을 가로막는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활발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차라투스트라는 아이들의 주사위 ‘놀이’를 통해 이 문제를 해명한다. 하늘로 던져진 주사위는 땅에 닿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변화에 내맡겨진다. 이것은 삶의 우연성 혹은 현재 상황으로부터의 벗어남을 의미한다. 하늘로 던져진 주사위를 구속할 어떤 필연성도 없다. 그러나 주사위는 땅에 떨어져 하나의 숫자가 나오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주사위 놀이는 우연과 필연의 반복이다. 이 사건을 해석하는 상반된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소위 학자 부류. 이들은 주사위 놀이에서 하나의 법칙성을 끌어내려고 한다. 많은 사례들을 수집하고 그 속에서 일반적인 법칙을 끄집어낸다.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의 우발성이나 혼돈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그것은 ‘원래 그래.’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사위로 노는 ‘아이들’은 다르다. 던져질 때마다 주사위는 그들에게 매번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놀이에 열중해서 경쟁이 붙은 아이들은 주사위 놀이에 몰입한다. 학자들의 주사위 던지기가 동일한 것의 회귀의 문제라면 아이들의 던지기는 매번 차이의 귀환이다. ‘생성’의 반복, 혹은 ‘차이’ 나는 반복이다.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대신 매 순간 ‘설레요.’, ‘힘들어요.’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한편으로 주사위가 우연의 하늘에 다시 펼쳐지는 한, 과거의 낡은 사건은 새로운 사건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잘 실감나지 않는다고? 주사위 게임을 축구의 역전승으로 바꿔서 떠올려보길. 상대에게 당한 첫 번째 골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지만 동점골과 연속골이 터지는 순간, 과거의 쓰라림은 현재의 기쁨을 배가시키는 원인으로 바뀐다. 우리는 이렇게 과거조차도 끊임없이 재창조할 수 있다. 인간은 세계 속에서 생성하고 소멸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몰락을, 자신의 해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습관대로 살고자 한다. 사실 주사위 놀이는커녕, 단 한 번의 주사위 놀이에 짓눌려 있다. 변화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철저하게 부자유를 사랑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번의 주사위 놀이를 했음을 상기하자. 이것은 우리 안에 무엇인가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긍정한다면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또 다른 ‘한번 더’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목소리에서 ‘한번 더’의 외침을 듣고 차이의 기쁨에 공명하지 않았을까? 최진호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줬으면”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줬으면”

    “제 이야기를 통해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의 감정, 육체, 정신 그리고 영적인 부분까지 모두 봤으면 좋겠습니다.” ●“2집은 크리스마스 마법 담은 앨범” ‘여자 폴 포츠’로 널리 알려진 스코틀랜드 가수 수잔 보일(49)은 7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에게 있어서 정말 행운인 것은 처음에 나를 지지해줬던 수많은 팬들이 여전히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내가 부르는 음악을 감상해준다는 사실을 알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발매되자마자 영국과 미국 차트를 석권했던 2집 ‘더 기프트’에 대해 보일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크리스마스의 마법을 담은 앨범”이라면서 “요즘 크리스마스는 너무 상업적이라 크리스마스 본연의 의미를 되살려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는 수록곡 가운데 ‘돈트 드림 잇츠 오버’가 가장 좋다는 그는 “꿈은 계속돼야 하는 것이고, 나 역시 내 꿈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삶의 변화에 하루하루 감사할 따름” 수잔 보일하면 노래 솜씨 외에 볼품 없는 외모가 우선 떠올려진다. 이제는 이런 시선이 싫지 않을까. 보일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실이지 않은가. 나는 정말 초라하고 부스스한, 고양이를 키우는 평범한 시골 여자였다. 그런 내가 교황 앞에서 노래하는 영광도 안았다. 내 삶의 변화에 하루하루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해 4월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보일은 직접 ‘수잔 서치’라는 오디션을 열기도 했다. 우승자는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구급차를 운전하는 앰버 스태시. 타이완의 오디션 스타 린위춘은 보일을 보며 외모 핸디캡을 극복,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기고] 한반도에 더 이상 비극은 없어야/김용희 서울사이버대 교수

    “사람을 한두 명 죽이면 살인이지만 수백만을 죽이면 통계에 불과하다.” 소련공산당 혁명을 주도한 스탈린의 말이다. 전쟁에서 혹은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인권론은 얼마나 사치한 개념인가, 인간 존엄성은 빈 메아리일 뿐이다. 안정된 국가, 안정된 사회에서는 중요한 가치며 최고의 목적인 ‘인권’의 의미가 전쟁이나 혁명시대에는 얼마나 사치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들은 너무도 많다. 사회면에 대서특필되는 극악한 살인범의 피해자는 단지 몇 사람이다. 그러나 허구적 사상과, 가면의 종교는 개념을 넘는 만행을 자행한다. 종교와 정치, 사상이 폐쇄적이거나 독선적이 되어 제어장치 없이 질주, 수많은 제노사이드(집단살해)가 이루어져 왔음을 역사는 전해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약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였다. 소련공산당은 노동자·농민의 이름으로 공산혁명의 완성을 위하여 수백만명의 인민을 학살하였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 당시 1000만명 이상을 숙청하였다. 폴포트는 서민을 위한 평등사회 건설과 ‘마오쩌둥식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1인 200만명을 학살하였다. 조찬선 목사는 ‘기독교죄악사’에서 서구문명과 서구종교의 가식과 위선을 조명했다. 신대륙을 발견하고 유럽인들이 이주하면서 300년 동안 1800만명 이상의 원주민이 교황의 지지를 받는 식민지배에 의해 학살되었다. 신대륙의 발견과 개척의 역사는 유럽인에게는 개척정신이 일구어낸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지만 원주민에게는 약탈과 강탈과 역사적 패자로서의 기록일 뿐이다. 포르투갈은 교황청의 묵인과 동조 하에 브라질을 식민지화하면서 원주민의 95%를 학살하였다. 400만명이던 원주민은 고작 20만명만 남았다. 북한에서는 200만명 이상이 아사하거나 아사 위기에 놓여 있다. 남북 분단은 우리 민족에게 그 원인이 있지 않다. 일본의 점령과 강대국 간의 이념대립이 유독 우리민족에게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통을 가져다 주고 있다. 분단된 국가에서 우리는 아직도 국방비에 예산의 30%를 쏟아붓고 있다. 청년들이 젊은 시절 국방을 위해 보낸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은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희생되는 젊음은 화폐가치로 환산되지 않는다. 예상할 수도 없었던 황당한 사건이, 예측과 상식적 인식의 범위를 넘는 변괴가 발생했다. 민간인에 대한 포격,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군인들 간의 교전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이렇게 시작되면 이념과 체제가 가져오는 극단적 폐쇄와 관념에 머물던 한반도에서의 냉전이, 그리고 좌·우파의 논쟁이 그 논쟁자의 존재에 관한 문제로 변해 버린다. 이념보다도 앞서는 것이 인명의 소중함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적인 책무이다. ‘사람의 생명이 통계 자료일 뿐’이던 숱한 역사적 사건들은 소설이 아닌, 지난 시절의 현실이었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비극은 없어야 한다. 단호한 대처가 극단으로 가면 대안은 없다. 상대방의 내심과 의도, 동기는 서로 관심도 두지 않으면서 단호한 대처만을 강조하면 결과는 한곳으로만 치닫는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존엄성 운운은 사치가 된다.
  • [씨줄날줄] 가톨릭과 콘돔/김성호 논설위원

    세상엔 늘상 반대와 대척의 개념이 섞이기 마련이다. 음양의 차별이며 진보·보수의 대치, 낙관과 비관의 엇갈림, 긍정과 부정의 어긋난 판단…. 특히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커다란 혼란을 부르고 그 파장 또한 크다. 그리고 그 괴리의 저울추는 흔히 권력자와 지배자 쪽으로 기울곤 한다. 그래서 대놓고 인정할 순 없지만 한쪽에 엄연히 살아 숨쉬는 사실들을 우리는 ‘불편한 진실’이라 부른다. 많은 경우 이 ‘불편한 진실’의 주장과 발설은 위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당 시대의 지배적인 통념과 가치를 벗어난 진실의 폭로는 커다란 희생과 대가를 치르곤 한다. 천체 이동의 통념을 뒤집어 놓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에서 보듯 말이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선 불편한 진실을 둘러싼 파란과 분쟁이 분분하다. 그 ‘불편한 진실’의 혼란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종교에서의 ‘불편한 진실’은 유난히 큰 대가를 요구한다.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란 종교 교리·교의의 일탈에 대한 엄한 단속이다. 불교에서 살생·도적질·음행·거짓말·음주의 다섯 가지 금계(禁戒)인 오계는 여전히 으뜸의 계율이고, 원불교 여자교무 정녀들의 독신서약도 피할 수 없는 약속이다. 신의 대리인이라는 가톨릭 사제들의 독신서약 역시 평생 지켜야 할 서품의 필수 절차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계율의 모순에 대한 문제제기며 사제 결혼 허용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오니 종교 속 ‘불편한 진실’ 또한 여전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콘돔 사용 허용 발언이 화제다. 독일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을 묶어 영문판으로 발간할 발언록 ‘세상의 빛’ 속의 한 대목. 에이즈 확산방지를 위한 경우라면 콘돔을 쓸 수 있다는 취지라는데. 천부의 영역인 인간생명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불변의 철칙을 뒤집었으니 센세이션을 부를 만하다. 지난 4월 아일랜드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공식사과한 데 이은 ‘불편한 진실’의 또 다른 인정인 셈이다. ‘신앙의 위기’. 생활과 세상의 가파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종교의 모순. 많은 전문가들은 이 신앙의 위기를 높은 도덕의 요구와 과도한 금욕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신앙은 인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신의 이해에 따른 결과일까. 교황은 콘돔 허용 발언에 덧붙여 “현대화를 향한 첫걸음이자 책임 있는 첫 행동”이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제 숨기고 감춰야만 했던 종교 속 ‘불편한 진실’도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 같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교황 “콘돔 사용 許하라”

    콘돔 등 피임기구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해 온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보수적인 교리 해석으로 유명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확산 방지 등을 위한 ‘특정한 경우’에는 콘돔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교황청 일간지는 가톨릭 전문 독일 언론인인 페터 시발트가 쓴 ‘세상의 빛’이라는 책이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인터뷰를 통해 콘돔 사용에 대해 교황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 책에서 교황은 “가톨릭 교회는 콘돔 사용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가.”라는 시발트의 질문에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이라는 ‘악’에 대처하는 데 콘돔 사용은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남자 매춘부의 콘돔 사용은 ‘교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허용 의사를 내비쳤다.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는 인위적으로 신의 섭리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콘돔 사용을 반대해 왔다. 미국 뉴욕교구의 존 오코너 추기경을 비롯해 일부 지도자급 인사들이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해 콘돔 사용 허용 문제를 거론한 바 있지만, 이 문제를 교황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BBC는 “교황은 지난주 카메룬 방문 당시 콘돔 사용이 에이즈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국제적인 비난을 산 바 있다.”면서 “교황의 이번 발언은 교회의 산아제한 금지가 에이즈 발견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현대 신학자들의 의견과 뜻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동성애단체, 교회개혁단체 등은 일제히 교황의 발언을 환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학생연애권/김성호 논설위원

    요즘 세상에 남녀 간 사랑에 제한과 제약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근대화 이전 봉건적 사회에서 통념과 규율을 벗어난 사랑과 연애는 목숨까지 위협 받는 위험한 것이고 비극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철천지 원수인 가문의 틈새에서 몰래 사랑을 키우다 비통한 최후를 맞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속 두 주인공. 그 남녀는 여전히 통념·규율에 희생된 비련의 전형으로 회자된다. 숭고한 사랑을 위한 몸부림은 왕관과 종교의 포기로까지 이어진다. 1936년 미국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 열애 끝에 국왕자리를 박찬 영국왕 에드워드 8세. 2001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로마교황청으로부터 파문 당한 잠비아 출신 에마뉘엘 밀링고 대주교. 왕관을 버린 에드워드 8세나 파문 당한 밀링고 대주교의 공통점은 사랑과 연애를 위한 현실의 극복일 터. 역시 연애의 과정은 고통스러운가 보다. 이 땅에서 ‘자유 연애’가 퍼지기까지는 갈등의 점철이었다. 자유 연애라면 1920년대 초 서방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신여성의 사랑을 시초로 든다. 부모가 정한 배필을 얼굴도 못 보고 결혼하던 시절 자유연애는 자아의 발견과 독립으로 인식됐을 것이다. 당시 이광수가 학지광에 발표한 ‘혼인에 대한 편견’을 보면 “연애의 근거는 남녀 상호의 개성 이해, 존경과 상호 간에 일어나는 열렬한 애정”이라 쓰고 있다. 강압적 결합이 아닌 쌍방 관계의 주창이었으니 자유연애는 분명 혁명이었을 것이다. 청소년 인권단체인 아수나로가 ‘학생 연애권’을 들고 나섰다. 전국 중·고교의 81%가 이성교제·신체접촉을 금하는 교칙을 두고 있단다. 학교는 학생들의 사랑과 성을 처벌하는 전근대적 인식에 매몰됐으니 청소년들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달라는 주장이다. ‘남녀가 50㎝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이성교제로 세번 적발시 퇴학’이란 학교들의 규정을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가뜩이나 달포 전쯤 서울시교육청이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과 인권 보장을 위한 학생생활규정을 제·개정토록 학교들에 공문을 보낸 마당이다. 1920년대 신여성의 ‘자유 연애’시절 혼돈을 떠올린다. 미국에선 요즘 남녀 학생이 따로 수업을 받는 교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진동하는 때 ‘남녀칠세부동석’식 격리야 시대착오일 터. 하지만 다름에 대한 인정에서 키워가는 성숙한 성적 결정권이 더 낫지 않을까. 요즘 흔한 인권의 홍수 속에서 말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교황 세계경제 심오한 개혁 촉구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4일 세계 경제의 심오한 개혁을 촉구했다. 교황은 바티칸시티의 성베드로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순례자들에게 행한 주례 강론에서 “최근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다뤄진 현재의 경제위기는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경제위기는 전 세계 경제발전 모델에 심오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주요 선진국들은 빈곤국에 침울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연대를 추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또 경제위기의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농업을 회생시켜야 하며 지속 가능하지 않은 소비주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교황은 “미래의 필수불가결한 자원으로서 농업을 재평가해야 할 순간이 왔다.”고 말하면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소비주의가 만연한 생활양식을 고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추기경들 로마로 집합” 교황 ‘아동 성추행’ 회의 소집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가톨릭계의 최대 위기’로 꼽히는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9일 로마에서 추기경 회의를 소집한다고 AP통신, AFP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추기경단 회의에서 아동 성추행 문제를 직접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가톨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청은 “이번 회의는 교황청 내 신앙 감시 기구인 ‘신앙교리회’의 수장 윌리엄 조셉 레바다 추기경이 주관하며 200명 이상의 추기경들이 참여할 것”이라며 “영국 성공회 신자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절차도 함께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앙교리회는 교황이 추기경 시절에 이끌었던 기구다. 회의 주관자인 레바다 추기경은 샌프란시스코 대주교 출신의 완고한 보수주의자로, 가톨릭 성직자에 의한 성추행 피해자들로부터 사건을 은폐한다는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아일랜드 가톨릭 성직자들에 의한 수백건의 성추행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유럽은 물론 미국 가톨릭에서도 성추행 사례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교황, 스페인서 쓴소리 “동성결혼 불용”… 좌파정부 비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스페인 좌파정부의 동성 결혼과 낙태 허용 등을 연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현 스페인 정부를 1930년대 내전 시대의 스페인에 빗대기까지 한 교황의 발언에 스페인 사회 일각의 반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AP통신, AFP통신 등은 베네딕토 16세가 7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 성당 봉헌식에 참석해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사회당 정부가 신앙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00년이 넘도록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날 미완공 상태로 공식 축성식과 함께 본당 미사를 가졌다. 교황은 강론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성 요셉의 성스러운 가정에 바치는 성전”이라며 “가족은 정부의 재정적, 사회적 혜택을 받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확고한 사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동성 결혼과 이혼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베네닉토 16세는 전날 스페인의 가톨릭 성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비행기 내에서도 현재 스페인 정부를 1930년대 내전 당시의 공화국 정부와 비교하며 세속적인 경향의 확대를 경계한 바 있다. 스페인을 ‘유럽 가톨릭 신앙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쟁터’로 묘사하며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교황은 사파테로 정부의 동성 결혼 허용과 낙태 및 이혼을 손쉽게 하는 진보적인 사회 정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아 왔다. 스페인 라디오 채널 카데나 SER은 “교황이 오늘날의 스페인을 공화국 시기와 비교했다.”면서 “내전 시기의 폭력적인 반교회주의를 오늘날과 비유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알카에다 테러 성전화… ‘종교전쟁’ 비화되나

    잇따른 ‘폭탄 소포’ 사건 등 테러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알카에다가 이라크 내 ‘기독교도 청소’를 천명하면서 ‘종교 전쟁’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세계 각국이 보안검색과 우편물 제한에 나서면서 전 세계 우편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라크 내 기독교도들을 말살하려는 알카에다 때문에 기독교도들이 ‘파멸의 문’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가톨릭 교회에 알카에다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이 난입, 인질극을 벌이면서 50여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후 알카에다는 홈페이지를 통해 “교황은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폭군”이라고 적개심을 나타냈다. 특히 ‘모든 교회와 조직, 지도자와 추종자가 타깃’이라고 명시해 무차별적인 테러를 계획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라크에서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통치 시절에는 기독교에 대해 특별한 차별이 없었지만, 2003년 미국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반미와 반기독교 정서를 동일시하는 정서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이라크 구호교회 곳곳에 실제로 공격이 진행되고 있고, 최근 수많은 알카에다 리더들이 감호 및 관리망에서 벗어나 그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인터넷 손수제작물(UCC)사이트 유튜브가 기독교 및 미국·영국에 대항하는 ‘성전(聖戰)’을 촉구하는 급진 무슬림 성직자 안와르 알올라키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의 빈 라덴’으로 불리는 알올라키의 동영상은 테러의 촉매제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소포 폭탄 공포가 확산되면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사태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AP통신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은 뉴욕 J F 케네디 공항에서 의심스러운 물체를 발견해 조사에 나섰으나 폭발물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에서도 수상한 소포가 발생해 이용객들이 대피했다. 현지 경찰은 “일부 이용객들이 대피한 후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폭발물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프랑스 경찰은 자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계획한 혐의로 프랑스 국적 남성 2명을 파리 인근 교외에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테러의 온상으로 떠오른 예멘의 남부 달레 지역의 한 시장에서도 4일 차량폭탄 공격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예멘 당국은 이번 공격이 알-카에다의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브리스 오르트푀 프랑스 내무장관은 4일 “지난주 예멘발 시카고행 화물기에 실렸던 소포 폭탄 2개 중 하나는 폭발 17분 전 신관이 제거됐다.”고 밝혀 비행 도중 폭발 가능성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영국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두 개의 폭탄이 휴대전화 알람 시계를 타이머로 이용해 폭발하도록 맞춰져 있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물은 수많은 화물이 실리는 항공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美 성추문 사제 48명 신상 공개

    가톨릭 신부들의 어린이 및 청소년 성추행을 조사한 교단 내부 문서가 공개됐다. 미국 가톨릭 성직자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150명의 피해 기록 등을 담은 교단 내부 문서의 공개에 따른 것이다. AP통신은 24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 법원의 결정에 따라 1만 페이지 상당의 성직자들의 성추문 관련 교단 내부 문서가 공개됐다고 전했다. 문서에는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 성직자에 대한 정신과 치료 내용, 교단 상부의 진상 조사에 따른 관련 성직자들의 입장 표명 등이 들어있다. 관련 성직자들은 48명으로 길게는 30여년 전 사건도 포함돼 있다. 앞서 지난 22일 샌디에이고 법원의 윌리엄 C 페이트 판사는 “성추행 문제로 유죄가 인정됐거나, 커다란 비난을 받았거나, 이름이 적시된 신부들에 관한 교회의 내부 문서들은 공개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바티칸 등 가톨릭 최고위층이 사건을 무마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가톨릭 사제들의 어린이 및 청소년에 대한 성추행 파장이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또 비슷한 공개 결정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 변호사들은 공개된 문서들이 “가톨릭 교구가 성추행 신부들의 비행을 언제 알게 됐으며,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교회 관계자들이 이를 은폐하는 데 관여했는지 여부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예로 캘리포니아 주 한 교구의 앤서니 로드리게스 신부의 경우, 1976년 아동 성추행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됐지만 정신병원에서 잠시 치료를 받은 뒤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단으로 복귀했다. 그 뒤 로드리게스 신부는 25년 동안 어린이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가톨릭 교회 수뇌부가 사건 은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씨줄날줄] 침묵의 맹세/이춘규 논설위원

    비밀을 지키자는 침묵의 맹세는 깨지기 쉽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가 단적이다. “당나귀 귀가 된 임금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특별한 모자를 썼다. 모자를 만든 이에게 발설하지 말도록 침묵의 맹세를 강요했다. 모자를 만든 사람은 아야기를 못하자 병이 났다. 대나무숲에 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하자 바람만 불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울려 세상에 알려졌다.”는 내용이다. 보통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일에 대해 침묵의 맹세를 지키기는 어렵다. 가족끼리, 친구끼리의 맹세 등이 그렇다. 비밀이 많은 정치인들은 비서나 운전기사, 경호원을 가족·친척으로 두어 비밀을 지켜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어느 정부에서든 실력자들은 비밀을 많이 알지만 언론인들이 질문하면 “입이 없다.”며 피해간다. 기밀이 많은 대기업들은 임원 이상에게 침묵의 맹세를 원하고, 지켜주면 대가를 지불해 주기도 한다. 맹세가 깨지면 총수가 홍역을 치르는 걸 자주 본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범죄조직 마피아 단원 사이에는 오메르타(Omerta)라는 침묵의 규약이 있다. 경찰 등에 잡혀도 조직의 비밀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협력을 거부한다는 침묵의 맹세다. 밀고자는 죽임으로 단죄한다. 귀가 들리지도 않고, 눈도 보이지 않으며, 조용한 자만이 100년을 평안하게 살 수 있다는 시칠리아 속담과 관련이 있다. 수사관들은 이 침묵의 맹세를 고도의 수사 기법으로 무너뜨리곤 한다. 가톨릭 교회 교황을 뽑는 선거회의인 콘클라베. 추기경들은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 침묵의 맹세를 한다. 길게는 수일이 걸리는 콘클라베가 끝날 때까지 숙소와 개최 장소를 오가며 침묵해야 한다. 선거 뒤에도 침묵으로 비밀을 지켜낸다. 그렇지만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도 침묵의 맹세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부패한 성직자가 성도와의 약속을 파기,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성직자들도 이러니 일반인들이야…. 매몰 69일 만에 구조된 칠레 광산 광부들이 했던 침묵의 맹세가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광부들은 매몰 뒤 외부에 생존 사실이 알려질 때까지 17일간의 내부분열 등 불편한 진실에 대해 전원의 동의가 없는 한 “함구하자.”고 맹세했다. 인터뷰 등 수입 또한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언론의 취재 경쟁과 최고 수천만원의 인터뷰료 등의 유혹으로 맹세에 금이 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칠레광부 생환은 분명 사람들에게 희망을 쏘았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과학법칙으로 지배된 우주… 어떤 신의 손길도 필요없다”

    “과학법칙으로 지배된 우주… 어떤 신의 손길도 필요없다”

    현존하는 물리학자들 가운데 학문적 위상은 물론 대중적 명성도 가장 높은 스티븐 호킹의 신간 ‘위대한 설계’(전대호 옮김, 까치 펴냄)는 “철학은 죽었고 신은 필요 없다. 물리학이 우주의 존재에 관한 본질적인 의문을 모두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대담한 주장은 즉각 종교인들의 극렬한 반발을 샀고, 책은 출간되자마자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20위권(한국출판인회의 집계) 안에 진입했다. 생물학계의 석학 리처드 로킨스는 자신의 무신론 견해를 뒷받침하는 책의 출간을 환영하며 “호킹이 신의 존재에 관한 논의를 종결시킬 수 있는 결정적 한방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담고 있는 주장이 논쟁적인 것과는 달리 책의 분량은 250쪽으로 가벼운 편이다. 게다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해서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아우르는 물리학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성경, 신화, 전설, 최신 뉴스를 아우르는 풍부한 예는 ‘물리학 교과서’처럼 느껴진다. 과학자들이 직면한 문제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포착한 만화와 각종 사진도 다양하게 실렸다. 여기에는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를 썼으며 드라마 ‘스타 트렉 : 다음 세대’의 대본 작업에도 참여한 베스트셀러 작가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덕도 크다. 호킹의 주장은 어렵지만 그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선생님처럼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종교에 대한 호킹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호킹은 “그리스인들의 뒤를 이은 기독교도들은 우주가 냉담한 자연법칙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그들은 또한 우주에서 인간의 지위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도 거부했다.…1277년 파리의 탕피에 주교는 교황 요한 21세의 지시를 받들어 저주받아야 마땅한 오류 혹은 이단적인 주장 219개의 목록을 공표했다. 그 오류 중에는 자연이 법칙들을 따른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 생각은 신의 전능함과 상충하기 때문에 저주받아야 마땅했다. 흥미롭게도 교황 요한 21세는 몇 달 뒤에 중력법칙의 작용에 의해서 죽음을 맞았다. 그의 처소의 지붕이 무너져 덮치는 바람에 사망했던 것이다.”라며 과학이 발달한 역사를 설명했다. 성경 ‘창세기’의 내용이 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호킹은 그렇다면 화석은 속임수냐고 되묻는다. 1625~1656년 아일랜드 교회의 수장을 지냈던 어셔 주교는 세계의 기원을 정확하게 기원전 4004년 10월 27일로 못 박았다. 호킹을 비롯한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훨씬 더 이른 시기인 137억년 전에 존재하기 시작했다고 믿는다. 호킹은 “여러 세기 동안,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우주의 시작에 관한 문제를 회피하고자 우주가 영원한 과거부터 존재했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들은 우주의 시작이 있었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 근거하여 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공간처럼 행동한다는 깨달음에서 새로운 대안을 얻을 수 있다. 그 깨달음은 우주의 시작이 있다는 생각에 대한 해묵은 반발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작이 과학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어떤 신의 손길도 필요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며 혁명적인 시야를 제공한다. 호킹은 대상들이 단일하고 확정된 역사를 가지지 않았다는 양자 이론을 우주 전체에 적용하여 인과관계의 개념을 흔든다. 과거가 확정된 형태를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역사가 우리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를 관찰함으로써 역사를 창조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인류가 우주와 같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생각은 인류의 지식과 기술이 급속도로 향상되어 왔음을 생각할 때, 만일 인류가 수백만년 전부터 존재했다면 인류는 실제보다 훨씬 더 유능해졌어야 한다는 결론 때문에 부정된다. 호킹은 우주에 관한 완전한 이론일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후보로 ‘M이론’을 내세운다. 하나의 이론 틀 속에 끈 이론을 통합시킨 M이론은 시공의 11차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제각각 고유의 법칙들을 가진 서로 다른 우주의 숫자를 사실상 무한대(정확히는 10의 500제곱) 허용한다. 다중우주에서 우리의 우주는 다수의 우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무’에서 자연발생한 다중우주는 각기 다른 자연법칙을 갖고 있다. 우주에 대한 최근 이론을 깊이 탐구한 호킹의 역작은 어렵지만 매혹적이다. 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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