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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남해와 코트다쥐르/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객원칼럼] 남해와 코트다쥐르/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경상남도 남해군. 아름다운 해안과 계단식 논, 방풍림이 펼쳐지는 다도해의 절경이다. 연평균기온 15.2도로 축구국가대표팀의 합숙 훈련지로 유명한 사계절 내내 온화한 축복받은 땅이다. 몇 년 전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 코트다쥐르를 방문했을 때 남해와 너무도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꾸불꾸불 이어지는 해안선을 돌아서면 한가득 펼쳐지는 쪽빛 바다, 녹색 산과 바다를 경계 없이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헷갈릴 정도로 닮았다. 그런데 그토록 닮은 풍경의 두 고장에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있다. 코트다쥐르는 일 년 내내 외국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유럽 관광의 메카이고, 남해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박물관, 미술관 같은 문화시설이나 축제, 영화제 같은 볼거리의 차이도 물론 있다. 리조트 호텔이나 아름다운 별장들이 들어서 있어야 할 풍광 좋은 언덕마다 무덤이 들어서 있는 장의(葬儀) 문화 탓만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남해엔 먹을 것이 없다. 오해 마시라. 외국인이 즐길 음식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한 외국대사와 국제기구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막걸리와 한식을 대접했다. 한국음식의 맛과 멋을 대통령 스스로 앞장서서 알린 훌륭한 이벤트였다고 본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정부가 민간합동의 한식세계화 추진단을 꾸렸다.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으로서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길 정도라니 든든하다. 그러나 뿌듯하면서도 가슴 한편으로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세계인에게 한국음식을 먹으라고 요청하기 전에 우리부터 빗장을 풀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16일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음식점 안내서’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가 일본의 지방도시인 교토와 오사카의 식당가에 총 189개의 별을 퍼부었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식당도 7곳이나 된다. 생선초밥식당이나 선술집 같은 일본 전통요리식당도 포함되었지만 다수는 서양식 레스토랑이다. 일본만 해도 어느 지방도시나 산골의 관광지를 가더라도 서양음식을 먹을 수 있다. 시골의 조그만 비즈니스호텔에서도 인스턴트가 아닌 제대로 끓인 커피와 홍차를 마실 수 있고, 미국식이나 유럽식 조식을 제공한다.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어느 지방도시에서도 여행객은 ‘보편화된 세계 음식’을 골라 즐길 수 있다. 한식의 세계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내의 음식 세계화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단 안심하고 먹을 게 있어야 쇼핑이든 비즈니스든 맘 놓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나라 명승지나 관광지에는 토속음식 일색이다. 보이느니 횟집이고 한식집이다. 만약 어떤 외국인이 남해에서 2박 3일을 지내고자 한다면 그는 적어도 6~7번의 식사를 해야 한다. 생선회, 매운탕이야 그곳만큼 맛있는 데가 또 있을까. 인정한다. 그러나 사흘 내내 그것만 계속 먹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식사가 아니라 고문(拷問)일 것이다. 남해뿐 아니라 전국의 관광지, 경승지에 외국인이 먹을 음식이 없다. 영어로 된 변변한 메뉴판도 없다. 원두커피 한 잔 마실 곳을 찾기 힘들다. 이래 놓고서 한국음식 맛있으니 먹으라는 건 면목 없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 관광공사는 간단한 서양음식 표준 메뉴와 레시피를 개발하여 관광지의 식당과 여관 호텔 등에 권장할 일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국가 품격을 높이는 아주 좋은 기획이다. 이 기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내의 ‘음식 세계화’부터 이루어야 할 것이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日 핵 접근법 달라졌다

    │도쿄 박홍기특파원│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의 핵 접근법은 자민당 정권과 판이하다. 핵감축을 위해 스스로 핵우산을 걷어내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창한 ‘핵없는 세상’에 대해서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오카다 가쓰야 외무상은 18일 교토에서 가진 강연에서 미국에 의한 핵무기 선제 불사용 선언에 대해 “미·일 간에 확실히 논의하고 싶다.”며 미국이 핵을 먼저 쓰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도록 노력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일 정부는 지금껏 유일한 핵 피해국임을 내세우면서도 핵 억지력과 핵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미국의 핵 선제 불사용 선언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 함부로 거론하기조차 꺼렸다.오카다 외무상은 “(일본 정부는) 한편으로 핵 폐기를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자기들을 위해서는 먼저 사용을 해 달라고 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면서 ‘논란거리‘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어 “선제 불사용이라는 큰 방향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핵 폐기의 길을 찾는 전문가모임인 ‘국제 핵비확산·군축위원회’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히로시마에서 회의를 갖고 핵 선제 불사용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오카다 외무상은 내년 초 위원회의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미국 측에 논의를 제안하기로 했다.하토야마 총리는 앞서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본회의 연설에서 “핵 폐기를 위해 일본이 선두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국·중국 등에서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경계감을 의식, “‘핵을 갖지 않는다.’는 일본의 강한 의지를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1967년 국회에서 공식 의결한 핵무기의 제조·보유·반입을 금지한 이른바 ‘비핵 3원칙’의 준수를 약속했다. 자민당 정권은 비핵 3원칙에도 불구, 미국과의 ‘핵밀약’을 통해 핵무기를 탑재한 미군 함대의 일본 기항 및 통과를 허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hkpark@seoul.co.kr
  • 세계 환경정책 수원서 미리본다

    세계 환경정책 수원서 미리본다

    경기 수원시에 환경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왕가리 마타이 전 케냐 환경부 차관을 비롯해 어린이 환경운동가 조너선 리 등 세계 각국의 환경전문가와 단체들이 대거 집결한다. 지구촌 쟁점으로 부각된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의제를 도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제안하기 위해서다. 15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국제녹색구매네트워크(IGPN)와 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ICLEI)는 오는 20~23일 경기도문화의전당과 호텔 캐슬에서 ‘녹색구매를 통한 기후변화의 극복’을 주제로 ‘제3회 녹색구매 세계대회’를 개최한다. 대회공동조직위원장인 김용서 수원시장은 “이번 대회는 올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앞서 열리는 사전 행사 성격을 띠고 있다. 전 세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환경정책을 수용하고 발전적인 녹색구매 방안을 도출해 국제무대에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앨 고어 등 유명 환경운동가 참석 이번 대회에는 70여개국 정부와 환경기구, 기업,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1500여명이 참가한다. 앨 고어와 조너선 리, 류이치 야마모토 IPGN 회장, 콘라드 오토 짐머만 ICLEI 사무총장, 왕가리 마타이, 피터 친 말레이시아 녹색기술부장관, 정래권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 등이 참석한다. 대회는 크게 공공, 비즈니스, 소비자 등 3개 분과로 진행된다. 각 분야를 관심사별로 묶은 파트너십 분과와 모든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전체분과, 유엔경제이사국 주최 특별분과도 마련된다. 21일 개회식에 이어 앨 고어가 ‘녹색구매를 통한 기후변화의 극복’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환경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등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는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코펜하겐 총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확실한 기준 마련과 실행을 촉구한 바 있다. 그의 연설을 통해 오바마 정부의 환경정책 기조와 코펜하겐 총회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환경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공공·경영·소비 3개 분과로 진행 비즈니스 분과에서는 다카마쓰 마즈코 소니 부사장이 ‘친환경상품 구매 및 공급을 통한 녹색시장 확산 노력에 대한 소니의 사례’를 발표한다. 소비자 분과에서는 피터 보일 워싱턴대 교수가 ‘녹색상품 구매 활성화를 위한 그린마케팅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다. ●녹색구매 촉구 ‘수원선언문’ 채택 22일 유엔경제이사국 주관 특별분과에서는 ‘지속가능 생산소비 10개년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유엔은 녹색구매 확대를 위한 소비자 교육과 정보제공 정책을 소개하고 녹색구매 관련 정부 규제정책과 법률 제정 등에 대해 설명한다. 행사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종합토론을 거쳐 전 세계인에게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및 녹색구매 활성화를 촉구하는 ‘수원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20일부터 이틀간 환경 패션쇼를 비롯해 녹색장터, 환경 미술제, 전국 청소년 재활용 로봇 창작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23~24일에는 비무장지대(DMZ) 생태보전지역 체험이 마련된다. 한편 코펜하겐 총회에서는 2012년 이후 탄소배출에 대한 각국의 협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3차 협약체결(교토의정서) 당시 감축 의무국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과 중국 등 신흥국가의 거취와 미국의 참여 여부에 세계 각국의 관심이 쏠려 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용어클릭 ●녹색구매(green purchasing) 대기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 공공부문은 물론 각 가정에서 사용되는 재료와 물건을 친환경 상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 CO2 없는 발전소

    CO2 없는 발전소

    정부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발전소를 만든다. 이른바 차세대 발전 기술인 ‘그린 발전소’의 상용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2015년엔 500㎿급 발전소에서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밥콕이 지난 7월 40㎿급 규모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순산소 연소실험’을 성공해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13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3차 이산화탄소처리 리더십 포럼(CSLF) 각료회의’에 참석한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CCS)에 대한 기술 개발과 실증 실험을 거쳐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발전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CS는 발전이나 철강·정유 등으로부터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90% 이상을 포집해 압축한 뒤 이를 저장하는 기술로, 2020년부터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신규 발전소 물량을 포함하면 시장 규모가 연간 50조~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지경부는 CCS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올해부터 2013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해 기술 개발에 나선다. 한국전력과 5개 화력발전사는 이와 별도로 2020년까지 1조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4년까지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2015년엔 기업 컨소시엄의 주도로 500㎿급 발전소에서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500㎿급 발전소는 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미 화력발전소에 CCS 적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신규 발전소의 50%가 이산화탄소 포집을 전면 또는 일부 적용해야 한다. 현재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8%가 화력발전소에서 나오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기고] ‘자전거 물결’이 녹색혁명의 원동력이다/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기고] ‘자전거 물결’이 녹색혁명의 원동력이다/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을 자전거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로 만들겠다.” 지난달 ‘2009 푸른 자전거 대행진’행사에서 전 코스를 완주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열풍 속에서 자전거의 위상이 급부상했다. 자전거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고유가와 기후변화시대에 걸맞은 녹색 교통수단으로, 운동 효과 때문에 웰빙 이동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유럽의 환경 선진국들은 일찍이 정책적으로 자전거를 장려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전거 문화를 이루고 있다. 오는 12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규범을 결정지을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개최지, 덴마크 코펜하겐도 예외는 아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이상적 저탄소형 사회를 실현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덴마크는 1972년 이후 2006년까지 34년간 국가총생산이 105%의 성장을 이루면서도 1차에너지 소비는 1972년 대비 2% 상승에 그치는 에너지 저소비형 고도성장을 구현했다. 최근 에너지관리공단과 덴마크 에너지청(DEA) 간 녹색 협력을 위한 업무약정서(MOU) 체결을 위해 코펜하겐에 들렀다.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자전거 물결이었다. 자전거는 코펜하겐에서 가장 대중적인 이동수단으로서 무려 37%의 시민들이 이용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자전거 문화가 공짜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시당국의 앞을 내다보는 정책 수립과 홍보, 시민들의 합의가 이루는 시너지 효과가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코펜하겐의 자전거 정책은 지난 1995년 입안돼 1996년에 ‘자전거도로 우선 정책’으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에 걸친 중장기 자전거정책에 따라 ‘자전거 교통 확립을 위한 9대 중점 추진분야’를 선정해 수행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자전거 무료 대여 제도다. 시내 100곳 이상에 4000개의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하고, 보관소에 비치된 시 자전거를 20크로네(약 5000원) 동전으로 이용하고 나서 반납할 때 동전을 회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자전거가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전용도로인 ‘그린 사이클 루트’의 확대는 물론 아침·저녁 혼잡시간에 시속 20㎞로 신호대기 없이 자전거 주행이 가능한 도로망 ‘그린 웨이브’(Green Wave)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각 지자체에서 다양한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창원시·여수시는 시민들에게 자전거 상해보험 무료 가입의 혜택을, 서울시에서는 내년 상반기 여의도에서 공공 자전거 무료 대여 사업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정부의 인프라 구축 사업과 함께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는 국민의 인식 변화가 더해질 때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질 좋은 자전거 전용도로는 물론, 자전거와 대중교통 시스템의 연결망을 통해 자전거로 원하는 목적지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자전거 도난방지를 위한 관리시스템 및 보험제도 정비, 안전교육, 자전거용 교통신호 마련 등 다양한 과제도 같이 수행해야 한다. 자전거의 대중화는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절약, 국민건강 및 교통체증 완화, 청정한 도시환경 등 사회·경제·환경 관점 모두에서 공동이익을 창출한다. 녹색 선진국으로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국가비전 발표 후 자전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제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자전거 타기’를 고유가와 기후변화대응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주요 실천행동으로 받아들여 전 국토에서 자전거 물결을 만들어갈 때다.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 JAPAN 문화의 뿌리 나라현을 가다

    JAPAN 문화의 뿌리 나라현을 가다

    │나라(일본) 이경원특파원│최근 충남의 어느 시골을 갔다. 버스가 다닌 지 채 5년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 흔치 않은 깡촌임에도 멀리 고층 아파트 몇 채가 보였다. 대한민국 어느 곳도 아파트 역병(疫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적어도 여행이 휴식을 의미한다면, 스카이라인과 네온사인에 이력이 난 현대인들이 한적한 곳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파트 광풍에 허덕이는 한국인에게는 더욱 더. 사흘간 발도장을 찍고 온 일본의 나라(奈良)현은 이런 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다. 오사카부와 교토부 등 대도시에 둘러싸여 있지만 고층건물이 아닌 골목이 눈에 들어오는 소소한 매력이 있다. 나라현에 고층 건물이 없는 이유는 건축업자들이 공사를 꺼려하기 때문이란다. 나라현 관계자는 “땅을 파면 뭔가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를 건넨다. 나라현은 ‘아스카시대’와 ‘나라시대’가 시작된 일본 역사의 뿌리이자 보고(寶庫)다. 공사를 시작하면 국보급 유물이 출토돼 공사가 지체될 때가 많아 업자들이 달가워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덕분에 나라현은 일본 고유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전통이 자연스레 물들어 있는 골목의 풍광과 여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담한 일본의 목조 가옥은 마치 소인국에 온 느낌을 자아낸다. 간사이 공항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아스카 지역은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 골목을 누비는 데 반나절이면 족하다. 자전거 대여료도 1시간 300엔(약 4000원), 하루 1000엔으로 일본의 높은 물가 치고는 저렴하다. 일본의 전통 기와가 덮여 있는 가옥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담이 낮아 도리어 탁 트인 느낌이다. 낮은 담 너머 다섯평 남짓한 자그마한 마당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이쁘게들 산다. 일본 문화의 뿌리답게 골목 곳곳에 있는 국보급 유적지는 운치를 더한다. 거석을 쌓아 올린 이시부타이 고분, 일본 최고(最古)의 절인 아스카데라, 에도시대의 건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이마이초 마을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학창시절 배운 국사 교과서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삼국통일 뒤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인들이 이곳 아스카에 터전을 잡고 일본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구절. 아스카데라 주지스님이 “아스카 문화는 한국으로부터 문화를 받아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한국인을 무척 좋아한다.”고 반색하며 맞이한다. 아스카를 벗어나 나라현의 현청 소재지 나라시로 향한다. 나라현에서 가장 큰 도시지만 그 모습은 여느 대도시처럼 화려하지 않다.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와카쿠사산 정상에 오르면 도시 전경이 한 폭의 양탄자 같다. 높은 건물로 어디 한 곳 모난 구석이 없다. 와카쿠사산 아래 나라공원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천마리의 사슴들이 뛰어노는 곳이다. 목동이 먹이를 주기 위해 나팔을 불면 숲속에 있던 사슴들이 쏜살같이 뛰어 나온다. 머리로 사람들의 몸을 건드리며 먹이를 달라고 아양을 부릴 때면 여기저기서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공원을 빠져 나오는 길목에는 우키미도라는 육각정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연못과 숲, 멀리 보이는 산이 함께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다.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에 귀가 뻣뻣해진다. 현청 소재지 한복판에 있는 공원이 맞나 싶다. 나라 공원을 빠져나오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가스가타이샤 신사와 도다이사 등 일본이 자랑하는 유적지가 있다. 오층탑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고후쿠지사, 신성한 산이라 하여 벌채가 금지돼 있는 가스가산 원시림도 자전거로 산책하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나라 시내 긴데쓰 나라역 주변을 걷다 보면 대표적인 골목 ‘나라마치’가 나온다. 아스카의 골목이 논과 어우러진 한적한 모습이 특징이라면 나라마치는 다소 도시화된 세련된 맛이 있다. 목조 창살이 내부를 가리고 있어 다소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여운이 느껴진다. 나라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이카루카 지역은 ‘일본 국보의 총아‘로 불리는 호류사로 유명하다. 아스카시대 불교를 보급하는 데 힘쓴 쇼토쿠 태자가 607년 창건한 이 절은 일본인들의 자부심이 그대로 배어 있다. 국보급 문화재만 190점에 달한다. 백제의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벽화를 비롯해 백제 관음상 등 우리 문화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당벽화가 담징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가이드의 말이 다소 거슬리긴 했지만 민족주의는 잠시나마 접어뒀다. 일단 그들이 보여주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이카루카에서 차를 타고 시기산을 오르면 멀리 오사카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이곳의 야경은 나라현 최고의 백미로 꼽힌다. 시가·이코마 스카이라인 로드의 우거진 숲 사이로 멀찌감치 보이는 도시의 야경은 마치 달빛에 반사된 밤바다같이 신비롭다. 야경의 아쉬움을 접고 시기산의 한 온천에서 몸을 데운다. 우거진 숲 사이 노천을 발가벗은 몸으로 거닌다는 게 여간 어색하지가 않다. 나라현의 온천은 규모가 크지 않아 유명세는 덜하다고는 하지만 아쉽진 않았다. 나라의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풀어낼 여독이 크지 않았던 까닭이다. 지금 나라현은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오는 2010년 ‘헤이조쿄(나라의 옛 이름) 천도 1300주년’을 맞이해 1년 내내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잔뜩 들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3일에는 축제 100일 전 행사도 성대히 치렀다. 일본 역사의 시작은 보통 6세기 중엽 아스카 지역에서 시작된 ‘아스카시대’로 보고 있지만 본격적인 중앙집권 국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기준점은 ‘나라시대’가 개막된 710년 헤이조쿄 천도를 꼽는다. 아스카 시대가 ‘일본의 잉태’를 의미한다면 헤이조쿄 천도는 ‘일본의 탄생’을 뜻한다. 그만큼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 ‘710년’의 의미는 크다. 나라현은 이번 행사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나라시의 헤이조궁 유적지에서는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된다. 내년 4월24일부터 11월7일까지 개최되는 유적지 탐방 투어를 비롯해 고대 일본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퍼레이드가 열린다. 고대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을 비롯해 붓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이밖에 4월24일부터 5월9일까지 ‘꽃과 신록의 페어’, 8월20일부터 27일까지 ‘빛과 등불의 페어’, 10월9일부터 11월7일까지 ‘헤이조쿄 페어’가 열리며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 이번 헤이조쿄 천도 축제를 비롯해 나라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라현 한국어 홈페이지(www.pref.nara.jp/nara_k/)를 참고하면 된다. 글 사진 leekw@seoul.co.kr
  • 日 불법투기 잡는 위성도입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환경성은 다음달부터 산업폐기물의 불법투기를 적발하기 위해 인공위성의 감시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산업폐기물을 몰래 버리는 행위가 끊이지 않는 데 따른 조치다. 환경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산업폐기물 불법투기는 무려 2700여건에 양도 1600만t에 달했다. 처리비용도 1200억엔(약 1조 5600억원)에 이른다. 일 정부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처리예산을 보조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모두 힘겨워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자체들이 불법 투기근절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자 위성을 통한 감시방안을 내놓았다. 감시시스템에는 홋카이도, 이와테, 교토, 고베, 후쿠오카 등 14개 지자체가 우선 참여했다. 연말까지 일단 시범 운용을 한 뒤 보완을 거쳐 다른 곳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감시 위성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운용하는 지구관측위성 ‘다이치’다. 고도 700㎞ 상공을 돌며 1년에 7차례에 걸쳐 같은 장소의 촬영이 가능하다. 또 2.5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다. 지자체들은 불법투기의 감시가 어려운 산간지대 등 촬영 희망 지역을 지정, JAXA에 통보하면 위성 ‘다이치’가 사진을 찍는다. 이와테대학의 지역연대추진센터는 위성데이터를 분석, 해당 지자체에 넘긴다. 지자체들은 벌채 흔적과 산림의 변화 등을 통해 산업폐기물이 버려진 의심 지역을 파악, 현장 조사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시즈오카현은 지난해 700차례에 걸친 차량 순찰에다 헬리콥터까지 동원했지만 불법투기꾼은 적발하지 못한 채 36군데에서 3000t가량의 폐기물만 찾아냈다. 환경성은 “불법투기로 큰 이익을 얻는 업자들이 있지만 현장 단속이 어렵다.”면서 “폐기물에 따른 자연 훼손이 크기 때문에 조기 발견 및 대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hkpark@seoul.co.kr
  • [하프타임] J-리그 이정수 사우디클럽서 러브콜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대표팀 수비수 이정수(29·교토 퍼플상가)에게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이 러브콜을 보냈다고 22일 일본 스포츠지 ‘스포니치’ 오사카판이 보도했다. 이 팀은 이정수에게 현재 연봉인 6000만엔(7억 9000만원)보다 3배 많은 1억 8000만엔(24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반총장 “새협약 실패 용서받지 못할 것” 오바마 “선진·개도국 적극행동 나서야”

    반총장 “새협약 실패 용서받지 못할 것” 오바마 “선진·개도국 적극행동 나서야”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변화 관련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새로운 지구온난화 방지 협약을 올해 타결하지 못한다면 도덕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총장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이같이 밝힌 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 이후 협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고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를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기후변화에 지금 당장 대응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기후변화 협약을 마련하기 위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기후변화 정상회의에는 정상급만 100여명, 장관급까지 포함하면 180여개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참가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은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유지하겠다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는 건강보험 개혁 법안에 밀려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을 내놓았고, 유럽연합(EU)도 다른 선진국들이 20% 감축안을 약속할 경우 최대 30%까지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들 선진국은 미국과 함께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5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 등이 새 협약에 참여하지 않으면 협상은 무의미하다면서 이들 개도국에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치를 제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 그룹은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 줄이고, 연간 1500억달러의 지원금과 기술을 개도국에 제공해야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 목표량은 언급하지 않았다. kmkim@seoul.co.kr
  • 지성 몸값은 긱스급

    ‘산소 탱크’ 박지성(28)이 3년 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다. 박지성의 에이전트인 JS리미티드는 14일 “맨유와 2012년 6월30일까지 재계약에 합의했다. 연봉은 관례에 따라 공개하지 않으며 18일쯤 사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어리그 통념상 연봉은 기존 280만파운드(56억 9000만원)보다 30% 오른 360만파운드(약 73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 언론들이 제기했던 ‘4년 계약에 주급 6만 5000파운드’보다 계약 기간이 1년 적지만 주급은 7만파운드(1억 4000만원)로 조금 높다. 이로써 박지성의 연봉은 해외에 진출한 이후 9년간 18배나 올랐다. 그는 2000년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하며 4000만엔(약 4억원)을 받았다. 2002년까지 85경기에서 12골을 넣는 활약을 펼친 뒤 그해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으로 진출했다. 네덜란드에서 세 시즌을 뛰며 91경기, 17골의 기록을 남기며 연봉 8억 4000만원을 받은 박지성은 2005년 7월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첫해 200만파운드(약 38억원), 2006년 280만파운드(약 56억 9000만원)에 이어 이번에 1.8배로 껑충 뛰는 대박을 터뜨렸다. 박지성은 2008~09시즌 정규리그 38경기 중 25경기(선발 21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올렸으며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뛰었다. 프리미어리그를 합쳐 통산 126경기를 뛰며 12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의 연봉은 팀 동료 미드필더인 라이언 긱스(36)와 폴 스콜스(35), 수비수인 파트리스 에브라(28)와 함께 공동 7위. 마이클 오언(30)의 5만파운드나 포지션 경쟁자 루이스 나니(23)의 3만파운드보다 높다. 현재 최고 주급은 ‘특급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31)의 12만파운드(2억 4150만원)이며, 웨인 루니(24)가 11만파운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8)가 9만파운드로 뒤를 잇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체계적인 방재시스템 구축 서두를 때/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체계적인 방재시스템 구축 서두를 때/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지난 여름 우리 주변국가에서는 유난히도 지진, 태풍, 폭우 등에 의한 큰 재해가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대처방법에 따라 피해규모가 큰 차이를 보였다. 태풍 모라꼿은 타이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북부 타이베이를 관통하며 남부에 국지성 집중호우, 이른바 ‘물폭탄’을 퍼부었다. 그 결과 291명이 사망하고 387명이 실종되었다. 비의 양이 3000㎜에 육박했다니,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타이완 국민들의 정부와 총통 마잉주에 대한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타이완은 해마다 태풍이 수차례 지나가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매년 태풍피해를 복구하고 1년 뒤 또 태풍에 의해 망가지면 다시 복구하는, 1년짜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의 도움을 거절했다가 차후에 피해가 심각해지자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초기에 긴급명령을 내리지 못해 장비 동원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했다. 늑장대응에 명령혼선까지 겹쳤다. 재난 대비가 거의 없었으니 사후 처리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일본은 그 재난의 크기에 비해 피해는 미미했다. 태풍과 폭우에 지진까지 겹쳤으나 차분했다.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고 신속하게 대응할 자세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 주에 무려 세 번이나 지진이 발생했으나 피해는 고작 사망자 1명에 부상자 120여명이었다. 특히 8월11일 일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100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도카이(東海)대지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에도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은 차분했다. 일본은 이미 1978년부터 도카이 대지진에 대비, ‘대규모 지진대책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이 지역 21곳에 지하 지반의 뒤틀림을 측정하는 장비를 설치해 대지진 예측시스템을 정비해 왔다. 이런 대비를 토대로 지진 발생 3분만인 오전 5시10분 총리공관과 총무성에 대책실과 재해대책본부가, 5시30분에는 지진발생지역인 시즈오카현에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되었다. 5시54분에 피해복구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육상자위대가 시즈오카에 진입했다. 지진발생 53분 후인 오전 6시 관방장관이 기자 회견을 열었다. 지진발생 6시간 후인 오전 11시20분 “이번 지진은 도카이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후 국민에게 바로 알려 국민의 불안감을 없앴다. 두나라 예에서 보듯, 재해 그 자체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철저한 대비와 신속한 대응 여부에 따라 피해의 차이가 무척 크다. 일본의 치밀한 방재시스템 구축은 1951년 설립한 ‘교토대학 방재연구소’의 오랜 연구의 힘이다. 자연재해의 발생구조를 해명하고 재해의 예측 및 경감에 대한 이론, 실험, 관측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오고 있다. 이곳의 관측 및 연구 결과는 통신망을 통해 전국 대학이 공동 이용하고 있다. 국가의 집중적이고 꾸준한 예산지원 덕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올해 여름태풍의 직접적 영향은 없었으나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7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경남에 피해가 많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으나 지진이 잦아졌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은 47회였다. 2005년 37회, 2006년 50회, 2007년 42회 등 점차 늘어 더는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 국가 주요시설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는 지진센터 설립, 시설물정보관리통합시스템, 시설물 안전·유지관리 전문대학원 신설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다른 유사 기관과의 기능 중복과 근간이 되는 법령의 혼선과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적극적인 사업 추진에 곤란을 겪고 있다. 집중호우, 지진, 태풍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대해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 시스템이 긴요하다. 재난 대비에 대한 산업계, 학계, 관계, 언론계 등 각계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철저한 대비와 신속한 대응 시스템의 구축을 미루면 안 된다. 재난 대비를 위한 노력은 안전한 미래를 위한 투자다. 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 [사설] 기후협약 D-100 탄소다이어트 서둘러라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2월7일부터 열리는 이번 총회는 2013년 이후(포스트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본틀을 결정하게 된다.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3차 총회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도 능력에 맞게 감축에 참여하기로 기본원칙을 정한 바 있어 총회를 앞두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신경전이 한창이다. 한국은 1997년 교토의정서 합의 당시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됐지만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는 의무감축국에 편입되거나 여타 개도국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7년 4억 8871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총 배출량에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1인당 배출량은 10.09t으로 세계평균(4.38t)의 갑절이나 된다. 지난 1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배로 늘었다.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개도국 지위를 계속 주장하기도 어렵다. 어떤 경우든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충격을 줄이는 방법은 서둘러 ‘탄소 다이어트’를 실시하는 것뿐이다. 지난달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절대배출량을 각각 21%, 27%, 30% 줄이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여론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감축목표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탄소 다이어트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고통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가 전체가 감내해야 한다. 다만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특히 신규 설비도입에 대한 과감한 세제혜택 등 산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
  • 박주영 ‘허심’에 꽂혔다

    ‘축구천재’ 박주영(24·AS모나코)이 성큼 앞서 나간 가운데 대표팀 주전 골잡이 경쟁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박주영은 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4분 만에 감각적인 선제골을 터뜨려 3-1 승리의 선봉에 섰다. 지난달 12일 파라과이와의 A매치 결승골에 이은 2경기 연속 득점포. 2010남아공월드컵 예선 12경기에서 4골을 터뜨린 박주영은 이날 한층 진화한 해결사의 모습을 과시했다. 박주영은 이청용(볼턴)이 연결한 공을 각이 거의 없는 오른쪽 페널티지역에서 유연하게 차 넣으며 야무지게 골망을 갈랐다. 박주영은 후반 34분 이근호(이와타)와 교체될 때까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호주 수비진을 괴롭혔다. 한국은 박주영의 선제골에 이어 이정수(교토상가)와 설기현(풀럼)이 골을 보태 패트릭 키스노브로가 한 골을 만회한 호주에 3-1 완승을 거뒀다. 지난해 칠레전(0-1 패) 이후 25경기 연속 무패(12승13무).공격진의 무게중심이었던 이근호는 외려 주춤한 모습. 파라과이전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였던 이근호는 후반 그라운드를 밟아 10분 여를 뛰었다. 날카로운 움직임은 여전했지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던 최종예선 때와 비교하면 부족한 느낌.박주영과 투톱으로 나선 이동국(전북)은 화려하진 않지만 궂은 일을 도맡으며 조심스러운 합격점을 받았다. 상대 진영 한복판에서 뛰어난 포스트플레이로 상대 수비수를 몰고 다니며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박주영과도 무난한 호흡을 선보여 새로운 투톱 가능성을 열었다.눈에 띄는 건 설기현.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설기현은 짜릿한 A매치 골맛을 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세밀한 패스는 부족했지만 특기인 과감한 돌파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적극적인 수비가담도 ‘허심’을 사로잡았다.허정무 감독은 “설기현은 초반 다소 어색했지만 좋아졌다. 함께 하려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지켜볼 생각”이라며 “이동국은 파라과이전보다 좋아졌다. 폭넓은 움직임과 몸싸움이 훨씬 좋았지만 아직 부족하다.”면서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했다. 이날 허 감독은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갈등을 의식한 듯 10명의 해외파를 풀가동해 K-리거의 부담을 덜어줬다. 6일 리그 경기를 앞둔 국내파 중 풀타임을 뛴 선수는 골키퍼 이운재(수원)와 조용형(제주) 뿐. 허 감독으로서는 구단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도 해외파 기량을 점검하고 승리까지 낚은 셈이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변화를 열망하는 日 속살 탐구서

    지난 달 30일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자,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일었다. 54년간 지속돼온 자민당 독주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선거를 통해 첫 정권 교체를 이뤄 냈다는 점에서 자민당의 장기집권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꼈다는 해석이 가장 힘을 얻었다. 그럼에도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 정말 무엇이 일본 국민을 달라지게 했을까. ‘일본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이춘규 지음, 도서출판 강 펴냄)은 갈림길에 선 일본의 현재를 알게 해준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일본에서 특파원 생활을 한 저자(현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는 장기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을 속속들이 파고 든다. “1000장 정도의 명함을 교환하면서” “손으로 쓴 것이 아니라, 감히 발로 썼다고 자부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일본의 참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부지런히 몸으로 부딪친 흔적이 그대로 배어난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일본. 그러나 정작 이웃나라의 한국인들은 일본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저자는 비슷한 지점에서 출발해 서서히 선입견을 깨어 나간다. ‘연줄’ 없이는 힘들다는 도요타자동차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성사시키고, 아름다우면서도 거친 일본의 명산 33개를 오르내리며 “바로 이 자연에 일본 정신의 원류가 있다.”고 깨닫는다. 문화적인 숨결을 호흡하기 위해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지역 축제를 체험하는 것은 물론, 신사와 절, 고분과 묘지, 결혼식과 장례식 등을 두루두루 찾아가 본다. 예상치 못한 모습들이 흥미롭다. 폭주가가 적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밤 새워 술 마시는 ‘술꾼’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지진 대비가 철저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일본인의 80%는 “올 테면 와라.”며 지진 방재 대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등이 목격한 사실이다. 흡연에 관대한 문화,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는 풍경, 송년회가 끝난 뒤 홀로 라면을 먹는 모습 등에서 일본 사회의 그늘과 주름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일본에 이는 ‘변화에 대한 열망’을 직시하자고 권한다. “일본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상식으로 여기던 가치들도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그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이 짧은 문장이야말로 오해와 편견을 벗고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를 함축하고 있다. 1만 2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2012 남아공월드컵] 허정무 “해외파 10명 반쪽훈련 부끄럽다”

    5일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둔 축구대표팀이 1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해외파 10명 만 참가한 ‘반쪽훈련’을 시작했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은 A매치 일정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다 결국 해외파 선수들을 1일 먼저 소집하고 K-리거들은 3일 합류시키기로 했다. 프로연맹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표팀 차출규정(경기 48시간 전)을 고수했기 때문. 파주 그라운드에는 여느 때보다 단출한 멤버들이 모여 아쉬움을 자아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반쪽훈련을 하게 돼 실망스럽다. (협회와 연맹이) 충분히 협의해 풀 수 있는 문제로 계속 다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느냐.”면서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월드컵이 채 10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답답하고 황당했을 터. 선수들의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이영표(알 힐랄)는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해외파만 모여 먼저 훈련을 하는 것이 말이 되나. 1분, 1초가 중요한 순간에 이런 식이라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해외파의 소속팀이 FIFA의 차출규정을 몰라서 미리 보내줬겠느냐.”라며 “나머지 (국내파) 선수들은 경기도 없는데 왜 안 들어오나.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우리가 족구팀도 아니고 골키퍼도 없는데 뭐(훈련이 되겠냐)….”라며 씁쓸해 했다. 이근호(이와타) 또한 “J-리그는 A매치 뒤에는 리그 경기가 없다. 때문에 두 차례 A매치를 치를 수 있고 해외 전지훈련까지 준비한다. 한국과 많이 비교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영표와 이근호 외에 박지성·이청용(볼턴)·김동진(제니트)·이정수(교토)·조원희(위건)·박주영(AS모나코) 등 낯익은 얼굴들이 모였고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김남일(빗셀 고베)과 설기현(풀럼)도 설레는 표정으로 오후 훈련에 나섰다. 역대 대표팀 사상 최다 규모의 해외파들이 모인 만큼 더욱 치열한 주전 경쟁이 시작된 셈. 장거리 비행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선수들은 가벼운 훈련으로 시차적응과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지만 묘한 긴장감은 감출 수 없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2012 남아공월드컵]허정무호 ‘원샷 원킬’ 찾아라

    ‘스나이퍼’ 설기현(30·풀럼)과 ‘진공청소기’ 김남일(32·빗셀고베)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다음달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월드컵 평가전에 소집된 것. 허정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27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 명단 23명을 발표했다. 해외파는 모두 10명으로 사상 최다이다. K-리그에서 많은 득점에도 불구하고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동국(30·전북)은 이번에도 부름을 받았다. 설기현은 지난해 6월 북한과의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 이후 1년2개월 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2경기 연속 결장했지만 프리시즌 때 주전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은 4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뛰며 안정감을 보여 지난해 9월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1년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이번에도 발탁된 투톱 박주영(AS모나코)과 이근호(이와타·이상 24) 외에 설기현과 이동국을 부른 것은 많은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최전방에서 ‘원샷 원킬’을 뽐낼 대형 스트라이커를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 때까지 붙박이 박주영과 이근호 외에 유병수(21·인천), 양동현(23·부산), 배기종(26·수원), 신영록(22·부르사스포르) 등 한꺼번에 많은 공격수들을 불러 실험을 거듭했다. 파라과이전 때 리그 준비 차 빠졌던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허리 이청용(21·볼턴), 수비수 이영표(32·알 힐랄), 김동진(27·제니트), 이정수(29·교토)도 명단에 포함됐다. 대신 조원희(26·위건)를 수비수로 돌렸다. 소집 요청서를 보냈던 해외파 15명 가운데엔 분데스리가 차두리(29·프라이부르크)와 안정환(33·다롄스더), 조재진(28·감바 오사카), 김근환(23·요코하마), 신영록이 빠졌다. 스코틀랜드 셀틱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미드필더 기성용(20·서울)과 염기훈(26·울산), 김치우(26·서울), 수비수 조용형(26), 강민수(23·이상 제주), 골키퍼 이운재(36·수원)는 변함없이 허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日 민주 “의원 100명 내각 배치”

    日 민주 “의원 100명 내각 배치”

    ■중의원 선거 대승확신 정권운영 틀짜기 정치주도 책임행정 체제로 대변혁 예고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민주당이 정권 운영을 위한 틀을 짜고 있다. 오는 30일의 중의원선거에서 이변이 없는 한 대승이 확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약대로 관료 중심에서 탈피, 정치 주도의 정책결정에 맞춰졌다. 소위 ‘통치구조’의 대변혁이다. 민주당은 총리를 중심축으로 ‘국가전략국’과 ‘각료위원회’, ‘행정쇄신회의’ 등 3대 조직을 두기로 했다. 국가전략국은 예산의 골격이나 외교의 기본방침, 인사 등을 총괄하는 민주당 정권의 최고 핵심조직이다. 국가의 비전을 수립하는 역할도 맡는다. 전략국은 10명가량의 국회의원과 외교 및 재정·경제 분야의 민간 전문가, 당의 정책조사회의 직원, 관료 등 30명 규모로 구성된다. 전략국 의장은 ‘부총리급’으로 당의 정조회장도 겸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총리의 직속 기관인 만큼 전략국의 참모 가운데 일부가 총리비서관도 같이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아소 다로 내각에서 정부담당 1명, 부처인 성청 출신의 사무담당 5명 등 6명에 불과했던 총리비서관은 민주당 정권에서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총리비서관에 국회의원도 기용, 당과의 보다 원활한 소통도 꾀하기로 했다. 각료나 부대신만 겸임토록 규정된 현행법의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17개 성청의 각료는 물론 부대신, 정무관 등에 100명 정도의 국회의원을 배치, 내각을 완전히 정치 중심체제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여당과 정부의 정책결정 일원화인 셈이다. 더욱이 각료에게 부대신과 정무관의 임명권을 부여, 권한을 강화했다. 각료·부대신·정무관 등 ‘정무 3역’에게 책임 행정이 가능토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자민당이 파벌의 뜻이나 당선 횟수를 근거로 내각을 꾸렸던 관행과는 전혀 다르다. 각료위원회에서는 각료회의의 전 단계로 정책과제별로 관계 각료끼리 미리 협의, 조율한다. 부처의 이기주의나 폐쇄주의를 극복, 종합적인 정책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대신 기존의 사무차관회의는 폐지된다. 행정쇄신위원회는 행정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방만한 재정운영을 감시하는 업무를 맡는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31일 곧바로 전략국 의장, 관방장관, 주요 당료 등의 내정자들이 모여 정권인수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hkpark@seoul.co.kr ■비례대표 부족… 의석 일부 他黨에 넘겨야 │도쿄 박홍기특파원│민주당이 ‘8·30’ 중의원선거에서 여론조사처럼 300석 이상을 얻을 만큼 너무 많이 득표할 경우 비례대표 후보의 부족으로 확보한 의석의 일부를 다른 당에 넘겨주는 기현상이 일어날 것 같다. 중의원선거는 선거구별로 1명씩 300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와 11개 권역으로 나눠 180명을 선출하는 비례대표제로 짜여졌다. 후보들은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중복 등록이 가능, 소선거구에서 낙선해도 비례대표에서 당선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권역에서 민주당이 등록한 비례대표 후보수가 실제 당선권에 든 수보다 적을 때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차기 순위의 다른 당 비례대표 후보에 배분해야 한다. 최고평균방식으로 불리는 이른바 ‘돈토식’이다. 민주당은 전체 후보 330명 가운데 59명만 단독 비례대표, 나머지는 중복이다. 아사히신문이 27일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면 오사카·교토 등의 긴키(近畿)권역과 후쿠오카·나가사키 등의 규슈권역 등지에서 이같은 조짐이 있다. 민주당은 긴키권역에서 52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냈지만 단독 후보는 8명에 불과하다. 후보는 선거구에서 당선되면 비례대표 명부에서 빠진다. 때문에 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 15석을 얻고도 낙선자가 7명 미만이라면 나머지 의석을 다음 순위의 정당에 줘야 한다. 지난 2005년 중의원선거에서 도쿄권역에서 ‘고이즈미 선풍’에 힘입어 자민당이 비례대표에서 8석을 차지했지만 단독 후보 6명에 낙선자가 1명에 그쳐, 결국 1석을 사민당 후보에게 넘겼다. 정당들이 선거의 흐름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유권자들을 의식, 비례대표 후보를 적정선에서 자제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hkpark@seoul.co.kr
  • 지성·두리·정환 등 다오라

    대표팀 차출문제로 프로축구연맹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축구협회가 ‘해외파 총동원령’을 내렸다. 축구협회는 새달 5일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24일 무려 15명의 해외파 소속팀에 소집 협조공문을 보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AS모나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등 기존 대표 선수는 물론, 차두리(SC프라이부르크), 설기현(풀럼)까지 포함한 대규모 호출이다. 얼마 전 정해성 대표팀 코치가 유럽 현지에서 차두리와 설기현의 몸상태를 점검해 둘의 합류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반면 김남일(빗셀고베), 안정환(다롄스더), 조재진(감바 오사카) 등의 발탁은 의외다. 지금껏 평가전이나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15명이나 되는 해외파를 불러들인 경우는 없었다. 물론 15명 모두가 호주전 명단에 포함된다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2010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때도 해외파가 6~7명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연맹은 K-리그 경기 전날 호주전(9월5일)과 세네갈전(10월10일)이 있어 일정상 문제가 있다며 최악의 경우 ‘선수 차출거부’까지 할 수 있다고 선포했다. 협회와 연맹이 첨예한 대립을 거듭하자 허정무 감독은 일단 해외파를 불러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담없이 해외파의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설기현·차두리·안정환 등은 ‘올드보이’로 꾸준히 주목받아 온 선수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인 만큼 경험과 노련미에서 활용가능성은 여전하다. 모양상 어부지리(?)로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실전경기를 통해 대표팀 컬러에 맞는 빼어난 플레이를 선보인다면 내년 남아공 잔디를 밟을 수도 있다. 최종 명단은 이번주 중 국내리그 선수들의 명단을 포함해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시일이 촉박한 호주전에서는 해외파가 총출동해 기량을 점검하고 세네갈전은 10월14일로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유럽원정 평가전(11월14·18일)은 21일 시작되는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 차질을 주지 않도록 선수단이 조기 귀국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소집된 해외파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근환(요코하마 마리노스)·김남일(빗셀 고베)·김동진(제니트)·박주영(AS모나코)·박지성(맨유)·설기현(풀럼)·신영록(부르사스포르)·안정환(다롄 스더)·이근호(주빌로 이와타)·이영표(알 힐랄)·이정수(교토상가)·이청용(볼턴)·조원희(위건)·조재진(감바 오사카)·차두리(SC프라이부르크)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日상인의 수백년 역사 탐방

    [내 책을 말한다] 日상인의 수백년 역사 탐방

    일본은 오래된 가게인 ‘노포’(?)의 천국이다. 서기 578년에 백제인이 창업한 오사카의 건설회사 곤고구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일본은 대기업도 강하지만, 중소기업은 더 강하며 수백년된 노포들은 더 강하다. 이러한 노포들이 만들어낸 상도는 오늘날 일본의 강소기업, 혹은 대기업들의 경영철학에 정신적인 밑받침이 되었다. 그 결과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오히려 매출이 성장하는 강소기업들이 많다. ‘일본의 상도’는 1999~2009년까지 일본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일본이 있게 한 구체적인 일본의 상도와 일본 상인의 역사를 담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상인은 그들이 뿌리 내린 지역에 따라 5대 상인으로 나뉜다. 400년 전통의 오사카 상인은 일본 경영의 신인 파나소닉의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배출했고, 천년전통의 교토상인은 닌텐도, 교세라, 무라타 제작소 등 세계 최강의 강소기업을 키워 냈다. 또 모기장과 약, 칠기 밥그릇을 팔아 돈을 번 ‘일본의 개성상인’ 오미상인은 세계최대의 보험회사인 일본생명, 이토추상사, 세이부그룹 등을 만들었다. 일본 경제의 혼인 나고야상인은 도요타자동차, 신일본제철, 혼다자동차 외에 세계 최강의 부품기업인 덴소 등을 키웠고. 도쿄에서 100년 이상 장사해온 긴자상인은 소니와 화장품의 시세이도를 비롯, 긴자의 명품가게들 400 곳 이상을 탄생시켰다. 2009년 8월12일 일본의 도쿄상공리서치는 창업 100년을 넘는 기업이 전국에 2만 1066개사이며, 창업 1000년을 넘는 기업은 8개 회사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렇게 장수 기업이 일본에 많은 이유는 일본식 경영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에는 ‘돈을 남기는 것은 하(下), 가게를 남기는 것은 중(中), 사람을 남기는 것은 상(上)’이라는 독특한 철학이 나온다. 돈만을 좇는 것은 죽은 목표라는 것이다. 서기 1000년도에 개업, 1000년 넘게 인절미 떡을 구워 팔아온 교토의 떡가게 이치와는 지금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최고 품질의 쌀, 최고 품질의 비장탄 숯으로 이익을 손톱만큼 남기고 판다는 철학이 자신의 가게를 1000년 간 번영시켰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이런 가게들이 참 많다. 수백년 간 꿋꿋하게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일본 노포의 상인들은 장사꾼의 모습이 아니라, 고객을 교주로 섬기는 수도자와 같다. 이 책은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 무엇인지, 우리 기업들의 대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참고서이고, 경제대국 일본의 정신과 문화를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일본과 비즈니스를 하는 직장인, 기업인에게는 일본경영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홍하상 논픽션 작가
  • 日 마르크스 경제학자의 경제윤리

    ‘빈곤’이란 화두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을 자성해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와카미 하지메(1879∼1946년)의 ‘빈곤론’(송태욱 옮김, 꾸리에 펴냄)이 국내에서 번역·출간돼 눈길을 끈다. 가와카미는 근대 일본이 배출한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다. 그의 사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파란만장한 인생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책 후반부 하야시 나오미치 오사카시립대 명예교수가 쓴 해제가 이를 안내한다. 도쿄제국대학 강사였던 26세의 가와카미는 ‘요미우리 신문’에 ‘사회주의 평론’을 연재해 큰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연재 도중 갑자기 붓을 꺾고는 ‘절대적 타애주의’라는 신조를 실천하고자 한 종교단체에 귀의한다. 그러나 곧 그의 번민과 열정에 못미치는 사람들에게 실망해 두 달 만에 뛰쳐나오고 만다. 이후 유럽 유학을 다녀와 교토제국대학 교수가 된 뒤 36세에 ‘빈곤론’을 쓴다. 열성적인 마르크스 연구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정부의 압력으로 사직하기도 하고 공산당 입당 뒤엔 4년간 투옥생활도 했다. 출옥 뒤에는 집필에만 몰두했으나 건강이 악화돼 1946년 세상을 뜨고 만다. ‘빈곤론’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던 당시 일본 사회에서 가와카미가 길어올린 학문적 통찰의 결산서다. 가와카미는 빈부격차 시정, 경제조직 개조를 주장하면서 빈곤 타개책으로 부자의 사치근절을 주장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도덕과 윤리 회복으로 사치품 소비를 자제해야 빈민에게 필수품이 배분된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도덕주의에 호소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빈곤에 온몸으로 대결하려던 젊은 학자의 정신과 태도는 오늘날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추천사에서 “빈곤과 정면으로 맞서려는 치열한 정신이 일거에 이 땅에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언젠가 명성만으로 찾아 읽었던 가와카미의 책이 지나치게 도덕주의가 강하다고 느꼈던 내가 다시 그의 글을 되돌아보게 되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1만 5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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