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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대통령의 외교언어/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열린세상] 대통령의 외교언어/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전 스위스 대사

    신라 선덕여왕이 즉위하자 당(唐) 태종이 모란 그림을 보내왔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여왕은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이는 당제(唐帝)가 과인이 짝이 없음을 놀리는 것이다.’라 했다고 삼국유사는 전하고 있다. 이는 당과 신라의 정상외교를 묘사한 것으로, 여기에서 모란 그림을 오늘날 넓은 의미의 외교언어(diplomatic parlance)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외교언어란 말과 글(문서)뿐만 아니라 그림과 같은 상징물, 독특한 몸짓이나 태도, 스타일과 같은 비언어로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외교 의사소통 방식이다. 미국 첫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여사가 외국방문 시에 색깔이 다른 브로치를 사용해 의사표시를 한 것도 외교언어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시에는 중국이 판다 곰을 선물해 ‘판다 외교’도 그 이름을 남겼다. 때로는 침묵도 외교언어가 될 수 있다. 은둔으로 일관하다가 필요할 때 잠시 등장해 세상의 주목을 유도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행태를 ‘침묵 외교’라고도 한다. 2008년 2월 뉴욕 필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미국의 ‘콘서트 외교’는 1956년 미·소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이래 1973년에는 미·중관계의 해빙을 조성해서 공산권과의 외교에 단골메뉴가 되었다. 1946년 3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야당 당수일 때 미국을 방문해 미주리 주의 웨스트민스터 대학 연설에서 언급한 ‘철의 장막’은 냉전 반세기 동안 외교언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1992년 5월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바로 이 대학을 찾아 ‘냉전의 종식’을 선언했다. 외교언어는 국가관계와 국제정치에 영향을 주고받는 외교의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그래서 국가정상의 외교언어는 언제나 주목을 받지만, 외교언어에 힘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진실성이 결여된 ‘구두선’(lip service)으로 또는 ‘그저 한번 해본 소리’(rhetoric)로 평가 절하되어 정상 개인뿐 아니라 나라의 신뢰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큰 대포는 잘 쏘지 않는다.’고 한다. 세치 혀는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천 냥의 빚을 질 수도 있다. 한국 대통령의 외교언어는 실패한 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일본 버르장머리 고치기’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핵 개발 일리 있다’는 발언이다. 정제되지 않은 외교언어였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도 방한하고 싶으면 먼저 사과하라.’는 발언도 신중하게, 의도된 외교언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독도문제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약화되고 대일외교에 혼란을 초래했다. 학생과의 대화 중에 우연히 나온 실수라는 해명은 또 하나의 실패한 외교언어가 될 수 있다. 옛말에도 ‘왕의 말씀은 바꿀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의 외교언어로서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52년 1월 국제사회에서는 ‘리-라인’으로 회자된 이승만 대통령의 ‘평화선‘이다. 6·25전쟁 중이었고 미국과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화선을 통해 우리의 영해를 넓히고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가능하게 했다. 외교언어를 잘 구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도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결과를 잘 생각하라.’는 로마 속담도 있다.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결과가 불확실하면 아니함만 못하다. 그리고 행동할 때는 힘이 수반되어야 효과가 있다. ‘큰 몽둥이를 갖고 다니되 말은 부드럽게 하라.’ 외교의 정곡을 간파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말이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통령의 외교언어는 곧 외교력이다. 세 후보의 외교언어 능력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아직 후보들은 인기가 없는 외교, 안보 이슈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영토분쟁, 민족주의, 정치 우경화, 군비경쟁 등 한국에 주어진 외교적 도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준엄하다. 한국의 미래는 외교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는 교체되었고, 중국과 미국·일본의 정상은 곧 선출된다. 이들과 상대하게 될 새로운 한국 대통령의 외교력을 기대해 본다.
  • [생명의 窓] 이 몹쓸 기억력/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이 몹쓸 기억력/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어머니가 노인대학 친구들과 단풍놀이를 가기로 했다며 여비를 부쳐달라신다. 한나절을 빙 돌려 말씀하셨지만, 골자는 그거다. 겉으로는, 바람 잘 쐬고 오세요, 지금 가면 경치 끝내주겠네, 맞장구를 쳤지만, 속에서는 주판알 튕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다달이 부쳐드리는 돈이 얼만데…, 얼마 전에도 홍삼 사서 달이겠다고 뭉칫돈을 가져가시더니…. 자식도 마찬가지다. 바쁘다는 핑계로 통 연락 한번 없다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또 얼마를 달라 하려고 이렇게 애교전술인가, 며칠 전에도 뭐 산다고 해서 준 돈이 얼만데, … 또다시 돌아가는 머릿속의 계산기. 살다 보면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탈인 경우가 많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티격태격할 때도 이 몹쓸 기억력은 어째 그리 생생하게 과거의 서운함을 떠올리는지, 시시콜콜 날짜까지 들이대며 ‘그때 그 사건’을 줄줄 읊어대는 통에, 정작 지금 틀어진 이유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아, 이럴 때만 천재적인 나의 기억력이여. 그러고 보면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편리하게 자기중심적인가. 남에게 베푼 것과 남이 나를 서운하게 했던 것은 꼬박꼬박 기억하면서, 남에게 잘못한 것과 남이 내게 베푼 은덕은 곧잘 잊어버린다. 그리하여 남이 내 잘못을 지적할라치면, 자동적으로 내미는 ‘오리발’! 나는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 다 네 탓이다, 일단 방어부터 하고 보는 치졸함이란. 한자로 ‘나’를 뜻하는 ‘아’(我)자가 손(手)과 창(戈)이 결합한 말이라더니, 늘 남을 찌를 궁리나 하는구나. 나처럼 기억력이 좋아서, 누구한테 뭘 얼마나 잘해 줬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되새김질하고 있는 인간에게 딱 어울리는 성경 내용이 있다. 최후 심판 때 예수가 천국에 들어갈 ‘양’ 무리와 지옥에 빠질 ‘염소’ 무리를 가르는 장면이다. 기준은, 예수 자신이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를 때 마시게 하며, 나그네가 되었을 때 환대하고, 헐벗었을 때 옷을 입히며, 병들었을 때 돌보고, 옥에 갇혔을 때 찾아갔는지 여부다. 양의 무리에 속한 이들은 그렇게 한 반면에, 염소 무리에 속한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런데 후자의 사람들이 한결같이 부인하며 이구동성으로 항변한다. 자기들의 기억에 따르면 분명히 선행을 베풀었는데, 왜 이런 푸대접을 받는지 모르겠단다. 전자의 사람들은 영 딴판이다. 자기들이 언제 선행을 베풀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단다. 영락없는 바보 아니면 치매환자다. 그 머릿속에 지우개가 들어 있지 않는 한, 어찌 까먹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사후 운명을 가를 그토록 중요한 기억정보를. 렘브란트의 동판화 가운데 ‘선한 사마리아인’(1633)을 자세히 보면, 성경 내용과 아무 상관도 없는 ‘똥 누는 개’가 등장한다. 고개를 오른편으로 향한 채 느긋하게 생리현상을 해결 중인 개는 자기 왼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영 관심이 없다. 왼편의 상황은 성경에 나오는 대로 사마리아인이 여행 도중에 우연히 보게 된 ‘강도를 만난 사람’(문맥상 유대인)을 도와주는 장면이다. 유대인 제사장과 레위 사람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갔지만, 사마리아인은 가까이 다가가서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까지 데리고 가 돌봐 주었다. 노자 가라사대, 어린아이가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까닭은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라 했던가. 자연스러우면 굳이 기억하고 말고가 없다. 우리 역시 건강할 때는 배변 횟수나 색깔 따위를 기억할 일이 없지 않은가. 그걸 애써 살피고 새겨야 하는 경우란 병에 걸린 때 말고는 없다. 렘브란트는 선행도 이와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율법이고 동족이고 따지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되, 하고 난 뒤에는 잊어버려야 한다. 준 사람도 없고, 받은 사람도 없으며, 오고간 것도 없어야 참으로 맑고 깨끗한 보시라는 말이다. 아하, 그러니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 말씀은 결국 잊어버리라는 가르침인 거다. 한데 이 몹쓸 기억력은 손톱만큼 베푼 선행을 도무지 잊지 못하니, 구제받지 못할 염소가 바로 나로구나.
  • 멕시코 마약왕 잡아놓고 시신은 괴한에 탈취당해

    2006년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 취임 이후 강력한 마약 범죄 소탕작전을 벌여온 멕시코 정부가 거대 마약 조직의 두목을 사살하는 성과를 올린 직후 무장 괴한에게 시신을 탈취당하는 어이없는 사건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라스카노 현상금 약 85억원 멕시코 해군은 9일(현지시간) 최대 마약조직 세타스의 1인자 에리베르토 라스카노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 7일 오후 북부 코아윌라주의 프로그레소에서 차량에 탄 세타스 조직원들이 수류탄으로 공격해 와 교전을 벌였으며, 지문과 얼굴 사진을 통해 사살된 인물이 라스카노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잔혹한 범죄 행각으로 ‘사형집행인’이란 별명이 붙은 라스카노는 멕시코와 미국이 각각 260만 달러(약 29억원)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 정도로 악명 높은 인물이다. 칼데론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최대 업적으로 남을 뻔한 이번 성과는 그러나 라스카노의 시신을 탈취당해 빛이 바랬다. 해군의 발표 직후 코아윌라주 검찰은 기자회견을 열어 무장 괴한들이 장례식장에 침입해 라스카노의 시신을 훔쳐 갔다고 밝혔다. 세타스에 관한 책을 집필한 디에코 엔리케 오소르노는 “람보 영화로 시작해 우디 앨런 영화(블랙코미디)로 끝났다.”며 냉소했다. 오는 12월 퇴임하는 칼데론 대통령은 이날 “해군이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며 치하했지만 시신을 탈취당한 데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2006년 사망설… 일각 사실여부 의심 세타스는 탈영한 군인들이 만든 단체로 마약조직 걸프의 행동대 역할을 하다 2010년 독립해 북서부 지역을 근거지로 세를 확장해 왔다. 마약단속 특수군 출신인 라스카노는 1990년대 초반 세타스에 들어와 단기간에 조직을 장악한 뒤 1만명 규모의 무장집단으로 성장시켰다. 2004년 언론인 프랑시스코 오르티즈 프랑코를 비롯해 수백명의 살해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라스카노가 2006년 당시에도 사살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어 이번 사건에도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라이벌을 호랑이밥으로 주는 ‘마약계 전설’ 사살된 뒤…

     멕시코 해병대가 사살했다고 지난 8일 발표한 마약 밀매 조직인 세타스의 두목 에리베르토 라스카노는 마약 범죄단 사이에선 거물 중의 거물이다.  멕시코와 미국 정부가 각각 250만 달러,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건 것만 봐도 그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그 보다 몸값이 비싼 마약 관련 현상범은 시날로아 카르텔의 재벌급 두목 호아킨 구스만이 있을뿐이다.  잔혹한 범죄 행각으로 ‘사형 집행인’이란 별명이 붙은 라스카노는 당초 마약조직 단속 임무를 맡은 특수부대 출신이다.  가난한 농촌 가정 출신인 그는 1988년 군에서 탈영, 자신이 단속해왔던 세타스에 들어갔으며 짧은 기간에 보스 자리에 오르며 마약계의 전설이 됐다..  그는 특히 잔혹성으로도 악명이 높다.경쟁 조직원을 참수하고 머리를 거리에 내걸어 범죄 조직원들도 떨게 했다.특히 2006년 아카풀코에서 경찰관 2명의 머리를 벤 사건으로 충격을 줬다.  그는 또 적대 세력을 붙잡아 자신의 목장에서 키우는 호랑이와 사자의 밥으로 주는 엽기적 악행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개인사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한 보안 전문가는 “군 시절 정보 분야에서 근무한 라스카노는 가장 비밀스런 요소가 많은 마약 조직 두목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그는 다른 조직 두목들과 달리 성대한 파티를 열거나 자신을 칭송하는 노래를 만들라고도 지시하지도 않았고 오로지 돈 버는 일에 열중했다”고 전했다.  한편 멕시코 해군은 라스카노가 해병대와 교전에서 사살됐다고 발표했으나 그 직후 검찰은 무장 괴한들이 장례식장에서 라스카노의 시신을 훔쳐갔다고 밝혀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라스카노는 지난 2006년에도 한때 사살됐다고 알려졌으나 나중에 멀쩡하게 생존한 것이 확인된 바 있어 이번에도 각종 소문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자들은 라스카노가 정말 사살됐다면 조직 내 권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하들 사이에 피비린내나는 살육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엄청난 돈이 오가는 조직에서 강력한 지도자가 없다면 새 지도자를 중심으로 조직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폭력사택 벌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이후… 우리軍 무인공격기 효용 어디까지

    한·미 당국이 11년 만에 개정한 미사일 지침으로 무인항공기(UAV) 탑재 중량을 500㎏에서 최대 2.5t까지로 늘릴 수 있게 됨에 따라 우리 군의 무인공격기 개발 사업의 효용성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무인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00년 개발을 완료해 2004년 실전배치한 군단급 무인정찰기 송골매(RQ101)가 유일하다. 군 당국은 이 밖에도 5000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탑재 중량 500㎏의 무인공격기 개발을 추진 중이나 탑재 중량을 2.5t으로 늘릴 수 있게 돼 합동직격탄(GBU38) 6발을 탑재한 무인공격기 개발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무인공격기의 효용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북한과의 대규모 전면전보다 치고 빠지는 식의 비정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인명피해 없이 제한된 교전 시간에 목표를 공격하는 효율성이다. 둘째는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와 같은 도발이 있을 경우 우리 공군 전투기의 직접 개입은 확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선택하기 어려우나 규모가 작은 무인공격기는 포병의 연장선상에서 제한된 화력만 운용하기에 부담 없는 공격 수단이라는 점이다. 셋째는 우리 군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포(MLRS)가 해결하기 어려운 북한 장사정포 갱도 진지를 파괴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미래 공중 전쟁에서는 유인전투기 1대와 무인공격기 2~3대가 1개 편대를 이뤄 합동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극심한 안보위협이 없는 미국이 무인기 ‘프레데터’를 운용하는 만큼 우리 군은 이 기회를 활용해 무장 능력을 높인 무인공격기를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터키, 시리아에 보복 공격… 군사작전도 승인

    터키가 시리아의 공격으로 자국민이 희생된 데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며 양국 간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시리아 내전 여파가 인접국의 안전까지 위협하면서 서방의 군사 개입 시나리오가 다시 힘을 받을 조짐이다. 3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 날아온 박격포 공격으로 터키 국경 도시 악차칼레에서 어린이 3명과 이들의 어머니인 여성 1명 등 민간인 5명이 숨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성명을 통해 “터키군이 국경 지역에서 극악무도한 공격에 대항해 보복 공격을 했다. 교전 규칙에 따라 시리아로 포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전날 터키의 보복 공격으로 시리아군 최소 5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 그간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터키, 레바논, 요르단 등 인접국에까지 포탄이 떨어진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터키 정부가 직접 맞대응한 것은 처음이다. 한편 터키 의회는 4일 회의를 열어 시리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승인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톨리아 통신이 보도했다. 터키 의회는 이날 시리아에 대한 자국의 군사적 조치를 승인해 달라는 정부안을 찬성 286표, 반대 92표로 가결했다. 터키 헌법에 따르면 국경 지대에서의 군사 활동은 의회의 인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국제사회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은 3일 밤 벨기에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긴급 회의를 소집해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시리아에 즉각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회의는 회원국이 주권이나 안보에 위협을 느낄 경우 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나토 헌장 4조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이는 나토 결성 63년 역사에서 두 번째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는 이웃 국가의 영토 보전을 존중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유엔과 나토에서 터키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터키 정부는 시리아 정부가 박격포 포탄이 국경을 넘은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시리아 친정부軍 내분…파벌간 교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속한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 간에 교전이 벌어지는 등 친정부 파벌의 내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반군의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 정권을 지지해 온 알라위파 사이에 충돌이 이어질 경우 알아사드 정권은 더욱 궁지에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AP통신과 이스라엘 일간지인 ‘하레츠’ 인터넷판 등은 2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알라위 산지에 위치한 도시 카르다하의 알라위파가 같은 알라위파로 알려진 친정부 민병대 조직인 샤비하와 전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샤비하 지도자인 무함마드 알아사드가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카르다하 알라위파에 속한 청년들 일부가 공개적으로 알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양측 간 교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친정부 TV 채널인 ‘앗둔냐’는 알라위파 간의 교전이 사실이라고 확인했지만, 전국적인 사건이 아니라 카르다하 지역에서 벌어진 사소한 사건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알라위파와, 반군과 가까워진 알라위파 간의 무력 충돌을 초래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시리아 북부 상업도시인 알레포에서 3일 연쇄 폭발이 발생해 40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다쳤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전했다. 사망자 대다수는 정부군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폭발 후 정부군과 반군이 총격전을 벌였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또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온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휘관 알리 후세인 나시프와 대원들이 지난달 29일 시리아 쿠사이르 마을을 통과하던 중 피살됐다고 현지 언론이 2일 밝혔다. 시리아 반군 세력은 헤즈볼라가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반정부 봉기를 탄압했다고 비난해 왔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기고] 동북아 영토분쟁 대비해야/장성호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기고] 동북아 영토분쟁 대비해야/장성호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동북아시아가 영유권 분쟁으로 연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이 미사일과 항공모함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하고, 일본 해상 자위대 호위함이 인근해역 순찰을 강화하는 등 영토패권을 둘러싼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이래 맞이한 중·일 국교정상화 기념식을 중국 측에서 무기한 연기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해묵은 갈등 또한 동북아에 상존하는 영토분쟁이다. 독도문제는 영토문제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이 사태가 함의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특수하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본의 독도병(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발표한 2012년 일본 방위백서에는 “우리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존재하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올해 3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정 결과와 4월 외교 청서에 이어 일관된 태도다. 일본 정부의 확실한 저의는 향후 독도문제를 국제분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들어 일본의 우경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방위백서, 신문광고 등 정부 공식보고서와 언론에 독도문제에 대한 노골적인 주장을 연이어 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마디로 독도문제는 일본 국내정치의 제물이다. 최근 소비세 인상과 원자력 발전 강행 등으로 국민적 지지도가 낮아진 노다 요시히코 정부의 조급한 의도와 과거 제국주의 국가의 내부적인 난제를 외부적인 위기로 해결해 나갔던 통치 전형의 조합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통치행위다. 그러나 이후 한·일 간의 관계가 경색됐다. 우려할 일은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 과정과 함께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중요한 시기에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내의 일부 언론매체와 단체들의 비상식적인 태도이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우리 고유영토에 대한 통치권자의 순시로서 대내외적인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아시아를 비롯해 주변국들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전범국으로서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본은 같은 전범국인 독일과는 다르게 반성은커녕 변명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는 후안무치한 국가이다. 대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 봐도 그렇다. 계속된 일본 고위층의 망언과 역사인식은 이미 상식 이하의 수준이다. 따라서 한·일관계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국가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와 태도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비정한 현장이다. 지금 동북아시아에서는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와 중국의 중화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민족주의와 결부된 영토분쟁의 악령이 꿈틀대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에 우리는 단단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국론 결집의 단합된 힘으로 대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냉정한 국제정치의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강온전략의 세련된 외교력을 통해 외교전에서 승리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 日·타이완 순시선 ‘물대포 교전’…센카쿠 긴장 고조

    중국이 25일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겨냥해 ‘댜오위다오, 중국 고유 영토’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했다. 중국은 그동안 국방백서와 외교백서에서 댜오위다오에 대한 주권을 주장해 왔지만 댜오위다오 백서를 따로 낸 것은 처음이다. 중국과 타이완 감시선은 이날 센카쿠열도 해역에 동시에 진입, 일본과 대치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일 외교차관 회담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 외교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일본 순시선은 타이완 어선을 영해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물대포를 쏘았고, 타이완 해안순방서(해경) 소속 경비선도 일본 순시선에 고압의 호스를 이용해 물대포를 쏘며 맞대응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 관공선은 댜오위다오에서 주권 수호 및 순찰을 계속하면서 어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센카쿠 갈등 여파로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의 9~11월 중국 노선 단체승객 예약 취소가 5만 2000석을 넘어서 항공·관광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도쿄 이종락·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rlee@seoul.co.kr
  • 만주사변 81돌… 中 100개市 反日시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기 위해 일으킨 만주사변이 81주년을 맞은 18일 중국 100여개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만주사변일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오전 9시 18분 중국 전역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랴오닝(遼寧)·간쑤(甘肅)·윈난(雲南)·쓰촨(四川)·안후이(安徽)성 등의 지방 정부는 만주사변 희생자 추모 차원에서 사이렌을 울렸다. 시위대는 “9·18을 잊지 말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는 중국 땅”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오성홍기,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 등을 들고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부르면서 거리를 누볐다. 베이징 시내 량마차오루(亮馬橋路)에 있는 일본 대사관에는 1만여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플라스틱 물병과 계란을 일본 대사관에 던졌고 공안(경찰)은 대사관으로 돌진하려는 시위대를 제지했다. 상하이에서도 4000여명의 시위대가 일본 총영사관에 모여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를 비난했고 만주사변이 시작된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는 4500여명이 훼손된 일장기와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사진을 들고 항의했다. 중국 공안 당국은 평화적인 시위는 용인하겠지만 폭력, 파괴, 약탈 행위는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하며 시위대를 통제했다. 센카쿠 상륙을 시도했던 홍콩 댜오위다오보호행동위원회는 선박검사증명서를 받지 못해 출항하지 못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의 언론 매체들도 이성적인 애국을 강조하면서 폭력 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는 구내 800곳의 일본계 기업에 하루 동안 임시 휴업할 것을 권고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칭다오 등에 있는 일본인 학교도 하루 휴교했다. 저장(浙江)성과 푸젠(福建)성의 어선 1000척이 몰려갈 것으로 예고된 센카쿠열도 해역에서는 중국 어업지도선 ‘위정(漁政) 35001호’와 해양 감시선 10척이 접속수역 12∼24해리(22∼44km)에서 항해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센카쿠열도 주변에 대형 순시선 7척과 소형 어선을 추적할 수 있는 순시정을 배치했으며 방위성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자위대 함정을 센카쿠열도와 가까운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일본 정부는 또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30분쯤에는 일본인 2명이 센카쿠열도에 기습적으로 상륙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들이 사전 허가 없이 섬에 상륙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중일 교전’이 하루 종일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오르는 등 네티즌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소금, 쌀 등의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모습도 목격됐다. 저장성 원저우(溫州)시의 소금을 관리하는 염무국은 전날 시민들을 상대로 “2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소금이 있다.”며 사재기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본에서도 반중 감정이 고조되면서 17일 오후 6시쯤 후쿠오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연막탄 두 발이 날아들었지만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도쿄 이종락·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rlee@seoul.co.kr
  • 나토, 아프간 민간인 오폭… 이슬람 反美 불길에 기름 붓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여성 8명이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오폭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이슬람권 전역에서 들끓는 반미시위에 기름을 끼얹었다. AFP 등에 따르면 16일 새벽 2시쯤(현지시간) 나토군은 아프간 북부 라그만주 산악 지대에서 교전 중이던 반군을 겨냥해 공습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마을 여성 8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10살짜리 소녀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들은 아침식사 준비에 쓸 땔감을 모으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아프간 관리들은 전했다. 시신을 주도(州都)로 이송해 온 지역 부족들은 주지사 공관 밖에서 “미국에 죽음을, 유대인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당초 “반군 45명을 표적으로 삼아 정밀유도무기와 직접사격 등을 가했다.”고 밝힌 나토군은 이후 민간인 살상 사실을 시인했다. 나토 국제안보지원군(ISAF) 대변인 애덤 워잭 소령은 “불행히도 공습 도중 5~8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유가족들에게 깊은 유감과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나토군의 민간인 살상을 강력 항의하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앞서 이날 새벽 1시에는 탈레반 거점인 남부 자불주에서 미군 4명이 경찰복을 입은 아프간 남성들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탈레반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한 가운데 나토군은 “아프간 경찰이 이번 테러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으로 올해 아프간에서 아프간 경찰, 군인 등 이른바 ‘내부자 공격’으로 사망한 서방국 군인은 51명으로 늘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시위배후 이슬람 ‘살라피스트’는

    이슬람권 전역으로 확대되는 반미(反美) 시위의 배후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살라피스트’가 있다고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P는 이집트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훼손 사건과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습격 사건은 이들 지역에서 태동한 ‘살라피 운동’에서 비롯됐다면서 시위 현장에 알카에다가 종종 사용하던 검은색 깃발이 내걸리고, 살라피스트의 상징인 턱수염을 기른 시위자가 많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집트 수니파 계열의 살라피스트는 세속주의를 추구하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 아래서는 숨죽이며 지내왔다. 그러나 살라피스트가 창당한 이집트의 알누르당은 9개월 전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아랍어로 살라프(salaf)는 예언자 마호메트의 동조자를 의미하는 ‘선구자’나 ‘선조’라는 뜻으로, 살라피스트들은 7세기 이슬람 순수주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말리에서 레바논까지, 또 인도 카슈미르에서 러시아 남부 코카서스 지역까지 세력을 넓히는 등 이슬람권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세력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FP는 지적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12·12쿠데타 6년前부터 전두환 군지도자로 주목”

    “美, 12·12쿠데타 6년前부터 전두환 군지도자로 주목”

    미국은 12·12 군사쿠데타 발생 6년 전인 1973년에 이미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군부의 잠재적 지도자로 주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시 31세였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차세대 지도자로 지목했다. 이 같은 내용은 1972년 12월 18일 미 국무부의 지시에 따라 1973년 3월 30일 당시 필립 하비브 주한 미국대사가 작성, 보고한 8쪽 분량의 비밀전문에 기재돼 있으며,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가 최근 전문 사본을 공개했다. 2일(현지시간) 확인한 이 비밀전문의 제목은 ‘한국의 잠재적 지도자 리스트’로 정·관계, 언론계, 학계, 군부 등 분야에서 모두 84명을 망라하고 있다. 명단에는 정인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이건희 ‘중앙일보 이사’가 포함돼 있다. 이 회장은 잠재적 지도자로 거론된 84명 중 최연소였으며, 이맹희씨 등 형들을 제치고 이병철 회장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미국이 예견한 셈이다. 하비브는 서종철(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대장, 강창성 육군 보안사령관, 진종채 수도경비사령관 등 고위 장성과 함께 준장급인 전두환 제1공수여단장과 김복동(노태우 전 대통령 처남) 준장을 차기 군부 지도자로 평가했다. 전문이 작성된 시점은 이른바 ‘윤필용 사건’으로 인해 군부 내 비밀조직인 ‘하나회’의 실체가 드러나 전 전 대통령 등 회원들의 운명이 풍전등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미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 등 하나회 핵심멤버들을 비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인으로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철승·김용태·박준규·조윤형 의원 등이, 관계에서는 노신영·함병춘·최광수·박종규·김만재·이건개·강인덕씨 등이 포함돼 있다. 언론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총애가 두터웠던 신범식 서울신문 사장, 박권상 동아일보 편집국장, 김상만 동아일보 발행인, 신상초 중앙일보 논설위원, 장기영 한국일보 발행인, 남재희 서울신문 편집국장 등이 명단에 올랐다. 학계에서는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 이한빈 숭전대 총장 등이, 종교계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 등이 꼽혔다. 한편 1963년 5월 7일 당시 새뮤얼 버거 주한 미국대사가 작성해 국무부에 보고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김현철 내각수반이 버거 대사에게 박정희 의장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방미를 주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에 따르면 김 수반은 버거 대사를 만나 육 여사와 자신의 아내가 사적으로 미국을 방문한다면 한국 여성단체들의 활동을 미국에 알리고 미국의 유사활동을 살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버거 대사는 “이 방문이 순수한 시찰인지 진정성에 의심이 들며 부분적으로 한국의 고위공직자 아내들도 외국의 고위공직자 아내처럼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박 의장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고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일본인이 ‘독도 한국땅’ 지도 공개[동영상]

    일본인이 ‘독도 한국땅’ 지도 공개[동영상]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고(古)지도 소장가인 한 일본인이 독도가 한국 땅으로 표기돼 있거나 일본 영토로 표기돼 있지 않은 고지도 여러 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오사카의 공립학교 교사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고지도를 수집해 온 구보이 노리오(69)는 28일 “더 이상 진실을 감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일본인이지만 지도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보이가 공개한 지도 중에는 ‘수정 소학일본지도’(修正 小學日本地圖)가 가장 의미가 크다. 국민에게 자국의 영토를 정확하게 알리려는 목적으로 작성한 지리교과서에 게재돼 있는 지도로 문부성이 1901년에 발간했다. 문부성의 검정을 거친 당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담은 교과서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정영미 박사는 “이 지도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도에는 일본 영토를 상세하게 작은 섬까지 색칠로 표시해 놓았지만 당시 일본에서 부르던 마쓰시마(松嶋)로 표기한 울릉도는 색칠하지 않아 ‘조선’ 땅임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독도는 그려 놓지도 않아 당시만 해도 자국 영토로 주장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 이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함께 공개한 ‘대일본국 전도’도 의미가 있다. 일본 내무성이 1880년 11월에 발간한 지도로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일본 영토를 표시한 지도다. 이 지도에는 오키나와와 오키섬 등을 상세히 그려넣었지만 독도와 울릉도는 싣지 않았다. 당시의 도쿄와 교토를 상세하게 표기할 정도로 정밀도가 뛰어난 지도인데도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점을 인정해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노기와 가오루가 1895년에 제작한 ‘일본 전도’에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시 일본이 복속시킨 타이완을 새 영토라고 표기했지만 독도는 표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이 제작한 지도 이외에 구보이는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는 서양인들의 지도도 공개했다. 이탈리아인 시볼트가 1840년에 작성한 한국과 일본 지도에는 한국을 노란색으로 ‘2개’의 울릉도와 같은 색으로 칠했고, 일본은 갈색으로 표시해 구분했다. 울릉도를 두개 표시한 것은 프랑스 탐험선과 영국 탐험선이 각각 발견한 뒤 다른 이름을 붙여 별개의 섬인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한편 독립기념관도 이날 ‘독도는 한국 땅’임을 입증하는 근대 일본의 역사·지리교과서 7점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가 직접 제작한 초·중·고등학교 지리 교과서에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확인하는 최초의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사카 이종락특파원 서울 문소영기자 jrlee@seoul.co.kr
  • “우익 공격 각오…진실 감춰선 안돼”

    “우익 공격 각오…진실 감춰선 안돼”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각오하고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사실이 수록된 지도들을 공개한 구보이 노리오(69)는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한국과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외교전쟁을 벌이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면서 “더 이상 영토와 관련된 진실을 감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일본인이지만 지도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사카에서 교사로서 재직하는 동안 고지도를 수집해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을 어떻게 보나. -한국과 일본은 이웃나라로 선린외교를 나누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영토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면 승부가 나지 않고 양쪽의 감정만 상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이 역사를 바로 보고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진실을 규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내가 소장하고 있던 자료들을 공개했다.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의 근원은 무엇인가. -지난 1905년 러·일전쟁 전만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 지도에서는 독도와 울릉도를 한국 땅으로 표기한 지도들이 다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독도의 군사 전략적인 중요성을 깨닫고 당시 일본 군부가 시마네현을 내세워 독도를 편입하는 형식으로 각종 지도에 독도를 일본땅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독도를 둘러싼 양국의 영유권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자세히 말하면 1904년 11월 20일에 일본 해군 군령부가 군함 쓰시마를 이용해 독도 상륙조사를 실시했다. 1905년 1월 5일에 정찰 결과를 해군성 수로부장에게 보고했다. 독도에 거주자가 없다는 사실과 일거에 독도 영유화를 꾀하자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은 ‘비을 337호-무인도 소속에 관한 건’이라는 문서로 정리됐다. 이것을 계기로 독도를 영토에 편입하고 다케시마라고 이름을 짓는 한편 시마네현 소속 오키섬 소관으로 결정했다. →일본 내무성이 발간한 대일본국 전도에도 독도는 기재돼 있지 않은데. -그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대일본 제국의 내무성은 당시 정부를 말한다. 지리국, 지지과에서 작성된 것인데 일본의 국토의 범위를 이 정도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수많은 작은 섬도 전부 포함했는데 독도가 이 지도에 빠진 것은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지도에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북방영토(쿠릴열도) 전체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고 있는데 독도를 뺀 사실은 한국 영토라고 인정한 사실이 명확하다. 당시 일본의 ‘자연지도’, ‘교통지도’에는 일본 영토에는 색칠을 했지만 한국 영토인 독도에는 무색으로 기재해 구별했다. 오사카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아베 “집권땐 고노담화 수정” 韓 “스스로 한 반성을 부정”

    독도 파문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비롯한 일본 여야 수뇌부들이 연일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 반성한 ‘고노담화’ 수정을 공식화하면서 노골적인 과거사 왜곡에 착수한 것이다. 급격하게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강경 외교노선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당분간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노다 총리에 이어 아베 신조 전 총리도 28일 위안부 공세에 가세했다. 그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민당이 다시 집권하고, 내가 총리가 된다면 미야자와 담화와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은 그동안의 일본 정부 입장을 모두 고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야자와 담화는 1982년 역사교과서 파동시 미야자와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 정부가 책임지고 교과서 기술을 시정하겠다.”고 밝힌 내용으로 일본은 이에 근거해 교과서 검정 기준에 ‘근린 제국 (배려) 조항’을 집어넣었다. 1993년 고노 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하는 내용이고, 1995년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전후 50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총체적인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것이다. 오는 10월이나 11월에 치러질 차기 총선에서 자민당이 2009년 민주당에 내준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다음 정권에서 실제로 과거사 사죄 담화가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에 조태용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전시 여성 인권을 유린한 중대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것은 과거 사과의 반성을 무효화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 쟁점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양국의 시각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법적인 책임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1996년과 2003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여성폭력 특별보고관 보고서와 1998년 맥두걸 유엔 인권소위 보고관 보고서 등에 적시된 것처럼 위안부 문제는 국제사회가 인정한 보편적 인권의 문제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 외에 법적 책임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 정부는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이 협정으로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1주년(30일)을 맞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역시 일본의 ‘법적 책임’과 관련이 있다. 헌재 판결의 핵심은 청구권 협정에 대한 양국 간 해석이 엇갈린다면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앞으로 일본 정부에 강한 압박과 국제 외교전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일본과 양자 차원의 협상을 계속하면서 유엔 총회나 인권이사회 등을 무대로 국제사회를 향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진짜 협상의 출발점”이라며 “지난 1년간 두 차례의 양자회의를 제안하는 등 모든 외교채널을 동원해 200차례 가까이 일본과 접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일본의 무성의를 지적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죄 및 피해배상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성노예 착취를 자행한 것은 인류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범죄 행위임을 강조하고, 일본 정부에 책임 인정과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죄와 법적 피해배상을 촉구했다. 서울 오일만·김효섭기자 도쿄 이종락특파원 oilman@seoul.co.kr
  • ‘시리아 비무장지대’ 설치 추진

    시리아 민간인 희생자가 2만 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서방국가들이 시리아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에 착수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2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전역에 반군에 “무기를 내놓거나 죽음을 택하라.”고 압박하는 전단지 수천장을 헬기로 살포하며 심리전을 폈다. 27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터키가 제안한 비무장지대 설치 계획에 착수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시리아에 대한 공식적인 개입 단계에 가까이 접근했다.”고 밝혔다. 터키가 제안하는 비무장지대는 민간인들의 피난처가 될 뿐 아니라 양국의 국경지대를 따라 활동하는 시리아 반군을 위한 은신처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비무장지대의 치안을 누가 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터키나 아랍 국가들이 치안 유지를 통솔하는 방안이 유력하고, 서방국가의 병력은 배치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국제사회의 시리아 내 비무장지대 설치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는 급속도로 유입되는 시리아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910㎞에 걸쳐 있는 터키 국경지대에 등록된 시리아 난민만 8만명에 이른다. 최근 터키 정부는 10만명 이상은 수용할 수 없다며 시리아 북부 지역에 민간인을 보호할 안전지대를 마련할 것을 제안해 왔다. 최근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으로 이달에만 4000여명이 숨지는 등 민간인 피해가 악화되면서 국제사회가 더 강경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30일 시리아 사태를 논의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각료 회의를 주관할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난민 숫자가 급증하면 비행금지구역(NFZ) 설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올랑드 대통령이 촉구한 시리아 야권 주도의 과도정부 구성에 대해 미국은 시기상조라며 입장 차를 보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반군에 과도정부를 구성하라고 주문하며, 과도정부가 출범하는 즉시 합법성을 인정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제사회 지도자로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은 “분열된 야권에 임시정부를 구성하라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야권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 압델바셋 세이다 위원장은 과도정부 발표를 위해 진지하게 준비, 자문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한편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과 수백명의 정예병 및 민병대원들을 시리아에 파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하시모토 “위안부 강제성 인정한 ‘고노담화’가 문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요구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 정부가 첨예한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우익 정치인들도 들고 일어섰다. 일본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최근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데 이어 24일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시모토 시장은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간사이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오사카 시청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발언 철회와 사죄를 요구하는 공개 질문서를 제출하자 “군이 위안소를 공적으로 관리했다는 것과 위안부를 강제로 끌고 갔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고노 담화는 애매한 표현으로 일·한 관계를 악화시킨 최대의 원흉”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군이 위안소 설치·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관여했고, 위안부 모집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우익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군이 강제로 매춘시켰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느냐.”며 “(고노 담화가)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강제성을)인정해 일·한 관계를 망쳤다.”고 비판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이와 함께 중국과 일본 간에 영유권 분쟁이 빚어지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10월쯤 상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사설] 日 ‘임진년 막장외교’ 접고 이성 되찾아야

    일본의 독도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어제 독도·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주권을 침해하는 사안이 발생해 매우 유감스러우며, 간과할 수 없다.”면서 “의연하고 냉정·침착하게 불퇴전의 결의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불법 상륙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던 데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우리는 주권 운운한 노다 총리의 발상이 매우 위험하고 우려스럽다고 본다. 이성을 잃은 일본의 대응은 노다 총리뿐이 아니다. 정치인과 내각 모두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의원(하원)은 어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발언에 항의하는 결의안을 민주·자민당 주도로 채택했다. 한·일 외교전의 심각성은 일본 외교관들마저 독도 갈등의 첨병으로 나섰다는 데 있다. 한국 외교관이 일본 외무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한 것은 세계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전시에도 있을 수 없는 유치한 일본 외교의 수준을 보여 준 것이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의 발언도 전혀 외교관답지 않다. 연내 예정했던 한국 국채 매입 계획을 유보하겠다는 아즈미 준 재무상의 태도는 누가 봐도 감정적이고 소아병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관계가 이 지경까지 온 데는 일본 국내 사정 탓이 크다고 하겠다. 10%대의 낮은 지지율로 10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 노다 내각이 막가파식 외교를 펴고 있는 셈이다. 소비세 인상 법안을 억지로 밀어붙인 후유증으로 노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위축돼 있다. 민주당 의원 50명은 탈당해 신당을 창당했고 내각 불신임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독도와 센카쿠 열도로 한국 및 중국과 영토분쟁을 일으켜 지지율을 회복하고 총선을 치른다는 계산이라고 한다. 노다 내각과는 당분간 이성적이고 냉정한 대화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릴레이 망언에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한시적으로 대화를 중단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본다. 사태 해결의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다. 일본은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는 하루빨리 막장 외교를 접고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
  • 통일연구원장 ‘독도 주변 자원 한·일 공유론’ 논란

    독도 영유권 문제로 한일 간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김태우 원장이 독도 주변 해양 및 해저자원의 양국 공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 원장은 23일 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일 외교전쟁 조속히 매듭지어야’라는 현안분석 기고에서 “양국 모두에게 손실을 가져다주는 ‘보복-재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가야 한다.”며 항구적 해결방안 모색을 주장했다. 특히 일본이 한국을 중요한 이웃으로 인정하고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 등을 전제로, “일본이 독도 육지와 인접 영해에 대한 한국 영유권을 인정하는 대신 주변 해양 및 해저자원은 양국이 공유하는 방식을 협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동해 명칭과 관련해 “바다의 명칭을 보다 중립적인 명칭, 예를 들어 ‘창해(滄海·Blue Sea)’ 같은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김 원장의 제안이 일본 학자들이 주장하는 ‘독도 공동영유론’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날 저녁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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