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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논술고사 후퇴없다” “본고사등 3不 수정없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19일 자신의 ‘고교 평준화 재고’ 발언 등과 관련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에서 “서울대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 기본방향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며 이는 교육부가 정해 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설정한 기본방향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교 평준화를 재고해야 한다는 지난 18일 발언은 중고생 조기유학을 부추기는 요인을 꼽는 과정에서 평준화에 따른 획일적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다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획일적 평준화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십수년째 밝혀 온 나의 지론이지만 이 문제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생각은 없다.”며 “서울대는 교육부의 입시 기본 지침을 지키고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됐던 통합형 논술은 고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은 학생이라면 풀 수 있도록 출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18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강연 직후 질의응답을 통해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안 고수 방침을 밝히는 한편 현행 고교 평준화를 재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열린우리당은 19일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전날 통합교과형 논술 고수와 고교평준화 재검토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 “국민과 교육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정책은 버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병문 제6정조위원장은 이날 개별 논평을 내고 “국민의 세금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국립 서울대가 교육현장의 혼란과 혼선을 초래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서울대 이익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자성해 주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정 총장의 반박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을 비판하기에 앞서 국민 이해와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을 자성하고, 국민의 우려를 세밀하게 분석해 납득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또 “정부 등 외부 기관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간섭해서는 안 되지만, 대학의 학생 선발기준은 최소한 국가가 추구하는 교육 정책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여당은 “본고사 부활은 곧 사교육 조장”,“교육부가 이미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 요강은 절대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대를 압박했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참여정부의 평준화 교육정책은 경쟁도 중요하지만, 협력의 철학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협력해 줘야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갈팡질팡 2008학년도 입시안’ 교육현장 표정

    2008학년도 입시안을 놓고 서울대와 정부·여당이 격하게 대립하는 등 파문이 일면서 일선 고교 교실이 심각한 혼란에 휩싸였다. 교육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대학과 당국간 싸움에 끼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만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을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부르는 고1 학생들은 “결국 우리가 새로운 입시안의 실험 대상이 돼버렸다.”며 낙담한 표정들이다. 명덕여고 1학년 이혜지(16)양은 “입시 준비도 어렵지만 더 견디기 힘든 것은 같은 반 친구들끼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논술이나 수능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몰라 내신 반영비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친구들끼리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뿐더러 함께 공부하는 일도 없어졌다.”고 했다.●학생들 “학교보다 학원 더 믿어” 대일고 1학년 양지훈(16)군은 “입시안이 바뀐다는 말만 자꾸 나오고 제대로 지도해주는 사람이 없어 암담하다.”면서 “지금으로서는 학교보다는 학원의 말만 믿고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기는커녕 사교육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학부모들은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수집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고1 아들을 둔 최모(41)씨는 입시정보를 조금이라도 빨리, 많이 얻기 위해 계획에도 없던 1학년 학부모 대표를 맡았다. 나름대로 전문가 수준의 입시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최씨는 “정부가 서울대 입시안에 제동을 걸어도 통합 논술고사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방학 중에 아들이 논술 기초실력을 다져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논술 학원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역시 고1 아들을 둔 이모(42·여)씨는 아들을 조기유학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는 “둘째 아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외국에서 공부하도록 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교사 “교육정책 불신… 불안한 입시지도” 곤혹스럽기는 일선 고등학교들도 마찬가지다. 강의영 여의도고 교장은 “입시안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아이들이 입시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공부에 대한 열의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면서 “학교로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명문 A고 교사 현모(27)씨는 “학생들의 동요를 막는 게 가장 큰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분위기에 잘못 휩쓸리면 결국 학생들만 손해보기 때문에 교장부터 교육 관련 이슈에 귀를 막고 언론에도 절대 대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지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학원가는 통합형논술반 운영 `발빠른 대응´학원가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다. 고교별 내신관리와 통합형 논술 고사반을 운영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 곽용석 원장은 “어차피 최종적인 입시안은 2007년 3월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학과 과학, 사회와 국어가 혼합된 통합교과형 논술반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기고] 교원평가제,돌파구 찾아라/최원호 한영신학대학교 겸임교수ㆍ명예논설위원

    교원평가제 도입을 두고 교육부와 교원단체가 한치의 양보 없이 서로 제 입장만 주장하다가 교육부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당초 올 9월부터 교원평가를 시범실시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김 진표 교육부총리가 판정패하고 만 것이다. 교원평가제는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학부모 단체를 비롯한 각종 사회단체로부터 적극적인 환호와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는 일부 교원들조차 교원평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교원평가제를 거부할 만한 명분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교원단체는 평가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누구를 평가자로 참여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였고, 궁여지책으로 평가 참여자를 동료 교사로 제한하는 안을 내놓았다. 김 교육부총리 역시 학부모와 학생들에 의한 교원평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교원단체의 주장을 수용하는 선에서 견해 차를 좁혔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어느새 다시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고, 대립이 계속되다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교육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이견을 보여 오던 교원단체가 교원평가제 도입안에 대해서만은 유독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평가제 반대인지 알 수 없다. 이들의 반대서명운동과 단체행동은 교육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전체교원 40만명 중 무려 25만명이나 반대서명에 참여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확실한 ‘힘’을 보여준 데다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에 교육당국은 이들 단체에 다시 두 손 들고 말았다. 교원평가제는 결과적으로 시범실시도 되기 전에 좌초해 온 국민의 교육적 희망이 묵살되고 교육정체성의 혼란만 가중되었다. 교육부가 교원단체의 주장을 수용했다고 해서 이들 단체가 다른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교육 현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번 결정은 교원단체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을지 몰라도 학부모와 학생 및 교직원들로부터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교원단체가 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곧 경쟁사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요, 교육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를 막론하고 평가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력은 없다. 하지만 이번 일로 교원단체만은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임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교원과 학부모 단체가 찬성할 수 있는 진일보된 평가시스템이 도입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일이 결정된 과정 자체는 두고두고 교육정책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교육현장을 피폐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교원 단체의 눈치나 살피고, 이들에게 끌려다녀야 할 것인지, 합의점이 도출된 정책마저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 협의회를 구성하여 교원평가 제도 개선방안을 새롭게 협의한다고 하지만 갈수록 태산이다. 또 다른 대안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입맛에 맞는 평가 방법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이제 교육부는 평가를 위한 평가 도구가 아니라, 교육발전을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도구를 만들어내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최원호 한영신학대학교 겸임교수ㆍ명예논설위원
  • [사설] 교원평가제 흐지부지 안된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교원평가제가 물 건너간 모양이다. 김 부총리는 그제 교총·전교조·한교조 등 3대 교원단체의 대표들과 만나 교원평가제를 ‘학교 교육력 제고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회의가 끝난 뒤 교육부는 7∼8월 교원단체들과 충분히 협의해 2학기에는 교원평가제를 시범실시한다는 기본구상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체면치레용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와 교원 3단체장이 서명한 부속합의서는 합의안을 마련할 때까지 시범학교를 선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교원단체들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교원평가제 실시를 막겠다.’고 공언해온 점을 감안하면 당초 교육부 안대로 교원평가제가 시행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김 부총리가 취임해 교원평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여론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교육현장에 잠복해 있던 온갖 비리가 지난 연말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고 그 결과 학부모들의 인내 또한 한계점을 넘어섰다. 따라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일반은 ‘불량교사 퇴출’과 이를 위한 교원평가제 도입에 절대적인 찬성을 표했다. 심지어 교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조차 3분의2가 넘는 응답자가 불량교사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런데도 교원단체들의 엄포에 밀려 교원평가제를 백지화했으니 순진한 학부모들만 헛물을 켠 셈이다. 김진표 교육부총리에게 쓴소리를 한마디 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벌여 부잡을 떠는 일은 삼가기 바란다. 어설프게 교육평가제를 도입한다고 했다가 철회해 학부모들을 실망시키는 식의 정책추진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질문도 하나 던진다. 교육현장에 존재하는 불량교사들을 놔두고 교육혁신은 어떻게 이룰 것인가.
  • [시론] 논술형 본고사?/이기태 경희대 입학관리처장

    [시론] 논술형 본고사?/이기태 경희대 입학관리처장

    건강하고 경쟁력을 갖춘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의 필요성에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개인 삶의 질이 다양해지고 중요해지는 사회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 많은 의견은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일종의 진화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원론의 적용이 그러하듯 적용에 대한 여건의 적절성 판단이 중요하다.‘잘 가르치기만 하면 됐지 무슨 정책이 필요한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잘 가르친다는 주관적 틀이 입장에 따라 다른 것을 크게 주장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다. 교육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한 여부는 사회적 신뢰가 조성돼 있는 사회인가를 판단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행 교육정책의 고시 및 준용은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에 대한 약속을 포함한다. 수험생과의 정책적 약속인 이른바 ‘본고사 금지’는 현재로서는 지켜야 할 일이다. 문제의 본질은 본고사의 정의다. 과거의 관습적 사고로 보면 본고사는 일반적이지 않은 어려운 문제만 골라서 물어보고, 이를 답할 경우 우수한 학생이다. 인재의 정의를 과거처럼 생각하는 대학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사실을 대학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본고사라는 과거의 이름은 이제는 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배움, 또는 공부라는 행위는 필요한 물건만을 구매하는 행위와는 차이가 있다.7차교육과정의 취지에 적합한 ‘배우기와 가르치기’가 교육현장에서 잘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 암기식과 달리 정형화된 답이 따로 없는 논술식 전형요소는 7차교육과정의 자기주도식 토론학습에서 잘 준비될 수 있다. 변화하는 미래를 향한 교육제도를 완성하는데는 취지를 잘 살리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한 암기식 교육을 탈피하고자 개발한 전국 규모의 수능시험은 결국 사교육 시장의 활성과 획일적 교육방식이라는 문제점을 불렀고, 이를 해결하고자 학생부를 위주로 선발하는 수시제도를 활성화하자 내신 부풀리기라는 부작용을 유도했다. 사실 2008입시제도는 정상적인 고교 교육제도의 완성을 위해 도입된 현행 수시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에서는 일부 고교가 이 제도에 유리한 내신을 갖추려고 정상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신의 상대평가를 요구함으로써 내신의 신뢰를 높이고자 하였다. 한편 상대적으로 의미없는 숫자에 의해 수험생의 능력이 변별됨을 방지하기 위해 수능과 내신의 등급화를 병행했다. 그러나 당락을 수반하는 전형에서는 등급 속의 변별이 필요하여 대학에서는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전형 요소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수시에서 활용되고 있는 면접과 논술이 그것이다. 만일 별도의 전형 요소를 개발한다면 이 역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나마 어느 정도 학생들의 눈에 익은 수시전형 요소를 정시에 활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면접은 제한된 시간에 평가해야 하고 면접관의 주관적 요소에 의해 공평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 때문에 논술을 활용하고 있다. 별도의 새로운 전형 요소를 적용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논술의 상대적 비중은 자동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고교 교과과정 내에서 다뤄지는 내용을 출제하는 것 또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다만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주제의 해석과 이해 또는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논술은 단순히 입시뿐만 아니라, 미래 직업 세계에서 능력을 평가 받는데 중요한 경쟁력이다. 개인주의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객관식 교육을 받은 학생은 주어진 문제의 해결 과정에 합리적 근거와 논리적 구성은 물론 적절한 표현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 의식의 함양에는 나만을 주장하기보다는 다수의 시각에서 문제를 볼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긍정적 사고로 약속을 지켜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이기태 경희대 입학관리처장
  • [사설] 교사 가정방문 학생 위해 필요하다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교사들의 가정방문을 둘러싸고 교육현장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교사 5000여명이 활동 중인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2001년 이후 담임학급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해 오고 있는데, 일부 학교에서는 갖가지 부작용을 이유로 제동을 거는 모양이다. 가정방문이 필요하다는 교사모임측이나 이를 막는 학교측이나 모두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는 있다. 그렇더라도 교사들이 교재연구나 학사업무의 바쁜 와중에도 학생의 가정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교육에 참조하겠다는 것이라면 그 순수한 뜻을 굳이 막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아이들은 교사와 학부모, 나아가 사회의 건전한 성인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자라야 한다. 따라서 교사와 학부모의 만남을 통한 교감(交感)과 상의(相議)는 학생교육에서 꼭 필요하다. 그러려면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학생의 가정생활에 대한 도움말을 얻을 수 있고, 학부모는 교사로부터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귀띔을 받을 수 있다. 지금처럼 학생이 사고를 당하거나 장기결석하는 등의 경우에만 가정방문이 이루어져서는 예방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의 의무적 가정방문은 부조리 때문에 오래 전에 없어졌다. 요즘은 교사들조차 오해받으면서 무리하게 가정방문을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일부 교사와 학부모의 부도덕성이 교육자 전체를 매도하고 위축시킨 탓이다. 하지만 가정방문 문제는 교사의 교육적이고 자율적인 판단에 맡길 일이지, 학교나 교육당국이 지나치게 관여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교사들의 양심과 열정을 믿어야 한다.
  • [사설] 한끼 식사놓고 지문 채취해야 하나

    전북 지역의 15개 중·고교에서 비급식자의 출입을 막기 위해 학교급식소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해 말썽을 빚고 있다. 몰래 밥먹는 학생들을 차단하기 위해 지문을 채취한 교육담당자들의 발상이 놀랍기만하다. 학교 당국은 식당운영에 손실이 발생하는 데다, 학생증은 미소지나 분실의 우려가 있어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지문인식기를 설치했다고 한다. 이런 해명이 더 한심스럽다. 다른 데도 아닌 교육현장에서 도둑밥 한끼 막자고 학생들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창 크는 학생들이 설사 두번씩 먹거나 외부인이 몰래 먹더라도 밥 한그릇 주면 되는 것이지, 지문으로 확인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식당운영에 손실이 있다면 예산을 늘리든가, 안되면 급식학생을 다른 방법으로 가려내면 된다. 학생증을 소지하도록 교육하거나 식권을 나눠 주는 등 얼마든지 교육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학교당국자들이 자기네들 편하자고 한대당 150만원이나 하는 지문인식기를 들여놓고 학생들의 지문을 채취해서야 되겠는가. 일반이나 공사장의 식당에서도 도둑밥을 가려내자고 지문을 찍는 데는 없다. 지문채취는 범죄인을 가려내는 데 사용하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다. 지문이나 홍채 등 개인의 신체정보는 잘못 활용될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한다. 더욱이 신체정보를 저장하고 이용하고 전달할 경우는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최근 인감증명 발급에 지문인식기를 사용한 한 지방자치단체가 시민과 인권단체의 반발로 철거한 예도 있다. 인권단체들이 지문인식기 철거를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학교당국은 당장 사과하고 철거해야 한다.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학교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밥 한끼에 상처받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학교급식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인권을 짓밟는 해결책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학교는 밥 한끼의 따뜻함을 학생들이 배우고 느끼는 곳이어야 한다.
  • [기고] 학교 폭력,교사·학부모 관심에 달렸다/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명예논설위원

    최근 일진회가 알려지면서 학교내 폭력 문제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에서는 폭력신고 건수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신고를 많이 하는 학교와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발상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교사가 인센티브를 목적으로 폭력학생을 신고한다는 왜곡된 생각을 심어주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이것은 화재의 조짐을 감지하여 즉시 대처할 때 곧바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교 폭력을 단순히 또래 아이들의 거친 놀이문화쯤으로 간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것이 폭력서클 활동으로 변질되어 있음을 발견할 때에는 때늦은 후회밖에 할 수 없다. 다른 아이들을 대상으로 금품갈취를 일삼고 폭력행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과격한 행동을 보일 때쯤이면, 교사나 학부모의 통제가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반항심과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심각한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교사와 학부모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아이들의 이러한 이상행동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일까. 이들의 행동이 아무리 주도면밀하다 해도 그것 하나 눈치 채지 못할 리는 만무하다. 교사에게 생활지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부모 역시도 자녀 지도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교사가 교외생활까지 지도하는 것이 이미 불가능하다는 현실임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교사는 교실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행동거지를 통해 이들의 심리적 상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이들이 보이는 부자연스러운 행동과 쫓기는 듯한 얼굴 표정, 긴장감, 언어구사 등을 통하여 충분히 이상행동을 알아차릴 수 있다. 교사는 아이들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부분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행동과 표정으로 전달하는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지니고 있어야 마땅하다. 교과 내용만 잘 가르치는 것이 훌륭한 교사가 아니다.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하여 학습능률과 효과를 증진시키고, 아이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이다. 교사들은 다년간의 교육현장에서 얻어지는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간에 벌어지는 부정적인 일들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문제에 적극 개입해 해결책을 제공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은 필수적이며, 이것은 교사에게 주어진 책임이라 할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아이들에게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한발 다가서는 열정을 갖고 교사로서의 사명을 기억한다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수업시간 중에 이상행동의 조짐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교사가 헌신적인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선다면, 아이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초기에 개입하여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지 않고 교사의 권위를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게 되므로 결국 초기대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교사의 권위를 교실 밖에서 찾으려고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 교실 내에서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을 통해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할 때 교사의 위상은 자연히 세워지는 것이다. 교사의 권위를 내세우는 데 겸손하며, 지금도 어느 교단에서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참교육을 실천하고 있을 선생님들을 떠올리면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명예논설위원
  • [사설] 번갯불에 콩볶기식 학교폭력대책

    요즘 교육당국이 내놓고 있는 학교폭력대책을 보면 원칙이 있기나 한지, 즉흥적 임기응변이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데가 많다. 그제 교육부가 학교폭력 신고를 많이 하는 학교와 학교장들에게 표창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힌 것은 대표적 사례다. 아무리 실적이 중요하지만 포상을 미끼로 스승에게 제자를 신고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설령 포상을 바라고 학생을 신고하는 교사가 있다 한들 제대로 된 교육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현장에서나 통하는 실적주의가 교육현장에까지 침투한 것 같아 개탄스럽다. 물론 교육부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신고창구는 설치했는데 학교와 교사들이 평점 걱정 때문에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니 실태파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됐을 것이다. 그러나 평점이 문제라면 평점제도를 손보면 될 일이다. 학생의 문제를 발견하고 선도한 교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가 있다면 당장 뜯어고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학생을 신고한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교육적 견지에서 잘못됐다.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간 신뢰를 잃고나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처음 일진회 실태가 폭로됐을 때부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처음엔 실체를 부정하는 듯하더니 해체 계획을 밝히고 마침내 황당한 인센티브 제안까지 내놓았다. 교육부는 더이상 번갯불에 콩볶기식 대책을 쏟아내지 말라. 학교내 상담체계부터 시작해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일제소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학교의 신뢰회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책꽂이]

    ●나는 평생 아버지 흉내만 낸다(조정근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 성직자이자 교육자로서 한 평생 ‘사람사랑’을 실천해온 원불교 원로교무 조정근 종사의 체험적 교육현장 이야기. 문제는 청소년이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와 학부모, 사회의 시각과 관점이라고 역설한다.1만원. ●신의 정원, 에덴의 정치학(안자이 신이치 지음, 김용기·최종희 옮김, 성균관대 출판부 펴냄) 영국 풍경식 정원에 대한 미학 이론서. 목가적, 풍경화적 군상들로 이루어진 영국의 풍경식 정원 조성의 내면에 감추어진 이념과 정치적 내막 등을 미학·철학적 관점에서 풀어낸다.2만원. ●다 빈치 코드의 비밀(댄 버스틴 엮음, 곽재은·권영주 옮김, 루비박스 펴냄) 소설 ‘다 빈치 코드’에 등장하는 성혈과 성배, 예수 결혼설, 막달라 마리아 등 논쟁적 비밀들을 고고학자, 신학자, 미술사학자, 과학자 등 46명의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파헤친다.2만 1800원. ●중국 청동기의 신비(리쉐친 지음, 심재훈 옮김, 학고재 펴냄) 중국 고대사의 중요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블랙박스로 평가되는 청동기 역사를 담은 책. 청동기의 기원에서부터 종류와 쓰임새, 문양과 명문, 전파, 문화교류사적 의의 등을 280여컷의 도판을 곁들여 소개한다.1만 7000원. ●세기의 인간(요제프 크바트플리크 지음, 김지영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상처로 점철된 20세기 역사에 온기를 더한 위인들의 삶을 짤막한 전기형식으로 소개한다.‘적십자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리 뒤낭, 나치에 맞서 영원한 자유를 위해 자신을 불사른 한스 숄 등 20인의 헌신적 삶을 담았다.1만 5000원.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김경상 사진집, 눈빛 펴냄) 마더 테레사 수녀에 의해 인도 캘커타에 세워진 ‘사랑의 선교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선교회가 세운 집에서 생활하는 한센병 환자와 정신지체 어린이들, 그리고 이들을 보살피는 성직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2만원. ●한국, 일본국(권오기·와카미야 요시부미 지음, 이혁재 옮김, 샘터 펴냄) 부총리 겸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오기씨와 일본의 지한파 저널리스트인 요시부미 아사히신문사 논설주간의 대담집.‘국가’라는 기본 개념을 단초로 삼아 한국과 일본 사이에 산적해 있는 관심사를 논의한다.1만 2000원.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열화당 펴냄) 영국의 저명한 문명비평가인 지은이가 일상의 한 순간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정지시켜 섬세한 글로 묘사한 책. 살면서 스쳐지나가는 순간들, 수없는 만남 속에서 쉽게 놓치게 되는 감흥과 기억들을 그림을 그리듯 펼쳐 놓는다.8000원.
  • ‘싸이질’ 대신 ‘사이질’로 왕따 퇴치

    전북도교육청 장학사가 ‘왕따 퇴치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교육연수원 김석태(50) 장학사는 최근 ‘사이’로 이름붙인 교우관계 조사 프로그램을 개발,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지적재산권 등록을 마쳤다. 이 컴퓨터 프로그램은 학급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을 한눈에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교사가 인간관계 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학교뿐만 아니라 군부대나 회사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급우들로부터 추출해낸 선호-비선호 설문지를 계량화해 선호-비선호 학생을 구체적으로 판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학생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와 꺼리는 친구 3명씩을 고르게 한 뒤 이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선호도 수치가 ‘0’이면 집단따돌림을 받고 있는 학생으로 볼 수 있다. 또 단짝 이름의 일람표나 단짝찾기 메뉴를 추가해 학생들간 친밀도를 일목요연하게 판독해낼 수 있게 했다. 특히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관계변화를 그래프로 표시,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변화 추이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은 설문내용을 입력하는 데 겨우 10분밖에 소요되지 않아 교사가 2∼3시간 수작업하던 기존의 방법에 비해 시간을 대폭 절약하는 장점 등으로, 현재 도내 50여명의 교사들이 이 ‘사이’를 교육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김 장학사는 “교사가 프로그램을 통해 파악된 따돌림 학생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면서 “예전에는 교사가 학생들과 면담 등을 통해 세세하게 문제들을 파악해야 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계량화를 이용, 이런 단점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교원평가제 거부할 명분없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새달부터 교원평가제를 일부 초·중·고교에서 시범실시한 뒤 내년에는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마련 중인 교원평가 개선안을 보면 평가대상은 교장·교감을 포함한 전체 교원이며, 평가 방식은 간부 교원외에 동료교사와 학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다면평가로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의 목적을, 교사에게 자발적으로 능력 개발의 계기를 줌으로써 전문성을 높이며 공교육의 내실화를 이끄는 데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교원평가제의 도입 필요성에 동의한다. 최근 교육현장에서는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교장을 포함한 교사들이 학부모와 유착해 조직적으로 답안지 조작과 시험지 유출을 하는가 하면 교사 개인이 자식을 재직 중인 학교로 위장전입시켜 성적을 관리해 주었음이 확인됐다. 또 교육계 인사들 스스로 인정하듯이, 이러한 비리가 특정 학교에 한시적으로만 존재했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잠재해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교원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정 개선이 되지 않는 교원은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교육부가 교원평가제를 통해 당장 ‘부적격 교사’를 솎아내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우리도 온갖 비리가 교원평가제 도입만으로 해결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행의 유일한 평가제도인 근무성적평정제로는 교원의 질을 담보하기 힘들기에 새로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이 교원평가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반대 논리를 보면 교육부의 시도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둥 학교 현장이 혼란과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는 둥 본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있다. 교육현장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교원들 스스로에게 있다. 명분 없이 거부하기보다는 새로운 평가제도에 참여해 미비점 보완에 협조하기를 기대한다.
  • [월드 이슈] 교육개혁 몸살

    [월드 이슈] 교육개혁 몸살

    주요 선진국들이 교육 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70∼80년대의 정서를 반영한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교육은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요즘 세상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인격체를 양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정책 전문가들은 교육의 ‘현대화’를 내걸고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생들의 질적 수준 하락도 감안돼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최근 “미국의 고등학교는 폐물이 됐다.”면서 오늘날 필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하는 고교 교육의 전반적인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하지만 개혁에는 반발이 따르는 법. 프랑스에선 고교 졸업 전에 한 번만 치러 온 대학입학 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연중 상시평가 체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교육개혁안에 학생들이 반발하며 거리 시위까지 나서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 佛 대입자격시험 상시평가 진통 |파리 함혜리특파원| 지난달 수차례에 걸쳐 전국적인 시위를 벌인 프랑스 고교생들은 하원 표결을 전후한 1일과 3일에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교육개혁안의 철회와 프랑수아 피용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하원은 2일 찬성 346, 반대 178로 피용 장관이 제출한 교육개혁 법안을 승인했다. 물론 대부분의 찬성표는 집권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의원들로부터 나왔다. 이른바 ‘피용 법안’의 골자는 ▲지식과 경쟁력을 위한 공통 필수과목 이수 ▲한 가지 이상의 외국어 구사능력 확보 ▲컴퓨터 등 정보분야 기술의 습득 ▲초등학교에서의 프랑스 국가(라 마르세이예즈) 습득 의무화 ▲고교 졸업시험 성적에 상시시험 성적 추가 등이다. 이 중 고교생들의 집중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상시시험 성적의 추가 부분. 피용 장관은 당초 2007년부터 바칼로레아의 시험과목을 12개에서 6개로 줄이고, 횟수도 1회에서 연중 수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가 이같은 반발에 부딪혀, 결국 바칼로레아 항목은 삭제했지만 고교 상시평가 시스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피용 장관은 하원 표결을 앞두고 국영 프랑스2 TV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교육개혁 법안을 철회하는 것은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며,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별도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은 교육제도 때문에 교육이 마비된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행 체제는 학생들의 규칙적인 학습과는 거리가 멀어 영·미권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은 시험 방식이 개편되면 과외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이나 지방 학생들이 불리해지며 결과적으로 계급 격차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독립적인 민주화 고교생 연합(FIDL)’의 샤를로트 르 프로보스트는 “피용 장관은 조항을 약간 수정하고, 약간 양보하면서 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개혁안을 완전 철회하고 교육의 질을 개선시킬 추가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상원 심의에 앞서 오는 8일 다시 전국적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lotus@seoul.co.kr ■ 美 낙제학생방지법 4년째 공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미국에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교육 정책을 포괄한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4년째 논란이 되고 있다. ‘NCLB’는 미국 학생의 학력 저하에 위기감을 느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1월 공교육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시행에 들어간 교육 개혁법이다. 이 법안은 저학년, 저학력 학생의 영어, 수학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은 모두가 영어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또 9100개에 이르는 공립학교들은 3∼8(한국의 초·중등)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읽기와 수학 2과목에 대해 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학교 평균 성적이 2년 이상 각 주가 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폐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각급 학교에 대한 연방정부의 엄격한 간섭이 오히려 저학년의 학력을 떨어뜨리는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다는 반발이 생기고 있다. 미 50개주의 주의회 의원 7313명으로 구성된 전미주의회 협의회는 지난달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교사들은 각 주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정한 ‘연도별 적정수준’을 충족시키느라 힘겨워하고 있다.”며 “일단 이 기준을 통과하는 데 지친 교사들은 그 이상의 질 높은 교육을 시킬 의지를 잃게 된다.”며 즉각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올해 초에는 부시 행정부가 이 법이 성공적이었다고 홍보하기 위해 일부 언론인을 ‘매수’했던 사실까지 드러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이었으며 이달 들어서도 의회의 2007년도 예산 승인을 앞두고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과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는 주정부는 이 법이 효과가 없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오히려 교육예산을 삭감해 이 법의 개혁취지조차 퇴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50개 주를 대표하는 전미주지사 협회는 지난달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등학생 10명 중 4명은 대학이나 기업이 원하는 지식과 기술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를 성토했다. dawn@seoul.co.kr ■ 日 초·중생 수업시간 확대 논란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도 초·중등 교육개혁이 진통을 겪고 있다.‘여유(유도리)교육’을 실시한 뒤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지난해 말 나오자 교육 최고책임자가 전면수정 방침까지 밝혔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번복하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77년 이후 학생들을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해방시키겠다면서 ‘표준 수업시간’을 줄곧 줄여오다,2002년에는 주 5일제 수업 실시 등 ‘종합학습’이란 이름으로 전면적인 여유교육을 실시했다. 여유교육은 학생들에게 체험·탐구 학습 등을 시켜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나갈 능력을 갖게 하자는 것이 취지다. 학생들을 지나치게 교실에 잡아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교육당국은 지난해 말 국제학력평가조사 결과 일본 고교 1년생의 독해력과 수학의 학력저하가 드러난 데 이어 초·중학생들의 학력저하도 확인되자 즉각 여유교육의 전면손질 방침을 들고 나왔다. 교육정책의 최고책임자인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조사결과가 나온 뒤 잇달아 초·중 학교의 수업시간을 조정, 국어·수학 등 기본 교과목의 수업시간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또 올 가을까지 주 5일제 수업 부활 등 여유교육의 전면 수정을 시사, 일부에선 폐지론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일선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종합 학습능력 평가를 자치단체 단위로 부활시키려고 하는 등 교육현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모든 학교가 공통시험을 봐 학력을 비교하는 전국 학력시험의 부활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자 일선 교육현장에서 반발도 심해졌다. 학력저하는 학습의욕과 성취동기를 부여하지 못한 사회풍조의 문제일 뿐 여유교육 실시와는 관계가 없다는 논리다. 여유교육의 본격시행 3년 만에 한 차례 순위가 떨어졌다며 소동을 벌이는 것도 근시안적이라고 반발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지난달 “학생들이 여유교육을 통해 하고 싶은 이것저것을 하도록 해야 학교가 싫어지는 어린이가 없어진다.”며 여유교육에 힘을 실으면서 폐지론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나카야마 문부과학상도 지난달 20일 여유교육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급선회했다. 다만 학력향상을 위한 수업시간 증가나 수업 내용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절충점을 제시, 추후 결론이 주목된다. taein@seoul.co.kr ■ 英 대입시험·직업교육 부실 쟁점 영국에선 대학입학 평가시험의 공신력 추락과 직업교육 부실화가 교육개혁의 핵심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관련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14∼19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직업교육 강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의 폐지 요구가 거센 ‘GCSE’와 ‘A-Level’이란 평가 체계는 그대로 둔 ‘땜질 처방’이란 비판 여론이 드세다. GCSE는 중등교육과정을 마치면 치르는 중학교 졸업 자격시험이다. 실업학교가 아닌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수학 등 일부 과목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또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한다. 한편 A-Level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료해야 할 2년 과정의 명칭이자 졸업전에 치르는 고교 졸업 자격시험 겸 대입시험이다. 두 가지 과정과 관련, 그동안 학점 인플레이션과 직업교육 부실이 지적되어 왔다.GCSE에선 본래 ‘A’가 최고 점수였으나 A를 획득한 학생 수가 크게 늘면서 1994년 궁여지책으로 A 위에 A*를 두었다. GCSE를 마치자마자 취업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GCSE 과정이 부실해 근로자의 수학과 영어 등 기본지식이 형편없다.”는 업계의 불만이 증가해왔다.A-Level 역시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높아졌고 시험 신뢰도는 추락해왔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대학들은 아예 자체 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A-Level을 못믿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집권 노동당의 의뢰를 받은 마이크 톰린슨 전 교육감과 교육 평가단은 GCSE와 A-Level을 폐지하고 새로운 평가체계를 만들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이번 개혁안을 통해 GCSE의 수학교육 강화, 대학강의 방식의 A-Level 수준 향상 등을 제시했지만 기존체제 유지를 위한 미봉책이란 반발을 사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문화마당] 원칙을 잊은 세상/강주헌 펍헙에이전시 대표 · 전문번역가

    ‘강의석군, 고교배정방식도 바꿨다!’ 2월 중순 경 한 신문에 실린 표제기사다.‘강의석’. 그 이름만 들어도 흐뭇하다. 학내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그 의지를 몸으로 보여준 정의로운 사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청년의 소식이 처음 우리에게 전해진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접근하는 언론이나 대중의 시각에 아쉬움이 적지 않다. 왜 ‘강의석’이란 청년이 그런 저항을 해야 했겠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법이 피상적으로만 흐른 듯하다. 이 의문에 전교조는 “종교적 신념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적 권리를 앞설 수 없다. 학교측은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지 말고 전향적인 조치를 하루빨리 서둘러줄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라고 학교측에 책임을 돌렸다. 이런 논조는 대부분의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뿌리는 어디에 있었던가? 강의석군이 다녔던 학교의 교육목표와 교육지침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문제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의 근원을 알면 그 해결책도 자연스레 도출되는 법이다. 피상적으로만 생각하면 미봉책이 마련될 뿐이다. 그 고등학교는 교육목표를 “기독교 정신에 기본하여 …참된 국민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고, 교육지표에도 ‘기독교 교육’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기독교계열의 한 대학교는 학부 기초과정에서 4학기 동안 채플에 참석하고 ‘기독교의 이해’라는 강좌를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대학교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일이 고등학교에서는 왜 문제가 되었을까? 바로 선택의 가능성에 있었다. 대학교는 선택해서 들어갔기 때문에 기독교에 관련된 의무강좌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고등학교는 학생의 의지와 상관없이 컴퓨터가 결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대학은 학교 설립의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데 고등학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에 서울교육청은 고등학교 배정에서 학생들의 희망 종교반영률이 지난해보다 6%이상 증가해 63%가 될 것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37%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강의석군과 같은 학생이 다시 생겨난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들이 그어놓은 학군이란 틀에 얽매여 종교의 자유를 짓밟고 있고, 학교의 설립목적을 무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편의주의의 표본이다. 편의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마저 무시되고 있다. 원칙의 무시는 교육현장에서 또 발견된다. 안병영 전 교육부장관이 인터넷을 이용한 수능강의도 원칙을 무시한 교육정책의 하나였다. 수능강의를 통해 사교육을 막겠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우리가 교육부 장관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사교육을 근절할 방법을 찾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을 정상화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그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달라는 것이었다. 사교육을 근절시키면 공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궤변이다. 이런 궤변에서는 무엇 때문에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지 조금도 고민한 흔적이 읽혀지지 않는다. 교육의 원칙을 망각한 때문일까? 원칙을 잊은 결정들이 교육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서 눈에 띈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잊은 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입맛대로 해석하는 정치권도 그렇고, 국토의 균형개발이란 원칙 아래 추진하는 행정수도의 문제도 그렇다. 모든 문제를 원칙대로 결정한다면 그 결정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쑥스러울 텐데 말이다. 강주헌 펍헙에이전시 대표 · 전문번역가
  • [서울광장] 내신 반영 대학에 맡겨라/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내신 반영 대학에 맡겨라/이용원 논설위원

    해마다 대학입시 철이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주위에서 들려온다. 이번 겨울에 들어 가장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대입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도 원하는 대학에 원서조차 내지 못했다는 일종의 ‘수능 괴담’이다. 주로 특목교 주변에서 퍼져나온 이 이야기는 “A고에서 수능 만점이 두명,B고에서 한명 나왔는데 모두 내신 등급이 떨어져 서울대에 지원하지 못했다.”는 식이었다. 교육 당국이 수능 만점자의 존재 여부도 밝히지 않는 터이라 소문의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수능을 만점으로 통과했는데도 국내 대학에 지원조차 못한다면 제도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생각은 들었다. 또 다른 소문은 각 고교에서 내신 성적을 올려주고자 온갖 편법이 횡행한다는 ‘내신 괴담’이었다. 과목별로 ‘수’를 받은 학생이 80∼90%에 이르는 건 기본이요, 교사들이 직접 나서서 특정학생의 성적을 조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들을 때는 ‘설마’하고 귓등으로 흘렸는데 이같은 괴담은 충분히 근거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연말부터 서울의 강동구 B고, 강서구 M고, 금천구 M고 등에서 잇따라 드러난 시험부정은 범법의 주체가 학생이 아니라 교사라는 점에서 정말 충격적이다. 수법도 다양해 담임반 학생의 답안지를 직접 작성해 주고, 자식을 위장전입해 재직하는 학교로 전학시키는가 하면 정답지를 빼돌렸다. 그런데 이같은 교사의 부정행위는 일부 고교에만 있는 일은 아닌 모양이다. 최근에 만난 고교 교사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임을 시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학교에서는 유사한 일을 어떻게 ‘말썽 없이’ 처리했는지를 들려주었다.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는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자료에서 확인됐다.195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한 과목에 ‘수’를 받은 학생 수가 30%를 넘는 학교가 다섯 가운데 하나꼴이었다.1학년을 조사한 게 이 지경이니 입시에 직접 영향을 받는 3학년에서는 성적 부풀리기가 더욱 심할 것이다. 대학입시가 경쟁의 장(場)임은 분명한 만큼 대입에도 객관성·공정성·신뢰성 등 경쟁의 룰은 지켜져야 한다. 현재 대입을 결정하는 주 요소는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이다. 이 가운데 내신은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신뢰를 받을 만하지도 않다. 그리고 내신이 단시일에 신뢰를 회복할 것 같지도 않다. 왜냐하면 내신을 관리하는 궁극적 책임자인 교사들이 부정의 주체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적조작 사건이 잇따른 뒤에도 전교조·교총을 비롯한 어느 교원단체도 이를 반성하고 자정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교육현장이 면모를 일신해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2008학년도부터 수능 비중을 더욱 줄이고 내신 반영을 확대하는 쪽으로 대입제도를 바꾸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대학 쪽에는 고교등급제를 엄금하는 한편 내신반영률을 높이도록 압박한다.‘보통 학부모’들은 반칙이 난무하는 내신제도를 믿을 수 없으니 수능으로 대학입학을 결정하자고 아우성인데 교육 당국은 나 몰라라 하는 꼴이다. 대학입학을 결정 짓는 양대 요소는 학교를 지망하는 수험생과 그들을 받아들이는 대학 당국이다. 학생·학부모와 대학 모두가 원치 않는 내신 반영 확대를 강요하는 것은 교육부가 할 일이 아니다. 교육부의 고집이 계속돼 학부모 반발이 거세지면 현 교육제도의 근간인 고교평준화와 ‘3不정책’도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교육부 스스로 내신 반영률을 대폭 낮추거나, 아니면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순리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송두율 칼럼] 인간자본과 인재(人材)

    [송두율 칼럼] 인간자본과 인재(人材)

    1991년부터 해마다 독일언어 전문가들의 모임인 ‘언어비판적 행동’은 ‘단어 아닌 단어’를 선정하는데,2004년의 최악의 단어로서 ‘인간자본’(Humancapital)을 선정했다. 이 단어는 원래 기업경영에서 직원의 지식, 경험 그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인간자본’은 고객과 조직관리를 근간으로 하는 ‘구조적 자본’과 함께 기업의 ‘지적 자본’을 구성해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어 이 단어가 최악의 단어로 선정되었는가. 인간을 자본증식을 위한 재료나 소재(素材)로서 바라보는 발상은 ‘인간자본’이 물론 처음은 아니다. 산업자본주의 선두주자였던 영국의 19세기 중엽의 노동자의 생활참상을 런던에서 한때 기자로 일하면서 목격한 독일의 작가 테오도르 폰타네도 ‘인간소재’(Menschenmaterial)라는 단어를 이미 사용했다. 런던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그의 동시대인 칼 마르크스도 역시 자본주의의 어두운 모습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이 단어를 구사했다. 이 ‘인간소재’라는 단어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면 ‘인재’(人材)가 된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등치(等値)시킬 수 없는 어떤 의미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인재등용’이니 ‘인재양성’처럼 ‘인재’는 다분히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있는데 대하여 ‘인간자본’이나 이의 원조(元祖)라고 할 수 있는 ‘인간소재’는 주로 경제적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지구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강조되고 있는 ‘인재’의 경제적 의의는 한국사회에서도 중시되고 있다. 이른바 ‘지식기반사회’에서 ‘인재’의 중요한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재벌기업들도 이제는 ‘인재’의 국적조차도 문제삼지 않고 ‘인재사냥’(war for talents)에 나서고 있다. 막스 베버는 동양사회에서 ‘자본주의의 정신’을 발달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요인중의 하나를 동양사회의 인문적인 ‘문화인’에서 찾은 적이 있다.‘선비’가 아마도 이의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서양의 기능적인 ‘전문인’과는 완전히 대립되는 ‘인재’의 이념형이었다.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제 이러한 ‘인재’는 대학사회에서조차 발붙일 틈이 없는 것 같다. 교육은 경제발전에 종속되어야 하고, 대학도 기업체처럼 운영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관철되고 있는 조건에서 위에 말한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는 ‘인재’의 개념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처럼 보인다. ‘인간자본’을 최악의 단어로 선정한 배경에는 분명히 사회전체를 곧 시장으로 여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철학에 대한 강한 비판이 깔려있다. 이에 대해서 ‘인간자본’을 옹호하는 측은 자본과 인간을 결합시킨 이 새로운 개념이야말로 소재라는 물질적 개념에 의거해서 ‘인간착취’나 ‘인간소외’를 연상시켰던 과거의 ‘인간소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지식’의 의미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오늘날의 경제사회에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반박한다. 비물질적인 정보가 주도하는 탈현대적(postmodern)인 사회의 자본과 인간관계를 기존산업사회의 그것처럼 단순하게 보아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이해에도 불구하고 ‘인간자본’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있는 우리의 ‘인재’가 담고있는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 우리의 ‘인재’는 단지 ‘학식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인재’(人才)의 사전적 정의를 넘어 ‘사람이라는 재목’을 키운다는 뜻의 ‘인재’(人材)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교육이 단순히 경제의 종속변수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꼬리를 물고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물론, 온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준 엽기적인 사건들이 이러한 의미전화(轉化)의 당위성을 설명해 주고 있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사설] 실험적인 교육부총리 인선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을 교육부총리에 임명했다. 지나칠 만큼 파격이고, 실험적인 인선이다. 잇단 교육현장 비리 등 현안이 난마처럼 꼬여 있어 신선한 바람은 필요했다. 특히 대학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국가발전을 지속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성공이 담보되지 않는 시도를 연습하듯 해보기에는 교육이 갖는 비중이 너무 크다. 김 부총리 임명에 기대에 앞서 우려를 갖게 하는 배경이다. 교육전문가를 택하지 않고, 경제관료 출신 정치인을 기용한 노 대통령의 의도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시각이 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을 임명하려 했다가 무산된 상황을 의식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정치인이 교육수장에 적격이라는 노 대통령의 논리는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김 부총리는 경제분야에서도 조세전문가로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가 ‘정치인-경제전문가’에 함몰되어 인재풀을 폭넓게 검토하지 못했을 수 있다.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에게 교육부총리를 다시 맡김으로써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난을 비켜가기 힘들다. 김 부총리는 교육·시민단체와 야당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대학개혁을 통해 교육전반을 정상화시키고 미래산업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경제전문가를 기용했다는 인선취지에 충실하길 바란다. 과감한 대학 구조조정으로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대학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경쟁원칙만을 앞세워 중·고교 교육과 대입제도의 근간까지 흔들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김 부총리는 교육을 경제의 하부구조에 두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부터 불식시켜야 한다. 모든 교육정책을 경제·산업적 측면에서만 추진하면 안 된다. 개방·경쟁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시장주의에 치우치면 역작용이 나타난다. 기존 교육정책의 틀을 바꾸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한 추진력을 보일 때 우리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 [사설] 고교성적관리 이렇게 엉망인가

    교육현장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지난 연말 터진 사상 초유의 수능부정 사건이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교사들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일이 잇따라 드러났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는 교사가 담임 반 학생의 시험 답안지를 작성해준 사실이 밝혀졌다. 또 서울시교육청이 어제 발표한 데 따르면 서울시내 일반계 고교 다섯 가운데 하나는 30%를 넘는 학생에게 ‘수’를 주는 ‘성적 부풀리기’를 했다. 답안지를 대신 작성한 교사는 개인적 타락의 표본이요, 성적 부풀리기는 교사들의 집단적인 양심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학 입학이 지상목표가 되다시피 한 교육 현실에서 고교가 입시교육기관처럼 변질되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리고 이를 바로잡아 학교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주체가 바로 일선 교사와 학교 당국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교사들과 학교 스스로 성적의 ‘덫’에 걸려 비교육적인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 답안을 대신 작성한 교사의 경우 그 원인을 본인의 도덕성 결여로 치부하더라도,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이 이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려는 의지를 가졌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은폐 의혹을 받는 학교·교육청 관계자들을 조사해 엄중 문책해야 한다. 성적 부풀리기와 관련해서 서울시교육청은 허용기준과, 위반할 경우의 행정·재정적 징계조치를 발표했다. 허용기준이 다소 높아 교육청이 도리어 성적 부풀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는 있지만, 각 학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학생들의 성적을 정당하게 매겨 학생·학부모 및 사회 일반의 믿음을 쌓아갈 주체는 결국 교사와 학교 당국이다. 엄정한 성적 관리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기 바란다.
  • [사설] 교육부총리 도중하차가 남긴 것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취임 이틀만에 사퇴의사를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의 수용 여부를 오늘 결정할 예정이지만, 수리하는 게 당연하다. 새로운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도덕적 흠결이 해소되지 않는 교육수장을 고집한다면 정부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교육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이번 파문은 고위공직에 나서려는 인사에게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오랜 교훈을 다시 주고 있다. 이 부총리에게 제기된 추가 의혹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장남이 2001년 9월 한국국적을 포기했는데 그것을 최근 알았다는 해명이 석연찮았다. 이 부총리 소유 시가 18억원 상당의 대지에 장남 명의 건물이 그해 10월 등기되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건물신축 비용과 관련해 증여세 포탈 및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이 일었다. 특히 장남이 미국 국적을 가졌으면서 국내에서 대기업에 근무하는 것도 드러났으나 이 부총리는 국내체류 사실을 숨겼다. 이 부총리는 교육·시민단체,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까지 자진사퇴를 촉구했던 상황에서 각종 의혹이 국민이 용납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가 시간을 끌면서 비판이 잠잠해지길 기다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노 대통령이 새해들어 실용주의 기조를 내걸고 한 인사의 결과가 이렇듯 결말이 난 것은 안타깝다. 사의 수리후 후임 인선에서도 실용주의 원칙이 유지되길 기대한다. 개혁성· 전문성과 함께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사를 선임해 또다시 시행착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바로 찾아내는 의혹들을 청와대가 미리 걸러내지 못했던 점은 심각하다. 며칠동안 청와대 참모들이 땜질식 해명에 급급했던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총장 재직시절에는 사외이사 겸직이 허용됐다.”,“이 부총리 재산은 집 한채 정도”,“아들 부동산은 체크 안 했다.”는 등 사실과 다르거나, 무책임한 발언을 거듭했다. 책임을 묻고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 32세 최연소 교장 탄생

    |도쿄 이춘규특파원|올해 일본 프로야구팀을 창설한 인터넷기업 라쿠텐의 부사장을 지낸 32세 젊은이가 일본 최연소 공립중학교 교장이 됐다고 현지 언론이 28일 전했다.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는 내년 4월 신설될 히가시야마다중학교 교장 공모에서 교육사업가인 혼조 신노스케를 선발했다고 밝혔다. 혼조는 68명의 교장 응모자 가운데서도 최연소였다. 혼조는 일본의 공립 초·중·고교 교장 가운데 최연소로 파악됐다. 시 교육위원회는 ‘새로운 교육선진 도시의 창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그에 맞는 혁신적 색채의 중학교 설립을 위해 그를 교장으로 선발했다. 혼조는 선발된 뒤 “압도적으로 많은 공립학교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일본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라며 “타 학교의 모범이 되는 매력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혼조는 게이오대학원을 수료한 뒤 1997년 미키타니 히로시 현 라쿠텐 사장과 함께 엠디엠이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인터넷 쇼핑몰 사업이 주축인 라쿠텐의 전신이다. 이어 1999년 라쿠텐의 부사장이 됐고 2002년에는 비상근 임원으로 물러난 뒤 전국의 교육현장을 방문, 강연하고 교육연수를 조직했다.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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