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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생활(흔들리는 동토 북한:3)

    ◎연변TV방송 몰래 시청/남한사회 실상 잘알아/학생들 노력동원 일쑤… 사금채취까지 시켜/옥수수·도토리로 가정서도 밀주제조 “판매” 북한에서 새 TV는 북한 화폐로 1만4천원,중고품은 5천원 가량을 줘야 살 수 있다.노동자 평균 월급은 50원 정도.무척 비싼 가격이지만 TV를 갖고 있는 집은 상당히 많다. 김경호씨 일가가 살던 회령 등 중국 접경지역 주민들은 바깥사정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중국 연변에서 송출되는 TV방송을 시청하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북한 중앙방송은 인기가 없다.국경 인근 주민들은 창문·문틈을 이불로 가려 불빛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한 뒤 재미있고 다양한 연변방송을 본다.그래서 집집마다 감시하러 다니는 보위부원들과의 숨바꼭질이 매일 밤 이어진다. 회령지역 주민들은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한 기자회견 내용을 잘 안다.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의 진상은 물론 지존파 사건,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 사실도 익히 안다. 김씨 일가는 『주민들은 연변TV와 조선족 방문 등을 통해 남한의 실상을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체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밤 감시요원과 숨바꼭질 북한에서는 중국제를 최고로 친다.북한제 비누는 15∼18원이나 중국제는 30원.하지만 중국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중국제는 남쪽 황해도,강원도에까지 광범위하게 파고들었다.미제나 일제는 거의 알지 못한다. 일반 자녀들은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다.각종 노력동원 등으로 예습·복습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과외공부는 말할 것도 없다.학교에서 수업받는 것이 전부다.회령에 사는 학생들은 방과 후면 농촌으로 가 힘든 노동을 해야 하고,사금채취에도 동원된다.게다가 학교에서는 수시로 고철,파지 등을 가져오라고 숙제를 낸다.노력동원은 인민학교 4년,중학교 6년 내내 계속된다.부모들의 교육적 부담도 크다.사회주의의 장점이라고 내세우는 「무상교육」은 구호일 뿐이다.실습준비물을 빌미로 값비싼 전깃줄,양동이,빗자루 등을 요구한다.그때마다 사줄 형편이 못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진땀을 흘린다.심지어 수업과 상관없는 토끼가죽까지도 1년에 석장을 보내줘야 한다.○중국제 물품 최고로 인식 회령에서 직장에 나가지 않는 가정주부들은 1주일에 세번씩 농사일에 동원된다.또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통해 사상·기술·문화에 대한 교양교육을 받는다.과거 주부들은 대개 직장에 나갔지만 최근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월급은 없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배급표만 주기 때문이다.대신 집에서 술과 떡을 빚어 장마당에 나가 팔 궁리만 한다. 민간인의 술 제조는 원래 금지돼 있다.그러나 식당·분식점은 물론,일반 가정에서까지 너도나도 옥수수·도토리·쌀뜨물 등으로 밀주를 만들어 판다.돈을 벌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기 때문이다. ○한달 한번 목욕도 힘들어 술을 사서 가게에서 먹으면 한병에 45원을 받는다.안주로는 간장을 곁들인 따뜻한 두부가 인기다.가장 값싼 안주지만 이나마 19원을 줘야 한다.그래도 술장사는 잘된다.외상 술을 먹은 가장이 외투를 맡기고 집에 와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가 잦다.술을 많이 먹고 싶은 날 일부러 가장 낡은 옷을 입고가 실컷 먹고 옷을 맡긴 뒤 찾아가지 않는 얌체족이 극성을 부린다. 물사정도 좋지 않고 비누도 없어 청결한 생활은 기대하기 힘들다.당국에서는 목욕은 1주일에 한번,머리는 4일에 한번씩 감도록 권장한다.실제로는 한 달에 한 번 목욕하기가 힘들다. 북한에서는 오랜 사회주의체제를 거치면서 고유의 예의범절이 많이 사라졌다.나이가 서너살 차이가 나도 「야」「자」 반말하기 일쑤다.김씨 일가는 말투·앉는 자세 등 남한의 예의범절이 엄격해 불편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최현실씨는 『남한 생활 40일동안 북한과 너무도 다른 생활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면서 『마치 유치원생이 대학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차남 성철씨는 『북한에서는 그동안 임꺽정을 소재로 한 영화와 TV드라마를 즐겨 방영했지만 지금은 방송하지 않고 있다』면서 『임꺽정을 방영하면 분명히 주민들이 동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과 자주 나눴다』고 말했다.
  • “옷차림은 「인격의 거울」이다”/타이콘 패션연「남자의 옷이야기」

    ◎수트·재킷 등 전체분위기가 멋쟁이 판정/신분상징 구두·모자 등 액세서리도 소개 조끼의 맨 아랫단추는 채우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일까.남성상의의 라펠(Lapel)은 왜 V자 모양이며 사용하지도 않는 단추구멍은 무엇때문에 있을까.남성의 옷차림 문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실용·교양서 「남자의 옷 이야기」(1·2권,타이콘 패션연구소 엮음)가 도서출판 시공사에서 나왔다. 슈트에서부터 재킷,코트,셔츠와 타이,예복 등 남성 옷차림의 기본 항목을 문화사적인 맥락에서 다루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옷을 잘 입는 것과 유행에 따라 옷을 입는 것은 별개라는 관점에서 볼때,이 책은 전자의 입장에 무게를 둔다.경박한 유행흐름을 타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올바로 드러낼 수 있는 「인격의 거울」로서의 옷을 입으라는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멋쟁이라고 일컬어지는 영국 윈저공(공)의 경우,멋쟁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데 비해 옷가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중요한 것은 옷 전체의 분위기를 어떻게 풍요롭게 연출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 책은 먼저 교과서처럼빈틈없는 옷차림은 펭귄이 걸어가듯 부자연스러울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우리나라 남자들은 깃에 심지가 들어간 빳빳한 드레스 셔츠를 즐겨 입는다.또 좋은 넥타이를 제대로 매면 매듭 바로 밑에 홈이 패게 마련인데 이것을 애써 펴 버리려고 한다.넥타이 매듭의 홈이야말로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신사복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정신적 여유공간」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1권이 「신사복문화」를 다뤘다면 2권은 남성 「액세서리문화」에 초점을 맞춘다.이 책은 특히 구두나 모자가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풍부한 실례를 들어 밝힌다.고대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나 종려 잎으로 짠 샌들은 고승이나 귀족 등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신었으며,일반평민들은 맨발로 다녔다.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가죽신발은 일부 양반계층만 신을수 있었으며 상민들은 짚신을 신고 다녔다.그런만큼 신사라면 옷의 격식에 따라 구두의 종류도 골라 신어야 한다는 것이다.모자 역시 마찬가지.공식적인 자리에서 쓰는 「탑 햇」,중후한 미가 돋보이는 「홈버그」,보통 중절모라고 불리는 「페도라」,비공식적인 옷차림에 어울리는 「트릴비」,비가 올때 쓰는 「아이리시 피셔맨 햇」,스포티한 옷차림에 적합한 「드라이빙 캡」 등 다양한 쓰임새에 따른 자기연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남성의 옷입기에 관한 불문율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옷을 알고 입는 것이야말로 「자신감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 도서출판 「자작나무」 대표 최청수(’97 젊은 문화주역:5)

    ◎개방·불황 맞설 「문화첨병」 자임/88년 출판계 입문… 인문교양서 등 300여종 내/“「문화전쟁시대」 살아있는 정보 가꾸기 최선” 만성적인 불황 터널속에서도 「출판입국」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견실한 출판인이 있는 한 우리 출판계의 앞날은 어둡지 않다.도서출판 자작나무의 최청수 대표(38)는 출판종사자야말로 이 시대 「문화의 게이트키퍼」임을 믿는 젊은 일꾼이다. 『우리는 지금 문화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그런만큼 우리의 문화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 「문화영토」를 확장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합니다.그 첨병구실은 물론 지식산업이요 정보산업인 출판이 맡아야지요』 출판의 시대적 소명을 새삼 강조하는 그는 올해는 특히 출판시장 개방의 파고를 헤쳐나갈 각오를 새롭게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8년 「이성과 현실」사로 출발,92년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꾼 「자작나무」는 그동안 인문교양서를 중심으로 300여종의 책을 펴낸 중견 출판사.「마르크스주의 인식론」「생활속의 물리학」「광기와 우연의 역사」「배꼽티를 입은 문화」「인간본성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 등 10여권은 이른바 스테디 셀러다. 『지난해 출간된 「인간본성…」은 대학교재로 쓰일만큼 학술적 성격이 강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6개월째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오르고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어떤 분야의 책을 펴내느냐가 아니라 필자들의 지식을 어떻게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살아있는 정보로 가꾸어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상업 출판물이 범람하는 우리 출판풍토에서 제대로 된 책을 골라 읽기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쉽지않다.시류에 영합해 「급조」된 소설이나 수필집,세상살이의 「왕도」라도 가르쳐줄 듯한 얄팍한 처세술 책,역사적 사실들을 흥미위주로 변색한 「유사」역사서적….우리 출판계는 문자 그대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국이다.「자작나무」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우리 독서문화의 지형도를 바꾸어놓는 것을 궁극목표로 삼는다. 『지난 89∼94년 과다광고에 힘입어 이상과열 조짐까지 보였던 대중서들은 이제 점차퇴조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요.대신 보다 깊이있는 정보와 지식을 담은 전문분야 책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자작나무」는 이러한 시대변화에 따른 문화의 흐름을 반영,인문교양도서 출판사로서의 성격을 한층 강화해나갈 작정입니다』 러시아 국민시인 에센의 시집 「자작나무 아래서」에서 암시를 얻어 「자작나무」로 회사 이름을 지었다는 그는 자작나무처럼 고결한 기품이 느껴지는 책들을 꾸준히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올해에는 찰스 패너티의 「종교의 기원」과 버틀런드 러셀의 「결혼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을 2월중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소설 「아르테미오의 최후」「캠페인」 등 50여권의 책을 펴낼 계획이다.
  • 부대별로 충성다짐(북녘 뉴스라인)

    북한은 새해들어 육해공군 부대별로 군인 궐기집회를 일제히 개최하고 전군의 전투태세 완비와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다짐,『최고사령관 동지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제1근위병·제1결사대가 될것』을 다짐했다. ○무더기 감사문 전달 김정일은 지난해 한햇동안 줄곧 각계각층에서 모범을 보인 사람들에게 감사문 및 표창장·선물 등을 보내는 형식으로 주민들의 환심을 사는 「은덕정치」를 펼쳐왔는데 새해들어서도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과 당 홍보에 모범을 보인 단체·개인에게 감사문을 무더기로 전달했다. ○「계급 교양관」 문열어 북한은 최근 주민들의 반미·반일 교양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계급교양관」을 새로 개관했다고 중앙방송이 8일 보도했다. ○「동계 체육월간」 개막 북한은 지난 7일 평양빙상관에서 체육관계자와 평양시 청소년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겨울철 체육월간(1∼2월)개막식을 열었으며 개막식에서는 평양시 청년동맹 1비서 장용철의 개막사에 이어 피겨스케이팅 시범경기가 진행됐다. ○버섯생산기지종성 북한의 황해북도에서는 최근 90여동의 버섯공장을 건설하고 버섯을 많이 생산하기 위한 투쟁을 힘차게 벌이고 있다고 노동신문 최근호가 보도했다. ○「태양열 온실」 개발 북한은 겨울철에도 「김정일화」를 재배하기 위해 최근 과학자들을 동원,「태양열온실」을 새로 개발했다고 민주조선 최근호가 보도했다.
  • TV드라마의 폭력 중독증(사설)

    올해 첫주 시청률 10위권에 든 TV드라마·외화시리즈·영화 대부분이 폭력을 주제로 했거나 폭력장면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미디어서비스코리아의 이 조사평가가 아니더라도 최근 안방극장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폭력중독증세에 있다할 만큼 심각한 것은 시청자 모두가 알고 있다.새로 시작한 드라마는 아예 조직폭력단이 중요한 줄거리로 등장하고 이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주먹·살인·복수극으로 점철돼 있다.외화시리즈 「로보캅」의 경우 미국에서도 그 사회적 영향에 장기간 논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TV폭력프로그램이 일으키는 반사회적 폐해는 이제 학문적으로도 의견이 정리됐다.특히 관찰학습효과이론의 방대한 조사결과는 폭력적인 환상이 현실에서 공격행동으로 나타나는 실증사례까지 찾아냈다.수십년에 걸친 장기연구에서는 「8살때 다양한 폭력물을 보면 30세에 범법·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의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미국의 영상상업주의가 의도적으로 폭력을 미끼로 상품을 만드는 것은 그것을 보느냐 안 보느냐로 피해갈 수 있다.그러나 공영방송체제에 있는 우리 TV가 폭력에 의존해 시청률을 높이고 이에 더하여 폭력장면을 시청률경쟁도구로 쓰는 것은 단순히 저질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제도의 존재이유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왜 우리는 가족시간대 주말극이나 청소년드라마까지 폭력·외설을 팔아서라도 시청률이나 추구하는 방송제도를 유지해야 하는가.이 문제를 진지하게 따지고 확실한 재선택을 할 때가 되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금 양국 합작으로 미래·협력·교양·교육에 주안점을 둔 문화TV채널을 실험하고 있다.이 채널의 시청자는 목표 자체가 5%미만이다.이 시대는 상상력이 자산이며 자본이라고 한다.이 뜻을 이해한다면 폭력이나 아침저녁 보고 지내는 매체환경을 결코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 북 괴선박 강릉해상 표류/철제 무동력선…군경,조류타고 남하 추정

    7일 상오 10시50분쯤 강원도 강릉시 안인진리 안인해안으로부터 3m쯤 떨어진 해상에서 북한선박으로 보이는 길이 20m,폭 3m의 3t급 무동력 철재 전마선이 발견돼 군과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선박 안에는 「김정일동지의 명령을 받들어」등 문구가 있는 교양노트와 일제 깡통으로 만든 등잔 등 북한선박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실려 있었다. 군경합동신문조는 선박이 무동력선이며 간첩들이 탈출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선박이 너무 커 대남침투용으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합동신문조는 선박에 매달려 있는 끊어진 밧줄로 미뤄 볼때 이 배가 항구에 정박중 밧줄이 끊어지며 표류,남쪽으로 조류를 따라 밀려왔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 「문화유산의 해」와 사회교육/황규호 문화부 부국장급(서울논단)

    올해를 「문화유산의 해」로 정한 정부는 그 조직위원회 주관으로 오는 21일 선포식을 갖는다.지난해 출범한 조직위원회는 이미 사업계획까지 마련해 놓았다.그러고 보면 선포식과 더불어 이 해의 여러가지 활동이 곧 가동할 전망이다.이처럼 올해를 주제가 있는 해로 지정한데는 각별한 사연이 배경에 깔렸다.지난 1995년 우리 문화재 세점의 국제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세계문화유산 등록이 그것이다. 이 해의 무게는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민족 자긍심을 높인다는 쪽에 실었다.그래서 조직위원회는 「민족의 얼 문화유산 알고 찾고 가꾸자」는 표어를 정했다.그 표어가 제시한 내용을 실천하자면 정부가 챙겨야할 일과 국민이 할 일을 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또 민족문화유산과 깊은 관련을 가진 종교도 함께 나서야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현실적으로 짊어져야할 부하는 정부에 더 많이 걸려있다.국민들에게 문화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책무 같은 것도 아직은 정부의 몫이다.무지는 때로 인류문화유산 망실을 재촉했다.중국이 그토록 자랑하는 갑골도 그런 위기를 겪었다.1889년 갑골에서 기록성을 발견하기 이전까지는 말라리아 민약재로 거래된 짐승뼈에 지나지 않았다.뒷날 갑골은 신화속의 은을 역사의 실체로 끌어올린 결정적 자료가 되었다. ○한민족의 자긍심 높여야 우리도 그만은 못하더라도 역시 잘못을 저질렀다.신안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청자가 섬사람들 집 강아지 밥그릇으로 사용되던 때가 있었다.얼마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다.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대대로 내려온 전세품따위의 가보를 엿 바꾸어 먹지 않았던가.그렇듯 헐값에 팔려나간 우리 문화유산들은 약삭빠른 외국인 수장고를 가득 채워주었다. 1906년 초대 통감으로 이 땅에 온 일제침략자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와 고종사이에 얽힌 청자이야기는 사뭇 충격적이다.임금은 일인 침략자가 보여준 청자가 어느시기에 어느나라가 만든 물건인지를 몰랐다고 한다.참으로 서글픈 대목이다.그럴진대 민중의 인식은 어떠했겠는가.오늘날 세계 미술품경매시장에서 우리의유출문화재(유출문화재)한 점에 수십만달러라는 초고가에 팔리는 현실을 본다.민족문화를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한 현상인 것이다. 그래서 민족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기능이 요구되고 있다.이른바 박물관대학으로 흔히 호칭하는 문화재교양강좌의 확충과 활성화를 먼저 떠올려보았다.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강좌를 개설한 대학기관이나 박물관을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지원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그런 정책이 뒷받침 한다면 현재 극소수로 운영되는 강좌가 얼마든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사회교육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이는 민족문화유산 이해계층을 두텁게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기위해 필요한 인적자원 육성인 것이다.우리나라에도 영국 고고학협의체와 같은 민간단체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순수 아마추어 고고학연구자 모임인 이 협의체는 회원활동을 통해 문화유산 파괴위험을 세상에 알리고 구제하는 일을 해내고 있다.국민 모두가 문화재를 향유하는 권리자로서의 자각을 의미하는 활동인 것이다. ○문화재 강좌 활성화 필요 우리가 정부를 세우고 홀로서기를 시도한지도 어언 반세기에 이른다.민족유산에 대한 관심은 좀 뒤늦게 돌려 문화재보호법과 그 시행령은 1962년에 제정되었다.그런 법령이 엄연히 존재했음에도 문화재는 그동안 개발논리에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그래서 관계제도 및 법령정비와 이에따른 운용의 묘를 모색하는 정부의 노력도 이 해에 기대하고 싶은 일이다.
  • 구삼열·전광우·이종욱·권구훈/국제기구 활동 한국인 4명이 말한다

    ◎선진사회 부응할 내적기반 구축 서두를때”/구삼열 유엔 특별기획국장/세계화시대 걸맞는 전문가 양성을 성숙한 선진사회가 된다는 것은 OECD에 가입했다든가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나는 국제전문가의 발굴·양성이야말로 성숙한 선진사회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국제무대에서 우리에 걸맞는 구실을 하기 위해서도 각 분야의 국제전문가를 기르는 일이 시급하다.국제전문가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외국의 전문가들과 다문화적 무대에서 연구·토론할 수 있는 국제적 교양 등을 갖추면서도 국내사정에 통달한 사람을 말한다.이러한 사람들은 쉽게 찾아지거나 길러낼 수는 없다.과감한 인재발굴노력과 장기계획의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첫째,정부기관에서는 고하위직을 막론하고 외부인재를 등용해야 하며 이같은 인재를 「외부인사·타부처 사람」이라고 차별대우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둘째,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정부직원의 외국어및 외국문화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국내에서 교육받은 사람은 몇년씩이고 외국훈련을 시키고 국외에서 교육받은 사람은 국내에서 훈련하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영어 아닌 외국어,즉 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 등을 하는 전문가는 출세 못하는 언어의 지역차별적 인사관행도 속히 시정돼야 한다.셋째,외국에 파견되는 외교관과 다른 공무원들의 근무기간을 특수지역을 제외하고는 최소 4∼5년으로 연장해야 한다.잦은 이동에 따른 소요경비도 많지만 현재의 2∼3년 근무로는 수박겉핥기 정도의 외국근무가 되기 쉽다. 국방부와 안기부는 가능하면 그나라에서 수학한 직원들을 다시 파견관으로 보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타부처 역시 고려해 볼만한 정책이다.그리고 국제무대를 상대로한 인사를 국내인사이동의 편의로만 사용하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넷째,소화할 수 없는 국제적 책무는 피하는게 좋다.우리 정부는 경쟁이나 하듯 여러 국제기구의 이사국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의 신장된 국력으로 자주 당선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그러나 우리는 왕왕 당선 그 자체에 만족,이후에는 해당기구의 정책·예산 등을 연구해 우리의 주장과 견해를 관철시키는 것보다는 상식적 발언 몇번만 하고 그치는 예가 허다하다. ◎전광우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건전한 소비문화로 실속경제 추구 1997년은 우리나라의 정치·사회·경제 각 분야에 걸쳐 어느 해보다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입과 함께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국제수지 적자와 대외부채 증가등 각종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할 상황에 있다.새해를 맞으며 조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떠오르는 몇가지 생각을 우리 국민들과 나누고 싶다. 첫째로 당면한 경제문제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국민적 화합을 통해 해결하는 슬기를 모아야겠다.무역수지의 급속한 악화,특수경기의 변화에 따른 단기적 요인이 있기는 하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 급속도로 변화되고 개방화되어가는 세계경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둘째로 우리 국민 모두에게 어느 때보다도 절제있는 생활이 요구된다.「OECD=선진국」이라는 공식이 없음을 멕시코나 터키와 같은 나라들을 보고 배워야겠다. 과도한 소비생활은 경상수지의 악화요인일 뿐만아니라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높은 저축과 투자를 잠식하는 암적인 존재임을 기억해야 하며 건전한 소비문화를 통해서 거품없는 실속경제를 지향해야 할 때이다.샴페인을 터뜨린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이 샴페인으로 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셋째로 우리나라의 세계화는 결국 소프트웨어­즉 궁극적으로는 정신자세의 문제이다.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는 것중의 하나는 선진국일수록 규칙을 잘 지키며 국민 각자가 작은 일이라도 맡은 일에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대충이 아니고 철저하게 헌신하는 모습이 그것이다.일본이나 독일이 두드러진 예가 되겠는데 직업에 대한 사명의식과 성실도가 결국 그나라의 수준을 장기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백신면역국장/경제적 수준 맞는 국민의식 갖춰야 우리나라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했고 지난해에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국민의식은 어느 정도인가를 생각해 봐야할 때인 것같다.국민의식이 경제수준을 뒤따르고 있으며 선진국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우리의 사회적인 성숙도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인 것같지 않다.선진국은 쉽게말해 누구라도 편하게 느끼고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시설의 편리함이나 경제적인 풍요로움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법과 질서를 잘지키는 일은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선진국으로서 갖춰야하는 기본 요건이다. 내가 살고 있는 스위스는 질서를 잘지키는 나라라고들 말하고 실제 생활해 봐도 그렇다. 스위스가 지금 당장 인구 한사람당 GNP 1만달러 이하의 국가로 전락한다 해도 스위스를 선진국이 아니라고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난하지만 선비집같은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것을 사회의 성숙도라고도 말할수있을 것이다.그리고 경제적인 부나 1인당 국민총생산(GNP)같은 수치로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잣대로 삼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제는 국민의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사회와 개인의 성숙도가 더욱 평가받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그렇게 해서 경제적 수준과 국민의식이 균형있는 발전을 하도록 해야 한다. 누가 봐도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느끼고 평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세계적인 과학자 아인슈타인을 배출한 나라는 사실은 스위스이다. 그정도로 스위스의 교육은 뛰어나지만 대학입시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간다.사회가 어느 한분야에 몰리지 않고 있는듯 없는듯 흘러가는 것이야말로 선진국인 것 같다. ◎권구훈 국제통화기금 연구위원/「추한 한국인」 이미지 개선 노력해야 20세기 초의 초라했던 국력에 비해 한국은 이제 많이 성숙한 사회가 됐다.경제 및 군사력뿐 아니라 문화,교육,민주주의에서도 세계에서 익히 인정받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면 한국에 대한 국제적 인식도 그만큼 높아진 것인가.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우리의 고질적인 언어장벽과 해외 전문지식 결핍이 빨리 극복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의 고양된 관심은 실망으로 바뀔 것이다.예를들어 한국인의 다분히 직설적이고 감정적인 의사표현 방식은 국제사회에서 거부감을 초래할 수 있다.동남아에서 보신관광 같은 이야기도 국제적으로 한국인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사례이다.이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자각과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에 대한 향후 국제적 인식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의사와 마찰이 있을때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많이 좌우될 것이다.물론 한국은 평화,민주,세계화의 보편적 국제추세를 거스르지 않는다.하지만 한국의 이해관계가 국제여론의 주류적인 흐름과 항상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오히려 통일과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있는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는 점차 높아갈 것이다.이러한 도전에 대해 우리 모두 슬기롭게 대처해나가야 한다. 이 과제는 아마도 한국 역사상 겪어보지 못한 새롭고 어렵고 위험한 도전일 것이다.국제사회의 기본 구도는 쉽사리 변모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내전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과격혁명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체포돼 공개처형당한 나지블라 아프가니스탄 전 대통령은 냉엄한 국제사회의 변하지 않는 현실을 국민들에게 뒤늦게나마 알리기 위해 은둔중에도 열강각축을 소재로한 역사소설 번역에 전념했었다고 한다.그의 정치적 공과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의견들이 있겠지만 역사소설 번역작업은 의의가 없지 않다고 본다. 한국도 이제 형식적인 국제위상에 연연하지 말고 내적기반을 다지고 대외관계에서 실리를 다지는데 주력해야 할 때다.
  • 대학과 고시(외언내언)

    찢어지게 가난한 농촌출신 준수가 「서울 유학」끝에 고시에 합격했다.밀양읍내 곳곳에 「우리 고장의 자랑」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고적대가 축하 퍼레이드를 벌인다.잔치판이 벌어진 준수네 집에 군수와 경찰서장등 지방 유지들이 찾아와 축하인사를 건네고 동생들은 중학교 조차 제대로 보내지 않으며 머리좋은 맏형 준수에만 매달렸던 아버지 서복만은 잔뜩 목에 힘을 넣고 『도지사는 인사 오지 않느냐』며 기고만장이다. 70년대가 배경인 TV드라마 「형제의 강」의 한 장면이다.이제 아들이 20대의 판·검사 「영감님」이 됐으니 서복만은 팔자를 고친 셈이다. 서울대가 하나의 커다란 고시학원이 돼가고 있다고 한 법대교수가 개탄하고 나섰다.1만8천명 가량인 학부생의 20%,인문계의 절반이 전공은 팽개친채 사법·행정·외무고시 준비에 전념하고 있어 대학의 순수 학문연구나 폭넓은 교양을 쌓는 학업은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찌 서울대에만 국한된 현상이랴.대부분 대학의 공통적 현상,우리 세태의 한 단면,90년대 한국의 자화상일뿐이다.60·70년대와 달라졌다면 고시 합격자수가 5백명으로 늘어나 너나 할 것없이 판­검사·변호사에의 꿈을 꾸어볼 수 있게 됐다는 점 뿐이다.금년엔 합격자 5백명중 운동권출신이 1백여명이나 된다 해서 화제가 되었지만 고시에의 집착이 정의구현이나 국민에 대한 봉사보다 개인적 출세욕,부와 연결돼 인식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고시 과열」은 사회의 병적현상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마담뚜를 통해 결혼조건으로 수억을 요구했다는,「형제의 강」의 준수가 했음직한 소리를 한다는 젊은 판­검사 얘기를 오늘도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팔자를 고쳐 놓는,정부가 공식으로 신데렐라들을 탄생시키는 그런 시험제도가 세계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또 그 시험이 탄생시키는 율사나 공직자들의 사람 됨됨이,종합적 능력은 차치하고 법률지식,법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은 과연 국제적으로 어느 수준일는지 궁금하다.
  • “젊음은 도전… 경험을 쌓아라”/「제프리 교양강좌」 큰 인기

    ◎숙명여대 미국인 강사… 여고순회 「미래준비」 조언 『「해야한다」 「하라」는 것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좀 더 많은 경험을 스스로 찾아서 하십시오.여러분은 젊고 기회가 많습니다』 파란 눈,노란 머리의 멋쟁이 외국인 강사가 수능을 마친 여고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숙명여대 영어강사 제프리 스티븐 케서렉씨(29·미국인). 제프리씨는 숙대 홍보팀과 함께 지난달 20일 인천 부평여고를 시작으로 울산여고,경주의 근화여고,경주여고 등 4개 여고를 방문해 「외국청소년들은 어떻게 장래를 준비하는가」라는 주제로 교양강좌를 가졌다. 제프리씨의 강의는 여느 인기가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처음 만나면 쉬운 영어로 농담도 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팝송도 함께 부른다.그중 「I Owe You」는 비장의 무기. 어색함이 풀리면 자신의 경험과 함께 미국의 학생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가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한다.영어로만 진행을 하는데도 학생들이 귀를 쫑긋한다.워낙 쉬운 표현을 쓰기 때문에 통역이 필요없다. 서울 대원외고와 숙대에서의 근무경험으로 한국의 고교와 대학의 사정을 잘 알고있다.제프리씨는 『우리나라의 대학이 지나치게 성적순으로 서열화돼 있는 것같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미국도 이런 것이 없는건 아니지만 한국은 한번의 시험으로 대학과 학과가 결정된다』며 『이로 인해 인간 자체가 평가되고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어 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크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여학생들에게 남녀공학보다는 여대에 갈 것을 권한다.여대에서 보다 많은 활동과 도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힐러리 여사 등 미국의 여성지도자들은 대부분 여대를 나왔다』고 덧붙였다.
  • 불황·포르노에 얼룩진 한해/’96 「문학의 해」 결산

    ◎사업표류·내부압력으로 일과성 행사/우화소설류 인기… 대중문학 자리매김 96년은 문화체육부가 정한 「문학의 해」이지만 정작 문단에서는 이런저런 기념행사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채 한해를 무덤덤하게 보냈다. 올해 우리 문학은 외적으로는 출판불황,내적으로 이렇다할 주류없는 다채로운 작품경향이 특징아닌 특징이었다. 우여곡절끝에 닻을 올린 「문학의 해」 사업은 일반인들에게 문학을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기보다 일과성 행사에 그쳤다는 의견이 지배적.근대문학관·번역원 설립 등 장기사업구상도 예산과 부지확보 등에서 아직 표류중이다.이벤트 몇개로 독서인구를 부쩍 끌어올릴 수 없는 문학의 속성,시작부터 민족문학작가회의측의 이탈을 불렀던 배타적 주도권,손바닥 예산을 감안치 않은 무리한 사업구상 등이 맞물려 문학중흥에 별무소용한 「문학의 해」가 됐다는 것. 창작에서는 사회참여 혹은 여성작가들의 섬세한 내면지향 등 주도적 경향이 뚜렷했던 80∼90년대초와는 달리 고만고만한 여러가지 개성들이 혼재(혼재)한 한해였다.구효서의 「비밀의 문」,송대방의 「헤르메스의 기둥」같은 굵직한 서사물이 배수아,송경아 등 신세대 작가들의 글쓰기와 나란히 나왔다.신진작가 김영하씨는 체험이 아니라 상상력으로만 빚어낸 환상소설을 들고나와 한국문학의 오랜 교양소설적 전통에 대들었고 귀신을 불러들인 신경숙씨의 신작작품집은 10만부 가량 팔렸다.콩트만큼 짧은 엽편소설이 유행했는가 하면 최명희씨의 대하소설 「혼불」이 12월 완간돼 대미를 장식했다.영상매체와 급속한 정보화의 협공속에서 문학이 자기자리 찾기를 위해 다채로운 모색을 펼친 증거이며 이는 조만간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이 출판계의 관측이다. 끝을 모르는 불황의 터널속에서도 올해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로는 단연 「아버지」가 꼽힌다.8월중순 나온 「아버지」는 가장의 몰락,명예퇴직 등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넉달간 50만부가 팔렸으며 기세는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우화소설 바람을 업고 상반기 베스트셀러가 된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안도현의 「연어」 등과 함께 「아버지」는 본격소설의 몰락,대중문학의 가능성 등을 암시했다.「아버지」를 펴낸 문이당의 임성규 사장은 『작가와 대중간의 골이 날로 깊어가는 요즘 「아버지」는 독자들이 「눈높이」에 맞는 문학을 갈망하고 있음을 자명하게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올 연말에는 장정일씨가 본격 포르노소설을 표방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펴냈다가 출판사대표의 구속을 불러온 「사건」을 일으켰다.이 일로 성 담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가는 사회분위기에서 문단내부적으로 포르노문학에 대한 기준마련,입장정리 등이 절실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 「지식생산」 교육체제 갖추자/박성수 서울대 교수·교육학(시론)

    우리나라 교육은 경제성장수준에 비해 대단히 낙후되어 있다.만약 현재의 교육수준이 질적으로 괄목할만하게 발전되지 못하면 계속적인 경제성장이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제까지 발표된 것만으로는 경제발전의 새로운 추진력으로서의 기능을 넉넉하게 해내기에 부족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하겠다. 교육이 우리나라 경제,정치,사회,문화 등 여러분야에 걸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전통의 계승·발전이나 선진국기술의 수입·소화·발전이라고 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인간능력과 인간특성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은 지식과 기술의 대량소비체제로 구축돼 있었다.과거에 이룩한 지적 업적은 원래의 생산지가 한국이건 외국이건 거의 무비판적으로 소비만 하는 체제내에서 이루어져 왔다.그 결과 지식의 생산자 특히 외국의 지식생산자들은 쉽게 영웅대접을 받게 되고 그들은 우상으로 섬김을 받는 지적 풍토를 조성해왔다.국내 지식생산자는 푸대접을 받고 생산의욕을 가지기 어려운 형편에 있게 된 것이다. ○외국지식인 과대평가 심지어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연구조차도 외국의 연구자들이 생산해낸 연구물을 더 중시하는 기이한 현상마저도 볼 수 있게 되었다.문제의식,정보와 자료의 수집과 분석,지식과 기술의 관리능력 등이 선진 강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새로운 지식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 실정이다.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 학계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지식과 기술의 생산체제를 바로 잡아 외국의 그것보다 훌륭한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양질의 지식 생산 공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지식이나 기술의 생산과정은 학문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연구실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탁월한 지식생산자들의 일생을 살펴보면 뛰어난 문제의식과 지적 제품에 관한 감각을 아주 어려서부터 발달시키고 있는 것을 쉽사리 관찰해낼 수 있다.가정에서의 양육과정과 학교에서의 초기학습과정은 치명적 타격을 줄 수도 있고 엄청난 생산의욕의 보고가 될 수도 있다.지식을 소비하는 사회일반인의 태도 역시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그래서 지식생산공정을 마련하는 것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체체제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느 하나의 작은 공정단계에서도 결함을 찾을 수 없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식생산공정을 마련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무척 다양하다. 첫째 가정에서 지식의 생산에 필요한 인격과 정서적 능력 그리고 지적 추론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풍부한 교양과 따뜻하고 그윽한 정서적 능력,강하고 지칠줄 모르는 추론의 능력을 기르기 위하여 끝없는 격려와 지식생산과정으로서의 가정교육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가정서도 지적감각훈련 둘째 학교교육을 지식의 생산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재구조화하고 전체적 체계를 새롭게 하는 것이 좋겠다.현재의 교수·학습의 체계에서 이러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지각변동과 같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이러한 혁신이 지닌 혼란·고통을 완화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도를강구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그러나 교수·학습의 과정은 물론 생활지도와 학교행정 등 학교의 전체가 지식생산 중심체제로 전화돼야 하겠다. 셋째 지식의 소비시장이랄 수 있는 사회의 모든 부분은 수입 지식과 국내 생산지식을 비교하면서 국내에서 지식을 체계적이고 효용성있게 생산하는 여건을 조성하고 그러한 생산공정을 마련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어느 정도의 희생과 어려움이 있어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지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고무하는 풍토의 조성이 필요하다.국내연구진에게 세계최고의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는 용기를 길러주는 것은 사회의 풍토와 깊게 관련돼있다. 끝으로 정부는 이제 우리나라가 지식의 소비중심사회에서 생산중심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투자를 과감하게 해나가야 하겠다.초기단계에서 과잉투자라는 비난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식생산중심의 교육체계를 갖추게 될때 우리나라의 교육은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지식생산의 공정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개혁을 통해서 세계인류국가를 건설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을 합해 나아가야 하겠다.
  • 도시근로자 가구 씀씀이 건전해졌다/통계청 3분기 분석

    ◎소득증가율이 소비증가율 첫 상회/외식·교통비 증가세 크게 둔화/교육비는 20.2% 늘어 월 15만원 올들어 처음으로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이 소비증가율을 상회했다.경기하강의 여파로 가계 씀씀이가 건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소득은 2백26만3천7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1%,소비지출은 1백37만2천700원으로 11.2% 증가했다.도시근로자가구의 소비증가율은 1·4분기 14.7%,2·4분기 17.2%로 증가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득증가율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69만300원으로 흑자율이 33.5%로 높아졌고 소비지출이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66.5%로 전년동기대비 1.6%포인트 낮아졌다. 소비구조가 개선된 것은 외식비,개인교통비의 증가세가 둔화된데다 교양오락비에 대한 지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외식비는 14만1천300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2.2% 증가했으나 2·4분기의 증가율 22.7%에 비해 둔화됐다.개인교통비는 10만1천3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했으나 2·4분기의 증가율 56.6%에 크게 못미쳤다.교양오락비는 지난해 특소세인하조치로 높은 증가를 보였던 TV,오디오,피아노 등 일부 교양오락용품에 대한 구입이 줄면서 7만100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2%포인트 감소했다.그러나 교육비는 대학등록금 인상과 참고서,과외 등에 대한 지출이 늘면서 20.2%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 15만2천200원이 지출됐다. 한편 도시근로자의 소득 가운데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대 초반까지는 계속 높아지다 45세 이후에는 재산소득,사회보장수혜 등 기타소득의 비중이 높아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문화 스펙트럼」 1차 9권 출간

    ◎기획 문고 시리즈… 한국문학선 등 7분야 문학과 지성사(대표 김병익)가 올 초부터 기획해온 문고시리즈 「문지스펙트럼」이 첫 결실을 맺었다. 「인문학적 교양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이 시리즈가 다루고 있는 영역은 「한국문학선」「외국문학선」「세계의 산문」「문화마당」「우리 시대의 지성」「지식의 초점」「세계의 고전사상」 등 7개 분야.이번에 1차분으로 황순원 소설선「별」,이성복 시선「정든 유곽에서」,「한국문학의 위상」(김현 지음),「베르그송주의」(질 들뢰즈 지음·김재인 옮김),「지식인됨의 괴로움」(김병익 지음) 등 9권이 출간됐다. 「문지스펙트럼」은 권당 250쪽 내외로,각 분야의 주제에 맞게 배열해 찾아보기 쉽도록 했으며 우리 문화수준에 걸맞은 국내 저작물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김병익·김주연·김치수·홍정선·김태동·성민엽·오생근·정과리·정문길·권오룡씨 등이 책임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김정일,김일성대 사상교육강화 주문(북녘 뉴스라인)

    김정일이 지난 10월1일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50돌을 맞아 교직원및 학생에게 정치사상교양의 강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음이 최근 중앙통신의 보도로 밝혀졌다. ◎광섬유케이블 통신망구축작업 착수 북한은 최근 광섬유케이블에 의한 통신망구축을 위해 동케이블을 광섬유케이블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수해지역 협동농장 내년 농사준비 활발 지난 여름의 수해로 농지가 황폐화된 것으로 알려진 황해남북도지역의 협동농장에서 최근 모판만들기 등 내년도 농사준비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중앙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어린이 사상교육 위한 영화양산 촉구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최근호에서 어린이의 교양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화영화·인형영화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창작기관에 대해 속도전을 벌여 양산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내 조총련 투자기업 모두 76개 지난 84년 북한에서 합영법이 제정된 이후 조총련계 기업의 북한에 대한 투자업체는 모두 76개에 이르며 총계약금은 1억4천7백만만달러에 달한다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최근호가 보도했다.
  • 수능 끝난 고3교실 “텅텅”/파행운영 실태·문제점

    ◎“본고사 없어 수업 필요없다” 거리로… 유흥가로/「특별 지도 프로그램」도 무효… 교사들 지도 고민 수학능력시험을 끝낸 고3 교실이 텅 비었다. 반면 젊은이들이 모이는 대학로 종로 신촌 돈암동 등은 대낮부터 교실을 빠져나온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학교 논술지도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로 논술학원도 만원이다.논술교육은 철저히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수능시험 뒤끝의 이같은 현상은 해마다 되풀이돼 왔지만 올해 특히 두드러진다.대학별 본고사가 없어져 학생들이 수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예년보다 수능시험이 10일이상 앞당겨 실시돼 공백기간이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28일 상오 9시30분쯤 서울 강남지역의 H고등학교 3학년 교실. 전체가 15개 반이지만 이날 학교를 지키는 3학년 학생들을 한 곳에 모으더라도 3개반을 채울 수 없었다.대부분이 얼굴만 내비친 뒤 마음대로 학교를 떠난 것이다.정규수업도 2교시까지 뿐이다. 이 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출석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학교에서특별히 할 것도 없다』면서 『이 때문에 일단 학교에 나와 출석체크만 하면 이후의 일정은 학생 스스로에게 맡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역시 서울 강남의 S고.상오 9시에 등교한 학생들을 1시간 뒤에 돌려보낸다.이따금 논술 모의고사를 보는 것이 전부다.논술공부는 사설학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3학년 양모군(19)은 『학교수업이 부실하고 무성의해 친구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논술학원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하고 『이틀 전에 같은 반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패싸움을 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하오 1시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친구들과 함께 나온 인근 H여고 3년 김모양(18)은 『학교에서 실시한 교양프로그램 중 비디오 시청을 제외하곤 대개가 따분해 친구들과 잡담외엔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인성교육·견학 등을 중심으로 올해 처음 시달한 「수능 이후 특별 면학지도프로그램」도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북 아편농장 10곳 운영/귀순 허창걸씨 부녀 회견

    ◎노동당 운영자금 조달 북한이 최근 외화벌이의 한 수단으로 아편을 재배,국제시장에 밀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7면〉 북한 노동당이 함북 백마고원에 있는 최대규모의 아편농장을 비롯,각 도별로 1개씩 모두 10여개의 아편농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여기서 생산된 아편을 아트로핀·카페인 등으로 가공,「백도라지」라는 상표를 붙인뒤 위장 선박에 실어 공해상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달 28일 큰 딸과 함께 귀순한 전 사로청 속도전 돌격대 군의장(군의관·중좌급) 허창걸씨(47)와 딸 금순양(17)이 11일 상오 서울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혀졌다. 반면 『주민들은 노동자 월급의 4분의 1인 15∼20원을 주고 장마당에서 페니실린을 구해야 하고 주사바늘은 환자들이 서로 빌려 쓰는 실정』이라고 폭로했다. 허씨는 큰 딸만 데리고 귀순한 이유에 대해 『최근 탈북자가 늘면서 압록강 주변의 보위부 감시가 크게 강화되어 어린 자식과 아내를 모두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평북 용남 고등중학교 6학년인 금순양은 『1년에 한달씩 학생들도 혹독한 군사훈련을 받을 뿐 아니라 토끼가죽,구리 등을 할당량만큼 채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흡연,음주,패싸움,부화(연애) 등의 범죄가 늘어나자 「청소년노동교양대」를 조직,비행 청소년들을 적발해 강제노역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지난 94년 귀순한 여만철씨(50)와 딸 금주양(22·중앙대 4년)이 꽃다발을 들고 나와 이들의 귀순을 환영했다.
  • 외계 생명체 과연 존재하나/김영사간 데이비스의 「우리뿐인가?」

    ◎「하나뿐인 인간」에 대한 끈질긴 의문 해부/“우리는 장엄한 우주적 과정의 일부일뿐”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탐사는 그 역사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일찍이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헤로도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우리가 사는 이 세계와 같은 세계,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와 다른 세계 모두 무수히 존재한다.왜냐하면 숱한 원자들이 광대한 공간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우리는 이 세계에서 볼 수 있는 피조물들이 다른 모든 세계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으면 안된다』외계 생명체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최근 도서출판 김영사에서 펴낸 「우리 뿐인가?」(원제 Are We Alone?·이상헌 옮김)는 인류의 가장 오랜 물음 가운데 하나인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학교양서로 관심을 모은다.지은이는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 「현대물리학이 탐색하는 신의 마음」 「우주의 청사진」 「초힘」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과학저술가 폴 데이비스. 외계 생명체 논쟁은 최근 화성의 운석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항공우주국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화성 생명체 발표 이후 새로운 지원을 약속했으며,「화성 글로벌 서베이어」호를 비롯한 우주탐사선들이 잇따라 발사될 예정이다.「외계 생명체 찾기」는 21세기 과학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외계 생명체에 관한 이론적 축적은 현대과학의 성과만은 아니다.그 중심사상은 에피쿠로스,데모크리토스,아리스토텔레스,피타고라스 등 그리스 고대 철학자들의 사유에 뿌리를 둔다.천문학 분야의 경험적 연구가 없없던 이 시대에는 외계에 대한 탐구가 대부분 사색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철학적 논쟁이 성했다.하나의 예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개의 세계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 반면 피타고라스 학파는 지구의 피조물 보다 우수한 존재가 달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그리스·로마시대 이후 서양의 정신을 지배한 기독교적 세계관은 외계 생명체,특히인간과 같은 지능적 생명체가 지구 밖에 존재한다는 가정 자체를 종교의 권위로 단호히 물리쳤다.망원경 등 새로운 관측기구의 등장으로 이같은 흐름은 한층 강화돼 19세기가 끝날 무렵까지 이어졌다.이 책에서는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부정론으로 브랜던 카터의 「인간적 원리」,엔리코 페르미의 「그들은 어디 있는가」,리처드 도킨즈,스티븐 제이 굴드의 「신다윈주의의 우연성」 논리 등이 소개된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끈질긴 탐사노력은 92년 시작된 미국 항공우주국의 대규모 「외계 지능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약칭 SETI)」작업에 의해 커다란 전기를 맞았다.이 프로젝트가 외계로부터 온 전파신호나 메시지를 탐지하는데 성공해 외계의 「형제생명체」를 발견한다면 인류는 혹시 불확실성의 혼돈속에 빠지지나 않을까.이와 관련,데이비스는 우리의 세계관과 가치관,신념체계의 일대 지진을 예고하되 결코 희망의 단서를 잃지 않는다.『외계 생명체의 발견은 과학이 약탈해간 인간의 존엄성을 인간에게 되돌려 주고 인간이 창조의 중심이 아니라 거대하고 장엄한 우주적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결론이다.
  • 「인문학 제주선언」(사설)

    전국 21개 국·공립 대학장으로 구성된 인문대 학장협의회가 제주에서 채택한 「인문학 제주선언」은 심각한 가치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인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선언은 『이성의 회복과 가치의 조화로운 실현을 목표로 하며 학문의 기반이 되는 인문학이 대학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히고 『대학의 학문연구기능은 산업인력을 양성,공급하는 직업교육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충격적 사건은 물질적 성장만을 추구하고 인간 삶의 보편적 가치를 도외시한데서 비롯됐다고 보고 인문·교양교육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대학당국은 물론 정부당국도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이다. 사실 이 선언이 지적한대로 우리 사회에서는 인문교육이 실종된 지 오래다.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인성이나 정서를 살찌울 인문교육은 무시한 채 실용교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교육개혁도 이·공계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대학의 인문·교양교육은 위축돼왔다.이·공계 학과의 정원은늘려주면서 인문·사회계의 정원은 줄이는 정책을 꾸준히 실시해왔고 교육부의 재정지원도 이·공계에 집중됐다. 대학의 교양과목중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순수인문과학은 수강생이 없어 폐강해야 할 정도다.철학개론·문학개론 등이 영어회화나 영작문에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교육부가 권장해온 학부제 또한 대학의 인문·교양교육를 황폐화시키고 일부 비인기학과의 존립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대학이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이라기보다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공급하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실용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된 결과다.그러나 상상력과 윤리의식을 높이는 인문학이 결여된 실용적인 과학기술이란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학문의 조화로운 발전과 우리 사회의 가치혼란을 치유하기 위해서도 인문·교양교육은 강화돼야 한다.
  • “인문·교양교육 강화해야”/인문대학장협

    ◎학문 균형발전 촉구 「제주선언」 전국 21개 국·공립대 인문대 학장들의 학장협의회(회장 성백인 서울대 인문대학장)는 지난 7일 제주대학에서 회의를 갖고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해 인문·교양 교육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인문학 제주선언」을 채택한 것으로 11일 뒤늦게 밝혀졌다. 학장들은 선언문에서 『이성의 회복과 가치의 조화로운 실현을 목표로 하며 학문의 기반이 되는 인문학이 대학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서있다』며 『대학교육의 모든 제도와 과정이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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