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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대 논술 어려워진다/98년도 모의문제 공개

    ◎시사보다 가치관 정립여부 등 측정에 중점/독서범위 넓혀 주관적 시각 보여야 고득점 98학년도 연세대의 논술시험은 97학년도보다 비교적 어렵고 출제시간도 길어진다. 일상적인 문제를 주제로 수험생들의 가치관을 묻는 문항이 출제돼 보다 주관적인 시각에서 답안을 작성할수록 유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득점을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도 중요하지만 제시된 문제에 대한 분석능력과 인식능력도 요구된다. 연세대 민경찬 입학관리처장은 4일 “내년도 논술시험은 수험생들이 풍부한 독서를 통해 교양을 늘리는데 중점을 두겠다”면서 “답의 범위가 정해져 있는 통제형(제약형) 문제보다는 논리적이고 종합적인 사고와 판단을 요구하는 비통제형(발상형) 문제를 출제한다”고 밝혔다. 시험은 계열별로 서술형과 요약형 1문제씩 출제되며 100점만점(서술형 70점,요약형 30점)으로 97학년도에 비해 서술형의 지문 분량과 시험시간이 늘어난다.논술 가중치는 전년도처럼 10%이다. 연세대는 이날 서술형과 요약형으로 된 모의 논술시험 문제를 공개했다. 서술형 문제는 평소 독서를 할 때 글의 핵심을 포착하고 분석,정리하는 습관을 지닌 수험생들에게 유리하다.예컨대 시사성이 강한 문제보다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문제와 ▲수험생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문제 ▲자율적 사고를 요하는 문제 등을 출제한다. 이날 공개된 모의시험문제는 공자와 제자가 삶의 방식에 관해 논쟁한 내용을 지문으로 제시한 뒤 한 주장을 골라 이것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1천500자로 요약하도록 했다. 요약형 문제는 2가지 지문을 제시,두 글의 뼈대를 추려 500자로 비교·분석하도록 요구했다. 한편 연세대는 97학년도와 마찬가지로 전체 모집정원의 10%씩을 논술과 수능성적 우수자로 선발한다.나머지 80%는 학생부와 수능성적,논술,면접을 합산해 정시 모집한다.
  • 피서지 쓰레기가 말하는 것(사설)

    피크에 달한 피서지 소식이 TV로 전해지던 지난주말 우리의 오금을 저리게 한 것은 피서지마다 쌓인 쓰레기와 오염물질들이었다.백사장도 계곡도 온통 피서꾼들이 더럽힌 오물로 썩어나고 있었다.우리사람들이 이토록 생각없고 절제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절망감이 든다. 피서지 오염도 관리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환경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피서를 가는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눈이 있고 귀가 있고 게다가 돈도 조금은 있는 ‘교양층’이다.환경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중대한 일인지를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다.‘놀러다닐 만큼’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므로 ‘생업에 쫓겨’ 공해같은 것을 돌아볼 경황이 없는 계층이 아니다.그들이 외면한다면 무슨 환경정책이 가능하겠는가. 우리보다 수준이 낮다고 일컬으며 우쭐하여 우리가 우월감을 보이는 동남아 어느곳을 가보아도 ‘내국인’이 우리처럼 행락지를 더럽히는 나라는 없다.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다.취사가 안되는 곳에서 밥을 지어먹고 앉은 자리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빠져나오는 행위를 용서하는 나라도 없다.자기집 치장에는 온갖 값비싼 비용을 마다않으면서 공동으로 쓰는 공간은 쓰레기장을 만드는 이 의식을 고치지 못한다면 멀잖아 자기집 안방으로 오물이 넘쳐들어가는 것을 막을 길이 없게 될 것이다. 많은 경우 피서지를 관리하는 기관의 부정과 야비한 상혼 그리고 예측미숙의 부실제도 운영 따위가 복합적인 원인이 되어 이런 결과를 부채질하기도 한다.피서인에게 단호하고 엄격하게 인식시켜 ‘쓰레기 되가져오기 힘들어’피서를 단념할만큼 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많은 환경단체,자원봉사단체,언론의 감시가 총동원돼서 이런 경지가 되도록 협력해야 한다.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선택임을 알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 기여입학제 도입 추진/재경원/대학설립·입학예약제 허용도

    재정경제원은 학교법인이 아닌 기업체나 외국인도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자유화하고 기여금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자율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기업체에 대한 직업훈련 의무제와 고용보험의 직업능력개발사업도 장기적으로 없애고 공공직업훈련기관을 민영화해 민간평가기관이 인정하는 민간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규황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재경원의 연구의뢰를 받아 24일 재경원 주최 ‘21세기 국가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개발체제 확립방안’을 발표했다.이부사장은 “교육훈련제도를 수요자 위주로 바꿔 학습과 일이 효율적으로 연계되는 체제를 구축하는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정원도 일정 요건을 갖추는 이공계 대학부터 시작해 완전자율화하고 전공이수학점과 교양필수 학점에 대한 규제를 없애 학사운영을 학과중심에서 전공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잠재력이 있으면 고교 1학년생에게도 대학 입학을 허가하는 입학예약제를 허용하는 등 입시제도를 완전히 대학당국에 맡기는게 좋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 질서 선진국(외언내언)

    우리는 항용 ‘좋은사람’을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법이 규제하는 경계선까지 가지않고 순리적으로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겠지만 그러나 이말은 “법을 지키는 것이 좋은 시민”이라는 시민관과는 다소 어긋나는 말이다.우리의 실생활에서는 기억하고 지켜야 할 법들이 엄존하므로 법을 “없어도 되는 것”인 태도로 사는 것은 곤란하다.법을 꼭꼭 지켜가며 사는 태도가 질서의 기본이다. 20년 이상 국제기구에서 일하다가 정년퇴임을 한 외국국적의 친지가 최근에 고국을 찾았다가 한 말이 생각난다.“외국살이의 설움이 사무쳐서 고향이 그립던 나머지 늘그막에는 좀 돌아와 살아볼까 하다가도 서울에 와서 자동차 모는 사람들을 보면 정이 뚝 떨어져 돌아서게 되더라”는 것이다.무엇보다도 그 난폭성에 공포감이 들어서 도저히 살아낼 자신이 없었다는 것. 공보처가 우리의 법질서 확립을 위한 의식조사를 했다.거기 의하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선진외국에 비해 준법태도나 기초질서를 지키는 일에서 많이 낙후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그중에서도가장 낙후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교통질서’.응답자의 32.6%가 그렇다고 지적했다.아닌게 아니라 주차위반에서 난폭운전에 이르기까지 자동차들의 질서파괴행위와 무법성은 일상화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것이 “법없어도 사는 사람”을 미덕으로 삼아온 의식때문은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그러고보면 지금의 자동차생활을 주도하는 계층은 학교교육과정은 물론 가정교육에서도,사회교육과정에서도 기초질서 훈련이나 교통질서의 훈련을 접해본 일이 별로 없는 세대다. 고도의 기술력으로 만든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를 수족의 연장으로 전면 활용하게 된 숫자가 1천만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주인공들은 한번도 제대로 된 법과 질서에 대한 교육과 접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간접 교육효과를 낼수 있는 교양교육의 기회와도 접해보지 못했다.교육자원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실행하는 일이 긴요하다.특히 자동차생산이나 보험업 등 관련산업이 그런 노력을 분담해야 한다.각종 시민단체들도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다.남의 탓만하고 자신의 태도는 고치지않는 우리 의식의 순화작업이 특히 급하다.
  • 대학사/이광주 지음(화제의 책)

    ◎대학의 역사 이념과 제도측면서 조명 대학의 역사를 이념과 제도,구조의 측면에서 고찰한 연구서.대학 성립 이전의 고대 그리스·로마의 교육이 순수한 인문주의적 교양에 기반한 ‘파이데이아(paideia)’의 구현에 있었다면 중세에는 카롤링거 르네상스를 이루기 전까지 오랜 교육의 공백기를 겪어야 했다.그러나 장차 대학교육의 밑거름이 될 3학(문법 수사학 논리학) 4과(기하 산술 천문학 음악)의 7자유학예를 정립시킨 카롤링거 르네상스는 카를 대제의 죽음으로 또다시 지적 정체에 빠지고 만다.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지성사에 한 획을 긋는 대학을 성립하게 한 돌파구는 바로 도시의 번영과 이에 따른 시민계층의 강한 자의식이었다. 유럽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대학(1158년)을 비롯해 파리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살레르노 몽펠리 등 중세 대학의 성립은 대학의 자치권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학문하는 이들을 위한 신체적·정치적·법적·경제적인 제특권과 속권이 충돌할 때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강의정지’와 ‘이주’의 권한은 대학의 자치권 보호를 위한 중세대학의 한 특징이었다.지은이는 베를린대학을 학문의 자유를 모토로 근대 대학의 전형을 제시한 대표적인 학교로 꼽는다. 민음사 2만원.
  • 귀신 신드롬(외언내언)

    서양에서 귀신이 가장 많이 나오는 나라는 아마 영국이 아닌가 싶다.이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귀신이야기와 쉽게 만난다.심지어 귀신이 나온다는 집을 순례하는 관광코스도 마련돼 있다.지난 80년대초에는 폭발적인 미신붐이 일어나 점치는 사람이 10배나 늘어나기도 했다.당시 외신은 이를 전하면서 “히피운동에 뿌리를 둔 신비주의와 사회적 불안이 관련된 현상”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곁들였다. 한국은 앞으로 동양에서 귀신이 가장 많이 나오는 나라로 꼽힐 듯 싶다.조금 모자라는 아이 만득이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귀신이야기 ‘만득이 시리즈’가 지난해 아이들 사이에서 대유행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어른들까지 귀신에 쫓기고 있다. TV채널마다 귀신이 판을 치고 영화가에서는 귀신 소재 영화가 4편이나 경쟁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한다.TV속의 귀신은 ‘전설의 고향’같은 프로그램에만 등장하는게 아니라 쇼·교양프로그램까지 종횡무진 누빈다.이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제동을 걸었으나 방송담당자들은 30%가 넘는 시청률에 고무돼 오불관언이라는 소식이다.‘귀신들린 안방극장’이란 표현이 딱 알맞다. 우리 아이들의 귀신과 어른들의 귀신은 다른 것 같다.만득이가 수세식 변기의 물을 내리는 통에 “만득아∼ 아글글글글∼”하고 사라지는 귀신은 썰렁하다.그러나 입시준비에 매달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어른들로서는 따라서 발음하기도 어려운 그 의성어와 함께 상큼하게 해소시켜 준다.그런데 안방극장에 나오는 어른들의 귀신은 상업주의에 오염돼 흉칙한 모습이다. 영국에 미신붐이 일어날 무렵 영국은 극심한 경제불황에 허덕였다.우리 사회도 지금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하다.대선을 앞두고 정치는 갈지자 걸음이고 재벌기업이 속속 쓰러지고 은행파산이 걱정될 정도로 경제는 엉망이다.이런 상황이 끔찍하고 흉칙한 귀신들을 불러오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렇더라도 공중파 방송이 앞장서 대중문화를 귀신신드롬에 빠지게 하는 것은 참으로 곤란하다.
  • 우리역사 움직인‘위대한 한국인’/한길사 인물평전 1차분 4권나와

    ◎원효서 윤이상까지 100명 삶과 사상 조명/철저한 자료조사·현장취재… 완성도 높여 삼국시대의 원효에서부터 현대의 윤이상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한국인물평전 ‘위대한 한국인’시리즈(한길사) 1차분 4권이 나왔다.모두 100권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철저한 자료조사와 현장취재를 병행해 평전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 특징.대상인물은 사상가를 비롯,문학가 음악가 미술가 과학자 종교가 정치가 등 시대와 분야를 망라해 우리 역사의 다층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이번에 선보인 책은 ‘원효’(고영섭 지음),‘허균’(이이화 지음),‘일연’(고운기 지음),‘나운규’(조희문 지음) 등이다. 시리즈 첫째권인 ‘원효’는 민중불교의 대의를 보여준 신라 불교 르네상스기(7∼8세기)의 승려 원효의 승속의 삶을 다룬다.원효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갈라진 마음을 한 마음으로 귀일시키고,다양한 주장을 조화롭게 화해시켰으며,무애의 자유로움을 실천했다.이 책에는 원효가어린 나이에 출가해 60여년이 넘는 법랍을 출가수행자로 살다 혈사로 돌아와 입멸하기까지의 치열한 구도행각이 빈틈없이 담겼다. 허균이 살았던 16세기 말은 유교적 교조주의가 고개를 들고 당론이 심화됐으며 신분제도에서는 서얼금고가 한층 가혹해진 때였다.허균의 ‘홍길동전’은 이같은 봉건체제의 모순과 부당성을 폭로한 대표적인 소설이다.평전 ‘허균’에서는 그의 이같은 저항적 문학정신을 집요하게 살핀다.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시에서도 그는 “명나라 변공의 청치가 있다”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가를 이뤘다.1천500수가 넘는 시를 남겼다.허균은 수사에 치우친 시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글자에 집착해 시의 본래 맛을 잃는 것을 경계했다.따라서 그의 시에는 음풍농월류 보다는 사회개혁 의지가 담긴 것들이 많다. ‘일연’은 독특한 형식으로 된 평전이다.지은이 자신이 직접 일연이 거쳐간 지역을 답사하면서 서술한 기행문형식을 띠고 있다.이 책은 먼저 전라남도 장흥군에 있는 가지산파의 종찰 보림사를 첫 행선지로 삼는다.가지산파는 신라말 선문의 기운이 싹틀 무렵 그 첫번째 뿌리를 내린 곳이다.일연이 속한 산문이 바로 가지산파다.이 책은 일연의 생각을 추체험,고려후기 사회의 문화사를 되짚어보게 한다. 1∼3권과는 좀 색다른 기분으로 읽을수 있는 것이 ‘나운규’다.한국영화사의 개척자로 일제시대의 암울한 상황에서 영화로 민족정신을 대변했던 춘사 나운규.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춘사의 작품은 ‘아리랑’ 하나 뿐이다.그것도 필름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 불과하다.지은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 나운규를 복원해낸다.한국영화사의 신화적 존재인 나운규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추어내 그 역시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간 인물임을 보여준다.현실은 때때로 영화보다 더 극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가난과 혼돈 앞에서 몇번이고 쓰러졌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던 나운규도 단 한가지 피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죽음이었다.폐병과 싸우던 나운규는 1937년 36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서구 등의 경우 인물평전은 고급 읽을거리로 꾸준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평전은 대부분 일부 사상가에 집중돼 있거나 위인전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양극화 양상을 보여왔다.한길사의 ‘위대한 한국인’시리즈는 단순한 개인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읽을수 있게 하는 색다른 차원의 역사교양서로 주목된다.이미 출간된 4권 외에 연말까지 10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
  •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이덕일 지음(화제의 책)

    ◎조선은 과연 당쟁때문에 망했는가 우리 역사학계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조선시대의 당쟁을 통해 조선의 역사를 살핀 교양서.우리는 보통 당쟁을 싸움만 일삼던 조선 사대부의 행각으로 치부하거나,조선 역사의 흐름을 당쟁의 시각에서 들여다보는 일 자체를 식민사관의 소이로 여겨 금기시해왔다.지은이는 ‘조선은 과연 당쟁때문에 망했는가’라는 진지하고도 본격적인 의문을 던지며 가려진 역사의 진실을 밝힌다. 조선왕조 개창이래의 만년 야당 사림파는 집권세력인 훈구파의 수차례에 걸친 탄압,즉 사화를 극복하고 100여년만인 제14대 선조 때에 이르러 정권을 장악한다.그러나 야당 시절 성리학이라는 확고한 정치이념과 학통에 의해 하나로 뭉쳤던 사림파는 이내 동인과 서인으로 나뉜다.집권이 분열로 이어지는 현대 정치사의 숱한 장면들의 한 전형을 이루는 이 동서분당이 바로 300년에 걸친 조선당쟁의 시작이다.이 책은 조선시대 당쟁의 역사를 꼼꼼히 살피는 한편 ‘당쟁망국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다.“당쟁 자체보다는 집권사대부층이 새로운 정치구조에 대한 시대적 요청을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 망국의 원인이었다”는게 지은이의 결론이다.석필 1만원.
  • 김정일 10월 승계 유력/김일성 3주기 이후 북한의 앞날

    ◎체제유지 최우선목표… 정책변화 없을듯/부분개혁·개방… 해외 경제지원 확보 추구 북한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3주기인 8일 이후 곧바로 권력을 승계하기 보다는 올해 10월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서 승계할 것이 유력시되며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정부당국은 전망했다.통일원이 7일 발표한 「김정일정권의 등장과 정책변화 전망」 보고서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권력 승계◁ 김정일의 권력승계 시기는 대미관계 개선 및 경제난 해결 정도,정치적 상징성 등이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노동당 창건일인 오는 10월 10일을 전후한 승계가 유력시 된다.김정일은 수령론에 입각한 유일지배체제 유지차원에서 당총비서직과 국가주석직을 모두 승계할 것으로 보이나 정책실패에 대한 부담 및 건강상의 이유로 헌법을 개정하여 국가주석직을 폐지하거나 그대로 두고 타인에게 양도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정권의 정책추진 방향◁ 세습정권으로서의 정통성 취약 및 경제난으로 인한 체제불안 등 한계적 상황에서 체제생존과 정권의 공고화를 최우선적인 정책 목표로 채택할 것이다.따라서 당분간 기존체제 및 정책노선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사회통제와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할 것이며 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부분적인 개혁·개방조치를 취할 것이다.대외적으로는 대미관계를 중심고리로 한 주변 4국과의 관계증진을 통해 경제지원확보를 추구할 것이다.북한은 이같은 정책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민통제 ▲경제개혁 수준 및 범위설정 ▲대미·대일관계 개선과정에서 한국의 개입 차단 ▲남북한 관계개선에 대한 외부압력 배제 ▲새정권의 독자성 확보문제 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분야별 정책변화◁ 정치·사회적으로는 외부정보의 유입을 차단하고 주민통제를 강화할 것이다.노·장·청 3합구조의 틀을 유지하면서 장년층 군부실세와 전문기술관료들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김정일은 외형상 인덕정치를 표방할 것이나 실제로는 숙청 등 공포정치를 실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경제분야는 소유제도나 가격제도 등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토지사용권’‘독립채산제’‘분조계약제’‘가족도급제’ 등 인센티브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군사분야는 군에 대한 특별배려를 계속하며 권력기반을 강화할 것이다. 대외관계는 대미관계를 중심고리로 생존기반을 마련하고 경제협력 및 원조를 확보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대미관계의 가시적 성과를 거둘때까지는 대일 접근정책과 함께 강경정책을 병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남정책에 있어서는 김정일정권의 안정화에 주력하는 동안에는 대남 적대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당국간 대화는 북한이 상대적 국력열세를 어느정도 극복하기 전까지는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한국의 차기정권 출범 이후 정상회담 개최에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 소설처럼 풀어쓴 구약성서/‘신의 전기’ ‘성서이야기’나란히 출간

    ◎신의 전기­창조와 파괴 두얼굴 가진 야훼 그려/성서 이야기­성서적 지식·신앙체험 절묘한 조화 구약성서를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다룬 교양서가 나란히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의 북 칼럼니스트인 잭 마일스가 쓴 ‘신의 전기’(김문호 옮김,지호)와 일본 작가 이누가이 미치코(견양도자)의 ‘성서이야기’(이원두 옮김,한길사).이 책들은 성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간증서류의 딱딱한 종교서적은 결코 아니다.그보다는 지은이의 문학적 필력과 세계를 통찰하는 역사의식이 도도한 물결을 이루는 거대한 장편 서사시에 가깝다. 야훼 하느님,그는 누구인가.선과 사랑으로 인간을 다스리는 전지전능한 존재인가.아니면 그런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우주의 장난꾼’에 불과한가.이런 물음들로부터 출발하는 마일스는 ‘신의 전기’에서 성서에 대한 기존의 메마른 역사주의적 연구의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는다.성서를 한편의 문학작품으로 다루는 것은 서구 기독교 전통에서 볼때 그다지 낯선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 작품은 성서를 야훼가 등장하는 연극무대로 본다는 점에서 이채롭다.이 작품에서는 야훼라는 주인공이 등장해 창조자,파괴자,전사로서의 변화무쌍한 역을 펼친다.연극의 절정은 야훼와 욥의 심각한 대결장면이다.가슴에 고동이 일고 숨을 죽이게 하는 절정의 순간이 지난 다음 남는 것은 주인공이 물러간 빈 들판뿐.그것은 마치 고도가 없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와도 같다.그러나 그 빈 들판은 이내 인간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덮이고,연극은 종막으로 치닫는다. ‘신의 전기’는 성서 비평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이룬다.지난 200년동안 어느 누구도 지식사회에 군림해온 성서사학의 전통에서 벗어나 성서를 예술작품으로 보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러나 마일스는 이런 역사의 경계를 뛰어넘어 성서를 철학적 상상력이 넘치는 예술작품으로 형상화한다.‘신의 전기’는 지난해 미국의 퓰리처상을 받은 베스트셀러다. ‘성서이야기’는 전세계의 버림받은 기아의 땅을 찾아다니며 기독교 박애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이누가이 미치코의 기독교적 휴머니즘이돋보이는 작품이다.이누가 이는 전전 우익청년 장교들에 위해 암살당해 정당정치의 막을 내리게 한 ‘비운의 총리’ 이누가이 츠요시(견양의)의 손녀.이 책은 구약시대 메소포타미아의 역사와 구약민들의 생활사,각 부족의 집단적 역사,성서에 등장하는 다윗이나 솔로몬 같은 주요 인물들의 삶 등을 다룬다.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인류 최초의 문명권중 하나인 수메르 문화권 출신이라는 점,‘이에는 이,눈에는 눈’이라는 엄격한 법도는 중근동 지역의 관습에 비춰볼 때 파격적으로 완화된 사랑의 형벌이라는 점,그리고 솔로몬 왕의 구리 정제기술 개발 등 흥미로운 사실들을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성서는 태초에서 종말에 이르기까지 창조주이자 구주인 하나님이 그리는 한편의 시나리오다.그런 만큼 선택된 한 민족만을 상대로 하는 구약과 만민을 상대로 하는 신약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이누가이는 구약을 역사의 흐름으로,신약을 ‘오실 이’ 즉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해석한다.그런 점에서 “구약은 신약을 내면 깊숙이 간직하고 있으며 신약은 구약의 완성”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지은이의 성서적 지식과 신앙체험이 어우러진 이 책은 읽는 이들의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틔어줄 의미있는 작품이다.
  • 통계청 발표 96 사회지표

    ◎가구당(미취학 가구포함) 교육비 월평균 33만8천원/“직업­전공일치” 36%… “원하는만큼 진학” 20%/신문구독륙 72%… 주1시간이상 TV시청 96%/독서인구 감소속 만화·잡지 구독량은 늘어나/경제적 부담·시간부족… 여가활동 제대로 못해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4명 정도는 1년간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반면 TV는 1명도 빼지 않고 시청한다.또 자신이 원하는 단계까지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명꼴이며 학교교육이 지식습득이나 인격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사람은 3∼4명 정도이다. 6일 통계청이 전국 15세 이상의 남녀 8만4천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문화와 여가,교육부문을 조사한 「사회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독서보다 TV 및 비디오를 즐기고 문화예술 및 여가활동에는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또 교육체계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가구당 교육비로 월평균 33만8천원을 쓰고 있다. ▷문화와 여가◁ 신문구독률이 72.2%로 10명중 7명이 신문을 본다.경제(28.8%) 문화(16.7%) 스포츠(16.6%) 사회(15.8%) 정치(13.9%) 순으로관심을 두고 있다.93년의 정치 29.6%, 사회 27.5%,경제 15.3% 등과 비교할때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1주일간 TV를 1시간 이상 본 사람은 95.6%이며 평균 시청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남자가 뉴스 스포츠 오락,여자가 연속극 오락 영화 등의 순이다. 독서인구 비율은 63.5%로 92년 64.1%보다 줄었으나 만화나 잡지를 포함한 1인당 연간 평균 독서량은 14.3권에서 16.1권으로 늘었다.교양서적은 4.5권으로 3개월에 한권 읽는 정도이다.반면 한달동안 비디오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44.5%로 93년 36.2%보다 크게 늘었다.그러나 오락용(42%)에만 치중,교육·교양용(7.7%)은 거의 보지 않고 있다. 여가활동은 경제적 부담(39.2%)과 시간부족(29.8%)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작 TV 시청(41.2%)으로 만족한다.해외여행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만 전인구의 6.5%가 다녀왔으나 국내여행은 줄었다.지난해까지 관광으로 해외를 다녀온 사람은 12.8%이다. ▷교육◁ 자신이 원하는 수준까지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20.6%이다.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로는 경제적 형편(47.5%)과 시험실패(12.5%) 부모의 반대(11.5%)등을 들었다. 학교교육이 지식이나 기술습득 또는 생활이나 직업에 효과가 있다는 사람은 3명중 1명 꼴이다.이에 따라 현재의 직업이 전공과 일치하는 사람은 35.7%에 불과한 반면 관계가 없다는 사람은 43.1%나 된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이 전문대학 이상을 가고 싶어한다.좋은 직업(37.9%) 소질 개발(37.3%) 결혼·승진(11.5%)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전공 선택은 본인(87.6%)이 결정하며 부모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는 8.3%이다. 전체 가구의 66.7%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특히 가구주가 40·50대인 경우는 75%가 더욱 심하다.교육비 부담요인은 과외비(62.9%) 학교납입금(30.4%) 유학비(3.4%) 순이다.취학자녀를 두지 않은 가구를 포함한 월평균 가구당 교육비 지출은 33만8천원이며 연령 별로는 50대 가구주가 52만3천원으로 가장 많다.학생 1인당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대학생 48만원 재수생 34만원 고등학생 21만원 중학생 16만원 등이다.
  • 특성화고교는 내실이 중요(사설)

    정부가 내년부터 연예,체육,기술 등 전문분야의 소규모 특성화고교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세칭 일류 대학을 나와야 ‘사람대접을 받는다’는 낡은 사고를 근본적으로 깨는 바람직한 발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기본 취지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부실 고교의 난립,체육·연예 등 특례입학을 위한 편법으로의 변질,상업적 과열 현상 등 예상되는 많은 현실적 문제들을 염려케 된다.따라서 시행 초기부터 그 본래의 취지가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사전 심사와 사후 관리를 해야할 것임을 강조한다. 우리의 고교 교육은 제 기능을 상실,대학 입시학원으로 전락한지 오래다.고교 평준화는 과열 과외를 불러왔고 어학 등의 특수목적고는 ‘대입 특수목적고’로 변질됐다.체육·예술분야 특기생의 특례입학은 과열경쟁에 따른 비리를 만연케 했다. 이 모든것이 ‘인문고­일류대학병’이 낳은 병폐다.두말할 필요없이 세계적으로 독창성과 전문성,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독일에선 특성화 고교를 나온뒤 전문 기술분야에서 실력을 닦아 마이스터 자격을 받으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 이상의 사회적 대우를 받으며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돼 있다.이것이 국가적인 기술·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기 싫은 공부를 일률적으로 강요할 게 아니라 적성과 취향에 맞는 분야에 몰입,즐겁게 연마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다.다만 고교생은 계속 성장하는 연령인 만큼 특성화고교에서도 건강을 위한 체육교육,교양을 갖추도록 하는 인성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또한 앞서 지적한 대로 부실 고교의 난립과 파행 운영을 철저히 막고 양질의 교사를 확보케 한다면 특성화고교는 우리 교육풍토 개선에 획기적 조치가 될것으로 믿는다.
  • 고구려 본기/박영규 지음(화제의 책)

    ◎‘동아시아 북방의 맹주’ 시각서 접근 삼국사기를 비롯한 한국 중국 일본의 사서를 망라해 고구려 역사를 새 시각,새 방식으로 정리했다.‘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과 ‘한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으로 교양역사서의 지평을 넓힌 지은이의 신작이다. 지은이는 고구려 역사를 백제·신라와의 관계에서 보다는 기본적으로 ‘중국 대륙의 국가들과 패권을 다툰 동아시아 북방의 맹주’로 파악한다.따라서 중국에서 한­삼국­위진남북조­수­당에 이르는 수십 국가가 명멸한 700년동안 동이족의 버팀목으로서 우뚝 선 자랑스런 역사를 복원했다. 모든 왕을 중국의 황제와 다름없다고 여겨 예컨대 동명성왕을 동명성제로 표기하는 식으로 본기를 구성했다.아울러 각 본기에 당시의 국제정세와 왕의 치적,가족사항,주요 사건·인물,주변국가 및 민족,세계사 약사,당대의 영토지도들을 넣어 이해를 도왔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흥미롭게 읽도록 쉽게 풀어썼지만 내용은 전문성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학계의 다양한 학설을 두루 소개하면서 자신의 연구성과도 분명히 제시했다. 웅진출판 1만원.
  • 인도 함피:하(세계 문화유산 순례:35)

    ◎자연과 어우러진 거대한 「조각도시」 함피의 비자야나가르 유적군은 독특한 대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한 무더기의 거대한 예술품이었다.눈에 보이는 것은 벌거벗은 바위산 골짜기와 훼손된 사원 뿐이다.그러나 그것이 이뤄내는 조화는 함피를 차라리 섬세하게 계획된 「조각도시」로 여겨도 좋을 만큼 절묘했다. 함피 유적지는 워낙 넓은 지역에 걸쳐 있어 대충 둘러 보는데도 적잖은 품이 든다.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인도산 택시 「앰배서더」를 한대 빌렸다.1950년대 영국의 「모리슨 옥스퍼드」를 모방해 만든 이 차는 비록 구식이었지만 오토 릭샤보다는 한결 널찍하고 빨랐다. 비탈라 사원으로 먼저 차를 돌렸다.16세기 비자야나가르 왕조가 남긴 최고 걸작품으로 꼽히는 유적이다.유장하게 흐르는 퉁가바드라강을 따라 남쪽으로 한참을 달렸다.멀리 희미한 물상이 망막에 잡혔다.대지의 복사열 때문일까.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비탈라 사원의 모습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가물가물했다. ○곳곳에 훼손된 사원/벌거벗은 바위산과 절묘한 조화 마침내 비탈라 사원.장엄한 건축미에 압도된 채 사원안으로 들어섰다.사원 정면의 한 건물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무얼까.사원 관리인에게 물으니 함피의 명소 「뮤직 템플」의 돌기둥에서 나는 소리를 듣기 위해 모여든 것이라고 했다.관리인은 제 나라의 문화를 자랑이라도 하려는듯 안내를 자청했다.『자,여기를 두드려 볼테니 무슨 소리가 나는지 한번 귀 기울여 보세요』 그는 돌기둥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순간 더할나위 없이 청아한 음악소리가 기둥에서 흘러 나왔다.『사,레,가,마,파,다,니,사』(인도의 도,레,미,파,솔,라,시,도)….제국시절 이곳에서 궁중연회가 열리면 악사들은 아무런 악기도 없이 이 기둥을 두드려 음악을 연주하고,무대에서는 무희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고 한다.「뮤직 템플」은 단지 청각만을 자극하지 않는다.그 기둥에 새겨진 조각상의 정교함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비자야나가르 건축예술의 전범을 보여준다. 높이가 3.6m에 이르는 56개의 돌기둥 마다에 새겨진 사람과 동물의 모습은 살아 숨쉬는듯생동감이 넘쳤다.돌기둥에 삐죽 나온 선반격의 받침돌 초엽은 제비처럼 날렵했다.게다가 이 사원 기둥은 하나의 커다란 돌을 깎아 만든 것이어서 신묘함을 더했다. ○비탈라사원 56개 돌기둥은 손가락으로 때려도 청아한 소리 비탈라 사원의 또 다른 주목거리는 앞마당에 있는 돌수레다.이것은 원래 남인도에서 제단에 모셔진 신상이 바깥 나들이를 할때 사용하던 나무수레를 본따 만든 것이다.화강암으로 된 이 돌수레는 비시누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비시누신은 피부색이 검고 노란색의 옷을 입었다고 한다.그리고 네 손에는 각각 곤봉과 소라고둥·원반·연꽃을 들고,「가루다」라는 커다란 독수리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묘사되는 신이다.비탈라 사원의 돌수레는 그 「가루다」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한때는 실제로 굴러 갔다는 이 돌수레는 지금은 멈춰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함피의 유적을 답사하는 것은 곧 성지를 순례하는 것과 같았다.끝없이 이어지는 힌두사원과 종교적 우상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일었다.신에 멀미가 나서 아뜩한 정신을 추스리며 꽤 먼 길을 갔다.폐허가 된 옛 왕궁터를 끼고 남동쪽으로 돌자 지금까지 보던 것과는 색다른 양식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지도를 펼쳐 보았다.이곳이 바로 「로터스 마할(연꽃 궁전)」이었다.「제나나」라고 불리는 작은 성벽 안에 있는 이 2층 건물은 왕이나 군사령관이 묵었던 숙소다.종교적 색채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우선 신선했다. 「로터스 마할」은 함피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유적 가운데 하나다.이 궁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축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로터스 마할」은 인도­사라세닉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매우 복합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궁전을 떠받치고 있는 24개의 사각 기둥들은 화려한 잎사귀 모양의 아치로 연결돼 있어 더없이 위풍당당했다.또 인접한 두 아치 사이의 삼각공간인 스팬드럴(spandrel)에는 원형 돋을새김 흔적이 역력해 환상적인 여운이 감돌았다. 「로터스 마할」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8각형 구조의 천장이다.천장은 둥근 지붕과 평지붕이 엇섞여 이뤄졌다.그 한 가운데에는 고딕 양식의 대사원에서나 볼 수 있는 고창층이 있어 시선을 끌었다.이곳은 치장벽토로 장식한 아치와 띠조각,굵은 동살,까치발,커다란 닫집인 벽감 등이 정교하게 어우러져 있어 비자야나가르 제국의 뛰어난 건축술이 그대로 엿보였다.기둥과 아치는 회교양식을,바닥·천장·배내기·치장벽토 장식 등은 힌두양식을 따랐다.그토록 상극이던 힌두교와 회교가 비록 건축물에서나마 행복한 결합을 하다니….아이러니와 허무로 가득찬 역사를 「로터스 마할」에서 읽었다. 인도­사라센 양식의 진수를 보았다는 뿌듯한 감흥을 안고 「로터스 마할」을 나왔다.먼 발치에서 다시 돌아보았다.건물 동쪽 모퉁이에 결딴난 채 방치돼 있는 돌기둥같은 물체가 눈에 띄었다.여인상 기둥인 카리아티드(caryatid)의 잔해임에 틀림없었다.그곳에는 뒷발로 일어선 「얄리」의 자취도 남아 있었다.「얄리」는 인도의 건축물에 흔히 등장하는 사자 비슷한 가상의 동물이다.비탈라 사원 돌기둥에서도 「얄리」를 만났다. ○왕이 머물던 「로터스 마할」굴은 인도­사라센 건축양식의 진수 함피에 또다시 아쉬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일모도궁이라 했던가.마음을 함피 유적에 묶어두고 차에 올랐다.차창밖으로 보이는 진귀한 풍경이 이국정서를 자극했다.네루가 생전에 즐겨 썼다는 네루모에 허리를 감싸는 치렁치렁한 천 룽기를 걸쳐 입은 남자,바느질 없는 원색의 옷감 사리를 휘휘감고 짓붉은 이마점 빈디를 찍은 여인의 모습이 이채로웠다.또 십자 장대목위에 사탕수숫단을 싣고 가는 소며 더위에 지쳐 혀를 한뼘이나 빼어 물은 개,거무튀튀한 맨발에 발가락지까지 낀 낙타몰이꾼….함피는 언제 보아도 넉넉하고 평화롭고 정겨운 「생명의 도시」였다.
  • 만화같은 세상의 「만화잔치」에(박갑천 칼럼)

    지나간시대 어떤 높은양반이 신문에난 자신의 닮은그림(희화·만화)을보고 화를냈다.사람을 뭘로 봤길래 이리 그렸냐면서.만화란 특징을 부풀려 돋뵈게 하는 점이 초상화와는 다른법인데.만화같은 뼛성이었다고나 해두자. 사람들은 자신의 희화를 대체로 탐탁하게 생각않는 듯하다.버너드 쇼도 그중 한사람.그당시 만화가들은 수염달린 쇼의 얼굴을 즐겨그렸는데 쇼는 시큰둥했다.어느날 기자들에게 게정댄다.『사진은 80%가 당자얼굴이고 찍는 기교는 20%야.그림은 75%가 화가능력이며 본인얼굴은 20%정도고.만화는 어떤가.어린애장난이야.닮은일이 없거든.어느날 친구방에 가서야 날닮은 만화하나를 봤어.참혹해뵈긴 했지만 만화란 저쯤은 돼야한다고 생각했지.한데 그만화가 움직이더란 말야.자세히 보니 거울이더군』.이를두고 넉살좋다고 도리머리칠 일은 아니다.인생을 희화화한 독설가의 면모가 번뜩이지 아니한가. 「옐로 페이퍼」에대한 국어사전의 풀이는 『야비하고 저속한 선정적기사를 주로 다루는신문』.이른바 황색신문이다.영어에서는 옐로 저널(리즘)이라고도 한다.이말이 만화와 관계된다. 지금부터 1백년전 「뉴욕월드」지에 연재된 만화 「옐로키드」의 주인공은 노랑색옷 입은 소년.최초의 색채만화로 인기가 높았다.그러자 경쟁지 「선데이저널」이 그 만화작가 R F 아웃콜트를 빼내간다.부레끓은 「뉴욕월드」는 새작가를 찾아 그만화를 계속 연재했다.자연히 두신문 사이에는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질밖에.인기를 위한 싸움의 핵심이 노랑옷이었기에 두신문은 「황색지」라 불리게되고 그게 오늘로까지 이어져 내린다. 물론 만화에는 시사만화만 있는건 아니다.풍속(역사)만화·가정만화·어린이만화 등이 교양·지식이나 사회상을 내용으로 다루어진다.그건 또 개그만화·SF만화·극화 등으로 그성격을 나눠볼수도 있겠고.오늘날에는 그것들이 동화에 의한 영화·텔레비전 만화로서 뿌리를 넓혀나간다.어린이때뿐 아니라 어른이 돼서까지 즐기게된 사회의 흐름 때문이다.콩켸팥켸 복대기는 이승의 삶이 만화같기에 그런다고 해두자. 「97서울국제만화잔치」가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린다(8월14∼21일).50여개국이 참가하는 이잔치는 우리만화산업의 현주소를 가늠하면서 뻗어날 새로운 길을 내다보게도 한다는 뜻이 깊다.좋은 성과를 기대한다.〈칼럼니스트〉
  • 서울시 시민대학 강행

    내무부는 19일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전국의 지방 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의 복지와 건전한 여가선용을 위한 모든 무료 강좌는 선거법에 따라 선거실시 180일전부터 모두 금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59개과목에 2천3백여명이 참가하는 서울시민대학을 열기로 하고 원서마감을 끝냈다.2기 서울시민대학은 9월에 모집,총선 60일전인 10월과 11월중에 개최할 예정이다.선거 30일 전에는 교양강좌를 열 수 있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4·11총선직전인 2월7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 30일전이라도 일상적인 체육행사와 교양강좌는 허용하되 터무니 없이 값이 싼 선심성 무료강좌만 불허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었다. 한편 서울시 및 25개 구청장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온 저의를 모르겠다』며 강력 대응할 뜻을 비쳤다.
  • 알기쉽게 풀어 쓴 미술교양서

    ◎귀신먹는 까치호랑이­「민화」의 세계 다룬 에세이풍의 연구서/춤추는 죽음­각 시대 작품은 죽음을 어떻게 말하나/내마음속의 그림­고전∼현대 국내외 작가 50명 작품 단상/시대의 우울­런던·파리 등 유럽도시의 문화적 인상 우리는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아름다움과 즐거움,고통 등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미술작품을 보고 느끼는 행위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일상적이고 자연스런 것이어야 한다.그러나 미술은 왜 여전히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일까.미술을 진정한 삶의 동반자로 삼을 수는 없을까.최근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미술교양서들은 무엇보다 그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미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데 역점을 두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귀신먹는 까치호랑이」(김영재 지음,들녘),「춤추는 죽음」(진중권 지음,세종서적),「내 마음속의 그림」(이주헌 지음,학고재),「시대의 우울」(최영미 지음,창작과비평사) 등이 그런 자리를 차지하는 책들.4권 모두 풍부한 시각적 이미지와 쉽게 풀어쓴 글로 일반대중에 다가서고 있는 점이돋보인다. 「…까치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신화와 상징이 담긴 민화의 세계를 다룬 에세이풍의 연구서.이 책은 민화라는 이름이 과연 우리에게 합당한 것인가라는 의문에서부터 출발한다.민화는 일본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유종렬)가 「오오츠에(대진회)」라는 일본의 민속회화에 붙였던 명칭에서 비롯됐다.오늘날 우리가 민화라고 부르는 그림은 17∼18세기 조선에서 흔히 그린 것으로,표면적으로는 당시 중국을 지배하던 청나라의 상징체계를 빌리고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동이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지은이는 이같은 맥락에서 동이문화 즉 한국문화의 원형질을 이루는 민화를 「천인화」라고 부를 것을 제창한다.『하늘의 뜻이 깃들인 이 땅에서 하늘의 기쁜 소식을 누리다가 다시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하늘백성의 소박한 기원을 도장 찍듯 새겨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다.이 책은 민화를 하늘그림,땅그림,사람그림 등으로 나눠 고찰한다. 서구의 중세인들은 수천년 동안 죽음의 품안에서 살았다.그들은 늘 죽음을 생각하며 경건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냈다.죽는다는 것에 너무나 익숙했던 셈이다.그들에게는 죽음에 대항하는 전략으로 수천년 동안 서양문명을 지배해온 기독교 이데올로기인 「부활」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중세가 저물고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 시대에 이르자 죽음은 서서히 야성화하기 시작,마침내 인간에게 공포스런 존재로 변했다.최근 출간된 「춤추는 죽음」은 이처럼 시대에 따라 변천해온 죽음에 대한 관념을 「서양미술에 나타난 죽음의 미학」이라는 일관된 주제아래 살핀다.각 시대의 예술작품이 죽음에 대해 「무엇」을 말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특징.「르브낭(revenant)」「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아르스 모리엔디(ars moriendi)」「에로스와 타나토스」「창조적 멜랑콜리」「바니타스,바니타스…」「죽음의 형태학」 등 25편의 글이 실렸다. 「내 마음속의 그림」은 고전에서 현대까지 국내외 작가 50여명의 작품에 대한 단상을 담은 책.지은이는 천경자의 「생태」에서 자기애로서의 여성애를 발견하며,달리의 「나르시스의 변형」에서는 문명의 심장에 꽂힌 칼을 보고,벤 샨의 「해방」에서는 해방은 고통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끌어낸다.『미술을 생활화하는데 있어 가장 커다란 적은 미술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향한 자신의 정당한 욕구를 억압하는 것』이라는게 이 책의 결론이다.이밖에 「시대의 우울」에는 런던·파리·밀라노 등 유럽 주요도시들의 문화적 인상과 미술관 관람소감 등이 실려있다.시집 「서른,잔치는 끝났다」의 주인공답게 지은이는 이 책에서 미술작품에 대해 설명하기 보다는 시적 감상을 드러내는데 힘쓴다.수많은 렘브란트의 자화상 앞에서 혹은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나 브뤼겔의 「이카로스의 추락」 앞에서 끝없이 참된 자아를 찾아 고투하는 시인의 내면풍경이 재치있는 문장에 담겼다.
  • 축제를 기다리며(송정숙 칼럼)

    메모도 없이 맨손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와 열정적이고 설득력있는 수사학으로 『미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모습은 그가 받고있는 도덕적 의혹같은 것을 뛰어넘게 한다.은발의 노신사 슈미트 전 서독총리가 8순의 노인이라기에는 너무도 맑은 총기와 온화한 친화력으로 통일시대를 대비한 충고를 들려주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지성의 빛나는 분위기는 그것만으로 축복이다.우리도 언젠가는 옛시대의 정치적 묵은때를 벗고 탄탄한 지적무장을 한 지성을 정치지도자로 가지게 되기를 고대해 왔다. 요즈음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이 아침 저녁으로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다.비명을 올리며 쓰러지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생업이 어려워 마음들이 스산해서 대권경쟁자들이 이렇게 설치는 일에 고운눈이 안가는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나라를 잘 다스려보겠다』는 다짐으로 머리를 조아리는 그들을 이모저모 훑어보며 저녁시간을 보내는 일은 무의미하지 않다. 특히 여당의 경선후보는 너무 여럿이어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난립의 혼선이 걱정이고 마침내 이전투구의 모양을 띨터인즉 큰일이라는 것이다.『용은 커녕 지렁이도 안되는』후보가 키재기를 한다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여론주도층은 물론,이제는 대중의 비평안도 어찌나 발달했는지 무작위로 들이대는 마이크앞에서도 당당하고 준열하다.이 똑똑한 국민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전까지 여당의 이런 경선모습을 구경하리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었다.우선 여야간에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나도 한번 나서보겠소』하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도 「어른」의 한말씀이면 기가 죽어 물러나는 「가부장」적 구도의 경선이 더러 있었을 뿐이다.고작해야 재수에 재수를 거듭하며 「용못된 한」을 벼르는 우두머리를 둘러싸고 들러리서는 유사경선을 보았을 뿐 완전한 자유분위기에서 제각기 달리는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국민 비평안목 높은 수준 여론도 적응훈련을 미처 못했을 것이다.여론은 오히려 마지막에 가서 실세가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결판나는 방식의 후보지명방식을 쓰지말라고 진작부터 경고했었다.지금은 그일을 까맣게 잊은듯 「난립」을 비아냥거리고 있다. 아뭏든 우리에게는 처음인 이 경선후보들의 토론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괜찮다.공화정의 광장정치를 뿌리로 가진 서양사람들처럼 풍부하고 자연스런 제스처가 동반된 감동적 연설에까지는 아직 못갔어도 복모음 발음이 잘 안되거나 술부가 긴 문장을 읽는 일이 서툴러 듣는 이를 불안하게 하는 경선후보는 없어 보인다.여러 수를 거듭하여 논리도 억양도 싫도록 들어 기억하고있는 기성도 아니어서 신선하고 들을 맛이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여 건국한 대통령,경제발전으로 민족의 삶을 개선한 대통령,단임실현으로 독재의 고착화를 극복한 대통령,시민의 민주혁명을 수렴한 대통령,문민정부를 출범시켜 정치개혁을 이룩한 대통령……』ㅡ.보수주의를 표방하지않는 후보라도 전직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당당하게 전개할 수 있는 콤플렉스가 없는 세대들이다. 게다가 첨단장비의 연출이 볼거리를 더욱 다양하게 한다.주자의 아내들을 영화배우처럼 클로즈업시키는 대형화면,토론자의 배당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사회 데스크의 「특수장치」,재미있고 새로운 소도구들이 동원되고 있다.이런 대선산업의 특수도 일고 있는 것이다. 부인들은 또 어떻게 그리 기품도 있고 교양도 있어 보이는지 첨단기기의 영상에 투영되기에 어색하거나 모자라보이는 사람이 없다.대선주자의 아내쯤 되면 이만큼은 세련되는 모양이다. ○투명·당당한 경선이 되길 「무슨무슨 심」의 권위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대선시간표대로라면 이런 것은 즐길수 없었을 것이다.『용은 커녕‥』이라는 비아냥도 좀 성급한 일이다.동구앞 수심깊은 연못에서 천년묵은 영험한 구렁이가 여의주를 물고 하늘에 오르는 전설속에서 용은 태어난다.용이란 승천의식을 치러야 비로소 되는 것이지 처음부터 용으로 태어나지는 않는다.대선을 꿈꾸며 『나도!』를 표명한 상태의 경선주자들은 아직은 「용」이 아니다.그중의 하나가 용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처음부터 모두를 「용」으로 부른 것은 언어의 인플레였다.그러니 『지렁이 운운』의 폄하는 부당하다. 그러나,그러나 꼭 한가지 걱정은 남는다.투명하고도 당당하고 깨끗하게 진행되는 축제로서의 대선이 끝끝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일이다.경선결과에 불복하여 밖으로 튀어나가 볼썽사나운 짓을 벌이는 일 같은 것은 안보았으면 좋겠다.고품질의 아름다운 기술력에 준하는 이벤트로 끝끝내 즐길수 있었으면 좋겠다.영상을 달구는 토론의 열기에 취해가며 유권자가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일이다.
  • 두권의 한시 에세이집 낸 수필가 심영구씨

    ◎“시를 안다는 것은 선비의 필수덕목”/이규보·임제·이백·두보 등의 80여편 풀이/감각적 대중문화에 빠진 젊은층에 교훈 『일찌기 공자는 「시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우리나라에서도 옛부터 사람을 평가할 때 「시서예악 진군자」라고 해서 시는 선비가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었습니다.이처럼 시가 생활을 지배했으니 시를 알지 못하고서는 교양인 대접을 받지 못했던 거지요』 서울시교육청 교육위원으로 재직중인 수필가 심영구씨(62)가 2권의 한시 에세이집 「눈물로 베개 적신 사연」(한국편)과 「그리움에 잠못이룬 사연」(중국편)을 펴내 화제다.감각적인 대중문화에 빠져 우리 고유의 혼을 잃어가고 있는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우리의 정신적 뿌리를 일깨워 주고싶다』는게 그의 의도.도서출판 문학관에서 출간된 이 책은 무엇보다 딱딱한 교과서적 해설에서 탈피,7·5조의 민요조를 토대로 우리말로 옮겼으며 「시적 교훈」이 담긴 테마에세이를 싣고있는 점이 돋보인다. 하나의 예로 그는 「난향」이라는 작자미상의 우리나라 한시에 대한 글을 통해 친교의 법도를 일러준다.『곱씹을수록 그윽한 향이 풍겨나고 여운이 있는 것을 가리켜 난향기청이라고 합니다.사람도 그 경지에 이르려면 심지를 바르게 하고,가을달 같은 품격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해요.향란유인조라고 했던가요.난초의 향기는 종종 은사의 지조에 비유됩니다.처음엔 잘 몰랐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정이 깊어지는 친구를 난우라고 하지요』 요컨대 인간의 겉모습보다는 가려진 심향과 심덕에 가치를 두고 사람을 사귀라는 것이다. 지난 8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심위원은 「이매망량전」「물 아래 뜬 달」 등 문학수필과 「본1 알자」 등 전고에세이를 잇따라 발표,작가적 역량과 한문적 소양을 인정받아 왔다.이번에 펴낸 한시 에세이에서는 이규보·임제·최경창·정지상 등 우리나라 문인과 이백·두보··두목·소응·정호·조식·장위·가도·장계·고적·고병 등 중국 시인들의 작품 80여편을 원시의 정감을 살려 풀이했다. 『옛날에 금강산 바로 아래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무꾼 노인이 죽을때까지금강산 구경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금강산 밑에 살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산에 오를수 있다고 미루다가 끝내 오르지 못하고 만 것이지요.한시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비슷한데가 있는 것 같아요.중국의 한자문화권과 너무 밀접한 연관을 맺어 왔기 때문에 오히려 한시를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시는 인문적 교양의 원천』이라는 그는 『입시교육에 치여 인본교육이 희생당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나미 리츠코 교수의 「사치향락의 중국사」

    ◎사치·향락 역사의 역설적 깨우침/은 주왕∼청 서태후의 방탕과 몰락 조명/정사감각 마비 일부층 과소비에 경종 절세 미녀 달기를 옆에 끼고 충신 비간의 심장을 도려낸 주지육림의 원조 주왕,국가 세입의 6분의 1을 생일잔치에 쏟아 부은 서태후의 사치벽,마약복용과 선문답으로 날을 지샌 육조시대의 오렌지족 하안….중국사의 한 단면을 이루는 사치향락의 전례를 집중 조명한 역사교양서 「사치향략의 중국사」(이은숙 옮김)가 도서출판 차림에서 나왔다.지은이는 중국문학 전공학자인 이나미 리츠코(정파률자,국제일본문화센터 교수).전문학자의 글인 만큼 쉽게 풀어쓴 역사물이 범하기 쉬운 「사실성의 오류」를 허락치 않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그들의 스케일만큼이나 엄청난 과소비와 사치의 행태를 발견할 수 있다.황제로부터 귀족과 상인,「사치의 블랙홀」인 환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벌인 사치향락 행각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재물의 힘으로 가능했다.때문에 그들의 사치향략은 물질에서 시작해 물질로 끝났다.그러나 송대의 문인 소동파처럼 물질지향적인 사치를 외면하고 해방감으로 가득찬 정신적 사치를 추구한 사람들도 있다.일탈의 정서를 특징으로 하는 이같은 「지적 사치」는 세상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는 지식인들의 자유분방한 기백으로 표현된다. 중국 역사상 절대권력을 손안에 거머쥔 천자가 끝없는 향락에 빠진 예는 수없이 많다.이 책에서는 특히 은왕조의 주왕,13세에 진나라 제위에 올라 26년만에 중국 천하를 통일한 시황제,수나라 2대 황제인 양제 등 3명의 사치행태를 비교 고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왕,시황제,양제로 이어지는 중국 사치향락사의 궤적을 좇다보면 웬지 숨이 가빠진다.그들의 사치에는 「지옥」을 즐긴다고나 해야할 듯한 광적인 처절함이 배어있을 뿐,평안하고 한가로운 해방감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양제의 사치는 은나라 주왕의 「주지육림식」 사치행태와 비슷했다.주왕이 별궁의 모래언덕에 말린 고기 숲을 만들었다면,양제는 서원을 능견 꽃과 능견 잎으로 장식하는 등 재물의 힘을 빌어 자연의 순리조차 거스르려고 했다.또 양제는 결벽증이 있는 어머니의 영향 탓인지 마구잡이로 호색본능을 폭발시켜 색을 탐했지만,음탕한 어머니를 둔 시황제는 미녀보다는 신선에 더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현실적 쾌락에 기우는 양제와 현세초월적 성향이 강한 시황제의 차이점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사치향락사에서 빼놓을수 없는 존재가 바로 지식인 집단인 사대부다.사대부의 사치는 죽림칠현 이래 대체로 정신의 사치,정신의 방탕이 중심을 이뤘다.죽림칠현 가운데 한 사람인 유영의 글은 정신적 사치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그는 자신이 남긴 단 한편의 산문 「주덕송」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하늘을 지붕삼고 땅을 이불삼아 생각하는 대로 행동한다.멈출 때는 술잔을 손에 들고 움직일 때는 술잔과 호리병을 매달고 간다』 유영의 이 유유자적한 술찬가에서는 생성과 소멸의 넉넉한 섭리에 몸을 맡기는 것이야말로 참된 인간존재의 모습이라는 노장사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읽힌다. 이 책은 기원전 12세기의 은나라 주왕에서 금세기초 청나라 서태후를 관통하는,3천년에 이르는 중국의 사치향락사를 다룬다.그 역사에 등장하는 향락행태는 오늘날 정사감각이 마비된 채 과소비와 사치를 일삼는 우리 한쪽의 모습과 적잖이 닮았다.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한다고 했던가.이 책은 현대의 우리들에게 역설적인 깨우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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