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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의회 김동율의원 시민안전파수꾼 양성 수업 참관

    서울시의회 김동율의원 시민안전파수꾼 양성 수업 참관

    서울시의회 김동율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4)이 시민안전파수꾼 제도화 추진에 발맞춰 지난 11일 광나루 안전체험관에서 경희대 학생들과 시민안전파수꾼을 양성하는 관-학 연계 교양과목에 참석하여 함께 수업을 받으며 안전체험을 했다. 김 의원은 이론 수업 1시간과 완강기 사용법 숙지 및 실습에 적극 동참하며 함께하는 학생들에게 “예전에는 사고가 나면 재수가 없었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황금시간대에 신속히 대처를 하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이 많이 있었다며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교육을 받아 남도 도울 수 있는 실력과 소양을 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김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10일 본인이 대표 발의한 「서울시 시민안전파수꾼 양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의 필요성에 대해 “재난 및 사고들은 초기에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본인은 황금시간 내에 인근에 있는 시민이 초기대응 할 수 있도록 기본소양을 갖추고 시민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고 이웃을 도울 수 있도록 제도화 하여 많은 시민안전파수꾼을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조례를 발의하게 됐다” 라며 조례 제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다음달 7일 공청회를 거쳐 6월 12일부터 열리는 제274회 정례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며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후 즉시 시행하게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역사의 나머지 반쪽… 18개 소수민족 이야기

    中 역사의 나머지 반쪽… 18개 소수민족 이야기

    절반의 중국사/가오홍레이 지음/김선자 옮김/메디치미디어/1044쪽/4만 8000원명·청 교체기 무렵. 명 왕조를 굴복시킨 청 조정은 전격적으로 변발령을 내린다. “머리를 지키려면 머리카락을 깎아라, 머리카락을 지키려면 머리를 잘라야 할 것”이란 경고도 곁들였다. 당시 한족 입장에서 보면 이는 거의 생식기를 자르는 형벌과 맞먹는 치욕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단발령의 치욕을 기억하는 우리로선 이해가 쉽다. 복장도 만주족의 복식을 따르라고 했다. 이후 한족의 복식마저 중국 땅에서 사라졌고 한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통 복식이 없는 민족이 됐다. 거대한 중국 대륙을 통치하고 있는 한족이 이런 과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대개의 중국사가 중원 왕조의 흥망성쇠만 기록하고 오늘날 중국이 형성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았던 여러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씩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족 중심의 역사만으로는 오늘의 중국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새 책 ‘절반의 중국사’는 이를 반쪽의 중국사라 규정하고 나머지 반쪽을 소수민족의 역사로 채워 완벽한 하나를 만들겠다는 뜻이 담긴 책이다. 책엔 모두 18개 소수민족이 나온다. 말갈이나 거란 등 익숙한 이름도 있고, 월, 누란 등 생소한 이름도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수민족의 기원뿐 아니라 중국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에 대한 그림까지 개략적이나마 그려진다. 사실 우리가 중국의 역사공정에 대해 들어는 봤어도, 학계를 제외한 중국 대중에게 실제 읽히는 역사 교양서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책은 이런 간극을 메워주는 데 매우 유용하다. 다만 저자의 시각에도 함정은 있다. 역사 분야에서 중국은 자신의 지리적 영역 안에 존재했던 모든 왕조와 민족의 역사를 중국사로 포함시키려는 경향을 띠는데, 책 역시 이런 역사공정의 경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옮긴이가 책 끝부분에 남긴 각주까지 꼼꼼하게 읽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저자의 역사 인식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예컨대 당나라와 발해를 내지와 변방, 중앙과 지방 정부로 바라본다거나, 고구려의 멸망이 당과 신라의 연합 공격 때문이었는데도 신라를 쏙 빼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멸망시킨 것처럼 서술하는 식이다. 동해를 일본해라 표기하는 중국의 분위기도 읽을 수 있다. 옮긴이는 이런 오류들을 무려 150쪽에 걸쳐 꼼꼼하게 바로잡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상실의 시대 ‘윤동주앓이’

    상실의 시대 ‘윤동주앓이’

    시대상과 그의 詩 들어맞아…공연·음반·문화행사 신드롬 “부끄러워하는 시인에서 실천·희망 이미지로 변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윤동주 ‘서시’ 중)윤동주(1917~1945)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행사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부끄러움’과 ‘희망’(별)을 따르기라도 하듯, 조용히 그러면서도 또렷하고 단호하게 그를 좇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문단의 그 어떤 거목들에 대한 기림보다도 강렬하다. ‘윤동주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인과 사회학자들은 이를 단순히 탄생 100주년이라서가 아니라 윤동주의 삶과 그의 시가 지금의 시대정신에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우리 사회의 윤동주 신드롬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당장 한국 시집 판매량이 2015년에 비해 무려 505.7% 늘었다. 무엇보다 윤동주의 일생을 그린 영화 ‘동주’가 개봉하며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복간 초판본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초판본 찾기 행렬을 낳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지금도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10’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윤동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주요 문화예술단체와 지자체 등의 다양한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전석 매진 기록을 이어 간 끝에 지난달 막을 내렸고, 오는 12일에는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고 네오아르떼가 기획한 공연 ‘시인 윤동주를 위하여’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펼쳐진다. 공연에서는 윤동주의 29년 짧은 생과 그의 주옥같은 시어를 담은 가곡을 드라마 형태로 그려 낸다. 그런가 하면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클래식 음반들이 쏟아지고 있고, 그의 시를 그림으로 펼쳐 낸 시화전도 줄을 잇는다. 문화행사도 다채롭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윤동주를 비롯해 1917년생 문인 이기형, 조향, 최석두, 손소희 다섯 작가를 재조명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 행사를 지난달 연 데 이어 올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윤동주와 관련 시·그림전, 일본 문학 기행 행사를 잇달아 연다. 지난달 서울 남산도서관에 이어 서울 서대문도서관은 10일부터 7월 말까지 윤동주 기념행사 ‘윤동주, 읽다·쓰다·걷다’를 진행한다. 윤동주 문학을 20년 동안 분석한 김응교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이런 새삼스럽다 싶은 ‘윤동주앓이’에 대해 “과거와 달리 윤동주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윤동주 대표 시로 꼽는 ‘자화상’이나 ‘참회록’은 윤동주가 창씨개명과 징용제도 등을 겪으면서 시를 쓰지 않은 침묵기(1939년 9월~1940년 12월) 전에 쓴 시다. 이런 시들이 교과서에 실리고 주목받으며 윤동주에 대해 ‘일본강점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부끄러워하는 시인’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지만 침묵기 이후의 시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항하고 실천하는 시인’으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최근 ‘윤동주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를 묻는 설문조사(인터넷 이용자 1086명 대상)를 벌인 결과 312명이 ‘별’을 꼽았고 ‘부끄러움’(249명) ‘성찰’(78명)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가 하면 ‘왜 윤동주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교과서에 나와서’나 ‘기독교인이라서’ 등의 예상 답변을 제치고 ‘시가 좋아서’라는 응답이 첫 번째를 차지했다. 결국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시절 몇 줄의 글로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그러면서도 하늘의 별을 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청년 윤동주의 모습이 지금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이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자주 쓰였던 ‘쉽게 씌어진 시’(1942년)의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이라는 구절을 들어 “실천의 시대에 대한 답을 윤동주에게서 얻고 싶은 욕구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우리의 새 시대에 대한 희망이 너무 커져 버린 감이 있다. 대선 이후 들어서는 정부가 이런 희망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윤동주에 대한 인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미우새 이상민 효과, 시청률 최고 29.3% “현존 예능 프로그램 1위” 대기록

    미우새 이상민 효과, 시청률 최고 29.3% “현존 예능 프로그램 1위” 대기록

    ‘미우새’가 이상민 투입 이후 시청률 대기록을 달성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가 ‘이상민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며, 시청률 20대의 벽을 뚫고 전국시청률 21.3%, 최고 29.3%를 기록했다. 지난 7일 방송된 SBS‘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는 전국 시청률 20%의 벽을 넘었다. 평균 21.3% (닐슨코리아/전국기준, 수도권 기준 24.7%)까지 치솟으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이상민과 채권자의 만남은 순간 최고 29.3%까지 치솟아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를 뛰어 넘어버렸다. 또한 ’2049시청률‘도 12.8%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며 ‘현존 예능 최고시청률’의 기록은 물론이고 ‘드라마-예능-시사-교양’을 모두 포함한 ‘일요일 방송’된 ‘대한민국 모든 방송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미우새’에는 본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상민과 채무자의 만남이 ‘최고의 1분’을 차지했다. 이상민이 12년간 채무를 갚고 있는 채권자가 출연해 그동안 매달 빚을 갚아나가는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이상민은 “파산 신청 이후 한동안은 찜질방에서 생활했지만 어머니 집으로는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더 걱정하실 것을 알기에 힘든 상황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고 이를 들은 이상민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채권자는 “부도 이후에 빚을 꼭 갚겠다고 이야기하는 그 눈을 쳐다봤는데 이놈은 꼭 갚을 것 같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이상민은 채권자에게 현재 스타일리스트 없이 혼자 최소한의 경비로 생활하고 있음을 알리며, 빠른 시간 내에 빚을 갚고 싶다고 고백해 스튜디오의 MC들과 어머님들로부터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특히 이상민은 “채권자분들이 나에게 건강식품을 보내주시는데 품목이 많이 겹친다. 근데 다들 그렇게 홍삼, 인삼을 보낸다. 인삼은 나에게 맞지 않다. 그냥 저에게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고 보냈으면 좋겠다”며 웃픈 사연을 전했고 해당 장면이 최고 29.3%까지 치솟으면서 이번 주 최고의 1분을 장식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매주 일요일 밤 9시15분에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박정훈 SBS 사장 ‘사과담화문’ 발표...“자극 제목, 함량 미달기사 전파”

    박정훈 SBS 사장 ‘사과담화문’ 발표...“자극 제목, 함량 미달기사 전파”

    최근 논란이 된 해양수산부 보도에 대해 박정훈 SBS 사장이 “기사 작성의 기본도 안 지켜졌다”면서 반성하는 글을 올렸다. 박 사장은 4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사과담화문’을 통해 “2일 SBS 8뉴스에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면서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타고 말았다”고 반성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사장 담화문 SBS 가족 여러분 ,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헌정사상 처음 벌어진 대통령 탄핵이라는 낯선 경험을 하였고 , 이제 그 힘들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새 정부의 탄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대전환은, 불의에 맞서 촛불 시민혁명을 이끌며 정의가 바로 선 나라를 꿈꾸어온 수많은 우리 이웃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과정에 SBS 보도, 시사교양 본부가 보여준 용기와 시대정신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SBS가 최고의 언론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2일, 8뉴스에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타고 말았습니다. 확인 결과 기사내용의 부실함뿐 아니라, 이를 방송 전에 확인하고 검증해야 하는 게이트키핑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기사 작성의 기본인 당사자들의 사실 확인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우리 조직원들이 피땀 흘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5월 2일의 세월호 보도는, 직접적으로는 세월호 유가족과 특정 대선후보뿐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많은 노력을 해온 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불행한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첫째가 팩트요, 둘째는 균형 잡힌 절제라고 얘기해왔습니다. 저널리스트의 손에는 늘 양날의 칼이 쥐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칼은 사실에 입각해 아주 조심해서 사용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자신도 다치지 않습니다. 절제되지 않은 권력과 언론은 그 자체로 폭력이라는 사실을 최근 우리 현대사를 통해 절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저는 이 보도를 취재한 부서나 특정 개인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보도가 바로 우리의 현재이고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돌아볼 줄 알아야 미래에 발전이 있습니다. SBS는 5월 3일 새벽부터 보도와 홍보 TV, 라디오와 각종 언론매체, SNS를 통해 반복해서 보도의 진의를 설명하고 정정, 사과하였습니다만, 이미 SBS를 지지했던 많은 시청자들이 등을 돌린 뒤였고 앞으로도 우리에게는 각계각층으로부터 거대한 후폭풍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잃어버린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으로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SBS 가족 여러분, 취임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 SBS호를 이끌고 여러분들을 격랑이 이는 파도 속으로 가야 한다고 외쳐온 선장으로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추구해온 공정한 방송 그리고 시청자가 열광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향한 우리의 열정은, 이번 일로 결코 식힐 수 없는 거대한 활화산 같은 것이며, 이 땅에 정의를 구현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은 중단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저는 다시는 이번 일과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조사뿐 아니라 내부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가 변하고 매 순간 겸손하게 성찰하지 않으면 우리가 구축한 공고한 시스템도 한순간에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를 나약하게 만드는 반목과 분열 대신 이번 사건에서 절절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다시 매진합시다. 저를 포함한 SBS 가족 모두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냉정하게 성찰하고 공동체 의식으로 이 위기를 돌파해 나갑시다. 여러분은 그동안 그 누구보다 잘해왔고,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2017년 5월 4일 SBS 대표이사 사장 박정훈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번잡한 도시, 고독한 도시인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번잡한 도시, 고독한 도시인

    미국 대통령의 앞뒤 없는 말 한마디에 세계가, 한국이 들썩거린다. 사실 미국은 최강대국이라 하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이고 보면 왜 소외받고 가난하고 학대받고 병든 사람이 없겠는가. 미국도 여전히 흑백 인종갈등이 존재하고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고 아우성치는 기층 민중이 있고 여성 비하가 존재하고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정글’이다. 대권을 쥐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권을 쥐고 보니 이도 저도 할 수 없어 좌충우돌하는 모양새다.이런 정글 미국은 이미 1930년대 대공황 때부터 존재했다. 미국이 애써 감추어 두고자 했던 이러한 현실을 세상에 드러낸 것은 화가 에드워드 호퍼다. 그는 포드주의 이후 산업화가 가속화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 즉 ‘군중 속의 고독’, ‘산업시대에 소외된 삶’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 그림을 바탕으로 미국, 아니 세상이라는 정글에서 소외받은 또는 스스로 소외된 사람들을 그린 영화가 바로 ‘셜리에 관한 모든 것’(2013)이다. 13점의 호퍼 그림을 바탕으로 각각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옴니버스 형태로 마치 호퍼에 대한 오마주이자 시뮬라크르 같은 영화다. 영화는 철저하게 주인공 셜리(스테파니 커밍)의 독백으로 이어 간다. 연극배우 셜리가 애니메이션영화의 주인공처럼 호퍼의 그림을 연극의 세트로 삼아 ‘살아 있는 그림’(타블로 비방)처럼 그림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연기한다. 타블로 비방은 명화나 역사적인 사건을 재현하는 연출 방식으로 캐나다 출신의 사진작가 제프 월이 즐겨 사용하는 ‘시네마토그래피’와 같은 방식이다. 즉 영화를 촬영하듯이 사진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을 사전에 계획하고 연출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영화는 미술관에서 보는 비디오 아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실 감독 구스타프 도이치는 원래 건축을 공부하고 미술로 전향해 영화감독과 비디오, 설치미술 등을 하는 아티스트이다. 가장 미국적인 그림이라고 불리는 호퍼의 그림을 오스트리아 사람이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이 생경하기도 하지만 소외받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은 세상 어디에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미국 미술이 20세기 후반 세계 미술의 대세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유럽 미술의 아류로 식민지 미술에 지나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유럽 예술가들이 미국으로 이주하고 아모리쇼나 파리파의 영향으로 모더니즘 미술의 싹이 텄다. 하지만 1930년대 미국을 강타한 경제공황은 사회현실을 비판적으로 표현하는 사실주의 회화의 배경이 되었다. 예술가들을 구제하려는 연방미술계획의 벽화운동 즉 뉴딜 정책도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사실 사실주의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자연,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그대로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호퍼는 미국의 산업화와 제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 도시민들의 삶에서 드러나는 고독감과 절망감을 환기시킨다. 그의 작품 속 커다랗고 텅 비어 황량하기까지 한 공간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인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무표정하고 무관심하다.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묘하게 교차하면서 화면은 더욱 처량하고 삭막해진다. 그는 평범한 일상을 시간을 초월한 듯 치환시키는 놀라운 재주로 대중적인 인기까지 거머쥐었다. 그래서 미국적 정서를 가장 미국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 대중문화의 원천이 되었다. 화가 마크 로스코나 소설가 노먼 메일러,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등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광고와 만화영화 ‘심슨 가족’ 그리고 각종 광고에 차용되었다. 우리나라 광고에도 ‘쓱’ 등장한다. 영화는 아름다움과 불안이 공존하는 처연함을 호퍼의 그림을 빌려 더더욱 영화와 회화의 간격을 모호하게 한다. 또 30여년의 격동기가 개인과 사회의 관계, 특히 세상의 변화가 이에 반응하는 개인의 삶에 어떻게 간섭하고 관여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려면 미국의 30년대부터 전개되어 온 역사와 문화예술에서의 진보적인 경향성 그리고 당시 활동했던 작가와 연극인, 영화인, 가수 그리고 철학에 이르는 교양 또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적이다. “다 녹기 전에 생의 아이스크림을 즐기라”는 쾌락주의적인 세계관이나 플라톤의 ‘이데아론’ ‘동굴의 비유’ 같은 사변적인 이야기도 셜리의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이는 다분히 책 속의 철학이 아니라 삶 속에서 묻어나오는 철학으로, 철학 부재의 시대를 사는 오늘의 우리는 조금 낯이 뜨거워지기도 한다.영화는 호퍼의 그림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배우의 연기와 최소한의 음향과 대사를 통해 호퍼를 시뮬라크르한다.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원형인 이데아와 복제물인 현실, 복제의 복제물인 시뮬라크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여기서 현실은 인간의 삶 자체가 복제물이고, 시뮬라크르는 복제물을 다시 복제한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복제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외모는 복제가 가능하지만 내면의 느낌이나 생각, 특히 순간적인 것들은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제가 거듭될수록 실재 즉 진짜와는 점점 멀어진다. 그래서 플라톤은 이러한 시뮬라크르를 순간적으로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우주의 모든 사건 또는 자기 동일성이 없는 것 즉 실재할 수 없거나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들뢰즈는 세상의 모든 사건, 지속적이며 역사적인 큰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작고 소소한 일들이 인간의 삶에 변화와 의미를 줄 수 있는 각각의 사건을 시뮬라크르로 규정하고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었다. 들뢰즈는 이를 ‘사건의 존재론’으로 설명하는데, 이 영화 속 주인공 셜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은 과연 플라톤의 시뮬라크르일까 아니면 들뢰즈의 그것일까. 원래의 영화 제목 ‘실재의 상상’(visions of reality)처럼 많은 것을 상상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머뭇거리게 하는 영화이다. 이번 투표로 우리의 삶이 변화할지 아니면 세상이 변해 내 삶이 바뀔지 모르지만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긴장해야 할 때다.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許하라”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許하라”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또 한 청년이 전과자가 될 판이다. 지난 26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은 양심을 이유로 입영 거부한 청년에게 실형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청년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처벌 예외사유로 정한 정당한 사유”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고 양심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다는 사정만으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병역의 의무는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로서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법하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대한민국에서 ‘군대’만큼 첨예하고 민감한 사안도 없다. 군대에 가야 하는 당사자도 그렇지만,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부모를 비롯한 온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벌써 오래전부터 사회적 이슈였다. 특히 기독교가 이단으로 규정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개입된 일이라 해법은 난망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법은 2007년 출간된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평화의 얼굴’(교양인)을 통해 벌써부터 존재했다. 사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남북 대치 상황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 기독교가 이단을 처단하는 차원의 문제와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평화의 실천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돋보이는 대목은 법학자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어떻게,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가를 설명한 대목인데, 저자는 “국가권력이 필요에 따라 제약할 수 있다는 논리는 보편적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병역거부는 한 인간이 양심의 명령에 따라 내리는 거짓 없는 고민의 결론”이자 “실존적 결단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은 감옥에 가고 사회로부터 거부와 모욕을 당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처럼 큰 양심의 실천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장삼이사들은 끝끝내 이렇게 반문한다. “그럼 군 복무한 우리는 비양심적이란 말입니까?”, “병역거부는 이단들이나 하는 짓 아닙니까?” 저자는 이 같은 질문이 “악의에 찬 의도로 고안된 일종의 함정”이라고 주장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우리 사회에서 용인되어야 하는 법적 의미를 소상하게 밝힌다. 나아가 보다 숭고한 인권 차원에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저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한국 사회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와 국가권력이 충돌하는 가장 치열한 전쟁터”라고 규정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한사코 ‘이단’ 문제로 치환하는 보수적 기독교를 향해 “기독교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랜 병역거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사랑 실천을 제일 덕목으로 삼는 기독교인들의 넓은 아량을 요청한다. 참고로 김두식 교수는 여러 저서와 인터뷰에서 밝혔듯 보수적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단지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다는 이유로 한 인간을 죄인으로 만들고, 수년 동안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오히려 양심적이지 못하다. 저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이자 “우리가 지키려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까지 말한다. 엠네스티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모두 1만 8700여명이 수감되었다. 이는 단순한 숫자 혹은 통계가 아니라 그간 우리 사회가 부지불식간에 짓밟은 한 청년의 양심과 꿈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아침마당’ 인순이 “수녀 꿈, 적은 월급 때문에 포기”

    ‘아침마당’ 인순이 “수녀 꿈, 적은 월급 때문에 포기”

    가수 인순이가 ‘아침마당’에 출연해 수녀가 될 뻔한 사연을 공개했다. 25일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 화요초대석 코너에는 가수 인순이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인순이는 “가수를 어떻게 시작했냐”는 질문에 “우리 집에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무엇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생각했다. 그 때 어떤 분이 ‘노래하지 않을래?’라고 제안하셨다. 월급을 준다고 해서 무조건 노래를 하게 됐다”고 답했다. 인순이는 “피부색 때문에 남들 앞에 서기를 꺼려했다. 나도 어떻게 가수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원래 꿈이 수녀였음을 고백했다. 그는 “밖에 나오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수녀가 되면 밖에 안 나오고 기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은 가수가 된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수녀의 꿈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녀가 되면 월급이 낮았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진=KBS1 ‘아침마당’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박중훈·수지, 백상예술대상 MC 확정 “최고의 호흡 보여줄 것”

    박중훈·수지, 백상예술대상 MC 확정 “최고의 호흡 보여줄 것”

    백상예술대상 MC로 배우 박중훈과 배수지가 확정됐다. 두 사람은 오는 5월 3일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열리는 제53회 백상예술대상 MC로 낙점돼 약 3시간 동안 시상식을 이끈다. 이번 시상식은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며 JTBC와 JTBC2에서 생방송된다. 배우 박중훈은 백상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1987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신인상을 거머쥐며 영화인생을 화려하게 시작한 그는 1990년, 1998년, 2000년 남자최우수연기상과 인기상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백상예술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박중훈은 주최 측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시상식 MC 자리에 오르게 됐다. 수지는 ‘한국뮤지컬대상’, ‘서울드라마어워즈’, ‘가요대제전’ 등 굵직한 시상식의 MC를 맡으며 원활한 진행력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에도 무리 없이 백상예술대상을 이끌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수상 부문에 있어서도 제48회 시상식에서 ‘건축학개론’으로 영화 부문 신인연기상을 받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영화부문 인기상과 베스트 인스타일상을 받은 만큼 인연이 깊다. 백상예술대상 측은 “박중훈은 국내 영화사를 언급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만큼 영화계에서 입지가 확고하며 입담 또한 뛰어나고, 5회 수상 경력이 있어 최고의 MC라 판단했다”며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배수지는 걸그룹에서 시작해 TV와 스크린을 오가는 20대 여배우의 대표 주자다. 백상예술대상 수상 인연도 있어 MC를 맡기는데 있어 누구의 이견이 없었다. 박중훈과 수지 모두 최고의 호흡을 보여줄 것이라 자부한다”고 전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은 TV 부문 대상·작품상(드라마·교양·예능)·연출상·극본상·최우수연기상(남여)·신인연기상(남여)·TV예능상(남여)·인기상(남여) 영화 부문 대상·작품상·감독상·최우수연기상(남여)·조연상(남여)·신인연기상(남여)·신인감독상·시나리오상·인기상(남여)으로 나눠진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봄에 듣는 브람스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봄에 듣는 브람스

    교양이나 취미로 음악을 듣는 분들을 위해 강의를 하기 전 가끔 주최 측에서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선생님! 주제는 자유롭게 정하셔도 좋은데, 가급적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의 이야기는 빼주세요. 너무 많이 나온 이야기래서요….”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부인 클라라, 함부르크에서 온 젊은 음악가이자 슈만의 후계자였던 브람스, 이들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는 확실히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다. 거기에 세 음악가의 예술적 영감에 넘치는 작품까지 어우러지면 한 편의 영화 이상으로 흥미로운 음악사의 한 장면이 완성된다. 세 사람이 빚어낸 특이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은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평생을 가슴앓이했던 브람스가 아닐까 한다. 올해는 요하네스 브람스가 세상을 떠난 지 120년이 되는 해다. 브람스 같은 대가의 음악을 특별한 이슈에 따라 들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위대한 걸작이 모두 그렇듯 듣고 또 들어도 익숙한 작품 가운데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에 2017년은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된다. 클라라를 향한 동경에 가까운 짝사랑과 타고난 내성적 성격, 어딘가 우수 어린 멜로디와 고독한 분위기 때문에 브람스는 ‘가을의 음악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브람스의 음악이 마냥 쓸쓸하거나 슬프지만은 않으며 은근히 따사로운 햇살, 기분 좋게 살랑대는 바람의 계절 봄과 어울리는 작품도 많다. 먼저 그의 교향곡 2번 작품 73을 추천한다. 존경하던 베토벤의 교향곡과 맞먹는 작품을 남기겠다는 강한 의지로 43세라는 늦은 나이에 교향곡 1번을 발표해 큰 성공을 거둔 브람스는 거기에 응원을 받아 이듬해인 1877년 바로 두 번째 곡을 완성한다. 이 곡은 알프스산맥과 가까운 페르차하라는 휴양지에서 쓰여서인지 편안하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전곡을 감싸는 행복한 기분도 인상적이어서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과 비교해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이보다 4년 후인 1881년 완성된 피아노 협주곡 2번 작품 83 역시 낙천적이면서 외향적인 분위기로 브람스의 곡 가운데 밝은 색채를 지닌 대표적 작품이다. 작품의 성격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그가 처음으로 경험한 이탈리아 여행과 거기서 받은 밝은 정서였다. 브람스의 협주곡들은 모두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며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오케스트라의 커다란 스케일이 특징인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세 악장으로 꾸며지는 보통의 협주곡과는 달리 네 악장 구성으로 긴 연주시간과 탁월한 기교가 요구되는 난곡이나, 소박한 민요 선율과 사색적인 분위기가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명한 대학축전서곡 작품80은 작품이 발표된 이후 한 번도 그 인기가 식지 않은, 영원한 젊음의 고전이라고 하겠다. 브람스가 브레슬라우대의 명예 박사학위를 받는 일과 연관돼 만들어진 이 작품은 오페라 등과 상관없이 독립된 모습으로 만들어진 관현악곡으로, 약 10분의 연주시간 동안 시종 즐거움과 희망찬 활기가 넘친다. 독일인들에게 친숙한 행진곡, 민요와 학생찬가 등이 메들리 풍으로 엮이며 발전을 이루는 장대한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멋지다.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헝가리 무곡집’ 역시 어느 계절에 들어도 좋은 음악이다. 브람스는 젊은 시절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와 함께 연주여행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영향으로 집시 민족들의 전통 멜로디와 리듬을 스물한 곡의 춤곡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이 작품은 이전부터 내려오던 집시들의 가락을 사용했기 때문에 브람스의 순수한 창작은 아니지만, 뛰어난 작곡기법을 통해 춤곡들을 정리해 놓은 브람스의 공로도 매우 중요하다. 원곡은 피아노 연탄(한 대의 피아노에 두 명이 앉아서 연주함)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후 여러 가지 편곡들이 나오며 더욱 유명해졌다.
  • 서대문구 “자치회관서 중간고사 공부하세요”

    서울 서대문구는 시험 기간 도서관 자리 확보가 어려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위해 지역의 5개 자치회관 공간을 개방한다고 17일 밝혔다. 서대문구는 지역 내 충현동 퇴계실 10석, 천연동 취미나눔교실 20석, 북아현동 취미교양실 25석, 홍제3동 홍삼카페 15석, 남가좌1동 문화강좌실 10석 등 모두 5곳 80석을 확보했다. 학사일정에 맞춰 연 4회 운영할 계획이다. 1차로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개방한다. 서대문구에는 9개 대학과 21개 중·고교가 있는데 구는 공유문화 확산과 학생 편의를 위해 시험 기간 이들 시설을 개방한다. 스터디 공간은 복사기와 팩스를 갖추고 있으며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된다. 단, 자치회관에 따라 운영 시간과 요일이 다르다. (02)330-1601.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터넷 없던 그때 그 시절, 숙제 도와준 ‘정보의 호수’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터넷 없던 그때 그 시절, 숙제 도와준 ‘정보의 호수’

    초등학교 다니던 때,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는 학교 공부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에는 컴퓨터나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던 때였기 때문에 이렇게 자료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숙제를 한 개인에게 내주지는 않았다. 마음 맞는 친구들 몇 명씩 모둠을 만들어 조사할 부분을 나누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었는데 이렇게 여럿이서 한다고 그래도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자료를 다 찾은 다음에는 커다란 종이에 일일이 손으로 발표 내용을 정리했는데 지금이야 컴퓨터로 몇 분 만에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엔 그 작업도 일주일은 족히 걸렸다. 그래서 이런 숙제를 할 때는 선생님이 한 달 정도 여유를 주셨다. 오늘날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서 몇 시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수준을 이렇게 어렵사리 했다고 말하면 어린 친구들은 대부분 “시간낭비”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냥 헛손질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 시절에도 인터넷 검색도구같이 편리한 게 있었으니, 바로 ‘백과사전’이다. 숙제를 같이 하게 된 친구들 중에는 반드시 집에 백과사전이 있는 사람이 껴 있어야 조금이라도 힘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집엔 백과사전이 없었기 때문에 나 역시 친구 집에 가서 숙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네 집에 있던 것은 동아출판사에서 펴낸 서른 권짜리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이었다. 각 권이 내가 갖고 있는 국어사전보다도 컸고 겉은 튼튼한 하드커버다. 게다가 본문엔 글자뿐만 아니라 컬러사진도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백과사전의 위엄은 나를 주눅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허락만 해준다면 밤새도록 그 집에서 나오지 않고 책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날 이후 언젠가는 나도 백과사전을, 내 힘으로 꼭 구입하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백과사전을 구입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이제는 아무도 백과사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간단히 휴대전화를 켜고 검색해 볼 수 있으니 그렇게 커다란 책은 짐만 되는 게 요즘 사정이다. 동아대백과사전 같은 경우 1990년대까지 수정판을 책으로 펴냈으나 이제는 그 모든 내용이 디지털화돼 포털사이트 안으로 들어와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내용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으로 된 백과사전을 곁에 두고 읽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백과사전이야말로 그것이 출판된 시대를 그대로 대변하는 중요한 유산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춘 백과사전이 출판된 것은 1958년 학원사(學園社)를 통해서다. 이 출판사 이름은 우리나라 현대출판인 1세대라 불리는 김익달(金益達) 선생의 호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15세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어렵게 공부한 끝에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선생은 평생 동안 자라나는 학생들을 지원하며 공부하기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정체가 바로 전6권으로 편찬한 학원사 ‘대백과사전’이다. 동아출판사도 그 다음해에 ‘새백과사전’을 출판했으나 이것은 한 권으로 편집된 것이라 월등히 방대한 학원사 백과사전에 비할 것이 못 됐다. 백과사전이 시대를 대변한다는 말뜻은 백과사전과 국어사전의 차이점을 보면 안다. 국어사전은 단어의 뜻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놓은 것에 그치지만 백과사전은 그와 더불어 사진, 그림, 그래프, 통계표 등 여러 가지 보충 자료들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늘 최신 자료를 싣는 것이 백과사전의 경쟁력인 만큼 대표적인 표제 어휘만 훑어 보더라도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학원사 백과사전의 예를 들어 보면, 1958년에 펴낸 첫 번째 판에는 없는 내용을 수정판에 대거 포함한 것 중 하나가 1960년 4·19혁명과 그 이듬해 5·16 군사정변에 관한 부분이다. 4·19혁명을 1960년 11월에 펴낸 첫 번째 증보판 제7권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작업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는 걸 실감한다. 군사정변에 관한 내용은 1962년에 펴낸 수정판 제1권에 있다. 오늘날 우리가 군사정변이라고 부르는 사건에 대해서 학원사 백과사전 1권은 ‘군사혁명’이라는 표제어로 길게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길어도 한 면 정도를 넘기기 않는 표제어 설명 부분에 유독 군사혁명만큼은 깨알 같은 글씨로 아홉 쪽 반을 할애했고 흑백 화보도 여섯 면을 실었다. 내용을 읽어 보면 박정희에 의한 군사정변을 세계 유수의 혁명들과 견주며 찬양하고 있어서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세계화’라는 관심사와 맞물려 외국의 문화, 그리고 우주 및 인공위성에 대한 분량이 많아졌다. 그 전에도 강대국들은 인공위성을 계속 쏘아 올렸지만 처음으로 사람이 달에 발을 내디딘 것은 1969년의 일이다. 이제 인류의 영토는 지구를 넘어서게 됐다는 희망찬 메시지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급속하게 산업화 시기를 맞고 있던 우리나라도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아마도 가장 큰 열정을 갖고 있던 쪽은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흐름을 대변하듯 어린이 잡지에는 우주과학이나 외계인 관련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백과사전의 경우 우주와 인공위성 분야는 분량이 워낙 많아 화보집과 본문을 따로 편집해서 부록으로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종이책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책에 활자로 수록한 내용은 금방 옛것이 된다. 학원사 백과사전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기에 처음 여섯 권으로 시작한 후 매년마다 수정판과 증보판을 한두 권씩 덧붙였다. 학원사 대백과사전은 1970년대에 이르러 분량이 20권에 이르렀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백과사전을 구입할 수 있는 가정은 자연스레 교양을 갖춘 중산층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에 학원사는 고가의 전집류를 좀더 많은 가정에 보급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월부책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헌책방에서 일하다 보면 1980~90년대 구입한 백과사전을 매입하느냐는 손님들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개의 경우는 헌책방에서도 매입을 하지 않는 형편이다. 매입을 해 두어도 구입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종이책으로 된 백과사전의 내용이 모두 인터넷에 있기 때문에 굳이 짐만 되는 백과사전은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에 정색하고 반박하지는 못하겠지만 때로 반대로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 내용이 종이책에도 그대로 있다. 종이책을 넘겨 보며 찾는다는 건 불편한 일이지만 그 불편함이 또한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어렵게 얻은 지식이 오래 남는 법이고 그것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열린세상] 연구중심대학과 대학혁명/전호환 부산대 총장

    [열린세상] 연구중심대학과 대학혁명/전호환 부산대 총장

    2016년 QS 세계대학평가 상위 30위권에는 미국 15개, 영국 7개, 스위스, 싱가포르가 각각 2개, 호주, 중국, 홍콩, 캐나다가 각각 1개 대학이 포함되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학이 무너지고 왜 미국 대학들이 세계대학 순위를 휩쓸까? 세계 30위 내에 든 미국 대학 15개는 모두 연구중심대학이다. 주립인 미시간대와 버클리대를 제외한 13개가 사립대이다. 작년 8월 나는 앤아버에 있는 미시간대를 방문하여 두데스탯 전 총장을 만났다. 그는 10년간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미국 대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경험하고 고뇌한 내용을 담은 책 ‘대학혁명’(2004년 번역 출간)의 저자로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다. 두데스탯 전 총장은 ‘연구중심대학과 미국의 미래’란 책을 나에게 주었다. 미 의회의 요청으로 2012년 출간된 이 책의 부제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10개의 필수 혁신강령’이다. 미국에는 3600여개의 대학이 있다. 그러나 국가의 핵심 자산인 연구중심대학은 60여개뿐이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재정 투자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은 연방·주정부와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의해 육성됐다. 남북전쟁이 진행 중인 1862년, 미 의회는 ‘토지무상양도법’을 통과시켜 농업과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중심대학을 설립했다. 그 결과 세계를 먹여 살린 농업 녹색혁명이 있었고, 제조업은 20세기 미국을 세계 강국으로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 의회는 다시 한번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을 구축하기 위해 기초연구와 대학원 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러한 확장된 파트너십은 미국이 동서냉전에서의 승리는 물론, 세계 최초로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연구중심대학과 미국의 미래’에서 말하는 내용은 혁신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들이 최근 들어 고등교육 비용 증가와 정부의 재정 지원 감소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대학들의 재정 확충을 위한 노력은 대학 본연의 임무인 기초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에너지를 분산시켜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짚었다. 중국 등 아시아권 대학이 급상승하여 외국 우수 학생과 과학자 유입도 어렵다. 강력한 미국을 재창조하기 위해 연구중심대학과 정부, 기업 및 기부단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다시 강화해 장기전략 수립과 함께 연구재정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대학의 재정은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대학들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주립인 미시간대의 경우 기숙사비를 포함한 연간 등록금은 주외 거주자는 약 6만 달러(약 7000만원)이고, 대학재정은 연 4조원 규모이다. 서울대의 5배, 부산대의 10배다. 주립인 버클리대학과 사립인 스탠퍼드대의 등록금(6만 7000달러)은 비슷하다. 영국의 대학 등록금 또한 미국의 연구대학과 차이가 없다. ‘국립대학=등록금이 싼 대학’으로 인식되는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성과는 재정 투입에 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계대학 평가순위가 대학재정 순위와 비슷한 것이 그 증거다. 미국의 대학은 연구중심대학(기초과목 강화 및 박사학위 수여), 교양중심대학(학사 혹은 전문석사학위 수여), 그리고 2년제인 산업중심대학으로 구분된다. 입학자격도 철저히 구분하고, 정부 지원금도 차등화하고 있다. 이는 효율적 재정 지원의 프레임으로 정착했으며, 다양화·차별화·특성화를 통해 대학이 급변하는 21세기의 ‘국가 싱크탱크’로서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원천이 되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대학·정부·지자체·연구지원재단·기업 및 기부단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 국립대 재정은 정부가 주도하면서 대학의 자율권을 제한했다. 대선 때마다 교육개혁을 외쳤지만 제대로 시행된 적은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연구와 교양중심대학으로의 구분·육성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기본으로 하는 장기적인 대학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혁명의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
  • 서민, 봉만대 피임법에 일침 “그냥 하셔도 임신 안 될 것”

    서민, 봉만대 피임법에 일침 “그냥 하셔도 임신 안 될 것”

    EBS 시사교양프로그램 ‘까칠남녀’에서 피임법을 주제로 나눈 대화 내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3일 방송에서는 일부 청소년들이 콘돔대신 비닐이나 랩을 이용해 피임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날 봉만대 감독은 “성관계 도중 콘돔을 쓰면 분위기를 깬다. 로맨틱하지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 패널들의 야유에도 “나는 체외 사정으로 피임한다. 내공을 통해 숙달이 됐는데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는 “그 이유는 정자의 운동성이 없어서 그렇다. 그냥 하셔도 임신이 안 될 것”이라고 일침했다. 봉 감독은 서민교수의 말에 한동안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방송인 서유리도 “체외 사정은 피임법이 아니다. 내 주위에도 체외 사정으로 피임을 하다가 늦둥이를 가진 분들이 많다”고 서민 교수의 말에 동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세기의 사랑’으로도 미화할 수 없는 비극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세기의 사랑’으로도 미화할 수 없는 비극

    세월호가 304명의 생명은 바다에 버려두고 험한 몰골로 저 혼자만 돌아왔다. 가슴이 멍하고 짠하다 못해 쓰리다. 이렇게 허망하게 많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인간의 오만과 방종에 노여워진 신의 경고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신은 이렇게 엄청난 죽음을 허용한단 말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년)나 ‘타이타닉’(1997년)도 이런 질문인 동시에 재해로부터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 또는 교훈의 의미로 제작됐을 터이다.1912년 4월 14일 하느님도 가라앉히지 못할 배라고 불렸던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는 첫 출항에서 빙산을 만나 두 동강이 났다. 배는 승선자 2200여명 중 1500여명을 4000m나 되는 깊고 어두운 대서양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73년이 지난 1985년 바닷속에서 선체가 발견됐고, 이를 계기로 영화화됐다. ‘비극 속에 침몰한 세기의 사랑’을 보태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이 엄청난 재난이 미화될 수는 없다.1908년 미국의 1만 5000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과 노동조합 결성,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일 정도로 열악했던 여성의 지위는 오히려 상류층으로 갈수록 더 남성 중심이었으며 여성은 종속적이었다. 이런 시대에 가부장적 질서에 숨막혀 하는 미국 상류층 로즈(케이트 윈즐릿)는 사교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와 권위적인 귀족 약혼자 칼(빌리 제인)과 함께 미국으로 향하는 타이타닉호 1등실에 타고 있다. 배가 출발하기 직전 부두의 선술집에서 도박으로 3등실 표를 얻은 가난한 화가 지망생 잭(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영화처럼 가까스로 배에 오른다. 우연하게 잭은 바다에 투신하려는 로즈를 구하고 지상의 천국 1등실에 초대를 받는다. 허위와 허영, 허세로 가득한 저녁식사가 역겨웠지만 무사히 넘긴다. 그리고 로즈를 현실 세계인 3등실로 초대해 자유롭고 거칠 것 없는 파티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지고,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뱃머리 신으로 그들의 사랑과 운명을 암시한다. 이렇게 여객선이 아니라면 결코 한데 어울릴 수 없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배를 타고 있다는 것은 세상의 축소판을 의미한다. 잭과 로즈, 칼은 전혀 만날 일조차 없는 사람들이지만 한배에서 만나 서로의 삶을 엿보게 된다. 잭은 가진 것 없지만 자유분방하다. 로즈는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칼은 물려받은 부와 권세로 세상을 조롱하고 거들먹거리는 재미로 산다. 그는 부자일지언정 교양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영화에 등장하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1907년)은 이런 세상의 다양한 삶과 부류를 보여 주기에 아주 적합한 그림이다. 그가 매우 어려웠던 시절 소위 삐걱거리는 마루 때문에 세탁선이라 불렸던 작업실에서 제작한 이 그림은 5명의 벌거벗은 여인이 등장한다. 여인들은 각각 다른 방향에서 본 모습들이 한 화면을 이룬다. 배경을 분할하는 윤곽선이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어 준다. 가운데 두 여인은 구상적이지만 얼굴과 몸은 보는 각도가 다르다. 양쪽의 세 여인은 오른쪽에서 본 모습과 왼쪽에서 본 모습이 섞여 있다. 또 왼쪽 눈은 정면을 보지만 오른쪽 눈은 옆을 쳐다본다. 앉아 있는 여인은 뒷모습이지만 얼굴은 정면을 향한다. 이렇게 피카소는 다빈치가 발명해서 미술사를 바꾸어 놓은 원근법과 명암법을 무시하고 한 사람을 정면과 측면, 뒷면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한 그림 속에 그려넣어 마치 펼친그림처럼 조합해서 보여준다. 그의 유명세는 이렇게 한 방향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각각 보고 이를 조합해서 한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데서 기인한다. 타이타닉에 타고 있는 영화 속 사람들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하나의 세상을 그려낸다. 당시 부호들은 여행을 다닐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가지고 다녔고 자신이 묵는 호텔이나 선실에 소장품을 걸어 장식을 했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부와 예술적 소양을 드러내려는 속물근성 때문이기도 했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칼은 “피카소라니, 내 장담하지만 돈 한 푼 안 될 거요”라고 말한다. 그는 모든 것을 돈으로 보았다. 로즈의 어머니는 금광을 개발해서 갑작스레 큰돈을 번 몰리에게 ‘뉴 머니’라고 경멸하며 우월감을 느낀다. 칼과 어머니의 그런 속성에서 요즘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기시감 때문일까.하지만 이런 칼과는 달리 로즈는 피카소의 ‘볼라르의 초상’을 보며 “꼭 꿈속에 있는 것처럼 진실은 있지만 논리는 없지요”라고 말한다. 이는 현대미술을 보고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세상을 지탱하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은 유지된다. 끝까지 배를 지키는 스미스 선장이나 배를 설계한 토머스 그리고 선원 조지프 G 벨과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던 지휘자 월리스 하틀리,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페기 구겐하임의 아버지 벤저민 등이 그들이다. 그들의 존재는 참사 속에서도 세상의 도리와 원칙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적어도 인간에게 명예와 책임 그리고 도리라는 것을 버리면 무엇이 남을까. 돌아온 세월호가 우리에게 회한과 울분만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적어도 타이타닉에는 있었던 그들이 너무도 적었던 때문이다. 게다가 믿었던 국가가 개개인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믿기지 않았던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는 피카소의 입체파풍의 그림처럼 우리 사회의 번지르르한 앞면보다 옆면과 뒷면을 우리에게 동시에 보여 주었다.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아직도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이라도 처절한 결말은 결코 어떤 사건도 미화할 수 없다. 문득 “무엇을 더 원합니까? 여기까지 올 동안 당신 도움 받은 적 없습니다. 우리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얼마나 더 목숨이 필요합니까? 이제 여기엔 겨우 일곱 명이 남았을 뿐이니, 그렇다면 내 목숨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저들은 살려주십시오”라던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스콧 목사의 절규가 떠오른다. 이렇게 외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진정 차기 대통령감이 아닐까.
  • KAIST서 ‘환단고기’ 주장하는 학자 수업…“검증 안 됐다” 학생들 논란

    KAIST서 ‘환단고기’ 주장하는 학자 수업…“검증 안 됐다” 학생들 논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 수업에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주장하는 학자가 강연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단고기는 아직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수업이 KAIST 학생들이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어서 더 논란이 커졌다. 수강생들은 비과학적인 수업이 필수 과목 수업에 포함된 건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4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올해 봄학기 기계·항공 정기세미나 과목으로 개설된 프로그램에서 A교수가 ‘광개토대왕비에서 보는 고구려의 천자문화’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세계환단학회 회원이기도 한 A교수는 이날 환단고기에 입각해 고대사 강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11년 계연수(桂延壽)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환단고기는 한국 상고의 단군조선이 시베리아에서 중국 본토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류 학계는 선행 사료도 없이 원시·상고사를 자세히 기술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 책을 위서(僞書)로 간주한다. 기계항공 석사 과정에 개설된 해당 과목은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양과목이다. 선택적으로 강연을 수강할 수 없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요약본을 제출해야 한다. 수강생들은 “강연자는 강연 내내 환단고기에 대해 언급하며 환국의 존재, 고조선 이전의 역사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했다”며 “학과가 강연자를 섭외한 만큼,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A교수는 지난해 말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강연을 하려다 포스텍 총학생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포스텍 총학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동북아 뿌리 역사와 원형문화’를 주제로 역사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총학이 “환단고기는 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역사서로 해당 강연이 진행되면 포스텍이 그 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반발해 강연이 취소됐다. 한 학생은 “포스텍에서 문제가 있어 무산된 강연을 KAIST에서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다”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KAIST 측은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큰 반발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KAIST 관계자는 “한 학기에 12~13번가량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는 수업 중 1회”라면서 “학부생들이 아닌 대학원생들은 사리 분별이 가능하고,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취지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친구네 집 월부책 많은 책을 어떻게…아저씨 부자세요?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친구네 집 월부책 많은 책을 어떻게…아저씨 부자세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가 거의 없었던 초등학생 시절, 유일하게 내가 먼저 친구네 집에 찾아갔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유는 오로지 책 때문이었다. 그 집 거실에는 커다란 책장이 있었고, 마치 학교 도서관처럼 많은 책이 높이를 맞춰 나란히 들어 있었다. 내 눈길을 단번에 잡아끈 것은 동서문화사에서 펴낸 동서추리문고였다. 열심히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모았다고는 하지만 보잘것없는 내 책장엔 그때까지 해문출판사의 애거사 크리스티 시리즈가 열 권 남짓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친구 집에는 그 유명한 동서추리문고 128권 전질이 잘 보이는 곳에 진열돼 있는 게 아닌가.그날부터 거의 매일이다시피 학교 숙제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친구 집에 가서 동서추리문고를 1권부터 섭렵했다. 책을 빌려 가는 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 있는 동안 최대한 빨리, 그리고 집중해서 읽어야 했다. 내 기억에 거의 반년 정도는 거기에 매달렸던 것 같다. 그 책이 얼마나 좋았던지 지금도 동서추리문고 앞부분 어느 정도까지는 목록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제1권은 추리소설의 대명사인 셜록 홈스 이야기다. 2권은 ‘Y의 비극’으로, 엘러리 퀸의 대표작이다. 그다음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이어진다. 책을 읽는 것도 재밌었지만 몇 권을 읽었는데도 아직 100권도 더 남아 있다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책장 메운 추리문고, 끝 없는 즐거움 ‘바벨의 도서관’ 같았던 그 집에서 나는 처음으로 ‘전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추리소설을 읽느라 거기에 있던 다른 책들은 천천히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대부분은 전집류였다. 거기서 별별 책을 다 보았는데 명확하게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가정판 세계문학전집’(도서출판 영·1982년)이다. 어째서 그걸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한번은 그 친구 부모님께 이 책들을 전부 어디서 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친구의 아버지가 “전집이기 때문에 몇 십 권씩 한꺼번에 산다”면서 책장에 있던 가정판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을 빼내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책을 사려면 얼마나 큰돈이 필요할까. 나는 책을 받아들면서 아저씨는 부자냐고 물었다. 이때 또 한번 신기한 것을 경험했다. 친구 아버지는 책을 한꺼번에 사려면 비싸지만 달마다 조금씩 나눠서 돈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책을 ‘월부 책’이라고 알려 줬다. 책이 많은 걸 부러워했던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우리도 ‘월부 책’을 사자고 졸랐다가 부모님께 적잖이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어른이 된 후 용돈이 아닌 내가 번 돈으로 책을 사 모을 수 있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해 보고 싶었던 게 전집을 사는 것이었다. 탄탄한 하드커버 장정에 금색으로 칠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 수십 권이 내 책장에 반듯하게 진열돼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몇몇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전집을 펴내고 있지만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건 1960~1980년대 출판된 것들이다. 당시 나온 전집들 목록을 살펴보면 ‘잘 팔릴 만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명저’들을 찾아 번역하려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1958년 정음사서 국내 첫 전집 출판 우리나라에서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인 것은 1958년 정음사(正音社)판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후 한국전쟁까지 거치면서 완전히 폐허가 된 이 땅에 출판인들은 문화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노력했다. 슬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지식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음사에 이어 을유문화사, 동아출판사도 비슷한 시기에 세계문학전집을 내놓았다. 물론 당시 출간된 전집은 일정 부분 일제강점기 때인 1927년 신초사에서 펴낸 목록에 의지한 면이 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구문화사가 열 권짜리 ‘세계전후문학전집’과 ‘세계전기문학전집’(전 12권)을 출간한 것을 포함해 문우출판사가 ‘러시아문학전집’(전 5권)을, 휘문출판사는 ‘흑인문학전집’(전 5권)을 펴내는 등 저마다 개성을 살린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였다. 전집류 유행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고 고도성장 시기를 거쳐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지식’과 ‘교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화’라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더해져 출판 규모가 정점에 올랐다. 특히 1980년대에는 성인 남성이나 대학생을 독자층으로 겨냥해 출판하던 기존 흐름에서 벗어나 여성과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전집류 기획도 많아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 그 친구네 집에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던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명화·작품 배경 사진 등 자료도 쏠쏠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은 1982년에 1차분 열두 권이 출간됐는데, 이름 그대로 가정에 한 질씩 구비해 두고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도록 본문 편집에 주의를 기울인 것이 특징이다.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편집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 책을 읽는 데 도움을 줄 만한 것이라면 영화의 한 장면에서부터 명화, 작가의 친필 원고, 작품 배경이 되는 곳의 실제 사진 등까지 자료를 본문 사이사이에 꼼꼼하게 배치했다. 내친김에 흐릿한 기억을 실마리 삼아 이 책 전질을 구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얼마 전 일이 있어 전주에 갔을 때 한옥마을 근처 헌책방에서 한 권을 입수했다. 서울에 와서 이곳저곳 알아보니 이제 십여 권 정도 모이게 됐다. 전부 서른여섯 권이니까 절반 정도 찾은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닥쳤다. 책을 모으려면 당연히 목록이 있어야 하는데,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에는 목록이 따로 없다. 여느 전집류처럼 각 권마다 번호가 붙은 것도 아니라서 아직 찾아내지 못한 책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신문광고에는 1차분의 목록이 나와 있지만 1984년부터 펴낸 2차분에는 어떤 책이 들어 있는지 정보가 없다. 어쩌면 이 책 서른여섯 권을 지금껏 소장하고 있는 애서가도 어딘가 있겠지만 1985년까지 총 36권이 나왔다는 단순한 정보만 갖고 무작정 책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마침내 모든 책을 다 찾아서 멋지게 책장 한곳에 진열해 놓을 생각을 하면 기운이 생긴다. 어떤 독서가가 말했듯이 책은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저 책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돌아온 전집 유행… 번역 등 깔끔해져 세계문학전집 유행이 다시 찾아온 것처럼 서점에 가 보면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 비하면 번역도 매끄럽고 본문은 읽기 편하도록 잘 편집했다. 하지만 책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책을 읽지 않는 건 단지 사람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책은 물건이기에 앞서 그 자체로 철학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둘러싼 철학은 그 옛날 ‘지식’, ‘교양’, ‘세계화’ 같은 말에서 조금도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 大(큰 대)와 尢(절름발이 왕)의 차이는...한자 쉽게 익히는 책 설문한자

    大(큰 대)와 尢(절름발이 왕)의 차이는...한자 쉽게 익히는 책 설문한자

    뜻 글자로 알려진 한자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여러가지 뜻과 수천가지가 넘는 한자를 어떻게 익히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없까. 도서출판 현우사가 최근 발간한 ‘설문한자’는 이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만들어졌다. 글자의 바탕 구실을 하는 부수(部首) 214자를 암기(暗記)할 수 있도록 엮어 놓았고, 이들 부수의 자원(字源)과 그 쓰임을 제시해 놓았다. 지금껏 이렇게 많은 한자의 뜻을 풀이해 놓은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 수록 한자(漢字)가 3725자나 되는 데다 사용빈도가 높은 단어를 중심으로 꾸며져 실생활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한자어의 뜻 풀이가 가능하다. 한자(漢字)는 뜻글자이지만, 뜻을 담아두게 된 연유(緣由)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저자 나름대로 연구하고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뜻을 풀이했다. 저자는 글자를 쉽게 익히고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뜻풀이를 시작, 십 수 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이 책을 탈고(脫稿)하였다. 한자(漢字)는 글자마다 뜻을 담아둔 연유나 배경이 천차만별이다. 어느 한 글자를 뜻풀이 하였을 때 그 글자와 연관된 글자도 같은 맥락으로 뜻풀이가 돼 있어야 올바른 뜻풀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大(큰 대) 부수를 풀이함에 있어서 사람이 팔다리를 크게 벌린 모양을 표현한 글자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尢(절름발이 왕) 부수는 大 글자에서 한 쪽 다리가 굽혀진 모양이기에 ‘절름발이’뜻을 지녔다고 설명하고 있다. 책에 수록된 한자를 익힌다면 자연이나 동식물의 물상과 생태, 생활상이나 관습과 전설 등을 이해 할 수도 있다. 篤(돈독할 독) 글자는 대나무(竹) 말(馬), 곧 죽마(竹馬 → 대나무로 만든 놀이용 말)를 함께 타고 놀던 어린 시절의 우정(友情)은 순진하고도 도탑다는 데서 ‘도탑다. 순진하다’는 뜻을 취하였다고 설명하였으니, 이는 죽마고우(竹馬故友)라는 고사성어에서 비롯한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졸렬(拙劣)한 행동을 하지마라”에서 拙(못날 졸)은 扌(= 手 손 수)와 出(날 출)의 결합으로, 손(扌)이 먼저 나가는(出), 곧 상대방의 잘못에 대하여 타이르기에 앞서 손이 먼저 나가는(때리는) 것은 못난 사람의 짓거리이라는 데서 ‘졸하다. 못나다’ 뜻을 , 劣(못할 렬)은 少(적을 소)와 力(힘 력)의 결합으로, 적게(少) 힘(力)을 들이면 소득이나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데서 ‘못하다. 적다’는 뜻을 취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책을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엮어 놓은 교양서처럼 읽는다면 세상 물정(物情)과 글자를 동시에 터득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값 2만 6000원.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 ‘내 말 좀 들어줘’ 장호일, 방송 최초 파경스토리 고백 “현재 법적 싱글”

    ‘내 말 좀 들어줘’ 장호일, 방송 최초 파경스토리 고백 “현재 법적 싱글”

    가수 장호일이 방송 최초로 파경 스토리를 고백한다. 28일 첫 방송되는 SBS플러스 시사·교양 프로그램 ‘내 말 좀 들어줘’에서는 그룹 015B의 멤버 장호일이 출연해 굴곡진 인생사를 털어놓는다. 장호일은 MC 서천석 박사가 결혼에 대해 언급하자 “당시 집안의 제반 환경도 서로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당사자 둘만 결혼하겠다고 그랬던 게 앞섰다”며 “그래서인지 조그마한 문제에도 갈등이 깊어졌다”고 전했다. 과거 ‘서세원의 토크박스’를 끝으로 방송활동을 접었던 장호일은 2003년 12살 연하 여성과 깜짝 결혼을 발표한 바 있다. 상대는 준 재벌가의 미모의 재원으로 당시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서 그의 결혼에 대한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어 장호일은 불안했던 결혼생활과 당시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 법적으로 ‘싱글’이 된 사연, 그리고 현재 여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이목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또한 장호일은 그동안 듣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그는 서세원과 함께했던 ’토크박스‘ 보조 MC 시절, 유재석과 당대 톱 개그맨들의 기에 눌려 자신감을 잃고 방송을 접었던 사연과 연이은 사업실패로 다시 연예계에 복귀하게 된 풀 스토리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 말 좀 들어줘‘는 방송 최초로 연예인 MC가 아닌 심리전문가를 전진 배치하는 포맷으로 각각의 고민과 사연을 가진 게스트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본격 심리 프로그램이다. 이날 오후 11시 SBS플러스와 SBS funE 채널을 통해 첫 방송된다. 사진=SBS미디어넷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방승언의 삐-급 문화 쪼개기] 폐업 속출…‘먹거리X파일’ 고발당하지 않는 고발프로그램의 횡포

    [방승언의 삐-급 문화 쪼개기] 폐업 속출…‘먹거리X파일’ 고발당하지 않는 고발프로그램의 횡포

    지난 12일 종합편성채널 ‘채널 A’의 시사교양프로그램 ‘먹거리X파일’이 대만식 ‘대왕 카스테라’ 제조과정에 식용유 및 화학첨가제가 사용된다는 점을 들어 비판한 후 소규모 점포의 폐업 속출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방송에서 지적된 사항들에 대해 다수 전문가들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데 이어 방송이 일부 업체만의 관행을 업계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부풀렸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고발 프로그램의 전문성 및 윤리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왕 카스테라’ 정말 문제가 있었을까? 식품 전문가들은 제빵에서의 식용유 사용은 선택의 문제일 뿐 윤리적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문정훈 서울대 식품비지니스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버터보다 식용유가 들어가면 풍미는 떨어지지만, 반죽의 탄력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어 식용유를 쓴다”며 “‘제빵시 식용유를 넣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프레임으로 방송을 만들면 소비자들을 매우 오도하는 것”라고 썼다.비난 여론이 강해지자 먹거리X파일 측은 26일 ‘대왕카스테라 방송 그 후’ 편을 방영, 식용유가 사용된 빵에 ‘케이크’가 아닌 ‘카스테라’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대다수 시청자들은 앞서 지적했던 식용유 사용 관행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속출하자 ‘논점 흐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방송 한 편에 무너지는 영세 자영업자의 가정 ‘먹거리X파일’의 이번 방송 내용과 무관한 대왕카스테라 업체들은 크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왕카스테라 업주는 ‘먹거리X파일’ 공식 홈페이지에 쓴 글에서 “매출이 90% 이상 줄어 하루하루 장사를 할수록 오히려 손해 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며 “작가가 쓴 마지막 한 줄, ‘대부분의 업체가 이렇게 만든다’, 이 확인되지 않은 무책임한 당신의 한 줄 끄적임에 저는 억대 빚이 생겼습니다”고 전했다.이번 논란에서처럼 근거가 확실치 않은 보도에 무고한 요식업 종사자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이러한 보도행태에 시청자들은 늘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일부 언론들의 태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발언론은 누가 고발하는가 지난 2014년 5월 먹거리X파일(당시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은 전국에서 유행하던 먹거리인 ‘벌집 아이스크림’에 파라핀 성분이 함유됐다며 문제 삼았던 바 있다. 이때 방송 측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일부 업체의 문제를 업계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묘사, 상당수 무고한 사업주에 피해를 입혔다. 특정 영세업체 몇 곳이 심각한 곤경에 빠졌던 사례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먹거리X파일은 벌집 아이스크림 방송 이후 불과 약 두 달 후인 2014년 7월 비위생적으로 노계(老鷄)를 취급하는 업체를 고발한다며 한 칼국수 음식점을 방송에 내보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닭고기의 식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계를 선택해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있었으며, 결국 프로그램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지난해 승소했다. 먹거리X파일의 PD겸 진행자였던 이영돈 PD는 프로그램 하차 후 JTBC에서 진행한 ‘이영돈PD가 간다’에서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이영돈 PD는 한 ‘그릭요거트’ 전문점의 일부 메뉴만을 취재하고는 ‘진짜 그릭요거트를 취급하는 업체가 아니다’고 보도했다가 사실이 밝혀지자 뒤늦게 사과 방송을 내보낸 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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