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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교육 길을 잃다] (1) 불신의 교실

    [공교육 길을 잃다] (1) 불신의 교실

    수월성 교육 강화와 대학입시 자율화,국제중 신설,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란,일제고사 거부에 따른 교사 파면·해임,계속되는 복직 투쟁….2008년 교육계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교육을 둘러싼 이념 투쟁이 지루하게 계속되고,오직 대학 입학을 위한 교육에 너나 없이 ‘올인’하는 사이 공교육은 엉망이 됐고,교육당국·학교·교사·학생·학부모들간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붕괴 위기에 처한 공교육의 실태와 문제점,그리고 대안을 찾아본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체육교사인 W(28·여)씨는 지난 10월부터 밤 10시만 되면 낯뜨거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있다.자폐증이 있는 한 학생의 전화번호가 찍힌 문자는 ‘오늘 밤 예체능실에서 혼자 기다리세요.제가 얼른 갈게요.’로 시작해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같은 반 친구들이 이 학생의 휴대전화번호를 이용해 번갈아 문자를 보내는 것 같아요.애들 사이에서 유희의 대상이 된 것 같아 치욕스러워요.” ●“30만원 드릴테니 5점만 올려주세요” 서울 강북의 한 중학교 사회교사로 있다 얼마 전 그만둔 K(38·여)씨는 지난해 기말고사에서 학부모로부터 5점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이 학부모의 아들은 80점대 중반이었고,5점을 더하면 90점 이상이 될 수 있었다.K씨가 거절하자 학부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30만원이면 되겠냐.”고 말했다.지방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머리를 감은 물을 먹이려는 일은 다반사다.교사들은 학생이 주는 음료수도 마음놓고 마시지 못 한다.”고 전했다. 올해 은퇴한 이모(58) 교사는 “인성을 가르치던 스승은 없어진 지 오래고,이제는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도 설 자리가 없다.”면서 “오래 전에 교사는 학원강사보다 못 가르치면서 안정적인 자리만 꿰차고 있는 사람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욕설·유희 대상으로 전락한 ‘담탱이´ ‘교실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교사는 속수무책이다.학교는 여전히 점수만 높이면 된다는 식의 ‘보여지는 교육’만을 강조하고 있다.교육의 4주체인 교사·학생·학부모·학교는 서로를 불신하며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을 이용해 담임교사를 ‘왕따’시키기에 이르렀다.‘담탱’,‘안티’라는 검색어로 찾은 교사 비난 인터넷 카페는 다음·네이버·싸이월드에만 100여개에 이른다.이름부터 ‘XXX 죽여버리자’ 등으로 자극적이다.서울 B중학교의 S(32·여)교사는 지난 7월 학생들의 ‘욕설 테러’를 견디지 못해 전근을 가야 했다.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은 법정으로 향하기도 한다.지난달에는 중학생 아들이 친구와 싸우는 것을 편파적으로 처리했다며 교사를 폭행한 학부모 최모(49)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되기도 했다.교총에 따르면 2003년 95건이던 교권침해사건은 지난해 204건으로 늘었다.교총 관계자는 “올해는 300건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교사들의 고충상담 역시 2003년 87건에서 올해(1월1일~12월15일) 185건으로 급증했다. 교권이 훼손되고 교사들이 의기소침해지면 학생들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품행불량이나 학교부적응으로 학교를 떠난 서울시내 고등학생이 2005년 407명에서 올해 1010명으로 급증했다. ●학교 교육지표는 ‘성적´ 경기 시흥시 한 초등학교의 김모(50) 교사는 “교사들이 대부분 임용 3년만 지나면 문제학생보다는 공부 잘하는 학생만 쳐다보게 된다.”면서 “문제학생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방치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기 힘들고,이들의 자녀들도 비슷한 악순환을 걷는다.”고 말했다.성남시의 한 중학교 수학교사 김모(25·여)씨는 “수학을 야외활동과 관련해서 가르쳤더니 성적을 높이라는 항의만 받았다.”면서 “자기계발도 못 하고 잡무에 치여 인성교육은 신경도 못 쓰는 상황이 교사를 무기력하게 한다.”고 말했다. 권대봉 직업능력개발원장은 “정부·학교·학생·학부모 모두에게 학교붕괴의 책임이 있다.”면서 “우선 학교가 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강선보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들이 학원강사보다 지식 전달 능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공교육을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가정교육의 부재도 학교 붕괴의 한 원인인 만큼 학부모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주 박창규기자 kdlrudn@seoul.co.kr
  • [시론] 영어공교육 강화 해법/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시론] 영어공교육 강화 해법/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인수위의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 발표 후 참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영어로 하는 수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 제기도 꽤 있었지만 그보다는 시행 방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압도적이다. 최근 기사제목만 보아도 ‘산 넘어 산’이라든지,‘갈 길이 멀다’ 등, 시행 전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교원 확보, 영어인증제 등 무엇 하나 단기간에 사소한 비용으로 해결할 명쾌한 비책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팎의 맹비난과 조롱 앞에 또다시 물러선다면 우리의 영어교육정책과 공교육의 불신은 과거보다 몇 배 심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에 이러한 딜레마를 딛고,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을 성공시키기 위한 해법 몇 가지를 제안 하고자 한다. 첫째, 기존 교사를 최대한 활용하라. 인수위 발표에 따라 새로 충원해야 할 영어교사가 2만 3000명이고 이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큰 문제인 것처럼 논의되는데, 이 숫자는 영어강의 가능 현직교사 수를 정확히 파악하여 다시 산정되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현장에서 관찰해 온 바, 현직 영어교사의 60~70% 이상은 연수를 의무화하고, 단기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영어로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에 충분하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영어실력보다 영어로 하는 수업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 효과적 영어강의 노하우, 적합한 수업환경(멀티미디어시설을 갖춘 20명 이내 수준별 교실)이다. 둘째, 정규 영어교사를 충원하라. 영어전용교사와 같은 애매한 임시직을 섣불리 대거 선발하여 야기되는 문제를 감당하기보다는 영어강의, 수업환경 개선 등으로 인하여 필요한 인력은 과연 몇 명인지 정확히 파악하여 단계적으로 영어교원 수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군다나 테솔(TESOL) 소지자든, 영어교사자격증 소지자든 실력 있는 잠재 인력은 계약직을 원하지 않는다. 계약직이라면 더 좋은 급여수준의 사교육기관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양성기관의 재학생들을 보조교사로 활용하라.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영어교사양성기관이 있다. 사범대·교대·교육대학원(교사자격증 발급), 테솔 과정(교사자격증 미발급) 등 높은 입학경쟁률을 통하여 선발되어 다양한 영어교사 훈련을 받고 있는 이들 영어교사지망생들은 수천명에 이른다. 이들 재학생은 졸업 전 체계적이고 충분한 현장 교육실습이 필요하지만 여건상, 관행상 최대 한 달간의 부실한 교생실습이 고작이어서 실전 감각이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넷째, 영어강의는 초등과 중등부터 우선 실시하라. 학업량·수업내용·지도 방식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인수위의 현재 방침인 고1, 중3부터 우선 시행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현재 자발적으로 시행 중인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은 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라는 사실 또한 높은 시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임을 주목해야 한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 영어교육과정은 구두언어 중심으로 시작하여 문자언어교육으로 발전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말하기 교육을 특히 강조해야 할 쪽은 초·중등이다. 나는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의 영어공교육 강화효과에 매우 낙관적이다. 다만 참여자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새 판을 짜려는 것은 비효율적인 생각이다. 그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공과를 차분히 점검하고, 조정하면서 강력한 의지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 [지방시대] 도심 속의 ‘작은 학교’/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올해 초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 초등학교가 새로 문을 열었다.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의 학생수가 너무 많아 분교를 한 것이다. 행정 구역상 필자의 막내도 새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기 때문에 학교 건물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초등학교 때 이와 똑같은 이유로 전학을 갔던 필자는 내심 새 학교가 걱정됐다. 나의 기억에 내가 전학 갔던 새 학교는 허허벌판에 건물만 하나 덩그러니 있었고 학교에 간 첫날 책걸상을 직접 들어 교실로 운반해야 했었다. 운동장도 다져지지 않아 몇날 며칠 수업도 하지 않고 운동장에 나와 모래 밟기도 했다. 물리적으로 학교가 완성되는 데 무척 오래 걸렸으며 학교 생활이 안정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바로 35년 전의 일이다. 그때와 지금 상황은 비교도 안 되지만 신설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부분 자녀를 전학시키는 데 부담을 가졌고 그 중 일부는 1년 후 학교가 안정되면 전학시키려고 주소지를 옮기기도 했다. 어떤 이는 새 학교의 학급수가 너무 적어 아이에게 학습적으로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했다. 필자 또한 신설학교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갖고 있어 안심이 되진 않았지만 학교가 집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하고 다른 것은 생각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새 학교는 여러 가지로 필자를 감동시켰다. 처음 만족시킨 것은 예쁜 학교의 모습이다. 아름다운 교사(校舍)와 교정, 최신식으로 모든 시설을 갖춘 학교의 모습은 신설되는 공립학교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개교하는 첫날부터 아이들은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멋진 학교시설에 정말 학교를 좋아했다. 또한 아이들을 일일이 파악하고 꼼꼼하게 지도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이 학교는 학력 평가에서도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뿐이랴. 전교생 이름을 거의 다 기억하고 교정에서나 등·하굣길에 일일이 챙겨주는 교장·교감 선생님, 자녀가 임원이건 아니건 학교를 위해 자발적으로 즐겁게 봉사하는 학부모들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개교 기념 행사와 체육대회 땐 정말 아기자기한 동네 잔치가 되었다. 대도시 아파트촌 안에서는 참으로 보기 힘든 의외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바로 한 학급 학생수 20명 내외, 전체 학급수 8학급인 ‘작은 학교’의 모습이다. 이 학교는 한 학기를 마치는 지금 매우 성공적인 운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무엇보다 신설학교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교육청과 학교의 노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학교 신축에 BTL(Build Transfer Lease) 방식을 도입하고 ‘작은 학교’를 지향한 교육정책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는 없었다고 본다. 좋은 학교란 물리적 환경과 심리적 환경이 조화를 이룰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애정을 갖고 선생님이 학생 개개인에게 세심한 지도를 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교육은 교육 환경이 좋은 작은 학교에서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학급당 20명 내외의 학생수와 전체 학년 12학급 이하의 규모를 가진 학교를 일컫는 것이다. 교육 선진국에서 대부분 ‘작은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의 주택가 한복판에 등장한 예쁘고 작은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이 하나가 돼 체험 학습도 마음껏 하고 신나게 공부하는 모습은 매우 신선한 감동을 준다. 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이러한 교육환경 속에서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작은 학교’는 누구보다도 도심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환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사설] 대입 내신평가 대학에 맡겨라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들이 대입 정시모집에서 내신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이화여대는 내신 3∼4등급까지 만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내신 상위 4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만점을 받게 돼 사실상 내신에 의한 평가는 무의미해진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있다. 대입 전형에 내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학생을 뽑는 주체인 대학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교육부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대학들이 내신 실질반영률을 줄이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차를 내신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내신 평가 과정을 대학들이 신뢰하지 않고 있어서다. 학력은 높은데도 학교간 격차로 인해 내신 등급이 낮아져 선발에서 탈락하는 해괴한 일들이 그래서 벌어진다. 내신보다는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높은 수능과 논술 등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는 판단은 대학으로선 당연하다. 상위권 학생들에 대해서는 내신에서 차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대학은 지난해까지 내신 성적을 ‘수우미양가’의 5등급으로 반영했던 만큼 이번 방안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교육부가 내신을 무력화하는 대학에 초강수로 대응할 뜻을 비췄다. 그러나 말 안듣는 대학에는 재정지원을 끊겠다는 식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신뢰할 수 없는 잣대를 사용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내신 반영을 요구하기에 앞서 내신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내신 불신의 요인은 놔둔 채 제재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바뀌었다. 대학들도 내신 평가방식을 조속히 결정해 교실의 혼란을 줄여야 할 것이다.
  • ‘학생체벌 금지’ 법제화 논란

    ‘학생체벌 금지’ 법제화 논란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체벌 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인권 차원에서 체벌을 원천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런 문제까지 법으로 해결해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학생체벌을 둘러싼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런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울 강남의 A중학교는 2003년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한 여교사가 말을 듣지 않은 학생들에게 엎드려 뻗치기를 시킨 뒤 신고 있던 뾰족 구두로 학생들의 머리를 때린 사건 때문이었다. 학부모들이 흥분했지만 정작 학교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학부모였던 박모씨는 “선생님을 대상으로 들고일어나 큰 문제를 삼는 것은 학부모가 약자인 현실에서 엄청난 ‘명물’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의 B초등학교에도 이런 여교사가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저학년들에게 심한 체벌을 주기 때문이다.2학년생에게 주먹 쥐고 엎드려 뻗치기를 시키고 발로 차거나, 수업에 방해된다며 교실 밖으로 끌어내 쫓아내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항의했지만 교장은 이듬해 해당 교사에게 1학년 담임을 맡겨 학부모들을 경악시켰다.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별도로 폭력에 가까운 체벌이 일상화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학교에 체벌과 관련해 문제 있는 교사 몇몇은 꼭 있는데, 이 교사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언어폭력도 위험수위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정한 체벌 규정이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법으로 금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폭력은 막아달라.”고 강조한다. 체벌이 교육적 차원을 넘어 폭력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학부모 이모씨는 “교육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체벌을 풀어놓다 보니 일반화되는 것이 문제”라면서 “부작용도 있겠지만 법제화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언어 폭력도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서울 강북의 C중학교에 자녀가 재학 중인 이모씨는 “일반적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신체적·언어적 체벌에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가도 빌어먹을 놈’이라든지, ‘네 아버지 직업이 뭔데 이 모양이냐.’,‘거지 팔자 못 면한다.’는 등 가족사나 아이의 미래를 언급하며 꾸짖는 경우 아이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된다.”면서 “‘강남 아이들은 안 그런데 너희는 왜 이 모양이냐.’는 등 지역차별적인 발언도 무의식 중에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 지도할 방법 없다” 하소연 서울의 D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 학생에게 “선생님,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그 아이가 평소 내게 불만이 많이 쌓여서 나온 행동이었겠지만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참 답답했다.”면서 “교육적 차원의 체벌로 고쳐질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체벌금지 법제화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들 사이에 ‘내 자식도 아닌데 왜 욕을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확산될 수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교사들은 과도한 체벌에는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적 차원의 체벌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체벌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 서울 E중 송모 교사는 “의무교육인 중학교에서 마땅한 대안도 없이 체벌을 금지한다면 아이들을 지도할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서울 F여고 박모 교사는 “체벌은 사라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면서 “무조건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능력 없는 교사일수록 체벌 의존” 법제화를 둘러싼 의견이 학부모와 교사를 중심으로 나뉘지만 한 가지에서만큼은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교육부가 법제화만 서두르지 말고, 학교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G고 3학년 박모군은 “체벌 자체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선생님을 보고 배워 후배들을 똑같이 때리는 등 폭력이 대물림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면서 “법제화도 필요하지만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원모씨는 “가르치는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일수록 체벌에 의존하는 반면, 체벌 없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교육적으로 운영하는 반이 있다.”며 대안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체벌을 포기한 지 7년 됐다는 서울 H중 함모 교사는 “경험상 체벌은 효과가 없다.”고 전제한 뒤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이해하고 설득하다 보니 훨씬 효과가 있더라.”면서 “결국 교사가 운영의 묘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폭력은 또다른 폭력 낳아” vs “교단 자율성 침해우려 커” ‘사랑의 매인가, 또 하나의 폭력인가.´ 학생체벌 법제화 방안을 둘러싸고 찬반이 팽팽하다. 올해에는 교육부가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찬반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법제화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학생 인권 보호를 강조한다. 교도소와 군대에서조차 금지하고 있는 체벌을 교육적이라는 이유로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교육과 시민사회, 바른교육권 실천운동,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등 학부모·교육단체와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등이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은 “공개되지 않은 채 묻혀가는 일상적인 폭력 사례들이 부지기수로, 그 결과 학부모와 학생들의 공교육 불신은 높아지고, 교사 집단을 혐오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이민숙 대변인도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올 하반기 중에 체벌금지 규정을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들이 과도한 체벌을 그대로 보고 배워 또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법으로 체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주장이다. ●사제 신뢰회복에 걸림돌 반면 법제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체벌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법으로 강제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학교별 학교생활 규정에 따라 체벌을 금지하거나 합리적인 사랑의 매만 허용할 수 있는데, 굳이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체벌 대신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대안을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 훨씬 교육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서울 S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교육적인 작은 체벌에도 교사를 신고하는 마당에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다면 생활지도를 아예 포기하는 교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면서, 교사와 학생간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을 걱정했다.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도 “교사와 학생간 신뢰관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고 교단의 자율성도 침범할 우려가 크다.”면서 “현행 학교생활규정으로도 학생에 대한 과도한 체벌을 막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체벌 정의와 법적 규정 현행 초중등교육법 18조에는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 법령 및 학칙에 정하는 바에 의해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 체벌을 간접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면서도 교육상 불가피한 체벌의 경우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민주적 합의절차를 거쳐 사회통념상 합당한 범위 안에서 학교 규정에 명시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지키는 학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대법원의 2004년 판례에 따라 ‘용인되지 않은 체벌’을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 않은 채 교사의 성격·감정에서 비롯되거나 ▲공개적으로 체벌이나 모욕을 가하는 지도행위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이나 교사의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거나 ▲학생의 성별, 연령, 개인적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는 행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외국에선 어떻게 하나 우리나라처럼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랑의 매질’을 하는 것이 외국에서는 가능할까? 나라마다 전통과 관습, 사제간에 대한 인식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현재 체벌금지에 대한 법제화 기류가 적지 않게 형성된 시점이어서 외국 사례는 주목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체벌을 금지한 나라는 이슬람권 국가와 독일, 룩셈부르크, 스웨덴,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우루과이, 일본, 중국, 프랑스, 호주 등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교원이 학생을 ‘너’라고 부르는 것도 금지할 정도로 체벌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독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집단 벌과 모든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체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27개 주에서는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다. 하지만 텍사스, 뉴햄프셔 등 13개 주에서는 잔인한 체벌을 금지하지만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김창환 연구위원은 “미시간주의 경우, 학기초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훈육관련 지침을 통보하는데 학생이 학교에서 비행을 저지르면 저녁에 남아서 별도 공부를 시키는 것은 가벼운 벌이고 며칠간의 정학도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부 서유미 국제교육협력과장도 “아이오와주의 경우, 장난을 심하게 치는 아이에게 서있게 한다든지, 평소 사용하던 화장실이 아닌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이용하게 한다든 지 심리적 압박은 주더라.”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싱가포르 등도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한다. 반면 캐나다와 태국은 체벌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체벌을 교육의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체벌했을 때에는 학생의 위반 행동과 체벌경위를 기록으로 보관하고 장학사 요구가 있으면 이를 언제든지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지도에 개인적 감정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태국은 학교 규율을 위반하거나 학생 본분을 이탈한 행위에 한해 제3자가 없는 닫힌 방에서 교사가 체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학생의 허벅지 뒤쪽 부위를 때리돼 표면이 매끄럽고 둥글며 직경 0.7㎝를 넘지 않는 회초리로 6대 이내를 때릴 수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국내 최연소 구로중학교 최병갑 교장의 교육개혁실험 1년

    국내 최연소 구로중학교 최병갑 교장의 교육개혁실험 1년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눈망울이 무섭습니다.” 그는 그동안 야윈 듯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서울 구로중 최병갑(46) 교장. 지난해 9월 역대 최연소 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간에 건강한 소통의 장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교육계의 온갖 갈등과 불신, 오해, 참여 부족 등의 문제점은 결국 건강한 소통문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위에서 내려오는 정책이 아니라 아래에서 출발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렵지만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일이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아이디어를 내고, 민주적인 토론과 논의를 거쳐 결정되면 교장은 예산과 지원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교육청, 교육부 등 학교 안팎으로 뛰었다. 1년 동안의 실험이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교육부의 ‘주5일 수업제 교육과정 편성·운영’ 시범학교나 서울시교육청 지정 ‘좋은학교 만들기 지원학교’로 선정된 것도 학부모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인정을 받았다. 구로구청과는 ‘연구학교 지원협약’을 맺고 예산과 시설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내년 9월 완공 예정인 국제관 건립도 교육청과 지역사회 등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놓은 상태다. 모든 것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제안에서 비롯됐다.‘자기리더십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는 강좌로, 학생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수학 실력을 올려줬으면 하는 학부모들의 바람은 ‘실력향상 프로그램’으로 현실화됐다. 몸매에 관심있는 여학생들의 의견은 ‘슬림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다음달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학교에서 기초 체력을 기르고, 동문이 운영하는 인근 한의원에서 무료 침술과 체지방을 측정하고, 가까운 피트니스 센터에서 싼 가격에 운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탈의실을 만들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 교실 가운데 커튼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도 학생들이 낸 것이다.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학교활동과 관련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 그는 “초빙교장 계약기간이 끝나는 3년 6개월이 지나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 학교경영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교장으로서 자신을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최 교장은 “교내 갈등은 교육계 갈등의 축소판”이라면서 “첨예하게 갈리는 관점 차이가 나타낼 때마다 ‘교장의 입장은 뭐냐.’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의 눈은 정확합니다. 아이들의 요구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입니다. 이제 교육계 모두 거대한 담론으로 충돌하기보다는 현재 아이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뭔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학교를 바꾸려는 그의 소신의 한가운데는 아이들이 있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약품시험기관 복제의약품 효능조작 파문

    약품시험기관 복제의약품 효능조작 파문

    약품 시험기관들이 복제의약품 효능 조사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 의약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초래함은 물론 그동안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을 복제한 카피약 생산에 주력해 온 국내 제약업계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이번 조사 결과는 카피약 효능 조작이 일부 시험기관이나 특정 카피약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시험기관의 모럴해저드 국내 35개 시험기관 중 11개 기관을 우선 선정해 실태를 점검한 이번 조사에서 조작 혐의가 포착된 기관은 조사대상의 90%인 10개 기관이나 된다. 또 시험약품 101개 품목 중 문제가 된 약품은 43개로 42%를 웃돈다. 일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중간 조사에서 90%나 되는 기관이 적발됐다는 얘기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이 업계 전반에서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시험기관이 생동성 시험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엉터리로 진행하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의학계 내부에서 흘러나올 정도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기관들도 시험조차 하지 않고 시험을 한 것처럼 자료를 꾸미는 등 모럴해저드의 단면을 드러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들 기관이 유사한 약품의 생동성 시험을 하다보니 다른 약품의 시험자료를 가져다 결과를 꾸미기도 하고, 시험결과가 좋지 않으면 오리지널약과 효능이 같은 것으로 자료를 수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기관에서는 식약청 조사를 피하기 위해 컴퓨터에 저장된 원본 자료를 파기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다공증 치료제등 부작용 우려 커 생동성 시험의 파행과 조작은 바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로 직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문의약품의 99.9%가 카피약이기 때문에 의약품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가톨릭의대 임상의학교실 임동석 교수는 “오리지널 약품과 화학적 성분이 같은 카피약이기 때문에 단기간 복용할경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장기간 복용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면서 “오리지널 약보다 혈중 농도가 낮거나 높거나 두 가지 경우 모두 환자에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번에 적발된 약품들은 골다공증 치료제 등 몇 년씩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조차 믿고 먹을 수 없다며 한탄하는 분위기다. 약사들도 “생동성 시험을 거친 약들은 오리지널 약과 효능이 똑같다는 입증을 거친 약들이라 믿고 대체조제를 해왔는데, 생동성 시험결과를 조작한다면 환자들이 카피약을 어떻게 신뢰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게 된 제약업체들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카피약 하나를 허가받을 때마다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시험을 의뢰하는데 이 결과를 조작했다니 시험비용은 비용대로 날리고 제약사 신뢰도마저 추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 전체 카피약 시장이 위축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체를 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관행처럼 만연된 효능 조작을 제약사가 그동안 몰랐었는지, 또 시험기관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물학적 동등성시험(BioequivalenceTest) 카피약(복제 의약품)이 오리지널약과 같은 효과를 내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1989년부터 카피약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생동성 시험자료를 반드시 제출토록 의무화됐다. 현재 신약을 복제한 카피약과 45개 성분 제제에 대해서는 생동성 시험이 의무화돼 있다. 지금까지 생동성 인정을 받은 의약품은 총 3907개 품목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美 대안학교를 가다] 학생99% 흑인·대학진학률 95% ‘놀라운 이야기’

    [美 대안학교를 가다] 학생99% 흑인·대학진학률 95% ‘놀라운 이야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공교육을 대신할 ‘선택적 대안’을 찾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시민단체나 교육에 대한 생각이 같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정부와 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차터 스쿨(Charter School)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 동남부의 M스트리트 770번지에 함께 자리잡은 워싱턴 수학·과학·기술 고등학교(WMST)와 KIPP워싱턴 중학교, 이글 아카데미 조기교육원은 미국의 차터 스쿨들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세 학교가 자리잡은 건물은 파란색이어서 사람들은 ‘블루 캐슬’로 부른다. 블루 캐슬은 워싱턴의 빈민 지역에 있다.WMST의 학생 가운데 99%가 흑인이다. 학교 시설도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WMST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미국 내 상위 3% 안에 드는 고등학교다. 졸업생의 95%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 학교는 수학과 과학, 기술 교육도 잘하지만 학생과 교사간의 끈끈한 교감이 가장 큰 성공 비결로 꼽힌다. 공립학교에 다니다가 이 학교로 전학온 11학년(한국의 고등학교 2학년) 다니엘 퍼먼은 “이전 학교는 학생수가 많아 선생님들이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면서 “WMST에서는 언제나 선생님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370명인 이 학교의 학생 대 교사의 비율은 16대1이다. 플로이드 길고어 WMST 교장은 학생들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바라기 때문에 대입 학력고사(SAT) 준비 수업을 별도로 실시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진지하다. 뉴올리언스 대학에서 4년간 장학생으로 오라는 요청을 받은 12학년 로지나 핸더슨은 현재 공군 ROTC 훈련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 ROTC는 인근 군 부대에서 기본 군사훈련을 받지만 졸업 후에 복무할 의무가 없다. 핸더슨은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려고 가입했다.”면서 “전체 학생 370명 가운데 222명이 ROTC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블루 캐슬 2층에는 KIPP워싱턴 중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이 학교의 설립자이자 교장은 교사 출신 수전 섀플러. 그녀는 “볼티모어와 워싱턴에서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의 수업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이 때문에 내가 맡은 반 학생들의 수업 시간을 늘렸지만 다른 반과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닥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섀플러는 아예 자신의 뜻에 맞는 학교를 찾다가 휴스턴의 젊은 교사들이 시작한 KIPP를 발견하게 됐다.KIPP는 ‘아는 것이 힘(Knowledge Is Power Program)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다.KIPP의 특징은 학생들을 가급적 학교에 오랜 시간 ‘묶어놓는’ 것. KIPP의 하루 수업 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다른 학교들보다 2시간 이상 길다. 여기에 수업이 끝난 뒤에 발레와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은 과외교육을 추가로 시킨다. 또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이 있다. 여름방학에도 3주간 수업을 들어야 한다. KIPP의 226호 교실에서 진행 중인 케이시 풀러튼 교사의 독서 수업을 잠시 참관했다. 풀러튼 교사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페이첵(Paychecks)’부터 꺼내들었다. 페이첵은 일종의 학생 생활 기록표다. 등교와 숙제,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 등을 꼼꼼히 기록할 수 있다. 학생들은 주말마다 페이첵을 집으로 가져가 부모의 확인 서명을 받아야 한다. 페이첵에 기록된 성적이 좋으면 일종의 ‘사이버 머니’가 쌓이게 된다. 사이버 머니는 학기말에 플로리다 등지로 수학여행갈 때의 비용으로 전환된다. 학용품이나 유니폼, 군것질 거리를 구입하는 데도 대신할 수 있다. 블루 캐슬 1층에 있는 이글 아카데미는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기교육센터이다. 이글 아카데미의 교육 목표는 읽기와 수학을 일찌감치 가르치자는 것. 읽기와 수학이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대학교 때까지도 학습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두 과목을 잘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도 좋아진다는 것이 트레니스 제트 존스 교장의 설명이다. 이글 아카데미의 교사들은 “어린이마다 학습 진도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라며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개별 교육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미국 공교육 대안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은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뚜렷이 구분돼 있다. ‘공교육=학교, 사교육=과외’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대신 ‘공립학교=서민, 사립학교=부유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미국 사회의 관념이다. 공립학교가 사실상 무료인데 반해 사립학교를 다니는 데는 1년에 최고 3만달러(약 3000만원) 정도가 든다. 미국 K-12 학생의 74%는 학군에 따라 배정된 공립학교에 다닌다.15%는 차터 스쿨 등 선택적 대안학교의 학생이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10%로 소수이다. 나머지 2%는 아예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제도(Home Schooling)를 따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부모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지 않고도 공교육 체제 내에서 기존의 공립학교와는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제도는 차터스쿨 말고도 다섯가지 정도가 더 있다. 첫째, 사립학교 못지 않게 교육 여건이 좋은 공립학교들이 자리잡은 학군 좋은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한국인 기러기 가정이 늘어나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생긴 현상이다. 둘째, 다른 학군의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제도(Open Enrollment)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학교에는 빈 자리가 쉽게 나지 않는다. 셋째, 학군에 관계없이 특별한 분야(예를 들면 수학이나 과학)를 집중 교육하는 ‘마그네틱 스쿨’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일부러 빈민가에 그런 학교들을 세우기도 한다. 넷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낙제금지법(No Child Left Behind)에 따라 교육수준이 낮은 학교를 떠나 더 나은 학교로 전학할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다섯째, 종교 등을 이유로 사립학교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생에게 정부가 쿠폰 형식으로 학비를 지원해주는 제도(Vouchers)를 활용하는 것이다. 바우처의 경우는 정부의 공교육 예산이 사교육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dawn@seoul.co.kr ■ 사라 메드 美교육정책 분석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자녀에게 맞는 차별화된 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워싱턴의 교육 싱크탱크인 ‘에듀케이션섹터’의 사라 메드 선임정책분석관은 “미국의 공교육에서 학부모의 요구에 따른 선택적 대안학교들이 늘고 있다.”면서 “대안학교들의 교육적 성과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 교육부 출신인 메드 분석관은 이른바 미국 내 K-12(유치원에서 고등학교 3학년) 교육의 전문가이다. ▶학부모들이 선택적 대안학교를 원하는 이유는. -자녀의 취향에 맞거나 학부모가 옳다고 믿는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 특히 수준이 낮은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안을 찾을 필요성도 있다. 미국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이므로 교육에서도 그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선택적 대안학교들의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매우 성공적인 곳도 있고, 아주 실패한 곳도 있다. 대안학교들의 영향을 받아 공립학교들 가운데서도 조금씩 경쟁의 분위기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안학교)교육의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될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공립이든, 선택적 대안학교든, 사립이든 모두가 일률적으로 같은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도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선택적 대안들에 대한 비판은 없나. -물론 있다. 대안학교들은 공교육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 인종적·계층적 차별화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 또 무엇보다 수준 낮은 학교를 떠나려는 학생은 많지만, 수준 높은 학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숫자는 한정돼 있다. 정부의 공교육 예산이 일부 사립학교로 흘러들어 간다는 비판도 있다. ▶교육에 대한 연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어느 정도인가. -연방정부는 K-12 교육과 관련해서는 매우 제한된 역할만 한다. 다른 나라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헌법에도 교육 조항은 없다. 전체 교육예산에서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액수도 8.3%에 불과하다. 주로 교육과 관련한 시민권의 보장이나 특정한 주제의 연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대체적인 구성은. -백인이 60%다. 흑인과 히스패닉은 각각 17% 정도다. 학생 6명 가운데 1명은 빈곤층이고, 역시 6명 가운데 1명은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다. dawn@seoul.co.kr
  • [열린세상] 평등교육 이념의 ‘오·남용’/남승희 명지전문대학 교수·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린 ‘교육 양극화, 그리고 게임의 법칙’이라는 글을 보면서 60∼70년대 중남미를 휩쓸던 계급투쟁의 교육운동 이론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귀족계급’을 들먹인 실업고 일일교사 강의내용을 접하고는 ‘정치의 계절’에 교육을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꿰어맞춘 선전·선동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국정의 책임주체인 정부·여당의 이런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교육 문제가 사회구조와 가정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함으로써 정부는 물론 교사나 교육정책 입안자 등 교육 공급자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기 때문이다. 부모 직업을 바꾸란 말인가, 소득을 줄이란 말인가? 교육 문제의 진단과 대안 마련에는 교육 내적인 요인 못지않게 교육 외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대신 부모 직업과 가계소득이 교육 양극화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주장은 학부모들에게는 무책임하게 들린다. 사회구조와 가정환경을 탓하기 전에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설정과 환경개선이 더 직접적이고 시급한 문제라고 학부모들은 본다. 학부모들을 계몽의 대상이나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해서도 안된다.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고 무한책임을 갖는 학부모들의 고민은 삶과 현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이를 담보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주체이기 때문이다. 실업계고 대입특별전형 확대를 추진하는 여당의 발상은 더 놀랍다. 우수한 학생은 대학이 먼저 알아보고 데려간다. 그것이 대학의 생리다. 대학 입학전형을 여당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구시대적이다. 실업계고의 주요 관심사가 대학진학이라면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 실업고가 대입 특혜의 방편으로 인식되고 활용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청와대의 ‘교육 양극화’ 글에서조차 참여정부에서는 “직업교육으로서 실업계고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며 이를 위해 학력사회 풍토 타파와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학제개편을 포함한 중장기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연히 실업계고의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계고보다 월등히 높은 실업계고의 중도탈락률부터 낮춰야 한다. 오히려 교육 양극화의 원인(遠因)이 평준화정책에 있다는 지적이다. 수준과 특성이 다른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는 상황에 대비한 교육환경과 교수방법의 변화가 적절히 뒷받침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학생지도의 어려움과 교수(敎授)의 효율성 저하는 공교육 불신에 크게 한 몫 한다. 개인차에 따른 수준별 학습을 거부하는 정서 때문에 상위권 학생은 물론 학습부진 학생들조차 교실에서 소외되는 구조적 문제가 교육 양극화와 무관하다 할 수 있는가? 점점 심화돼가는 지역간·학교간 교육격차의 문제도 평준화체제와 무관치 않다. 평준화제도로 계층적 분리가 학군분리로 이어지고 도시와 농촌 간의 교육기회 분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여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학교의 책무성을 높이는 국가수준의 질 관리이고 이것은 교실혁신과 수업혁신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체제 수립이 필요한 때 다수의 힘을 동원해 소수의 능력을 억압하고 제한하며 핵심을 비켜가려 한다면 명백한 과오가 될 것이다. 조지프 애디슨은 시구(詩句)에서 “온갖 논리와 주장으로 사회를 갈라놓는 학자나 논객들을 볼 때 나는 슬픔과 놀라움에 젖는다.”고 한탄했다. 정치의 계절에 범람하고 있는 평등교육 이념의 ‘오·남용’은 개인과 국가의 미래에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거나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책임지겠다는 일은 선전·선동의 전형일 뿐이다. 남승희 명지전문대학 교수·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
  • [열린세상] 이제 다시 교육이다/홍덕률 대구대 사회학 교수

    우리는 지금 거대한 역사적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 세계화, 지식정보화, 탈냉전화라고 하는 세계사적 대전환이 지구촌 전체를 휘감고 있으며, 탈권위주의와 지방화 물결이 한국 사회를 집어삼키고 있다. 전환기와 이행기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째 조건은 역사적 통찰력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서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에 서 있는지, 이 역사적 전환의 의미와 본질은 무엇인지를 통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역사적 통찰은 우리가 서둘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응전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지도자에게 역사적 통찰력은 필수 자질이다. 지도자가 역사적 이행을 통찰하지 못할 때, 그래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때, 그가 이끄는 조직이나 지역사회나 국가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지도자를 뽑을 때, 역사적 통찰력과 거기서 비롯되는 비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도자는 교육자다. 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교육당국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야말로 전환기 이후를 준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존재다. 그들에게는 어느 직능집단보다도 역사를 통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또 누구보다도 미래지향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사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요구할 덕목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 아이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통찰해서 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재설계하고 아이들 앞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역사적 전환기에 교육자가 갖춰야 할 첫째 덕목인 것이다. 그런데 둘러보면 우리 교육계는 아직도 낡은 사고와 관행과 제도에 발목 잡혀 있다. 사립학교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개정된 사립학교법을 놓고 좌파 운운하는가 하면,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한다. 누구로부터도 평가받을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이 지금 학교 선생님들의 발상이기도 하다. 사고의 틀과 관점이 너무 편협해 보인다. 이래서야 열린 21세기의 주역을 제대로 키워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같다.21세기 아이들을 20세기 학교에서 19세기 선생님들이 가르친다는 항간의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요즘 새삼 깨닫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21세기의 키워드는 상상력과 창의력과 자발성과 문화적 감수성인데, 대학생은 판·검사, 의사, 공무원 되겠다며 줄서 있고 중고생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끌려 다니며 파김치가 되어 있다. 중고생은 여전히 두발규제로 속앓이하고 있고 학원이 싫다며 자살하는 초등학생까지 나온다. 학교 주변은 불법 찬조금으로 어수선하며, 어른들의 부당한 돈거래를 눈치챈 아이들 가슴은 세상에 대한 냉소와 불신으로 차 오르고 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이 산적한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책임있는 어른들이 대책없이 손놓고 있다는 데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조차도 정권출범 후 3년이 걸렸는데, 대학서열 구조와 대학생들의 고시행렬은 언제나 바로잡힐지 막막한 실정이다. 사교육비에 한숨짓는 학생·학부형의 시름이 머잖아 잡힐 것으로 믿는 이는 불행하게도 거의 없다. 정권 출범 초기, 교육부와 선생님과 학교와 교실이 달라져 우리 아이들이 웃음과 희망을 되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 많은 이들이 어느새 그 기대를 내려놓고 있다. 참교육을 외치던 선생님들에게서도 미래 세대에 대한 뜨거운 책임감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기세등등하던 정부에서도 어느덧 교육개혁의 의지를 읽어낼 수 없어 더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 다시 교육에 대한 열정을 일깨울 때다. 교육은 곧 우리의 미래이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원한 숙제다. 사립학교법 개정도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희망을 일궈내는 계기가 되지 못한다면 별 의미가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교육이어야 하는 것이다.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 교수
  • [Doctor & Disease] “건강검진이 ‘장수 백신’… 개인별 맞춤 진단을”

    [Doctor & Disease] “건강검진이 ‘장수 백신’… 개인별 맞춤 진단을”

    “건진(건강검진)은 질병을 미리 찾아 예방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몸 속에서 시작된 병의 실체를 일찍 알아내 가능한 쉽게 치료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런 점에서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과는 명백히 구별되지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기능적인 건진체계를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이문규(49·내과학교실 교수)센터장은 “현대인이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하고 효율적인 투자가 바로 건진”이라며 이렇게 강조하고 “우리 국민들이 이런 건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흔히 건진이라면 중년 이후, 특히 노인들을 생각한다. 건진과 연령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가. -선천성이나 사고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심각한 질병은 30대 이후에 나타난다. 이 연령대에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크게 암과 대사증후군으로 나눌 수 있다. 대사증후군에는 우리가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르는 고혈압, 당뇨, 비만과 이런 선행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뇌졸중, 심장병 등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평소 이런 질환의 증후를 가졌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건진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건진의 주기와 빈도는 어떻게 잡아야 적당한가.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전문 연구를 거친 권고안을 마련하지 못해 일본이나 서구의 지침을 원용하고 있으며, 그것도 포괄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 질환에 따른 지침이다. 예컨대 당뇨의 경우 미국에서는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 매3년 주기의 검사를 권해 우리도 이를 근거로 권고하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뇨 유병률과 가족력 분포도가 높아 매년 검사받는 게 좋다고 본다. 이 교수는 건진을 통한 질병의 조기발견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인도적 관점을 배제한 얘깁니다만 치료와 관리, 간접비용 등을 감안하면 전투에서는 부상보다 전사가 낫습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질병도 당연히 조기발견해야 치료가 쉬운 것은 물론 비용이나 환자의 고통 경감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며, 이는 국가나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입니다.” ▶건진의 유효성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질병의 종류가 많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피·소변·대변검사를 통해 빈혈, 혈지질, 암, 간염과 간기능 이상, 혈당, 신장기능의 이상 여부를 파악 할 수 있다. 복부 초음파로는 간, 담도, 췌장 신장의 이상을 파악하며, 각종 내시경검사와 위 투시, 유방 X레이, 자궁경부 세포진검사 등을 통해 해당 부위의 암을 찾아낼 수 있다. ▶누구나 필요하지만 특히 건진을 일상화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 흡연, 음주 및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를 가졌느냐가 관건이다. 또 비정상적인 증상, 즉 체중감소 피로감 쇠약감 입이 마르고 잦은 소변, 손발이 붓는 등의 증상이 보인다면 건진을 받아봐야 한다. 특히 요즘에는 스트레스와 오염된 공기 등 환경요인이 크게 작용해 엄밀한 의미에서는 모두가 일상적인 건진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나 직장 건진에 대한 불신도 만만찮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예전처럼 결핵같은 감염성 질환만을 찾아내는 건진은 곤란하다. 좀 더 기능을 강화해 청소년 성인병이나 직장인의 암 검진도 이뤄져야 한다. 이 경우 추가비용이 문젠데, 일본처럼 건진료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노약자들은 필요성에 비해 건진 기회가 많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노약자는 경제적 소외, 영양섭취와 운동의 한계 등으로 젊은 층보다 쉽게 질병에 노출된다. 그러나 건강을 살필 기회는 많지 않아 이에 따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재정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암과 대사증후군을 축으로 삼는 건진시스템을 노약자를 위해 적극 가동해야 한다. 또 의보공단이 제공하는 건진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몽도 필요하다. ▶최근의 건진 세분화와 특성화 추세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직업이나 개인별 병력, 가족력, 환경요인과 성별 등에 따라 개인의 건강 조건은 천차만별이며, 이런 차이를 건진에 반영해 보다 효율적으로 건강을 살피도록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건진의 특화와 세분화는 바람직한 추세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상당수 건진프로그램이 필요에 비해 검사항목이 많고 절차가 복잡하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10년 전에는 단순히 콜레스테롤이 문제였으나 지금은 LDL,HDL로 세분한다. 당뇨도 마찬가지다. 갈수록 검사는 세분화되며, 의학기술 발달에 따라 필요하면 다양한 정밀검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검사항목도 옵션이 많아 생각처럼 일률적이거나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11년 전에 우리 병원의 건강의학센터가 가동됐는데, 현재 재진율이 70%나 됩니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는 것뿐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의식이 높아졌다는 지표도 되는 수치입니다. 문제는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즉 정성을 쏟는 자세가 중요하겠지요. 검사가 많고 복잡하더라도 잘 설명하면 대부분 납득하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진 결과서를 받아들면 당황한다. 많은 항목 중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수진자들은 장황한 내용보다 요약된 결과를 참고하면 된다. 결과도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궁금한 사항은 반드시 의사에게 물어 확인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항목마다 권고치나 기준이 각각이고, 학교나 직장에서 결과를 통보받을 때 의사와 만날 기회도 없다. -그런 점에서 현행 단체 건진은 개선할 점이 많다. 그러나 건진 결과에 대한 해석은 의사 몫이다. 특히 암 등 중요 질병과 관련된 지표나 지수는 임의로 해석하지 말고 의사의 해석을 수용하면 된다. 인터넷 등 이른바 ‘second opinion’에 현혹되는 건 옳지 않다. ▶현행 건진제도와 관련, 정책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일반 건진의 중요 부분을 표준화해 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질병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손실을 크게 감축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가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병이 생기기 전에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병률이 10%나 되는 당뇨의 경우 환자의 3분의1은 자신이 당뇨인 줄도 모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간이 질병에 효율적으로 맞설 수 없으며, 인명 손실도 막을 길이 없다. ■ 이문규 박사는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 ▲서울대의대 체력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 ▲미국 UC San Diego 연구원 ▲대한당뇨병학회 재무·총무·연구이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편집이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과장 겸 성균관대의대 내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갈팡질팡 2008학년도 입시안’ 교육현장 표정

    2008학년도 입시안을 놓고 서울대와 정부·여당이 격하게 대립하는 등 파문이 일면서 일선 고교 교실이 심각한 혼란에 휩싸였다. 교육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대학과 당국간 싸움에 끼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만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을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부르는 고1 학생들은 “결국 우리가 새로운 입시안의 실험 대상이 돼버렸다.”며 낙담한 표정들이다. 명덕여고 1학년 이혜지(16)양은 “입시 준비도 어렵지만 더 견디기 힘든 것은 같은 반 친구들끼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논술이나 수능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몰라 내신 반영비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친구들끼리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뿐더러 함께 공부하는 일도 없어졌다.”고 했다.●학생들 “학교보다 학원 더 믿어” 대일고 1학년 양지훈(16)군은 “입시안이 바뀐다는 말만 자꾸 나오고 제대로 지도해주는 사람이 없어 암담하다.”면서 “지금으로서는 학교보다는 학원의 말만 믿고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기는커녕 사교육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학부모들은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수집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고1 아들을 둔 최모(41)씨는 입시정보를 조금이라도 빨리, 많이 얻기 위해 계획에도 없던 1학년 학부모 대표를 맡았다. 나름대로 전문가 수준의 입시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최씨는 “정부가 서울대 입시안에 제동을 걸어도 통합 논술고사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방학 중에 아들이 논술 기초실력을 다져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논술 학원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역시 고1 아들을 둔 이모(42·여)씨는 아들을 조기유학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는 “둘째 아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외국에서 공부하도록 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교사 “교육정책 불신… 불안한 입시지도” 곤혹스럽기는 일선 고등학교들도 마찬가지다. 강의영 여의도고 교장은 “입시안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아이들이 입시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공부에 대한 열의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면서 “학교로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명문 A고 교사 현모(27)씨는 “학생들의 동요를 막는 게 가장 큰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분위기에 잘못 휩쓸리면 결국 학생들만 손해보기 때문에 교장부터 교육 관련 이슈에 귀를 막고 언론에도 절대 대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지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학원가는 통합형논술반 운영 `발빠른 대응´학원가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다. 고교별 내신관리와 통합형 논술 고사반을 운영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 곽용석 원장은 “어차피 최종적인 입시안은 2007년 3월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학과 과학, 사회와 국어가 혼합된 통합교과형 논술반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서울광장] 일진회와 조폭, 같은 점 다른 점/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진회와 조폭, 같은 점 다른 점/이용원 논설위원

    어제 아침신문에는 일가족 3명의 동반자살에 얽힌 참혹한 사연이 보도됐다.40대 후반인 아버지는 죽음에 앞서 교육부총리 등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남겼다. 그는 아들이 고교 입학후 3년째 동료학생들에게 수없이 폭행당했다면서, 학교에 도움을 청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죽음을 안고 하소연한다.”고 적었다. 그 전날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마산의 한 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때 목숨을 끊은 아들의 유서를 3년만에 공개했다.“사람 좀 괴롭히지 말라.” “귀신이 되어서라도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중학생인 아들이 교내 폭력에 희생됐다며 샌드위치형 피켓을 걸치고 그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 어머니도 있었다. 이제 학교폭력은 학생 개인을 희생자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며, 심지어는 가정을 파괴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학교폭력과 그에 따른 피해의 실상이다. 지난달 9일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가 밝힌 일진회의 실상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일진회원의 숫자가 전국적으로 40만명으로 추정된다느니, 지역별 연대조직이 존재한다느니,‘섹스 머신’이라는 성적(性的) 일탈행위를 한다느니 폭로한 내용은 차마 듣지 못할 것들이었다. 그러나 ‘40만명’이라는 숫자 자체는 부풀려졌다 쳐도, 또 학교별 차이는 있을지라도 학교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사실만은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 참에 학교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했다. 그런데 한달여가 지난 지금 학교폭력은 사회의 관심에서 슬며시 벗어난 인상이다. 일진회로 상징되는 학교폭력의 실상을 보고 들으면서 가끔 조폭과 비교하게 된다. 일진회와 조폭은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그렇다면 일진회는 단순히 조폭의 축소판인가, 아니면 조폭을 흉내낸 아이들의 놀이에 불과한가. 그 폐해의 심각성으로 말하면 일진회, 즉 학교폭력이 훨씬 위험하다고 생각된다. 보통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조폭과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다. 출퇴근 길에 조폭에게 돈을 빼앗기거나 매를 맞고, 직장 안에서 동료들의 폭행·폭언에 시달리는 직장인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활공간인 학교에서는 이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생활을 같이하는 동료들에게 늘상 매맞고 돈을 빼앗긴다면 어른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조폭의 폭력에는 또 일정한 목적이 있다. 따라서 요구사항을 들어주거나 적절히 타협하면 폭력은 행사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폭력에는 목적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다. 괴롭히는 것 자체가 가해자에겐 목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피해 학생이 아무리 애써도 타협이 되지 않는다. 피해학생에겐 적절한 방어수단이 없다. 조폭이 폭력을 휘두르면 경찰이 개입한다. 그러나 학교폭력에는 어지간해서 공권력이 간섭하기 힘들다. 대신 학교에서 학생을 보호할 일차적인 책임은 교사가 지고 있다. 그렇지만 교사들은 교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를 잘 모르거나, 또는 모른 체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보호받기조차 어렵다. 결국 학교폭력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데다 개인적인 방어가 어렵고 공권력에서 일정거리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또 대상이 어린이·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조폭의 폭력보다 치명적이다. 학교폭력은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 그 실상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우리사회가 이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학교폭력은 더욱 고착되고 기승을 부릴 것이다. 지난달 말 중·고생을 대상으로 벌인 한 설문조사에서 91.5%는 경찰의 단속강화에도 불구하고 일진회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이 사회 어른들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16. HP “직원교육이 경쟁력”

    [이젠 사람입국이다] 16. HP “직원교육이 경쟁력”

    정확한 평가를 통한 올바른 인사가 사람중시 기업경영의 핵심이다… 직무능력 평가의 시작은 문화적 충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도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팔로알토(미 캘리포니아주) 전경하특파원|휼렛패커드(HP)는 지난 2002년 직원들의 학습기록과 업무평가기록을 통합했다.15만명에 이르는 전 직원이 어떤 교육을 받았고, 직무능력은 어떠했는지를 보기 위해서는 사내 인터넷의 직원 사진을 클릭하면 된다. 이 작업을 총괄한 데이지 잉 HP 인력개발담당 부사장은 “통합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HP가 정보기술(IT) 업체였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학습평가기록과 업무기록이 통합됨에 따라 적재적소의 인사가 가능해졌다. 잉 부사장은 “정확한 평가를 통한 올바른 인사가 사람중시 기업경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평가는 위부터” 직무능력 평가와 관련, 잉 부사장은 “직무능력 평가의 시작은 문화적 충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도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P의 경우 5단계로 이뤄진 평가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는 가장 높은 0단계에 해당된다.CEO는 1단계에 속하는 임원 및 부회장이나 사장급을 평가하고 1단계 임원 등은 2단계 임원들을 평가한다. 잉 부사장은 2단계 평가 대상이다.2단계 임원들은 다시 하위직을 평가하게 된다. 지도자의 솔선수범은 교육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난다.CEO는 지도자 교육프로그램의 첫날과 마지막날을 포함해 1년에 6차례에 걸쳐 의무적으로 직원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HP의 교육프로그램은 4단계로 구성된다.1단계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참여하며, 직원당 40시간이 투자된다. 전체 직원의 30∼40%가 참여하는 2단계에서는 교육 시작 전과 교육이 끝난 뒤 교육 내용 등을 평가한다. 전 세계 150개 지역에 있는 평가센터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 평가 방식으로 이뤄진다. 3단계는 관리자급,4단계는 미래와 현재의 지도자를 위한 과정이다. 잉 부사장은 “3·4단계는 프로그램의 속성상 개발과 운영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행동 변화를 다루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4단계 교육을 받는 직원은 전체 직원의 15% 안팎이다. 직원들의 특정 프로그램 학습이 끝나면 인력개발부에서 일괄적으로 직원의 교육기록을 수정하게 된다. HP의 교육담당 직원은 전문가 200여명을 포함해 800명이며, 연간 3억달러가 직원교육에 투자된다. ●세계 150개 센터서 온라인 평가 교육프로그램 개발은 철저한 수요 조사에 의해 이뤄진다. 잉 부사장은 “기존 교육프로그램이 이뤄낸 성과와 앞으로 필요한 교육프로그램 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좋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전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프로그램을 개발하기에 앞서 해당분야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상품에 대한 특징 및 판매기술 등에 대해 묻는다.HP 직원들은 모두 컴퓨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두번째는 관리자 면접을 통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아낸다. 세번째는 HP에 충실한 고객들을 만나 그들이 HP로부터 무엇을 더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떤 직원교육이 필요한가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개발된 신상품에 대해 7개의 언어로 번역된 360개 문항에 대해 1만 1000명의 판매직원에게 이해 여부를 물었다. 또 고객들에게는 판매직원이 어떤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기를 원하는지를 문의했다. 이를 토대로 각각 8∼10명의 판매원을 책임지는 판매관리자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작성했다. 프로그램의 큰 틀은 본사에서 정하고 이를 전 세계에 적용한다. 또 컴퓨터를 통한 교육에 100% 의존할 수 없을 때에는 현지의 교육기관과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본사의 경우 스탠퍼드대학이 주요 파트너다.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줘야 잉 부사장은 “HP의 장점 중 하나는 직원을 교육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배치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소속감을 불러일으켜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출신의 잉 부사장도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에서 10년 근무한 뒤 캐나다에서 10년 근무했다. 이어 2년전부터는 미 텍사스주의 휴스턴에 근무하면서 인력개발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의 근무 경험을 통해 국제감각을 키웠고, 인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lark3@seoul.co.kr ■ HP의 기업문화 |팔로알토(미 캘리포니아주) 정재삼 이화여대 교수·전경하 특파원|지난 2월 칼리 피오리나 휼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가 퇴임한 것에 대해 일부 외신은 ‘HP 가치관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지난 2001년 컴팩을 인수한 이후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HP가 지난해 컴퓨터 판매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자 피오리나는 최고경영진 3명을 과감하게 해고했다. 전통적으로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HP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었다. 미국은 고용시장의 유연화로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정보통신(IT)이 중심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의 이직률은 유난히 높다. 하지만 HP는 이직률이 낮다. 동종업종인 IBM이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비해 경영학석사(MBA)가 많으며 미국 시민들의 높은 존경을 받고 있는 편이다. 이는 HP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다. ●지도력과 인간존중이 이끈 성장 HP는 1939년 스탠퍼드대 출신의 공학도인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한 주택의 차고에서 523달러로 시작한 회사다.66년이 지난 지금 연매출 810억달러,178개국에 15만명의 직원들이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성장 원동력은 창업자들이 보여준 탁월한 지도력과 인간존중의 기업문화였다. 창업자들은 1940년대에 MBWA(Management By Walking Around)를 도입했다. 상급자가 부하직원을 찾아다니며 고충을 듣고 결재도 하는 내용이다.‘목마른 사람’인 상급자가 부하직원을 찾아다니게 해 여러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도록 했다. 철저한 개방정책을 고수한 것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HP는 자재창고도 개방돼 있다. 이로 인해 물품 낭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개방정책은 종업원들은 물론, 종업원과 경영자 사이에 생기는 오해와 불신을 없애는 효과를 봤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솔직한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기업문화가 발전했다. 회사의 수익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IT가 큰 자산 HP의 인적자원개발 기초는 평생학습 지원이다.HP는 모든 구성원이 유연하며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IT같이 빨리 변하는 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직원 모두가 자신을 개발시키려고 노력해야만 HP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HP가 IT업체라는 사실은 평생학습을 실행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HP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학습 도구를 갖고 있다. 인터넷상에 구현된 가상교실이나 학습자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모든 직원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다. 2004년 한해 동안 57개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인터넷상의 교육시스템을 방문한 건수는 100만건을 웃돌았을 정도다.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소비자와의 접촉이 많은 소매업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행해진다. 현재 HP는 소매업자 관리팀에 상담기술과 주요 영업이슈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HP는 교육이 끝난 개별 팀이 3년 안에 각각 3배의 이익신장을 이끌어낼 것이라 보고 있다.HP 회사 전체로는 3억 7500만달러에 달한다. HP는 또 모든 직원들에게는 자신의 경력개발 계획을 만들어 상급자와 의논하도록 권유한다. 직원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하는 ‘Learning on Demand’도 가동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지난 2002년 학습관리시스템(LMS)과 업무평가관리시스템(PMS)을 통합한 것이 큰 자산이 됐다. 두 시스템의 통합은 인적자원과 정보기술 부문의 협력을 통해 가능했다. 개인은 학습프로그램을 이용해 직무능력 향상과 연계시킬 수 있다.HP는 이 시스템의 통합으로 모든 정보가 인터넷상으로 공급됨에 따라 2700만달러를 절약했다고 밝혔다. chungjaesam@korea.com
  • [3일 TV 하이라이트]

    ●어여쁜 당신(KBS1 오후 8시25분) 엄마가 인영을 만나는 것을 본 기준은 뛰어 들어가 인영을 끌고 나온다. 기준 엄마로부터 수준 차이에 대한 얘기를 듣고 돌아온 인영은 어릴 적 엄마와 기준 엄마의 일을 떠올리며 눈물짓는다. 식구들과 함께 엄마의 산소를 찾은 인영은 무덤 앞에서 기준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5분) 보통 사람보다 다섯 배나 손이 큰 대전시 대덕구 홍성수씨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매일 위험한 탈출을 감행하는 두 마리의 개. 녀석들이 필사적으로 담을 넘는 이유는? 담을 넘어야만 볼 일을 볼 수 있는 개 ‘흰댕이’와 ‘복댕이’의 별난 배변습관을 포착했다.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 3시5분) 여야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으로 특별법을 만들기로 합의해 충남 연기·공주지역에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는 정부부처 12부 4처 2청이 옮겨가는 인구 50만명 안팎의 도시 규모로,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거쳐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할 방침이다. ●TV 정치교실(EBS 오후 11시40분) 채용비리, 민주노총 대위원회의 폭력사태를 지켜보며 노조활동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 위주의 민주노총 활동을 두고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벼랑 끝에 놓인 민주노총, 그 한계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슬픈연가(MBC 오후 9시55분) 서준영의 정체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 최준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우는 충격에 휩싸인다.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친구와 소중한 연인에게 배신당한 건우는 다음날 아버지를 찾아가 혜인과의 결혼을 허락한다는 조건으로 음반사업을 포기하고 KNT후계자로 들어오겠다고 선언하고….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영남씨는 얼마 전부터 돌봐주고 있는 노숙자 명균씨와 아들 성일이를 데리고 봉화로 향한다. 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봉화에 꾸려 주려는 것. 명균씨는 그동안 못받은 임금을 받으러 동분서주하지만 허탕만 치고, 영남씨는 그런 명균씨의 등을 다독이며 “용서가 최고의 복수”라고 달랜다.
  • 검사아들 기말고사 답안지 담임교사가 대리작성 파문

    한 고교교사가 현직검사 아들의 기말고사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학교측은 시교육청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숨겨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 역시 홈페이지로 이같은 내용을 제보받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상황 파악에 나서지 않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측은 19일 해당 교사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시험감독 들어가 답안지 교체… 어른 필체 탓 들통 서울의 B고교 물리교사 오모(42)씨는 지난해 12월 치른 2학기 기말고사에서 1학년 정모군의 국사와 사회 답안지를 대신 작성했다. 정군의 담임인 오씨는 해당 과목 감독으로 들어간 뒤 회수한 답안지를 담당과목 교사에게 전달하기 전 답안지를 새로 교체했다. 이같은 사실은 같은 달 20일 국사 교사 이모씨가 채점을 하던 중 주관식 답안이 어른 필체임을 의심해 정군을 불러 추궁한 끝에 드러났다. 정군은 답안을 작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종이 울리자 오씨가 “알아서 해 주겠다.”는 말을 해 교실을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사회 교사 성모씨 역시 자신의 과목에서 부정이 있었던 흔적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오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군이 국사 답안을 미처 작성하지 못해 휴게실에서 대신 작성해 주는 과정에서 반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의 답안지를 보고 답을 고쳤다.”면서 “아이의 아버지가 법조계 인사라고만 알고 있었지 검사인지는 오늘에서야 알았다.”면서 학부모와의 사전 모의는 부인했다. ●“최우수 학생 답안지 보고 정답 고쳤다” 정군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이 학교로 전입했으나 파문이 일자 지난 15일 자퇴했다. 정군의 아버지는 현직 부장 검사로 이번 사건으로 금품이 오고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학교 교장은 “유구무언이며, 너무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지난해 12월 24일과 25일 성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리 작성 사실을 확인하고 재단에 사실을 알려 징계위에 회부토록 했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문제의 오 교사가 평소 ‘교장·교감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어서 교사들 사이에 징계처리가 제대로 될지 우려하는 분위기”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공개된 이상 공정하게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학생측은 부잣집이라 그런지 ‘자퇴하고 유학가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생각하더라.”고 전했다. 또다른 교사는 “문제의 학생이 외국생활을 오래 해 한국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학생은 이번 사건과는 상관없이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제보를 받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측은 “지난 15일 인터넷으로 제보를 받았으나, 제보자의 신원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제보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다는 점에서 학교 내부 인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 의원측은 제보내용을 이 학교 교사로부터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 한만중 대변인은 “한마디로 충격적인 내용”이라면서 “전교조 차원에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교단에 대한 불신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다 왔는데 학교에서 자꾸 때리고 해서 적응을 잘 못해 다시 미국으로 보내려고 자퇴시켰다.”고 말했다. 정씨는 “교사에게 답안을 대신 작성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 애는 이과에 갈 것이기 때문에 국사 점수 같은 것은 높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지난 11일 홈페이지로 제보를 받았지만 경위서는 17일에야 넘겨받았다. 게다가 사건이 크게 확대되자 18일 오후 뒤늦게 장학사를 학교에 파견하는 등 늑장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나길회 유지혜기자 kkirina@seoul.co.kr
  • [위기의 수능] 초등학생·사법연수생도 ‘곁눈질’

    [위기의 수능] 초등학생·사법연수생도 ‘곁눈질’

    올해 수능시험에서 온 나라를 충격으로 몰아간 대규모 입시부정 사건은 ‘인생역전’을 부추기는 한탕주의 사회가 빚어낸 예고된 파국이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커닝을 배우는 아이들. 이는 ‘반칙’과 ‘편법’이 판치고 커닝을 무용담으로 여기는 사회와 ‘시험 지상주의’가 결합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일선 교육 현장에 파고든 ‘도덕불감증’의 실태를 진단하고 수능시험 제도의 대안을 모색한다. 초·중학교에서 커닝은 우정을 확인하는 빗나간 방편이다.‘나만 하는 것도 아닌데‘라며 별다른 죄의식 없이 장난삼아 커닝에 가담한다. 분당 A초등학교 6학년 최모(11)군은 “커닝을 거부하면 건방지다는 손가락질을 받거나 왕따를 당한다.”면서 “친구가 되려면 ‘확인’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서울 B초등학교 2학년 윤모(9)양은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는 한자검정시험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커닝을 한다.”고 말했다. ●커닝 같이 안 하면 왕따 교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사들이 시험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는 “일부 교사는 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자기 반 감독 때 학생들에게 답을 넌지시 가르쳐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치원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학부모 김모(37·여)씨는 최근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들(7)이 커닝 쪽지를 챙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선생님이 ‘점수가 나쁘면 엄마가 슬퍼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씁쓸했다.”고 전했다. 내신 경쟁이 불붙는 고교 교실은 불신과 상실감에 따른 반목의 불씨다. 은평구 C여고 3학년 김모(18)양은 “커닝한 친구가 서울의 한 대학에 수시로 합격했을 때 뒷말이 많았다.”면서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이 커닝하고 대학까지 가면 화가 나고 상실감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법도 다양하다. 손목시계를 이용한 ‘초치기’와 ‘발치기’,‘펜들기’도 많이 쓰인다. 강남의 D고 유모(16)군은 “‘쪽지돌리기’와 청·녹·적 3가지 색깔의 펜으로 답을 전달하는 ‘펜들기’가 일반적인 수법”이라고 털어놨다. ●한국 유학생은 ‘커닝 블랙리스트’ 한국 학생들은 외국에서도 요주의 대상이다. 커닝이 적발돼 낙제하는 사례 가운데 한국 학생들이 유난히 많다. 뉴질랜드 조기유학생인 최모(17)군은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 학생 50명 중 10여명은 커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에는 예비 법조인인 사법연수원생 50여명이 윤리시험에서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러 충격을 줬다. 집단 커닝을 한 서울대생들이 발각돼 재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커닝은 ‘투명(OHP)필름’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책상과 같은 색깔이어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가 ‘대리수강’ 경매부터 석사논문 대리집필 대학을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할 때까지 ‘대리행위’는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출석, 리포트 제출, 졸업 논문마저 돈만 주면 얼마든지 대행이 가능하다. 서울지역 대학 교정에서는 ‘5000원에 대리 출석을 해준다.’는 광고지를 손쉽게 볼 수 있다. 대학생 이모(25)씨는 “건당 5000원에서 1만원이면 채플수업과 강의 등을 대리수강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많다.”고 밝혔다. 서울 Y대 대학원생 윤모(27)씨는 “지정좌석제에서는 한 학기 20만원이면 대리수강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다.”면서 “때로는 서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려고 한 학기 출석에 리포트까지 패키지로 묶어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사·석사 논문을 대행하는 ‘기업형 사이트’까지 등장, 대학 학사가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년 ‘무감독 고사’ 전통 무너진 영동일고 “지금은 순진하게 아이들을 믿을 수 있는 세대도 상황도 아니다.” 서울 송파구 영동일고는 대규모 커닝이 적발되면서 20년 ‘무감독 고사’의 전통이 끝내 깨졌다. 지난해 교내 시험에서 학생 10여명이 공모한 부정행위가 적발된 것. 영동일고는 설립 후 이사장의 제안으로 기말·중간고사에서 감독교사 없이 자율시험을 치렀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부정행위는 학생들의 ‘양심 설문조사’로 관리했다.‘무감독 고사’는 신뢰감 형성은 물론 학교의 자부심을 키우는 전통이 됐지만 결국 입시경쟁 속에서 무너졌다. 유영규 유지혜 이효연 나길회기자 whoami@seoul.co.kr
  • 예비 高1 올겨울 체계적 독서가 ‘3년뒤’좌우

    예비 高1 올겨울 체계적 독서가 ‘3년뒤’좌우

    현재 중학교 3학년생부터 적용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내신 비중이 높아지고, 수능 비중은 낮아졌다. 논술과 구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의 비중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조건은 똑같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준비해야 3년 뒤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비 고1들이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그 대비책을 소개한다. 1. 내신 ‘등급제’ 유의 등수에 따른 9등급이 학생부에 적용된다. 학생부에는 과목별 원점수와 평균·표준편차와 함께 9등급으로 표기된다. 수·우·미·양·가 등 평어와 과목별 등수는 사라진다. 이 때문에 지금 평어를 반영할 때보다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진다. 지금의 중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는 내신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대학별 전형에서는 내신 반영비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 대학들이 내신을 불신하는 현실에서 내신 비중을 줄이는 대신 논술과 면접 등 대학별 고사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어를 반영했을 때 ‘내신 부풀리기’가 성행했지만 등수에 따른 등급을 반영하게 되면 학교간 학력차를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상위권 대학은 지금처럼 학생부 비중을 낮추고 논술과 면접 등을 비중있게 반영할 가능성이 많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생부를 비중있게 반영할 가능성이 많다.”면서 “일단 학생부 성적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은 내신의 등급제다. 학생부 1등급은 상위 등수 4%,2등급은 11%,3등급은 23%,4등급은 40% 등이다. 예전에는 평어와 등수 가운데 어떤 것을 반영할지 대학 자율로 결정했지만 이젠 등수에 따른 등급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내신 관리에 소홀할 경우 등급 차에 따라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간·기말고사 성적 때문에 1등 차이로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부 성적이 반영되는 1학년부터 학교 시험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에서다. 학교 시험도 지금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등급제 도입으로 사실상 내신 부풀리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고교도 내신의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 중간·기말고사부터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그동안 사교육에만 의지했다면 앞으로는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듣고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승한 에듀토피아중앙교육 평가실장은 “수능시험도 결국 교육과정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학교 수업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조언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2. 더중요해진 논술·면접 논술·구술과 심층면접 등 대학별고사가 당락을 판가름하게 된다. 새 대입제도가 학생부와 수능을 등급으로 표시해 두 전형요소의 변별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인문계열 100개, 자연계열 40개 대학이 전형으로 도입하고 있는 논술·면접은 중·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적성검사를 채택하는 학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논술·구술과 면접은 지금보다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영어와 수학에 초점을 맞춘 ‘필답고사’와 비슷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인문계의 경우 영어를, 자연계는 수학과 과학을 주관식 위주로 공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학생부 비중이 높아진다 해도 실질 반영비율은 낮출 가능성이 크고 결국 대학에서는 대학별고사인 논술·구술과 심층면접을 일종의 교과목별 시험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논술고사의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논리력과 표현력을 평가하는데 있다. 교과서 안팎에서 다양하게 지문이 출제되고 주관식인 만큼 평소에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논술 노트를 만들어 이슈별로 쟁점을 정리하는 것도 좋다. 논술·구술 준비의 출발은 여러 분야에 걸친 독서와 토론이다. 동서양의 고전은 물론 각 교과서별로 연관성이 높은 책을 꾸준히 읽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중3학생들은 체계적인 독서프로그램을 세우고 무엇보다도 필독서와 권장도서는 읽는 게 좋다. 최근에는 논술고사에 영어지문이 제시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상위권 학생인 경우 영어 원서 독서가 필요하다. 암기식보다는 사고력이 더 중요하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은 “논술·구술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 특히 교과서를 바탕으로 면접·논술고사도 지망 대학에 맞게 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심층면접도 점차 교과목 형태의 시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공과 관련된 지식 수준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인문계는 신문 사설과 영자신문을, 자연계는 생명공학 등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재 적성검사는 한양대, 아주대, 인하대 등이 실시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삼성의 직무적성검사 형태와 유사한 자체 검사를 도입할 것을 검토하는 등 적성검사 도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3. 수능 얕보지마라 2008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성적을 점수가 아닌 ‘등급(9등급)’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등 5개 영역 중 원하는 영역만 응시하되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사라진다. 이에 따라 대학이 전국 수험생들을 수능 점수로 촘촘하게 ‘줄세우기’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수능시험의 영향력도 많이 줄어든 셈이다. 문제 출제도 기존의 통합 교과형 출제방식에서 교과과정 연계방식으로 바뀌면서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의 출제 비중이 높아진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교육부는 출제위원의 50%를 고교 교사로 참여시켜 교실 수업과 입시과정을 연계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수능을 얕잡아 보면 안 된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최소한 1등급(상위 4%·2만 4000명)이나 2등급(전국 상위 11%)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등급 경계선에 있는 학생들은 1∼2점으로 등급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결국, 최상위권을 제외한 1만∼3만등까지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등급이 갈리면 지원대학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대를 포함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모집 정원이 2만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1등급을 받아야 가능하다. 게다가, 수능 등급은 총점 등급이 아닌 과목별 등급으로 산출된다. 각 대학에서 모집단위에 따라 과목별 등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능 변별력이 여전히 성적이 비슷한 학생끼리는 크게 작동하게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문제은행식 출제가 완료되는 2010학년도부터 수능은 연 2회 치러질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수험생들의 심리적 부담은 줄어들지만 연 2회 실시로 1년 내내 입시를 준비하는 부담이 생긴다. 유병화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실장은 “수능이 대학입학 전형에 하나의 전형방법으로 반영되거나 최저학력기준으로 적용돼 지원 희망 대학에서 요구하는 등급에 맞추도록 수능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겨울방학 활용법 현재 중3 학생들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진로를 고민하는 것이다. 진로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2008학년도 대입에서는 지금보다 대학별 전형이 훨씬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진로를 결정하지 않으면 그만큼 많은 대학을 대상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게 된다. 진로를 정할 때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를 정한 뒤 그에 필요한 전공학과를 갖춘 대학을 정하는 순서로 목표를 결정해야 한다. 대학을 고를 때는 자신의 현재 성적을 고려하되 진학 가능권으로 판단하는 대학 서너개로 압축, 그 대학이 요구하는 전형에 따라 공부 계획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서 계획도 세워야 한다. 독서는 논술과 면접은 물론 수능에도 도움이 된다. 우선 양서 목록을 정한 뒤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고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비영리로 운영되는 유니드림(www.unidream.co.kr)에 나와있는 양서 목록을 참고해도 좋다. 독서는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노트를 만들어 책 읽은 소감과 관련 시사 자료 등을 함께 오려붙여 놓으면 나중에 든든한 논술공부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내신을 위한 대비도 필요하다. 특히 국·영·수는 방학 동안에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자신의 중학교 성적이 상위권에 속한다면 수학과 영어는 고1 1학기 과정을 예습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스스로 기초가 약하다고 판단되면 예습보다는 현재 중3 내용부터 확실히 이해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반론] 대입제도 개선안의 이해 결여/ 한석수 교육인적자원부 학사지원과장

    지난 8월26일 발표한 2008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시안)에 대해 서울신문 9월11일자 정인학칼럼은 ‘태생적 오류’라며 비판하고 있다.동 칼럼은 “현 입시안을 엉터리라고 판정하고 폐기처분하고 있으며 교육목표와 수단도 구분하지 못한 채 서둘렀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시안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시안은 현 제도의 기본취지 및 성과를 발전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현행 제도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다.예를 들어,여러줄 세우기에 의한 특별전형 및 수시모집의 활성화는 긍정적이지만 수능성적 위주의 학생선발이 여전하고,수능관련 과외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은 보완돼야 할 점으로 지적하고 있다.이러한 문제점을 점진적,단계적으로 보완하여 현행 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밝히고 있는 바,현 제도를 ‘엉터리라고 판정하고 폐기처분’했다는 주장은 잘못이다. 실제로 시안은 현행 제도의 기본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를 제고시켜 반영비중을 높이고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해 점수 표기방법을 바꿨다.예를 들어,수능의 경우 현재 표준점수,백분위 및 등급으로 표기하는 것을 앞으로는 등급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사실 수능의 영향력 약화를 위한 교육부의 노력은 일관된 것이었다.즉 2001학년도까지는 영역별 원점수,총점(소수점)까지 제공했으나,2002학년도부터 총점은 삭제하고 등급을 도입했으며,올해부터는 한걸음 더 나아가 원점수와 종합등급도 제공하지 않는다.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수능의 성적표기 방법을 변경해온 것은 1∼2점 혹은 소수점 차이를 위한 치열한 수능 점수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동안 잦은 변화에 따른 불신과 불만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변화 자체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치솟는 사교육비 문제와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잠자는 비정상적 교육현상을 한가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흔히들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가 바뀐다고 비판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노력은 시대적 요구에 의해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이지 정치적이나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실수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학교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돌려 침체된 교실수업을 일으켜 세우려는 것이다.칼럼에서 제기하는 바와 같이 대학입시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지만 이와 같은 학교교육 정상화는 단순히 수단적인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목표와 수단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계층적 구조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대학입시는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고,학교교육정상화는 더 높은 차원의 교육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그러므로 대학입시와 고교교육 정상화와 관련하여 교육목표와 수단을 혼동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개선안의 취지는 대학들이 성적 우수 학생을 그저 줄세워 ‘선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학교교육의 과정과 결과를 중시하여 창의력과 성장 가능성을 지닌 학생을 ‘발굴’하는 노력을 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이제 냉소적 비난보다는 지혜를 모아 발전적인 대안을 검토하고 보완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본 시안은 공청회 등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확정·발표할 예정인 바,바른 목소리가 두루 담길 수 있도록 언론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당부드린다. 한석수 교육인적자원부 학사지원과장
  • 非강남 고3교실 ‘술렁술렁’

    비(非)강남권 고3 교실이 술렁인다.올해 대학입시 수시 1학기 전형에서 서울 강남·서초구 고교 출신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강남권 고3 교실에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이른바 ‘고교등급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특히 수시 1학기에서 불합격한 뒤 2학기 전형에 응시한 비강남권 학생들은 피해의식과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비강남권의 고3 교사들은 14일 고교등급제 의혹을 전날 제기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보다 더 강하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교사들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불안감을 보이면서 교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면서 “강북권 공동화 현상이 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실제로 지난해 연세대 수시 1학기 전형에서 35%의 합격률을 보인 강북 A고는 올해 평균 백분율 석차가 지난해보다 높은 5∼6% 학생 20명이 지원했지만 모두 불합격했다. ●비강남권 고3 교사들이 말하는 실상 A고 박모 진학지도 교사는 연세대가 올해부터 고교등급제와 비슷한 ‘자체 평가방식’을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내신 석차가 8%대인 학생도 합격했지만 올해는 5∼6% 학생조차 모두 불합격했다는 것.박 교사는 “자체 변환공식으로 학생부 비중을 축소한 탓에 서류전형의 변별력이 더 컸다는 연세대의 해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그는 “담임 교사가 서류전형에 제출되는 제자의 추천서를 엉망으로 쓰거나 최상위권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부실하게 작성할 이유가 없다.”면서 “특히 교내외 수상 경력을 가진 최상위권 학생들까지 떨어졌다면 도대체 내신도 아니고 서류전형도 아닌 무엇이 당락을 결정한 것이냐.”고 의문을 강하게 표시했다. 노원 지역의 B고는 지난 수시 1학기 전형에 전교 1∼7등 학생들이 연세대와 고려대 사회·공학계열에 지원했지만 모두 불합격했다.지난해에는 전교 석차 1∼5등이 수시에 지원하여 2명이 합격했다.3학년 김모 교사는 “진학지도 교사들 사이에서 유명 대학들이 각 고교를 5등급으로 분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비강남권은 최상위권 학생들까지 위축돼 수시부터 하향지원 풍토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고는 내신석차 22% 합격했는데…” 강북 C고 이모 교사는 “현재 고3 교실은 아수라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이 교사는 “입시제도의 혼란과 고교등급제 논란에 학생들이 불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상당수 교사들도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강남권의 높은 합격률이 가치관 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전교 10등 안팎인 3학년 김모양은 “고교등급제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강남에 사는 학생이 아니면 수시모집에서 합격하기는 힘들다는 건 확인된 것 아니냐.”면서 “연세대는 전 입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강북 D고 3학년 박모군은 “3년 동안 문과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연세대의 기준 과목 석차가 3.8%인데도 올해 사회계열 전형에서 불합격했다.”면서 “외고에 다니는 친구가 내신 석차 22%인데 합격한 것을 보고 정말 억울했다.”고 말했다.박군은 “강남에 살았으면 붙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고,너만 잘하면 된다던 부모님도 더 이상 말씀이 없었다.”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고3 아들을 둔 학부모 김모(45·여)씨는 “강남이 실력이 좋다는 것을 알지만,최상위권인 아들마저 불합격한 것을 보면 애들이 불쌍하다.”고 토로했다. ●‘고교등급제’ 찬반 논란 활발 연세대 인터넷 게시판에는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이 학교 2학기 수시 전형에 응시한 아이디 ‘dufwjd’는 “강북과 지방에서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을 더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aquacrow’는 “이름없는 지방 평준화 고교 출신의 연세대 학생으로 씁쓸하다.고교등급제는 연좌제나 다름없다.”고 가세했다.‘dongtki’는 “대학을 줄세우는 것도 모자라 고교도 상,중,하 품질로 나누느냐.”면서 “미래가 없는 세상”이라고 했다.반면 강남권 학교의 고3이라는 ‘dreamvit’는 “문과 340명 가운데 전교 5등인데 연세대 기준 과목 석차는 5.4%”라면서 “지방에서 내 실력으로 1∼2%가 가능한데 학력 차이를 무시하면 강남 학생들은 갈 데가 없다.”고 항변했다.‘izzy96’도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 메리트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인권위에 연세대·교육부 제소키로 한편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은 이달안에 연세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소송을 내기로 했다.‘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도 교육부에 연세대의 감사청구 및 입시전형자료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로 했다.김정명신 공동대표는 “학생들의 사례를 수집하여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고교등급제에 따른 피해를 입증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안동환 채수범 이효용기자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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