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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포장지만 쓴 안마의자·사전·자동차… 소비자 속이는 ‘AI 워싱’ [비하人드 AI]

    AI 포장지만 쓴 안마의자·사전·자동차… 소비자 속이는 ‘AI 워싱’ [비하人드 AI]

    ‘인공지능(AI) 로봇과 대화 가능한 어린이 교육용 챗봇’, ‘AI가 영어 학습을 도와주는 전자사전’….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에 ‘AI’를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는 제품들의 광고 문구다. 언뜻 보면 AI 기술이 적용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AI와 별 상관없는 제품이 많다. 전혀 환경친화적인 제품이 아니면서도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그린워싱’처럼 ‘AI워싱’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AI라는 포장지가 씌워지면 소비자나 투자자들에게 혁신 이미지가 주입된다는 점을 노린다. AI 기술, 없지만 있는 척단순 챗봇 기능 넣고 ‘AI 대화’ 홍보“머신러닝·딥러닝 기술과 거리 멀어”서울신문은 소비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AI 기술을 과대 포장해 홍보하는 실태를 분석했다. 가장 흔한 유형은 단순 음성 인식 기능이 있는 제품에 AI를 붙이는 경우다. 음성 인식을 통해 작동하는 안마의자, 전자사전, 차량 안전 장비 등에 ‘AI 안마의자’, ‘AI 사전’과 같은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다. 한국소비자원 김태형 책임연구원은 “음성 인식을 AI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은데 머신러닝,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단순 챗봇 기능을 탑재해 놓고 AI 대화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기업도 많다. 그러나 저장돼 있는 내용을 그대로 송출하는 챗봇을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한 현시점에도 AI에 포함시켜야 할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거짓말아마존 고, 요금 자동청구 ‘수동 조작’무인 햄버거집 커튼 뒤 바쁜 직원들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고객이 물건을 들고 나가면 자동 결제되는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 고’를 운영했다. 매장에 설치된 센서와 카메라가 물건을 인식하고, AI를 활용해 요금을 자동 청구하는 시스템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직원 1000여명이 숨어서 각 매장 카메라를 수동으로 조작하며 결제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탄로 났다. 아마존은 해당 매장을 폐쇄했다.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의 L7 홍대점은 ‘미래형 무인 매장’으로 유명하다. 오픈 당시부터 ‘첨단 푸드테크 총망라’, ‘테스트 베드’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최근 매장을 찾아가 보니 커튼 뒤 주방에서는 여느 패스트푸드점과 다를 바 없이 직원들이 바쁘게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다. 롯데GRS 측 관계자는 “재작년 AI 버거 조리 시스템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매장 도입을 검토했으나 지금은 보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에는 기업들이 실제 AI 기술을 적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직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21만 3266개 기업 중 AI 기술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6만 4587개(30.3%)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이용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해외 주요국은 이미 AI워싱 대응에 적극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투자자문사 델피아와 글로벌프리딕션스가 AI 기능을 허위 광고했다며 각각 22만 5000달러(약 3억원), 17만 5000달러(2억 3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ETC)는 기업들에게 AI 활용 정보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송원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워싱에 대한 규제와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현행 표시광고법 등으로도 AI워싱에 대한 규제는 가능하다”면서도 “규제 강화 이전에 기업들이 투명하게 AI 관련 정보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AI워싱의 밑바탕엔 AI 만능주의가 깔려 있고, AI 만능주의는 AI 거품을 키운다. 일각에선 과거 ‘닷컴 버블’ 붕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AI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다. 국내외 AI 과대포장 대응해외 주요국 ‘AI 워싱’에 벌금 부과국내 AI 적용 여부 판단 기준 없어‘인공지능의 미래’의 저자인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열린 ‘AI 서울 2025’ 콘퍼런스에서 “지능은 인간이 갖고 있는 것인데 AI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능이란 틀에서 생각하다 보니 여러 오해가 생겼다”면서 “생성형 AI가 중요한 발명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미 이 분야의 발전은 둔화하고 있어 닷컴 버블처럼 붕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투자금은 AI로 계속 쏠린다. 미국 오픈AI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5000억 달러(721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빅테크 4개 기업인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는 올해에만 AI와 관련해 3000억 달러(43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짙어지는 ‘AI 만능주의’수백조원 투자에도 수익성 불투명“이미 발전 둔화… 버블 붕괴 우려도”전문가들은 AI의 현주소와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읽을 수 있는 AI 리터러시(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장원철 서울대 교수는 “지금 시대는 자료가 너무 방대해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찾는 건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면서 “디지털 문해력을 갖추고 올바른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팀장 이창구 장진복 김중래 명종원 이성진 기자
  • ‘능구렁이’ 된 AI… 법원 폭동 사태 극우 주장 되묻자 ‘위험한 답변’ [비하人드 AI]

    ‘능구렁이’ 된 AI… 법원 폭동 사태 극우 주장 되묻자 ‘위험한 답변’ [비하人드 AI]

    ‘네이버에게 물어봐’는 이제 옛말이 됐다. 포털사이트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무엇이든 물어보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생성형 AI는 궁금한 것은 물론 고민과 연애 상담까지 해 준다. 그렇다면 이 ‘척척박사’를 믿어도 될까. 지난 한 달여간 생성형 AI 7개 모델에 상식과 윤리, 정치적 견해 등 가치판단이 필요한 질문을 던졌다. 개발 국가와 성능을 고려해 챗GPT, 제미나이, 그록(이상 미국), 딥시크, 큐원(이상 중국), 프랑스의 르챗, 한국의 클로바X를 골랐다. 거침없는 AI의 미래 예측50년 내 남북통일 가능성 ‘제각각’챗GPT 최대 70%… 클로바X 30%AI는 전문가들이 쉽사리 결론 내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에도 몇 초 만에 답변을 내놨다. 남한과 북한이 50년 내에 통일될 확률을 물었더니 챗GPT는 60~70%라고 답했다. 북한 체제가 시간이 갈수록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근거로 제시했다. 클로바X는 가장 낮은 30%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치·경제·문화적 차이를 줄이기엔 50년이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각국의 승리 가능성을 물어보니 ‘미국 40%, 중국 30%, 다극체계 30%’(제미나이)처럼 각자 그럴듯한 수치를 들이댔다. 각각의 AI 서비스 화면에 적힌 ‘AI는 실수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해 보였다. 자신만만하던 AI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직면하자 어물쩍 넘어가는 능구렁이가 됐다. 국내외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를 물으면 “양면성이 있다”는 답변을 내놓기 일쑤였다. 중국의 딥시크가 특히 민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독재자냐’고 묻자 딥시크는 시 주석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를 쭉 써 내려가다가 갑자기 “죄송합니다. 나의 범위를 벗어났습니다. 다른 얘기 하시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어로 ‘1989년 톈안먼 광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물었을 때는 “민주화를 요구하던 수천명의 시민이 정부에 의해 사망하거나 다쳤다”고 하더니 같은 질문을 중국어와 영어로 하자 말문을 닫았다.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를 탄압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중국은 모든 지역에서 법에 따라 평등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가 늘 내놓는 이른바 ‘모범 답안’이다. 그런데 역시 중국에서 개발된 알리바바의 큐원은 딥시크처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AI 전문가는 “딥시크가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사용자가 늘자 자동검열 알고리즘과 인간의 실시간 검열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 같다”고 예측했다. 딥시크가 몸을 사리는 게 문제라면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개발한 그록3는 너무 솔직한 게 탈이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2026년 화성 탐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을 묻자 그록3는 50%의 비교적 높은 가능성을 제시한 뒤 “머스크의 실행력이 가능성을 높인다”는 다소 편파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머스크는 그록3를 ‘선 넘는 답변’도 마다하지 않는 AI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치, 윤리적 문제에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 논쟁적인 토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CivAI 공동 창립인 루커스 핸슨은 “그록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그것으로 형성되는 인식이 정치적 분열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명백한 오류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클로바X는 ‘한국의 독립에 공이 큰 인물을 꼽아 달라’고 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을 김구,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등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들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AI가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자 범죄자를 옹호하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예컨대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을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을 보낸 불쌍한 사람”이라고 동정하거나 “25년이 넘는 수감 기간의 변화를 보면 조건부 석방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옹호하는 식이다.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에 대해 “명백한 불법”이라던 AI들은 폭동 주동자와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덧붙여 묻자 말을 바꿨다. 폭동이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행과 정책 대립 때문”이라고 하거나 “억울하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법원이 감형해 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극단주의가 개혁이나 혁명의 원동력이 됐다”는 위험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AI를 가치관, 역사관 정립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콘텐츠만 노출시켜 편향성을 심화시키는 알고리즘의 폐해가 AI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자기가 원하는 답변을 잘해 주는 AI만 맹신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거짓말을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과 함께 편향성을 생성형 AI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인공지능 법률사무소 인텔리콘 대표 임영익 변호사는 “AI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독립적인 감사를 통해 편향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열하거나, 솔직하거나 딥시크, 中 불리한 질문하자 ‘침묵’ 그록3 ‘머스크 호평’ 편파적 설명네덜란드는 2019년 AI 오류에서 비롯된 보육료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네덜란드 정부는 보육료 부정수급을 해결하겠다며 적발 시스템에 AI를 탑재했다. 그런데 AI는 보육료 수급 현황을 검토하면서 특정 국적, 소득 등을 부정수급자 의심의 판단 근거로 삼는 오류를 저질렀다. 수급자와 동일한 국적을 가진 사람 중 범죄자 비율이 높으면 평범한 수급자도 무조건 의심자로 분류했다. AI는 의심자가 서류 작성에서 사소한 오류를 범해도 지체 없이 부정수급자로 낙인찍고 그동안 받은 모든 보육료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네덜란드 의회가 발표한 조사 보고서 ‘전례 없는 불의’에 따르면 피해 가구가 2만 6000가구에 이르렀다. 10만 유로(약 1억 5000만원)가 넘는 보육료 반환이 청구돼 파산한 가구도 있었다. 이 스캔들로 총리와 내각이 총사퇴했다. 아마존은 2018년 AI 기반 채용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AI는 남성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성차별’을 저질렀다. 2015년 출시한 구글 포토앱은 AI로 사진을 인식해 태그를 붙이며 흑인을 고릴라라고 판단하는 ‘인종차별’의 오류를 범했다. 국내에서도 AI로 인한 차별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2020년엔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채용 과정에서 탈락한 지원자에게 AI 면접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세계적인 AI 분야 권위자이자 2018년 튜링상 수상자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안전을 무시하고 나아가고 있다”며 “AI 기술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고 현명한 개발 방식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팀장 이창구 장진복 김중래 명종원 이성진 기자
  • 이자 장사 ‘역대급’… 금리 인하기에 대출 죄기 고민 커진 은행

    이자 장사 ‘역대급’… 금리 인하기에 대출 죄기 고민 커진 은행

    국내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예대금리차가 약 2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기준금리 인하기에 예금금리는 낮아졌지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수요 억제를 주문하면서 대출금리를 높인 데 따른 것이다. 대출 수요를 금리로 조절하지 말라는 당국의 압박이 재차 이어지고 있어 은행으로서는 대출금리를 내리면서도 대출 총량은 조절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29~1.46% 포인트(P)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1.46%P로 가장 컸고 이어 신한(1.42%P)·하나(1.37%P)·우리(1.34%P)·KB국민(1.29%P) 순이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마진(이익)이 많이 남는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기인데도 상당수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1월까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간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0.25%P씩 세 번 내려갔는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예금금리처럼 내리는 대신 인하를 멈추거나 오히려 올렸다. 은행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8월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가계대출 억제를 당부받았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출금리를 올렸다. 신규 대출은 거의 접다시피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려 대출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높아진 대출금리를 부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이 다시 개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8월 말 “(은행권의)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금리를 올리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당국은 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충분히 대출 총량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은행들은 금리를 통한 가계대출 관리가 시장 원리에 부합하며 효과적이라고 본다. 은행권은 중구난방으로 ‘비가격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하나은행을 제외한 주요 은행은 유주택자의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에 제한을 뒀다. 우리은행은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이 붙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했고,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일정 기간 취급하지 않았다. 문제는 연초 대출 빗장이 풀리면서 예대금리차가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최근 서울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나타나면서 예대금리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국은 은행에 적극적 금리 인하를 주문하면서도 대출 규모도 알아서 관리하라는 방침이지만 은행 입장에선 비가격 조치만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시장 왜곡이 문제의 본질이지만 은행들도 정부 정책을 빌미로 이자 장사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담대 차주를 늘리기 위해 서민금융도 공급하는 웰스파고, 시니어에 집중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처럼 우리 은행들도 소득 모델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세상이 빙빙, 속이 울렁, 땀이 줄줄… 원인은 耳 속에 있다

    세상이 빙빙, 속이 울렁, 땀이 줄줄… 원인은 耳 속에 있다

    임종이 가까운 누군가의 귀에 대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귀가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기능하는 감각기관이란 속설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청각은 오감 중 가장 민감하다. 귀는 듣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귀에 문제가 생기면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강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일 ‘세계 청각의 날’을 맞아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3대 귀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이석증 - 난청·먹먹함 증상은 없어전정기관 속 ‘이석’ 떨어지며 빙빙비타민D 부족·골다공증 원인인 듯대표적 질환으론 이석증이 있다. 귀에는 우리 몸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前庭)기관이 있다. 이 안에 있던 ‘이석’(耳石)이란 물질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석이 움직이면서 신경을 자극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데 흔히 잠자리에서 돌아누울 때, 구부렸다 일어설 때 1~2분 정도 머리가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다만 난청이나 이명, 이충만감(귀 먹먹함) 같은 청각적 증상은 없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정종우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중년 여성에게서 흔히 발생하고 이석 자체가 칼슘 덩어리인 것을 고려하면 비타민D 부족이나 골다공증 같은 질병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치료법으로는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여 가며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이석 치환술’이 있다. 치환술을 받으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지만 드물게 세반고리관 폐쇄술 같은 치료가 필요하다. 메니에르병 - 귓속 압력이 원인‘내림프액’ 급증하며 3~4시간 지속완치는 어려워… 짜게 먹지 말아야메니에르병은 귓속 압력이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 귀의 가장 안쪽 부분에 있는 ‘내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전정기관이 부풀어 오르면서 생긴다. 이석증과 달리 귓속 압력이 증가해 생긴 병이어서 가만히 있어도 어지럼증이 나아지지 않고 최대 3~4시간 지속된다. 이석증과 달리 난청, 이명 증상도 동반한다. 원인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 바이러스 감염 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와 생활 습관만으로 크게 나아질 수 있다. 우선 이뇨제를 사용해 내림프액의 압력을 낮춰 주고 어지럼증이 심할 경우 어지럼 완화제나 전정 억제제를 사용해 증상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 습관이다. 구자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짜게 먹으면 체내 수분을 증가시켜 내이 압력을 높이기 때문에 하루 1800㎎ 이하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저염식이 중요하다”며 “카페인과 담배, 술, 초콜릿 섭취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정신경염 - 전정신경에 염증 생겨심한 어지럼증·구토·식은땀 동반30~50대 집중… 봄·초여름 증상 잦아전정신경염은 평형 감각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식은땀이 동반되며 한번 시작되면 안진(안구 떨림)이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대개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편해졌다가 머리를 움직이면 다시 어지럼이 심해진다. 한쪽 귀의 전정신경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들은 염증이 생긴 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한다. 주로 30~50대에게 발생하며 봄이나 초여름처럼 기온변화가 심한 계절에 많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염이나 말초신경에 혈액 공급이 저하돼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전정신경염은 저절로 낫는 질환으로 심한 어지럼증은 일주일 내 70% 정도 사라지고 4%만 2주 이상 지속된다. 급성기에는 어지럼증을 완화하는 신경이완제를 적절히 쓰면 된다. 변재용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귀 질환은 다양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증상을 판단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 [단독] 전공의 집단사직 후 ‘초과사망’ 없었다

    [단독] 전공의 집단사직 후 ‘초과사망’ 없었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지난 1년간 ‘초과사망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상반기(2~7월) 병원 초과사망이 3136명 발생했다는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분석과 상반된 결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상급병원 구조전환 등 의료개혁 필요성과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김진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교수는 3일 발표한 ‘2024년 전공의 파업이 사망률에 미친 영향(김새롬 인제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공저)’이란 논문에서 “지난해 3~12월 사망률(10만명당 577.4명)과 연령 표준화 사망률(여성은 10만명당 약 650명, 남성은 750명)은 의료 공백 이전보다 증가하지 않았다”며 “초과사망률 추정치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고 밝혔다. 초과사망은 일정 기간 동안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사망자 수를 추산한 지표다. 예를 들어 매년 평균 10만명이 사망하다가 올해 12만명이 사망했다면 2만명을 초과사망으로 분류한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초과사망자는 최소 -1만 2101명에서 최대 -3만 3084명으로 추정됐다. 예상보다 사망자가 1만 2101명에서 3만 3084명만큼 적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를 뜻하는 조사망률은 704.4명으로 예년(2019~2023년)과 비슷했다. “고령화 반영 시 대부분 초과사망 없다는 결과 나올 것”초과사망을 계산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고령화 변수다. 김 교수는 고령화와 연도별 추세 변동 등을 고려한 3가지 시나리오로 예상 사망자를 추산했다. 반면 김 의원실 분석에는 고령화 반영 여부가 드러나 있지 않다. 최근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의정 갈등에 따른 초과사망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고령화 요소 등을 반영했다면 아마 대부분 초과사망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초과사망이 예상보다 높지 않았던 원인으로는 ‘과잉 의료 중단’이 꼽힌다. 김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모르는 수술이라도 일단 시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의료대란으로 과잉 의료가 멈췄다”며 “불필요한 의료 개입이 감소하면서 생존율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막으려고 쏟아부은 건강보험 재정 1조 4000억원의 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려고 쓴 막대한 재정으로 초과사망자를 억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 분석에선 유독 요양병원에서 초과사망자가 4098명으로 많이 나왔다. 상급종합병원은 110명, 종합병원 76명이었다. 요양병원 초과사망자 상당수가 섬망 등을 동반한 치매 환자였다. 일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기보다는 이미 임종 과정에 놓인 환자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김 교수는 “초과사망이 줄었다고 의료대란 피해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들의 고통이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미중외교, 한미동맹 근간으로 하되 국익중심 유연성 확보해야[K이슈 플랫폼]

    미중외교, 한미동맹 근간으로 하되 국익중심 유연성 확보해야[K이슈 플랫폼]

    우호적인 中 활용… 美 올인 넘어야美이익 우선 트럼프, 일시적 아니다민감 분야 美 공조, 대중 협력 확대한미동맹 강화돼야 中도 우호 유지트럼프 행보는 협상 전략으로 봐야美 대중 제재, 韓 산업 분야에는 기회K이슈플랫폼은 다툼만 있고 해결이 없는 우리 사회에 합의를 통한 정책방향 제시를 목표로 기획됐다. 주최자인 [진실과 정론]은 K정책플랫폼(이사장 전광우), 한반도선진화재단(박재완), 안민정책포럼(유일호), 경제사회연구원(최대석)으로 구성된 싱크탱크 연대이다. 의제 : 미중 간 외교전략 방향토론자 :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략적 유연성)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전략적 명확성)사회 : 박지영 경제사회연구원장원고 : 박진 K정책플랫폼 공동원장(KDI대학원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중심주의, 대중국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우리의 미중 간 외교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동맹의 기치 아래 확실히 미국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미중 간 균형외교를 펼칠 것인가. 1. 기본 입장 [사회] 기본입장을 설명해 주시지요. [김흥규] 21세기 들어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 자유주의 패권시대의 종말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 중국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과 대등하거나 일부 능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중국 견제도 이러한 미국의 위기감에 기인한 것이지요. 지금 세계는 미중러를 세 축으로 하면서 유럽연합(EU), 인도, 개도국들이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극화 시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대중국 포위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 등 주변국에 우호적 태도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간 미국에 올인했던 전략적 경직성을 넘어서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주재우] 중국의 사회주의 노선은 최종 목표인 공산주의 실현을 위한 전략입니다. 중국이 현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한 경제적,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며 미국의 세계 패권은 당분간 유지될 것입니다. 우리가 전략적 모호성을 표방하면 미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얻어내야 하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합니다. 한미원자력협정이 그 예입니다. [사회] 김 교수님은 우리가 한미동맹 포기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김흥규]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므로 한미동맹은 불가피합니다. 중국은 안보상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고 중국도 우리와 동맹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죠. 중국과 우리의 체제상 차이도 크고요. [사회] 주 교수님은 우리가 중국과의 적대적 관계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주재우]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는 중요한 목표입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훼손을 비용으로 지불해선 안 됩니다. 한미동맹이 강화돼야 중국도 우리에게 우호적 태도를 유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사회]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원칙에 합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 좋습니다. 2.사안별 검토 [사회] 구체적 사안별로 살펴볼까요. 미국은 중국에 대해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수출 및 투자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협력해야 할까요. [주재우] 이러한 제한 조치는 과학기술 차원을 넘는 안보 이슈입니다. 한미동맹을 인정한다면 협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구축은 중국과 많은 산업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기회이지요. [김흥규] 민감 분야에서 미국과의 공조는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미중 경제 관계가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습니다. 미중 전략경쟁에 제약받지 않으며 미국의 양해를 얻을 수 있는 한중 협력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회] 민감 분야에서는 미국과 공조하되 그 외 분야에선 유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가 가능하겠습니다. [사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외교적 대응과 유사시의 군사적 대응은 어때야 할까요. [주재우]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에서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원칙에도 부합합니다. 유사시 미국이 대만에 개입하면 우리도 개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중국과의 군사 충돌은 피해야 합니다. 주한미군이 대만으로 이동할 경우 그 공백을 노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김흥규] 대체로 공감합니다. 다만 하나의 중국 원칙, 즉 대만 국민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중국 통일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하나의 중국은 인정하되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에 합의가 가능하겠네요. [사회] 미래에 한중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주재우] 한미일 동맹입니다. 저는 중국이 민주화되기 전에는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동맹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중국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 서해의 잠정수역조치구역 등에서 군사도발을 일삼는 등 영토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지요. [김흥규] 일본과의 관계 개선과 협력은 필요하나 동맹까지는 불필요합니다. 중국·러시아·북한이 3국 동맹을 체결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은 동북아 냉전체제를 재등장시켜 우리의 국익과 전략적 유연성을 크게 제약할 겁니다. 제가 향후 우려하는 바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주도 강정항을 미군 해군기지로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강정항의 전략적 가치는 엄청납니다. 당연히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로 반발할 것입니다. 저는 제주 미군기지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직접 뛰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미군 함정을 수리하고 물품을 조달하는 수준은 가능하겠지요. [주재우] 저는 우리 영해를 지키기 위해 제주에 한미 연합 해군기지의 설립을 찬성하고 이를 대미, 대중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이견의 배경 [사회] 두 분의 의견은 결국 두 가지 전망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여기에는 중국 경제의 성장 전망, 미국의 패권 유지 가능성, 미국의 대중 견제 효과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겠습니다. [주재우]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9000억 달러를 넘겼는데 이는 2위인 중국의 세 배가 넘고 2~11위를 더한 지출과 비슷합니다. 전 세계 항공모함 22척 중 미국이 11척을, 중국은 2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독일, 일본, 한국 등 70여개국에 800여개 군사기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제1의 농산물 수출국이자 영화 제작국입니다. 전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EU나 인도는 중국·러시아와 안보적 경쟁 관계에 있어 긴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 아프리카 등 일부 개도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도국은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은 당분간 유지될 것입니다. 미국의 대중 견제는 거대 인구를 바탕으로 미국의 견제를 버텨 낼 수는 있겠지만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김흥규] 트럼프의 등장은 중국에 위기이지만 중국은 이를 기술독립과 세계 영향력 확대의 기회로 활용할 것입니다. 2012년 조사에선 미국 대비 67% 수준이던 중국의 기술 수준은 2022년엔 82.6%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고 지금은 거의 대등한 수준에 올라왔습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제조업의 35%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을 포함한 2~9위 제조업국의 역량을 합한 것보다 많습니다. 무역의존도는 21.5% 정도에 불과해 트럼프의 관세 등 대중 압박은 큰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미국의 대중 견제는 전 세계적인 호응도 얻기 힘들고 미국도 이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회] 미국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미국은 세계 경찰의 역할을 포기하고 세계는 국가별 각축 시대로 진입하는 것일까요. [김흥규] 트럼프의 정책에 이미 서방 연대는 없고 미국의 이익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번 미국·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서방의 분열을 가시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는 단순히 대중 전략경쟁 우위라는 목표를 넘어 19세기적인 약육강식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백인사회의 우월주의와 그 좌절감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어 일시적인 현상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지요. [주재우] 표면적으로는 서방의 분열로 보이지만 오히려 서방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를 위한 재정비의 일환으로 봐야 합니다. 미국은 자유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중인 것이지요. 트럼프의 최근 행보는 협상전략으로 보아야 합니다. [사회] 전망에 대한 이견은 합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로 풀어야지요. 국제 정세의 미래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겠네요. 합리적 토론을 해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 서민 식비 부담 5년 새 39% 뛰었다

    서민 식비 부담 5년 새 39% 뛰었다

    소득 하위 20%인 서민의 식비 부담이 5년 전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외식업계가 앞다퉈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데다 환율과 미중 관세전쟁 탓에 먹거리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2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연간 지출)를 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가 식비로 쓴 금액은 월평균 43만 4000원으로 5년 전인 2019년(31만 3000원)보다 12만 1000원(38.6%) 많았다. 식료품·비주류 음료에 27만 4000원, 식사비에 16만원을 썼다. 전체 가구 식비가 2019년 66만 6000원에서 지난해 84만 1000원으로 17만 5000원(26.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유독 크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먹거리 인플레’는 서민층에게 더 큰 부담이다. 지난해 4분기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월 103만 7000원으로,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5%를 식비로 지출했다. 반면 소득 2분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 비율은 25.5%로 떨어졌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 중 식비 비중은 15%를 밑돌았다. 여기에 빵이나 커피 등 다소비 식품 가격이 연달아 올라 서민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뚜레쥬르는 빵과 케이크 110여종 가격을 약 5% 올렸다. 지난달에는 파리바게뜨와 던킨이 제품 가격을 약 6%씩 인상했다. 주류업체에선 롯데아사히주류가 같은 날 맥주 가격을 최대 20% 올렸다. 원두 가격이 뛰면서 배스킨라빈스와 저가 커피 브랜드 더벤티는 4일 아메리카노 가격을 각각 400원, 200원 올릴 예정이다. 앞서 스타벅스 코리아와 할리스, 폴바셋, 컴포즈커피 등도 가격을 인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밥상에 자주 오르는 품목의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체감 물가가 이미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며 “관세전쟁과 고환율에 따른 식품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문과생도 과학 선행”… 새 수능 불안감에 사교육 판친다

    “문과생도 과학 선행”… 새 수능 불안감에 사교육 판친다

    올해 고1부터 통합과학·사회 응시의대 열풍·인문계 학생까지 유입“어려움 없을 것” “전 과목 알아야”“당국, 가이드라인 정확히 제시를”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보습학원. 고교 통합과학·통합사회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이 학원에선 겨울방학 시작부터 10주째 중학교 2~3학년생들이 고1 교육과정인 통합과학을 미리 학습 중이다.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하며 고1 과정을 끝낸 학생들은 이후 고2 과정인 물리·화학을 배울 예정이다. 학원생 김모(16)군은 “중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물리를 다 뗐다”며 “과학이 중요해지고 있고 자연계(이과) 계열을 지망해서 선행을 조금 더 빨리했다”고 말했다. 올해 고1부터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통합과학·통합사회가 도입되면서 서울 대치동 등 학원가에서 과학에 대비한 사교육이 유행하고 있다. 바뀐 수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교육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의대 열풍과 대입 개편 영향으로 이과 지망생뿐 아니라 통합과학 시험을 새로 봐야 하는 인문계(문과) 지망생까지 유입되면서 학원가 ‘선행 마케팅’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고교 2~3학년은 수능에서 사회·과학탐구 영역 17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골라 응시한다. 반면 고교 1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선택 과목이 사라지고 모두 통합과학·통합사회를 응시한다. 그동안 과학을 선택하지 않았던 문과생 입장에선 통합과학을 추가로 보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A과학학원 대표는 “전에는 거의 오지 않던 문과 지망생이 올해 크게 늘었다”며 “수강생 중 이과와 문과가 6대4 정도”라고 했다. 통합과학에 나오는 물리 등 일부 교과만 따로 배우는 중학생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강의를 주로 하는 대형 입시 업체도 10여개의 통합과학 강좌를 신설하는 등 관련 수업을 늘리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 통합과학이 고1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서 출제되는 만큼 수험생이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학원가에선 “한 문제에 여러 내용이 융합적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전 과목 개념을 잘 알아야 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예시문항은 실제 수능과 다를 것”이라고 홍보한다. 백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통합과학이 평이하게 출제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다 보니 불안한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몇몇 자율형사립고의 경우 내신 변별력을 위해 고1 교육과정에 고2 과정을 일부 포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위권 선행학습의 요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과학·사회과목의 사교육 참여율은 2020년 10.8%에서 2023년 14.2%로 꾸준한 증가세다. 이 때문에 교육 당국이 새 수능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탐구영역의 출제 범위와 예시를 빠르고 정확하게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고학력자도 일자리 절벽…청년 박사 절반 “놀아요”

    고학력자도 일자리 절벽…청년 박사 절반 “놀아요”

    지난해 박사 학위를 받은 10명 중 3명은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청년 박사 절반이 무직자였다. 고학력자도 고용 한파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2일 통계청의 ‘2024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만 442명 중 현재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사람의 비중은 70.4%였다. 일자리를 얻지 못했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무직자 비율은 29.6%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4년 이후 가장 높았다. 구직 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취업자(실업자)는 26.6%, 구직 활동을 포기해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3.0%였다. 무직자 비율은 2014년 24.5% 이후 20% 중반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9년에 29.3%로 치솟았다. 청년 박사의 ‘일자리 절벽’은 유난히 더 심각했다. 지난해 30세 미만 박사 학위 취득자 중 무직자 비율은 47.7%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가 45.1%였고 2.6%는 비경제활동인구였다. 전공별 무직자 비율은 예술 및 인문학이 40.1%로 가장 높았고 경영·행정 및 법 전공자가 23.9%로 가장 낮았다. 박사에 대한 처우도 박했다. 지난해 일자리를 구한 신규 박사 7346명 중 가장 많은 27.6%가 연 2000만~400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19.8%는 연봉이 4000만~6000만원이라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47.4%의 연봉이 2000만~6000만원 수준인 것이다.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는 14.4%였다. 이 중 남성은 18.7%, 여성은 7.2%로, 고액 박사 비중은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컸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 불황으로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줘야 하는 고학력자 채용을 줄이는 동시에 학령 인구 감소로 박사들이 학계로 나갈 기회가 적어져 박사 취업률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 ‘미스터 션샤인’ 유진처럼… 대한독립 위해 싸운 외국인들

    ‘미스터 션샤인’ 유진처럼… 대한독립 위해 싸운 외국인들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다. 일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중근, 유관순, 김구, 안창호, 이봉창, 윤봉길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투쟁을 했다. 그렇지만 이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제 주머니 챙기기 위해 나라와 동포를 외면할 때 한국을 사랑해 한국을 위해 몸 바친 외국인이 그렇게 많았다는 점은 놀라움을 준다. ‘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는 외국인입니다’(부키)는 ‘대한외국인’ 독립투사의 희생정신과 그들이 실천한 인류애를 조명하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이나 ‘밀정’, ‘박열’처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속에는 한국인의 독립운동과 항일 투쟁을 함께 하는 외국인들이 등장하곤 한다.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흥미와 극적 효과를 노린 허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모두 실존 모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게 된다. 이 책에서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 마땅하지만 서훈조차 받지 못하고 잊혀 버리거나 서훈은 받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대한외국인 독립 영웅 25인의 삶과 업적을 생생하게 알려 준다. 님 웨일스의 ‘아리랑’에서 김산(장지락)은 “대략 40세쯤 되었는데, 움푹 파인 눈에 눈썹이 짙었으며, 키가 크고 강인했고 태도가 방만하였지만, 조선인들과 좋은 친구가 되었다”고 한 외국인을 묘사한다. ‘마자르’라는 가명으로만 남은 헝가리인 의열단원이다. 의열단의 무장투쟁을 위한 폭탄을 제조하고 젊은 독립투사들에게 폭탄 제조법을 알려 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영화 ‘밀정’에서 의열단원 연계순과 부부로 위장해 폭탄을 국내로 들여오는 작전에 참여하는 루비크라는 유럽 출신 남성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대한독립을 위해 제 한몸 바친 일본인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다. 함께 구속됐던 조선인 동료 중에서도 전향서를 쓰거나 변절하는 사람이 나오는 가운데 끝까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전향하지 않아 일제강점기 유일한 일본인 비전향장기수로 남은 이소가야 스에지, 도쿄제국대를 졸업하고 20대에 경성제국대 교수가 된 엘리트로 사회적 명성, 지위, 재산을 뒤로하고 식민지 조선 독립운동가들을 돕다가 감옥에 간 엘리트 사상범 미야케 시카노스케의 이야기는 놀라움을 준다. 책을 읽고 나면 왜 이방인 독립투사들에 대해 안중근 의사와 백범 김구 선생이 “한국인이라면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자손과 동포 모두 공경하고 우러러 사모해야 한다”고 말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 청년동주 못 지킨 시대책임, 시인동주 한일이 찾은 정신[월요인터뷰]

    청년동주 못 지킨 시대책임, 시인동주 한일이 찾은 정신[월요인터뷰]

    일본 릿쿄대에서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추모 모임을 만든 유시경(62)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회’(이하 모임) 공동대표는 “‘청년 동주’는 한일이 함께 찾아낸 시인”이라고 했다. 그는 “불운한 시대를 살았던 청춘 그리고 그 청춘의 꿈을 지켜 내지 못한 책임을 지금 우리 시대의 책임으로 통감하는 일본인들이 있다”며 “시인이 남긴 자기 성찰적 시들은 지금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늘과 별을 사랑했던 일제 저항 시인이자 한 시대의 비극을 온몸으로 견뎌 낸 청춘. 올해는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난 지 80년을 맞은 해다. 시인의 기일(2월 16일)을 기념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 공동대표를 지난 1일 오사카 가와구치 기독교회에서 만났다. 성공회 신부인 유 공동대표는 2000년 릿쿄대 교목으로 부임해 2008년부터 추도 모임을 이끌고 있다. 2010년엔 윤동주 국제장학금 설립을 주도했다. -윤동주 시인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윤동주는 비록 릿쿄대에서 한 학기를 다녔지만 그의 발자취가 내가 일하던 교목실과 닿아 있었다. 증언에 따르면 당시 영문과 교수이자 교목이었던 다카마쓰 다카하루 신부가 윤동주의 정신적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첫 한국인 교목이자 이방인으로 살던 내 모습이 겹쳐졌다. ‘창밖의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쉽게 씌어진 시). 시인의 심경이 공감됐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로나 알던 윤동주를 일본에 와서 다시 접하게 됐다.” -모임을 발족한 배경은. “김소월과 이육사는 유명한 데 반해 윤동주를 아는 일본인들이 당시 그리 많지 않았다. 릿쿄대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한 교수도 윤동주를 모를 정도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와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 붐으로 한류가 절정으로 치닫는 시기였지만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만 주목받는 현상의 목마름을 느꼈다. 릿쿄대 문학부 창립 100주년의 일환으로 윤동주 추도회를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윤동주의 고향 방문 모임을 추진하는 일본인들의 모임과 연결됐고, 릿쿄대 졸업생인 야나기하라 야스코(모임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하게 됐다.” 윤동주는 1939년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를 졸업하고 1942년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해 4월 릿쿄대 영문과에 입학하지만, 학도병 징집 등 제국주의의 광풍을 피해 10월 교토 도시샤대에 편입한다. 릿쿄대에서 그는 일제강점기 금지된 한글로 시를 썼다. ‘쉽게 씌어진 시’, ‘흰그림자’, ‘흐르는 거리’, ‘사랑스런 추억’, ‘봄’ 등이 릿쿄대 재학 중에 쓴 시다. 윤동주 시인과의 만남릿쿄대 첫 한국인 교목으로 부임문학부 창립 100주년 추도회 제안추모 예배·일본어 시 낭독회 시작유학생 독립운동 참여 흔적 찾아-윤동주는 기독교인이었다. “한때 신앙을 등진 적도 있지만 윤동주는 끝까지 크리스천으로 시를 썼다. 릿쿄대에는 1919년 세워진 채플이 있다. 윤동주가 입학한 1942년에도 분명 학교 안에 교회가 존재했다. 혹시 어딘가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의 기도하는 마음을 추모하면서 예배를 드리자, 또 그가 남긴 시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낭독하자 그런 형태로 (추모회가) 시작됐다. 윤동주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그가 예배를 드린 흔적이 남아 있나. “아직 찾지 못했다. 1942년 말 학교 예배당이 폐쇄됐다. 일본 제국주의가 교회를 쌀 창고로 바꿔 버렸다. 이 시기가 윤동주가 학교에 다니던 시기와 겹친다. 당시 대학 길 건너편에 있었던 신학교 예배당을 다녔을 가능성도 있지만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그곳은 지금 불에 타 사라졌다.” -윤동주는 일본 사회에 어떻게 알려졌나. “추모식 준비를 하면서 윤동주 연구에 시간과 정성을 쏟는 많은 일본인을 만났다. 고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 명예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 전인 1985년 중국 옌볜대 재직 당시 발품을 팔아 시인의 묘를 찾아냈다. 윤동주의 재판 기록을 찾아낸 것도 일본인(우치고 쓰요시)이다. 이런 일본인에 의해 윤동주가 단순한 서정 시인이 아닌 유학생 독립운동에 참여한 저항 시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당시 윤동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 때다.” 윤동주 연구에 몰두한 일본인일본 사람들이 작품과 저항 발굴시인 서거 80년 맞아 CD 2집 발매자연의 언어로 인간의 고민 푼 詩日, 그의 자기성찰적 면모 좋아해1943년 7월 윤동주는 사촌이자 평생의 벗이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1917~ 1945)와 함께 경찰에 체포된다.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 활동을 했다는 혐의였다. 윤동주는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복역 중 사망했다. ‘급성 후두염’이었다는 형무소의 기록이 남아 있지만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됐다는 설도 있다. 스물여덟 살이었다. -윤동주 연구에 몰두했던 일본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야나기하라도 윤동주의 필적이 담긴 책을 들고 20년 넘게 고서점가를 돌고 있다. 릿쿄대 출신인 아마누마 부부는 자비를 들여 한일 양국어로 낭독한 CD ‘윤동주 시집’을 만들었다. 윤동주는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찾아내고 지켜낸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이 윤동주의 작품과 저항, 그의 인생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유 공동대표는 시 낭송 CD의 한국어 낭송을 맡았다. 그에게 제작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묻자 “제작비 절감 차원이었다”며 웃었다. 일본어 낭송은 일본 극단 ‘피플시어터’ 소속의 연극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에서 윤동주 시인 역을 맡았던 배우 니노미야 사토시가 했다. 2010년 25편의 시가 담긴 1집이 첫선을 보였고, 올해 시인의 서거 80년을 맞아 2집이 새로 발매됐다. -일본인들은 왜 윤동주의 시를 읽는가. “윤동주의 시는 하늘, 바람, 별 등 보편적인 자연의 언어로 쓰여 있다.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아닌 이런 언어를 가지고 인간의 고민을 풀어낸다는 감상이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은 윤동주의 자기성찰적인 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윤동주의 시가 60개 국가에 번역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미안한 마음도 있다.” 과거가 아닌 지금의 윤동주현재 ‘또 다른 윤동주’ 생기지 않게유학생 대상 국제교류장학금 조성학생 군사동원 동조했던 학교 ‘반성’내년 낭독회에 한강 작가 와줬으면-역사에 대한 반성인가. “공부를 위해 일본까지 건너왔지만 윤동주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죽음이었다. 그 불운한 시대, 불행한 시대를 살았던 청춘 그리고 그 청춘의 꿈을 지켜내지 못한 시대의 책임. 이게 지금도 우리의 책임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윤동주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은 윤동주를 통해 지금 우리 시대가 가야 할 방향을 확인하자고 한다.” 유 공동대표는 시에 녹아 있는 시인의 ‘자기성찰적’ 요소가 지금까지 윤동주의 시가 읽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동주의 시는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들을 깨우치는 각성제가 된다”며 “윤동주를 기념하고 추모하고 있지만 사실은 윤동주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죽은 자를 기억하는 추모의 마음을 뛰어넘는다. “과거의 윤동주가 아닌 지금의 윤동주가 중요하다. (추모회는) 윤동주를 결코 영웅시하려는 게 아니다. 그 시절 윤동주와 같은 불행한 청춘이 있었듯이 지금 또 한 명의 윤동주를 만들지 않는 것이 우리 시대의 책임이라고 본다. 그래서 릿쿄대에 윤동주 국제장학금을 만들었다. 월 60만원씩 10명, 연 6000만원의 기금을 학교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적지 않은 돈이다. 지난해부터 문호를 개방해 모든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이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유 공동대표는 “학생을 보호해야 할 대학이 보호는커녕 군사 동원에 동조하니 윤동주가 릿쿄대를 포기한 것 아니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점을 깊이 반성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학교의 의지를 드러내는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 한국 유학생들의 공부를 지원하자고 학교에 제안하게 됐다”고 했다. 릿쿄대는 2년이란 긴 시간 논의를 거듭해 2010년 4월 윤동주 국제교류 장학금을 신설했다. “내년 추모 낭독회에는 작가 한강을 초청하고 싶은 소박하고 큰 욕심이 있다. 윤동주의 삶은 ‘과거가 우리의 현재를 살린다’는 한강 작가의 표현과 꼭 맞닿아 있다. 그런 그가 청년 윤동주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의 시를 낭독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방미 안덕근 “관세 면제 요청”… 상호관세 한 달 앞두고 총력전

    방미 안덕근 “관세 면제 요청”… 상호관세 한 달 앞두고 총력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한국의 경제·통상 사령탑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핵심 장관과 잇따라 만나 ‘관세 면제’를 호소했지만 미국은 분명한 답을 주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무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4월 2일’(현지시간)까진 앞으로 한 달 남짓 남았다. 관세협상 골든타임 내에 미국이 솔깃해할 만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면 한국도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산업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지난달 26~28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장,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났다. 안 장관은 카운터파트인 러트닉 장관과의 면담에서 “조선·첨단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 미국산 가스·원유 등 에너지 수입을 확대해 한미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겠다”고 한 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관세를 부과한다면 최소한 다른 국가보다 불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러트닉 장관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해야 한다. 한국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화답했지만 한국에 대한 관세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처음으로 화상 회담을 했다. 최 대행은 “상호관세 등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미국 경제 기여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하루가 멀다 하고 내뱉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두 핵심 장관에게 한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건 성과로 평가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맞설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우리가 줄 수 있는 카드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남은 한 달을 대미 관세 협상 ‘골든타임’으로 보고 후속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중 미국으로 건너가 실무급 협의를 잇는다. 하지만 관세 부과가 시행되기 전에 미국과 정상급 회담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은 한계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다른 문제와 엮어 ‘톱다운’ 형식으로 협상하는 방식을 쓰고 있어 실무급 협의만으론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선관위 특별감사관 도입… 국회 등 외부기관의 감시 강화돼야”

    “선관위 특별감사관 도입… 국회 등 외부기관의 감시 강화돼야”

    與, 국정조사·인사청문회 도입 추진개헌 통해 감사 범위 확대도 거론헌재 8명 중 6명 선관위원장 출신“법관, 선관위원장 겸임 못 하게 해야” 감사원 감사로 선거관리위원회 특혜 채용의 백태가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 체계에선 국회 등 외부 기관의 선관위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을 통해 감사원 감사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거론됐다. 국민의힘은 한시적인 국정조사와 선관위 사무총장 인사청문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김형준(전 한국선거학회장) 배재대 석좌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선관위의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든지, 국정감사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국회의 감사와 청구권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통제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기왕에 (감사원이) 감사해서 나온 (선관위) 범법 행위는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검찰에서 인지한 것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자체 감사 외에 독립된 심의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를 신설해 지난해부터 감사 업무를 맡겼다. 하지만 이후에도 잡음이 이어지면서 국회 등 외부 기관의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체 감사, 자체 감찰만 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권력기구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다른 권력기구로부터의 감시·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관위 고유 업무와 인사 등 행정 업무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조재현(한국헌법학회장)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을 바탕으로 헌재가 내린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면서도 “독립기관의 행정적 비리는 통제돼야 한다. 입법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선관위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사법적 판단을 위해선 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석좌교수는 “선관위가 독립적인 헌법기관인데 위원장을 왜 대법관이 하나. 그것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 8명 중 6명은 과거 지역선관위원장을 겸임했던 것으로 나타나 객관성 시비가 일었다. 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도 “판사가 위원장인 선관위가 선거범죄를 고발하고 법원이 재판하는 방식은 ‘누구도 자기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기초 법리가 무시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견제를 위한 법안을 이번 주 중 당론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에는 ▲선관위 특별감사관 도입 ▲사무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중앙·지역선관위원장 판사 겸임 금지 ▲지방 선관위 국정감사 추진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파악됐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선관위의) 독립성은 중시하되 개헌으로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선관위까지 넓히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오는 5일 행안위에서 선관위에 대한 현안질의를 열자고도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은 6일 김대웅 선관위원 인사청문회 때 이를 함께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취업도 빈익빈 부익부” “빽 없는 게 죄”… 청년들 분노 넘어 무력감

    “취업도 빈익빈 부익부” “빽 없는 게 죄”… 청년들 분노 넘어 무력감

    취업한파 속 공공기관마저 불공정공시족 ‘꿈의 직장’ 민낯에 박탈감“이번엔 뿌리 뽑아야 미래가 있다”공직채용 시스템 전반 개선 목소리 “부모 ‘빽’ 없는 게 죄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공무원 채용은 공정하다는 상식이 박살 났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취업 대물림이라니….” 재직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승진이 빨라 공무원 지망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 과정이 특혜로 얼룩져 있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청년층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 한파에 구직 활동조차 포기하는 청년층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업무 특성상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본으로 해야 할 선관위가 국민 세금으로 채용을 ‘세습’해 왔다는 민낯이 드러나서다. 선관위 부정 채용에 특히 더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은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공개경쟁 채용의 틀 안에서 시험 성적순으로 공무원이 되는 게 일반적인 채용 과정인 만큼 선관위에서 인맥을 활용한 특혜 채용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충격이라고 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27)씨는 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가 왜 노력하고 있나 힘이 빠진다”고 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언급된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 “선관위를 ‘가족회사’라고 부르며 ‘선거만 잘 치르면 된다’”와 같은 내용은 청년층의 충격을 더 키웠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취업 준비생 김모(28)씨는 “요즘 청년들은 정규직은 고사하고 인턴 자리 하나 얻으려고 자격증 공부하고 학회에 들어가며 어렵게 하나하나 스펙을 쌓는다”며 “가장 독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선관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1월 고용 동향’을 보면 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1만 8000명이 줄었다. 2021년 1월(31만 4000명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력직 채용 비중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청년층 가운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그냥 쉰다”고 답한 경우는 1년 전보다 3만명 늘어난 43만 4000명을 기록했다. 그만큼 청년층의 취업시장 문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2년 넘는 취업 준비 끝에 지난달 한 기업의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 김모(30)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선관위 채용 특혜를 보면서) 취업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청년들이 희망을 잃게 되는 이유’,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한 이용자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선관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전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번 기회에 이런 채용 비리를 엄벌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채용에서 공정과 상식이 사라지면 청년들의 희망도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미래도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떨어진 사람들은 무슨 죄야” 등의 댓글이 수백개씩 달리기도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관위 채용 비리는 국가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며 “선관위를 포함해 경력직 공무원의 채용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전 네 차례 감찰 땐 조용하다가, ‘고용세습’ 건들자 법 따진 선관위

    이전 네 차례 감찰 땐 조용하다가, ‘고용세습’ 건들자 법 따진 선관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고위직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에 관한 감사원의 감사에 반발해 권한쟁의심판까지 제기했지만 이미 과거에 최소 네 차례 직무 감찰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2일 파악됐다. 이전까진 감사원 감사를 수용해 오다가 ‘고용세습’ 문제를 대대적으로 겨냥하자 법적 분쟁까지 불사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은 2015년(기관운영감사), 2019년(기관운영감사,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추진 및 관리·감독 실태), 2022년(정기감사) 등 총 네 차례 이뤄졌다. 이 기간 감사원은 선관위에 징계 2건, 주의 4건, 통보 6건의 처분을 요구했다. 특히 이 가운데 5건은 ‘정원 초과 부당 승진임용 및 채용’, ‘경력경쟁 채용 서류전형 업무 부당 처리’ 등 선관위 인력 관리 부분에 대한 지적이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 행위 자체를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2023년 7월 전현직 고위직 자녀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대규모 감사가 진행되자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며 반발했다. 감사원은 이미 관련 감사를 진행한 전례가 있다며 선관위의 반발 이유에 대해 “이번 사건 내용이 ‘현대판 음서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 줬다.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사실상 지금까지 선관위가 불복하지 않다가 최근 불법적인 선관위 직원 등의 자녀 채용 사건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 재판부 바뀔 때 녹음 재생 대신 녹취록 열람… 尹 탄핵심판·이재명 재판 지연 막는다

    재판부 바뀔 때 녹음 재생 대신 녹취록 열람… 尹 탄핵심판·이재명 재판 지연 막는다

    李 대장동·백현동, 위증교사 2심재판부 갱신 절차, 한 달 이내로탄핵심판에도 형사소송법 준용마은혁 임명 땐 1주일 내외 갱신 형사재판에서 재판부가 바뀌면 새 재판부가 기존 공판 내용을 숙지하는 ‘갱신 절차’가 지난달 28일부터 간소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간소화된 갱신 절차와 영향을 문답 형식으로 짚어 봤다. Q. 갱신 절차 어떻게 간소화됐나. 지금까지는 새 재판부가 앞서 진행된 공판 녹음파일을 모두 청취해야 했으나 이제는 녹취록을 ‘열람’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원칙적으로 녹취록 열람은 새 재판부가 일정 장소에서 낭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녹취록을 열람했다’고 고지만 해도 된다. 다만 녹취록과 녹음파일의 내용이 다르다고 피고인 등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녹음파일을 들으며 오류를 확인한다. Q. 갱신 절차를 간소화한 이유는. 재판부가 변경될 때마다 ‘이전 공판 녹음파일을 다 재생하느라 재판이 지연된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9년 2월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은 2021년 2월 재판부가 교체되자 이전 공판 녹음을 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갱신 절차에만 7개월이 소요됐다. Q. 이 대표 재판에 적용되나.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2심) 재판부가 지난달 교체돼 새 재판부는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대표 사건 재판부도 바뀐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규정이 변경되기 전 이 대표 측이 이전 공판의 녹음을 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갱신 절차에만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제는 한 달 이내에 갱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Q.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주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합류한다면 지난달 25일 종결된 변론 절차를 갱신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도 형사소송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헌재도 갱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탄핵심판의 경우 한 달 정도 예상됐던 갱신 절차가 일주일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개정 규칙은 재판부의 잦은 교체로 인한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한 목적인데, 재판관 임기가 6년인 헌법재판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며 “윤 대통령 측의 반발이 거셀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공의 떠나자 ‘빅5’ 의사 36% 감소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지난 1년간 이른바 ‘빅5’ 병원(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 의사가 36%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의와 임상강사, 교수 등 전문의들이 자리를 지켜 현장은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지만 남은 의료진의 번아웃(소진)이 우려된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빅5 병원의 전공의를 포함한 전체 의사 수는 4570명으로 의정 갈등 전인 2023년(7132명)보다 35.9% 감소했다. 특히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이 46%로 가장 높았던 서울대병원의 의사 감소폭이 가장 컸다. 서울대병원 의사 수는 2023년 말 1604명에서 지난해 말 950명으로 40.8% 급감했다. 뒤이어 세브란스병원 37.8%(1525명→949명), 서울아산병원 34.8%(1716명→1119명), 삼성서울병원 34.3%(1398명→918명), 서울성모병원 28.7%(889명→634명) 순으로 줄었다. 빅5 병원 소속 전공의가 전체 전공의(1만 3000여명)의 21%에 이를 정도로 많았던 터라 전공의들이 떠나자 의사 수가 급감한 것이다. 반면 전문의 수는 소폭 감소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빅5 병원 전문의 수는 4174명으로 전년(4243명)보다 1.63% 줄었다. 삼성서울병원 전문의 수는 838명으로 변동이 없었고 서울대병원은 849명에서 863명으로 오히려 1.7% 늘었다. 전문의들이 있었기에 전공의 없는 병원이 그나마 굴러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워 온 전임의들의 계약이 대부분 이달에 끝나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인력 공백이 예상되는 데다 올해 전문의 합격자도 509명으로 지난해(2727명)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해 신규 배치할 ‘인력 풀’마저 바닥난 상태다.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지난해 응급실 내원 환자 수도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9월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내원 환자는 6만 441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4만 9307명보다 56.9% 줄었다.
  • 형사재판 갱신 간소화… 尹·李 재판에 어떤 영향 미치나

    형사재판 갱신 간소화… 尹·李 재판에 어떤 영향 미치나

    형사재판에서 재판부가 바뀌면 새 재판부가 기존 공판 내용을 숙지하는 ‘갱신 절차’가 지난달 28일부터 간소화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간소화된 갱신 절차와 영향을 문답 형식으로 짚어봤다. Q. 갱신 절차 어떻게 간소화되나. 지금까진 새 재판부가 앞서 진행된 공판 녹음 파일을 모두 청취해야 했다. 앞으론 녹취록을 ‘열람’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원칙적으로 녹취록 열람은 새 재판부가 일정 장소에서 낭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녹취록을 열람했다’고 고지만 해도 된다. 다만 녹취록과 녹음 파일의 내용이 다르다고 피고인 등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녹음 파일을 들으며 오류를 확인한다. Q. 갱신 절차 간소화한 이유는. 재판부가 변경될 때마다 이전 공판 녹음 파일을 다 재생하느라 ‘재판이 지연된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9년 2월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은 2021년 2월 재판부가 교체되자 이전 공판 녹음을 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갱신 절차에만 7개월이 소요됐다. Q. 이재명 대표 재판에 적용되나.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2심) 재판부가 지난달 교체되면서 새 재판부는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대표 사건 재판부도 바뀐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규정이 변경되기 전, 이 대표 측이 이전 공판의 녹음을 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갱신 절차에만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제는 한 달 이내에 갱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Q.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주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합류한다면 지난달 25일 종결된 변론 절차를 갱신해야 한다. 헌재법은 탄핵심판도 형사소송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헌재도 갱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탄핵심판의 경우 한달 정도 예상됐던 갱신 절차가 1주일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개정 규칙은 재판부의 잦은 교체로 인한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한 목적인데, 임기가 6년인 헌법재판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며 “윤 대통령 측의 반발이 거셀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문과도 물리·화학 공부”…대치동 가보니 이 과목도 ‘선행’

    “문과도 물리·화학 공부”…대치동 가보니 이 과목도 ‘선행’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보습학원. 고교 통합과학·통합사회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이 학원에선 겨울방학 시작부터 10주째 중학교 2~3학년생들이 고1 교육과정인 통합과학을 미리 학습 중이다.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하며 고1 과정을 끝낸 학생들은 이후 고2 과정인 물리·화학을 배울 예정이다. 학원생 김모(16)군은 “중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물리를 다 뗐다”며 “과학이 중요해지고 있고 자연계(이과) 계열을 지망해서 선행을 조금 더 빨리했다”고 말했다. 올해 고1부터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통합과학·통합사회가 도입되면서 서울 대치동 등 학원가에서 과학에 대비한 사교육이 유행하고 있다. 바뀐 수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교육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의대 열풍과 대입 개편 영향으로 이과 지망생뿐 아니라 통합과학 시험을 새로 봐야 하는 인문계(문과) 지망생까지 유입되면서 학원가 ‘선행 마케팅’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고교 2~3학년은 수능에서 사회·과학탐구 영역 17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골라 응시한다. 반면 고교 1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선택 과목이 사라지고 모두 통합과학·통합사회를 응시한다. 그동안 과학을 선택하지 않았던 문과생 입장에선 통합과학을 추가로 보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A과학학원 대표는 “전에는 거의 오지 않던 문과 지망생이 올해 크게 늘었다”며 “수강생 중 이과와 문과가 6대4 정도”라고 했다. 통합과학에 나오는 물리 등 일부 교과만 따로 배우는 중학생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강의를 주로 하는 대형 입시 업체도 10여개의 통합과학 강좌를 신설하는 등 관련 수업을 늘리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 통합과학이 고1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서 출제되는 만큼 수험생이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학원가에선 “한 문제에 여러 내용이 융합적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전 과목 개념을 잘 알아야 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예시문항은 실제 수능과 다를 것”이라고 홍보한다. 백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통합과목이 평이하게 출제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다 보니 불안한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몇몇 자율형사립고의 경우 내신 변별력을 위해 고1 교육과정에 고2 과정을 일부 포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위권 선행학습의 요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과학·사회과목의 사교육 참여율은 2020년 10.8%에서 2023년 14.2%로 꾸준한 증가세다. 이 때문에 교육 당국이 새 수능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탐구영역의 출제 범위와 예시를 빠르고 정확하게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부산교육감 재선거, 다자 대결로…중도·보수 9일 단일 후보 선출

    부산교육감 재선거, 다자 대결로…중도·보수 9일 단일 후보 선출

    부산시 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중도·보수진영 예비후보 4명이 오는 8일 최종 단일 후보를 선출한다. 다만, 가장 최근 출마를 선언한 최윤홍 전 부산시 교육감 권한대행(부교육감)은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진보 진영은 후보 단일화가 중단된 상태여서 다자 대결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중도·보수교육감 단일화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는) 전영근 전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 박종필 전 부산교총 회장, 박수종 전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4명이 단일화 방식에 합의했다고 2일 밝혔다. 후보들은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경력을 복수 표기하고, 역선택 방지 문항을 포함하는 데 합의했다. 역선택 방지 문항은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것이다. 진보성향인 사람의 응답은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하지 않는다. 후보 간 합의에 따라 통추위는 오는 4일 예비 후보 4명의 정책 발표회를 진행한다. 여론조사는 오는 7일과 8일 진행하고, 그다음 날 오전 11시쯤 후보 단일화 결과를 발표한다. 통추위는 지난달 28일 시교육청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한 최 전 부교육감은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통추위와 단일화 대상 후보 4명이 최 교육감에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려면 지난달 21일까지 예비후보로 등록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최 전 부교육감이 이보다 늦게 예비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과 김석준 전 부산시 교육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지만, 후보 단일화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한 의견이 달라 단일화 추진이 어려운 상태다. 예비후보인 황욱 전 김해여고 교장은 일찌감치 교육에는 진보, 보수 등 색깔이 없다며 단일화를 단일화 시도를 비판했다. 그런 만큼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이번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는 5명의 후보가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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