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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름 괴물’ 김민재, 통산 18번째 백두장사…‘황제’ 이만기와 어깨 나란히

    ‘씨름 괴물’ 김민재, 통산 18번째 백두장사…‘황제’ 이만기와 어깨 나란히

    ‘씨름 괴물’ 김민재(24·영암군민속씨름단)가 개인 통산 18번째 백두장사에 오르며 ‘황제’ 이만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민재는 4일 경북 문경시 문경체육관에서 열린 2026 민속씨름 문경오미자장사씨름대회 백두급(140㎏ 이하) 장사 결정전(5판 3승제)에서 김진(증평군청)을 3-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김민재는 18번째 백두 꽃가마에 올라타며 이만기가 기록한 백두 18회 장사 타이틀과 동률을 이뤘다. 이만기가 26세에 18번째 백두장사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아직 24세인 김민재는 올해 백두장사 역대 최다 우승 기록도 넘볼 수 있다. 현재 이 부문 최다 기록 보유자는 용인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태현의 백두장사 20회, 천하장사 3회 기록이다. 김민재는 천하장사 3회를 더해 개인 통산 장사 타이틀을 21개로 늘렸다. 김민재는 이날 16강에서 임진원(정읍시청)을 2-0으로 물리친 뒤 8강에서는 윤성희(동작구청)의 기권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는 마권수(문경시청)를 연속 밀어치기로 물리쳤다. 결정전 첫판에서는 잡채기로 먼저 웃었고, 둘째 판에서는 돌림배지기로 김진을 쓰러뜨렸다. 셋째 판에서는 다시 잡채기에 성공하며 포효했다. 같은 날 열린 남자부 단체전에서는 박희연 감독이 이끄는 정읍시청이 MG새마을금고씨름단을 4-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 43도 찜통 재활용 선별장… ‘중무장’ 노동자들, 포도당 씹으며 견딘다 [불평등한 폭염]

    43도 찜통 재활용 선별장… ‘중무장’ 노동자들, 포도당 씹으며 견딘다 [불평등한 폭염]

    “너무 더워 기절할 것 같은 날에는 포도당 사탕을 네 개씩 씹으며 버팁니다.” 지난 3일 오후 2시 경기도의 한 자원재활용 선별장. 압축기사 이모(52)씨는 뙤약볕 아래에서 거대한 감용기(폐기물을 분쇄·압축하는 기계)에 스티로폼을 밀어 넣고 있었다. 폭염경보를 알리는 재난문자가 연신 울렸지만 야외 작업장에서 이씨를 폭염으로부터 지켜주는 건 얇은 차양막과 선풍기 한 대가 전부였다. 스티로폼을 녹이기 위해 내부 온도를 180도까지 올린 기계와 달아오른 아스팔트에서 동시에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날 기상청 관측 기준 낮 최고기온은 37.9도였지만 작업장에 설치된 온도계는 43도를 가리켰다. 이씨는 “선풍기를 틀면 오히려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며 “이런 날씨에는 푹푹 삶기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차양모와 선글라스, 두꺼운 작업복과 안전화로 몸을 가린 작업자들의 얼굴에서는 땀방울이 부슬비처럼 떨어졌다. 날카로운 폐기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면 더워도 작업복을 벗을 수 없다. 트럭에서 10㎏이 넘는 폐기물을 끌어낼 때마다 가쁜 숨과 신음이 자연스레 터져 나왔다. 5년째 야외에서 일하는 김정환(63)씨는 “계속 쏟아지는 물량을 맞춰야 해서 가끔 머리가 핑 돌아도 쉬겠다고 말하기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40도를 웃도는 극한 폭염이 반복되고 있지만 더위를 피할 수도, 충분히 쉴 수도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현행법은 폭염 속 노동자들의 휴식과 작업 중지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휘청이고 있다. 건장한 20대 남성인 기자도 안전모와 마스크, 토시와 두 겹의 장갑을 착용한 채 실내 선별 작업에 직접 나섰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더위를 피할 수 없었다. 약 200평 규모의 실내 선별장에 들어서자 찌는 듯한 열기와 함께 악취가 훅 밀려왔다. 하루 평균 60t의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가 끊임없이 폐기물 더미를 토해냈고, 그 위로 기자와 작업자들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대형 에어컨 두 대와 벽마다 설치된 선풍기가 쉼 없이 돌아갔지만, 컨베이어 벨트 모터와 압축기가 굉음과 함께 열기를 내뿜으면서 실내 작업장 온도는 35.6도까지 올라갔다. 패트병 등을 골라내는 단순 작업이었지만, 일을 시작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온 몸이 땀 범벅이 됐다. 장갑은 땀과 오물로 축축해졌고, 안전모 안쪽으로도 뜨끈한 열기가 가득 찼다. 눈가에 스며든 땀으로 앞을 제대로 보는 것 조차 어려웠다. 30분 남짓한 작업을 마치자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물 먹은 스펀지처럼 온 몸이 축 늘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생활폐기물 처리 노동자 626명을 조사해보니, 응답자 2명 중 1명(49.4%)이 작업장의 더위와 추위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실제 체험한 자원재활용 선별장 환경은 4년 전 그대로였다. 6년차 작업자 박미숙(60)씨는 “오후가 되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작업복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며 “땀 때문에 눈을 닦았다가 오염된 장갑 탓에 결막염에 걸린 적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17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폭염작업 때 적절한 휴식을 주기적으로 부여하도록 한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 쉬게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도 올해부터 체감온도가 38도를 넘기면 긴급조치 작업 이외에는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했다. 여기에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면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하고, 합리적인 이유로 대피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기 어려운 작업 특성상 노동자가 규정대로 쉬기는 쉽지 않았다. 3년째 선별 작업을 하는 이숙희(62)씨는 “더워서 진이 빠져도 내가 쉬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더 처리해야 한다”며 “폐기물이 계속 밀려오니 작업 중에는 한눈을 팔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국건설노조가 지난해 7월 건설노동자 976명을 조사한 결과 폭염특보 때 2시간마다 20분씩 쉬는 규정이 지켜진다는 응답은 42.7%에 그쳤다. 2024년 서비스연맹이 배달·택배·방문점검 등 이동노동자 1198명에게 물어보니 폭염 속 작업을 멈추지 못한 이유로 이후 쌓일 물량과 실적(37.8%), 수입 감소(35.5%) 등이 꼽혔다. 최진수 노무사는 “현행법은 노동자가 작업 중지권을 행사하더라도 징계 위험이 있어 권리 행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 2월 노동자의 작업중지 요구권과 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사업주 책임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5개월 넘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남다현 노무사는 “급박한 상황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노동자가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별시설 지하화 움직임도 현장의 또 다른 걱정거리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주거지역 1㎞ 이내에 공공 생활폐기물 선별시설을 새로 설치할 경우 원칙적으로 시설을 지하에 두도록 한다. 악취와 소음 등 주민 피해를 줄이려는 취지지만, 현장에서는 냉방·환기 설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온열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충전용 보조배터리와 소형가전이 섞인 생활 폐기물은 압축 과정에서 충격을 받거나 고온에 노출되면 ‘열폭주’로 화재·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경상북도가 파악한 최근 2년간 도내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 41건 가운데 33건은 폐리튬이온배터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작업장 온도가 높을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나 가연물에 불이 붙을 위험성이 커진다”며 “특히 폐기물 등 가연성 물질이 많을 경우 순식간에 온도가 오를 수 있어 제연 설비와 작업자 대피로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 퓨어바이오, 한국 자생 노각나무 조성물 활용 항암 원천기술 특허 획득

    퓨어바이오, 한국 자생 노각나무 조성물 활용 항암 원천기술 특허 획득

    노각나무 발효 추출물을 활용한 항암 치료용 조성물 관련 원천기술의 국내 특허 등록이 완료됐다. 퇴행성 질환용 바이오 소재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퓨어바이오는 이번 특허를 기반으로 천연물 바이오 소재의 산업화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그린바이오 거점 도시인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신약·바이오 원료 개발 전문 기업 퓨어바이오(PureBio)는 한국 자생식물 노각나무 유래 조성물을 활용한 항암 관련 원천기술의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회사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 시장으로의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구축을 본격화한다. 이번에 등록된 특허는 ‘노각나무 발효 추출물을 유효 성분으로 포함하는 암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이다. 퓨어바이오는 글로벌 권리 확보를 위해 국제특허출원(PCT)과 미국 특허 출원을 병행하고 있다. 노각나무는 한국 남부 지역의 깊은 산림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자생하는 식물로, 해외에서는 원료 확보가 쉽지 않은 국내 고유의 바이오자원이다. 퓨어바이오는 노각나무 추출물을 대상으로 세포 분화와 신경 세포 보호 작용을 연구하는 스크리닝 기술을 통해 비교 물질 대비 우수한 항노화·항염·항균·항산화 활성을 나타내는 표적 물질 암펠롭신(Ampelopsin)과 탁시폴린(Taxifolin)을 확인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시력 보호, 탈모 방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축적해 왔다. 퓨어바이오는 이번 특허 등록을 계기로 노각나무 유래 물질을 활용한 항암 바이오 소재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고, 향후 신약과 기능성 바이오 원료 개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국내 자생식물의 산업적·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해외 천연물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국산 바이오자원 활용 사례이자, 독자적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생물주권을 강화하고 K-바이오 소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퓨어바이오는 연구개발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해 정재호 교수가 이끄는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과 ‘양자컴퓨팅 기반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노각나무 활용 신약 후보 물질과 바이오 소재 개발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양자컴퓨팅 기술로 노각나무 유래 성분과 질환 표적 간 상호작용을 정밀 분석해 바이오의약품 개발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천연물 기반 신약 후보 물질 탐색·검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발굴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일 구상이다.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 정재호 단장은 “노각나무 기반 항암 원천기술과 양자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이번 연구는 천연물 신약과 바이오 원료 개발의 프로토콜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양 기관의 연구 역량을 결합해 실질적인 바이오의약품 개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퓨어바이오 박시향 대표는 “이번 특허 등록은 항암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넘어, 한국 자생식물인 노각나무의 잠재적 가치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생물자원을 활용한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글로벌 천연물 바이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항암제가 유독 안 듣는 암, 범인은 ‘옆집 지방세포’였다

    항암제가 유독 안 듣는 암, 범인은 ‘옆집 지방세포’였다

    암세포와 가까이 있는 지방세포는 암의 성장과 생존을 돕고 항암제 내성까지 떨어뜨려 암 환자와 의료진에게는 골칫거리다.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가 바로 옆 지방세포를 조력자로 바꾸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국립암센터 공동 연구팀은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인 ‘TRAP1’이 유방암 주변 정상 지방세포를 암 연관 지방세포(CAA)로 바꾸는 과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억제하면 기존 항암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의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드 타깃드 테라피’ 7월 28일 자에 실렸다. CAA는 염증 물질과 지방세포 유래 분비 단백질을 내보내 암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돕고 항암제 효과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TRAP1이 세포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을 촉진해 정상 지방세포가 CAA로 바뀌는 ‘mTOR–PPARγ’라는 경로를 계속 작동하도록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실제 유방암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양 주변 지방조직에서 TRAP1 발현량이 정상 지방조직보다 3.0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으로 TRAP1을 제거하자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감소했고 암을 돕는 지방세포로의 변화도 억제되는 것을 관찰했다. 종양 무게는 최대 56% 줄었고 기존 유방암 항암제를 함께 투여했을 때 항암 효과는 더욱 높아졌다. TRAP1을 직접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했을 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TRAP1 후보물질인 가미트리닙과 항암제 시스플라틴을 함께 투여한 생쥐는 그렇지 않은 생쥐보다 종양 무게가 76% 줄었다. 먹는 약 형태로 개발 중인 TRAP1 억제제 SB-U015는 독성 반응 없이 시스플라틴과 파클리탁셀의 종양 억제 효과를 높여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유망한 치료 후보물질로서 잠재력이 확인됐다. 공선영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방암 주변 지방세포가 항암제 내성에 미치는 역할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존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뿐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전립선암처럼 지방조직과 가까이서 자라는 다른 암종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병헌 UN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뿐 아니라 암을 둘러싼 정상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까지 함께 조절하면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암세포와 주변 환경을 동시에 겨냥하는 항암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에너지 전환 ‘헛구호’…정부, 열차 운행 중 생산 ‘회생 전력’ 외면

    에너지 전환 ‘헛구호’…정부, 열차 운행 중 생산 ‘회생 전력’ 외면

    KTX 등 열차 제동(감속)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회생 전력’이 정부 부처의 무관심과 불합리한 규제로 낭비되고 있다. 설비 투자나 보조금 없이 에너지 생산을 늘릴 수 있지만 제도 미비로 대상 확대와 기술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산업 현장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탄소중립 이행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G열차 운행으로 29만 가구 연간 사용 전력 생산明 4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KTX 등 운행 열차에서 발생하는 회생 전력이 2024년 기준 약 800GWh로, 차량 운행에 사용하는 전력(3083GWh)의 25.9%에 이른다. 서울과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를 포함하면 생산량이 1185GWh로 약 29만 가구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54만 2000t의 탄소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회생 전력’은 별도 설비나 추가 연료 소비 없이 철도차량 운행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배터리로 충전·저장할 수 있지만 열차는 배터리가 없어 전차선을 통해 주변을 운행하는 열차에 공급하거나 외부로 보내진다. 이를 통해 전력 사용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성능이 개선된 열차 투입으로 회생 전력 생산은 증가할 전망이다. 코레일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이란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전기 요금 부담이 커지면서 연료비 절감에 골몰하고 있다. 코레일의 전력 사용량은 2020년 2957GWh에서 2024년 3083GWh로 4.3% 늘었지만 전기요금은 3637억원에서 5796억원으로 59.3% 상승했다. 지난해는 3297GWh, 전기요금만 6322억원에 달했다. 영업수익의 약 8.5%를 전기 요금이 차지한다. 코레일은 지난해 기준 한국전력이 아닌 전력거래소를 통해서도 일부 전력을 직접 공급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력의 흐름이 확인됐다. 지난 4월 금정·평택·김천 전철변전소에서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계량값을 3개월간 분석한 결과, 전기사용량이 평균 6.9% 차이가 났다. 전력거래소는 들어온 전기와 나간 전기가 합산됐지만 한전은 공급량만 반영하면서 철도에서 되돌려준 전기는 없는 것으로 처리됐다. 코레일로서는 전력을 생산해 사용하지만 인정되지 않고, 회수 전력에 대한 보상도 없이 전기 요금을 부담하는 상황이다. 분석 결과 회생 전력의 70~80%가 자체 사용되고, 20~30%는 한전망으로 회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만 약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코레일로서는 회생 전력의 ‘자원’ 인정 여부가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코레일 탄소중립추진단 전용주 부장은 “회생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인정되지 않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레일의 전기 요금 감면이 아닌 국가 에너지 효율과 탄소중립 이행 수단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G기후부 “품질 저하”…코레일 “어불성설”明 철도차량은 전기사업법상 발전설비에서 제외돼 회생 전력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되지 않는다. 한전이 회수하는 에너지를 사용량에서 빼달라는 상계 요구는 코레일이 발전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논의에서 빠져 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회생 에너지’의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공급자인 한전은 입장이 다르다. 기후부는 회생 전력의 ‘품질 문제’를 거론하며 오히려 “(코레일이) 한전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회생 전력은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자칫 한전의 전력 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비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선을 그으며 “코레일이 자가 소비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코레일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회생 전력을 열차가 사용 중이고, 한전에서 회수하고 있다며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기후부와 한전이 말하는 전력의 품질 기준 공개를 요구했다. 시간대별로 생산량이 불규칙하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태양광·풍력도 24시간 발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회생 전력 사용을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야 하는데 KTX 한 대가 생산하는 13MW 용량을 수용하려면 변전소 1곳당 설치 비용이 78억원에 이른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변전소는 67곳으로,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KTX와 ITX 등 여객열차는 ‘교류’를 적용해 사용·환원이 가능하나,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직류’를 사용하는 서울지하철 등 전동열차는 회생 전력을 사용하지 못해 폐기하고 있다. 기술적 대책은 있지만 이 또한 경제적 부담이 뒤따른다. 코레일은 회생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인정되면 2030년 1608GWh 전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1GW급 원자력발전소 발전량의 20%, 여의도 면적의 약 5.6배(8.9㎢)의 태양광 발전량에 달하는 규모다. 철도 산업계 관계자는 “KTX 열차의 회생 전력 생산이 확인된 만큼 기후부와 관계기관, 전문가가 참여해 생산 규모와 품질 등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G회생 에너지, 친환경 철도의 ‘블루오션’明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재생에너지의 효과적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누적 보급을 달성하려면 지난 5.5년간의 실적 평균의 4배 수준 속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현재의 보급 실적이 보조금 지원을 기반해서 이뤄졌다는 평가와 함께 송전망 부족 등을 과제로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회생 전력을 보조금이나 인프라 추가 부담 없이 국가 발전량을 늘리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단으로 꼽는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에서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인수 전 한국교통대 스마트철도교통공학과 교수는 “회생 에너지 자원화는 국가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적극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철도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회생 에너지 발굴과 기술 개발, 품질 개선 등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민대 자동차모빌리티대학, 서울시 ‘앵커 사업’ 선정… 9년간 80억 지원

    국민대 자동차모빌리티대학, 서울시 ‘앵커 사업’ 선정… 9년간 80억 지원

    국민대학교 자동차모빌리티대학이 서울시의 ‘서울 앵커 10 챌린지’ 사업에 신규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최장 9년간 총 80억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서울 앵커 10 챌린지’는 대학이 미래산업 육성과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장기 사업이다. 국민대는 신성환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한 ‘AI-SAT 모빌리티 사업단’을 꾸린다. 사업단에는 양지현·김종찬·임세준·송교원·전상훈·이승목·김산민 교수가 참여한다. 사업단은 자율주행차, 모바일 로봇, 도심항공교통(UAM)을 인공지능으로 연결하는 ‘AI-Defined Mobility(ADM)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교통 혼잡과 소음, 사고 위험 등 서울시의 주요 모빌리티 문제를 해결하고 현장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신성환 연구책임자는 “축적된 융합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연구 결과를 특허와 기술사업화로 연계해 서울의 미래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초6에 시작한 SNS, 중3 수학 성적 한 학기 이상 뒤쳐지게 한다 [사이언스 브런치]

    초6에 시작한 SNS, 중3 수학 성적 한 학기 이상 뒤쳐지게 한다 [사이언스 브런치]

    우울증과 주의력 결핍을 부추기는 ‘도파민 자판기’인 소셜미디어(SNS)에 대해 각국 정부가 강력한 규제의 칼을 빼 들고 있다. 호주가 16세 미만 SNS 금지법에 천문학적 벌금 조항을 더하는가 하면 프랑스도 15세 미만 청소년의 신규 계정 개설을 법으로 차단하는 등 청소년 정책의 최우선 의제로 다루고 있다. SNS 중독에 빠져들게 하는 추천 알고리즘으로부터 뇌 가소성이 취약한 10대를 구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SNS 사용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 사회학과, 브레시아대 경제·경영학과, 브레시아 사회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빠를수록 학교 성적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학업 성취도의 차이는 과도한 SNS 이용과 학생들의 주의력 결핍이 연관돼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행동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 8월 4일 자에 실렸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SNS 사용은 보편적이다 보니 10~11세에 처음 계정을 만든다. 앞선 연구들에서 SNS가 청소년의 웰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학습 결과에 미치는 명확한 영향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북부 이탈리아 28개 학교 학생 5227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 관련 이용 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 과목 중 국어(이탈리아어), 영어, 수학 표준화 시험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학업 성적은 2학년(7~8세), 5학년(10~11세), 8학년(13~14세), 10학년(15~16세) 네 시점에 걸쳐 추적했다. 연구 결과, 6학년(11~12세)에 SNS 계정을 만든 학생은 계정을 만들지 않은 학생에 비해 8학년(13~14세) 때부터 이탈리아어에서 0.22 표준편차(SD), 수학에서 0.18 SD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9학년(14~15세) 이후에 만든 학생과 비교했을 때도 10학년(15~16세) 때 이탈리아어 성적은 0.22 SD 차이를 보였고 수학 점수 격차는 0.27 SD로 더욱 벌어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교육 연구에서 0.2 SD 차이는 유의미한 숫자이며 이는 약 6개월 이상의 학업 성취도에 해당한다. 특히 10학년 때 시험 점수 격차는 SNS 계정을 상대적으로 늦게 개설한 학생일수록 전반적으로 작게 나타났다. 7학년(12~13세)에 SNS 계정을 연 학생은 이탈리아어, 수학에서 각각 0.17, 0.22 SD 낮았으며 8학년에 개설한 학생은 두 과목 모두에서 0.11 SD 정도만 낮았다. 연구를 이끈 마르코 기 밀라노-비코카대 교수는 “휴대전화를 더 자주 확인한다고 보고한 학생일수록 SNS 계정을 조기에 개설했을 확률이 높았으며 10학년 무렵 이탈리아어와 수학 점수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며 “청소년들이 SNS 사용을 스스로 관리할 정도로 인지 발달하기 전까지는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독립기념관, 세계피압박민족대회로 본 독립운동 ‘국제학술심포지엄’

    독립기념관, 세계피압박민족대회로 본 독립운동 ‘국제학술심포지엄’

    독립기념관(관장 김희곤)은 6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 ‘제국주의에 맞선 저항과 연대-1927년 세계피압박민족대회로 본 독립운동의 동시성과 보편성’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광복 81주년 및 독립기념관 개관 39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 독립운동을 세계 독립운동사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심포지엄은 1927년 브뤼셀에서 개최된 세계 피압박 민족대회 중심으로 각 지역 독립운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개된 동시성에 의미가 있다. 기조연설은 스웨덴 쇠데르퇴른 대학교 프레드릭 페테손 교수가 세계피압박민족대회의 역사와 유산을 조망한다. 독립기념관 노선희 연구위원이 세계피압박민족대회에 한국대표단으로 참여한 이미륵과 서영해의 망명자 디아스포라를, 서울대학교 권윤경 교수가 세계피압박민족대회에 참여한 막스 블롱쿠르를 중심으로 한 앙티유인 네트워크에 대해 발표한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이번 심포지엄이 세계독립운동의 보편성을 넘어 동시성에 대한 논의를 여는 학술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과기정통부-신한금융, 취약계층 AI 역랑 강화 위해 손잡았다

    과기정통부-신한금융, 취약계층 AI 역랑 강화 위해 손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신한금융그룹은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디지털 취약계층 인공지능(AI) 역량 강화 및 안전한 디지털 금융 이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업무협약은 AI 전환이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급속한 변화에 대응해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지능화되는 스미싱, 딥페이크 사기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에서 마련됐다. 과기정통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국 69곳에서 AI디지털배움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금융그룹도 고령층 대상 교육센터인 학이제를 인천, 수원, 부산, 광주 4곳에서 운영 중이다. 두 기관은 이번 협약으로 △AI·디지털 교육 인프라 확대 △AI·디지털 전문강사 양성 △수준별 AI디지털 교육 콘텐츠 및 금융 안전 교육 콘텐츠 개발 및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과기정통부가 AI디지털배움터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신한금융은 전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과기정통부의 AI·디지털 강사 1000명 양성 과정에 신한금융은 금융 교육 분야 전문 교수인력 지원과 현장 노하우가 담긴 금융 안전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과기정통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AI·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는 한편 신한금융의 실생활 밀착형 금융 교육 및 금융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교육과정에 활용할 예정이다. 신한금융그룹의 대표 모바일 플랫폼에 ‘AI디지털배움터’ 교육 신청 경로를 연계해 이용자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부총리는 “AI 시대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차별 없이 AI·디지털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AI디지털 배움터와 같이 모범적인 민관협력 사례를 발굴·확산하여 국민 누구나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AI·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기기 사용법을 알려드리는 것을 넘어 금융사기로부터 국민의 자산을 지키는 일”이라며, “그룹의 온·오프라인 금융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누구도 디지털 변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과기정통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란, 트럼프 꺾고 사실상 승리?…‘참수’ 언급하며 압박해도 소용없는 이유 [밀리터리+]

    이란, 트럼프 꺾고 사실상 승리?…‘참수’ 언급하며 압박해도 소용없는 이유 [밀리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이 현재 대화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 시기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중동 국가의 요청으로 이란 공습을 취소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참수 전에 그들(이란)에게 모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대규모 공격을 많이 했는데 그건 평범한 수준의 대규모 공격이었다. 그들이 정신 차리길 바란다”며 “이번이 그들(이란)이 좋은 문서(합의문)에 서명할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란과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이란 지도부 제거를 포함한 고강도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위협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서 핵심 사안으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관련해 “해협을 4일까지 완전히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통행료를 부과하도록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 후에는 이란 비핵화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위협이 이란에 먹히지 않는 이유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이란에 대한 새 군사 작전 승인을 하루 만에 돌연 철회하고 이란과 협상 중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지난 주말 단행하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의 만류로 취소된 공격이 아주 강력한 수준이었다”며 “실행됐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을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압박이 이란에 더는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을 고조시켰다가 협상 등을 이유로 번복하고 있는 것은 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란 관리들은 전쟁을 두려워하는 쪽은 이란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란 측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TACO·트럼프는 결정적 순간에 항상 겁쟁이다) 패턴을 이란 측이 읽고 있다”며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도 버티는 것은 ‘세계의 아킬레스건’을 발견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란은 역내 친이란 대리세력과 함께 중요한 에너지 시설과 해상 교통로 여러 곳을 위협할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의 통제권을 노리고 있다. 양국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전쟁의 ‘시작’과도 같았던 이란 핵물질 제거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우선순위에 둔 것 역시 이란의 이러한 작전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을 재개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같은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경고해 왔으나, 이란 측은 미국이 합의했던 ‘양해각서’(MOU)로 복귀하지 않는 한 거부할 것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공격 계획 철회 후 미국·이란이 나눈 대화 내용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새 공격 계획 승인을 철회한 뒤 양국이 나눈 대화 내용도 이번 전쟁에서 누가 우위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란의 전 외교관 아미르 알 무사위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이란의 지도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이란은 ‘당신들이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자 테헤란대 이란학 교수인 사산 카리미도 “이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방향을 좌우하려는 시도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마다 이란을 위협하며 상황을 압박하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하지만, 이란은 쉽게 조종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이란의 요르단 미군 기지 공습은 이번 전쟁의 판도를 바꾼 중대한 사건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이 공습으로 이란의 미사일 보유량이 여전히 풍부할 뿐만 아니라 이란의 정보 능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인들의 동기, 즉 협박이나 굴복을 거부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은 경제 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을 이미 8년째 이어가고 있고 이제는 군사적 압박까지 가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원하는 결과를 결코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유관순 열사에 “왜 이따구로 생겼지?”…광복절 앞두고 또 조롱

    유관순 열사에 “왜 이따구로 생겼지?”…광복절 앞두고 또 조롱

    광복절을 약 열흘 앞둔 상황에서 각종 소셜미디어(SNS)에 독립운동가를 조롱하는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가오는 광복절을 맞아 각종 SNS를 조사해 봤더니 독립운동가 조롱 게시물이 여전히 많았다”고 밝혔다. 서 교수에 따르면 독립운동가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기여도로 순위를 매기는가 하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아이돌을 독립운동가와 비교하는 등의 게시물이 잇따랐다. 이 같은 게시물들이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김구 선생 등 유명 독립운동가들을 이용해 자신의 계정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는 게 서 교수 설명이다. 앞서 지난 삼일절 때도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유관순 방귀 로켓’과 ‘안중근 방귀 열차’ 영상이 틱톡에 올라와 공분을 산 바 있다. 이 외에도 김구 선생 사진에 ‘얼굴은 이게 뭐냐?’ ‘사람은 맞음?’이라는 문구를 넣어 조롱하거나, 대표적인 친일 인사 이완용 사진에는 ‘와 포스 봐라, 바지에 지릴 뻔’이라며 찬양하는 게시글도 논란이 됐다. 당시 국가보훈부는 틱톡코리아에 요청해 독립운동가를 조롱하는 영상물을 삭제했다. 다만 법조계에 따르면 이러한 악성 콘텐츠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은 어렵다. 현행법상 사자(死者)에게는 모욕죄가 적용되지 않아 단순 비하나 조롱만으로는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자명예훼손죄를 적용하려 해도 허위 사실을 적시했을 때만 죄가 성립되는 등 요건이 까다로워, 교묘한 조롱성 악성 콘텐츠 제재에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 교수는 “악성 콘텐츠를 발견하면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신고로 게시물 노출이 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플랫폼 측에서는 이런 게시물이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명품 시계 자랑은 안 통했다…한국 여성이 더 만나고 싶어 한 男 [라이프+]

    명품 시계 자랑은 안 통했다…한국 여성이 더 만나고 싶어 한 男 [라이프+]

    명품 시계나 고가의 가방보다 여행·호텔 등 특별한 경험을 보여준 사람이 연애 상대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명품을 과시한 남성보다 값비싼 경험을 드러낸 남성을 더 유능하고 만나고 싶은 상대로 평가했다. 이진석 동국대 교수와 조현영 대진대 교수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16일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마케팅 리뷰’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한국과 미국의 미혼 성인 695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온라인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명품 등 비싼 물건을 보여주는 ‘물질적 과시 소비’와 여행·공연처럼 값비싼 체험을 드러내는 ‘경험적 과시 소비’가 이성에 대한 평가와 교제 의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첫 번째 실험에는 한국인 120명과 미국인 200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소개팅을 앞두고 상대방의 소셜미디어(SNS) 프로필을 살펴보는 상황을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명품 물건이나 고급 경험을 게시한 이성의 프로필을 무작위로 확인했다. 물질 과시 유형에는 프라다 가방과 롤렉스 시계 등이, 경험 과시 유형에는 고급 호텔 숙박과 비싼 공연 관람 등이 등장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상대를 얼마나 유능하다고 보는지,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실제 연애 관계로 발전시킬 의향이 있는지를 7점 척도로 측정했다. 한국 참가자들은 경험을 과시한 상대와 교제할 의향에 평균 3.50점을 줬다. 명품을 드러낸 상대는 평균 3.00점을 받았다. 반면 미국 참가자들의 교제 의향은 경험 과시형 5.72점, 물질 과시형 5.56점으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한국 여성, 경험 과시한 남성을 더 유능하게 평가한국에서 나타난 차이는 주로 여성 참가자들이 남성 프로필을 평가할 때 두드러졌다. 여성들은 명품을 내세운 남성보다 여행과 호텔 등 고급 경험을 게시한 남성을 더 유능하다고 판단했다. 상대의 유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전반적인 호감과 높은 교제 의향으로 이어졌다. 반면 한국 남성들은 여성을 평가할 때 물질 과시형과 경험 과시형 사이에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경험 소비가 경제력뿐 아니라 취향과 문화적 지식, 계획 능력까지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은 구매력 자체를 드러내지만 여행과 공연 같은 경험은 무엇을 선택하고 즐기는지까지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한국 참가자들이 경험을 게시한 상대를 더 유능하게 평가했고, 이런 인식이 상대에 대한 태도와 교제 의향을 높였다고 밝혔다. 가상 인스타그램 실험에서도 같은 경향연구진은 실제 SNS 환경에 가까운 조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번째 실험을 진행했다. 한국인 180명과 미국인 195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오프라인에서 잠시 만난 이성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본다는 상황을 전달받았다. 가상 계정에는 고급 필기구·화장품 같은 명품 또는 유명 휴양지 여행과 같은 경험을 강조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두 번째 실험에서도 한국 참가자들은 물건보다 경험을 과시한 상대와 교제하려는 의향을 더 강하게 나타냈다. 글로 상황을 설명한 첫 번째 실험보다 사진으로 구성한 가상 인스타그램 실험에서 차이가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미국 참가자 전체에서는 두 과시 방식에 따른 교제 의향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남성들은 명품을 올린 여성보다 고급 경험을 게시한 여성을 더 유능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여성들은 남성의 과시 소비 유형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문화와 성별에 따라 부를 드러내는 방식이 연애 신호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제 연애 선택을 관찰하지 않고 가상의 SNS 프로필을 본 참가자들의 인상과 교제 의향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를 모든 한국 여성의 실제 연애 행동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 설거지용 스펀지, 교체 시기는?…“하루 쓰고 버려라” 전문가 경고, 왜

    설거지용 스펀지, 교체 시기는?…“하루 쓰고 버려라” 전문가 경고, 왜

    주방에서 매일 쓰는 설거지용 스펀지의 적정 교체 주기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에 마침표를 찍는 전문가의 견해가 나왔다. 결론은 ‘하루에 한 번씩 새 스펀지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그동안 오래된 주방 스펀지 속에 수백만 마리의 해로운 세균이 서식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는 교체 주기를 두고 ‘매일 바꿔야 한다’는 의견부터 ‘완전히 상할 때까지 써도 된다’는 입장까지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임상미생물학과 프림로즈 프리스톤 부교수는 이 같은 논쟁에 명확한 답을 제시했다. 프리스톤 교수는 “주방 스펀지는 하루만 사용하고 바로 버리는 것이 맞다”며 “스펀지는 세균을 빠르게 흡수하는데, 이 세균들은 스펀지 속에 남아 있는 음식물 찌꺼기와 수분을 먹이 삼아 계속 증식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스펀지 교체 시기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일주일 이상 같은 스펀지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있는 반면, 최대한 오래 쓰려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외관상 보기 흉하거나 냄새가 심할 때만 바꾼다”고 답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스펀지가 완전히 망가졌을 때가 교체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스펀지를 아껴 쓰는 습관이 위생상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냄새나 외관으로 교체 시기를 판단하는 방식은 세균 감염을 막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 연구진이 주방용 스펀지를 고성능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스펀지 안쪽 깊숙한 곳에서 살모넬라균,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식중독을 유발하는 병원균이 다수 발견됐다. 연구진은 냄새나 색깔만으로는 스펀지 내 세균의 오염도를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펀지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면 즉시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리스톤 교수는 “악취가 난다는 것은 이미 미생물이 상당수 번식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주방 스펀지는 집안 전체로 세균을 퍼뜨리는 주요 매개체가 된다. 늘 젖어 있는 데다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있고 따뜻한 주방 환경까지 더해져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스펀지 특유의 다공질 구조 탓에 내부 깊숙이 자리 잡은 세균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세균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끈적한 막을 형성하는데 번식 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독제의 효과가 떨어진다. 나중에는 표백제에 담가도 세균이 남아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심지어 스펀지가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도 세균이 2주 이상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증식한 세균은 스펀지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스펀지가 닿는 모든 표면으로 이동한다. 식중독균이 남은 스펀지로 설거지나 청소를 할 경우 집안 곳곳으로 병원균을 옮기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알뜰한 소비도 중요하지만 오염된 스펀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온 가족의 건강을 식중독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서울광장] 與, 승리감 아닌 두려움 갖고 돌아볼 때다

    [서울광장] 與, 승리감 아닌 두려움 갖고 돌아볼 때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 예비경선 결과.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던 친명(친이재명)계 박성준·이건태 의원이 탈락했다. 두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의원 모임’(공취모)을 주도했다. 공소취소 논란이 6·3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넘어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호응을 받지 못하는 조짐으로 비칠 수 있다. 공소취소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여권 전체적으로는 다음 총선과 대선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이 공소취소 모임을 “미친 짓”이라고 직격한 것도 범여권 일각의 그런 우려를 반영하는 것일 게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두 의원에 비해 훨씬 화끈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며 여지를 열어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6선의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헌법 조항(128조2항)을 모를 리 없다. 하루 만에 “현직 대통령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워담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연임이 이뤄진다면 이 대통령 재판은 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민주당은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키면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박탈 외에도 ‘수사에 중대한 위법이 발견’되거나 ‘검사가 공소권을 현저하게 남용해 기소했을 경우’ 판사가 공소기각을 선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집어넣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대북송금 사건 등에서 (이 대통령의) 무죄 가능성이 없고 공소취소도 여의치 않으니 법원을 압박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 보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0년대 초 미국 미시간주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 조지프 오버턴(Joseph Overton)이 개념화한 ‘오버턴 윈도(Overton Window)라는 말이 있다. ‘허용된 담론의 창문’은 정치인의 의지가 아니라 사회적 담론의 이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임 개헌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로 취급돼 왔다. 그런데 대통령 정무특보에서 곧바로 입법부 수장에 오른 조 의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입에 올림으로써 금기시돼 온 얘기가 광장으로 튀어나오는 효과를 거두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도 5년 전 처음 얘기가 나왔을 땐 “설마”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어느덧 현실이 됐다. 이 대통령이 최소한의 존치 필요성을 거론했던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것과, 이 대통령이 수혜자가 될 수도 있는 공소기각 사유의 확대가 한꺼번에 이뤄진 것도 상징적이다. 여당 강경파로서는 검수완박이라는 지상목표를 관철하고, 이 대통령으로서는 기소된 사건들을 법원이 공소기각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는 경찰의 사건암장과 부실수사 등으로 국민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공소기각 사유 확대는 이 대통령 ‘재판 지우기’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형소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법안 처리 다음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야 기분 좋다! 하고 계시지요?”라고 썼다.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라는 문구의 조화도 놓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사위로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곽상언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형소법 개정안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뜻과 전혀 다르다”고 적었다. “정치인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정치적 노리개로 쓰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권은 강성 당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검찰개혁을 완수했다는 승리감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로 인해 완전히 뒤바뀔 형사사법체계 아래서 겪게 될 고통과 혼란의 나비효과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도 여당의 우격다짐식 형소법 개정을 우려하며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이거 겁도 안 납니까. 지금이라도 분노의 질주를 멈추어야 합니다.” 박성원 논설위원
  • 오픈AI 차세대 모델 아스트라, 美 정부 ‘사전 위험 검증’ 첫 시험대

    오픈AI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아스트라’가 출시 전에 미국 정부의 안전 검증을 받는 첫 최첨단 AI 모델이 될 전망이다. 아스트라가 기존 AI보다 훨씬 강력하고 장기간에 걸쳐 스스로 여러 작업을 협력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 정부의 새 검증 체계로 위험 요소를 걸러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워싱턴DC에서 백악관과 규제 당국 관계자들에게 아스트라를 시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첨단 AI 모델에 대해 공개 전 사이버보안과 국가안보 위험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점검하도록 한 데 따른 행보다. 아스트라는 여러 에이전트가 과제를 나눠 맡아 수시간에서 수일간 해법을 찾는 장기 과제형 모델이다. 오픈AI는 이 모델이 고차원 기하학과 군론, 양자 복잡도 등 수학·이론컴퓨터과학의 난제 10건에서 새로운 해법을 냈다고 밝혔다. 다만 수학 성과를 현실의 모든 문제를 푸는 능력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아스트라를 “놀랍지만 크게 과대평가됐다”고 평가했다. 수학은 답을 형식적으로 검증하고 합성 데이터를 만들기 쉬운 특수한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미 정부 검증의 초점도 성능 자체보다 모델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오픈AI는 최근 장기 과제형 내부 모델에서 기존 사전 평가로 잡히지 않은 이상 행동을 발견해 사용을 중단한 뒤, 작업 전 과정을 감시하는 체계를 새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별도의 보안 시험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격리 환경을 벗어나 외부 시스템에 접근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미국의 검증 체계는 기업이 모델을 자율 제출하는 협력 방식이다. 출시 제한 기준과 영업비밀 보호, 결과 공개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스트라의 검증과 출시 과정은 정부 심사로 장기 행동형 AI의 위험을 통제하면서 개발 속도 역시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세종로의 아침] 미국이 법에 못박은 중국의 한반도 위협

    [세종로의 아침] 미국이 법에 못박은 중국의 한반도 위협

    ‘아름다운 나라’란 뜻의 미국을 한국에서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천조국이다. 원래 천조국은 중국을 높여 부르던 말이었지만 국방예산이 천조원을 넘는다는 뜻에서 미국의 별칭이 됐다. 지난달 22일 미 하원을 통과해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인 2027년도 미국의 국방예산은 역대 최대인 1조 1500억 달러(약 1700조원)에 이른다. 미 의회는 매년 국방예산을 정한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는데 올해 법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미동맹에 대한 양국의 뚜렷한 시각 차이가 읽힌다. 우선 주한미군을 2만 8500명으로 못박고 이 숫자를 줄이는 데 예산을 쓸 수 없다고 한 부분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법안은 주한미군 감축에 이어 이재명 정부가 임기가 끝나는 203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도 막고 있다. 종종 전환이란 중립적 표현 대신 ‘환수’란 정치적 표현이 사용되는 전작권 전환에도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 의회의 시각은 지난 6월 발행된 보고서에 훨씬 명확하게 담겨 있다. ‘인 포커스’란 제목의 보고서는 많은 한국인이 2006년 이후 그동안 두 차례 연기된 전작권 전환을 주권의 핵심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전작권 전환 시점은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2030년 6월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4월 의회 청문회에서 제시한 2029년 3월쯤이 거의 맞닿아 있다. 하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전작권 전환은 자동차 운전석과 조수석을 맞바꾸는 것”이란 조기 전환 주장과 “우리가 세계 최강 미군을 지휘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반대 입장이 서로 갈린다. 박범진 경희대 안보전략 교수는 “전작권 전환을 정권의 업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첨단 드론 전술을 익힌 북한군과 맞닥뜨릴 군사적 자신이 있는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 보고서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해서도 ‘대중 용도’를 강조했다. 대릴 커들 미 해군 참모총장이 지난 11월 방한해 핵잠은 중국과 맞서는 데 사용될 것이며 이는 “당연한 기대”라고 한 발언을 부각했다. 또 국방수권법은 올해 처음으로 미 국방부 장관이 ‘한국 내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 영향력이 미국의 방위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평가해 내년 5월 1일까지 의회 군사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명시했다. 의회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침해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하이브리드 전술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가 한국 영토 내 특정 국가의 활동을 점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고는 중국의 영향력이 주한미군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그리고 한미 간 안보 및 방산 협력에 필수적인 이중 용도의 상업용 물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을 필수적으로 담아야 한다. 이는 주한미군 기지의 안전 확보뿐만 아니라 반도체, 인공지능(AI), 원자력 등 한국 내 기술 자산이 중국의 영향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지와 한국의 주권적 과제 사이에서 한미동맹은 새로운 긴장과 조율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은 2006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한다고 확인했다. 주한미군의 중국 견제 역할을 인정했지만 한국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미 의회는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이재명 정부의 노력이 ‘전략적 유연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대북 억지력 약화를 우려해 주한 미군의 역할 확대를 주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한국을 동맹이자 대중 전략의 전초기지로 바라보며, 우리의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다. 한미의 시각차는 때로 갈등을 낳지만, 동맹의 진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 양국이 손을 굳게 맞잡고 한 방향으로 같이 가기를 바란다. 윤창수 국제부 전문기자
  • [기고] 3대 메가프로젝트, 커티삭을 기억하라

    [기고] 3대 메가프로젝트, 커티삭을 기억하라

    1869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진수된 ‘커티삭’(Cutty Sark)은 당대 가장 빠른 범선이었다. 그러나 커티삭이 태어난 그해, 수에즈 운하가 열렸다.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범선은 운하를 지날 수 없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야 했지만, 증기선은 운하를 가로질러 항해 거리를 줄였다. 신선도가 생명인 찻잎 무역의 주도권은 순식간에 넘어갔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도 판을 통째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한국경제가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에서 거둔 성공은 남이 열어 놓은 항로에서 더 빠른 범선을 만들어 낸 추격의 역사였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판이 바뀌었고, 산업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미국은 민관 자본과 인재를 AI에 쏟아붓는 총력전에 들어갔고, 중국은 국가가 직접 판을 짜는 속도전으로 맞서고 있다. 두 거함 사이에서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개별 기업의 분투나 부처 단위의 사업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국면은 이미 지났다. 이재명 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동력을 교체하는 일이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묶어 ‘한국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체불가 대한민국,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AI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으뜸 조건은 인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한국은 종합 5위지만 인재 부문은 13위로 처지고, AI 인재 순유입률은 만 명당 마이너스 0.36명이다. 이공계 학생의 의학계열 쏠림은 여전하고, 어렵게 키운 박사급 연구자는 나은 처우를 찾아 국경을 넘는다. 중국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규획’을 기반으로 국가 주도 전략을 이어 왔다. 초·중등부터 AI 교육을 체계화하고, 대학의 관련 전공을 대폭 늘렸다. 과감한 블록펀딩과 주거·연구비·자녀교육 패키지로 인재의 귀환과 정착을 유도했다. 미국인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최근 칭화대로 옮긴 사례는 중국의 위상을 보여 준다. 다행히 우리도 방향을 잡아 가고 있다. 학·석·박사 통합과정이 법제화되어 대학 입학부터 박사 취득까지 5년 반으로 줄이는 패스트트랙이 열렸고 국가석좌교수제가 시행될 예정이며 교수와 연구자의 겸직·이중소속 허용 확대로 규제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마다 연구비 확보에 매달리지 않도록 안정감을 주어야 실패를 무릅쓴 도전이 나온다. 최근 미국으로 향하던 AI 인재의 발걸음이 주춤해졌다고 하니, 파격적인 유치 프로그램으로 이들을 붙잡을 골든타임이다. 커티삭의 이야기는 몰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커티삭은 증기선이 들어가지 못하는 남태평양으로 눈을 돌려 호주산 양모를 나르는 새 무역로를 개척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인재 정책의 요체도 여기에 있다. 조선업 불황기의 용접·설계 인력이 이차전지와 방산으로 이동해 경쟁력을 입증했듯 특정 기술을 못박아 가르치기보다 재교육과 전직이 가능한 역량을 기르고, 그 역량이 산업 간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커티삭은 현재 런던 그리니치에 전시되어 있다. 관광객들은 빼어난 외관에 감탄하지만 그 배는 끝내 시대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완벽한 어제를 재연하는 능력’과 ‘불완전한 내일에 투자하는 용기’는 다르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후자를 향한 담대한 선택이다. 항해가 성공하는 날, 우리는 추격자가 아니라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개척자가 될 것이다. 박경미 한국교원대 초빙교수·전 국회의원
  • 수사권 줬더니 줄줄이 로펌행… 수사 공정성 흔드는 ‘전경예우’

    수사권 줬더니 줄줄이 로펌행… 수사 공정성 흔드는 ‘전경예우’

    “수사 경험 내세워 사건 수임에 활용”변호사 자격 없으면 ‘고문’으로 영입재취업 심사 강화 등 제도 개편 필요경찰 지휘부 핵심 인력 유출 등 고민오늘 화상회의 열어 운영 방안 논의국수본 “예산·장비 등 차질없이 준비”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경찰의 수사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외려 경찰 출신 인사들의 ‘로펌행’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일반 형사사건 수사의 개시부터 종결까지 전담하는 권한을 부여받자마자 국민이 아닌 자기 잇속만 챙기고 있는 격이다. 경찰은 조직 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핵심 수사 인력의 유출까지 막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3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로펌들은 경찰 출신 인력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올해 초 18명이던 경찰 출신 변호사와 전문위원 등을 지난달 기준 25명으로 늘렸다. 율촌과 화우는 각각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장을 지낸 한원횡 변호사와 울산남부경찰서장 출신 김상문 변호사를 영입했다. 지난 3월 기준 김앤장·태평양·세종·광장·율촌 등 국내 5대 로펌에서 활동하는 경찰 출신 변호사는 140여명으로 알려졌는데, 법조계에서는 형소법 개정을 계기로 올해 안에 200명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출신 변호사들의 주된 임무는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불송치’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될 전망이다. 안성열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로펌은 경찰 수사 대응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사건 수임에 활용하고 있다”며 “변호사 자격이 없는 퇴직 경찰까지 전문위원이나 고문으로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퇴직 경찰이 사건을 수임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 강남서에서는 올해 2월 방송인 박나래씨의 ‘매니저 갑질’ 사건을 총괄했던 형사과장이 퇴직 직후 박씨 측을 변호하는 대형 로펌에 합류해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국회에서는 지난 3월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정 이상 퇴직 경찰이 취업 제한 기관에 갈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도록 하는 ‘전경예우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관련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이 한쪽에 집중된 상황에서 ‘경찰 전관예우’ 폐해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퇴직 경찰이 후배 경찰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도록 재취업 심사 강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지휘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잇단 내부 비위와 부실수사 논란 대응에 더해 수사 인력의 이탈까지 막아야 해서다. 서울의 한 경찰서장은 “부실수사나 개인 비위 예방이 가장 큰 과제였다면, 요즘은 로펌과의 부적절한 접촉까지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간부도 “팀원들 사이에서 로펌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개정 형소법 시행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제도 정비에 나섰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4일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수사 인력 운영과 검찰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인력과 예산, 장비 지원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절세용 매물 유도엔 기대감…전월세 시장 불안 키울 수도

    장기거주자 이전 효과엔 갸우뚱세금 인상분, 임대료 전가 우려도정부가 비거주 및 초고가 주택을 ‘핀셋’ 조준해 세 부담을 큰 폭으로 높인 세제개편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와 일부 고가 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월세 매물이 줄고 세금 인상분이 임대료로 전가되는 등 임대차 시장에는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이번 달과 보유세 과세기준일 직전인 내년 5월 말,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기 직전인 내년 말까지 절세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일정 소득이 없는 고령자와 다주택자,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의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인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하고, 고가 주택일수록 보유 부담을 키운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이 고가 주택 실거주자들이 집을 내놓고 이사하는 주거 다운사이징을 얼마나 유도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기 수요를 제외하면 원래 그 집에 살아온 실거주자들은 당장 팔아야 할 요인이 적다”며 “오래 거주하던 지역을 버리고 새로운 동네나 하급지로 가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므로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거래 위축과 매물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가 2028년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완화하며 매물 출회를 유도해 효과가 전혀 없지 않겠다”면서도 “강남 등 핵심지 매물은 팔지 않고 전월세로 돌리면 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어 가격이 확 내려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거주 1주택자들이 실거주로 들어갈 경우 전월세 물량은 더 줄어들고, 비거주를 유지하더라도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월세나 반전세 등으로 전가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비거주 1주택자들이 대부분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를 선택할 수 있다”고 봤다. 종부세 부담이 덜한 가격대의 단지나 지역에 대한 선호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덜 똘똘한 한 채’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기존과 동일 세율을 적용받는 구간인 과세표준 6억원(시세 약 31억원) 이하의 강남 3구 일부, 한강벨트, 경기 남부 주요 인기지역 등이 절세가 가능한 새로운 똘똘한 한 채로 인식돼 갈아타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어지러우면 조심조심… 만성질환자에게 폭염은 ‘저승사자’

    어지러우면 조심조심… 만성질환자에게 폭염은 ‘저승사자’

    고온, 심박수 높이고 혈액 응고 촉진협심증·심근경색·부정맥 위험 커져 탈수 이어지면 콩팥 여과 기능 저하당뇨병 환자 혈당 수시로 확인해야암 환자는 저강도 근력운동 꾸준히고령자 한낮 밭일·산책은 절대 금물일어날 때 핑 돌면 천천히 움직여야 불볕더위에 체온이 오르면 심장은 열을 식히려 더 빨리 뛰고, 콩팥으로 가는 혈액은 줄며 혈당도 요동친다. 잘 관리하던 지병도 급격히 악화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만성질환자에게 폭염은 그냥 참고 넘길 더위가 아니다. 폭염은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을 일으킬 뿐 아니라 지병을 악화시켜 사망까지 부를 수 있다. 3일 질병관리청의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는 연평균 211명으로 추산됐다. 초과 사망은 더위 탓에 지병이 악화해 숨지는 등 평소보다 사망자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폭염이 만든 ‘숨은 사망자’인 셈이다. 허세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은 체온을 36.5도로 유지하려고 땀을 흘리고 혈관을 확장해 열을 내보낸다. 자동차 냉각장치와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몸이 내보내는 열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이 많아지면 뇌의 체온 조절 중추가 제 기능을 잃고 체온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다. 허 교수는 “괜찮다고 느껴도 몸속에서는 이미 심각한 탈수가 진행 중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체온을 낮추려는 몸의 반응은 심장에 큰 부담을 준다. 고온은 심박수를 높이고 혈액 응고를 촉진해 협심증·심근경색·부정맥 위험을 키운다. 박진선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기온이 오를수록 심장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흉통이나 호흡곤란, 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탈수는 콩팥도 위협한다. 땀으로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가면 콩팥으로 흐르는 혈액이 줄어 여과 기능이 떨어진다. 최종욱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탈수가 이어지면 콩팥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급성 세관 괴사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변량이 줄거나 몸이 붓고 구역질, 심한 피로가 나타나면 진료받아야 한다. 야외 활동 뒤 심한 근육통과 함께 소변이 콜라색으로 변하면 손상된 근육세포의 성분이 혈액으로 쏟아져 나오는 횡문근융해증의 신호일 수 있어 곧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자주 확인해야 한다. 폭염에는 탈수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고혈당이나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천식 환자는 높은 습도로 호흡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처방받은 흡입제를 규칙적으로 쓰고 숨이 더 차오르면 진료받아야 한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폭염과 높은 습도가 이어질 때는 기저질환 관리와 온열질환 예방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 중증 합병증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암 치료 중인 환자는 항암 치료와 면역 저하로 체력과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신 교수는 “폭염에는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지만 근감소증도 암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벽을 짚고 하는 팔굽혀펴기나 생수병을 이용한 저강도 근력 운동을 하루 10~15분씩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령자는 몸의 이상을 제때 알아차리기 어렵다. 땀샘과 혈관 반응이 둔해 열을 잘 내보내지 못하고 탈수가 진행돼도 갈증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뇌의 체온 조절 기능도 떨어져 고장 난 온도조절기처럼 정작 필요할 때 냉각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더위에 강하다고 자신해도 한낮 밭일이나 산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 고령자나 혈압약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는 여름철 ‘핑 도는’ 어지럼증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량이 줄고 더위로 혈관까지 이완돼 혈압이 떨어진다. 전경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저혈압은 노인과 항고혈압제·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복용자, 당뇨병 환자에게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앉거나 누웠다가 일어설 때 어지럽다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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