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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인미만 업체, 단시간, 여성, 10대 임금 등 노동기본권 상담률 높다”

    민주노총이 1만여건의 노동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소규모 사업장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록 노동기본권 침해가 크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단시간, 10대, 여성 노동자일수록 임금 관련 상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이 방대한 상담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3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각지의 78개 상담소 등에서 이뤄진 노동 상담 1만 159건(중복 포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피해를 호소하며 상담을 받은 노동자들은 72%가 100인 미만의 사업장에 근무하고, 47.7%가 비정규직이었으며, 51%가 근속연수 2년 이하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성수 서울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작은 사업장, 비정규 노동자, 고용 불안에 직면한 노동자의 절박한 현실이 상담으로도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 내용으로는 임금 상담이 36.4%로 가장 높았다. 기본적인 노동 조건이자 임금과 연결될 수 있는 노동 시간 상담(9.7%)까지 더하면 절반 수준인 46.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1조 6472억원(고용노동부 기준)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 해고·징계·인사 이동 관련 상담은 13.9%였다. 임금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단시간 노동자(70.2%) 및 5인 미만 사업장(54.1%), 10대(62.2%), 여성(41.6%) 노동자일수록 상담 비율이 더 높았다. 공 노무사는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단시간 노동자일수록 여성 비율이 높아진다”며 “10대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단시간 노동자로 일하는 비율이 높아 이들 항목이 서로 연관돼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관련은 여성(1.3%), 10대(0%), 기간제(2%), 단시간(0%), 5인 미만 사업장(0.3%) 등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일수록 상담 비율이 낮았다. 한편, 이날 5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작가 노동 실태 결과도 발표됐다. 93.4%(542명)는 프리랜서로 고용돼 있지만 72.4%(420명)가 방송사에 출퇴근하는 상근 체제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방송작가들은 구두계약으로 일하면서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獨 15세에 기업 인턴십, 16세엔 노동수업… ‘노사협력·인권’ 배운다

    獨 15세에 기업 인턴십, 16세엔 노동수업… ‘노사협력·인권’ 배운다

    [나는 티슈노동자 입니다] 10대 노동 리포트 <4>노동을 긍정하는 사회서울신문은 ‘10대 노동 리포트 :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시리즈를 통해 10대의 열악한 노동 실태와 노동에 대한 인식을 짚어봤다. 노동의 가치를 낮춰 보는 사회 전반의 인식은 10대를 비켜가지 않았고, 교육 과정에서 노동은 소외돼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독일이 본보기가 될 만하다. 독일은 정규 교과과정에서 노사 교섭을 배울 정도로 체계적 노동 교육을 한다. 덕분에 협력적인 노사 관계와 노동 인권 보장이 잘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안드레아스 힐스보스 서울독일학교 교감에게 독일의 노동 교육의 비결을 들었다.“저희 학교에선 ‘실제정치’ 과목에서 노동조합의 구조와 임금 협약을 가르칩니다. 학생들이 노동권과 친숙해지는데 교육의 역할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힐스보스 서울독일학교 교감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권에 대한 교육은 연금, 복지, 정치 체제, 경제 구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976년 설립된 이 학교는 서울 용산구에 있지만, 독일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다. 교과 과정부터 인성 교육까지 모든 게 현지식이라 독일의 노동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곳이다. 힐스보스 교감은 “노동자의 권리, 노사 교섭, 노동조합의 역할은 삶에서 가장 밀접한 주제”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독일의 노동 교육은 단순히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나 노동법 등 법조문을 암기하는 수준이 아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15세(중학교 3학년)가 되면 2주 동안 기업에서 인턴십을 하며 직접 일해 본 뒤 보고서를 쓰고 발표까지 해야 한다. 또 노동 관련 수업을 14~15세에는 주 2회, 16~17세에는 주 3회 받는다. 이러한 교육을 거치면 학생들은 노동권과 친숙해진다는 게 힐스보스 교감의 설명이다. 그는 “계약서에 따라 근무 시간이 정해지고 휴일과 임금은 노사 합의로 이뤄진다는 사실, 많은 회사에서 종업원 평의회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전했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재택근무, 단축근무 등 실제 일하면서 접하게 될 다양한 제도와 개념도 미리 배운다. 한국에 살면서 지켜본 노동 교육에 대해서는 내용과 수업시수 면에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생들이 사회·경제적 활동에서 착취당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연간 2~3시간 정도 이뤄지는 한국의 노동 교육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주협회· 정당·정부의 시각도 가르친다” 독일 학교에선 노동자의 권리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고, 그 직업의 실제 모습을 체험하고자 1년에 한 번 학생들을 위해 직업의 날 행사를 연다. 이날은 각종 회사, 대사관, 정치 재단 등에서 온 전문가들이 미래의 직업 선택에 대해 상담과 조언을 해 준다. 또 노사 어느 한쪽의 시선을 강요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가르친다.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외눈박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노동조합과 고용주협회뿐 아니라 정당, 정부까지 자신들의 의견이 담긴 자료를 학교에 제공한다”며 “우리는 학생들에게 주의 깊게 평가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같은 것에 대해서도 항상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가르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학교에서 경제와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닐스 파이글 교사는 “교사들은 독일 정부의 교육 지침을 준수하면서 여러 기관이 제공한 노동 교육 자료들을 신중하게 선택해 교육한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이런 교육 체계는 1976년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민주시민교육의 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의해 구성됐다. 바람직한 의견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특정 생각을 주입하지 않고 학문이나 현실 정치에서 논쟁적인 사안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인 면을 모두 가르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영국·스웨덴 등 유럽선 노동인권이 필수과목 독일뿐 아니라 영국, 스웨덴 등 유럽 국가는 필수과목으로 노동 인권을 가르친다. 프랑스는 1985년 초·중학교에 노동 교육이 포함된 과목인 ‘시민교육’을 의무화하고 1999년부터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영국도 2002년부터 중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민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이 학교 안으로’(Unions Into Schools)라는 홈페이지에서는 교사들이 노동 교육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와 동영상 등을 제공한다. 스웨덴에서 초등학교 8~9학년(중학교 2~3학년) 사이 2주간 진행되는 진로교육·직업체험 과정(프라오)은 일찍 일터를 경험하고 눈높이에 맞춰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터로만 내모는 우리의 특성화고 현장실습과는 달리 직업체험 때 학생들이 미성년 노동자에게 해당하는 법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돕는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영국과 프랑스는 ‘시민교육’, 독일은 ‘실제정치’라는 이름의 교과서로 제도권 안에서의 노동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가까운 일본도 중학교 공민교과서에서 헌법과 함께 노동법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한국은 이제 교재를 개발하는 정도의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정부, 소비재·바이오·2차전지 등 신수출성장동력 집중 지원

    정부가 소비재, 바이오 2차전지 등 신수출성장동력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제2차 수출통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수출활력 제고 대책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점검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신수출성장동력 분야별 수출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소비재 수출 확대 방안’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5대 유망 소비재의 수출은 277억 달러를 달성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4.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5대 유망 소비재는 화장품, 패션의류, 생활·유아용품, 의약품, 농수산식품이다. 이에 산업부는 한류마케팅, 가상(VR)·증강(AR)현실, 전자상거래 수출 등을 활용해 소비재를 새로운 주력품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또 차세대 이차전지 핵심기술 개발과 상용화 연구개발(R&D)사업을 추진한다.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 개선된 전고체전지, 리튬-공기(메탈)전지, 리튬-황전지 등 차세대 2차전지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 2차전지 수출은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이온전지 수요 증가에 힘입어 1년 전보다 약 12% 증가했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복지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체코, 미국, 러시아 등 13개 해외 거점공관을 통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회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5월 ‘중국국제의료기기전’(CMEF)에서 현지 맞춤형 의료기기 통합 전시관을 운영해 수출을 지원하고, 6월에는 ‘바이오 USA’, 11월에는 ‘바이오 유럽’ 등 참가도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앞서 무역금융 2640억원, 수출마케팅 343억원, 플랜트·건설 해외수주 확대 250억원 등 총 3233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신수출성장동력 특별지원(1000억원), 해외 수입자 특별보증(1000억원), 매출채권 조기 현금화 특별보증(3000억원) 등 신규 무역금융지원 상품을 다음 달부터 출시한다. 유 본부장은 “앞으로 ‘수출통상대응반’이 수출을 통한 우리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앞장서서 길을 트고 다리를 놓는 시대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바른미래, 별도 공수처 법안 별도 발의…“기소심의위 설치·인사권 독립”

    바른미래, 별도 공수처 법안 별도 발의…“기소심의위 설치·인사권 독립”

    바른미래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인사권 등 독립성을 보장하고, 기소권을 일부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별도 법안을 발의한다. 바른미래당은 29일 권은희 의원 대표발의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을 제출한다. 공동 발의자에는 권은희 의원과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바른미래당 김동철·박주선·주승용·이찬열·임재훈·채이배·최도자 의원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법안은 여야4당의 합의에 기초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 법안과 기본 골격을 같이 하지만, 수사 대상과 공수처의 독립성과 기소권 등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권은희 의원은 설명했다. 우선 바른미래당 안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의 부패 범죄나 관련 범죄로 정했다. 민주당 안은 특정 고위 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또 수사처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처장이 인사권을 갖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인사위원회의 위원 구성은 ▲처장 ▲차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합의하고 국회의장이 추천한 3인 등으로 정했다. 권은희 의원은 이와 관련해 “공수처의 인사 권한은 대통령이 갖도록 한 민주당안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공수처의 독립성을 고도로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판사·검사 또는 경무관 이상의 경찰공무원에 대한 기소 권한을 ‘기소심의위원회’에 주도록 했다. 기소심의위에서 공소 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것이다. 기소심의위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수처장이 위촉하도록 했다. 권은희 의원은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의 경찰공무원의 경우 실질적인 견제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소심의위를 통해 기소 권한을 국민에게 드린 것”이라면서 “이는 민주당이 일부 기소 권한을 공수처가 갖도록 한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사법개혁특위 권은희·오신환 의원의 강제 사보임(기존 위원을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사람을 임명하는 것)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바른미래당의 별도 공수처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한국 의회정치의 치명적 한계

    [김형준의 정치비평] 한국 의회정치의 치명적 한계

    퇴행적 ‘폭력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야당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회의장을 원천 봉쇄하고, 막말과 고성, 몸싸움이 이어졌다. 본청 사무실에 진입하기 위해 노루발못뽑이와 쇠망치마저 등장했다. “이게 국회냐”라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 현 상황은 책임 소재를 떠나 한국 의회 정치의 치명적 한계를 드러냈다. 국회선진화법은 갈등과 폭력이 일상화됐던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2012년에 제정됐다. 그런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자유한국당에 의해 무력화됐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합의 실종’ 때문이다. 선거법 개혁 논의 과정에서 한국당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적 다수의 힘으로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공수처법과 같은 다른 법안과 연계해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법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하는 건 군사 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한국당은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을 다른 법안과 ‘끼워 넣기’식으로 거래한 것은 협상이 아니라 ‘의회 쿠데타’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법과 절차의 부조화가 대두됐다. 한국 국회에서는 법은 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규칙이나 절차가 제도화돼 있지 않다. 관행이 이를 대체할 뿐이다. 가령 국회법 48조 6항은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달 7일까지로 법 규정대로라면 바른미래당 소속 2명의 사개특위 의원의 사보임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관행상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의 상임위원회 사보임을 요청한 경우” 불허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선거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더 큰 관행은 왜 지켜지지 않는가?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법을 거론하고 불리할 땐 관행을 주장하는 이른바 ‘편의주의적 관행’에 매몰되면 국회는 필연적으로 파국으로 간다. 당론과 의원 소신 간의 충돌도 문제다. 헌법 제46조 ②항에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회법 제114조의 2에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런 규정은 정치 현실에서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해야 정상인데 당론이 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민감한 법안을 둘러싸고 당론과 당론이 부딪치면 국회는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 정국 상황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주체는 두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2005년 12월 4대 개혁 입법 중 하나인 사학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극한 대립이 있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키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재개정을 요구하며 장외 투쟁을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4월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를 청와대 조찬으로 불렀다. 거기서 여당이 야당에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하며 싸울 때 야당의 손을 들어 주는 여유가 있었다. 이것이 ‘노무현 정신’일지 모른다. 당적이 없는 문희상 국회의장도 ‘갈등 조정의 통 큰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문 의장은 지난해 7월 당선 인사에서 ‘협치와 민생을 꽃피우는 국회의 계절을 열어 갑시다’라고 했다. ‘협치’라는 단어를 여덟 번 언급하면서 “협치는 국민의 명령이다”라고 했다. 더 나아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야당의 입장, 소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바라보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문 의장이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요구한 사개특위 위원의 사보임을 병상에서 재가하고 33년 만에 경호권을 발동한 것은 이런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문 의장이 이제라도 정파주의에서 벗어나 의회주의자로 돌아와야 한다. 한국 정치엔 철칙이 있다. 이겨도 지는 경우가 있고, 져도 이길 때가 있다. 국민들은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는지를 깨알같이 마음속 수첩에 적어서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
  • 최저임금 등 축소·수정… 노동 19개 과제 중 완료·추진 5개뿐

    최저임금 등 축소·수정… 노동 19개 과제 중 완료·추진 5개뿐

    사회적 대화로 현안 해결 사실상 불가능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도 무산 위기 탄력근로·주 52시간 근무 변질 과제 분류 ‘김용균법’ 통과로 안전보건 강화는 이행 “경제 상황·경영계 반발에 정책 방향 변질”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노동절(5월 1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성장은 노동자를 위한 성장이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범 초기에는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주 52시간 근무제 등을 추진하면서 노동존중사회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서울신문과 참여연대의 문재인 정부 2년 국정과제 이행평가에서 노동사회 분야는 낙제점을 받았다.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동 현안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고,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제 개편 등으로 노정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반영된 평가다. 노동 관련 대표 과제는 ‘노동존중사회 실현’,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실현’, ‘성별·연령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강화’, ‘실직과 은퇴에 대비하는 일자리 안전망 강화’ 등이다. 19개 세부 과제에서 이행 중이거나 이행이 완료된 과제는 5개에 그쳤다. 반면 축소·변질 이행은 10개, 이행 사항 없음 또는 폐기가 4개였다. 약 26%만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종수 노무사는 “경제 상황이나 경영계 반발에 밀려 정책 방향이 수정되거나 변질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드맵 찾기 어려운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첫걸음으로 거론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인 ILO 핵심협약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정치적 견해나 파업 참가 등을 이유로 한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가단은 “정부 차원에서 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에 맡겼다”면서 “위원회에서 사용자 측이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폐지 등을 요구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대표제도 기능 강화’, ‘중소·영세 미조직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 등은 축소·변질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로 노동존중사회의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과제에 대해서는 “로드맵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며 진행 사항이 없는 것으로 봤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감축 계획도 축소·변질 임금과 노동조건 등에서 발생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려는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도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는 과제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감축을 위한 로드맵은 축소·변질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통과로 ‘도급인의 임금지급 연대책임 및 안전보건조치 의무 강화’는 이행 중으로 평가됐지만, 지난 22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김용균법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이 오히려 법을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평가단은 “2018년까지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인상률을 유지했지만, 정부가 최근 들어서는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온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임금인상 효과마저 줄었다는 평가다. 또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생명 안전 관련 업무는 직접고용한다’는 원칙도 사업장마다 다르게 적용되며 갈등을 빚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 제한 제도와 비정규직 사용 부담 강화 대책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 52시간 근무 확립, 포괄임금제 규제, 장시간 근로사업장 지도·감독 강화 등은 축소·변질된 과제로 분류됐다. 평가단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면 주 52시간을 규정한 법 개정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유승민, 지도부에 “불법 사보임 당장 원위치해”…국회 “사보임 정당”

    유승민, 지도부에 “불법 사보임 당장 원위치해”…국회 “사보임 정당”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8일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국회 대치 사태와 관련해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같은 당 오신환ㆍ권은희 의원에 대한) 불법 사보임을 당장 취소하고 원위치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도 모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서 비례대표 몇 석을 더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바른미래당이 법과 원칙을 파괴하는 공모자가 될 수는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공수처법을 담당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속 권은희·오신환 의원이 법안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패스트트랙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각각 임재훈·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을 단행했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 없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라면서 “다수의 힘으로 선거법마저 바꾸는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21대 국회부터 다수의 힘을 동원한 불법 공모가 판을 쳐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사보임 승인에 대한 섭섭함도 감추지 않았다. 유 의원은 “문 의장께서도 불법 사보임을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다”면서 “야만적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의 대표이고 평소 의회주의자인 의장께서 사보임을 법대로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유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의 미명 하에 검찰을 동원해 정치보복을 해오면서 검찰개혁은 실종됐다”면서 “검찰조차 개혁할 의지가 없는 이 정권이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공수처로 검찰을 지배하고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쓰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불법 사보임을 원위치로 돌려놓으면 국회가 정상 가동되고 김 원내대표도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만약 철회하지 않으면 당내 갈등은 물론 국회 갈등이 계속돼서 저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반면 국회사무처는 사보임 결정은 국회법 취지와 관행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무처는 이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 문희상 국회의장의 경호권 행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온라인 접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무처는 문 의장이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결재로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한국당 주장에 대해 “그동안의 일관된 관행의 연장 선상에서 국회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사보임을 결정했다”고 일축했다. 사무처는 “일각의 주장처럼 임시국회 회기 중 위원을 사보임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경우 폐회 없이 임시회가 계속되면 사보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이 조항이 개정된 2003년 이후에도 임시회 회기 중 위원의 사보임이 지속해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사무처는 이어 “국회의장은 사보임 여부를 해당 의원이 아니라 교섭단체 대표의 의견을 들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문 의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임시회 회기 중 각 교섭단체 대표로부터 총 238건의 사보임 요청을 받아 모두 재가했다”고 부연했다. 사무처는 민주당 측이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 “규정에 따라 의안을 접수한 것으로, 문서 효력에는 문제가 없음을 거듭 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문 의장이 33년 만에 경호권을 행사한 데 대해 “(한국당이) 물리력을 통해 사무처 사무실을 점거하고 사무집기의 사용을 가로막아 의안 접수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국은 기업가 정신만 강조…노조 중추적 역할 안가르쳐

    “짧은 수업 시간뿐 아니라 노동교육의 내용도 문제다.” 25일 서울신문과 함께 현행 교육과정과 중·고교 사회·경제 관련 교과서들을 전수분석한 전문가들은 이렇게 지적했다. 대부분 노동자 신분으로 살아갈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노조 등을 통한 연대가 왜 중요한지 적절히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태수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성취기준상 노동을 언급한 내용을 보면 인권 차원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하는 수준으로 정작 시장경제 체제에서 노동자가 얼마나 중요한 계층인지와 노동조합의 역할이 뭔지 등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의 천국’인 미국의 교과서 집필 지침과 비교해도 우리 지침은 허술하다. 미국의 경제 교과서 지도 지침서(voluntary-national content standards in economics)는 노동조합을 ‘시장경제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 설명하며 은행, 시장, 기업, 법제도, 비영리기관과 함께 동일한 비중으로 언급하고 있다. 또 노조의 역할을 두고도 “사용자들과 협상할 때 노동자(조합원)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내 성취기준에는 노조의 역할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수업 시간 때 노동자나 노조의 역할 등을 정확히 가르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은 매스컴에서 접한 이미지만으로 이해한다. 대전의 한 일반고 사회 교사는 “학생들에게는 ‘노동자와 노조=파업하는 사람’, ‘파업=싸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대기업 직원도 노동자이고, 졸업 후 학생 대부분이 노동자가 될 것인데도 노동자가 권리를 요구하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취 기준을 바탕으로 쓰인 중·고등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결과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확인됐다. 각 교과서가 노동의 의미를 단편적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채 서술한 경우가 많았다. 지학사 고교 공통사회 교과서에는 노동권과 관련된 내용이 ▲청소년 알바 10계명(인권 문제의 양상과 해결)과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설명한 정도였다. 동아출판 고교 공통사회 교과서에서는 ‘인권보장과 헌법’ 단원에서 인권과 관련한 헌법 조항을 예시로 들었는데 노동 3권을 다룬 33조는 빠졌다. 중학교의 모든 사회교과서는 경제 관련 단원에서 시장경제를 설명하면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역할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송 교수는 “학생들이 교과서에 기술된 노동법상 권리만 알아서는 실제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역할과 정의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해야 진로 선택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보다 기업가나 기업 입장을 서술하는 데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한 교과서도 흔했다. 동아출판 고교 공통사회 교과서는 ‘기업가 정신’에 대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혁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설명했다. 반면 노동자를 두고는 ‘기업가와 동반자적 관계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기업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기계적 서술에 그쳤다. 김현진 청림중 교사는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은 세계적 흐름”이라면서도 “노동교육이 배제된 상황에서 기업가 정신만 강조하는 건 편향성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학사 고교 공통사회 교과서는 ‘근로자는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권리와 의무 간에 조화를 고려해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노동의 목적을 시장경제 발전에 두기도 했다. 각 시·도교육청이나 교사들은 현 교육과정 내 노동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월 교육과정과 연계해 교사들이 노동교육에 참고할 수 있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를 개발·배포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드라마 형식의 영상으로 노동인권 동영상 자료를 제작했다. 전명훈 서울교육청 노동인권전문관은 “학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가 지니는 역할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 중심의 노동인권교육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타협 없는 육탄전… 7년 만의 ‘동물 국회’

    의장 경호권 33년 만에 의안과에 발동 “소신 투표 어려운 미성숙한 의회 구조 탓”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처리를 약속한 25일 국회는 바른미래당 반대파와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표결 자체를 육탄으로 막고 나서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날치기 폭력 국회를 막자며 2012년 여야가 의기투합해 마련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시행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동물 국회’가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셈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반대파 의원 및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를 몸으로 봉쇄하자 국회의장으로서는 1986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경호권을 발동해 해산에 나서기도 했다. 패스트트랙은 장기간 법안이 표류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하면 안건신속처리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 사후 보완장치(85조2의 8항)도 마련해 뒀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법을 모범적으로 지켜야 할 의원들이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식으로 육탄전을 불사한 것이다. 이날 위원장석 점거 및 육탄 방어 등은 선진화법에 따르면 사법처리 대상이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선진화법을 무시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원하는 4당과 반대하는 한국당이 제대로 된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극한 상황을 정리해야 할 집권여당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로를 완전히 배제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바른미래당도 김관영 원내대표와 반대파 의원들 간의 대화가 성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의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자율적 선택이 보장되지 않는 미성숙한 의회 구조를 극한 대립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의 소신 투표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당론과 당론이 부딪치니 대립이 심해질 수밖에 없고 농성·점거 같은 충돌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폭력 국회’ 막자더니… 다시 동물 국회로

    ‘폭력 국회’ 막자더니… 다시 동물 국회로

    극한 대립 풀 대화·타협은 시도조차 안 해 전문가 “소신 투표 불가능한 구조도 문제 성격 전혀 다른 법안 연계 법 취지 어긋나”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처리를 약속한 25일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은 바른미래당 반대파와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표결 자체를 육탄으로 막고 나서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날치기 폭력 국회를 막자며 2012년 여야가 의기투합해 마련한 일명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시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동물 국회’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3류 저질 정치의 재현에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음 심사 단계로 넘어간다. 우리 국회가 택하고 있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존중하면서도 장기간 법안이 표류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추후 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하면 안건신속처리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 사후 보완장치(85조2의 8항)도 마련해 뒀다. 이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이라도 사정변경에 따른 심도 있는 논의 필요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이날 국회 곳곳에서 벌어진 회의실 점거는 선진화법이 위원장석 점거, 점거 해제 조치에 불응하는 의원은 징계 대상이라고 명시한 취지에도 어긋난다. 여야가 선진화법을 만들 당시 특별히 점거로 인한 징계안은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부의해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초강경 규정을 둔 입법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을 원하는 여야 4당과 반대하는 한국당이 제대로 된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회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 시도가 전무했다. 극한 상황을 정리해야 할 집권여당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로를 완전히 배제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또 심리적 분당에서 실질적 분당으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김관영 원내대표와 반대파 의원들 간의 대화가 성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의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자율적 선택이 보장되지 않는 미성숙한 의회 구조를 이 같은 극한 대립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의 소신 투표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당론과 당론이 부딪치니 대립이 극해질 수밖에 없고 농성·점거 같은 충돌이 나오는 것”이라며 “전혀 다른 성격의 법안을 연계하는 것도 선진화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항의 방문했지만…문희상 ‘오신환 사보임’ 허가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항의 방문했지만…문희상 ‘오신환 사보임’ 허가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개혁안·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등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오신환 의원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직에서 사임시키는 내용의 신청서를 국회에 제출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문 의장은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 신청을 허가했다. 지난 24일부터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국회의사과 사무실 앞을 지키며 사보임 신청서가 제출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방해했지만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인편이 아닌 팩스로 사보임 신청서를 25일 오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바른정당계 유승민·이혜훈·정병국·오신환·하태경 의원은 사보임 신청을 허가할 것으로 보이는 문 의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그가 입원 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을 방문했다. 전날 문 의장은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주고 받은 뒤 쇼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가 문 의장이 혈압이 높아 세부 검사가 필요한 상황으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제지해 면담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유승민 의원은 병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팩스로 사보임계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당이 정상이 아니다”라면서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은 국회법 위반이라는 점을 의장에게 전달하겠다. 의장이 사보임을 절대 허락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입원 중에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 신청을 허가했다. 앞서 문 의장은 국회법과 국회 관례에 따라 사보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며,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소속 의원 사보임 신청을 불허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는 이날 오후 각각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들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논의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날 오전부터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가 열릴 수 있는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다. 여야 4당이 합의한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려면 각각 18명인 정개특위, 사개특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3(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여야 4당은 이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문희상 의장, 오신환 사개특위 ‘사보임’ 허가

    문희상 의장, 오신환 사개특위 ‘사보임’ 허가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교체) 신청을 허가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사개특위 위원을 오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내용의 사보임 신청서를 팩스로 국회에 제출했으며, 병원에 입원 중인 문 의장은 이를 검토해 허가 결정을 내렸다. 문 의장은 앞서 국회법과 국회 관례에 따라 사보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며,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소속 의원 사보임 신청을 불허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에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문 의장은 불가피하게 병상에서 사보임 신청을 결재했고, 당분간 건강 상태를 지켜보며 병원에 머무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좌초 위기 패스트트랙,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어제 지역구를 줄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발의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오늘 전체회의에서 두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사개특위 재적 위원 18명 가운데 한국당(7명)을 제외한 재적 위원 5분의3인 11명이 패스트트랙에 찬성해야 하는데,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이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12대11로 추인됐다”며 사개특위 위원을 오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했다. 자유한국당은 어제 문희상 국회의장실에 몰려가 국회법을 들어 바른미래당의 사보임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요청하고, 몸싸움 과정에서 문 의장이 ‘저혈당 쇼크’ 증세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한국당은 국회법 48조 6항에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다’고 규정한 근거를 들어 사보임 교체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과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은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는 국회법 제48조 1항을 언급하며 상임위 위원의 사보임은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한국당도 2월 임시국회에서 함진규 사개특위 위원을 사보임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제 개혁은 사표를 줄이고 지역주의를 완화하며 승자독식형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를 줄이고 다양한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또 다소 부실하지만 공수처 설치법도 패스트트랙에 태워야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권을 부여하는 등 검찰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패스트트랙 합의안에 대해 긍정평가가 50.9%, 부정평가가 33.6%로 나왔다. 국민이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정당 간 합의 절차를 어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바른미래당은 명심하길 바란다.
  • ‘오신환 사보임’ 충돌… 난장판 패스트트랙

    유승민계 반발… 바른미래 분당 조짐 문 의장은 오늘 사보임 허가할 듯 한국당, 회의장 점거 장외투쟁 총력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의 열쇠를 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을 교체하려는 바른미래당 지도부 결정에 바른정당계가 집단 반발했다. 유승민 의원 등이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면서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의 분당 수순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24일 사개특위 간사로 선거제 등의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 의사를 밝힌 오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채 의원은 “김관영 원내대표가 오 의원 사임에 대한 결정은 내렸다”며 “내게 오 의원을 대신해 사개특위에 들어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의 ‘키’인 오 의원을 교체하면서 여야 4당은 25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관련 법안을 지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쯤 오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의 상임위원회 사보임을 요청하는 경우 불허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번 사보임도 허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정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채 장외투쟁을 이어갈 방침이어서 당분간 정국은 대결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김현아 원내부대변인은 “‘50%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석패율제’란 제도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고 국민과 국회의원조차 이해할 수 없는 개악”이라며 “패스트트랙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페스트’(흑사병)가 됐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오 의원과 한국당의 반발에도 바른미래당은 당 관계자를 국회 의사과에 보내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 신청서를 접수하려 했지만 바른정당계인 유승민, 유의동 의원 등에 막혀 신청서를 접수하지 못했다. 오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어떤 의도로 당을 분탕질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앞서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소신을 지키기 위해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려면 각각 18명인 정개특위, 사개특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안 등을 묶어 25일까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에 태우기로 합의했다. 한국당은 문 의장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여야 4당의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이틀째 국회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민주평화당 당원 80.7% ‘제3지대’ 반대…‘민주당과 통합’ 가장 선호 [리얼미터]

    민주평화당 당원 80.7% ‘제3지대’ 반대…‘민주당과 통합’ 가장 선호 [리얼미터]

    민주평화당 당원 10명 중 8명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평화당 싱크탱크인 민주평화연구원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2일 전국 거주 평화당 당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80.7%였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13.4%, ‘잘 모름’은 5.9%였다. 신당 창당에 반대하는 응답자들은 내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가장 선호하는 평화당의 진로로 ‘더불어민주당과의 연합·통합’(40.8%)을 꼽았다. ‘평화당을 중심으로 한 발전적인 통합’을 선호하는 의견은 22.4%, ‘바른미래당 내부 정리 후 당 대 당 통합’을 선호하는 의견은 17.5%였다. 평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이번 여론조사 응답자의 72%가 거주하고 있는 광주·전라 지역의 경우 제3지대 신당 창당 반대 응답은 87.8%, 찬성 응답은 12.1%로 집계돼 반대 응답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광주·전라 지역에서 평화당 진로로 선호하는 방안은 ‘민주당과의 연합·통합’(43.9%), ‘평화당을 중심으로 한 발전적인 통합’(22.4%), ‘바른미래당 내부 정리 후 당대당 통합’(15.5%) 순이었다.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7.8%가 찬성했다. 반대는 30.1%, ‘잘 모름’은 2.1%였다. 평화당 당원 43.7%는 자신의 이념성향이 ‘중도’라고 답했고, ‘진보’와 ‘보수’라는 응답은 각각 34.0%와 15.4%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민주평화당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13년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끝내 눈물 쏟은 콜텍 노동자들

    “13년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끝내 눈물 쏟은 콜텍 노동자들

    “13년 투쟁동안 가족의 고통도 깊어”장미꽃 들고 “정리해고 폐지” 외쳐노사 합의문 서명…사측, 유감 표명“최근에 투쟁 끝난 사람들, 다 와서 사진찍자” 23일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 농성장 앞은 임재춘(57) 조합원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투쟁 4464일, 해고는 삶을 파괴한다”는 문구 아래로 1월에 굴뚝 농성을 끝낸 파인텍 차광호 지회장과 김옥배 부지회장이 나란히 앉았다. 투쟁에 연대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종교인들도 콜텍 투쟁 마지막 날을 사진에 담느라 바빴다. 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 사업장이던 콜텍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끝으로 13년 길위의 투쟁을 마무리했다. 김득중 쌍용차노조 지부장 등 작년과 올해 초 장기 복직 투쟁을 끝낸 노동자들도 마지막 기자회견 자리를 지켰다. “고생했다” “축하한다”는 인사말이 끊임없이 오갔다. 웃음과 인사가 오가던 농성장은 김경봉(60) 조합원이 마지막 소감을 말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김 조합원은 “지난 13년 투쟁 동안 단 하루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13년 동안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내 식구들의 고통이 너무 컸다. 정말 고맙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임재춘 조합원도 고맙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는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박영호 사장이 노동자를 아끼는 사람이었다면 내 딸들이 어릴 때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또 “한국 기타는 세계 최고인데 (콜텍 공장이 없어져) 국내 브랜드 기타가 없어지는게 너무 안타깝다”며 마지막까지 기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4개월 동안 콜텍 사측과 교섭을 이끈 이승렬 금속노조 부위원장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4464일과 단식 42일이라는 숫자의 무거운 짐이 오늘로 내려진 것 같다”며 “콜텍은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30여곳 남은 금속노조 투쟁 사업장에도 관심과 애정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3년 투쟁을 이끌어 온 이인근 지회장은 “13년 세월동안 가정과 내 꿈, 내 삶을 버려야 했던 건 이 나라 법원 때문이었다”며 정리해고 정당성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이어 “자식세대에는 잘못된 정리해고로 거리 투쟁하는 노동자가 없어야 한다. 마음놓고 일하고 그 노동을 통해 삶과 꿈을 이뤄가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발언이 끝나고 세 명의 콜텍 노동자들은 투쟁에 연대해 온 시민사회 관계자들에게 장미꽃을 일일이 나눠주며 고마움을 표했다. 꽃을 받아든 참석자들은 “정리해고 폐지하자”는 마지막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콜텍 노사는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조인식을 열고 전날 잠정 합의한 노사 합의문에 정식 서명했다. 조인식에 참석한 박영호 콜텍 사장은 “13년째 끌어온 분규가 원만히 타결돼 합의를 이룬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조합원들이 13년 동안 가정을 못 들어가고 길거리 생활을 했는데 빨리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고 건강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거리서 백발이 된 노동자 “해고자로 정년 맞을 수 없었다”

    거리서 백발이 된 노동자 “해고자로 정년 맞을 수 없었다”

    2007년 공장 해외 이전하며 해고 시작 고공농성 등 강경투쟁에도 복직 못해 파인텍 등 해결… 사측에 사회적 압박 정년 앞둔 노조원들과 극적 합의 이뤄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린 기타 업체 직원들이 회사로 돌아가는 데 꼬박 13년이 걸렸다. 40대였던 노조 조합원들은 어느덧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콜텍 노동자들은 22일 사측과 복직안 등에 합의하며 투쟁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국내 최장기 노사분쟁 사업장이 된 콜텍 사태는 2007년 시작됐다. 악기업체 콜트는 인천에서 전자기타를 만드는 콜트악기와 대전에서 통기타를 만드는 콜텍 등 공장 2개를 두고 있었다. 한때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점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콜트는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국내 공장을 인도네시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인천 콜트 공장의 노동자 3분의1을 정리해고했고 대전 콜텍도 휴업하겠다며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67명을 내보냈다. 사측은 그해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는 이유를 들며 “경영상 긴박한 사유가 있어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콜텍의 부채 비율이 동종업계보다 낮아 재무구조가 탄탄한데 사측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를 내몰았다고 맞섰다. 노조는 2008년 30일간 한강 망원지구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 투쟁을 벌였지만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콜텍 노사의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그러나 법원 결정이 논란을 더 키웠다. 노동자들은 2008년 5월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듬해 1심에서 패했다. 노조는 바로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2009년 11월 “정리해고는 무효”라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정리해고를 단행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잠시 미소를 되찾았던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로 다시 벼랑 끝에 섰다. 2012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이끌던 대법원은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판결은 파기 환송심과 재상고 기각 등을 거쳐 2014년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대법원이 콜텍 재판 등 주요 노동 관련 재판을 두고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이 흔들렸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사측과 다시 협상을 재개한 이후 “조합원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끝을 보겠다”며 테이블에 앉았다. 또 KTX 승무원, 파인텍 등 다른 장기 복직 투쟁이 마무리되며 콜텍 사태도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사측을 움직였다. 지난 15일부터는 연속으로 협상을 벌였다. 8, 9차 교섭 때는 박영호 사장이 분쟁 13년 만에 처음 정식 교섭 자리에 나왔다. 한때 교섭장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올 만큼 의견 차가 컸으나 서로 큰 폭의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노동자들은 조만간 복직하지만 실제 회사에서 기타를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 콜텍이 이미 국내 공장을 정리했다. 실익 없는 복직 같아 보이지만 “사원증만 받고 바로 자진 퇴사해도 좋으니 복직시켜 달라”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명예회복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공약 이행에 경기 84조·서울 62조 필요… 문제는 늘 ‘재정 확보’

    공약 이행에 경기 84조·서울 62조 필요… 문제는 늘 ‘재정 확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분석 결과 경기 변동을 고려하지 못한 재정 확보 계획과 구체적 이행 계획이 부재한 공약은 민선 7기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의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공약실천계획서 평가 결과 SA 등급을 받은 서울시(박원순 시장)는 민선 7기 신규 공약 사업 비율이 민선 6기의 60%에 비해 줄어든 45%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다만 전체 공약 재정 계획 규모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표한 15조원의 4배에 달하는 62조원으로 현실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뒷받침됐는지 불명확했다. 시도비 77억원이 들어가는 ‘제로페이’의 활성화 방안과 시도비 2조 8000억원이 들어가는 ‘시 예산 5% 시민숙의예산제’의 실효성 높은 실행 계획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시(오거돈 시장)는 시장의 소속 정당이 자유한국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뀐 ‘단절 정부’를 구성했지만 민선 7기의 신규 공약 사업 비율이 63%로, 민선 6기 신규 공약 사업 비율이 70%인 것을 고려하면 사업의 단절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됐다. 그러나 소요재정 28조원 중 국비 비율이 44%로 광역시 평균(32%)보다 높은 것은 재정 확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김해 신공항 확장으로 한 차례 결론이 난 이후 가덕도 신공항을 다시 추진하려면 중앙정부의 협조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대구시(권영진 시장)는 발전 방향과 시대적 과제 등을 제시하지 못해 전략적 관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공약사업 중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7조원)’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따른 영남권의 분열을 고려해 위험 요소를 보완해야 한다고 평가단은 조언했다. 인천시(박남춘 시장)는 민선 7기가 계획한 소요재정 규모가 16조원으로 민선 6기의 29조원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어들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국비와 민간자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시의 부담을 국가와 민간에 나누어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SA 등급을 받은 광주시(이용섭 시장)는 12조원 규모의 소요재정 중 국비 비중(45%)이 광역시 평균보다 다소 높지만 시비의 비중은 광역시 평균(33%)과 비슷한 32%이고 민간 재정 확보 사업은 없었다. 대전시(허태정 시장)는 4조원의 소요재정 중 국비가 20%를 차지해 광역시 평균보다 낮은데 반해 민간 방식은 44%로 광역시 평균(24%)보다 꽤 높았다. 핵심 공약 중 지식산업센터와 제2대덕밸리 등은 대전시의 기술 역량과 인프라에 부합한다는 기대를 모았다. 울산시(송철호 시장)는 소요재정 9조원 중 시비가 광역시 평균을 상회하는 46%였다. 평가단은 울산 경제를 지탱하는 조선·자동차·석유화학산업의 위기 등을 고려하면 재원 마련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A 등급을 받은 세종시(이춘희 시장)는 소요재정 9조원 중 국책사업이 7조원 규모였다. 역시 SA 등급을 받은 경기도(이재명 지사)는 대체로 재원 마련 계획이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84조원의 소요재정 계획 중 시군구비의 비율이 5.84%로 도비(5%)와 비슷해 시군과의 교섭이 약점으로 꼽혔다. 강원도(최문순 지사)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미 관계에 영향을 받는 정책을 포함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체 소요재정 25조원 중 국책사업은 14개(18조원)였다. 충북(이시종 지사)은 소요재정 16조원 중 민간 영역 비중이 29%로 광역도 평균(14%)보다 다소 높았다. 평가단은 수도권 근접으로 대학교 관련 인구가 증가하는 것 등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충남(양승조 지사)은 공약 소요재정 14조원 중 시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7%로 광역도 평균(6%)을 상회해 집행 과정에서 시군과의 협조가 중요 변수로 꼽혔다. 국책사업은 20개로 모두 11조원 규모였다. SA 등급의 전북(송하진 지사)은 새만금 신항만 적기 완공 등 대부분의 공약이 재정 투입과 관련됐지만 공장 폐쇄 등으로 도 재정 상태가 악화된 점이 걸림돌로 분석됐다. 전체 소요재정 10조원 중 국책사업은 13개(5조 8000억원)였다. 전남(김영록 지사)은 공약 예산의 75%가 임기 후 공약 사항이고 재원 49조원 중 88%가 국비로 구성돼 이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국비 16조원을 들이겠다는 목포-제주 고속철도는 임기 후 사업으로 분류됐다. SA 등급의 경북(이철우 지사)은 소요재정 45조원의 재정운영·세부실천 계획 등이 구체적이었다. 다만 취약한 재정구조, 청년 인구 유출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경남(김경수 지사)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 지사의 법정 구속으로 공약 실천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수동적인 태도가 우려됐다. 제주(원희룡 지사)는 9조원의 소요재정 중 도비가 36%로 광역도 평균(6%)보다 높았다. 200억원 규모의 4차 산업혁명 전략펀드 출자 동의안이 도의회에서 부결되는 등 협치가 변수로 드러났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4464일 만에 ‘한 달짜리 복직’

    오늘 정식 합의안 서명… 합의금 비공개 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을 해 온 기타 생산업체 노동자들이 4464일 만에 회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국내 공장이 이미 해외로 이전돼 복직 뒤 곧바로 퇴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명예복직인 셈이다. 콜텍 노사는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9차 교섭에서 해고자 복직과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라 이인근(54)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김경봉(60) 조합원, 임재춘(57) 조합원은 다음달 2일 복직한 뒤 30일 퇴직한다. 처우는 상호 합의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노사는 23일 오전 10시 박영호 사장이 참석하는 조인식에서 합의안에 서명한다. 합의서에는 ▲회사가 2007년 정리해고로 인해 해고자들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2019년 5월 2일부터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조합원을 복직시키되 근로관계를 소급해 부활시키거나 해고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국내공장 재가동 시 희망자에 한해 우선 채용하고 ▲회사는 콜텍지회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사는 2016년 교섭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12월 26일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19일까지 릴레이 협상을 벌였지만 평행선만 달렸다. 복직 후 재직 기간과 해직 기간 보상 금액이 쟁점이었다. 콜텍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한 데는 13년간의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작용했다. 노조는 김경봉 조합원이 올해 정년을 맞아 “해고자로 정년퇴직을 맞이할 수 없다”며 끝장 투쟁을 선언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요구사항이 완전히 쟁취된 것이 아니라 안타깝지만 13년이라는 길거리 생활을 마감할 수 있어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콜텍 해고자 13년 만의 ‘명예복직’

    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을 해 온 기타 생산업체 노동자들이 4464일 만에 회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국내 공장이 이미 해외로 이전돼 복직 뒤 곧바로 퇴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명예복직인 셈이다.  콜텍 노사는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9차 교섭에서 해고자 복직과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라 이인근(54)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김경봉(60) 조합원, 임재춘(57) 조합원은 다음달 2일 복직한 뒤 30일 퇴직한다. 처우는 상호 합의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노사는 23일 오전 10시 박영호 사장이 참석하는 조인식에서 합의안에 서명한다.  합의서에는 회사가 2007년 정리해고로 인해 해고자들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2019년 5월 2일부터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조합원을 복직시키되 근로관계를 소급해 부활시키거나 해고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국내공장 재가동 시 희망자에 한해 우선 채용하고 회사는 콜텍지회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사는 2016년 교섭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12월 26일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19일까지 릴레이 협상을 벌였지만 평행선만 달렸다. 복직 후 재직 기간과 해직 기간 보상 금액이 쟁점이었다.  콜텍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한 데는 13년간의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작용했다. 노조는 김경봉 조합원이 올해 정년을 맞아 “해고자로 정년퇴직을 맞이할 수 없다”며 끝장 투쟁을 선언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요구사항이 완전히 쟁취된 것이 아니라 안타깝지만 13년이라는 길거리 생활을 마감할 수 있어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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