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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 게임’ 덕에 고국서 스타됐어요”…잠깐 출연 필리핀 배우 화제

    “’오징어 게임’ 덕에 고국서 스타됐어요”…잠깐 출연 필리핀 배우 화제

    잠깐 출연한 단역도 화제가 될 만큼 ‘오징어 게임’ 인기가 절정이다. 24일 필리핀CNN은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필리핀 출신 배우 크리스찬 라가힐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필리핀CNN은 현지 시청자가 오징어 게임에서 친숙한 얼굴을 발견했을 거라며 자국 출신 크리스찬 라가힐을 언급했다. 라가힐은 등번호 276번으로 오징어 게임 4화 ‘쫄려도 편먹기’(Stick to the Team) 편에 등장한다. 파키스탄 노동자 압둘 알리(등번호 199번)가 함께 게임을 할 팀원을 찾아 나섰다가 그를 발견하고는 이슬람식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필리핀서도 인기몰이, 자국인 등장에 주목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한국 드라마에 자국 출신 배우가 등장하자 필리핀 시청자들 관심도 집중됐다. 오징어 게임은 필리핀에서도 줄곧 넷플릭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4일 필리핀CNN ‘뉴데이’ 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가진 라가힐은 “원래 압둘 알리 역을 노렸다”며 오징어 게임 출연에 얽힌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인도 친구인 아누팜 트리파티가 연기한 압둘 알리 역을 위해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제작사는 내게 다른 특별한 역할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라가힐은 “솔직히 필리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금 같은 인기를 누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고 밝혔다.굵직한 K무비, K드라마 출연 2015년 영어 교사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 라가힐은 2017년 우연찮은 계기로 연기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한국인 매니저에게 발탁됐다. 갑자기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 연락처를 알 수 있겠느냐’ 묻더니, 내 포트폴리오를 제작사에 뿌렸다”고 전했다. 이후 라가힐은 단역으로 각종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에 얼굴을 비췄다. 2018년 현빈, 손예진 주연 영화 ‘협상’에 강도1로 출연했으며, 2019년 tvN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에서 생산부 사원 키산 역으로 연기 비중을 늘렸다. 2020년에는 송중기 주연 영화 ‘승리호’에 식당 종업원으로 등장했다. 필리핀에서는 한국을 무대로 한 라가힐의 연기 활동을 신기해했다. 주요 매체가 이따금 그의 활동상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라가힐 옆 유명 K스타였지 라가힐이 아니었다. ‘오징어 게임’은 그런 라가힐의 인지도를 한층 끌어 올려놓았다. 지금의 인기가 얼떨떨하다는 라가힐은 “한국에 사는 소수민족, 특히 필리핀 공동체를 대표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17일 첫 공개 후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올랐으며. 27일 기준 전 세계 83개국 중 76개국에서 TV 프로그램(쇼)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키트’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해외 팬들의 관심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OO) 테드 서랜도스 역시 큰 기대를 드러냈다. 27일 미국 ‘코드 콘퍼런스 2021’에 참석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 “인기 얼떨떨”…오징어 게임 잠깐 출연으로 고국서 스타된 필리핀 배우

    “인기 얼떨떨”…오징어 게임 잠깐 출연으로 고국서 스타된 필리핀 배우

    ‘오징어 게임’ 잠깐 출연으로 고국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필리핀 배우가 있다. 24일 CNN필리핀은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필리핀 출신 배우 크리스찬 라가힐을 집중 조명했다. CNN필리핀은 일부 시청자가 오징어 게임에서 친숙한 얼굴을 잠깐 발견했을지 모른다며 자국 출신 크리스찬 라가힐을 언급했다. 라가힐은 등번호 276번으로 오징어 게임 4화 ‘쫄려도 편먹기’(Stick to the Team) 편에 등장한다. 파키스탄 노동자 압둘 알리(등번호 199번)가 함께 게임을 할 팀원을 찾아 나섰다가 그를 발견하고는 이슬람식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드라마에 자국 출신 배우가 등장하자 필리핀 시청자들 관심도 집중됐다. 오징어 게임은 필리핀에서도 줄곧 넷플릭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24일 CNN필리핀 ‘뉴데이’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라가힐은 “원래 압둘 알리 역을 노렸다”며 오징어 게임 출연에 얽힌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인도 친구인 아누팜 트리파티가 연기한 압둘 알리 역을 위해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그 역할은 맡지 못했고 대신 제작사는 내게 다른 특별한 역할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라가힐은 “솔직히 필리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금 같은 인기를 누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고 밝혔다.2015년 영어 교사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 라가힐은 2017년 우연찮은 계기로 연기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한국인 매니저에게 발탁됐다. 갑자기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 연락처를 알 수 있겠느냐’ 물었고, 내 포트폴리오를 제작사에 뿌렸다”고 전했다. 이후 라가힐은 현빈, 손예진 주연 영화 ‘협상’(2018), tvN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2019)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협상에서는 강도1 역을, 청일전자 미쓰리에서는 생산부 사원 키산 역을 맡았다. 송중기 주연 영화 ‘승리호’(2020)에는 식당 종업원으로 등장했다. 라가힐은 지금의 인기가 얼떨떨하다면서도 “한국에 사는 소수민족, 특히 필리핀 공동체를 대표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17일 첫 공개 후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올랐으며. 27일 기준 전 세계 83개국 중 76개국에서 TV 프로그램(쇼)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키트’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해외 팬들의 관심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OO) 테드 서랜도스 역시 큰 기대를 드러냈다. 27일 미국 ‘코드 콘퍼런스 2021’에 참석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 “마음에 든다” 수능 수험생에게 문자 보낸 교사…법원 “정직 3개월 타당”

    “마음에 든다” 수능 수험생에게 문자 보낸 교사…법원 “정직 3개월 타당”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감독관을 하면서 알게 된 수능 수험생의 연락처로 “마음에 든다”고 사적으로 연락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교사가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타당하다고 봤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고등학교 교사 A씨가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11월 15일 수능 감독관 업무를 하고 열흘 뒤 고사장 수험생 B씨에게 “B씨가 마음에 든다”, “상황이 웃기긴 한 데 저 되게 순박한 사람이다”, “나이도 비슷하고 대화 나눠보는 건 어떠냐”고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에 B씨는 A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2019년 5월 ‘수능시험 감독을 하면서 알게 된 연락처로 B씨에게 메시지를 발송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이용했다’는 공소사실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2019년 12월 A씨가 개인정보를 이용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처벌 규정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지난해 10월 15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 3월 A씨가 국가기관의 권위를 이용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했으며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비밀 엄수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수능 감독을 하며 연락처를 알게된 게 아니라 우연히 B씨가 카페에서 포인트 적립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됐다”며 “정직 3개월 처분은 지나치다”고 행정소송을 냈다. 아울러 A씨는 “문자메시지가 B씨에게 공포심을 주거나 심각한 위협을 줬다고 보기 어렵고 B씨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자마자 연락을 중단했다”며 “언론에는 고등학생에게 연락을 한 것처럼 보도됐으나 실제 B씨는 30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카페에서 포인트를 입력할 경우 휴대전화번호 중 끝자리 4개 숫자만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A씨가 감독관의 지위에서 B씨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것이 맞다고 봤다. 이어 “B씨는 A씨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고 이를 이용해 연락까지 해온 사실에 상당한 불안감과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며 “B씨는 이로 인해 사용하던 휴대전화번호까지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교원의 품위손상행위는 본인은 물론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교원에게는 보다 엄격한 품위유지의무가 요구된다”며 “A씨의 비위행위의 경위와 경과를 보면 품위유지의무 위반 정도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 “110㎞ 달려 출퇴근한다” 중학교 교사…불법청약 299건 수사의뢰

    “110㎞ 달려 출퇴근한다” 중학교 교사…불법청약 299건 수사의뢰

    전남의 한 중학교 교사가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위장전입했다가 적발됐다. 국토부는 전입한 곳이 교사가 근무하는 중학교와 119㎞ 떨어져 편도로 1시간40분이나 걸린다는 점에서 그가 신청자격을 얻기 위해 주소로 전입신고만 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맡겼다. 24일 국토교통부는 부정청약 등 주택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근절하고자 작년 하반기 분양한 단지를 대상으로 한국부동산원과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부정청약 등 302건의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적발하고 이중 299건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청약 경쟁률이 높거나 전입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시장교란 우려가 높은 단지를 선별해 진행됐다. 적발된 시장 교란행위는 청약통장 매매와 위장전입, 사업자의 불법 주택공급, 부적격 청약 등으로 다양하다. 청약 브로커가 당첨 가능성이 높은 청약자의 금융인증서 등을 넘겨받아 대리청약하거나, 당첨 후 대리계약을 체결하는 등 청약통장 또는 청약자격을 매매하는 방식의 부정청약이 185건이었다. 브로커가 분양 단지별로 한 번에 수십 건을 청약하고, 청약 신청을 할 때 청약자의 연락처를 대리계약자의 연락처로 기재하는 등 조직적인 부정청약 정황도 발견됐다. 브로커 일당 4명은 남의 청약통장으로 34건의 청약을 신청해 10건에 당첨됐다. 이들은 34건의 청약을 한 대의 컴퓨터로 신청하다 당국의 IP 추적으로 청약통장 불법 매매 사실이 들통났다.“장애인과 국가유공자가 같은 컴퓨터로 아파트 청약” 국토부의 단속에선 장애인과 국가유공자가 같은 컴퓨터로 아파트 청약을 한 사실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들이 청약 브로커에게 자신의 특별공급 자격을 판 것으로 의심했다. 해당 지역 거주자 청약자격을 얻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는 데도 주소지만 옮겨 청약하는 위장전입은 57건이 단속됐다. 국토부는 실거주하지 않으면서 주택, 상가, 농막 등으로 전입신고만 하는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하며, 이를 통해 청약하면 주택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주택 사업자가 당첨취소 물량을 예비입주자 일부에게만 따로 안내하거나 지인 등과 계약하다 적발된 불법공급은 57건이다.부양가족 수 산정 오류 등 부적격 청약도 3건…당첨 취소 국토부는 부정청약과 위장전입 242건, 사업자 불법공급 57건 등 299건은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주택법 위반 시 형사처벌과 함께 계약취소 및 향후 10년간 주택 청약자격 제한조치도 내려진다. 국토부는 작년 12월에는 그해 상반기 분양 단지에 대해 228건의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적발해 수사 의뢰한 바 있다. 현재까지 53건이 기소 의견으로 수사결과가 통지돼 계약취소 및 청약자격 제한 조치를 취했다. 한편 국토부는 다음 달부터 올 상반기 분양 단지를 대상으로 부정청약·불법공급 등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전화 끄고 잠적” 662명 확진 BTJ열방센터…건보, 30억 구상권 청구(종합)

    “전화 끄고 잠적” 662명 확진 BTJ열방센터…건보, 30억 구상권 청구(종합)

    건보 “진료비 회수·구상금 청구” 최소 30억3013명 방문 “신천지·사랑제일교회 유사” 방역당국, 역학조사 방해에 피해 확산 호소“연락 안 받고 가짜 연락처 작성 조사 방해”“11~12월 열방센터 방문자 검사 받아달라”한교총 “열방센터 반사회적…교인 참여 금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등 방역지침을 위반한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에 대해 최소 30억원대의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 BTJ열방센터는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InterCP International)이 운영하는 시설로, 전국 곳곳으로 감염이 확산하면서 지금까지 66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현재 BTJ를 방문자는 확인된 숫자만 3013명에 달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1000명이 넘는 확진자를 쏟아냈던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대구교회)’와 유사 사례로 판단된다고 당국은 우려했다. 건보 “역학조사 거부·방역방해 행위에코로나19 확진자 진료비 청구할 계획” 건보공단은 13일 “행정명령 위반, 역학조사 거부 및 방역방해 행위 등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의 진료비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거나 구상금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구체적으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확진자가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거나 타인을 감염시켜 진료를 받게 한 경우 관련 단체와 개인에 대해 공단이 부담한 진료비를 환수하거나 구상금을 청구할 방침이다. 개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공단이 부담한 진료비를 ‘부당이득금’으로 환수 조처하고, 개인 또는 단체가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해 타인을 감염시켰을 때는 공단이 부담한 진료비를 구상금으로 청구하게 된다. 다만 아직 BTJ열방센터 단체나 방문자 개인 중 어느 쪽에 구상권을 청구할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공단은 먼저 방역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관련법 위반 여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사례별로 법률 검토를 거쳐 손해액을 산정하고 환수 또는 구상금 청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건보공단은 일단 지금까지 파악된 확진자를 토대로 공단 진료비를 추정했다.BTJ열방센터 확진자 662명 예상 진료비 35억…건보 30억 부담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까지 집계된 BTJ열방센터 관련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62명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입원환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 535만 8000원(공단부담금 452만 9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확진자 662명의 예상 진료비는 총 35억원에 달한다. 이 중 공단이 부담한 진료비는 약 29억 9000만원으로 추정된다고 건보공단은 설명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BTJ열방센터 방문자는 총 3013명이다. 다만 아직 검사조차 받지 않은 대상자들이 많아 향후 관련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건보공단의 구상금 청구액도 올라가게 된다.방대본 “상당수 연락 안 받고 휴대전화 꺼연락처도 사실과 다르게 작성…난항 중” “신천지·사랑제일교회와 유사사례 판단”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방문자) 상당수가 연락을 받지 않거나 방문자 연락처 자체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사항도 발견되고 있고, 또 모임 참석자 중 다수가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황이어서 역학적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비협조적 태도는 사회 전반에 상당한 피해를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이어 “(지난해) 11월과 12월 중 열방센터를 방문한 사람은 조속히 검사를 받고 이들과 접촉한 뒤 이상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검사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상은 방대본 역학조사팀 연구관도 이날 백브리핑에서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과거 신천지나 ‘2차 대유행’(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과 유사한 사례로 판단한다”면서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방역 조치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관은 “지난해 11월 말 열방센터 관련 확진자가 다수 확인된 이후 인터콥과 열방센터에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면서 “경북도와 상주시를 통해 지난달 17일 처음 출입 명부를 확보한 뒤 통신사 확인 등을 거쳐 부정확한 사례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자체와 공유한 상태”라고 말했다.한교총 “인터콥에 모든 교인 참여 금지”“반사회적 행태”…방역 협조 촉구 “방역수칙 위반에 감염 확산, 정당성 훼손”“개선 요구에도 달라지지 않아”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이날 “BTJ 열방센터를 운영하는 인터콥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반사회적 행태를 보이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과 함께 개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교총은 이날 ‘인터콥은 반사회적 행동을 중단하고, 방역에 협조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 이같이 주장하며 “인터콥은 불건전 단체로서 한국교회 교인들의 신앙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모든 교인의 참여를 제한하고 금지한다”고 촉구했다.이 단체는 “인터콥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해 다중이 참가하는 집회를 진행했고,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감염확산이 이뤄졌다”면서 “참가자를 숨기고 감염검사에 응하지 않는 등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므로 스스로 믿음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요 교단들은 그간 인터콥의 선교활동이나 교육 등 사역방식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단체 대표격인 최바울 선교사에게 이런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게 한교총의 설명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은 인터콥에 대해 ‘참여금지’를, 예장 통합 교단은 ‘예의주시·참여 자제’를,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교단은 ‘참여금지’를 결의했었다. 이밖에 다른 중대형 교단들도 ‘불건전 단체로 보고 참여금지’ 등의 결의를 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왜 학대 신고한 교사가 개명까지 해야 합니까”

    “왜 학대 신고한 교사가 개명까지 해야 합니까”

    ‘정인양 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조기 개입을 가로막는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교사에 대한 보호막이 마련돼야 아동학대 신고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가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가 가해 부모로부터 보복을 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남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경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한 학생이 부모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가 되레 부모의 괴롭힘에 시달렸다. 부모는 수개월에 걸쳐 교사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학교에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해당 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 고충을 호소하다가 휴직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보육시설 종사자와 교사, 의료인 등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학생을 긴 시간 동안 관찰하는 교사는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하기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한편 신고 사실을 알게 된 가해 부모로부터 신고자로 의심받기도 쉬운 처지다. 부모가 신고한 교사를 상대로 협박을 하는 등 보복할 경우 교육 당국이 교권침해로 판단해 개입하기도 하지만 교사들에게 충분한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학생이 학대를 받은 징후를 확인해 신고했다가 부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려 개명하고 먼 지역으로 이사를 한 사례도 있다”면서 “학부모가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재판이 진행되면 무고로 결론 나더라도 재판 과정을 교사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신고 의무자를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나 교육지원청 등 기관으로 지정해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회장은 “익명 신고센터를 만들어 신고한 교사의 신상정보와 연락처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수능 수험생 연락처 알아내 “맘에 든다”…시험감독관 무죄→유죄

    수능 수험생 연락처 알아내 “맘에 든다”…시험감독관 무죄→유죄

    항소심 “1심, 개인정보보호법 입법목적 저해하는 판결” 수능을 보는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마음에 든다”고 연락했던 시험 감독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질타와 함께 유죄 선고를 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부장 최한돈)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3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8년 11월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수능시험 고사장에서 시험감독을 했던 A씨는 수험생 B양의 응시원서와 수험표를 대조해 연락처를 알아냈다. B양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등록한 A씨는 열흘 뒤 카카오톡으로 “사실 맘에 들었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A씨가 B양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로 사용했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교육부나 서울시교육청이라는 ‘개인정보 처리자’의 지휘자를 받는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개인정보 취급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이를 누설·훼손하는 행위 등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즉 A씨처럼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금지나 처벌 규정이 없다. 지난해 7월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온 여성 민원인의 개인정보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던 경찰 역시 비슷한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견책 처분만 내려진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에 대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것이라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피고인은 개인정보 파일 운용을 목적으로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 아니므로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에서 정한 ‘개인정보 취급자’란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에 상응하는 개념”이라며 “오로지 개인정보 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파일 운용에 직접 관여하는 행위를 하는 자”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A씨는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수능 감독관으로 임명돼 시험감독 업무를 위해 수험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므로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섭된다”고 판단했다. 즉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수능 감독관인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한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공받은 정보에 대한 범위를 초과해 이용한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연락을 받고 두려워 기존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수능 감독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과 착각했다’, ‘카페에서 우연히 점원이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듣고 알게 됐다’는 등 변명하며 사건을 부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법률 상담을 받은 결과 무고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며 고소 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면서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몽골에 ‘항일 병원’ 개원… 독립운동자금·의열단 지원한 애국지사

    몽골에 ‘항일 병원’ 개원… 독립운동자금·의열단 지원한 애국지사

    현실과 타협해 안주할 수 있는 전문직인 의사들 중에도 독립운동에 뛰어든 이들이 많다.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 포상을 받은 의사 또는 의대 재학생은 70여명이며 포상을 받지 못한 이들을 포함하면 150여명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고 한다(‘일제시기 한국 의사들의 독립운동’, 의사학(醫史學) 통권 33호). 1908년 배출된 세브란스의학교 1기 졸업생 7명 가운데 김필순, 박서양, 주현측, 신창희 등 대부분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김마리아의 숙부로 안창호와 의형제를 맺은 김필순은 서간도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박서양은 대한국민회 군사령부의 군의(軍醫)였다. 대한의원 부속의학교 학생이었던 오복원과 김용문은 이재명 의사와 함께 이완용 처단에 가담해 각각 징역 10년형과 7년형을 받았다.‘몽골의 슈바이처’, ‘신의’(神醫)로 불리는 이태준도 빼놓을 수 없다. 세브란스의학교 2회 졸업생으로 김필순의 후배인 이태준은 몽골에 병원을 세워 의술을 베풀고 독립운동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지난달 17일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태준의 고향인 군북면에 ‘이태준 기념관’을 짓는 첫 삽을 뜬 것이다. 기념관은 이태준 서거 100년이 되는 내년 1월 완공된다. ●고향 군북면에 ‘이태준 기념관’ 내년 개관 이태준 선생은 1883년 11월 21일 함안군 군북면 명관리에서 출생했다. 위쪽으로 경전선 철도가 지나가는 백이산의 서쪽 자락이 명관리인데 선생의 생가터는 명관저수지에 수몰돼 있다. 이태준은 일찍 결혼해 두 딸을 낳았는데 첫 부인 안위지는 둘째 딸을 낳고 사망했다. 두 딸은 동생 이태식이 길렀다. 한학을 배운 선생은 20대 초반에 상경해 24세 때인 1907년 10월 세브란스의학교에 입학했다. 상경과 입학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독교 선교사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생은 재학 시절 도산 안창호를 만났다. 안창호는 1909년 10월 안중근 의사 의거 후 일제에 체포됐다가 이듬해 2월 석방돼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안창호는 선생의 구국 의지를 알아보고는 신민회의 자매단체인 청년학우회에 가입하도록 소개했다. 그러는 사이 나라는 일제에 넘어갔다. 선생은 1911년 6월 학교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1912년 초 선생은 중국으로 망명했다. 망명 동기는 중국 난징으로 간 직후 미국에 있던 안창호에게 보낸 1912년 7월 16일자 편지에 밝히고 있다. 날로 심해지는 일제의 탄압에 분개하던 차에 1911년 10월 발발한 중국의 신해혁명에 크게 감동했다는 것이다. 선배이자 스승인 김필순의 영향도 컸다. 일제가 조작한 ‘105인 사건’에 걸려든 김필순이 먼저 탈출하고 선생은 상황을 봐 가면서 뒤따라 결행하기로 했다. 1911년 마지막 날 김필순은 신의주 세브란스분원에 출장 간다며 경의선 열차에 올랐다. 여동생 김순애가 동행했는데 김순애는 후일 이태준과 몽골로 함께 간 독립운동가 김규식과 결혼한다. 김필순을 배웅하고 병원으로 돌아온 이태준은 뜻밖에도 자신이 중국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음을 알고 황급히 기차를 타고 망명길에 올랐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난징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선생은 중국인 기독교도의 도움으로 기독회의원 의사로 취직했다. 김필순은 서간도에서 병원을 열어 독립군 군의관으로 독립운동에 가담했는데 1919년 사망하기 전 선생과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1912년 중반 선생은 한인 유학생들과 교류하며 어떻게 독립운동에 나설지 고심했다. 선생의 선택은 몽골이었다. 이는 김필순의 매제인 김규식의 권유 때문이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에 유학하고 귀국해 연희전문학교 교수 등을 하던 김규식이 국내를 탈출해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것은 1913년 중반이었다. 김규식은 신해혁명에 자극을 받아 몽골에 비밀군관학교를 설립할 작정이었다. 선생은 김규식과 1914년 무렵 몽골 수도인 고륜(庫倫·현 울란바토르)으로 갔다. 후일 비행사가 되는 서왈보라는 애국청년도 동행했다. 그러나 세 사람의 계획은 국내 지하조직에서 약속한 자금이 도착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해 가을 김규식은 피혁 판매업을 시작했고 선생은 고륜에 동의의국(同義醫局)이라는 병원을 열었다. ‘같은 뜻’이라는 병원 이름에서도 선생의 항일의식을 읽을 수 있다. 몽골을 떠난 김규식은 1918년 5월 앤더슨 마이어 회사의 울란바토르 지점장이 돼 고륜으로 다시 올 때 사촌 여동생 김은식과 함께 왔고 선생은 김은식과 결혼했다.●몽골 보그드칸 어의돼 최고등급 ‘국가 훈장’ 당시 몽골인들 사이에는 성병이 번져 70~80%가 감염돼 있었다. 선생은 특히 몽골인들의 성병 퇴치에 큰 공을 세웠다. 미신적 치료법밖에 모르던 몽골인들에게 근대 의술을 펼친 선생은 신과 같은 존경을 받았다. ‘까우리(고려) 의사’ 이태준을 모르는 몽골인이 없을 정도였고 ‘신인’(神人)이나 ‘여래불’(如來佛)로 불렸다(여운형, ‘몽고사막 여행기’). 선생은 왕궁의 두터운 신임도 얻어 몽골 활불(活佛), 즉 몽골 왕 보그드 칸의 어의(御醫)가 됐다. 1919년 7월 보그드 칸은 이태준에게 최고 등급의 국가훈장을 수여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군의관 감무로도 활동 이태준은 독립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하고 지원했다. 번 돈의 대부분을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썼고 고륜을 오가는 애국지사들에게 숙식과 교통을 비롯한 갖은 편의를 제공했다. 그의 병원과 집은 하루에 사오십 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묵기도 한 연락처 겸 거점이었다. 김규식이 파리강화회의에 대표로 파견될 때 당시로서는 거액인 2000원을 지원한 것도 선생이었다.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군의관 감무(監務)로도 활약했다. 한인사회당이 소비에트 정부에서 받은 40만 루블어치의 금괴 운송에 선생이 깊숙이 관여한 일도 주목할 만하다. 선생은 한인사회당의 비밀연락원이었다. 40만 루블의 1차분인 8만 루블에 해당하는 금괴를 선생과 김립은 1920년 초겨울 고륜에서 상하이까지 성공적으로 운반했다. 무게가 수백㎏이었다고 하니 들키거나 도둑맞지 않고 옮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금괴 운반을 마친 선생은 베이징에서 의열단장인 김원봉을 만나 자신의 차량 운전사이던 폭탄제조 기술자 마자르를 소개했다. 헝가리인 마자르는 선생이 죽은 후 의열단에 폭탄 제조법을 알려주었다. 마자르의 폭탄 제조법 전수는 의열단 거사의 큰 전환점이 됐다.선생은 러시아 백위파 운게른 부대가 고륜을 점령한 1921년 2월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3000여명의 대원을 거느린 운게른은 러시아혁명군에 쫓겨 몽골로 들어온 잔혹한 성격의 인물이었다. 운게른은 중국군을 몰아내고 대대적인 약탈과 살육을 자행했다. 운게른 부대의 일본인 장교들은 선생을 체포해 처형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선생은 고륜을 빠져나와 상하이로 가던 도중 붙잡혀 고륜으로 끌려가 잔인하게 처형당했다. 선생의 나이 38세였다. 11개월 된 딸도 죽임을 당했다. 선생은 중국군 사령관의 퇴각 동행 요구도 거절했다. 고륜에 남아 김원봉에게 마자르를 소개하기로 한 약속 등을 지키려 했던 것이다. 고륜의 구릉에 있던 이태준의 묘를 찾은 여운형은 “이 땅의 민중을 위하여 젊은 일생을 바친 한 조선청년의 거룩한 헌신과 희생의 기념비”라고 애도했다. 선생의 묘는 그 뒤 개발 과정에서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몽골 정부는 묘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찾지 못했다. 2001년 7월 울란바토르에 이태준 기념공원이 문을 열어 넋을 기리고 있다. 정부는 1990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예쁜 선생님 연락처 좀”...교감 사칭한 경찰관, 2심서도 “해임”

    “예쁜 선생님 연락처 좀”...교감 사칭한 경찰관, 2심서도 “해임”

    숙박업소 퇴실 시 객실 물품을 훔치고, 초등학교 교감을 사칭해 여교사 연락처를 알아낸 경찰관이 해임 처분 관련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0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2부(김복형 부장판사)는 경찰관 A(41)씨가 강원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항소심 소송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순경이던 A씨는 시보 기간이던 지난 2018년 6월 27일 오전 원주시 한 호텔에 투숙했다가 퇴실하면서 슬리퍼와 가운 등 4만2000원 상당의 객실 비품을 몰래 훔쳤다. A씨는 직무 관련 교육 이후 투숙한 호텔에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또한 같은해 5월 18일 오후 4시쯤 공중전화로 모 초등학교에 전화해 교감을 사칭한 뒤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전화했다.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방으로부터 “결혼했다”는 답이 돌아오자 이번에는 “동료 교사 중 예쁜 선생님이 있으면 두 명 정도 이름과 연락처를 달라”며 교육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해 교사 2명의 이름을 알아냈다. 이에 관명 사칭 피해를 본 피해 교감은 명예훼손 및 공무원 자격 사칭으로 A씨를 고소했다. A씨의 절도 혐의는 그해 7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됐고, 관명 사칭은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8만원의 통고 처분됐다. 절도 사건 직후 직위 해제된 A씨는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지난해 5월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변사 사건 트라우마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우울증 등으로 절도를 저질렀고, 마음에 드는 선생님의 결혼 여부 등을 알고 싶어 관명을 사칭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임용 후 시보 기간 중 관명 사칭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절도죄를 저질렀다”며 “비록 절도 사건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범죄를 예방해야 할 경찰공무원이 범죄를 저지른 만큼 비위 행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절도뿐만 아니라 관명 사칭 행위도 함께 저질렀고 관명 사칭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소하기까지 했다”며 “원고의 비위 행위를 절도 행위만을 저지른 다른 징계 사례와 동일하게 볼 수 없는 만큼 이 사건 처분이 징계 재량을 일탈·남용해 객관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부산,신천지 전수조사.... 코로나 잡기 총력

    부산시가 신천지 신도 1만4천여명에 대한 신원 정보를 확보,전수조사에 나섰다. 부산시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부산에 거주하는 신천지 신도 1만4천521명의 성명,주소지,생년월일,연락처가 담긴 정보를 받아,조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16개 구·군 공무원 407명을 담당자로 선정,전체 신도를 대상으로 현재 체류지역,증상 유무,신천지 대구교회 방문 여부를 확인하고 전원 자가격리를 권유하고 있다. 또 담당 공무원이 2주간 매일 2차례 연락해 증상 발현 여부,자가격리 준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시는 경찰 협조를 받아 마지막 신도까지 소재를 파악할 예정이다. 신도 명단 정확성이 의심되면 공권력을 동원하는 등 시민이 안심할 때까지 조치하겠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 나눔과행복병원에서는 2차 감염이 발생했다. 26일 양성 판정을 받은 56번 환자(52세·여성·부산진구)가 해운대 나눔과행복병원 물리치료사인 39번 환자(29세·남성·해운대구)와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전날 39번 환자 접촉자 42명을 검사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56번 환자가 추가로 확진되자 56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에 대해 검사하고 있다. 병원 측은 건물 5,6층은 코호트 격리 병동으로,7,8층은 일반 병동으로 분리 운영하고 있으며,다음 달 9일까지 외래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밤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명 더 나왔다. 이에따라 이날 오전 10시 기준 부산 확진자는 60명으로 늘어났다.이들은 부산대 병원 (22명) , 부산의료원(24명), 부산백병원(4명) , 해운대백병원 (2명), 고신대복음병원 (2명)에서 입원 치료중이다.6명은 병상 확인중이다. 온천교회 관련이 30명으로 가장 많다.온천교회 교인이 28명,교인 접촉자1명,교회 강연자가 1명이다. 추가 확진자 3명 중 2명은 같은 유치원 교사(25세·여성·대구 방문 이력)와 행정직원(51세·여성)이며,1명은 온천교회 연관 확진자 어머니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해당 유치원을 임시 폐쇄하고 소독하는 한편,역학 조사를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가 확진돼 집단 추가 감염이 우려됐던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에서는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부산시는 요양병원 관련 315명(환자 193명,직원 122명)을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퇴직한 간병인 등 2명을 추가로 검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부산시는 확진자 동선 공개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업소 등과 관련해 철저한 방역과 함께 필요시 일정 기간 폐쇄조치를 하고 있어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시는 또 청정구역이 된 업체에는 ‘클린존’ 마크를 부착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저부터 해당 식당과 가게 등을 이용하고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포함한 비상경제대책을 위해 시의회와 긴급 추경에 대해서도 조속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부모가 필리핀에 버린 아동에 “학교·선생님 필요” 국민청원

    부모가 필리핀에 버린 아동에 “학교·선생님 필요” 국민청원

    “정신병원 계속 입원…보육시설 찾도록 도와달라”정신장애를 앓는 아들을 ‘코피노’(한국계 필리핀 혼혈)라고 속여 필리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한의사 부부가 최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피해 아동 A(16)군을 도와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군의 국선변호인이 “필리핀에 유기되었던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 아동을 보호해 줄 곳을 찾기 위해 글을 올린다는 변호인은 “A군은 친부모에 의해 필리핀에 유기됐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 현재 양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A군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보호해왔다”면서 “부산에 도착한 A군이 자폐와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이상행동을 해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지만 전혀 호전되지 않아 양산의 한 정신병원으로 옮긴 상태”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A군을 계속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은 아동 발달과 복리를 위해 좋지 않다”면서 “우리는 단 한 번도 제대로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는 A군이 학교 교육을 받기를 원하고,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A군이 어떠한 형태로든 교육을 받게 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호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변호인은 “A군은 자폐와 지적장애, 정신질환이 있어 현재까지 적절한 보육 시설을 찾지 못했다. 전담해서 보살필 수 있는 선생님도 필요하다”면서 “A군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더라도 정신병원이 아닌 보육시설에서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A군 역시 정신병원이 아닌 보육시설에서 지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5시 30분 현재 약 184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30일 이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A군은 10살이던 2014년 한의사 아버지에 의해 필리핀 마닐라의 한 보호시설에 맡겨졌다. 당시 A군의 아버지는 현지 선교사에게 아들을 코피노라고 속이고 “엄마가 없어 제대로 키우기 힘들다”면서 약 3500만원의 양육비를 시설 계좌로 입금했다. A군의 부모는 출국 6개월 전 아들의 이름을 개명했고 여권을 빼앗은 채 귀국해 자신들의 연락처까지 바꿨다. 이후 4년 동안 A군의 부모는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일상을 영위하며 필리핀에 두고 온 아들을 방치했다. 필리핀 아동보호시설의 후임 선교사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고, 경찰이 외교부 등과 함께 A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다. 정신장애를 앓던 A군은 4년간 방치된 사이 상태가 더 악화됐다.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군 부모는 지난 9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나란히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기는 동남아] 초등입학 첫날, 시각장애 부모에 학교 소개하는 초등생

    [여기는 동남아] 초등입학 첫날, 시각장애 부모에 학교 소개하는 초등생

    초등학교 입학 첫날, 시각장애 부모를 모시고 학교 곳곳을 소개하는 초등 1년생의 의연한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는 각급 학교의 신년 새 학기가 시작된 가운데 한 초등학교 교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이 큰 화제다. 교사는 “농아이자 앞을 못 보는 부모의 손을 잡고 학교 곳곳을 소개하는 어린 학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차올랐다”면서 “이 날은 아이가 생애 처음 학교를 온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입학 첫날 한 반에 30명가량의 아이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설레는 첫날을 보냈지만, 이 어린 여자아이는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며 오히려 부모를 보살피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학부모 연락처를 적는 종이에 직접 숫자를 적어냈는데, 비록 거꾸로 숫자를 적긴 했지만 당찬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어린 여학생은 부모를 이끌고 학교 운동장, 강당,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설명해주었고, 심지어 수업을 마치면 엄마가 자신을 데리러 와야 하는 장소까지도 상세히 알려 주었다. 일반적으로 초등 입학식에서 부모가 자녀들에게 하는 모든 행동을 오히려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해주고 있었다. 부모를 돕는 아이의 모습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당했다. 교사는 “8살 아이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아이는 독립적이고, 강인했다”면서 이 아이의 모습을 통해 나도 강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졌다고 밝혔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 역시 “대단한 초등생”이라면서 “아이의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기원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수험생 전화번호 알아내 “마음에 든다” 연락한 감독관 무죄

    수험생 전화번호 알아내 “마음에 든다” 연락한 감독관 무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이 고사장에 있던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확인해 “마음에 든다”고 연락했다가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3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1월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서 시험 감독을 맡았다. 그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이 적힌 응시원서와 수험표를 대조하는 방법으로 B양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열흘 뒤 A씨는 B양을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맘에 든다”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검찰은 A씨가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한 것‘이라고 보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A씨의 신분을 고려해 이런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일정 범위를 이상의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A씨의 경우 교육부나 서울시교육청이라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를 받는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현행법에 따라 개인정보 취급자의 경우는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이를 누설·훼손하는 행위 등만 처벌할 수 있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처럼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런 사정만으로 처벌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이채담, “성인배우 즐거워” 지인+가족도 응원 [종합]

    이채담, “성인배우 즐거워” 지인+가족도 응원 [종합]

    채널A의 신개념 침묵 예능 ‘아이콘택트’가 불 맛처럼 맵고 뜨거운, 새로운 눈 맞춤 스터디 두 건으로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지난 9일 방송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아이콘택트’에는 ‘성인배우계 원톱’ 이채담이 출연했다. 이채담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남자분들은 저를 많이 아실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보통 이 직업은 1년이 고비다”며 “자기 직업을 숨기고 일하다가 오픈되면서 주변 소문에 못 참고 떠나곤 하는데 나는 롱런했다. 내 직업을 좋아하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도 성인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채담은 “처음에는 숨길까 했는데 순탄하게 넘어갔다”며 “아빠가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내 친구가 너 봤다고 하더라. 열심히 해’라고 하시더라, 지금은 지인들과 가족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직업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이 들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며 “‘나중에 자식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엄마는 당당한데 너는 부끄럽냐’ ‘엄마가 하는 일은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다”고 당당하다고 말했다. 이채담은 “선배 성인배우이자 제가 ‘여신’이라고 부르는 백세리 언니와 눈맞춤을 하고 싶다”며 “4~5년간 정말 친하게 지냈는데, 언니가 하루아침에 연락처를 바꾸고 잠수를 탄 데다 은퇴까지 해 버렸다”고 사연을 전했다. 눈맞춤방에 나타난 백세리는 “저는 초등교사 출신 성인배우”라며 “약 10년 전 임용고시 패스 후 초등 정교사로 발령을 받았다”고 자기소개를 해 MC들을 놀라게 했다. 백세리는 “부모님께는 노출 연기에 대해 알린 적 없다”며 “내가 너무 돈 욕심에 노출과 관련된 일만 해 온 게 아닌가”라고 이채담과는 사뭇 다른 스트레스를 고백했다. 마침내 이채담과 백세리의 눈맞춤이 시작됐고, 따뜻한 이채담의 시선과 달리 백세리는 불안한 듯 굳은 표정과 눈빛을 보였다. 백세리는 “작년에 아버지가 암진단을 받으셨다고 하셔서 모든 게 무너진 것 같았다”며 “그리고 여러 ‘악플’을 보는데, 내가 성인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이채담은 “나 역시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세상의 끝자락에 있기도 했다”며 “같은 직업이니 더 서로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한테 얘기를 해 주지”라며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눈물짓는 백세리를 보던 이채담은 “힘들 때 언제든지 얘기해. 이제 잠수 안 탈 자신 있어?”라고 물었고 ‘선택의 문’이 등장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백세리는 “약속할게”라며 이채담을 끌어안았고, 함께 손을 잡고 방을 나갔다. 이채담은 “솔직히 처음엔 언니가 마음을 열까 많이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라고, 백세리는 “저도 잘 한 것 같다. 이렇게 제 아픔을 보여줌으로써,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도 더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눈맞춤 소감을 밝혔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성매수 후기·쿠폰에 ‘e집창촌’ 불야성… 명문고 기간제 교사도 포주로

    성매수 후기·쿠폰에 ‘e집창촌’ 불야성… 명문고 기간제 교사도 포주로

    회원 70만명·업소 2613개·광고 수익 210억 서비스 품평 도입·쿠폰 뿌리며 영업망 확장 후기 잘 쓰면 ‘방장’ 등업… 업소 매출 좌우 한국총책 등 2명 구속… 추징금 1억도 안 돼얼마 전 대전 유성의 한 오피스텔 앞 승용차 안에서 경찰 4명이 한 여자를 계속 주시했다. 밤 10시부터 잠복에 들어갔지만 시계는 벌써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문제의 여자는 옷차림이 특이하지 않지만 이날만 혼자 이 오피스텔을 두 차례 드나들었다. 좀 더 기다리자 뒤따라 들어가는 한 남자가 있었다. 경찰은 이들의 방을 확인하고 좀 더 기다리다 방 문을 열고 덮쳤다. 은밀한 성매매 현장이다. 경찰은 압수한 두 남녀의 휴대전화 내 정보를 통해 성매매 알선업자를 추적 체포했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성매매와의 전쟁은 국내 최대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인 ‘밤의 전쟁’이 일망타진된 뒤 불꽃이 튀고 있다. ●36명 검거… 운영·자금총책 인터폴 적색수배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5월 22일 ‘밤의 전쟁’ 게시판 관리자(방장) 21명, 대포통장모집책·현금인출책·자금전달책 10명 등 모두 36명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검거해 한국총책 권모(35)씨와 부운영자 이모(41)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밤의 전쟁은 전국 2613개 성매매 업소를 거느린 국내 최대 인터넷 성매매 알선 광고 사이트다. 회원이 70만명에 이른다. 권씨 등은 2015년 초 인터넷에 ‘밤의 전쟁’ 사이트를 개설한 뒤 성매매 업소를 회원사로 두고 최근까지 광고비조로 모두 2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등 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은 2014년 6월 ‘밤의 전쟁’ 도메인을 등록한 뒤 일본 서버를 임대해서 사이트를 개설했다. 신승주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해외 서버를 이용할 경우 한국 경찰이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면서 “검거된 일당의 진술 등을 통해 추정한 액수가 210억원이지만 실제로는 400억~5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밤의 전쟁 일당이 대거 검거되자 이곳에 광고를 올린 2613개 업소에 대해 일제 단속할 것을 지난 6월 5일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지시했다. 경찰은 “성매매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바뀌며 규모가 훨씬 커졌다. 건국 이래 최대 성매매 단속 작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충북 경찰은 6월 한 달 13개 업소를 적발해 성매매 알선업자 등 62명을 검거했고, 울산 경찰은 알선업자 5명을 구속하는 등 성과를 꽤 거뒀다. 밤의 전쟁 수사 초기에 ‘온라인 집창촌’으로 불리는 국내 온라인 성매매 알선 사이트는 40여개에 이르렀다. 대전경찰청은 지난달 2일 밤의 전쟁 개발자 김모(45)씨를 전북 군산에서 체포했다. 김씨는 서버를 개발 관리해 주고 매달 수백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또 밤의 전쟁 개설 및 운영을 총괄하다 필리핀으로 튄 운영총책 박모(45)씨와 자금총책 이모(46)씨를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했다. 경찰은 김씨를 검거한 직후 ‘밤의 전쟁’, ‘아찔한 달리기’ 사이트 2개를 폐쇄했다. 김씨와 박씨의 또 다른 작품 “아찔한 달리기”는 국내 2위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로 업소 2199개, 회원 30만~40만명을 거느리고 있다. 당초 ‘아찔한 밤’이었으나 단속이 시작되자 ‘아찔한 달리기’로 바꿔 운영했다. 경찰이 접속을 차단하면 주소만 바꿔가며 단속을 피하는 등 온라인 성매매 알선도 집창촌의 ‘풍선효과’처럼 끊임없이 되살아났다.●성매매 형태·지역별 운영 … 성매수 후기 21만개 경찰이 밝혀낸 밤의 전쟁 운영방식은 매우 체계적이다. 권씨 등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2613개 성매매 업소를 오피(오피스텔), 안마, 키스방 등 성매매 형태별 9개와 강남, 비강남, 경기 남·북, 인천, 충청·강원, 경상·전라·제주 등 지역별 7개 게시판으로 나눠 운영했다. 업소는 소속 여성을 홍보하는 ‘배너 광고’에 음란 영상, 사진, 서비스별 가격표, 알선업자 연락처 등을 올렸다. 권씨 등은 광고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업소로부터 매달 30만원에서 100여만원까지 받았다. 통장은 개당 200만원씩 사들인 유령 법인 대포통장을 이용했다. 업소는 광고를 보고 연락해온 성매수남과 소속 여성을 임대 오피스텔 등에 보내 성매매하도록 알선했다. 업소별로, 서비스별로 값이 천차만별이지만 오피스텔이 12만~18만원부터 시작해 집창촌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서원우 대전경찰청 질서계장은 “집창촌과 컴퓨터를 거쳐 2014년쯤 휴대전화가 완전 대중화되면서 온라인 성매매 산업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성매수자는 온라인을 통해 신분이 잘 드러나지 않고, 업자는 홍보와 단속을 피하기가 쉬운 이점이 있다. 성매매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성매수남은 적발될 경우 변호사를 사는 등 돈 잘 버는 직업인이 적잖고, 여성도 직업과 계층이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밤의 전쟁 사이트의 후기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회원들이 성매수 후 여성의 서비스를 품평하는 글이다. 폐쇄 전까지 후기는 모두 21만 4000여개에 달했다. 후기를 많이 쓰면 ‘방장’이 되기도 했다. 방장들은 게시판을 나눠 관리했다. 업소나 여성을 평가하고 댓글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권씨와 운영진은 매달 1인당 무료 성매매 쿠폰 4장을 제공하며 방장을 정성껏(?) 대우했다. 방장의 권력은 성매매 업소에서 무소불위였다. 이들의 글이 업소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악평을 달면 매출이 뚝뚝 떨어졌고, 일부는 사이트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업소는 방장을 초대해 “우리 집 후기 좀 잘 써달라”면서 ‘황제’처럼 대접할 수밖에 없었다. 업소는 또 운영진에게 무료 쿠폰과 2만~5만원 할인 쿠폰을 상납했다. 매달 각각 1000장과 1500장이 모아졌다. 운영진은 후기 백일장, 영재발굴단 등 매달 90건 안팎의 성매매 관련 이벤트를 열어 이 쿠폰을 회원들에게 뿌리면서 영업망을 계속 확장시켰다. 홍영선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은 “성매수남들은 잘못된 짓임을 알면서도 짜릿한 경험을 버릴 수 없었다고 하더라”면서 “특히 ‘텐프로’급인 강남 업소 쿠폰을 받으려고 안달했다”고 귀띔했다. 후기를 잘 쓰면 이른바 ‘물 좋은’ 업소의 쿠폰을 얻을 수 있고, 방장까지 될 수도 있었다. 홍 팀장은 “후기에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가 ‘마인드’(애인처럼 대해주는 것)와 ‘와꾸’(틀의 속어)다”고 했다. ●‘방장’ 출신 부운영자, 성매매 업소까지 차려 방장에는 대기업 직원과 대학원 준비생, 고깃집 사장도 있었다. 부운영자 이씨도 방장을 거쳤다. 이씨는 이곳에 발을 담근 뒤 수도권 명문고 기간제 교사를 그만 두고 아예 성매매 업소까지 차렸다. 후기로 자신의 업소를 발벗고 홍보해 단기간에 4000만원을 벌었다. 권씨는 이씨와 이벤트·쿠폰·후기 관리자 등 부하 운영진에게 매달 50만~100만원을 건네고 명절마다 선물을 보냈다. 홍 팀장은 “단독주택에서 은둔형외톨이처럼 사는 권씨와 작동 중인 컴퓨터 등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집배원으로 가장해 침입했다”고 전했다. 대전지법은 지난 13일 한국총책 권씨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4279만원, 부운영자 이씨에게 징역 8개월과 추징금 4662만원을 선고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업소를 광고하면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처벌에 처해진다. 재판부는 “인터넷 광고의 전파력과 위험성이 크고 범행의 내용·기간·수익을 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지난해 9월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이 고발, 각 지방경찰청이 성매매 사이트를 분담 수사해 이뤄졌다. 정미례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도 성매매 알선 수단으로 악용되는 만큼 지속적인 추적 수사가 필요하고 성매매 업소와 후기를 쓰거나 공유하는 사람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특목고 준비는 6세부터?”…선행학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둘은1학년]“특목고 준비는 6세부터?”…선행학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의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딸만큼이나 서툰 것투성이인 엄마도 ‘학부모 1학년’입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지난 금요일, 아이들을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나서 시내에 나갔다.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는 한산했다. 문제집을 파는 코너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40대로 보이는 여성 예닐곱이 진지한 표정으로 국어독해, 수학 문제집을 고르고 있었다. 한쪽엔 초등학교 교과서도 팔았다. 한 권에 5000원 정도였다. 지난 3월 학부모 총회 때 딸의 담임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3월 말부터 교과서 수업에 들어갑니다. 교과서는 집에 보내지 않고, 숙제도 없습니다. 수학익힘책도 학교에서 저와 같이 풉니다. 아무 신경 쓰지 마세요. 대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수학익힘책을 집에 보내드릴 테니 우리 아이들 많이 칭찬해주시고 격려해주세요.” 부모가 자녀에게 교과서를 미리 공부시키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 같았다. 그런데 서점에서 이렇게 쉽게 교과서를 구할 수 있다니…. 부지런하고 꼼꼼한 엄마들은 이미 교과서를 사서 봤을 것이다. 난 한참 멀었다.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다행스럽게도 별 탈 없이 학교에 적응했다. 혼자 학교에 가고, 끝나면 집에 오고, 친구들과도 잘 논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처음에는 아주 기본적인 화장실 스스로 가기, 실내화 갈아신기 같은 것만 잘해도 감지덕지했는데, 이제 딸의 공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선행학습.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일이 돼버렸다. 처음엔 ‘초등학교 1학년이 배울 게 뭐가 있다고, 열심히 뛰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 보통은 공부도 어릴 때 해야 효과가 있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반대의 뜻도 통한다. 어린 나이에 배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공부도 머리가 굵어지면 쉽게 이해한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초록색 성문기초영문법을 보기 시작했다. 당최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다. 학원 선생님은 네댓 번 보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이해되지 않는 외국말을 달달 외우라는 소리가 싫어서 결국 학원을 관뒀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그 책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슥슥 잘 읽혔다. 이렇게 쉬운 걸 왜 4년 전에 억지로 배우려 했을까. 선행학습에 대한 불신이 큰 나지만 자식 키우는 처지가 되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린다. 이런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적어도 한글은 깨우치고 학교에 가야지. 초등학교 1~2학년이면 영어 알파벳이랑 음가(파닉스)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3학년 되면 학교에서 생존수영을 배운다는데, 그전에 수영을 배워놓으면 더 좋겠지. 요샌 줄넘기도 필수라는데 동네 문화센터 줄넘기 강좌라도 듣게 해야 할까. 선행학습이란 무엇인가. 교육당국은 학생 스스로 또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학교 수업 진도보다 최소 1개월 이상 미리 공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학교 수업 준비를 위해 1~2주 먼저 공부하는 ‘예습’과는 다르다.교육과정평가원이 2013년 발간한 ‘학교교육 내 선행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중 86.2%가 영어 또는 수학 선행학습을 경험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학부모) 9720명을 조사한 결과다. 학교급으로 보면 초등학생의 84.1%, 중학생의 87%, 고등학생의 89.5%가 선행학습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설문을 분석해보니 ▲학급 내 성적이 높을수록 ▲진학 희망 고등학교가 특목고 또는 자사고일 경우 ▲월평균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어머니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선행학습 시간이 길었다. 3월 초에 만난 대학선배 언니 A가 해준 기막힌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A는 둘째를 올해 초등학교에 보냈다. A는 어렵사리 유명한 수학학원 강사 전화번호를 구했다. (유능한 사교육 강사 연락처를 확보하는 게 학부모의 정보력이라고 한다.) A는 강사에게 둘째 교육을 의뢰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강사가 그러더란다. “어머니, 너무 늦으셨네요. 특목고 가려면 6살 때부터 준비해야 해요.” 선행학습은 사교육을 받는 주요 목적 중 하나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사교육비 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초등학생 가운데 39.7%가 선행학습이 목적이라고 답했다. 학교수업 보충이 86.2%로 가장 많았고 보육(17.6%), 진학준비(15.9%) 등의 순이었다.다만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는 2007년부터 시작됐는데 그해에는 초등학생의 65.6%가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고 답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았다. 반면 학교수업을 보충할 목적으로 사교육을 받는 초등학생은 2007년 49.6%에서 1.7배 이상 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선행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졌기 때문은 아닐까. 사교육에서 성행한 선행학습은 공교육을 무력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사교육을 통해 미리 교과 내용을 학습한 학생에게 학교 수업이 재미있을 리 없다. 그런 학생이 많으면 교사들도 기본 개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 결과적으로 선행학습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당하게 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주입식 선행학습에 익숙해진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선행학습이 대학입시를 위한 속도 경쟁을 부추겨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나왔다. 오죽하면 법으로 선행학습을 금지했을까. 지난 2014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선행학습을 전제로 한 학교 수업 ▲교육과정을 벗어난 범위와 수준의 시험 출제 ▲대입전형 논술 시험 등에서 고교 교육과정 벗어난 문제 출제 등을 금지했다.법 시행 이후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유발을 할 수 없게 됐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아침 저녁 보충수업과 방학 특강을 통해 교과과정을 미리 배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 방과후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은 원칙적으로 금지다. 다만, 지난 3월 국회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이 개정된 덕에 초등학교 1·2학년도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됐다.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교과에 포함되기에 초 1·2 대상 영어 수업은 선행학습에 해당된다. 하지만 국회는 교육현장과 학부모 요구를 받아들여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했다. 공교육정상화법에 대한 학부모 반응은 둘로 갈린다. 선행학습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반기는 쪽도 있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더 안 시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부모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어느 쪽이든 공교육법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걸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딸은 수학 시간이 제일 싫다고 한다. 지난주에 들고 온 수학익힘책을 보니 한자리수 덧셈과 뺄셈을 배우고 있다. 예컨대 ‘5와 3의 합은 8입니다. 5와 3의 차는 2입니다’ 이런 걸 배우는 모양이다. 손가락 10개로 더하고 빼기를 해결하는 딸에게 딱 맞는 수준이다.딸은 선행학습은커녕 ‘후행학습’마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딸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 가끔 10이 넘어가는 두자릿수 덧셈을 시켜볼 때가 있다. 그러면 딸은 빽 소리를 지른다.(손가락 10개로 셈을 할 수 없어서다. 잘 구부러지지 않는 발가락을 동원하다가 성질을 낸다.) 돈을 셀 때 1000원을 1만원이라고 하고, 100원을 10원이라고 하기에 세자릿수 읽기를 가르쳐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딸은 어김없이 화를 낸다. “엄마, 학교에서 배울 거잖아. 왜 엄마가 가르치려고 해?” 그럼 학교에서 배운 덧셈과 뺄셈을 복습해보자고 붙잡아 앉히면 또 저항한다. “아니, 학교에서 배운 건데 왜 엄마랑 또 해? 싫어!” 속에서 천불이 난다. 공부하지 않겠다는 고집만큼은 아주 자기주도적이다. ‘됐다, 됐어.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속으로 뇌까려봤자 아쉬운 쪽은 나다. 어느새 서점에서 사온 덧셈 연산 책을 펴놓고 어르고 달래며 3장만 풀어보자고 애원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주 주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복직’ 입니다.
  • 운영은 기간제교사, 홍보는 대기업 직원…최대 성매매 광고 ‘밤의○○’ 검거

    운영은 기간제교사, 홍보는 대기업 직원…최대 성매매 광고 ‘밤의○○’ 검거

    전국 2600여개 업소를 회원사로 두고 성매매 광고사이트를 운영한 국내 최대 온라인 성매매 조직 ‘밤의○○’ 총책 등 일당이 대거 검거됐다. 기간제 교사 출신 등이 운영한 사이트에서 성매매 업소와 여성을 품평하는 등 홍보맨 노릇을 한 이른바 ‘방장’에는 대기업 직원도 있었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2일 지방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밤의○○’ 게시판 관리자(방장) 21명, 대포통장모집책·현금인출책·자금전달책 10명 등 모두 36명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검거해 운영총책 권모(35)씨와 부운영자 이모(41)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필리핀에서 운영 서버와 자금을 관리한 자금관리자 A(46)씨를 인터폴을 통해 수배했다.권씨 등은 2015년 초 인터넷에 ‘밤의○○’ 사이트를 개설한 뒤 성매매 업소를 회원사로 두고 최근까지 광고비조로 모두 2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지만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본 서버를 임대해 성매매 광고사이트를 운영하는 수범을 썼다. 권씨 등은 홈페이지에 전국 2613개 성매매 업소를 오피(오피스텔), 안마, 휴게텔, 키스방 등 성매매 형태별 9개와 강남, 비강남, 경기 남·북, 인천, 충청·강원, 경상·전라·제주 등 지역별 7개 게시판으로 나눠 운영했다. 가입한 업소마다 자신의 업소와 소속 여성을 홍보하는 ‘배너 광고’에 음란 영상과 사진, 서비스별 가격표, 연락처 등을 올렸다. 이 사이트에 접속한 회원은 70만명에 이른다. 이 사이트의 후기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성매수 회원들이 성매매 업소와 여성의 서비스에 대해 올린 글이다. 경찰은 후기가 모두 21만 3898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후기를 잘 쓴 우수 회원은 ‘방장’ 자격을 주었다. 방장에게는 업소나 여성에 대해 홍보성 글을 쓰고 악성 댓글 등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권씨 등은 21명의 방장에게 월급 대신 1인당 매달 무료 성매매 쿠폰 4장을 제공했다. 방장의 글은 영업을 크게 좌우해 업소에서 ‘황제’처럼 대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소들은 또 “우리 업소 후기 좀 잘 써달라”라며 권씨 등 사이트 운영 조직에 다달이 무료 쿠폰 1000여장과 2만~5만원 할인 쿠폰 1500장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회원들은 업소 여성과 성매매한 뒤 후기를 잘 쓰면 이들 쿠폰을 받을 수 있어 경쟁적으로 써 올렸다. 권씨 등은 개당 200만원씩 유령 법인 대포통장을 사들여 업소로부터 광고비를 받았다. 광고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매달 30만원에서 많게는 100여만원을 챙겼다. 업소들은 광고를 보고 연락 온 성매수자를 임대 오피스텔 등으로 보내 성매매 영업을 했다. 권씨는 당초 성매매 블로거로 인기를 끌자 초기 우수 회원을 운영진에 가담시켜 조직화했다. 이들이 후기 백일장, 영재발굴단 등 매달 90건 안팎의 성매매 이벤트를 열자 회원이 몰렸고, 국내 최대 성매매 광고사이트로 커졌다. 부운영자 이씨는 서울지역 고교 기간제 교사 출신이다. 이씨는 당초 방장이었지만 권씨의 신임을 얻어 부운영자가 됐다. 이후 기간제 교사를 그만 두고 성매매 업소까지 직접 운영하고 있다. 권씨는 이씨 등 핵심 운영진에 매달 50~100만원과 선물 등을 건넸고 명절에 별도 금품을 줘 관리했다.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최근 한 방장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서울에 있던 총책 권씨를 붙잡아 현금 3571만원과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수자들이 신분이 잘 드러나지 않고 손쉬운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를 선호해 이같은 사이트가 많이 생기고 있다”면서 “밤의○○ 2613개 업소가 위치한 전국 지방청과 공조해 전방위적인 온·오프라인 성매매 합동 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채시라·고소영도 녹색어머니…근데 그게 뭔데

    [우리둘은1학년]채시라·고소영도 녹색어머니…근데 그게 뭔데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이 학부모가 되면서 겪은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녹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수술복 색깔의 녹색 원피스를 즐겨 입고 장롱에는 녹색 계열의 옷이 한가득이다. 둘째 아이 태명을 ‘초록이’로 지었을 정도다. 오죽하면 별명이 ‘녹색성애자’일까. 대학시절 친구는 이렇게 나를 놀린다. “녹색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녹색어머니회까지 하는 거야?” 그렇다. 나는 녹색어머니회 회원이다. 그것도 ‘반 대표’라는 감투까지 썼다. 딸의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열리기 며칠 전이었다. 학부모회, 명예교사,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 단체 중 가입 신청을 받는다는 가정통신문이 날아왔다. 복수 신청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적혀 있었지만,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는 없었다. 녹색어머니회 옆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8차선 도로와 4차선 도로를 건너 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는 건널목을 지키는 녹색 어머니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나도 그 정도 봉사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에 3번만 나가면 된다고 하니 일하는 엄마의 부담도 적었다.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출근을 조금 늦게 하면 될 것이다.학부모 총회에 가는 길에 직장 선배들의 엇갈린 조언이 떠올랐다. 선배1: 눈치 게임이 시작될 거야. 절대 선생님과 눈을 마주쳐선 안 돼. 너 회사 다니면서 학부모 단체 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래? 가입해놓고 모임 안 나가면 더 욕먹는다.선배2: 녹색 어머니회는 꼭 해라. 거기서 알게 된 엄마들과 관계가 6년 내내 가더라. 애들 잘 챙기는 엄마일수록 학교 활동 열심히 하는 거 알지? 그런 엄마들이랑 친해지는 게 워킹맘 살길이야. ‘누구 말이 맞는지는 곧 알게 되겠지.’ 공개수업이 끝나고 본격적인 총회가 시작됐다. 딸 아이 책걸상에 안 맞는 몸을 우겨넣고 앉았다. 담임 선생님의 당부 말씀이 시작됐다. “이제 제일 어려운 일이 남았어요. 학부모 단체조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녹색어머니회에는 7명, 급식모니터링에 2명, 명예교사에 1명이 손을 들어주셨습니다. 학부모회와 명예교사 한분씩만 더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서주실 분 계실까요?” 순간 교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아, 바로 이 타이밍이구나. 눈치 게임….’ 지원자가 없자 난처해진 선생님이 부연했다. 명예교사는 한두 번쯤 독서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되고, 학부모회는 등록만 해도 된다는 거였다. 한쪽에서 “제가 할게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비롯한 나머지 엄마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면서 존경, 감사, 안도의 눈빛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로써…, 총회를 무사히 끝냈다.’ 안도를 하던 찰나, 선생님의 부름을 받았다. 녹색어머니회 가입을 신청한 7명 어머니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명단을 녹색어머니회 학교 대표에게 제출해달라는 말씀이었다. 두 손으로 받아든 명단의 내 이름 옆에는 ‘(대표)’라고 적혀 있었다. 나: 선생님, 제가 반 대표인가요? 왜…왜죠?선생님: 어머니, 그냥 가나다순으로 한 거예요. 명단만 제출하시면 돼요. 딸 이름 초성이 ‘ㄱㄱ’이라 벌어진 일이다. ‘잠시만요 선생님,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 나온 말은 “네”였다. 어려운 학부모회 대표를 자원한 분도 있는데, 가나다순으로 정한 반 대표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어렵사리 녹색어머니회 회장을 찾아가 명단을 냈다. ‘포스’가 느껴지는 대표는 “반 회원을 모은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을 개설해, 반 대표들이 모인 단체방에서 전달받은 사항을 반에 알리면 된다”고 말했다. 반 대표 방에는 곧 초대될 거라고도 했다.학부모 총회에 가기 전 학교 선배와 이런 대화를 나눈 터였다. 선배: 네 성격에 한자리하고 오는 거 아니냐.나: 에이, 저 그런 데 가서는 안 설쳐요. 조용히 입 닫고 있다가 나올 거예요. 장담했는데… 녹색어머니회 반 대표라니? 멍해져서는 선배에게 메시지를 날리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도 지인들도 뭐가 고소한지 깔깔 웃어댔다. 나는 심각해 죽겠구먼! 고등학교 때 반장인가 부반장 해보고선 얼마 만에 써보는 감투인가. 인간은 참 간사하다. 막상 감투를 쓰고 나니 잘 해내고 싶어졌다. 녹색어머니회, 결코 만만하게 볼 조직이 아니다. 반백 년 역사를 가진 초등학교 학부모 최대 봉사단체다. 짜임새 있는 운영체계도 놀랍다. 각 반 녹색 어머니 회원을 관리하는 반 대표, 각반 대표로 구성된 학년 대표가 있다. 학교마다 녹색어머니회 지회 또는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가 구성되는데 대표는 회장이 맡는다.각 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장과 부회장으로 구성된 △△경찰서 녹색어머니회연합회가 존재하고, 이 단체는 지방경찰청 소속 녹색어머니연합회에 귀속된다. 연합회 회장과 부회장은 조직의 최정점인 녹색어머니중앙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녹색어머니중앙회는 경찰청 소속 사단법인이다. 중앙회 홈페이지(gmothers.kr)에 따르면 녹색어머니회의 기원은 1969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학교 단위별로 ‘자모교통지도반’이 출범했다. 자녀의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통학로에서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1971년 녹색어머니회라는 공식명칭이 등장했다. 처음에는 서울 등 6개 도시 위주로 결성됐다. 지금은 전국 17개 시도 4000여개 초등학교에 녹색어머니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약 86만명의 회원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거대한 조직에 발을 들여놓은 나는 그날 저녁, 1학년 대표님의 첫 지령을 받았다. 반 회원의 유니폼 치수를 파악해달라는 지시였다. ‘녹색어머니회 유니폼’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고소영도 피하지 못한 녹색어머니회’라는 제목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이다.지난 2017년 6월, 영화배우 고소영씨가 녹색어머니회 복장으로 건널목에서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청바지에 유니폼 셔츠를 입은 고씨의 자태는 남달랐다. 역시 배우는 배우였다. 그렇지만 딸 아이 학교의 녹색 어머니 복장 규정에는 어긋나는 차림새였다. 우리 학교 녹색어머니회는 교통지도 시 선글라스를 쓰지 말라고 했다. 배우 채시라씨가 학교 앞에서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는 사진도 찾을 수 있었다. 채씨는 고소영씨와 같은 녹색어머니회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노란색 조끼 차림이었다. 학교마다 녹색어머니회 복장 규정이 다른 것 같았다. 궁금해서 녹색어머니중앙회 정관을 찾아봤다. 6장 제34조에 복장 규정이 있다. 녹색 어머니 제복은 감색 치마를 원칙으로 하되 겨울철에는 바지와 겉옷을 착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감색 넥타이, 감색 모자, 파란색 셔츠가 제복을 구성한다.구두는 장식이 없어야 하고 굽이 있는 검은색을 신어야 하며 스타킹은 살구색으로 한다고 돼 있다. 머리는 단정해야 하며 지나친 액세서리와 염색을 삼가라고 돼 있다.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학교마다 차림새가 다른 걸 보면 이런 복장 규정이 의무는 아닌 것 같다. 고소영씨는 녹색어머니회 활동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자 당시 일간스포츠와 한 인터뷰에서 “너무 민망하다. 다들 하는 건데…. 정말 재미있게 했다”면서 “선글라스는 다른 엄마들이 눈이 부시니까 꼭 쓰라고 해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고씨는 작품활동을 잠시 쉬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들을 뒷바라지했다고 한다. 복장 외에도 녹색 어머니로서 주의해야 할 게 몇 가지 더 있다. 보행신호에 따라 안전 깃발을 제대로 열고 닫는 일이다. 지난달에 열린 녹색어머니회 소양교육에서 궁금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깃발을 허리 높이에 들고 서 있다가 초록 불이 켜졌을 때 90도로 열어 차량의 진행을 막는다. 이때 호루라기를 한 번 분다. 보행신호가 빨간불로 바뀌면 호루라기를 두 번 불면서 깃발을 닫는다.교통안내를 하다가 간혹 차량과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모양이다. 녹색어머니회 회장은 “봉사자의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며 “빨간불 신호에서는 반드시 인도 위로 올라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딸 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장은 무려 3년차다. 학교 활동에 미적지근하거나 관심 둘 시간조차 없는 학부모를 위해, 어떤 분은 적극적으로 봉사해주니 대단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사실 녹색어머니회는 오랫동안 학부모와 언론의 ‘표적’이었다. “교통안전 지도를 왜 학부모가 해야 하는가”부터 “어머니회라는 이름을 바꿔라”까지 다양한 불만이 제기됐다. 등굣길 건널목에서 ‘녹색 아버지’와 ‘녹색 할머니’를 본 적이 있다. 심지어는 ‘녹색 삼촌’, ‘녹색 이모’도 있고 돈을 주고 녹색어머니 당번을 대신하는 ‘녹색 아르바이트’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딸아이 반 회원 중에서도 “엄마 일정이 안 되면 아빠가 대신 봉사해도 되느냐, 그럴 때 아빠도 유니폼을 입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하는 분이 계셨다. (아빠들은 유니폼과 비슷한 감색 계열의 셔츠를 입으면 된다는 ‘유권해석’이 나왔다.)어떤 학교에서는 전교생 학부모가 교통 안전지도에 참여하도록 n분의1로 할당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어떤 학교는 노인복지관 어르신에게 교통안전 도우미 업무를 맡겨 노인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녹색어머니회를 언제까지 둘지, 명칭을 어떻게 바꿀지는 학교와 학부모가 논의해 결정할 문제다. 50년간 운영된 조직을 하루아침에 없애거나 바꾸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자원자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 도로 앞에 깃발을 들고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량 운전자에게 이 주변이 통학로라는 경각심을 주고,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돕는 역할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녹색어머니회가 유지된다면, 손주 녀석 학교 갈 때 ‘녹색 할머니’로 나서게 될까.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 주 주제는 “스마트폰은 언제 사줘야 하나요?”입니다.
  • [단독] “부실한 법에 여전히 정신 고통”… 차별에 병들어 가는 기간제

    [단독] “부실한 법에 여전히 정신 고통”… 차별에 병들어 가는 기간제

    A교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기간제(1년) 교사였다. 몇 달 뒤 단원고에서 계약이 종료됐고 다른 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옮겼다. 그곳에서 근무 중 A교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입원하게 됐다. A교사는 특별휴직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학교 측에서 “세월호 참사와 병이 직접적 연관이 되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거부했고 A교사는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이 다 돼 가지만 당시 단원고에서 근무했던 기간제 교사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다. 1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단원고 2014학년도 계약제(기간제) 교사 임용 명단’ 17명 중 순직한 김초원·이지혜 교사를 제외한 15명 가운데 10명만이 특별휴직을 신청했다. A교사를 비롯한 5명은 신체적·정신적 상처가 커도 부실한 법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계약해 채용되는 기간제 교사는 특별휴직을 신청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계약직이기 때문에 학교장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휴직인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B교사는 단원고 계약 종료 후 다른 학교에 자리를 찾았지만 기혼이라는 이유로 쉽게 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근무 중인 교사에 한해 가능한 유급 특별휴직 자체를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B교사는 “트라우마를 치료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데다 학교나 교육당국에서 정신적 상처에 대해 별도의 치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 나머지 기간제 교사들은 연락처를 바꾼 채 살아가고 있지만 서울신문 취재 결과 교육당국은 이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덕영 교사는 단원고 소속으로 2017년 3월 특별휴직을 신청한 뒤 현재 1년 연장했지만 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1년 특별휴직을 신청하는 것이 계약 기간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퇴직으로 분류된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사는 “법률 자문을 구한 뒤 학교장과의 협의하에 겨우 특별휴직이 됐고 제 사례로 다른 기간제 교사들도 비슷하게 특별휴직이 허가될 수 있었다”며 “법에 기간제 교사에 대한 별도 방침이 없기 때문에 휴직 기간 알아서 병원을 수소문해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박 의원은 “증가 추세인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이 세월호 참사를 겪은 기간제 교사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오늘의 눈] “자식 잃은 심경이 어떠냐”고 묻는 기자들/김헌주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자식 잃은 심경이 어떠냐”고 묻는 기자들/김헌주 사회부 기자

    고교 3학년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강릉 펜션 사고’가 발생한 지난 18일 오후 강원 강릉아산병원 응급실 내부에 마련된 보호자 대기실에는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서울에서 달려온 부모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이 상태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할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병원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로 향했다. 응급실 밖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도 덩달아 들어갔다. 유 부총리가 나간 뒤에도 기자들은 대기실에서 부모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 중 현직 기자인 한 보호자를 제외한 다른 부모들은 모두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래도 기자들이 대기실에 머물러 있자 누군가 외쳤다. “기자들은 나가 달라.”이후 보호자 대기실은 병원 중강당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강당 앞에서 취재진의 진입을 막았다. 그러나 부모들의 연락처를 알아낸 일부 언론사는 계속 전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피해 학생들이 다녔던 서울 대성고 재학생들에게 연락을 취한 언론사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이튿날인 19일 오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병원을 찾자 현장에 있던 대성고 교사가 “언론사 취재를 자제시켜 달라”고 말했을까. 비슷한 시각 경찰청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강릉아산병원 유족 등 요청사항’이란 글이 공유됐다. “엉뚱한 기사로 착하게 살아온 아이들을 난도질하는 일 없도록 해달라.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장례도 최대한 조용히 치를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무분별한 취재 요청과 접근으로 학생들이 더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도와 달라”는 대성고 교장의 요청도 있었다. 지난 20일 서울 대성중에 합동 분향소가 차려질 때도 학교 측은 구청에 “정문에서 50m까지 취재진 접근을 막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빈소에 아이 이름조차 내걸지 못했다. 피해 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취재 경쟁에만 매몰된 언론의 행태는 부모들을 위로한답시고 밤늦게까지 병원에 찾아와 민폐를 끼치는 정치인, 고위 공무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피해자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로 포장한 채 유가족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 이제 기자 윤리를 바로 세울 때이다.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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