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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이 머문 풍경] 신동엽과 금강

    [문학이 머문 풍경] 신동엽과 금강

    대중가요 얘기를 담았던 ‘서울탱고’에 이어 한국문학을 살찌운 시나 소설의 배경이 된 고장이나 작가의 고향을 찾아보는 ‘문학이 머문 풍경’을 새롭게 시작한다.그 고장이나 고향이 창작의 근본 힘이 된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문학의 배경이 된 이유나 작가와 관련된 추억,그곳이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지인이나 주민들의 얘기를 통해 되돌아 본다.번잡한 여행길에 잠시나마 문학의 향기에 취해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내 인생을 시로 장식해 봤으면/내 일생을 사랑으로 채워 봤으면/내 일생을 혁명으로 불질러 봤으면’ 한국 최고의 민족시인 신동엽(申東曄·1930∼69)은 1962년 ‘서둘고 싶지 않다’라는 글에서 “언젠가 부우연 호밀이 팰 무렵 나는 사범학교 교복 교모로 금강줄기 거슬러 올라가는 조그만 발동선 갑판 위에서…넓은 벌판과 먼 산들을 바라보며 ‘시’와 ‘사랑’과 ‘혁명’을 생각했다.”면서 이같이 소망한다.신 시인의 문학적인 저력은 금강이 유장하게 흐르는 고향인 ‘백제의 고도(古都)’ 충남 부여로부터 잉태된 듯하다.부인 인병선(69·짚풀생활사박물관장)씨는 “고향과 금강은 백제정신을 토대로 하는 민족의식을 키워줬다.”고 평했다. ●고향이 큰 시인으로 만들었다 전주사범 입학 전까지 신동엽 시인은 부여초등학교를 다니며 고향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줄곧 우등생으로 6학년 때는 부여초교 대표로 일본에 성지참배를 다녀오기도 한다.문학평론가들은 이 일이 있은 이후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고 얘기한다. 신 시인은 부여의 자연과 사람을 사랑했다고 전해진다.이종사촌 동생인 김동수(59·부여읍 구아리)씨는 “시비(詩碑)가 있는 금강변 야산에서 산책을 즐겼다.”고 말했다.당시 이 야산은 숲이 울창해 산토끼와 다람쥐가 뛰어놀고 원추리 등 꽃이 만발했다고 한다.특히 금강 본류의 한 구간인 백마강변을 거닐며 사색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또 신 시인이 야학을 했다는 알려지지 않은 얘기도 들려줬다.김씨는 “전주사범을 다닐 땐가,중퇴한 뒤인가 모르지만 문맹이 많았던 당시 동네 아가씨와 아저씨들을 자기 집 골방으로 불러 가르쳤다.”며 “내 누나도 거기서 형에게 공부를 배웠다.”고 말했다. ●‘불온인’에서 ‘거목 시인’으로 지난 70년 4월 18일 신 시인의 시비가 금강변에 건립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낙화암이 있는 부소산에 세우려 했으나 일부 유지들이 ‘어릴적 행적이 불투명하다.’는 등 이유로 반대했다.그가 한국전쟁 당시 인공치하에서 민청 선전부장으로 일했던 일을 트집 잡았던 것이다.부여문화원 김인권 사무국장은 “신 시인을 ‘빨갱이’라고 말하는 주민도 더러 있지만 선전부장하면서 나쁜 일을 안해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공때 ‘부여의 모스크바’로 불리던 초촌면 우익 총책임자가 신 시인 집에 숨어 있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로 사상에 경도된 시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산에 언덕에’라는 시가 새겨진 시비는 세월의 흔적이 더께더께 남아 남루했다. 부여읍 동남리 군청 인근 기와집 생가의 뜰에는 감나무와 은행나무,오동나무 등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는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방문 창호지는 곳곳이 찢어지고 별채는 지난 3월 폭설에 한쪽이 무너져내려 천막으로 덮어놓았다.대문 위에 ‘신동엽 생가’란 문패가 있고 방문 처마에는 신영복 교수의 글씨로 ‘우리의 만남을 헛되이 흘려버리고 싶지 않다.‘는 인씨의 글이 새겨진 액자가 걸려있다.대표작 ‘껍데기는 가라’가 쓰여진 나무판도 매달려 그의 생가임을 알려준다.생가는 지난해 3월 인씨가 부여군에 기증했다. ●문학관 건립추진 시인의 묘는 경기도 파주 월룡산 기슭에서 93년 10월 부여읍 염창리 부모 산소 밑으로 이장했다.김 국장은 “아버지(1990년 사망)보다 먼저 가 고향으로 오지 못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은 동학군이 일·관 연합군과 접전을 벌이다 패배한 공주 우금치(고개)를 휘돌아 금강 하구둑까지 장구한 역사를 담고 390㎞를 내달리고 있다.시인이 타고 ‘시’와 ‘사랑’과 ‘혁명’을 꿈꾸었다던 장항까지 오가던 발동선은 백마강을 도는 유람선으로 바뀌어 있다. 시인은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로 입선한 뒤 고향을 떠나 40세 간암으로 요절할 때까지 한해 앞서간 김수영과 함께 한국 현대시사에 기념비작으로 꼽히는 ‘껍데기는 가라’와 ‘4월은 갈아엎는 달’‘진달래 산천’ 등 작품을 쓰며 참여시의 새장을 연다. 지난해 5월 ‘시인 신동엽 추모백일장’을 개최한 부여문화원은 오는 9월 두번째 백일장을 마련한다.부여군도 폭설에 무너진 생가를 복원하는 한편 내년 말까지 생가 옆에 원고와 유품을 전시할 ‘신동엽문학관’을 건립키로 하고 유족과 협의중이다. 글 부여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아쉽지만 장하다 우리아들”

    “아쉽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남자유도 60㎏급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최민호 선수의 어머니 최정분(54·경북 김천시 모암동)씨는 “비록 동메달에 그쳤지만 한국선수단에 첫 메달이라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아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년에 250만원 하는 사글세 집에 사는 최 선수의 어머니는 학생 교복을 만들어 생계를 잇고 있고,같이 일을 돕던 아버지 최수원(52)씨는 5개월 전부터 경기도 안성,평택 등지에서 노동 일을 하고 있다. 최씨는 “부산 아시안게임때 시합을 앞두고 몸무게 7∼8㎏ 가량을 빼기 위해 거의 굶다시피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면서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몸무게를 줄이는 과정에서 다소 무리가 따라 결국 힘을 쓰지 못한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김천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여름방학 숙제 마무리 여기가 ‘딱’

    여름방학 숙제 마무리 여기가 ‘딱’

    8월 중순,한여름 더위 막바지.피서도 끝나가고 아이들의 개학도 이제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이제 서서히 개학 준비를 해야할 때다.방학과제물이 특히 걱정이다.학원이다 피서다 해서 방학을 보내다 보니 밀린 과제를 하기가 만만치 않다.더욱이 체험학습형 과제가 많은 초등·중학생들은 마음만 바쁘기 십상이다.그러나 서울과 경기 지역에는 한나절이나 하루만 시간을 내면 쉽게 둘러볼 수 있는 유익한 곳이 적지 않다.재미있게 방학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울·경기 지역의 흥미 만점 이색박물관을 소개한다. ●한국전통의 멋과 얼을 찾아서 경기도 용인에 있는 세중옛돌박물관(www.stsmuseum.com)에서는 전통 신앙과 불교와 연관된 1만여점의 석물을 감상할 수 있다.왕릉과 사대부집 묘 앞 문인석에서부터 왕릉을 보호하던 석수,망부석,동자석,효자석,돌솥,맷돌 등 선인들의 돌 유물까지 망라돼 있다. 용인의 등잔박물관(www.deungjan.or.kr)은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조상들이 썼던 등잔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다.나무·유기·철제·도자·토기 등잔과 청동·은입사 무쇠촛대 등 200여점이 전시돼 있다. 과천에 있는 마사박물관(www.kra.co.kr/Kra/html/kra_intro_new13.html)에는 흙으로 만든 말과 안장,띠고리,마패 등 말과 관련된 1300여점의 유물이 전시된 곳이다.주변에는 경마장과 국립현대미술관도 있어 주말 나들이에 권할 만 하다.여주에 있는 목아박물관은 불상과 불화 등 불교 관계 유물과 목공예 작품 6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민속생활사를 체험하고 싶다면 파주의 두루뫼박물관(www.durumea.org)을 추천할 만 하다.원삼국·삼국·고려·조선시대의 각종 민속 생활용품 1500점이 전시돼 있다.특히 토담과 사립문,터주가리,업양가리,서낭당,솟대,원두막 등 민속문화재를 복원,전시해놓은 것이 볼 만하다. 서울을 벗어나지 않겠다면 종로구 명륜동에 있는 짚풀생활사박물관(www.zipul.co.kr)을 찾아가보자.짚풀 관련 민속자료 3500여점을 비롯해 연장,조선시대 못,한옥문 등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다.매주 한두 차례 볏짚과 수수깡 등으로 망태기와 복조리 등 생활용구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쌍문동에 있는 옹기민속박물관(www.onggimuseum.org)은 우리나라 전통 옹기만을 모아놓은 곳이다.곡식과 장류,김치 등을 보관하던 옹기에서부터 요강과 거름통까지 볼 수 있다.1층 천장에 그려져 있는 800여종의 사찰·궁궐의 전통 단청문양도 볼거리다. ●하루에 끝내는 외국문화 체험 전 세계 지구촌 민속을 한자리에서 보고 싶다면 남산 서울타워에 있는 지구촌민속박물관(www.jiguchonmuseum.org)을 추천한다.각 대륙별로 마련된 전시관에 180여개국에서 수집한 민속유물이 전시돼 있다.세계의 인형만을 모아놓은 세계인형관과 역대 대통령과 유명 인사들이 쓰던 지팡이만을 보여주는 지팡이관,세계 민속 탈이 한자리에 모인 세계민속탈관 등도 볼 만하다. 일산에 있는 중남미문화원(www.latina.or.kr)은 중남미 지역에서 30여년 동안 외교관으로 재직했던 이복형 원장이 만든 박물관 겸 미술관이다.중남미 토기와 석기,가면,가톨릭 예술품에서 석상과 브론즈 등 중남미 문화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월∼토요일에는 예약을 하면 전통요리인 파에야를,주말에는 멕시코 전통음식인 타코를 즐길 수 있다.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티벳박물관(www.tibetmuseum.co.kr)도 볼거리가 쏠쏠하다.60여평으로 작은 규모지만 티베트인들의 불교미술과 일상 생활용품을 알차게 전시하고 있다. 종로구 화동에 있는 장신구박물관(www.wjmuseum.com)은 전 세계의 아기자기한 장신구 1000여점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호박 장신구를 비롯해 라틴 아메리카의 황금 장신구,유럽의 유리구슬 목걸이,중세와 근세 에티오피아에서 제작한 은십자가 등 각국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져 있는 유물들이 많다.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셀라뮤즈자기전시관은 주택가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근·현대 유럽도자기 전문 박물관이다.17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과 프랑스,독일,덴마크의 명품 자기와 유리 예술품 500여점에 아시아 도자기도 함께 전시돼 있다.세계의 자기를 한 자리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놀이·공부·숙제를 한곳에서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www.comicsmuseum.org)에서는 우리 만화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우리 만화사를 빛낸 작품이 연대기별,작가별,장르별로 전시돼 있는 자료관에서는 희귀만화와 만화의 제작과정을 배울 수 있다.전시관에서는 오는 11월30일까지 ‘길창덕 만화세계 50년 ’이 열리고 있다.체험관에는 만화의 한 장면에 들어가 볼 수 있는 ‘만화 장면 속으로’,만화를 그려보는 ‘체험교육실’,3D애니메이션 상영관 등이 마련돼 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로봇박물관(www.robotmuseum.co.kr)에서는 전 세계 로봇의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다.로봇의 태동 단계에서부터 지능형 로봇까지 로봇을 통한 문명발달사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로봇 콘텐츠 3500여점이 전시돼 있다.40여개국의 초기 로봇과 스페이스 실물 오브제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볼거리로 가득 차 있다. 서울 신천동에 있는 삼성어린이박물관(www.samsungkids.org)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체험식 박물관이다.부모와 함께 직접 만지고 조작해보고 실험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아이들의 탐구와 표현 능력을 길러주는 과학·미술·방송국·사회·문화 등 11개 전시 및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며,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심화 내용에 대해 특별교육 프로그램이 연령대별로 준비돼 있다.여름방학을 맞아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예매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테마별로 골라보는 재미 특정 주제만을 다루고 있는 이색 박물관도 흥미롭다.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건너편에 있는 부엉이박물관(www.owlmuseum.co.kr)은 부엉이를 주제로 한 미술품과 공예품,생활용품 200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24평으로 규모는 작지만 부엉이를 주제로 한 접시·화병·지폐·동전·토기·봉제·유리 등 풍부한 볼거리가 자랑이다.차와 음료를 무료 제공하며,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태평양박물관은 화장품과 차에 대한 유물이 전시된 곳이다.선사시대에서부터 근대까지 왕족과 사대부,평민들이 쓰던 화장용기를 살펴볼 수 있다.분합과 연지합,유병 등 화장용품 용기에서부터 대야,거울,손톱다듬기,빗,귀고리,귀이개,반짇고리,실패 등 침구류와 장신구,다구류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자수박물관은 우리나라 전통의 색과 문양의 자수와 보자기,의상 등 3000여점의 자수제품을 모아놓은 곳이다. 20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실과 바늘,옛 의복까지 한 눈에 둘러볼 수 있어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한국은행 본점에 있는 한국화폐금융박물관(museum.bok.or.kr)은 우리나라 화폐의 모든 것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한국은행의 설립 배경과 목적,한국은행의 업무에서 화폐가 만들어지고 순환하는 과정,위·변조 화폐 식별법,미래의 화폐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화폐와 역사정보와 관련된 자료도 전시돼 있다.오는 10월31일까지 ‘시대와 화폐전’도 열리고 있다.국가보호시설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려면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기슭에 있는 분재박물관(www.bonsaitv.com)에서는 분재를 보고,직접 가꾸는 법을 배울 수 있다.2300여평에 80종,1200여개의 분재가 전시돼 있다.분재의 역사를 민화와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자료실과 분재에 대한 강의와 실습이 이뤄지는 분재생활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용인에 있는 삼성교통박물관(www.stm.or.kr)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전문 박물관이다.자동차 모형과 부품,액세서리 등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을 비롯해 경주용차,스포츠카,컨셉트카 등을 감상할 수 있다.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태엽 자동차와 초기 교통수단인 마차와 자전거 등 세계의 교통·운반수단도 전시돼 있다.용인 에버랜드와 호암미술관도 가까워 주말 나들이에는 제격이다. 식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용인에 있는 국내 최대의 사립식물원인 한택식물원(hantaek.co.kr)을 권한다.20만여평에 수생·희귀·약용·덩굴·음지식물관과 잔디화원,구근원,나리원,호주·남아프리카 온실이 갖춰져 있으며,자생식물 2500여종,외래식물 4500여종을 살펴볼 수 있다. 여주에 있는 한얼테마박물관(www.han-ul.or.kr)은 주제별로 다양한 유물을 모아놓은 곳이다.편지와 교지 등 고문서가 전시된 고문서유물관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과학기기를 비교할 수 있는 과학유물관,심청전 활자본과 춘향전 등 국보급 사료를 모아놓은 전적 유물관 등이 볼만하다. 김포에 있는 덕포진교육박물관은 엄마·아빠 세대의 학교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60∼80년대 학교에서 쓰던 비품과 교과서,교재는 물론 사각 양은 도시락,갈탄 난로,풍금 등 지금은 사라진 옛 교실의 풍경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일제강점기의 교과서와 교복,통지표,책가방,칠판 대용으로 쓰던 석판 등도 전시돼 있다.인두와 다리미,새끼 꼬는 기계인 메기틀 등 전통 농기계와 옛 생활용구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에듀 in] 김충선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상임위원장 인터뷰

    [에듀 in] 김충선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상임위원장 인터뷰

    “제 경험을 최대한 살려 공교육을 내실화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근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충선(57) 의원은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 교육을 총괄 기획·집행한다면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상임위원장은 예산을 심의·의결하고 정책 집행을 감시하며,교육 관련 법률개정안 의결기능까지 총괄하는 막강한 직책이다.교사로서 18년,정치인으로 12년.그는 “이제서야 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했다.서울시 6대 의회 하반기 2년 동안 서울의 교육행정을 감사하게 될 그에게 서울의 교육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교육문화위원장에 선출된 것을 축하드린다.교직 경험을 갖춘 첫 위원장인데. -초선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일은 드문데 다른 의원들이 내 전문성을 인정해준 것 같다.원래 도시관리위원회 소속이었지만 이번에 내 자리를 찾은 것 같아 기쁘다. 교직 생활은 얼마나 했나. -1970년부터 18년간 교단에 몸담았다.배성여상(현 서일정보산업고)과 서울국악예고에서 영어교사로 주로 고3생을 맡아 가르쳤다.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어 82년부터 4년 동안 사재를 끌어모아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천막 야학을 운영하기도 했다. 교직 경험이 풍부한 만큼 서울시 교육에 대한 느낌도 남다를 것 같다. -‘밥그릇 챙기기’가 많은 것 같다.전체적인 교육 평등을 위해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되는데도 서울시 교육위원회측과 서울시의회간에 갈등이 있는 것 같다.예산 문제가 특히 그렇다.교육위원이나 시 의원 모두 선출직이다 보니 나름대로 지위향상이나 민원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려고 하는 등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있는 것 같다. 교사 출신으로서 현 서울시 교육행정에 문제점이 있다면. -사학 비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학생을 대상으로 한 불필요한 잡부금을 걷거나 학부모를 도구화하는 현상 등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각종 비리나 급식,교사채용 등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부분도 개선해 나갈 생각이다.이를 위해 관련 감사활동도 강화하겠다. 일선 학교에서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면. -교육자치의 실시 단위를 현재의 기초 단위에서 광역 단위로 옮기는 방안을 관철시킬 생각이다.지방 교육행정 사무에 비능률을 초래하고 있는 제도도 개선하겠다.강·남북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공교육을 내실화하려는 의지도 갖고 있다. 일선 장학사들은 시의회와 교육위원회 업무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는데. -인정한다.하지만 단점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원칙이다.마찰음이 생길 수 있지만 민주주의는 원칙적으로 파열음이 나야 성숙한다.현실적인 제도개선을 위해 연구해 보겠다. 일각에서 교육자치를 행정자치에 편입시키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현행 이원화된 제도로는 지방의회와 교육위원회의 갈등 등 문제점이 많다고 본다.각국의 입법 예를 보면 여러 제도가 있고 일장일단이 있지만 유럽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일반 행정과 교육을 통합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장 후보자가 출마할 때 교육 담당 부시장 후보와 러닝 메이트(running mate)로 나오는 방안은. -교육 담당 부시장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시장의 권한이 너무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교육과 행정자치가 분리돼 있다 보니 학교 환경의 큰 골치거리인 유해업소도 제대로 단속이 안되고 있는데. -서울시는 단속권이 없다.경찰이 해야 하는데 지난해 단속결과를 봤더니 미성년자 3명 적발한 것이 전부였다.현재 관련 법률이 대통령령으로 돼 있는데 앞으로 시장과 경찰청장,교육감이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용산의 옛 수도여고 부지 활용을 둘러싸고 교육청은 영어마을(잉글리시 타운)을,시에서는 외국계 고교를 추진하다가 갈등을 빚었다.현재 외국계 고교가 필요한가. -바람직한지 여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지만 현실이 중요한 만큼 시범실시 사례를 지켜본 뒤 하자는 것이다.현재 서울시가 풍납동에 영어마을을 세우고 있어 지난해 교육청이 낸 예산을 삭감한 것 같다.내실이 없다고 본 것이다.하지만 풍납동 타운의 운영 사례를 지켜본 뒤 성공하면 교육청에 예산을 지원해줄 용의가 있다. 요즘 외국계 고교에 대해 말이 많다.특히 귀족학교를 만든다는 논란도 일고 있는데. -현재 서울시에서 뉴타운을 세우는데 특수목적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렇게 되면 굳이 외국계고나 영어마을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본다.그러나 국제화를 위해서라도 시범적으로 실시해본 뒤 효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 도와줄 생각이다. 뉴타운 계획상으로는 학교부지가 부족한데. -현재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된 은평·길음·왕십리 등 3개 지역에 학교부지가 마련돼 있다.은평 지역은 기존 초등·고교 각 1개교 외에 초등학교 4개교,중학교 2개교,고교 2개교를 확정했다.길음 지역은 기존 초등학교 2개와 신설 초등학교 1개 외에 중·고 동일부지로 1만5000㎡가 확정됐다.왕십리도 중·고 동일부지로 1만1000㎡를 확보했지만 다소 부족하다고 보고 최소 1만3000㎡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뉴타운 계획의 성패는 결국 교육문제다.학교 부지 문제는 그만큼 중요하다.자립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를 세울 수 있는 학교부지는 어떻게 되나. -뉴타운만 만들어놓고 학교 부지가 없다면 말이 안된다.그걸 무시하면 뉴타운의 의미가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이는 학교부지를 확보한 뒤 도시계획을 허가해야 하는 긴급 사안이다.올해 말 2차로 12개 사업지구를 선정,개발기본계획을 확정할 때에는 수립과정부터 교육청,구청과 협의해 반드시 학교부지를 확보하겠다. 강남·북 교육 격차 해소방안은. -방금 말한대로 뉴타운에 반드시 학교를 많이 세워야 한다.교육여건 때문에 ‘이사가는 강남’이 아니라 ‘돌아오는 강북’으로 만들어야 한다.이를 위해 강북의 교육환경을 좋게 만들어야 하고 교육문화위원장인 내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각 구청에 예산을 지원할 때 구청별 예산지원을 통해 강남·북 격차를 해소할 수 있지 않나. -현재 교육청에 지원하는 예산을 각 구청별로 지원하는 것은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배치된다.그래서 교육예산 외에 나머지 예산을 따로 지원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학교시설을 지역민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복합화와 학교공원화사업이 대표적이다.하지만 이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그래서 ‘시·군 및 자치구의 교육경비보조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자치구에 예산을 지원한다.그러나 이는 자치구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따라서 현행 제도로는 교육청에 직접적인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정자립도에 따라 자치구별로 심사를 거쳐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바꾸기 위해 시의회에서 입법청원을 준비 중이다.강남·북간 교사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학교급식은 어떻게 해야 하나.급식 문제의 쟁점은 직영 전환에 따른 시설비 지원에 서울시가 인색하다는데 있다.학교자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급식시설 관련 예산지원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지휘감독권이 없는 상황에서 시설투자를 왜 하느냐.’며 반대하기 보다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원해야 하지 않나. -정부에서도 현재 초등학교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직영급식을 중·고교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현재 급식과 관련해 서울시에 청원이 들어와 있다.20만명이 서명했는데 대조 작업 중이다.내용을 보면 유기농 재료를 쓰고 자치단체의 예산지원도 수월해진다.서울시가 청원을 받아들여 조례안을 제출하면 곧바로 가결할 생각이다.이는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다. 현재 학원들의 교습 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고 있는 서울시 조례를 개정할 계획은 있나. -사교육비 때문에 그런 것인데 정부에서는 사교육 대책의 성과가 있다고 보고 이러한 규제를 푸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하지만 공부하겠다고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 않나.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이를 보면서 풀어나가겠다. 현재 강북의 학부모들은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것을 좋아한다.반대로 강남 등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에서는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일찍 돌려보내는 것을 좋아한다.이러한 상황에서 획일적인 규제가 과연 옳은가. -평준화 체제라 하더라도 다양한 선택은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때문에 제도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교사 시절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해봤지만 과연 생산적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심도 있게 검토해보겠다.서울시 의회 차원에서도 획기적인 방안을 만들어 공정택 신임 교육감과 논의하겠다. 대담 정인학 교육대기자·정리 김재천기자 chung@seoul.co.kr ■ 김충선 상임위원장 프로필 ▲47년생(57세) ▲고려대 서양어문학부·미 피클링대 정치학과 졸업 ▲배성여상·서울국악예고 영어교사 ▲한국자유총연맹 전문위원 겸 교수 ▲월요신문·시사신문 논설주간 ▲신한국당 중앙정치연수원 교수 ▲제13∼16대 대선 유세본부 유세위원 ▲한나라당 동대문을 지구당 부위원장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
  • 새달5일 개봉 ‘분신사바’ 극장판 ‘전설의 고향’

    ‘가위’‘폰’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국내에 공포영화 붐을 일으켰던 안병기 감독의 세번째 작품 ‘분신사바’(제작 토일렛 픽쳐스·새달 5일 개봉).하지만 이번 영화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왔던 감독의 전작에 한참 못 미친다.“정통 공포영화의 작법에 충실하고 싶었다.”는 의도는 좋아보이지만,지나치게 고전적인 분위기가 요즘 관객의 감성과 어긋나 있다. 공포를 통해 인간의 위선을 슬쩍슬쩍 들춰내는 감독의 주특기는 여전하다. 초반부의 무대는 미술교사 은주(김규리)가 새로 부임한 한 시골 여고.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유진(이세은)은 분신사바 주문으로 저주를 내리고,그를 괴롭혔던 친구들이 차례로 머리에 불을 지르며 죽는다.살인을 불러왔다는 이유로 유진을 더더욱 고립시키는 학생들.흰 교복에 경직된 표정으로 교실에 앉아 있는 그들을 비추는 카메라에 묻어난 섬짓한 공포는,획일화된 교육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바로 샛길로 빠진다.유진에게 씌워진 귀신은 30년전 ‘왕따’를 당하다 죽은 인숙(이유리).당시 함께 죽은 인숙의 엄마 귀신까지 등장하면서,영화는 ‘한 마을에 맺힌 두 모녀의 원한과 복수’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 학교 대신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영화는 현실과 연결된 끈을 놓아버린다.두 모녀를 몰아내는 30년전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KKK단이나 중세의 마녀사냥과 닮아 생뚱맞고,한을 품은 여인들의 복수는 ‘전설의 고향’의 다른 버전을 보는 느낌이다. 불이 나는 장면 등 스펙터클한 화면을 살리느라 비밀을 캐가는 과정을 밀도있게 편집하지 못한 것도 문제.갑자기 사라진 유진,뭔가 비밀을 밝힐 것 같던 최면술사의 죽음 등 명쾌하지 못한 장면이 너무 많다. 긴 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리고 눈을 치켜뜬 ‘한국형’귀신의 모습도 처음엔 무섭지만,너무 자주 등장해 후반부에 가서는 ‘또,나왔어?’라는 식상함과 함께 공포감을 반감시킨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청학동서 겨루는 ‘도전! 골든벨’

    청소년 서바이벌 퀴즈 프로그램 KBS1TV ‘도전!골든벨’이 닫힌 학교 공간을 벗어나 지리산 청학동 서당으로 옮겨간다. ‘청학동 골든벨’은 여름방학을 맞아 마련한 특집.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명의 학생들이 31일부터 2박3일간 지리산 청학동 청소년수련원 ‘몽양당 예절학교’(훈장 김봉곤)에서 함께 숙식을 하며 예절교육·한자 등 우리 전통문화를 배우고 문제도 푸는 여름캠프 형식으로 진행된다.참가 학생들은 기존의 학교별로 신청을 받던 방식이 아닌,개인 자격으로 신청을 받아 지역 예심을 거쳐 선발됐다. 특집의 컨셉트는 ‘전통 되살리기’.학생들은 옛날 선비가 과거시험을 치르듯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서당 앞 마당에서 그동안 골든벨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졌던 화이트보드와 펜이 아닌 화선지에 직접 먹을 갈아 붓으로 정답을 쓰게 된다.그동안의 교과서나 상식위주에서 벗어나 우리 음악·전통·한자 문제를 편성해 다양한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를 되짚는 기회를 갖는다.문제 출제는 김봉곤 훈장이 직접 한다.참가학생들의 복장도 교복이 아닌 전통문양이 새겨진 상의를 입는다.최종적으로 살아남은 학생이 4명으로 좁혀지면 모두 전통 한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문제를 푼다.패자부활전도 ‘OX’퀴즈가 아닌,팀을 나눠 펼치는 전통 ‘놋다리 밟기’대결로 바뀐다.고영산 프로듀서는 “학생들에게 꾸밈없는 젊음과 도전정신은 물론,잊혀져 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면서 자연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방송은 새달 15일 오후 7시1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송승헌, 그는 멋있었다

    “촬영 내내 무척 부담스러웠어요.원작의 인기가 워낙 높았던 바람에.‘배우들이 소설의 재미를 망쳤네.’ 그런 소리를 들으면 곤란하잖아요?” ‘꽃미남’ 송승헌(28)이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찍었다.23일 개봉하는 ‘그 놈은 멋있었다’(제작 BM)에서 고교생이 됐다.그런데 평범하지가 않다.이웃 학교들에까지 뜨르르 소문난 ‘얼짱’에다 ‘싸움짱’이다. ‘그 놈은‘은 귀여니의 동명의 인기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터넷 소설이 10대 관객을 정조준하고 만들어지는 사례는 최근 드물지 않다.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내일모레면 서른”인 톱스타가 교복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음모적’이다. 극중 역할은,남부럽지 않은 얼굴과 주먹을 가졌으되 불우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은 지은성 역.입술이 닿았다는 핑계로 이웃의 평범한 여고생(정다빈)에게 다짜고짜 사귀자고 강요하는 무데뽀 캐릭터다. “장르상 청춘로맨스인 건 사실이에요.그렇지만 10대 전용 영화라는 편견을 깨보고 싶었습니다.어른스럽게 만들면 달라보일 거라 생각했어요.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감독님과 그렇게 합의를 봤죠.”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웠을 수밖에.‘이미지 변신을 노려 무리하게 뽑아든 카드’란 눈총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겉으로만 강해보일 뿐 내면의 상처가 깊은 은성의 이중적 캐릭터에 도전정신이 생기더라.”며 웃는다.지금껏 TV와 영화에서 보여온 유연함 일변도의 이미지를 전복해볼 흔치 않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몸짱 꽃미남’의 볼살이 쏙 내렸다.원작에 최대한 가까운,만화 같은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살을 6㎏이나 뺐다.“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다시마 가루를 촬영장에 싸들고 다니며 틈틈이 먹고,저녁을 굶고 뛰었다.”며 다이어트 비법을 귀띔한다.연기를 위해 몸 만들기를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액션신도 녹록잖았다.“촬영전 며칠씩 체육관에서 액션기술을 연습하기도 했다.”면서도 “난이도 높은 1,2컷은 어쩔 수 없이 대역을 썼다.”고 자수(?)한다. 1995년 CF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어느새 10년 가까이 ‘연예밥’을 먹은 셈이다.유난히 짙은 눈썹으로 TV시트콤에서 잠깐 ‘숯검댕이’란 별칭으로 불린 적을 빼면 항상 진지한 모습이었다.TV드라마 ‘가을동화’‘여름향기’ 등 대표작들이 하나 같이 멜로물에다 상처를 가진 캐릭터였다. 고여 있는 물이 돼선 안 된다는 ‘건강한 강박’이 자꾸만 그를 부추긴다.2002년 개봉한 코믹액션 ‘일단 뛰어’에서 날라리 고교생이 돼본 것도 그래서였다.산이라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릴 만큼 고생고생하며 산악멜로 ‘빙우’(2003년)를 찍었던 것도 스스로에 대한 담금질이었다. 훈장 같던 수식어 ‘꽃미남’이 언제부터인가 마냥 반갑지가 않다.“스타가 아니라 배우이고 싶은데,오히려 짐이 되기 때문”이다.그의 콤플렉스는 이렇게 엉뚱하다. 전에 없이 부쩍,연기폭이 넓은 선배들을 훔쳐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올드보이’에서 최민식 선배의 연기는 차라리 충격이었다.”며 뜸을 들여 말한다.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는,순도 100%의 배우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얘기를 빙빙 에둘러 하고 있는 거다.당분간은 영화를 좀 더 찍어 배우로서의 냉정한 평점을 받아보고 싶다.송승헌을 애타게 찾는,운명적인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승헌 셀프카메라 ▲키,몸무게=180㎝,65㎏ ▲발사이즈=275 ▲종교=기독교 ▲출신학교=영훈초-서울사대부중-영훈고-경기대 영상다중매체학과 ▲취미=DVD 모으기,이종격투기 ▲버릇=입술을 자주 움직이는 버릇 ▲잠버릇=한쪽 팔을 올리고 잔다나? ▲주량=소주 반병,맥주 3병 ▲어릴 적 꿈=호텔 지배인 ▲스트레스 해소법=친구들과 게임하기,운동 ▲연예인 친구=소지섭,권상우,이병헌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TV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 ▲가장 해보고 싶은 영화=‘트레이닝 데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덴젤 워싱턴
  • 송승헌, 그는 멋있었다

    송승헌, 그는 멋있었다

    “촬영 내내 무척 부담스러웠어요.원작의 인기가 워낙 높았던 바람에.‘배우들이 소설의 재미를 망쳤네.’ 그런 소리를 들으면 곤란하잖아요?” ‘꽃미남’ 송승헌(28)이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찍었다.23일 개봉하는 ‘그 놈은 멋있었다’(제작 BM)에서 고교생이 됐다.그런데 평범하지가 않다.이웃 학교들에까지 뜨르르 소문난 ‘얼짱’에다 ‘싸움짱’이다. ‘그 놈은‘은 귀여니의 동명의 인기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터넷 소설이 10대 관객을 정조준하고 만들어지는 사례는 최근 드물지 않다.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내일모레면 서른”인 톱스타가 교복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음모적’이다.극중 역할은,남부럽지 않은 얼굴과 주먹을 가졌으되 불우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은 지은성 역.입술이 닿았다는 핑계로 이웃의 평범한 여고생(정다빈)에게 다짜고짜 사귀자고 강요하는 무데뽀 캐릭터다. “장르상 청춘로맨스인 건 사실이에요.그렇지만 10대 전용 영화라는 편견을 깨보고 싶었습니다.어른스럽게 만들면 달라보일 거라 생각했어요.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감독님과 그렇게 합의를 봤죠.”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웠을 수밖에.‘이미지 변신을 노려 무리하게 뽑아든 카드’란 눈총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겉으로만 강해보일 뿐 내면의 상처가 깊은 은성의 이중적 캐릭터에 도전정신이 생기더라.”며 웃는다.지금껏 TV와 영화에서 보여온 유연함 일변도의 이미지를 전복해볼 흔치 않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몸짱 꽃미남’의 볼살이 쏙 내렸다.원작에 최대한 가까운,만화 같은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살을 6㎏이나 뺐다.“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다시마 가루를 촬영장에 싸들고 다니며 틈틈이 먹고,저녁을 굶고 뛰었다.”며 다이어트 비법을 귀띔한다.연기를 위해 몸 만들기를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액션신도 녹록잖았다.“촬영전 며칠씩 체육관에서 액션기술을 연습하기도 했다.”면서도 “난이도 높은 1,2컷은 어쩔 수 없이 대역을 썼다.”고 자수(?)한다. 1995년 CF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어느새 10년 가까이 ‘연예밥’을 먹은 셈이다.유난히 짙은 눈썹으로 TV시트콤에서 잠깐 ‘숯검댕이’란 별칭으로 불린 적을 빼면 항상 진지한 모습이었다.TV드라마 ‘가을동화’‘여름향기’ 등 대표작들이 하나 같이 멜로물에다 상처를 가진 캐릭터였다. 고여 있는 물이 돼선 안 된다는 ‘건강한 강박’이 자꾸만 그를 부추긴다.2002년 개봉한 코믹액션 ‘일단 뛰어’에서 날라리 고교생이 돼본 것도 그래서였다.산이라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릴 만큼 고생고생하며 산악멜로 ‘빙우’(2003년)를 찍었던 것도 스스로에 대한 담금질이었다. 훈장 같던 수식어 ‘꽃미남’이 언제부터인가 마냥 반갑지가 않다.“스타가 아니라 배우이고 싶은데,오히려 짐이 되기 때문”이다.그의 콤플렉스는 이렇게 엉뚱하다. 전에 없이 부쩍,연기폭이 넓은 선배들을 훔쳐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올드보이’에서 최민식 선배의 연기는 차라리 충격이었다.”며 뜸을 들여 말한다.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는,순도 100%의 배우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얘기를 빙빙 에둘러 하고 있는 거다.당분간은 영화를 좀 더 찍어 배우로서의 냉정한 평점을 받아보고 싶다.송승헌을 애타게 찾는,운명적인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승헌 셀프카메라 ▲키,몸무게=180㎝,65㎏ ▲발사이즈=275 ▲종교=기독교 ▲출신학교=영훈초-서울사대부중-영훈고-경기대 영상다중매체학과 ▲취미=DVD 모으기,이종격투기 ▲버릇=입술을 자주 움직이는 버릇 ▲잠버릇=한쪽 팔을 올리고 잔다나? ▲주량=소주 반병,맥주 3병 ▲어릴 적 꿈=호텔 지배인 ▲스트레스 해소법=친구들과 게임하기,운동 ▲연예인 친구=소지섭,권상우,이병헌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TV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 ▲가장 해보고 싶은 영화=‘트레이닝 데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덴젤 워싱턴
  • 효자동·말죽거리… 영화판에 ‘땅’ 바람

    최근 영화판도 앞다퉈 작품 제목에 도시 이름이나 동네 이름 등을 끼워 넣는 추세다.제목속의 지명 하나만으로 그 영화의 분위기나 소재,심지어 주제까지도 관객의 뇌리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 최근 개봉한 ‘달마야,서울가자’를 보자.이 영화는 ‘달마야 놀자’의 속편 격.하지만 속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Ⅱ’라는 문구를 쓰지 않았다. 대신 영화속 촌스럽고 코믹한 스님들의 이미지를 풍기는 ‘달마’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의 ‘서울’이라는 지명을 삽입했다.어리버리한 스님들이 대도시 서울로 올라와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는 느낌이 한눈에 팍 들어오지 않는지. ‘효자동 이발사’도 마찬가지.‘효자동’이란 지명은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의 인근 동네다.또 이곳은 전통 가옥이 밀집한 곳으로 어릴적 또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장소다.자연스레 관객들은 이 제목을 보고 영화가 과거 정권하에서 한 ‘이발사’가 대통령의 머리를 깎게되면서 벌이는 황당하고 때로는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고교 잔혹사’또는 ‘학교 잔혹사’였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학원액션로망’을 포방한 이 영화는 ‘말죽거리’라는 옛 지명 하나로 당시 개발붐이 일던 70년대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또래들간에 ‘싸움’을 벌이던 70년대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금세 형상화시킨다.이밖에 ‘목포는 항구다’‘강원도의 힘’‘구로 아리랑’등도 제목에 지명을 집어 넣어 영화의 소구력을 높인 케이스들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효자동·말죽거리… 영화판에 ‘땅’ 바람

    효자동·말죽거리… 영화판에 ‘땅’ 바람

    최근 영화판도 앞다퉈 작품 제목에 도시 이름이나 동네 이름 등을 끼워 넣는 추세다.제목속의 지명 하나만으로 그 영화의 분위기나 소재,심지어 주제까지도 관객의 뇌리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 최근 개봉한 ‘달마야,서울가자’를 보자.이 영화는 ‘달마야 놀자’의 속편 격.하지만 속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Ⅱ’라는 문구를 쓰지 않았다. 대신 영화속 촌스럽고 코믹한 스님들의 이미지를 풍기는 ‘달마’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의 ‘서울’이라는 지명을 삽입했다.어리버리한 스님들이 대도시 서울로 올라와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는 느낌이 한눈에 팍 들어오지 않는지. ‘효자동 이발사’도 마찬가지.‘효자동’이란 지명은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의 인근 동네다.또 이곳은 전통 가옥이 밀집한 곳으로 어릴적 또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장소다.자연스레 관객들은 이 제목을 보고 영화가 과거 정권하에서 한 ‘이발사’가 대통령의 머리를 깎게되면서 벌이는 황당하고 때로는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고교 잔혹사’또는 ‘학교 잔혹사’였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학원액션로망’을 포방한 이 영화는 ‘말죽거리’라는 옛 지명 하나로 당시 개발붐이 일던 70년대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또래들간에 ‘싸움’을 벌이던 70년대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금세 형상화시킨다.이밖에 ‘목포는 항구다’‘강원도의 힘’‘구로 아리랑’등도 제목에 지명을 집어 넣어 영화의 소구력을 높인 케이스들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일한불교協 가키누마 스님 방한

    “일본과 일본인들은 과거 한국에 저지른 역사적 죄상을 참회해야 하며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해서도 그 허물을 덮을 것이 아니라 과거사를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의 한국 반환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일한불교복지협회장 가키누마 센신(枾沼洗心·74)스님은 방한중인 13일 기자와 만나 “한·일 과거사의 깨끗한 청산을 위해서도 북관대첩비는 반드시 한국에 되돌려져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당시 정문부 장군이 의병들을 규합해 최초로 왜군을 물리친 전공을 기념해 숙종33년(1707년) 함경북도 길주군 임명(현 김책시 임명동)에 세워진 전승 기념비. 러·일전쟁중인 1905년 일본군 미요시 중장이 일본으로 강탈해가 현재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보존되어 있다. “일본이 북관대첩비를 소유해서 득이 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야스쿠니 신사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일본내 한국 문화재 반환의 선례와 남북관계의 문제점을 들어 반환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가키누마 스님은 지난 1990년 한·일 정상회담 이후 승려의 입장에서 일본이 저지른 과거사 참회와 실행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 그동안 황세손 이구씨의 영구귀국을 주선한 것을 비롯해 관동대지진 피해자 위령탑과 태평양전쟁 징용자 위령탑 건립,안중근 의사 유품 한국 반환 등을 성사시켰으며 현재 한국의 한·일불교복지협회와 함께 북관대첩비 반환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17) 패션·아트 접목 원조 천호균 쌈지사장

    헝클어진 노랑 머리에 청홍의 꽃무늬가 새겨진 알록달록 캐주얼 남방.얼굴에는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신문에 나올 사진 때문에 오늘은 얌전하게 입은 겁니다.”기자의 호기심을 읽었는지 쌈지 천호균(千浩均·55) 사장은 묻지도 않은 대답을 첫머리에 던졌다.2시간 남짓의 인터뷰 동안 그의 웃음소리는 미래공간처럼 꾸며진 사장실을 쉬지 않고 울려댔다.‘패션’과 ‘아트’를 접목시킨 원조로 통하는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아트’는 우리말로 예술이나 미술쯤으로 번역될 수 있겠지만 그가 생각하는 건 더 큰 개념인 것 같아 그대로 살렸다.) -1978년 시작한 대기업에서의 첫 직장생활.남들은 보수 괜찮고 안정적이라며 부러워했지만 입사 때부터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대외차관과 기술제휴 담당이란 업무는 도통 처음부터 나와 어울릴 수 없는 일들이었다.나는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을 맞으며 발로 일하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일들은 나를 계속 책상머리에 붙들어 앉혔다.게다가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했지만 내가 제출한 기획안이 회사에서 통과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입사 4년만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회사를 나왔다. -경기중학교 시절 나는 전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던 악동이었다.수업시간에 낄낄대기,똥침 놓기,뒤에서 갑자기 의자빼기에 마치 의무감 같은 것마저 느끼던 때.당연히 공부는 뒷전이었다.결국 집안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고 경기고등학교에 떨어졌다.하지만 자존심은 누구 못지 않았다.다른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그 학교 교복 입기가 너무나 창피해 하굣길에 사복으로 갈아입고 다니다가 결국 재수를 선택했다.이듬해 경기고 배지를 달았지만 습관을 못버리고 다시 다른 일에 빠졌다.이번에는 주먹질이었다.교내에서 내 주먹은 최고였다.그때 말로 교내를 ‘평정’했다.오죽하면 고2 때 권투코치가 “공부도 별로니까 권투선수나 하라.”고 했을까. -성균관대 영문과에 입학한 뒤에도 공부보다는 사업에 관심을 더 쏟았다.기원(棋院)을 차렸는데 복덕방처럼 바둑만 두는 곳이 아니라 바둑을 주제로 한 카페처럼 꾸몄다.그러나 장사가 잘되자 앞의 가게에서 무허가 기원이라고 고발을 해버려 문을 닫고 말았다.대학 앞에서 카페를 할 때도 그랬다.지금의 홍대 앞 카페처럼 클럽식으로 꾸몄다.누추하고 허름한 분위기로 70년대의 획일적인 화려함과 차별화를 꾀했다. -81년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가죽수입업을 하던 친구가 사업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실패원인는 너무나 단순했다.가죽을 수입하기 전에 국내 수요자들의 의견을 물었어야 했는데 친구는 막무가내로 수입부터 해놓고서 국내 수요자들을 쫓아다니고 있었다.친구회사를 인수해 3년 만에 돈을 엄청 벌었다.그러나 수익성을 발견한 큰 회사들이 앞다퉈 이쪽에 뛰어들면서 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대기업의 자금력은 도저히 당해낼 수는 없다.이 사업은 이걸로 접고 가죽 가공제품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당시 핸드백은 패션제품이 아니라 가방과 같은 실용품이었다.모양도 똑같이 직사각형으로 표준화돼 있었다.“여성들의 몸과 옷에 맞는 핸드백을 만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데코’라는 상표를 붙여 시장에 선보였다.‘핸드백을 입자.’는 게 컨셉트였다.남들은 영문과 나와서 어떻게 디자인을 하느냐고 했지만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샘솟았다.특히 우리 핸드백은 백화점 등 대중매장에서는 외면받고 루비나 등 당시 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이 더 좋아했다.어느 날 백화점 행사에 20개 패션업체가 참여하기로 했는데 한 곳이 펑크를 내 우리 회사가 대신 들어가는 행운을 잡았다.그날 우리회사가 판 것이 다른 19개 업체가 판 것보다 더 많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과 다른 생각,다른 행동을 많이 했다.남들의 생각을 대신 해보는 게 취미였다.그래서 얻은 별명이 ‘탐정’이었다.9형제 중 8번째로 태어나 눈치코치 보는 게 생존도구가 된 때문이었을까.강원도에서 상경한 아버지는 동대문에서 신발 도매상을 했다.자녀 9명의 양육은 아버지에게 큰 짐이었다.아침 5시에 광화문 집에서 동대문 가게까지 걸어서 출근했다.차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술·담배를 전혀 안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나는 가게에서 장사하는 걸 좋아했다.특히 문 열고 들어오는 손님을 보면서 그 사람이 무엇을 살 것인가 알아 맞히는 게 취미였고,상당한 적중률을 보였다.지금으로 말하면 소비자 심리예측인데,일찌감치 훈련을 했던 셈이다. -데코 핸드백은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것도 5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핸드백만이 아닌 구두,모자,선글라스 등 다양한 패션상품으로의 다각화가 필요했다.그래서 92년 탄생한 게 토털 액세서리 브랜드 ‘쌈지’였다.쌈지(작은 주머니)를 통해 ‘작다’와 ‘싸다’에서 나오는 다양한 문화적인 느낌들을 담고 싶었다.처음에는 일본 브랜드라는 오해도 많았다.쌈지는 놈,아이삭,진리,딸기 등 우리회사의 순한글 브랜드의 출발점이 됐다. -쌈지의 브랜드 전략은 ‘아트’로 설정했다.아트와의 동맹이 절실했다.그때까지 아트하는 사람들과 전혀 일면식이 없던 나는 그들과 본격적으로 친구되기에 들어갔다.매장에서 판화작품과 음악CD를 함께 팔았다.큰 돈을 들여 서울 강남의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국내 첫 ‘아트쇼’를 열기도 했다.무용,그림,보디페인팅,설치미술 등이 종합연극처럼 펼쳐지는 공연으로 일반 패션쇼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또 ‘쌈지 스페이스’라는 작업실을 만들어 아트하는 사람들에게 1년에 10명씩 공간을 빌려 줬다.불과 5년 만에 50명이 우리의 인맥에 들어왔다.그들에게 한달에 한번씩 우리 회사에서 디자이너와 직원들을 상대로 그들의 ‘크리에이티비티’(창의성)를 강의하도록 했다. 여기에서 나온 에너지는 곧바로 쌈지 등 제품디자인에 반영됐고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내년 봄 서울 인사동에서 오픈하는 건평 1000평 정도의 상가 ‘쌈지길’(가칭)은 아트와 패션의 복합공간으로 자리할 것이다.이미 ‘숨’‘팔자’‘손’ 등 그 안에 입점할 한글 가게이름을 25개 등록했다. -쌈지는 최근 경기도 파주에 ‘딸기가 좋아’라는 문화 테마파크를 열었다.그 안에 세운 건물이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초청작으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나는 건축가들에게 어떻게 지어달라고 구체적인 주문을 한 적이 없다.건축가들이 쌈지가 그동안 같이 해온 작가들의 작품과 건축주의 철학을 자유롭게 해석해 걸작을 만든 것이었다.이른바 ‘쌈지컬처’란 게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가장 기분 좋을 때는 “저거 쌈지스타일이야.”라는 말을 듣을 때다.어딘지 괴팍하거나 뭔가 잘못된 것 같을 때 쓰는 말이다.내가 가장 주목해온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대표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뿌리박고 있는 것이 우리의 최대 수출 브랜드 ‘딸기’다.딸기는 열살 난 초등학생 여자아이다.심술 궂고 욕심 많고 안 예쁘고 엉뚱하고 어른들한테 매일 혼나지만 의리 있고 심지가 분명한 아이다.예쁜 여자,잘 생긴 남자,공부 잘 하는 사람에만 우리교육의 초점이 맞춰지고 인성에 대한 강조점이 사라지고 있는데 대한 우리의 메시지이기도 하다.딸기는 현재 타이완 등지로 문구,팬시,잡화 등으로 수출이 많이 되고 있다. -내 차림새에 대해 한마디씩 던지는 사람이 많다.과거 회사가 작을 때에는 무시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매출이 좀 느니까 개성으로 인정해 주는 씁쓸한 경험도 했다.나의 차림새는 일종의 시위(示威)다.편안함과 자연스러움,자유로움을 내부직원과 외부사람들에게 몸으로 보여 주려는 것이다.나는 현역으로 만기제대했지만 우리나라 군대문화를 혐오한다.군대문화의 부작용이 획일성이다.3년간 모두 똑같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보니 사람들이 똑같아진다. -기업경영은 이윤추구가 목적인데 너무 문화쪽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너무 미래형이라는 것이다.솔직히 단기적으로 손해라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하지만 단순한 패션회사가 아니라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예술가들과 함께 하나의 문화를 창조해 가는 것,이것이야말로 쌈지의 자산이다.물론 이것은 아트를 영원한 테마로 하자는 고객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천호균 사장은 쌈지 천호균 사장은 1980년대 서울 명동거리를 휩쓴 ‘거지백’의 창시자다.‘핸드백을 입자.’라는 개념으로 시작한 거지백은 당시 젊은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고 어깨에 메어 봤을 공전의 히트작이었다. 천 사장은 젊고 가난한 예술인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로 남아있다.예술이 패션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2002년 말 시작된 경기침체로 지금은 다소 고전하고 있는 편.그러나 패션몰 등 사업다각화로 극복한다는 게 천 사장의 복안이다.지난해 매출 1364억원에 5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당기순익은 적자가 났다.▲97년 한국섬유대상(패션경영부문) ▲99년 월간미술대상 대상(쌈지아트프로젝트),한경마케팅대회 디자인상,문화예술지원기업대상 수상. ˝
  • [길섶에서] 영화의 추억/손성진 논설위원

    까까머리 학창시절,월요일은 극장 가는 날이었다.시험을 끝낸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시내로 줄행랑을 놓는다.교복을 입은 우리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영화도 많았다.‘미성년자 관람불가’란 딱지는 호기심을 더욱 발동시켰다.몰래 들어가려다 쫓겨나길 몇번.어쩔 수 없이 선택한 영화들이 ‘닥터지바고’‘로미오와 줄리엣’‘해바라기’‘대부’ 등등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괜찮은 영화들이다.배우들도 당대 최고다.그윽한 눈매의 오마 샤리프,입크고 애교스러운 소피아 로렌,깜찍하고 당돌한 올리비아 핫세,무표정한 카리스마의 말론 브랜도….그중에서도 닥터지바고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펼쳐진 러시아의 설원과 라라의 테마 음악은 잊혀지지 않는다. 엊그제 ‘프리다’라는 영화를 보았다.18세 때 버스와 전차가 부딪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32번이나 수술을 받으며 재활한 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담은 영화다.강렬한 화면 색채와 정열적인 라틴 음악,프리다의 기구한 일생과 사랑이 닥터지바고의 기억을 살려주었다.셀마 헤이엑이라는 주연 배우의 연기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청계천서 발굴된 석축 광교복원때 사용키로

    청계천에서 발굴된 호안석축(강변에 돌로 쌓은 축대)과 광교터 보전방안이 결정됐다. 서울시는 25일 제8차 청계천 보존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 청계천에서 나온 석축을 향후 복원되는 광교의 양쪽 호안 일정 구간에 복원키로 결정됐다고 밝혔다.청계천에서는 약 1061개의 석축이 발굴됐으며 이중 85%만이 사용가능한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다. 시는 사용 가능한 석축중 절반을 복원되는 광교의 양옆 고수 및 저수 호안에 4단으로 10여m 가량 쌓을 예정이며 나머지 반은 향후 수표교를 복원할 때 사용하기로 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알뜰·벼룩시장 팔고 사는 재미가 ‘쏠쏠’

    “구입한 지 1년밖에 안 된 40만원짜리 남성정장을 2만원에 팔아요.” “생일 선물로 받은 30만원대 디지털카메라를 5만원에 드립니다.”(지난달 22일 열린 서울 구로구 구로5동 거리공원 ‘구로 벼룩시장’)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이같은 외침이 흔하게 들리는 곳이 있다.서울시내 자치구들이 마련하고 있는 알뜰·벼룩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상인 또는 손님이 될 수 있고,돈이 없으면 흥정을 통해 물물교환도 가능해 ‘사는 재미’와 ‘파는 재미’,‘보는 재미’가 넘친다. ●정기·상설화가 대세? 3∼4년 전만해도 드물었던 알뜰·벼룩시장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저렴한 가격에 쓸만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이에 각 자치구들은 부정기적으로 열리던 이들 시장을 정기적으로 열거나 상설화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송파구는 재활용문화관(문정동 제주농산물직판장 맞은편)과 재활용품알뜰장(문정동 시영아파트 앞),재활용품플라자(잠실역 자전거대여소 주변),송파재활용타운(구청 정문 지하보도),헌책은행(구청 앞 지하상가) 등을 상설운영하고 있다.5∼10월 둘째·넷째주 토요일에는 신천청소년이벤트거리에서 ‘플리마켓’도 열린다. 도봉구의 경우 새마을부녀회에서 교복 등 의류를 기증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설알뜰매장을 창동역에 마련,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주민이 직접 물품을 팔고 살 수 있는 ‘나눔장터’도 분기별로 개최하고 있다. 양천구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물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대신,자신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필요한 물품 등을 받는 현대판 ‘품앗이센터’를 개설했다.거래과정에서는 구민들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무형의 지역통화인 ‘양천 머니’를 사용하고 있으며,나눔장터도 매월 넷째주 토요일 양천공원에서 열고 있다. 또 동대문·마포구 등은 매주,강남·강동·구로·노원·동작·서초·성동·영등포·종로·중구 등은 매월 각각 특색있는 모습으로 주민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이밖에 나머지 자치구들도 분기별 또는 부정기적으로 알뜰·벼룩시장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매주 주말이면 뚝섬과 황학동 등지에서 벼룩시장이 열리며,시민단체 ‘아름다운 재단’이 운영하는 중고물품 거래장터 ‘아름다운 가게’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20∼30% 싼 농수산물직거래장터도 시중보다 20∼30% 저렴한 가격으로 농수산품 등 먹을거리와 지역특산품을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장터도 인기다.이는 각 자치구들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지방도시의 협조를 얻어 생산자가 직접 판매,‘유통 마진’을 대폭 줄였기 때문. 서초구는 매월 마지막주 목·금요일 이틀간 구청광장에서 ‘서초장날’(02-570-6365)을 운영하고 있다.또 영등포구는 매월 26일 당산공원에서 열리는 알뜰장터에 이어 농수산물직거래장터(02-2670-3417)를 오후 6시까지 열어 자매도시들의 지역특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자치구들도 설과 추석 등 명절이나 김장철을 앞두고 부정기적으로 직거래장터를 개장한다. 장세훈 고금석기자 shjang@seoul.co.kr˝
  • 알뜰·벼룩시장 팔고 사는 재미가 ‘쏠쏠’

    알뜰·벼룩시장 팔고 사는 재미가 ‘쏠쏠’

    “구입한 지 1년밖에 안 된 40만원짜리 남성정장을 2만원에 팔아요.” “생일 선물로 받은 30만원대 디지털카메라를 5만원에 드립니다.”(지난달 22일 열린 서울 구로구 구로5동 거리공원 ‘구로 벼룩시장’)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이같은 외침이 흔하게 들리는 곳이 있다.서울시내 자치구들이 마련하고 있는 알뜰·벼룩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상인 또는 손님이 될 수 있고,돈이 없으면 흥정을 통해 물물교환도 가능해 ‘사는 재미’와 ‘파는 재미’,‘보는 재미’가 넘친다. ●정기·상설화가 대세? 3∼4년 전만해도 드물었던 알뜰·벼룩시장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저렴한 가격에 쓸만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이에 각 자치구들은 부정기적으로 열리던 이들 시장을 정기적으로 열거나 상설화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송파구는 재활용문화관(문정동 제주농산물직판장 맞은편)과 재활용품알뜰장(문정동 시영아파트 앞),재활용품플라자(잠실역 자전거대여소 주변),송파재활용타운(구청 정문 지하보도),헌책은행(구청 앞 지하상가) 등을 상설운영하고 있다.5∼10월 둘째·넷째주 토요일에는 신천청소년이벤트거리에서 ‘플리마켓’도 열린다. 도봉구의 경우 새마을부녀회에서 교복 등 의류를 기증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설알뜰매장을 창동역에 마련,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주민이 직접 물품을 팔고 살 수 있는 ‘나눔장터’도 분기별로 개최하고 있다. 양천구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물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대신,자신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필요한 물품 등을 받는 현대판 ‘품앗이센터’를 개설했다.거래과정에서는 구민들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무형의 지역통화인 ‘양천 머니’를 사용하고 있으며,나눔장터도 매월 넷째주 토요일 양천공원에서 열고 있다. 또 동대문·마포구 등은 매주,강남·강동·구로·노원·동작·서초·성동·영등포·종로·중구 등은 매월 각각 특색있는 모습으로 주민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이밖에 나머지 자치구들도 분기별 또는 부정기적으로 알뜰·벼룩시장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매주 주말이면 뚝섬과 황학동 등지에서 벼룩시장이 열리며,시민단체 ‘아름다운 재단’이 운영하는 중고물품 거래장터 ‘아름다운 가게’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20∼30% 싼 농수산물직거래장터도 시중보다 20∼30% 저렴한 가격으로 농수산품 등 먹을거리와 지역특산품을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장터도 인기다.이는 각 자치구들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지방도시의 협조를 얻어 생산자가 직접 판매,‘유통 마진’을 대폭 줄였기 때문. 서초구는 매월 마지막주 목·금요일 이틀간 구청광장에서 ‘서초장날’(02-570-6365)을 운영하고 있다.또 영등포구는 매월 26일 당산공원에서 열리는 알뜰장터에 이어 농수산물직거래장터(02-2670-3417)를 오후 6시까지 열어 자매도시들의 지역특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자치구들도 설과 추석 등 명절이나 김장철을 앞두고 부정기적으로 직거래장터를 개장한다. 장세훈 고금석기자 shjang@seoul.co.kr
  • [에듀 짱]茶道-서해고 이순실 교사

    초여름날 따가운 햇살의 끝자락이 조심조심 교실에 흘러들었다. 차(茶) 향기에 취한 것일까.창문 너머 멀리 내다보이는 서해의 저녁 노을이 교실 구석까지 비추는가 싶더니 어느새 차와 하나가 됐다.찻물 우려내는 아이들의 조심스러운 손등에도,이마에도 작은 땀방울 송글송글, 찻물이 우러난 듯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30분.경기도 시흥 서해고 4층 다도실.2학년생 12명이 선생님에게 의젓하게 큰 절을 했다.교복 매무새를 정갈히 한 양반다리 남학생들의 다기(茶器)를 다루는 손놀림이 제법 어른스럽다.무릎을 꿇고 앉아 차를 따르는 여학생들의 한복 맵시도 정갈하다.물을 따르고,차를 우리고, 차를 권하고,마시는 모양새가 한 시간 전까지 ‘꺄르륵’ 수다를 떨던 아이들인가 싶다.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익숙한 가벼운 손놀림도 이 곳에서는 한없이 차분해졌다. 이순실(42) 교사의 다도 수업 시간.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해진 학생들도 이 시간만은 항상 즐겁다.처음에는 지루하기도 했지만 입시공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다도의 매력에 점점 사로잡혔다.다기를 소리나지 않게 다루는 조심성,차를 우리며 기다릴 줄 아는 여유,손님을 생각하며 차를 달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여기에 차를 즐기는 기쁨까지 얻었다. 김영훈(17)군은 “무엇보다 자세를 올바르게 하는 방법을 배워 좋다.”고 했다.이정관(17)군은 “우리 옛 선비의 자세를 배우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이 교사는 “다도 수업은 인성교육은 물론 입시에 지치고 공부에 스트레스 받은 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라며 ‘다도 예찬론’을 폈다. 이 교사가 다도를 수업에 도입한 것은 10년 전 동료 교사의 권유로 서울 인사동 ‘가례원’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차를 배우고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하면서 차와 인연을 맺은 뒤 다도를 교육에 접목시킬 방법을 찾았다.7년 동안 다도수업을 진행해 온 그는 지난 2000년에는 경기 지역 교사들로 ‘차인회’(茶人會)를 구성, 다도교육의 장점을 알리고 학교수업에 보급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수업이 알려지면서 ‘다도교실’은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지난해 이 학교로 전근왔을 때에는 이명우 교장이 다구 17세트 구입비용 300만원을 지원했다.창고도 다도실로 꾸미도록 배려했다.지난해부터는 경기교육청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지정돼 해마다 30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이 교사는 “다도 수업에 유별난 준비는 필요 없다.”고 강조한다.1년 수업에 필요한 차는 약 6통.주로 한 통에 1만 5000원짜리 녹찻잎을 쓴다.다기는 종류가 워낙 다양한 데다 용도에 따라 별도로 맞출 수도 있지만 인사동에 가면 무난한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한다.그는 “반영구적으로 쓰는 다기 외에는 비용이 별로 들지 않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그는 매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한다.올해는 1∼3학년 60여명이 지원했다.한 반을 10∼12명으로 구성,일주일에 2∼3시간씩 2개월 동안 수업한다.수업은 정규수업과 보충수업을 마친 오후 7∼9시 자율학습 시간에 이뤄진다.물을 끓여 차를 우리고,차를 즐긴 뒤 설거지까지,한 차례 수업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031)433-4547. 시흥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현장 이야기] 교복소동

    요즘 수도권의 일부 중학교들이 교복소동으로 어지럼증을 앓고 있다.춘추복을 하복으로 갈아 입으면서 여학생들 사이에서 교복 줄여입기가 유행하며 비롯됐다.웃옷은 품을 줄이고,치마는 길이를 짧게 한다.친구들이 모두 하니까 따라 한다는 주장이다. 말이 교복 줄여입기이지 체형은 그대로인데 옷만 줄여 놓으니 생활 불편은 제쳐 두더라도 위태위태한 장면에 옆에서 보는 사람이 민망스러울 지경이라고 한다. 학교는 언제나 그랬듯 즉각 교복 단속에 나섰다.그리고 학생들과 숨바꼭질이 시작됐다.학생들은 일단 품을 조금 줄이고,치마 길이도 조금 짧게 해서 학교에 간다.선생님의 눈치를 살핀다.지적이 없으면 그 다음날 조금 더 줄인다.선생님이 질책할 때까지 하루하루 줄여 나가다 불호령이 떨어져야 비로소 교복 줄이기 행진을 멈춘다는 것이다.6월 들어 하복으로 교복이 바뀌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일부 학교들의 현주소다. 어디 그뿐인가.전국 학교들은 어디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 몸살을 앓고 있다.학생들의 휴대전화 편집증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지난 1학기 중간고사에서 휴대전화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게 적발되어 재시험 소동을 빚은 학교가 어디 한둘이던가.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면 1주일씩 압수하고 어쩌고 해보지만 학생들의 휴대전화 편집증은 그만큼 심해진다.한편에선 휴대전화 숨바꼭질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그러나 걱정하며 한숨을 쉴 일은 아닌 성싶다.멀리 갈 것 없이 어른들의 학창시절을 뒤돌아 보면 된다.예나 지금이나 10대들에겐 이유없는 고집 같은 게 있는 것 같다.못하게 하면 악착같이 더 하려는 청개구리 심리도 여전하다.그리고 선생님 꾸중 듣고,혼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교복에 남달리 애착을 보였던 그 10대들이 건강한 사회의 주역이 되었다.모르면 모르지만 올 스승의 날에 선생님을 찾아 나선 상당수는 교복소동의 주연이었을 것이다. 교육은 다음 세대의 사회화 과정이라고 한다.또래들끼리 키를 재어 보듯 생각과 의식을 저울질해 가며 자기 성장의 역량을 쌓아 간다.교복소동을 벌이고 휴대전화 숨바꼭질을 하는 시행착오 가운데 건전한 상식을 체득해 간다.청소년들은 선생님의 잔소리 속에서 단련되고,선생님의 칭찬으로 벗어났던 좌표로 되돌아 오곤 한다고 한다.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는 과정일 것이다.청소년들을 이해하는 자세를 추슬러 볼 일이다. 정인학 교육대기자 chung@seoul.co.kr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꿈꾸는 좋은 세상

    시내에서 모임이 있거나 친구들하고 놀다가 집에 들어올 때는 으레 무엇 타고 갈 거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차도 없고 운전도 못하는 주제에 교통이 불편한데 사는 게 딱해서 하는 소리라는 걸 안다.전철 타고 가다가 어디서 내리면 택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고 거기서 집까지는 택시로 십 분이면 갈 수 있는 데라고 안심을 시켜줘도 그럴 거면 처음부터 택시를 타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낮이면 그런대로 그 자리를 모면할 수가 있는데 밤이면 내 고집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내가 마치 돈을 아껴서 그러는 것처럼 택시를 잡아서 태워주고는 택시 삯을 밀어 넣어 주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내가 전철을 즐겨 이용하는 것은 택시보다 빠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미 때문이기도 하다.전철을 잘 안 타본 사람은 내가 재미있으려고 전철을 탄단 말을 잘못 알아듣는다.물론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는 재미고 뭐고 없겠지만 내가 이용하는 시간은 그런 시간대가 아니니까 잠깐 꿀같이 단잠을 즐길 수도,선반에 버리고 간 공짜 신문을 볼 수도 있고,남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귓결에 얻어들을 수도 있다.휴대전화로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뭐 해 먹고 사는 사람인지 대강 짐작이 가고,때로는 세상을 읽을 수도 있다. 지금 어디까지 왔다고 통과한 역을 계속해서 중계방송하고 있는 월급쟁이 풍의 젊은 남자를 보고 있으면 남편노릇도 쉬운 노릇이 아니로구나,동정심이 우러난 적도 있다.전철에 이런 음흉한 재미만 있는 건 아니다.한산한 전철 속 건너편에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나하고 눈만 맞으면 방긋방긋 웃는 바람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그만 내려야 할 역을 놓친 적도 있다. 일전에 있었던 일이다.밤늦은 시간의 전철 안은 한산한 편이어서 거의 다 앉아 있었다.승객이 낮 시간보다는 젊어보였지만 다들 피곤해 보였고 눈감고 있는 사람이 뜨고 있는 사람보다 많았다.그래도 전동차가 역에 설 때마다 내릴 사람은 내리고 탈 사람은 탔다.새로 탄 사람들이 다들 앉을 자리를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노인 한분만이 서있게 되었다.허리가 곧고 정정해 보이는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잡이를 잡았다.노인 앞에 앉아 있던 청년이 얼른 일어서면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노인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아니,아니 괜찮아요.여긴 노약자석도 아닌데 내가 자리를 뺏는 건 경우가 아니지.”그러고는 그 앞에 서 있는 것조차도 앉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판단했는지 서둘러 노약자석 쪽으로 옮겨갔다. 노약자석에도 빈자리는 없었다.다들 노인들만 앉아있는 한가운데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책가방을 멘 채 정신없이 골아 떨어져 있었다.학생 옆에 앉은 할머니가 학생을 흔들어 깨우려고 했다.노인이 질겁을 하면서 깨우지 못하게 말리고는 비틀비틀 옆 칸으로 옮겨갔다.옆 칸으로 빈 자리를 찾아 간다기보다는 이 칸은 서 있기도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고단하게 잠든 학생을 안쓰러운 듯 한 번 더 바라보고 간 노인의 인자한 시선이 인상적이었다.슬하에 고3짜리 손자를 두고 있을 것 같은 눈길이었다.곱게 늙은 경우 바른 노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경우라는 말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보았다. 경우 바르다,경우에 맞다,경우에 어긋난다.경우가 아니다,경우를 모른다 등등 예전엔 참 많이 쓰던 말인데 요샌 통 못 들어본 말을 노인을 통해 듣고는 괜히 기분이 좋았다.경우라고 해야 하는지 경위라고 해야 하는지도 실은 잘 모르겠다.상식적으로 판단한 옳고 그름,공정하되 인지상정에 어긋나지 않는 가치판단,못 배운 사람도 납득할 수 있는 사람 사는 평범한 이치 등을 통틀어 그렇게 말해 왔지 않았나 싶다.노인 덕에 속으로 경우라는 말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그리움 같은 걸 느꼈다. 내가 꿈꾸는 좋은 세상은 내 머리 꼭대기 허공에 정의가 홀로 시퍼렇게 살아있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들 사이에 경우가 윤활유처럼 흘러 우리끼리 나름대로 반듯반듯하고 소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이다.
  • 추억의 ‘대한뉴스’ 인터넷서 본다

    추억의 영상물 ‘대한늬우스’가 인터넷으로 돌아왔다. 국립방송 KTV는 새달 1일부터 대한뉴스와 문화기록영화,대통령 기록영상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www.ktv.go.kr)와 국가기록영상관(film.ktv.go.kr)을 통해 동영상으로 제공한다. 대한뉴스와 문화영화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주요 국정활동과 사회변천을 기록한 영상물.TV가 보급되기 전까지 국내 유일의 영상뉴스의 역할을 해 중요한 현대사 자료다. 특히 전국 극장에서 영화 시작에 앞서 상영된 ‘종합 뉴스’성격의 대한뉴스는 지난 1953년부터 1994년 말까지 21년간 2040편이 제작됐다. 이번 서비스를 통해 6·25전쟁 중 미국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위문공연과 전차가 다니던 서울 모습,제1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사라호의 피해 모습 등 희귀 자료를 볼 수 있다. 또 60년대 클리프 리처드 등 세계적 연예인의 방한 모습과 월남 파병,70년대 미니스커트·장발의 유행과 대연각 호텔 화재 등 주요 사건들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80∼90년대 교복 자율화와 야간 통행금지 해제,KBS의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과 서울올림픽,남북 동시 UN 가입 등 대한민국의 발전상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KTV는 지난해 5월부터 이 사업을 추진해 대한뉴스 2만분을 비롯해 문화기록영화 4만분,역대 대통령 기록영상 1만분 등 모두 10만분이 넘는 음성 및 동영상 자료를 디지털로 전환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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