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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 주변 증개축 허가절차 간소화한다

    앞으로 국가지정 문화재 주변지역에서 시행되는 건설공사 중 경미한 현상변경 행위에 대한 허가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내용의 개정 고시안을 관보에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개정 고시안에 따르면 고시에서 정한 범위 내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시·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으로 위임 가능)가 문화재 보존 영향 검토 또는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등 허가신청 없이 자체적으로 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도시지역 중 주거·산업·공업지역에서는 국가지정 문화재 50m 이내의 기존 건축물이나 조형물의 보수 행위는 문화재청의 별도 허가 없이 지자체의 판단으로 공사가 가능해진다. 또 문화재로부터 100~500m 지역에서는 기존 도로, 철도, 항만, 교량의 개·보수 행위나 상·하수도 및 가스관로 설치까지 허용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고시를 통해 국가지정 문화재 주변의 현상변경 등 허가절차가 간소화돼 문화재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고시로 국가지정 문화재 관리가 더욱 허술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 국가지정 문화재 주변의 건설 공사를 하려면 문화재위원회 등의 사전 검토나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2004년 이후 이 같은 규제가 풀려 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인사]

    ■서울신문 △온라인전략국 나우뉴스 부장(Boom팀장 겸임) 임창용 ■헌법재판소 ◇법원이사관 승진△심판자료국장 김정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장 송상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안전과장 임종현△서울청 수입관리과장 송인환△경인청 운영지원과장 장영수△경인청 수입관리과장 오정완△대전청 식품안전관리과장 김동욱△식품의약품안전처 박정배△보건복지부 이남희 ■국세청 ◇부이사관△심사1담당관 김세환△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노정석◇서장급 <담당관>△통계기획 천기성△전산기획 배상재△정보개발 김규성△감사 김진현<과장>△법규 이준오△소득세 조성훈△법인세 김형환△소비세 김주연△상속증여세 안종주△조사1 최상로△조사2 김태호△소득관리 백운철<서울지방국세청>△징세과장 김대훈△송무1과장 신광동△송무2과장 김성준△신고관리과장 이영운△조사1국 조사1과장 류득현△조사1국 조사3과장 황희곤△조사2국 조사관리과장 민광선△조사3국 조사3과장 정용대△조사4국 조사관리과장 민주원[세무서장]△종로 박노길△중부 정용삼△남대문 조용을△성북 김상진△서대문 정삼진△동작 이복희△강남 권도근△반포 장운길△서초 신희철△노원 이현희△강동 김문식△송파 윤봉환<중부지방국세청>△송무과장 이순구△신고관리과장 한연호△신고분석1과장 이기열△조사4국 조사1과장 공석룡[세무서장]△인천 유제란△부천 홍정표△용인 최대웅△시흥 고광남△수원 김영진△동수원 주광열△화성 성점수△평택 장경상<대전지방국세청>△세원분석국장 손남수[세무서장]△서대전 임병호△제천 이제우<광주지방국세청>△세원분석국장 김형기△북전주세무서장 신현숙<대구지방국세청>△조사2국장 한창욱[세무서장]△서대구 최병문△구미 김일현<부산지방국세청>△운영지원과장 이수진△징세과장 엄전중△조사1국 조사관리과장 김태진△조사2국장 정정룡[세무서장]△북부산 진경옥△김해 박종태<국세공무원교육원>△지원과장 이운창<국세청>△금융정보분석원 장철호△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 박종희△대법원 최영준△최시헌 유세영 김태호◇초임세무서장△광주지방국세청 징세법무국장 박기화<세무서장>△홍천 박찬욱△영월 김명종△충주 김태식△공주 한귀전△보령 김용완△홍성 김대일△북광주 박창규△서광주 김익태△군산 이호석△익산 김성수△순천 유충선△정읍 김상학△남원 한지웅△해남 김기호△북대구 김기복△경주 최종환△경산 남해찬△김천 이원봉△상주 이창기△영덕 이상화△서부산 임채수△수영 한창목△창원 윤종태△진주 박인기△거창 최정식 ■관세청 △중앙관세분석소장 김상목 ■통계청 ◇호남지방통계청△조사지원과장 정창호△경제조사과장 오성영 ■농촌진흥청 ◇고위공무원 승진△전라북도 농업기술원장 김정곤◇과장급 승진△기획조정관 미래창조전략팀장 이병서△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 벼육종재배과장 이점호△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장 오대민△경상남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 신현열◇전보△국립식량과학원 답작과장 김보경 ■부산시 ◇3급△교통국장 안종일<부구청장 요원>△부산진구 이규호△남구 이재학<승진>△기획재정관 이병석△인재개발원장 정태룡△여성가족정책관 이화숙◇4급△여성정책담당관 김희영△감사담당관 최동환△자치행정과장 박종문△문화예술과장 이근주△신성장산업과장 홍경희△영도구(부구청장 요원) 진기생△기장군(부군수 요원) 정수현△부산환경공단 파견 송영주△시설계획과장 김인환△도로계획담당관 임경모△하천관리담당관 김광설△한국철도시설공단 파견 임삼택△상수도사업본부 시설부장 유재학△건설본부 도로교량건설부장 최대경△건설안전시험사업소장 이병인△영도구(국장 요원) 안수근△북구(국장 요원) 황정현△남구(국장 요원) 전유찬△건축주택담당관 곽영식△도시정비담당관 정정규△상수도사업본부 명장정수사업소장 한성근<승진>△환경보전과장 설승수△도시계획상임기획단장 노수상△국제산업물류도시개발단장 김영철△동구(국장 요원) 이희걸<승진·직무대리>△도시재생과 차성룡△교통운영과 홍성태△사회복지과 조병수△평가담당관실 김영현△홍보담당관실 김관섭△감사담당관실 이석근△정책기획담당관실 정재관△경제정책과 송광행△도시정비담당관실 박철순△시의회사무처 한동하 ■충남도 ◇2급△자치행정국 총무과(공로연수 파견) 이성호◇3급△천안시 부시장 전병욱◇4급△논산시 부시장 김주찬△서천군 부군수 오일교△자치행정국 총무과 김종화 이완수(공로연수 파견)◇4급 상당△보건환경연구원장 김종인△자치행정국 총무과(공로연수 파견) 서우성 ■경북도 △공무원교육원장 황병수△보건복지국장 직무대리 정강수△영주부시장 안효종△문경부시장 박영수△울릉부군수 강철구△의회 의사담당관 조우만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보관리실장 전원찬◇처장△기업금융 최천세△리스크관리 황영삼△인력개발 구재호◇지부장△경기서부 이우수△충북북부 김정열◇본부장△강원지역 김원종△대전지역 이성희△충북지역 최덕영◇원장△호남연수 김정원 ■국립공원관리공단 △본부 성과관리실장 박기연◇원장△국립공원연구 신용석△생태탐방연수 김철수◇사무소장△지리산남부 이수형△한려해상동부 윤용환 ■한국가스안전공사 ◇1급 승진△사고점검처장 이두원△교수실장 정환규△안전연구실장 조영도△광주전남지역본부장 문종삼◇전보 <처·실장>△검사지원처 허영택△기준처 지덕림△비서실 박희준<본부장>△부산지역 노오선△경기지역 안완식△강원지역 권기준 ■한국관광공사 △면세사업단장 김동원△국민관광실장 김태식△광주전남권협력단장 최길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개발처장 신현곤△농수산식품기업지원센터장 오정규△서울경기지사장 이호선 ■농촌경제연구원 ◇부장△농촌정책연구 송미령△농업발전연구 황의식△식품유통연구 이계임◇센터장△농업관측 박동규 ■한국식품연구원 △융합기술연구본부장 김영붕△행정부장 문진성△감사실장 이석윤△청사이전사업단장 홍승혁△공정기술연구단장 금준석△총무재무실장 임종윤 ■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장 박진석△시네마테크부장 박노민 ■연합뉴스 △전략사업국장 김종현 ■건국대 ◇서울캠퍼스△문과대학장 김동윤 ■SK증권 ◇승진 △송파 김익수△강남 최규학◇전보△도곡 PIB센터장 박태형 ■외환선물 △대표이사 이형수 ■KRA 한국마사회 ◇임원△경마본부장 이종대△말산업본부장 이상영◇전보△부산경남경마공원 본부장 김학신△기획조정실장 임성한△사업관리처장 전성원 ■현대해상 ◇상무 승진△신채널본부장 윤민봉△경영기획담당 신두철◇임원 전보 <부문장>△기업보험 조용일△개인보험 심용구<본부장>△인사총무지원 김갑수△경인지역 김종선△강북지역 노재준△보상1 이재춘△대구경북지역 김상화△경남지역 김능식△부산지역 강용찬△보상2 박주식◇현대HDS△대표이사 사장 이영문◇현대C&R△교육사업본부장 상무 김승호◇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보상2본부장 상무 손창현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자연에 순응한 삶터… 물 따라 구릉 따라 길들이 흘렀다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자연에 순응한 삶터… 물 따라 구릉 따라 길들이 흘렀다

    <풍경1> 흐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겨난 고갯길·골목길들 육조대로·운종가 조선시대 이름이 기록된 유일한 길 현대를 도시의 시대라고 부른다. 만약 신이 인간과 자연을 창조했다면 인간은 도시를 창조했다고 할 만큼 도시는 인간의 걸작품이다. 사대문 안 ‘원(原)서울’은 인간의 도시라기보다 마치 자연이 만든 무위(無爲)의 도시 같다. 풍수지리와 도교 사상이 저변에 깔렸다. 도성 앞뒤에 산이 있고 가운데 물이 흐르는 지형이다. 모든 인공건조물은 구릉과 물을 거스르지 않았다. 고갯길과 골목길이 자연 생성됐다. 서울 지명에 황토마루(세종로 사거리), 구리개(을지로입구), 운현(운현궁), 진고개(충무로), 박석고개(명륜동), 배고개(종로4가), 맹현(삼청동), 안현(안국동), 야주개(당주동), 무학재 등 고개(현)가 유독 많이 나오는 까닭이다. 청계천 물길을 따라 종로가 생성됐고, 중랑천을 따라 동부간선도로, 홍제천과 정릉천을 따라 내부순환도로가 지어진 것도 물길에 순응한 결과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길은 산과 산이 이어지는 곳에 만들어졌다. 사대문(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과 사소문(혜화문, 소의문, 광희문, 창의문)이 그렇다. 동서남북을 가리키되 인위적으로 배치하지 않았다. 크기나 위치에 따라 오솔길, 한 길, 두렁길, 골목길, 고갯길, 샛길이 됐다. 상태에 따라 흙길, 황톳길, 진창길, 박석길(포장길)이 됐으며 쓰임새에 따라 피맛길, 순라길이 됐다. 조선시대 서울의 숱한 길 중 정사(正史)에 지명이 등장하는 길은 단 두 개다. 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길은 육조대로(세종로)와 운종가(종로)뿐이다. 태조실록에 운종가라는 기록이 나오고, 인조실록과 영조 당시 승정원일기에 육조대로가 나온다. 그 밖에는 관도(官道), 어가(御街)라는 불특정 길로 존재할 뿐이었다. 이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과천로, 시흥로, 강화로, 고양로 같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나가는 간선도로명이 기록됐다. 대한제국 시기 들어 정동을 공사관거리라고 부르거나, 황토현이나 신작로라는 길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풍경2> 좁고 불결, 그리고 황량 : 개항기 외국인 눈에 비친 도성 길 먼지·진흙 뒤범벅… ‘눈 돌리면 매혹적인 풍경’ 애정 어린 눈길도 개항 이후 길에 관한 기록의 칠팔 할은 소설이나 외국인의 여행기, 수기와 함께 전한다. 성종 때 명나라 사신으로 왔던 동월(董越)은 ‘조선부’(朝鮮賦)에서 “트인 길, 트인 거리는 바르고 곧아서 구부러짐이 없다”는 인상기를 남겼다. 당시 대표 길인 육조거리와 운종가는 폭이 각각 60m, 20m로 큰길이었다. 이 길을 본 외국인의 입이 벌어졌다. 16세기 중세 도시로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예를 찾기 어려운 마치 광장 같은 길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울 길은 대체로 좁고 지저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양 문물을 일찍 접한 실학자들이 저서를 통해 도로의 확장과 정비를 지적했다.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시중의 주민들이 길을 차지해 말을 탄 사람이 서로 만나면 다닐 수 없는 때도 있다”면서 가로 정비를 촉구했다. 박지원도 ‘열하일기’에서 “길이 험하여 수레를 쓸 수 없다 하니 이는 무슨 말인가. 수레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도로가 나빠서 그렇고 도로가 나쁜 것은 사대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실학자들과 개화파 주도로 도로의 정비 개선이 실제 이뤄졌다. 외국인들은 길이 좁고,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차 있다고 투덜거렸다. 1883년 미국인 천문학자 로웰은 “제물포와 서울 간의 풍경은 황량하다”고 썼고, 1894년 영국인 여행가 비숍은 “네 사람의 가마꾼이 멘 가마 한 채가 지나는데도 양쪽 인가의 처마에 걸려 애를 먹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1882년 독일인 외교고문 묄렌돌프는 “조악하고 교량은 드물다”, 미국인 선교사 앨런은 1908년 펴낸 ‘서울견문기’에서 “당나귀, 마차, 전차 그리고 사람들이 먼지와 진흙 속에 뒤범벅되어 있다”라고 혹평했다. 1885년 선교사 아펜젤러도 “좁고 불결하며 늘 오물이 널려 있다”, 미국 해군장교 보스트윅은 “하이에나의 소굴보다 더한 지독한 악취로 진동하고 있다”고 악평했다. 혹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 특유의 풍광에 반한 외국인의 칭송도 있었다. 1892년 ‘서울풍물지’를 발간한 미국인 신학자 길모어는 “한국인들은 누군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불결하지 않으며 서울 근교는 산책하기 좋은 곳이 많고, 어느 방향으로 가든 눈을 매혹할 전경을 발견하게 된다”고 감탄했다. 비숍도 1897년이 되자 “인구가 25만명에 이르는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도 가운데 하나이며, 이만큼 좋은 입지를 가진 수도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면서 “내가 처음 한국에 대해 느꼈던 혐오감은 이제 거의 애정 수준의 관심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풍경3> 모든 길은 한양으로 : 지독한 도성 중심주의 상경·낙향… ‘어떻게든 사대문 안에서 살아라’ 광적인 인구집중 증보문헌비고나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는 서울 밖으로 나가는 길이 나온다. 주요 국도라고 보면 될 터다. 제1로는 중국 가는 길인 의주로였다. 서대문~홍제동~고양~파주~장단~개성~의주로 이어졌다. 제4로는 남대문~한강진~판교~용인~부산의 부산 가는 길이다. 이 밖에 평해 가는 길, 고성 가는 길, 상주와 통영 가는 길, 정읍을 거쳐 제주 가는 길, 강화 가는 길 등이 있다. 고전소설 ‘이춘풍전’에는 “무악재 넘어 홍제원(홍제동)에 다다르니…”라면서 개성과 평양을 지나 의주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춘향전’에서 “역졸을 거느리고 숭례문 내달아 칠패 팔패 돌모루 백사장 동작강 얼른 건너”라는 구절은 한강을 건너 충청도와 경상도와 전라도로 가는 길이다. 오늘의 숭례문~이문동~청파동~노량진 구간을 이른다. 또 ‘홍길동전’에서는 “양천 강변을 지나 서울 서강으로 대령하라” 하였는데 숭례문~약현(만리동)~노고산(신촌 뒷산)~양화~서강(서강대교 북단)에 이르는 길을 이른다.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평구역 말을 갈아 흑수로 돌아드니”라고 읊은 구절은 동쪽 방면의 동대문~왕십리~살곶이다리~송파로 가는 길의 하나다. 조선시대는 한양이 곧 나라였다. 지독한 도성 중심주의가 판쳤다. 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것을 상경(上京)이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낙향(落鄕)이라고 할 정도였다. 문외송출(門外送出)이라고 해서 죄를 지으면 성문 밖으로 내쳤다. 사대부가 서울 밖에 사는 것은 일종의 형벌이었다. 유배 살던 정약용은 “너는 사정이 어지간만 하면 한양 사대문 밖에 살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사대문 안에서 살아라…. 그것도 힘들거든 사대문 가까운 곳에서는 살아야 한다. 그래야 여러 가지 보고 듣는 게 많고 기회들이 많다”라는 편지를 아들에게 보낼 정도였다.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의 광적인 인구 집중은 예고된 ‘참사’였다. <풍경4> 청계천 따라 북촌-남촌 : 계층 생활권 나뉜 이중도시 오늘날엔 한강을 경계로 강북 -강남으로… ‘스타일’ 차이 뚜렷 오늘의 서울에 강북과 강남의 문화 차이가 있듯이 조선시대 한양은 청계천을 경계로 남북으로 나뉘었다. 청계천 북쪽 5대 궁궐 주변 일대에는 사대부 지배층과 궁 관련 아전들이 주로 살았다. 청계천 아랫동네는 벼슬을 하지 못한 선비와 상민들의 거처였다. 청계천 변에는 하층민과 거지들이 살았다. 엄연한 계층 차이가 존재했다. 남산 기슭의 남촌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됐다. 박지원의 ‘허생전’에 묘사된 것처럼 끼니가 없으면 냉수로 주린 배를 채우고서 갓을 고쳐 쓰고 앉아 헛기침하며 글을 읽는 ‘남산골샌님’이 그들이다. 진흙탕 길에 나막신을 신어야 했기에 ‘딸깍발이’로 불렸다. 북촌과 남촌은 다시 한번 진화한다. 1935년 서울에 사는 일본인의 수가 서울 총인구의 30%에 육박하는 11만 4000명에 이르렀다. 일본인 거주 지역이 급속도로 확장된다. 남산 아래 필동, 회현동을 비롯해 후암동, 청파동 등 용산 일대가 일본인 거주지로 변했다. 북촌은 조선인, 남촌은 일본인이 사는 곳으로 양극화됐다. 일본인 거주지를 낀 본정통(충무로), 황금정(을지로), 남대문통(남대문로)에 포장도로가 깔리고, 전기와 전차, 상하수도가 갖춰졌다. 조선인 중심지인 종로는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소설가 박태원은 ‘천변풍경’에서 “전차도 전차려니와 웬 자동차며 자전거가 그렇게 쉴 새 없이 이어서 달리느냐. 어디 장이 선 듯도 싶지 않건만, 사람은 또 웬 사람이 그리 거리에 넘치게 들끓느냐”라고 남촌의 휘황찬란한 풍경을 비아냥댔다. 북촌과 남촌 간 민족적 갈등이 밤거리의 주먹 세계에서 격렬하게 분출된 시절도 있었다. 서울은 일찍부터 민족적·계층적으로 분리되거나, 생활권과 상권 그리고 문화가 갈리는 ‘이중도시’(Dual City)의 양상을 보였다. <풍경5> 일제의 길 확장 : 서울다움을 잃다 전차 궤도 부설 핑계로 도읍 상징 성곽 허물어 깊은 생채기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일제가 시행한 길 확장이 서울의 서울다움을 결정적으로 훼손시켰다. 인력거 및 자전거의 도입과 마차를 대체한 달구지, 자동차, 전차의 도입은 한양도읍의 상징인 성곽을 철거하는 구실이 됐다. 전차 궤도가 부설되기 시작한 1899년부터 동대문과 서대문, 남대문 성곽 일부가 차례차례 헐렸다. 일제는 1907년 성곽처리위원회를 구성해 동대문 북쪽 성곽과 남대문 남쪽 성곽을 뜯어냈다. 성곽의 철거는 서울의 공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곧게 뻗은 포장도로와 전차 궤도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홍보됐다. 일제는 성곽 철거를 통해 ‘낡은 도시구조’와 ‘왕조의 잔재’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역사가 살아 있는 구시가지의 파괴로 이어졌다. 이후 한국전쟁과 개발 연대를 거치면서 서울은 600년 된 전통 도시의 향기를 잃었다. joo@seoul.co.kr
  • 220억 쓴 차기 전술교량사업 요원

    군 당국이 세계에서 가장 긴 임시교량 개발 사업을 추진했으나 막대한 예산만 쏟아붓고 개발은 요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합참과 육군은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길이 60m 규모의 임시교량을 국내 개발하는 ‘차기 전술교량사업’을 추진했다. 임시교량은 유사시 다리가 끊어졌을 때 군수품과 병력을 움직이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총사업비 2200억여원인 이 사업에 현재까지 개발비 220억여원이 투입됐지만 사업은 목표시한을 6개월 경과한 아직까지도 제자리걸음이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2011년 7월 이후 다섯 차례 시험평가가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군 당국이 애초 세계에서 가장 긴 임시교량이 필요하다는 작전요구성능(ROC)을 설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은 북한 지역에 있는 교량 상판 길이가 평균 60m라며 이 기준에 맞는 임시교량이 필요하다는 ROC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과 군 당국은 ROC 기준 또는 시험평가 기준을 낮추는 등 사업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신규 SOC ‘스톱’… 강원 “평창올림픽 어떻게…”

    신규 SOC ‘스톱’… 강원 “평창올림픽 어떻게…”

    정부의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중단 발표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강원지역 인프라 구축에 빨간불이 켜지며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4일 강원지역 상공회의소협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에서 논의되는 신규 SOC 투자 중단이 관철되면 2018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와 여주~원주 간 수도권전철 건설 등 각종 인프라 구축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상공인들이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상공회의소협의회는 건의문에서 “정부가 신규 SOC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것은 전국 SOC의 10%에 불과한 강원도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동서고속화철도와 여주~원주 간 수도권전철 건설사업 등은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서고속화철도는 경제성만 따질 게 아니라 두만강지역 개발 등 미래 사업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주~원주 간 수도권전철과 관련해서도 “2018 동계올림픽의 여건 조성을 위해 국가기간망 사업에 우선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수도권전철은 현재 공사 중인 성남~여주 구간 57㎞의 복선전철을 원주까지 연결하는 사업으로 지역 균형발전과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가 추진 중인 춘천 레고랜드 사업도 의암호 중도까지 연결 교량 설치를 위해 340억원의 국비가 절실하지만 정부가 신규 SOC 사업 투자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레고랜드는 춘천 의암호 내 중도 132만 3000㎡에 들어서며 영국 멀린사 등에서 총 5683억원을 투자한다. 2016년까지 준공해 연간 200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이밖에 기본계획을 끝내고 이달 중 실시설계에 들어갈 예정인 국도 42호선 원주 태장동~새말 선형개량사업을 비롯해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국도 5호선 원주 판부~신림 확장사업 역시 정부가 신규사업을 억제할 경우 착공 여부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제4차 국도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온 국도 대체 우회도로 서부 구간(원주 흥업면 광터~소초면 장양리) 개설사업은 사실상 요원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원지역 상공회의소협의회 관계자들은 “강릉지역 현안인 원주∼강릉 복선전철 강릉시내 구간 지하화와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의 정부 지원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신규 SOC 사업 중단 등을 이유로 강원지역의 숙원사업이 제외된다면 도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되살아난 생태하천 우이천

    건천인 탓에 자주 잠들었던 우이천이 숱한 동식물을 보듬는 자연 생태하천으로 깨어났다. 서울시는 22일 우이천 하천 정비 공사를 끝냈다고 밝혔다. 북한산에서 시작하는 우이천은 강북·성북·도봉·노원구를 가로질러 중랑천으로 합류하는 지방2급 하천이다. 우기를 빼곤 대부분 물이 흐르지 않는 죽은 하천으로 여겨졌다. 시는 2010년 3월 정비 공사를 시작했다. 우선 중랑물재생센터의 고도처리수를 공급하기 위해 유지용수관로 7.2㎞를 설치했다. 덕택에 우이천엔 하루 3만t의 깨끗한 물이 흐르게 됐다. 유량을 20㎝ 안팎으로 유지하게 된 우이천에는 중랑천에서 다양한 물고기들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콘크리트 블록과 석축으로 조성됐던 하천 비탈면에는 자연석과 꽃창포, 갈대, 수크렁, 갯버들, 물억새 등 다양한 식물을 심었다. 또 하천 내에는 생태공법을 활용한 이수·치수·친수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동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한강시민공원으로 곧장 이어지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연결하는 횡단 교량 5개, 휴식공간, 음수대, 체육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도 크게 늘렸다. 특히 진·출입로를 9곳이나 만들었다. 시민 안전을 위한 조명 시설과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이번 정비 사업을 통해 치수 기능만 담당했던 우이천이 친환경적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외면받던 해외 건축·토목 수주 ‘제2 전성기’

    외면받던 해외 건축·토목 수주 ‘제2 전성기’

    해외건설 수주에서 건축과 토목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1970년대 해외건설에서 효자였지만 수익성 하락 등의 이유로 2000년대 이후 줄기만 하던 토목과 건축 해외 수주가 다시 늘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가 하락해 갈 곳을 찾지 못한 토목과 건축이 해외에서 살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1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09억 8400만 달러(한화 23조 2500억원)에 이른다. 특히 토목과 건축 부문의 수주가 급증했다. 플랜트 부문에서 해외수주는 106억 7400만 달러로 전체의 50.9%를 차지했고, 건축은 20억 6200만 달러로 9.8%, 토목은 73억 5800만 달러로 35.1%의 비율이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0년 79.9%까지 올라갔던 플랜트 비중이 급감한 반면 건축과 토목에서 해외 수주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억 200만 달러 규모의 호텔과 오피스를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1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수주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6월 몽골에서 MSC빌딩 공사를 5600만 달러에 수주한 바 있다. 토목과 건축의 해외 수주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국내 건설경기가 죽으면서 주택과 건축, 토목 등에 투입돼야 하는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장대교량 등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토목과 건축의 수익률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사업장을 돌리는 것이 건설사에는 이익”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원인이야 어찌 됐든 사업이 다각화됐다는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3~4년 전에 중동 플랜트 사업에서 나타난 저가 수주가 토목과 건설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해외 플랜트에 사활을 걸었던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저가 수주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진행된 한 콘도미니엄 건설 공사에는 국내 건설사 두 곳이 맞붙으면서 수주금액이 수백만 달러나 낮아지기도 했다”면서 “몇몇 업체들은 2~3년 뒤에 또다시 저가 수주 부메랑을 맞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예상승객 7배 ‘뻥튀기’ 차량 도입國 따로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에서 예상 승객 숫자를 턱없이 ‘뻥튀기’한 것으로 감사 결과 확인됐다. 또 해외 차량을 사들이면서 호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예산 낭비 요인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이 높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 실시한 ‘경전철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감사 대상은 국토부의 도시철도기본계획 고시·승인 후 추진된 경전철 사업으로 서울 우이∼신설(총사업비 6500억원·10.7㎞), 의정부(4750억원·11.1㎞), 용인(1조 127억원·18.1㎞), 광명(4240억원·10.3㎞), 인천도시철도 2호선(2조 1200억원·29.3㎞), 대구도시철도 3호선(1조 4000억원·23.9㎞) 등 6개였다. 지난해 개통된 의정부 경전철은 당초 하루 평균 7만 9049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이용객(1만 1258명)은 예상치의 14%에 불과해 7배나 부풀려졌다. 또 용인 경전철은 3배, 광명 경전철은 2배, 대구 3호선은 0.5배 정도 예상수요가 각각 과대 평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의정부 경전철은 예상 통행량 산정 시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KTDB) 자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1999년 시가 조사한 가구통행실태 결과를 임의로 활용해 통행량을 31.2% 부풀렸다. 대구 3호선도 주변 택지개발사업에 따른 추가 수요를 전부 예상 통행량에 반영했으나 실제 이 지역 12개 택지개발사업의 입주율은 42%에 그쳐 뻥튀기 예측이 됐다. 광명 경전철도 2005년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한 지 7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는데도 수요 재검증을 하지 않았다. 지자체마다 제각각 차량을 도입하는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부품조달 가능성이나 해외 차량 제작기술의 국내 이전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하는데도 지자체별로 무분별하게 선정하는 실정”이라면서 “국내 기술 확보가 어려워 향후 유지관리비 상승, 비상시 부품조달 차질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의정부 경전철은 독일, 대구 3호선과 광명 경전철은 일본, 용인 경전철은 캐나다 등 차량 도입 국가가 제각각이었다. 이에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차량 선정 절차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경전철의 교량 구조물 규모가 쓸데없이 커져 예산이 새기도 했다. 경전철은 일반 철도보다 차량의 중량이 가벼운 만큼 구조물 설계 기준을 낮춰야 하는데도 지자체들은 일반 철도 기준을 그대로 따랐다. 감사원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자문한 결과 경전철 구조물 규모를 적정선으로 낮추면 향후 추진될 전국 76개 경전철 사업에서 8400억여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9월 개통 국내 첫 자기부상열차 검사해 봤더니 하자 건수가…

    인천국제공항에 국내 최초로 추진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사업이 부실 덩어리로 드러났다. 오는 9월 개통을 앞두고 실시한 두 번의 준공 전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25일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에 대해 지난해 10월과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준공 전 검사를 시행했다. 1차 검사는 건설 분야를 대상으로 했고 2차는 공통 분야, 관제 분야, 노반·궤도, 차량기지, 정거장 등 5개를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국비 등 4145억원을 들여 인천국제공항∼용유도 간 6.1㎞(6개 역)에 건설된 자기부상열차는 지난해 7월부터 종합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인천시는 국가로부터 시설을 인계받는다. 1차 준공 전 검사에서는 토목 52건, 궤도 7건, 기계설비 48건 등 153건의 하자가 지적됐다. 하지만 2차 점검 때는 무려 335건이 늘어난 488건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공통 분야 71건, 노반·궤도 41건, 차량기지 107건 등이었다. 특히 철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통신·신호 등 관제 분야에서도 19건의 하자가 발견됐다. 자기부상열차는 무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운행을 총괄하는 관제 분야는 핵심 기술로 알려졌다. 아울러 궤도와 교량 등 경량화와 미관에 중점을 두고 건설한 구조물이 되레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 교량은 양쪽으로 사람이 오갈 수 있는 슬래브(콘크리트 바닥)가 있지만 자기부상열차 교량에는 슬래브 없이 보(받침구조물) 위에 바로 궤도가 설치돼 안전점검이 쉽지 않고, 점검 시 사고위험이 우려된다. 따라서 현재 해당 기관에서 10억원의 추가 예산을 들여 궤도를 점검할 수 있는 무인모터카를 개발하고 있다. 이같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인천시는 자기부상열차 개통 전까지 준공 전 검사를 지속적으로(월 1회) 실시할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GS건설을 비롯해 한진중공업, 계룡건설, 한라건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한 국책사업으로 해외 수출까지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운영도 하기 전에 많은 허점을 노출함으로써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도형 인천시의원은 “국내 최초로 추진되는 자기부상열차 건설사업에 대기업들이 참여했음에도 수많은 하자가 발생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시의회는 감시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지적사항은 세세한 사항까지 점검한 것으로 준공 전까지 협의해서 모든 부분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향토기업 특선] “기술·품질 최고… 정부지원 있었으면”

    [향토기업 특선] “기술·품질 최고… 정부지원 있었으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골의 작은 기업이 신소재 기술 하나로 세계시장을 누빌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민경오 ㈜누리텍 사장은 굴지의 선박회사들도 넘보지 못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세계 보트시장을 정복할 꿈에 가슴이 벅차다. 사업체를 인수할 초창기에는 상하수도용 파이프 등 건설 자재를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단순 유통회사였다. 이후 회사를 제조업으로 탈바꿈시킨 데 이어 신소재를 이용해 레저용 보트 제작까지 발전시켰다. 곧 보트의 대량 생산 채비를 갖추고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 일약 첨단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회사를 발빠르게 변화시킨 데는 민 사장의 남다른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있었다. 그가 건설 자재 유통회사를 제조업으로 바꾼 계기는 2005년부터 제조자 중심으로 구매계약이 바뀌는 시장의 변화 때문이었다. 그는 “제조업 초기에는 각종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등 녹록지 않아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된다는 신념으로 노력해 지금은 기술이나 품질에서 최고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상하수도 파이프는 단순 파이프가 아니다. 끝없이 연구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제품에 접목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다중 파이프가 대부분이다. 이후 폴리에틸렌 소재를 이용해 레저용 보트를 만드는 또 다른 변신을 꾀하며 대박을 꿈꾸고 있다. 신소재 보트는 친환경적이고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치고 있어 무진장으로 열려 있는 세계시장으로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민 사장은 “보트 제조는 기존 업종과 180도 다른 영역이다”면서 “단순하게 파이프 제조에 쓰이는 원료를 활용해보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회사의 장래를 결정짓는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했다”며 웃었다. 이 밖에 민 사장은 호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 목재 자라를 독점 수입, 국내에 판매하는 유통업도 같이한다. 내구성이 강해 교량과 산책로, 고급가구용으로 쓰인다. 민 사장은 “시골 농공단지에 있는 작은 기업이다 보니 정부의 각종 지원과 관심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아쉽다”며 “기술 하나만 보고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척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완공 날짜 못맞춰 끝내 달리지 못한 순천만 박람회 경전철

    ㈜포스코가 오는 20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에 맞춰 개통하기로 한 순천만 소형경전철(PRT) 사업의 날짜를 맞추지 못해 전남 순천시가 운행 포기를 선언하는 등 회사 신뢰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순천시와 포스코는 관광객이 편리하게 움직이고 순천만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정원박람회와 연계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PRT 사업을 추진해 2011년 1월 협약을 맺었다. 포스코가 30년간 독점 운행하는 조건 등으로 정원박람회장~순천만 4.6㎞ 구간에 610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PRT는 1량 6개 좌석을 갖췄으며 이 구간에 총 40대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는 지난 3일 차량 납품 지연과 안전성 미확보를 이유로 운행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힌 뒤 포스코를 상대로 계약 위반에 대한 법률 검토 등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박람회 개막 때 40대 차량 중 20대를 공급할 것을 약속했으나 부품 공급을 맡은 스웨덴 측 회사가 공급을 지연해 아직도 차량 납품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PRT의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개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순천시의회도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으로부터 특혜 지적을 받은 PRT 사업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최근 시가 사업 시행자를 포스코로 먼저 선정한 뒤 나중에 민자 유치 계획을 공고하는 등 사업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관련 공무원 4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이종철 위원장은 “순천시와 포스코 간에 체결된 협약을 보면 포스코 측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해지 사유가 충분하다”며 “순천시는 조속히 포스코와의 PRT 사업 협약을 즉각 해지하라”고 촉구했다. 또 “포스코는 순천만에 건설된 교량 구조물 등 모든 시설물을 즉각 철거할 것과 사업 지연(의무불이행)에 따른 시 행정 인력 낭비 및 셔틀버스 투입 등에 대한 예산과 관련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천만경전철 시민대책위원회 김효승 위원장은 “2011년 계약 당시 PRT는 스웨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이었을 만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이었다”며 “람사르협약에 가입된 순천만의 생태 보존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무리하게 추진을 강행해 오다 공사 일정도 맞추지 못한 채 정원박람회 기간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는 무인궤도차 운행이 차질을 빚게 됨에 따라 이 구간에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전면 허용하는 방식으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사업 시행사로서 파트너인 순천시 집행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으로 시의회 입장에 대해서는 언급하기가 곤란하다”며 “순천시가 공식적으로 협의 요청을 할 경우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시론] 시진핑 시대의 중국 외교와 韓中관계/진찬룽(金燦榮)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시론] 시진핑 시대의 중국 외교와 韓中관계/진찬룽(金燦榮)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이후 중국은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외교에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외교의 지위를 높였다. 국가주석에 선출된 지 1주일 만에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나섰으며, 최근에는 국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보아오(博鰲)포럼을 개최해 다자 초청 외교를 펼치는 등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교 스타일 면에서도 이전과 달리 강한 자신감과 진취적인 기상 그리고 자아중심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의 국력이 강해진 것은 물론 중국을 둘러싼 국제 환경이 변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중국의 국제적 지위는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이 출범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못지않게 중국의 국가 이익이 세계 각지와 연결돼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이 잇따르는 등 중국 주변 정세도 복잡해졌다. 시 주석 체제의 중국은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외교를 한 단계 강화하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미 새로운 외교의 방향과 방침도 제시했다. 그는 지난 1월 28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은 과거와 같이 평화발전의 길을 걸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정당한 권익을 포기하거나 국가의 핵심이익을 희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높아진 국제 위상과 복잡해진 국가 이익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새 외교의 구체적인 방침은 시 주석 집권 후 첫 해외 순방국들의 면면을 통해 드러났다. 우선 첫 순방국으로 러시아를 찾은 것은 미국의 중국 봉쇄에 대항하기 위한 안정적인 후방기지를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찾은 것은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중국 편을 확보하려는 게 목적이다. 남아공에서 브릭스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브릭스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발언권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중국 외교는 국제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제적인 발언권을 확대하는 한편, 다자 외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권력교체가 이뤄진 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 정치보고에서도 “중국은 앞으로 전 세계적인 도전에 함께 대응하겠다”며 이전보다 능동적인 외교에 나설 것임을 선언한 바 있다. 시진핑 시대의 외교는 중국의 외교 공간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동시에 중·미 관계 강화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이 완화될 경우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문제로 악화된 중·일 간 갈등이 개선될 수 있다. 일본이 중국에 도전하는 배후에는 미국의 아·태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중·미 관계 개선은 한반도 등 중국 주변 환경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지난달부터 잭 루 재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을 잇따라 중국에 보내 중국 새 지도부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같은 중국의 새 외교 전략을 감안할 때 중·한 관계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공조 강화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시진핑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첫번째 공조 임무로 삼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이번 위기가 마무리되면 북한이 6자회담의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양국이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한국은 중·미 관계 개선의 교량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중국 및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이용해 양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도록 역할을 하고 나아가 3국의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이 앞으로도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양국은 보다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 전남 강진 백련사 동백숲

    전남 강진 백련사 동백숲

    참 역설적이지요. 꽃이 져야 봄이 온다니 말입니다. 동백(冬柏)은 겨우내 키운 꽃을 훈훈한 갯바람이 불면 봉오리째 떨어뜨립니다. 피보다 붉은 동백은 땅의 냉기를 지우고 머뭇대던 봄도 그제야 완연해집니다. 그러니 꽃이 진다고 계절을 탓할 일은 아닌 것이지요. 전남 강진의 백련사 동백숲에 들면 꽃 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수백년을 살아낸 동백들이 절집 주변을 빼곡하게 감싸고 있으니, 과장 좀 보태면 투둑대며 꽃 떨어지는 소리가 빗방울 듣는 소리와 닮았습니다. 땅은 붉고, 숲은 푸른 풍경, 상상이 되십니까. 내친 걸음, 주작산까지는 가봐야 겠습니다. 강진을 두고 흔히 ‘남도 답사 1번지’라 하지요. 하지만 단언컨대, 강진 땅 남쪽을 떠받치고 있는 주작산에 오르지 않는다면 이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몇 번을 곱씹어 봐도 질리지 않을 보석 같은 풍경들이 두 눈 가득 담기기 때문입니다. 석문산에서 덕룡산을 거쳐 해남 땅 두륜산으로 이어진 산군(山群)들의 위용 또한 몇 마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요. 장비의 장팔사모가 그리 뾰족했을까요. 창날처럼 솟은 희디 흰 암릉들은 꿈틀대는 백룡을 보는 듯했습니다. 꽃이 진다. 봉오리째 툭툭 떨어진다. ‘자의식’이 강한 꽃이지 싶다. 가지 끝에서 하루하루 시들 바에는 차라리 떨어져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남겠단다. 그 결기를 품고 낙화한다. ‘떠나는 모습이 아름다운 나무’, 동백이다. 갯바람이 닿는 남도 이곳저곳에 동백숲이 흩뿌려져 있다. 중부 이남에서 잘 자라는 성질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전북 고창의 선운사 동백숲(천연기념물 제184호)과 전남 강진의 백련사 동백숲(천연기념물 제151호)이다. 두 곳 모두 빼어난 풍경을 가졌지만, 다른 점도 있다. 선운사 동백숲은 사람과 꽃 사이에 울타리를 쳤다. 이에 견줘 백련사 동백숲은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사람과 꽃의 경계가 없다. 동백꽃은 두 번 핀다. 나뭇가지 끝에서, 그리고 떨어져 땅 위에서 또 한번 핀다. 동백꽃은 늘 푸른 잎에 감춰졌을 때보다, 되레 땅 위 떨어졌을 때 더 아름답다는 이들이 많다. 가수 송창식도 노래했다.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이라고. 동백꽃이 세 번 핀다는 주장은 이런 이유에서 나왔다. 가지와 땅에 이어 뭇사람들의 가슴 속에서도 피기 때문이다. 백련사 주차장에 서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비포장의 숲길, 오른쪽은 경내로 직행하는 아스팔트 길이다. 동백숲은 터널을 이뤘다. 사실상 절집의 일주문 노릇을 하는 숲이다. 떨어진 꽃들이 땅 위에 붉은 비단처럼 깔렸다. 꽃의 속내를 아는 이라면, 이를 ‘사뿐이 즈려밟고 갈’ 수는 없다. 철없는 아이조차 꽃술 하나 다칠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숲은 벌이 날며 내는 소리로 가득 찼다. 노련한 ‘월하노인’(月下老人)답게 여기저기서 붕붕댄다. 동백꽃 암술과 수술의 중매는 주로 동박새 등이 맡는다더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다. 길 양옆으로 키 5~7m 정도의 동백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예서 백련사까지 거리는 대략 300m. 그 구간 약 5만 2000㎡(약 1만 6000평)에 수백년 묵은 고목 1500여그루가 자란다. 백련사 동백숲의 면적과 나무 숫자 등에 대한 견해가 제각각이어서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기록을 기준 삼았다. 동백나무 사이사이엔 후박나무, 비자나무 등 늘 푸른 나무가 섞여있다. 거개가 남녘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나무들이다. 허리 숙여 땅을 보면 들꽃 천지다. 보랏빛 현호색 등 키 작은 들꽃들이 땅에 떨어진 동백꽃과 어우러져 있다. 동백숲 그늘을 지나면 곧 백련사 경내다. 절집 뜨락, 명자나무가 붉디 붉은 꽃술을 열었다. 동백꽃을 시샘한 까닭인지, 늘 이맘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핀다. 절집은 수수하다. 단청 벗겨진 대웅전이 정겹고, 응진전과 만경루도 고즈넉하다. 고려 8국사(國師)를 배출한 남도의 명찰이니, 어쩌면 소박한 게 당연한 노릇일 터다. 개창 연대는 신라 문성왕 1년(83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국내 대다수 절집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 등 전란 통에 소실되는 비운을 겪고 새로 지어졌다. 절집 뒤편의 만덕산(408m)은 예부터 ‘다산’(茶山)이라 불렸다. 차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백련사와 이웃한 초당에 유배됐던 정약용(1762~1836)도 이곳의 지명을 따 자신의 호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동백숲과 더불어 백련사를 세상에 알린 공신 중의 하나가 ‘다산오솔길’이다. 백련사와 정약용이 기거했던 다산초당을 잇는 조붓한 오솔길이다. 길은 삼남대로를 따라가는 ‘정약용 남도유배길’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총 4코스(65.7㎞) 가운데 2코스에 해당하는 다산오솔길은 다산초당~백련사 동백숲길~남포마을을 지나 강진 읍내의 영랑생가로 이어진다. 다산오솔길의 일반적인 들머리는 다산유물전시관이다. 두충나무 숲길을 지나 다산초당과 야생차밭, 그리고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백련사까지 걷는다. 하지만 사유를 위한 길에 진입로가 따로 있으랴. 어디로 가든 자신만의 철학의 길은 완성될 터. 백련사를 들머리 삼아 걷는 게 다소 수월하다. 다산초당 주차장에서 백련사로 가는 길은 가파른 고갯길이 이어진다. 허덕대며 오르기보다는 오솔길을 따라 걷는 게 훨씬 운치 있다. 다산오솔길 곳곳엔 다산과 혜장선사(1772∼1811)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 다산은 1808년부터 10여년 동안을 다산초당 등 강진땅에서 보낸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든 나날들이었겠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일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절이기도 했다. 저 유명한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방대한 양의 저술이 모두 다산초당에서 완성됐다니 말이다. 다산은 이 길을 따라 백련사를 오가며 혜장선사와 교분을 나눴다. 혜장은 다산이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스승이자 제자, 그리고 벗이었다. 다산이 자신의 사상을 정립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산오솔길은 결국 당대의 실학자였던 다산이 학승 혜장과 교유하며 사상의 토대를 세웠던 ‘철학의 길’인 셈이다. 절집 못 미처 왼쪽으로 다산오솔길이 시작된다. 안내판은 다산초당까지 거리를 800m, 소요시간은 30분이라 적고 있다. 하지만 쉬엄쉬엄 걷다 보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린다. 또 다산초당에서 주차장이 있는 다산유물전시관까지 30분 이상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다산초당 주변엔 다산의 흔적이 여태 남아있다. 다산은 초당 동쪽에 동암을 지어 기거했고, 물을 끌어다 인공연못을 만들었다. 텃밭을 일궈 남새도 길렀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초당 뒤편 바위에 ‘정석’(丁石)이란 글자를 새기기도 했다. 천일각도 옛모습 그대로다. 멀리 강진만이 한눈에 담기는 곳. 다산은 종종 천일각에 올라 흑산도로 유배 간 형 정약전을 생각하며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백련사를 찾았다면 당연히 주작산(428m)을 돌아보는 게 순리다. 거리도 가깝고, 오르기도 어렵지 않다. 오가는 길에 ‘강진의 소금강’ 석문공원 등 볼거리도 많다. 특히 주작산 정상에서 맞는 풍경은 나라 안 어디서고 쉽게 만날 수 없을 만큼 빼어나다. 지도로 보면 강진은 빨래집게를 닮았다. A자형 집게 다리 사이엔 강진만이 들어찼다. 강진 위쪽은 월출산이다. 국내 대표적인 악산이다. 집게 다리 왼쪽, 그러니까 도암면과 신전면 등 해남과의 경계 지역엔 주작산과 덕룡산(432m)이 불쑥 솟았다. 북으로는 월출산, 남으로는 덕룡산 등이 강진땅을 감싸 안은 형국이다. 특히 덕룡산은 규모에서 뒤질 망정, 기세로는 월출산과 견줄 만한 악산이다. 주작산은 진달래가 아름다운 산이다. 대규모로 군락을 이루기 보다, 암릉과 산허리 등 꼭 피어야 할 곳에 소박한 규모로 핀다. 진달래가 만개하는 4월이면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산꾼들이 몰려 든다. 트레킹 수준의 산행을 원하는 여행객이라면 주작산 휴양림을 들머리 삼으면 된다. 왕복 2시간이면 정상까지 돌아볼 수 있다. 승용차로도 오를 수 있다. 다만 길이 비포장인 데다 좁고 굴곡이 심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50분 정도 오르면 일출전망대다.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름의 전망대지만, 객들에게 선사하는 풍광 만큼은 정말 빼어나다. 왼쪽으로는 덕룡산과 그 품에 안긴 강진의 들녘이 두 눈에 가득찬다. 사신(四神) 가운데 남쪽을 지키는 주작(朱雀)의 등을 타고 앉아 동쪽에서 용솟음치는 청룡(靑龍)을 굽어보는 듯한 느낌이다. 석문산과 멀리 월출산으로 이어지는 암릉의 자태도 기막히다. 오른쪽으로는 어미의 뱃 속 아기집을 닮았다는 강진만이 넉넉한 자태로 펼쳐져 있다. 야트막한 산이 차려낸 상차림 치고는 다리가 휠 지경이다. 일출 전망대에서 정상까지는 10분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정상에서 맞는 풍경은 일출전망대와 사뭇 다르다. 발은 강진땅을 딛고 섰으되, 눈을 사로 잡는 건 해남과 그 너머 다도해다. 해남기맥의 창끝 같은 암봉과 그 아래 매달린 절집, 그리고 ‘명품’이라 부를 만한 두륜산의 장엄한 자태가 일품이다. 강진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 가우도다. ‘강진만의 여의도’라고 불리는 섬이다. 여의도가 대방동, 마포와 다리로 연결됐듯, 가우도 또한 도암면과 대구면 방향으로 각기 다른 연륙교로 이어져 있다. 교량의 길이는 1.12㎞, 폭은 2.2m다. 차로는 갈 수 없고, 걸어서 오가야 한다. 너른 강진만을 횡단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우도는 강진군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다. 거북이를 닮은 섬에 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섬 안에 한옥형 숙박시설도 마련돼 있다. 글 사진 강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으로 나가서 2번 국도를 타고 강진읍까지 간 뒤 해남 방면 18번 국도로 갈아타고 곧장 가면 백련사 이정표가 나온다. 주작산 휴양림, 석문공원 등도 이 도로를 타고 가다 만날 수 있다. 요즘 봄꽃이 한창인 만큼 오가는 길에 구례 산수유마을이나 영암 백리 벚꽃길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백련사 종무소 432-0837, 주작산 휴양림 430-3306. →맛집 강진은 한정식집이 많다. 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알싸한 홍어삼합과 산낙지, 꽃게찜 등을 푸짐하게 차려낸다. 강진읍내의 흥진식당(434-3031)과 둥지식당(433-2080), 청자골 종가집(433-1100), 명동식당(434-2147) 등이 알려졌다. 병영면 수인관(432-1027)의 달달한 돼지불고기도 맛있다. →잘 곳 읍내 프린스행복모텔(433-7300)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굿스테이’ 업소다. 부성파크모텔(434-2081), 탑모텔(434-8816) 등이 비교적 깔끔하다. →주변 관광지 강진읍내에 다산이 머물렀던 주막집 사의재가 복원돼 있다. 시인 김영랑이 나고 자란 생가도 지척이다. 병영면의 ‘하멜기념관’과 근대문화재 제 264호로 지정된 돌담길도 둘러볼 만하다.
  •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현대건설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현대건설

    “올라, 코모 에스타스?”(안녕, 어떻게 지내니?) “에스토이 무이 비엔, 이 투?”(잘 지내, 너는?) 요즘 현대건설 사옥 곳곳에서는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업무 시간이 끝난 뒤 사내 강의실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직원이 80여명에 이른다. 최근 중남미로 시장을 넓히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2개월 단위로 진행되는 스페인어 강좌는 매회 수강생 모집이 10분 만에 끝날 정도로 직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건설은 중동 지역 플랜트 중심의 수주에서 범위를 넓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브라질, 에콰도르 등 중남미로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2010년 콜롬비아에 보고타지사를 설립한 이후 2011년에는 베네수엘라에 지사를 설립했다. 중남미 지역은 국내외 경쟁사들의 진입이 본격화되지 않은 곳이다. 현대건설의 중남미 지역 신시장 개척 노력의 성과는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월 콜롬비아 메데진시 공공사업청에서 발주한 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베요 하수처리장 공사를 공동으로 수주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에서 발주한 미화 29억 9500만 달러 규모의 푸에르토라크루스 정유공장 확장 및 설비 개선 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 말에는 우루과이에서도 수주 낭보를 보내 왔다. 현대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말 우루과이 전력청에서 발주한 6억3000만 달러 규모의 ‘푼타 델 티그레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이 중 현대건설의 몫은 5억 3000만 달러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우수한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105억 달러가 넘는 해외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20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교량 공사를 통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누적 해외 수주 9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국내 건설업계가 기록한 해외 수주 누계 5300억 달러의 17%에 해당한다. 현대건설은 이제 단순 공사 수주를 넘어 중남미 각국의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안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종합설계 등 계열사와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선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해 국제 경쟁력을 가진 엔지니어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베트남 산업혈관은 메이드 인 코리아”

    “베트남 산업혈관은 메이드 인 코리아”

    “이곳 사람들은 한강의 기적을 홍강에서 다시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짓고 있는 제5번 외곽순환도로(Ring Road)가 그 기적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지난 19일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하노이의 햇볕에 얼굴이 검붉게 익은 윤석봉 GS건설 빈틴 교량프로젝트 현장소장은 “베트남 산업 혈관의 중심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자랑했다. 베트남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2040년까지 하노이 외곽 지역 366㎞를 원형으로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GS건설은 홍강을 횡단해 손타이와 빈틴 지역을 연결하는 빈틴교 건설을 맡았다. 빈틴교는 하노이시와 인접 위성도시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소, 물류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소장은 “이 도로가 완성되고 베트남 제1의 항구도시인 하이퐁과 하노이가 연결되면 산업단지가 하노이 서북쪽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하이퐁 105.5㎞에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이동 소요시간은 현재 5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줄어들게 된다. GS건설은 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 중 9.3㎞ 구간의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빈틴 교량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알고 최저가가 아닌 적정 공사비로 입찰을 진행했다. 이미 정년을 4년이나 넘겨 ‘왕소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윤 소장의 열정 때문인지 2015년 1월 준공 예정인 빈틴교는 현재 54%의 공정률로 공기가 6개월가량 앞당겨질 전망이다. 건설 한류는 베트남의 경제중심지 호찌민에서도 뜨겁다. 호찌민을 둘러싸고 있는 사이공강을 지나다 보니 서울의 서강대교와 똑같이 생긴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호찌민시의 사이공강을 관통하는 TBO도로의 랜드마크 빈로이 교량이다. 신창민 GS건설 현장소장은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관료들이 서강대교를 보고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해서 한국에서 8개월간 다리를 제작해 여기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내년 말 완공되는 TBO도로 건설 등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호찌민메트로 1호선도 수주했다. 주택부문의 진출도 눈에 띈다. 호찌민의 부촌 타오디엔에는 서울의 자이아파트와 쌍둥이처럼 닮은 ‘자이리버뷰펠리스’가 우뚝 솟아 있다. 지상 27층 3개 동에 전용면적 144∼516㎡ 270가구의 아파트 입주민의 75%는 베트남 현지인과 외국인 주재원이다. 글 사진 하노이·호찌민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암 진단·치료기기 유상지원 “年 5000~1만명 혜택 가능”

    암 진단·치료기기 유상지원 “年 5000~1만명 혜택 가능”

    한국에 꽃샘추위가 한창이었지만 지난 22일 베트남 중부 다낭의 한낮 기온은 37도를 훌쩍 넘어섰다. 절기상 봄이지만 기온은 여름인 한낮 더위에도 다낭 종합병원은 환자들로 북적였다. 다낭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최대 상업도시 호찌민에 이은 3대 도시로 80만명이 살고 있다. 베트남 전쟁 때 우리나라 청룡부대가 주둔한 인연이 있다. 하지만 전쟁 당시 고엽제가 대량 살포돼 암 환자가 크게 발생했다. 트란 나웁 타인 종합병원장은 “공식 통계는 없지만 현재 3000명 정도가 암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환자 수는 많지만 치료 여건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다낭종합병원의 고민을 덜어준 것은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이다. 우리나라의 개발원조(ODA) 가운데 유상원조인 EDCF는 1987년 설립돼 수은이 운용하고 있다. 수은은 EDCF로 100억원가량을 지원, 다낭종합병원이 암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방사성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한국산 사이클로트론을 사서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지을 수 있게 했다. 암 진단용 방사선의약품은 반감기(일정량의 방사성 원자핵이 처음 수의 절반으로 줄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가 짧아 생산 후 200~300㎞를 벗어나서는 쓸 수 없다. 방사성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기기가 하노이에 2대, 호찌민에 1대 있지만 다낭에서는 쓸 수 없다는 의미다. 타인 병원장은 “사이클로트론으로 연간 5000~1만명이 혜택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위엔 슈언 아임 다낭 부인민위원장은 “다낭의 주요 사업이 의료와 관광인데 한국의 도움으로 다낭의 진료 수준이 하노이와 호찌민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수은의 EDCF 지원 가운데 베트남은 지난해 20.6%(1조 8655억원·43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김영석 수은 하노이사무소장은 “EDCF 특징은 무상이 아닌 유상지원”이라면서 “오랜 기간 동안 천천히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하기 때문에 갚을 만한 능력이 있는 곳에 EDCF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다낭 외에도 하노이 홍강 상류지역에 4.4㎞의 교량을 건설하는 빈틴 교량 건설사업도 진행 중이다. 약 1000억원을 EDCF로 지원해 GS건설이 짓고 있다. 닌빈에는 209억여원을 EDCF로 지원해 베트남 최초 고체 폐기물 처리장을 효성 에바라엔지니어링이 짓고 있다. 우리나라의 EDCF 지원이 활발한 데 대해 베트남 정부 기획투자부의 호앙 비엣 캉 대외협력국장은 “한국은 지원을 요청하면 절차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고 한국기업의 건설 수준이 높기 때문에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우리나라의 EDCF 승인액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까지 누적액이 9조 601억원이다. 서동욱 수은 기금업무팀장은 “원조를 통해 우리나라와 개발도상국이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 장점도 있다”면서 “대기업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EDCF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다낭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별’들의 마지막 봉사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군 협의 업무가 많은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성 출신을 안보정책자문관으로 잇따라 채용하고 있다. 경기 양주시는 21일 각종 군 협의 업무를 자문해 줄 관군협력관에 지난 1월 말 예편한 손기화 전 육군 65사단장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사무관(5급) 대우 계약직이지만 현삼식 양주시장은 손 협력관을 예우해 시장 접견실을 집무실로 내줬다. 이같이 군과의 협의가 많은 접경지역 지자체 가운데 양주시처럼 군 장성 출신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한 곳은 경기도, 김포시, 파주시, 포천시 등 확인된 곳만 5개에 이른다. 도는 2006년 10월 육·해·공군 및 해병대 예비역 장성 4명을 안보정책자문관으로 임용해 을지연습 및 군 관련 업무 협의 때 교량 역할을 맡기고 있다. 파주시는 2010년 10월 투자진흥과 군관협력팀에 예비역 소장 출신의 군사정책자문관 1명을 배치, 각종 군 협의 업무에서 조언을 받고 있다. 포천시는 2010년 12월부터 총무국에 3년 계약직의 군협력관을 두고 있으며, 김포시는 지난해 10월부터 행정과 소속으로 5급 상당의 안보자문관을 배치했다. 채용된 자문관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 사단장 출신이라 지역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해당 지자체가 산업단지 조성이나 대학·종합병원 유치 때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국책 또는 시책사업과 관련한 대형 시설의 입지 가능 여부를 사전 심사할 경우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가장 큰 쟁점은 군 작전계획에 지장을 주느냐인데, 이들 자문관이 간단히 가부를 판단해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군부대와 협의 때 윤활유 역할을 한다. 실제 시 면적의 91%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인 파주시에서는 군사정책자문관 역할이 두드러진다. 곡릉천 등 대형 하천에 30~40년 전 설치된 대전차 장애물인 용치가 물 흐름을 방해해 집중호우 때 제방 붕괴나 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를 입혀 왔으나 관할 군부대 반대로 철거를 못 해왔다. 그러나 자문관이 2011년 용치를 대체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해 관철시켰다. 파주LCD기숙사 신축, 적성산업단지 조성, 영태리 훈련장 이전 등 군 작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각종 숙원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자문관들은 보통 매주 20~24시간 근무하며 2000만원대 낮은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종기 파주시 군사정책자문관은 “파주에서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하다 보니 제2의 고향이 됐다. 현역 때 군인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 못하는 게 늘 안타까웠다. 마침 집도 파주에서 가까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뭔가 역할을 더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직급 등 대우에 상관없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명채 파주 투자진흥과장은 “학식과 덕망이 높고 공사가 분명해 군 협의 업무뿐 아니라 6·25 전적지 조사 및 서적 발간 등 기타 업무에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부처간 소통부재 ‘칸막이 현상’… 주민엔 ‘손톱밑 가시’

    부처간 소통부재 ‘칸막이 현상’… 주민엔 ‘손톱밑 가시’

    #1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건설된 우륵교가 정부와 지자체 간의 불통으로 1년 5개월째 차량 통행을 못하고 있다. 우륵교가 준공된 것은 2011년. 사업비 890억원이 들어갔으며 왕복 2차 도로이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과 경북 고령군 다산면을 잇는 우륵교는 차량통행에 대비해 건설된 것으로, 설계하중 1등급 교량(총 하중 43.2t)이다. 하지만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보의 유지보수를 위한 교량이라며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과 기업들은 거리 1.5㎞ 구간의 우륵교를 눈앞에 두고 사문진교 등으로 무려 14㎞를 돌아가고 있다. 물류비용과 시간 등의 비용이 연간 300억원 낭비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륵교 인근에는 대구의 성서산업단지, 고령의 다산산업단지 등이 있다. 특히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차량통행이 가능한 왕복 2차로로 건설된 교량은 강정고령보와 영산강 승촌보, 금강의 공주보, 낙동강의 함안창녕보, 창녕 합천보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차량통행이 금지된 것은 우륵교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교량은 1차로로 보의 유지보수 역할만 하고 있다. 달성군 다사읍에 사는 김모(55)씨는 “정부가 많은 예산을 들여 4대강 사업을 벌였고 그로 인해 보와 교량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해서 들어선 시설이라면 당연히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교량의 차량통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군은 우륵교 차량통행에 대비해 접속도로를 이미 개통해 놓았다. 달성군도 우륵교에 차량만 다닐 수 있다면 접속도로를 개설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차량통행은 개설목적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고집을 부리는 것은 전형적인 소통 부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군 관계자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피해가 막대한 데도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우륵교가 보의 유지보수 관리를 하는 공도교라는 원칙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우륵교 차량통행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우륵교는 설계 당시부터 차량통행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그 이유다. 여기에다 진입부분이 S자 형태로 휘어 있어 차량 통행도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우륵교는 현재 자전거도로와 보도 등으로 개방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차량이 통행할 경우 큰 혼란이 우려된다. 더구나 보를 보수할 경우 대형 크레인이 1개월 이상 들어가 작업을 하기 때문에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 2011년 6월 11일 북한 주민 9명이 집단 귀순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통일부 장관만 닷새 동안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당연히 전달됐어야 할 귀순 사실에 대해 5일간 보고받지 못한 것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당시에도 국정원과 국방부가 각각 이상 징후를 포착했지만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정원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의 2005년 남한 방문 사실을 확인했을 때 통일부가 “확인 중”이라고 답한 것도 정보 공유 엇박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에게 정보를 직보할 뿐 공유하지 않고, 외교통상부 장관은 재외공관 등으로부터 정보를 받지만 통일부는 그럴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정보 공유는 되고 있지만, 어렵게 얻은 정보를 즉각 공유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 때문에 외교·안보 라인이 정보를 모두 공유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칸막이 현상’은 법령과 제도가 각 부처에 기능별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법령에 따라 정해진 범위를 넘으면 ‘월권’으로 지목받을 수 있다는 것이 칸막이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관료와 중앙 부처는 자신들만의 입장에서 정책을 이해하고 대변하면서 정보와 정책은 공유하지 않고 있다. 학계에 있다가 관료로 변신했던 이돈구 전 산림청장은 “생활환경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환경부가 자연환경까지 눈독을 들이더라”며 “부처 간의 칸막이와 기득권 다툼이 아주 심하고, 다른 부처를 도와주기보다는 제 주머니만 챙기려고 하는 것이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제2 청계천’ 춘천 약사천 다시 흐른다

    ‘제2 청계천’ 춘천 약사천 다시 흐른다

    강원 춘천 도심을 가로지르는 약사천이 30년 만에 복원돼 맑은 소양강 물이 다시 흐르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14일 춘천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제2의 청계천사업’으로 불리며 추진한 약사천 복원사업이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되고 6월쯤 정식 준공된 뒤 물이 흐르게 된다. 사업비 496억원의 90% 이상이 국비와 기금으로 충당돼 복원됐다. 약사천은 춘천 도심 한가운데인 봉의초교부터 공지천 합수지점까지의 길이 850m, 폭 6~12m에 이르는 하천으로 인근 소양강 물길을 끌어들여 사계절 10㎝ 이상의 맑은 물이 흐르게 된다. 이곳에는 산책로와 교량 및 나무다리 5개가 놓이고 수심 30~40㎝의 소규모 소와 여울 6곳, 가로등, 공원, 연못, 강 옆에 식재된 가로수와 꽃 등이 어우러져 ‘도심 속 공원’으로 꾸며진다. 약사천 복원은 1984년 콘크리트 구조물로 복개된 이후 30년 만에 106필지의 토지와 78개의 건물을 헐어내고 도심 속의 하천과 공원 부지로 되살아났다. 약사천 복원은 단순한 하천으로의 복원을 넘어 다양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조양·교동·약사·효자동 일대의 하수가 그대로 흘러들어 악취를 풍기던 약사천이 복원과 함께 오수·우수관 교체작업을 마쳐 의암호 수질까지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만 오면 잠기던 주변의 일부 상습침수 지역이 해소됐고 소양강에서부터 하천까지 12.5㎞에 관로를 매설해 일부 구간이 도로로 활용되고 있다. 관로를 깔면서 토지를 매입, 아스콘 포장을 한 것이다. 또 취수장과 정수장 사이 3.2㎞에 관로가 하나 더 놓이면서 식수원 공급을 위한 예비 대책까지 확보했다. 무엇보다 옛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1997년 조합이 설립된 이후 15년간 정체됐던 효일재건축이 지난해 착공될 수 있었던 것도 약사천 복원의 영향이다. 재정비와 연계돼 약사천 주변의 3~4구역 재개발에 가속도가 붙는 것도 마찬가지다. 약사천 위에 있던 풍물시장 이전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광준 춘천시장은 “사업 초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약사천 복원이 6년 만에 결실을 거두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낙후된 도심권이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살아나 춘천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사흘간 땅굴 대피 훈련”…자취 감춘 북한 주민들

    “사흘간 땅굴 대피 훈련”…자취 감춘 북한 주민들

    “북한 주민들이 오늘부터 사흘간 땅굴 대피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당분간 북한 사람들 보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시작된 11일,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은 긴장감이 팽배했다. 평소 압록강철교를 통해 줄지어 왕래하던 북한과 중국 트럭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중국인 무역상은 북한 주민들이 이날부터 사흘간 대피훈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그나마 유지되던 북·중 교역마저 끊길까 그는 전전긍긍했다. 주방용품을 취급하는 한국인 무역상 박모(63)씨도 “북한 주민들은 미국이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면서 “한·미 군사훈련 때문에 주민들이 식료품까지 죄다 싸들고 땅굴로 대피한 만큼 단둥의 북·중 무역은 당분간 극심한 침체기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통상적으로 북한은 1~2월에 무역 계획 수립, 품의 등의 절차를 거쳐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거래선에 주문량을 알려오곤 했지만 올해는 영 딴판이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기점으로 북한 측 주문이 절반 이상 끊긴 뒤 3차 핵실험, 유엔 대북제재, 한·미 합동군사훈련, 북한주민 대피훈련 등이 이어지면서 거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평소 북한인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즐겨 찾던 단둥 얼징(二經) 거리도 인적이 드물었다. 상점들은 일요일인 전날 평소 폐점시간보다 2시간 앞서 오후 4시쯤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시징제(西經街) 대형마트 내 귀금속 브랜드 저우다푸(周大福) 매장의 한 직원은 “올 들어 북한 손님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단둥 시내 대부분의 북한 식당도 한산했다.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 교역물품 감시도 대폭 강화됐다. 단둥 세관에서 5㎞ 떨어진 화위안루(花園路) 검역 창고의 경우, 하루 물동량 자체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세관에 앞서 실질적인 검역 절차를 밟는 곳으로 이날 창고에는 경운기, 철강, 식료품 등이 적재된 수십대의 대형 트럭들이 주차돼 있었지만 관계자는 “평소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이라고 귀띔했다. 창고에서 만난 중국인 건설 자재 무역상사 직원은 “검역관들이 과거에는 화물 10개 중 1~2개만을 무작위로 뽑아 검사했다면 지금은 3~4개를 검사하는 등 두 배로 검역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지난 1월부터 단둥 세관의 통관 심사가 강화됐고, 이에 따라 검역 물량과 시간 역시 두 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날도 2인 1조의 세관 직원들이 화물 출입국 서류를 확인하고 컨테이너 안을 살펴본 뒤 물건과 서류가 일치하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북·중관계의 ‘이상기류’ 여파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 건설이 북한과 중국 측 구간에서 비대칭적으로 이뤄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중국 측이 맡은 공사 구간의 교량은 벌써 우뚝 솟아오른 반면 북한 측 구간은 여전히 기반 공사에 머물러 있었다. 신압록강대교는 단둥 랑터우(頭)에서 신의주 신도시를 연결하는 다리로 공사 구간은 교량 3㎞를 포함해 양국의 교량진입로 등 모두 12.7㎞에 이른다. 츠(遲)씨 성의 중국 측 공사 관계자는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이 전액을 출자해서 만드는 다리로 우리는 추위가 끝난 지난 9일부터 공사를 재개했지만 북한 쪽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디(佳地) 광장 류경호텔 21층에 있는 북한 선양(瀋陽)총영사관 단둥 지부에서 만난 한 여성 간부는 안보리 대북 제재와 관련, 짜증 섞인 목소리로 “추가 제재든 뭐든 맘대로 하라고 해라”면서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을 하든 뭘 하든 우리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맞설 것이다. 물러설 일은 절대 없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글 사진 단둥(랴오닝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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