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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무엇이 내 이웃을 ‘조커’와 ‘장발장’으로 만드는가/고혜지 탐사기획부 기자

    [오늘의 눈] 무엇이 내 이웃을 ‘조커’와 ‘장발장’으로 만드는가/고혜지 탐사기획부 기자

    ‘피고인을 벌금 ○○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 100,000(일십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짧은 두 문장의 약식명령에 인생이 무너지는 도시의 범법자들이 있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거나 저소득층이다. ●치료비도 없는 정신질환자, 범죄 만 ‘차곡차곡’ 기자가 만난 전과 5범의 이수찬(49·가명)씨는 영화 속 악당 ‘조커’를 떠올리게 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약자였다가 복지 사각지대에서 악당으로 변질된 조커처럼 이씨 역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어머니와 형까지 세 식구 모두 정신장애 3급으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한다. 그들 셋이 받는 90만원 정도로는 한 명 병원비도 감당이 어렵다. 때문에 이씨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이씨는 충동 장애가 심해지면 무전취식, 폭행,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그의 범죄 이력과 벌금은 쌓여만 갔다. 의지할 곳 없던 조커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무서운 악당으로 거듭났던 것처럼 이씨 역시 벌금이나 노역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그는 “누가 시비를 걸어오면 ‘저거 한 번 치고 교도소 갈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생이 거칠어졌다”고 말했다. 비단 이씨만 조커가 아니었다. 오늘의 가난과 상처가 내일의 범죄를 잉태하고, 오늘의 범죄가 내일 가난의 굴레가 된다. 약자들은 이 악순환 속에서 불편, 위험, 비참함을 거듭하면서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사회에 대한 증오까지 싹틔우고 있었다. “위법한 자들을 법대로 처리했을 뿐”이라는 사법기관의 엄중함에는 관용이 결여돼 있다. 가난이 만들어 낸 사법적 약자들을 구제하고 법의 빈틈을 메우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은접시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하고 은촛대마저 내어주는 미리엘 주교가 많지 않다. 어느 경찰서 형사과장은 “경찰 조사에서 본인 사정을 다 말할 수 있는데 경찰서에 와선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먼저 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를 한마디라도 물어보면 될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취약계층인 피의자에게 수사 단계부터 무료로 법률 조력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만난 피의자들은 “수사 과정에 나를 변호해 줄 존재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만큼 경찰 조사라는 첫 단추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후 사법 절차가 줄줄이 꿰어지기 때문이다. 약식명령 제도가 효율을 추구할지언정 인권을 무시하며 수사마저 간결해선 안 되는 이유다. ●범죄 정당화할 수 없지만, 징벌만이 정의 아냐 조커와 장발장의 범죄 행위는 결코 정당하지 않다. 그러나 징벌만으로 정의는 완성되지 않는다. 용서와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 이는 피폐한 삶 속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가치들이다. 가벼운 벌금형에도 막다른 길로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법적 조력과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질 때 비로소 가난과 범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hjko@seoul.co.kr
  • [여기는 남미] 실수로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2개월 간 성폭행 시달려

    [여기는 남미] 실수로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2개월 간 성폭행 시달려

    여자가 남자교도소에 홀로 수감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멕시코 당국이 뒤늦게 공식 인정했다. 멕시코 사카테카스주 치안장관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회견을 갖고 "재판에서 징역이 선고된 여자가 (실수로)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사실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사건 발생 18개월 만이다. 여자는 남자교도소에 들어가 숱한 성추행과 성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2018년 8~9월 멕시코 사카테카스주 칼데라에 있는 교도소에서 벌어졌다. 브렌다라고 이름만 공개된 여자는 재판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칼데라에 있는 남자교도소에 수감됐다. 남자만 수감돼 있는 교도소에 여자가 들어오면 바로 경위를 확인했어야 했지만 교도소 측은 그대로 여자를 입소시켰다. 사법부가 수감을 명령하면서 문서에 칼데라에 있는 남자교도소를 수감시설로 지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남자교도소에 들어간 여자는 곧바로 가족을 통해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인권위원회가 늑장을 부리면서 이감에는 꼬박 2개월이 걸렸다. 여자는 남자들의 성노리갯감이 됐다. 여자는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기간 동안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 끔찍한 성폭행도 있었다. 교도관까지 가세한 범죄다.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여자를 여자교도소로 옮기기 전 신체검사와 심리 상담을 한 결과 남자교도소에서 여러 차례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성폭행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교도관은 현재 도주한 상태다. 사건은 인권위원회가 뒤늦게 지난해 12월 "여자를 남자교도소에 수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사카테카스주 치안부와 교도소 측은 지금까지 확인을 미뤄왔다. 언론의 보도로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추태를 보였다.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여자를 남자교도소에 수감하라고 명령한 건 사법부였다"면서 "실수는 사법부가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교도관을 감싸는 듯한 그의 발언도 논란거리다.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교도관의 경우에는 (성폭행이 아니라) 성추행만 있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한편 검찰은 여자를 공격한 남자재소자와 교도관을 모두 특정했다며 빠른 시일 내 수사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단독] 몸으로 때운 벌금 작년에만 3조원

    [단독] 몸으로 때운 벌금 작년에만 3조원

    지난 한 해 교도소 노역으로 벌금 납부를 대신 한 총액이 3조원에 달한다. 이는 5년 만에 38.1%가 급증한 수치다. 전체 약식명령 벌금액에서 노역장으로 집행된 액수의 비율도 10% 포인트 넘게 늘었다. 약식명령 선고인 가운데 벌금을 낼 돈이 없어 몸으로 때우는 대상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17일 서울신문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선고된 약식명령 벌금액 5조 1257억원 중 절반이 넘는 3조원이 노역장 유치를 통해 집행됐다. 이는 2015년의 2조 1723억원보다 38.1%가 는 규모다. 전체 벌금액 중 노역장에서 집행된 비율도 2015년 48.1%에서 지난해 58.5%로 10.4% 포인트 증가했다. 벌금형 집행 건수는 2015년 91만 6922건보다 25만 9494건 줄었지만 노역장 집행 비율은 4.6%(4만 2689건)에서 5.3%로 0.7% 포인트가 오히려 늘었다. 전체 벌금형 건수는 줄고 있지만 돈을 내지 못해 교도소로 끌려가는 환형유치자 숫자는 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노역장에 유치되는 피고인들의 벌금액은 100만원 이하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노역장 유치일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지난해 집행된 2만 6337건의 55.2%인 1만 4533건이 100만원 이하 벌금형이었다. 벌금액 분포는 100만원 초과 200만원 이하가 16.6%(4377건), 200만원 초과 300만원 미만 12.8%(3378건), 3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 11.4%(3003건), 5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 3.0%(798건), 1000만원 이상 0.9%(248건)였다. 벌금 액수가 적은 사람일수록 노역장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수도권에서 30년 넘게 재직 중인 한 교도관은 “몸으로 벌금을 때운 피고인 가운데 석방 후 취업이 어렵거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다시 범죄에 빠지는 악순환이 많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단독] 막다른 삶 내모는 ‘벌금의 역설’…무거운 죗값, 무심한 구제의 손

    [단독] 막다른 삶 내모는 ‘벌금의 역설’…무거운 죗값, 무심한 구제의 손

    한대호(31·대전·가명)씨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후 ‘가난이 죄’가 되는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벌금의 역설’이다. 누군가에겐 소액일 수 있는 200만원이 없어 막다른 길로 내몰린 상황에 한씨는 자괴감을 느꼈다. 배달 대행 라이더 한씨는 2018년 12월 비접촉 교통사고로 인생의 첫 전과를 달았다. 쉬는 날 한 푼이 아쉬워 치킨 배달에 나선 게 삶을 흔드는 중대 사건의 발단이 될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신호대기 중 성급히 좌회전을 했다. 후방의 직진 차로에서 달려 나오던 시내버스가 그의 오토바이를 보고 급정거했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지만 버스 안 승객 4명이 다쳤다. 그는 교통사고처리법 치상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넉 달 만에 ‘피고인 한대호는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는 약식명령문을 송달받았다. 상대 버스 기사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고아인 그는 한 달 수입 100만원으로 생계를 잇고 있었다. 한씨는 약식명령을 선고받기 전 한 가닥 선처의 희망을 품고 ‘기초생활보장수급 혜택 없이 배달 일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는 장문의 탄원서도 법원에 보냈다. 그는 “승객들이 다쳤으니 벌을 받겠다”고 자신했지만 벌금 200만원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죗값이었다. 비접촉 사고이지만 운전면허가 정지돼 배달 일을 더이상 할 수 없었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에 나섰지만 한 달 수입은 100만원에서 55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그는 법원에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신분만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벌금 선고 한 달 이내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교도소 노역이 불가피했다. 그는 “가난하다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서도 “돈을 구하지 못해 감옥으로 가게 될 현실이 두렵고 비참하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교통사고로도 범죄자가 된다. 그 죗값이 ‘경미한 벌금형’으로 치부할 만한 소액이라도 법의 심판대에 선 취약계층은 위기 상황에 빠진다. 국가가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한 대안은 곳곳에 문턱이 숨어 있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숫자나 서류상 자격 요건을 우선하는 제도 체계의 불합리도 크다.윤경백(31·가명)씨도 이 문턱에 걸려 좌절했다. 신장 장애와 12살부터 소아 당뇨를 앓아 온 그는 부정기적인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고 있다. 지난해 5월 오토바이 접촉 사고가 났을 때 윤씨는 돈이 없어 가입하지 못한 자동차 의무 보험부터 떠올렸다. 과실을 따져 볼 엄두도 못 내고 합의금 50만원을 약속하며 무마했지만 발가락 절단 수술로 인해 두 달여간 입원했다. 윤씨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피해자에게 수차례 사정했다고 해도 기한 내 합의금을 해결하지 못한 건 그의 잘못이었다. 경찰도 윤씨에 대한 교통사고 과실 유무는 조사하지 않고 채무 변제를 하지 못한 이유만 추궁하며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넘겼다. 윤씨는 법원에서 합의금의 두 배나 되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당뇨 합병증으로 양쪽 발가락 네 개를 절단하고 한쪽 눈을 실명한 장애인이다. 윤씨와 아내는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인 연금을 합쳐 월 100만원으로 생활한다. 일주일에 사흘씩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증도 그의 절망을 더했다. 윤씨는 벌금을 분납하려 했지만 “벌금의 20%를 먼저 내야 분납이 가능하다”는 법원 설명에 좌절했다. 여윳돈 20만원도 없는 형편에 6개월 내 잔금을 모두 완납해야 한다는 조건의 분납도, 성치 못한 몸으로는 사회봉사도 어렵기에 두 가지 모두 그의 상황에서는 대안이 되지 못했다. 윤씨는 급한 마음에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벌금은) 개인적인 일이라 도와줄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밥도 먹기 힘들다”고 엉엉 우는 그에게 주민센터는 쌀을 내줬다. 노역의 갈림길에 선 그의 구명줄이 된 건 장발장은행이었다. 국가는 벌금 때문에 생계 곤란에 처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사람들에게 “현재 곤란 상황에 처해 있냐”고 무심히 묻는다. 법률적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제공되는 긴급 생계 지원은 사후적 처리다. 벌금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가는 환형유치자들을 사전 구제하는 지원은 여전히 장발장은행 등 민간에 맡겨진 채 남아 있다.수감 생활로 생계가 끊긴 경우 정부의 긴급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지원 조건은 구금 기간 1개월 이상으로 그 문턱이 높다. 하루 10만원으로 산정되는 노역 일당으로 따지면 300만원 이상 벌금을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 이하, 단돈 몇십만원의 벌금이 버거워 노역을 산 이들은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피고인들이 판사에게 “벌금형 대신 집행유예를 온정으로 베풀어 달라”고 읍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국선변호를 맡아 온 정혜진 변호사는 “집행유예는 언제든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고 범죄 경력 조회 시 실효 기간도 벌금형보다 길다”면서 “벌금형에서 집행유예로 형종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소액 벌금도 못 내 노역을 가는 경우 벌금형 집행유예 등을 통해 구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18년 1월부터 벌금형 집행유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정식재판에서 벌금형 집행유예를 받은 건수는 1606건이지만 약식명령의 벌금형 집행유예는 전례가 없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뱃속에 동생 가진 엄마 살해한 폭탄테러범 둘 15년 만에 만났어요”

    “뱃속에 동생 가진 엄마 살해한 폭탄테러범 둘 15년 만에 만났어요”

    엄마를 숨지게 한 폭탄테러범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얘기를 나누면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인도네시아의 17세 소녀 사라 살사빌라는 지난해 10월의 어느날 자바섬 연안의 누사캄방간 섬에 마련된 교도소 두 곳을 찾아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테러범 둘을 만나러 가면서 이런 질문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라의 아버지 이완 세티아완은 지난 2004년 9월 9일 모터바이크를 운전해 자카르타 주재 호주대사관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뒷좌석에 둘째를 임신한 아내 하릴라 세로야 다울라이가 자신의 등에 몸을 착 달라붙이고 있었다. 산달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온 산모의 진단을 받으러 가던 길이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하릴라가 허공으로 붕 날았다. 이 공격에 3명이 죽고 50여명이 다쳤다. 이슬람 과격 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자생적 조직 제마 이슬라야마가 2002년 발리섬을 시작으로 202명의 목숨을 빼앗은 일련의 폭탄테러에 당한 것이었다. 이완은 눈에 금속 파편이 날아들어 시력을 잃었고, 하릴라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지자 수술대에 올랐고, 분만에 들어갔다. 이완은 “신에게 감사하게도 아내는 자연분만을 했다”고 말했다. 그날 밤 리즈퀴가 태어났는데 이름은 “은총”이란 뜻이었다. 이완과 첫딸 사라는 “엄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했다”면서 “뼈들이 부러진 상황에도 동생을 자연분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의 투병 끝에 하릴라는 사라의 다섯 번째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이완은 지금도 눈물이 글썽해 “날 완성시킨 사람을 잃은 것은 지금도 얘기하기조차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그 역시 복수를 별렀다. “살아남은 테러범들이 죽었으면, 그것도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끔찍한 고문을 당해 살가죽이 벗겨지고 상처에 소금이 뿌려져 그들이 폭탄 때문에 다른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 깨닫게 해줬으면 하고 바랐다. 나나 우리 아이들이나 믿을 수 없을 만큼 힘겨운 시간을 버텨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15년이 흘러 아빠와 곧 고교를 마치는 사라, 중학생인 리즈퀴는 사형수 둘을 만나러 갔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는 테러범과 희생자 가족을 만나게 하는 독특한 재활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서였다.영국 BBC 레베카 헨슈케 기자가 이들의 만남에 동행했다. 4개월이 지나 17일에야 보도한 것은 이들의 만남을 다큐멘터리 ‘폭탄테러범과의 대면(Facing the bombers)’으로 제작해 오는 22일과 23일 밤 9시 30분(한국시간 다음날 새벽 6시 30분) BBC 뉴스채널을 통해 방송하기 때문이었다. 사라는 섬 안으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여느 10대처럼 휴대폰에만 달라 붙어 있었지만 헨슈케 기자가 몇 마디 물어보자 “그들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이유를 물어보겠다”고 결연하게 답했다.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이완 다르마완 문토(일명 로이스)는 손과 다리에 수갑을 찬 채 휠체어에 앉아 이들 가족을 만났다. 유죄가 확정된 법정에서 주먹을 쥐어 흔들며 “사형을 선고해줘 고맙다. 순교할 수 있게 해줘서”라고 외쳤던 로이스를 향해 이완이 “아이들이 어머니를 잃게 만들고 아버지의 시력을 잃게 만든 사람을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겠다고 한다”고 입을 열었다. 로이스는 폭탄이 터졌을 때 이완이 어디에 있었는지 물어봤다. 이완은 답한 뒤 “테러가 일어난 밤, 아이가 태어났는데 바로 이 아이”라고 손만 쳐다보는 리즈퀴를 가리켰다. 그러자 로이스는 “나도 아이가 있다. 몇년 동안 아내와 아이를 보지 못했다. 너무 보고 싶다. 내가 당신보다 나쁜 상황일 수도 있다. 당신은 아이들이 있지만 우리 아이는 내 얼굴도 모른다”라고 답했다. 모두가 사라를 바라봤다. 말할 게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사라가 울음을 터뜨렸고 아버지가 그녀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그녀가 힘겹게 품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왜 그랬느냐고? 로이스는 “나이가 들면 이해할 것”이라며 “내가 무슬림들을 희생시켰다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 옳지 않다. 난 무슬림을 죽일 수 없다. 그냥 다치게 할 뿐. 옳지 않다”고 답했다. 헨슈케 기자가 끼어들었다. “무슬림들은 희생되지 않았다는 거냐.” 그는 재빨리 “어느 쪽이든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대꾸했다. 그는 급진적인 설교자 아만 압두라흐만과 함께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압두라흐만은 이슬람 국가(IS)와의 연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은 인물이다. 둘은 감옥에서도 2016년 자카르타 테러를 함께 꾸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완 가족이 떠나기 전 로이스는 자신을 향해 기도해달라고 했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저지른다. 내가 어떤 식으로든 당신들을 망가뜨렸다면 사과한다. 나도 고통스럽다. 정말 그렇다.” 이완은 눈물을 참다가 밖으로 나와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는 여전히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구나. 기회가 생기면 다시 그럴지 몰라 두렵구나. 정말 실망스럽다. 그는 엄청난 고통을 야기해놓고 인정조차 안하려 한다.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그 섬에는 다른 교도소도 있어 아마드 하산을 보러갔다. 그는 하릴라를 숨지게 한 폭탄 매설에 더욱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 역시 법정에서 주먹을 쥐어 흔들고 취재진을 향해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는데 이날은 완전히 딴 사람처럼 보였다. 이완은 전에 그를 만난 적이 있었고, 아이들이 만나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드는 “신에게 감사하게도 아이들을 만나 얘기할 수 있어 고맙다. 난 너희 아버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빨리 지나가길 바랐는데 마침 폭탄이 터진 것이다. 폭탄을 옮긴 내 친구도 그 순간 희생됐다. 이완의 자녀들이 날 용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갈라지는 목소리로 “난 결점 투성이 인간이다.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사라는 조용히 바라보다 결연하게 “왜 그딴 일을 저지른거냐? 이유가 뭐냐”라고 물었고 그는 “친구들과 난 잘못된 교육과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참다운 지식을 얻거나 우리가 하는 일을 이해하기 전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답했다. 사라는 오후 4시에 만나 자신의 다섯 살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던 기쁨에 들떴던 날, 어머니를 잃어 얼마나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털어놓았다. “어렸을 때 늘 엄마는 어디 있는 거냐고 아빠에게 물었어요. 그러면 아빠는 알라의 집에 계신다고 했어요. 난 그게 어디냐고 물었고요. 그러면 모스크라고 하셨어요. 모스크에 달려가면 할머니가 집에 가면 엄마가 올 거라고 했어요. 그러면 또 집에 가서 기다렸지만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어요.”하산은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벌려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고 계속해 알라의 용서를 구하는 주문을 외었다. 겨우겨우 “알라 신이 너희를 만나 어떻게든 설명해보라고 하셨단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설명할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구나. 사라를 내 자식마냥 삼겠다. 제발제발 용서해주렴. 네 손에 맡기겠다”고 말을 이어갔다. 리즈퀴, 하산, 이완, 사라 넷이 손을 잡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교도소를 나와 페르미산 해변 백사장을 셋은 함께 손잡고 내달렸다. 사라는 그제야 밝게 웃었다.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사진 BBC 홈페이지 캡처
  • [단독] 그 체크카드를 줍지 말았어야 했다… 배고픔에 긁은 5만원, 죗값은 250만원

    [단독] 그 체크카드를 줍지 말았어야 했다… 배고픔에 긁은 5만원, 죗값은 250만원

    가난과 범죄, 외줄타기하는 장발장들경찰이 들이닥친 것은 2018년 6월 오주연(45·가명·대구)씨가 유일한 가족인 대학생 아들과 막 저녁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며칠째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던 오씨가 쌀밥과 햄으로 준비한 식사를 내오자 아들은 ‘어디서 났느냐’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때 오씨를 찾아온 경찰은 “분실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신고를 확인해야 한다”며 경찰서로 연행했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 앞에서 오씨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오씨는 이날 700원짜리 라면 두 봉지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체크카드를 주웠다. ‘쌀 떨어진 지 한참 됐는데….’ 순간 나쁜 마음이 들었다. 그는 곧장 마트로 가 쌀과 햄 한 통, 두부 한 모, 코카콜라 한 병 등 총 4만 4940원어치를 체크카드로 계산했다. 정육점에서 고기도 사려 했지만 잔액 부족으로 더는 결제되지 않았다. 오씨는 경찰서에서 죄를 자백했다. 넉 달 후 그에게 죗값의 사후 고지서인 벌금 250만원이 선고된 ‘약식명령문’이 송달됐다.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 한해 재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형 선고가 이뤄지는 사법제도다. 오씨가 전과자가 되는 과정은 간략하고 신속했다. ‘점유이탈물횡령, 사기, 사기미수, 여신전문금융업위반.’ 남의 카드를 쓴 죄의 항목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노역장에 가야 했다. 오씨는 놀란 가슴을 누르고 경찰서를 찾아갔다. ‘명령문을 받은 7일 이내에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는 말뿐이었다.10년 전 헤어진 남편은 양육비조차 제대로 보낸 적이 없었다. 오씨는 아들을 홀로 키우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다. 그마저 1년 전 다리를 심하게 다친 후 그만뒀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앓게 됐다. 매달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50만원 중 40만원을 월세로 내면 생활도 막막했다. 아들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보탰다. 오씨는 그해 11월 장발장은행에서 150만원을 대출받고 주변에서 십시일반으로 빌린 돈을 합쳐 벌금을 갚았다. 감옥 가는 두려움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오씨는 생존이 두렵다고 한다. “전과자가 된 것도 부끄럽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여전히 막막해요.” 가난은 냄새를 풍긴다. 도시의 하이에나들은 가난의 냄새를 맡고 절박한 상황을 이용한다. 청각장애인 최윤정(39·가명)씨는 2015년 5월 교회에서 만난 언니로부터 ‘좋은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청약통장을 빌려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2년 전 남편과 헤어지고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 4명을 홀로 키우고 있었다. 집주인이 최근 보증금 100만원을 올려 달라고 해서 막막한 터였다. 그는 회사 팀장이라던 언니에게 청약통장을 건넨 대가로 400만원을 받았다. 그중 100만원은 월세 보증금으로 쓰고, 나머지는 밀린 공과금을 내거나 생활비로 썼다. 이듬해 여름 대구의 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최씨는 비로소 청약통장 불법거래의 공범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택법위반이라고 했다. 최씨 말고도 청약통장을 빌려준 이는 6명이나 더 있었다. 하나같이 장애인이거나 한부모 여성들이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집으로 고지된 약식명령문에는 ‘벌금 300만원’이 찍혀 있었다. 최씨가 뒤늦게 법원에 선처를 구했지만 ‘벌금 대신 노역을 하면 된다’는 안내에 가슴만 철렁했다. 네 아이를 남겨 두고 교도소 노역을 갈 수는 없었다. 법원이 그의 벌금을 6개월 분납하도록 배려했지만 이마저도 갚지 못한 최씨는 지명수배가 됐다. “애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잡혀갈까 봐 끔찍했어요.” 최씨는 누군가 알려준 장발장은행의 도움을 받아 수배 두 달여 만인 2017년 3월 벌금을 완납했다. 최씨는 또다시 ‘팀장 언니’와 같은 사람들이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자신과 아이들을 노릴까 두렵다. 22살에 미혼모가 된 박미진(33·가명)씨는 가난과 범죄, 가난이라는 쳇바퀴를 돌며 전과 4범(기소유예 포함)에 이르렀다. 첫 범죄는 2009년 두 살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맞닥트린 생활고가 발단이 됐다.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일을 하지 못했고, 카드빚은 늘어 갔다. 그는 동네 우유대리점에서 배달받은 넉 달치 우윳값 73만원을 연체한 사기죄로 1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2012년 인터넷 사이트에 ‘산양분유를 싸게 판다’는 허위 매물을 올려 본격적으로 돈을 챙겼다. 아이의 우윳값 연체에서 시작된 박씨의 범죄 수법은 온라인 사기로 진화했다.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사기 전과를 추가했다. 박씨는 미용 일을 배우며 재기의 희망을 꿈꿨지만 병마가 덮친 현재 꿈을 접었다. 그는 오늘도 빈곤과 범죄의 경계선 사이에 위태롭게 서 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탐사기획부 안동환 부장,박재홍·송수연 조용철·고혜지·이태권 기자
  • [단독] 벌금이 기초수급액 석 달치라니… 가족 생계 끊길까 봐 노역도 갈 수 없다

    [단독] 벌금이 기초수급액 석 달치라니… 가족 생계 끊길까 봐 노역도 갈 수 없다

    장발장은 누구… 최근 5년 대출자 분석장발장 이라 불리는 생계형 범죄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인권연대가 설립한 장발장은행은 선고받은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에 끌려갈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최대 300만원(상환 기간 1년)을 무이자·무담보로 빌려준다. 노역은 교도소에 유치돼 하루 일당 10만원으로 환산된 노동으로 벌금을 대신 갚는 제도다. 16일 서울신문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장발장은행이 설립된 2015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벌금을 대출받은 전체 792명 중 절반이 넘는 436명(55.0%)이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장애인 중 하나 이상에 해당됐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한부모가정이거나 장애인도 각각 58명, 43명에 달했다. 세 가지 상태에 전부 해당되는 이도 6명이었다. 미성년 자녀들과 노인 등 부양 가족이 있는 대출자도 다수였다. 자녀 다섯명을 혼자 키우고 있는 표재상(42·가명)씨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일용직 일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업자등록증과 통장을 대여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벌금형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표씨는 “대출 당시 한 달 15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 석 달치를 벌금으로 내야 해 생계가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발장은행에서 빌린 250만원으로 벌금을 내고 강제 노역을 면했다. 중증지적장애인 최민우(27·가명)씨는 대여한 게임 CD 2장을 반납하지 않은 죄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출 신청 당시 매주 두 차례 청소 아르바이트비 월 40만~50만원의 소득으로 생활하던 그는 여러 질환으로 투병 중인 상황에서 가까스로 감옥행을 벗었다. 대출자들의 고용 상태나 수입은 대체로 불안정했다. 직장이 없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각각 256명(32.3%), 150명(18.9%)으로 전체의 51.2%였고, 고용 불안이 큰 일용직도 108명(13.6%)이었다. 대출 당시 소득이 전혀 없다고 밝힌 이들도 242명(30.6%)이나 됐다. 소득 내용을 밝힌 이들의 92.5%도 연 2500만원 미만(500만원 미만 29명·3.7%, 1000만원 미만 83명·10.5%, 1500만원 미만 134명·16.9%, 2000만원 미만 132명·16.7%, 2500만원 미만 113명·14.3%)으로 저소득층 범주에 포함됐다. 김창용 인권연대 간사는 “대부분 주변에 돈을 빌릴 곳도 마땅치 않는 이들로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장발장은행”이라고 말했다. 중소 벤처 경영자였던 박명우(50·가명)씨는 경영 악화로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해 전과자가 됐다. 그는 벌금 400만원을 내기 위해 대리운전을 뛰기도 했지만 장발장은행의 대출로 가정 해체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장발장은행 대표는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300만~400만원의 벌금이 어떤 사람들에겐 삶과 맞바꿔야 하는 큰 금액”이라면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끌려가면 생계가 완전히 끊길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출자 들이 선고받은 벌금 구간은 300만~400만원이 207명(26.1%)으로 가장 많았고, 200만~300만원 199명(25.1%), 100만~200만원 176명(22.2%)으로 100만~300만원이 대부분이었다. 대출자들의 죄명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건 사기죄로 전체의 140명(13.7%)이 해당됐다. 대부분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처벌받았다. 교통사고와 무면허운전, 보험 미가입 등으로 인한 처벌도 많아 도로교통법 위반이 72명(7.0%),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56명(5.5%),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54명(5.3%) 순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범죄 유형으로 꼽히는 소액 절도는 46명(4.5%)이었다. 오 대표는 “장발장은행의 존재조차 모르는, 더 많은 우리 시대의 장발장들이 존재한다”며 “법과 제도 개선으로 장발장은행이 사라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오산 백골사건‘ 주도한 20대 징역 30년…법원 “죄책감 없어 엄중 처벌 불가피”

    ‘오산 백골사건‘ 주도한 20대 징역 30년…법원 “죄책감 없어 엄중 처벌 불가피”

    가출팸 동료 살해·암매장…“범행 후 사체 사진 찍어 주위에 자랑” 일명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집단 생활을 지칭하는 말) 동료를 마구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오산 백골사건’의 주범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이창열)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23)씨에게 징역 30년,변모(23)씨에게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두 사람에게 2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렸다. 미성년자 유인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모(19)양 등 10대 2명에게는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와 변씨에게 “피고인들은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 하에 피해자를 살해했으며,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은닉했다”며 “범행 후에는 사체의 사진을 찍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듯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이 범행 후에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추가로 저지르는 등 죄책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나온 점에 미뤄 보면 피고인들의 책임이 무겁고,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이들의 부탁을 받고 피해자 A군을 유인한 김양 등에게는 “사건 경위로 볼 때 참작할 사정이 있고, 이처럼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리라 예상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던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김씨 등은 2018년 9월 8일 경기 오산시 내삼미동의 한 공장 인근에서 가출팸 일원으로 함께 생활했던 A(당시 17)군을 목 졸라 기절시킨 뒤 집단으로 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김씨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가출 청소년들을 유인한 뒤 절도나 대포통장 수집, 체크카드 배송 등 각종 범법 행위를 하도록 지시했다. 또 가출팸 내 규칙을 만들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가혹행위를 하기도 했으며, 탈퇴하려는 청소년들을 숙소에 감금하고 폭력을 행사하면서 통제했다. 김씨 등은 가출팸을 탈퇴한 A군이 탈퇴 한 달여 전인 2018년 6월 당시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진술을 한 사실을 알고는 살해를 계획을 세운 뒤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살해 범행 9개월이 흐른 지난 6월 경기 오산시 내삼미동 소재 한 야산에서 묘지 벌초를 하던 시민에 의해 백골 1구가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곧바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선 끝에 지난해 8월 사건을 해결했다. 주범인 김씨와 변씨는 다른 범죄로 각각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였고, 또 다른 주범 최모(23)씨는 군 복무 중 체포됐다. 군인 신분인 최씨는 지난달 29일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 받았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한 일본 판사에게 웃으며 건넨 질문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한 일본 판사에게 웃으며 건넨 질문

    흔히 연인끼리 초콜릿 등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로 알려진 2월 14일. 110년 전 오늘 안중근 의사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14일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이라는 것도 기억하자는 내용의 카드뉴스가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가 사형 선고한 일본 판사에게 웃으며 건넨 하나의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대한제국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에게 세 발의 탄환을 발사했다는 이유로 안중근 의사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세 발의 탄환은 모두 급소에 명중했고, 이토 히로부미는 사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 의사는 교도소로 옮겨진 뒤 일제의 위압 속에 지냈지만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하하, 이보다 더 극심한 형은 없소?” 1910년 2월7일부터 8일간 진행된 6번의 공판을 겪는 동안 그는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재판부를 향해 웃으며 “더 극심한 형은 없느냐”고 묻는 등 의연한 태도로 일관했다. 한 달 뒤인 3월 26일 교수형이 집행되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사형 집행 전 안 의사는 “자신의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었다가 조선이 국권을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달라”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유해는 아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안 의사의 유해가 기독교 묘지에 매장됐다는 러시아 신문기사가 공개됐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14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은 연인들의 대표적 기념일인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날이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의거일과 서거일은 잘 모른다고 판단하고 카드뉴스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카드뉴스를 배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서 교수가 벌이고 있는 ‘한국사 지식 캠페인’ 가운데 하나다.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날에 맞춰 그날의 정확한 한국사 지식을 누구든지 이해하기 쉽게 카드 뉴스로 제작해 SNS상에 널리 전파하는 홍보 운동이다. 서 교수는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년을 맞아 그가 주창한 ‘동양평화론’을 주제로 한 영상도 공개할 계획이다. 많은 이들이 설렘을 안고 초콜릿을 구매하는 밸런타인데이인 오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져 사형선고를 받고도 의연하게 미소를 지은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용변 볼 때도 CCTV로 감시”… 인권위 진정 낸 신창원

    “용변 볼 때도 CCTV로 감시”… 인권위 진정 낸 신창원

    1990년대 희대의 탈옥수라 불린 무기수 신창원(53)씨가 교도소의 과도한 감시가 부당하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교도소가 신씨에게 한 조치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2일 신씨를 20년이 넘도록 독방에 수감하고 폐쇄회로(CC)TV로 감시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크게 제한한 행위라며 신씨가 수감된 광주지방교정청 산하 교도소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1990년 7월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형 확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다 1997년 1월 교도소를 탈옥했고, 약 2년 6개월 뒤에 붙잡혔다. 이후 20여년 동안 독방에 수감돼 CCTV를 통한 ‘특별 계호’를 받아 왔다. 신씨는 이런 감시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해 5월 제출했다. 신씨는 진정서를 통해 “1997년 탈주한 사실이 있고 2011년 자살을 시도한 사실은 있으나 현재까지 징벌 없이 교도소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방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까지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도소는 “장기 수형 생활로 인한 정서적 불안으로 신씨가 언제든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할 수 있고, 다시 도주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특별 계호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신씨가 교도소를 탈주하고,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자살 시도를 한 것 외에는 현재까지 징벌을 받는 일이 없다”면서 “교도소가 신씨에 대한 특별 계호 지속 여부를 결정할 때 신씨의 인성검사 결과나 수용 생활 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교도소장에게 신씨에 대한 특별 계호 여부를 재검토하고, 법무부 장관에게는 유사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계호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화장실에도 CCTV” 공부하는 신창원, 인권위 진정…일부 인정

    “화장실에도 CCTV” 공부하는 신창원, 인권위 진정…일부 인정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53)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신창원은 지난해 인권위에 “독방생활(독거수용)과 CCTV 감시(전자영상장비계호)가 계속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진정을 냈다. 신창원은 “1997년 도주, 2011년 자살 기도를 한 사실은 있으나 시간이 많이 흘렀다”며 “이후 현재까지 징벌 없이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면담 등을 통한 조사 끝에 독방생활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광주교도소에 독방생활과 CCTV 감시를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신창원은 일반 독방생활과 다른 ‘계호상 독거수용’ 중이다. 일반적으로 독거수용은 주간에는 다른 수감자와 공동생활을 하고 휴업일과 야간에만 혼자 생활한다. 하지만 신창원은 항상 혼자 있고,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수감자와의 접촉도 금지된다. 또 일거수일투족이 독방 내 설치된 CCTV를 통해 감시된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도 노출된다. 인권위는 “신창원은 1997년 탈주로 인한 징벌 외에 현재까지 어떤 징벌도 받은 적이 없고,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듣고 자살 시도를 했으나 이후로는 교정사고 없이 수용 생활 중”이라며 “20년이 넘도록 독거 수용 등을 한 것은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크게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창원은 지난 1989년 서울에서 고향 선후배와 모의해 슈퍼마켓·금은방 등에서 강도 행각을 벌였다. 범행 도중 공범이 피해자를 살해했다. 체포된 신창원은 도주했지만 다시 잡혀 ‘강도살인치사죄’로 무기 징역을 받았다. 지난 1997년에는 복역 중 4개월간에 걸쳐 실톱으로 쇠창살을 그어 낸 구멍으로 탈옥에 성공했다. 이후 5차례에 걸쳐 경찰 검거망을 벗어나며 2년 6개월간의 탈옥 행각을 이어갔다. 신창원은 2년 6개월간 4만여㎞를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거 당시 전북 익산의 한 카페 종업원과 동거하고 있었다. 신창원 검거에 동원된 경찰 인력만 모두 97만명. 이후 그는 한 통의 신고 전화로 검거됐다. 재검거 이후 22년 6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받은 신창원은 2011년 자신의 독방에서 자살 기도를 하고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신창원은 자신의 편지를 교도소 측이 발송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기도 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모범적인 수형생활로 일반경비시설인 경북 북부 제1교도소에서 생활해 왔다. 현재 학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유정훈의 간 맞추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1923년 9월 간토대지진이 일본 수도권을 덮쳤다. 조선인이 방화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헛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천재지변을 틈타 조선인이 집단으로 일본인 공격에 나섰다는 얘기가 심각해졌다. 조선인을 극도의 위험으로 여긴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했고, 일본 정부와 언론은 유언비어를 방관했다. 수많은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다. 1941년 12월 진주만 공습으로 일격을 당한 미국은 대일본 선전포고와 함께 2차대전에 참전한다. 미국 정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일본계 미국인들을 모하비사막과 같은 오지에 설치된 캠프에 강제 수용한다. 적대국 출신 혈통을 가진 미국 시민의 존재 자체를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으로 판단한 것이다. 20세기 미국은 구조적인 인종분리 정책을 시행했다. 학교, 교도소 등의 공공시설은 물론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상업시설 또한 인종분리 대상이었다. 흑인과 백인의 주거 지역 구분은 단순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치밀한 인종분리 법령과 정책 때문이었음이 밝혀졌다. 소수 인종을 내 삶에 대한 위험으로 느낀 주류 백인의 정서가 근저에 있음은 물론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특정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다. 명분은 테러리스트의 위험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다 틀렸다. 조선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지진 피해 극복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미국이 진주만에서 기습을 당한 것은 일본계 스파이 때문이 아니었고, 이후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것도 내부의 적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수용소에 가두어 버렸기 때문은 아니었다. 민권법 제정과 일련의 연방대법원 판결로 인종분리가 철폐됐다고 하여 백인들의 삶이 더 위험해진 것은 아니다. 무슬림 테러리스트에 의해 본토에서 사망한 미국인보다 총기난사 사건(공교롭게 대부분 범인은 백인 남성)으로 스러진 미국인이 훨씬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20년이다. 유럽에서 한국인 여행자 또는 교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 현지인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한편 한국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 국민청원 서명이 70만에 달하고, 중국인 혹은 중국인 밀집 지역에 대한 노골적인 기피가 드러나고 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에 합격하자 서울 지역 6개 여대 21개 단체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혐오가 아니라 그저 여성들의 안전한 공간을 지키기를 원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오류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와 같은 뻔한 말로 넘어가기에는 슬픈 장면이다. 트랜스젠더가 여대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면 여성의 안전이 지켜질까? 바이러스 발생 지역과 뭔가 관련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눈에 보이는 곳에서 몰아내면 과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 [SOS 초시생-④교정] “교정학·형사법 필수…상담 자격증 수감자 면담에 도움”

    [SOS 초시생-④교정] “교정학·형사법 필수…상담 자격증 수감자 면담에 도움”

    한 교도관이 교도소 수용자들이 있는 방에 가서는 교도봉으로 철창을 강하게 수차례 내려친다. 순식간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 폭력과 욕설은 기본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동안 소비되던 교도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교도관으로 일컬어지는 교정 직류 공무원들은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교도소도 하나의 작은 사회”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히려 이들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다’는 교정(矯正)의 사전적 정의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주 ‘SOS초시생’에서는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의 협조로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 운영단 이우석(26·7급) 교위, 법무부 서울동부구치소 수용기록과 심정민(26·9급) 교도와 이야기를 나눴다. 공부 팁은 물론이고 생생한 현장 이야기까지 모두 담았다. -교정 직류를 고른 이유가 있나. 심정민(이하 심) 성격이 밝고 활기찬 편이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면서 이런 성격과 잘 맞고 동시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류를 찾다 보니 교정 쪽으로 오게 됐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내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우석(이하 이) 주변에 교정 직류에 먼저 합격한 사람이 있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평소 갖고 있던 선입견과 현장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현장 업무를 하다 보니 급여가 다른 직류에 비해 높은 측면도 있다.(웃음) ●다방면 능통한 사람 인정… 자신감으로 승부 -출신 학과가 중요한가. 심 철학과를 나왔다. 대학에서도 사람들과 토론하는 걸 즐겼다. 현장에 오니 그러한 경험이 수용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되더라. 세무 직류처럼 한 분야 전문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다방면에서 능통한 사람이 인정받는다. 물론 몇몇 대학에 있는 교정 관련 학과를 나오면 좋겠지만 출신 학과를 신경쓸 필요는 없다. 이 행정학과를 나왔는데 학과는 현장 업무를 하는 데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이 있을까. 심 기본으로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이 있으면 좋다. 또 교도소,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현장 업무를 하면 수용자와 면담할 일이 많다. 이럴 때 임상심리사를 비롯해 여러 상담 자격증이 도움이 된다.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따 놓으면 사람 한 명 더 살릴 수 있다.(웃음) 이 교도소에 기동순찰팀이 있다. 교정시설의 질서와 규율을 잡는 일을 한다. 무예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보통 어느 팀의 필요 인원이 생기면 공고가 뜨는데 자격증이 있으면 아무래도 지원에 유리하다. -현장에서 도움되는 시험 과목은 뭐가 있을까. 심 교정학 공부가 정말 필요하다.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어떤 일이 되고 안 되고 판단을 내려 주는 기준을 교정학에서 배울 수 있다. 교정학을 잘 모르면 수용자가 위법을 저질러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교정학은 교정시설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에 대한 질서와 근간이 되는 과목이다. 정부가 2022년부터 교정학개론을 9급 필수 과목으로 넣는다고 하는데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 옳다고 본다. 이 교정은 수용자가 죄를 짓고 들어왔지만 사람답게 다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종 목표다. 교정의 그러한 의미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게 교정학이다. 이 외에 형사소송법도 중요하다. 수용자들이 ‘항소는 어떻게 진행되나’와 같이 재판 절차를 많이 물어보는데 답변을 해주려면 형사소송법도 알고 있는 게 좋다. -공부 팁이 있을까. 이 행정학과를 나와서 행정법은 좀 익숙했는데 교정학은 완전 생소했다. 처음 과목에 익숙해지는 게 어려웠지만 결국은 반복이더라. 교정학에 투자하는 공부 시간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외울 게 많다 보니 다할 수는 없고 기출 문제를 풀어 보면서 집중과 선택을 하는 게 좋다. 심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 교정학이 업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막상 공부를 하려고 하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법이 어떤 상황에서 적용되는지 그림을 그려 보며 공부하면 이해가 쉬울 거 같다.-면접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 심 자신감이 필수다. 교정 직류를 잘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 직류를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냐’는 질문이 나왔었는데 ‘철학과에서 철학상담 수업을 들었고 상담 경험도 갖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실제로 교정 직류가 최근 심리치료에 관심이 많다. 이 상황형 질문이 기억난다. ‘네가 현직에 있다. 외국에서 나이 든 어머니가 아들을 보러 왔는데 면회시간이 지났다.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식의 질문이다. ‘규정에 따라 접견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다음날 접견이 가능하도록 한 다음에 가까운 곳에 숙소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심 나는 ‘지방에서 나이 든 어머니가 접견을 하러 왔는데 신분증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웃음)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입장이나 공무원의 필수 덕목을 물어보는 면접관도 있었다. -합격 후 배치는 어디로 받나. 이 우선 연수원에서 14주 교육을 받는다. 이후 무조건 교도소, 구치소 같은 교정시설로 발령을 받는다. 최소 1년은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 운영단에서 일하기 전에 부산교도소에서 1년 3개월 근무했다. 앞으로 경기 과천에 있는 교정본부로 옮길 예정이다. 심 9급은 7급보다 연수 기간이 좀 짧다. 보통 교정본부에서 사람을 뽑을 때 공고를 내는데 그때마다 지원 자격이 ‘7급 이상’, ‘9급 이상’과 같이 다르다. 9급도 본부 지원은 가능하지만 막내들은 대부분 7급인 경향이 있다.●연수원 성적 발령에 영향… 결원 있어야 선발 -연수원 생활은 어떤가. 심 연수원 성적이 중요하다. 필기시험 성적과 합쳐서 등수가 결정된다. 1등은 전국 50여개 교정시설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해 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연수원에 들어와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 교정학, 형사소송법 등 실무법이나 사격, 유도, 태권도 등 실전에서 쓰는 무예도 배운다. 이 연수원에서 희망기관을 적어내는데 교정시설에 결원이 있어야 갈 수 있다. 결원은 매년 달라진다. 그것도 운이다. 연수원에서 호신술도 배우는데 이것도 성적에 반영된다. -실제로 일을 해보니 어떤가. 심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교도관, 수용자의 모습은 허구다. 교도관과 수용자가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는 분위기다. 교도관 지시에 수용자들이 잘 따르고, 우리도 그만큼 존중을 해 준다. 이곳도 조그마한 사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부 엄중 관리 대상자도 있지만 대다수는 교도관들이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다. 이 난동을 피우는 수용자들도 있겠지만 유단자가 있는 기동순찰팀에서 다 제압을 한다. 수험생들이 그런 걸 걱정한다면 기우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실제 분위기는 정말 다르다.-교정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심 보람차다. 기동순찰팀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데 수용자 4명의 목숨을 살렸다. 이후 우리 팀을 만나면 수용자가 되게 기뻐하더라. 죄짓고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인사] 농촌진흥청, 소방청,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농촌진흥청 ◇ 과장급 승진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 기후변화생태과장 정구복 ◇ 과장급 전보 △ 기획조정관실 기획재정담당관 강민구 △ 국립농업과학원 운영지원과장 이근석 △ 국립농업과학원 기술지원팀장 정병우 △ 국립축산과학원 기획조정과장 이상호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 토양비료과장 고병구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곤충산업과장 남성희 ■ 소방청 ◇ 소방정 승진 △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상황실장 한선 △ 강원도 소방본부 김재운 △ 경상남도 소방본부 이중기 ◇ 소방정 전보 △ 혁신행정감사담당관 주낙동 △ 119구조과장 정남구 △ 119구급과장 진용만 △ 중앙119구조본부 특수구조훈련과장 백승두 △ 부산광역시 소방학교장 김재홍 △ 119종합상황실 상황담당관 주영국 ■ 법무부 ◇ 고위공무원 승진 △ 법무부(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파견) 김동현 △ 대구교도소장 김승만 △ 부산구치소장 유태오 ◇ 고위공무원 전보 △ 법무부(국방대학교 파견) 류기현 △ 교정정책단장 유병철 △ 법무연수원 교정연수부장 이영희 △ 서울지방교정청장 유승만 △ 대구지방교정청장 이경식 △ 대전지방교정청장 김천수 △ 광주지방교정청장 신경우 △ 서울구치소장 신용해 △ 안양교도소장 김진구 △ 수원구치소장 정병헌 △ 서울동부구치소장 정유철 ◇ 부이사관 승진 △ 보안과장 하영훈 △ 화성직업훈련교도소장 서호영 △ 창원교도소장 김동환 △ 부산교도소장 김영식 △ 대구보호관찰소장 손세헌 ◇ 부이사관 전보 △ 교정기획과장 우희경 △ 전주교도소장 최병록 △ 의정부교도소장 오세홍 ◇ 서기관 승진 △ 분류심사과 김진아 △ 광주교도소 총무과장 최병태 △ 부산구치소 총무과장 장승구 △ 부산구치소 보안과장 허덕환 △ 수원구치소 보안과장 윤대하 △ 서울동부구치소 보안과장 김용국 △ 전주교도소 총무과장 고상길 △ 전주교도소 보안과장 박기주 △ 특정범죄자관리과(소년범죄예방팀 파견) 김병배 △ 대전보호관찰심사위원회 상임위원 허명금 △ 기획재정담당관실 고영석 △ 인권구조과 김경수 ◇ 서기관 전보 △ 법무부(통일교육원 파견) 서민 △ 분류심사과장 민낙기 △ 의료과장 김재술 △ 감사담당관실 강기천 △ 교정기획과 서호성 △ 서울지방교정청 총무과장 김도형 △ 서울지방교정청 사회복귀과장 박경선 △ 여주교도소장 오광운 △ 춘천교도소장 장종선 △ 원주교도소장 양원동 △ 강릉교도소장 김일환 △ 서울구치소 부소장 박동수 △ 서울구치소 총무과장 장원재 △ 안양교도소 부소장 김현우 △ 수원구치소 부소장 김영광 △ 서울동부구치소 부소장 박상용 △ 서울동부구치소 총무과장 안영삼 △ 인천구치소 총무과장 박진성 △ 인천구치소 보안과장 이남구 △ 서울남부구치소 총무과장 이효선 △ 서울남부구치소 보안과장 육근우 △ 수원구치소 평택지소장 최종수 △ 대구지방교정청 사회복귀과장 정재열 △ 진주교도소장 도재덕 △ 경북직업훈련교도소장 류동수 △ 경북북부제2교도소장 최진규 △ 경북북부제3교도소장 박융우 △ 울산구치소장 한천용 △ 밀양구치소장 채완식 △ 상주교도소장 황의호 △ 대구교도소 총무과장 윤영주 △ 대구교도소 보안과장 이민열 △ 대구교도소 분류심사과장 강군오 △ 부산구치소 부소장 주정민 △ 경북북부제1교도소 총무과장 서보균 △ 대전지방교정청 총무과장 홍순철 △ 대전지방교정청 사회복귀과장 김진석 △ 청주여자교도소장 윤순풍 △ 충주구치소장 이홍연 △ 대전교도소 부소장 박진열 △ 대전교도소 분류심사과장 이정용 △ 대전교도소 논산지소장 허휘 △ 홍성교도소 서산지소장 유철흠 △ 광주지방교정청 보안과장 한성주 △ 광주지방교정청 사회복귀과장 차재성 △ 군산교도소장 신동윤 △ 제주교도소장 남상오 △ 해남교도소장 조병주 △ 정읍교도소장 최국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국장급 전보 및 파견 △ 정책기획관 류광준 △ 거대공공연구정책관 권현준 △ 미래인재정책국장 강상욱 △ 과학기술정책국장 이성봉 △ 경북지방우정청장 김영관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추진단장 권석민 ◇ 국장급 교육훈련 △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이승원 △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창림 △ 국립외교원 강건기 △ 국방대학교 구혁채
  • [여기는 남미] 최소 300명 죽인 희대의 살인마… ‘콜롬비아 뽀빠이’ 사망

    [여기는 남미] 최소 300명 죽인 희대의 살인마… ‘콜롬비아 뽀빠이’ 사망

    한때 콜롬비아의 마약황제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오른팔로 활동하면서 닥치는 대로 각종 범죄를 저지른 희대의 살인마 존 하이로 벨라스케스(57)가 사망했다. 콜롬비아 법무부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벨라스케스가 위암으로 사망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2018년 5월 범죄단체 결성과 협박 등의 혐의로 체포돼 보고타의 교도소에 수감된 벨라스케스는 병세가 악화되면서 지난해 12월 31일 긴급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병원 관계자는 "암이 폐와 간 등으로 전이돼 입원할 때는 이미 위중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실명보다는 '뽀빠이'라는 별명으로 더욱 알려져 있는 벨라스케스는 범죄의 화신 같은 인물이다. 그는 중남미 마약세계의 전설로 남은 콜롬비아의 마약황제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최측근 테러-살인 전문가였다. 카를로스 갈란 콜롬비아 대통령후보 암살사건, 110명의 사망자를 낳은 아비앙카 항공기 테러, 63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이 부상한 콜롬비아 치안행정부 폭탄테러 등이 모두 그가 기획하고 지휘한 사건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벨라스케스는 생전에 최소한 300여 명을 직접 살해했다. 그가 직접 '집행'하진 않았지만 공모하거나 사주한 살인사건은 3000건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은 "납치, 협박, 살인에서부터 대형 테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종 범죄를 닥치는 대로 자행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1993년 군까지 동원된 소탕작전에서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총을 맞고 사망하면서 몰락한 그는 20년 넘게 복역하고 2014년 출소했다. 당시 콜롬비아에선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신격화, 이른바 '파블로 에스코바르 현상'이 강하게 일고 있었다. 벨라스케스는 이런 기류를 타고 유튜버로 데뷔했다. 벨라스케스의 유튜버 채널은 논란거리였다. 그는 자신을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신뢰한 살인자'라고 소개하면서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청년들이 폭력을 멀리하도록 하는 게 유튜브 방송의 목적이라고 했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사람을 죽일 때가 있고, 후회할 때가 있다", "내 입을 막으려 하지 말라. 내 대신 나의 총이 말을 할 수도 있다"는 등 그의 유튜브 방송엔 섬뜩한 발언이 넘쳤다. 유튜버로 활동하던 그는 범죄단체를 결성, 안토키아의 여러 가문을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출소 4년 만인 2018년 다시 체포돼 교도소에 갇혔다가 병상에서 생을 마쳤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강원 접경지역 주민들, 장병 외출·외박 막힐까 전전긍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군부대들의 장병 외출·외박이 통제되기 시작하면서 강원 접경(평화)지역 주민들이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5일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강원 접경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육군 37사단과 공군 제19전투비행단 등이 이날부터 속속 장병들의 외출·외박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강원지역까지 영향을 미쳐 지역 상경기가 얼어 붙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설상가상 아프리카돼지열병, 겨울축제 이상난동, 국방개혁 영향 등으로 어려움이 큰데 신종 코로나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장병들만 바라보며 형성된 접경지 작은 상가 마을들이 존폐를 의 기로에 놓였다고 울상이다. 이날 충북지역의 육군 37사단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평일 외출·외박을 전면 통제하고 주말은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판단해 최소화하는 등 이달 말까지 장병 외박·외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오는 12일 예정된 신병 수료식도 부모와 가족은 참석하지 않는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도 외출·외박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같은 소식에 군부대가 많은 강원 접경지 주민들은 강원지역 군부대에까지 외출·외박 통제가 이어질까 불안하기만하다. 실제로 강릉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인제지역 육군 모 부대 소속 병사의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지역으로 외출·외박 나오는 군인 수가 크게 줄었다. 인제를 중심으로 한 접경지역에서는 한때 ‘병사들 외출·외박이 통제됐다’는 유언비어까지 퍼지며 상인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각 부대의 신병 입소식과 수료식을 부대 내 자체 행사로 대체하는 데 이어 병사들의 외출·외박까지 통제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접경지역 상경기는 급속도로 얼어붙기 때문이다. 김일규 한국외식업중앙회 양구군지부장은 “국방개혁이 진행 되고, 아프리카돼지열병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접경지 상경기는 완전히 바닥”이라며 “오죽하면 군부대 유휴지를 활용해 교도소를 유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英 “테러범 자동 가석방 막자” 긴급 입법 추진

    영국에서 자동 가석방제도로 풀려난 테러범들이 연이어 다시 테러를 저지르면서 정부가 긴급 입법으로 이를 막기로 했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의회에 출석한 로버트 버클랜드 법무부 장관은 “테러범들이 아무런 확인이나 검토 없이 형기 절반을 채운 뒤에 자동으로 풀려나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며 “가석방은 심의위원회의 위험 평가를 통해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00년대 중반 교도소 과밀 현상 등을 막기 위해 형기 절반을 복역한 장기수가 가석방위원회 심사 없이도 자동 석방될 수 있게 하는 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석 달 새 가석방 테러범에 의한 흉기 난동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제도 운용에 대한 여론이 사나워졌다. 지난해 11월 테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가석방된 우스만 칸(28)이 런던브리지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살해했다. 지난 2일엔 역시 테러 모의 혐의로 수감됐다 형기를 절반만 채우고 자동 가석방된 수데시 암만(20)이 출소 1주일 만에 런던 남부 스트레텀에서 칼부림 난동을 부려 2명을 다치게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앞서 이날 오전 그리니치에서 가진 연설에서 테러범들이 조기 가석방되는 것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명백하게 대중에게 계속해서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을 자동으로 조기 가석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이런 자격을 얻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이 완료되면 현재 수감자들부터 적용된다. 현재 영국에서는 220여명이 테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발목 다쳐 병원 갔다가 메르스 감염은 국가 책임”

    “발목 다쳐 병원 갔다가 메르스 감염은 국가 책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감염자 발생과 관련해 정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가짜뉴스’ 유포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가능한지 등을 메르스 관련 법원 판결을 통해 살펴봤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중국 우한을 방문한 적이 없는데도 당국의 부실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면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스 30번 환자 이모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18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 송인권)가 1심 판결을 깨고 “100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발목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병실에 있던 16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됐다. 16번 환자는 앞서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로부터 전염된 터였다. 재판부는 “1번 환자의 동선과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사실 등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16번 환자를 추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104번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서도 법원은 지난해 2월 총 1억 280여만원의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104번 환자는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정부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원래 앓고 있던 지병이 있는지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씨와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38번 환자 오모씨의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과 상급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정부 대응이 미진했던 점은 인정했지만, 오씨에게 복부팽만 등 지병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들의 과실로 오씨가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수사기관이 엄정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짜뉴스와 관련한 처벌 사례도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 ‘메르스 탓에 ○○병원 출입이 금지됐다’는 허위 글을 올린 40대 남성은 해당 병원에 대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병원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은 점이 고려됐다. 비슷한 허위 글을 유포한 20대 여성의 경우 검찰로부터 벌금 100만원의 약식기소를 받는 데 그쳤다. 자가격리 명령을 받고도 이를 어긴 채 외부로 돌아다닐 경우 감염법 제80조 위반 혐의로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메르스 사태 때도 자가격리 통보를 무시하고 친정과 병원을 오간 50대 여성이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집행유예 기간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30대 남성은 교도소행을 피하려고 보건소에 메르스 의심 허위 신고를 했다가 공무집행방해죄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검찰 ‘5·18 비방·왜곡’ 지만원 징역 4년 구형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 등을 비방한 보수 논객 지만원씨에 대해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 심리로 열린 지씨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사건의 속행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5·18 당시 사진에 등장한 시민을 ‘광주에서 활동한 북한특수군’이라는 의미의 ‘광수’라고 지칭하며 비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으로 확인됐다. 지씨는 또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인물인 운전사 고 김사복씨를 ‘빨갱이’라고 허위사실을 적시,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씨는 ‘광주시민이 광주교도소를 공격한 적이 없다’고 한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발언이 결국 북한군의 개입을 증언한 것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은 윤 전 시장이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이날 공소기각 선고를 요청했다. 또 지씨의 글을 인터넷신문에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손모씨에 대해선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지씨에 대한 선고 기일은 2월 13일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조작한 증거 제출 변호사 항소심도 징역형

    의뢰인의 재판 과정에서 감형을 목적으로 조작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받았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 박정대 부장판사는 30일 증거위조·증거위조 사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A씨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2018년 6월 의뢰인인 B씨의 항소심에서 B씨가 완주의 한 업체로부터 부정하게 받은 현금을 갚았다는 허위 종합전표와 입금확인증을 재판부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완주지역 산업단지 시설 공사 과정에서 “시행사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겠다”며 업체로부터 3억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A씨는 B씨가 부당 수수한 현금을 변제하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받은 돈을 전액 업체에 돌려줬으니 감형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변론요지서를 냈다. 그는 재판을 앞두고 교도소에 수감된 B씨를 만나 “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반환한 것으로 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며 증거 조작을 조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종합전표 등은 B씨 가족이 만들었으며 A씨는 이를 팩스로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증거를 토대로 원심을 파기하고 B씨에게 6개월을 감형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변호사의 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며 “사회가 부여한 막중한 책임감이 있음에도 조작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것은 변호사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번 사건은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1심의 형이 잘못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A씨의 양형부당을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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