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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업고 명칭 특성화고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학교설립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는 공영형 혁신학교가 2010년까지 20개 혁신도시에 들어선다. 교육인적자원부는 8일 낙후지역, 저소득층, 소외계층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1조 3000억원 등 5년간 8조원을 투입, 교육안전망을 구축하고 이를 추진할 교육격차해소위원회를 설립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방과후 학교 267개로 늘려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범학교를 267개교로 늘린다. 비용은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농·산·어촌 지역과 도시 근로자 자녀 수강료 지원을 위한 바우처(교육비 지불보증) 제도가 도입된다. 저소득층 자녀 학생 1명당 1강좌 이상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된다. 1904년 농상공학교 때부터 사용해온 실업계 고교 명칭이 102년 만에 특성화 고등학교로 바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을 고쳐 고교 유형은 일반고교와 특성화 고교로 개편한다. 특성화 고교에는 예술고, 체육고,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의 특수목적고와 대안교육과 직업교육을 맡는 특성화고, 농업 공업 수산 분야 특목고 및 실업계고 등이 포함된다.●교장 공모 시범학교 올해 선정 올해 안에 학교경영을 기존 학교법인, 종교단체, 공모 교장, 비영리법인 등에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교장 공모 형태로 운영되는 시범학교를 선정해 2007년부터 시범운영한다. 이어 2∼3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10년까지 전국 20개 혁신도시에 신설한다. 김진표 장관은 “혁신도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좋은 고등학교 입지가 결정적 요인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초·중학교도 혁신학교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구청장 현장인터뷰] 유영 강서구청장

    [구청장 현장인터뷰] 유영 강서구청장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서울시 자원봉사센터를 찾았는데 강서구 자원봉사센터를 적극 추천했어요.” 양천구 목동에 사는 이계향(45)씨는 거주지가 아닌데도 강서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일한다. 이처럼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자원봉사자 관리와 운영에서 강서구가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강서구는 서울시 자원봉사인센티브 평가에서 5개구에 주는 우수상을 3년 연속 받았다. 현재 강서구민 10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자원봉사원으로 등록,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강서구 자원봉사센터는 1995년 유영 현 강서구청장이 민선 1기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만들어졌다. 유 구청장은 “미국에서 자주 드나들었던 도서관에 직원이 200∼300명이나 되는데 이 가운데 2∼3명만 도서관 정식 직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자원봉사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면서 “미국인의 절반이상이 자원봉사자로 활동, 사회에 기여하면서 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미국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고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 “유학생 때 알게 됐던 선진국의 자원봉사를 우리나라에서도 이뤄보고 싶어 자원봉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강서구는 서울에서 저소득계층이 두 번째로 많은 자치구여서 시범실시를 하기에도 적합했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바쁜 일정에도 구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자원봉사센터를 자주 들른다. 지난 3일에도 유 구청장은 자원봉사센터를 찾았다. 단위봉사대인 실타래와 염창동 자원봉사부녀회의 간담회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간담회는 자원봉사를 통해 느낀 소감 등을 함께 나누는 시간. 이들은 주로 영등포역 주변에서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미인가시설에서 노인을 돕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다소 예상밖이었다. 봉사활동과 가정의 화목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고등학생인 재훈이가 봉사활동을 한 뒤 남편과 내 말을 잘 따라요.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을 만나면 부모님의 고마움을 느낀대요.”“남편도 봉사활동하겠답니다. 엄마랑 애들이 봉사활동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하니까 끼지 못 해 속상하답니다.” 실제 처음엔 자원봉사자 가운데 내신성적에 반영되는 봉사활동점수를 얻기 위해 자녀와 함께 참여한 학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얻는 가장 큰 기쁨은 점수가 아닌 가족간의 공통 관심사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유 구청장은 “요즘 학생들은 공부도 해야 하고 봉사도 해야 하고 고생이 많다.”면서 “그러나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는 자원봉사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거들었다. 11년 전 자원봉사센터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센터에 가입한 10개 종합복지관에 속한 봉사원 수는 모두 800여명. 현재는 5만 5000여명이 활동중이다. 강서구민이 55만 2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10명중 1명은 자원봉사자인 셈이다. 유 구청장은 자원봉사자 수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 자원봉사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와 구민간의 입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센터에는 늘 자원봉사의 손을 필요로 하는 복지관과 시설, 종교단체 등 모두 46곳과 자원봉사를 원하지만 찾아갈 곳을 잘 모르는 중산층의 가족 등 봉사자들이 등록돼 있다.”면서 “월 한차례 발행되는 구정소식지 까치뉴스와 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유 구청장은 “전국 30여개 자치단체가 이 네트워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부 예산만으로는 영세민을 돕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내 고장은 내 손으로 일군다.’는 자원봉사자의 활동이 잘 이뤄질 때 주민들의 내 고장 사랑이 생겨 선진국처럼 풀뿌리 민주주의가 잘 이뤄진다.”며 행정 철학의 일단을 내비쳤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출생 1948년 전남 여수 ▲학력 서울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외교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국제정치경제학 박사 ▲약력 서울대 총학생회장, 펜실베이니아대 외교연구원,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연구조정실장, 재무부 관세심의위원, 경제기획원 경제개발계획 자문위원, 민선1기 강서구청장, 펜실베이니아대 동아시아학과 초빙교수, 민선3기 강서구청장 ▲가족 황남채씨와 1남 1녀 ▲취미 등산 ▲기호음식 김치찌개 ▲주량 소주 한 병 ▲애창곡 애모
  • [생각나눔] 교직 ‘장애인 의무고용제’ 교·사대 ‘높은 벽’에 입학 막혀

    [생각나눔] 교직 ‘장애인 의무고용제’ 교·사대 ‘높은 벽’에 입학 막혀

    2007학년도부터 장애인들도 교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의무고용제가 실시된다. 하지만 교단에 설 장애인 교·사대생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장애인 의무고용제는 시행 첫해부터 사실상 탁상행정에 그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교원임용시험에도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도입, 장애인이 전체 교원 정원의 2%를 차지할 때까지 신규 임용 정원의 5%를 장애인에 할당하기로 했다. 교원 40여만명 가운데 현재 장애인은 1300여명으로 2%를 채우려면 6700여명을 더 뽑아야 한다. ●장애인, 교대입학 사실상 불가능 하지만 교육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은 전국 11개 교대 정원 5700여명 가운데 지난해 입학한 4명에 불과하다. 올해 장애인 특별전형을 통해 뽑힌 장애인 신입생도 9명이 고작이다. 서울교대와 대구교대 등 6개 교대는 올해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계획마저 세우지 못한 실정이다. 서울교대 관계자는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예비 교사로 뽑을 수 없다.”면서 “교대의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요구하는데 특별전형을 거친다고 해도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력 수준을 충족시키는 장애인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장애 정도가 아주 미약한 정도를 빼면 장애인이 일반전형을 통해 교육대학에 입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육대학들이 장애인의 입학 자격을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체조와 육상, 구기, 피아노 반주, 회화 등 필수 교과목의 실기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입학할 수 있다. 초등교사는 중등교사와 달리 음악, 체육, 국어 등 모든 과목을 가르친다. 중등교원을 양성하는 사범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육부가 2003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사대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은 150여명. 이후 재학생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범대 소속 장애인 재학생들은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한 소수 학생들에 불과하다. 또 교·사대를 졸업해도 교사로 임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은 현행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기준에 따라 불합격 요인에서 제외된다. 해당 시·도 교육감이 1·2급에 해당하는 중증장애인이라도 교직생활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임용할 수 있다. ●학부모 반발도 원인 그러나 채용의 절대 권한을 쥐고 있는 시·도 교육청은 학부모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의 직업 선택권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도 무시할 수 없어 장애인 교사를 채용해도 현실적으로 장애 정도가 낮은 사람만 임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장애인을 학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현행법상 교육대학의 학장 권한이라 손댈 수 없다.”면서 “교사 임용도 교육감이 최종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동전속 다보탑 사라지나

    ‘10원짜리 동전에서 다보탑이 사라질까?’ 한국은행이 크기를 대폭 줄이고 금속 소재를 바꾼 새 10원짜리 동전을 올해 안에 발행키로 함에 따라 현재 1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다보탑 도안이 유지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원짜리 동전의 소재인 구리와 아연 가격이 급등, 액면가격을 훨씬 웃돌면서 새로 발행될 10원짜리는 크기가 크게 줄어든다. 동전의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작아질 경우 정교한 디자인의 다보탑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구현해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엽전이나 토큰 모양으로 동전의 가운데 구멍을 내 소재가격을 대폭 줄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다보탑 도안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다보탑 도안의 존치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종교단체간 알력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다보탑 도안은 1966년 10원짜리 동전이 처음 나올 때부터 채택됐다. 그러나 기독교계 등은 불교 예술품인 다보탑 도안을 채택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던져왔다. 따라서 새 동전의 도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다보탑을 유지하자는 주장과 다른 도안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맞서면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1973년 첫 등장한 1만원권 지폐의 원래 도안도 종교계의 알력으로 소동을 빚은 적이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사랑의 온도탑 부메랑

    서울시청 광장의 ‘사랑의 온도탑’은 펄펄 끓고 있는데 서울 시민의 이웃돕기 참가는 아직도 미지근하다. 이를 두고 ‘사랑의 온도탑 효과’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조규환)는 12일 이번 겨울 이웃돕기 성금 모금 실적이 지난겨울에 못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모금회는 서울 시민들을 상대로 지난해 12월1일부터 펼쳐온 ‘희망 2006 이웃사랑 캠페인’에서 지난 6일까지 97억 7400여만원을 모금했다. 이는 지난겨울 같은 기간의 102억 2200만원보다 4억 5000여만원이 적은 금액이다.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승석 자원개발팀장은 “지난 3일 서울시청광장의 사랑의 온도탑 100도 달성 이후 벌써 캠페인이 끝난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모금액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모금 캠페인은 2월말 까지 계속되는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시청앞 광장 사랑의 온도탑 100도 달성은 올해보다 닷새 늦게 이뤄졌다. 서울시모금회도 목표액인 115억원을 초과한 154억원을 모금했다. 서울시의 올해 목표 모금액은 140억원이다. 기부 주체별로 보면 개인 기부가 전년 동기 대비 92.7%(19억 9100여만원), 기업 기부는 95.9%(37억 600여만원), 사회·종교단체 기부는 94.4% 수준에 그쳤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정감록’ 연재도 막바지라 맺음말이 없을 수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의 예언문화를 다각도로 다루려 노력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화제는 조선후기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정감록’이 등장했고, 그것이 한동안 정치 및 종교운동의 모태가 되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조선후기엔 이른바 ‘정감록’ 사건이 참 많기도 했다. 그런데 ‘정감록’은 과연 무슨 사상을 담고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때가 많다. 아무리 ‘정감록’을 읽어봐도 어떤 체계라든가 사상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설사 ‘정감록’에 예고된 정진인(鄭眞人)의 세상이 된다 해도, 그것은 또 하나의 왕조일 뿐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잘 알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 은 예수의 재림이 가져다 줄 인류역사의 완성을 예언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정감록’은 기껏해야 왕조교체를 논하는 수준이란 평가다.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정감록’이란 텍스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정감록’을 읽는 나의 방법은 적혀 있는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문화적인 맥락에 비추어 읽는 방식이다. 텍스트의 안과 바깥을 부지런히 오가며 ‘정감록’을 읽는 것이다. 그러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정감록,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선 대항이데올로기 ‘정감록’은 조선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 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 이데올로기였다. 이 점은 19세기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여러 신종교의 가르침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동학·증산교 및 원불교는 하나같이 곧 밝아올 새 세상을 노래했다. 그들이 선포한 새날은 ‘정감록’이 민중에게 약속한 새 나라였다. 그것은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왕조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새 하늘, 새 땅이었다. 새 날의 모습은 성리학자들이 추구해온 목가적 이상세계와는 달랐다. 그것은 ‘정감록’으로 빚은 대항 이데올로기의 핵심이었다. 연재 가운데 이미 검토된 사실이지만 동학과 같은 새 종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17세기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런 운동은 ‘정감록’을 매개로 평민 지식인들이 주도했다. 신종교 운동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름대로 조직적 경험과 이론을 확립해갔다. 마침내 19세기 후반에는 동학이란 교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민중에게 널리 지지를 받았다. 최제우의 동학은 ‘정감록’운동의 터전 위에서 창립된 것으로,‘정감록’없이는 동학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옳다. 나중에 동학의 교명을 천도교로 바꾼 손병희 같은 지도자도 ‘정감록’을 무척 중시했다. ●오만년 대운, 전환기의 괴질 동학을 비롯한 여러 신종교에서는 조선왕조가 망하고 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보았다. 바로 ‘정감록’에 예언된 정진인의 나라다. 그때가 되면 문자 그대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롭고 복된 사회가 건설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오만년대운(五萬年大運)이 새로 시작된다고 표현했다. 동학의 경전 ‘용담유사’에는 ‘오만년’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용담가’에 “한울님 하신말씀 개벽 후 오만 년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라는 대목이 있다. 세상이 열린 지 오만 년 만에 최제우가 큰 가르침을 열었다는 말이다. 최제우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이상적인 종교를 창립했다며,“무극대도 닦아내니 오만년지 운수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좋을시고”라고 했다. 불교와 유교는 이미 낡은 것이 되었고, 이제는 인류 최상의 가르침인 동학을 통해 새 세상을 건설할 때라는 것이다. 최제우는 동학의 유행을 천운(天運)이라 했다. 그러면서 보통사람들은 근심걱정 없이 이러한 시운에 따라 최제우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했다. 최제우에 앞서 세상이 바뀔 거란 점을 누누이 강조한 것은 ‘정감록’이었다. 그 유행에 힘입어 사람들은 최제우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정감록’엔 새 세상이 밝아올 때 여러 가지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고 예언돼 있다. 전쟁과 질병과 굶주림이 그것이다. 최제우는 ‘정감록’ 예언을 대폭 수용해 과도기의 징후를 ‘몽중노소문답가’에서 이렇게 정리한다.“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개벽 아닐는가.” 여기서 말하는 십이제국이란 문자 그대로 열두 나라가 아니라 온 세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온 세상이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곳에서 그는 ‘삼년괴질’이니 ‘연년괴질’과 같은 말을 한다. 요컨대 여러 해 동안 인류가 조류독감이나 에이즈와 같은 질병으로 시달린 다음에 “개벽”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마치 성경에서 말세에 큰 환란을 겪은 뒤 예수가 재림한다는 식이다. 조선 후기엔 천주교가 수용되어 종말론이 널리 전파되었다.‘정감록’에 기록된 환란도 그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최제우의 동학 역시 마찬가지다. 동학은 이름부터 천주교(서학)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지만, 그 주장이 꼭 대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학을 계승한 증산교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증산교의 창립자 강일순은 한국에 출생하기 전에 로마 교황청 꼭대기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서양신부 마테오리치를 중국으로 파견한 장본인이라고도 했다. 이런 증산교도 전환기에 찾아올 환란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강일순의 생각은 동양적이었다. 그는 이른바 괴질의 원인을 과거의 모든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쌓인 것이라 했다. 악업과 신명을 강조한 점에서 그의 생각은 다분히 불교적이다. 강일순은 괴질의 발생을 사계절과 비교한다. 봄과 여름에는 큰 병이 없다가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에 병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말세에는 이런 식으로 큰 병이 세상을 휩쓸게 되는데, 한국에서 최초 발병자가 나오며 병을 치료할 구원의 도(道) 역시 한국에서 일어난다 했다. 괴질은 전라북도 군산과 순창에서 발생해 49일 동안 전국을 휩쓸고는 외국으로 건너가 3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다. 이것이 강일순의 예언이다. 그는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했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정감록’에서도 확인된다. 동학의 최제우 역시 오만년 대운을 열 새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함으로써, 한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다. 19세기 한국은 내우외란이 겹쳐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종교적인 면에서도 외래종교인 천주교가 들어와 전통사상이 도전에 직면했다. 이런 판국이라 ‘정감록’을 비롯한 각종 예언은 더욱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말세의 환란과 새 세상에 대한 기대가 꽃을 피웠다. 동학과 증산교의 등장이 바로 그 보기다. ●새 세상은 미륵세상 최제우의 글에는 새 세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강일순의 경우는 달라 다가올 세상을 비교적 자세히 예고했다. 언제나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살기 마련인 사람들도 하늘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했다. 새 세상은 밤도 낮처럼 환해지며, 들에는 백가지 곡식이 풍성하고 만 가지 과일이 다 굵고 커, 음식이 풍성하게 된다. 아름다운 옷도 무척 흔해진다. 강일순이 꿈꾼 새날은 의식이 풍족하고 교통이 편리하게 되며 어둠이 사라진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선 거짓이 사라지고 온갖 차별도 없어지며 수명이 늘어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강일순의 예언이 적중했다고 말한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얼마든지 하늘을 날게 되었고, 전깃불로 밤을 밝히게 되었다. 또한 대형 할인마트에는 국산과 외국산을 막론하고 음식과 과일 그리고 의복이 넘친다. 헐벗고 굶주리던 옛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인권이 잘 보장되며 평균수명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강일순이 예고한 새 세상은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세상이다.‘미륵하생경’에 비슷한 모습이 더욱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새 세상이 되면 거리마다 번화하기 짝이 없고, 밤마다 향수가 가랑비처럼 내린다 했다. 길바닥은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고 평탄하며, 식량이 풍족해 인구도 번창한다. 보배가 무수하고 감미로운 과일나무, 향기로운 풀과 나무도 무성하다. 기후는 늘 온화하고 화창하며, 계절의 변화가 순조롭고 사람들은 착하고 고운 말만 서로 주고받는다. 대소변을 볼 때면 땅이 저절로 열렸다 닫혀 아무런 냄새도 안 난다. 인간의 수명도 늘어나 보통 8만 4000세까지 살게 된다. 이것이 지금 도솔천에서 수행 중인 미륵이 세상에 내려와 건설할 새 세상의 모습이다. 물질이 지극히 풍족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고, 누구나 심신에 고통을 받지 않고 오래 사는 이상향이다. 불교신자라면 누구나 이런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불교는 오랫동안 한국의 국교였다.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및 고려시대까지 늘 그랬다. 상하를 불문하고 모두 불교를 믿었다. 조선시대에야 사정이 달라졌다. 유교를 국시(國是)로 삼아 불교를 업신여기는 풍조가 유행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교적 세계관에 익숙했다.19세기에 강일순이 미래의 이상향을 언급하면서 미륵세상을 사실상 그대로 옮긴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륵세상은 한국사람 누구나가 지향한 이상향이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조선후기 신종교운동을 펼친 평민지식인들이 이상세계를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된다.‘정감록’에 미래사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 때는 누구나 미륵세상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정감록’이든 또는 동학의 경전이든 이상향에 관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던 시절이다. 조선시대 민중이 궁금했던 것은 이상향의 모습이 아니라 과연 언제 새날이 밝느냐는 문제였다.‘정감록’이 선포한 새 세상은 미륵세상이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미륵이 얼마나 중시됐는가는 전국각지에 미륵신앙이 퍼져 있다는 사실에 나타난다. 일제시대 함경도 함흥에서 수집된 무가(巫歌)를 보면, 미륵은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로 인식될 정도였다. 바로 그 “미륵님 세월에는 섬(石)으로 말(斗)로 밥을 배불리 많이 먹고 인간 세월이 태평하였다.” 과거 미륵세상이 태평했다는 대목은 앞으로 다가올 미륵세상이 그러리란 기대를 역으로 투사한 것이다. ●정감록은 후천세계로 귀결 다가올 미륵세상을 신종교에서는 후천(後天)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인류의 역사를 양분해 지난 세상은 선천(先天), 다가올 세상은 후천으로 설명한다. 선천은 각종 모순이 쌓여 불합리하고 상극이 되어 충돌하던 어두운 세상, 후천은 상생의 논리가 지배하는 밝은 세상으로 본다. 원불교 교조 박중빈은 이미 선천과 후천이 교대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후천세계는 평화롭고 평등한 문명 세상이다. 그것은 온갖 종류의 차별과 대립이 사라진 지상낙원인데, 한국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정감록’이 기약했던 정진인의 나라는 결국 후천세계로 귀결되었다. ■ 정감록과 임진왜란 ‘정감록’이 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임진왜란이었다. 선조25년(1592)에 일어난 왜란의 여파는 무척 컸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돼 전쟁에 관한 예언이 수집되었다. 일종의 사후 약방문인 셈인데, 그것은 뒷날 ‘정감록’에 녹아들었다. ‘조선금석총람’ 하편을 보면 세조5년(1459) 원각(圓覺)이란 승려가 81세를 일기로 입적하며 앞날을 예언했다. 자기가 죽고 130여년이 지난 뒤 고래 같은 도적(왜적)이 쳐들어와 나라가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고 했다. 그 때가 되면 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이고 피가 천리를 적시는데 서쪽(중국) 병사들이 와서 구원하리라 했다. 임진왜란 발생과 경과를 대강 맞춘 셈.‘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인다.’는 식의 표현은 ‘정감록’에도 보인다. 원각은 참혹한 전쟁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늘의 신들이 도와주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그는 향불을 태우며 무릎꿇고 관세음보살의 주문을 외우면 화를 입지 않게 되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당시 유행한 예언서에 “적은 부산에서 일어나 부산에서 그친다.”라고 돼 있었다 한다. 임진왜란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경상도 부산포에서 시작돼 어찌보면 거리가 매우 먼 평안도 부산에서 끝난다는 이야기였다. 보통은 잘 모르고 있지만 평양 서쪽 30리에 부산 고개라는 곳이 있다. 그 왼쪽 언덕에는 사람 모양의 석상이 있는데 언제 누가 무슨 일로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한다. 임진년(1592년) 봄, 석상이 피를 흘려 이웃한 부산 고개까지 흘러 내렸다. 전쟁이 일어날 징조였다. 전라도 광양에선 돌에 적힌 예언서가 발견되었다. 쇠무덤(鐵叢)이라 알려진 곳에서 출토된 예언서에는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동쪽으로 시오리 되는 곳에 황금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면 만 배 이익이 될 것인데 그리 되면 아들은 능지기가 되고 노비가 능 주인이 되어 상하가 뒤집힌다. 승려가 승려노릇을 그만 두고 선비가 붓과 먹을 버리게 되며, 베 짜는 여인이 베틀을 버리고 농부가 쟁기를 버린다.” 상하의 질서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 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예언이었다. 비슷한 표현이 ‘정감록’에도 있다. “임진년에는 나라가 셋으로 갈라졌다가 계사년에 다시 평정되리라. 말해 또는 양해에 다시 태평하여질 것이다. 두류산에 들어가 난을 피하는 것이 제일이다. 호서는 조금 편안하고, 한양에 도읍하면 마땅히 팔백년을 갈 것이다. 당나라 병사가 임진강을 건너면 국운이 2백년은 더 하리라.” 이 대목은 ‘정감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삼국으로 갈라졌다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 말해와 양해가 대길하다고 예언한 것은 모두 ‘정감록’에 수용되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한 번 나온 예언은 어떤 식으론가 계승되게 마련인 것을 알 수 있다. 선조 때 명신인 이항복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왜란이 일어나기 한 해 전 겨울날이었다. 이항복이 퇴궐해 막 집에 도착하자 청지기가 뛰어 나와 어느 괴상한 남자가 뵙자고 야단이라 하였다. 그 사나이는 헤진 갓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 더러운 누더기를 몸에 걸쳤고 좁은 바지 자락은 정강이까지 돌돌 말아 올렸는데 얼굴은 큰 돌 같았고 키가 무척 컸다. 붉은 입을 괴물처럼 열고 한참 동안 무슨 말인가를 늘어놓은 뒤 갑자기 사라졌다. 이웃집에 살던 이덕형이 이를 목격하고 사정을 캐물었다. 이항복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그 사나이는 자칭 백악산의 야차(범어의 yaksa, 두억시니)라고 하는데 장차 내년에 큰 난리가 터질 텐데 아무도 걱정하는 사람이 없어 이렇게 내게 알려주러 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차는 10세기 초 철원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토성 신을 연상케 한다. 그는 고려태조의 등극을 알리는 ‘고경참’을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돼 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2006년 경제운용 계획] 관심끄는 정책들

    [][2006년 경제운용 계획] 관심끄는 정책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운용계획 중에는 기업형 사회적 일자리, 공영형 혁신학교,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눈길을 끄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증권사를 통한 은행 입출금 부가서비스 이르면 2007년부터 증권계좌를 은행계좌처럼 쓸 수 있게 된다. 주식위탁계좌를 개설할 때 받은 증권카드로 모든 은행의 현금입출금기(ATM)를 사용,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금도 개별 증권사가 특정 은행과 제휴를 맺어 사용이 가능했지만 영업시간에만 가능하고 일부 서비스는 안되는 불편이 있다. 주식위탁계좌가 급여이체나 신용카드 이용대금과 지로요금의 결제계좌가 될 수 있다. 증권·신탁·선물 등 모든 금융투자업무를 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대표기관을 통해 결제, 송금, 수시입출금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보충형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자기영상공명장치(MRI), 특진 등 국민건강보험이 지원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지원하는 보험이 많아질 전망이다. 현재 민간의료보험은 ‘암 진단시 몇천만원’식의 정액형이 주이며 고객들이 실제 낸 의료비를 보험금으로 주는 실손보험은 전체 민간의료보험시장의 10% 미만이다. 가입자의 손해(의료비)에 비례한 보험금 지급이어서 상품개발에 특정 질병 관련 통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이 갖고 있는 통계 중 개인진료기록을 제외한 정보를 민간보험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표준약관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업형 사회적 일자리 간병인, 가사도우미, 공부방 보조교사 등 공익성만 강조된 사회적 일자리에 시장성을 가미, 기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 예컨대 간병인의 경우 저소득층은 일부 예산을 지원해 싸게 쓸 수 있게 하고 중산층은 시장가격을 적용, 자체 수익원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예산 지원방식으로는 쿠폰제가 유력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이나 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기업은 법인세 감면 등 재정지원까지 받으며 영리성이 큰 기업은 정부의 인증만 부여된다. 내년에 60억원으로 시범사업이 실시되며 ‘사회적 기업지원에 관한 법률(가칭)’도 만들어진다. ●자율형 공립학교(공영형 혁신학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금을 부담하지만 운영은 자립형 사립고에 준하는 자율성을 갖는 학교다.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도입을 위한 제도적 준비를 마치고 2007년부터 시·도별로 1개씩 시범운영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영비는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 학부모가 3분의1씩 나눠 부담한다. 운영은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이 될 인가권자와 협약을 맺은 학교법인, 종교단체, 비영리법인, 공모교장, 지방자치단체 등이 맡는다. 학생선발, 교직인사, 교과서 선택 등에 있어 자율성을 갖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 교육과정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외에는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동구민주화 촉발 ‘보수적 평화론자’

    “하느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소서”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善終)을 앞두고 마지막 남긴 한 마디였다. 그것도 이탈리아어가 아닌 모국 폴란드어로. 교황이 아닌 인간 ‘카롤 보이티와’가 평생을 가슴 깊이 모셨던 주에게 건네는 말 같다. 1978년 교황에 올라 지난 4월2일 84세의 일기로 서거할 때까지 요한 바오로 2세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머감각도 뛰어나 찰리 채플린처럼 지팡이 돌리기 묘기도 곧잘 선보였다. 그는 무엇보다 ‘본업’에 충실했다. 세계를 걱정하고 가엾은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일이 그것이었다. 폴란드 자유노조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동유럽 국가들의 가톨릭 전통을 되살리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남미나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정치·종교적 분쟁이 시끄러운 나라들을 기꺼이 방문해 왕성한 외교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부임해서인지 한국을 비롯해 130여개국을 방문,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가톨릭 세계주의자’로 불렸다. 오늘날 가톨릭적 윤리관의 전매 특허가 된 낙태와 동성애, 안락사 등의 반대에 있어 요한 바오로 2세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하지만 피임 등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고 재임 중 교단 성희롱 스캔들이 있었다며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시복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5년간의 유예기간을 없애고 곧바로 기적 사례 등을 접수해 성인 추대 절차를 밟도록 명했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사학법시행령 개정委 ‘반쪽구성’

    개정 사립학교법 국무회의 의결을 하루 앞둔 26일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맡을 ‘사립학교법 시행령개정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정부는 27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개정 사학법을 상정, 의결한 뒤 30일 공포할 예정이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이에 대해 28일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고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개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한국외국어대 이장희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위원회에는 종교계와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추천받은 인사 12명으로 구성됐다.종교계 인사로는 김완두 중앙승가대 교수를 비롯해 원불교 배은종 교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백도웅 총무목사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사학법에 반대하는 천주교 및 개신교, 사학단체들은 위원을 추천하지 않았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인사말에서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종교계의 건학 이념을 살리는 방향으로 시행령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회의에서 개정 법률에서 위임된 대통령령 규정 사항을 검토,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모아 대통령령 개정 사항과 교육부장관 및 정관이 정할 사항 등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사학 단체들이 문제삼고 있는 개방이사의 추천·선임방법 등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집중 검토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와는 별도로 김광조 차관보를 상황실장으로 하는 ‘사립학교법 시행 대책상황실’을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상황실은 초중등반과 전문대학반, 대학반, 홍보반 등 4개반과 1개 행정팀으로 구성, 개정 사학법 시행 과정에서 신입생 배정 거부 등 일선 학교의 움직임에 대응하게 된다. 김 부총리는 이날 낮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와 예수교장로회통합, 감리교단, 성공회, 복음교단 등 교계 원로인사들을 만나 개정 사학법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진보적 개신교 성직자 180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성공회주교관 회의실에서 ‘현 시국에 대한 2005 기독교성직자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기독교사학이 ‘건학이념 훼손’,‘사유재산 탈취’ 등 문제제기와 ‘학교 폐쇄’를 언급하고 나서는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김재천 이효용기자 patrick@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신과 함께 가라(KBS1 밤 12시10분)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수도사 세 명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담은 로드무비. 수도사들이 작품 속에서 부르는 아카펠라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선율이 귀를 사로잡는다. 독일 출신 졸탄 슈피란델리 감독은 시나리오까지 직접 썼던 이 데뷔작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다니엘 브륄은 ‘굿바이 레닌’(2003)으로도 국내에 잘 알려진 독일의 신진 스타이다. 모험, 웃음, 감동, 로맨스와 성장통이 어우러진 수작. 어려울 것 같은 종교적인 문제를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종단으로부터 파문을 당해 수도원 2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칸토리안 교단. 이 가운데 독일에 있는 아우스부르크 수도원에는 고지식한 원장 신부와 젊었을 때 잘나가던 벤노 수도사(미하엘 귀스텍), 시골 농부 같은 타실로 수도사(마티아스 브레너), 꽃미남 아르보 수도사(다니엘 브륄)가 살고 있다. 어느 날 후원이 끊기고 수도원장마저 숨을 거두자 3명의 수도사들은 교단의 보물인 규범집과 염소를 한 마리를 챙겨 이탈리아에 있는 마지막 남은 수도원으로 떠난다. 이들은 우연하게 매력적인 여인 키아라(키아라 숄라스)가 운전하는 차를 얻어 타게 된다. 평화로운 수도 생활에 익숙해 있던 수도사들은 낯선 바깥 세상에서 난처한 상황을 수시로 겪게 된다. 아르보 수도사는 난생 처음으로 여성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2002년작.106분. ●아저씨 우리 결혼할까요?(SBS 밤 12시55분) 198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서 한 시기를 풍미했던 홍콩 영화가 요즘은 맥을 못추고 있다. 그 홍콩 바람의 끝자락을 잡고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정이건이 나오는 작품.‘풍운’(1998),‘중화영웅’(1999) 등 액션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그가 코믹 이미지로 변신한 점이 관심을 끈다. 상대역인 채탁연은 현재 홍콩을 대표하는 여성 듀오 ‘트윈스’의 멤버로 만능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문근영과 김래원이 주연한 우리 영화 ‘어린 신부’(2004)가 이 작품과 여러모로 비슷해 표절시비가 일기도 했다. 영국에 살고 있는 서른 살 대학원생 쳉(정이건)은 자신이 쓴 논문 ‘여성에 대해’가 수년째 통과되지 않고 있다. 여성 심사위원들의 혹평을 받고 있기 때문. 그러던 쳉은 죽기 전에 결혼한 손자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소원으로 맞선을 보게 된다. 맞선 자리에 나온 사람은 18세 천방지축 홍콩 여고생 요요(채탁연). 쳉은 할머니 때문에 요요와 계약결혼을 한다. 홍콩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티격태격 다툼을 벌이면서도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데….2002년작.103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자립형 사립고 14곳 늘린다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시범운영 학교가 2007학년도부터 현재 6곳에서 20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범운영 기간은 2년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2일 “현재 6곳에서 시범운영 중인 자사고의 제도화 여부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시범학교를 20곳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전 가톨릭사립학교법인연합회장인 천주교 수원교구청 이용훈 주교를 만난 자리에서 “자사고를 20개 정도로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자사고는 매년 10억∼20억원 정도를 해마다 법인에서 출연해야 하기 때문에 포항제철 같은 기업에서 운영해도 어려움이 있어 얼마나 많은 자사고가 설립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천주교단을 비롯한 교계에서 자사고를 운영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행 중인 6곳의 자사고 시범 운영은 2007년 2월에 종료되나 2년간 더 연장된다.6곳은 경북 포항제철고, 전남 광양제철고, 부산 해운대고, 전북 상산고, 강원 민족사관고, 울산 현대청운고 등이다. 추가 지정될 14개 시범학교도 2007학년도부터 2년간 시범 운영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 신청을 받아 내년 3월에 대상 학교를 정하게 된다.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 지정 요건을 갖춘 인문계 학교가 전국에 43개교라고 밝히고 있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없이 교원 인건비 등 필요한 예산을 등록금 수입과 재단전입금으로만 조달, 등록금이 일반 고교에 비해 3배 정도 비싸다. 이 때문에 자사고는 경제력이 되는 계층의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고 별도의 입학시험도 치러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자사고 문제는 한나라당에서 사학법 개정 때 동시 도입을 주장했으나 열린우리당에서 법 체계상 맞지 않다며 반대, 초중등교육법 개정 때 검토키로 논의가 유보된 상태다. 이에 앞서 자사고 제도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자립형 사립고 제도협의회’는 최근 ▲2007년 2월까지 돼 있는 시범운영기간을 2009년 2월까지 연장하고▲2007년 8월까지 제도화 여부 결정하고 ▲저소득층 학생도 들어갈 수 있도록 장학금도 확대하라고 건의했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중등종교사학 교사 “폐교선언 불복종” 전문대학장協 “신입생 모집 않을것”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개정 사립학교법 평가 토론회’를 열고 사학법 개정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인 김한성 연세대 법학부 교수는 ‘개정 사학법의 헌법적 평가’라는 발제문에서 “우리나라 사학은 학교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국가에서 받았으므로 재단이 운영을 독점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종교의 자유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1989년 대법원 판결을 예로 들며 “종교단체에서 세우는 학교도 학교법인인 이상 교육법의 규제 대상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중등종교사학교사 대표자들도 이날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사학의 폐교 선언에 결코 따르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학교를 지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한국전문대학학장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학장회의를 열고 헌법소원 제기와 법률 불복종운동,2006학년도 신입생 모집 중지, 학교 폐쇄 등 한국사학법인연합회가 결정한 대정부 투쟁 계획을 적극 지지하고 실천하기로 결의했다. 한편 전국교수노조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교수단체연대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법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0) 예언에 관한 일화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0) 예언에 관한 일화

    ‘정감록’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다. 주제를 40개 정도로 나눠 일년 가까이 연재를 해왔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한 부분이 아직도 많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예언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들이다. 그 중엔 그냥 버려두기 아까운 것이 꽤 많아 몇 가지를 간추려 보았다. 특히 암울했던 일제시대엔 독립을 향한 민중의 염원이 간절해서인지 각종 예언과 관련된 일화가 많았다. 또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동학과 관련된 일화도 빼놓을 수 없다. ●예언에서 찾은 조선독립의 희망 1920년대에는 천도교가 예언과 관련해 많은 일화를 남겼다. 천도교는 동학의 후신이라 이상세계의 실현에 대한 믿음이 유달리 강했다. 당시 교단 지도부는 재정에 충실을 기하려고 성미(誠米) 적립운동을 펼쳤는데, 성미운동에서도 예언이 등장했다. 대강 이런 식이었다. 천도교 신도는 성심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끼니 때마다 가족 수만큼 쌀 한 숟가락씩을 모아 교단에 바쳐야 된다고 했다. 하늘은 성미가 많고 적음에 따라 신도들의 성심을 상중하로 판단해 장부에 기재하므로, 성심이 깊으면 복을 많이 받지만 적거나 없으면 벌을 받는다고 가르쳤다. 교단에 따르면, 교조 최제우는 동학이 창건된 지 61주년째 되는 1920년 한국에 갱생한다 했다. 세상에 다시 내려온 최제우는 오만 년 무극대도(無極大道)를 펼쳐 전세계를 통일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연맹을 대신해 세계정부를 세운다 했다. 이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예언이었다. 기독교의 재림예수이야기를 방불케 한다. 천도교 신도들은 교단의 가르침을 성심껏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했다. 그들 각자가 바치는 정성은 하늘을 감복시켜, 성미를 많이 바친 이는 새 세상에서 고위관직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본인은 물론, 자손들까지도 무한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르침은 통했다.1920년경 천도교 측이 거둔 성미 수입은 당시 화폐로 수십만 원이나 되었다. 참고로, 일제말기 초등학교 교원의 초임은 45원에 불과했다. 천도교의 성미운동을 식민지 당국은 사기적인 약탈행위로 간주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성미는 물론 천도교단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되었으나, 그 상당부분은 독립운동과 계몽운동에 투입되었다.1919년의 3·1운동 때도 천도교 측은 운동자금의 대부분을 부담했다. 그 뒤에도 천도교 측은 ‘개벽’과 같이 선진적인 계몽잡지를 발간했고 농촌운동을 일으켰다. 기꺼이 성미를 적립했던 신도들도 마음속으로 조선독립을 꿈꾸고 있었다. 심지어 천도교의 곁가지인 무극대도교나 상제교 측도 그러했다. 무극대도교는 일제의 보안법을 자주 위반한 것으로 유명했다. 상제교도 교주 김연국이 상제로부터 홍서(紅書)를 받았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또 다른 일파인 수운교도 교조 최제우를 부처의 후신으로 보았다. 이들 교단은 여러 예언을 동원해 곧 지상천국이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지상천국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독립을 기본전제로 했다. 일제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런 신종교에 입교하게 된 동기는 ‘감언이설´을 믿었기 때문이다. 실상 그것은 단순한 감언이설이 아니었다.“이 교단”은 혁명 즉, 정권창출에 성공할 것이고 따라서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배출하게 되며,“이 교”에 입교해 신앙 활동을 잘 하면 생활이 안정되고 새로운 정치지배세력의 일원이 된다는 확신이 뚜렷했다. 이미 언급한 천도교 등 여러 신종교들을 비롯해 보천교, 금강도 및 청림교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역시 기존 예언서인 ‘정감록’을 중시했고, 거기에 자기네 나름으로 새 예언을 덧붙였다. 심지어 전혀 이름조차 없는 소규모 단체들도 ‘정감록’에 기대어 독립을 점쳤다.1931년 3월31일,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경찰서 고등계는 경북 상주와 문경 등지에 사는 평범한 남녀 주민 4명을 보안법 위반자로 검거했다. 당시 40∼50대 나이로 장년층에 속했던 이들은 조선독립을 목표로 비밀결사를 조직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들은 ‘정감록’의 한 구절,“땅값이 똥값이 되며 천 마리 말이 소가죽을 입는다.(土價如糞 馬千牛服)”라는 대목을 장차 반드시 일어날 미래의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들의 해석은 특이했다. 장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10년간 지속된다고 보았고, 결과적으로 일본은 멸망하고 조선독립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 된다 했다. 우연한 일이지만 이 예언은 거의 들어맞았다.1939년 제2차대전이 터졌고, 전쟁은 장기화되었다. 일본은 연합국 측에 패전해 무조건 항복했으며, 마침내 한국은 해방되었다. 그런 주장을 펼치던 사람들은 ‘정감록’ 예언을 따라 십승지를 찾아갔다. 그들은 경북 상주군 화북면 중대리에 있는 우복동에 주목했다. 거기 피난처를 정한 다음, 그들은 조선독립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1928년 5월, 우복동에서 결사를 맺고 사찰을 지어 승려로 가장했다. 이웃한 지역사회에서는 그들의 취지에 공감해 사찰건립기금을 낸 사람이 20명가량이나 되었다. 우복동의 ‘선민’들은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진인 정씨의 출현을 기다리며, 그 때 긴요하게 쓰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종교 교육활동에 몰두했다 한다. 사실 19세기 이후 한국에는 수많은 예언이 난무했다. 그 중엔 ‘정감록’에 전혀 나오지 않는 예언도 많았다.1933년 8월21일, 충청북도 영동 출신의 박모라는 사람은 그동안 누구도 풀이하지 못한 예언시를 독자적으로 해석했다. 그 일부가 우연히도 사실로 입증되었다. 문제의 예언시는 첫 구절이 이러했다.“봄날 나무에서 원숭이가 우니 귀신도 알지 못한다.”(猿啼春樹鬼不知)는 것이다. 박 도사는 여기 나오는 원숭이(猿)를 임신년 즉 1932년으로 간주했고, 그 해 3월 만주국이 창건될 것을 예견한 시라고 주장했다. 시의 둘째 구절은 “비바람이 치는 날 닭이 울 때”(一天風雨鷄鳴時)라 했다. 박 씨는 닭이 울 때(鷄鳴時)를 계유년(1933)으로 상정했다. 그 해에 만주국의 주권을 둘러싸고 국제회의가 열린다고 예견했다. 회의에서 일본이 만주를 불법 점령한 사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며, 그 결과 일본은 국제연맹을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내다보았다. 엄밀한 의미로, 이것은 틀린 해석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긴 흐름에서 볼 때, 만주국의 성립은 장차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리란 예고편이었다. 그 전쟁이 확대되어 마침내 1939년, 세계 제2차대전으로 번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박씨의 예언 풀이는 제법 타당한 점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예언시의 마지막 부분은 “만국이 진을 이루고 개가 울 때” (萬國成陳犬吠時)란 구절이었다. 박씨는 이 구절에 대해,“개가 울 때”(犬吠時)는 갑술년(1934)이며 만주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세계전쟁이 유발되고 악성 전염병이 유행한다는 뜻이라 했다. 그러나 그 말대로 1934년에 무슨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식민지 시대 말기에는 일본의 패망을 예언한 대본교(大本敎) 같은 신종교도 있었다. 그 교주 왕인은 1945년에 “국체변혁”(國體變革), 즉 일본이 망한다는 예언을 내놓았다. 그의 위험한 발언이 나오기가 무섭게 식민지 당국은 대본교의 교당을 헐어버렸다. 왕인 등 교단 지도부도 몽땅 체포했다. 본래 왕인이란 사람은 농부였다. 그런데 예언능력이 탁월해 신종교의 교주가 된 것이다. 그는 교당의 터를 잡을 때 여기를 파면 반석같이 큰 바위가 나오리라 예언했다. 과연 그 말 대로였다. 세상 사람들은 왕인이 땅속까지 꿰뚫어보고 일제의 패망을 예견할 만큼 형안을 가졌으면서도, 자기 교당이 허물어질 줄은 미처 내다보지 못했다며 비웃었다. 중요한 사실은 평범한 개인이든, 크고 작은 신종교 단체든 일제시기 내내 많은 한국인들이 늘 조선독립을 점쳤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예언은 대부분 ‘정감록’을 토대로 했다.‘정감록’은 민중의 희망이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동학과 정감록-최제우, 동학정신에 정감록 ‘弓弓乙乙’ 담아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는 ‘정감록’에 대해 미묘한 태도를 보였다. 동학경전을 읽어보면 그는 정감록을 믿는 것 같으면서 부정하고, 부정하는 듯하면서도 믿는 것 같다. 그가 “기이한 동국 참서”, 즉 ‘정감록’을 손에 쥐고 들려준 가르침을 좀 풀어보면 이렇다. 과거 임진왜란 때는 이재송송(利在松松 이여송 형제가 도움이 됐다)이라 하였고, 가산 정주 서적(西賊 홍경래 난)때는 이재가가(利在家家 가만히 집에 있는 것이 좋았다)라고 ‘정감록’ 등에 기록돼 있지. 다 맞는 말이었네. 그런 선례를 본받아 우리의 미래도 한번 설계해 보세. 앞으로 세상을 제대로 살려면 ‘정감록’에 나오는 구절이네만 이재궁궁(利在弓弓 궁궁이 유리하다)을 알아내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봐야 하네. 매관매직을 일삼는 세도가들도 그 마음은 오직 궁궁에 있는 듯하고, 돈 많은 부자들도 궁궁만 찾고 있네. 거지들도 궁궁, 풍수에 미친 사람들도 궁궁촌을 찾아 더러 깊은 산중으로 들어간다네. 더러는 서학(西學 천주교)에 입교해 그것이 궁궁인 줄로 믿고들 있지. 세상 사람들이 옳거니 그르거니 따지는 것이 몽땅 궁궁에 관한 것뿐이네. 그러나 제 몸을 닦고, 집안일을 바로 다스리지 않은 사람이 강산을 찾아가면 뭐하나. 경박한 세상 사람들 같으니! 다들 이익이 송송(松松)이니 가가(家家)에 있다고 한 말뜻은 겨우 알아낸 듯하지만 정작 궁궁이 무엇인줄은 전혀 모르고 있군. 최제우는 자신이 발견해낸 종교적 진리가 바로 궁궁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자신의 가르침을 “무극대도”라 불렀고, 앞으로 5만년간의 태평시절이 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감록’에 적힌 궁궁을을(弓弓乙乙)이란 구절에 모든 진리가 압축돼 있다고 생각했다. 이 구절에 입각해 그는 궁을부(弓乙符)를 만들었다. 이 부적을 몸에 붙이면 상처가 생기지 않고, 이것을 불살라 먹으면 만병이 사라진다고 최제우는 가르쳤다. 그러다 고종1년(1864)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동학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 그가 죽은 지 30년이 되던 갑오년에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다. 전봉준이 이끈 동학군들의 깃발에는 ‘오만년수운대의´(五萬年水雲大義)란 글귀가 높이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수운, 즉 최제우가 설파한 5만년 이상세계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요컨대 궁을을 이 세상에서 실현하겠단 것이었다. 고종30년(1894)에 시작된 동학농민운동을 전후해 민간에 여러가지 노래가 유행했다. 단순한 노랫가락이 아니라 요참(謠讖), 즉 노래형태를 빈 예언이었다. 더러는 일제시대까지도 남아 인구에 회자되었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간다.(甲午歲 甲午歲 乙未 乙未 丙申되면 못 간다)” 기왕 일을 벌이려거든 갑오년(1894)에 서울까지 밀고 올라가서 일을 마무리지어야지, 그렇지 않고 우물쭈물하다 을미년이나 병신년까지 지연되면 실패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예언 노래는 갑오 동학농민운동 당시 김개남 등 급진파 측에서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운동이 실패로 끝난 다음, 뒤늦은 후회를 예언의 형태로 담아냈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동학농민군이 서둘러 서울로 진격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남원 방면을 공략하다 뜻밖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사실과 관련이 있다. 운봉 아전 박봉양이 이끈 반항세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의 저항은 요참에도 담겨 있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아랫녘 새야, 윗녘 새야, 전주 고부 녹두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하루박(하눌타리), 후-여!” 전라도 고부 출신 녹두장군 전봉준은 ‘하루박´으로 표현되는 박봉양에게 밀린다는 말이다. 참시에서 저항세력을 하눌타리 또는 하루살이에 불과한 박씨라고 일컬은 점은 재미있다. 이런 비유로 볼 때 노래를 만든 이나 부른 이는 농민군 편이었다. 노랫말에 보이는 “후-여”는 새 쫓을 때 내는 소리다. 녹두새 전봉준에게 미리 경고해 농민군이 남원쪽으로 움직이지 말게 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느껴진다. 알다시피 동학농민군은 공주 우금치 전투에서 일본군에 패배했다. 이로써 운동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전봉준과 김개남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수많은 농민군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은 것도 물론이다. 이런 동학농민군들의 비원을 담은 노래는 한둘이 아니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사 울고 간다.”란 노래였다. 전봉준을 녹두꽃에 비유해 그의 죽음이 곧 민중의 비극이란 것이다. 그밖에 “솔잎과 댓잎이 파르라니 봄인 줄 알고 찾아 왔는데, 흰눈이 펄펄 흩날리니 송죽이 나를 속였었구나.”란 노래도 널리 유행했다. 솔잎과 댓잎만 보고 겨울을 봄으로 착각했다는 가사는, 농학농민군이 시세판단을 잘못해 너무 일찍 군대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농민군의 준비부족을 한탄한 것이다. 이들 가요는 내용을 가지고 보면 농민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 그 편에서 만들어 부른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러나 노래를 채집한 이은상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제시대 민중은 이 노래들을 후일담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모든 노래가 운동이 발생하기 전에 유행한 예언이었다고 믿었다. 민중은 동학농민운동의 최고지도자 전봉준에게 특별한 예지력이 있다고도 생각했다.1894년 음력 4월경 전라감사 김문현은 농민군을 조기에 진압하기 위해 전봉준을 암살하려고 했다. 그는 자객 2명을 밀파했다. 자객들은 담배장사로 변장해 전봉준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신분이 탄로되어 붙들리고 말았다. 전봉준은 점술에 밝았기 때문이다. 점괘를 던져본 그는 자객이 온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고 한다. 믿고 따를 지도자라면 당연히 예언능력이 있어야 된다고 민중은 생각했다. 요즘도 연말이 되면 국가기관이나 공신력을 자랑하는 주요연구소에선 다음해의 경제성장을 전망하곤 한다. 이런 예언, 예시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필수조건인 모양이다.
  • 진보 종교단체 ‘사학법 지지’ 확산 사립교장회 ‘신입생 거부’ 재확인

    새 사립학교법에 종교계 전반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적인 종교·교사 관련 단체들이 잇따라 사학법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같은 법에 대해 사학법인연합회 등은 오는 28일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실천불교 전국승가회 등 천주교와 불교, 원불교, 기독교 소속 11개 종교단체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법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사학법 개정 지지 및 사학 폐교 반대 범종교단체 대표자선언’을 통해 “사학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학교가 민주화되기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 온 국민의 바람과 함께하는 것은 진정한 종교와 교육의 의무”라며 “개정 내용은 상식적인 수준으로, 종교인이 먼저 나서서 도입하자고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인척 이사 수를 줄이고 이사회 예·결산, 신임 교사 채용을 공개하자는 것이 종교의 자유와 건학 이념을 해친다는 일부 종교 사학재단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학생 교육권을 볼모로 한 학교 폐교와 신입생 모집중지 발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14개 기독교 교사단체로 구성된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도 이날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방형 이사의 도입으로 건학 이념이 훼손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바람직한 학교 경영을 통해 건학 이념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사학에 대해서는 “학교교회는 사학법 개정의 빌미가 됐던 일부 기독교 사학의 비리를 기독교 전체의 허물로 받아들여 잘못을 빌어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일부 기독교 학교의 허물로 고통을 받았던 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최소한의 결정으로 새 사학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대학사립중고교장회 등은 오는 28일 대학과 전문대, 중·고교, 종교계 학교를 대표하는 사립학교 이사장 4명을 청구인으로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청구인측 대리인인 이석연 변호사는 “개방형 이사제와 학교법인의 임원 취임승인을 취소하도록 한 조항 등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영식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이날 오전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조용기 회장을 만나 개정 사학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자제를 당부할 계획이었으나 조 회장측이 ‘약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朴대표 “따뜻한 봄까지 투쟁”

    朴대표 “따뜻한 봄까지 투쟁”

    박근혜 대표의 ‘따뜻한 봄’은 언제일까? 개정 사학법 무효투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시청 앞 촛불집회 규탄사에서 “한나라당은 나라를 이끌고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해 투쟁의 맨 앞에서 양보 없이 싸우겠다.”며 “모든 것을 던져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8일째, 임시국회 공전 9일째인 20일 현재 정국이 풀릴 조짐이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표가 말한 ‘따뜻한 봄’의 의미가 주목된다. 당 일각에서는 ‘물리적 봄’ 즉, 내년 봄까지도 사학법 투쟁을 이어간다는 강경함으로 해석한다. 실제 한나라당은 새달 2일 시무식을 겸해 ‘사학법 무효 투쟁결의와 지방선거 필승을 다지는 등반대회’를 개최하기로 해 내년까지 투쟁을 이어갈 뜻을 비쳤다. 박 대표가 이날 정근모 명지대 총장, 이상주 성신여대 총장 등 사학계 원로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강하게 버티지 않으면 무너진다.”며 “이번에 (사학법을) 철회시키지 못하면 (열린우리당이) 무엇이든 밀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강경 의지’를 방증한다. 또 ‘심리적 봄’, 이른바 장외투쟁을 접을 만큼 온기를 느낄 만한 상황을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사학법 무효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라는 강재섭 원내대표의 말과 맥이 닿는다. 그러나 이 역시 여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여서 박 대표는 해를 넘겨 ‘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결단설’도 제기된다. 총력을 다해 사학법 투쟁의지를 보여준 뒤 종교단체나 사합법인측과 역할을 분담해 등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 중진인 김덕룡·이상배 의원 등이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자는 의견도 내놓아 주목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사학법’ 종교단체 잇단 지지

    새 사학법을 반대하는 사학단체들의 주장과 달리 이를 지지하는 종교단체 목소리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새 사학법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전교조 등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있었으나 종교단체들의 지지 움직임은 가시화된 적이 없었다.이에 따라 사학의 자율성 확대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정부방침과 맞물려 사학법을 둘러싼 갈등이 정리될지 주목된다.●사학단체와 종교계 5명 위촉 교육인적자원부는 19일 개방형 이사 추천·선임방법 등을 결정할 사학법시행령 개정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당연직 1명(교육부 차관보)을 포함 모두 11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교육부는 사학단체와 종교계 인사들도 참여해줄 것을 이들 단체에 추천을 요청했다.●신입생 모집거부 확인 하지만 개정 사학법을 반대하는 사학들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천주교 서울대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19일 김진표 교육 부총리에게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 자율권을 주면 사학비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새 사학법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대한사립 중ㆍ고교 교장회(회장 김윤수 경기 개군중학 교장)는 20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갖고 2006학년도부터 신입생 모집을 거부하기로 결의키로 했다. 한국기독학교연맹도 20일 오전 11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신입생 배정 거부를 결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에는 중학교 123곳과 고교 165곳 등 모두 349개 학교가 있다. 새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과 법률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는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이르면 이번주 중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사학법 지지 종교단체도 있다 새 사학법을 지지하는 종교인사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원불교 이광정 종법사는 이날 서울 흑석동 원불교 본당을 찾아온 김진표 교육부총리에게 새 사학법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백도웅 총무목사도 김 부총리에게 사학법 개정취지를 이해하고 시행령 제정작업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천주교 인권위,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기독교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등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정동 세실 레스트랑에서 사학법 개정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전교조도 이날 오전 11시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전교조가 사학을 장악하려 한다는 등의 한나라당측 발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박근혜의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박현갑 이효용기자 eagleduo@seoul.co.kr
  • “탈북자 600여명 라오스에 체류”

    탈북자 600여명이 라오스에 머물고 있다고 한 아시아방송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넷판은 18일 태국 북부 창라이주(州) 치엥센 지역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600여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라오스 ‘므앙멈’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도 체포된 탈북자의 말을 전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와 거주환경, 탈북경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방송은 또 현재 태국 방콕 이민국 수용소와 한인교회에 48명 정도의 탈북자가 생활하고 있으며, 비슷한 숫자의 탈북자가 종교단체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정한 수의 (태국 내) 수용자들이 남한으로 이송됐으며, 최근들어 탈북자들이 가족 단위로 중국, 라오스를 거쳐 넘어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학25% 종단소속… 운영권 박탈 우려

    천주교·개신교 등 종교계가 개정 사학법 통과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각 종단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학의 운영권이 박탈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경우 사유재산권이 침해되고, 건학이념인 신앙교육도 위협받게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기독교계 사학 349곳, 천주교계 82곳을 비롯해 6개 종단이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사학은 482곳으로 전체 사학의 24.4%를 차지한다. 특히 사학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개신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탄원, 헌법소원,‘사학수호 국민운동본부’ 설립,‘100만명 서명운동’ 등을 추진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기총 관계자는 “개정안의 개방형 이사제는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신앙교육을 말살하려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기총과 맞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산하 교단들의 이견에도 불구하고,19일 개정 사학법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KNCC 관계자는 “종교계 사학의 공로는 인정되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기득권만 지키려는 경항이 컸고, 그 과정에서 개정안이 나왔다고 본다.”면서 “개방형 이사제가 선교 이념을 흔들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 편도된 것이고, 건학이념을 해치지 않도록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된다.”고 말했다. 천주교는 주교회의와 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법률불복종운동’까지 외치며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천주교 관계자는 “개정 사학법은 신부·수녀가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기존 법률에 의해서도 사립학교 문제를 충분히 시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학이 24개에 불과한 불교는 미온적이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데스크시각] ‘양심적 병역거부’ 어떻게 볼까/김성호 문화부장

    오는 26일 열릴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계는 물론 사법당국과 군, 일반인들까지 인권위의 판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국가기관이 내리는 첫 결정이란 점이 예사롭지 않고 지난해의 사법부 판결 뒤집기 파장, 그리고 현실적인 적용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우선 양심을 전제로 한 병역거부를 국가기관이 인정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인지의 여부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지난 2001년 불교신자 오태양군의 병역거부를 시작으로 공론화됐지만 사실상 1939년 여호와의 증인 신자 38명이 병역거부를 이유로 체포된 것이 그 시초로,66년에 걸쳐 지속돼왔다. 개신교 특정 교단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각 종교에서 속출했고 비종교 거부자도 해마다 늘고있는 추세다. 그간 누적 인원이 1만명에 이르렀고 지난 9월15일 현재 수감된 병역거부자만도 1186명에 달한다. 아제르바이잔, 앙골라, 아르메니아, 싱가포르, 터키 등 7개국에 총 72명이 수감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다. 전세계에 수감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4%가 한국에 있는 셈이다. 이런 수치를 떠나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병역거부를 더이상 범죄영역으로 보지 않는다.’는 전향적인 측면에 있다. 소수자의 인권을 포함해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소수자를 인정한다는 열린생각의 수용차원이다. 두번째는 사법부의 판결 뒤집기와 관련한 실정법 충돌 논란이다. 지금 시점에서 지난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상충되는 인권위 결정이 몰고올 파문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인권위의 판단은 사실상 상징적 변화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인권위의 결정내용은 대부분 권고형태로, 구속력을 갖고있지 않다. 물론 관계기관이 성실하게 노력할 의무를 갖는다는 규정이 있지만 인권위의 권고 수위도 일반인들의 우려와는 달리 ‘더 긴 기간의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정책권고’쯤이 될 것이고 보면 세상이 뒤집힐 만큼의 큰 사안으로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지난해 사법부 판결의 이면에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할 때에는 양심의 자유가 좀더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는 병역거부 인정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적용할지의 어려움이다. 양심적 거부의 범위 판단과, 고의적 병역기피를 구분할 방법의 문제인데 이 부분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종교계와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병역기간을 현재의 공익근무기간보다 늘리고 근무의 강도도 강화하면서 합숙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체복무자 수의 제한도 한 방법이다. 철저한 양심에 기초한 병역거부자라면 이같은 조건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여기에 우리의 실정법상 고의의 병역기피를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병역의 의미를 총을 들고 싸우는 의무에 국한할 게 아니라 좀더 넓은 의미로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종교계와 국가인권위 주변 인사들의 관측을 종합해볼 때 26일 인권위에선 일단 ‘인정’쪽으로 결론날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종교계와 인권단체는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다. 대신 남북대치란 특수한 상황에서 유지돼왔던 ‘병역기피=범죄 형성’이란 도식적인 인식 탈피가 환영받는 가장 큰 이유다. 지금처럼 이 도식이 존재하는 한 감옥행을 선택하는 행렬은 어쩔 수 없이 계속될 것이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럽의회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을 촉구해왔으며,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25개국에서 대체복무제를 인정하고 있다. OECD가맹국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감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오명을 떠나, 다양성의 사회를 향한 또 한 걸음의 차원에서 인권위의 ‘열린 결정’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 한나라 ‘冬冬冬’

    ●#장면 1 13일 정오 서울 명동. 영하 12도에 매서운 바람마저 몰아쳐 귀가 얼얼한 날씨에 두 여성이 2.5t 트럭에 올랐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전여옥 전 대변인.“욕설로 도배한 동영상 교재를 만든 전교조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장면 2 5시간 뒤 서울역 광장. 해거름이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귀공자 타입의 곱상한 중년 남자가 트럭에 올랐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 그는 “국회법을 어기며 지난 9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학법은 전교조의 사학 장악 음모”라고 강조했다. 사학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본격 시작됐다. 이날 거리집회를 신호탄으로 14일 강남터미널과 동대문 밀리오레 등 매일 오전·오후 ‘사학법 무효화 투쟁’에 나선다.16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학부모·시민·종교단체와 연계한 대규모 촛불집회도 개최한다. 오가는 이들이 주로 젊은층이어서인지, 반응은 날씨만큼 냉담했다. 홍보물을 꼼꼼히 읽는 이가 드물었고 아예 외면하는 이도 있었다. 당 관계자는 “아직 홍보가 안된 탓”이라고 설명한다.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들어 첫 장외투쟁에 나선 이유로 ‘사학법=전교조의 사학 장악 음모’를 내세웠다. 그 동안 ‘개방형 이사제’가 사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폈으나 개념이 추상적이고 장외투쟁 명분으로 약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전교조 성향 인사들이 이사회를 장악, 아이들을 이념교육으로 물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또 ‘사유재산권 침해’를 논거로 헌법소원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사학법 통과 직후 긴급기자회견에서 “여권의 목적은 사학의 비리 척결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반미·친북의 이념을 주입하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13일 오전 동국포럼 주최의 특강에서도 “교육 현장을 정치적 세대결 장으로 변질시키고 편향된 이념의 장으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전교조 타깃’에 반대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전교조 지도부의 강경 전술이 문제이지 노조 자체를 공격한 것은 역공의 빌미를 준다.” 등의 반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박 대표는 지지 외연을 넓히려는 듯 오후엔 김수환 추기경,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최성규 목사 등 종교계 지도자들을 잇따라 면담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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