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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③ 천주교는 이단이다?

     개신교계에 이단 논쟁이 뜨겁다. ‘천주교는 이단’이라는 발언을 둘러싼 갑론을박의 기 싸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교계 바깥에서야 뜬금없는 싸움에 고갯 짓을 할 만하다. 그런데 그 내막을 들춰보자면 웃지못할 사연이 또아리를 칭칭 틀고 있다. ●국내 최대교단 예장 “천주교는 이단” 주장  문제의 이단논쟁이 불거진 건 지난 달 대한예수교장로교(예장) 합동 총회에서의 일이다.일부 총대들이 느닷없이 ’천주교는 이단’이라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가톨릭은 이단이라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명시돼 있다”“가톨릭은 이단이라고 만장일치로 공포해야 한다” 지난 해에도 예장합동 총회는 ‘천주교에서 영세받은 이들을 신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의한 터였다. 예장 합동이라면 자타가 장로교의 ‘장자 교단’으로 인정하는 국내 최대의 교단이다. 신자 수만 하더라도 272만 명을 웃돈다. 그 거대 교단이 느닷없이 천주교 이단과 천주교 영세자 불신을 천명하고 나섰으니 개신교계가 뒤집어질 만 하다.  그런데 한번 따져보자. 먼저 이단의 정의부터가 애매모호하다. 개신교에서 이단이라 함은 원래 나와 다른 무리를 일컫는 개념에 머물렀던 정의였다. 교리와 믿음의 차이에서 생겨난 가름과 배제의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단의 논리는 줄곧 한국 개신교를 나누고 갈라져 싸우게 한 으뜸의 요인이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분열도 양측이 몇몇 교단을 바라보는 이단의 시각 차에서 비롯됐고 그 균열 봉합은 멀어만 보인다. ●진정한 이단 정죄 이전에 내 안의 악다구이부터 몰아내야  단일 교회로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만 하더라도 불과 20여 년전엔 이단의 시선을 받았던 교회다. 하지만 지금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단으로 보는 개신교인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한국 개신교의 신행과 역할 차원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영향력을 행사하며 뭇 교단들의 부러움을 받는 교단이자 교회로 우뚝 섰다.  얼마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개신교계의 복음주의 신학자들과 교단들이 앞장서 교황을 환영하며 그의 개혁적 행보를 높이 평가했었다. 그 와중에 ‘천주교는 이단’이라는 국내 개신교계의 뜬금없는 논쟁이 우스꽝스럽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채 남의 티끌을 험잡는 모순의 현주소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진정한 이단 정죄와 척결이라면 내 안의 악다구니부터 몰아내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 앞서 쿠바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이념이 아닌 사람을 돕는 것이므로 봉사와 헌신은 절대 이념적이지 않습니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낮은 걸음·낮은 메시지

    낮은 걸음·낮은 메시지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사랑합니다.” 22일 오후 3시 49분(현지시간)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교황을 기다리던 수백 명이 열광하며 이렇게 외쳤다. 전용기에서 내려 레드카펫을 밟은 교황은 직접 영접 나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가족과 조 바이든 부통령 가족, 미 주교단 10여명과 차례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전임 교황들이 입던 붉은 망토 대신 흰색 성직자 평복을 입고 수수한 검은색 신발을 신은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과 잠시 담소를 나눈 뒤 교황 전용차 ‘포프모빌’ 대신 회색 소형 ‘피아트500L’을 탔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두 딸, 바이든 부통령 부부와 두 손녀까지 나선 영접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미국을 방문한 교황 바오로 6세와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중 베네틱토 16세만 2008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극진한 영접에 대해 “교황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가톨릭뿐 아니라 모든 종교인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교황과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오전 백악관에서 다시 만나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미국과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문제를 비롯해 기후변화, 빈곤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앞서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수천 명이 환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우리가 쿠바인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데 귀중한 도움을 주셔 감사하다”고 했다. 교황은 답사에서 스페인계를 비롯한 이민자 인권 보호와 기후변화에 대한 성실한 대처를 주문했다. 교황은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은 차별을 거부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후변화와의 싸움을 미래 세대에 넘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황은 쿠바를 떠나 미국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교황이 사회주의자라거나 심지어 가톨릭교도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회의 사회적 교리에 있는 것 이상으로 말한 적이 결코 없다”고 답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교황은 또 “(내가 하는 말이) 약간 좌경적으로 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통역의 실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보인 사회참여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이날 워싱턴 시내 퍼레이드에 이어 세인트매슈성당 연설, 성모국립대성당 미사 집전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24일에는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세인트패트릭성당에서 노숙자와 이민자 등을 만난다. 25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 9·11테러 희생자 추모박물관 방문, 매디슨스퀘어가든 미사 집전을 한 뒤 필라델피아로 옮겨 26일 미사 집전, 27일 세계천주교가족대회 행진에 참여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미국 첫 방문, 오마바 대통령 직접 영접...’최고 예우’

    프란치스코 교황, 미국 첫 방문, 오마바 대통령 직접 영접...’최고 예우’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에 첫발을 디뎠다. 5박6일 간의 역사적인 미국 방문을 시작한 것이다. 교황청기와 성조기가 내걸린 교황 전용기는 이날 오후 3시50분쯤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두 딸이 전용기에서 내려오는 교황을 직접 맞이했다. 교황은 쿠바에서와 같이 선대 교황들이 입던 붉은 망토 대신 흰색 ‘수단’(카속·cassock)만 입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까지 나온 수백 명의 환영 인파는 ‘웰컴 투 유에스에이’(미국 방문을 환영합니다)를 연호했다. 교황은 트랩을 내려와 오바마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한 뒤 부인 미셸 여사, 두 딸, 미셸 여사의 어머니, 조 바이든 부통령 내외, 미국 주교단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교황은 앤드루스 공군기지 귀빈실에 잠시 머문 뒤 양 옆이 개방된 교황 전용차 ‘포프모빌’ 대신 미국 측에서 준비한 검은색 소형 ‘피아트 500L’을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항 영접은 매우 이례적이다. 교황에 대한 각별한 예우인 셈이다. 교황 전용기 트랩 아래에는 레드카펫을 깔았다. 28명으로 구성된 의장대도 사열했다. 교황은 23일 오바마 대통령 회동, 워싱턴D.C. 시내 퍼레이드, 성 매튜성당 기도, 바실리카 국립대성당 미사 집전, 2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대중과의 만남, 성패트릭 성당 방문 25일 유엔총회 연설, 9.11테러 희생자 추모 박물관 방문, 매디슨 스퀘어 가든 미사 집전, 26일 필라델피아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성당 미사 집전, 27일 세계 천주교가족대회 거리행진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교황이 방문하는 도시에 ‘국가 특별 안보행사’를 선포했다. 국가 특별 안보행사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대통령 국정연설, 정당의 정치 행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와 2001년 9·11 사태 직후 열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2002년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에서만 발동됐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부품 생산부터 R&D까지… 에너지융합 산업단지 불 켠다

    [자치단체장 25시] 부품 생산부터 R&D까지… 에너지융합 산업단지 불 켠다

    선사시대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와 해발 1000m 이상 7개 봉우리로 이뤄진 ‘영남알프스’,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이 있는 울산 울주군. 울주는 전국 82개 군 가운데 재정 자립도가 가장 높다. 쉼 없이 돌아가는 공장과 산·바다 천혜의 자원이 경쟁력이다. 이런 울주를 이끄는 신장열(63) 군수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그는 인구 30만명, 연간 예산 1조원의 거대 울주를 꿈꾸며 하루 25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에너지융합 산업단지’(면적 103만 5555㎡) 예정부지. 신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 10여명이 산업단지 조감도와 공사 내용을 기록한 현황판을 펼쳐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 군수는 실무자들의 얘기 중간중간에 손으로 현장을 가리키며 일일이 지점을 확인한다. 그는 역점 사업인 에너지융합 산업단지가 이날 국토교통부 주관 ‘투자선도지구 시범지구’(전국 4곳)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일정까지 바꿔 현장을 찾았다. 오전 10시 언양읍 대곡리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반구대 암각화 현지 상황 보고회’와 청량면 ‘천사계좌 단체 가입식’(오전 11시) 등 바쁜 일정에도 이동 거리만 1시간이 넘는 서생면을 찾았다. 에너지융합 산업단지에 대한 신 군수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상의와 넥타이를 벗어 수행비서에게 맡긴 신 군수는 먼지가 자욱한 신국도 31호선 개설 공사 현장을 지나 수풀이 우거진 산업단지 예정부지 곳곳을 누볐다. 그는 “2년 전 서생에 신고리원전 5·6호기가 건설되고 인근에 신국도 31호선까지 개설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때 이곳에 원전 부품 등을 생산하는 에너지 관련 산업단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사업화 방안을 지시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신 군수는 원전 건설 이후 피폐해진 서생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등 지역 발전에 에너지융합 산업단지가 큰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산업단지 조성계획은 원전지원금을 놓고 갈등과 반목을 계속하던 지역 주민들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산업단지 조성 사업비 1887억원 가운데 800억원을 원전특별지원금으로 충당한다”면서 “원전특별지원금 집행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주민들도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한몫할 산업단지 조성 사업에는 모두 찬성해 갈등을 잠재웠다”고 강조했다. 50여개 기업체와 3개 연구시설, 주거단지 등으로 조성될 에너지융합 산업단지가 2018년 준공되면 1541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400명의 직접고용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조성 투자비 800억원도 산업단지 분양 이후 회수된다. 일거양득 효과다. 이렇게 되면 서생면은 신고리원전과 산업단지 배후 지역으로 급속히 발전하게 된다. 원전지원금은 그동안 골목길 포장 등에 단발성으로 지원된 것과 비교하면 큰 성과다. 또 에너지융합 산업단지는 울산, 부산, 경북, 대구 등에서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원전해체종합기술연구센터’를 서생으로 가져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게 신 군수의 얘기다.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2040년 기준으로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는 “원전해체종합기술연구센터가 에너지융합 산업단지 내에 유치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산업단지 타당성 연구용역’을 맡은 동명기술공단 연구팀도 현장 점검에 합류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군수님이 산업단지를 단순한 공장 건설을 넘어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갖춘 연구·개발 단지로 만들고 싶어 한다”며 “연구시설 지구에 들어설 제대로 된 연구기관을 찾는 것도 용역업체의 중요한 과업”이라고 말했다. 1시간여 동안 현장을 누빈 신 군수는 군청사로 되돌아가기 위해 관용차에 올랐다. 이때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맡은 권민철(37·7급) 주무관도 함께 탑승했다. 신 군수는 청사로 가는 30여분 동안 권 주무관에게 앞으로 진행될 산업시설용지 분양과 산업단지 지정 승인 등 후속 절차에 따른 의견을 들었다. 신 군수는 현장 점검에 나설 때 수시로 담당자를 차량에 같이 타게 한다. 시간을 아끼기 위한 부분도 있지만 담당자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것이다. 공무원들 가운데 군수 차량을 타 본 사람이 제법 된다. 권 주무관은 “2년 전 군수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결실을 보게 됐다”면서 “주민들도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기대로 산업단지 조성을 반기고 있다”고 밝혔다. 오후 3시 30분 집무실에 도착한 신 군수는 오전 내내 출장으로 밀린 결재를 한 뒤 발걸음을 태화강생태관 전시물 콘텐츠 보고회가 열리는 2층 상황실로 옮겼다. 간간이 메모를 했지만 별다른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 보고회가 끝나자 집무실로 이동해 ‘반구대 암각화 보전 방안’을 놓고 담당 공무원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은 지역을 넘어 국가적인 중대사”라며 “이제 더는 끌지 말고 영구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선사시대 문화유산이 물에 잠겨 훼손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불산 케이블카 관련 담당자와 간부들을 집무실로 불렀다. 최근 찬반 논란을 빚은 케이블카의 조속한 추진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다음달쯤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신불산 로프웨이) 환경영향평가서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용역을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 환경 훼손 등 모든 문제를 자세히 검토한 만큼 차질이 없겠지만 그래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동안 갈등조정위원회와 설득 작업 등의 노력으로 환경·종교단체의 반대도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온종일 바쁜 일과를 보낸 신 군수는 오후 6시 30분 공식 업무를 접고 군청사를 나섰다. 곧바로 집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관계자들과 저녁을 먹으며 격려했다. 식사가 끝난 뒤 오후 9시 30분쯤 귀가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씨줄날줄] 기독교 세금납부 결의/주병철 논설위원

    기독교에서 헌금 제도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십일조(十一租·생산액이나 수입의 10%를 헌납하는 것)는 제사와 정치를 한데 묶은 제정일치 시대에 확립된 세금 제도였다. 종교와 국가 권력이 분리된 이후에도 상당수 국가가 십일조를 이상적인 세금 제도로 여겼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중국의 맹자는 수익의 10%가 가장 훌륭한 세금제도라고 역설했고 공자 또한 십일조를 철법(徹法)이라고 했다. 유교 사상이 강한 우리나라도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 중엽까지 십일조 세금을 공식화했을 정도다. 제정일치 시대에서 제정분리 시대로 넘어가면서 유럽 중세에는 십일조를 거두는 과세권을 놓고 교황과 국왕의 다툼이 잦았다. 성직자들에 대한 과세권을 누가 갖느냐 하는 것은 성직자들에 대한 임명권을 누가 가지느냐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시대적 추세에 따라 과세권은 국왕 중심으로 넘어갔다가 17세기를 지나면서 국가가 과세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1688년에, 독일에서는 1807년에 십일조가 각각 폐지되는 등 유럽에서는 모두 없어졌다. 독일은 교회세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가 교회세라는 이름으로 신도들에게 헌금이 아닌 세금을 직접 징수한 뒤 교단에 나눠 주고 있다.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거덜난 재정을 메우려고 교회 영지와 재산을 몰수하면서 교회가 다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자 1826년에 교회세를 도입했다. 이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주거비용 비과세를 제외하고 월급 및 사례금에 대한 세금을 걷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법 417조에는 ‘성직자의 소득’에 관한 정의가 있다. “목회 사역을 담당하는 교역자라면 누구든 월급과 헌금, 그리고 결혼식 주례, 세례, 장례 등의 수행으로 받는 수당 등 모든 소득은 과세 대상이다”라고 돼 있다. 영국은 1년에 8500파운드 이상의 보수를 받는 목사는 현금뿐 아니라 현물에 대해서도 세금을 납부한다. 캐나다와 일본의 성직자도 일반 개인소득자와 같이 세금을 내도록 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종교인 과세를 하지 않고 헌금 성격의 십일조가 남아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신교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그제 교단 총회에서 개신교 장로교단 가운데 처음으로 목회자 납세를 결의했다. 대한성공회를 제외하고 개신교 교단이 납세를 결의한 것은 처음이다. 환영할 일이다. 굳이 조세평등주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민의 절대다수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고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어서 다른 종교에도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움직임이 널리 퍼진다면 우리 사회가 종교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여기에 입법을 책임진 여야의 동참은 물론이겠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혼돈의 20세기, 日대표 지식인이 읽어낸 ‘생명 가치’

    혼돈의 20세기, 日대표 지식인이 읽어낸 ‘생명 가치’

    양의 노래/가토 슈이치 지음/이목 옮김 글항아리/552쪽/2만 5000원  전후 일본의 대표적인 참여 지식인으로 꼽히는 저자(1919~2008)가 50대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출간한 자서전이다. 1966년부터 아사히저널에 연재했던 ‘양의 노래’와 ‘(속)양의 노래’ 그리고 수년 후 미국 출판사의 요청에 의해 쓴 ‘양의 노래 그 후’ 등을 엮었다.  저자는 요즘 표현대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다. 혜택 받은 환경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다. 조부는 간토평야의 대지주였고 외조부는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의 인텔리였으며 부친 또한 도쿄의 개업 의사였다. 당연히 그 또한 수재학교를 다니며 엘리트로 성장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시기를 ‘공백’이라 표현하고 있다. 가장 따분하고 극단적으로 괴로웠던 공백 속에 그가 채워 넣은 건 그의 평생으로 이어지는 예술적 식견이었다. 중학 시절 저자는 외조부를 따라다니며 문학과 공연예술에 빠져들었다. 문학에 심취해 고교 수험에 실패하기도 했으나 소년의 세계에 문화예술이 덧씌워진 이후 그의 삶에 좌절의 그림자는 없었다. 그는 태평양전쟁 발발 소식으로 도쿄가 술렁이던 날 극장에서 분라쿠 공연을 봤고, 하루하루가 전쟁 소식일 때도 도쿄 거리를 여행자처럼 걸었다. 바로 이 무렵 그는 스스로 이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의 이 자각은 이후 대륙을 건너다니며 진지한 관찰자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책 제목의 ‘양’은 예상했듯 저자 자신이다. 양의 해에 태어나 부드러운 양의 성품을 닮았다며 늘 스스로를 규정짓는다. 하지만 그는 무리 짓지 않는 양이었다. 주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여정을 이어 갔다. 책이 처음 나온 건 1968년이다. 전 세계적으로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셌고, 그의 조국 일본에서도 이른바 ‘전공투’(전학공투회의)가 대학 해체를 주장하며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으며, 한국 또한 군부독재의 서슬 아래 국민 모두가 힘든 싸움을 지속했던 시기다. 당시 그는 캐나다의 대학 교단에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 탓에 그가 펴낸 ‘양의 노래’가 지나치게 온건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목숨 걸고 정치 활동에 뛰어들 만큼 정치적 도의를 믿었던 적은 없다”고 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뒤 노래 부르던 양은 ‘정치 활동’에 발 벗고 나선다. 오에 겐자부로, 쓰루미 슌스케 등과 ‘9조 모임’을 만들어 일본 평화헌법 수호운동에 헌신한 것이다. 목적과 이념들이 난무했던 20세기를 온몸으로 부대낀 끝에 그가 얻은 답은 ‘생명 가치’였던 셈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기장, 장로교단 중 첫 납세 결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국내 개신교 장로교단 중 첫 번째로 목회자 납세를 결의했다. 개신교 교단으로는 2012년 대한성공회가 처음으로 교단 차원의 성직자 납세를 결의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개신교 교단으로 성공회 이어 두 번째 기장은 지난 16일 강원도 원주 영강교회에서 제100회 총회 3일차 회의를 열고 종교인 과세와 관련, “근로소득세 납부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채택했다. 이에 앞서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총회에서 “종교인 납세에 대한 신학적·실정법적인 검토 결과와 사회적 여론, 정부의 시행 의지 등을 고려할 때 교단의 입장을 근로소득세 납부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헌의안을 제출했었다. 기장 측에 따르면 전날 헌의안 보고 당시 일부 총대원들이 예장통합 등 다른 교단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견을 개진해 최종 채택에 난항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별 이의 제기 없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소득세법상 종교인 과세를 법제화하는 정부법안의 통과와 관련, 내년 총선에 앞서 교계의 눈치를 봐 온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치권 법안 통과에 영향 미칠지 주목 기장 총회 측은 “종교인 납세를 관철하려는 정부의 태도나 사회 여론을 생각할 때 더이상 납세를 거부할 수 없다는 교감이 형성됐다”며 “목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교육을 하고 자료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장 측은 이번 결의가 목회자 개개인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 게 아닌 만큼 실제 납세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기독교장로회 목회자 “근로소득세 내겠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국내 개신교 장로교단 중 첫 번째로 목회자 납세를 결의했다.개신교 교단으로는 지난 2012년 대한성공회가 처음으로 교단 차원의 성직자 납세를 결의한 데 이어 두번째다. 기장은 지난 16일 강원도 원주 영강교회에서 제100회 총회 3일차 회의를 열고 종교인 과세와 관련, “근로소득세 납부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채택했다. 이에 앞서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총회에서 “종교인 납세에 대한 신학적·실정법적인 검토 결과와 사회적 여론, 정부의 시행 의지 등을 고려할 때 교단의 입장을 근로소득세 납부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헌의안을 제출했었다. 기장 측에 따르면 전날 헌의안 보고 당시 일부 총대원들이 예장통합 등 다른 교단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견을 개진해 최종 채택에 난항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별 이의 제기없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소득세법상 종교인 과세를 법제화하는 정부법안의 통과와 관련, 내년 총선에 앞서 교계의 눈치를 봐온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기장 총회측은 “종교인 납세를 관철하려는 정부의 태도나 사회 여론을 생각할 때 더이상 납세를 거부할 수 없다는 교감이 형성됐다”며 “목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교육을 하고 자료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장 측은 이번 결의가 목회자 개개인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 게 아닌 만큼 실제 납세가 어느 정도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NCCK에 소속된 기장은 종교인 납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교단으로서 총회에서 현실화한 것일 뿐”이라며 개신교계 전체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청년’ 아펜젤러, 실천 중시한 신학교서 ‘도전의 싹’ 틔웠다

    ‘청년’ 아펜젤러, 실천 중시한 신학교서 ‘도전의 싹’ 틔웠다

    1885년 부활절에 언더우드와 같은 배를 타고 제물포에 도착한 미국 감리교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 낯선 한국 땅에서 평생 봉사했던 아펜젤러는 안타까운 죽음으로 더욱 회자되는 초기 선교사다. 44살의 나이에 전남 목포 앞바다에서 배 밖으로 떨어진 한 소녀를 구하려다 실종됐으며 양화진 선교사 묘역에는 빈 무덤만 남아 있다. 첫 근대식 교육기관 배재학당의 전신인 영어학교를 연 데 이어 종로서점을 설치하고 독립협회를 창설한 아펜젤러.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새에덴교회 주관으로 초기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답사에 나선 일행이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카운티 매디슨시에서 만난 드루신학교에는 아펜젤러의 신학적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프랭클린&마셜대를 졸업한 그가 감리교 목회를 준비하기 위해 1882년 들어간 학교. 펜실베이니아주의 수더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펜젤러는 원래 아버지를 따라 독일개혁교회에 다녔지만 프랭클린&마셜대 시절 한 부흥 집회에서 영적 회심을 체험한 뒤 감리교로 전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리교의 뿌리라는 드루신학교는 학문적인 일보다 설교 같은 실천적인 일을 중시했던 학교로 꼽힌다. 학교 관계자들은 아펜젤러의 영향으로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고 전한다. 종교다원론자로 이름난 고 변선환 목사가 공부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강을 했던 곳이다. 감리교 교인인 이희호 여사가 2000년 방문해 남긴 휘호도 걸려 있다. 아펜젤러는 1884년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열린 ‘신학교 간 선교사 연맹’(ISMA) 총회에 드루신학교 대표로 참석했으며 이때 언더우드와도 만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펜젤러는 원래 일본 선교를 꿈꿨지만 친구가 조선에 가지 못하게 되자 선교지를 바꿨다. 같은 해인 1884년 한국으로 발령받아 이듬해 27세의 나이에 한국행을 결행했다. 한국에 와서도 정동제일교회, 인천내리교회를 개척해 감리교 교회 전통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학교 고문서도서관에는 아펜젤러가 입학할 때 쓴 자필 소개서와 한국 선교 때 쓴 편지를 비롯해 아펜젤러의 행적을 알 수 있는 문서들이 수북하게 보관돼 있다. 크리스토퍼 앤더스 고문서실장은 “아펜젤러의 글을 통해 한국 문화와 역사가 미국에 알려졌고 아펜젤러의 한국 선교 이후 이 학교에서 많은 선교사가 배출돼 해외로 파견됐다”고 귀띔했다. 드루신학교를 떠나 일행이 다다른 곳은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제일감리교회. 아펜젤러가 독일개혁교단을 떠나 개인 복음 전도를 강조하는 감리교인이 된 뒤 다녔던 교회이다. 드루신학교 입학 전 이 교회에서 1년간 평신도 설교자로 봉사했다고 한다. 7년 전 개축하면서 아펜젤러 기념 채플을 들여 그의 선교 업적을 기리고 있다. 아펜젤러가 세운 정동제일교회에서 기증한 십자가가 채플에 걸려 있다. 아펜젤러의 발자취를 찾기 위한 한국 교인들의 방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펜젤러는 한국 선교 초창기 보고서를 이 교회에 보내왔는데 랭커스터 지역 신문에 그 내용이 실려 지역 주민들도 아펜젤러의 행적을 샅샅이 알았다고 한다. 이 교회 담임목사 조지프 디파올로는 “아펜젤러는 이 교회에서 뜨거운 체험을 전달하면서 가슴으로 믿는 신앙을 설교했다”며 “우리 교회에서 해외 선교에 가장 기여한 분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뉴저지·펜실베이니아(미국)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정동제일- 인천내리교회 개척... 바다 빠진 소녀 구하다 실종

    정동제일- 인천내리교회 개척... 바다 빠진 소녀 구하다 실종

    1885년 부활절에 언더우드와 같은 배를 타고 제물포에 도착한 미국 감리교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 낯선 한국 땅에서 평생 봉사했던 아펜젤러는 안타까운 죽음으로 더욱 회자되는 초기 선교사다. 44살의 나이에 전남 목포 앞바다에서 배 밖으로 떨어진 한 소녀를 구하려다 실종됐으며 양화진 선교사 묘역에는 빈 무덤만 남아 있다. 첫 근대식 교육기관 배재학당의 전신인 영어학교를 연 데 이어 종로서점을 설치하고 독립협회를 창설한 아펜젤러.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새에덴교회 주관으로 초기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답사에 나선 일행이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카운티 매디슨시에서 만난 드루신학교에는 아펜젤러의 신학적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프랭클린&마셜대를 졸업한 그가 감리교 목회를 준비하기 위해 1882년 들어간 학교. 펜실베이니아주의 수더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펜젤러는 원래 아버지를 따라 독일개혁교회에 다녔지만 프랭클린&마셜대 시절 한 부흥 집회에서 영적 회심을 체험한 뒤 감리교로 전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리교의 뿌리라는 드루신학교는 학문적인 일보다 설교 같은 실천적인 일을 중시했던 학교로 꼽힌다. 학교 관계자들은 아펜젤러의 영향으로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고 전한다. 종교다원론자로 이름난 고 변선환 목사가 공부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강을 했던 곳이다. 감리교 교인인 이희호 여사가 2000년 방문해 남긴 휘호도 걸려 있다.  아펜젤러는 1884년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열린 ‘신학교 간 선교사 연맹’(ISMA) 총회에 드루신학교 대표로 참석했으며 이때 언더우드와도 만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펜젤러는 원래 일본 선교를 꿈꿨지만 친구가 조선에 가지 못하게 되자 선교지를 바꿨다. 같은 해인 1884년 한국으로 발령받아 이듬해 27세의 나이에 한국행을 결행했다. 한국에 와서도 정동제일교회, 인천내리교회를 개척해 감리교 교회 전통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학교 고문서도서관에는 아펜젤러가 입학할 때 쓴 자필 소개서와 한국 선교 때 쓴 편지를 비롯해 아펜젤러의 행적을 알 수 있는 문서들이 수북하게 보관돼 있다. 크리스토퍼 앤더스 고문서실장은 “아펜젤러의 글을 통해 한국 문화와 역사가 미국에 알려졌고 아펜젤러의 한국 선교 이후 이 학교에서 많은 선교사가 배출돼 해외로 파견됐다”고 귀띔했다. 드루신학교를 떠나 일행이 다다른 곳은 펜실베이니아 랭커스터의 제일감리교회. 아펜젤러가 독일개혁교단을 떠나 개인 복음 전도를 강조하는 감리교인이 된 뒤 다녔던 교회이다. 드루신학교 입학 전 이 교회에서 1년간 평신도 설교자로 봉사했다고 한다. 7년 전 개축하면서 아펜젤러 기념 채플을 들여 그의 선교 업적을 기리고 있다. 아펜젤러가 세운 정동제일교회에서 기증한 십자가가 채플에 걸려 있다. 아펜젤러의 발자취를 찾기 위한 한국 교인들의 방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펜젤러는 한국 선교 초창기 보고서를 이 교회에 보내왔는데 랭커스터 지역 신문에 그 내용이 실려 지역 주민들도 아펜젤러의 행적을 샅샅이 알았다고 한다. 이 교회 담임목사 조지프 디파올로는 “아펜젤러는 이 교회에서 뜨거운 체험을 전달하면서 가슴으로 믿는 신앙을 설교했다”며 “우리 교회에서 해외 선교에 가장 기여한 분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뉴저지·펜실베이니아(미국) 글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종교의 파격/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종교의 파격/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종교는 보수적인 영역으로 인식된다. 현실의 안정과 평화의 공존을 중시하는 속성 탓이다. 하지만 인류사를 보자면 보수보다 진보와 개혁을 추구했던 종교가 더 성했고 높이 평가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나에게 오라’고 외쳤던 예수는 지배층과 권력이 아닌, 소외되고 약한 이의 편에 줄곧 서 있었다. 그래서 예수는 실천적 개혁가로 평가되곤 한다. ‘성전을 허물라‘며 부패한 종교와 민심에 호통쳤던 파격은 변혁과 파격의 상징이다. 그러나 보편의 인식과 통념을 깨는 변혁의 측면에서 종교는 대체로 더딘 영역에 속한다. 특히 인간 생명과 존엄의 카테고리를 지키려는 의지와 집단의 대응은 확고하다. 종교계에서 ‘이단’의 대부분은 천부의 생명 가치를 저버린 파격에 대한 엄한 단죄다. 실제로 한국 천주교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죽음에 이르게 한 안중근(토마스)을 신자로 공식 인정한 건 2010년의 일이다. 오래도록 지우지 않았던 ‘살인자’의 오명을 털고 일제에 대항한 천주교 형제로 받아들인 그 전환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었다. 그런가 하면 ‘순혈’이라는 초기의 원칙에 충실해 수혈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은 국내 개신교계로부터 여전히 이단 취급을 받는다. 불교계가 우리 사회의 모순적 사안들에 대한 발전과 개혁의 실천적 대응에 나선 것도 근래 들어서의 일이다. 종교계에 통념과 보편의 상식처럼 만연한 구각을 깨고 소외되고 약한 이들을 보듬으려는 변혁의 몸짓들이 일어 일반의 시선을 잡아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희년(禧年)’을 맞아 12월 8일부터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내년 11월 20일까지 낙태 경험 있는 여성을 용서하는 권능을 사제에 부여하는 교서를 내렸다. 한시적 사면이지만 낙태를 언급조차 하기 어려운 금기로 여긴 천주교로선 엄청난 파격이다. 취임 이후부터 줄곧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교황의 또 다른 역사적 전환이 세계인들의 귀와 눈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 한켠에서 국내 개신교계 진보 교단들로 구성된 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동성애자에게 눈길을 돌려 주목된다. 천부의 성(性)을 거스르고 배반한다며 혐오 대상으로 여겨 왔던 성소수자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자는 배려 운동이다. 우리 개신교의 뿌리인 미국 개신교계에선 많은 교단이 성소수자를 껴안고 있다. 동성애자를 교인으로 받아들이고 목사 안수까지 주는 교단이 늘고 있다. 그런 추세 말고도 약자와 소수자 배려와 껴안기가 종교의 큰 가치라고 할 때 우리 사회가 그 파격에 관심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NCCK는 성소수자 보듬기에 나서기 앞서 고민이 많다고 한다. 우선 사회적 통념이 넘어야 할 큰 벽이라는 걱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같은 개신교 보수 교단들의 반대와 견제는 더 넘기 힘든 장애라고 호소한다. 실제로 보수 개신교단들은 크고 작은 집회나 예배에서 ‘동성애자 절대 불가’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 가고 있다. 개신교계가 함께 동성애자를 품어 안기까지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진통과 곡절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kimus@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재개발 현장에 한발 더… “옛 상권 부활·인구 늘리기 올인”

    [자치단체장 25시] 재개발 현장에 한발 더… “옛 상권 부활·인구 늘리기 올인”

    “도심 재개발과 인구 늘리기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노희용(53) 광주 동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일찌감치 집무실에 출근한 자리에서 이렇게 거듭 강조했다. 도심 리모델링을 통해 한때 ‘호남의 패션 1번지’로 이름을 날렸던 충장로 등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동구는 1990년대 이후 광주 외곽 신도시 개발과 인구 유출 등으로 쇠락을 길을 걸었다. 2005년 한복판에 자리한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하면서 도심 공동화에 불을 댕겼다. 현재 인구는 10만 400여명이지만, 한 달 평균 100~200명씩 줄어들고 있다. 올 연말이면 10만명 선이 무너진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해법을 내놔야 하는 구청장의 어깨가 무거운 까닭이다. 그러나 노 구청장은 내년부터는 ‘인구 유턴’ 현상을 기대한다. 4일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부분적으로 개관한다. 구도심 아파트의 재개발과 재건축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통시장과 예술을 접목한 ‘야시장 프로젝트’ 등으로 젊은 층의 발길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은 서 있다. 정책이 통하면 인구가 증가하고 지역 상권이 부활할 것이다. 반대의 결과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노 구청장의 현안 해결에 맞춰 생각하고, 엄밀하게 정책을 집행해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 오전 5시 30분이면 일어나는 노 구청장은 잠깐 명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서 집을 나선다. 자택 근처 금남로 5가 일대 상가와 광주천변 등을 둘러보면서 하루 일과를 구상한다. 수행비서 없이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자유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오전 8시 30분 출근해 간밤에 일어난 일 등을 기록한 보고서를 살핀다. 신문과 방송 뉴스도 이때 검사한다. 그는 “구청장이 일찍 출근하면 비서실이나 간부 직원들이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직원을 생각해 출근 시간은 꼭 지킨다”고 말했다. 부구청장, 자치행정국장, 비서실장이 참석한 ‘티타임’을 갖고 현안을 챙기다 보면 9시를 훌떡 넘긴다. 보고와 결재가 끝나면 주로 외부에서 시간을 보낸다. 수행비서와 단둘이 관내 현장 곳곳을 돌며 문제점을 살피고서 관계자에게 보완을 지시하는 방식이다. 미리 동선을 알리면 각 동사무소 직원이 현장에 나오는 등의 번거롭고 제대로 문제를 확인할 수도 없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있다’라는 ‘우문현답’의 철학이다. 이날 기자가 동행한 방문지도 도심재개발지역으로 민원이 쇄도하는 곳이다. 오전 10시쯤 학동 3재개발구역에 도착했다. H개발이 지난 5월 착공해 2017년 1월 준공 예정인 141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이곳은 원래 달동네 밀집지구로 개발 당시 교회 철거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노 구청장은 “방음벽과 입주자 교통로 확보 등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시공사와 주택조합 관계자는 “개발 초기에 교회 이전 민원을 잘 처리해 줘 착공을 앞당겼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월남 2차 아파트 단지다. 784가구가 내년 3월 입주한다. 공사 관계자를 상대로 행정지원은 잘되고 있는지를 묻고 애로 사항을 들었다. 월남 1차 단지와 2차 단지에 있는 광주시내버스 차고지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광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소태동 이일성로원을 들렀다. 평균 나이 85~90세 기초생활수급 대상 할머니 80여명이 머무는 곳이다. 6·25전쟁 이후인 1960년 가족 잃은 부녀자를 돌보려고 선교단체가 마련한 복지시설이다. 오늘은 마침 100세 생일을 맞는 할머니를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노 구청장은 이날 할머니들 앞에 나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조수덕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장수를 축하했다. 손은진(42) 원장은 “정부가 올부터 차상위 계층 노인 수용 정원을 30%에서 20%로 줄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구청장은 “복지 정책은 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지자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답했다. 이어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지정된 산수도서관~푸른길 공원 사이 골목길(산수동)로 향했다. ‘갈마촌 예술마을’이 들어설 이곳 일대 현장을 점검했다. 가파른 비탈길과 사람끼리 겨우 비켜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이다. 이 구간엔 90여 가구가 살고 있지만, 14가구가 빈집으로 방치된 곳이다. 빈집에 허브 농장과 허브 카페, 공예품 판매장을 조성하고, 입주 작가를 공모해 도심 골목길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오후 일정은 개관 준비 중인 아시아문화전당과 남광주시장, 지산유원지, 충장로 방문이다.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찾은 남광주시장에서는 상인들과의 즉석 대화가 이뤄졌다. 남광주시장에는 내년부터 국비 등 10억원이 투입돼 ‘야시장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시장 출입구인 옛 남광주역 광장에 좌대를 설치하고 음식과 공예품을 판매한다. 즉석 간담회에서 상인회장 조옥자(63)씨는 “야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외부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화장실이 부족하다”며 “방치된 옛 남광주역 화장실을 리모델링해 줄 것”을 요청했다. 40년간 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서울약초방 주인 구미자(60)씨와 정광섭(58)씨 등은 “물건을 주문하면 배달용으로 쓰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보관소가 부족하다”며 공영주차장을 더 확보해 줄 것을 부탁했다. 노 구청장은 현장에서 민원 해결을 흔쾌히 약속했다. 그는 “아시아문화전당~남광주 야시장~푸른길~동명동 카페촌~대인시장~예술의 거리~충장로 등으로 이어지는 도심 투어 코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과 주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사무실로 복귀해 밀린 결재를 처리하고 오후 6시쯤 젊은 층이 몰리는 충장로로 향했다. 조만간 개관하는 아시아문화전당 주변의 교통난 등을 점검하고, 다음달 치러지는 충장축제 현장을 둘러봤다. 노 구청장은 오후 9시쯤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옛 상권 부활과 도심 활성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만만해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훈훈한 집들이 ‘Cook-들이’ 아시나요

    훈훈한 집들이 ‘Cook-들이’ 아시나요

    “작년 겨울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부터 혼자 걷는 것 조차 힘들어. 그나마 지팡이라 짚고 복지관에 가면 무료하지는 않았는데,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집밖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아.” 경기도 안양시 안양 8동에 거주하는 이모(81) 할머니의 이야기다. 지은 지 30년이상 된 빌라 2층, 10여평 짜리 빌라에 홀로 거주하는 할머니는 지난 겨울 낙상으로 인해 고관절 수술을 받았다. 퇴원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사정이 더 나빠져 일상생활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나마 전에는 복지관에 들러 목욕서비스도 받고, 동네 이웃들과 수다도 떨면서 하루를 보냈다. 평소 주변의 이웃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할머니는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하는 시간 외에는 사람 구경할 일이 없다. 그나마 이웃 주민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하루의 낙이다. 이 할머니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주변의 이웃들은 자주 할머니 집을 방문해 말벗이 돼주거나, 일상적인 가사일을 돕기도 한다. 가끔 주전부리 할 거리와 함께 수다 떠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할머니는 “수술 후 최근에는 움직일 수 없어 집 밖으로는 전혀 나가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동네사람들이 매일 찾아와주니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이런 사연을 알게 된 안양시 수리장애인복지관은 이웃들과의 돈독한 관계형성을 위한 ‘아주 특별한 집들이’를 기획했다. 이른바 ‘COOK-들이’ 라고 불리는 가정 방문 프로그램이다. 복지관 담당자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이 음식 나눔을 통해 이웃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보다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는 목적으로 COOK-들이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복지관은 유통업체 CJ프레시웨이와 손을 잡았다. 사연을 접수하면 매월 한 가정을 선정해 CJ프레시웨이 셰프와 함께 가정으로 방문한다. 셰프는 해당 가정에 방문해 직접 요리를 한다. 몸이 아주 불편하지만 않으면, 일부 음식은 셰프의 도움을 받아 직접 조리할 수 있다. 요리에 사용되는 식재료는 지역의 선교단체와 축산물 매장에서 지원한다. 이날 할머니 집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웃주민 10명이 함께했다. COOK-들이 메뉴로는 감자아보카도 스프, 함박스테이크, 훈제연어 크랩케이크, 소고기들깨 수제비, 유자청 묵말랭이 샐러드 등 호텔식 코스요리가 제공됐다. 이웃 한 모(79) 할머니는 “가끔 먹거리도 나누고 말벗도 해드리는데 할머니 집에서 이런 근사한 잔치가 열릴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주변의 도움으로 이런 잔치가 마련돼 더 돈독한 관계가 형성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직접 요리를 담당한 CJ프레시웨이 민병철 셰프는 “작은 재능기부를 통해 이웃과 소외계층 가정이 더욱 돈독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데 매우 뿌듯하다”면서”앞으로도 작은 재능이지만 여러분들이 훈훈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따뜻한 밥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COOK-들이는 이번이 두 번째며, 매월 1회씩 진행하고 있다. ‘치매극복의 날’에는 치매 가족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성추문 고교’ 男교사 5명 전원 교단서 영구 퇴출될 듯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불거진 ‘최악의 성추문’에 연루된 남자 교사 전원이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게 됐다. 파면이나 해임이 확정되면 교단에서 영구 퇴출된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이 사건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교장을 포함한 남자 교사 5명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징계위원회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5명은 현재 모두 직위해제된 상태다. 감사 결과 A교장은 학내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교내 성추행·희롱 사건을 주도적으로 축소·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미술 교사가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다른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는 교감의 보고를 받고서도 관련 법률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A교장은 남자 교사들을 불러 “여학생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정도의 훈계만 하고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A교장은 또 본인 스스로가 같은 학교 여교사를 성추행·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A교장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경찰에 형사고발하고 직위해제했다. 나머지 4명의 교사도 각각 학생들과 여교사들을 추행하거나 성희롱을 일삼은 정황이 드러나 직위해제된 뒤 형사고발 조치됐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가해 교사들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거나 고의성 없는 접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 여교사들과 학생들이 진술서를 통해 구체적 사실을 밝히는 정황으로 볼 때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들을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중징계 의결을 요구할 방침이다. 공무원 중징계의 종류는 파면·해임·정직·강등이지만, 이들은 해임이나 파면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은 국공립 초·중·고교 교사와 대학교수가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을 저지르면 비위 정도에 상관없이 해임이나 파면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임 및 파면이 확정되면 서울교육청의 성범죄 교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에 따라 교단에 다시는 설 수 없게 된다. 김 감사관은 “이번 발표와 별도로 해당 학교와 교육지원청, 교육청 본청 관계부서를 상대로 이 학교의 성범죄 사건 처리 전반과 관련해 문제점이 없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불거진 시교육청 감사관실의 내홍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관실 소속 여성 장학사가 최근 김 감사관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성추문 고교’ 男교사 5명 전원 교단서 영구 퇴출될 듯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불거진 ‘최악의 성추문’에 연루된 남자 교사 전원이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게 됐다. 파면이나 해임이 확정되면 교단에서 영구 퇴출된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이 사건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교장을 포함한 남자 교사 5명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징계위원회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5명은 현재 모두 직위해제된 상태다. 감사 결과 A교장은 학내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교내 성추행·희롱 사건을 주도적으로 축소·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미술 교사가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다른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는 교감의 보고를 받고서도 관련 법률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A교장은 남자 교사들을 불러 “여학생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정도의 훈계만 하고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A교장은 또 본인 스스로가 같은 학교 여교사를 성추행·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A교장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경찰에 형사고발하고 직위해제했다. 나머지 4명의 교사도 각각 학생들과 여교사들을 추행하거나 성희롱을 일삼은 정황이 드러나 직위해제된 뒤 형사고발 조치됐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가해 교사들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거나 고의성 없는 접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 여교사들과 학생들이 진술서를 통해 구체적 사실을 밝히는 정황으로 볼 때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들을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중징계 의결을 요구할 방침이다. 공무원 중징계의 종류는 파면·해임·정직·강등이지만, 이들은 해임이나 파면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은 국공립 초·중·고교 교사와 대학교수가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을 저지르면 비위 정도에 상관없이 해임이나 파면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임 및 파면이 확정되면 서울교육청의 성범죄 교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에 따라 교단에 다시는 설 수 없게 된다. 김 감사관은 “이번 발표와 별도로 해당 학교와 교육지원청, 교육청 본청 관계부서를 상대로 이 학교의 성범죄 사건 처리 전반과 관련해 문제점이 없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불거진 시교육청 감사관실의 내홍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관실 소속 여성 장학사가 최근 김 감사관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고교생이 여교사 5명 촬영, 교단까지 뻗어나간 몰카

    고교생이 여교사 5명 촬영, 교단까지 뻗어나간 몰카

    고교생이 여교사 5명 촬영 전북 고창의 한 고교생이 여교사 5명을 몰래 촬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31일 A고교에 따르면 1학년생인 B(17)군은 이 학교의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몰카를 찍었다. B군은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척하며 교사들을 가까이 오게 한 뒤 휴대전화를 이용해 치마 속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의 자체 조사 결과 B군은 학기 초인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몰카를 상습적으로 찍었으며, 촬영한 영상 등을 웹하드에 업로드해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B군과 같은 반 학생들의 제보로 알려졌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여교사들 가운데 한 명은 현재 병가를 내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B군의 범행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를 주고 있다. B군의 행위를 적발한 학교 측은 ‘학생선도위원회’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수습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형사 고발이나 추가적인 조치에는 소극적이다. 전북도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A고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A고교의 교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해당 학생을 강제 전학 처리키로 하고 피해 교사들을 위해 교권보호 위원회를 여는 등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교육지청에 오늘 보고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고교생이 여교사 5명 촬영, 교단에도 몰카가..

    고교생이 여교사 5명 촬영, 교단에도 몰카가..

    전북 고창의 한 고교생이 여교사 5명을 몰래 촬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31일 A고교에 따르면 1학년생인 B(17)군은 이 학교의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몰카를 찍었다. B군은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척하며 교사들을 가까이 오게 한 뒤 휴대전화를 이용해 치마 속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의 자체 조사 결과 B군은 학기 초인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몰카를 상습적으로 찍었으며, 촬영한 영상 등을 웹하드에 업로드해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B군과 같은 반 학생들의 제보로 알려졌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여교사들 가운데 한 명은 현재 병가를 내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B군의 범행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를 주고 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나홀로 육아, 그 처절한 외로움에 대하여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나홀로 육아, 그 처절한 외로움에 대하여

    ´독박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 없이 대부분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엄마들 사이의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도맡았다는 뜻이다. 해외에 사는 친정 가족, 종일 바쁜 남편 등의 상황으로 인해 나홀로 육아를 제대로 경험했다. 혼자 아기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됐다. 그래서 초보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일기’(읽을 독+넓을 박-육아를 통해 세상을 넓게 읽게 됐다는 뜻)를 쓰기 시작했다.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함께 나누고 싶다. 2014년 1월 1일. 나이 서른이 되는 날 엄마가 되었다. 하필 남편이 출근하는 바람에 혼자 택시를 잡아 타고 분만실에 갔던 게 조짐이었을까. 이날부터 시작된 ‘나홀로 육아’는 외로움과 서러움의 연속이었다. 사랑스러운 아기는 축복과 행복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지독한 고독, 우울함과 싸워야 했다. 친정 가족들이 해외에 살고 있다는 점이 한 초보 엄마를 이토록 힘들게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육아의 고통, 궁극적으로는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생명을 길러내는 부담과 책임감에 갇혀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당연히 엄마들만의 몫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엄마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요즘은 ‘아빠 육아’ 붐으로 아빠들도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도와주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참여와 도움일 뿐이다. ●하루 평균 양육시간 엄마 11시간·아빠 1~3시간 엄마와 아빠의 물리적인 육아 시간부터 큰 차이가 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할애하는 평균 시간이 엄마의 경우 주중 662분(약 11시간 2분), 주말 672.5분(약 11시간 12분)인 반면 아빠의 경우 주중 95.1분(1시간 35분), 주말 216.6분(3시간 36분)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에 응했던 995명의 아빠들은 “시간이 되는 범위 내에서 자발적으로”(46.9%), “도움을 청할 경우”(35.5%) 육아에 참여한다고 했다. 개인적 약속이나 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그러나 엄마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 ●처음 두 달은 세수도 사치… 오후 5시에 ‘첫 끼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엄마의 것이 된다. 아기의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전전긍긍할 때 남편은 쿨했고, 아빠는 아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아기에게 어떤 옷을 입힐지, 물을 먹여야 할지 말지도 나에게 물었다. 내복 바지가 어디가 앞면인지까지 매번 물어대니 꼭 아이를 둘 키우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아기와 단둘이 있다 보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자고 싶을 때 잠을 자고 배고플 때 밥을 먹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제때, 제대로 해소할 수 없었다. 처음 두 달은 세수도 사치였고 오후 5시가 돼서야 겨우 첫 끼니를 때웠다.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들이켜는 수준이었다. 70일쯤 ‘바운서’(아기를 눕힐 수 있는 요람 형태의 의자)를 사고 처음으로 앉아서 밑반찬과 함께 밥을 먹었다. ●‘육아휴직해 일 안 해서 좋겠다’ 말에 부글부글 남편이 없는 평일 낮에 샤워를 한 것이 나의 ‘100일의 기적’이었다. 아기가 6~7개월쯤 되어 낯가림이 생기면서 초강력 ‘껌딱지’가 됐을 때는 용변도 아기를 안고 봤다. 아마 많은 엄마들이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문 앞의 아기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며 볼일을 보거나 춤을 추면서 샤워를 해 본 경험이 있으리라. 돌을 넘겨서까지 밤중 수유를 했던 탓에 1년 동안 연속 5시간 이상 통잠을 자 본 일이 열 손가락 안에 든다. 매일 이런 생활이 반복됐는데 주변에서 육아휴직의 ‘휴’(休)자에 초점을 맞춰 “일 안 해서 좋겠다”며 속 편한 소리를 하면 속이 뒤집혔다. 그리고 진심으로 외로웠다. 아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기쁨만큼 근심과 걱정도 쌓여 갔다. 나의 감정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의 말과 행동, 표정까지 아기의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버거웠다. 그런데 아무도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출산 후 호르몬 변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복잡하고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기와 나, 우리 둘만 외딴 섬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늘 일에 치이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복잡함 속에 살았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뚝 끊겼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는 날이 기적에 가까웠다. 내 이름 석 자를 제대로 불러 주는 사람은 아기용품을 배달해 주는 택배기사뿐이었다. 남편을 제외하고 누군가와 ‘말’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 날들이 한참 이어졌다. ●대화가 부족해… 책 판매원마저 반가워진 삶 50일쯤엔 유아도서 판매사원이 집에 방문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분명 책을 팔기 위한 속셈이었는데 엉겁결에 당장 오라고 반겼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 바로 정신을 차리고 약속을 취소했지만. 이런 이유에선지 일부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아기 엄마들에게 접근해 친해지면서 전도의 대상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것이 엄마들 사이의 정설이다. 점점 나의 세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으로 좁혀졌다. 회사 동료, 취재원들이 연결돼 있는 페이스북에는 더이상 공감할 내용이 없었고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의 공간인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 파고들었다. 회원 수가 230만여명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하루에 무려 1만 건 이상의 새 글이 올라온다. 어떤 날은 이 카페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의 제목을 다 훑기도 했다. 아기가 좀 자라자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한지 심하게 보채고 안기려고만 했다. 숨 쉴 틈조차 안 주는 아기를 데리고 차라리 밖으로 나갔다. 일주일에 3일 이상 동네 백화점에 갔다. 평일 점심시간 이후, 특히 오후 3~4시쯤 백화점은 유모차와 아기띠 군단으로 붐빈다. 유아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는 백화점과 마트, 쇼핑몰 외에는 사실 엄마들이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아무 때나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친정이 없는 나에게는 특히 백화점이 최고의 친구였다. 신기하게도 껌딱지 아기는 밖에 나가면 방긋방긋 잘 웃고 보채지 않았다. 별 의미 없는 일상 같지만 그저 이 세상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했다. 육아 카페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것도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라는 데서 위로를 받아서였다. 꽤 오래 시달렸던 극심한 우울감을 8개월 이후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털어냈다. 동네 엄마들을 사귀고 군대 동기만큼 끈끈하다는 산후조리원 동기모임에도 나갔다. 아기 엄마라면 나이 불문하고 친구가 됐다. 아직 미혼인 친구들보다 육아 경험이 있는 엄마들과의 만남이 더 편해졌다. 아기를 놔두고 또는 데리고 여가생활을 즐길 수는 없기에 그저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었다. 육아의 무게, 혼자서만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라 해도 누군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함께해 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육아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한 이해와 공감만으로도 한층 수월해질 것 같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엄마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baikyoon@seoul.co.kr
  • 태양전지 석학 고재중 高大교수 정년퇴임 앞두고 대학 1억 기부

    태양전지 석학 고재중 高大교수 정년퇴임 앞두고 대학 1억 기부

    국내 태양전지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고재중(65) 고려대 신소재화학과 교수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대학에 1억원을 기부한다. 이달 28일 30년간 가르쳐 온 교단을 떠나는 고 교수는 17일 “염료감응 태양전지 기술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 숙제를 후학들에게 남기고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연구 환경이 열악한 고려대 세종캠퍼스의 산학관 건립에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고 교수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박막 태양전지에 이어 3세대 태양전지로 불리는 염료감응 태양전지 기술 분야의 전문가다. 2010년에는 고효율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제작해 이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고 교수는 이 기술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았지만 계속 연구할 후학이 없다고 설명한다. 고 교수는 누군가 자신의 연구를 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책자로 만들어 후학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설] 성추행 교사 일벌백계하되 예방지침도 마련해야

    교사 성추행 문제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와중에 서울의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가 여학생을 추행한 사건이 드러났다. 여학생을 수업 시간 중 강제 추행한 체육 교사는 경찰에 자수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그를 교단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문제의 교사가 성추행을 한 사실이 확인된 이상 파면이나 해임의 중징계로 일벌백계하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학교 성범죄에 관한 한 어떤 경우에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공립고 성추문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성범죄를 한 번이라도 저지른 교사는 즉각 교단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추행 체육 교사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되면 그 제도가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딸 가진 학부모들이 “이래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겠나” 하고 걱정하는 현실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단의 성범죄를 엄단하겠다는 당국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는 다행스럽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성범죄 교사에 대한 엄벌 대책을 또 말로만 떠들고 넘어갈까 봐 학부모들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교사가 자수하고 피해 학생이 선처해 주기로 했다고 엄벌의 원칙이 무너지는 일은 앞으로도 없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도 학교 성범죄 근절을 위해 문제 교사의 연금 삭감 등 여러 장치를 강구하고 있다. 당연한 움직임이지만 처벌 강도를 높여 나가는 한편으로 학내 성추행을 예방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는 작업도 더 미룰 수가 없다. 정부가 올해 처음 만들어 일선 학교에 나눠 주었다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조차 왜곡된 성 인식을 부추기는 내용이 많아 한바탕 논란을 빚은 상황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대책으로 학교 성범죄를 단속해 나가되 막연한 불신 때문에 교사와 학생이 서로 껄끄러워하는 분위기가 만연하지 않게 해야 한다. 어디까지가 성추행의 처벌 범주에 드는지 애매하니 학생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수업과 지도활동을 소극적으로 하게 된다는 교육 현장의 푸념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모든 남성 교사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바라보는 감시 풍토를 조장해서는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어렵다. 엄벌보다 더 급한 것은 일이 터지기 전에 막는 것이다. 제대로 된 학교 성교육 자료와 성폭력 예방 지침을 만들고 홍보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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