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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세뇌 DVD/황성기 논설위원

    유·소년기를 보낸 부산 동대신동에는 구덕산이란 야트막한 산이 있다. 저수지가 있어서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올챙이·송사리를 잡으러 가던 신나는 놀이터였다. 아침 잠이 없던 아버지를 따라나서 삶은 메추리알이나 드링크류를 얻어 먹은 추억도 남아 있는 곳이다. 낮에는 다정한 산이건만 밤이면 악몽에 단골처럼 등장하기도 했다. 전쟁을 겪었을 리 없는데도 전쟁 꿈만 꾸면 ‘북괴군’이 구덕산 아래로 밀려 내려오는 가위에 눌리기를 꽤 자주 했다. 어린 시절 되풀이해 받은 승공·반공 교육은 구덕산 저편을 공포의 세상으로 마음속 깊이 새겨 놓았던 것이다. 일본 청년회의소(JC)가 제작한 DVD 만화영화 ‘자랑’이 현지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의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영화다. 일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세뇌 DVD’ 혹은 주인공 2명이 야스쿠니 신사에서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해서 ‘야스쿠니 DVD’로 불린다. 문제는 어처구니없는 영화를 문부과학성이 올해의 ‘신교육 시스템 개발 프로그램’ 위탁사업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일본 JC가 위탁비용을 일본 정부에서 제공 받고 교육현장과 자치단체 회관에서 이 DVD를 상영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일본 JC의 이케다 요시타카 회장은 국회에 출석해 “지금의 교과서는 너무 자학적이다. 패전 후 심어진 속죄의식을 불식하려고 근현대사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DVD 제작을 시사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JC 홍보지의 2006년 12월호에 이케다 회장과 가진 대담 자리에서 이 DVD를 증정 받고는 “교육재생을 위해 참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케다는 문부성의 신교육 프로그램을 심사하는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이 만화영화는 결국 채택됐다. 공교롭게도 아베 총리가 내건 ‘아름다운 일본’은 JC 슬로건과 똑같다. 이 DVD에는 군위안부나 강제연행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아름다운 일본’을 위해서는 추한 과거쯤 부정해도 된다는 반역사적 행태는 아베 정권의 군위안부 인식과 다르지 않다. 일본 JC 관계자조차 홈페이지에 “어린이들을 세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하니 이 DVD, 정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이주의 책갈피]

    ●창의성, 네 머리를 깨워라! 전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심사위원장이 쓴 창의성 훈련서. 창의성을 실제 어떻게 훈련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국내·외에서 개발한 다양한 훈련 문제를 유형별로 소개, 초·중·고생들이 퍼즐을 풀듯 재미있게 창의성을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편과 실전편으로 구성됐다. 산소리. 각권 9000원.●물리학 천재들의 노트 물리학 분야에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발견을 일궈 낸 10개의 실험을 알기 쉽게 정리·분석했다. 물리학자들의 삶과 위대한 발견 뒤에 숨겨진 일화 등을 통해 과학자들의 태도와 진리에 대한 열정을 배울 수 있다. 예비 과학도라면 한번쯤 읽어 보길 권한다. 자음과 모음.1만 3700원.●초등학생 엄마들의 첫번째 교과서 두 아이의 엄마인 교육 전문작가의 초등학생 자녀교육 지침서. 자녀를 훌륭히 키운 엄마 10명의 자녀 교육 노하우를 중심으로 초등학생 부모가 꼭 알아둬야 할 내용을 담았다. 엄마들의 성공기와 초등학생 부모의 7가지 노하우, 과목별 지도법 등 실천해볼 만한 내용이 많다. 갤리온.1만원.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5) ‘더불어 공부’ 하기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5) ‘더불어 공부’ 하기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대에는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매년 학생들의 교과서에는 몇 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개념이나 사실들이 새로 등장하곤 합니다. 학생들은 인류 역사를 통해 축적된 과거 정보와 더불어 시대 상황에 적절한 새로운 정보를 모두 다 학습해야 합니다. 이렇듯 방대한 정보를 거침없이 머릿속에 집어 넣어도 모자랄 판이지만 인지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면 수업이 끝난 직후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수업 내용의 약 80%를 망각합니다. 대부분의 수업 내용은 학생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주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배울 것 많은 현대 환경과 잊어버리기 잘하는 학생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틈새를 메우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정보 습득 방법을 아는 것이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학생들은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을 학교 수업을 통해서 습득하는데 학교 수업 중의 학습률은 수업 방식에 따라 변화합니다. 즉 얼마나 잘 기억할지 혹은 얼마나 잘 잊어버릴지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수업 방식입니다. 그림은 수업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학습률을 나타낸 것입니다. 교실에서 공부할 때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만 하는 경우는 선생님이 제공하는 정보의 5%만이 학생들의 머릿속에 남습니다. 해당 교과서를 읽는 경우는 강의를 듣기만 하는 경우의 두 배가 학습되고, 동일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시할 때는 독서의 두 배가, 시범강의나 전시회 등을 참관하는 것은 30% 정도의 학습률을 보입니다. 선생님이 주는 대로 그냥 받기만 하는 수동적 학습의 경우가 이렇고 교과서를 먼저 읽고 강의를 듣는 경우와 같이 능동적인 학습을 하는 경우는 수동적 학습과는 달라집니다. 능동적인 학습의 일환으로 집단토의를 한다든지 질문이나 답변을 통해 학습에 참여한다든지 혹은 수업 내용 가운데 일부를 실제로 해본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학습률이 50%를 훌쩍 넘게 됩니다. 수동적으로 강의만 들었을 때에 비해 열 배 이상의 학습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가르치기´ 학습률 90% 가장 학습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는 ‘가르치기’(learning by teaching)입니다.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치면서 내 지식이 공고해지는 것이지요. 선생님이 알려 주셨을 때 완벽한 이해가 되지 않던 내용을 친구에게 설명하면서 아하! 내 지식이 확실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겁니다. ‘가르치기’는 왜 이렇게 학습률이 높을까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수업 직후 배운 내용의 80% 정도가 망각된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만 대부분은 한 순간에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서서히 사라집니다. 외현적으로 기억할 수는 없지만 기억 창고의 어딘가에 희미해진 상태로 남아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할 때 불쑥 나타납니다. 마치 감자를 캘 때 땅위의 감자 줄기를 잡아당기면 땅속에 묻혀 있던 감자 알이 줄줄이 딸려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람의 지식이 하나씩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연결이 되어 있는 지식 망(network)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딸려 나왔더라도 한번 바깥으로 나온 지식은 그 강도가 증가되어 다음 기회에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가르치기’가 효과적인 두 번째 이유는 남에게 가르칠 때는 소리를 내어서 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듣기만 할 때에 비해 말을 하게 되면 뇌의 여러 부분을 동시 다발적으로 사용하게 되므로 공감각 학습 효과가 나타나 학습 효율성이 증진됩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할 때는 그전에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질문이나 의문점이 떠오르게 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지식의 화학 작용이 일어나면서 지식의 논리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아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면서 자긍심과 나눔의 기쁨이 생기게 되고 이런 경험은 긍정적인 정서 의존 학습으로 이어지며 이런 종류의 학습 증진 효과는 강하게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더불어 친구와 지식수준이 유사해지면서 적절한 토론 상대가 생기게 되어 능동적 학습의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성적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친구와 모둠을 많은 학부모님들은 협동 학습 또는 모둠 학습을 할 때 내 아이보다 성적이 우수한 아이와 같은 모둠이 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르치기’를 하려면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아는 것이 적은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내 아이가 모든 과목을 다 잘할 수는 없으니 과목별·과정별 모둠을 만들다 보면 서로 가르침과 배움을 나누는 학습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함께 하는 학습이지요.‘더불어 공부’를 하게 되면 학습 이외의 리더십과 봉사경험도 함께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학습법인지요!
  • “정책광고로 칸 광고제 가고 싶어”

    잘 나가는 대기업 광고회사의 유일한 여자 부장이었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13년 정든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국무조정실 유영실(37)홍보지원팀장. 공무원으로 이름을 바꾼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가는 그가 아직 ‘광고쟁이’의 꿈을 버리지 못해서일까. 최근 광고평론집 ‘세계는 이 광고에 놀랐다.(커뮤니케이션 북스)’를 펴냈다. 책에는 칸, 뉴욕, 클리오 광고제 등 유명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해외 광고들이 그의 맛깔스러운 글과 함께 소개돼 있다. 광고회사를 다닐 때 인터넷에 칼럼으로 썼던 글을 모아 수정하고 보완하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 그가 이번에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의 광고쟁이 인생에 쉼표를 찍고 본격적으로 그만의 ‘블루오션’에 뛰어들기 위해서였다. 바로 정부의 정책광고,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고 싶은 욕심이었다. 처음 그가 광고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도 많았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2004년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라는 정부의 정책광고를 수작으로 꼽았다. 저예산으로 큰 효과를 거둔 광고로 광고업계에 있을 때부터 눈여겨 보았다고 했다. “이제는 정부의 정책광고도 크리에이티브가 살아 있지 않으면 안 돼요.‘관제’냄새가 나면 바로 국민들에게 외면당해버리죠. 정부 광고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화려한 기교보다는 진솔하고 정직함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그는 현재 국정홍보처, 문화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국가브랜드를 하나로 통합·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광고는 교과서보다 강하다.’라는 그의 지론처럼 그에게는 남다른 욕심이 있다. 바로 칸 국제광고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는 것. “기회가 된다면 영화가 아닌 잘 만든 정책광고나 국가이미지 광고로 칸 국제광고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인연’ 남기고 간 국민 수필가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인연’에서) 25일 밤 별세한 금아(琴兒) 피천득은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서정적이고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풀어낸 한국 수필문학계의 대표 작가다. 그의 대표작 ‘인연’은 자신이 열일곱 되던 해부터 세 차례 접한 일본 여성 아사코와의 만남과 이별을 소재로 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이 작품을 읽고 자란 세대들에게는 설렘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첫 사랑의 대명사가 됐다.●日여성 아사코와 만남·이별 소재수필가, 시인, 영문학자의 삶을 산 그는 1910년 5월29일 서울에서 태어나 중국 상하이(上海) 공보국 중학을 나와 호강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광복 직후에는 경성대 예과 교수를 거쳐 1974년까지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다.1954년에는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하버드대에서 1년간 영문학을 연구했다. 그의 문학 입문은 시가 먼저였다.1930년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으로 등단한 뒤 잡지 ‘동광’에 시 ‘소곡’(1932), 수필 ‘눈보라 치는 밤의 추억’(1933) 등을 발표했다.1947년 첫 시집 ‘서정시집’을 출간한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 수필가’로 불릴 정도로 수필을 통해 문학적 진수를 드러냈다. “수필은 청자(靑瓷) 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 맵시 날렵한 여인”이라며 은유법을 구가한 수필 형식으로 쓴 수필론 ‘수필’은 ‘인연’과 함께 대표작으로 꼽힌다. ●수필집 작년 첫 日출간 화제춘원 이광수가 거문고를 타고 노는, 때 묻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닮았다고 붙여준 호 금아(琴兒)처럼 그는 딸 서영씨가 어릴 때 갖고 놀던 인형을 목욕시키고 머리를 묶어주는 등 인형놀이를 하는가하면 흠모하는 작가인 바이런, 예이츠의 사진과, 자신이 ‘마지막 애인’이라 불렀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의 사진을 가까이 두는 소년의 모습을 간직했다. 어린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발표작 가운데 어린이가 읽기 적당한 시와 수필 등을 엮어 ‘어린 벗에게’(2002년)를 냈다. 지난해에는 대표작 ‘인연’ 등 16편의 수필작품이 수록된 ‘피천득 수필집’이 처음으로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가 됐다. 딸에 대한 사랑은 유별났다. 작품을 통해 여러번 딸의 이름을 부르며 부정(父情)을 나타냈다.“서영이는 내 책상 위에 ‘아빠 몸조심’이라고 먹글씨로 예쁘게 써 붙였다. 하루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니 ‘아빠 몸조심’이 ‘아빠 마음조심’으로 바뀌었다. 어떤 여인이 나를 사랑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랬다는 것이다.(중략)아무려나 서영이는 나의 방파제이다. 아무리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해도 능히 막아낼 수 있으며, 나의 마음 속에 안정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서영이’ 중에서) 그의 문학관은 자신의 글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인생의 “아름다움” “인간 본연의 의지와 온정”의 문학이었다. 국내 원로·중진 문인이 문학에 입문한 과정을 들려준 책 ‘내 문학의 뿌리’(2005)에서 그는 “문학의 내용이 주로 아름다움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며 “슬픔이나 고통도 얼마든지 문학의 내용이 될 수 있지만 비운에 좌절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의지와 온정이 반드시 그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하고 갔구나” 한숨 지어주길그의 삶은 작가의 문체처럼 소탈하고 검소했다. 술과 담배는 평생 하지 않았고 산책과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으며 화려한 장식품 하나 없는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소박한 인생관을 가진 그는 지인들에게 자신의 사후(死後)에 대해 작은 바람을 말한 적이 있다.“죽어서 천당에 가더라도 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억울한 것도 없고 딱히 남의 가슴 아프게 한 일도 없고…….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살아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사람,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죠.”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관악산에 자연학습장 들어선다

    관악산에 자연학습장 들어선다

    관악산 한쪽이 자연학습장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서울시는 오는 9월까지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 입구 신림동계곡 옆에 9000㎡(2700여평) 규모의 자연학습원을 조성한다고 25일 밝혔다. 다음달에 착공할 자연학습장은 장미원·초화원·관목원·농촌풍경단지 등으로 구성된다. 장미원(1000㎡)은 현재 이용률이 낮은 테니스장(2351㎡)을 철거한 자리에 조성한다. 장미아치를 만들어 50종의 장미를 5000주 심을 계획이다. 품종은 플로리번다·랜드스케이프·앤티크 터치·넝쿨 장미 등이다. 장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도록 포토존도 설치한다. 초화원(550㎡)과 관목원(1500㎡)은 휴게시설 자리에 들어선다. 초화원에서는 할미꽃·원추리·비비추·둥굴레·옥잠화 등 15종 2만본이 재배되고, 관목원에는 조팝나무·매자나무·박태기·화살나무 등 30종 4만주를 심는다. 어린이 자연관찰학습장으로 활용하도록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야생화와 나무를 위주로 구성했다. 농촌풍경단지(830㎡)에서는 계절별로 도라지·옥수수·호박·오이 등 농작물 30여종이 자란다. 어린이들은 농촌을 체험하고, 어른들은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나무·벚나무 수림대는 유지하지만, 산책로 곳곳에 의자·야외탁자 등을 마련, 쾌적한 쉼터로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자작나무 숲길·꽃아그배나무 동산·철쭉 동산·팥배나무 동산·벚나무 쉼터 등도 들어선다. 투입 예산은 5억 8000만원. 해발 629m인 관악산은 서울과 안양, 과천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명산이다. 평일에는 1만 5000명, 휴일에는 4만∼5만명이 방문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미래 발명왕 키우는 박인수·정호근 교사

    미래 발명왕 키우는 박인수·정호근 교사

    “특별히 천재성을 가진 아이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창의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죠. 창의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서울 강동교육청 발명교실의 박인수(43·아주중) 교사는 24일 미래 대한민국의 경쟁력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첫손 꼽았다. 그는 발명교실에서 송파·강동 지역의 96개 학교에서 뽑힌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교육을 한다. ●강동교육청 발명교실 인기… 5년간 5만명 수강 전기공학을 전공한 박 교사는 두 딸이 영재성을 보이자 1999년부터 대학원에 등록해 영재교육을 공부했다. 영재성과 연관이 있는 창의력으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발명’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발명교실 전담교사, 서울영재교육연구회 총무, 한국영재교육연구회 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하며 발명·영재와 관련된 61종의 학습·연구자료를 개발했다.5년간 5만여명의 학생·교사·학부모가 그의 강의를 들었고, 발명교육연수원(ipteacher.net)에서 교사 온라인 교육을 하고 있다. 연수원 강의는 신청 접수를 시작하면 3초만에 100명 정원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이들이 뭔가를 생각해내면 그 다음도 생각해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어떻게 발전시킬지 연구해가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어요.”라고 터득한 노하우를 제시했다. 박 교사의 지도를 받은 학생들은 2004년부터 전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한국학생창의력올림픽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에 이어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했다.5년간 특허출원 2건, 실용신안 15건, 실용신안 출원 27건의 성과를 거두었다. 박 교사는 “인터넷만 찾으면 알 수 있는 정보를 줄 것인지, 교과서의 내용을 토대로 한 단계 앞서나간 지식을 전수할 것인지는 교사가 늘 고민해야 하는 화두”라고 덧붙였다. ●학생발명왕전 3관왕등 경력 화려 “장난감이나 마술도구도 우습게 보면 안 되죠. 신기한 과학원리를 가득 감추고 있거든요.” 정호근(36·보성고) 교사가 거들었다. 그는 발명교실에서 박 교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스스로 장난감과 마술도구에 ‘꽂혀’ 있다는 그가 가진 장난감과 마술도구는 무려 500여개. “그 안에 원리, 기술, 창의, 과학 등이 가득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1999년 대한민국학생발명전 대학생 부문 대통령상으로 시작해 교원발명품경진대회 최고상 및 최다상 수상자, 대한민국학생발명전 학생·지도교사·교원 부문 3개 영역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의 능력은 제자들에게도 이어져 2004 대한민국 청소년발명아이디어 디자인경연대회 최다 출품 기록(425개),2002·2003년 대회 단체상,336건의 학생 수상,80건의 특허·실용신안·의장등록 등 출원 실적을 남겼다. 전국 고등학교 최초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21세기를 이끌어갈 대통령 우수인재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난 18일 특허청이 주관하는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박 교사와 나란히 각각 녹조근정훈장과 대통령상을 받았다. 정 교사의 제자인 배요셉(16·보성고 2)군은 이날 발명진흥회장 표창을 탔다. “아이들에게 대학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즐기고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정 교사는 “일상의 모든 것이 과학입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것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발명왕 제조기 2인방이 전한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교사의 역할을 기반으로 한 ‘창의력’과 ‘발명’이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미국 SAT 교재, 한국 최초 국가 ‘신라’로 표기

    미국 대학 수학능력시험(SAT) 교재가 한국 최초의 국가를 ‘신라’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에 따르면 SAT 교재 전문 출판사인 ‘바론스’는 2007년 판 ‘어떻게 AP 세계사를 준비할 것인가’(저자 존 맥케논 박사)에서 “한국의 첫번째 국가인 기원 후 500년 경에 설립된 신라는 중국의 당나라와 가까운 동맹국이었으며 당나라가 몰락했을 때 무너졌다. 두 번째 국가인 고려는 송나라와 동맹이었으며 몽골이 침략했었다”고 서술했다. AP란 미국 고등학생들이 대학교 수준의 교양과목을 미리 시험을 쳐서 대학 학점을 얻는 프로그램. 고조선 및 삼국시대 중 백제와 고구려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신라의 성립시기도 잘못돼 있다. 기원 후 500년은 제24대 진흥왕이 즉위해 영토를 넓히는 등 통일신라가 성립되기 이전인 신라의 전성기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고구려와 고조선을 언급하지 않고 신라부터 소개하는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맥상통한다”며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 범 세계화 전략을 확인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24일 해당 출판사와 저자에게 서한을 보내 항의하고 시정을 요청했다”며 “시정요청에 참가를 희망하는 네티즌은 바론스 출판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Contact us’에서 서한을 보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반크 측은 “종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던 영국의 교과서 전문출판사인 ‘더 돌링 카인더슬리’사가 앞으로 발행하는 모든 교과서와 모든 세계지도 출판물에 ‘동해’를 첨가할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현재 이 출판사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모든 세계지도에는 동해가 표기돼 있다. 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궁초댕기·울산아가씨는 대중가요”

    “궁초댕기·울산아가씨는 대중가요”

    중학교 2학년 음악 교과서는 ‘궁초댕기’를 ‘100년 이상된 함경도 민요’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궁초댕기’는 ‘신고산타령’이라고도 불리는 ‘어랑타령’이 바탕이 되기는 했지만,1942년 불사조가 작사하고 김교성이 작곡해 모란봉이 부른 신민요이다. 불사조는 박영호의 다른 이름이고, 모란봉은 한때 ‘미스 코리아’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으나 태평양전쟁 말기에 이르자 바꾸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3학년 음악책에 나오는 ‘울산아가씨’도 마찬가지이다.‘울산아가씨’는 ‘울산 큰애기’라는 이름으로 고마부가 작사하고, 이면상이 작곡해 1943년 황금심이 ‘빅타레코드’에서 취입한 순수 창작 신민요이다. 작곡가 이면상은 광복 이후 월북하여 최고인민위원회 대의원과 음악가동맹 위원장을 역임한 인물. 작곡가가 알려졌다면 당연히 금지곡이 되었겠지만, 민요로 알려지는 바람에 울산을 대표하는 인기있는 민요로 발돋움했다. 일제강점기에 탄생했지만, 전승이 단절되거나 모습이 달라진 채 전해오고 있는 신민요의 제모습을 찾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소리보존회가 오는 30일 오후 7시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갖는 ‘서울소리의 원류를 찾아서 1’ 공연이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민요에 바탕을 두었거나, 새롭게 창작된 신민요 16곡의 원형이 선을 보인다. 유성기음반에 담긴 원곡을 들어보고, 복원된 실제소리도 감상할 수 있다. ‘궁초댕기’와 ‘울산큰애기’는 물론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라는 가사의 ‘태평가’로 알려진 ‘태평연’과 ‘노들강변’도 오늘날에는 경기민요로 분류되지만 당초엔 신민요였다. ‘공연한 그 사람을 심중에 두었다가 평생을 못 잊어 웬수로다.’라는 가사를 가진 ‘개성난봉가’는 가사가 저속하다는 이유로 가사가 상당 부분 바뀌었다고 한다.‘개성난봉가’와 ‘오돌독’,‘흥타령’,‘사발가’ 등을 원곡의 가사를 복원하여 부른다.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대구아리랑’은 명창 최계란이 1936년 밀리온레코드에서 취입한 음반이 발견됨에 따라 원형을 찾아 무대에 올려진다. 남혜숙·유명순 명창을 비롯해 서울소리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 명창이 대거 나서며, 특히 서울소리보존회 대학연합과 청소년연합에서 활동하는 대학생과 청소년들도 공연에 참여한다. 음악회에 해설자로 나서는 국악평론가 김문성씨는 “교과서 등에 잘못 서술되어 있는 신민요의 역사가 바로잡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1960년대까지도 크게 유행했지만 이제는 사라져버린 상당수의 신민요를 발굴하여 학계에 연구재료로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무료.(02)353-5525.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아하! 이 그림] 모네의 ‘일본식 다리’

    [아하! 이 그림] 모네의 ‘일본식 다리’

    세계 미술사에는 여러 화풍과 사조가 있지만 1860∼1890년대 프랑스의 인상파가 아직까지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서양의 명화를 들여와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전시회를 보더라도 대부분 인상파 작가이지요. 일본인도 1986년 야스다 화재해상이 고흐의 ‘해바라기’를 4000만달러에 살 정도로 인상파에 매달립니다. 한국의 인상파 열풍도 일본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인상파 작가들은 당시 유럽에 유행하던 유키요에(풍속화)와 같은 일본 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에 가면 게이샤 등 일본 그림을 그대로 베낀 고흐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는 6월6일∼9월26일 서울시립미술관(02-2124-8800)에서 전시회가 열리는 모네(1840∼1926)도 마찬가지이지요.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60여점의 작품 가운데에는 ‘일본식 다리’도 있습니다. 모네는 반평생을 파리 외곽의 지베르니에 정원을 짓고 보냈습니다. 일본식으로 지은 정원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변종 백수련을 심었습니다. 모네의 집에 가면 일본 풍속화 유키요에가 벽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걸려 있습니다. 일본과 인상파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긴밀하게 연관된 셈이지요. 1918년작인 ‘일본식 다리’는 모네가 한창 백내장으로 고생할 때 그린 그림입니다. 모네는 1912년에 오른쪽 눈이 실명할 단계에 이르렀고,1923년에야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그림은 사물의 경계가 흐릿합니다. 이처럼 사물의 형상이 사라진 극단적 작품은 잭슨 플록과 같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미술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동료화가 세잔은 “모네가 가진 것은 눈밖에 없다. 그러나 얼마나 위대한 눈인가!”라고 말했다지요. 그 ‘소중한’ 눈의 병이 인상파에 이어 현대추상이란 새로운 사조를 낳은 원인이 됐으니 아이로니컬합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최용선조세연구원장 표절의혹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의 최용선 원장이 외국 서적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21일 제기됐다. 최 원장이 지난 2001년 저술한 ‘미국 기업과세 제도’와 지난 2003년 저술한 ‘미국 세법 해설’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연수 교재로 쓰이는 이 책들을 미국의 교과서 두 권과 각각 비교해보니 목차와 소제목이 똑같고, 똑같은 내용의 표를 다르게 표시하거나 부분 발췌해서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최 원장의 이력서에 제목이 다르게 올려놓은 두 개의 논문도 사실은 내용이 똑같은 논문이라고 지적됐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禪수행 50년 지리산 황매암 일장 스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禪수행 50년 지리산 황매암 일장 스님

    인도의 달마대사가 중국 쑹산(嵩山)의 소림사 토굴에서 9년 면벽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 40대 승려가 찾아와 무릎 꿇고 뵙기를 간곡히 청했다. “바다와 같은 자비심으로 제게 불법을 깨우쳐 주십시오.” “법을 구하려면 목숨까지 버릴 각오가 되어야 한다. 부질없는 소리 말고 돌아가거라.” 승려는 갑자기 품고 있던 칼을 뽑아 왼팔을 댕강 잘랐다. 달마대사가 다시 물었다. “네가 구하려는 것이 무엇이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마음을 내게 가지고 오너라.” “마음을 찾아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대사가 미소를 지으며 “네가 찾았다 해도 어찌 그것이 너의 마음이라 할 수 있겠느냐? 내가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었느니라. 하하하.” 그 말 한마디에 승려는 평생의 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이어 “마음이라, 형상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것을 붙잡고 왜 그리도 스스로를 할퀴었던가.”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승려는 달마대사에게 넙죽 엎드렸다. 달마대사에서 시작한 선불교가 중국에 비로소 전파되는 순간이었다. 이 승려가 바로 중국 선불교의 제2대 조사인 혜가(慧可·487∼593)스님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서산대사 또한 ‘선가귀감(禪家龜鑑)’을 통해 부처의 마음을 선(禪), 그 말씀을 교(敎)라고 설파했다. 말없음으로 말없는 데 이른 것은 ‘선’이요, 말로써 말없는 데 이르는 것은 ‘교’라고 하면서 선과 교의 독특한 차이점을 밝혔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새삼 ‘마음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표를 던져본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내 마음’은 과연 어디쯤 가고 있을까. 불안한 마음, 두려운 마음, 노여운 마음은 자꾸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반가운 마음, 푸근한 마음은 점점 멀어진다는 생각이 문득 찾아든다. 지난 14일 이런저런 상념을 떠올리며 지리산 중턱에 자리잡은 한 암자를 향해 떠났다. 차로 4시간 남짓, 남원시 인월면 사거리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위치를 물었더니 “암자의 그 스님은 참 훌륭하신 분”이라는 설명과 함께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지리산 실상사 방향으로 30분쯤 오르다 해발 600m 지점에 이르러 외길 숲 사이로 ‘황매암(黃梅庵)’이 나타났다. 출가한 지 50년째 선수행(禪修行) 중인 일장(日藏)스님, 한라산 자락 토굴산방 ‘목부원’에서 15년 동안 수행안거하다가 2004년 이곳에 ‘황매암’을 창건, 조용히 참선 정진 중이다. 성철스님의 스승이기도 한 동산 큰스님의 막내상좌로 서산대사의 가르침을 가장 귀감으로 삼는다. 그래서 2005년 ‘선가귀감’의 언해본을 쉽게 한글로 번역·출간해 그 뜻을 폈다. 또 1999년에는 생전의 성철스님한테 받은 ‘만선동귀집’을 편역했다. 이 두권은 불교의 교과서나 다름없다. 특히 스님은 선서화(禪書畵)의 대가로도 알려져 있다. 여러 차례의 불사전(佛事展)과 장학모금전에 참여하면서 이같은 존칭을 얻었다. 스님은 속세와 담을 쌓고 토굴수행을 하기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의하지 않는다. 까닭에 별도의 약속도 없이 무작정 황매암을 찾아 합장했다. 지리산 중턱을 감아도는 맑고 고운 바람과 풍경(風磬)소리를 배경으로 차방에서 스님과 마주 앉았다. 주위에는 온통 5월의 푸르름으로 가득했다. “어제는 백초(百草)를 캤지요. 취나물, 다래넝쿨, 오미자, 감잎 등 새잎이 돋아나니까 그걸 캐서 몇 단지 만들어 발효를 시켜 둡니다. 여름에 냉수 타서 마시면 속이 깨끗해요.” 스님은 출가 후 얼마 있다가 심장병이 악화돼 참선방에서 나와 일찍부터 토굴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고독과 절망을 이기는 것이 간단치 않았다. 하루는 성철스님한테 찾아갔다. 순 한문으로 된 ‘만선동귀집’을 건네받았다. 그날로부터 옥편을 옆에 끼고 공부에 몰입했다. 출가 초기에는 한 성당에서 호주 출신 신부와 1년 동안 지내며 교리공부를 했다. 이해되는 대로 몇줄씩 써서 벽에 붙였다. 이것을 볼 때마다 마음의 고향을 느꼈다고 했다. “스님, 마음이란 무엇인가요?” “형체도 없는 것을 사람들은 닫아 버립니다.” “그럼, 어떻게 실천해야 합니까?” “진실해지면 표현도 진실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식과 위선이 많아집니다. 매일 있는 오늘이지만 내가 서 있는 바로 이 시간, 이 환경은 두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바로 처음의 모습을 (마음에)담는 것입니다. 매순간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또 여한 없이 밝은, 닫힘이 없이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 사람 속이 내 속이고, 그 사람의 삶이 없이 결국 내 삶도 없지요.” “스님이 그리는 ‘선서화’도 그런 맥락인가요?” “달마스님의 9년 면벽이 천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살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공부하다 보니 어느날 말이 곧 허구라는 걸 깨달았지요. 그래서 부처님의 말씀을 붓으로 써서 절방 여기저기에 붙여 놨습니다. 나중에는 ‘웃는 기왓장’도 넣었고, 색칠도 해봤더니 그림쟁이라고 하더군요. 본업이야 중노릇인데, 지나가는 누구나 그걸 보면서 잠시 마음의 고향을 느끼면 그만이지요.” 스님은 20년 전 내원사에 있을 때 잘 아는 지인이 암에 걸려 위독하다는 얘기를 듣고 병문안을 갔다. 이때 촛불이 그려진 연하장 크기의 선서화를 선물했다. 환자는 세상의 빛을 본 것처럼 좋아하며 머리맡에 붙였다. 얼마 후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적처럼 살아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화제를 돌렸다. 첩첩 산중의 암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해졌다. 갈등과 분열, 대립과 양극화, 도덕성 상실 등등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스님은 지체없이 “그건 다 우리의 거울이지요.”라고 말했다. 남을 탓할 필요 없이 각자 자신의 거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또 어떤 캠페인으로 고쳐질 것도 아니라고 했다. “우리 사회의 성장과정이 너무 쉬워요. 그러다 보니 우여곡절도 있고 혼란한 모습을 보이지만 나아집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유한이 아니라 무한입니다. 오늘의 발전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봄직하지요. 산은 무질서합니다. 수많은 가시덤불과 높고 낮은 언덕이 있거든요.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온갖 개성들이 함께 모여사는 사회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 운명은 우리 각자가 하나씩 풀면서 꾸려나가야 합니다. 빈그릇을 보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가득차 있으면 유한한 법입니다. 때를 닦아내려면 걸레가 깨끗해야 합니다.” “스님, 그렇다면 이 시대의 리더는 어떠해야 합니까?” “능한 사람이 아닌 스스로 나의 허물을 돌아보고 고칠 줄 알아야 합니다. 깨달음이란 어두운 알 속을 깨고 나오는 것이지요. 어둡다는 것은 무지가 아닙니다. 무엇엔가 사로잡혀 있으면 전체를 못봅니다. 전체를 밝게 봐야지요. 촛불이 방안에 하나 있는 것보다 10개 있으면 더욱 환해집니다.” 그러면서 그림 하나를 꺼낸다. 촛불 하나가 힘차게 그려져 있고 일휘등명(一 燈明), 보공시방(普供十方)이라는 글씨가 휘갈겨 있었다. 스님은 “밝은 등불(꿈, 희망, 용기) 하나, 이웃들에게 공양합니다.”고 풀이했다. “종교는 주변이 행복해져야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바탕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1년에 천끼 넘게 먹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먹습니다. 다만 라면을 만날지, 아니면 진수성찬을 만날지는 지나온 밥그릇의 바탕에 따라 정해지겠지요. 생활습관이 바로 ‘업’입니다.” ■ 그가 걸어온 길 ▲경남 울산 출생(속성 천씨). ▲1958년 13세때 출가, 범어사 ‘동산스님’의 막내 상좌(上佐). 이후 송광사, 해인사,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선안거(修禪安居). ▲1980년 제주 한라산 자락에 ‘목부원’을 창건하고 수선.10여년간 경전 강독.‘청화스님’이 입적 직전 목부원(현 자성원)에 머물면서 ‘육조단경(六祖壇經)’을 번역한 곳으로도 알려짐. ▲2004년∼현재 전남 남원의 지리산 산중에 ‘황매암(黃梅庵)’을 세우고 참선정진 중. ▲주요 저서 편역으로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1991년 불광출판)과 서산대사의 선가귀감(禪家龜鑑·2005년 불광출판)이 있다. ▲그외 숙생의 화업(畵業)으로 여러 차례 불사전(佛事展)과 장학모금전에 참여, 현존 선서화의 대가로 유명함. 실상사의 연관스님과는 절친한 도반. 성철스님을 사형(師兄)으로 모심(성철스님은 1936년 ‘동산스님’한테 사미계를 받았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닻 올린 ‘친 아베파’

    |도쿄 박홍기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구심점으로 한 ‘친(親)아베파’가 닻을 올렸다. 자민당의 중견·신진 의원 43명은 17일 이른바 ‘가치관 외교를 추진하는 의원 모임’을 발족시켰다.‘가치관 외교’는 아베 총리의 외교 철학이다. 참여 의원들은 당 내의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을 주도해온 보수 색채가 짙은 정치인들이다. 더욱이 아베 총리와 이념이 통하는 의원들인 까닭에 정치권에서도 노골적으로 ‘아베파’라고 지칭했다. 실제 참여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아베 총리의 이념과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며 아베 총리의 정치적 ‘응원단’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의원 모임은 이부키파·마치무라파 등 7개 계파의 의원들이 참여, 범계파의 성격을 띠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22명,2선 의원이 11명이다. 나머지 의원은 3∼8선이다. 이들 중에는 우정 민영화 법안에 반대, 탈당했다가 복당한 의원도 6명이나 된다. 의원 모임의 회장은 극우 성향으로 대표되는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회장을 지낸 후루야 게이지 의원, 고문은 나카가와 쇼이치 정조회장이 맡았다. hkpark@seoul.co.kr
  • [책꽂이]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다(마루야마 마사오 지음, 김석근 옮김, 문학동네 펴냄) ‘근대 일본의 아버지’로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영향은 현대 한국에까지 미친다. 회의, 연설, 자유, 권리 등의 일본식 한자어는 그가 번역해 들여온 단어들이다.‘후쿠자와 유키치 삼부작’으로 불리는 ‘서양사정’‘학문의 권유’‘문명론의 개략’은 지금까지도 일본인의 필독서로 꼽힌다. 이 가운데 ‘문명론의 개략’은 재야사학자 후쿠자와가 남긴 유일한 체계적 원론이자 대표적인 이론적 저작이라는 평을 듣는 저서. 1950년대 일본 지성계를 주도하며 ‘학계의 천황’이라는 별명을 얻은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가가 바로 이 ‘문명론의 개략’을 해설하고 정리한 책.3만원.●근원전집 이후의 근원(김용준 지음, 열화당 펴냄) 한국전쟁 때 월북해 남한에서는 오래 잊혀졌지만 근원 김용준은 해방공간 우리 예술계의 큰 화가이자 문인, 미술사학자이자 북디자이너였다.1948년 그가 수필집 ‘근원수필’을 내자 “시는 정지용, 소설은 이태준, 수필은 김용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랑받았고 요즘 국어교과서에도 실릴 정도지만 김용준의 본업은 화가였다. 그는 1946년 서울대 미대를 탄생시킨 실질적인 주역이기도 하다.2002년 출간된 ‘근원 김용준 전집’ 보유판.1만 5000원.●아베의 일본-상상력이 거세된 논픽션의 제국(신지홍 지음, 디오네 펴냄) ‘보통국가’를 추구한다는 완곡어법 속에 가해의 과거사에 관한 반성적 성찰은 건너뛴 채 군사·외교적으로 ‘강한 국가’를 열망하는 일본의 정치·여론 지형을 분석. 저자는 일본 사회의 수동성과 보수성을 낳고, 평화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요구되는 픽션적 상상력을 상실한 정치지형에 주목한다. 일제 침략전쟁과 뒤이은 전후체제가 빚어낸 근대 일본의 민주주의와 사회체제는 투쟁과 저항을 통해 쟁취된 것이 아니라 패전의 결과 덜컥 주어진 것으로, 그 과정에서 일본인들은 권력과 권위에 대해 의문을 갖거나 따지지 않고 체념하는 정서를 길러왔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1만 2000원.●척추가 바로 서야 공부가 즐겁다(이남진 지음, 물병자리 펴냄)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으면 척추와 골반이 틀어지고 그에 따라 어깨 높이와 다리 길이도 달라진다. 집중력도 감퇴돼 자연히 공부의 효율도 떨어진다. 척추 변형이 심해지면 척추측만증으로도 발전하게 된다. 척추측만증은 곧아야 할 척추가 비틀어지면서 C자나 S자 모양으로 휘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바른몸운동 보급에 앞장서온 저자는 만화의 형식을 빌려 올바른 몸을 가꾸기 위한 상세한 정보와 지식을 전해준다.9800원.●누가 나를 조선 여인이라 부르는가(임해리 지음, 가람기획 펴냄) 조선시대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가부장적 규범 속에 삼종지도와 여필종부의 사상에 순종하며 산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시기는 성리학적 질서가 뿌리내리는 조선 중기에 국한될 뿐이다. 그 시기에도 여성의 재산권과 제사 참여 등 일정한 권리는 보장받았다. 전통과 인습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를 앞서간 여성 9인의 삶을 소개.1만 2000원.
  • [씨줄날줄] 9조 지킴이/황성기 논설위원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일본이 62년간 평화를 구가한 것은 승전국 미군정하에서 제정된 헌법 때문에 가능했다. 그 중에서도 9조는 일본의 평화를 지켜온 최후의 보루다.2개 항의 9조 전문은 이렇다.(1)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2)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으며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전쟁과 군대를 금지한 일본 헌법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평화헌법’이라는 별명이 생겨났다. 긍지를 가질 만한데도 일본 집권세력은 헌법 제정이래 개헌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1955년 자민당은 창당 이념으로 자주헌법 제정을 내걸었다. 이런 자민당에서 배출한 역대 총리는 너나없이 개헌을 부르짖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의 공약대로 임기내 개헌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지난 14일 헌법 개정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국민투표법이 확정됨으로써 그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개헌 주장의 핵심은 9조의 개정 혹은 폐지다. 군대도 갖고 전쟁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건설한다는 게 보수세력의 꿈이다. 그러나 평화롭게 살아온 일본인들이 9조의 개정·폐지를 바라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달 초 보도한 여론조사로는 개헌에 찬성한다는 응답(51%)이, 지금의 헌법대로가 좋다는 대답(35%)을 웃돌았다. 그렇지만 9조 개정이라는 각론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달 교도통신 조사에서는 반대(44.5%)가 찬성(26.0%)의 갑절 가까이 된다. 개헌은 하더라도 9조에는 손대지 말라는 것이다. 개헌파가 늘어나면서 호헌파, 특히 9조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여러 시민단체가 있는데 노벨문학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등이 참여한 ‘9조 모임’이 대표적이다. 사무국은 “자주적으로 생겨난 모임이 전국에 6020곳”이라고 밝혔다.2년 뒤면 1만곳쯤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역사왜곡 교과서를 막아낸 ‘교과서 전국네트워크 21’처럼 이들이 9조를 지켜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이정연 가족클리닉-행복 만들기] 일일이 가르치려만 드는 ‘교사 아내’

    Q제 아내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남들은 안정된 직장이라고 부러워합니다만 같이 사는 남편으로선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남편이나 자녀 심지어는 시부모까지도 제 학생인 양 가르치려고 듭니다. 조금이라도 자기 뜻에 어긋난 일이 생기면 설교가 시작되고, 각서를 쓰라고 합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논리적으로 조분조분 따지고 들면 누구도 당할 수가 없습니다. 직장에서 지쳐 집에 오면 쉬고 싶은데,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것도 자녀 교육에 좋지 않다고 독서를 하라고 합니다. 너무 똑똑한 여자와 사는 제가 결혼을 잘못한 걸까요. -최규호(가명·37세) A직장생활이 업무 그 자체보다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더 힘들다고 하는데 집에 와서도 아내가 사사건건 자로 잰 듯한 생활을 요구한다면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 남들은 엄살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선도하려고 드는 태도를 대하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참아도 병이 되고, 폭발해도 건강을 해치는 그런 스트레스임에 틀림없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무시하고 건성으로 흘려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기력하고 무반응으로 나오면 말하는 사람이 혼자 떠들다 지쳐 포기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그것도 우리가 바라는 삶은 아닐 것입니다. 오붓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소망으로 결혼하고 일과 가정을 잘 꾸려가고 싶을 테니까요. 보통 타고난 성격 특성은 잘 변하지 않으며, 행동할 때에도 자신의 특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논리적이고 정리정돈 잘 하는 사람은 그러한 성격에 부합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말끔하고 반듯한 생활습관을 선호하며, 도덕교과서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것은 학교 선생님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러한 특성이 내재되어 있는 데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말투가 몸에 배기 마련입니다. 모범적인 사람은 자신이 같이 살기에 얼마나 힘든 사람인 줄을 상상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남편께서는 반듯한 여성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생각하여 배우자로 맞이한 건 아닌지요. 아마도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의존하려 들고, 생활태도가 느슨한 여성에게는 호감을 갖지 않았을 것 같고요. 잘 생각해보세요. 본인에게는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대상을 찾은 건 아닐까요. 본인의 특성도 변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혼을 수 차례 한다고 해도 현재의 배우자와 비슷한 이미지에 더 끌리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러한 특성을 선호하고 끌리는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정도가 지나치면 함께 지내기가 힘들어지겠지요.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가치관에 맞추어 살도록 강요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입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게 바람직합니다. 부인의 경우, 주입식으로 가르쳐야 상대방이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요, 듣는 사람도 반성하는 게 아니라 더욱 더 자신을 방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도 부인의 말을 듣는 것이 여자에게 지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로 생각하지 말고, 영원한 남학생으로 남는 것도 낭만적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가정에서도 너그러운 남성은 어디서나 인기가 많습니다. 숙제 검사하듯 하는 부인도 다른 면에 있어서는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한 모습을 지닌 여성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금을 그어놓고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순진한 여성의 매력을 발견한다면 반성문 쓰는 일도 즐겁지 않을까요? 우리 혈관을 흐르는 액체는 대부분이 물이라고 합니다. 색깔도 냄새도 없는 자신의 성질을 드러내지 않는 물이야말로 최고의 약수라고 합니다. 상대방의 잘잘못을 포용하는 맑고 투명한 암반수가 되어 흐른다면, 사회의 연결고리마다 생명과 활기가 솟아날 것입니다. <목포대교수·가족상담문화센터장>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사설] 日, 평화헌법 손 댈 자격 있나

    일본 참의원이 헌법 개정 절차를 담은 국민투표법안을 어제 통과시켰다. 중의원에 이은 참의원 가결로 일본은 1947년 제정한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법률을 두게 됐다. 개헌은 집권 자민당이 창당때 내건 목표다. 아베 신조 총리도 임기 안에 개헌을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군정이 지은 낡은 옷인 ‘평화헌법’을 벗고, 일본인 손으로 만든 ‘자주헌법’으로 갈아입겠다는 것이 개헌론자들의 주장이다. 개헌세력은 시대에 맞는 국가이념, 환경문제를 새 헌법에 담겠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9조의 폐지 혹은 개정에 있다.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게 헌법 제정 당시 국제사회와 일본의 합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전쟁을 경험한 호헌파 세대들이 하나둘씩 퇴장하면서 개헌 세력이 힘을 얻어온 게 일본이다. 식민지배와 전쟁에 휘말렸던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으로선 9조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반세기 넘게 현행 헌법으로도 충분히 경제적으로는 물론이요, 군사적으로 강성하게 됐는데도 굳이 9조에 손을 대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호헌보다는 개헌쪽을 약간 더 지지하는 일본인들은 9조 개정이라는 각론에서는 반대의견이 훨씬 많다. 게다가 군위안부, 역사교과서, 야스쿠니신사 문제 등에서 아베 총리를 포함한 개헌주도 세력이 보이는 역사망각적 언행은 개헌의 본심이 군국주의 회귀에 있지나 않은지 의심케 한다. 일본의 개헌주도 세력은 지난 세기 동아시아인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거나 심지어 부정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들이 이제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마저 버리려 한다. 이것이 세계는 물론 일본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불행의 씨앗이 아닌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 [Seoul In] 요가·마술 등 문화를 즐기세요

    은평구(구청장 노재동) 공연, 요가, 댄스, 마술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17일 오후 7시30분 불광천 라바댐 수상무대에서는 ‘2007 서울시민 문화한마당인 드림콘서트’가 열려 가수 전영록, 나무자전거, 정통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6월9일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곡들을 모은 ‘청소년을 위한 교과서 음악회’를 연다. 또 9월까지 연신내 물빛공원 작은 음악회, 불광천 수상음악회 등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야외음악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과 350-1410.
  • [지방시대] 5·18정신의 진정한 의미/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을 예증하듯이 5·18은 엄청난 상처였으나 마침내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어졌다.12·12와 5·17 쿠데타에 이어 광주학살을 자행한 신군부 세력이 민족과 민주주의에 준거한 역사적 단죄를 피할 수 없었음이 그것이다. 이른바 전직 두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세기적 재판’을 받기 위해 ‘나란히’ 법정에 서야 했다. 1996년, 대법원은 피고들을 판결하면서 “우리나라는 제헌헌법의 제정을 통하여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보장, 법치주의 등을 국가의 근본이념 및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질서를 수립한 이래….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명백한 선언을 했다. 1980년 5월 이후 계속되어온 ‘5월싸움’은 어김없이 모든 시민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먼저 5·18은 시인 김정환이 노래했듯이 ‘끝까지 우리들 인간성을 배반하지 않았던’ 나눔과 베풂의 문화를 창출한 공동선의 전범(典範)을 보여주었다. 계엄군이 투입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광주시민들끼리는 살인·강도·절도사건 하나 없이 모두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운명공동체를 아름답게 재현했는데 그것이 이후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도덕적 모델이 되었다. 둘째로 분단국가에서는 여차하면 군부세력이 출몰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5·18의 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시민대중은 국토와 민족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저버리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외세에 의존하는 단순한 환상에서 벗어나 ‘주권국가’로 일어서자는 의지가 확실한 목소리로 표출되었다는 것이고 넷째는 서로 다른 성격의 부문 운동이 종국엔 하나로 만나는 연대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다섯째로는 1948년의 여순사건과 제주 4·3사건, 거창민간인학살사건의 재조명과 역사재평가운동 등이 그것이다. 여섯째로는 불교·천주교·개신교 등이 각 종파를 초월하여 ‘함께하는 나라사랑운동’이 우선 큰 족적을 남겼다. 그렇다. 이 땅의 민주주의운동과 통일운동에 온몸을 바친 젊은 영혼들을 잊어서는 안 되리라. ‘잊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는 경구가 말해주고 있듯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만큼이라도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5·18의 연장선상에서 촉발된 1987년 ‘6월항쟁’에 동참한 대다수 국민들의 결집된 역량이 마침내 나라발전에 커다란 활력소를 불어넣었다는 사실 또한 역사의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5·18은 우리나라 전체구성원과 해외 700만 동포,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의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읽혀지면서 자유와 평화, 인권운동으로 보편성과 영원성을 부여받고 있다. 해마다 5월 그날이 돌아오면 노래처럼 입술에 올리고 싶은 슬로건이 있다.‘5월에서 민주주의로,5월에서 통일로’가 그것이다. 결국 이 말에서 찾아지는 5·18의 진정한 의미는 갈라짐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하나됨’ 속에서만이 완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로 손잡고 서로를 위로하며 어루만져주는 세상’그것이 5월정신이기 때문이다. 김준태 시인·조선대 교수
  • 임기말 더 세진 ‘靑 전투력’

    청와대의 시계는 여전히 2003년 임기 초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연일 왕성한 전투력으로 ‘왜곡’과 ‘오해’를 도마에 올리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도 “지금이 임기 초가 아닌지 헷갈릴 정도”라고 자평한다. 11일에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보수언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론자, 일본의 역사인식을 겨냥했다.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전 의장이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화로 원포인트 개헌 주장을 비판했다.”며 사과를 요구한 것과 관련,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당시 김 의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본인 선거를 치르지 않으니까 민심에서 멀어지고 선거에 무관심해진다. 그래서 4년연임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노 대통령이 당 의장으로서 대통령을 선거결과와 연관지어 부적절하게 평가한 부분을 비판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천 대변인은 “김 전 의장이 노 대통령의 발언을, 개헌을 비판한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 의도적 왜곡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조정비서관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보수언론이 참여정부를 매도하기 위해 지난 6일 프랑스 대선결과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김 비서관은 일부 보수언론이 우파인 사르코지가 당선된 대선 결과를 들어 ‘프랑스조차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데, 참여정부는 큰 정부의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사례를 거론하며,“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모두 ‘빨갱이’로 매도한 것처럼 답답하고 두렵다.”고 밝혔다.‘저성장, 고실업, 고복지’ 체제의 문제점을 가진 프랑스와 복지지출이나 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김 비서관은 “프랑스 사람이 날씨가 더워 옷을 벗는다고, 아직 한기가 가득한 우리 국민에게 반팔을 입으라고 강요해서는 곤란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윤승용 홍보수석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공동체 구축을 위한 제언’이라는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려 “일본해 표기 주장은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와 침략주의의 유산”이라며 일본 정부가 ‘최소한 동해 병기’라는 한국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역사 교과서 왜곡과 일본군 위안부의 공식적인 책임 부인, 야스쿠니 신사와 독도 문제 등에서 일본 지도자와 보수세력이 보이고 있는 퇴행적 역사인식도 꼬집었다.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도 청와대브리핑에 글을 게재,“한·미 FTA로 동북아시대 구상이 끝났다는 비판은 기우”라면서 “한·미 FTA 타결 이후 일본과 중국이 한국과 FTA에 더 적극적인 점에서 보듯, 한·미 FTA가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한국이 동북아 질서를 구축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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