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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폴 새뮤얼슨 별세

    미국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폴 새뮤얼슨이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4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은 석좌교수인 새뮤얼슨이 이날 벨몬트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새뮤얼슨은 193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 경제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경제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론경제학은 물론 응용경제학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약했다. 5권의 책을 펴낸 그는 생산이론, 소비자 선택, 국제무역 등 방대한 주제를 다룬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한 연구활동을 했다. 특히 1948년 출간된 교과서 ‘경제학’은 27개 언어로 번역돼 400만권이 넘게 팔린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그는 1970년 경제학의 분석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공로로 미국인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21세 때 첫 논문을 발표한 그는 1941년 하버드대 경제학 부문 최고 박사논문에 수여하는 ‘데이비드 웰즈’상을 수상하고 1947년에는 미국경제학회가 40세 미만 젊은 학자들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락 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시카고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새뮤얼슨은 1940년 MIT에 교수로 부임한 뒤 뛰어난 제자들을 길러왔다. 이 가운데 로런스 클라인, 조지 애컬로프,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3명은 스승의 뒤를 이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역시 새뮤얼슨 밑에서 공부했다. 존 F 케네디와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은 새뮤얼슨을 경제 고문으로 초빙하고자 잇단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는 학계에 남는 길을 택했다. 대신 그는 전후 국가재건위원회, 재무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등 다양한 정부기구에서 비공식적으로 자문활동을 해 왔다. 새뮤얼슨은 경제학자 로버트 새뮤얼슨(현재 성은 서머스)의 형이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을 맡고 있는 로런스 서머스의 친삼촌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리샤와 6명의 자녀, 15명의 손자가 있다. 장례식은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MIT는 공개 추도회를 열 예정이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이젠 끼니가 아니라 등록금 걱정해야”

    “이젠 끼니가 아니라 등록금 걱정해야”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축하하고 계실 겁니다.”  세끼 밥을 걱정할 정도의 어려움을 이겨낸 소녀가장이 서울대 합격의 영광을 안아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2010학년도 서울대 인문계열 수시모집에 합격한 인천 부개여고 김민아(19)양. 김양은 최근 합격통지를 받고서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돌아가신 아버지가 바라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김양의 어려움을 지켜봤던 담임 안익수(43) 교사도 합격을 확인한 통화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김양은 현재 남동생(동준·부평고)과 단 둘이 살고 있다. 부모님이 6살 때 이혼한 뒤 김양과 남동생을 어렵게 뒷바라지 하던 아버지마저 지난해 6월 지병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12일 경기도 부천 송내역의 한 피자집에서 만난 김양은 담담했고 어린나이 답지않게 의지가 굳어 보였다.여느 10대 여고생들과 같이 얼굴도 해맑았다.세상에서 딱 하나뿐인 남동생도 자리를 함께 했다.  공부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저는 성취욕이 강해요.남에게 지는 것이 싫었어요.”라며 당당히 대답했다.남동생과 단둘이지만 힘들수록 오히려 웃었다고 지나간 학교 생활을 전했다.고근혜(44·진학부장) 교사는 이와 관련, “대학지원서에 쓴 민아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눈물이 절로 났다. 항상 밝게 웃는 민아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어려운 환경에 사설학원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초중고교의 성적은 언제나 최상위권을 유지했다.친구들이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시간에 학교에서 적어온 노트와 참고서에 충실히 했기 때문이다.김양은 마땅히 공부할 때가 없어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와 입시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대입 수능에서의 분야별 공부 비결을 물었다.  수리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것은 스스로 원리를 터득하고 모르는 문제는 학교선생님에게 끈질기게 물었다고 했다. “학원가도 수학문제집을 푸는데 왜 돈내고 가야하나요?”라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는 매일 테이프를 들으면서 받아쓰기(dictation)를 했단다. 다양한 지문을 읽었고 교과서는 외우다시피 했다. 교무실에서 이면지를 가져다가 또박또박 쓴 영어 에세이는 50여편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서울대 면접에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논술은 학교 토론반에서 매주 책 1권을 소화했고,신문기사를 읽고 논지를 펴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른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교내에서 열린 ‘나의 주장 발표대회’에서는 장려상을 탔었다.  김양은 희망했던 대학에 합격한 데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아침을 거르고 등교한 날이면 선생님은 라면을 끓여다 주는 자상함을 잃지 않았다.김양이 밤늦게 공부하다 지각할 때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김양의 집에까지 와 깨워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담임인 안 교사는 “민아는 학교 프로그램을 철저히 따른 모범생이었다. 서울대가 외면하지 않은 것은 민아의 잠재력과 인내심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뷰 내내 활기차 있던 김양에게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느냐.”고 물었더니 금세 눈물이 글썽였다. 택시운전을 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어린 김양에게 엄청난 고난이었다. 살아야 하는 두려움에 밤마다 악몽을 꾸었고 눈물로 지내야 했다.한동안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모의고사와 내신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김양에게는 코앞에 닥친 대학 입시가 버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고난은 한 순간이란 생각이 들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양은 큰 어려움을 겪은 탓인지 후배들에게 길게 보고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어려움이 닥쳤을때 잠깐의 방황이 있겠지만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의 뜻을 이룬다는 말이라고 했다.  대학 졸업후 바라는 직업은 외교관이다.외무고시에 합격,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자신처럼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것이 김양의 꿈이다.김봉상(61) 교장은 남매가 안쓰러웠든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생과 단둘이 살아가는 김양에게 삶의 나침반이 돼 줄 뜻있는 독지가가 나타났으면 더없이 좋겠다.”고 희망했다. 장상옥기자 007jang@seoul.co.kr
  • “ 이젠 끼니가 아니라 등록금 걱정해야 ”

    “ 이젠 끼니가 아니라 등록금 걱정해야 ”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축하하고 계실 겁니다.”  세끼 밥을 걱정할 정도의 어려움을 이겨낸 소녀가장이 서울대 합격의 영광을 안아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2010학년도 서울대 인문계열 수시모집에 합격한 인천 부개여고 김민아(19)양. 김양은 최근 합격통지를 받고서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돌아가신 아버지가 바라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김양의 어려움을 지켜봤던 담임 안익수(43) 교사도 합격을 확인한 통화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김양은 현재 남동생(동준·부평고)과 단 둘이 살고 있다. 부모님이 6살 때 이혼한 뒤 김양과 남동생을 어렵게 뒷바라지 하던 아버지마저 지난해 6월 지병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12일 경기도 부천 송내역의 한 피자집에서 만난 김양은 담담했고 어린나이 답지않게 의지가 굳어 보였다.여느 10대 여고생들과 같이 얼굴도 해맑았다.세상에서 딱 하나뿐인 남동생도 자리를 함께 했다.  공부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저는 성취욕이 강해요.남에게 지는 것이 싫었어요.”라며 당당히 대답했다.남동생과 단둘이지만 힘들수록 오히려 웃었다고 지나간 학교 생활을 전했다.고근혜(44·진학부장) 교사는 이와 관련, “대학지원서에 쓴 민아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눈물이 절로 났다. 항상 밝게 웃는 민아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어려운 환경에 사설학원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초중고교의 성적은 언제나 최상위권을 유지했다.친구들이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시간에 학교에서 적어온 노트와 참고서에 충실히 했기 때문이다.김양은 마땅히 공부할 때가 없어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와 입시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대입 수능에서의 분야별 공부 비결을 물었다.  수리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것은 스스로 원리를 터득하고 모르는 문제는 학교선생님에게 끈질기게 물었다고 했다. “학원가도 수학문제집을 푸는데 왜 돈내고 가야하나요?”라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는 매일 테이프를 들으면서 받아쓰기(dictation)를 했단다. 다양한 지문을 읽었고 교과서는 외우다시피 했다. 교무실에서 이면지를 가져다가 또박또박 쓴 영어 에세이는 50여편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서울대 면접에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논술은 학교 토론반에서 매주 책 1권을 소화했고,신문기사를 읽고 논지를 펴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른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교내에서 열린 ‘나의 주장 발표대회’에서는 장려상을 탔었다.  김양은 희망했던 대학에 합격한 데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아침을 거르고 등교한 날이면 선생님은 라면을 끓여다 주는 자상함을 잃지 않았다.김양이 밤늦게 공부하다 지각할 때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김양의 집에까지 와 깨워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담임인 안 교사는 “민아는 학교 프로그램을 철저히 따른 모범생이었다. 서울대가 외면하지 않은 것은 민아의 잠재력과 인내심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뷰 내내 활기차 있던 김양에게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느냐.”고 물었더니 금세 눈물이 글썽였다. 택시운전을 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어린 김양에게 엄청난 고난이었다. 살아야 하는 두려움에 밤마다 악몽을 꾸었고 눈물로 지내야 했다.한동안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모의고사와 내신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김양에게는 코앞에 닥친 대학 입시가 버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고난은 한 순간이란 생각이 들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양은 큰 어려움을 겪은 탓인지 후배들에게 길게 보고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어려움이 닥쳤을때 잠깐의 방황이 있겠지만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의 뜻을 이룬다는 말이라고 했다.  대학 졸업후 바라는 직업은 외교관이다.외무고시에 합격,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자신처럼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것이 김양의 꿈이다.김봉상(61) 교장은 남매가 안쓰러웠든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생과 단둘이 살아가는 김양에게 삶의 나침반이 돼 줄 뜻있는 독지가가 나타났으면 더없이 좋겠다.”고 희망했다.  장상옥기자 007jang@seoul.co.kr
  • [사설] 개정교육과정 역사 외면 위험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고교 1학년 ‘역사’ 과목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꾸고, 2~3학년 선택과목에서 ‘한국문화사’를 제외하는 내용의 ‘2009 개정교육과정’을 이달 중 확정하기로 한 데 대해 역사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이번 개정교육과정이 역사교육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그대로 실행될 경우 역사교육이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현행 일선 고교의 역사교육은 1학년은 ‘국사’를 필수로, 2~3학년은 ‘한국근현대사’와 ‘세계사’를 선택과목으로 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2007 개정교육과정’에 의해 근현대 한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한 ‘역사’를 필수로, 2~3학년은 ‘한국문화사’ ‘동아시아사’ ‘세계역사의 이해’를 선택과목으로 적용할 예정이었다. ‘2007 개정교육과정’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할 역사 인식의 확립을 위해 역사교육 강화를 핵심으로 개정된 것인데 시행도 되기 전에 폐기될 처지가 돼 버렸다.‘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르면 고교 시절 내내 한번도 한국사 교육을 받지 않고 졸업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중학교 때 배우는 근대 이전의 한국사가 정규 교육에서 받는 최종 역사교육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올바른 역사관과 세계관을 정립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오로지 학생 개인의 흥미와 노력 여하에 역사교육의 운명을 내맡긴다는 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발상이다. 교육당국은 지금이라도 역사학계의 비판과 지적을 받아들여 역사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개정안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
  • 세계대백제전 교과서에

    세계대백제전 교과서에

    충남도가 내년 가을 개최하는 ‘세계대백제전’의 일부 프로그램이 내년 신학기부터 전국 공용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다. 세계대백제전조직위원회(위원장 최석원)는 2010년 국정교과서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세계대백제전의 핵심 프로그램인 ‘계백장군과 기마군단 행렬’이 소개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이천 도자기축제,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함평 나비축제와 함께 국어과 ‘제2단원 정보를 찾아서’편에 실릴 예정이다. 계백장군과 기마군단 행렬은 말 185필과 병사 150명이 참가, 웅장하고 위엄있는 퍼레이드와 퍼포먼스 형태로 계백장군 열무식과 출정식을 벌이는 것이다. 백제인의 힘찬 기상을 표현한다. 이 행렬은 2007년 백제문화제 때 처음 도입돼 핵심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백제문화제를 국제적인 축제로 키우기 위해 해외 20여개 도시를 초청하고 규모를 확대한 세계대백제전은 내년 9월18일~10월17일 한달간 공주시 고마나루와 공산성, 부여군 백제역사재현단지와 낙화암, 논산시 논산천 둔치에서 ‘700년 대백제의 꿈’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조직위 관계자는 “최근 한국교원대·서울대 국정도서국어편찬위원회에 관련 자료와 사진을 보냈다.”면서 “교과서 수록은 축제뿐 아니라 백제문화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현장 행정]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현장 행정]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해가 지면 거대한 코끼리와 티라노사우루스가 울부짖기 시작한다. 성경 속 ‘노아의 방주’의 한 장면처럼 수많은 동물이 쏟아져 나오고 주인공은 개관 시간 이전에 이를 되돌려 놓기 위해 매일 밤 목숨을 건다.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을 무대로 하고 있는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2’의 기발한 설정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도심 한복판의 박물관에서 이처럼 많은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자연사박물관은 워싱턴은 물론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등 전 세계 대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와 시민들에게 평소 접하기 힘든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자체를 교육의 장으로 삼기 위해서다.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얘기지만 서울 한복판에도 한국의 스미소니언을 꿈꾸는 박물관이 있다. 연희동 서대문구청 뒷길을 따라 오르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9일 오전 찾아간 박물관에는 체험학습을 나온 능동 초등학교 학생들과 인솔교사들로 가득차 있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로비에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모형이 버티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하늘에는 익룡 화석이, 벽면에는 수룡 화석이 전시돼 있었다. 김민서(10)양은 “그림책과 TV에서나 보던 공룡을 눈앞에서 보게 되니 가슴이 뛴다.”면서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보다 더 짜릿한 느낌”이라고 신기해했다. 박물관 곳곳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생명진화관에서는 생물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고 지구환경관에서는 우주의 탄생이 입체안경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졌다. 국내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좋은 매머드는 마치 살아 있는 듯 눈을 부릅뜨고 관람객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공룡화석과 동물박제 코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청와대 뒷길에서 잡혔다는 멧돼지 박제와 금방이라도 유리를 뚫고 나올 것 같은 북극곰 박제 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함께 온 어른들은 보석코너 앞에서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거대한 다이아몬드 원석과 휘황찬란한 각종 수정들은 여성 관객들의 발길을 묶어두기에 충분해 보였다. 학생들은 인솔해 온 이은경(32·여) 교사는 “매년 한두 차례 이 곳을 찾고 있는데 딴짓을 하는 학생들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큰 인기”라며 “특히 교과서 과학과목들과 연계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체험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2003년 개관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학교나 개인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계획하고 만든 자연사박물관이다. 매년 30여만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찾고, 다양한 기획전으로 재관람 관객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티켓 판매 등을 통한 자립도가 30% 수준에 달한다. 국립박물관의 경우 자립도는 10% 미만이다. 특히 전문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전시를 관리하는 학예사가 15명으로 수십배 큰 국립과천과학관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높은 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최근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바로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로봇 도슨트’다. 지식경제부에서 주관하는 IT기술 접목사업으로 총 7억원이 투입돼, 지난해 11월 개발이 시작됐다. 연말까지 시범운영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안내를 맞게 된다. 자율 주행시스템을 갖춘 도슨트 로봇은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부착된 스피커를 통해 공룡코너를 중심으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한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120㎝의 아담한 키다. 백두성 학예사는 “다른 박물관들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자연사와 첨단 과학이 합쳐져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초등학생 때부터 디자인개념 익힌다

    초등학생 때부터 디자인개념 익힌다

    내년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에 ‘디자인 과목’이 생긴다. 이번 디자인 교과서 개발·보급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4기에 도입한 ‘창의행정’이 공교육에 접목된 대표적 사례라는 의미를 지닌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국내 첫 초등학교 디자인 교과서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서울시내 5·6학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디자인 개념을 가르치는 수업을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디자인 교과서는 1년6개월의 작업 끝에 5억원을 들여 제작됐으며, 내년 2월까지 서울시내 585개 초등학교에 22만부가 무료 보급된다. 또 교사들을 위한 별도의 교사용 지도서도 배포될 예정이다. 내년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별 창의 재량 활동시간을 통해 연간 총 34시간의 수업이 이뤄진다. 학생들은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소재들을 통해 디자인의 개념을 익히고 실제 디자인 창작활동을 해 보면서 창의력을 기르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시는 설명했다. 교과서는 ▲디자인의 원리와 조형 ▲디자인과 생활 ▲디자인과 경제 ▲디자인과 사회 ▲디자인과 문화 ▲디자인과 미래 등 총 6개 단원으로 구성됐다. 일상 생활에 녹아 있는 여러 디자인 사례부터 디자인이 우리 소비생활에 미치는 영향, 디자인의 변천사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또 시는 디자인 교과서 전체 지면의 90% 이상을 사진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표지와 서체도 서울의 대표색 중 하나인 ‘단청빨간색’과 ‘남산체’를 적용해 자연스럽게 서울 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내년 1월 중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인재개발원에서 두 차례에 걸친 디자인 관련 연수를 실시해 교과서 활용방안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남승희 서울시 교육기획관은 “디자인 교육의 목적은 디자이너 양성이 아니라 학생들이 창의력을 키워 미래형 인재로 커 나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잘나가는 세 남자, 자존심을 노래한다

    잘나가는 세 남자, 자존심을 노래한다

    명품 브랜드 콘서트가 또 하나 탄생할까. 국내 가요계에는 조용필 하면 ‘필앤필’, 이문세 하면 ‘독창회’, 신승훈 하면 ‘쇼’ 등 명품으로 꼽히는 브랜드 공연이 있다. 또 하나의 명품 브랜드 공연이 탄생할 기미다.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손꼽히는 보컬리스트 3명이 뭉쳤기 때문이다. 바비 킴(36), 김범수(30), 휘성(27)이 그 주인공. 각각 솔, 발라드, 리듬 앤드 블루스를 대표하는 이들은 오는 25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무대에 함께 오른다. 공연 제목에서 이들의 자존심이 그대로 묻어난다. ‘더 보컬리스트’다. 서울 공연 앞뒤로 광주, 부산, 대구, 대전, 전주를 돈다. 흔한 조인트 콘서트와는 다르다는 게 이들의 설명. 한 가수의 순서가 끝나면, 다음 가수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이어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두 명씩 짝을 지어 듀엣을 이루고, 세 명이 한꺼번에 화음을 맞추기도 한다. 각자 4~6곡을 부르는 ‘마이 스테이지’, 듀엣과 합창을 뮤지컬 형식으로 꾸미는 ‘블루 로즈’, 세 명의 신나는 대표곡을 모은 ‘판타스틱 크로스 오버’ 등 구성도 다채롭다. 공연시간만도 3시간에 이른다. 김범수는 “요즘 음악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추세인데 우리는 독특한 자기 색깔을 지키는 독립군 같은 가수”라면서 “자기 색깔이 뚜렷한 우리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기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맏형인 바비 킴은 “색깔이 다르다고 하지만 비슷한 부분도 있다. 휘성의 리듬 앤드 블루스에는 솔의 느낌이 있고, 솔이 묻어나는 내 노래에는 범수의 팝적인 요소가 있다. 노래 스타일이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만나는 지점이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비염 등이 있어 노래하기 열악한 조건임에도 이를 극복한 멋진 보컬이라는 칭찬을 받은 막내 휘성은 “바비 형은 깊은 저음이 매력적이고 범수형은 날고 기는 높은 음역을 지녔다면 나는 중간 음역에 자신이 있다.”면서 “한국적인 깊이를 가진 ‘여우 같은 보컬’ 바비 형과 발성, 표현, 기교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룬 교과서 같은 범수 형에게 돈 안 내고 레슨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웃었다. 함께 소주 한 잔을 나누며 듀엣곡과 합창곡 레퍼토리를 골랐다는 이들은 서로 음악 색깔,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지만 연습할 때 조화가 잘 이뤄지고 마음이 꼭 맞았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신상화 감독은 “역량이 뛰어난 보컬리스트와 함께하게 돼 기쁘다. 음악팬들은 이번 쇼를 통해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각자 소속사 사정과 스케줄이 있어 이들 세 명이 내년에도 함께 모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보컬리스트’는 단발성이 아니라 (이후 멤버가 바뀌더라도)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 출연하는 브랜드 공연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4만 4000~12만 1000원.1544-1555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태안 기름유출 2주년] 방제인원·수거 오염물 꼼꼼히 촬영·기록 남부수협 청구액의 83% 보상받아

    [태안 기름유출 2주년] 방제인원·수거 오염물 꼼꼼히 촬영·기록 남부수협 청구액의 83% 보상받아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의 보상률이 7%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보상금을 제대로 챙긴 ‘똑순이’가 있다. 태안 남부수협이 ‘나홀로 감정’으로 변호사비용(보상액 6~10%)을 아꼈다. 남부수협은 2007년 12월10일~2008년 2월4일 주민 어선을 이용해 안면도 근처로 몰려온 타르를 제거했다. 68척의 배를 타고 거아도·지체도·울미도·삼도·목개도와 같은 섬지역 주변 해역을 찾은 주민들은 뜰채와 흡착포를 사용해 기름을 닦아냈다. 수협 직원들이 방제인원과 거둬들인 오염물을 꼼꼼히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 방제비 1억 3252만원을 청구했다. 국제기금은 남부수협의 방제활동이 기름 피해 확산을 막았다며 1억 1048만원(보상률 83%)을 지급했다. 어선 사용료에 선장 인건비가 포함됐다며 일부 청구액을 삭감한 것이다. 그래도 국제기금의 방제비 사정률인 62%보다 월등히 높다. 남부수협은 또 기름유출사고에 따른 어선·맨손어업 피해도 손해감정인이나 변호사 없이 나홀로 조사해 국제기금에 92억 992만원을 청구했다. 국제기금의 보상청구 매뉴얼을 교과서 삼아 조합원의 위판 내역, 면세유 구입내역, 선박 입출항 기록, 개인통장 사본 등 3년치 소득자료를 수집해 A4용지 10만장을 증거자료로 국제기금 측에 넘겼다. 국제기금의 보상지급이 6개월 이상 지연되자 조합원이 17억 3378만원을 무이자로 빌리도록 지원했다. 강학순 남부수협 조합장은 “수많은 감정기관과 변호사가 찾아왔지만, 그 비용을 내면 조합원 보상금이 줄어들 것 같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새로운 보상 길을 개척하기도 했다. 지난 10월12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국제기금 총회에서 이사회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로 손해를 입은 연소득 2400만원 이하 영세 민박업자에게 소득추계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영세업자는 피해 입증자료가 없더라도 국제기금 측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국제기금이 소득추계 방식을 적용해 보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민박업에 이어 맨손어업 등 무자료 피해주민으로 확대 적용하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바보’ 노무현이 남긴 미래의 민주주의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논쟁, 학술적 논쟁은 형태와 표현을 바꿔가며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그 탓에 이러한 논의는 정치인, 학자, 시민(사회)운동가가 아닌 다음에야 현실의 영역, 생활의 담론 바깥에서 진행되는 고담준론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하지만 진보, 보수 논의의 결과물은 교육, 보건의료 등 복지 문제와 세금, 일자리 등 경제 문제, 사회적 기본권의 제약 등으로 나타나며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고스란히 투영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진보의 문제, 보수의 문제를 조금 더 실사구시(實事求是)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러한 화두를 정면으로 던졌다. 여섯 달 전 대한민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며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그다. 시간이 흘러 국민들과 각계의 감정은 대충 추스려진 듯하다. 그가 지난 5월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꼼꼼히 써 내려 간 유작(遺作) 원고들이 ‘진보의 미래’(동녘 펴냄)로 묶여 나왔다. 이는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던지며 사회로 하여금 다시 그를 기억하게 만든다. 부제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가 말해주듯 책은 자신의 부족했음을 드러내고 대한민국 사회,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자 한다. 1부는 고인이 직접 쓴 육필원고를 그대로 수록했다. ‘국가의 역할’ ‘보수의 시대, 진보의시대’ ‘시민의 역할’ 등 시대의 화두를 다뤘다. 2부는 그가 ‘진보의 미래’를 집필하기 위해 참모진에게 구술한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퇴임 뒤 ‘진보주의 연구카페’를 주도한 사람이자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한 고인의 미완성 저서이다. 남은 연구자들이 ‘노무현이 꿈꾼 나라’를 더욱 고민하고 일반 시민들이 인터넷 사이트 ‘사람사는 세상’ 등에 올린 글 등을 더해 세 번째 책을 낼 예정이다. 그는 책 속에서 우리 사회가 ‘국가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고 말한다. 이념적이고 철학적인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이 아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속 문제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얘기해 보자는 것이다. 밑바닥에는 이미 보수진영에 의제 설정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는 진보세력 역시 보수의 주된 의제인 감세, 트리클다운(성장의 효과가 아래로 넘쳐 흐르는 현상), 규제 완화 등을 정면으로 다뤄 보자고 제안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책을 ‘보수주의에 비판적인 사람’이 아닌 ‘중립에 있거나 보수주의를 믿는 사람’에게 권하기 위해 쓴다고 밝혔다. 그만큼 보수와 진보 양측의 논리를 실증적이고 엄격하게, 근거를 갖고 접근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또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진보주의를 배신했다면 배신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며 자기검열적 질문도 던진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통영·거제시민 위안부문제 팔 걷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 청원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기록 영상물 제작 등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통영거제시민모임은 4일 거제시의회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거제시민 4300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은 서명명부도 청원서에 첨부해 냈다. 시민모임은 이날 결의안 청원서 제출과 관련해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두순(88), 김복득(92) 할머니가 참석해 결의안 채택을 호소했다. 시민연대는 결의안에 ▲일본정부의 위안부 문제 인정과 사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일본정부 전담기구 설치 ▲일본역사교과서에 위안부 피해 기술▲일본국회 및 대한민국 국회의 특별법제정 ▲한국정부의 적극적 외교협상 ▲치유와 복지 등을 위한 거제시의회의 지원 등 8개 항목을 담았다. 통영거제시민모임은 앞서 지난달 2일에는 통영시의회에 통영시민 3300여명의 서명명부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 청원서를 제출해 통영시의회가 같은달 30일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민 모임은 오는 15일쯤 경남도의회에도 결의안 채택을 요청하는 요청서를 내고 앞으로 경남도 내 20개 모든 시·군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곳은 지난 7월24일 대구시의회와 9월8일 경기 부천시의회 등이다. 한편 통영거제시민모임은 통영·거제가 고향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현재 3명 생존)의 영상과 사진 등을 수집해 120분 분량의 DVD를 만드는 작업을 지난 6월 말부터 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내년 1월쯤 기록 영상물 작업을 끝내고 시사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제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지뚫킥’ 윤시윤 “세경·정음 둘 다 굿~”

    ‘지뚫킥’ 윤시윤 “세경·정음 둘 다 굿~”

    그를 처음 봤을 때, 상큼한 풀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신인이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막상 대화해보니 ‘애어른’이 따로 없다. MBC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윤시윤(24)의 첫인상이다. 남녀노소에게서 열렬한 지지를 받는 ‘지뚫킥’의 윤시윤은 시트콤의 와일드하고 단순한 ‘정준혁’과 사뭇 달랐다. 깍듯한 예의는 기본이요, 방긋방긋 잘도 웃는 해맑고 진지한 청년이었다. 시트콤 한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윤시윤을 ‘지뚫킥’ 연기자 대기실에서 만나봤다. ◆“세경·정음 둘 다 좋아요” ‘지뚫킥’이 상한가인 요즘, 윤시윤과 신세경, 황정음의 러브라인은 대한민국에서 알 만한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관심사다. 과연 윤시윤이라면 누구를 택할까? 질문을 던지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 “진심으로 둘 다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자 “이상형이 밝고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정음이 밝은 성격을 가진 여자라면, 세경은 보호해주고 싶은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이 제 이상형의 성격을 하나씩 갖고 있으니…”라며 난감하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뚫킥’ 전개에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는 ‘야속하게도’ 끝까지 선택을 피해 아쉬움을 남겼다. ◆”‘제2의 정일우’ 꼬리표는…” 김동률의 뮤직비디오가 이력의 전부인 윤시윤은 ‘제2의 정일우’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뚫킥’에 캐스팅됐다. 김병욱PD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정일우와 비슷한 이미지를 찾다가 발탁했다는 전언이 증명하듯, 윤시윤은 외모 뿐 아니라 목소리와 대화 톤까지 정일우를 떠올리게 한다. 꼬리표가 기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그는 ‘쿨’하게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배워가는 입장에서, 시대의 아이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떠올려준다는 점이 매우 기뻐요. 이제는 관심보다 비교를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 더 열심히 해야죠.” 그는 단순히 정일우와 다른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른 말투를 쓰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꼬리표를 떼고 자신만의 색깔을 갖기 위해 제안한 답은 한가지다. “연기에 더 집중하고, 감독님이 연출한 역을 더 잘 소화해내려고 노력하는 거죠.” 교과서 같은 대답이지만, 동시에 이보다 더 정확한 답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거탑’의 김명민, ‘주먹이 운다’의 류승범을 꿈꾼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김명민을 롤모델로 지목한 윤시윤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가 김명민 선배님이예요. 드라마를 볼 때마다 감탄하지 않는 날이 없었어요.”라며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탐이 나는 배역으로는 영화 ‘주먹이 운다’에서 류승범이 열연한 ‘유상환’ 역을 꼽았다. 세상과 부딪혀 나가고, 꿈에 도전하고, 희망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배역을 꿈에 그린단다. 하고 싶은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24살의 신인 윤시윤. 현재는 어떤 일정도, 계획도 없이 ‘지뚫킥’에만 몰입할 거라고 말하는 그는 “동떨어진 모습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희망했다. 덧붙여 “아직 처음이라 부족할 뿐 아니라 성숙하지도 못해요. 지금은 훌륭한 선배님들에게서 열심히 배우고 있으니까, 지켜봐 주세요.”라며 겸손도 잊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기대 ‘1순위’ 파워신인인 윤시윤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여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사진=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상인 VJ bowwow@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광장] 한일합병 100년과 일본/이춘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일합병 100년과 일본/이춘규 논설위원

    한달 뒤면 한일합병 100년이 되는 2010년을 맞는다. 한국인은 지난 100년간 식민지 피지배민족에서 세계 15위(국내총생산 기준) 경제대국의 국민으로 감격적인 변신을 했다. 일본은 패전국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그 사이 양국은 피지배와 지배 국가에서 경쟁국이 됐다. 전자, 자동차, 조선 산업 등은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국은 이제 경쟁과 협력의 동반자 관계지만 숙제도 많다. 1965년 국교정상화 뒤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가해국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지도자들은 툭하면 과거사 왜곡이나 영토분쟁을 도발해 오고 있다. 과거사 청산을 말했다가 역사 망언을 되풀이한다. 교과서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상태서 한일합병 100년의 해를 앞두고 있다. 이제 일본이 선택해야 한다. 내년은 일본에 중요한 기회다. 아키히토 일왕이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등이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과거사 사죄를 하고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일 양국의 새로운 100년을 기약할 수 있다. 진정한 과거사 사과 없이는 일본이 세계의 지도국 자격을 갖추는 것도 요원하다. 최근 한·일 양국 언론인들이 참가한 세미나에서 일본 언론인들은 한일합병 100년이 되는 해를 앞두고 일본 내에서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움직임이 있으면 답하는 형식의 행동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일본인들도 유사하다. 반면 한국은 벌써 뜨겁다. 시민단체와 언론 등은 일본에 매듭청산을 요구할 전망이다. 그래서 일본의 대응과 선택이 주목된다. 일본의 선택은 한국 내 기류도 중요하겠지만 하토야마 정권의 향배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그런데 하토야마 정권이 집권 2개월을 겨우 넘긴 상태에서 벌써 고비를 맞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언론을 포함해 기득권 집단과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동맹관계인 미국과는 패전국의 멍에를 벗어나려는 시도 때문에 계속 삐걱거린다. 한국과는 역사문제 등으로 초기 유화국면이 변화될 조짐을 보인다. 현재 하토야마 정권은 지지율이 70%대에서 60%대로 급락하며 흔들린다. 이유는 첫째, 탈관료를 추진하면서 예산깎기를 강행해 관료집단의 저항이 거세다. 둘째, 하토야마 본인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현직 총리도 성역 없이 수사했던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1994년 정치자금 문제로 8개월만에 낙마했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의 전철을 우려하는 극단적인 소리도 들린다. 셋째, 일본경제 상황의 악화다. 물가가 떨어지며 경기가 악화되는 디플레이션이 선언됐고 기업들은 다투어 증자를 추진, 주가가 하락 중이다. 하토야마 불황이 우려된다. 급격한 엔고는 수출에 의존하는 일본경제를 직격한다. 자민당 정권이 지난해 경제위기로 위기를 맞자 반사이익으로 정권교체를 달성했던 하토야마 정권도 유사한 경제 문제로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하토야마 정권의 위기는 한일합병 100년 일본 정부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위기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에 유화적으로 나올 여력이 떨어진다. 국내 문제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강경하게 나올 수도 있다. 일왕의 방한 추진도 영향을 받게 된다. 하토야마 정권이 한·일관계에서 선택할 카드가 점점 좁아지는 기류다. 일본 내 극적인 분위기와 태도 반전을 기대하면 무리일까.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금천구 ‘녹색청사 교과서’

    금천구 ‘녹색청사 교과서’

    한때 ‘호화청사’로 불리며 눈총을 받았던 금천구 청사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 청사’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청사 설계 당시부터 준비된 여러 신재생에너지 시설 덕분에 에너지 절약과 예산 절감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구는 겨울철 에너지 절약 대책으로 ▲지열 및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 시스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야간 근무 시 개인용 발광다이오드(LED) 스탠드 사용 ▲점심시간 조명 자동 소등 ▲겨울철 적정온도(18~20℃) 유지 등 다양한 방안을 펼쳐 나가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우선 구는 겨울철 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 발생량이 적은 지열과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시스템을 이용, 난방비로만 연간 1000만원 이상을 절감하고 있다. 구 청사는 생태 면적을 30% 이상 확보해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늦가을과 초봄에는 지열과 태양열로만 청사 난방을 하고 있으며, 한겨울에도 전체 난방의 40% 정도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구 청사 12층에는 총용량 1㎾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 2기도 설치돼 있다. 도시가스에서 추출해 낸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연간 3000㎾h의 전력을 생산, 물을 60℃로 데우는 데 쓰고 있다. 야간 근무 시 조명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용 LED 스탠드를 사용하게 해 불필요한 전력 낭비도 막았다. 이를 통해 연간 1500만원 가량의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여기에 청사 내 겨울철 실내온도를 적정온도인 18~20℃로 유지하고,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오후 2~4시는 청사 난방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이외에도 빗물저수조를 활용해 수도세를 절감하고, 에너지 절약형 유리를 활용해 예산 절약 효과도 얻고 있다. 한인수 구청장은 “‘2005년 대비 4% 절감’이라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다양한 녹색 아이디어를 활용할 생각”이라며 “구의 대표적 생태자원인 삼성산과 금천한내(안양천) 간 생태 네트워크도 구축해 친환경 녹색도시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내이름은 버그파이 5번/백미숙

    [엄마와 읽는 동화] 내이름은 버그파이 5번/백미숙

    내 이름은 버그파이 5번. 벌레로 만든 파이가 아니다. 스파이 벌레라는 뜻이다. 비록 겉모습은 애벌레지만 하찮게 잎사귀나 갉아먹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특수 임무를 띠고 만들어진 위대한 몸이라 이거다. 그래봤자 버그, 벌레 아니냐고? 겉모습은 작은 벌레지만 내 몸 속에는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 그리고 내가 보고 듣는 것을 본부로 보낼 수 있는 송신장치가 있다. 나를 개발하는 데 몇 명의 박사가 몇 년 몇 달 몇 일을 연구했는지 모른다. 어디 그뿐인가? 내 앞에 수백 마리에 이르는 벌레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다. 버그파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다섯 번째, 나는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시험 단계를 거치기 위해 임무에 나섰다. 버그파이 작전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바로 나에게 달린 것이다. 나는 꽃집 진열장 안에 있는 국화꽃다발 속에 있었다. 몸을 숨기기엔 소국만한 게 없다. 백합이나 장미에는 숨을 곳이 별로 없다. 소국의 잎과 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면 쉽게 들키지 않는다. 어느 아줌마가 꽃집 문 안으로 들어와 꽃들을 들여다본다. “와, 예쁘다. 이건 얼마예요?” “요거는요?” 아줌마는 손가락으로 이 꽃 저 꽃을 가리키며 값을 물었다. 지갑을 꺼내 들여다보며 잠깐 망설이더니 소국 한 다발을 샀다. 꽃집 언니, 아니 사실은 우리 본부 비밀요원이 나를 꽃다발 안에 살짝 넣었다. 눈에 안 띄게 잘 숨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는 잎사귀와 비슷한 색깔에 아주 작아서 숨으면 절대로 들킬 염려가 없다. 버그파이 1번은 파리였는데 사람 집에 들어가자마자 파리채에 맞아 부서졌다고 한다. 그러니 나도 사람 눈에 띄면 큰일이다. 애벌레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까. 집에 도착한 아줌마는 꽃병에 국화를 꽂았다. 그러고는 식탁에 올려놓았다. “와, 예쁘다. 가을분위기 나네.” 하고 중얼거리더니 카메라를 가져다가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꽃병 옆에 찻잔을 놓아보기도 하고, 표지 그림이 멋있는 책을 놓기도 했다. 이 아줌마도 혹시 사람파이는 아닌지 모르겠다. 카메라에 잡힐까봐 나는 국화 줄기 뒤로 꽁꽁 숨었다. 우리 버그파이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또 있다. 그건 바로 살충제다. 버그파이 2번은 바퀴벌레였다고 한다. 날랜 데다가 어디든 잘 다닐 수 있어서 버그파이로 아주 훌륭했는데 어느 날 살충제를 맞고 그만 쓰레기봉투에 버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해충으로 버그파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살충제는 사람 몸에도 해롭다고 하니 내가 식탁 위에 자리 잡은 것은 참 행운이다. 설마 음식을 먹는 식탁 위에 살충제를 뿌리진 못할테니까. 나는 아줌마를 열심히 감시했다. 아줌마는 꽃병이 놓인 식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집 아저씨와 아이들이 나간 뒤에 아줌마가 신문을 보며 밥을 먹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아줌마는 내가 보는 것도 모르고 밥을 씹다가 흘리기도 하고, 방귀를 뀌기도 했다. 아마도 본부에서는 내가 보낸 영상을 보며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아줌마가 내 눈에서 사라져도 소리는 들린다. 아줌마가 친구와 전화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의 소리 탐지 마이크로 들어오니까. 아줌마가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줌마네 집안일 뿐 아니라 아줌마 친구, 친척네 일까지도 다 알 수 있다. 아줌마 동생이 인터넷 홈쇼핑을 통해 무엇을 샀는지, 아줌마네 친구들이 한 달에 한번하는 모임을 어디서 하는지 모두 들린다. 아줌마와 그 주변에 대한 모든 소식을 예민한 나의 소리 탐지 마이크에 다 담아서 본부로 보낸다. 본부에서는 벌써 아줌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가만 보면 아줌마는 좀 웃긴다. 아줌마네 아이가 학교 갈 때면 졸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면서 아줌마는 신문을 보다가 끄덕끄덕 졸기 일쑤다. 저녁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컴퓨터를 켜고 있으면 조금만 하라며 끌 때까지 잔소리를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의 몇 배를 아줌마가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걸 나는 다 알고 있다. 아니 우리 본부에서는 다 알고 있다. 우리 본부가 버그파이를 개발한 목적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므로 나, 버그파이 5번은 이제 성공한 셈이다. 나는 본부에서 시킨 대로 아줌마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는데, 살펴본 뒤에는 어떻게 될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원래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만들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만 국화잎의 쌉쌀한 냄새가 옆구리의 숨구멍으로 솔솔 들어온다. ‘하찮은 잎사귀 따위를 먹을 수는 없다. 나는 위대한 버그파이 5번인 것이다.’ 이렇게 외쳐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내 앞에서 뭔가를 자꾸 먹어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다. 나도 모르게 입을 오물대며 잎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잎사귀는 맛도 괜찮다. 나는 잎들을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국화 잎이 점점 없어졌다. 내가 먹어치우기도 했지만 시들어 먹을 수 없는 것도 많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줄기 위로 올라가 꽃잎을 먹었다. 꽃잎은 잎처럼 쌉싸름한 맛이 나면서 향긋했다. “아니 이게 뭐야?” 가까이서 큰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아줌마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벌레잖아! 준영아, 이리 와 이것 좀 봐.” 아줌마가 큰소리로 아들을 불렀다. 드디어 나는 들켜버린 것이다. “이 벌레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작은 벌레였는데 우리 집에 와서 크게 자란 거 같아. 처음엔 안 보였잖아.” 아줌마와 아들은 나를 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은 무척 커져 있었다. 처음 이집에 왔을 때의 네다섯 배는 되는 듯싶었다. 이제 들켰으니 내 임무는 여기서 끝인가? 무사히 본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버그파이 3번은 무당벌레였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귀여운 모습의 벌레로 개발됐다. 들켜도 파리나 바퀴벌레처럼 죽는 일은 없도록. 채소가게에서 열무 단에 묻어 사람 집에 들어가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런데 인정 많은 그 집 아이가 꽃밭에 놓아준다고 바로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임무에 실패했다는 거다. 버그파이 3번에 비하면 나는 꽤 오래 버텼다. 아줌마는 카메라를 가져다가 꽃잎을 갉아먹는 내 모습을 찍었다. 이쪽 꽃에 뒷발을 걸치고 저쪽 꽃으로 건너가는 모습도 찍었다. 이 덩치로는 어디 숨지도 못한다. 내 몸을 가려줄 만큼 큰 잎도 없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나는 놀라서 몸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아주 기분이 나빴다. 누군가가 나를, 내가 하는 행동을 구경하는 건 참 언짢은 일이었다. 아줌마의 행동을 우리 본부 사람들이 다 보았다는 걸 알면 아줌마 마음은 어떨까? “식탁 위에 까만 게 떨어져 있기에 뭔가 했더니 벌레 똥이었나 봐.” “윽! 똥! 더럽게 식탁에…. 엄마, 벌레 얼른 밖에 버려.” 아들의 말에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를 밖에 버리라는 말 때문이 아니라 내가 똥을 쌌다는 사실 때문에. 그럼 나, 버그파이 5번은 먹고 똥도 싸고 몸도 자라는 살아있는 벌레였던 거야? “야, 불쌍하잖아. 밖에 버리면 추워서 얼어 죽을 거야. 곧 나뭇잎도 다 떨어지면 먹을 것도 없을 텐데. 저도 살아 있는 생명이라고 열심히 이만큼이나 자랐는데.” 내게는 더 이상 아줌마와 아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버그파이 4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같이 애벌레였던 버그파이 4번은 분명 시험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본부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다. 꽃집 언니가 나를 데리러 올 리도 없고, 내가 이 집에서 탈출한다고 해도 본부로 가는 길을 모른다. 내가 버려진 것처럼 그 애도 버려졌던 거다. 맛있게 먹던 꽃잎도 더 이상 먹기 싫어졌다. 그냥 아줌마를 엿보고 그것을 본부로 보내는 일이 내 임무라면서 내가 벌레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안 써줬다. 아니 내가 살아 있는 벌레라는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걸 가르쳐준 건 바로 아줌마다. “널 어쩌면 좋니? 곧 겨울인데 언제 번데기 짓고 나비인지 나방인지로 깨어날 거니? 참 딱하다.” 아줌마의 이야기대로라면 나는 지금 이 상태가 아닌 또 다른 뭔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아줌마한테 미안해졌다. 내가 얼마나 아줌마를 창피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나를 파리채로 때리지도 않고, 살충제를 뿌리지도 않고, 밖에 내다 버리지도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버그파이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줌마네 집에 불이 꺼져 깜깜한 밤에 나는 조용히 내가 살던 꽃병에서 내려왔다. 식탁을 타고 기어서 또 아래로 내려갔다. 따뜻한 바닥을 기어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는 곳을 향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처음 이 집에 오던 날, 좁은 마당에 잎이 많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가려는 곳이다. 거기 가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게 될 것 같다. 나는 신발들 사이를 지나 찬바람이 불어들어오는 틈으로 빠져나갔다. ●작가의 말 집에 꽂아놓은 국화꽃 화병에서 제법 자란 애벌레를 발견했다. 벌레가 징그러웠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어쩌지 못해, 잎과 꽃을 갉아먹으며 제 몸을 불린 벌레가 가엾어서 그대로 두고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벌레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어딘가로 숨어들어서 번데기를 짓고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 벌레를 보며 상상한 것을 동화로 만들었다. ●약력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꽃은 흙에서 핀다’로 당선했다. 제7차 교육과정 2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에 동화 ‘오른쪽이와 동네 한바퀴’가 실렸다. 저서:오른쪽이와 동네 한바퀴, 감자는 약속을 지켰을까?, 작은 숲이 된 의자, 코끼리 때문이라고? 등.
  • 해외 빅밴드 몰려온다

    해외 빅밴드 몰려온다

    갖가지 록 페스티벌이 지난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었다면, 이번 연말연시는 거물 밴드들이 잇따라 내한해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한국 음악 팬과 직접 대면하는 밴드들이 수두룩해 비상한 관심을 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밴드’로 꼽히는 건스 앤 로지스(GNR)가 가장 먼저 포문을 연다. 새달 13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GNR가 한국을 찾는 것은 결성 24년 만에 처음이다. GNR는 한때 트레이시 건스와 LA건스를 만들었던 액슬 로즈(보컬)를 중심으로 라면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슬래시(기타), 이지 스트래들린(기타), 더프 매케이건(베이스), 스티븐 애들러(드럼)가 뭉쳐 1985년 결성됐다. 1987년 데뷔 앨범 ‘애피타이트 포 디스트럭션’을 통해 ‘웰컴 투 더 정글’, ‘패러다이스 시티’,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 등을 히트시키며 스타덤에 올랐다. 드러머를 바꾸고 키보디스트 디지 리드를 영입해 1991년 내놓은 두 장짜리 앨범 ‘유즈 유어 일루전’에서는 ’돈트 크라이’와 ‘노벰버 레인’, 영화 ‘터미네이터2’ 주제가 ‘유 쿠드 비 마인’ 등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GNR는 단숨에 최고 밴드의 자리에 올랐다. 음악 팬들의 가슴을 자극하는 발라드도 빼어났지만, 정통 하드록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주며 세계를 주름잡았던 GNR는 그러나, 1993년 이후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가며 깊은 잠에 빠졌다. GNR가 다시 꿈틀댄 것은 지난해. 로즈가 새로운 멤버들로 새 GNR를 꾸려 신작 ‘차이니스 데모크라시’를 발표했던 것. 1993년 리메이크 앨범 ‘스파게티 인시던트’ 이후 무려 15년 만이었다. 아쉽게도 로즈와 슬래시의 콤비 플레이를 맛볼 수 없지만, 록 공연에서는 보기 드물게 외국 스태프만 70명이 입국하고, 무게가 70t에 달하는 장비가 공수될 예정이라 벌써부터 역대 외국 밴드 내한 공연 가운데 최고 공연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설의 그루브 황제’ 미국 펑크(Funk) 밴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WF)가 뒤를 잇는다. 17일 오후 8시 서울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다. 이들 역시 결성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1971년 데뷔한 EWF는 아프리카, 라틴, 디스코, 펑키, 솔, 리듬 앤드 블루스, 재즈 리듬까지 총망라하며 혁신적이면서도 빈틈이 없는 사운드로 지구 상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겨운 음악을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셉템버’, ‘부기 원더랜드’, ‘애프터 더 러브 해즈 곤’, ‘레츠 그루브’ 등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명곡. 미국의 양대 대중음악상인 그래미상 10회, 아메리칸뮤직어워드 4회 수상에 빛나는 EWF는 흑인 음악의 선구자, 음악의 교과서로 추앙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9000만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새해 첫 순서는 감성적이면서도 강렬하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 깊이 있는 노랫말로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브리티시록의 간판인 뮤즈의 몫이다. 새해 1월7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무대에 오른다. 현재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밴드인 만큼, 이번 방문은 처음이 아니라 세 번째다. 매튜 벨라미(기타·보컬), 크리스 볼첸홈(베이스), 도미니크 하워드(드럼) 등 3인조로 결성된 뮤즈는 1999년 앨범 ‘쇼비즈’로 데뷔할 당시 라디오 헤드의 ‘짝퉁’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2003년 3집 ‘앱솔루션’이 대성공을 거두며 아우라를 가진 밴드로 거듭났다. 2006년 4집 ‘블랙 홀스&레블레이션스’는 발매 일주일 만에 전 세계에 110만장 가까이 팔려나갔고, 지난 9월 발매한 새 앨범 ‘더 리지스턴스’도 현재까지 140만장이 판매됐다. 뮤즈는 국내에도 충성도가 높은 골수팬들이 상당히 많은 편. 팬들이 ‘1-2-1-3’ 박수를 치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스타라이트’, 국내 휴대전화 광고에 삽입된 ‘타임 이즈 러닝 아웃’, 영화 ‘트와일라잇’에 삽입된 ‘슈퍼매시브 블랙홀’ 등 대표곡을 연주하며 장엄하고 드라마틱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새해 1월18일 오후 8시에는 네오 펑크(Punk)의 맏형 그린데이가 역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무대에서 국내 팬들을 열광시킬 예정이다. 역시 첫 내한 공연이다. 빌리 조 암스트롱(보컬·기타), 마이크 던트(베이스), 트레 쿨(드럼) 등 3인조로 꾸려진 그린데이는 1994년 메이저 데뷔 앨범이자 통산 3집인 ‘두키’로 세계 대중 음악의 흐름을 바꿨다. 얼터너티브 록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바스켓 케이스’, ‘웬 아이 컴어라운드’ 등을 히트시키며 1970년 대 이후 펑크 붐을 다시 일으킨 것. 이른바 네오 펑크 시대를 열며 국내 인디 록 신의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예전 성공에 견줄 만한 작품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2004년 미국 부시 행정부를 꼬집는 7집 ‘아메리칸 이디엇’이 그래미상에서 최우수 록 앨범으로 선정되고 전세계적으로 1500만장이 팔리는 등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지난 5월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트웬티퍼스트 센추리 브레이크 다운’으로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할까말까’ 오바마·“일단 해봐” 부시

    ‘할까말까’ 오바마·“일단 해봐” 부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오바마는 장고(長考), 부시는 직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중한 정책결정 스타일은 직감과 배짱에 상대적으로 많이 의존했던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과 비교돼 관심을 모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6일 분석,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시간이 걸려도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모습에 대해 신중하다는 평가와 함께 우유부단하고 실기(失機)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중 “나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결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배짱과 결단력에 따라 판단하는 스타일”이라고 자랑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결정 스타일에 대해 “감정이 아닌 정보에 근거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지극히 신중하고 조직적이며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정책결정 스타일은 다음 주 발표를 앞둔 아프가니스탄 전략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스탠리 매크리스털 주 아프간 사령관으로부터 증병 건의를 받은 뒤 석달째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 회의를 수없이 주재하며 다양한 방안들을 놓고 토론을 계속 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 현안들에 대한 결정에 앞서 각료와 주요 참모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은 화두를 던져놓고 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빠짐없이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 뒤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결정하기 전까지는 난상토론을 거치되 일단 결정을 하면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인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조지워싱턴대에서 안보정책결정 과정을 가르치고 있는 로런스 윌커슨은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은 텍사스, 와이오밍 출신 전형의 카우보이 스타일에 비밀주의 경향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결정 스타일은 부시 행정부때와는 완전히 정반대”라고 말했다. 대통령학을 강의하는 조지타운대 스티븐 웨인 교수는 “오바마는 부시처럼 본능에 의존해 정책을 결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며, 직감이 아닌 머리(이성)로 결정한다.”고 비교했다. 하지만 체니 전 부통령 등 보수진영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나치게 신중하고 결단력 없어 보이는 정책결정 스타일이 유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아프간전에서 승리할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진보 진영도 오바마가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타협적으로 변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대통령이 위험을 감수하길 꺼린다는 비판도 있다. 오바마의 새로운 스타일에 익숙해지는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mkim@seoul.co.kr
  • ‘환경과 녹색성장’ 교과목 입학사정관제 평가척도될 듯

    2011학년부터 ‘환경과 녹색성장’이 고등학교 과목으로 신설돼 내신은 물론 입학사정관제의 평가항목에 포함될 전망이다. 당장 수학능력시험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2012학년도부터는 수능시험에 출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구상을 밝힌 뒤 15개월만에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존의 ‘생태와 환경’ 과목을 대체할 새 과목으로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교과부는 최근 마친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다음달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며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확정안을 내놓겠다고 23일 밝혔다. 현재 고교 1학년은 2011년부터, 중 3학년은 2012년부터, 중 2학년은 2013년부터 개정 교육과정을 채택할 수 있다. 지난해 ‘생태와 환경’을 선택한 고교는 37%였다. 이와 관련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성패를 검증하지도 않고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신설되는 과목이 기존 환경 교육에 경제 개념을 도입한 과정으로 시의적절한 개편이라는 의견도 있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경제 개발, 환경산업을 통한 경제 성장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교육과정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과 녹색성장은 교양과목으로 신설 첫 해에는 수학능력시험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통합교과적인 측면이 강하고 시사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입학사정관 체제의 대학입시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척도로 활용된다. 또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들도 학생들을 선발하면서 ‘녹색성장’ 관련 교내외 활동에 점수를 줄 가능성도 크다. 과목명에 현 정부의 지향점을 담은 ‘녹색성장’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듯이 새 교과서는 내용에서도 정책을 설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범국가적인 정부 추진사업인 스마트그리드 사업과 그린 IT 사업, 신재생 에너지, 생태 관광 등에 대해서도 단원을 신설해 설명을 할애한다. 교육과정 개발 단계에 참여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여론조사를 한 결과 포함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초등교과에 도움되는 추천도서

    초등교과에 도움되는 추천도서

    홈스쿨링을 시도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어떤 책을 선택할지다. 학년별로 교과와 연결이 되면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면 된다. 미리 추천도서 목록을 주고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2~3권의 책을 직접 고르게 하면 아이의 자발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은 스토리를 자세하게 풀어주는 글에 익숙하다. 그래서 이야기 구조가 탄탄한 초인적인 영웅담을 다룬 신화나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판타지, 과학을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룬 과학동화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책 한 권을 읽고 흥미를 보이면, 관련 도서를 추천해 경험의 폭을 넓혀 주는 게 좋다. 호기심이 왕성한 3~4학년에게는 그림과 사진을 많이 담아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이 좋다. 사회 과목에서 배우는 지역의 문화재, 고궁, 민속놀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옛 생활도구 등과 관련해 간접경험을 쌓게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과학교과서 3단원 ‘지층을 찾아서’나 4단원 ‘화석을 찾아서’를 학습할 때 제이콥버코위츠가 지은 ‘과학인 된 흔적, 똥화석’을 읽히면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똥이 화석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똥을 통해 알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마찬가지로 공룡이 등장하는 영화 ‘쥐라기 공원’ 시리즈와 3D 영화인 ‘다이너소어’ 등을 함께 보며 지층과 화석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흔히 아이들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는 것을 보고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습에 대한 흥미는 의외의 곳에서 시작될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집중력과 스스로 관련 내용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첫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응원해 주는 게 효과적이다. 5~6학년이라면 ‘도구의 발달 과정’과 같은 인류의 생활사와 역사와 관련된 내용의 책처럼 어떤 맥락을 담고 있는 책이 좋다. 위인전이나 자서전은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통해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 고학년이 되면 사고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교과목간 연결고리를 찾는 능력도 길러진다. 교과목 간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할 때라는 얘기다. 역사책과 지리책을 함께 읽히면 역사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 시대별 지도를 담은 지도책을 선물하면 아이는 역사책이나 역사소설을 읽으면서 당시 국경선을 그리며 지도와 맞춰 보는 재미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때 창의력이 길러진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눈높이 교재가 스스로 공부습관 만들죠

    눈높이 교재가 스스로 공부습관 만들죠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휴교나 결석 등의 조치로 집에 머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교를 결석하면 일주일 정도는 수업을 빠지는 게 예사다. 완치되고 학교로 돌아가도 뒤처진 학업진도를 헐레벌떡 따라가야 한다. 방학이 다가오면서 다른 때처럼 학원을 보내야 할지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집에 있는 아이를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홈스쿨링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 눈높이에 맞춘 홈스쿨링을 하려면 우선 연령을 고려해야 한다. 아직 공부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딱딱한 형식의 학교 교과서를 내밀거나 고학년 아이를 너무 어린애처럼 취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우리독서논술 이언정 선임연구원은 23일 “저학년의 경우에는 학업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학습 습관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린이들의 생활을 바탕으로 삼은 생활동화나 학교, 공부, 친구 사이의 우정을 그린 책을 함께 읽으면서 학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유지시키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수학·과학 같은 과목도 도감과 그림 등을 담은 초보적인 도서를 활용해 설명할 수 있다. 시계보기, 식물 기르기, 실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의 흥미를 유도하는 게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그릇에 물을 떠놓고 물건을 빠뜨리는 실험을 통해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익히거나, 소금물 등을 만들면서 포화용액의 원리를 이해시킨다면 학습효과도 내면서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 ●연령 맞는 부교재로 학습활동 다양하게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학업에 대한 나름의 습관이나 요령을 터득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쉬는 동안 교과와 관련된 책을 읽히면서 학업을 이어가게 하거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기회로 삼게 하면 학습에 도움이 된다. 싫어하는 과목에 대한 흥미를 북돋아줄 기회이기도 하다.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시·수필 등의 원문을 담은 책이나 과학 원리를 발명해 낸 과학자들의 위인전은 학교 과목에서 배운 내용과 연결되는 부교재라고 하겠다. 특히 초등 4~5학년은 한국지리와 한국문화에 대한 내용을 배우고, 6학년은 한국사를 배우므로 역사 및 지리에 대한 책을 권하는 게 좋다. 신문과 방송 뉴스를 보고 사회과목에서 배운 개념과 비교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을 나누면 아이의 사고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문제의식도 생겨 인지력과 문제 해결력을 길러 준다. 공부하는 것이나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학습만화나 스포츠 등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중심으로 주의를 끄는 방법도 써볼 만하다. 연령에 맞춰 홈스쿨링의 부교재를 선택하고 내용을 정했다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할 차례다. 이참에 집을 공부하는 분위기로 쇄신한다는 목표를 세워도 좋다. 홈스쿨링 학습법을 소개한다. ●독서일기·독서레터·독서만화 홈스쿨링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가 책 읽기에 흥미를 붙이고 능동적으로 읽기 시작한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책을 읽은 뒤 내용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서일기는 책을 읽은 뒤 느낀 생각을 일기로 쓰는 활동이다. 독서레터는 책 속의 인물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것이다. 독서만화는 책으로 읽은 내용을 직접 상상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연령과 아이의 취미에 맞춰 다양한 피드백 활동을 펼 수 있다. 꾸준히 하면 고등학생이 됐을 때 대입을 위한 논술에도 익숙해지기 쉽다.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아이에게 일정 분량을 30분 정도 읽히고 5분 정도 시간을 정해 내용을 정리하게 하는 일부터 서서히 시작하는 것도 좋다. ●가족들만의 토론회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가족이 함께 모여 대화할 시간도 넉넉해진다. 이 시간을 활용하는 비법 가운데 하나는 온 가족이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회를 여는 것이다. 관심 있는 사회 이슈를 하나 선정해 토론을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논리적인 발표력을 기를 수 있다. 자기와 다른 입장을 이해하는 배려심까지 키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부모들에게는 평소 자녀가 갖고 있던 생각과 속마음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TV뉴스나 신문을 함께 보고 그 가운데 한 가지 사안을 놓고 서로 의견을 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딱딱한 뉴스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아이라면, 신문 사진에서부터 출발하는 것도 좋다. 신문의 사진설명을 감춘 채 사진만 보고 어떤 상황인지 추론해 보도록 유도하고, 이후 사진설명을 보고 어떤 사안인지 부모가 설명해 주는 방법이다. 사진을 보여준 뒤 일정 시간을 주고 기사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사진의 내용을 추론할 수 있게 하면 아이들이 퀴즈처럼 느껴 흥미를 갖게 된다. ●속담놀이·끝말잇기·빙고게임 학습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녀라면 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유익한 속담을 선정해 뜻은 무엇인지, 유래는 어떻게 되는지, 유사한 내용의 사자성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퀴즈로 묻고 답하는 놀이인 속담놀이가 한 예이다. 뜻을 모르는 속담을 문제로 낸 뒤 상상력을 발휘해 설명하다 보면 창의력도 기를 수 있다. 아이가 내놓은 오답에 대해서도 함께 웃어 주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물어 보는 인내심이 필수다. 심심풀이로 하는 끝말잇기도 훌륭한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라면 책을 옆에 놓고 끝말잇기가 막혔을 때 들춰보도록 허용하면, 낱말을 찾다가 책과 익숙해질 수 있다. 끝말잇기가 끝난 뒤 아이가 처음 익힌 낱말로 문장을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가로 5칸, 세로 5칸으로 된 마방진 안에 중요 낱말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쓰고 번갈아 가며 순서대로 지워 나가는 빙고게임도 어휘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학습법이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를 제시어로 주면, 사과·난쟁이·거울·사냥군 등의 단어로 빙고게임을 하는 것이다. 책을 읽은 뒤 책에 나온 소재로 빙고칸을 채워도 집중력을 키우기에 좋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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