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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학부모 불안… 사교육 되레 확대 조짐

    현재 고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를 수준별 A·B형의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시험이 지난 17일 처음 실시된 직후 학교와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사설입시기관들은 새로운 입시정책이 또 다른 사교육을 낳는다는 통념을 입증이나 하듯 실제 수능과 동일한 등급 커트라인까지 서비스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일선 학교도 수준별 학생 지도방법을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크게 달라진 수능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18일 학원가는 일제히 ‘2014 수능 대비 모드’로 들어섰다. 입시전문업체 V사는 시험이 끝난 직후 ‘5·17 예비평가 풀 서비스’를 마련, 실시간 등급 커트라인을 제공했다. 이 업체가 밝힌 원점수 기준 1등급 커트라인 점수는 국어 A형 95점, 국어 B형 91점, 수학 A형 48점, 수학 B형 53점이다. 예비 수능이 새로운 시험 유형을 학생들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로 개인별 성적을 매기지 않지만 입시업체들은 학생들의 불안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다. 대전의 고교 2학년생 오현욱(17)군은 “성적표가 나오지 않으니 내 수준을 알 수 없어 학원 홈페이지에 가입해 커트라인을 찾아봤다.”면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부 방법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2014학년도 수능을 위한 입시 설명회도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교육업체 E사는 ‘2014 입시 레이스는 지금부터 시작됐다.’는 문구를 내세워 고교 2학년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19일 가질 입시전략 설명회를 홍보했다. A형과 B형 사이 난이도 차가 컸다는 분석에 따라 당장 수준별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학교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서울 지역의 한 고교 교무부장은 “당장 학생들에게 A·B형을 선택하게 하고 나눠서 가르칠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는 더 어려운 B형에 맞춰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영혜 서울 국제고 교사도 “교과서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출제된 만큼 새로운 수능에 맞춰 수업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사교육 업체의 움직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교과부는 당초 시범지역인 대전·충남 외의 학교에서도 학교장 재량으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던 것을 ‘예비 수능 이후 사교육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시험을 보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교육업체가 예비수능을 실제 수능과 똑같이 받아들여 입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우려해 방침을 바꿨는데도 취지와 달리 사교육업체가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금현진 외 글, 이우일 그림, 사회평론 펴냄) 동북공정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배우는 국사. 어려워서 아이들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유명만화가의 그림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최근 교과서의 변화를 역사책에 반영해 놓았다. 각 권 1만 2000~1만 3000원. ●구름 공항(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베틀북 펴냄) 용, 토끼, 사자를 닮은 구름을 보면 하늘 어딘가에서 그런 모양으로 찍어내는 공장이 있을 것 같다. 작가가 그런 상상력을 아름답고 꼼꼼한 그림으로 보여준다. 글씨 없는 그림책으로 읽어줄 때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1만 2000원. ●신나는 수요일(안느 베르티에 글·그림, 김소희 옮김, 뜨인돌어린이 펴냄)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사람얼굴, 물고기, 기차, 비행기 등을 만들어 내면서 도형을 배우고, 수학적 사고를 자연스레 익힌다. 1만 1000원.
  • 국어-난이도차 커, 수학-기존과 비슷, 영어-듣기 비중↑

    국어-난이도차 커, 수학-기존과 비슷, 영어-듣기 비중↑

    17일 시행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시험은 성적보다는 경향과 새로운 유형에 초점이 맞춰졌다. 학생과 교사들이 ‘수준별 시험’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입시 전문가들은 A형과 B형의 난이도 차가 생각보다 컸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문제유형 역시 B형에 집중됐다. 국어 A형은 지문 길이가 기존에 비해 크게 짧아졌고, 수학은 세트형 문항이 첫선을 보였다. 영어 A형은 실용영어 중심으로 출제된 반면, B형은 학술영어의 소재와 지문이 활용됐다. 국어 A형은 현 수능보다 현저하게 난이도가 낮았다. 반면 B형에서는 범위가 고3 과정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용어나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현 수능과 2014학년도 수능의 출제 영역이 바뀐 것도 새 유형에 영향을 미쳤다. 유종현 심석고 교사는 “듣기와 화법으로 바뀌고, 어휘어법이 문법으로, 쓰기는 작문, 비문학은 독서 등으로 바뀌면서 문제 유형이나 구성비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지문 내에서 A형과 B형의 질문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조절한 사례도 있었다. 예컨대 고전시가 어부사시사를 제시한 뒤 A형은 현대어 풀이를, B형은 고어를 그대로 묻는 문항이 대표적이다. A형은 언어영역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것으로 꼽히는 과학기술 관련 제시문은 아예 사라졌고, 지문은 전반적으로 짧아졌다. 이관영 인천 인항고 교사는 “지문 대부분이 교과서에서 많이 접했던 작품들이지만, 유형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을 갖고 있다.”면서 “교과서 중심의 수업이 필수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학은 기존 수능과 큰 차이점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상황을 주고 각기 다른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야 하는 ‘세트형 문제’가 A·B형 모두에서 새롭게 선보였다. A형의 12·13번이 수학의 행렬과 그래프 단원, 미적분과 통계 기본의 통계 단원에서 출제됐다. B형의 8·9번 문항은 주어진 두 지수함수의 그래프를 이용하는 세트 문항으로 나왔다. 유석용 서울 서라벌고 교사는 “A형은 단원별로 고루 출제해 기본 개념을 확인하는 수준”이라며 “기출 문제와 유사하거나 변형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B형 역시 기출 문제의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대수적으로 접근하던 문제에서 그래프나 직관적 사고력을 시험하는 등 약간 발전된 형태들이 곳곳에서 보였다.”고 덧붙였다. A형과 B형 공통적으로 출제된 문항 5개는 변별력을 고려한 듯 A형 수준에서는 약간 어려웠다. 입시전문 학원인 이투스청솔 측은 “A형과 B형이 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수준별로 문항 출제를 달리한 점이 특징”이라면서 “예를 들어 행렬의 계산 등을 묻는 문항에서 A형은 기본 개념 위주로 쉽게, B형은 약간 난도가 있는 수준의 문제를 출제했다.”고 분석했다. 영어는 현 수능과 달리 듣기평가 비중이 컸다. 전체 문항이 기존 50문항에서 45문항으로 줄어든 반면 듣기 평가는 17문항에서 22문항으로 늘어났다. 가장 큰 차이점이다. 평가원 측은 “A형은 실용영어, B형은 기초 학술영어의 소재와 지문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A형이 영어, 영어I의 수준에서 출제된 반면 B형은 영어II, 독해와 작문, 심화영어회화 수준까지 모두 포함됐다. 현 수능과 다른 유형은 특별히 눈에 뜨이지 않았다. 하늘교육 측은 “B형의 경우에는 현 수능에서 비교적 쉬운 문항들이 아예 출제되지 않았다.”면서 “전반적으로 중하위권 학생들이 듣기평가에 약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A형, 기본개념 알면 풀어… B형, 문제배치 달라 당황”

    2014학년도 예비 수능을 치른 고 2학생들은 수준별 시험인 만큼 체감 난이도는 달랐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 유형과 개념이 많이 출제됨에 따라 공통적으로 “생소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국어·영어·수학 영역에서 기존 수능보다 쉬운 A형을 선택한 학생들은 “기존 수능보다 문제가 쉽고 간단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의 고2 정지원(16)양은 “수학 A형은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면서 “뒤쪽으로 갈수록 기존 모의고사랑 비슷한 수준의 어려운 문제도 있었지만 앞부분 문제들은 대체로 간단했다.”고 말했다. 국어A형 문제를 받아 본 최일영(17)군도 “마지막 과학 지문을 빼고는 대체로 지문도 짧고 시나 소설은 교과서에 나온 작품이 그대로 실려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B형을 택한 학생들은 당황했다. B형은 기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했다고 밝혔지만 문제 배치가 달라졌고 새로운 유형이 나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그동안 보던 모의고사와 문제 배치도 달라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시험시간에 맞춰 문제지를 받아 본 다른 지역 학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국어 B형을 본 서울 경동고 2학년 임모(17)군은 “시험지를 펼치자마자 앞에 화법, 작문, 문법 문제들이 연달아 나와서 초반부터 어렵게 느껴졌다.”면서 “듣기평가가 없어져서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수능이나 모의고사와 달리 EBS 교재와 연계되지 않은 탓에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더 높았다. 2014학년도 수능을 대비하는 EBS 교재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새 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출제된 까닭에서다. 서울 경복고 박모(17)군은 “기존 모의고사는 EBS 교재와 비슷했지만 이번 문제는 한 문제를 여러 개념으로 푸는 세트형 문제가 나와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수준별 수능 생소하고 어려웠다”

    현재 고교 2학년부터 도입될 ‘수준별 A·B형’의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학교 현장에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7일 처음 실시한 2014학년도 수능 예비시험을 치른 고2 학생들은 새로운 문제 유형과 경향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체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부 방법도 아예 달라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교사와 학생들의 혼란은 상당 기간 불가피할 것 같다. 새 수능 체제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평가원은 이날 시범 지역인 대전과 충남 지역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예비수능을 실시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학교에서 문제지를 공개했다. 성태제 평가원장은 “예비시험은 새로운 수능 형태로는 처음 문제를 선보이는 것으로, 핵심적이면서 기본적인 내용을 출제해 학생들이 새 수능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2014학년도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3과목을 난이도에 따라 A·B형 두 가지로 구분하고 수험생들이 선택해 응시하는 수준별 시험이다. 입시 전문가와 학생들은 시험 수준에 대해 당초 평가원의 발표대로 A형은 현 수능보다 쉽게, B형은 현 수능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모든 과목에서 용어나 개념, 문제 유형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생소한 문제들도 등장했다. A형과 B형의 난이도 차이가 크게 벌어져 학습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조영혜(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 국제고 교사는 “교육과정에 충실하고 교과서 중심의 문제가 나온 것은 맞지만,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나와 어렵게 느끼는 학생이 많았다.”면서 “교실 수업이나 공부법 자체가 문제 풀이보다는 교과서의 기본에 충실해지는 등 새 수능에 맞춰 교육현장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고교에 다니는 김지훈(17)군은 “출제 유형을 알리기 위해 2학년 범위를 뛰어넘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전 수능과는 상당히 달라진 느낌”이라며 “교재 선택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1시 40분) 김석권씨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상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온 아내와 국제결혼을 해 쌍둥이 형민, 혜림 남매를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2년 전 감기인줄 알고 찾았던 병원에서 아내는 후두암 판정을 받고 손 쓸 새도 없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 ●세상의 모든 다큐(KBS2 밤 12시 40분) 어린 나이에 가수로 성공한 자밀리아 데이비스는 현재 혼자서 두 딸을 키우는 싱글 맘이다. 하지만 그는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는 않는다. 수백만 명의 영국 여성이 같은 상황에 있는데도 왜 부끄러운 것일까. 자밀리아는 과거에 싱글 맘이었던 여성들의 경험담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수치심의 근원을 찾아보려 한다. ●오늘만 같아라(MBC 밤 8시 15분) 춘복이 가족들을 챙겨 달라고 부탁한다. 해준은 그런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며 눈물을 흘린다. 혼자 내려가서 이것저것 챙기고 있을 상엽이 마음에 걸린 재경은 밑반찬을 챙겨 평강리로 향하고, 그곳에서 행복해하는 상엽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한편 효진이 유난히 피곤하고 입맛이 없다는 말에 인숙은 좋은 소식 아니냐며 반가워한다. ●브레인 마스터스(SBS 오후 4시) 아이들은 반복되는 교과서 위주의 딱딱한 지식 때문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지쳐 있다. 이에 우리 아이의 두뇌를 보다 더 발달시키고 싶은 학부모들이라면 꼭 시청해야 할 프로그램이 찾아왔다. TV를 켜는 순간 사고력, 추리력, 논리력을 키워주는 마술 같은 퀴즈쇼로 우리 아이의 잠자는 뇌를 깨워준다. ●상사가 달라졌어요(EBS 밤 7시 35분) 채식전문 뷔페 ‘러빙헛’ 음식점의 터줏대감 황길순 주방장을 소개한다. 요리에 대해서는 지나친 열정을 보이는 황 주방장. 하지만 뒤돌아서면 스스로 자신을 무시하는 그의 양면적 성향 때문에 벌어지는 직원과의 갈등으로 주방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과연 문제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의 관계는 개선될 수 있을까. ●건강버라이어티 올리브(OBS 밤 11시 5분) 대한민국 암시리즈 제2탄 폐암 편을 방송한다. 게스트로는 18년 동안 변함없이 똑똑한 바보 캐릭터를 고집해 온 개그맨 김현철과 함께한다. 평소 하루에 한 갑 반 정도 담배를 피운다는 김현철은 검진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전문의마저 놀라게 한 그의 폐 건강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
  • ‘게으른 생물교과서, 진화론 개정 공격받다’

    ‘게으른 생물교과서, 진화론 개정 공격받다’

    ‘시조새’ ‘말의 변천’ 등 진화론의 대표적 논거로 여겨졌던 핵심 콘텐츠들이 과학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있다. 한 기독교 단체의 청원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에서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었던 생물학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학생과 일부 생물학자를 중심으로 ‘진화론 지키기’ 운동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수십년간 거의 변하지 않은 과학 교과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고교 과학 교과서를 출판하는 인정교과서 업체 7곳 중 교학사·천재교육·상상아카데미 등 3곳은 지난 3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교과부에 제출한 ‘말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청원을 받아들였다. 천재교육은 ‘말의 진화’를 ‘고래의 진화’로 대체하기로 했고 나머지 출판사는 삭제할 예정이다. 교진추는 2009년 창조과학회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가 통합한 기독교 단체로, ‘성경의 권위에 도전하는 진화론의 실체를 학술적 견지에서 밝혀 궁극적으로 진화론 교과서를 개정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에도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라는 청원서를 제출해 금성·천재교육·교학사·상상아카데미·더텍스트·미래엔컬처 등 6개 출판사가 관련 부분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기로 했다. 교진추 측은 “‘인류의 진화’ ‘핀치새가 섭식 습성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달라지는 것’ ‘후추나방의 색이 변하는 것’ 등 교과서에 있는 다른 진화론 관련 항목도 삭제하도록 청원할 계획”이라며 “다윈의 진화론이 정설이라고 가르치는 교육제도를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해당 출판사들은 절차에 따라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인정교과서인 과학 교과서는 각 출판사가 정부의 교육과정 지침으로 제시된 핵심 내용에 맞춰 자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교학사 측은 “저자들이 청원을 두고 논의한 결과 학술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청원이 접수되면 각 출판사에 이를 알리고 30일 내에 답변을 받아 청원인에게 알려주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론의 아이콘 격인 시조새와 한때 ‘가장 완벽한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동물’로 인식된 ‘말’이 교과서에서 사라지자 생물학계도 고민에 빠졌다. 일부 학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조새의 고생물학적 의의는 인정돼야 한다.’는 개정 청원을 준비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몇몇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도 “진화론 지키기에 나서자.”는 의견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새로운 이론이나 논란에 수세적으로 대응해 온 과학계의 태도 때문에 빚어졌다고 보고 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시조새나 말의 진화 등은 학계에서 실제 논란이 있는 만큼 ‘확인된 사실만 가르친다’는 교과서 집필진 입장에서는 청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교과서 집필진이 지난 수십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던 진화론의 실체를 외면하고 아무런 수정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오래전에 조작으로 판명된 에른스트 헤켈의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발생반복설’이 지금도 교과서에 실려 있다.”면서 “이런 태도가 진화론이 공격받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부고] 세계적 바이올린 제작자 재일동포 진창현씨 별세

    [부고] 세계적 바이올린 제작자 재일동포 진창현씨 별세

    세계적인 바이올린 제작자인 재일동포 진창현씨가 지난 1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83세.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들과 일부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15일 도쿄도 조후(調布)시에서 조촐한 가족장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1929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4세 때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와 인력거를 끌거나 항만노역, 토목인부 등을 전전하며 야간 중학교를 거쳐 메이지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영어교사가 꿈이었지만 ‘조센징’이라는 이유로 교직에 몸담을 수 없어 방황하던 중 우연히 바이올린의 최고 명기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신비에 대한 강연을 듣고 인생 항로를 바꿨다. 20세기 과학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신비를 푸는 데 일생을 바쳤다. 고인은 각고의 노력 끝에 1976년 미국바이올린제작자협회가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의 음향과 세공으로 나누어 총 6개 종목에 걸쳐 개최한 콩쿠르에서 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현존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명성을 얻었다. 1984년 미국 바이올린제작자협회로부터 세계에서 5명뿐인 ‘마스터 메이커’(Master Maker) 칭호를 받았다. 고인이 제작한 바이올린 한 대 값은 150만엔(약 2140만원)을 호가한다. 정경화를 비롯해 헨리크 셰링, 아이작 스턴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고객이다. 하지만 고인은 어린이 보급용 바이올린을 만드는 등 일생 동안 700여대의 바이올린을 손수 제작했다. 2008년에는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고인의 일대기가 일본 고교 2학년 영어교과서(산유샤) ‘코스모스(COSMOS)Ⅱ’에 ‘바이올린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고인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자 일본인들에게서 국적 변경을 끈질기게 권유받았지만 끝내 거절했다. 2008년 10월 한국 정부로부터 일반인의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지난 3일 조후시 자택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병상 인터뷰<5월8일자 29면>가 생애 마지막 인사였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남이씨와 아들 창호·창룡, 딸 찬숙씨 등이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연필 없이 터치로 vs 인터넷 없이 책으로

    연필 없이 터치로 vs 인터넷 없이 책으로

    미국 버지니아주 옥턴시의 명문 사립 ‘플린트힐’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첨단 노트북인 ‘맥북에어’로 교실 전등을 켜자 말쑥한 터치스크린식 칠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학생들은 무선 인터넷이 작동하는 교실 안에서 컴퓨터로 구글과 위키피디아, 유튜브를 섭렵하며 물리학 숙제를 한다. 비슷한 시간 플린트힐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시의 명문 사립 ‘워싱턴 월도프’ 초등학교. 이곳 6학년 교실은 마치 시계를 100년 전으로 되돌린 것처럼 옛날식 칠판에 자작나무로 된 책상과 의자만 보일 뿐 컴퓨터는 한 대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학생들은 실로 묶은 수저와 포크를 이리저리 부딪쳐 가며 물리학의 원리를 배우고 실험 결과를 연필로 공책에 적는다. 워싱턴DC 근교의 이 두 학교는 각기 극단적으로 ‘디지털식 교육’과 ‘아날로그식 교육’을 추구하며 경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교육법이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미국 사회에 던져 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플린트 힐은 컴퓨터회사 애플이 그들의 ‘모델 학교’라고 칭할 만큼 첨단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한다. 이 학교 교사들은 디지털 교육이 학생들의 흥미를 돋울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과 취직에도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5학년부터는 맥북에어를 나눠 준다. 반면 워싱턴 월도프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컴퓨터의 가상세계가 아니라 채소밭과 목공소 같은 현실세계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나 위키피디아를 통한 즉흥적 충족감이 대인 관계와 사색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의 사용을 일절 금한다. 하지만 일관된 연구 결과가 아직 없는 탓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떤 교육법이 옳은지 확신하지 못한다. 2010년 PBS방송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앱 ‘마사 스픽스’를 사용한 3~7세 어린이들의 어휘력이 2주 만에 31% 향상됐다. 플린트 힐과 월도프 출신 고등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도 둘 다 과목당 평균 600점 이상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미국의 추세는 디지털 교육 쪽으로 가고 있다. 미 교육부는 한국의 사례를 들어 2017년까지 미국 교실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지난 2월 요구했다. 그러나 마이클 리치 하버드대 아동 미디어·건강센터 소장은 “아이패드가 진흙과 종이보다 더 교육에 좋은지 답을 먼저 찾은 뒤 교육 디지털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국방부 “6·25전쟁 한국지원국은 63개국”

    국방부는 10일 6·25전쟁 당시 한국을 도운 나라 수가 63개국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방회관에서 열린 ‘6·25전쟁 지원국 현황 연구 포럼’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을 거쳐 이같이 확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0년부터 미국 국립문서보존소(NARA)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등 세계 각국의 자료를 수집했다.”며 “당시 세계 93개 독립국 중 65% 이상의 국가가 대한민국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6·25전쟁 당시 한국을 지원한 국가는 ‘한국동란전란지’에 근거해 41개국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엔 이외의 경로를 통한 물자지원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등 정확한 숫자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존에 알려진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 16개국과 노르웨의 등 의료 지원국 5개국에 대해서는 변동 사항이 없었다. 그러나 물자지원국 수가 기존에 알려진 20개국에서 39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번에 6·25 지원국 명단에 추가된 국가는 물자지원국인 오스트리아, 미얀마, 캄보디아, 도미니카, 이집트, 독일, 과테말라, 온두라스, 헝가리, 인도네시아, 이란, 자메이카, 일본, 모나코,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시리아, 타이완, 베트남 등 19개국이다. 여기에 당시 지원의사를 밝혔지만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브라질, 니카라과, 볼리비아 등 3개국도 포함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논란이 있었던 지원 기간 범위도 확정했다. 종료시점을 정전 당시인 1953년에서 전후복구 지원 기간인 1958년까지로 늘린 것이다. 국방부는 포럼에서 도출된 내용을 토대로 국방백서와 교과서의 개정 등을 추진하고, 올해 6월 6·25전쟁 기념식을 통해 지원국들에 감사를 표할 계획이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정약용 탄생 250주년 맞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김문이 만난사람] 정약용 탄생 250주년 맞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누구나 출생의 비밀은 있다. 이름을 빛낸 위인의 경우에는 더욱 관심이 쏠린다. 그 비밀의 문으로 잠시 들어가보자. 다산 정약용은 1762년(영조 38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꼭 250년 전인 음력 6월 16일, 아버지 하석 정재원(荷石 丁載遠)과 어머니 해남 윤씨(海南 尹氏) 사이에서 출생했다. 태어난 곳은 지금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이다. 아버지는 대과에 급제하지 않았지만 영조 임금의 특별한 지시로 연천현감, 화순현감, 예천군수 등 고을 수령을 지냈다. 조정에 들어와서는 호조좌랑과 한성서윤을 지내고, 다시 수령으로 나가 울산부사를 거쳐 진주 목사까지 지냈다. 어머니는 고산(孤山) 윤선도의 후손이요, 공재 윤두서(恭齋 尹斗緖)의 손녀였다. 윤선도의 증손자인 윤두서는 한국 회화사에 유명한 자화상을 남긴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아버지는 세 부인 사이에 모두 5남 5녀, 그러니까 10남매가 있었다. 첫 부인은 24세로 요절한 의령 남씨. 소생으로 큰아들 약현(若鉉)이 있다. 둘째 부인 해남 윤씨와 사이에 약전(若銓), 약종(若鍾), 약용(若鏞) 3형제와 딸을 두었다. 딸은 나중에 조선 최초의 영세교인인 만천(蔓川) 이승훈에게 시집간다. 다산 정약용의 나이 9세 때 어머니 해남 윤씨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12살 때 서울에서 20세의 김씨(1754~1813)를 데려왔다. 어린 다산을 친자식처럼 돌봐준 그가 바로 서모(庶母) 김씨다. 서모 김씨는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를 지낸 김의택(金宜澤)의 딸로 슬하에 3녀 1남(약횡)을 두었다. 다산의 작은형 약종은 형제보다 뒤늦게 천주교를 접했지만 그 믿음이 독실하여 신유사옥 때(1801) 희생됐다. 전도에 힘쓰다가 책롱사건(册籠事件)으로 마흔 둘의 젊은 나이에 순교했다. 형 약전과 막내(다산)가 믿음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형제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다. 엄혹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배교하지 않은 약종의 아들 철상(哲祥), 하상(夏祥), 딸 정혜(貞惠) 역시 천주교로 인해 요절했다. 형 약전은 학문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다. 다산과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의 인연뿐만 아니라 다산의 학문을 알아주는 지기(知己)이기도 했다. 1801년 11월 하순 함께 귀양길에 올라 나주 율정점(栗亭店)에서 눈물로 헤어진 후 16년 동안 서로 한번도 보지 못했다. 약전은 그의 나이 59세인 1816년에 유배지에서 세상을 떴다.(다산연구소 자료 참조) 올해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맞아 다산의 생애와 학문, 사상을 재조명하는 행사가 풍성하게 열린다. 국립박물관과 실학박물관의 전시회, 음악제, 국제학술대회 등이 잇따른다. 지난 3월부터 올 12월까지 계속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다산의 일대기가 처음으로 판소리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다산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는 오는 9월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정해석 명창에 의해 1시간 20분동안 진행된다. 창본은 김세종씨. 특히 영문판 CD까지 제작, 세계 각국에 보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다산을 기리는 판소리 무대는 있었지만 75년 생애를 오롯이 담기는 처음이다. 이 밖에 다산이 직접 쓴 글씨와 그림을 전시하는 ‘한국 서예사 특별전-다산 정약용 탄신 250주년 기념전’이 다음 달 9일부터 7월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또 다산 기념 음악회가 8월 24일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다. 다산연구소의 박석무(69) 이사장. 그는 요즘 이 같은 행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올해로 다산 연구에 몰두한 지 40년째가 된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순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이사장은 연구소 설립 이후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편지를 지금까지 700여회 쓰고 있다. 자리에 앉으면서 최근에 쓴 편지에 대한 얘기가 먼저 나왔다. ‘대군(大君)이다, 멘토다, 실세 중의 실세다라는 사람들의 감옥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보기에도 딱하고 국가 체면도 구겨질 대로 구겨져 버렸습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큰소리치면서, 그들을 그런 직위에 임명했던 임명권자의 입장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중략)화려했던 권력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 부와 권세를 놓치고 감옥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분들, 그런 기회에 목민심서라도 읽으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감옥행을 보면서 다산의 시선으로 글을 썼다. 또 있다. ‘정약전·약용 형제는 세상에 없는 지기지우인 동포 형제였습니다. 두 분이 주고 받은 편지나 학문적 토론의 글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는 사이였습니다.(중략)오늘의 세상에야 사촌이 남이 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고 친형제조차도 재산 싸움에 남보다 더 원수지간이 되고 있음은 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재벌가의 왕자난이나 쟁송(爭訟)의 보도를 읽다보면 다산 형제의 우애가 세상을 바로잡을 청량제로 여겨집니다. 오늘에도 그런 형제애를 복원할 수는 없을까요.’ 이런 편지의 내용은 전국 35만 4000여명에게 이메일로 보내진다. 일주일에 주말을 제외한 4~5차례 꼬박꼬박 쓴다. 어리석은 질문 하나, 박 이사장은 목민심서를 몇 번이나 읽었을까. “몇 번 읽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사회 현상을 보면서 문득문득 목민심서나 논어를 다산적으로 해석한 글들을 생각날 때마다 다시 뒤적이고 그 뜻을 가슴에 담지요. 수시로 읽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편지 쓸 때에도 다산의 눈으로 비판하는 것입니다. 대학이나 단체 등에 강의 나갈 때도 다시 목민심서를 읽고 가지요. 성균관대에서 ‘다산과 21세기’라는 교양과목 강의를 하고 있는데 아주 명품강좌로 소문났다지요(웃음).” 지금도 틈 날 때마다 다산을 연구한다는 그는 대학 시절부터 ‘반계수록’ 등 실학에 관심을 두었으며 1971년 대학원 때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석사 학위논문을 쓴 것을 계기로 다산 연구와 인연을 맺었다. 1973년 유신에 항거하다 투옥됐을 때에 다산의 책을 여러 차례 읽었고 이후 8개월 수배 생활 동안에도 다산을 공부했다. 1982년 3월 복권됐을 때 비로소 7년 동안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쓰기 시작해 다산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편역,발간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50여쇄나 찍을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다산은 학문의 깊이가 끝이 없는 최고의 학자이자 사상가입니다. 다산은 520여권의 방대한 저술을 통해 정치, 행정, 법학, 경제, 지리, 의학, 공학 등을 아우르면서 인간존중 사상, 개혁정신, 실사구시의 철학 등을 펼쳐 시대정신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학자로서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안목과 방대한 지식을 섭렵하고 있지요. 특히 유배지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의 인간성과 철학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산이야말로 칠흑같이 어두운 봉건시대에 실낱같은 한 줄기의 민중적 의지로 75년동안 치열하게 살다 간 역사적 인물이지요.” 가난에 찌들어 굶어 죽어가는 이웃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공동 경작에 의해 공동분배하도록 하자고 혁명적인 전론(田論)을 주장하기도 했고 부정부패와 착취를 일삼는 관리들을 어떻게 해야 올바른 생각으로 돌아서게 할 수 있을까 해서, 관리들의 지침서인 ‘목민심서’를 저술한 것, 그리고 시를 통해서 백성들을 일깨워 보고자 했던 그의 생애는 250년이 지난 지금에도 따르고 연구하려는 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산은 22세때 진사과에 합격했는데 정조임금이 답안지를 직접 읽고 휼륭한 인재임을 알고는 근처에 있도록 하면서 자주 교류가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시문행사때마다 항상 1등을 차지하는 다산을 늘 아꼈고 기쁨을 누렸습니다. 정조는 다산을 통해서 사실상 정치를 바로 할 수 있었고 그런 다산은 정책 보고서를 임금에게 직접 올리게 됩니다.” 박 이사장은 가정의 달을 맞아 “요즘처럼 가족윤리가 무너지고 사제 간의 의리도 깡그리 파괴된 때, 우리는 다산의 사상과 철학을 통해 가족의 중요함과 사제간의 정다운 의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산의 효제(孝悌)사상을 새삼 강조했다. 다산의 탄신일과 관련해서는 “1762년 6월 16일에 태어났는데 그날이 양력으로 8월 5일이어서 생일 기념은 매년 8월 5일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그날에 회혼례, 산신제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석무 이사장은 1942년 전남 무안에서 4대째 한학을 공부해온 집안에서 자랐다. 전남대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로 구속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투신, 4차례 옥고를 치렀다. 1971년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면서 다산 연구에 집중했다. 1973년 유신반대 유인물인 전남대학교 ‘함성’지 사건에 연루돼 1년 동안 복역하면서 감방 안에서 본격적으로 다산 저술에 대한 연구의 시간을 가졌다. 출옥후에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발간했다. 지금까지 50쇄나 찍을 정도로 꾸준히 읽히고 있는 명저가 됐다. 1980년 광주항쟁 때는 관련 주모자로 몰려 오랜 수배생활 끝에 붙잡혀 1년 3개월여를 또다시 복역했다. 1988년 13대 국회에 진출한 후 14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국회다산사상연구회를 조직, 간사를 맡아 활동을 펼쳤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과 명지대학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 초빙교수, 전남대학교 초빙교수와 단국대학교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석좌초빙교수이자 (사)다산연구소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다산기행’, ‘우리 교육을 살리자’,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1,2’,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가 있으며, 편역서로는 ‘흠흠신서’, ‘애절양’, ‘다산산문선’, ‘나의 어머니, 조선의 어머니’ 및 ‘다산 논설선집’, ‘다산 문학선집’(공편역) 등이 있다.
  • 한탄강댐 공사로 ‘상처입은 비경’… 경기 연천 재인폭포를 가다

    한탄강댐 공사로 ‘상처입은 비경’… 경기 연천 재인폭포를 가다

    그리 밝은 곳은 아닙니다. 외려 재난이나 사고 현장을 둘러보는 다크 투어리즘에 적합한 곳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때 경기 북부 여행지의 맹주였던 연천군 재인(才人)폭포입니다. 폭포 앞에 서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존재감 넘쳤던 검은 현무암의 세계가 상처입은 몰골을 한 채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재인폭포는 눈이 아닌, 가슴으로 봐야 합니다. 사람 손에 휘둘리지 않았을 옛 모습까지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타고난 자태가 어디 가겠습니까. 비록 상처투성이 몸이지만, 기상만큼은 또렷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에 앞서 다녀오길 권합니다.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내릴라치면 폭포 앞에 발을 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니까요. ●광대의 슬픈 이야기 담긴 폭포 가인박명(佳人薄命)이라 했다. 재인폭포가 꼭 그 짝이다. 명줄이 끊긴 건 아니지만, 헤쳐나가야 할 앞날이 여간 드셀 것 같지 않다. 원인은 한탄강 댐이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홍수 조절을 위해 공사중인 댐인데, 이로 인해 재인폭포가 해마다 일정 기간 물에 잠기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잠기는 기간에 대해서는 저마다 말이 다르다. 댐을 만든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일년에 5~7일 잠길 것이라 보고 있다. 연천군 측은 생각이 다소 다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물이 차고 빠지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최소 한 달 정도는 출입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잠기는 기간 또한 들쭉날쭉할 것이기 때문에 비가 많은 계절엔 재인폭포 방문이 사실상 어려울 거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한탄강댐이 만수위에 이르면 재인폭포는 완전히 물에 잠기게 된다. 폭포 주변 민가는 이미 댐 하류 쪽으로 이주했다. 꼭 만수위가 아니더라도 접근이 불가능한 건 마찬가지다. 예컨대 재인폭포가 10분의1만 잠겨도 폭포 아래 계곡은 저수지처럼 변하고 만다. 지난해 두 차례 재인폭포를 다녀왔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계곡 초입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번은 많은 비로 불어난 물이 폭포가 있는 계곡의 중턱까지 차 있었고, 또 한 번은 계곡을 삼킨 물이 빠지면서 토해낸 진흙 때문에 도무지 접근할 수가 없었다. 재인폭포를 되살리자는 생각은 군과 수자원공사 모두 갖고 있다. 문제는 ‘온도 차’다. 양측은 상생협의체까지 만들어 계곡 양안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조성 등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검은 현무암이 만든 기이한 세계 재인폭포 초입, 연분홍 진달래꽃이 살랑거리며 피어 있다. 폭포로 향하는 계곡의 양쪽 절벽은 죄다 주상절리다. 수십만년 전, 철원평야의 위쪽, 그러니까 북한의 평강군 오리산 등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와 식으면서 만들어진 풍경이다. 계곡 전체의 길이는 대략 300~400m쯤. 조태곤 연천군 관광기획팀장은 “주상절리를 따라 지반이 밑으로 꺼지면서 절벽이 생겼고, 협곡 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빼어난 폭포도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게 재인폭포다. 재인폭포는 구닥다리 여행지다. 1970~80년대만 해도 경기 북부에서는 명자깨나 날렸다. 요즘엔 다르다. 올레길, 둘레길은 찾아도 낡은 여행지는 거들떠도 안 본다. 한번쯤 들어본 듯한 관광 명소를 이제야 찾게 된 것도 그런 까닭일 터다. 재인폭포에 담긴 이야기도 이른바 ‘뽕필’(예전 트로트 분위기)난다. 오래전 연천땅에 줄타기를 잘하는 재인(才人)이 살았다. 재인에겐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부인의 미색에 반한 고을 원님이 폭포에 줄을 매달아놓고 재인에게 줄놀이를 시켰다. 그리고는 재인이 줄을 탈 때 줄을 끊어 재인을 죽이고 부인에게 수청을 들라했다. 부인은 원님의 코를 문 뒤 폭포로 몸을 던져 자결했다. 마을 이름 또한 코문리였다가 한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문리(古文里)가 됐다고 한다. 폐허와 다름없는 주차장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곧바로 계곡이다. 계곡 아래라고 위쪽과 다를 리 없다. 바위마다 30㎝는 족히 넘게 진흙이 쌓여 있고, 양쪽 절벽 끝자락까지 지난해의 침수 흔적이 남아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다리는 녹이 슬었고, 계곡 귀퉁이 팔각정도 허름하기 짝이 없다. 한바탕 전쟁이라도 치른 듯한 풍경이다. ●장마철 침수로 계곡은 진흙범벅 여기서부터는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 흙탕물이 누렇게 말라 버린 절벽의 뒤편은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다. 진흙 뒤집어쓴 계곡 밑자락엔 미끈한 바위들과 맑은 계류가 있을 게다. 주변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폭포는 장관이다. 높이 18.5m. 각진 형광등처럼, 줄줄이 세로로 내려 선 현무암 절벽 덕에 폭포는 실제보다 훨씬 기골이 장대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폭포 아래 연못의 물빛이 곱다. 연한 파스텔톤의 옥빛이다. 포천의 비둘기낭을 연상하면 알기 쉽다. 다른 점도 있다. 비둘기낭엔 촛농 등 치성(致誠)의 흔적이 대부분이지만, 재인폭포 앞은 작은 돌탑들로 빼곡하다. 필경 재인폭포의 ‘쾌유’를 비는 기원이 담긴 돌탑들일 게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연천엔 재인폭포와 같은 현무암 주상절리가 산재해 있다. 그 가운데 백미는 미산면 동이리 주상절리다. 높이 40~50m의 주상절리 절벽이 1.5㎞ 정도 뻗어 있다. 한눈에 보이는 길이만 얼추 1.2㎞에 이른다. “이처럼 직선으로 뻗은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전곡읍 은대리와 고포리, 군남면 왕림리 경계에 있는 차탄천 주상절리는 강변 바닥 근처에 절리가 형성돼 있는 것이 독특하다. 은대리 왕림교 인근의 주상절리도 웅장하다. ●과거로 가는 독특한 시간여행지 관점을 달리하면, 연천은 낡은 여행지가 아니라 학습 여행지로 손색 없다. 전곡읍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그중 앞줄에 선다. 세계 고고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1978년 한 미군 병사가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석기를 발견했는데, 이게 당시 고고학의 정설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아슐리안형 석기는 양쪽 면을 가공해 날을 세운 석기다.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사용됐고, 동아시아는 찍개문화였다는 게 당시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이한룡 전곡선사박물관 큐레이터는 “아슐리안형 석기를 사용한 유럽 쪽 선사 인류가 동아시아에 견줘 한결 진화가 빨랐다는 우월 의식이 고고학계에 퍼져 있었는데, 이게 뒤집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역사교과서도 전곡리 유적의 발견으로 모두 수정됐다는 것. 쉽게 말해 동아시아의 자존심과 같은 곳이 전곡리란 얘기다. 전곡리 선사박물관엔 이 지역에 살았던 인류 조상의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프랑스의 라스코동굴, 스페인의 알타미라동굴 등에서 발견된 구석기인들의 동굴벽화도 재현해 놓았다. 아울러 연천읍 차탄리와 통현리 백학면 학곡리에도 다양한 고인돌 유적들이 보존돼 있다. 글 사진 연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경기 북부에서는 자유로를 타고 문산에서 빠져 전곡 방향으로 가면 된다. 연천읍내 못 미처 오른쪽으로 재인폭포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5~9월은 상시, 나머지 기간은 주말에만 개방된다. 서울 동부권에서는 의정부를 거쳐 연천 방향으로 간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송추 나들목에서 빠져도 된다. 의정부를 지나 3번국도를 타면 된다. 연천군 문화관광과 839-2061. ▶주변 볼거리:열쇠전망대는 철책선 걷기 체험이 가능한 곳. 연천군 문화관광과에 사전 신청해야 한다. 출입은 주민증만 있으면 가능하다. 단, 화요일은 출입 통제다. 전곡선사박물관(830-5628)과 전곡리선사유적지에서는 구석기시대의 문화를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다. ▶맛집:한탄강 오두막골은 가물치 구이로 유명한 집. 얼큰한 민물 새우탕이 곁들여 지는데, 제법 별미다. 832-4177. 불탄소가든의 잡고기 매운탕도 맛있다. 재인폭포 아래 있다. 834-2770. 망향비빔국수는 1968년 군인들 간식 팔면서 인기를 얻어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게 된 국수집이다. 삶은 뒤 급냉해 쫄깃한 맛을 살린 면발이 별미다. 531-2507. ▶잘 곳:초성모텔은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굿스테이’ 업소다. 청산면 초성리에 있다. 835-2610.
  • 17일 ‘2014 수능 예비시험’… 문제 유형은?

    17일 ‘2014 수능 예비시험’… 문제 유형은?

    국어·영어·수학 과목 등이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나뉘어 출제되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예비 시험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7일 실시되는 ‘2014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 시행’은 달라진 수능을 치르게 될 첫 세대인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그 외 지역은 학교장 재량으로 시험을 실시하거나 문제를 공개하게 된다. 큰 폭의 체제 개편이 이뤄지는 2014학년도 수능에 대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실제 시험문제가 어떻게 출제될 것인지에 대한 정보는 미흡하다. 국어·영어영역의 경우 시험 시간은 기존대로 유지하되 문항 수는 5개 줄인다. 국어의 듣기평가는 지필평가로 대체하며 영어는 듣기 문항 수를 기존 34%(50문항 중 17문항)에서 50%(45문항 중 22문항) 정도로 확대한다는 것이 현재 알려진 내용이다. 실제 이번 예비 시험 역시 시험을 보는 현재 고2 학생들이 배우지 않은 전 영역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문제 유형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입시전문기관 유웨이중앙교육은 교육과정평가원의 2014학년도 수능 시험의 세부 시행 방안 발표와 교육청·평가원 시험의 문제 유형 등을 토대로 2014 수능의 체제와 문항 구성을 분석했다. 유웨이중앙교육의 도움을 받아 2014 수능 체제에서 출제될 문제 유형에 대해 예측해 본다. ●국어 듣기평가, 지필평가로 대체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듣기평가가 지필평가로 대체된다. 현행 수능의 언어 듣기평가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담화를 활용해 언어 사용의 실제 모습을 강조하는 문제를 출제한 반면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지필평가를 통해 ‘말하기’ 영역의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주로 화법 과목에서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화법에는 대화, 면담, 토의, 토론, 발표, 연설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현행 수능에서는 방송에서 들려주는 내용을 한 번만 듣고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들려주는 내용에 따라 1~2문제만을 출제하고 있지만 지필평가로 대체되면 지문 하나당 2~3문제가 출제되는 등 ‘말하기’ 영역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문법 문제 역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수능에서는 ‘쓰기’에서 어휘·어법 2문제를 출제해 문법 요소를 평가하고 있으며 문학과 비문학 지문에서도 총 4~5문제 정도의 어휘·어법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그러나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기존의 어휘·어법과 언어 지문을 통합해 문법적 요소를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가원은 학교 수업만으로 시험을 준비하기 어려운 현행 언어영역의 출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과서 중심의 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국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학교문법이 강조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국어영역 B형에서는 좀 더 심화된 문법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대비가 필요하다. ●수학 실생활 연계 5문제 예상 평가원이 발표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세부 시행 방안’에 따르면 수학영역은 출제 범위, 문항 수, 시험 시간, 배점 등 시험의 요소 대부분이 현행 수능 체제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따라서 문항 유형만 일부 변형되는 등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체제의 수능 수학영역에서는 현행 수능에서도 종종 출제되고 있는 수학 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묻는 실생활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는 수학 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묻는 문제가 총 30문제 중 가형에서 3문제, 나형에서 4문제 출제됐다. 숫자가 적힌 공 5개와 상자 4개를 주고 특정 숫자의 공을 정해진 상자에 넣는 경우의 수를 묻는 ‘수열과 조합’ 관련 문제 등이다. 또 2011년 시행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고등학교 2학년 수학 문제에서도 수학 외적 문제 해결 능력을 묻는 문항이 총 33문제 중에서 6문제가 출제되는 등 비중이 높다. 따라서 오는 17일에 시행되는 2014학년도 수능 예비 시험과 실제 2014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외적 문제 해결 능력을 묻는 실생활 문제는 5문제 정도 출제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노연 수학영역 수석연구위원은 “수학의 경우 새로운 수능 체제에서도 큰 변화는 없지만 최근의 경향처럼 두 문항을 엮어서 만든 세트 문제와 실생활과 연계한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어 핵심어휘 정확한 듣기 능력 요구 영어영역에서는 이미 발표된 바와 같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과 유사한 문제가 출제될 것이다. 그중 말하기 영역에서는 기존의 수능 유형과 달리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예시 문항을 반영한 짧은 물음이나 짧은 대화를 듣고 푸는 말하기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수능의 듣기평가에서도 짧은 대화를 들려주고 이어질 응답을 추론하는 문제가 종종 나왔지만 새로운 수능에서는 주어지는 대화가 매우 짧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정확한 듣기 실력이 요구된다. 또 다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출제 유형으로 알려진 문제 가운데 행동의 이유를 파악하는 문제도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허현주 영어영역 수석연구원은 “2014 수능에서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유형과 비슷한 문항들이 많이 출제되기 때문에 평가원에서 공개한 니트시험 듣기 예시 문항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내용 중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을 답으로 고르는 문제도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듣기·말하기 문제가 17문항에서 22문항으로 늘어남에 따라 과거 수능에서 출제된 유형도 다시 한번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2014 수능에서는 대화의 내용 중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 유형이 다시 출제될 것으로 예상돼 핵심 어휘에 대한 정확한 듣기 능력이 요구된다. 이 밖에 이미 수능 개편안에서 발표된 바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지문을 듣고 두 문제를 풀어야 하는 세트 문항도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정경화·셰링도 내 고객… 바이올린 더 만들지 못해 참 슬퍼”

    “정경화·셰링도 내 고객… 바이올린 더 만들지 못해 참 슬퍼”

    세계적인 바이올린 제작자인 재일동포 진창현(83)씨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진씨는 세계에서 감독 및 검사 없이 바이올린을 제작할 수 있는 5명뿐인 ‘마스터 메이커’ 가운데 한 명이다. 진씨가 제작한 바이올린 한 대 값은 150만엔(약 2140만원)을 호가한다. 정경화를 비롯해 헨리크 셰링, 아이작 스턴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명연주자들이 진씨의 고객이다. ●병세 급속 악화… 손쓸 수 없는 상황 지난 3일 도쿄도 조후시 자택에서 만난 진씨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루 종일 눈을 감고 있다가 가족들과 의사, 간호사가 흔들어 깨우면 겨우 눈을 뜰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지난 2월 26일 병원에서 갑자기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진씨는 이후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지금은 병원에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다. 고국의 기자가 집에까지 찾아왔다는 부인 이남이(72)씨의 귓속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 들은 뒤에야 겨우 눈을 떴다. 초점 없는 시선이었지만 기자와 눈을 마주치려 애써 힘쓰는 것 같았다. 기자가 찾아오기 며칠 전 “바이올린 제작을 못해 참 슬프다.”며 어렵게 얘기한 게 마지막 의사표현이었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끈질긴 日 귀화 요구 끝까지 뿌리쳐 침실이 놓인 거실 창가에는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다. 경북 김천 출신인 그는 열네 살 때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인이 존경하는 세계적인 마스터 메이커가 됐지만 아직도 모국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실제로 진씨는 세계적 명성을 얻자 일본인들로부터 끈질기게 국적 변경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본인으로 귀화하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인 이씨는 “원점을 잊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게 남편의 지론이었다.”며 “귀화는 낳아 주고 길러 준 어머니와 아버지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두 아들과 딸에게도 늘 강조했다.”고 말했다. 진씨의 큰아들 창호(50)씨는 바이올린 제작을, 둘째 아들 창룡(46)씨는 현악기에 사용하는 현을 제작하는 등 가업을 물려받았다. ●평생 스트라디바리우스 신비에 도전 초등학교 4학년 때 일본인 교사를 만나 바이올린 연주법을 배운 진씨는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한동안 바이올린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미군 병사들을 태우는 인력거를 끌거나 분뇨 수레를 끌면서 야간중학교를 졸업했다. 이후에도 항만노역, 토목인부 등을 전전하며 메이지대학까지 마쳤다. 하지만 ‘조센징’이라는 이유로 교직에 몸담을 수 없었다. 마음의 상처를 달랠 길 없던 그는 그 무렵 우연히 바이올린의 최고 명기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신비에 대한 강연을 듣고 인생항로를 바꿨다. 20세기 과학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신비에 도전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진씨는 1976년 미국바이올린제작자협회가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의 음향과 세공으로 나누어 총 6개 종목에 걸쳐 개최한 콩쿠르에서 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받아 현존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명성을 얻었다. ●한국인 첫 日 영어교과서에 실려 그의 삶은 일본에서 책과 만화,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 2008년에는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일본 고교 2학년 영어교과서(산유샤(三友社) 간행 ‘코스모스(COSMOS) Ⅱ’)에 ‘바이올린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으로 12쪽에 걸쳐 소개됐다. 한국 정부로부터 일반인의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글 사진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7) 경북 구미 독동리 반송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7) 경북 구미 독동리 반송

    길가에 늘어선 개나리 노란 꽃이 지고 뒷동산 관목 숲에 다문다문 피어있던 진달래 붉은 꽃도 어느 틈에 낙화를 마쳤다. 살랑이던 바람결에 더위가 끼어들고 5월의 태양에는 여름 뙤약볕의 이글거림이 담겼다. 나무 그늘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기후 변화는 농부들의 손길에도 경황이 없게 했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는 게 우리 기후의 특징이었건만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도 부분 수정이 필요하지 싶다. 햇살 따갑고 이마엔 땀이 흐르지만 농부들은 태양과 더운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 들녘으로 나서야 한다. 언제나처럼 볍씨를 모판에 파종하는 일에서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옛날 나무 옆에 빨래터… 땡볕 땐 쉼터로 경북 구미 옥성면 독동리 마을의 중심인 큰 나무 그늘 아래에 마을 농부들이 모였다. 일흔을 넘나드는 일곱 할머니들이다. 청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 해 봐야 파종기 작동을 맡은 올해 쉰여섯 살의 조필형(56) 이장 정도다. 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새참을 마친 할머니들이 일손을 멈추고 파종기 곁에 흩어져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파종기가 고장을 일으킨 탓에 망중한의 짬이 생겼다. 덕분에 바쁜 일손의 농부들과 나무를 둘러싸고 이어온 마을 살림살이 이야기를 넉넉하게 나눌 수 있었다. 나무는 우리나라의 모든 반송 중 가장 아름답다 할 만한 몇 그루 가운데 하나인 천연기념물 제357호인 구미 독동리 반송이다. “옛날엔 이 나무 곁으로 개울이 흘렀어요. 마을 여자들은 죄다 여기로 빨래하러 나왔죠. 하기야 뭐 빨래만 했나. 큰 나무가 있어서 그늘이 좋으니 햇살 뜨거우면 자연히 지금처럼 나무 그늘을 찾아와 쉬곤 했죠. 천연기념물이 되고 나서 나무 주위에 낮은 울타리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 여전히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건 나무 아래예요. 방금 전에도 나무 아래에서 새참을 나눠 먹었어요.” 어린 시절에 이 마을로 시집 와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정씨 할머니는 독동리 반송의 오래된 벗이다. 개울가 빨래터에 빨래 바구니를 이고 나오던 그 시절에도, 모내기 준비로 나온 지금도 정씨 할머니는 마을에 이만큼 훌륭한 나무가 있다는 것이 좋기만 하다. 이 마을에 산다는 게 자랑스럽다고까지 덧붙인다. 파종기를 고치려 애쓰던 조필형 이장은 결국 파종기를 자동차에 실었다. 가까운 농기구 수리점에 가서 고쳐올 요량이었다. 조 이장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들의 나무 이야기는 더 넉넉해졌다. ●가지 부챗살처럼 퍼져… 높이 13m 넘어 “저 나무는 이장 댁 조상이 심은 나무예요. 몇 살이나 된 나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되게 오래됐다고 하죠. 또 반송 중에서 저렇게 크고 예쁘게 퍼지는 나무로는 우리나라에서 첫손에 꼽힌답니다.” 소나무의 한 종류인 반송(盤松)은 하나의 줄기로 뻗어 오르는 소나무와 달리 뿌리 부분에서부터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지는 특징을 가져서 줄기와 가지가 구별되지 않는 나무다. 대개는 크게 자라기보다 부챗살 펼치듯 넓게 퍼지며 아담한 크기로 자란다. 가지의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서 ‘천지송’(千枝松) 혹은 ‘만지송’(萬枝松)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아름다운 생김새가 보기 좋아 우리의 옛 선비들이 정원수로 키웠을 뿐 아니라 조상의 무덤을 꾸미기 위해서도 심어 키운 나무다. 크게 자라지 않는다는 특징에 비춰 보면 구미 독동리 반송은 키가 큰 편에 속한다. 뿌리 부분에서부터 줄기가 10여개로 나뉘며 넓게 퍼져서 전형적인 반송의 형태를 가진 이 나무의 키는 13m를 넘는다. 키만으로는 이보다 훨씬 큰 반송이 있지만 독동리 반송만큼 풍성한 가지를 가진 아름다운 반송은 흔치 않다. “큰 나무이지만 전설로 전해오는 옛 이야기는 없어요, 당산제도 안 올리죠. 그래도 여느 마을의 당산나무 못지않게 정성으로 아끼는 나무죠. 천연기념물이 되고 난 뒤로 주변에 집도 지을 수 없게 됐지만 우리 나무를 잘 지키려는 건데 뭐 나쁠 것 없죠. 나라에서 나무를 잘 돌봐 주고 때맞춰 영양 주사까지 놔주는 보물이에요.” ●나무 보호에 정성… 때맞춰 영양주사 독동리 반송은 마을에서 잘 지키는 나무여서 특별한 관리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유지하는 나무다. 또 스스로 제 몸을 지킬 만큼 긴 세월의 풍진을 모두 이겨낸 연륜 깊은 나무다. 문화재청의 나무 관리는 나무의 자연 치유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사람의 마을을 지켜달라는 뜻일 뿐이다. 고장난 파종기를 고치러 떠났던 조 이장은 금세 돌아왔다. 모판의 파종 준비에 마음이 바쁜 농부 할머니들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무가 있는 땅 주변이 모두 우리 밭이에요. 오래전에 우리 조상 한 분이 밭 한가운데에 심은 거죠. 천연기념물 지정과 함께 주변 보호구역을 나라에서 매입한다고 했지만 제 아버지께서 안 파셨어요. 대대로 물려온 땅이니까요.” 모판 위에 볍씨를 고르게 흩뿌리고 고운 흙을 한 꺼풀 덧씌우는 파종기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자 조 이장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나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굽은 허리의 할머니 농부들도 제가끔 맡은 역할로 바빠졌다. 한쪽에서는 모판을 파종기에 밀어넣고 반대편에서 대기하던 할머니는 파종기에서 밀려 나오는 모판을 경운기 위에 차곡차곡 쌓는다. 덜거덕거리는 파종기 소음 사이로 흩어지는 할머니들의 차진 수다가 정겹다. 파종기 핸들을 돌리는 조 이장의 너털웃음이 간간이 끼어든다. 독동리 반송의 봄 풍경이 풍요롭다. 나뭇가지 아래로 드리워진 그늘엔 벌써부터 가을 들녘의 황금빛이 얼비친다. 할머니들의 깊이 팬 주름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 따라 나무가 방긋 풍년을 예감하는 미소를 던진다. 글 사진 구미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중부내륙 고속국도의 선산나들목으로 나가서 선산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1.3㎞ 가면 선산읍 서쪽의 이문삼거리에 닿는다. 읍 외곽으로 난 오른쪽 도로를 이용해 1.2㎞ 더 가면 단계천이라는 개울을 만난다. 개울을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2.2㎞ 직진해 낮은 고개를 넘은 뒤 길가 왼편 들판 가장자리에 서 있는 아름다운 생김새의 독동리 반송을 만나게 된다. 나무 주변에는 따로 주차할 공간이 없지만 비교적 한산한 도로여서 길 가장자리의 여유 공간에 자동차를 세울 수 있다.
  • 발레 화려해도 잼 수준, 미술은 두부시장 비슷

    발레 화려해도 잼 수준, 미술은 두부시장 비슷

    “1년 동안 화랑의 미술품 매출액이 고작 두부시장 정도에 불과한데도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미술 시장을 고사시키려는 것이다.” 6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할 때 그 차액에 대해 세금을 매기겠다고 2009년 정부가 나서자 화랑협회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화랑업계를 통틀어 당시 한 해 매출은 4300억원 수준이고, 두부시장 매출이 4200억원 정도였다. 2006~2007년 미술시장 활황에 100호짜리 작품이 1억원이 넘는 생존 작가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는데도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이라며, 화랑 업계에서는 우울해했다. 2008년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작품 ‘행복한 눈물’이 수십억원대의 대기업 비자금을 마련하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보도에 따른 세무조사 등으로, 미술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미술계의 매출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라는 상황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지난 3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행한 ‘2010년 미술시장 현황’에 따르면 아트페어 34개와 324개의 화랑 등 전체 370여개의 업체의 2010년 미술작품 매출은 4516억원으로 2009년 화랑업계가 밝혔던 매출 규모보다는 살짝 늘었다. 캔커피 시장 880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1조 60억원 잡지는 건강식품과 흡사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매출액을 보면 ‘헐!’이란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문화계의 매출액을 식품업계 등 산업부문의 매출과 비교해서 본다. 문화계 매출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발표한 2011년 자료를 중심으로, 식품업계 등 산업부문의 매출액을 우리투자증권과 업계를 통해 알아봤다. 세밑만 되면 ‘호두깍기 인형’으로 화려한 주목을 받는 발레 등 무용계의 매출 규모는 어떻게 될까?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1970~80년대에는 아무리 초대권을 뿌려도 공연장이 텅텅 비었는데 10년 전부터는 객석이 빈틈 없이 꽉 찬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호두깍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 같은 작품은 인기가 많아 초대권과 같은 공짜 표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공짜 표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심해져서 그렇다. 그러나 발레나 한국무용·현대무용 등을 포함한 무용시장은 한 해 매출 42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딸기잼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잼 시장(400억원)이나 두유 등 콩 가공식품 시장(419억원)과 비슷하다. ‘명성황후’ 등 뮤지컬 시장도 매출만을 따지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순수 연극을 포함한 뮤지컬 시장의 매출액도 무용계와 비슷한 477억원 규모다. 이것은 당면 시장의 472억원과 비슷하다. 뜻밖에 국악 시장은 뮤지컬보다 사정이 낫다. 한 해 92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악과 비슷한 식품업계를 들라면 된장을 꼽을 수 있는데 한 해 매출이 934억원이다. 하지만 국악시장은 클래식 음악에는 살짝 밀린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나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시향 등이 공연하면 관객들이 꽉 들어 차지만 클래식 음악의 시장 규모는 1117억원으로 1200억원대의 나물 시장과 규모가 엇비슷하다. 전 세계 주요 오페라공연단의 주역으로 임선혜 등 한국인 성악가들이 활약하고, 피아니스트 손열음·김선욱 등 차세대 음악가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매출 규모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돈이 안 되는’ 미술·발레·클래식음악·국악·연극 등 순수예술이 발전해야 하는 이유를 “물리와 수학·화학 등을 기초과학으로 응용과학과 공학들이 발달해 나가듯이 예술에서도 순수예술이 발달해야 뮤지컬이나 영화 등 산업으로서의 문화예술이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제외한 순수 단행본 등 출판물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교과서 등을 제외한 단행본의 매출 규모는 1조 3000억원 수준으로, 탄산음료 시장과 비슷한 규모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출판시장 규모는 1조 4200억원으로, 커피믹스 등 봉지커피 시장 1조 428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종이책들이 팔리지 않는 등 출판 시장이 최근 축소되고 있는 만큼 1조 2000억원 수준인 달걀 시장과 비슷해질 날도 머지 않았다. 잡지는 1조 60억원으로 건강식품 생산액 1조 670억원과 흡사하다. ●신문 2조 5800억, 화장품 방문판매 비슷 미디어 시장의 규모도 한국에서는 조악하다. 신문 2조 5800억원으로 화장품 방문판매 시장(2조 5000억원)과 비슷하고, 그나마 방송 시장이 11조 1700억원으로 상당한 규모 같아 보이지만, 보험개발원이 밝힌 손해보험사의 단일 상품인 자동차 보험시장(11조 8228억원)보다 작다. 광고시장도 10조 3000억원으로 연간 화장품 판매액 10조 8200억원에 불과하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만화의 연간매출액은 7560억원으로 흰 설탕 시장의 연간 생산액(7716억원)과 비슷하다. ‘뽀로로’나 ‘아기공룡 둘리’ 등 애니메이션 시장의 매출이 4200억원으로, 역시 두부 시장과 비슷하다. 만화와 영화, 애니메이션의 파생 상품인 캐릭터 사업의 규모는 5조 9000억원으로 신발시장 6조원과 비슷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우리 아이 ‘안전 길잡이’ 떴다

    우리 아이 ‘안전 길잡이’ 떴다

    한국판 ‘리스크 와치’(Risk Watch)가 발간됐다. 리스크 와치는 미국의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대상 종합 안전교육 교과서로, 우리나라 교육·산업현장에서 주로 행해지는 교통·화재안전교육뿐 아니라 질식·약물중독·낙상·무기·자전거와 보행·물놀이 안전교육 등 8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일 분야별 안전정보와 수칙을 담은 ‘안전생활 길잡이’를 전자책과 종이책 형태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초·중·고교생은 물론 공무원, 군인, 생산직·사무직 근로자 등 전 국민의 안전교재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안전생활 길잡이는 어린이 안전분야가 별도로 발간됐다. 교재는 행안부 홈페이지(www.mopas.go.kr) 등에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시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유감/신동일 중앙대 영문과 교수

    [시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유감/신동일 중앙대 영문과 교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과 영어 말하기에 관한 사교육 열풍이 심상치 않다. 외고 입시 변화로 한풀 꺾인 ‘시장 수요’는 NEAT를 통해 판세가 역전되었고 많은 학부모들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하기만 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선 공교육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강조하지만, 수년 전 토플 대란이 일어났을 때 2년 만에 토플 수준의 국제적인 시험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 교과부를 쉽사리 믿을 순 없다. 단순히 시험에서 끝날 일이 아니란 걸 학부모들은 알고 있다. 내 아이가 지필 시험에서 50점 맞는 것과 영어로 한마디도 못하고 바보처럼 앉아 있는 것과는 걱정의 차원이 다르다. 말하기 교육을 위한 공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니 부모는 학원교육에 의지하게 된다. 이러한 때에 NEAT의 의사결정력을 높인다면 이미 시작된 사교육 대란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사교육기업이 욕심을 줄였다면 국가가 시험판에 개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품화시킬 수 있는 모든 공학적 매체를 동원하여 언어와 교육의 성취단위를 잘게 쪼개고, 측정하고, 관리하고, 좀 더 잘해야 한다고 다그칠 때 효율성은 높아지고 수익은 더욱 확보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변했으니 알아서 몸집을 줄이고, 시간당 효율성은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가치, 언어적 생태성, 협력공동체, 혹은 분리된 지식보다는 통합적 사고를 고민하겠다는 사교육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NEAT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국가 주도의 교육과정, 교과서, 일제시험, 교사 선발 등에 우린 매우 잘 길들여져 있지만 과연 5년 뒤, 10년 뒤도 영어를 배우고 시험 치르는 일을 국가가 주도하는 틀 안에서 반복하고 있을까? 만약 국가가 만든 시험이 시원치 않으면 어찌할 건가? 애국주의에 호소할 것인가? 만약 그것이 통한다면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된 세계화, 자유무역, 다문화, 글로벌 기업은 또 뭔가? 무엇보다도 국가가 개입해서 새로운 일을 할 때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지금까지 보상받아 온 일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니 한동안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시키는 대로 안 할 거면 대안은 뭔가. 최선의 실천은 권한위임형, 민주주의 기반의 교육문화운동밖에 없다. 누구든지 서로 맞서서 이긴 쪽으로 권한을 이양만 하면 새로운 지배질서만 만들어질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든 시간을 두고 서로 배우고 협력하면서 권한의 위임망을 확장하면서 국가와 시장의 이항대립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들이 하고 있고,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해서야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배울 수 없다. 엄한 영어선생님이 가르치는 교실에선 즉흥적이고 의미협상적인 구술언어를 배울 수 없듯이, 큰 시험 몇 개를 전 국민이 끙끙대며 준비하는 문화에서는 언어와 교육을 통한 다양성을 익힐 수 없다. 민주적 시험문화를 감당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꼭 필요하다. 우선 큰 시험의 힘을 더 빼야 한다. 수능 시험 때 기독인들이 교회에 모여 온종일 기도하게끔 하면 안 된다. 얼마나 초조한 시험이면 시험 끝날 때까지 기도하는가? 한 번의 시험에 힘을 실어주고 그것만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시험 전통에 계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또 여러 현장에서 다양한 목적에 맞게 꼭 필요한 작은 시험을 자치적으로 만들어 보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지만, 민주적 실천은 효율성과 비용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다. 이 일에 좀 더 헌신할 수 있는 정직한 전문가, 시민단체의 참여가 절실하다. 새로운 시험문화를 만들자고 하면 행정적으로 당장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거나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기득권은 싫을 것이다. 그래도 더 많은 사람이 사회적 가치로서의 교육, 언어의 공공성, 학습을 통한 공생의 사회를 꿈꾸자고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 시장과 국가의 단순한 구호에 편승해서는 사교육 대란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 ‘아이디어 경연’ 과학공모전 봇물

    ‘아이디어 경연’ 과학공모전 봇물

    국내 과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온 ‘체험·실험 부족’의 해결책으로 경연대회와 공모전이 주목받고 있다. 정형화된 교과서의 지식을 외우는 대신, 이를 기반으로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생각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새롭게 선보이는 대형 공모전이 많다. ●골드버그대회, 창의성·협동심 키워 국립과천과학관의 ‘제1회 골드버그 대회’가 대표적이다. 골드버그 장치는 미국의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가 지역신문에 연재한 만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가장 단순한 동작을 복잡한 여러 단계를 거쳐 수행하도록 하는 장치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팀 단위 과제해결을 통해 서로 협력을 배울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87년부터 전국 규모의 루브 골드버그 머신 콘테스트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피타고라스위치’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대회가 TV에서 방영되고 있다. 오는 8월 14일 열리는 과천과학관 대회에서는 ‘풍선 부풀리고 터트리기’라는 과제를 최소 10단계 이상의 과정을 거쳐 해결하도록 작동하는 장치를 4시간 내에 제작해야 한다. 초·중·고교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지도교사 1명과 학생 4명이 팀을 이뤄 지원할 수 있다. 참가신청은 오는 31일까지이며, 6월 7일에 본선 진출팀 초·중·고 10개팀씩 30개팀이 발표된다. ●캔위성 경연 ‘색다른 체험’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오는 8월 ‘캔위성 체험 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캔위성은 인공위성의 구성요소를 단순화해 음료수 캔 안에 만든 교육용 위성으로 열기구나 소형 과학로켓을 이용해 상공 수백미터로 쏘아올린 후 낙하하면서 위성처럼 사전에 계획된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우주개발 선진국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교과부는 위성 개발 및 임무 난이도를 고려해 초·중학생 대상 과학캠프와 고등·대학생 대상 경연대회로 구분해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초·중생 대상 과학캠프는 8월 7일부터 9일까지 KAIST에서 진행되며 초등학교 5년 이상부터 팀 단위로 신청이 가능하다. 고등·대학생 대상 대회는 학생들이 위성을 직접 기획·개발해 창의성과 성과를 겨루는 방식으로 서류심사와 임무심사를 통해 선정된 5개팀이 8월 9일 최종 경연을 벌이게 된다. 참가신청은 오는 25일까지 인터넷으로 받는다. ●매주 토요일 로봇경진대회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 28일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국립중앙과학관 로봇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저가형 로봇을 중심으로 창작지능로봇, 스마트 제어 로봇, 가족로봇체험, 골프로봇 등의 종목으로 운영된다. 월 대회 수상자들이 기별 결선, 연말 결선을 거쳐 최종 우승자를 매년 가리게 되며 교과부 장관상, 대전시장상, 교육감상 등이 수여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2) 1950~60년대 만화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2) 1950~60년대 만화를 말하다

    우리 만화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영화 등 다른 대중문화와 비슷하게, 만화도 신문물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던 때 국내에 첫발을 들였다.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렸던 이도형의 한 칸짜리 그림을 국내 첫 시사만화이자, 근대만화의 기원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17~18세기 조선시대 풍자화나 풍속화, 또는 그보다도 오래 된 민화(民畵)를 우리 만화의 뿌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 만화는 이미 1926년 첫 ‘원소스 멀티유스’(하나의 소재를 여러 장르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 사례가 나올 정도로 일찌감치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초 풍자영화로 인정받는 ‘멍텅구리’라는 작품이 개봉했는데 이는 1924년 한 일간지에서 선보였던 노수현의 네 칸짜리 만화 ‘멍텅구리 헛물켜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일제시대 만화는 짧은 시사 풍자만화가 주류를 이뤘고, 호흡도 짧았다. 우리 만화가 대중과 본격적으로 호흡하며 역사를 써나간 것은 1945년 해방 이후다. 일제에 의해 폐간됐던 신문과 잡지가 복간되고 새 간행물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만화가 실렸다. 첫 단행본과 첫 만화전문 잡지도 등장했다. 특히 만화방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의 작품이 쏟아진 1950년대 중후반에서 1960년대 초중반을 첫 황금기로 본다. ●‘코주부’ 김용환·‘고바우’ 김성환 선구자 해방 뒤 우리 만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바로 코주부 캐릭터로 유명한 김용환(1912~1998)이다. 일본에서 그림 유학을 했던 그는 일찌감치 일본 최고 원고료를 받는 톱클래스 삽화가로 활동했다. 해방 직후 출간한 ‘토끼와 거북이’(1946)는 국내 단행본 만화의 효시로 남아있다. 김용환은 1948년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전문 잡지 ‘만화행진’ 창간을 주도했다. 협회를 만들어 만화가 권익향상과 후진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히트작 ‘코주부 삼국지’(1952)가 서울신문·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선정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포함됐다. 또 다른 거목으로는 시사만화의 대가 김성환(80)이 있다. ‘고바우 영감’(1950)으로 유명한 그는 3권짜리 반공만화 ‘도토리 용사’(1951)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김용환과 김성환은 우리 현대만화의 개척자이자 아버지다. 김용환은 과장법을 사용한 그림에서부터 섬세한 그림까지 만화의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능력을 갖췄다. 김성환은 과장법 위주의 가벼운 그림을 그리는 데 완벽했고, 호흡이 길지 않은 신문과 잡지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이뤘다. 이들의 그림을 교과서 삼아 연구하고 따라하며 많은 작가들이 탄생하게 됐다.”(박기준) 이 시기 작품 19편이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포함됐다. 김용환을 비롯해 ‘엄마 찾아 삼만리’(1958)의 김종래, ‘만리종’(1959)의 박기당, ‘조국을 등진 소년’(1964)의 이근철, ‘땡이의 사냥기’(1965)의 임창 등 일본 유학을 했거나 일본에서 나고 자랐던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00선에는 들지 못했지만 국내 순정만화의 어머니 엄희자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만화방(만화가게)은 만화의 유통과 소비를 확산시켜 만화가 대중적인 오락거리로 떠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만화 자체의 질을 떨어뜨려 ‘불량’, ‘저질’ 이미지를 덧씌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만화방이 등장한 것은 1950년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만화 단행본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자, 이를 빌려주는 노점 좌판이 먼저 나타났다. 서점에서 실비를 받고 진열돼 있던 만화책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쟁 뒤 사서 보기 힘들던 힘겨운 경제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화방, 기폭제이자 부작용 양산도 작가들이 단행본으로 몰려 발행부수가 폭증했으나, 만화방이 생겨나며 판매부수가 줄어들자 서점들은 오히려 만화 취급을 꺼렸다. 만화 소비가 만화방 중심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전국 유통망을 갖춘 총판이 잇따라 등장하며 만화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959년 전국 2000 곳이던 만화방은 1960년대 말에는 9.5배인 1만 9000곳으로 늘었다. 만화방이 성황을 이루자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찾는 수요가 생겨났다. 이에 맞춰 부엉이문고, 제일문고, 크로바문고 등 만화전문 출판사가 등장했다. 이 출판사들은 인기작가를 전속으로 두고 만화책을 펴냈다. 부작용도 나타났다. 만화가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저가·저질 만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1950년대 초반 20쪽 안팎의 딱지만화가 유행했지만, 중후반에 두꺼운 고급 양장 단행본이 성공을 거두며 시장을 재편했다. 그러나 만화방용 만화는 고급 양장본과 달리 분량도 50~60쪽 안팎에 그쳤고, 싸구려 느낌이 강했다. 특히 1967년 중소 출판사들이 뭉쳐 ‘합동’이라는 이름으로 만화 출판과 유통을 독점하게 되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신촌대통령 합동의 등장 이후 더 열악해졌다. 단가를 낮추면 그만큼 이익이니 크기도 줄이고, 종이도 싸구려를 썼다. 인쇄도 조악했다. 인기작이 나오면 대충 베끼기 일쑤였다. 만화 자체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박기준) ●검열의 시작… 20~30년 후퇴기 1961년 5·16 군사 쿠테타는 문화계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작가들의 창작력을 옥죄는 사전심의, 즉 검열이 시작된 것이다. 만화도 예외일 수 없었다. 1961년 12월부터 원로 만화가들과 출판사 관계자로 구성된 한국아동만화자율회가 이름만 ‘자율심의’인 검열을 맡았다. 그러나 명목상의 자율도 오래가지 않았다. 1967년 박정희 정부는 밀수, 도벌, 탈세, 폭력, 마약과 함께 만화를 ‘사회 6대 악(惡)’으로 규정했다. 이듬해 8월 한국아동만화자율회 해체 뒤 문화공보부 산하 한국아동만화윤리위원회가 생겼고 이들은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소재와 내용은 물론 어린이 건강을 보호한다며 종이 종류와 판형, 쪽수, 편수까지 통제하고 강제했다. 이름과 달리 폐휴지나 다름없던 선화지(仙花紙) 대신 갱지(紙)를 사용하게 하고 국판에서 4X6배판으로 책 크기를 키웠다. 권당 최대 130쪽까지 내용을 늘리게 하는 대신 편수는 무제한으로 이어가지 말고 ‘상·중·하’로 끝내게 했다. 아동만화윤리위원회는 1970년 1월 한국도서출판윤리위원회, 한국잡지윤리위원회와 함께 한국도서잡지윤리위원회(현 간행물윤리위원회)로 통폐합됐다. “남자와 여자가 손만 잡아도 풍기문란이라고 빨간 색연필이 그어졌다. 심지어 가족이라도 남녀가 한방에서 자는 것은 그릴 수 없었다. 전쟁만화를 그리면 북한 장교가 잘생겼다고 트집 잡아 늑대 같이 그리게 했다. 필명을 쓰던 작가들은 사람 이름 같지 않다는 지적에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만화 속 등장인물도 마찬가지였다.”(박기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 기사는 박기준 화백 인터뷰를 바탕으로 최열 ‘한국 만화의 역사’, 손상익 ‘한국만화통사㈛’, 박기준 ‘박기준의 한국만화야사’, 박인하·김낙호 ‘한국현대만화사’를 참고해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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