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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2) 대학 만화 교육을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2) 대학 만화 교육을 말하다

    어린이날 즈음이 되면 동대문운동장이나 남산공원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애꿎은 만화책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불태우던 시절이 있었다. 만화가 어린이 정서에 얼마나 해로운지 보여주겠다는 관 주도의 과격한 퍼포먼스였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 만화학과가 생기리라 예견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만화 교육 열풍이 국내에 찾아왔고 지금은 해마다 1000명 이상의 만화 전공자가 배출되고 있다. 특정 스승을 찾아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던 선배들과 달리 지금의 젊은 만화가 지망생들은 대학에서 길을 찾으며 한국 만화를 풍요롭게 살찌우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 일본 등 만화 선진국에서는 대학 내에 만화학과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역사는 오래됐다. 이미 1950년대에 관련 강의가 개설됐을 정도다. ‘만화왕국’ 일본에서 유일하게 만화학부를 둔 교토세이카대는 1973년에 2년제 만화 전공 코스를 개설한 뒤 1979년 4년제로 전환해 현재 대학원까지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전국 대학 10여곳에서 만화 교육을 하고 있으나 전문 직업학교 에콜의 역할이 더 크다. 우리나라는 20년가량 늦었다. 만화를 저급 문화 또는 불량 식품으로 취급하던 사회 분위기 때문에 만화를 학문 영역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만화 관련 공식 교육기관이 처음 생긴 것은 1990년이었다. 공주전문대(현 공주대)에 만화예술과가 개설됐다. 그러나 대학 만화 교육의 봇물이 터진 것은 그로부터 5년 뒤다. 출판만화 시장이 커지며 만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정부가 만화를 문화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부의 뒷받침과 지역 사학 설립 붐이 맞물려 만화 및 애니메이션 학과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1995년 공주영상정보대, 경민대 등 2년제 전문대학에 잇따라 만화학과가 들어섰다. 이듬해 세종대와 상명대가 4년제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만화학과를 만들었다. 1997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만화학과가 개설됐다. 김병수 목원대 만화 애니메이션학과 교수에 따르면 국내 만화학과는 지난해 기준으로 20개 정도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게임, 디자인 등 관련 학과의 부분 전공까지 합치면 140여개 대학에서 만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 내 학과 설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5년 중고교 미술 교과서에 만화에 대한 내용이 처음 포함됐다. 1999년에는 아현직업학교에 만화학과가 생겼고 이듬해 만화 특성화 고교인 한국애니메이션고가 문을 여는 등 중고교 과정에도 만화 교육이 뿌리를 뻗게 된다. 그러나 대학 만화 교육은 벌써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육적 차원의 진지한 고민보다는 산업적 측면만 고려한 채 양적 팽창이 급속도로 이뤄진 결과다. 그동안 학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자리를 다지기보다는 인력 양성에 안주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만화계의 중론이다. 우선 대부분 미대 입시 형식을 빌려 온 입시 전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만화학과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입학할 수 있어도 만화를 좋아하거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사실상 입학이 불가능하다. 그림만 보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와 내용도 함께 보는 방식으로 입시 체계가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커리큘럼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그림을 그리는 기술 위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어 창조적인 이야기와 아이디어가 있는 작가를 키워내기에는 미흡한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만화 기획이나 비평, 문화, 산업 등을 공부하는 이론 과목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에서 만화의 학문적 위상이 자리잡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 양성도 중요하지만 만화를 학문으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학술·연구자들도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연구자들이 대학 강단 외에는 설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학부는 실기 위주인 반면 대학원은 학술·연구 위주인 불균형 구조도 개선 대상이다. 뉴미디어 등 매체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현재 대학에서 만화를 배우는 학생들이 5~6년 후 사회의 주류가 되기 때문인데 실제 대학 교육은 변화에 뒤쳐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학에서의 만화 교육은 학원과는 다른 ‘대학다운’ 차별점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당장의 창작 기술에만 머물지 않고 미학적, 문화적, 나아가 과학적 맥락을 장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적 의미가 생긴다.”(김낙호 만화 평론가) 현재 만화학과 학생들이나 교수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취업 대책이다. 가장 잘 풀린 경우가 작가로 데뷔하는 것. 이 밖에 게임 회사나 일러스트레이션·동화 삽화 프리랜서, 만화학원 강사, 초·중·고 방과 후 예술 강사 등이 만화학과 졸업생의 진로가 된다. 그런데 취업자 규모에 따라 대학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게 현재 정부 방침이다. 만화학과는 취업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 학교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부실 대학 지정으로 퇴출이 현실화되고 있는 요즘 학교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려 할 때 만화학과가 1순위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만화학과 졸업생들이 연재를 하고 단행본을 낸 작가가 되더라도 4대 보험이 없으면 취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학과에 견줘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화학과가 졸업생들에게 인턴으로라도 취업하라고 권하는 등 직장인 양성에 목매는 상황이 벌어진다. 장기적으로 만화 교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화 전공 내에서 교직 이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초중고에서 만화 교육은 예술강사 제도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도 임시직 성격이어서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다. 예술강사들의 신분 안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만화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에 스태프 지원 제도, 1인 창조기업 활성화, 연구소 설립을 비롯해 연구 사업 활성화 지원을 포함시키는 등 교육계와 현장의 벽을 허무는 방안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김병수 목원대 만화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만화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생물학계, 교진추 청원 기각 요청

    생물학계가 고교 과학교과서에서 ‘시조새’와 ‘말의 진화’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 또는 수정하라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의 청원을 기각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서울신문 5월 17일 자 10면> 한국통합생물학회·유전학회·생태학회·동물분류학회·하천호수학회·생물교육학회 등 6개 학회의 연합인 한국생물과학협회는 6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진화학 관련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개정 청원에 대한 기각 청원서’를 제출했다 협회 측은 청원서에서 “교진추가 지난해 12월과 지난 3월 각각 청원한 ‘시조새는 중간종이 아니다’와 ‘말의 진화는 상상의 산물’ 등이 현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예산 까먹는 정부사업 손본다

    실효성 없이 예산을 까먹는 정부 사업이 손질된다. 멀쩡한 교실이 남아도는데도 개·보수 시설비를 기준 없이 지원해 예산낭비가 지적돼 온 교육과학기술부의 ‘교과교실제 사업’ 등에 제동이 걸린다. 4일 감사원은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와 ‘2012년도 감사결과 예산반영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협의회는 정부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기관의 사업을 재조정하는 장치로, 2004년 이후 해마다 운영돼 왔다. 올해는 예산낭비 소지가 있는 58건의 국가기관 사업이 재조정돼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에 반영된다. 결정에 따르면 교과부는 2009~2014년을 사업 기간으로 추진 중인 교과교실제(과목별 전용교실을 이동하며 수업)에 대해 사업 적용의 우선순위와 시기, 방식 등을 재조정해야 한다. 교실 수요 등을 사전에 면밀히 조사한 뒤 사업을 추진해야 했는데도 2014년까지 완료한다는 목표 달성에만 급급해 무분별하게 시설비를 지원해 헛돈을 썼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 5월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09~2010년 2년간만 최대 848억원을 낭비했다. 교과부의 e-교과서(국어, 영어, 수학 등 3개 과목을 CD에 담은 교과서) 보급 사업도 예산 축소 및 사업 조정 대상이다. 지난해부터 e-교과서를 전국 초·중·고교에 일괄 배포하는 데 투입한 예산은 528억원.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수학 e-교과서의 경우 초등생의 71.6%, 중학생의 88.8%가 전혀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행복도시에 추진할 계획인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 설치사업계획은 전면 재검토된다. 4600억여원을 투입해 도시 내에 모두 12곳을 설치할 목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금까지 3곳에 대한 건설공사를 시행했다. 감사원은 “막대한 시설비에다 기존 문전수거 방식의 13~36배가 운영비로 소요되는데도 주민 편익은 미미해 설치계획을 재검토하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금융까막눈 다 모여라

    금융까막눈 다 모여라

    “글자를 모르는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할 뿐이지만,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더 무섭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b) 의장의 말이다. 금융상품이 복잡다양해지고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돈 관리는 더 어렵고 중요해졌다. 부채 관리, 투자상품의 장단점, 은퇴 후 자산관리 등 체계적인 금융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하지만 관심이 없어서, 또는 부정확한 지식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투자자교육협의회, 신한금융그룹 등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어린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맞는 경제·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해주는 강의가 모두 공짜다. # 한은 ‘어린이 박물관교실’ 이메일 신청해야 한국은행은 방학 동안 ‘어린이 박물관교실’을 연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6차례 개최된다. 화폐금융박물관 견학과 함께 돈 만들기 등 여러 강좌로 구성돼 있다. 6~10일 신청서를 이메일(museum@bok.or.kr)로 제출해야 한다.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한 인기 프로그램이어서 탈락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제강좌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대상이며, 담당교사가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방학마다 열리는 ‘청소년 경제캠프’는 오는 8월 7일부터 3박 4일간 한국은행 본부와 인천 인재개발원에서 열린다. 대상은 고등학생이며, 신청을 받아 40명을 선발한다. 기초 경제이론 강좌부터 견학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대학생과 일반인은 매주 열리는 ‘한은금요강좌’를 눈여겨볼 만하다. 홈페이지로 신청하면 물가, 금융 동향 등 심층강의를 들을 수 있다. # 상인·다문화 가정 위한 ‘금융사랑방버스’ 금감원의 ‘찾아가는 금융교육’ 서비스도 인기다. 초·중·고교 교사가 최소 2주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강의를 신청하면 1시간 동안 용돈 및 신용 관리방법을 가르쳐준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방학(1, 8월)에 ‘청소년 금융교실’도 운영한다. 금감원에서 강의를 듣고 한국거래소를 견학하는 형태다. 200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두 2415명이 참여했다. ‘금융사랑방버스’는 소외지역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전통시장 상인, 시골 읍·면 주민, 다문화 가정을 찾아가 금융 상담을 해주고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지식을 알려준다. 금감원 금융교육운영팀(02-3145-5866)에 신청하면 된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는 금융소비자 교육을 위한 전문 단체다. ‘주말 어린이 금융교실’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교육원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초등 1~4학년은 학부모가 수업에 함께 참여한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http://www.fq.or.kr)에 신청하면 된다. 일반인은 ‘월례 이슈 특강’을 들을 수 있다. 최근 금융 관련 현안에 대해 전문가가 강의해 준다. 교육에 참가하면 투자자교육총서 등 책을 무료로 준다. 금융회사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가장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신한은행의 ‘어린이 금융체험교실’이다. 주말에 은행 영업점을 개방해서 입출금, 환전 등 은행 업무와 보험, 주식, 신용카드 등 금융활동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학부모 교육도 함께한다. 참가 신청은 신한은행 사회공헌사이트(http://www.beautifulshinhan.co.kr)에서 받는다. 신한생명의 ‘해피실버 금융교실’은 60대 이상 은퇴 노년층이 대상이다. 전국 220여개 노인종합복지관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한 달 동안 4회에 걸쳐 노후 준비와 자산관리,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예방법 등을 가르쳐 준다. # ‘선물옵션 실전매매’ 같은 고급 강의도 삼성증권의 ‘부부은퇴학교’는 부부가 함께 은퇴 전후 자산관리를 계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1박 2일로 진행되거나 매달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다. 가까운 삼성증권 지점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기업 및 단체 등에서 요청하면 ‘찾아가는 은퇴학교’도 수시로 운영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초·중·고급 수준별 강의를 해준다. 서울 충정로, 가락동, 여의도 등 교육장 3곳에서 ‘주식투자 시작하기’부터 ‘선물옵션 실전매매’ 등 다양한 주제를 접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고객센터(1544-5000)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오프라인 강의를 듣기 어렵다면 온라인 교육(표 참조)을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교재도 받아볼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클릭 경제교육’에서는 사회·경제 교과서의 경제이론을 쉽게 설명한 학습자료를 얻을 수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헌책방 50여곳 옛 정취 물씬 슬로시티 관광명소로 떠올라

    헌책방 50여곳 옛 정취 물씬 슬로시티 관광명소로 떠올라

    성질 급한 한국사람, 그중에서도 드세고 급하기로 유명한 부산에도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구 40계단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길이다. 240m에 불과한 이 골목길은 지난 4월 해운대~광안리~오륙도 유람선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갈맷길 2코스’와 함께 슬로시티 관광명소로 지정됐다. 부산시는 두 지역을 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50여개의 헌책방이 밀집한 이 지역 또한 40계단길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쟁과 관련 깊은 곳이다. 전쟁 발발과 동시에 피란민들이 이 지역에 대거 유입되면서, 천막학교 등 임시 야외 학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교과서 등 헌책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헌책방이 하나둘 자리 잡은 것이 지금의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 됐다. 이곳에서 57년째 헌책방을 지키고 있는 김여만(78) 학우서림 사장은 “당시 사람들이 피란와서 먹고살 게 없으니까 돈 되는 거라면 무엇이든 수집해 팔았는데, 피란오며 가져온 책이나 주워 모은 책 장사가 제법 돈이 되는 걸 보고 너도나도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곳은 헌책방 골목답게 골목 초입부터 낡은 종이 냄새 가득한 책들이 빼곡히 쌓여 있다. 또 거리에는 일반 보도블록 대신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등 주요 문학 작품과 작가 이름이 새겨진 표지석이 놓여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학기 초가 되면 헌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사러 온 학생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인터넷 서점 등의 발달로 옛 정취를 느끼러 오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절판돼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 등 희귀 서적과 고서적 등을 찾는 사람은 지역을 불문하고 보수동을 찾는다. 또 다른 가게의 한 주인은 “장사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헌책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여기를 계속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교진추, 진화론 삭제 주장서 일보 후퇴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 관련 내용의 수정 및 삭제<서울신문 6월 21일 자 10면>를 요구하는 청원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냈던 기독교계 단체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진화론 오류 삭제’라는 당초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논란 내용 병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향후에도 ‘청원’을 계속하겠다는 방침도 거듭 확인했다. 생물학계에서는 교진추와 별도로 이번 기회에 중·고교 과학 관련 교과서에 기술된 오류들을 찾아내 바로잡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교진추 ‘재반론문’서 궤도 수정 이광원 교진추 회장은 2일 서울신문에 보낸 ‘한국고생물학회·한국진화학회 추진위원회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문’을 통해 “진화론자들을 진화론 자체를 신조처럼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두 학회는 일부 교과서 출판사들이 지난해 12월과 올 3월, 교진추가 제기한 ‘시조새는 중간종이 아니다.’ ‘말의 진화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청원을 받아들여 해당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하기로 하자 지난달 20일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반박문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교진추의 청원은 해당 과학자 사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주장과 자료들이 편향적으로 인용돼 있고 논점을 이탈한 주장이 많다.”면서 “시조새와 말의 진화 내용을 과학교과서에서 삭제하거나 수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교진추는 이와 관련한 재반론문에서 원래의 청원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다윈 이후 150년에 불과한 짧은 역사속에서 얼마나 많은 진화 학설들이 명멸했는지 겸허한 자세로 살펴보라.”면서 “잘못된 이론은 바르게 개정하고, 논란 중인 과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해석체계들을 함께 기술해 학생들에게 비판과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술적인 차원에서 기존 과학계와 명백한 근거를 기반으로 논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진화학계 “추가 대응 무의미” 이들은 지금까지 논란이 있는 진화론을 교과서에 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삭제해야 한다고 밝혀왔지만 사회적 논란을 의식,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과학적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교과서 바로잡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재반론문에 대해 진화학계의 한 교수는 “재반론문 역시 이미 학계가 반박한 최초의 청원서와 마찬가지로 오역과 왜곡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구체적인 추가 대응은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BRIC 등에 교과서 오류 신고 급증 한편 과학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과학 교과서의 일부 오류와 관련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덕환 대한화학회장(서강대 화학과)은 “교과서에 오래되었거나 잘못된 내용이 있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며 “교과서 인정 과정을 강화하고 새로운 이론을 단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장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생물학자들을 중심으로 중·고교 과학교과서에서 오류를 찾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등에서 진화와 관련된 교과서의 애매한 표현이나 오류에 대한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교과서 속 진화에 대한 서술이 용어 단계부터 잘못되거나, 다양한 사례를 설명하지 않고 한 가지 원칙만 내세우는 등 편협하거나 잘못된 사고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화심리학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원숭이와 유인원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진화를 직접 관찰할 수 없다고 잘못 기술하는 등 수많은 오류를 찾아냈다.”면서 “시조새와 말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교과서를 살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RIC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대대적으로 교과서 속 오류찾기 운동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조선 침략’ 주창한 두 얼굴의 일본인을 아시나요

    일본인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를 아시나요.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계몽사상가로 19세기 중반 이후 한·일 관계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저널리스트이자 교육자였다. 그는 일본에서 흔히 ‘국민의 교사’, ‘국민국가론의 창시자’, ‘절대주의 사상가’ 등으로 불린다. 특히 죽은 지 1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 일본 화폐의 최고액인 1만엔짜리의 얼굴로 부활해 일본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역사가들이 일본 근대화 과정에 공헌한 그의 순기능만을 부각시킨 하나의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탈아론(脫亞論)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을 제국주의의 미로(迷路)로 오도한 과오를 감안하면 그의 업적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일본인에게도 그러하고 우리 한국인에게도 그러하다. 일본인들에게는 유럽과 미국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점에서는 선구자일지 모르지만 일본이 아시아를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는 결국 일본으로 하여금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탄의 세례를 받게 했다. 한국인들에게 그는 조선 개화파 인사들을 돕고 부추겨 갑신정변을 일으키는 데 애쓴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변 실패 뒤에는 일본의 조선 지배를 강력히 주장한 장본인이다. 아울러 일제 정부보다 앞장서서 청일전쟁 도발을 충동하고 조선에 있던 일본인 보호를 구실로 조선에 주둔군 파병의 필요성을 소리 높여 외쳤다. 또 ‘정한론’을 뛰어넘는 ‘조선정략론’을 주창하고 조선의 개혁이 곧 일본의 독립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조선의 국정 개혁을 추진하고 감시하는 ‘조선국무감독관’제를 제안했다. 이 조선국무감독관은 조선총독으로 이름이 바뀌어 일제 식민통치의 상징으로 군림하게 된다. 신간 ‘후쿠자와 유키치’(정일성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는 이 같은 사실에 방점을 찍으면서 그의 두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일본의 위대한 사상가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 잘못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 교과서 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우익 지배층이 대부분 후쿠자와의 ‘조선·중국 멸시 이론’으로 정신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후쿠자와의 탈아론은 아시아 침략의 논리로 조선과 중국 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 왜곡의 근원이 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이 책은 일본 우익 지배층의 비뚤어진 시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 교육자, 언론인, 그리고 대학생들이 한번쯤 읽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11년 전 처음 책을 냈고 이번에 개정판을 냈다. 1만 9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5급 외무직 수석합격 나근왕씨의 공부 비법

    5급 외무직 수석합격 나근왕씨의 공부 비법

    “제가 쓴 영어 번역문이 우리말로 쓴 괜찮은 글이 될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고, 나만의 스케줄을 짜서 공부한 것이 합격 비결입니다.” 5등급 외무직 공채(옛 외무고시)에 수석합격한 나근왕(25)씨가 27일 합격비결을 털어놨다. 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인 나씨는 외교학과 입학을 계기로 1학년 때부터 외시를 준비했다. ●2차 논술 시험, 논리력 키우려 외교부 보고서 챙겨봐 합격비결치고는 의외로 평범했다. 그는 ▲꾸준한 연습과 복습 ▲자기식 공부법 찾기 ▲시험장에서 마인드 컨트롤(심리조절)이 합격비결의 전부라고 밝혔다. 1차 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에서는 오답노트를 만들면서 자신의 오답 패턴을 파악했다. 나씨는 “내가 어떤 식으로 틀리고 있는지, PSAT이 요구하는 사고구조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서 자신의 사고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내 사고구조를 PSAT형으로 바뀌었는지를 ‘비법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면서 비슷한 실수를 줄여나갔다.”고 말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2차 논술형 시험에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팩트 나열보다 글의 전반적인 논리구조를 세우는 일”이다. 국제정치학의 뼈대는 대학 학과수업으로 잡았다. 관련 연구서나 논문도 읽어야 한다. 특히 외교부 보고서를 꾸준히 챙겨보면서 그 논리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답안지를 작성할 때는 핵심 키워드가 돋보이도록 해야 한다. ●‘영어 잘한다’ 자만은 금물… 더 많은 시간 할애해 공부했죠 국제법은 공부해야 할 양이 많다. 수험생활 초, 나씨는 무작정 외우려고만 했지만 번번이 어려움만 겪었다. 그는 “디테일한 팩트나 법리를 단순히 외울 것이 아니라 판례나 모의케이스를 적용하면서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간파하면 좀 더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에서도 가장 좋은 교과서는 기출문제다. 그는 “경제학 전반의 내용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로 기출문제만큼 좋은 게 없다.”고 강조했다. 보통 외무직 공채 수험생들은 “나는 영어는 자신 있어.”라면서 영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씨는 거꾸로 영어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영어 단어나 숙어를 많이 외운다고 영어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면서 “번역은 하나의 완성된 글을 쓰는 거니까, 번역문만 떼어 놓고 보더라도 하나의 독립적인 글로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글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와 한글의 문형 차이가 무엇인지를 연습할 때마다 파헤쳐 분석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른 계층 ·배경의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외교관 되고파” 나씨는 합격의 가장 큰 요인을 “수험기간 동안 남의 스케줄이 아닌 내 스케줄을 짜서 내 방식대로 공부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고시학원에 다니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준비했으면 합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계층,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면서 “외국과 소통을 잘하는 외교관이 아닌, 우리 국민과도 더 잘 소통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미주통신] 괴물 ‘네시’ 美 사립교과서 인정 파문

    [미주통신] 괴물 ‘네시’ 美 사립교과서 인정 파문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한 사립 크리스천 학교가 이른바 네스 호의 괴물로 알려진 네시의 존재를 공룡의 일종으로 공식 인정하고 이를 교과서에 사용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루이지애나주 웨스트레이크에 위치한 ‘이터너티 크리스천 아카데미’로 알려진 이 학교는 네시의 존재를 창조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로 초등학교용 교과서에 기록하고 있다. 즉 네시를 공룡의 일종으로 묘사하면서 공룡과 사람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진화론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 책에는 “네시는 수많은 목격자들과 사진과 음파 탐지 기록이 있어 과학자들이 존재를 더욱 확신하는 공룡”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평론가 블루스 윌슨은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그러한 교과서를 사용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으며 이러한 학교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재 초등학생 38명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학교의 매리에 캐리어 교장은 “우리의 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이 혼란에 빠지는 것에서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내년에는 135명의 학생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공적지원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정부가 아니라 학부모가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파문이 보도를 통해 확산되자 네스 호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토니 드루몬드는 “네시의 존재는 음파 기록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모호하고 존재를 밝히려는 많은 노력이 있지만, 실제 가능성은 적다. 이 교과서 채택 사건은 참으로 황당한 선정성 주장”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지금&여기] 무바라크와 전두환/유대근 국제부 기자

    [지금&여기] 무바라크와 전두환/유대근 국제부 기자

    참 끔찍한 기시감이었다. 2012년 5월의 훌라에서 1980년 5월의 광주를 봤다. 내전 중인 시리아의 작은 도시 훌라는 지난달 피로 얼룩졌다. 친정부 민병대의 시민학살 탓이다. ‘아랍의 봄’(북아프리카·중동 전역의 민주화 시위 바람)이 몰아친 지난 1년 반 동안 익숙하게 목격한 살육극이다.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튀니지의 튀니스에서, 예멘의 사나와 리비아의 트리폴리에서 1980년 광주의 금남로와 도청 광장을 봤다. 충돌 뒤에 숨겨진 복잡한 역사·사회적 맥락은 다소 다를지언정 두 사건이 빚어낸 풍경은 하나일 테다. 군홧발에 짓밟힌 민의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교과서에서 접한 기자에게 아랍 지역의 민중 항쟁은 살아 있는 한국 현대사 강의였다.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데자뷔가 또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84) 전 이집트 대통령과 전두환(81) 전 대통령 얘기다. 두 인물은 모두 전장에까지 파병됐던 군장성 출신 정치인이다. 보필했던 전직 대통령이 암살된 뒤 혼란을 틈타 권력을 잡은 것도 닮았다. 영원할 듯 권세를 누렸으나 성난 민심에 의해 권좌에서 끌려 내려왔고 시민 항쟁에 총과 몽둥이로 대항하다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판박이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은 군인 출신으로서 마지막 존엄마저 지키지 못하는 듯하다. 둘은 요즘 뉴스의 중심으로 다시 떠올랐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무바라크는 심장마비 탓에 임상적으로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병세가 호전됐지만 여전히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의 끝자락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전 전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에 발전기금을 기탁한 뒤 육사 생도를 사열하고 국가보훈처 소유 골프장에서 호화접대 골프를 즐겼다는 등의 논란에 휩싸여 다시 입길에 올랐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수천억원대 비자금 추징금을 내지 않았던 그다. 군인의 명예는 후배들의 기계적 거수경례를 받는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거늘. 야당은 추징금을 고의 미납하면 강제노역을 시킬 수 있게 법을 개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방법은 전 전 대통령 스스로 잘 알게다. dynamic@seoul.co.kr
  • 北에서 부부 싸움하다 접시말고 이것 던졌더니…

    北에서 부부 싸움하다 접시말고 이것 던졌더니…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에 대한 우상화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우상화가 일상화가 돼 북한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눈치 채지 못하는 우상화도 있다. 남쪽에서는 알고 보면 황당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우상화 사례 몇가지를 최근 탈북자 인터넷 매체인 뉴포커스(www.newfocus.co.kr)가 소개했다.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북한 교과서’라는 사진 한 장이 실렸다. 확인 결과 남쪽에서 안보용으로 제작된 책의 내용이었다. 확인한 탈북자가 북한 교과서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는 김정일 이름을 줄을 바꿔가며 표기됐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일가의 이름을 쓸 때 절대 줄을 바꿔서는 안된다.  북한에서는 여행할 때 몰래 사진을 찍거나 갑작스레 사진을 찍는 것도 금지 행위다. 김일성 동상을 예로 들자면, 급하게 찍다가 동상이 일부라도 사진 속에서 잘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관광객 카메라에서 김일성 동상의 한쪽 팔이나 하반신이 잘린 것이 발견될 경우 바로 삭제 된다.  북한에서는 또 극중에 김일성 일가로 분장한 배우에게는 실제 김일성 일가를 대하듯 해야 한다. 북한의 유명한 영화 감독으로 인민예술가 칭호와 국기훈장 제1급을 받았던 류호손씨(68)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화 촬영 도중 흥분해 김일성 역할을 맡은 젊은 배우에게 소리를 질렀다가 혁명화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혁명화는 북한 고위층이 과오를 저질렀을 때 농촌이나 오지 탄광으로 보내 생산 현장에서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처벌이다.  김일성 일가 사진이 들어간 노동신문 지면은 절대 다른 용도로 쓸 수 없고, 따로 모아 반납해야 한다. 만약 휴지나 도배지로 사용하거나 담배를 말아서 피는 행위를 했다가 적발되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김일성 일가의 사진이 실린 지면을 따로 분류해 반납하는 게 귀찮아 아예 태워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뉴포커스는 전했다.  북한에서 집에 불이 났을 때 김일성 초상화를 가장 먼저 챙기는 게 좋다. 패물 대신 김일성 초상화를 들고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 정부으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부부 싸움을 하다가 성난 남편이 던진 물건이 김일성 초상화를 건드렸는데, 이를 아내가 신고해 남편이 처벌받은 일도 있다고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神도 논리의 창조물 vs 진화, 神이 허락한 것

    神도 논리의 창조물 vs 진화, 神이 허락한 것

    진화론을 둘러싼 과학교과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안 그래도 더운 날, 뜨겁다 하려니 죄송하군요. ‘과학교과서에서 사라지는 진화론’<서울신문 5월 17일자 10면>이 처음 보도되더니,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서 이를 우려한다는 보도(‘네이처 “한국, 창조론 요구에 항복”…우려표시’·서울신문 6월 7일자 9면)가 나왔습니다. 반격(‘교진추, 화학진화론도 생명기원과 무관’·서울신문 6월 15일자 11면)도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 와중에 ‘진화심리학’(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진화론을, 생물학 너머 심리학에까지 적용시킨 겁니다. 진화론의 최전선쯤될까요. 진화심리학에는 두가지 비아냥이 따라다닙니다. 하나는 “헤겔 철학하냐.”는 겁니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이성적이다.”라는 식의,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런다.”는 식의 사후합리화 혹은 중언부언 아니냐는 겁니다. 이는 진화론이 단순한 유전자결정론처럼 오해받아 생기는 난점인데,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여러 재밌는 사례를 통해 나름대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대체 문화는 어떻게 설명할래?”입니다. 진화심리학이란 짝짓기, 호전적 행위처럼 신석기 시대 이후 쭉 내려온 인류 공통 분모만 설명해줄 뿐, 인간이 창출해낸 개성적인 문화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간단하게 말해 진화심리학이 가르쳐주는 것이라곤 기껏 “(인류가) 아직도 그대로네!”라는 겁니다. 책을 집어들었을 때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나 논증을 기대했는데, 책 끝부분 13장 ‘통합심리학을 향해’에서 문화 현상에도 “신선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고만 해둡니다. 기대 섞인 전망 수준입니다. 아쉽습니다. 여하간 이처럼 진화론자들은 생물학을 넘어 심리학으로 진군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창조론과 씨름을 벌일까요. 번쩍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2006년 ‘만들어진 신’(이한음 옮김, 김영사 펴냄)을 낸 리처드 도킨스입니다. 솔직히 의아했습니다. 뻔한 내용일 텐데 왜 600쪽에 육박하는 책을 썼을까 싶었습니다. 도킨스는 이미 ‘눈먼 시계공’(이용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으로 창조론을 비판한 바 있었습니다. 그것도 1986년에 말입니다. 복잡하고 정교한 시계에는 시계공이 있듯, 더 복잡한 우주 만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창조주가 있다는 게 시계공 논리입니다. 창조론을 옹호하는 대표적 논리로 꼽히지만, 정작 종교계는 그리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되어버린다면 그걸 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신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이성, 논리, 과학을 뛰어넘는 어떤 도약이 아닐까요. 그래서 신을 시계공에다 비유하는 것은 결국 신의 자리를 이성에게 양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박중서 옮김, 청미래 펴냄)가 대표적입니다. 보통은 이성을 신으로 모시자고 제안합니다. 무신론자의 성전을 만들자는 거지요. 영국 런던에다 짓겠다 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책을 읽을 때 이성의 신에만 주목하지 말고, 이래서 종교계가 시계공 논리를 싫어하겠구나 하면서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어쨌든, 도킨스의 반박은 멋진 구석이 있습니다. 시계공 앞에다가 ‘눈 먼’(Blind)이라는 수식어 하나 붙이는 걸로 끝내 버렸으니까요. 그래 너희 말대로 이 우주에 시계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아마 눈이 멀었을 것이다, 라고 응수한 거지요. 그런데 왜 20년 뒤 ‘만들어진 신’을 또 내야 했을까요. 그것도 멋진 응수가 아니라 직설적으로 - 원제가 ‘The God Delusion’입니다. 단순히 만들어졌다가 아니라 ‘망상’이라는 거죠. - 비판해야만 했을까요. 그래서 ‘만들어진 신’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은 도킨스의 ‘논증’보다 ‘연민’입니다. 여러 얘기가 있지만 한가지만 꼽자면, 세계적 학자 밑에서 지질학과 고생물학 두 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가 지구 나이는 1만년에 불과하다는 근본주의 기독교의 창조론 때문에 학업을 포기했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진화론 없는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이 나중에 자연과학자가 되었을 때 “신앙과 배치되는 연구를 할 수 없다.”며 연구실을 박차고 나가는 사건이 벌어질까요. ‘눈먼 시계공’ 이후 ‘만들어진 신’을 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세를 크게 불린 기독교 원리주의에 대한 과학자로서의 위기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당시가 기독교 원리주의 부시 정권 집권기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듯합니다. 이쯤에서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봅시다. 테리 이글턴의 ‘신을 옹호하다’(강주헌 옮김, 모멘토 펴냄)입니다. 맞습니다. 이 사람, 종교를 아편 취급하는 마르크스주의자입니다. 그런데 스스로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입니다. 도킨스, 그리고 좌파 무신론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도친스’라 합쳐부르면서 강하게 비판합니다. 타깃은 주로 히친스 쪽입니다만. 그 맥락을 자세히 얘기하기엔 그렇고, 이 사람 한국에 왔을 때 한마디 남깁니다. “이미 오래전 토마스 아퀴나스는 창조론을 틀렸다고 했다. 과학이 뭐라 하건 말건, 신학 입장에서 우주의 기원 따윈 없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습니까. 중세 신학의 거장 아퀴나스가 이미 창조론 따윈 틀렸다 말했다니! 진화론과 무관하게 원래 신학의 창조론은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의 창조론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무신론도 일종의 신념체계라는 점에서 종교적이라 지적하면서, 종교 문제를 회피한 채 공리주의로 퇴각해버린 무신론보다 차라리 제대로 된 유신론이 훨씬 낫다는 입장에 섭니다. 이 주장은 한국에서 거의 연예인급 대접을 받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0강 ‘정의와 공동선’ 가운데 ‘중립을 지키려는 열망’ 부분입니다. 한번 비교해서 음미해볼 만합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한 권이 있습니다. 800쪽이 넘어갈 정도니 좀 두껍긴 한데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김용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입니다. 고백하자면, 서양문명 통사쯤으로 생각하고 집었습니다. 신학 논쟁만 빼곡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돈 아까워서 꾸역꾸역 읽었는데, 책을 덮은 뒤에는 저의 착각이 무척 고마워졌던 책입니다. 3부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의 양립주의, 그러니까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고 논증합니다. “열렬한 유신론자이면서 진화론자일 수 있다.”는 다윈의 말과 “신의 섭리가 효력을 지속시키더라도 많은 것은 우연적이다.”라는 아퀴나스의 말에 주목합니다. 저자는 이 두 부분을 정교하게 결합시키는데 너무 길어지니까 여기선 짧게 일부만 인용하지요. “아퀴나스와 다윈이 600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뛰어 만나 이구동성으로 ‘만물은 우연에 의해 자발적으로 진화하지요.’라고 말한다 해도, 하나는 ‘피조물에 자유를 허락한 신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진화의 맹목적성’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 놀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고상하게 말하자면 신과 인간 사이에는 심대한 질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수준 낮게 말해서 과학과 신학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러고 보니 창조론과 진화론 싸움은 어째 허깨비 싸움 같아지는군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논쟁의 장은 열려야 한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논쟁의 장은 열려야 한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얼마 전 메일함에서 눈에 띄는 메일을 한 통 발견했다. 메일을 보낸 측은 생물학 연구정보센터의 과학분야 설문조사기관 SciON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교과서 시조새 관련 논란’에 대하여 설문조사에 응답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된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현재 SciON에 공개되어 있다. 최근 오래전 멸종된 시조새의 족보(?)를 둘러싼 갈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이하 교진추)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냈고, 이에 고등학교 과학교과서를 출간하는 7개의 출판사 중 5개가 이 청원을 받아들여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시작된 갈등이었다. 이 사건을 접하자마자 도버교육위원회 사건이 떠올랐다. 2005년 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소도시 도버의 교육위원회는 ‘진화론은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일한 과학이론이 아니기에, 생물학 시간에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도버 지역 학부모 11명은 해당 지침이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 논쟁은 그해 12월 ‘지적 설계는 과학 이론이 아니라 종교 이론이기에 이는 위헌’이라는 판결문을 통해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최근 시조새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은 도버교육위원회 사건의 그것보다 더욱 석연찮은 느낌이 든다. 사실 이전부터 진화론은 확정된 이론이 아니라 단지 ‘가설’에 불과하며, 지적 설계가 종교적 교리를 넘어 과학 이론이 될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은 심심찮게 제기되어 왔다. 이는 진화론을 비롯한 고생물학 연구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 탓이다. 진화론의 경우, 연구 대상이 품고 있는 시간의 길이와 간극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그것을 훨씬 넘어서기에 남아 있는 몇 가지 화석을 징검다리 삼아 이론의 상당 부분을 논리적 추론으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SciON의 응답자 다수가 지적했듯이 시조새를 둘러싼 문제 제기에서는 진화론 자체의 취약점보다는 이 논쟁을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취약점이 더 많이 노출되었다. 교진추의 청원이 제시된 이후 교과서에서 해당 부위가 삭제되는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청원에 대한 정확한 검토나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하여 아예 이에 대한 논쟁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서둘러 이를 덮어 버리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 여기에서도 역시 드러난 것이다. 사실 세상 모든 과학 이론은 완벽하지 않다. 철저한 종교배척주의자이자 과학중심주의자인 리처드 도킨스조차도 과학 이론은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킨스는 그렇기에 과학 이론이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과학이론은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언제든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이전의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이론으로 거듭날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가치 있는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이번 시조새 논란은 과학 이론이 가진 ‘열린 자세’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누구든 특정 과학 이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반론을 제기당했다는 것이 그 이론이 틀린 것이거나 가치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서 말했듯 진화론은 태생적 한계로 인해 그 어떤 과학 논란보다 반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반론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덮어 버리거나 삭제하게 된다면 해당 이론은 결국 사라져 버릴 것이다. 중요한 건 반론이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론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심도 있는 논쟁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논쟁의 장조차 열어주지 않은 채 서둘러 문제를 봉합해 버리려는 태도가 오히려 더 우려스러운 것이다.
  • 교과부·출판사, 검증 않고 삭제 논란

    교과부·출판사, 검증 않고 삭제 논란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 진화론 논거 일부 삭제를 이끌어 냈던 기독교 단체<서울신문 5월 17일자 10면>가 기존 학설이나 연구 논문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잘못 번역한 내용을 근거로 청원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다 교과서 출판사들이 전문가들의 체계적 논의나 검증 없이 집필자 혼자서 청원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시조새’와 ‘말의 진화과정’ 등 진화론의 주요 근거들이 단 한번의 청원으로 수정·삭제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국고생물학회와 한국진화학회는 20일 “지난해 12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제기한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와 3월의 ‘말의 진화는 상상의 산물’ 청원은 잘못된 근거와 해석, 왜곡에 기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과부와 출판사 집필진이 합리적 검증 절차 없이 섣불리 해당 부분 삭제를 결정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진추는 청원서에 “1984년 독일 시조새 학회에서 ‘시조새는 반파충류나 반조류가 아니고 완전한 비행이 가능했던 멸종된 조류’라고 공식 선언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해당 학회 발표문에는 이런 내용 자체가 없다. 또 말의 진화 청원에서 교진추는 “과거의 말은 현재의 말의 직접적인 조상이 아니며, 이는 진화가 거짓이라는 것”이라고 적고 있지만 이 역시 ‘말이 한 종류로 진화하지 않고 다양하게 진화했다’는 학문적 진실을 왜곡했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교진추가 ‘스티브 제이 굴드 등 저명한 진화론자들이 중간종을 부정했다.’고 주장한 대목 역시 굴드의 이론을 잘못 인용한 것으로, 굴드는 진화를 부정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교과부와 집필진이 청원서의 주요 내용을 검증조차 하지 않고 삭제·수정해 국제적 논란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진화론을 설명하는 다른 근거들도 많은데 굳이 논란이 되는 내용을 기술할 필요가 없다고 집필자가 판단한 것 같다.”면서 “청원은 일주일 안에 가부 간 결과를 통보해야 해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혀 졸속 삭제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출판사들의 교과서 수정·삭제과정도 문제다. ‘시조새는 진화의 증거’라는 부분을 수정하기로 한 상상아카데미 측은 “청원에 대해서는 해당 집필자가 수용 여부를 검토한 후 입장을 밝히면 시교육청에 이를 전달해 인정을 받는다.”고 말했다. 시조새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로 한 금성출판사도 “집필자가 결정하면 출판사는 이를 인정기관에 넘길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원을 수용한 5개 출판사와 달리 유일하게 시조새 부분을 수정하지 않기로 한 미래엔컬쳐 출판사는 집필자 전원회의를 거쳐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출판사 측은 “청원을 두고 13명의 집필자가 모두 모여 검토한 끝에 청원이 일부 견해여서 이를 교과서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집필자 한 사람이 청원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과학교과서를 인정교과서로 정해 관리책임을 방기한 교과부의 책임이 크다.”면서 “이 같은 절차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다윈 진화론은 허구” → 출판사 수용 → 국·내외 학계 반발

     과학교과서의 시조새 관련 내용 삭제 청원으로 불거진 진화론 논란은 지난해 말 한 기독교 단체의 청원에서 비롯됐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는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교과서 개정 청원서를 제출했고, 고등학교 융합 과학교과서 7종 중 5종에서 시조새 관련 부분을 수정 또는 삭제한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교진추는 또 지난 3월 ‘말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2차 청원서를 제출해 3개 출판사의 교과서에서 말 관련 부분 삭제를 이끌어냈다.  2009년 기독교계 단체인 창조과학회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를 통합해 출범한 교진추는 현재 사단법인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성경의 권위에 도전하는 진화론의 실체를 학술적 견지에서 밝혀 궁극적으로 진화론 교과서를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진추 측은 “‘인류의 진화’, ‘핀치새가 섭식 습성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달라지는 것’ 등 현재 교과서에 수록돼 있는 진화론 관련 설명을 모두 삭제하도록 청원할 계획”이라면서 “다윈의 진화론이 정설이라고 가르치는 교육제도를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교진추는 전·현직 대학교수와 초·중등 과학교사들로 이뤄졌다.  ●교과부, 논란 일자 “심사할 것”  교진추의 청원을 발단으로 국내에서 확산된 진화론 관련 논란에 대해 해외 언론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 5일 ‘한국이 창조론의 요구에 항복했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고, 시사주간 타임도 지난 12일 “한국의 교과서가 진화론을 퇴출시키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진화론과 성경의 창세기가 다투고 있는 형국”이라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허핑턴포스트 등도 같은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논란이 확산되자 교과부가 공식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시조새 삭제를 주장한 교진추의 1차 청원이 제기된 이후 교과부는 “교과서 수정권한은 각 교과서 출판사에 있다.”며 관여하지 않았다. 그랬던 교과부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교육과정은 진화론을 포함해 가르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2013학년도 교과서 인쇄본에 대한 수정·보완 승인이 나는 9월말 이전에 진화과정의 증거가 되는 화석 관련 논란에 대해 관련 학회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심사에 활용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말 승인된 교과서는 각 학교가 개별적으로 선택해 2013년도부터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학 교재로 활용된다.  ●교진추 “개정 청원 계속할 것”  그러나 교진추는 앞으로도 진화론의 허구성을 주장하는 교과서 개정 청원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혀 진화론 관련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진추는 이달 중에 ‘화학적 진화는 생명의 기원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3차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9월에는 ‘생물계통수는 허구’라는 4차 청원을 통해 진화론의 방향성 자체를 부정할 계획이다. 윤샘이나·박건형기자 sam@seoul.co.kr
  • [추천도서] 통하는 화술-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감성 유머

    [추천도서] 통하는 화술-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감성 유머

    사회각계에서 소통을 중시하는 요즘, 방송인 이수근 등이 추천하는 ‘통하는 화술’ 은 한마디로 소통의 기술을 다룬 책이다. “유머 화술의 원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라”는 이 책은 품격 있는 유머와 연설 교과서이며 유머의 심리학적 고찰과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프랑스, 영국, 미국에 이르는 방대한 유머와 유머의 역사를 담고 있다. 또한 도산 안창호, 링컨, 처칠, 스티브 잡스 등 역사와 시대를 움직인 거인들의 위트와 명 스피치가 담겨 있다. 아름다운 소통을 넘어 배려와 공감, 그리고 감동의 유머 스피치를 구사하는 다양한 기술에 대해 품격 있는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국문학, 경제학, 공예를 전공한 세 저자는 성공을 원하는 직장인과 대학생에게 감성 화술의 이론과 실제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민영욱, 조영관, 손이수 지음 가림출판사 펴냄. 12000원 /인터넷뉴스팀
  • 생물학연구자 1278명 “진화론 삭제는 문제”

    생물학 관련 연구자의 대다수가 지금껏 진화론의 근거로 제시돼 온 시조새와 관련된 내용이 교과서에서 사라지는 상황<서울신문 5월 17일자 10면>과 관련, 삭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과학교과서에 진화론을 포함시키되, 최근의 연구결과를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물학정보연구센터(BRIC)가 지난 11~15일 생물학 관련 분야 회원 1474명을 대상으로 ‘과학교과서 내 진화론 기술 논란’에 대한 온라인 설문에서 전체의 86%인 1278명이 최근 시조새 내용을 삭제하기로 결정한 일부 출판사들의 절차에 대한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52%인 670명은 ‘전문가의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때문에, 21%인 264명는 ‘청원서를 낸 단체가 다른 (종교적) 의도를 가진 단체’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17%인 211명은 ‘교과서 수정의 최종 검증 주체가 출판사에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과학교과서에 대한 수정과 보완 청원이 들어왔을 때 검증절차를 관리·감독할 공신력있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신력있는 주체로는 76%가 교육과학기술부, 9%가 한국과학창의재단을 꼽았다. 과학분야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 과학교과서의 수정과 보완을 청원할 수 있는 주체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58%인 850명은 학회와 연구소 등 ‘관련분야 전문가가 포함된 공신력있는 단체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화론 자체가 과학교과서에 포함될 가치가 있다는 의견에는 상당수가 동의했다. 88%인 1289명은 ‘진화론은 과학교과서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81%인 1181명은 “최근의 연구결과를 포함해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현재는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은 10%인 142명에 불과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2015년 전면시행 스마트교육, 미래의 대안인가 성급한 도입인가

    2015년 전면시행 스마트교육, 미래의 대안인가 성급한 도입인가

    # 지난 3월 개교한 세종특별시의 참샘초등학교에는 로봇 선생님이 있다. 노란색 팔에 네모난 얼굴을 한 로봇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유창한 영어로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대답을 한다. 학생들의 답변을 들은 로봇 선생님은 꼼꼼하게 발음을 교정해 준다. 옆 교실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이용한 수업이 한창이다. 선생님이 전자칠판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띄워 놓으면 학생들은 개인별로 갖고 있는 스마트패드에 터치펜을 이용해 답변을 적어 트위트를 날린다. 교실 밖에서도 ‘스마트한’ 풍경은 이어진다. 복도 한켠에 설치된 동작인식마당에서는 바닥에 뜬 시뮬레이션 화면 위에서 사람이 움직이자 천장에 설치된 센서가 감지해 화면에 반응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물고기 잡기, 풍선 터뜨리기, 자동차놀이 등을 하며 즐거워했다. 참샘초와 동시에 세종시에 문을 연 참샘유치원과 한솔중·고등학교, 오는 9월에 문을 여는 한솔유치원, 한솔초등학교 등 첫마을 6개 유치원와 초중고교 모두 스마트 스쿨이다. 등하교에서 수업까지 학교 생활의 전 과정이 전자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세종시의 학교들은 스마트 교육이 전면 시행될 2015년 미래 교실의 모습이다. ●교과부, 단계별 전략 추진 가속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스마트 교육 추진전략’에 따르면 2015년부터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들은 태블릿PC와 스마트패드 등 기기를 활용해 디지털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최근 스마트 교육 기반 조성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하고, 다양한 교육 콘텐츠 기업들로부터 디지털 교과서와 연계할 수 있는 영상 및 사진자료 등 콘텐츠를 기부받기로 하는 등 단계별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본격적인 대규모 스마트 교육환경 구축에 앞서 진행되는 ‘스마트 교육을 위한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 기반조성 정보화 전략계획(ISP)’ 사업자로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컨소시엄에는 SK텔레콤, KT,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SK C&C, 비상교육, 천재교육, 인크로스 등 16개 업체가 참여한다. 능률교육·미래엔 등 교육 출판사는 플랫폼·콘텐츠 구성을, 삼성전자·포비스티앤씨는 학교 정보화를 담당한다. KT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콘텐츠 유통을 맡는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4개월에 걸쳐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구축 방안 수립 ▲스마트교육 플랫폼 구축 방안 수립 ▲스마트 교육 콘텐츠 유통체제 구축 방안 수립 ▲학교 정보화 기기 보급방안 수립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 기반 조성 과제 시행전략 수립 등 5개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스마트 교육환경 구축을 위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사업 추진과정에 대한 비판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학교 현장의 의견수렴 없이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은 “학교와 교사의 자발성 없이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스마트 교육 사업은 학교 수업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원단체 “기업 중심의 교육사업”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이 기업들의 사업 아이템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학교를 수익 창출의 시장으로 간주하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태블릿PC 제작 기업, 교육 콘텐츠 개발 기업, 서버 관련 기업, 무선망 관련 기업들”이라면서 “스마트 교육 추진전략은 학생과 교사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의 교육사업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12일 발표한 ‘정부의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에 대한 논평’을 통해 “정부는 1997~2008년 교육정보화 사업에 3조 9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했고, 현재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이라는 또 다른 교육 정보화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교육 정보화 사업이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스마트 교육 구현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작업인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 기반 조성 정보화 전략계획(ISP)’을 SK텔레콤 컨소시엄 등 기업에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지나치게 성급한 교과부의 스마트교육 전면화 방침에는 해당 기업의 이해가 깊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 참여 통해 점진적 확대를” 스마트 교육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육 방법과 내용에 대한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스마트 교육이 학습 능력을 손상시키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유대감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아이들의 잠재적 가치를 이끌어 내고 키워 가는 것이 교육이라면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은 명백히 반교육적”이라면서 “스마트 기기는 (기계에 대한) 의존성만 높일 뿐 결코 사용자를 스마트하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권 소장은 “정부는 스마트 교육을 추진하면서 자기주도학습, 창의성 교육이라는 말을 하지만 실제 이 방법으로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기기의 중독성이나 스마트 러닝에 사용되는 멀티태스킹이 뇌에 미치는 영향 역시 스마트 교육의 부작용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인터넷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11.4%가 스마트폰 중독으로 나타났고, 12~18세 청소년 중 87.5%가 게임이나 오락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하는 현실(2011 방송통신위원회 실태조사)에서 스마트 기기에 교육 콘텐츠를 넣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것을 오직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스마트 기기가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하고, 이 때문에 빈부에 따른 정보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주동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대표는 “정부는 차상위 계층과 모든 교사에게 스마트 기기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 구입은 개인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학생들 사이에 스마트 미디어로 인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정부와 기업 중심의 스마트 교육 추진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스마트 교육 실험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조절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사들이 직접 개발하고 사용해본 스마트 교육 콘텐츠를 보급해 대다수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을 때 비로소 스마트 교육을 전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좋은교사운동은 현재 교육 관련 대기업들이 수행하고 있는 정보화전략계획의 중간점검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학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교과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2조 2000억 투입 ‘스마트교육 추진전략’

    교과부는 지난해 6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와 공동으로 ‘스마트 교육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2015년까지 모든 교과서를 ‘디지털 교과서’로 개발해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활용하기로 했다. 디지털 교과서에는 교과 내용뿐 아니라 참고서, 문제집, 학습사전, 공책, 멀티미디어 자료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기게 된다. 교과부는 2014년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목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과서 개발을 시작해 2015년 고등학교 과목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질 높은 교육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기기에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2015년까지 모든 학교에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유·무선망과 교육 콘텐츠 오픈마켓 구축 등으로 교육 서비스를 통합하면 질병으로 장기 결석한 학생들이나 도서벽지의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교과부는 “디지털 교과서가 개발되면 학생들의 책가방이 가벼워지고, 학습지와 참고서를 별도로 구입하는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스마트 교육 구축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2012~2015년 3년간 2조 2280억원 규모다. 모든 학교에 무선 인터넷망을 설치하는데 2715억원이 투입되고, 모든 교사에게 갤럭시탭, 아이패드와 같은 교육용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데 88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IBT(Internet Based Testing)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으로 891억원이 소요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디지털 사회에 걸맞은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행안부가 밝힌 애국가 지위

    행안부가 밝힌 애국가 지위

    1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애국가를 공공행사에서 부르도록 규정한 근거는 2010년 제정된 국민의례규정이다. 그 이전에는 관습적으로 국가행사나 공공기관 행사에서 사용되고,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리는 등 사실상 ‘국가’(國歌) 역할을 했다. 북한이 사회주의헌법 제165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애국가이다’라고 규정한 것과 형식적으로 다르다. 북한이 말하는 애국가는 ‘아침은 빛나라’로 시작하는 한반도 자연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애국가가 북한의 애국가보다 법적 지위가 낮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부·학계의 설명이다. 서울이 우리나라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며, 2004년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한국어는 국어’, ‘태극기는 국기’, ‘애국가는 국가’라는 것은 명문화돼 있지는 않지만, 헌법적인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지헌 행안부 의정관은 “애국가가 국가 지위에 있다는 것은 무척 명백해서, 더 높은 법적 지위를 갖도록 시도하는 것이 외려 그 지위에 손상을 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제정된 국민의례규정도 애국가가 국가인지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국민의례의 시행절차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언제, 어떤 행사에서 어떻게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 할지를 규정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공식행사인 국경일·법정기념일에는 애국가를 1~4절 불러야 한다. 중앙행정기관 산하단체, 지자체(산하단체 포함), 각급 학교에 대해서는 주무 장관이 국민의례 실시를 권장하도록 했다. 다만 대통령·국무총리 취임식 등 일부행사에서는 1절만 불러도 된다. 지금의 애국가는 1907년 노랫말이 만들어져 처음엔 스코틀랜드 민요(Auld Lang Syne)의 곡을 붙여 쓰였다. 그러다 1935년 안익태가 작곡한 지금의 곡조가 공식행사에 사용된 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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