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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세 의무교육] “선거용” 비난

    정부가 유아 교육과 보육 지원을 강화한 것은 반길 일이지만 현실이나 재정 상황을 무시한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집에서 영·유아를 키우는 양육수당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시설을 이용하는 보육료를 중점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정된 재원 때문에 일하는 여성을 위한 보육에 우선순위를 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등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제한된 현실에서 이런 설명은 궁색하다는 것이다. 한 육아정책 전문가는 “고학력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질 높은 일자리가 동시에 늘어나지 않는다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도 36개월 미만의 아동은 가정에서 직접 양육하기를 원하고 있어 이를 위한 육아휴직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의식해 급조된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당초 2013년에 4세, 2014년에 3세 누리과정을 도입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예정에 없던 만 0~2세 보육료 지원이 포함됐다. 이후 3~4세 아이를 둔 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를 계획보다 앞당겨 3, 4세에도 누리과정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재원도 문제다. 당장 올해부터 시작되는 0~2세 보육료 지원 때문에 부담을 안게 된 지방자치단체들은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의식해 2014년까지는 국비·지방비·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고, 2015년부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재원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시설이 열악해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학생이 있을 만큼 학교시설 투자가 부족하다.”면서 “이런 상황인데도 교육재정교부금을 영유아 보육·양육비로 전용한다면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금 “레디 액션”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금 “레디 액션”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수려한 자연경관과 첨단 암센터 이미지에 힘입어 영화 촬영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4편의 영화를 촬영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이 예정되는 등 영화 촬영장소 섭외가 잇따르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처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영화촬영 장소로 각광받는 것은 각종 암 치료를 위한 첨단장비와 아름다운 병원 건축물, 5만여㎡의 산책로 등 영화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촬영이 이뤄진 영화는 네버엔딩스토리(정용주 감독, 엄태웅·정려원 주연), 연가시(박정우 감독, 김명민·이하늬 주연), 시체가 돌아왔다(우선호 감독, 이범수·김옥빈·류승범 주연), 헬로 굿바이(인도네시아 영화, 아티카흐 하시홀란·리오드 완토 주연, 이루 조연) 등이다. 특히 헬로 굿바이는 인도네시아 최고 배우들이 출연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로,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어서 해외에 한국의 암센터를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버엔딩스토리 촬영장소 섭외를 담당한 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찾기 힘든 휴양형 치료공간과 아름다운 건축물로 영화를 더욱 빛내줄 수 있는 장소라고 판단해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의학원을 무대로 촬영된 영화 가운데 네버엔딩스토리가 오는 19일 개봉되며, 나머지 영화도 다음 달 말 또는 상반기에 상영될 예정이다. 2007년 문을 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치유’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됐으며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과 ‘2010 부산다운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수용 의학원장은 “한국 영화의 발전과 영화도시 부산의 이미지에 보탬이 되도록 영화 촬영 장소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노래 부르며 문제아 상처 씻고 자신감 되찾았죠”

    “노래 부르며 문제아 상처 씻고 자신감 되찾았죠”

    지난해 12월 3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북공삘하모니’ 합창단의 공연에서 마지막 솔로파트를 맡은 3학년 장용주(19)군은 공연을 얼마 앞두고 뇌암으로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망연자실했다. 노래를 불러야 할 이유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용주는 고심 끝에 다시 음악실을 찾았다. 지금껏 처음 스스로 참여했던 합창단 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공연날 용주는 무대에서 그룹 god의 ‘어머님께’ 클라이막스 부분을 눈물을 삼키며 열창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안 될 것 같은 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게임에 빠져 학교를 안 가는 날이 더 많았던 용주는 지금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 ●‘꼴찌들의 학교’에 울린 희망의 노래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서울북공업고. 내신 97~98%에 해당하는 학생들만 모여 ‘꼴찌들의 학교’, ‘서울시내에서 가장 공부 못하는 학교’로 불린다. ‘살아있는 전설, 서태지의 모교’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교정에 희망찬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북공삘하모니’라는 합창단이 꾸려지면서부터다. 순탄치 않았다. 폭주족에다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밥 먹듯 학교를 빠지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인 학교에 합창단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오디션장을 찾은 학생들 대부분이 “선생님이 권해서”라거나 “친구가 간다길래.”라며 주뼛거렸다. 의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디션을 통과한 40여명 가운데 연습에 나오는 건 10명 남짓이었다. 연습 보름 만에 합창단 멘토를 맡았던 싱어송라이터 에코브릿지가 해체를 선언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본 연습에 들어갔지만 자신감이 문제였다. ‘문제아’라는 시선에 주눅든 학생들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 에코브릿지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조회시간과 학교축제 때 공연을 마련했다.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 ‘소요 락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서서히 합창단은 면모를 갖췄다. 국립극장 공연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룬 북공삘하모니에 학부모와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 스스로도 놀랐다. 다섯 달의 긴 여정을 통해 학생들은 바뀌었다. 달라진 것이다. “학교 다니기 싫어 자퇴서를 미리 써놨다.”던 2학년 임채정(18)군은 노래를 부르면서 학교에 정을 붙였다. “전교회장도 선생님이 시켜서 한 것”이라며 머쓱해하던 배윤호(18)군도 “제가 원래 끈기가 없고, 뭐든지 귀찮아했는데 이제는 ‘못하겠다’는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서울북공고에 대한 인근 중학교들과 이웃 주민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평판이 좋아졌다. ●학교에 대한 주변 평판도 좋아져 류현호 교감은 “꼴찌, 문제아라는 편견에 상처를 받아 온 아이들이 합창단 생활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면서 “앞으로 북공삘하모니를 학교 동아리로 만들어 계속해서 학생들이 노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창단 이름을 딴 다큐멘터리도 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북공삘하모니’ 합창단의 오디션부터 연습, 공연까지 모든 과정을 담은 4부작 다큐멘터리 ‘북공삘하모니’를 케이블·위성채널 tvN을 통해 내보낸다. 오는 21일 오전 10시 첫 방송을 시작으로 4주간 매주 토요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될 예정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일선교사 고충 잘 알아… 학교자치 실현할 것”

    “일선교사 고충 잘 알아… 학교자치 실현할 것”

    “1년여를 기다려준 영림중학교 학부모와 학생,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학교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키겠습니다.” ●‘민노당 후원금 사건’ 연루 벌금 20만원 지난해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서울 구로구의 영림중학교 교장 후보가 된 박수찬(56) 교사가 16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 4년의 교장 직무를 시작한다. 지난해 1월 내부형 교장 공모에서 선정된 후 1년 만이다. 박 교사는 “1년간 고생한 끝에 시작하는 만큼 내부형 교장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 교사는 지난해 2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영림중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장 후보로 선출됐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 절차상의 문제와 민주노동당 불법후원금 사건 등을 이유로 임용제청을 거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민노당 후원금 사건으로 기소된 박 교사에게 자격 결격 기준인 10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벌금 20만원이 선고되자 교과부는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 정식 임용 절차를 밟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교장직을 비워 둔 채 교감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온 영림중은 3월 새 학기부터 정상 운영될 전망이다. 영림중 교사와 학부모들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교과부 앞에서 박 교사의 조속한 교장 임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16일 임명장을 받으면 그는 서울 지역 중고등학교 첫 평교사 출신이자 전교조 출신 교장이 된다. 그는 “평교사에서 시작해 교장까지 되고 보니 일선에서 고생하는 교사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면서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학교 자치를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부형 공모 1년만에 임용 박 교사는 또 “다양한 방식으로 선출된 교장들이 많아지면 학교 현장에 더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앞으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전국 3000여개 자율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사는 “교과부는 시행령에 ‘자율학교 중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을 선임하는 학교가 100분의1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넣어 공모제 교장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단위 학교에서 직접 교장을 선출해 학교 자치를 실현하는 데 교과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女사육사 속옷 훔쳐보는 ‘맹랑한’ 원숭이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여성 사육사의 속옷을 훔쳐보는 ‘못된’ 아기 원숭이가 포착됐다. 13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최근 나이지리아의 한 보호구역 내에서 촬영된 재미있는 침팬지 사진 한 장을 소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2살짜리 어린 침팬지가 여성 사육사 품에 안긴 채 그녀가 입고 있는 녹색 셔츠를 살짝 잡아당기며 그 안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어 웃음을 유발한다. 이 같은 극적인(?) 순간을 촬영한 프랑스 사진작가 시릴 루소(41)는 “재밌는 순간”이라면서 “이 사진은 (사육사가) 원숭이와 얼마나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간에게 관심을 두는 영장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면서 “과거 보르네오에서 만났던 오랑우탄도 내 가슴 털에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는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는 털 손질이나 신체적 접촉 같은 피부 교감을 통해 상대방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준다고 루소는 설명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외환銀 인수 불발땐 김종열 복귀할 수도”

    “외환銀 인수 불발땐 김종열 복귀할 수도”

    김승유(69)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13일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되면 김종열(60)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복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외환은행 인수가 안 되면 김 사장이 물러날 이유가 없지 않으냐.”면서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만큼 좀 더 두고 보자.”고 말했다. 김 사장이 원활한 인수작업 마무리를 위해 사퇴를 결심한 만큼 인수 자체가 무산되면 경영에 복귀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금융 당국의 외환은행 인수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김 사장의 사표도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외환은행 인수 작업이 불발될 조짐을 보이자 김 회장과 김 사장이 사전 교감 아래 ‘사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 같은 ‘사전 교감설’을 부인했다. 그는 “금융 당국(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금융 당국이 (사퇴) 압력을 넣었다든지,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금융 당국 외압설’과 내부 권력투쟁설을 부인했다. 김 회장은 “김 사장의 순수성을 매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연임 여부는 결정된 것이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5대 천왕’ 쳐내기? vs ‘김승유’ 구하기?

    ‘5대 천왕’ 쳐내기? vs ‘김승유’ 구하기?

    김종열(60)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급작스러운 사퇴 발표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진짜 배경’을 둘러싸고 온갖 설(說)이 난무하는 가운데 ‘5대 천왕 쳐내기’라는 관측이 대두돼 해당 금융그룹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정반대로 김 사장의 ‘김승유 구하기’에 더 무게를 두는 기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승유 하나금융·강만수 산은금융·어윤대 KB금융·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 나이로 고희(70)를 맞았거나 목전에 두고 있다.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64세다. 따라서 금융권은 “사욕을 버려야 한다.”는 김 사장의 사퇴의 변이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맞물려 이들의 자연스러운 물갈이를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5대 천왕들은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어 ‘쇄신’을 이유로 용퇴를 주문하기는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평소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만 마무리되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오는 3월 주주총회 때 그가 회장직에서 물러나면 이를 계기로 자연스러운 금융권 물갈이를 유도하려 했으나 최근 “1년 더”를 욕심내는 김 회장 진영의 이상기류가 감지되자 ‘보이지 않는 손’이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김 사장이 김 회장을 끌고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 당국은 “둘 다 잘못 짚은 것”이라고 일축한다. 오히려 김 회장과 김 사장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의심한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가 알기로 금융 당국 자체적으로나 위(청와대)에서나 그 어떤 지침도 없었다.”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청문회 얘기가 나오고 여권과 금융 당국도 대선과 총선 등을 의식해 몸을 사리면서 김 회장이 최근 곤궁에 처했다.”고 전했다. 그는 “외환은행 인수에 말 그대로 남은 금융 인생을 걸었는데 자칫 불발될 조짐이 보이자 김 회장이 특유의 쇼맨십에 기반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과 김 사장이 사전 교감 아래 충격요법을 썼다는 얘기다. 최측근을 희생시키는 ‘성의’를 보임으로써 금융 당국과 정치권을 설득 내지 압박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물론 이 추론에는 김 회장이 김 사장에게 ‘훗날을 보장했다.’는 전제가 따른다. 당국과도 교감했다는 얘기가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한·중 수교 20년 발자취와 미래 조명

    한·중 수교 20년 발자취와 미래 조명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이해 성년에 접어든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짚어본다. 과연 두 나라는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가 됐을까. KBS는 13일 밤 10시와 14일 밤 10시 30분 KBS-CCTV 공동기획 다큐멘터리를 연속 방송한다. 13일 방송되는 제1편 ‘新중국인뎐’은 우리 곁에 다가온 새로운 중국과 한국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중국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1992년 수교 이후 기존의 화교와는 다른 배경과 방식으로 한국에 정착한 중국인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신중국인’으로 영국 옥스퍼드대를 나와 국내 한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뤄이밍과 한족 최초의 공무원으로 안동에서 유교 문화 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는 왕위가 대표적이다. 뤄이밍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모두 한 번에 건넌다.’는 한국의 트로트 ‘무조건’의 가사를 통해 한국의 화끈하고 급한 성격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왕위는 1000원 지폐로 중국 관광객에게 퇴계 이황을 설명한다. 외국인이지만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도전의 무대로 삼은 중국인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교류의 규모와 분야도 다양해졌다. 중국 판사직을 버리고 한국행을 선택해 현재 제주대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짱전바오 교수, 월급도 필요 없으니 연수생으로 받아만 달라며 한국행을 감행한 발레리나 판원징이 그들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지휘자로 현재 부산시립 교향악단을 지휘하고 있는 리신차오, 한중 멤버로 결성돼 한국은 물론 최근 중국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걸그룹 미쓰에이의 지아와 페이 등도 소개된다. 14일 방송되는 제2편 ‘왕징의 한인들’은 중국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베이징의 한인타운 왕징을 배경으로 중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을 그린다. 10년간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한 현대자동차 노재만 사장, 중국 내 최대 발행량을 자랑하는 ‘일요신문 CHINA’의 이상운 사장, 7080밴드를 결성해 왕징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는 중년 한국인의 모습도 담아냈다. KBS는 13일 밤 11시 30분에 서울과 베이징의 스튜디오를 잇는 위성토크쇼 ‘통(通)하다’를 방송할 예정이다. 한국과 중국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방청객으로 참여한 100명의 중국인 유학생과 오엑스 퀴즈를 풀어본다. 친구·라이벌·비즈니스 파트너·부부라는 4개 섹션을 통해 20년 한·중 교류의 발자취와 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살펴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전 아직 어린 선수일 뿐이죠”

    “전 아직 어린 선수일 뿐이죠”

    “성인 올림픽의 준비 단계라 생각하고 부담 없이 즐겼으면 좋겠다.”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14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베르기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1회 겨울 유스올림픽 개막식에 참여하기 위해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전날 떠난 후배들에게 당부한 얘기다. 지난해 10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대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연아는 개막식과 성화 봉송에 참여하고 주요 프로그램인 ‘롤모델과의 만남’을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게 된다. 또 피겨 경기장을 찾아 박소연(15·강일중)과 이준형(16·도장중) 등을 응원한 뒤 16일 귀국한다. 김연아는 “직접 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홍보대사로 어린 선수들을 만나게 돼 새로운 기분”이라며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라 관중 앞에서 뛰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긴장되겠지만 결과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성장하는 데 밑거름으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귀국 뒤 별다른 일정은 없다고 털어놓은 김연아는 스포츠 외교관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이후 각종 홍보대사를 많이 맡아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난 아직 어리고 선수로서 활동하는 신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회는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위원장의 제안으로 창설돼 2010년 8월 싱가포르에서 첫 여름 대회가 열린 데 이어 이번에 첫 겨울 대회가 열린다. 1964년과 1976년에 겨울올림픽을 치른 인스브루크는 IOC 주관 종합대회를 세 차례나 개최하게 됐다. 60개국에서 15~18세의 선수 1058명이 7개 종목(15개 세부종목)에서 63개의 금메달을 놓고 실력을 다툰다. 청소년에게 올림픽 정신을 심어주고 올림픽을 개최하기 어려운 나라에도 IOC 주관 종합대회를 치를 기회를 주자는 것이 창설 취지였다. 이에 따라 국가 대항 대회를 뛰어넘어 여러 나라가 한 팀을 이루는 혼성 경기와 기술 경연 같은 변형 종목을 선보인다. 아울러 6개 주제 아래 각국 청소년이 참여하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24개나 마련된다. 김연아 외에도 유망주들과 교감할 홍보대사로는 알파인 스키의 영웅 베냐민 라이히(오스트리아)와 린지 폰(미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케빈 롤랑(프랑스), 아이스하키 천재 시드니 크로즈비(캐나다) 등이 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수놓을 샛별들을 미리 살펴보는 점도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러시아가 2년 뒤 소치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육성하는 피겨 여자 싱글의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의 기량도 확인할 수 있다. 쇼트트랙 유망주 심석희(15), 임효준(16·이상 오륜중) 등 한국 선수단 50명은 정재호(루지경기연맹 회장) 단장이 인솔해 9일 현지로 떠났다. 금메달 둘을 포함해 모두 10개의 메달을 목표로 정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영화리뷰] ‘덴 쉬 파운드 미’ -배우 헬렌 헌트, 이보다 더 감독스러울 순 없다

    [영화리뷰] ‘덴 쉬 파운드 미’ -배우 헬렌 헌트, 이보다 더 감독스러울 순 없다

    입양아였던 에이프릴은 핏줄을 낳고, 교감하고, 사랑하기를 원하는 서른아홉의 여교사다. 그녀는 하루, 하루 줄어드는 생물학적 시계를 걱정한다. 동료 교사 벤과 결혼하지만, 철없는 남편은 자유를 찾아 홀연히 떠난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을 길러준 양어머니의 죽음까지 겹쳐 에이프릴은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떠난 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메우는 법인지, 학부형으로 만난 홀아비 프랭크의 매력에 에이프릴의 마음은 흔들린다. 4주 전 자유분방한 아내와 이혼한 프랭크 역시 동병상련의 심정. 둘은 급격히 가까워지는데, ‘사고’가 터진다. 남편이 떠나기 직전, 충동적으로 맺은 관계로 임신하게 된 것. 심지어 갓난아기 때 에이프릴을 버린 친어머니 버니즈까지 등장한다. 5일 개봉한 ‘덴 쉬 파운드 미’는 오롯이 헬렌 헌트의 프로젝트다. 헌트는 주인공 에이프릴로 열연한 것은 물론, 영화의 제작과 각본, 연출을 도맡았다. 그는 국내 팬에게도 낯익은 배우다. 8세 때부터 영화에 출연했고, TV 시트콤 ‘못 말리는 신혼부부’(1992~99)로 에미상을 네 차례나 받은 브라운관의 스타였다. 지난 1998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편집증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잭 니콜슨)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난한 웨이트리스 미혼모로 열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왓 위민 원트’(2000)와 ‘캐스트 어웨이’(2000) 등 흥행작에 출연하면서 A급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헌트의 마음 속에는 연출에 대한 열망이 컸다. 때문에 엘리노어 리프먼의 소설 ‘덴 쉬 파운드 미’에 꽂힌 헌트는 7년 동안이나 시나리오에 매달렸다. “살면서 겪게 되는 배신과 의외성, 재미, 속죄에 관한 영화”라는 게 헌트가 끌린 대목이다. 입봉작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헌트의 연출력은 탄탄하다. 각본에만 7년이나 품을 쏟은 덕에 에이프릴은 물론, 프랭크와 버니즈 등 주요 캐릭터들은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이나 파격적인 연기 변신과는 거리가 먼 일상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연기파 배우들이 빚어내는 앙상블은 평균 이상이다.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해대지만 미워할 수 없는 버니즈 역을 맡은 베트 미들러는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디바인 동시에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로즈’ ‘용서들을 위하여’) 받은 명배우다. 비중은 조연에 가깝지만, 프랭크 역의 콜린 퍼스 역시 ‘킹스 스피치’로 지난해 미·영 두 나라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휩쓴 연기파다. 북미 등에서는 이미 2008년 봄에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4년만에 지각 개봉한 셈. 그럼에도 여전히 끌리는 까닭은 오롯이 배우들 때문이다. 대목을 노린 블록버스터 영화가 격돌하는 시즌이라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서 단관 개봉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부고]

    ●엄장옥(전 서울신문 독자서비스국 부장)씨 부친상 5일 경기 안성 성요셉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31)671-5077 ●정상태(전 스포츠서울 대표이사)씨 부친상 5일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7일 낮 12시 (02)3779-2190 ●이광출(전 KBS 워싱턴지국장)씨 부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010-2291 ●채희봉(지식경제부 지역발전위원회 국장)희국(SNC 전략기획팀장)영미(LG CNS 부장)씨 부친상 이태석(현대건설 홍보부장)씨 장인상 지영난(수원지법 부장판사)씨 시부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10시 (02)3410-6914 ●황인호(대전 동구의회 의장)씨 모친상 5일 대전 충남대병원, 발인 7일 오전 7시 30분 (042)257-6944 ●신강균(MBC 베이징특파원)씨 모친상 5일 여의도 성모병원, 발인 7일 오전 (02)3779-1963 ●홍원각(KCC 이사)원흥(이레콘트롤즈 대표)씨 부친상 김명숙(서울상일초 교감)씨 시부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2)3010-2292 ●김경수(국세청 소득지원국장)씨 부친상 5일 충북대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43)269-6969
  • 학업성취도평가 조작 고교 교장 등 8명에 중징계 요구

    경남도교육청은 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M고등학교가 지난해 7월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한 사실을 확인하고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교직원 8명에 대해 해임이나 파면 등 중징계를 내리도록 학교법인 이사장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7월 12일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 때 사립고인 이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조작된 의혹이 있다며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0월 조사를 요청함에 따라 조사한 결과, 이 학교 교사 6명이 학력이 낮은 학생들의 평가 답안지를 회수해 오답을 정답으로 고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성적을 조작한 교사 6명 외에 감독 책임을 물어 학교장과 교감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요구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서사의 능란함과 새로운 화법을 찾으려는 탐색이 두드러진 해였다. 무게 있는 제재를 골라 그 본질에 낱낱이 접근하는 심도와 짜임새 좋은 남다른 전개를 보임으로써 사색과 습작의 치열함을 짐작하게 만든다. 다만 안전하게 당선작에 오르려 번뜩이는 시도 대신 부드러운 변주만을 구사한 작품들도 있어 그 솜씨의 잠재력에 아쉬움을 느낀다. 올해 시조 부문은 양적으로 늘어난 응모 편수만큼이나 질적인 진화 또한 돋보여 신진들의 필력에 대한 설렘을 갖게 한다. 고전적 원형과 현대적 미학을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시조에서 이처럼 적극적인 관심은 장르의 신선한 동력이 될 것이다. 당선작은 김종두의 ‘연암, 강 건너 길을 묻다’이다. 시조의 본질을 지키면서 감각의 세련된 재단으로 수려한 완성도를 확보했다. 주제로 정한 시점이 과거이나 박제된 이야기로 흐르지 않고 동시대와 교감할 수 있도록 생기를 불어넣은 형상화가 뛰어났다. 기승전결에서도 매끈한 흐름으로 긴 호흡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직조하여 주시할 만한 정점에 이르렀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은 장윤정의 ‘물의 사원 짓다’, 박성규의 ‘별을 쓸다’, 강송화의 ‘교각이 된 금강송’, 방승길의 ‘서해 낙조’이다. 저마다의 솔깃함으로 매료시키는 수작들이었으나 전개에서 표출된 작법의 출중함에 비해 흐릿해진 종장이 안타깝다. 또한 전반적으로 서술에 몰입하여 서정이 다소 희석된 듯하다. 신춘문예를 위한 어떤 공식은 없다. 정답을 찾듯이 쓰기보다 압도적인 작법을 스스로 만들어 낼 퍼덕이는 창의성을 기대해 본다.
  • 새해 맞이 CNN 생방송 중 女코미디언 옷 ‘훌렁’

    새해 맞이 CNN 생방송 중 女코미디언 옷 ‘훌렁’

    새해를 맞는 분위기를 전하는 생방송에서 한 여성 코미디언이 옷을 벗고 속옷만 입은 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31일 새해를 몇 분 앞두고 CNN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유명 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진행하는 특별 생방송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에는 여성 코미디언 케이시 그리핀(51)이 공동진행자로 등장했고 시끌벅적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은 화면이 주변 상황을 내보내고 있을 때. 그리핀은 기다렸다는 듯이 겉옷을 모두 훌렁 벗어버리며 카메라에 등장했다. 이에 쿠퍼는 “나를 놀리는 것이냐?”며 당황하며 웃기 시작했고 심지어 ‘나체 금지’라는 피켓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쿠퍼는 다시 옷을 입으라고 재촉했으나 그리핀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환호하는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춤추는 여유도 보였다. 그리핀은 생방송 화면에 딸(14)이 등장하자 멋쩍은 표정으로 다시 옷을 입었다.   이 상황은 사전에 진행자인 쿠퍼에게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작진과 교감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방송에 대해 일부 논란이 일자 그리핀은 “웃자고 한 행동에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사설] 대구사건 학교폭력 종식의 계기로 삼자

    대구 중학생 A모군 학교폭력 자살사건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면서 온 국민이 큰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어제 이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A군을 괴롭힌 2명에 대해 상습상해와 상습공갈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가담 정도가 약한 1명은 입건했다. 교육부도 대구에서 전국 시·도 교육감회의를 열고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대책 및 대처방안 등을 논의했다. A군의 학교 교감과 교사들은 엊그제 A군 부모를 찾아가 사죄의 무릎을 꿇었다. 우리 사회는 이번 사건을 학교폭력 종식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조금이나마 어린 나이에 하늘로 떠난 A군과 부모들을 위로하는 길이다. A군에 대한 괴롭힘은 부끄럽게도 경찰수사 결과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가해학생들은 A군에게 물고문을 가하고 전깃줄을 목에 감아 과자를 먹게 한 것은 물론 50여 차례에 걸쳐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가정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A군이 도움을 청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학교폭력에 대해 가정, 학교가 높은 장벽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엊그제 유사한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와 가해학생 부모의 책임을 물어 5700만원을 연대배상토록 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만큼 가정, 학교는 학교폭력에 대해 책임을 방기해온 것이다. 정부, 학교, 부모 등 3자는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는 이미 만들어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전면적으로 점검, 실효성이 없는 규정들은 현실에 맞게 촘촘히 짜야 한다. 교사들도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방식을 개선하고 자질 함양에 힘을 쏟아야 한다. 부모들은 제 자식 싸고돌기만 할 게 아니라 자녀의 생활태도, 학교생활 등을 관심 있게 지켜봐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 집단 따돌림을 신고하지 못한다. 경찰은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천국에선 아픈 일 없길… 손모아 기도할게”

    “천국에선 아픈 일 없길… 손모아 기도할게”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작별을 고한 우리 아이들, 너희들이 가는 길, 선생님도 아프고, 친구들도 가슴이 아프단다.…부디 잘 가거라. 가서 편히 쉬어라. 나의 아이들아…”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14)군이 다녔던 대구 수성구 D중학교 시청각실에서 29일 열린 종업식에서 교감의 추도사가 낮게 깔리자 980여명의 전교생들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방학의 시작과 함께 학업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는데도 학생들의 얼굴에서 즐거움이라든가, 방학에 대한 기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침울했다. 일부 학생은 감정이 복받쳐 올라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흐느꼈다. 교사들도 A군과의 아쉬운 작별에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눈물의 종업식은 A군은 물론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학교 B(13)양을 추모하는 자리도 함께 마련됐다. 시청각실에는 A군의 급우 38명과 학부모 대표 3명이 참석했다. 종업식이 시작되기 전 시청각실 연단 위에 있던 연설대는 먼저 간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앉은 자리와 같은 높이로 내려졌다. 교감은 전교생을 일어서게 한 뒤 짧지만 먼저 간 제자에 대한 애절함이 묻어있는 추도문을 읽어 내려갔다. 교감은 추모사를 마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훈화에서 “정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만큼 절대로 친구를 괴롭히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어 “괴롭힘을 당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꼭 말하고 경찰에게도 알려라.”며 “방학 기간에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고, 요청이 있으면 학교에서 외부전문가를 초빙해서라도 해결해 주겠다.”고 강조했다. 각 학년 학부모 대표들은 “올해 어린 학생들의 죽음이 잇따라서 안타깝다. 학부모 대표로서 그들을 애도하고 남은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종업식에 참석했다.”며 “내년부터는 절대 이렇게 아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한나라 용퇴논쟁] ‘경계’에 선 박근혜

    “우리는 모두 쇄신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쇄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29일 하루 종일 쇄신 주체와 객체를 정의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비대위에서 정치·공천개혁 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가 전날 공개적으로 정권실세였던 이상득·이재오 의원과 당 대표로서 설화를 겪었던 안상수·홍준표 의원,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한 것에 대한 박 위원장의 반응이기도 했다. 이 비대위원이 섣불리 문제를 제기한 측면이 있지만, 결국은 맞서야 할 ‘뜨거운 감자’이기에 논란은 심화됐다. 박 위원장은 일단 진화에 주력했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비대위원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의총에서도 “쇄신 과정에서 누구는 쇄신 주체이고, 누구는 대상이 돼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이 비대위원의 개인 의견이 비대위의 전체 의견이 될 수 없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시스템 공천’을 하면 기준에 미달하는 이가 자연스럽게 쇄신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줄곧 “인위적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계속 ‘시스템 공천’만 얘기할 수는 없다. 공천 기준은 결국 비대위가 만들고, 이 비대위원이 박 위원장과 함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도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친이계가 이날 “비대위가 5공 국보위냐.”며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 교수 개인 의견이 아닐 것”이라면서 “비대위가 이명박 대통령을 완전 부정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박정희 전 대통령도 부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쇄신의 칼날을 가만히 앉아서 맞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친이계의 반발에 비대위는 완강했다. 김종인(전 청와대 경제수석) 비대위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비대위원이 제대로 쇄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개인적인 소신을 피력했는데, 일부 의원들이 어른스럽지 못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정치인이 자기 확신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비대위원이 친이계가 의심하는 것처럼 박 위원장과의 ‘교감’ 속에서 인적 물갈이를 주장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하지만 문제 의식 자체에 공감하는 이들은 많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당 지도부 일원인 이 비대위원이 어설프게 발언을 했다.”면서도 “박 위원장이 이 비대위원의 거친 방법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다 인정하는 문제인 만큼 방향은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평론가인 김종배씨도 “이상득·이재오 의원 얘기를 너무 빨리 꺼낸 측면이 있지만, 언젠가는 얘기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면서 “결국 속도와 강약은 ‘경계’에 선 박 위원장이 조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풋풋한 文靑, 희망버스 오르기까지

    ‘시위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다. 중동부터 유럽, 미국을 장악했던 시위대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고, 미래 또한 그러하리란 점을 높이 샀다. 올해 한국에서도 특이한 형태의 시위를 볼 수 있었다. ‘희망버스’다. ‘김진숙의 고공 크레인 농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으로 향한다.’는 게 희망버스의 요체다. 이 같은 특이한 방법의 시위를 고안한 이는 송경동 시인이다. 그는 지금 갇힌 신세다. ‘문제의’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다. 영어의 몸이 된 시인이 산문집을 냈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실천문학사 펴냄)이다. 시인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가족사 등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다. 송경동은 흔히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던 평택 대추리, 비정규직 투쟁을 위한 기륭전자 등 수많은 시위 현장에서 만났던 열혈 투쟁가의 모습으로만 기억된다. 그러나 아무리 노동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라 한들, 살아 낸 세월 속에 ‘애정이 꽃피던 시절’ 한 자락 없을까. 그도 한때는 시와 노래를, 풋풋한 사랑을 꿈꾸던 푸른 시절이 있었다. 시인은 읍내 장터의 진창길, 악다구니를 쓰며 사는 사람들, 장터 둘레로 술 팔고 몸 파는 집들이 즐비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잦은 도박과 가정불화로 집안은 늘 어두웠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미술과 문학을 좋아하던 여선생님의 영향으로 문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엔 시화전을 앞두고 ‘광주천 물을 붉다고 표현한 죄’로 교감에게 불려가 난생 처음 검열과 체벌을 받기도 했다. 팬시용품 공장 지하 창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시절엔 풋사랑에 가슴 저미기도 했다. 시인은 청년 시절, 밤낮없이 일했다. 하지만 돈이라는 녀석은 결국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는 허상이라는 잔인한 현실만 깨닫게 된다. 이후 그는 구로노동자문학회와 전국노동자문학연대에서 활동하며 노동문학운동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한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1부 ‘꿈꾸는 청춘’과 2부 ‘가난한 마음들’은 어린 송경동에서 청년, 중년을 살아오는 동안 목수 조공이나 배관공, 혹은 용접공 등으로 살며 시인과 노동문학의 꿈을 키워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3부 ‘이상한 나라’와 4부 ‘잃어버린 신발’에서는 산재 사망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거대 자본과 권력에 짓밟힌 사람들의 이야기, 5부 ‘CT85호와 희망버스’에서는 한진중공업 김진숙과 희망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1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전북교육청 ‘총체적 부실’ 불명예

    전북도교육청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하위권으로 나타나 지역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청렴도 평가에서도 전국 하위권에 머물러 교육행정이 총체적인 부실에 빠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5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 대한 청렴도를 평가한 결과, 전북교육청은 종합청렴도 7.39점에 그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4위에 머물렀다. 외부청렴도 4개 분야 가운데 공사관리 및 감독 분야가 8.15점을 받은 반면, 운동부 운영 분야에선 6.05점을 받는 데 그쳤다. 내부청렴도 분야에선 업무지시 공정성 분야가 5.88점을 받았다. 이처럼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교육감은 물론 시·군 교육청 국·과장, 일선 학교 교장·교감 등의 안일한 근무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진보 성향인 김승환 교육감이 취임한 뒤 반부패·청렴을 부르짖고 있지만 예상 외로 낮은 평가가 나와 ‘소통의 부재’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는 일부 학교의 급식 비리, 특정인맥 중심의 인사로 인한 교직원들의 사기 저하, 행정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교육계의 한 인사는 “학력은 고사하고 청렴도까지 전국 최하위권인 걸 보면, 진보 교육감이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교육감과 간부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 도의회 등과 대립각만 세울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보여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을 경우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의 강한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전년 대비 136% 증액한 28억원을 편성해 학교에 지원하겠다.”면서 “아울러 비리 공무원의 징계 수위를 높이고 ‘맑은 전북교육 추진단’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전국 초·중·고교생 대상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도내 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초교 6학년 1.0%, 중학교 3학년 4.1%, 고교 2학년 2.5%를 각각 기록했다. 초·중학교는 전국 13위, 고교는 전국 10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7) 질풍노도의 아이콘 ‘괴테’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7) 질풍노도의 아이콘 ‘괴테’

    18세기의 끝자락, 독일의 청년들은 자신의 영혼이 세상과 불화한다고 느꼈다. 종교전쟁과 30년전쟁 등 장장 2세기에 걸친 소란 상태를 접고 독일은 간만에 평화를 맞이했지만 청년들은 도리어 미칠 지경이었다. 여전히 구시대의 귀족이 지배하는 강력한 신분제 사회에서 그들은 갈 길을 잃었다. 부모 세대들은 출세를 강요했고, 귀족과 법률가들은 궁정생활에 몰두할 뿐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삶, 자유와 독립의 길은 어디 있는가. 당시 청년들은 ‘망령을 본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할 것도 아닌데’ 하나같이 햄릿의 독백을 암송했고, 망령에 찬 분위기와 망한 영웅들의 이야기, 비극적 로맨스에 탐닉했다.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대. 괴테가 24세에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바로 이 거대한 폭풍우의 한가운데 선 청년의 이야기다. ●질풍노도에서 부르는 노래 베르테르는 낯선 고장을 떠돌던 중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한 상태. 좌절한 베르테르는 새로운 삶을 시도해 보지만 허례허식으로 가득 찬 사회에 더욱 절망한다. 당시 독일의 청년들은 베르테르를 자신의 대변자로 느꼈다. 마음만이 “모든 행복과 불행의 원천”이라는 베르테르의 목소리는 계몽주의적 이성에 반발하고 자연과 순수한 마음으로의 회귀를 외치던 독일 젊은이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베르테르와 함께 절망했다. 그들 모두 베르테르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 병은 한편으로는 위선과 가식으로 점철된 구세대가 만든 것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열정을 쏟아낼 어떤 출로도 만들어 내지 못한 베르테르 자신이 만든 것이었다.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그녀는 어떤 출구도 찾지 못한 베르테르의 열정이 도달한 막다른 골목이었다. 외부와 교감하지 못하는 열정은 결국 내파하여 베르테르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당시의 괴테 역시 그랬다. 그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구세대에 대한 반항심으로 넘쳤고, 두 번에 걸쳐 배반당한 사랑에 절망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절망에 빠진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괴테 스스로가 시도한 가상 여행이자 저 자신에게, 아니 길을 잃고 주저앉은 세상 모든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깊은 공감의 노래다. 베르테르는 자살하지만 괴테는 살아간다. 1776년, 아우구스트 대공의 초청으로 신흥 공국 바이마르의 추밀외교관으로 일하게 된 괴테에게 온갖 업무들이 쏟아졌다. 그는 엄밀한 규칙과 질서가 작동하는 세계에 적응해 질풍노도기의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1786년, 그는 돌연 10년간 머물렀던 바이마르를 빠져나와 이탈리아로 떠난다. 갇혀 있던 열정이 그를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고전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이리라. 괴테는 다짐한다. 나 자신을 기만하지 말자. 부지런히 배우면서 나 자신을 수양시키자. 지중해의 자연은 괴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폐허가 된 폼페이 유적, 팔라디오의 건축물, 미켈란젤로와 라파엘의 그림들은 그를 울렸다. 편협한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대로 사물을 포착하기를 멈추고 사물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괴테의 마음에 풀 한 포기, 돌 조각 하나, 무엇보다 무너진 과거의 잔해들이 어떤 ‘전체’로서 새롭게 들어왔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위대한 것과 하찮은 것, 자연과 예술이 빚어내는 질서와 조화의 세계. 이탈리아는 괴테에게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선물했다. 약 2년 뒤 바이마르로 돌아온 괴테는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바이마르 국정에 참여하여 광산사업과 문화 예술 업무에 집중했다. 그러다 천한 신분 출신인 크리스티아네와 동거해 아이를 낳았고, 고전적이면서도 관능적 사랑으로 충만한 ‘로마의 비가’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괴테가 타락했다고 비난했다. 베르테르의 음울함을 벗어 버리고 시대적 습속을 무시한 이 중년의 사내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괴테는 흔들리지 않고, 그에게 새로운 빛을 보여 주었던 예술 및 자연과학 연구에 힘을 쏟기 시작한다. 이 무렵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 독일 청년들을 뒤흔들 때도 정작 괴테는 담담했다. 전체의 조화와 사물의 유기적 변화, 발전을 믿었던 그에게는 오히려 혁명에 수반되는 폭력과 유혈사태가 저주스럽기만 했다. 바스티유의 파괴와 루이 16세 처형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괴테는 당부한다.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라. 1792년, 프랑스 혁명군이 독일을 침공하자 바이마르의 공무원이었던 괴테 역시 출정에 동참해야 했지만, 그는 전장에서도 관찰자로서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폭력 없는 혁명, 평화로운 변화란 진정 불가능한가. 이런 문제의식은 실러와의 만남으로 심화된다. 실러 역시 혁명을 회의하며 ‘미적 교육’을 통한 인간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던 것. 두 사람은 공히 고대에서 그 길을 찾고자 했다. 그들은 1000통이 넘는 편지를 교환했고, ‘크세니엔’을 비롯한 공동작업에 착수한다. 특히 자연 전체의 고려 속에서 개별적인 것을 해명하려는 괴테의 비전에 끌렸던 실러는 그것이 작품으로 형상화될 수 있도록 괴테를 도왔다. 실러가 죽자 괴테가 “내 존재의 절반을 잃었다.”고 했을 만큼 실러는 또 다른 괴테였다. 실러와의 교류 속에서 탄생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6)에서 괴테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수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 삶에 무엇이 닥쳐올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것들의 상호작용 가운데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나듯 인간 역시 온갖 사건과 관계들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인류’니 ‘자유’니 하는 사명들은 내려놓고 오직 내적 충동에 몸을 맡긴 채 당당히 세상 속으로 향하라. 모든 것은 “오직 모든 사람을 합해서만”, “모든 힘을 통합함으로써만” 성장한다. 주인공 빌헬름이 그의 연극체험과 ‘탑의 결사’라는 공동체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했듯이 괴테는 실러와 헤르더, 셰익스피어, 호메로스, 그리고 이탈리아의 무수한 사물,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했다. 중년의 괴테는 그렇게 모든 만남이 그를 성장시키는 위대한 사건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세상은 여전히 소용돌이쳤다. 1806년,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은 전 유럽을 압박했고, 라인동맹 가입을 거부하는 프로이센을 공격했다. 괴테는 홀로 남아 피난민들과 약탈자들로 혼란한 바이마르를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그가 나폴레옹의 총애를 받으며 프랑스에 대해 침묵하고 있음을 비난했다. 하지만 “증오심이 없는데 어떻게 무기를 들 수 있겠나.”라며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삶을 바라보았던 괴테는 민족적 편견이 만들어내는 선악 시비에 동요하지 않았다. 조국을 사랑하는 방법은 오히려 그러한 편견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묵묵히 바이마르 예술극장을 꾸렸고 예술과 고전, 자연의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60살이 넘어 출간한 ‘색채론’과 ‘동물의 변형’에는 노년의 괴테가 깨우친 자연의 비밀이 담겨 있다. 그리고 ‘파우스트’. 사람들은 신과 같이 자연을 향유하고자 하였던 파우스트 박사가 인간의 한계에 절망하여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꼬임에 빠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악마와 계약하여 “자유로이 자연의 혈관 속을 흐르며 창조적으로 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었다. 오류와 시도, 성공과 실패, 선과 악은 약동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매순간 만들어 내고 또 무너뜨리는 한 가지 형태일 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순간적인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속시키고자 하는 열망이다. 그러한 열망 너머 자연의 힘에 몸을 맡긴 자, 영원히 푸른 소나무로 살리라. 괴테는 오래 살았다. “사랑했고 증오했고 무관심했던 사람들과 왕국들, 수도들”보다도, “젊을 때 씨뿌리고 심은 숲의 나무들”보다도. 그는 그 모든 것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다. 때로는 아팠고, 분노하고 절망한 날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깨닫는다.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부패는 생명의 한 과정이며 죽음은 탄생이다. 가장 천한 것, 가장 혼란하고 절망스러운 것 속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것들이 함께 있으니, 이 혼돈 속을 첨벙거리며 계속 가는 것, 그 자체가 우리들의 숙명이며 또한 참된 기쁨이다. 그러니 부디 살아가기를, 천천히, 하지만 멈춤 없이 길을 나서기를. 우리, 세상 모든 베르테르들에게 주는 괴테의 가르침이다. 박수영 남산강학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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